===== 01_Yi In-jik_Tears of Blood (Hyeol-ui Nu) =====

일청전쟁(日淸戰爭)의 총소리는 평양 일경이 떠나가는 듯하더니, 그 총소리가 그치매 사람의 자취는 끊어지고 산과 들에 비린 티끄뿐이라.

평양성의 모란봉에 떨어지는 저녁 볕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저 햇빛을 붙들어매고 싶은 마음에 붙들어매지는 못하고 숨이 턱에 닿은 듯이 갈팡질팡하는 한 부인이 나이 삼십이 될락말락하고, 얼굴은 분을 따고 넣은 듯이 흰 얼굴이나 인정 없이 뜨겁게 내리쪼이는 가을 볕에 얼굴이 익어서 선앵둣빛이 되고, 걸음걸이는 허둥지둥하는데 옷은 흘러내려서 젖가슴이 다 드러나고 치맛자락은 땅에 질질 끌려서 걸음을 걷는 대로 치마가 밟히니, 그 부인은 아무리 급한 걸음걸이를 하더라도 멀리 가지도 못하고 허둥거리기만 한다.

남이 그 모양을 볼 지경이면 저렇게 어여쁜 젊은 여편네가 술 먹고 한길에 나와서 주정한다 할 터이나, 그 부인은 술 먹었다 하는 말은 고사하고 미쳤다, 지랄한다 하더라도 그따위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아니할 만하더라.

무슨 소회가 그리 대단한지 그 부인더러 물을 지경이면 대답할 여가도 없이 옥련이를 부르면서 돌아다니더라.

“
                        옥련아, 옥련아옥련아옥련아, 죽었느냐 살았느냐. 죽었거든 죽은 얼굴이라도 한번 다시 만나보자. 옥련아옥련아, 살았거든 어미 애를 그만 쓰이고 어서 바삐 내 눈에 보이게 하여라. 옥련아, 총에 맞아 죽었느냐, 창에 찔려 죽었느냐, 사람에게 밟혀 죽었느냐. 어리고 고운 살에 가시가 박힌 것을 보아도 어미 된 이내 마음에 내 살이 지겹게 아프던 내 마음이라. 오늘 아침에 집에서 떠나올 때에 옥련이가 내 앞에 서서 아장아장 걸어다니면서, 어머니 어서 갑시다 하던 옥련이가 어디로 갔느냐.”

하면서 옥련이를 찾으려고 골몰한 정신에, 옥련이보다
                        열 갑절
                        스무 갑절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잃고도 모르고 옥련이만 부르며 다니다가 목이 쉬고 기운이 탈진하여 산비탈 잔디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가 혼자말로

                            옥련아버지는 옥련이 찾으려고 저 건너 산 밑으로 가더니 어디까지 갔누 하며 옥련이를 찾던 마음이 홀지에 변하여
                        옥련 아버지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 오고, 인간 사정은 조금도 모르는 석양은 제 빛 다 가지고 저 갈 데로 가니 산빛은 점점 먹장을 갈아 붓는 듯이 검어지고 대동강 물소리는 그윽한데, 전쟁에 죽은 더운 송장 새 귀신들이 어두운 빛을 타서 낱낱이 일어나는 듯 내 앞에 모여드는 듯하니,
                        규중에서 생장한 부인의 마음이라, 무서운 마음에 간이 녹는 듯하여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앉았는데, 홀연히 언덕 밑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리거늘, 그 부인이 가만히 들은 즉 길 잃고 사람 잃고 애쓰는 소리라.

“에그, 깜깜하여라. 이리 가도 길이 없고 저리 가도 길이 없으니 어디로 가면 길을 찾을까. 나는 사나이라 다리 힘도 좋고 겁도 없는 사람이언마는 이러한 산비탈에서 이 밤을 새고 사람을 찾아다니려 하면 이 고생이 이렇게 대단하거든, 겁도 많고 다녀 보지 못하던 여편네가 이 밤에 나를 찾아 다니느라고 오죽 고생이 될까.”

하는 소리를 듣고 부인의 마음에 난리중에 피란 가다가 부부가 서로 잃고 서로 종적을 모르니 살아 생이별을 한 듯하더니 하늘이 도와서 다시 만나 본다 하여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더라.

“
                        여보, 나 여기 있소. 날 찾아 다니느라고 얼마나 애를 쓰셨소.”

하면서 급한 걸음으로 언덕 밑으로 향하여 내려가다가 비탈에 넘어져 구르니, 언덕 밑에서 올라오던 남자가 달려들어서 그 부인을 붙들어 일으키니, 그 부인이 정신을 차려 본즉 북두갈고리 같은 농군의 험한 손이 내 손에 닿으니 별안간에 선뜩한 마음에 소름이 끼치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겁결에 목소리가 나오지 못한다.

그 남자도 또한 난리중에
                        제 계집 찾아 다니는 사람인데, 그 계집인즉
                        피란 갈 때에 팔승 무명을 강풀 한 됫박이나 먹였던지 장작같이 풀 센 치마를 입고 나간 터이요, 또 그 계집은 호미자루, 절굿공이, 다듬잇방망이, 그러한 셋궂은 일로 자라난 농군의 계집이라, 그 남자가
                        언덕에서 소리하고 내려오는 계집이
                        제 계집으로 알고 붙들었는데,
                        그 언덕에서 부르던 부인의 손은 명주 같이 부드럽고 옷은 십이승 아랫질 세모시 치마가 이슬에 눅었는데, 그 농군은 제 평생에 그 옷 입은 그런 손길을 만져 보기는 고사하고 쳐다보지도 못하던 위인이러라.

부인은
                        자기 남편이 아닌 줄 깨닫고 사나이도
                        제 계집 아닌 줄 알았더라. 부인은 겁이 나서 간이 서늘하고 남자는 선녀를 만난 듯하여 흥김, 겁김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숨소리는 크고 목소리는 아니 나온다. 그 부인의 마음에, 아까는 호랑이도 무섭고 귀신도 무섭더니, 지금은 호랑이나 와서 나를 잡아먹든지 귀신이나 와서 저놈을 잡아가든지 그런 뜻밖의 일을 기다리나, 호랑이도 아니 오고 귀신도 아니 오고, 눈에 보이는 것은 말 못 하는 하늘의 별뿐이요, 이 산중에는 죄 없고 힘 없는 이 내 몸과 저 몹쓸 놈과 단 두 사람뿐이라.

사람이 겁이 나다가 오래 되면 악이 나는 법이라. 겁이 날 때는 숨도 크게 못 쉬다가 악이 나면반벙어리 같은 사람도 말이 물 퍼붓듯 나오는 일도 있는지라.

“
                        여보, 웬 사람이오. 여보, 대답 좀 하오. 여보
                        남을 붙들고 떨기는 왜 그리 떠오. 여보, 벙어리요 도둑놈이오? 도둑놈이거든 내 몸의 옷이나 벗어 줄 터이니 다 가져가오.”

그 남자가 못생긴 마음에 어기뚱한 생각이 나서 말 한마디 엄두가 아니 나던 위인이 불 같은 욕심에 말문이 함부로 열렸더라.

“여보, 웬 여편네가 이 밤중에 여기 와서 있소? 아마 시집살이 마다고 도망하는 여편네지. 도망꾼이라도 붙들어다가 데리고 살면 계집 없느니보다 날 터이니 데리고 갈 일이로구. 데리고 가기는 나중 일이어니와…… 내가 어젯밤 꿈에 이 산중에서 장가를 들었더니 꿈도 신통히 맞힌다.”

하면서 무지막지한 놈의 행위라 불측한 소리가 점점 심하니, 그 부인이 죽어서 이 욕을 아니 보리라 하는 마음뿐이나, 어느 틈에 죽을 겨를도 없는지라.

사람이 생목숨을 버리는 것은 사람이 제일 설워하는 일인데, 죽으려 하여도 죽지도 못하는 그 부인 생각은 어떻다 형용할 수 없는 터이라.

빌어 보면 좋을까 생각하여 이리 빌고 저리 빌고 각색으로 빌어 보니 그 놈의 귀에 비는 소리가 쓸데없고 하릴없는 지경이라. 언덕 위에서 웬 사람이 소리를 지르는데 무슨 소린지는 모르나 부인은 그 소리를 듣고 죽었던 부모가 살아온 듯이 기쁜 마음에 마주 소리를 질렀더라.

“
                        사람 좀 살려 주오…….”

하는 소리가 아무리 부인의 목소리라도 죽을 힘을 다 들여서 지르는 밤소리라 산골이 울리니
                        언덕 위의 사람이 또 소리를 지른다. 언덕 위와 언덕 밑이 두 간 길이쯤 되나 지척을 불변하는 칠야에 서로 모양도 못 보고 또 서로 말도 못 알아듣는 터이라,
                        언덕 위의 사람이 총 한 방을 놓으니 밤중의 총소리라, 산이 울리면서 사람이 모여드는데 일본 보초병들이러라. 누구는 겁이 많고 누구는 겁이 없다 하는 말도 알 수 없는 말이라. 세상에 죄 있는 사람같이 겁 많은 사람은 없고, 죄 없는 사람같이 다기 있는 것은 없다. 부인은 총소리에도 겁이 없고 도리어 욕을 면한 것만 천행으로 여기는데, 그 남자는 제가 불측한 마음으로 불측한 일을 바라던 차이라, 총소리를 듣고 저를 죽이러 온 사람으로 알고 달아난다. 밝은 날 같으면 달아날 생각도 못 하였을 터이나, 깜깜한 밤이라 옆으로 비켜 서기만 하여도 알 수 없는 고로 종적 없이 달아났더라. 보초병이 부인을 잡아서 앞세우고 가는데 서로 말은 못 하고 벙어리가 소를 몰고 가는 듯하다.

계엄중(戒嚴中) 총소리라 평양성
                    근처에 있던 헌병이 낱낱이 모여들어서 총 놓은 군사와 부인을 데리고 헌병부로 향하여 가니, 그 부인은 어디인지 모르고 가나 성도 보이고 문도 보이는데, 정신을 차려 본즉 평양성 북문이라.

밤은 깊어 사람의 자취도 없고 사면에서 닭은 홰를 치며 울고 개는 여염집
                    평대문
                    개구멍으로 주둥이만 내어 놓고 짖는다. 닭소리, 개소리에 부인의 발이 땅에 떨어지지 못하여 걸음을 멈추고 섰는데, 오장이 녹는 듯하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개는 명물이라 밤사람을 알아보고 반가워 뛰어 나오다가 헌병이 칼을 빼어 개를 차려 하니 개 쫓겨 들어가며 짖으나 사람도 말을 통치 못하거든 더구나 짐승이야…….

“
                        개야, 너 혼자
                        집을 지키고 있구나. 우리가
                            피란 갈 때에 너를 부엌에 가두고 나왔더니 어디로 나왔느냐. 너와 같이 집에 있었더면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아니하였을 것을 살 곳 찾아가느라고 죽을 길 고생 길로 들어갔다. 나는 살아와서 너를 다시 본다마는 서방님도 아니 계시다, 너를 귀애하던 옥련이도 없다, 내가 너와 같이 다리 힘이 좋으면 방방곡곡이 찾아다닐 터이나, 다리 힘도 없고 세상에 만만하고 불쌍한 것은 여편네라 겁나는 것 많아서 못 다니겠다. 닭도 주인 없는 집에서 혼자 울고, 개도 주인 없는 집에서 혼자 짖는구나. 개야, 이리 나오거라. 나는 어디로 잡혀 가는지 내 발로 걸어가나 내 마음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헌병이 소리를 질러 가기를 재촉하니 부인이 하릴없이 헌병부로 잡혀 가는데 개는 멍멍 짖으며 따라오니
                        그 개 짖고 나오던 집은
                        부인의 집이러라.

그날은 평양성에서 싸움 결말 나던 날이요,
                        성중의 사람이 진저리 내던 청인이 그림자도 없이 다 쫓겨 나가던 날이요, 철환은 공중에서 우박 쏟아지듯 하고 총소리는 평양성 근처가 다 두려 빠지고 사람 하나도 아니 남을 듯하던 날이요, 평양사람이 일병 들어온다는 소문을 듣고 일병은 어떠한지, 임진난리에 평양 싸움 이야기하며 별공론이 다 나고 별염려 다 하던 그 일병이 장마통에 검은 구름 떠들어오듯 성
                    내·성
                    외에 빈틈없이 들어와 박히던 날이라.

본래
                        평양성중 사는 사람들이 청인의 작폐에 견디지 못하여 산골로 피란 간 사람이 많더니, 산중에서는 청인 군사를 만나면 호랑이 본 것 같고 원수 만난 것 같다. 어찌하여 그렇게 감정이 사나우냐 할 지경이면, 청인의 군사가 산에 가서 젊은 부녀를 보면 겁탈하고, 돈이 있으면 빼앗아 가고, 제게 쓸데없는 물건이라도 놀부의 심사같이 장난하니,
                        산에 피란 간 사람은 난리를 한 층 더 겪는다. 그러므로
                        산에 피란 갔던 사람이 평양성으로 도로 피란 온 사람도 많이 있었더라.

그 부인은 평양성 북문 안에 사는데 며칠 전에 산에 피란도 갔다가 산에도 있을 수 없고, 촌에 사는 일갓집으로 피란 갔다가 단칸방에서 주인과 손과 여덟 식구가 이틀 밤을 앉아 새우고 하릴없이 평양성
                    내로 도로 온 지가 불과 수일 전이라. 그때 마음에 다시는 죽어도 피란 가지 아니한다하였더니, 오늘 새벽부터 총소리는 천지를 뒤집어 놓고 사면 산꼭대기
                    들 가운데에 불비가 쏟아지니 밝기를 기다려서 피란길을 떠났는데,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젊은 내외와 어린 딸 옥련이와 단 세 식구
                    피란이라.

성중에는 울음 천지요, 성밖에는 송장 천지요, 산에는 피란꾼 천지라. 어미가 자식 부르는 소리,서방이 계집 부르는 소리, 계집이 서방 부르는 소리, 이렇게 사람 찾는 소리뿐이라. 어린아이를 내버리고 저 혼자 달아나는 사람도 있고, 두 내외 손을 맞붙들고 마주 찾는 사람도 있더니, 석양판에는 그 사람이 다 어디로 가고 없던지 보이지 아니하고, 모란봉 아래서
                        옥련이 부르고 다니는 부인 하나만 남아 있더라.

그 부인의 남편 되는 사람은 나이스물아홉 살인데,
                        평양서 돈 잘 쓰기로 이름 있던 김관일이라.

피란길 인해 중에 서로 잃고 서로 찾다가 김관일은
                        저의 집으로 혼자 돌아와서 그날 밤에 빈집에 혼자 있다가 밤중에 개가 하도 몹시 짖거늘 일어나서 대문을 열고 보려 하다가 겁이 나서 열지는 못하고 문틈으로 내다보기도 하였으나 벌써 헌병이 그 부인을 앞세우고 가니, 김관일은 그 부인이 헌병에게 붙들려 가는 줄은 생각 밖이요, 그 부인은 그 남편이 집에 있기는 또한 꿈도 아니 꾸었더라.

김씨는 혼자 빈집에 있어서 밤새도록 잠들지 못하고 별생각이 다 난다. 북문 밖 넓은 들에 철환 맞아 죽은 송장과 죽으려고 숨넘어가는 반송장들은 제각각 제 나라를 위하여 전장에 나와서 죽은 장수와 군사들이라. 죽어도 제 직분이어니와, 엎드러지고 곱들어져서 봄바람에 떨어진 꽃과 같이 간 곳마다 발에 밟히고 눈에 걸리는 피란꾼들은 나라의 운수런가. 제 팔자 기박하여 평양 백성 되었던가. 땅도 조선 땅이요 사람도 조선 사람이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이, 우리나라사람들이
                        남의 나라 싸움에 이렇게 참혹한 일을 당하는가.
                        우리 마누라는
                        대문 밖에 한걸음 나가 보지 못한 사람이요,
                        내 딸은
                        일곱 살 된 어린아이라 어디서 밟혀 죽었는가. 슬프다. 저러한 송장들은 피가 시내 되어 대동강에 흘러들어 여울목 치는 소리 무심히 듣지 말지어다. 평양 백성의 원통하고 설운 소리가 아닌가. 무죄히 죄를 받는 것도 우리나라 사람이요, 무죄히 목숨을 지키지 못하는 것도 우리나라사람이라. 이것은 하늘이 지으신 일이런가, 사람이 지은 일이런가. 아마도 사람의 일은 사람이 짓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제 몸만 위하고 제 욕심만 채우려 하고, 남은 죽든지 살든지, 나라가 망하든지 흥하든지 제 벼슬만 잘하여 제 살만 찌우면 제일로 아는 사람들이라.

평안도백성은 염라대왕이 둘이라. 하나는 황천에 있고, 하나는
                        평양 선화당에 앉았는 감사이라. 황천에 있는 염라대왕은 나이 많고 병들어서 세상이 귀치 않게 된 사람을 잡아가거니와,
                        평양선화당에 있는 감사는 몸 성하고 재물 있는 사람은 낱낱이 잡아가니, 인간 염라대왕으로 집집에 터주까지 겸한 겸관이 되었는지, 고사를 잘 지내면 탈이 없고 못 지내면 온 집안에 동토가 나서 다 죽을 지경이라. 제 손으로 벌어 놓은 제 재물을 마음놓고 먹지 못하고 천생 타고난 제 목숨을 남에게 매어 놓고 있는 우리나라 백성들을 불쌍하다 하겠거든, 더구나 남의 나라 사람이 와서 싸움을 하느니 지랄을 하느니, 그러한 서슬에 우리는 패가하고 사람 죽는 것이 다 우리나라 강하지 못한 탓이라.

오냐, 죽은 사람은 하릴없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나 이후에 이러한 일을 또 당하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 제일이다. 제 정신 제가 차려서 우리나라도 남의 나라와 같이 밝은 세상 되고 강한 나라 되어 백성 된 우리들이 목숨도 보전하고 재물도 보전하고, 각도
                    선화당과 각도
                    동헌 위에 아귀 귀신 같은 산 염라대왕과 산 터주도 못 오게 하고, 범 같고 곰 같은 타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감히 싸움할 생각도 아니하도록 한 후이라야 사람도 사람인 듯싶고 살아도 산 듯싶고, 재물 있어도 제 재물인 듯하리로다.

처량하다, 이 밤이여. 평양 백성은 어디 가서 사생중에 들었으며, 아귀 같은 염라대왕은 어느 구석에 박혔으며, 우리 처자는 어떻게 되었는고. 우리 내외 금실이 유명히 좋던 사람이요,
                        옥련이를 남다르게 귀애하던 가정이라. 그러하나 세상에 뜻이 있는 남자 되어 처자만 구구히 생각하면 나라의 큰일을 못 하는지라. 나는 이 길로 천하 각국을 다니면서 남의 나라 구경도 하고 내 공부 잘한 후에
                        내 나라 사업을 하리라 하고 밝기를 기다려서 평양을 떠나가니, 그 발길 가는 데는 만리 타국이라.

그 부인은 일본군 헌병부로 잡혀 갔으나,
                        규중에서 생장한 부인이 그러한 난리중에 그러한 풍파를 겪었다 하는 말을 듣는 자 누가 불쌍타 하지 아니하리요. 통변이 말을 전하는 대로 헌병장이 고개를 기울이고 불쌍하다 가이없다 하더니, 그 밤에는 군중에서 보호하고 그 이튿날

                        제 집으로 돌려보내니, 부인은 하룻밤 동안에 세상 풍파를 다 지내고 본집으로 돌아왔더라.

아침 날 서늘한 기운에 빈집같이 쓸쓸한 것은 없는데 그 부인이 그 집에 들어와 보더니 처창한 마음이 새로이 나서
                        이 집구석에서 나 혼자 살아 무엇 하리 하면서 마루 끝에 털썩 걸터앉더니 정신없이 모으로 쓰러졌다.

어젯날

                        피란 갈 때에 급하고 겁나는 마음에 밥도 먹지 아니하고 나섰다가 하룻날
                    하룻밤에 고생한 일은 인간에 나 하나뿐인가 싶은 마음에 배가 고픈지 다리가 아픈지 모르고 지냈더니,
                        내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도 소식 없고 옥련이도 간 곳 없고, 엉성한 네 기둥과 적적한 마루 위에 덧문 척척 닫힌 방을 보고, 이 몸이 앉은 채로 쓰러져 없었으면 좋으련마는, 그렇지 아니하면 무슨 경황에
                        내 손으로 저 방문을 열고 내 발로 저 방으로 들어갈까 하는 혼자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더라.

평시절 같으면 이웃사람도 오락가락하고 방물장수, 떡장수도 들락날락할 터인데, 그때는
                        평양성 중에 살던 사람들이 이번 불소리에 다 달아나고 있는 것은 일본 군사뿐이라. 그 군사들이 까마귀 떼 다니듯이 하며 이집
                    저집 함부로 들어간다.

본래 전시국제공법(戰時國際公法)에, 전장에서 피란 가고 사람 없는 집은 집도 점령하고 물건도 점령하는 법이라. 그런고로 군사들이 빈 집을 보면 일삼아 들어간다.

김씨 집에 들어와서 보는 군사들은 마루 끝에 부인이 누웠는 것을 보고 도로 나갈 뿐이라. 아마도 부인을 구하여 줄 사람은 없었더라. 만일 엄동설한에 하루 동안을 마루에 누웠으면 얼어 죽었을 터이나, 다행히 일기가 더운 때라, 종일 정신없이 마루에 누웠으나 관계치 아니하였더라.

밤이 되매 비로소 정신이 나기 시작하는데, 꿈 깨고 잠 깨듯 별안간에 정신이 난 것이 아니라 모란봉에 안개 걷히듯 차차 정신이 난다. 처음에 눈을 떠서 보니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다시 눈을 둘러보니 우중충한 집에 나 혼자 누웠으니 이곳은 어디며 이 집은 뉘 집인지, 나는 어찌하여 여기 와서 누웠는지 곡절을 모른다.

차차 본즉
                        내 집이요, 차차 생각한즉 여기 와서 걸터앉았던 생각도 나고, 어젯밤에
                        일본 헌병부로 가던 생각도 나고, 총소리에 사람 모여들던 생각도 나고, 도둑놈에게 욕을 볼 뻔하던 생각이 나면서 새로이 소름이 끼친다.

정신이 번쩍 나고 없던 기운이 번쩍 나서 벌떡 일어앉았으니, 새로 남편 생각과 옥련이 생각만 난다.

안방에는 옥련이가 자는 듯하고, 사랑방에는 남편이 있는 듯하다. 옥련이를 부르면 나올 듯하고, 남편을 부르면 대답을 할 것 같다. 어젯날 지낸 일은 정녕 꿈이라, 내가 악몽을 꾸었지, 지금은 깨었으니 옥련이를 불러 보리라 하고 안방으로 고개를 두르고
                        옥련아, 옥련아, 옥련아, 부르다가 소름이 죽죽 끼치고 소리가 점점 움츠러진다. 일어서서 안방 문 앞으로 가니, 다리가 덜덜 떨리고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방문을 왈칵 잡아당기니 방 속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나며 부인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주저앉았더라.

어제 아침에 이 방에서
                        피란 갈 때에는 방 가운데 아무것도 늘어놓은 것 없었더니, 오늘 아침에 김관일이가 외국에 가려고 결심하고 나갈 때에 무엇을 찾느라고 다락 쇽 벽장 속에 있는 세간을 낱낱이 내어 놓고 궤 문도 열어 놓고, 농문도 열어 놓고, 궤짝 위에 농짝도 놓고 농짝 위에 궤짝도 얹었는데, 단정히 놓인 것도 있지마는 곧 내려질 듯한 것도 있었더라. 방문은 무슨 정신에 닫고 갔던지, 방 안의 벽장문, 다락문은 열린 채로 두었더라.

강아지만한 큰 쥐가 다락에서 나와서 방 안에서 제 세상같이 있다가, 방문 여는 소리를 듣고 궤 위에서 방바닥으로 내려 뛰는데, 그 궤가 안동하여 떨어지니, 그 궤는 옥련의 궤라 조개껍질도 들고, 서양철 조각도 들고 방울도 들고 유리병도 들었으니, 그 궤가 떨어질 때는 소리가 조용치는 못하겠으나 부인이 겁결에 들은즉 벼락치는 소리같이 들렸더라.

부인이 정신을 차려서 당성냥을 찾으려고 방 안으로 들어가니, 발에 걸리고 몸에 부딪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서운 마음에 도로 나와서 마루 끝에 앉았더라. 이 밤이 초저녁인지 밤중인지 샐녘인 지 모르고 날 새기만 기다리는데, 부인의 마음에는
                        이 밤이 샐 때가 되었거니 하고 동편 하늘만 바라보고 있더라.

두 날개 탁탁 치며 꼬끼요 우는 소리는 첫닭이 분명한데 이 밤 새우기는 참 어렵도다. 그렇게 적적한 집에 그 부인이 혼자 있어서 하루, 이틀, 열흘, 보름을 지낼수록 경황없고 처량한 마음이 조금도 감하지 아니한다. 감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심란한 마음이 깊어 가더라. 그러면 무슨 까닭으로 세상에 살아 있는고. 한 가지 일을 기다리고 죽기를 참고 있었더라.

피란 갔던 이튿날
                    방 안에 세간이 늘어놓인 것을 보고 남편이 왔던 자취를 알고 부인의 마음에는
                        남편이 옥련이와 나를 찾아다니다가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 보고 또 찾으러 간 줄로 알고, 그 남편이 방향 없이 나서서 오죽 고생을 할까 싶은 마음에 가이없으면서 위로는 되더니, 그날 해가 지고 저무니 남편이 돌아올까 기다리는 마음에 대문을 닫지 아니하고 앉아 밤을 새웠더라.

그 이튿날 또 다음날을, 날마다
                    밤마다 때마다 기다리는데 사람의 소리가 들리면 뛰어나가 보고, 개가 짖으면 쫓아가서 본다.

고대하던 마음은 진하고 단망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느 곳에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 하는 소문이 있으면 남편이 거기서 죽은 듯하고, 어느 곳에서는 어린아이 죽었다는 말이 들리면
                        내 딸
                    옥련이가 거기서 죽은 듯하다.

남편이 살아 오거니 하고 고대할 때는 마음을 붙일 곳이 있어서 살아 있었거니와, 죽어서 못 오거니 하고 단망하니 잠시도 이 세상에 있기가 싫다.

부인이 죽기로 결심하고 대동강 물에 빠져 죽을 차로 밤 되기를 기다려 강가로 향하여 가니, 그 때는 구월 보름이라 하늘은 씻은 듯하고 달은 초롱 같다. 은가루를 뿌린 듯한 백사장에 인적은 끊어지고 백구는 잠들었다. 부인이 탄식하여 가로되,

“달아 물어 보자, 너는 널리 보리로다. 낭군이 소식 없고 옥련은 간 곳 없다. 이 세상에 있으면 집 찾아왔으련만 일거 무소식하니
                            북망객
                         됨이로다. 이 몸이 혼자 살면 일평생 근심이요, 이 몸이 죽었으면 이 근심 모르리라. 십오 년
                        부부정과 일곱 해
                        모녀정이 어느 때 있었던지 지금은 꿈 같도다. 꿈같은 이내 평생 오늘날뿐이로다. 푸르고 깊은 물은 갈 길이 저기로다.”

이러한 탄식을 마치매 치마를 걷어잡고 이를 악물고 두 눈을 딱 감으면서 물에 뛰어내리니, 그 물은 대동강이요 그 사람은
                        김관일의 부인이라. 물 아래 뱃나들이에 한 거룻배가 비꼈는데, 그 배 속에서
                        사공 하나와 평양성 내에 사는 고장팔이라 하는 사람과 단둘이 달밤에 밤윷을 노는데, 그 사공과 고가는 각 어미 자식이나 성정은 어찌 그리 똑같던지, 사공이 고가를 닮았는지, 고가가 사공을 닮았는지, 벌어먹는 길만 다르나 일만 없으면 두 놈이 함께 붙어 지낸다.

무엇을 하느라고 같이 붙어 지내는고. 둘 중에 하나만 돈이 있으면 서로 꾸어 주며 투전을 하고, 둘이 다 돈이 없으면 담배내기 밤윷이라도 아니 놀고는 못 견딘다. 하루 밥을 굶어라 하면 어렵게 여기지 아니하나 하루 노름을 하지 말라 하면 병이 날 듯한 놈들이라. 그 밤에도 고가가 그 사공을 찾아가서 단둘이 밤윷을 놀다가 물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나 윷에 미쳐서 정신을 모르다가, 물 위에서 웬 사람이 떠내려오다가 배에 걸려서 허덕거리는 것을 보고 급히 뛰어내려서 건진즉 한 부인이라. 본래 부인이 높은 언덕에서 뛰어내렸더면 물이 깊고 얕고 간에 살기가 어려웠을 터이나,
                        모래톱
                    에서 물로 뛰어들어가니 그 물이
                        한두 자 깊이가 될락말락한 물이라, 물이 낮아 죽지 아니하였으나 부인은 죽을 마음으로 빠진 고로 얕은 물이라도 죽을 작정만 하고 드러누우니 얼른 죽지는 아니하고 물에 떠서 내려가다가
                        배에 있던 사람에게 구원한 것이 되었더라.

화약 연기는 구름에 비 묻어 다니듯이 평양의 총소리가 의주로 올라가더니 백마산에는 철환 비가 오고 압록강에는 송장으로 다리를 놓는다.

평양은 난리 평정이 되고 의주는 새로 난리를 만났으니 가령 화재 만난 집에서 안방에는 불을 잡았으나 건넌방에는 불이 붙는 격이라. 안방이나 건넌방이나 집은 한 집이언만, 안방 식구는 제 방에만 불 꺼지면 다행으로 안다. 의주서는 피비 오는데 평양성중에는 차차 웃음 소리가 난다.

피란 가서 어느 구석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차차 모여들어서 성중에는 옛 모양이 돌아온다.

집집의 걸어 닫혔던 대문도 열리고, 골목골목에 사람의 자취가 없던 곳도 사람이 오락가락하고, 개 짖고 연기 나는 모양이 세상은 평화 된 듯하나,
                        북문 안의 김관일의 집에는 대문이 닫힌 대로 있고 그 집
                    문간엔 사람이 와서 찾는 자도 없었더라. 하루는
                    어떠한 노인이 부담말 타고 오다가
                        김씨 집 앞에서 말께 내리더니,
                        김씨 집
                    대문을 흔들어 본즉 문이 걸리지 아니하였거늘 안으로 들어가더니 나와서 이웃집에 말을 묻는다.

“
                        여보, 말 좀 물어 봅시다. 저 집이 김관일
                        김초시 집이오?”

“네, 그 집이오, 그 집에 아무도 없나 보오.”

“
                        나는
                            김관일의 장인 되는 사람인데,
                            내 사위는 만나 보았으나
                            내 딸과 외손녀는 피란 갔다가 집 찾아왔는지 아니 왔는지 몰라서 내가 여기까지 온 길이러니, 지금 그 집에 들어가서 본즉 아무도 없기로 궁금하여 묻는 말이오.”

“
                        우리도 피란 갔다가 돌아온 지가 며칠 되지 아니하였으니 이웃집 일이라도 자세히 모르겠소.”

노인이 하릴없이 다시
                        김씨 집에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은 난리를 만나 도망하고 세간은 도둑을 맞아서 빈 농짝만 남았는데, 벽에 언문 글씨가 있으니, 그 글씨는
                        김관일부인의 필적인데, 대동강
                    물에 빠져 죽으려고 나가던 날의 세상 영결하는 말이라.

노인이 그 필적을 보고 놀랍고 슬픈 마음을 진정치 못하였더라.

그 노인은 본래 평양성내에서 살던
                        최주사
                        라 하는 사람인데 이름은 항래라. 십 년 전에 부산으로이사하여 크게 장사하는데, 그때 나이 오십이라. 재산은 유여하나 아들이 없어서 양자하였더니 양자는 합의치 못하고, 소생은 딸 하나 있으니 그 딸은 편애할 뿐 아니라 그 딸을 기를 때에
                        최주사
                        는 애쓰고 마음 상하면서 길러 낸 딸이요, 눈살맞고 자라난 딸인데, 그 딸인즉
                        김관일의 부인이라.

최씨가 그 딸 기를 때의 일을 말하자 하면 소진(蘇秦)의 혀를 두 셋씩 이어 놓고
                        삼
                        사월 긴긴 해를 몇씩 포개 놓을지라도 다 말할 수 없는 일이러라. 그 부인의 이름은 춘애라. 일곱 살에 그 모친이 돌아가고 계모에게 길렸는데, 그 계모는 부인 범절에는 사사이 칭찬 듣는 사람이나 한 가지 결점이 있으니, 그 흠절은 전실 소생 춘애에게 몹시 구는 것이라. 세간 그릇 하나라도 전실 부인이 쓰던 것이면 무당 불러서 불살라 버리든지 깨뜨려 버리든지 하여야 속이 시원하여지는 성정이라. 그러한 계모의 성정에 사르지도 못하고 깨뜨리지도 못할 것은 전실 소생 춘애라. 최씨가 그 딸을 옥같이 사랑하고 금같이 귀애하나 그 후취 부인 보는 때는 조금도 귀애하는 모양을 보이면 춘애는 그 계모에게 음해를 받을 터이라. 그런고로최주사
                    가 그 딸을 칭찬하고 싶은 때도 그 계모 보는 데는 꾸짖고 미워하는 상을 보이는 일도 많다.

그러면 최주사
                    가 그 후취 부인에게 쥐여 지내느냐 할 지경이면 그렇지도 아니하다.

그 후취 부인은 죽어 백골 된 전실에게 투기하는 마음 한 가지만 아니면 아무 흠절이 없으니, 그러한 부인은 쇠사슬로 신을 삼아 신고 그 신이 날이 나도록 조선 팔도를 다 돌아다니더라도 그만한 아내는 얻기가 어렵다 하는 집안 공론이다. 최씨가 후취 부인과 금실도 좋고
                        전취 소생 춘애
                    도 사랑하니, 춘애를 위하여 주려 하면 후실 부인의 뜻을 맞추어 주는 일이 상책이라. 춘애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눈치 빠르기로는 어린아이로 볼 수가 없다. 계모에게 따르기를 생모같이 따르면서 혼자 앉으면 눈물을 씻고 죽은 어머니를 생각하더라. 춘애가 그러한 고생을 하고 자라나서
                        김관일의 부인이 되었는데, 최씨는 그 딸을 출가한 딸로 여기지 아니하고 젖 먹이는 딸과 같이 안다.

평양의 난리 소문이 다른 사람 듣기에는 이웃집에 초상났다는 소문과 같이 심상히 들리나, 부산사는 최항래
                    최주사
                    의 귀에는 소름이 끼치도록 놀랍고 심려되더니, 하루는 그 사위
                    김관일이가 부산
                    최씨 집에 와서 난리 겪은 말도 하고,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고자 하는 목적을 말하니, 최씨가 학비를 주어서 외국에 가게 하고, 최씨는 그 딸과 외손녀의 생사를 자세히 알고자 하여 평양에 왔더니, 그 딸이 대동강 물에 빠져 죽을 차로 벽상에 그 회포를 쓴 것을 보니, 그 딸 기를 때의 불쌍하던 마음이 새로이 나서, 일곱 살에
                        저의 어머니 죽을 때에 죽은 어미의 뺨을 대고 울던 모양도 눈에 선하고, 계모의 눈살을 맞아서 조접이 들던 모양도 눈에 선하고, 내가 부산 갈 때에 부녀가 다시 만나 보지 못하는 듯이 낙루하며 작별하던 모양도 눈에 선한 중에 해는 점점 지고 빈 집에 쓸쓸한 기운은 날이 저물수록 형용하기 어렵더라.

최씨가 데리고 온 하인을 부르는데 근력 없는 목소리로,

“
                        막동아, 부담 떼서 안마루에 갖다 놓아라.”

“말은 어데 갖다 매오리까?”

“
                        마방집에 갖다 매어라.”

“
                        소인은 어디서 자오리까?”

“
                        마방집에 가서 밥이나 사서 먹고 이 집 행랑방에서 자거라.”

“
                        나리께서도 무엇을 좀 사다가 잡숫고 주무시면 좋겠습니다.”

“
                        나는 술이나 먹겠다. 부담에 달았던 술 한 병 떼어 오고 찬합만 끌러 놓아라. 혼자
                        이 방에 앉아 술이나 먹다가 밤 새거든 새벽길 떠나서 도로 부산으로 가자. 난리가 무엇인가 하였더니 당하여 보니 인간에 지독한 일은 난리로구나.
                            내 혈육은 딸 하나
                        외손녀 하나뿐이러니 와서 보니 이 모양이로구나. 막동아, 너같이 무식한 놈더러 쓸데없는 말 같지마는 이후에는 자손 보존하고 싶은 생각 있거든 나라를 위하여라. 우리나라가 강하였더면 이 난리가 아니 났을 것이다. 세상 고생 다 시키고 길러 낸
                            내 딸자식
                        나 젊고 무병하건마는 난리에 죽었구나. 역질
                        홍역 다 시키고 잔주접 다 떨어 놓은 외손녀도 난리중에 죽었구나.”

“
                        나라는 양반님네가 다 망하여 놓셨지요. 상놈들은 양반이 죽이면 죽었고, 때리면 맞았고, 재물이 있으면 양반에게 빼앗겼고, 계집이 어여쁘면 양반에게 빼앗겼으니, 소인 같은 상놈들은 제 재물 제 계집 제 목숨 하나를 위할 수가 없이 양반에게 매였으니, 나라 위할 힘이 있습니까. 입 한번을 잘못 벌려도 죽일 놈이니 살릴 놈이니, 오금을 끊어라 귀양을 보내라 하는 양반님 서슬에 상놈이 무슨 사람값에 갔습니까. 난리가 나도 양반의 탓이올시다. 일청전쟁도
                            민영춘이란 양반이 청인을 불러왔답니다. 나리께서 난리 때문에 따님아씨도 돌아가시고 손녀아기도 죽었으니 그 원통한 귀신들이
                            민영춘이라는 양반을 잡아갈 것이올시다.”

하면서 말이 이어 나오니, 본래 그 하인은 주제넘다고 최씨 마음에 불합하나, 이번 난리중 험한 길에 사람이 똑똑하다고 데리고 나섰더니 이러한 심란중에 주제넘고 버릇없는 소리를 함부로 하니 참 난리난 세상이라. 난리중에 꾸짖을 수도 없고 근심중에 무슨 소리든지 듣기도 싫은 고로 돈을 내어 주며 하는 말이,
                        막동아 너도 나가서 술이나 싫도록 먹어라. 홧김에 먹고 보자 하니 막동이는 밖으로 나가고, 최씨는 혼자 술병을 대하여 팔자 한탄하다가 술 한 잔 먹고, 세상 원망하다가 술 한 잔 먹고, 딸 생각이 나도 술 한 잔 먹고, 외손녀 생각이 나도 술 한 잔 먹고, 술이 얼근하게 취하더니 이 생각 저 생각 없이 술만 먹다가 갓 쓴 채로 목침 베고 드러누웠더니 잠이 들면서 꿈을 꾸었더라. 모란봉 아래서 딸과 외손녀를 데리고 피란을 가다가 노략질꾼 도둑을 만나서 곤란을 무수히 겪다가 딸이 도둑을 피하여 가느라고 높은 언덕에서 떨어져 죽는 것을 보고 최씨가 도둑놈을 원망하여 도둑놈을 때려 죽이려고 지팡이를 들고 도둑을 때리니, 도둑놈이 달려들어 최씨를 마주 때리거늘, 최씨가 넘어져서 일어나려고 애를 쓰는데 도둑놈이 최씨를 깔고 앉아서 멱살을 쥐고 칼을 빼니 최씨가 숨을 쉴 수가 없어 일어나려고 애를 쓰니 최씨가 분명 가위를 눌린 것이다.

곁에서 사람이 최씨를 흔들며
                        아버지
                        여기를 어찌 오셨소, 아버지, 아버지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깨치니 남가일몽이라. 눈을 떠서 자세히 본즉 대동강물에 빠져 죽으려고 벽상에 회포를 써서 붙였던 딸이 살아온지라, 기쁜 마음에 정신이 번쩍 나서 생각한즉 이것도 꿈이 아닌가 의심난다.

“
                        이애, 네가 죽으려고 벽상에 유언을 써서 놓은 것이 있더니 어찌 살아왔느냐. 아까 꿈을 꾸니 네가 언덕에서 떨어져 죽었더니 지금 너를 보니 이것이 꿈이냐, 그것이 꿈이냐? 이것이 꿈이어든 이 꿈을 이대로 깨지 말고 십 년
                        이십 년이라도 이대로 지냈으면 그 아니 좋겠느냐.”

하는 말이 최씨 생각에는 그 딸 만나 보는 것이 정녕 꿈같고 그 딸이 참 살아온 사기는 자세히 모른다.

원래 최씨 부인이 물에 빠져 떠내려갈 때에 뱃사공과 고장팔에게 구한 바 되었는데,
                        장팔의 모와
                        장팔의 처
                    가 그 부인을 교군에 태워서 저희 집으로 모시고 가서 수일을 극진히 구원하였다가 그 부인이 차차 완인이 되매 그날 밤 들기를 기다려서 부인이
                        장팔의 모를 데리고 집에 돌아온 길이라.
                        장팔의 모는 길가에서 무엇을 사가지고 들어온다 하고 뒤떨어졌는데, 그 부인은 발씨 익은 내 집이라 앞서서 들어온즉 안마루에 부담 상자도 있고 안방에는 불이 켜서 밝은지라. 이전 마음 같으면 부인이 그 방문을 감히 열지 못하였을 터이나 별풍상 다 지내고 지금은 겁나는 것도 없고 무서운 것도 없는지라,
                        내 집

                        내 방에 누가 와서 들어앉았는가 생각하면서 서슴지 아니하고 방문을 열어 보니 웬 사람이 자다가 가위를 눌려서 애를 쓰는 모양인데, 자세히 본즉 자기의 부친이라. 부인이 그때에 부친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아무 말도 아니하고 나오느니 울음뿐이라.

뒤떨어졌던
                        고장팔의 모가 들어 달아오면서 덩달아 운다.

“에그, 나리마님이 이 난리중 여기 오셨네. 알 수 없는 것은 세상 일이올시다. 나리께서 부산으로 이사 가실 때에 할미는 늙은 것이라 살아서 다시 나리께 뵙지 못하겠다 하였더니 늙은 것은 살았다가 또 뵈옵는데 어린 옥련애기와 젊으신 서방님은 어디 가서 돌아가셨는지 나리 오신 것을 못 만나 뵈네.”

하는 말은 속에서 솟아나오는 인정이라. 그 노파가 그 인정이 있을 만도 한 사람이다.

고장팔의 모가 본래
                        최씨 집 종인데 삼십 전부터 드난은 아니하나 최씨의 덕으로 살다가 최씨가 이사 갈 때에
                        장팔의 모는 상전을 따라가고자 하나 장팔이가 노름꾼으로
                        최씨의 눈 밖에 난 놈이라 최씨를 따라가지 못하고 끈 떨어진 뒤웅박같이 평양에 있었더니, 이번에는 노름 덕으로 대동강 배 속에서 밤잠 아니 자고 있다가 최씨 부인을 구하여 살렸으니, 장팔이 지금은 노름하는 칭찬도 들을 만하게 되었더라.

최씨 부인이 그 부친에게 남편
                    김씨가 외국으로 유학하러 갔다는 말을 듣고 만 리의 이별은 섭섭하나 난리중에 목숨을 보전한 것만 천행으로 여겨서, 부친의 말하는 입을 쳐다보면서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나 얼굴에는 기쁜 빛을 띄우더라.

“이애 김집아,
                            네 집은 외무주장하니 여기서 고단하여 살 수 없을 것이니 나를 따라 부산으로 내려가서
                            내 집에 같이 있으면 좋지 아니하겠느냐.”

“
                        내가 물에 빠져 죽으려 하기는 가장이 죽은 줄로 생각하고 나 혼자 세상에 살아 있기가 싫은 고로 대동강에 빠졌더니, 사람에게 건진 바 되어 살았다가 가장이 살아서 외국에 유학하러 갔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나는 이 집을 지키고 있다가 몇 해 후가 되든지 이 집에서 다시 가장의 얼굴을 만나 보겠으니 아버지께서는 딸 생각 말으시고 딸 대신 사위의 공부나 잘 하도록 학비나 잘대어 주시기를 바랍나이다. 나는 이 집에서
                            장팔의 어미를 데리고 박토 마지기에서 도지섬 받는것 가지고 먹고 있겠소. 그러나 옥련이가 있었더면 위로가 되었을걸, 허구한 세월을 어찌 기다리나.”

하는 소리에 최주사
                    가 흉격이 막히나 다사(多事)한 사람이 오래 있을 수 없는 고로 수일 후에 부산으로 내려가고 최씨 부인은
                        장팔의 어미를 데리고 있으니, 행랑에는 늙은 과부요 안방에는 젊은 생과부가 있어서 김씨를 오기만 기다리고 세월 가기만 기다린다. 밤에는 밤이 길고 낮에는 낮이 긴데 그 밤과 그 낮을 모아 달 되고 해 되니, 천하에 어려운 것은 사람 기다리는 것이라. 부인의 생각에는 인간의 고생이 나 하나뿐인 줄로 알고 있건마는, 그보다 더 고생하는 사람이 또 있으니, 그것은
                        부인의 딸
                    옥련이라.

당초에 옥련이가
                        피란 갈 때에 모란봉 아래서 부모의 간 곳 모르고 어머니를 부르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난데없는 철환 한 개가 넘어오더니 옥련의 왼편 다리에 박혀 넘어져서 그날 밤을 그 산에서 목숨이 붙어 있었더니, 그 이튿날
                    일본 적십자 간호수가 보고 야전병원으로 실어 보내니 군의(軍醫)가 본즉 중상은 아니라. 철환이 다리를 뚫고 나갔는데 군의 말이, 만일 청인의 철환을 맞았으면 철환에 독한 약이 섞인지라 맞은 후에 하룻밤을 지냈으면 독기가 몸에 많이 퍼졌을 터이나, 옥련이가 맞은 철환은 일인의 철환이라 치료하기 대단히 쉽다 하더니, 과연 삼 주일이 못 되어서 완연히 평일과 같은지라. 그러나 옥련이는 갈 곳이 없는 아이라, 병원에서
                        옥련의 집을 물은즉 평양 북문  안이라하니 병원에서 옥련이가 나이 어리고 또한 정경을 불쌍케 여겨서 통사를 안동하여
                        옥련의 집에 가서 보라 한즉, 그때는
                        옥련의 모친이 대동강 물에 빠져 죽으려고 벽상에 그 사정 써서 붙이고 간 후이라, 통변이 그 글을 보고 옥련을 불쌍히 여겨서 도로 데리고 야전병원으로 가니, 군의
                    정상소좌(井上少佐)가 옥련의 정경을 불쌍히 여기고 옥련의 자품을 기이하게 여겨 통변을 세우고 옥련의 뜻을 묻는다.

“
                        이애,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디로 간지 모르냐?”

“……”

“그러면 네가
                            내 집에 가서 있으면 내가 너를 학교에 보내어 공부하도록 하여 줄 것이니, 네가 공부를 잘하고 있으면 아무쪼록
                            너의 나라에 탐지하여
                            너의 부모가 살았거든
                            너의 집으로 곧 보내 주마.”

“
                        우리 아버지
                            어머니
                        가 살아 있는 줄을 알고 나를 도로 우리집에 보내 줄 것 같으면 아무 데라도가고 아무것을 시키더라도 하겠소.”

“그러면 오늘이라도 인천으로 보내서 어용선을 타고 일본으로 가게 할 것이니,
                            내 집은 일본
                        대판(大阪)이라.
                            내 집에 가면 우리 마누라가 있는데, 아들도 없고 딸도 없으니 너를 보면 대단히 귀애할것이니
                            너의 어머니로 알고 가서 있거라.”

하면서 귀국하는 병상병(病傷兵)
                    에게 부탁하여 일본
                    대판으로 보내니, 옥련이가 교군 바탕을 타고 인천까지 가서 인천서 유선을 타니, 등뒤에는 부모 소식이 묘연하고 눈앞에는 타국 산천이 생소하다.

만일 용렬한 아이가 일곱 살에 난리
                    피란을 가다가 부모를 잃었으면 어미 아비만 생각하고 낯선 사람이 무슨 말을 물으면 눈물이 비죽비죽하고 주접이 덕적덕적하고 묻는 말을 대답도 시원히못 할 터이나, 옥련이는 어디 그러한 영리하고 숙성한 아이가 있었던지 혼자 있을 때는 부모를 보고 싶은 마음에 죽을 듯하나 사람을 대할 때는 어찌 그리 천연하던지, 부모 생각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더라. 옥련의 얼굴은 옥을 깎아서 연지분으로 단장한 것 같다.

옥련의 부모가 옥련 이름 지을 때에 옥련의 모양과 같이 아름다운 이름을 짓고자 하여 내외 공론이 무수하였더라. 옥같이 희다 하여 옥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옥련이 모친이요, 연꽃같이 번화하다 하여 연화라고 부르는 사람은
                        옥련의 부친이라.

그 아이 이름 짓던 날은 의논이 부산하다가 구화담판되듯 옥자, 련자를 합하여 옥련이라고 지은 이름이라. 부모 된 사람이 제 자식 귀애하는 마음에 혹 시꺼먼 괴석 같은 것도 옥같이 보는 일도 있고, 누렁퉁이나 호박꽃같이 생긴 것도 연꽃같이 보이는 일도 있기는 있지마는,
                        옥련이 같은 아이는
                        옥련의 부모의 눈에만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람이든지 칭찬 아니하는 사람이 없고, 또 자식 없는 사람이 보면 빼앗아 갈 것같이 탐을 내서 하는 말에,
                        옥련이를 잡아가서 내 딸이 될 것 같으면 벌써 집어 갔겠다 하는 사람이 무수하였더라.

그러하던 옥련이가 부모를 잃고 만리타국으로 혼자 가니, 배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 소일조로 옥련의 곁에 모여들어서 말 묻는 사람도 있고, 조선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행중에서 과자를 내어 주니, 어린아이가 너무 괴롭고 성이 가실 만하련마는 옥련이는 천연할 뿐이라.

만리창해에 살같이 빠른 배가 인천서 떠난 지 나흘 만에 대판에 다다르니, 대판에서 내릴 선객들은 각기 제 행장을 수습하여 삼판에 내려가느라고 분요하나 옥련이는 행장도 없고 몸 하나뿐이라 혼자 가만히 앉았으니, 어린 소견에도 별생각이 다 난다.

“남은 제 집 찾아가건마는 나는 뉜 집으로 가는 길인고. 남들은 일이 있어서 대판에 오는 길이거니와 나 혼자 일없이 타국에 가는 사람이라.
                            편지 한 장을 품에 꾼고 가는 집이 뉜 집인고. 이 편지 볼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며, 이내 몸위하여 줄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 딸을 삼거든 딸노릇 하고, 종을 삼거든 종노릇 하고, 고생을 시키거든 고생도 참을 것이요, 공부를 시키거든 일시라도 놀지 않고 공부만 하여 볼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생각만 하느라고 시름없이 앉았더니, 평양서부터 동행하던 병정이 옥련이를 부르는데 말을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고로 눈치로 알아듣고 따라 내려가니, 그 병대는
                        평양싸움에 오른편 다리에 총을 맞고 옥련이와 같이 야전병원에서 치료하던 사람인데, 철환이 신경맥을 상한 고로 치료한 후에 그 다리가 불편하여 몽둥이에 의지하여 겨우 걸어다니는지라. 그 병대는 앞에 서서 내려가는데, 옥련이가 뒤에 서서 보다가 하는 말이,
                        나도 다리에 총 맞았던 사람이라. 내가 만일 저 모양이 되었더라면 자결하여 죽는 것이 편하지 살아서 쓸데 있나, 하는 소리를 옥련의 말 알아듣는 사람이 없으니, 그런 말은 못 듣는 것이 좋건마는, 좋은 마디는 그뿐이라. 옥련이가 제일 답답한 것은 서로 말 모르는 것이라. 벙어리 심부름하듯 옥련이가 병정 손짓하는 대로만 따라간다.

옥련의 눈에는 모두 처음 보는 것이라. 항구에는 배 돛대가 삼대 들어서듯 하고, 저자거리에는 이층 삼층집이 구름 속에 들어간 듯하고, 지네같이 기어가는 기차는 입으로 연기를 확확 뿜으면서 배는 천동지동하듯 구르며 풍우같이 달아난다. 넓고 곧은 길에 갔다왔다하는 인력거 바퀴 소리에 정신이 없는데, 병정이 인력거 둘을 불러서 저도 타고 옥련이도 태우니 그 인력거들이 살같이 가는지라. 옥련이가 길에서 아장아장 걸을 때에는 인해 중에 넘어질까 조심되어 아무 생각이없더니, 인력거 위에 올라앉으매 새로이 생각만 난다.

“
                        인력거야, 천천히 가고지고. 이 길만 다 가면 남의 집에 들어가서 밥도 얻어 먹고 옷도 얻어 입고, 마음도 불안하고 몸도 불편할 터이로구나. 인력거야, 어서 바삐 가고지고. 궁금하고 알고자 하는 일은 어서 바삐 눈으로 보아야 시원하다. 가품 좋고 인정 있는 사람인지, 집안에서 찬기운 나고 사람에게서 독기가 똑똑 떨어지는 집이나 아닌지. 내 운수가 좋으려면 그 집 인심이 좋으련마는 조실부모하고 만리타국에 유리하는 내 운수에…….”

그러한 생각에 눈물이 비 오듯 하며 흑흑 느끼어 우는데 인력거는 벌써
                        정상 군의 집 앞에 와서 내려놓는데, 옥련이가 인력거 그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정상군의 집인가 짐작하고 조심되는 마음에 작은 몸이 더욱 작아진 듯하다.

슬픈 생각도 한가한 때를 타서 나는 것이다. 눈물이 뚝 그치고 아니 나온다. 옥련이가 눈을 이리 씻고 저리 씻고 부산히 씻는 중에 앞에 섰던 인력거꾼이 무슨 소리를 지르매 계집종이 나와서 문간방에 꿇어앉아서 공손히 말을 물으니 병정이 두어 말 하매 종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다시 나와서 병정더러 들어오라 하니, 병정이 옥련이를 데리고
                        정상 군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병정은
                        정상 부인을 대하여 군의 소식을 전하고 옥련의 사기를 말하고 전지(戰地)의 소경력(小經歷)을 이야기하는데, 옥련이는
                        정상 부인의 눈치만 본다.

부인의 나인 삼십이 될락말락하니
                        옥련의 모친과 정동갑이나 아닌지, 연기는
                        옥련의 모친과 그렇게 같으나 생긴 모양은
                        옥련의 모친과 반대만 되었다.
                        옥련의 모친은 눈에 애교가 있더라.
                        정상 부인은 눈에 살기만 들었더라.
                        옥련의 모친은 얼굴이 희고 도화색을 띠었더니
                        정상 부인의 얼굴이 희기는 하나 청기가 돈다. 얌전도 하고 쌀쌀도 한데, 군의의 편지를 받아 보면서 옥련이를 흘끔흘끔 보다가 병정더러 무슨 말도 하는 것은 옥련의 마음에는 모두 내말 하거니 하고 단정히 앉았는데 병정은 할 말 다 하였는지 작별하고 나가고, 옥련이만
                        정상 군의 집에 혼자 떨어져 있으니 옥련이가 새로이 생소하고 비편한 마음뿐이라.

“이애 설자(雪子)야, 나는 딸 하나 났다.”

“
                        아씨께서 자녀간에 없이 고적하게 지내시더니 따님이 생겼으니 얼마나 좋으십니까. 그러나 오늘 낳으신 아기가 대단히 숙성하오이다.”

“
                        설자야, 네가 옥련이를 말도 가르치고 언문도 잘 가르쳐 주어라. 말을 알아듣거든 하루바삐 학교에 보내겠다.”

“
                        내가 작은아씨를 가르칠 자격이 되면 이 댁에 와서 종 노릇을 하고 있겠습니까.”

“
                        너더러 어려운 것을 가르쳐 주라 하는 것이 아니다. 심상소학교(尋常小學校) 일년급 독본이나 가르쳐 주라는 말이다. 네 동생같이 알고 잘 가르쳐 다고. 말을 능통히 알기 전에는 집에서 네가 교사 노릇 하여라. 선생 겸 종 겸 어렵겠다. 월급이나 많이 받으려무나.”

“월급은 더 바라지 아니하거니와 연희장(演戱場) 구경이나 자주 시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
                        설자야, 우리 옥련이 데리고 잡점에 가서 옥련에게 맞는 부인 양복이나 사서 가지고 목욕집에 가서 목욕이나 시키고 조선 복색을 벗기고 양복이나 입혀 보자.”

정상 부인은 옥련이를 그렇게 귀애하나 말 못 알아듣는 옥련이는
                        정상 부인의 쓸쓸한 모양에 죽기가 도야 고역 치르듯 따라다닌다.

말 못 하는 개도 사람이 귀애하는 것을 알거든, 하물며 사람이야. 아무리 어린아이기로 저를 사랑하는 눈치를 모를 리가 없는 고로 수일이 못 되어 옥련이가 옹그리고 자던 잠이 다리를 쭉 뻗고 잔다.

정상 부인이 갈수록 옥련이를 귀애하고 옥련이는 날이 갈수록
                        정상 부인에게 따른다.

옥련의 총명재질은 조선 역사에는 그러한 여자가 있다고 전한 일은 없으니, 조선 여편네는 안방 구석에 가두고 아무것도 가르치지 아니하였은즉, 옥련이 같은 총명이 있더라도 세상에서 몰랐든지, 이렇든지 저렇든지 옥련이는 조선 여편네에게는 비할 곳 없더라.

옥련의 재질은 누가 듣든지 거짓말이라 하고 참말로는 듣지 아니한다. 일본 간 지 반 년도 못 되어 일본말을 어찌 그렇게 잘하던지,
                        정상 군의 집에 와서 보는 사람들이 옥련이를
                        일본 아이로 보고
                        조선 아이로는 보지를 아니한다.
                        정상 부인이 옥련이를 가르치며
                        저 아이가
                            조선 아이인데 조선서 온 지가 반 년밖에 아니 된다 하는 말은 옥련이를 자랑코자 하여 하는 말이나, 듣는 사람은
                        정상 부인의 농담으로 듣다가 설자에게 자세한 말을 듣고 혀를 홰홰 내두르면서 칭찬하는 소리에 옥련이도 흥이 날 만하겠더라.

호외(號外), 호외, 호외라고 소리를 지르며 대판
                    저자 큰길로 달음박질하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둘씩・셋씩 지나가니 옥련이가 학교에 갔다 오는 길에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
                        여보, 어머니 저것이 무슨 소리요?”

“
                        네가 온갖 것을 다 알아듣더니 호외는 모르는구나. 그러나 무슨 큰일이 있는지 한 장 사보자. 이애
                        설자야, 호외
                        한 장 사오너라.”

“네, 지금 가서 사오겠습니다.”

하면서 급히 나가니 옥련이가 달음박질하여 따라나가면서,
                        이애
                        설자야, 그 호외를 내가 사오겠으니 돈을 이리 달라 하니, 설자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
                        누구든지 먼저 가는 사람이 호외를 산다 하고 달아나니 설자는 다리가 길고 옥련이는 다리가 짧은지라, 설자가 먼저 가서 호외
                    한 장을 사가지고 오는 것을 옥련이가 붙들고 호외를 달라 하여 기어이 빼앗아 가지고 와서 하는 말이,

“
                        어머니
                        이 호외를 보고 나 좀 가르쳐 주오.”

정상 부인이 웃으며 받아 보니《대판매일신문》호외라. 한 줄쯤 보고 깜짝 놀라더니 서너 줄 쯤 보고 에그 소리를 하면서 호외를 던지고 아무 소리 없이 눈물이 비 오듯 한다.

“
                        어머니, 어찌하여 호외를 보고 울으시오. 어머니
                        어머니…….”

부인은 대답 없이 눈물만 흘리니, 옥련이가 설자를 부르면서 눈에 눈물이 가랑가랑하니, 설자는 방문 밖에 앉았다가 부인의 낙루하는 것은 못 보고 옥련의 눈만 보고 하는 말이,

“
                        작은아씨가 울기는 왜 울어. 갓 낳은 어린아이와 같이.”

“
                        설자야, 사람 조롱 말고 들어와서 호외 좀 보고 가르쳐다고. 어머니께서 호외를 보고 울으시니 호외에 무슨 말이 있는지 왜 울으시는지 자세히 보아라. 어서 어서.”

“
                        아씨, 호외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씨께서만 보셨으면 좀 보겠습니다.”

설자가 호외를 들고 보다가 쌍긋 웃더니 그 아래는 자세히 보지 아니하고 하는 말이,

“
                        아씨, 이것 좀 보십시오. 요동반도가 함락이 되었습니다. 아씨, 우리 일본은 싸움할 적마다 이기니 좋지 아니하옥니까. 에그,
                            우리나라 군사가 이렇게 많이 죽었나. 아씨, 이를 어찌하나. 우리 댑 영감께서 돌아가셨네. 만국공법(萬國公法)에, 전시에서 적십자기(赤十字旗) 세운 데는 위태치 아니하다더니 영감께서는 군의시언마는 돌아가셨으니 웬일이오니까."

“무엇,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옥련이는 소리쳐 울고 부인은 소리 없이 눈물만 떨어지고 설자는 부인을 쳐다보며 비죽비죽 우니 온 집안이 울음빛이다.

호외
                    한 장이 온 집안의 화기를 끊어 버렸더라. 정상 군의는 인간의 다시 오지 못하는 길을 가고,
                        정상 부인은 찬 베개 빈방에서 적적히 세월을 보내더라.

조선 풍속 같으면 청상과부가 시집가지 아니하는 것을 가장 잘난 일로 알고 일평생을 근심 중으로 지내나, 그러한 도덕상의 죄가 되는 악한 풍속은 문명한 나라에는 없는 고로, 젊어서 과부가 되면 시집 가는 것은 천하만국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정상 부인이 어진 남편을 얻어 시집을 간다.

“
                        이애
                        옥련아, 내가 젊은 터에 평생을 혼자 살 수 없고 시집을 가려 하는데 너를 거두어 줄 사람이 없으니 그것이 불쌍한 일이로구나…….”

옥련의 마음에는
                        정상 부인이 시집 가는 곳에 부인을 따라가고 싶으나, 부인이 데리고 가지 아니할 말을 하니 옥련이는 새로이 평양성 밑 모란봉 아래서 부모를 잃고 발을 구르며 울던 때 마음이 별안간에 다시 난다. 옥련이가 부인의 무릎 위에 푹 엎디며 목이 메어 하는 말이,

“
                        어머니, 어머니가 가시면 나는 누구를 믿고 사나.”

“오냐, 나는 죽은 셈만 치려무나.”

“
                        어머니 죽으면 나도 같이 죽지.”

그 소리 한마디에 부인 가슴이 답답하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더라. 그때 부인이 중매더러 말하기를, 내 한 몸뿐이라 하였는데, 남편 될 사람도 그리 알고 있으니 이제 새로이 딸 하나 있다 하기도 어렵고, 옥련이가 따르는 모양을 보니 차마 떼치기도 어려운 마음이 생긴다.

“
                        이애
                        옥련아, 울지 말아라. 내가 시집 가지 아니하면 그만이로구나. 내가 이 집에서, 네 공부나 시키고 있다가 십 년 후에는 내가 네게 의지하겠으니 공부나 잘하여라.”

“
                        어머니가 참 시집 아니 가고 집에 있어서 날 공부시켜 주시겠소?”

“오냐, 염려 말아라. 어린아이더러 거짓말하겠느냐.”

옥련이가 그 말을 듣고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여인의 무릎 위에 앉아서 뺨을 대고 어리광을 하더라.

그 후로부터 옥련이가 부인에게 따르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여 학교에 가면 집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만 있다가 하학시간이 되면 달음박질하여 집에 와서 부인에게 안겨서 어리광만 한다. 그 어리광이 며칠 못 되어 눈치꾸러기가 된다.

부인이 처음에는 옥련이의 어리광을 잘 받더니, 무슨 까닭인지 옥련이가 어리광을 피면 핀잔을 주고 찬기운이 돈다. 날이 갈수록 옥련이가 고생길로 들고 근심중으로 지낸다.

본래 부인이 시집 가려 할 때에 옥련의 사정이 불쌍하여 중지하였으나 젊은 부인이 공방에서 고적한 마음이 있을 때마다 옥련이가 미운 마음이 생긴다. 어디서 얻어 온 자식말고 제 속으로 나온 자식일지라도 귀치 아니한 생각이 날로 더하는 모양이다.

옥련이가 부인에게 귀염받을 때에는 문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더니, 부인에게 미움받기 시작하더니 문 밖에 나가며 들어오기를 싫어하더라.

부인이 옥련이를 귀애할 때에는 옥련이가 어디 가서 늦게 오면 문에 의지하여 기다리더니, 옥련이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더니 옥련이가 오는 것을 보면,

“에그, 저 원수의 것이 무슨 연분이 있어서
                            내 집에 왔나!”

하면서 눈살을 아드득 찌푸리더라.

옥련이가 앉아도 그 눈살 밑, 서도 그 눈살 밑, 밥을 먹어도 그 눈살 밑, 잘을 자도 그 눈살 밑, 눈살 밑에서 자라나는 옥련이가 눈치만 늘고 눈물만 흔하더라. 하루가
                        삼추
                     같은 그 세월이 삼 년이 되었는데, 옥련이는 심상소학교 입학한 지 사 년이라. 옥련의 졸업식을 당하여 학교에서 옥련이가 우등생이 된 고로 사람마다 칭찬하는 소리가 옥련의 귀에는 조금도 기빠 들리지 아니한다. 기빠 들리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귀가 아프고 듣기 싫더라.

듣기 싫은 중에 더구나 듣기 싫은 소리가 있으니 무슨 소리런가.

“
                        저 아이는
                            정상 군의 양녀지.
                            군의는 요동반도 함락될 때에 죽었다지. 그 부인은 그 양녀 옥련이를 불쌍히 여겨서 시집도 아니 가고 있다지. 에그, 갸륵한 부인일세. 저 철없는 옥련이가 그 은혜를 다 알는지. 알기는 무엇을 알아. 남의 자식이라는 것이 쓸데없나니 참 갸륵한 일일세.
                            정상 부인이 남의 자식을 길러 공부를 시키려고 젊은 터에 시집을 아니 가고 있으니 드문 일이지.”

졸업식에 모인 사람들이 옥련이 재주 있는 것을 추다가 옥련의
                        의모(義母) 되는 부인의 칭찬을 시작하더니, 받고 차기로 말이 끊어지지 아니하니, 옥련이는 그 소리를 들을 적마다 남모르는 설움이 생기더라.

옥련이가 집에 돌아와서 문 열고 들어오면서,

“
                        어머니, 나는 졸업장 맡았소.”

“이제는 공부 다 하였으니 어미를 먹여살려라. 공부를 네가 한 듯하냐? 내가 시키지 아니하였으면 공부가 다 무엇이냐. 네가 조선서 자랐으면 곧 공부하는 구경도 못 하였을 것이다. 네 운수 좋으려고 일청전쟁이 난 것이다. 네 운수 좋았으나 내 운수만 글러다. 너 하나 공부시키려고 허구한 세월에 이 고생을 하고 있다.”

부인이 덕색의 말이 퍼부어 나오니 옥련이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생각한즉, 겨우
                        소학교 졸업한 계집아이가 제 힘으로는
                        정상 부인을 공양할 수도 없고,
                        정상 부인의 힘을 또 입으면서 공부하기도 싫고 한 가지 생각만 난다. 이 세상을 얼른 버려
                            정상 부인의 눈에 보이지 말고 하루 바삐 황천에 가서 난리중에 죽은 부모를 만나리라 결심하고 천연한 모양으로 부인에게 좋은 말로 대답하고, 그날 밤에 물에 빠져 죽을 차로 대판 항구에로 나가다가 항구에 사람이 많은 고로 사람 없는 곳을 찾아간다.

어스름 달밤은 가깝게 있는 사람을 알아볼 만한데, 이리 가도 사람이 있고 저리로 가도 사람이라. 옥련이가 동으로 가다가 돌쳐서서 서으로 향하다가 도로 돌쳐서서 머뭇머뭇하는 모양이 대단히 수상한지라.

등뒤에서 웬 사람이 이애
                    이애 부르는데, 돌아다본즉 순검이라. 옥련이가 소스라쳐 놀라 얼른 대답을 못 하니 순검이 더욱 의심이 나서 앞에 와 서서 말을 묻는다. 옥련이가 대답할 말이 없어서 억지로 꾸며 대답하되, 권공장(勸工場)에 무엇을 사러 나왔다가 집을 잃고 찾아다닌다 하니, 순검이 다시 의심 없이
                        옥련의 집 통수를 묻더니 옥련이를 데리고
                        옥련이 집에 와서
                        정상 부인에게 옥련이가 집 잃었던 사기를 말하니, 부인이 순검에게 사례하여 작별하고 옥련이를 방으로 불러앉히고 말을 묻는다.

“
                        이애, 네가 무슨 일이 있어서 이 밤중에 항구에 나갔더냐. 미친 사람이 아니어든 동으로 가다 서으로 가다 남으로 북으로 온 대판을 헤매더라 하니 무엇 하러 나갔더냐. 너 같은 딸 두었다가 망신하기 쉭겠다. 신문거리만 되겠다.”

그러한 꾸지람을 눈이 빠지도록 듣고 있으나 옥련이는 한 번 정한 마음이 있는 고로 설움이 더할 것도 없고 내일 밤 되기만 기다린다.

그날 밤에 부인은 과부 설움으로 잠이 들지 못하여 누웠다가 일어나서 껐던 불을 다시 켜고 소설 한 권을 보다가 그 책을 놓고 우두커니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 모양이라.

윗목에서 상직(上直) 잘자던 노파가 벌떡 일어나더니 하는 말이,

“
                        아씨, 왜 주무시다가 일어나셨습니까?”

“
                        팔자 사납고 근심 많은 사람이 잠이 잘 오나.”

“
                        아씨께서 팔자 한탄하실 것이 무엇 있습니까. 지금도 좋은 도리를 하시면 좋아질 것이올시다. 이때까지 혼자 고생하신 것도 작은아씨 하나를 위하여 그리하신 것이 아니오니까.”

“글쎄 말일세. 남의 자식을 위하여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내가 병신이지.”

“그러하거든 작은아씨가 아씨를 고마운 줄이야 알면 좋지마는, 고마워하기는 고사하고 아씨 보면 곁눈질만 살살 하고 아씨를 진저리를 내는 모양이올시다.”

“글쎄 말일세. 내가 저 하나를 위하여 가려 하던 시집도 아니 가고 삼 년, 사 년을 이 고생을 하고 있으니 아무리 어린것일지라도 나를 고마운 줄 알 터인데 고것 그리 발칙하게 구네그려. 오늘 밤 일로 말하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닌가. 어린것이 이 밤중에 무엇 하러 항구에를 나갔단 말인가. 물에나 빠져 죽으려고 갔던지 모르겠지마는, 내가 제게 무엇을 그리 몹시 굴어서 제가 설운 마음이 있어 죽으려 하였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하여도 모를 일일세. 만일 죽고 보면 세상 사람들은 내가 구박이나 한 줄로 알겠지. 그런 못된 것이 있나.”

“죽기는 무엇을 죽어요. 죽을 터이면 남 못 보는 곳에 가서 죽지. 이리 가다가 저리 가다가 대판바닥을 다 다니다가 순검의 눈에 띠겠습니까. 아씨의 못쓸 흘만 드러낼 마음으로 그러한 것이올시다. 아씨께서는 고생만 하시고 댁에 계셔도 쓸데없습니다. 아씨께서 가시려면 진작 가셔야지, 한 나이라도 젼으셨을 때에 가셔야 합니다. 할미는 나이 오십이 되고 머리가 희뛱희뛱하여 생각하면 어느 틈에 나이를 이렁게 먹었던지 세월같이 무정하고 덛없는 것은 없습니다.”

“남도 저렇게 늙었으니 낸들 아니 늙고 평생에 이 모양으로만 있겠나. 어디든지 내 몸 하나 가서 고생 아니할 곳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고 모레라도 가겠다.”

부인과 노파는 옥련이가 잠이 든 줄 알고 하는 말인지, 잠이 들었든지 아니 들었든지 말을 듣든지 말든지 관계없이 하는 말인지, 부인이 옥련이를 버리고 시집 가기로 결심하고 하는 말이다.

옥련이는 그날 밤에 물에 빠져 죽으러 나갔다가 죽지도 못하고 순검에게 붙들려 들어와서
                        정상 부인 앞에서 잠을 자는데, 소리를 삼키고 눈물을 흘리다가 정신이 혼혼하여 잘이 잠깐 들었는데 일몽(一夢)을 얻었더라.

옥련이가 죽으려고 평양
                    대동강으로 찾아 나가는데 걸음이 걸리지 아니하여 대동강이 보이면서 갈 수가 없어서 애를 무수히 쓰는데 홀연히 등뒤에서
                        옥련아 옥련아 부르는 소리가 들리거늘 돌아다보니
                        옥련의 어머니라. 별로 반가운 줄도 모르고 하는 말이,
                        어머니는 어디로 가시오. 나는 오늘
                        물에 빠져 죽으러 나왔소 하니,
                        옥련의 모친이 하는 말이
                        이애 죽지 말아라,
                            너의 아버지께서 너 보고 싶다 하는 편지를 하셨더라.

하는 말끝을 마치지 못하여,
                        정상 부인의 앞에서 노파가 자다가 일어나면서,
                        아씨 왜 주무시다가 일어났습니까 하는 소리에 옥련이가 잠이 깨었는데, 그 잠이 다시 들어서 그 꿈을 이어 꾸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나
                        정상 부인과 노파가 받고 차기로 옥련이 말만 하니, 정신이 번쩍 나고 잠이 다 달아나서 그 꿈을 이어 보지 못할지라.

불빛을 등지고 드러누웠는데, 귀에 들리나니 가슴 아픈 소리라. 노파는 부인의 마음 좋도록만 말하니, 부인은 하룻밤 내에 노파와 어찌 그리 정이 들었던지, 노파더러 하는 말이,

“여보게, 내가 어디로 가든지 자네는 데리고 갈 터이니 그리 알고 있으라.”

하니 노파의 대답이,

““아씨께서 가실 것은 무엇 있습니까. 서방님이 이 댁에로 오시지요. 아씨는 시댁 간다 하지 말고 서방님이 장가 오신다 합시오. 아씨께서 재물도 있고 이러한 좋은 집도 있으니, 서방님 되시는 이가 재물은 있든지 없든지 마음만 착하시면 좋겠습니다. 작은아씨는 어디로 쫓아 보내시면 그만이지요. 할미는 죽기 전에 아씨만 모시고 있겠으니 구박이나 맙시오.”

부인이 할미더러 포도주 한 병을 가져오라 하면서 하는 말이,

“
                        자네 말을 들으니 내 속이 시원하고 내 근심이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네. 내가 아무리 무정한 들 자네 구박이야 하겠나. 술이나 먹고 잠이나 자세.”

하더니 포도주 한 병을 둘이 다 따라 먹고 드러눕더니 부인과 노파가 잠이 깊이 드는 모양이더라. 자명종은 새로 세시를 땅땅 치는데 노파의 코고는 소리는 반자를 울린다. 옥련이가 일어나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서 노파의 드러누운 것을 흘겨보며 하는 말이,

“
                        이 몹쓸 늙은 여우야, 사람을 몇이나 잡아먹고 이때까지 살았느냐. 나는 너 보기 싫어 급히 죽겠다. 너는 저 모양으로 백 년만 더 살아라.”

하더니 다시 머리 들어
                        정상 부인을 보며 하는 말이,

“

                            내 몸을 낳은 사람은
                            평양아버지

                            평양 어머니요,
                            내 몸을 살려서 기른 사람은 정상아버지와
                            대판어머니라. 내 팔자 기박하여 난리 중에 부모 잃고, 내 운수 불길하여 전쟁중에 정상 아버지가 돌아가니, 어리고 약한 이내 몸이 만리타국에서
                            대판어머니만 믿고 살았소. 내 몸이 어머니의 그러한 은혜를 입었는데, 내 몸을 인연하여 어머니 근심되고 어머니 고생되면 그것은 옥련의 죄올시다. 옥련이가 살아서는 어머니 은혜를 갚을 수가 없소. 하루바삐, 한시바삐, 바삐 죽었으면 어머니에게 걱정되지 아니하고 내 근심도 잊어 모르겠소. 어머니, 나는 가오. 부디 근심 말고 지내시오.”

하면서 눈물이 비 오듯 하다가 한참 진정하여 일어나더니 문을 열고 나가니 가려는 길은 황천이라.

항구에 다다르니 넓고 깊은 바닷물은 하늘에 닿은 듯한데, 옥련이 가는 곳은 저 길이라. 옥련이가 그 물을 바라보고 하는 말이,

“오냐, 반갑다. 오던 길로 도로 가는구나. 일청전쟁이 일어났을 때에 그 전쟁은 우리집에서 혼자 당한 듯이
                            내 부모는 죽은 곳도 모르고, 내 몸에는 총을 맞아 죽게 된 것을 정상 군의 손에 목숨이 도로 살아나서 어용선을 타고 저 바다로 건너왔구나. 오기는 물 위의 길로 왔거니와 가기는 물 속 길로 가리로다. 내 몸이 저 물에 빠지거든 이 물에서 썩지 말고 물결 바람결에 몸이 둥둥 떠서 신호
                        마관(神戶 馬關) 지나가서 대마도 앞으로 조선 해협 바라보며 살같이 빨리 가서 진남포로 들어가서 대동강 하류에서 역류하여 올라가면 평양 북문 볼 것이니 이 몸이 썩더라도 대동강에서 썩고지고. 물아 부탁하자, 나는 너를 쫓아간다.”

하는 소리에 바닷물은 대답하는 듯이 물소리가 솟아쳐서 천하가 다 물소리 속에 있는 것 같은지라. 옥련이가 정신이 아뜩하여 푹 고꾸라졌다. 설고 원통한 맺힌 마음에 기색을 하였다가 그 기운이 조금 돌면서 그대로 잠이 들어 또 꿈을 꾸었더라.

뒤에서
                        옥련아 옥련아 부르는 소리만 들리고 사람은 보이지 아니하는데 옥련의 마음에는
                        옥련의 어머니라.
                        이애 죽지 말고 다시 한번 만나 보자 하는 소리에 옥련이가 대답하려고 말을 냅뜨려 한 즉, 소리가 나오지 아니하여 애를 쓰다가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옥련이가 정신이 나서 눈을 떠보니 하늘의 별은 총총하고 물소리는 그윽한지라. 기색을 하였던지 잠이 들었던지 정신이 황홀하다. 옥련이가 다시 생각하되,
                        내가 오늘 밤에 꿈을 두 번이나 꾸었는데, 우리 어머니가 나더러 죽지 말라 하였으니, 우리 어머니가 살아 있는가 의심이 나서 마음을 진정하여 고쳐 생각한다.

“
                        어머니가 이 세상에 살아 있어서 평생에 내 얼굴 한번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늘이 감동되고 귀신이 돌아보아 내 꿈에 현몽하니 내가 죽으면 부모에게 불효이라. 고생이 되더라도 참는 것이 옳은 일이요, 근심이 있더라도 잊어버리는 것이 옳은 일이라. 오냐, 일곱 살부터 지금까지 고생으로 살았으니 죽지 말고 살았다가 부모의 얼굴이나 한번 다시 보고 죽으리라.”

하고 돌쳐서서 대판으로 다시 들어가니, 그때는 날이 새려 하는 때라, 걸음을 바삐 걸어
                        정상 군의 집 앞에 가서 들어가지 아니하고 가만히 들은즉 노파의 목소리가 들리는지라.

“
                        아씨
                        아씨, 작은아씨가 어디 갔습니까?”

“응 무엇이야, 나는 한잠에 내처 자고 이제야 깨었네. 옥련이가 어디로 가. 뒷간에 갔는지 불러보게.”

“
                        내가 지금 뒷간에 다녀오는 길이올시다. 안으로 걸었던 대문이 열렸으니, 밖으로 나간 것이올시다.”

하는 소리에 옥련이가 들어갈 수 없어서 도로 돌쳐서서 갈 곳이 없는지라.

정한 마음 없이 정거장으로 나가니, 그때 일번(一番) 기차에 떠나려 하는 행인들이 정거장으로 모여드는지라. 옥련의 마음에 동경이나 가고 싶으나 동경까지 갈 기차표 살 돈은 없고 다만 이십 전이 있는지라. 옥련이가 대판만 떠나서 어디든지 가면 남의 집에 봉공(奉公)하고 있을 터이라 결심하고 자목(茨木) 정거장까지 가는 기차표를 사서 일번 기차를 타니, 삼등차에 사람이 너무 많이 들어서 옥련이가 앉을 곳을 얻지 못하고 섰는데 등뒤에서 웬 서생이 조선말로 혼자 중얼중얼하는 말이,

“웬 계집아이가 남의 앞에 와 섰다.”

하는 소리에 옥련이가 돌아다보니 나이 열칠팔세 되고 얼굴은 볕에 그을려 익은 복숭아 같고 코는 우뚝 서고 눈은 만판 정신기 있는데, 입기는 양복을 입었으나 양복은 처음 입은 사람같이 서툴러 보이는지라. 옥련이가 돌아다보는 것을 보더니 또 조선말로 혼자 하는 말이,

“
                        그계집아이 똑똑하다. 재주 있겠다. 우리나라 계집아이 같으면 저러한 것들이 판판이 놀겠지. 여기서는 저런 것들도 모두 공부를 한다 하니 저것은 무엇 하는 계집아이인지.”

그러한 소리를 곁의 사람이 아무도 못 알아들으나 옥련의 귀는 알아들을 뿐이 아니라, 대판 온지 몇 해 만에
                        고국 말소리를 처음 듣는지라. 반갑기가 측량 없으나, 계집아이 마음이라 먼저 말하기도 부끄러운 생각이 있어서 말을 못 하고, 옥련이도 혼자말로 서생의 귀에 들리도록 하는 말이,

“어디 가 좀 앉을 곳이 있어야지, 서서 갈 수가 있나.”

하는 소리에, 뒤에 있던 서생이 이상히 여겨서 하는 말이,

“
                        그 아이가 조선 사람인가, 나는 일본 계집아이로 보았더니 조선말을 하네.”

하더니 서슴지 아니하고 말을 묻는다.

“
                        이애, 네가 조선 사람이 아니냐?”

“네, 조선 사람이오.”

“그러면 몇 살에 와서 몇 해가 되었느냐?”

“
                        일곱 살에 와서 지금 열한 살이 되었소.”

“와서 무엇 하였느냐?”

“
                        심상소학교에서 공부하고 어제가 졸업식하던 날이오.”

“
                        너는 나보다 낫구나. 나는 이제 공부하러 미국으로 가려 하는데, 말도 다르고 글도 다른 미국을 가면 글자 한 자 모르고 말 한 마디 모르는 사람이 어찌 생생을 할는지, 너는 일본에 온 지가 사오 년이 되었다 하니 이제는 고생을 다 면하였겠구나. 어린아이가 공부하러 여기까지 왔으니 참 갸륵한 노릇이다.”

“
                        당초에 여기 올 때에 공부할 마음으로 왔으면 칭찬을 들어도 부끄럽지 아니하겠으나, 운수 불행하여 고생길로 여기까지 왔으니 칭찬을 들어도…….”

하면서 목이 메는 소리로 눈에 눈물이 가랑가랑하여 고개를 살짝 수그린다.

서생이 물끄러미 보고 서로 아무 말이 없는데, 정거장 호각 한 소리에 기차 화통에서 흑운(黑雲)같은 연기를 훅훅 내뿜으면서 기차가 달아난다.

옥련의 마음에 자목 정거장에 가면 내려야 할 터인데, 어떠한 집에 가서 어떠한 고생을 할지 앞의 길이 망연한지라.

옥련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지경이면 자목 가는 동안이 대단히 더딘 듯하련마는, 기차표대로 자목 외에는 더 갈 수 없는 고로 싫어도 내릴 곳이라. 형세 좋게 달아나는 기차의 서슬은 오늘 해 전에 하늘 밑까지 갈 듯한데, 자목 정거장이 멀지 아니하다.

“
                        이애, 네가 어디까지 가는지 서서 가면 다리가 아파 가겠느냐?”

“
                        자목까지 가서 내릴 터이오.”

“
                        자목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

“없어요.”

“그러면 자목은 왜 가느냐?”

옥련이가 수건으로 눈을 씻고 대답을 아니하는데, 서생이 말을 더 묻고 싶으나 곁의 사람들이 옥련이와 서생을 유심히 보는지라, 서생이 새로이 시치미를 떼고 창 밖으로 머리를 두르고 먼산을 바라보나 정신은 옥련의 눈물 나는 눈에만 있더라.

빠르던 기차가 차차 천천히 가다가 딱 멈추면서 반동되어 뒤로 물러나니 섰던 옥련이가 넘어지며 손으로 서생의 다리를 잡으니, 공교히 서생 다리의 신경맥을 짚은지라. 그때 서생은 창 밖만 보고 앉았다가 입을 딱 벌리면서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옥련이가 무심중에 일본말로 실례라 하나, 그 서생은 일본말을 모르는 고로 알아듣지 못하나 외양으로 가엾어하는 줄로 알고 그 대답은 없이 좋은 얼굴빛으로 딴말을 한다.

“

                            네 오는 곳이 이 정거장이냐?”

하던 차에 장거수가 돌아다니면서
                        자목
                        자목, 자목
                        자목, 자목
                        자목
                    이라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여니, 옥련이는 어린 몸에
                        일본 풍속에 젖은 아이라 서생에게 향하여 허리를 굽히며 또 일본말로 작별인사하면서 기차에 내려가니, 구름같이 내려가는 행인 중에 나막신 소리뿐이라. 서생은 정신이 얼떨한데, 옥련이 가는 모양을 보고자 하여 창 밖으로 내다보니 사람에 섞이어서 보이지 아니하는지라. 서생이 가방을 들고 옥련이를 쫓아 나가다가 정거장 나가는 어귀에서 만난지라. 옥련이가 이상히 보면서 말없이 나가니 서생도 또한 아무 말 없이 따라 나가더라.

옥련이가 정거장 밖으로 나가더니 갈 바를 알지 못하여 우두커니 섰거늘, 벌어먹기에 눈에 돈 동록이 앉은 인력거꾼은 옥련의 뒤를 따라가며 인력거를 타라 하니, 돈 없고 갈 곳 모르는 옥련이는 거들떠보지도 아니하고 섰다.

“
                        이애, 내가 네게 청할 일이 있다. 나는
                            일본에 처음으로 오는 사람이라 네게 물어 볼 일이 있으니, 주막으로 잠깐 들어갔으면 좋겠으니 네 생각에 어떠하냐.”

“그러면 저기 여인숙이 있으니 잠깐 들어가서 할 말을 하시오.”

하면서 앞서 가니, 자목에 처음 오기는 서생이나 옥련이나 일반이건마는, 옥련이는 자목에 몇 번이나 와서 본 사람과 같이 익달한 모양으로 여인숙으로 들어가더라.

여인숙 하인이 삼층집 제일 높은 방으로 인도하고 내려가니, 서생은 모두 처음 보는 것이라. 정신이 황홀하여 옥련이 만난 것을 다행히 여긴다.

“
                        이애, 내가 여기만 와도 이렇듯 답답하니 미국에 가면 오죽하겠느냐. 너는 타국에 와서 오래 있었으니 별물정 다 알겠구나. 우선 네게 좀 배울 것도 많거니와, 만리타국에서 뜻밖에 만났으니 서로 있는 곳이나 알고 헤지자. 나는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부모도 모르게 미국에 갈 차로 나섰더니, 불과 여기를 와서 이렇듯 답답한 생각만 나니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하는 소리에 옥련이는 심상한 고국 사람을 만난 것 같지 아니하고 친부모나 친형제나 만난 것 같다.

모란봉 아래서 발을 구르고 울던 일부터 대판 항구에서 물에 빠져 죽으려던 일까지 낱낱이 말한다.

“그러면 우리 둘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공부나 하고 있다가
                            너의 부모 소식을 듣거든 네 먼저 고국으로 가게 하여 주마.”

“……”

“오냐, 학비는 염려 말아라. 우리들
                        이 나라의 백성 되었다가 공부도 못 하고 야만을 면치 못하면 살아서 쓸데 있느냐. 너는 일청전쟁을 너 혼자 당한 듯이 알고 있나 보다마는, 우리나라 사람이 누가 당하지 아니한 일이냐. 제 곳에 아니 나고 제 눈에 못 보았다고 태평성세로 아는 사람들은 밥벌레라. 사람이 밥벌레가 되어 세상을 모르고 지내면 몇 해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일청전쟁 같은 난리를 또 당할 것이라. 하루바삐 공부하여 우리나라의 부인 교육은 네가 맡아 문명길을 열어주어라.”

하는 소리에 옥련의 첩첩한 근심이 씻은 듯이 다 없어졌는지라. 그 길로 횡빈(橫濱)까지 가서 배를 타니, 태평양 넓은 물에 마름같이 떠서 화살같이 밤낮없이 달아나는
                        화륜선(火輪船)
                    이 삼 주일 만에 상항에 이르러 닻을 주니 이곳부터 미국이라. 조선서 낮이 되면 미국에는 밤이 되고 미국에서 밤이 되면 조선서는 낮이 되어 주야가 상반되는 별천지라. 산도 설고 물도 설고 사람도 처음 보는 인물이라. 키 크고 코 높고 노랑머리 흰 살빛에, 그 사람들이 도덕심이 배가 툭 처지도록 들었더라도 옥련의 눈에는 무섭게만 보인다.

서생과 옥련이가 육지에 내려서 갈 바를 알지 못하여 공론이 부산하다.

“
                        이애
                        옥련아, 네가 영어를 할 줄 아느냐. 조금도 모르느냐. 한마디도…… 그러면 참 딱한 일이로구나. 어디인지 물어 볼 수가 없구나.”

사오 층 되는 높은 집은 구름 속 하늘 밑에 닿은 듯한데, 물끓듯 하는 사람들이 돌아들고 돌아나는 모양은 주막집 같은 곳도 많이 보이나 언어를 통치 못하는 고로 어린 서생들이 어찌하면 좋을지 알지 못하여 옥련이가 지향없이 사람을 대하여 일어로 무슨 말을 물으니 서생의 마음에는 옥련이가 영어를 조금 알면서 겸사로 모른다 한 줄로 알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를 바싹 들어서서 듣는다.
                        옥련의 키로 둘을 포개 세워도 치어다볼 듯한 키 큰 부인이 얼굴에는 새그물 같은 것을 쓰고 무 밑둥같이 깨끗한 어린아이를 앞세우고 지나가다가 옥련의 말하는 소리 듣고 무엇이라 대답하는지, 서생과 옥련의 귀에는 바바…… 하는 소리 같고 말하는 소리 같지는 아니한지라.

그 부인이 뒤의 프록 코트 입은 남자를 돌아보면서 또 바바바…… 하니, 그 남자는 청국말을 하는 양인이라. 청국말로 무슨 말을 하는데, 서생과 옥련의 귀에는 ‘또바’하는 소리 같고 말소리같지 아니하다.

서생은 옥련이가 그 말을 알아들은 줄로 알고,

“
                        이에, 그것이 무슨 말이냐?”

“……”

“그 남자의 말도 못 알아들었느냐…….”

그렇듯 곤란하던 차에 청인 노동자 한패가 지나거늘 서생이 쫓아가서 필담하기를 청하니, 그 노동자 중에는 한문자 아는 사람이 없는지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그 손을 다시 들어 홰홰 내젓는 모양이 무식하여 글자를 못 알아본다 하는 눈치다.

그때 마침 어떠한 청년이 햇빛에 윤이 질 흐르고 비단옷을 입고 마차를 타고 풍우같이 달려가는데, 서생이 그 청인을 가리키며 옥련이더러 하는 말이,
                        저러한 청인은 무식할 리가 만무하다 하면서 소리를 버럭 지르니, 마차 탄 사람은 그 소리를 들었으나 차메고 달아나는 말은 그 소리를 듣고 아니 듣고 간에 네 굽을 모아 달아나는데 서생의 소리가 다시 마차에 들릴 수 없는지라. 마차 탄 청인이 차부더러 마차를 멈추라 하더니 선뜻 뛰어내려서 서생의 앞으로 향하여 오니 서생이 연필을 가지고 무엇을 쓰려 하는데, 청인이 옥련이 옷을 본즉 일복이라, 일본 사람으로 알고옥련에게 향하여 일어로 말을 물으니, 옥련이가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청인 앞으로 와서 말대답을 하는데 서생은 연필을 멈추고 섰더라.

원래 그 청인은
                        일본에 잠시 유람한 사람이라, 일본말을 한두 마디 알아들으나 장황한 수작은 못하는지라. 옥련이가 첩첩한 말이 나올수록 그 청인의 귀에는 점점 알아들을 수 없고 다만 조선 사람이라 하는 소리만 알아들은지라.

청인이 다시 서생을 향하여 필담으로 대강 사정을 듣고 명함 한 장을 내더니 어떠한 청인에게 부탁하는 말 몇 마디를 써서 주는데, 그 명함을 본즉 청국 개혁당의 유명한 강유위(康有爲)라. 그 명함을 전할 곳은
                        일어도 잘하는 청인인데,
                        다년
                        상항(桑港)에 있던 사람이라. 그 사람의 주선으로 서생과 옥련이가 미국
                    화성돈(華盛頓)에 가서 청인 학도들과 같이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있더라.

옥련이가 미국
                    화성돈에 다섯 해를 있어서 하루도 학교에 아니 가는 날이 없이 다니며 공부를 하는데, 재주 있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그 학교
                    여학생 중에는 제일 칭찬을 듣는지라.

그때 옥련이가 고등소학교에서 졸업 우등생으로 옥련의 이름과 옥련의 사적이 화성돈
                    신문에 났는데,
                        그 신문을 보고 이상히 기뻐하는 사람 하나가 있는데, 어찌 그렇게 기쁘던지 부지중 눈물이 쏟아진다.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도리어 의심을 낸다. 의심중에 혼자말로 중얼중얼한다.

“
                        조선사람의 일을 영서로 번역한 것이라 혹 번역이 잘못되었나. 내가 미국에 온 지가 십 년이나 되었으나 영문에 서툴러서 보기를 잘못 보았나.”

그렇게 다심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성명은 김관일인데, 그 딸의 이름이 옥련이라. 일청전쟁 났을 때에 그 딸의 사생을 모르고 미국에 왔는데, 그때 화성돈
                    신문에는, 말은 옥련의 학교 성적과, 평양 사람으로 일곱 살에 일본
                    대판 가서 심상소학교를 졸업하고 그 길로 미국
                    화성돈에 와서 고등소학교에서 졸업하였다 한 간단한 말이라. 김씨가 분명히
                        자기의 딸이라고는 질언할 수 없으나, 옥련이라 하는 이름과 평양 사람이라는 말과 일곱 살에 집 떠났다 하는 말은 김관일의 마음에 정녕

                            내 딸
                    이라고 생각 아니할 수도 없는지라. 김씨가 그 학교에 찾아가니, 그때는 그 학교에서
                        학도 졸업식 후의 서중휴학이라, 학교에 아무도 없는 고로 물을 곳이 없는지라, 김씨가 옥련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더라.

옥련이가
                        졸업하던 날에 학교 졸업장을 가지고 호텔로 돌아가니, 주인은 치하하면서 옥련의 얼굴빛을 이상히 보더라.

옥련이가 수심이 첩첩한 모양으로 저녁 요리도 먹지 아니하고 서산에 떨어지는 해를 치어다보며 탄식하더라.

그때 마침 밖에 손이 와서 찾는다 하는데, 명함을 받아 보더니 옥련이가 얼굴빛을 천연히 고치고 손을 들어오라 하니, 그 손이 보이를 따라 들어오거늘 옥련이가 선뜻 일어나며 그 사람의 손을 잡아 인사하고 테이블 앞에서 마주 향하여 의자에 걸터앉으니, 그 손은 옥련이와 일본
                    대판서 동행하던 서생인데 그 이름은 구완서라.

“
                        네
                        졸업은 감축하다. 허허, 계집의 재주가 사나이보다 나은 것이로구나. 너는 미국 온 지 일 년만에 영어를 대강 알아듣고 학교에까지 들어가서 금년에 졸업을 하였는데, 나는 미국 온 지 두 해 만에 중학교에 들어가서 내년에 졸업이라. 네게는 백기를 들고 항복 아니할 수가 없다.”

옥련이가 대답을 하는데, 일본에서 자라난 사람이라 말을 하여도 일본 말투가 많더라.

“
                        내가 그대의 은혜를 받아서 오늘 이렇게 공부를 하였으니 심히 고맙소.”

하니 일본 풍속에 젖은 옥련이는 제 습관으로 말하거니와, 구씨는 조선서 자란 사람이라 조선 풍속으로 옥련이가 아이인 고로 해라를 하다가 생각한즉 저도 또한 아이이라.

“허허허, 우리들이 조선 사람인즉 조선 풍속대로만 수작하자. 우리 처음 볼 때에 네가 나이 어린 고로 내가 해라를 하였더니 지금은 나이 열여섯 살이 되어 저렇게 체대(體大)하니 해라 하기가 서먹서먹하구나.”

“
                        조선 풍속대로 말하자 하시면서 아이를 보고 해라 하시기가 서먹서먹하셔요?”

“허허허, 요절할 일도 많다. 나도 지금까지 장가를 아니 든 아이라, 아이는 일반이니 너도 나더러 해라 하는 것이 좋은 일이니 숫접게 너도
                        나더러 해라 하여라. 그리하면 내가 너더러 해라 하더라도 불안한 마음이 없겠다.”

“
                        그대는 부인이 계신 줄로 알았더니…… 미국에 오실 때 십칠 세라 하셨으니, 조선같이 혼인을 일찍 하는 나라에서 어찌하여 그때까지 장가를 아니 들으셨소.”

“
                        너는 나더러 종시 해라 소리를 아니하니 나도 마주 하오를 할 일이로구, 허허허. 그러나 말대답은 아니하고 딴소리만 하여서 대단히 실례하였다. 내가 우리나라에 있을 때에 우리 부모가 내 나이 열두서너 살부터 장가를 들이려 하는 것을 내가 마다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혼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 나는 언제든지 공부하여 학문 지식이 넉넉한 후에 아내도 학문 있는 사람을 구하여 장가 들겠다, 학문도 없고 지식도 없고 입에서 젖내가 모랑모랑 나는 것을 장가 들이면 짐승의 자웅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음양배합의 낙만 알 것이라. 그런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짐승같이 제 몸이나 알고 제 계집 제 새끼나 알고 나라를 위하기는 고사하고 나라 재물을 도둑질하여 먹으려고 눈이 벌겋게 뒤집혀서 돌아다니는 것이 다 어려서 학문을 배우지 못한 연고라. 우리가 이 같은 문명한 세상에 나서 나라에 유익하고 사회에 명예 있는 큰 사업을 하자 하는 목적으로 만리타국에 와서 쇠공이를 갈아 바늘 만드는 성력(誠力)을 가지고 공부하여 남과 같은 학문과 남과 같은 지식이 나날이 달라 가는 이때에 장가를 들어서 색계상에 정신을 허비하면 유지한 대장부가 아니라. 이애
                        옥련아, 그렇지 아니하냐.”

구씨의 활발한 말 한마디에 옥련의 근심하던 마음이 풀어져서 웃으며,

“저러한 의논을 들으면 내 속이 시원하오. 혼자 있을 때는 참…….”

말을 멈추고 구씨를 치어다보는데, 구씨가 옥련의 근심 있는 기색을 언뜻 짐작하였으나 구씨는 본래 활발한 사람이라. 시계를 내어 보더니 선뜻 일어나며 작별인사하고 저벅저벅 내려가는데, 옥련이는 의구히 의자에 걸어앉아서 먼산을 보며 잊었던 근심을 다시 한다. 한숨을 쉬고 혼자 신세타령을 하며 옛일도 생각하고 앞일도 걱정하는데 뜻을 정치 못한다.

“어― 세월도 쉽구나. 일본서 미국으로 건너오던 날이 어제 같구나. 내가 일본
                        대판 있을 때에 심상소학교

                            졸업
                        하던 날은 하룻밤에 두 번을 죽으려고 하였더니 오늘 또 어떠한 팔자 사나운 일이나 없을는지. 내가 죽기가 싫어서 죽지 아니한 것도 아니요, 공부하고자 하여 이곳에 온 것도 아니라. 대판항에서 죽기로 결심하고 물에 떨어지려 할 때에 한 되는 마음으로 꿈이 되어 그랬던지, 우리 어머니가 나더러 죽지 말라 하시던 소리가 아무리 꿈일지라도 역력하기가 생시 같은 고로 슬픈 마음을 진정하고 이 목숨이 다시 살아나서 넓은 천지에 붙일 곳이 없는지라. 지향없이
                            동경 가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천우신조하여 고국 사람을 만나서 일동일정(一動一靜)을 남에게 신세를 지고 오늘까지 있었으니 허구한 세월을 남의 덕만 바랄 수는 없고, 만일 그 신세를 아니 지을 지경이면 하루 한시라도 여비를 어찌 써서 있을 수도 없으니 어찌하여야 좋을는지…… 우리 부모는 세상에 살아 있는지, 부모의 사생도 모르니 헐헐한 이 한 몸이 살아 있은들 무엇 하리요. 차라리 대판서 죽었더면 이 근심을 몰랐을 것인데 어찌하여 살았던가. 사람의 일평생이 이렇듯 근심만 할진대 죽어 모르는 것이 제일이라. 그러나 지금 여기서는 죽으려도 죽을 수도 없구나. 내가 죽으면 구씨는 나를 대단히 그르게 여길 터이라. 구씨의 태산 같은 은혜를 입고 그 은혜를 갚지 못하고 죽으면 남의 은혜를 저버리는 것이라. 어찌하면 좋을꼬.”

그렇듯 탄식하고 그 밤을 의자에 앉은 채로 새우다가 정신이 혼혼하여 잠이 들며 꿈을 꾸었더라.

꿈에는 팔월 추석인데, 평양성중에서
                        일년 제일 가는 명절이라고 와글와글하는 중이라. 아이들은 추석빔으로 새옷을 입고 떡조각 실과개를 배가 톡 터지도록 먹고 어깨로 숨을 쉬는 것들이 가로도 뛰고 세로도 뛴다.

어른들은 이 세상이 웬 세상이냐 하도록 술 먹고 주정을 하면서 한길을 쓸어 지나가고, 거문고 줄 양금채는 꾀꼬리 소리 같은 여청 시조를 어울려서 이 골목
                    저 골목,이 사랑
                    저 사랑에서 어디든지 그 소리 없는 곳이 없다. 성중이 그렇게 흥치로 지내는데, 옥련이는 꿈에도 흥치가 없고 비창한 마음으로 부모 산소에 다니러 간다.

북문 밖에 나가서 모란봉에 올라가니 고려장(高麗葬)같이 큰 쌍분이 있는데, 옥련이가 묘 앞으로 가서 앉으며 허리춤에서 능금
                    두 개를 집어 내며 하는 말이,

“
                        여보
                        어머니, 이렇게 큰 능금 구경하셨소? 내가 미국서 나올 때에 사가지고 왔소. 한 개는 아버지 드리고 한 개는 어머니 잡수시오.”

하면서 묘 앞에 하나씩 놓으니, 홀연히 쌍분은 간 곳 없고 송장 둘이 일어앉아서 그 능금을 먹는데, 본래 살은 다 썩고 뼈만 앙상한 송장이라. 능금을 먹다가 위아랫니가 모짝 빠져서 앞에 떨어지는데, 박씨 말려 늘어놓은 것 같은지라. 옥련이가 무서운 생각이 더럭 나서 소리를 지르다가 가위를 눌렸더라.

그때 날이 새어서 다 밝은 후이라. 이웃 방에 있는 여학생이 일어나서 뒷간으로 내려가는 길에
                        옥련의 방 앞으로 지나다가 옥련의 가위눌리는 소리를 들었으나
                        남의 방으로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고 망단한 마음에 급히 전기 초인종을 누르니 보이가 오는지라. 여학생이 보이를 보고
                        옥련의 방을 가리키며, 이 방에서 괴상한 소리가 난다 하니 보이가 옥련의 방문을 여는데 문소리에 옥련이가 잠을 깨어 본즉 남가일몽이라.

무서운 꿈을 깰 때는 시원한 생각이 있더니, 다시 생각하니 비창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탄식하는 소리가 무심중에 나온다.

“꿈이란 것은 무엇인고. 꿈을 믿어야 옳은가. 믿을 지경이면 어젯밤 꿈은 우리 부모가 다 이 세상에는 아니 계신 꿈이로구나. 꿈을 아니 믿어야 옳은가. 아니 믿을진대 대판서 꿈을 꾸고 부모가 생존하신 줄로 알고 있던 일이 허사로구나. 꿈이 맞아도 내게는 불행한 일이요, 꿈이 맞히지 아니하여도 내게는 불행한 일이라. 그러나 다시 생각하여 보니 꿈은 정녕 허사라. 우리 아버지는 난리중에 돌아가셨으니, 가령 친척이 있더라도 송장 찾을 수가 없는 터이라. 더구나 사고무친한 우리집에 목숨이 붙어 살아 있는 것은 그때 일곱 살 먹은 불효의 딸 옥련이뿐이라. 우리 아버지 송장 찾을 사람이 누가 있으리요. 모란봉
                        저녁 볕에 훌훌 날아드는 까마귀가 긴 창자를 물어다가 고목나무 높은 가지에 척척 걸어 놓은 것은 전쟁에 죽은 송장의 창자이라. 세상에 어떠한 고마운 사람이 있어서 우리 아버지 송장을 찾아다가 고려장같이 기구 있게 장사를 지낼 수가 있으리요. 우리 어머니는 대동강 물에 빠져 죽으려고 벽상에 영결서를 써서 붙인 것을 평양
                        야전병원(野戰病院)의 통변이 낙루를 하며 그 글을 읽어서 내귀에 들려주던 일이 어제같이 생각이 나면서, 대판항에서 꿈을 꾸고 우리 어머니가 혹 살아서 이 세상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다 쓸데없는 생각이라. 우리 어머니는 정녕히 물에 빠져 돌아가신 것이라. 대동강 흐르는 물에 고깃밥이 되었을 것이니, 어찌 모란봉에 그처럼 기구 있게 장사를 지냈으리요.”

옥련이가 부모 생각은 아주 단념하기로 작정하고 제 신세는 운수 되어 가는 대로 두고 보리라 하고 정신을 가다듬어서 공부하던 책을 내어 놓고 마음을 붙이니, 이삼 일 지낸 후에는 다시 서책에 착미(着味)가 되었더라.

하루는 보이가 신문지
                    한 장을 가지고
                        옥련의 방으로 오더니 그 신문을 옥련의 앞에 펼쳐 놓고보이의 손가락이 신문지 광고를 가리킨다.

옥련이가 그 광고를 보다가 깜짝 놀라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면서 얼굴은 발개지고 웃음 반 눈물 반이라.

옥련이가 좋은 마음에 띄어서 광고를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우두커니 앉았다가 또 광고를 본다.

옥련의 마음에 다시 의심이 난다. 일전 꿈에 모란봉에 가서 우리 부모 산소에 갔던 일이 그것이꿈인가. 오늘
                    신문지의 광고를 보는 것이 꿈인가. 한 번은 영어로 보고 한 번은 조선 말로 보다가 필경은 한문과 조선 언문을 섞어 번역하여 놓고 보더라.

광고

지나간 열사흗날
                        황색신문 잡보에 한국 여학생 김옥련이가 아무 학교 졸업 우등생이라는 기사가 있기로 그 유하는 호텔을 알고자 하여 이에 광고하오니, 누구시든지
                            옥련의 유하는 호텔을 이 고백인에게 알려 주시면 상당한 금으로 십 류(留)를 앙정할사.

한국
                        평안도
                        평양인
                        김관일 고백

헌수……

의심 없는
                        옥련의 부친이 한 광고다.

“
                        여보
                        보이, 이 신문을 가지고 날 따라가면 우리 부친이 십 류의 상금을 줄 것이니 지금으로 갑시다.”

“
                        내가 상금 탈 공은 없으니 상금은 원치 아니하나
                            귀양(貴孃)
                        을 배행하여 가서 부녀 서로 만나 기뻐하시는 모양 보았으면 나도 이 호텔에서 몇 해 간 귀양을 모시고 있던 정분에 귀양을 따라 기뻐하고자 합니다.”

옥련이가 그 말을 듣고 더욱 기뻐하여 보이를 데리고
                        그 부친 있는 처소를 찾아가니 십 년 풍상에서 서로 환형(換形)이 된지라, 서로 보고 서로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라. 옥련이가 신문 광고와 명함 한 장을 가지고 그 부친 앞으로 가서 남에게 처음 인사하듯 대단히 서먹한 인사를 하다가 서로 분명한 말을 듣더니, 옥련이가 일곱 살에 응석하던 마음이 새로이 나서 부친의 무릎 위에 얼굴을 폭 숙이고 소리 없이 우는데, 김관일의 눈물은 옥련의 머리 뒤에 떨어지고, 옥련의 눈물은 그 부친의 무릎이 젖는다.

“
                        이애
                        옥련아, 그만 일어나서
                            너의 어머니
                        편지나 보아라.”

“응, 어머니
                        편지라니, 어머니가 살았소.”

무슨 변이나 난 듯이 깜짝 놀라는 모양으로 고개를 번쩍 드는데, 그 부친은 제 눈물 씻을 생각은 아니하고 수건을 가지고 옥련의 눈물을 씻으니, 옥련이가 그리 어려졌던지 부친이 눈물 씻어 주는 데 고개를 디밀고 있더라. 김관일이가 가방을 열더니 휴지 뭉치를 내어 놓고 뒤적뒤적하다가 편지 한 장을 집어 주며 하는 말이,

“
                        이애, 이 편지를 자세히 보아라. 이 편지가 제일 먼저 온 편지다.”

옥련이가 그 편지를 받아 보니, 옥련이가 그 모친의 글씨를 모르는지라. 가령 옥련이가 정신이 좋으면 그 모친의 얼굴은 생각할는지 모르거니와, 옥련이 일곱 살에 언문도 모를 때에 모친을 떠났는지라. 지금 그 편지를 보며 하는 말이,

“나는 우리 어머니 글씨도 모르지. 어머니 글씨가 이렇던가.”

하면서 부친의 앞에 펼쳐 놓고 본다.

떠나신 지 삼 삭이 못 되었으나
            평양에 계시던 일은 전생 일 같삽.
            만리타국에서 수토불복(水土不服)이나 되시지 아니하고
            기운 평안하시온지 궁금하옵기 측량 없삽나이다.
            이곳의 지낸 풍상은 말씀하기 신신치 아니하오나
            대강 소식이나 알으시도록 말씀하옵나이다. 옥련이는 어디 가서 죽었는지 다시 소식이 묘연하고, 이곳은 죽기로 결심하여 대동강 물에 빠졌더니 뱃사공과 고장팔에게 건진 바 되어 살았다가 부산서 이곳
                                친정 아버님이 평양에 오셔서 사랑에서 미국 가셨다는 말씀을 전하여 주시니, 그 후로부터 마음을 붙여 살아 있삽.
            세월이 어서 가서 고국에 돌아오시기만 기다리오나이다.

그러나 사랑에서는 몇십 년을 아니 오시더라도
            이 세상에 계신 줄을 알고 있사오니 위로가 되오나,
            옥련이는 만나 보려 하면 황천에
            가기 전에는 못 볼 터이오니 그것이 한 되는 일이압.

옥련이가 그 편지를 보고 뼈가 녹는 듯하고 몸이 스러지는 듯하여 가만히 앉았다가,

“
                        아버지, 나는 내일이라도 우리집으로 보내 주시오. 날개가 돋쳤으면 지금이라도 날아가서 우리 어머니 얼굴을 보고 우리 어머니 한을 풀어 드리고 싶소.”

“
                        네가 고국에 가기가 그리 바쁠 것이 아니라 우선 네가 고생하던 이야기나 어서 좀 하여라. 네가 어떻게 살아났으며 어찌 여기를 왔느냐?”

옥련이가 얼굴빛을 천연히 하고 고쳐 앉더니, 모란봉에서 총 맞고 야전병원으로 가던 일과,
                        정상 군의 집에 가던 일과, 대판서 학교에서 졸업하던 일과, 불행한 사기로 대판을 떠나던 일과,
                        동경 가는 기차를 타고 구완서를 만나서 절처봉생(絶處逢生)하던 일을 낱낱이 말하고, 그 말을 마치더니 다시 얼굴빛이 변하며 눈물이 도니, 그 눈물은 부모의 정에 관계한 눈물도 아니요, 제 신세 생각하는 눈물도 아니요, 구완서의 은혜를 생각하는 눈물이라.

“
                        아버지, 아버지께서 나 같은 불효의 딸을 만나 보시고 기쁘신 마음이 있거든 구씨를 찾아보시고 치사의 말씀을 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관일이가 그 말을 듣더니, 그 길로 옥련이를 데리고
                        구씨의 유하는 처소로 찾아가니, 구씨는 김관일을 만나 보매
                        옥련의 부친을 본 것 같지 아니하고
                        제 부친이나 만난 듯이 반가운 마음이 있으니, 그 마음은 옥련의 기뻐하는 마음이 내 마음 기쁜 것이나 다름없는 데서 나오는 마음이요, 김씨는 구씨를 보고
                        내 딸
                    옥련을 만나 본 것이나 다름없이 반가우니, 그 두 사람의 마음이 그러할 일이라. 김씨가 구씨를 대하여 하는 말이 간단한 두 마디뿐이라.

한마디는 옥련이가 신세지은 치사요, 한마디는 구씨가
                        고국에 돌아간 뒤에 옥련으로 하여금 구씨의 기치를 받들고 백년가약 맺기를 원하는지라.

구씨는 본래 활발하고 거칠 것 없이 수작하는 사람이라 옥련이를 물끄러미 보더니,

“
                        이애
                        옥련아, 어― 실체(失體)하였구. 남의 집 처녀더러 또 해라 하였구나. 우리가 입으로 조선 말은 하더라도 마음에는 서양 문명한 풍속이 젖었으니, 우리는 혼인을 하여도 서양 사람과 같이 부모의 명령을 좇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부부 될 마음이 있으면 서로 직접하여 말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러나 우선 말부터 영어로 수작하자. 조선 말로 하면 입에 익은 말로 외짝해라하기 불안하다.”

하면서 구씨가 영어로 말을 하는데, 구씨의 학문은 옥련이보다 대단히 높으나 영어는 옥련이가
                        구씨의 선생 노릇이라도 할 만한 터이라. 그러나 구씨는 서투른 영어로 수작을 하는데, 옥련이는 조선 말로 단정히 대답하더라.

김관일은 딸의 혼인 언론을 하다가 구씨가 서양 풍속으로 직접 언론하자 하는 서슬에 옥련의 혼인 언약에 좌지우지할 권리가 없이 가만히 앉았더라.

옥련이는 아무리
                        조선 계집아이이나 학문도 있고 개명한 생각도 있고, 동서양으로 다니면서 문견(聞見)이 높은지라. 서슴지 아니하고 혼인 언론 대답을 하는데, 구씨의 소청이 있으니, 그 소청인즉 옥련이가 구씨와 같이 몇 해든지 공부를 더 힘써 하여 학문이 유여한 후에 고국에 돌아가서 결혼하고, 옥련이는
                        조선 부인 교육을 맡아 하기를 청하는 유지(有志)한 말이라. 옥련이가 구씨의 권하는 말을 듣고
                        조선 부인 교육할 마음이 간절하여 구씨와 혼인 언약을 맺으니, 구씨의목적은 공부를 힘써 하여 귀국한 뒤에 우리나라를 독일국(獨逸國)같이 연방도를 삼되, 일본과 만주를 한데 합하여 문명한 강국을 만들고자 하는 비사맥(比斯麥) 같은 마음이요, 옥련이는 공부를 힘써 하여 귀국한 뒤에
                        우리나라 부인의 지식을 넓혀서 남자에게 압제받지 말고 남자와 동등권리를 찾게 하며, 또 부인도
                        나라에 유익한 백성이 되고 사회상에 명예 있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할 마음이라.

세상에 제 목적을 제가 자기하는 것같이 즐거운 일은 다시 없는지라. 구완서와 옥련이가 나이 어려서 외국에 간 사람들이라. 조선 사람이 이렇게 야만되고 이렇게 용렬한 줄을 모르고, 구씨든지 옥련이든지 조선에 돌아오는 날은 조선도 유지한 사람이 많이 있어서 학문 있고 지식 있는 사람의 말을 듣고 이를 찬성하여 구씨도 목적대로 되고 옥련이도 제 목적대로
                        조선 부인이 일제히 내 교육을 받아서 낱낱이 나와 같은 학문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려니 생각하고, 일변으로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제 나라 형편 모르고
                        외국에 유학한 소년 학생 의기에서 나오는 마음이라.

구씨와 옥련이가 그 목적대로 되든지 못 되든지 그것은 후의 일이거니와, 그날은 두 사람의 마음에는 혼인 언약의 좋은 마음은 오히려 둘째가 되니, 옥련

                        낙지(落地) 이후에는 이러한 즐거운 마음이 처음이라.

김관일은 옥련을 만나 보고 구완서를 사윗감으로 정하고, 구씨와 옥련의 목적이 그렇듯 기이한 말을 들으니, 김씨의 좋은 마음도 측량할 수 없는지라.

미국
                        화성돈의 어떠한 호텔에서는
                        옥련의 부녀와 구씨가 솔밭같이 늘어앉아서 그렇듯 희희낙락한데, 세상이 고르지 못하여 조선
                    평양성 북문 안에 게딱지같이 낮은 집에서 삼십 전부터
                        남편 없고 자녀간에 혈육 없고 재물 없이 지내는 부인이 있으되, 십 년 풍상에 남보다 많은 것 한 가지가 있으니, 그 많은 것은 근심이라.

그 부인이 남편이 죽고 없느냐 할 지경이면 죽지도 아니한 터이라. 죽고 없는 터이면 단념하고 생각이나 아니하련마는, 육만 리를 이별하여 망부석이 될 듯한 정경이요, 자녀간에 혈육이 없는 것은 생산을 못 하였느냐 물을진대 딸 하나를 두고 아들 겸 딸 겸하여 금옥같이 귀애하다가 일곱살 되던 해에 잃었더라.

눈앞에 참척을 보았느냐 물을진대 그 부인은 말없이 눈물만 흘리더라. 눈앞에 보이는 데서나 죽었으면 한이나 없으련마는, 어디서 죽었는지 알지도 못하니 그것이 한이더라.

마침 까마귀 한 마리가 지붕 위에 내려앉더니 까막까막 깍깍 짖는 소리가 흉측하게 들리거늘, 부인이 감았던 눈을 떠서
                        장팔 어미를 보며 하는 말이,

“
                        여보게, 저 까마귀 소리 좀 들어 보게. 또 무슨 흉한 일이 생기려나베. 까마귀는 영물이라는데 무슨 일이 또 있을는지 모르겠네. 팔자 기박한 여편네가 오래 살았다가 험한 일을 더 보지 말고 오늘이라도 죽었으면 좋겠네. 요사이는 미국서 편지도 아니 오고 웬일인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설움 없이 탄식하는 모양은 아무가 보든지 좋은 마음은 아니 날 터인데, 늙고 청승스러운 장팔 어미가 부인의 그 모양을 보고 부인이 죽으면 따라 죽을 듯한 마음도 있고 까마귀를 쳐죽이고 싶은 마음도 생겨서 마당으로 펄펄 뛰어내려가서 지붕 위를 쳐다보면서 까마귀에게 헛팔매질을 하며 욕을 한다.

“수여― 이 경칠 놈의 까마귀, 포수들은 다 어디로 갔노. 소금장사― 네 어미.”

조선 풍속에 까마귀 보고 하는 욕은
                        장팔 어미가 모르는 것 없이 주워섬기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니, 그 까마귀가 펄쩍 날아 공중에 높이 뜨더니 깍깍 지르며 모란봉으로 향하거늘, 부인의 눈은 까마귀를 따라서 모란봉으로 가고, 노파의 욕하는 소리는 까마귀 소리를 따라간다.

우자 쓴 벙거지 쓰고 감장 홀태바지 저고리 입고 가죽 주머니 메고 문 밖에 와서 안중문을 기웃기웃하며 편지 받아 들여가오, 편지 받아 들여가오, 두세 번 소리하는 것은 우편 군사라.
                        장팔의 어미가 까마귀에게 열이 잔뜩 났던 차에 어떠한 사람인지 자세히 듣지도 아니하고 질부등거리 깨어지는 소리 같은 목소리로 우편 군사에게 까닭 없는 화풀이를 한다.

“웬 사람이 남의 집 안마당을 함부로 들여다보아. 이 댁에는
                            사랑 양반도 아니 계신 댁인데, 웬 젊은 녀석이 양반의 댁 안마당을 들여다보아.”

“
                        여보, 누구더러 이 녀석
                        저 녀석 하오. 체전부는 그리 만만한 줄로 아오. 어디 말 좀 하여 봅시다. 이리 좀 나오시오. 나는 편지 전하러 온 것 외에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 없소.”

“
                        여보게
                        할멈, 자네가 누구와 그렇게 싸우나. 우체 사령이 편지를 가지고 왔다 하니 미국서 서방님이 편지를 부치셨나베. 어서 받아 들여오게.”

“옳지, 우체 사령이로구. 늙은 사람이 눈 어두워서…… 어서 편지나 이리 주오. 아씨께 갖다 드리게.”

우체 사령이 처음에 노파가 소리를 지를 때는 늙은 사람 망령으로 알고 말을 예사로 하더니, 노파가 잘못한 줄을 깨닫고 말하는 눈치를 보더니 그때는 우체 사령이 목을 쓰고 대어든다.

“이런 제어미…… 내가 체전부 다니다가 이런 꼴은 처음 보았네. 남더러 무슨 턱으로 욕을 하오. 내가 아무리 바빠도 말 좀 물어 보고 갈 터이오.”

하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대어들며, 편지 달라 하는 말은 대답도 아니하니, 평양 사람의 싸움하러 대드는 서슬은 금방 죽어도 몸을 아끼지 아니하는 성정이라.

노파가 까마귀에게 화풀이할 때 같으면 우체 사령에게 몸부림을 하고 죽어도 그 화가 풀어지지 아니할 터이나, 미국서 편지 왔다 하는 소리에 그 화가 다 풀어졌더라. 그 화만 풀어질 뿐이 아니라, 우체 사령의 떼거리까지 받고 있는데, 부인은 어서 바삐 편지 볼 마음이 있어서 내외하기도 잊었던지 중문간에로 뛰어나가서 노파를 꾸짖고 우체 사령을 달래고,
                        옥련의 묘에 가지고 가려 하던 술과 실과를 내어다 먹인다.

우체 사령이 금방 살인할 듯하던 위인이 노파더러 할머니
                    할머니 하며 풀어지는데, 그 집에서 부리던 하인과 같이 친숙하더라.

노파가 편지를 받아서 부인에게 드리니, 부인이 그 편지를 들고 겉봉 쓴 것을 보더니 깜짝 놀라서 의심을 한다.

“
                        아씨, 무엇을 그리하십니까?”

“응, 가만히 있게.”

“

                            서방님께서 부치신 편지오니까?”

“아닐세.”

“그러면
                            부산서 주사나리께서 하신 편지오니까?”

“아니.”

“에그, 어서 말씀 좀 시원히 하여 주십시오.”

“글씨는 처음 보는 글씨일세.”

본래 옥련이가 일곱 살에 부모를 떠났는데, 그때는 언문 한 자 모를 때라. 그 후에 일본 가서 심상소학교 졸업까지 하였으나 조선 언문은 구경도 못 하였더니, 그 후에 구완서와 같이 미국 갈 때에 태평양을 건너가는 동안에 구완서가 가르친 언문이라,
                        옥련의 모친이 어찌 옥련의 글씨를 알아보리요. 부인이 편지를 받아 보니 겉면에는,

한편에는,

진서 글자는 부인이 한 자도 알아보지 못하고 다만 ‘옥련 상사리’라 한 글자만 알아보았으나, 글씨도 모르는 글씨요, 옥련이라 한 것은 볼수록 의심만 난다.

“
                        여보게
                        할멈, 이 편지 가지고 왔던 우체 사령이 벌써 갔나. 이 편지가 정녕 우리집에 오는 것인지 자세히 물어 보았더면 좋을 뻔하였네.”

“왜 거기 쓰이지 아니하였습니까?”

“한 편은 진서요 한 편에는 진서도 있고 언문도 있는데, 진서는 무엇인지 모르겠고, 언문에는 옥련 상사리라 썼으니, 이상한 일도 있네. 세상에 옥련이라 하는 이름이 또 있는지, 옥련이라 하는 이름이 또 있더라도 내게 편지할 만한 사람도 없는데…….”

“그러면
                            작은아씨의 편지인가 보이다.”

“에그, 꿈같은 소리도 하네. 죽은 옥련이가 내게 편지를 어찌 하여…….”

하면서 또 한숨을 쉬더니 얼굴에 처량한 빛이 다시 난다.

“
                        아씨
                        아씨, 두말씀 말고 그 편지를 뜯어 보십시오.”

부인이 홧김에 편지를 박박 뜯어 보니
                        옥련의 편지라.

모란봉에서 지낸 일부터
                        미국
                        화성돈 호텔에서
                        옥련의 부녀가 상봉하여 그 모친의 편지 보던 모양까지 그린 듯이 자세히 한 편지라.

그 편지 부쳤던 날은 광무 육년(음력) 칠월 십일일인데, 부인이 그 편지 받아 보던 날은 임인년 음력 팔월 십오일이러라.

부산
                    절영도 밖에 하늘 밑까지 툭 터진 듯한 망망대해에 시커먼 연기를 무럭무럭 일으키며 부산항을 향하고 살같이 들어닫는 것은 화륜선이다.

오륙도, 절영도 두 틈으로 두 좁은 어구로 들어오는데 반속력 배질을 하며 화통에는 소리가 하늘 당나귀가 내려와 우는지, 웅장한 그 소리 한마디에 부산
                    초량이 들썩들썩한다. 물건을 들이고 내는 운수 회사도 그 화통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을 보내고 맞아들이는 여인숙에서도 그 화통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화륜선 닻이 뚝 떨어져서 삼판 배가 벌떼같이 드러난다. 부산 객주에 첫째나 둘째 집에는 최주사 집
                    서기 보는 소년이 큰사랑 미닫이를 열며,

“
                        여보시오, 주사장. 진남포에서 배 들어왔습니다. 우리 짐도 이 배편에 왔을 터이니 사람을 보내 보아야 하겠습니다.”

최주사는 낮잠을 자다가 화륜선 화통 소리에 잠이 깨어 일어나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터이라. 서기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하고 앉았다가 긴치 않은 말대답하듯,

“
                        날 더러 물을 것 무엇 있나.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소년은 서기 방으로 가고 최주사는 큰사랑에 혼자 앉았더라.

최주사는 몇 해 동안에 재물이 불 일어나는 듯 느는데 그 재물이 늘수록 최주사의 심회가 산란하다. 재물을 모을 때는 욕심에 취하여 두 눈이 빨개서 날뛰더니 재물을 많이 모아 놓고 보니 재물이 그리 귀할 것이 없는 줄로 생각이라. 빈 담뱃대 딱딱 떨어 물고 물부리를 두어 번 확확 내불어 보더니 지네발 같은 평양 엽초 한 대를 담아 붙여 물고 담배연기를 혹혹 내불면서 무슨 생각을 하다가 혼자말로 탄식이라.

“재물. 재물. 재물이 좋기는 좋지만은 제 생전에 먹고 입고 지낼 만하면 그만이지. 그것은 그리 많아 쓸데 있나. 몸 괴로운 줄 모르고 마음 괴로운 줄 모르고 재물만 모으려고 기를 버럭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흥, 어리석은 것도 아니야. 환장한 사람이지. 풀 끝에 이슬 같은 이 몸이 죽은 후에 그 재물이 어찌 될지 누가 알 바 있나. 적막한 북망산에 돈이 와서 일곡이나 하고 갈까. 흥, 가소로운 일이로고. 내 나이 육십여 세라. 인생 칠십 고래희라 하였으니 내가 칠십을 살더라도 이 앞에 칠팔 년 동안 뿐이로구나. 아들은 양자. 딸은 저 모양. 어― 내 팔자도 기박하고. 옥련이나 살았더면 짐짓이 마음을 붙였을 터인데, 그런 불쌍한 일이 있나. 오냐, 그만두어라. 집안일은 잘 되나 못 되나 서기에게 맡겨 두고 평양 가서 딸도 만나 보고 미국 가서 사위나 만나 보고 오겠다.

마침 문간이 들석들석하더니 무슨 별일이나 있는 듯이 계집종들이 참새떼 재잘거리듯 지껄이며 사랑 마당으로 올라 들어오는데 최주사는 혼자 중얼거리고 앉아서 귀에 달은 소리는 아니 들어오던지 내다보지도 아니한다.

마루 위에서 신 벗는 소리가 나더니 사랑지게문을 펄쩍 열며,

“아버지, 나 왔소.”

하며 들어오는데 최주사가 정신이 번쩍 나서 쳐다보니 딸이라.

“
                        이애, 이것이 꿈이냐. 네가 어찌 여기를 왔느냐.”

“
                        내가 날개 돋쳐 내려왔소.”

하며 어린아이 응석하듯, 웃으며 나오는 모습이 얼굴에 화기가 돈다.

최주사는 꿈에라도 그 딸을 만나 보면 근심하는 얼굴만 보이더니 상시에 저러한 얼굴빛을 보고 최주사 얼굴에도 화기가 돈다.

“
                        이애, 참 별일이다. 네가 오기는 뜻밖이로구나. 여편네가 십 리 길이 어려운 처지인데 일천 오백리 길에 네가 어찌 혼자 왔단 말이냐.”

“
                        옥련이 같은 어린 계집아이도 육만 리나 되는 미국을 갔는데 내가 이까짓 데를 못 와요. 진남포로 내려와서 화륜선 타고 왔소. 아버지, 나는 개화하였소. 이 길로 미국에나 들어가서 옥련이나 만나 보고
                            옥련의 남편 될 사람도 내 눈으로 좀 자세히 보고 오겠소. 아버지, 나를 돈이나 좀 많이 주시오. 옥련이가 좋아하는 것이 있거든 사서 주겠소.”

최주사가 옥련이 살았단 말을 듣더니 딸을 만나 보고 반가운 마음은 잊었던지 몇 해 만에 보는 딸에게 그 동안 잘 있었느냐, 못 있었느냐, 말은 한마디 없고 옥련의 말만 묻고 앉았다가 그날 저녁에는 흥김에 밥을 아니 먹고 술만 먹으며 횡설수설하다가 주정이 나서 그 후 최부인더러 짐짓 자랄 때에 잘 굴었느니 못 굴었느니 하며 삼십 년 전 일을 말하고 앉았다가 내외간 싸움이 일어나서 마누라는 자식도 없는 늙은 년이 서러워서 죽고 싶으니 살고 싶으니 하며 울고 청승을 떨고 있고.

딸은 내가 아니 왔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터인데, 하면서 이 밤으로 도로 가느니 마느니 하는 서슬에 온 집안이 붙들고 만류하여 야단났네.

최주사가 그 딸이 가느니 마느니 하는 것을 보고 취중에 화가 나서 혀꼬부라진 소리로 마누라에게 화풀이를 한다.

“응, 마누라가 낳은 딸 같으면 저럴 리가 만무하지. 모처럼 온 계집을 들어앉기도 전에 도로 쫓으려 드니.”

마누라는 애매한 책망을 듣고 청승을 점점 더 떨고 딸은 점점 불리한 마음이 더 나서 친정에 왔던 후회만 하고 최주사의 주정은 점점 더하는데, 온 집안이 잠을 못 자고 안마루
                    안마당에 그득 모였으나 최주사의 주정을 감히 말릴 사람은 없는지라.

최주사는 아들이 섣부른 소리로
                        최주사더러 좀 참으시면 좋겠습니다, 하였더니 최주사가 취중에 진정 말이 나오던지,

“
                        이애, 주제넘게 네가
                            내 집 일에 참견이 무엇이야.”

하며 핀잔을 탁 주더니 최주사의 아들은 양자 들어온 사람의 마음이라, 야속한 생각이 들어서 캄캄한 바깥마당에 나가서 혼자 우두커니 섰다가 담배 한 대를 붙여 물고 나올 작정으로 서기 방으로 들어간다.

서기 방에서는 문서를 닦느라고 두 사람이 마주앉아서 부르고 놓고 하다가 최주사의 아들이 담뱃대 찾는 수선에 주 한 개를 달깍 더 놓았더라. 주 놓던 사람이 아차 하며 쳐다보더니 젊은 주인이라. 다른 사람이 서기 방에 들어가서 수선을 그렇게 피웠으면 생핀잔을 보았을 터인데
                        주인의 아들인 고로 핀잔은 고사하고 담배 한 대 더 꺼내 주노라고 쌈지 끈 끄르는 사람이 둘이나 된다.

문서책 한 권이 보기에는 대단치 아니한 백지 몇 장이로되 그 속에 있는 것만 하여도 어디를 가든지 부자 득명할 재물 덩어리라.

최주사의 아들이 최주사를 야속하게 여기던 마음이 쑥 들어가고 조심하는 마음이 생겨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더니 웃는 낯으로 어머니, 그리 마시오. 누님 그리 마시오 하며 애를 쓰고 돌아다 니는데 최주사가 곤드레만드레하며,

“그만 내버려두어라. 그것들 방정 실컷 떨게…….”

하더니 사랑으로 비틀비틀 나가서 쓰러지더니 콧구멍에서 맷돌질하는 소리가 나도록 코를 곤다.

그 이튿날 아침에 최주사가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더니 마누라와 딸과 아들까지 불러 앉히고 재미있는 모양으로 말을 떠드는데 마누라는 어젯밤에 있던 성이 조금도 아니 풀린 모양으로 아무 소리 없이 돌아앉았더라.

“
                        아버지, 어젯밤에 웬 술을 그렇게 많이 잡수셨습니까?”

최주사는 그 전날 밤에 사랑으로 나가던 생각은 일어나나, 처음에 주정하던 일은 멀쩡하게 생각하면서 생시치미를 뗀다.

“응, 과히 취하였더냐. 주정이나 아니하더냐. 오냐, 살아 생전에 일배주라니 내가 주정을 하면 몇 해나 하겠느냐, 허허허.”

웃음 한마디에 온 집안이 화기가 돈다. 최주사가 그날은 술 한 잔 아니 먹고 아들과 서기에게 집안일 분별하더니 딸을 데리고 미국 들어갈 치행을 차리더라.

물 속에 산이 솟고 산 아래는 물만 있는 해협을 끼고 달아나는 화륜선은 어찌 그리 빠르던지. 눈앞에 보이던 산이어늘 하면 뒤에 가 있다. 부산항에서 떠나서 일본
                    대마도
                    마관, 신호, 대판을 지내 놓고 횡빈으로 들어가는데
                        옥련 어머니 마음에는 그만하면 미국 산천이 거의 보이거니 생각하고 하루에도 몇 번인지 화륜선 갑판 위에 올라서서 배 가는 곳만 바라보고 섰다.

이 배같이 크고 빠른 것은 다시 없으려니 하였더니 그 배는 횡빈에서 닻을 주고
                        태평양 내왕하는 배를 갈아타니 그 배는 먼저 탔던 배보다 더 크고 빠른 배라. 그러한 배를 타고 더디 간다 한탄하는 사람은
                        옥련의 부녀를 만나 보러 가는
                        최주사의 부녀뿐이더라. 앉았으나 섰으나, 잠이 들었으나 깨었으나, 타고 앉은 배는 밤낮 쉴새없이 달아나는데, 지낸 곳에 보이던 일본 산천은 자라목 움츠러드는 듯 점점 작아지더니 태평양을 들어서면서 산 명색이라고는 오뚝이만한 것 하나도 보이지 않고 보이는 것은 물과 하늘뿐이라.

푸르고 푸른 하늘을 턱턱 치는 듯한 바닷물은 하늘을 씻어서 물이 푸르러졌는지, 푸른 물결이 하늘에 들이쳐서 하늘에 물이 들었는지, 물빛이나 하늘빛이나 그 빛이 그 빛이라.

배는 가는지 아니 가는지, 밤낮 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선 것 같은데,그 크던 배가 만리창해에 마름 하나 떠다니는 것 같다.

최주사 부녀가 갑판 위로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최주사의 딸이 응석을 한다.

“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딸의 덕에 이런 좋은 구경을 하시는구려. 내가 없었더면 아버지께서 여기 오실 까닭이 있소?”

“허허허, 효성은 딸이 하나 보다. 나도 딸의 덕에 이 구경을 하고 너도 옥련의 덕에 이 구경을 하는구나. 네가
                            네 남편이 미국 있다는 말을 들은 지가 팔구 년이 되었으나 미국 간다는 말도 없더니, 옥련이가 미국 있다는 말을 듣고 대문 밖에도 못 나가던 위인이 미국을 가니 자식에게 향하는 마음이 그러한 것이로구나.”

하면서 딸을 물끄러미 보는데
                        최주사의 딸이 그 부친의 말을 듣다가 무슨 마음인지 눈물이 돌며 눈자위에 붉은빛을 띠었더라.

최주사가 그 딸의 눈물 나는 모양을 보더니 또한 무슨 마음인지 눈에 눈물이 돈다. 딸의 눈물은 아버지가 양자한 아들을 데리고 뜻에 맞지 못하여 아비는 아들의 눈치를 보고 아들은 아비의 눈치를 보던 그 모양이 생각이 나서 딸자식 된 마음에 그 아버지 신세를 생각하고 나오는 눈물이요, 최주사의 눈물은 그 딸이 일청전쟁 난리 겪은 후에 내외간에 이별하고 모녀간에 소식을 모르고
                        장팔 어미만 데리고 근심하고 고생하던 일이 불쌍한 생각이 나서 나오는 눈물이라. 서로 눈물을 감추고 서로 위로하다가 다시 옥련의 이야기가 시작되며 웃음 소리가 난다.

“
                        아버지, 우리 오던 곳이 어디며, 우리가 향하여 가는 곳은 어디요. 해를 쳐다보아도 동서남북을 모르겠소그려. 이편을 바라보아도 물뿐이요, 저편을 바라보아도 물뿐인데 물 밖에는 하늘 외에 또 무엇이 있소. 아버지
                        아버지,
                            우리가 일본
                            횡빈에서 떠난 후에 이 물이 넘쳐서 세상 사람 사는 곳은 다 덮여 싸여서 물 속으로 들어갔나 보오. 처음부터 아니 보이던 산은 어찌하여 많이 보이는지 모르겠소마는 우리 눈으로 보던 산까지 아니 보이니 그 산이 어디로 갔단 말이오.”

“글쎄, 나도 모르겠다. 완고로 자라서 완고로 늙은 사람이 무엇을 알겠느냐. 부산
                        소학교 아이들이 모여 앉으면 별소리가 다 많더라마는 무심히 들었더니 지금 생각하니 좀 자세히 들었으면 좋을 뻔하였다. 어 그 무엇이라던가. 수박같이 둥그런 땅덩이에서 사람이 산다 하니 수박같이 둥글 지경이면 이편에서 저편이 보이겠느냐. 그런 것을 물으려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완고의 애비더러 묻지 말고 신학문 배운 네 딸 옥련
                        이더러 물어 보아라.”

하며 최주사의 얼굴에 즐거운 빛을 띠었는데
                        옥련이 같은 딸 둔
                        최주사의 딸도 얼굴에 웃음빛을 띠고 그 부친을 쳐다본다.

최주사의 부녀가 구경을 하다가도 옥련의 이야기요, 음식을 먹다가도 옥련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천지간에 자식 사랑하는 정은
                        옥련의 모친 같은 사람은 다시 없을 것 같다.

태평양에서 미국
                    화성돈이 멀기는 한량없이 멀건마는 지구상 공기는 한 공기라. 태평양에서 불던 바람이 북아메리카로 들이치면서 화성돈
                    어느 공원에서 단풍 구경을 하던 한국 여학생 옥련이가 재채기를 한다.

“누가 내 말을 하나 보다. 웬 재채기가 이렇게 나누. 에그 내 말 할 사람이야 우리 어머니밖에 누 가 있나.”

하면서 호텔(주막)로 들어가다 만리타국에서 부녀가 각각 헤어져 있기는 서로 섭섭한 일이나,
                        김관일이 다니는 학교와
                        옥련이가 다니는 학교가 다른 고로 학교 가까운 곳을 취하여
                        옥련이가 있는 호텔과
                        김관일이 있는 호텔이 각각이라.

옥련이가 저 있는 호텔로 가다가 돌아서서
                        그 부친
                        김관일의 호텔로 가더라. 호텔 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우체 군사가
                        김관일에게 오는 전보를 들이더니 보이가 손에는 전보를 받아 들고 한편으로 옥련이를 인도하여 김관일의 방으로 들어간다.

옥련이가 그 부친에게 인사하기를 잊었던지, 들어서며 하는 말이,

“
                        아버지, 전보가 어디서 왔습니까?”

김관일도 옥련이더러 말할 새도 없던지,

“글쎄, 보아야 알겠다.”

하면서 전보를 뚝 떼어 보더니 발신소는 미국

                        상항 우편국이요, 발신인은 최항래라. 전문에 하였으되,

'딸을 데리고 간다. 상항에서 배 내렸다. 내일 오전
                        첫차를 타고 가겠다.'

기쁜 마음에 뜨이면 분명한 사람도 병신 같은 일이 혹 있는지, 김관일이가 전보를 들고,

“응, 무엇이냐, 최항래. 최항래. 최항래가
                            네 외조부의 이름인데. 이애, 옥련아, 이 전보 좀 보아라.”

옥련이가 선뜻 받아 들고 자세히 보니
                        그 어머니가 온다는 전보라. 부녀가 돌려 가며 전보를 보는데 옥련의 기뻐하는 모양은 죽었던 어머니가 살아와도 그 외에 더 기뻐할 수는 없겠더라.

그날 그때부터 옥련이는 그 어머니가 타고 오는 기차를 기다리는데 일각이 여
                        삼추
                    라. 생각으로 해를 보내고 생각으로 밤을 보내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었더라.
                        옥련이가 혼자 기차를 타고 그 어머니 마중을 나간다.
                            상항에서 화성돈으로 오는 기차는
                            옥련의 모친이 타고 오는 기차요,
                            화성돈에서 상항으로 가는 기차는
                            옥련이가 타고 가는 기차이라. 원래 그 기차가 쌍선이 아니던지, 단선의 철도에서 오고 가는 기차가 시간을 어기었던지, 두 기차가 서로 충돌이 되었더라. 기차가 상하고 사람이 무수히 상하였는데 그 중에
                            조선 복색한 여편네 송장이 있는 것을 보고 옥련이가 그 어머니 죽은 송장이라고 붙들고 운다. 흑흑 느껴 울다가 제풀에 잠을 깨니 남가일몽이라.

전깃등은 눈이 부시도록 밝고, 자명종은 열두시를 땅땅 친다. 옥련이가 그 어머니를 과히 생각하는 중에서 그런 꿈이 된 줄 알고 마음을 진정하였더라.

옥련이의 모친이 옥련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옥련이가 그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을 비교할 지경이면 누가 우등생이 될는지. 인간에 그런 사정은 하느님이나 자세히 알으실까.

그렇게 서로 간절하던
                        옥련의 모녀가 화성돈에서 만나 보는데 그 모녀가 좋아하는 모양을 볼진대 옥련이가 미칠지
                        옥련의 어머니가 미칠지, 둘이 다 미칠지 염려할 만도 하더라.

최주사의 부녀가 화성돈에서 삼 주일을 묵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떠나던 전날은 일요일이라. 최주사와 김관일과 구완서와
                        옥련의 모녀까지 다섯 사람이 모여 앉았는데 그날은 다른 말은 별로 없고 옥련의 혼인 공론이 부산하다.

최주사 부녀는 조선 풍속이 골수에 꼭 박힌 사람이라. 내 사정만 주장하고 옥련이와 구완서를 데리고 조선으로 가서 혼인을 지낸 후에 즉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겠다 하고, 김관일이는 싱긋싱긋 웃으면서 구완서만 힐끔힐끔 보고 앉았고, 옥련이는 아무 말 없이 술병을 들고 외조부 앞에 술을 따르며 앉았고, 구완서는
                        최주사 부녀의 말 끝나기를 기다리고 앉았는데,
                        최주사의 부녀는 말대답하는 사람이 다 될 것같이 옥련이와 구완서를 데리고 갈 생각으로 말한다.

구완서가 옥련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옥련의 모친을 보며 자기의 질정하였던 마음을 설명한다.

“
                        옥련같이 학문자질이 있는 따님을 두시고 날같이 용렬한 사람으로 사위를 삼으려 하시는 것은 감사하기 측량 없습니다. 그렇게 감사한 일을 생각하면 오늘이라도 말씀하시는 대로 좇을 일이오나 아직 어린 서생들이 혼인이 무엇이오니까.”

하면서 다시 옥련이를 돌아다보며 허허 웃더니,

“
                        여보게
                        옥련, 지금은 우리가 동무이지, 귀국하면 내외가 될 터이지. 우리가 자유로 결혼하자 언약을 맺은 사람이라. 언약을 맺어도 자유, 언약을 파하여도 자유, 어느 때로 행례할 기약을 정하는 것도 자유로 할 일이라. 나도
                            부모 구존한 사람이요, 그대도 부모 구존한 터이라. 부모가 미성년한 자식에게 명령할 일은 공부 잘하여라, 나라를 위하여라 하는 것이 부모 된 이들의 도리요 직분이라. 지금 우리가 고국에 돌아가면 공부에 방해도 적지 아니할 터이오. 혈기 미성한 사람들이 일찍 시집 가고 장가 드는 것은 제 신상에 그렇게 해로운 것은 없는지라. 그러나 우리가 제 일신의 이해를 교계하는 것은 오히려 둘째로다. 여보게
                        옥련. 우리가 공부를 하여도 나라를 위하여 하고 살아도 나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나라를 위하여 죽는 것이 옳은 일이라. 여보게
                        옥련, 자네 마음 어떠한가. 어서 시집이나 가서 세간살이나 재미있게 하면 그것이 소원인가. 자네 소원이 만일 그러할진대 우리 기왕 언약이 아무리 중하더라도 나는 그 언약보다도 더 중요한 국가를 위한다는 생각이 있으니 자네는 바삐 귀국하여 어진 남편을 구하여 하루바삐 시집 가서
                            자네 부모의 소원대로 하게.”

그 말 한마디에
                        옥련의 모친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에그, 천만의 말도 하네. 내 말 끝에 옥련이더러 그렇게 말할 것 무엇 있나. 말은 내가 하였지, 옥련이가 무슨 입이나 떼었나. 나는 지금부터 구완서를
                            내 사위로 알고 있어. 에그, 사위라 하면서 이름을 불렀네. 아무러면 허물 있나. 여보게
                        이 사람, 자네
                        옥련이더러
                            너의 부모 소원대로 하라 하니 우리 소원이야 하루바삐 구완서를
                            내 사위 삼고픈 소원 외에 또 무슨 소원이 있나. 지금 혼인을 하면 공부에 해로울 터이면 두었다가 아무 때나 하지.”

하며 횡설수설하는 것은
                        옥련의 모친이 구완서가 혼인 언약을 깨뜨릴까 염려하는 말이더라.

최주사는 완고의 늙은이라. 구완서의 하는 말을 들은즉 버릇없는 후레자식도 같고, 너무 주제넘은 것도 같은지라. 최주사의 마음에는
                        옥련이 같은 외손녀를 두고 어디를 가기로
                        구완서만한 외손섯감을 못 고르랴 싶은 생각뿐이라. 또 최주사가 일평생에 돈 많고 기 펴고 지내던 사람이라.

자기 마음대로 하면 옥련이를 곧 데리고 나가서 극진한 신랑감을 골라서 기구 있게 혼인을 잘 지 내고 싶으나 한 치 건너 두 치라, 외손의 혼인부터는 내 마음대로 하기가 어려운 생각이 있어서 딸의 눈치도 보다가  사위의 눈치도 보며 헛기침만 하고 앉았다.

김관일은 본디
                        구완서의 기개를 아는 사람이라. 말없이 앉았다가 그 부인더러 간단한 말로 옥련의 혼인은 아는 체 말자 하면서 옥련의 얼굴을 거들떠보니 옥련이는 머리 위에 꽃을 꽂고, 눈썹은 나비를 그린 듯한데 눈은 내리깔고 앉았으니 무슨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옥련이를 낳은 옥련의 부모라도 뜻은 알 수 없겠더라.

옥련이와 구완서는 몇 해 동안이든지 공부 성취하도록 고국에 돌아가지 않기로 작정하였고 혼인은 본래 작정대로 귀국하는 이후에 성례하기로
                        옥련의 모친까지 그 작정을 좇아 허락하고 그 이튿날
                    부산으로 떠나간다.

사람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정거장에서 오후 기차 시간을 기다려서 상항 가는 기차표 사는 사람은
                        최주사 부녀요, 입장권 사서 들고
                        최주사의 부녀더러 이리 가오, 저리 가오, 시간이 되었소, 기차가 떠나겠소, 하며 가르치는 사람은
                        최주사의 부녀를 석별하러 온 김관일의 부녀요, 정거장에 잠깐 나왔다가 학교에 동창회가 있다 하면서 기차 떠나는 것을 못 보고 먼저 들어가는 사람은 구완서요, 철도 회사 복색을 입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기차를 살펴보는 사람은 장거수라. 시계를 내어 보더니 손을 번쩍 들며 호각을 부는데 호르륵 소리 한마디에 기차가 꿈쩍거린다.

기차 속에서 눈물을 머금고,

“
                        옥련아, 아버지 모시고 잘 있거라.”

하는 사람은
                        옥련의 모친. 기차 밖에서 목메인 소리로,

“
                        어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안녕히 가시오.”

하며 눈물을 씻는 사람은 옥련. 삿보를 벗어 들고 손을 높다랗게 쳐들고 기차 속에 있는 최주사를 바라보며,

“
                        만리고국에 태평히 가시오. 대한민국 만세.”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김관일. 싱긋 웃으며 턱만 끄덕 하고

                            김관일의 부녀 선 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최주사이라.

기차의 연기 뿜는 고동 소리가 점점 잦으며 기차는 구루마같이 달아난다. 기차는 점점 멀어지고 연기만이 남아서 공중에 서렸는데 눈물이 가득한 옥련의 눈이 기차 연기만 바라보고 섰다.

“
                        이애
                        옥련아, 울지 말고 들어가자. 오래 섰으면 철도회사 사람에게 핀잔보고 쫓겨난다. 몇 해만 지내면 나도 귀국하고 너도 귀국할 터인데 그렇게 섭섭하게 여길 게 무엇이냐. 네가 일본과 미국으로 유리 표박하여 부모의 사생을 모르고 있을 때를 생각하여 보아라. 지금은 부모를 만나 보았으니 좀 좋은 일이냐. 이애
                        옥련아, 우리 이 길로 공원에 나가서 바람이나 쏘이고 구경이나 하자.”

하면서 옥련이를 데리고 공원으로 들어가니 석양은 만리요, 상항은 보이지 아니하더라.

옥련이가 어머니를 이별하고 섭섭하여 하는 모양이 실성을 할 것 같은지라, 그 부친이 중언부언하여 옥련이를 위로하고 각기 호텔에 돌아가더라.

옥련이가 난리중에 그 부모를 잃고 타국으로 유리할 때에 그 부모가 다 죽은 줄로 알고 있던 터이라.

일본
                    대판
                    정상 군의 집에 있을 때 지내던 일을 말할지라도 학교에 가면 공부에만 정신이 쓰이고 집에 돌아오면
                        정상 부인에게 정도 들었고 조심도 극진히 하였고 동무를 대하면 재미있게 놀아도 보았는데 그럭저럭 부모 생각도 다 잊었으니, 미국에 온 지 사오 년 만에 천만의외에 그 부친을 만나 보고 그 어머니 생존한 줄을 알았는데 하루바삐 그 어머니 얼굴을 보고 싶으나 일변으로 생각하면 그 어머니가 살아 있는 것만 기뻐하여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던 옥련이가 그 어머니를만나 보고 작별하더니 얼굴에 근심빛뿐이라.

귀에는 어머니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눈에는 어머니 모양이 보이는 듯하다.

                            평양성 난리 후에 그 어머니가 고생한 이야기 하던 것과 화성돈 정거장에서 그 어머니 떠나던 일은 옥련의 마음속에 사진같이 다 박혀 있다. 옥련이가 지향없이 혼자말로,

“
                        우리 어머니는 어디쯤이나 가셨누. 아버지도 여기에 계시고 나도 여기 있는데 어머니 혼자
                        우리나라로 가시는구나. 내 몸 둘이 되었으면 하나는 아버지 뫼시고 있고 하나는 어머니 뫼시고 있고지고. 우리 어머니가 평양성 중에서 십 년 동안을 근심중으로 지내시고 또 혼자 평양으로 가시는구나. 나를 생각하시느라고 병환이나 아니 날까.”

옥련이가 그렇게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 어머니 마음은 어떠할꼬.
                        옥련의 어머니는 남편도 이별하고 그 딸
                    옥련이도 이별하였으니 그 이별은 겹이별이라. 그 근심이 오직 대단할 것 아니언마는
                        옥련의 모친 마음이 그렇지 아니하고 도리어 기쁜 마음뿐이라.

출전:만세보(1906.7.22~1906.10.10)

===== 02_Yi Hae-jo_The Iron World (Cheol-segye) =====

셕양은, 염々ᄒᆞ고, 만목은, 울총ᄒᆞ야, 슈간두옥이, 은영ᄒᆞᆫ듸, 긔화이초가, 산만ᄒᆞ야ᄯᅳᆯ압헤, 가득ᄒᆞ고, 셰죽념을, 빗기것어, 셔안이졍졔ᄒᆞᆫ듸, 나이, 오십여나된, 신ᄉᆞ가슈염이, 희ᄯᅳᆨ희ᄯᅳᆨᄒᆞ고, 긔골이쥰슈ᄒᆞ며, 안ᄉᆡᆨ이혼후ᄒᆞ야, ᄌᆞᄋᆡ심이, 미목간에, 은연ᄒᆞ게뵈이니, 당셰에, 유명ᄒᆞᆫ, 화공이라도, 그화긔와, ᄋᆡ용을방불히, 그리기어려올너라.

그신ᄉᆞᄂᆞᆫ, 법국
                    파려,
                        의학ᄉᆞ좌션군인ᄃᆡ, 영국
                    발뢰돈부에, 와셔, 위ᄉᆡᆼᄉᆞ를연구ᄒᆞ니, 이집은,
                        그신ᄉᆞ의, 슉식ᄒᆞᄂᆞᆫ려관이러라.

이ᄯᆡ좌션군이, 대리신문ᄒᆞᆫ쟝을들고보다가, 셔안에노으며, 혼ᄌᆞ말로, 탄복ᄒᆞᄂᆞᆫ말이

이러ᄒᆞᆫ, 신문지ᄂᆞᆫ, 응당영국즁에도, 몃ᄌᆡ안가리로다.

그신문은, 이날, 발뢰돈
                    위ᄉᆡᆼ회의에,
                        법국
                        의원좌션의, 연셜을, 게재ᄒᆞ얏고, 기외에, 태오ᄉᆞ, 탈란, 잡라ᄉᆞ, 각신보에, 다이연셜를, 시럿시니, 이ᄂᆞᆫ좌션의학ᄉᆞ
                    가, 어졔,

위ᄉᆡᆼ회의에, (ᄉᆞ람이, 엇지ᄒᆞ면, 죽지안는, 술법을엇을고)ᄒᆞᆫ문뎨로, 연셜ᄒᆞᆷᄋᆡ, 그말이졀당ᄒᆞᆷ으로, 일시좌즁에, 회원들이, 졀々탄복ᄒᆞ고, 륜돈젼도(倫敦全都)
                    각신보관에편젼ᄒᆞ니, 좌션군의명예가, 일국에굉쟝ᄒᆞ더라.

좌션군이, 맛ᄎᆞᆷ, 각신문을보다가, 창밧게인젹이ᄂᆞ거날, 창을열고보니, 시ᄌᆞ가, 명편ᄒᆞᆫ쟝을드리며, 엿ᄌᆞ오ᄃᆡ,

엇던, 손임이, 션ᄉᆡᆼ을뵈와지라ᄒᆞ오니, 쳥ᄒᆞ야, 드리오릿가.

좌션이, 명편을밧아보고, 마ᄋᆞᆷ에, 의아ᄒᆞ야.

이ᄉᆞ람, 날과면분이업ᄂᆞᆫᄃᆡ, 엇지ᄒᆞ야, ᄎᆞᆺᄂᆞᆫ고.

ᄒᆞ며, 명편을ᄌᆡᄉᆞᆷ보니, 쎳시되.

륜돈ᄉᆞ샤ᄇᆡᆨ등, 구십ᄉᆞᆷ호,
                    률ᄉᆞ, 겸, 공증인, 가본이라ᄒᆞ엿거ᄂᆞᆯ, 좌션이, 더욱의심ᄒᆞ되.

더구나, 률ᄉᆞ가, 나를무ᄉᆞᆷ일로, 찻노, 아모려나, 마져, 동졍을보리라.

하고, 시ᄌᆞ다려,

손임을, 드러오시게ᄒᆞ여라.

ᄀᆡᆨ이, 드러오ᄂᆞᆫᄃᆡ, 안ᄉᆡᆨ이온화ᄒᆞ며, 졍신이씩々하고, 나히, 삼십여나, 되엿더라. 좌션과, 례ᄒᆞ고, 좌뎡ᄒᆞᆫ후,

나는, 륜돈
                        ᄇᆡᆨ등에, 잇ᄂᆞᆫ,
                            률ᄉᆞ가본이라ᄒᆞ오, 션ᄉᆡᆼ은,
                            의학ᄉᆞ좌션군이, 안이시오.

그럿소,

그런면, 션ᄉᆡᆼ이법랑송좌션씨시오.

그러ᄒᆞ오.

그러면, 션ᄉᆡᆼ이, 본ᄅᆡ, 디북평에, 사셧나요.

과연, 그러ᄒᆞ오.

그런즉, 존공이, 애달이좌션씨가, 안니시오.

하, 그러ᄒᆞ거니와, 엇지ᄒᆞ야, 무르시나요.

그런즉, 군의됴부게셔도, 애달이좌션시라, 아니ᄒᆞ오.

가본이, ᄒᆞ면셔, 품의셔, 큰, ᄎᆡᆨᄌᆞᄒᆞ나를ᄂᆡ여, 뒤젹뒤젹ᄒᆞ더니.

올소, 존공게셔, 일쳔팔ᄇᆡᆨ오십칠년삼월륙일에,
                            파려타륜리졍, 오십ᄉᆞ호에셔, 하셰ᄒᆞ시지, 안엇소.

좌션이, 이말을듯고, 놀나며, ᄒᆞᆫ난말이.

손임이, 우리집일을, 엇지이갓치, 자셰이, 아시ᄂᆞ뇨.

가본이, 그말, ᄃᆡ답은안니ᄒᆞ고, ᄯᅩ뭇되

일쳔팔ᄇᆡᆨ구십칠년삼월륙일에, 하셰ᄒᆞ신,
                            좌션씨, 모친의, 일홈은, 가리륜산파이인ᄃᆡ,
                            배ᄂᆡ가륜산파이의, ᄯᆞᆯ이오, ᄆᆡ씨ᄂᆞᆫ, 일쳔팔ᄇᆡᆨ십이년에ᄌᆞᆨ고ᄒᆞ고,
                            가리륜산파이의, ᄒᆞᆫ, 오라버니잇셔일홈은, 경극륜ᄉᆞᆫ파이인ᄃᆡ, 뎨삼십륙경긔ᄃᆡ, 군악ᄉᆞ를단녓소.

좌션이, 듯다가, ᄎᆞᆨ악ᄒᆞ여, 아모말도, 못ᄒᆞ고, 우둑커니, 부엉이, 갓치, 한참잇다가, 다시말를붓친다.

하, 나는, 우리죠모집일를, 모호ᄒᆞ야, 긔억지못ᄒᆞ오니, 붓그러온말이, 오ᄂᆞ, 우리집, 셰계가엇지ᄒᆞ야, 션ᄉᆡᆼ의게잇던지, 이럿틋소샹이, 아시니, ᄂᆡ마음이, 엇더타, ᄒᆞᆯ길업소.

군의, 다른형뎨ᄌᆞᄆᆡ간, 누가ᄯᅩ잇소.

좌션이, 슯흔긔ᄉᆡᆨ을ᄯᅳ이며.

내, 아오ᄒᆞᆫ아잇더니, 불ᄒᆡᆼᄒᆞ야, 일직죽고, 이제, 우리보모혈육은, 나하나ᄲᅮᆫ이요.

가본이, 허々우시며, 일변, 쥬인의비회를, 위로할겸, 조롱격으로, 말을ᄒᆞᆫ다.

허々, 그ᄃᆡ가, 후작으로, 각하를, 밧치리로다.

좌션이, 이말을듯고, 더욱알길업셔, 물그럼이, ᄀᆡᆨ의모양만보며, 속종으로,
                        뎌손이, 아마광질이잇ᄂᆞ보다, 엇지그리괴이ᄒᆞᆫ, 말을ᄒᆞ노ᄒᆞ면셔, 겻눈질ᄒᆞ여, 손을보니, 가본이, 그눈치을알엇던지, 허々우시며, ᄒᆞᄂᆞᆫ말이라.

그러커니, 그ᄃᆡ, 응당오날, 쳥치안닌손이와셔, 이런말ᄒᆞᆯ줄, 몰낫스리니, 날다려, 필연, 광질잇다ᄒᆞ리로다, 그러ᄂᆞ, 각하가, 몰낫지, 후ᄌᆞᆨ도, 엇으려니와, ᄯᅩ, 일억오ᄇᆡᆨ만원ᄌᆡ산을, 엇겟시니, 엇더ᄒᆞ뇨.

션ᄉᆡᆼ은, 무ᄉᆞᆫ말ᄉᆞᆷ이, 죵々이러ᄒᆞ시뇨.

ᄂᆡ, 각하를위ᄒᆞ야, 일쟝ᄅᆡ력을말ᄒᆞ리다.

각하의조모, 가리륜ᄉᆞᆫ파이의, 오라버니, 경극씨가, 삼십륙경긔ᄃᆡ, 군악ᄉᆞ를단일젹에, 오ᄅᆡ, 린도에셔, 사ᄂᆞᆫᄃᆡ, 그디방
                        묵ᄉᆞ위랍ᄉᆞ에, 과부와, 결혼ᄒᆞ여, 살다가, 그과부가, 즉시죽고, 일졀ᄌᆡ산집물를, 경극씨가, 가지고잇더니, 그후에, 경극씨가, ᄯᅩᄒᆞᆫ, 도산에도라가고, 가산은, 의례히, 그아들이ᄎᆞ지ᄒᆞᆯ터인ᄃᆡ, 그아ᄒᆡ, ᄯᅩ어려셔죽고, 이ᄯᆡ, 이디방은우리영국
                        이, 뎜령ᄒᆞᆫ고로, 그ᄌᆡ산을,
                            영국졍부에셔, 잠시보관ᄒᆞ야, 그임ᄌᆞ의, 졍통혈속을, 기다리ᄂᆞᆫᄃᆡ, 당초에, ᄌᆡ산슈ᄋᆡᆨ은, 이쳔오ᄇᆡᆨ만원일너니, 지금, 삼십여년에, 리ᄌᆞ를합계ᄒᆞ야, 일억오ᄇᆡᆨ만원이되얏고, ᄂᆡ가, 또이ᄌᆡ산을간셥ᄒᆞ야, 조곰슈구롬을, 도라보지안니ᄒᆞ고, 졍통혈속을, ᄎᆞ지려ᄒᆞ되, 몸이볍률회ᄉᆞ에, ᄆᆡ인고로, 결을이업셧고, ᄉᆞᄅᆞᆷ을널니노아, 진심갈력ᄒᆞ야, 륜ᄉᆞᆫ파이의, 셰계를, 엇더스나, ᄯᅩ몃ᄒᆡ에, 이혈속을찻되, ᄒᆞᆫᄉᆞᄅᆞᆷ도, ᄉᆡᆼ존ᄒᆞᆫ이업고, 속졀업시, 일억오ᄇᆡᆨ만원을, 국고에잠겨두고, 다시식리ᄒᆞ지못ᄒᆞ니, 엇지가셕지안으리오, 일젼에, 우연히신문지를보다가, 좌션씨의, 련셜이잇스ᄆᆡ존명을알고, 이곳에, 특히찻져왓더니, 과연각하를맛낫도다, 이묵ᄉᆞ위랍ᄉᆞ의, 후작과, 일억오ᄇᆡᆨ만원, ᄌᆡ산을, 각하가, 아니가지고, 뉘게가리오, 각하를위ᄒᆞ야, 만々치하ᄒᆞ거니와, 각하ㅡ이졔쓸일이잇스면, 곳, 본부은ᄒᆡᆼ에, 수쳔만원이, 현ᄌᆡᄒᆞ니, 마음ᄃᆡ로, 츄심ᄒᆞᆯ것시오, ᄂᆡ가, ᄌᆡ조업시ᄂᆞ, 다년보관ᄒᆞ얏스니,각하가, 뭇ᄂᆞᆫ말이잇스면, ᄂᆡ가, ᄯᅩ셰々히고ᄒᆞ리니, 각하는, 그리아시오.

가본이, 말을맛치ᄆᆡ, 좌션이, ᄃᆡ답ᄒᆞᆯ바를, 모로고, 침음ᄒᆞ다가, 심두에, 말이막혀아모말도, 못ᄒᆞ더라,

가본이, 좌션을찻져, ᄌᆡ산을젼ᄒᆞᆫ지, 나흘만에, 좌션이, 그소친
                    마극의게, 편지를ᄒᆞ얏ᄂᆞᆫᄃᆡ.

복이, 발뢰돈에, 와셔, 위ᄉᆡᆼ회의에, 참예ᄒᆞᆫ, 일를, 족하ㅡ응당, 신문을보아, 알엇시려니와, 근일에, ᄒᆞᆫ가지놀날만ᄒᆞᆫ일이잇셔, 족하와, 지졍간이기로, 이갓치젼위ᄒᆞ여, 한장글로, 고ᄒᆞ노라, 복이, 의외에
                                    린도후작과, 일억오ᄇᆡᆨ만원, ᄌᆡ산을엇어ᄂᆞ니, 복이, 외가혈속으로, 이ᄌᆡ물을, 당연히차지ᄒᆞᆯ바라도, 가위, 하ᄂᆞᆯ이쥬심이라, 그러나, 일로말ᄆᆡᄋᆞᆷ아, ᄂᆡ일신, 의교만과ᄉᆞ치를, 길으면, 나의본심을, 억의ᄂᆞᆫ바오, ᄯᅩ하ᄂᆞᆯ에, 득죄ᄒᆞᆯ가두려ᄒᆞ노니, 이럼으로, 복이, 쥬소촌탁ᄒᆞ야, 이일억오ᄇᆡᆨ만원ᄌᆡ물을, 셰계동포와, 함가지, 그리를누리고, 한ᄉᆞᄅᆞᆷ의기욕을, ᄎᆡ오지안코져ᄒᆞ노니, 이러ᄒᆞ면, 족하도, 응당아ᄅᆞᆷ다이녁일지라, 복이ᄉᆡᆼ각건ᄃᆡ, 이갓튼ᄌᆡ산을엇음은, 실로, 발뢰돈
                                위ᄉᆡᆼ회의를, 말ᄆᆡ암인즉, 이쳐치ᄒᆞᆯ도ᄂᆞᆫ, 맛당히나의직분을직혀, 잘쓸자라, 일사이에, 쳐々에젼파ᄒᆞ고, 인々이헌젼ᄒᆞ되, 발뢰돈에, 련셜ᄒᆞ든,
                                    법국의학ᄉᆞ는, 거ᄋᆡᆨ을횡ᄌᆡᄒᆞ얏다ᄒᆞ고, 모다불어ᄒᆞ며, 싀긔ᄒᆞ야, 평일, 반분ᄶᅳᆷ지면ᄒᆞᆫᄉᆞ람이라도, 닷토아와셔, 토쥬토식ᄒᆞ야, 기악과연ᄀᆡᆨ이, 밤낫으로ᄯᅥ나지아니ᄒᆞ니, 이슈응ᄒᆞ기에, 실로긔치안은지라, 복이쟝ᄎᆞᆺ, 이ᄌᆡ산으로인ᄒᆞ야, 그노예가될지니, 이럼으로, 부득불한계ᄎᆡᆨ을ᄂᆡ여, 셰샹ᄉᆞᄅᆞᆷ의, 々혹을풀고, 나의쳥ᄇᆡᆨᄒᆞᆫ몸을돌녀, ᄉᆡ옹(塞翁)이, 의외에말을엇어, 도로혀ᄌᆡ앙됨을, 증계코져ᄒᆞ야, 어졔밤
                                위ᄉᆡᆼ회의에, 이ᄯᅳᆺ을연셜ᄒᆞ야, 회원의찬셩을구ᄒᆞ엿시ᄂᆞ, 복의일인으로, 조쳐ᄒᆞᆯ방침을, 독단키어려운지라, 그윽히ᄉᆡᆼ각건ᄃᆡ, 족하ᄂᆞᆫ, 나와ᄯᅳᆺ이갓흐니, 나의오ᄂᆞᆯ날이조쳐ᄒᆞᆷ을알면, 응당깃거ᄒᆞ야, 크게챤셩ᄒᆞ리라, 어졔밤, 련셜일통을긔록ᄒᆞ야, 좌우에밧치노니, 바라건ᄃᆡ, 거두어감ᄒᆞ고, ᄯᅩ간졀히, 샹의ᄒᆞᆯ일이잇노라.

좌전이, 쓰기을다ᄒᆞ야, 봉투에너코, 것면에쓰되,


                            법란셔
                            파려부셰々리졍, 삽십이호, 고등기예학교, 마극포ᄉᆞᄆᆡᆼ션ᄉᆡᆼ 계


         ᄒᆞ라ᄒᆞ여, 우톄통에너엇더니, 이날밤
                    십졈죵에,
                        파려우쳬국에이르러,
                        마극의집으로, 보ᄂᆡ엿더라, 마극이ᄂᆞᆫ, 원ᄅᆡ, 아이ᄉᆞ사ᄉᆞᄅᆞᆷ으로, 나히, 열두ᄉᆞᆯ에, 죠실부모ᄒᆞ고, 도회학교에, 드러가, 심샹교육과를공부ᄒᆞ고, 략간, 부모유산이잇시나, 강건지족이, 업고, 법덕젼ᄌᆡᆼ에, 덕국병이, 파려를, 에우거ᄂᆞᆯ, 마극이, 파려부즁에잇다가, 동학하ᄂᆞᆫ, 졔인으로, 의용ᄃᆡ를조직ᄒᆞ야, 덕병과졉젼ᄒᆞ다가, 좌슈에창을마져, 병원에드러가니, 이ᄯᆡ좌션은, 병원에, 직원이라.

마극이, 어린셔ᄉᆡᆼ으로, 용긔ᄇᆡᆨ비ᄒᆞ야, 창포를무릅쓰고, 죽기를앗기지, 아니ᄒᆞ야, 츙의가, ᄉᆞᄅᆞᆷ을감동ᄒᆞ는지라.

좌션이, 마극의, 이러ᄒᆞᆷ을보고, 긔특이녁여, 극진히, 치료ᄒᆞ야, 즉시나앗더라,

얼마아니ᄒᆞ야, 법
                    덕이, 협약ᄒᆞ고,

마극이병이, 나아, 병원에셔, 나와보니, 젼일ᄉᆡᆼ쟝ᄒᆞ든, 아이ᄉᆞ사고향은, 덕국인이, 뎜녕ᄒᆞᆫ지라, 파국산하에, 풀과나무ᄂᆞᆫ, 알미업셔, 의구히, 동풍에, 츈ᄉᆡᆨ을ᄯᅴ엿시나,

마극은, 망국의ᄇᆡᆨ셩이되야, 고국의남은터를, 샹심ᄒᆞ고, 고향에도라갈, 마음이업ᄂᆞᆫ지라,

마극의ᄉᆞ졍이, 그러ᄒᆞ고, 혈々단신이, 의탁ᄒᆞᆯᄃᆡ업스며, 좌션이, 역시고독ᄒᆞ야, 다른친쳐이업고, 병원에셔, 마극의, 츙의를감격ᄒᆞ엿더니, ᄯᅩ마극의, ᄌᆡ질이, 춍민ᄒᆞᆷ을보고, 더욱ᄉᆞ랑ᄒᆞ야, 집에두고, 여러가지, 과학을교육ᄒᆞ니, 리과와, 산슐 등에, 졍심ᄒᆞ야, 다른학원들이, ᄯᆞ로지못ᄒᆞ더라.

좌션과, 마극이, 졍셰셔로, 단혈ᄒᆞ야, 피ᄎᆞ골육갓치지ᄂᆡ다가, 좌션은, 영국
                    발뢰돈으로오고, 마극은, 본국에잇셔, 이ᄯᅢ좌션의, 편지를보앗더라.

그편지와, 연셜젼문이, 일시에, ᄯᅩ젼파되야, ᄒᆞ로밤에, 뎐보가
                        구라파각국에, 퍼지고, 잇튼날, 덕문으로번역ᄒᆞ야, 사돈신문지에, 올으더니, ᄯᅳᆺ밧게, ᄒᆞᆫᄉᆞᄅᆞᆷ이ᄂᆡ닷넌다

즁부일이만
                    야리부 대학
                    교수

                        화학ᄉᆞ인비라, ᄒᆞᄂᆞᆫ쟈이잇스니, 신톄졀대ᄒᆞ고, 슈족이츄악ᄒᆞ며, 억ᄀᆡ를읏슥ᄒᆞ면, ᄌᆞ가옷슨솟고, 눈을불읍ᄯᅳ면, 불덩이가, 도ᄂᆞᆫ듯ᄒᆞ야, 아모ᄉᆞᄅᆞᆷ이던지, ᄒᆞᆫ번보면, 뢰수에ᄉᆞ못쳐, 밤이면, 가위눌녀, ᄌᆞᆷ을못잔다ᄒᆞᄂᆞᆫ, 위인이라.

이ᄂᆞᆯ, 맛ᄎᆞᆷ하인이, 사돈신문지와, 셔함두셕쟝을드리거ᄂᆞᆯ, 인비가, 벽상에걸닌, 황금시죵을, 거들ᄯᅥ보더니,
                    오ᄂᆞᆯ, 우편이엇지ᄒᆞ야더듼고, 오후에부친우신이, 의례히여셧졈삼십분이면, ᄂᆡ집에오ᄂᆞᆫᄃᆡ, 시방여셧졈오십오분이나, 되엿시니, 무ᄉᆞᆫᄭᅡᄃᆞᆭ인고, ᄎᆞ후ᄂᆞᆫ, 여셧졈삼십분에, 신문과셔찰를, 셔안에두지못ᄒᆞ거든, ᄂᆡ압헤, 다시뵈이지말어라,

ᄒᆞ면셔, 눈을흘기고, 하인을보니, 하인은, 졔죄가잇시나업시나, 인비의, 눈흙기ᄂᆞᆫ, 셔슬에, 황겁ᄒᆞ야, 아모말도못ᄒᆞ다가, 겨오입을ᄯᅦ여, 얼벙어리말로,

                        쥬인, 져녁, 진지………안ᄌᆞᆸ스시………

인비ᄯᅩᄭᅮ짓ᄂᆞᆫ다,

                        ᄂᆡ, 항상일곱졈에, 셕반을먹ᄂᆞᆫᄃᆡ, 아즉사분삼십쵸가, 남엇시니, 네가ᄂᆡ집에잇슨지, 삼쥬일이ᄂᆞ되엿ᄂᆞᆫᄃᆡ, 날마다보ᄂᆞᆫ일을, ᄯᅩ몰나셔, 이런잔말을ᄒᆞ느냐, ᄂᆡᆼ큼물너가거라,

하고, 신문과셔ᄎᆞᆯ은, 보지도안코, 붓을ᄲᆡ여, 글초하나를ᄂᆡᆫ다.

그글쵸ᄂᆞᆫ, ᄅᆡ일츌판ᄒᆞᆯ, ᄉᆡᆼ리학협회에, 잡지론셜쵸니, (법국ᄉᆞᄅᆞᆷ의ᄒᆞᆫ, 리상ᄒᆞᆫ긔운은, 죠상으로부터, 류젼독의셔, 나ᄂᆞᆫᄇᆡ라)글졔를ᄒᆞ고, 여덞쥴을쓰고, 아훕쥴ᄌᆡ, 쳣ᄌᆞ를쓰ᄂᆞᆫᄃᆡ, 벽상에죵소리, ᄯᅡᆼ々일굽졈을치니, 붓을더지고, 식당으로드러가더라.

인비, 밥을먹고, 다시글초를, 맛쳐ᄭᅳᆺᄒᆡ

                            화ᄒᆞᆨᄉᆞ하인비
                    라쓰고보니, 졍이십이졈오분죵이라,

이에, 인비가, 의ᄌᆞ를난로겻ᄒᆡ, 온겨노코, 신문을본다, 신문제일면광고로부터, 이면삼면을ᄎᆞ레로보다가, 홀연, 눈을ᄯᅩᆨᄇᆞ로ᄯᅳ고, ᄒᆞᆫ곳에만, 졍신이들어, ᄒᆞᆫ번보고, 두번보고셰번네번열번ᄇᆡᆨ번, 이되도록, 눈동ᄌᆞ가, 신문에박엿ᄂᆞᆫ지, 신문이눈동ᄌᆞ에씨엿ᄂᆞᆫ지, 져도졍신모로고, 혼ᄌᆞ말로,

                        륜산파이, 륜산파이, 륜산파이,

몃번ᄒᆞ다가, 의ᄌᆞ에, 몸을의지ᄒᆞ야, 눈을감고, ᄭᅮᆼᄭᅮᆼᄒᆞ다가, 다시이러ᄂᆞ며, 벽상에ᄒᆞᆫ, 소년부인의화샹을ᄂᆡ려보니, 몬지가, 가득ᄒᆞ여, 글ᄌᆞ도, 아니뵈이니, 그ᄯᆡ인비마음에, 급ᄒᆞᆫ법이, 화샹은, 뉘화샹이던지, 글ᄌᆞ만ᄎᆞᆺ는다,

ᄉᆡ로입은, 후록고투쇼ᄆᆡ로, 몬지를툭々터러, 불빗헤, 밧삭드려ᄃᆡ이고본다,

                        탈란ᄉᆡᆼ인비부인, 본셩은륜산파이, 일쳔칠ᄇᆡᆨ구십이년에셔라ᄒᆞ엿거ᄂᆞᆯ, 도로거러두고, 이튼날ᄉᆡ벽에, 야나부에셔, 륜돈으로가ᄂᆞᆫ, 급ᄒᆡᆼ화거를타고, 바로가본의, 집을차자가더라,

인비ᄂᆞᆫ, 속으로가본의, 집을향ᄒᆞ고가ᄂᆞ, 다른ᄉᆞᄅᆞᆷ보기ᄂᆞᆫ, 무ᄉᆞᆷ일로, 어ᄃᆡ로가ᄂᆞᆫ지, 인비의, 행ᄉᆡᆨ이황々ᄒᆞᆫ것만, 보앗더라,

인비가, 바로
                        가본의집으로가, 가본을보고, 인ᄉᆞᄒᆞᆫ마ᄃᆡ업시, 곳질문ᄒᆞᆫ번을, 톡々이하ᄂᆞᆫ모양이라,

인비, 나는륜산파이탈란ᄉᆡᆼ부인의, 손ᄌᆞ오, 탈란ᄉᆡᆼ부인은, 즉경극씨, 맛누의신ᄃᆡ, 이졔, 그유산을엇엇다ᄒᆞᄂᆞᆫ, 쇼위법국

                            의학ᄉᆞ좌션의, 죠모ᄂᆞᆫ, 경극씨의, ᄌᆞ근ᄆᆡ씨라, 우리죠모
                        탈란ᄉᆡᆼ부인이, 일쳔칠ᄇᆡᆨ구십이년에, 우리죠부
                        묵이경의, 부인

이되시고, 경극씨와, 우리죠모ᄉᆡᆼ시에, 왕복셔ᄎᆞᆯ셕쟝이,
                            ᄂᆡ집에잇스니, 증거가명확ᄒᆞᆫ지라, 경극씨가ᄂᆡ계ᄂᆞ, 좌션에게ᄂᆞ, 동시진외죵죠로ᄃᆡ, 우리죠모ᄂᆞᆫ쟝녀가, 되시고,
                            좌션의죠모ᄂᆞᆫ, ᄎᆞ녀가되니, 친속은, 피ᄎᆞ일반이ᄂᆞ, 쟝유로말ᄒᆞ면,
                            나의 집이맛이되니, 엇지하야, 그유산을, 좌션이, 가지리오, 그ᄃᆡᄂᆞᆫ질셔를문란케말고, 일억오ᄇᆡᆨ만원을, 도로ᄎᆞ져, ᄂᆡ게돌녀보ᄂᆡ라,

하면셔, 얼굴이, 불으락푸으락ᄒᆞ며, 슘이턱에닷ᄂᆞᆫ지, 씩씩거리니, 가본이, 어히업셔, 젼후말을다ᄒᆞ고, ᄯᅩ일으되.

좌션이, 임의이ᄌᆡ물을밧엇시니, 필연무단이, ᄲᆡ앗기지, 안니ᄒᆞᆯ리라ᄒᆞ나, 인비ᄂᆞᆫ, 고집ᄒᆞ여, 졍소ᄌᆡ판가지ᄒᆞᆯ지라도, 이ᄌᆡ물를찻지못ᄒᆞ면, ᄆᆡᆼ셰코, 도라가지, 안니ᄒᆞ리라ᄒᆞ고.

좌션은, 이ᄌᆡ물를, 혼ᄌᆞ쓰지안코, 일단ᄌᆞᄋᆡ심으로, 발셔조인광좌즁에, 션포ᄒᆞ야, 도로에파다ᄒᆞ고, 원건에류젼ᄒᆞ야, 무인부지라, 일죠에, 졸연히상ᄌᆡᆼ하는ᄌᆡ잇쓰니, 사ᄅᆞᆷ이, 혹나더러, 모칭ᄒᆞ얏다ᄒᆞ면, 엇지명예에, 손상치안으리요ᄒᆞ야, 양인이상지ᄒᆞᄆᆡ, 가본이, 좌지우지ᄒᆞ기어려와, 무한근심ᄒᆞ더니,

그일억오ᄇᆡᆨ만원맛흔, 은ᄒᆡᆼ총리가, 이말를듯고, 맛ᄎᆞᆷᄂᆡ, 귀결ᄒᆞᆯ날이업실가ᄒᆞ야, 몬져좌션을보고, 이로되,
                        ᄂᆡ일젼에, 군의련셜를드럿거니와, 이갓치거대한ᄌᆡ산를,

군이, 홀노쓰지안코, 쟝ᄎᆞᆺ, 인류의슈명을연쟝ᄒᆞᄂᆞᆫᄃᆡ, 쓰려ᄒᆞ니, 그셩ᄉᆞᄒᆞᆷ을, 뉘아니옹츅ᄒᆞ리오, 이졔, 난ᄃᆡ업ᄂᆞᆫ일이만춍림즁에, ᄒᆞᆫ괴물이ᄂᆡ다라, 군과상지ᄒᆞ려ᄒᆞ니, 군의, 의향은졍쇼ᄌᆡ판ᄒᆞ면, 죵당득송ᄒᆞ겟시나, 유々한셰월에, 귀결이묘연ᄒᆞ고, 인ᄉᆡᆼ수십년광음을, 랑비ᄒᆞ리니, 이ᄂᆞᆫᄂᆡ가, 젼감이잇노라, 륜돈에, ᄇᆡᆨ만원유산을, 양죠대변ᄒᆞ야, 삼십구년을, 미결ᄒᆞ다가, 급기ᄌᆡ판이귀뎡되야, 필경ᄒᆞᆫᄉᆞᄅᆞᆷ이, ᄎᆞ지ᄒᆞᆫ일이잇스나, 져간에, 왕ᄅᆡ로비와, 옥바라지며, 각쳐졍비, 쳥젼에, ᄇᆡᆨ만원이다녹아, 필경부족되고, ᄒᆞᆫ집은, 셰궁력진ᄒᆞ야, 탕ᄑᆡ하고, 말앗스니, 이런송ᄉᆞ가, 십년이십년, ᄭᅳᆯ기ᄂᆞᆫ예ᄉᆞ로아ᄂᆞᆫ지라, 군이만일, 괴물과샹지ᄒᆞ다가, 쳔연셰월ᄒᆞ야, 군이, ᄇᆡᆨ셰를향슈ᄒᆞᆯ지라도, 평ᄉᆡᆼ고심연구ᄒᆞ던, 의학은효력이, 업슬지라, 긔위,
                            군의조모와,
                            져의조모가, 형뎌간이라ᄒᆞ니, ᄂᆡ, 우견은, 이ᄌᆡ산을난호아, 오쳔만원식가지고, 남져지오ᄇᆡᆨ만원은, 다년이일에딘심ᄒᆞ든, 가본씨를쥬어, 슈공이나ᄒᆞ면, 엇더ᄒᆞ뇨, 군의, 젼일발론ᄒᆞᆫ, 쟝슈촌건츅ᄒᆞᆯᄉᆞ에, 오쳔만원이부족ᄒᆞ나, 만일ᄌᆡ판곳시작하면, 이것좃ᄎᆞ업셔지리니, 쟝슈촌이, 그림에ᄯᅥᆨ이아니되ᄀᆡᆺ쇼,

                        ᄂᆡ, 무단이, 횡ᄌᆡᄒᆞ야, 엇지탐심이잇셔, 부족다ᄒᆞ리오만는, 져쟝슈촌건셜ᄒᆞᆯ일로, 슈쳔만회즁에, 발론ᄒᆞᆷ을이졔뉘웃치나, 밋지못ᄒᆞ니, 무슨면목으로, 졔군을다시보리오, 그러나, 이일에과히방ᄋᆡ나, 되지아니면, ᄂᆡᄯᅩ무엇을앗기리오.

은ᄒᆡᆼ춍리가, 이말을듯고, 대히ᄒᆞ야, 즉시인비에게, 통ᄒᆞ니, 인비, ᄯᅩᄒᆞᆫ물너나니라. 인비가, 오쳔만원을가지고, 집에도라와, 셔ᄌᆡ에홀로안져, 무어을궁리ᄒᆞᄂᆞᆫ지, 슈십일을, 집안ᄉᆞᄅᆞᆷ이, 볼수업다ᄒᆞ더니, 홀련, 대학교슈를쳥원ᄒᆞ고, 여간친구를작별ᄒᆞ며,
                        나는, 아미리ᄭᅡ에, 류람을가노라ᄒᆞ고, 일조에, ᄒᆡᆼ쟝을ᄎᆞ려, 길을ᄯᅥᄂᆞ가더라.

그궁리ᄒᆞᆷ은, 무엇이냐ᄒᆞ면, 좌셩은, 오쳔만원을가져, 인명쟝수ᄒᆞᆯ, 목뎍으로, 쟝슈촌을셜시ᄒᆞᄂᆞᆫᄃᆡ, 져ᄂᆞᆫ, 오쳳만원을가지고, 쟝슈촌반ᄃᆡᄒᆞ기로, 슈십일을궁리ᄒᆞᆷ일너라.

반ᄃᆡᄂᆞᆫ, 엇더케ᄒᆞ느냐, 무를디경이면, 인죵을멸망ᄒᆞ여야, 쟝슈촌을반대가되리니, 그러면, 졔나라디방의인죵도, 멸망케ᄒᆞ리오, 이ᄂᆞᆫ인비의심ᄉᆞ가, 지극히, 참독ᄒᆞ니그말이,

라젼인죵
                        (법국으로셔, 이대리, 셔반아, 비래시, 등국에퍼진인죵이라)은, 졈々쇠ᄒᆞ여가고, 살손인죵
                        (일이만으로셔, 셔젼, 라위, 영국등디에, 퍼진인죵이라)은, 졈々셩ᄒᆞ야가니, 셩쇠지리ᄂᆞᆫ, 턴디의대법이요, 공심이어ᄂᆞᆯ, 이졔좌션이, 라젼인죵을위ᄒᆞ야, 텬디의, 대법공심을억의고, 쇠ᄒᆞ야가ᄂᆞᆫ, 인죵을쟝슈ᄒᆞ랴ᄒᆞ니, 졔엇지죠물의본의가, 라젼인죵을, 쟝슈케ᄒᆞᆯ넌지, 알며, ᄯᅩ엇지죠물의본의가,

살손인죵을, 변셩케ᄒᆞ야, 라젼인죵이, 그림ᄌᆞ도, 업시젼셰계가, 살손인죵이되게ᄒᆞᆯᄂᆞᆫ지, 알엇시리요, 법국셔, 자랑ᄒᆞᄂᆞᆫ바, 뎨일등인물라파륜의, 슉딜이, 하나ᄂᆞᆫ, 영국에ᄌᆞᆸ혀가고, 하나ᄂᆞᆫ, 우리덕국
                        에갓치여, 살손인종의노례가, 되얏고, 아라ᄉᆞ가, 셰계강국이라ᄒᆞ여도, 가ᄉᆞᆯ극인죵이, 오히려, ᄎᆞᆫ어름속에, 어러쥭게, 되얏시니, 이글을슈십년젼에, 지은고로, 이ᄯᅢ아라ᄉᆞ형편이, 그러ᄒᆞ다홈이라 이졔, 바다에ᄂᆞᆫ영국이요, 륙지에ᄂᆞᆫ우리덕국
                        이, 셰계에ᄑᆡ권을ᄌᆞᆸ은지라, 이럼으로, 우리살손인죵
                        은, ᄆᆡᆼ셰코라젼인죵에게양두ᄒᆞ지안을지라, 져좌션이, 만일살손인죵갓트량이면, 내
                        져와이닥지, 닷투지안니ᄒᆞ겟시되, 져ᄂᆞᆫ법국ᄉᆞᄅᆞᆷ어어ᄂᆞᆯ, 그ᄌᆡ물로, 쟝슈촌을건셜ᄒᆞ야, 라젼인죵을, 번셩ᄒᆞ게ᄒᆞ랴ᄒᆞ니, 우리일이만인죵에, 날갓튼ᄌᆞㅡ엇지, 가만이안져보리오, 다ᄒᆡᆼ이, 져와오쳔만원을논아가졋시나, 나ᄂᆞᆫ, 이ᄌᆡ물로좌션의일을, 방ᄒᆡᄒᆞ고, 긔어히, 살손인죵외의ᄂᆞᆫ, 인류의ᄲᅮ리을, ᄭᅳᆫ엇시면, 텬디의, ᄃᆡ법공심을, 몸밧ᄂᆞᆫ것이오, 々쳔만원을잘쎳

다ᄒᆞᆯ지로다.

이럿틋, 심ᄉᆞ를먹고, 궁구히, ᄉᆡᆼ각ᄒᆞ엿더라.

합즁국셔안은, 바다십리를격ᄒᆞ고, 아란궁하슈남편을당ᄒᆞ야, 산명슈려ᄒᆞ고, 경ᄀᆡ졀승ᄒᆞ니, 아미리ᄭᅡ의, 뎨일가려ᄒᆞᆫ곳이라, 오년간에, 형ᄐᆡ가변ᄒᆞ야, 젼일에, 울々

쳥々ᄒᆞ든봉만이, ᄇᆡ도ᄯᅮᆯ코, 등도ᄇᆡ코, 가로ᄇᆡ코, 셰로ᄇᆡ어, 무수ᄒᆞᆫ구멍이, 모도텰광탄광이오, 예셔ᄯᅮᆨᄯᅡᆨ, 졔셔ᄯᅮᆨᄯᅡᆨ, 쿵쿵쾅々모도, 쇠다로ᄂᆞᆫ소리며, 셕탄연긔, 탄ᄉᆞᆫ와ᄉᆞᄂᆞᆫ, 흑산쳔과, 탁셰계가되얏시니, 이ᄂᆞᆫ덕국

                        화학ᄉᆞ인비의, 건셜ᄒᆞᆫ, 련쳘촌이라.

인비ᄂᆞᆫ,
                        셰계에뎨일가ᄂᆞᆫ, 강쳘뎨조가라, 그대포ᄂᆞᆫ, 동셔양각국에, 다시업시크고, 졔죠ᄒᆞ법이, 극졍극교ᄒᆞ야, 사ᄅᆞᆷ마다놀나고, 탄복ᄒᆞ니, 이ᄂᆞᆫ다셧ᄒᆡ를고심ᄒᆞ야, 좌션군의쟝슈촌을반ᄃᆡᄒᆞ고, 인죵을소멸ᄒᆞᆯ계획으로, 다년화학공부ᄒᆞ다가, ᄉᆡ의ᄉᆞ를ᄂᆡ여, 비상ᄒᆞᆫᄃᆡ포와, 탄환을지엿고, ᄯᅩ포신을크게ᄒᆞᆯᄉᆞ록, 묵에가더욱가븨워ᄉᆞ용ᄒᆞ기, 곤란치아니ᄒᆞ며, 지어쳘물과ᄆᆡ탄은, 본촌에광산이ᄌᆞᄌᆡᄒᆞ야, 풀무사용을외쳐에, 구ᄒᆞ지안이ᄒᆞᆫ즉, 그졔조ᄒᆞᆫ난법을, 뉘알ᄌᆡㅡ잇시며,
                        촌문밧게ᄉᆞ면으로, 놉흔담과벽을둘너, 직원과공인의, 츌입이엄밀ᄒᆞ야, 쥬관ᄒᆞᄂᆞᆫᄉᆞᄅᆞᆷ의공문아니면, 촌안에막우드리지안코, 촌안에ᄒᆞᆫ번드러가면, 각기졔쇼임을거ᄒᆡᆼᄒᆞᄂᆞᆫ외의ᄂᆞᆫ, 반보일보라도, 다른쳐쇼에드러가지못ᄒᆞ니, 그법령이각박ᄒᆞ고, 비밀ᄒᆞ더라.

이ᄯᆡᄂᆞᆫ, 십월즁슌이라, 텬긔쳥랑ᄒᆞᆫᄃᆡ,
                        촌문밧게, ᄒᆞᆫ소년이, 다ᄯᅥ러진마고ᄌᆞ에, 깃도업고, 단쵸도업셔, 삼시위로, 로을ᄭᅩ아, 얼기셜기잡아ᄆᆡ고, 검졍라ᄉᆞ홀ᄐᆡ바지

쳔아융보션에, 누른구두에, 증을춈々박아, 거러가면, ᄯᅦ걱々々소리가, 허릴업ᄂᆞᆫ로동ᄌᆞ라, 보ᄂᆞᆫ사ᄅᆞᆷ마다, 촌안에공인이, 잠시휴역ᄎᆞ로, 나온쥴알더라.

쇼년이, 본ᄅᆡ영민ᄒᆞ야, 련쳘촌에규식을, 익의아ᄂᆞᆫ듯시, 조금도, 셔슴지안코, ᄯᅩ공문ᄒᆞᆫ쟝을, 어ᄃᆡ엇어던지, 손에가지고, 것침업시단닌다.

쇼년이,
                        촌문밧게셧더니, 구쳑쟝신에, 순먹가러ᄭᅵ친듯ᄒᆞᆫ슌경이, 단총을둘너메고, 두눈을뒤굴니며, 나오거ᄂᆞᆯ, 쇼년이, 쳔연히공문을쥬니,

슌경이바다보고, 머리를ᄭᅳ덱이며, 오,
                            네쳐쇼가,
                            십이구아홉ᄌᆡ길, 칠ᄇᆡᆨᄉᆞ십삼호풀무간이다, 네이문으로드러, 바른편으로가면, 큰길이요, 돌비가잇셔, 십이구라ᄉᆡᆨ엿슬거시니, 그곳에가, 구댱을차ᄌᆞ, 이공문을드리면, 즉시드러갈것이요, 네가, 이왕이촌의규칙을알거니와, 만일그릇ᄒᆞ야, 졔역쇼외에, 다른역쇼로드러가면, 즉시촌밧그로ᄶᅩᆺ겨놔와, 다시드러가지못ᄒᆞ리니, 죠심ᄒᆞ여라.

쇼년이, 이말ᄃᆡ로, 문에드러, 바른편큰길로드러가, 셔々히ᄉᆞᆲ혀보니, 좌우에놉흔벽이모다, 길반이나되고, 벽밋헤홈을쳐, 슈구로물이흘너, 이도랑이져도도랑으로통ᄒᆞ야, 나가고, 몃십구, 몃ᄇᆡᆨ구에, 모다놉흔벽과깁흔도랑이졍々ᄒᆞ야, 조금도, 경측ᄒᆞᆫᄃᆡ업시니, 만일경긔구를타고, 촌즁을굽어보면, 응당바독판, 갓흘지

라.

심즁에, 층탄ᄒᆞ며, 챠자드러가니, 모구모구라, ᄒᆞᆫ표셕이, 쳐々에차례로셧ᄂᆞᆫ지라. 이리뎌리보며, 가다가, 홀연십이구표셕이ᄂᆡ닷거ᄂᆞᆯ, 문쳐셔々보니,

이곳에문금이, 쳐음문과갓흐나, 군긔가진, 건쟝ᄒᆞᆫ슌경은업고, 다만신톄불구ᄒᆞᆫ늙은슈직이잇거ᄂᆞᆯ, 공문을ᄂᆡ여주니, 슈직이의ᄌᆞ에셔이러셔ᄂᆞᆫᄃᆡ, 왼편다리가, 무릅아ᄅᆡ로, 도막이나고, 나무로ᄭᅡᆨ가, 다리를이어, 졀눅거리고, 가심에구리ᄑᆡ를찻시니, 쎳시되,

공로를포샹ᄒᆞ야, 휼금을ᄉᆞ급

이라ᄒᆞ얏더라, 공문을바다, 인을쳐셔쥬며,
                        네, 이리드러, 왼편 아홉ᄌᆡ길로가거라.

쇼년이, 샤례ᄒᆞ고, 드러간다.

이곳은, 본촌ᄂᆡ부라, 쳐々공역쟝과긔계쟝의, 소리가, ᄯᅥ들기시작하ᄂᆞᆫᄃᆡ, 졍신을ᄎᆡ려, 아홉재길을찻자, 칠ᄇᆡᆨᄉᆞ십삼호문ᄑᆡ를보고, 문에드러셔니,

혼졸이, 인도ᄒᆞ야,
                        본챵춍리압ᄒᆡ, 나아가니,

춍리, 쇼년의공문을바다, 먼져인쟝을보고, 다시ᄉᆞᆲ히다가, 탁상에놋코,
                        네가, 풀무쟝이되기를원ᄒᆞᄂᆞ냐, 나히얼마나되며, 긔질이약ᄒᆞ지안으랴,

과연약질이오나, 어려셔부터복역ᄒᆞ와, 시방나히셔른ᄉᆞᆯ에, 두ᄉᆞᆯ이못ᄎᆞ오며, 슈월간에품무를쟘심ᄒᆞ왓시니, 념려마ᄋᆞᆸ소셔.

쇼년이, 이ᄯᆡᄂᆞᆫ극히련슉ᄒᆞᆫ, 일이만의말로대답ᄒᆞ여, 조금도, 얼여오며업드니, 말ᄭᅳᆺ소리달으거ᄂᆞᆯ, 총리가, 눈을번ᄶᅥᆨᄯᅳ며, ᄒᆞᆫ참보다가,
                        네가, 아이ᄉᆞ사ᄉᆞᄅᆞᆷ이아니냐,

다른사ᄅᆞᆷ의, 지둔ᄒᆞᆫ셩질갓흐면, 덜미집ᄂᆞᆫᄃᆡ, 넘어발셔얼골에사ᄉᆡᆨ이, 탈로ᄒᆞ겟지마ᄂᆞᆫ,

쇼년은, 원ᄅᆡ영민ᄒᆞᆫ지라, 얼ᄂᆞᆫ우으며,
                        쇼자ᄂᆞᆫ, 셔서ᄐᆡᄉᆡᆼ이올시다, 공이, 밋지못ᄒᆞ실터이면, 이것을보십시오.

ᄒᆞ며, 품에녀ᄒᆡᆼ권을ᄂᆡ여, 드리ᄂᆞᆫ지라.

다ᄒᆡᆼ이춍리가, 깁히ᄉᆞᆲ히지안코, 그러켓다, 네오ᄂᆞᆯ부터, 이챵내의셔집역ᄒᆞ되, 극진히죠심ᄒᆞ여라.

하더니, 손, 샹ᄌᆞ의셔, ᄑᆡᄒᆞ나를ᄂᆡ여가지고, 뭇되,
                        네일홈이, 무엇이냐.

에, 약한이라ᄒᆞᄂᆞ이다.

총리가, 붓을들고, 약한의일홈을쓰며,
                        네, 들어라, 이ᄑᆡ에, 오만칠쳔구ᄇᆡᆨ삼십팔호ᄂᆞᆫ, 즉
                            네호슈라, 본촌에집역ᄒᆞᄂᆞᆫ공인이, 다일뎡ᄒᆞᆫ호슈잇ᄂᆞ니, 이게업스면, 드러오지못ᄒᆞ고, ᄆᆡ일
                        칠졈종에,
                            본구문밧계와셔, 이ᄑᆡ를증험ᄒᆞ고,
                            본챵ᄉᆞᄌᆞ방에와셔, ᄒᆞᆫ목샹ᄌᆞ잇시니, 샹ᄌᆞ즁에
                            네호슈를맛쳐보고, 역쇼드러가기젼, 십분죵에ᄂᆡ게와셔, 다시검샤를밧은후에, 가지고, 역쇼에드러가, 하오칠졈종에, 각공이허여질ᄯᆡ, 역쇼문어구에, 우쳬통갓흔것이문이, 졀로열닐것이니, 네이죠희를그통에넛코, 물너가라, 이ᄂᆞᆫᄆᆡ일각공인의, 근만을험시ᄒᆞᄂᆞᆫ바이니라.

가르치신ᄃᆡ로, 봉ᄒᆡᆼᄒᆞ려니와, 곳오ᄂᆞᆯ부터, 이촌에류련ᄒᆞ오릿가.

춍리, 아니다, ᄌᆞ기ᄂᆞᆫ,
                            촌밧게나아가ᄌᆞ고, 먹기ᄂᆞᆫ, 본촌
                        공인이면, 염가로팔게ᄒᆞ얏시니, 네가혹쓸일잇스면, 그곳에가셔, 네ᄑᆡ를보이고, 네
                        신슈금을타가며, 신슈금은ᄆᆡ일, 일원식이니, 만일근실ᄒᆞ야, 거ᄒᆡᆼᄒᆞᆫ지삼ᄀᆡ월이면, ᄎᆞ례로증가ᄒᆞᄂᆞ니라.

.............

네오ᄂᆞᆯ부터, 곳역쇼에가려ᄂᆞ냐.

그리ᄒᆞ겟ᄉᆞᆷ이다.

그러면, 오날은, 신슈금을반만, 쥬ᄂᆞᆫ것이니그리알어라.

…………

춍리가, 이러나, 공쟝으로드러가니, 약한이ᄯᆞ러간다, 좌우양편에, 큰집이옹포ᄒᆞ고, 둥근구리통의, 연긔를훅々뿜ᄂᆞᆫ것이, 입은ᄒᆞᆫᄌᆞ남짓허고, 두쥴로일망무진ᄒᆞ게, 큰ᄉᆞ찰에, 기둥드러셔듯, 항구부두에돗ᄃᆡ드러셔듯, ᄒᆞ고공쟝동편에, 긔계로ᄆᆡᆫ든텰ᄎᆞ가, 슉텰을실어, 이공쟝에셔, 뎌공쟝으로, 운숑ᄒᆞ니, 두수레가, 인력을허비ᄒᆞ지안코, 락역부졀ᄒᆞ여, 왕ᄅᆡᄒᆞ고, 급기공쟝에드러가니, 큰쇠녹이ᄂᆞᆫ독아니에, ᄉᆡᆼ쳘을너허녹은후에, 공인들이ᄌᆞ로긴, 곰의손\[기계일홈]으로, 쇠녹은물을휘々져어, ᄒᆞᆫ뭉치를ᄆᆡᆫ드ᄂᆞᆫ지라, 증긔々관의고등을틀면, 쇠뭉치졀노나와, 만쟝즁에불빗치오, 각공인이, 젼신을가족으로ᄊᆞ고, 머리에투구갓흔, 쇠두겁을쓰고, 두눈만ᄂᆡ여노코, 손에가진맛치로, 일시에달녀드러치니, 별갓흔불ᄯᅩᆼ이ᄯᅱ여, 번ᄀᆡ갓치ᄉᆞ면으로흣터지고, 쇠가졈々식어지며, 빗이졈々검어지면, 다시너코, 녹여ᄂᆡ야, 삼ᄉᆞᄎᆞ를이갓치ᄒᆞ니, 그쇠가엇지, 졍고치안이ᄒᆞ리오.

쇼년이, 이를보고, 탄상ᄒᆞᆷ을마지안타가, ᄉᆡᆼ각건ᄃᆡ, 내긔위이곳에와셔, ᄒᆞᆫᄌᆡ죠도, 춍리압ᄒᆡ, 보이지못ᄒᆞ면, 본경륜을이로지못ᄒᆞ리라.

ᄒᆞ고, 웃옷을벗셔노코, 곰의손을ᄌᆞᆸ아, 풀무겻ᄒᆡ셔々, ᄒᆞᆫ졈종을로동ᄒᆞ니, 얼골이

복숭아, 익어가듯ᄒᆞ며, 긔력이시진ᄒᆞ더니, 두졈종이되ᄆᆡ, 얼골에쳥ᄉᆡᆨ이돌고, ᄉᆞ시나무ᄯᅥᆯ듯ᄒᆞ다가, ᄯᅡᆼ에나가, 널부러지니,
                        네가역ᄉᆞ에, 익지못ᄒᆞ도다, 내앗가네, 긔딜이약ᄒᆞ다ᄒᆞ엿더니, 과연그러ᄒᆞ고나, 네가, 졍감당치못ᄒᆞ면, 다른공쟝에, 료식이좀박ᄒᆞᆯ지라도, 공역을밧구어, 네몸을구々ᄒᆞᆫ신슈금에, 팔니지말어라.

약한이, 벌덕이러ᄂᆞ며, 안이요, 안이요, ᄂᆡ가그젼부터이런병이잇지, ᄆᆡ양발작ᄒᆞ면, ᄒᆞᆫ두시간을, 오한광열과수족젼이나옵니다. 그시간이지ᄂᆞ면, 즉시낫ᄉᆞ오니, 념러마옵소셔.

ᄒᆞ고, 다시달녀든다.

이리오너라, 내
                        너다려말ᄒᆞᆷ아.

ᄒᆞ더니, 약한을다리고, 다시
                        본챵ᄉᆞᄌᆞ방으로가셔,
                        네가이쇼임을, 감당치못ᄒᆞ리니, 강작ᄒᆞ지말고, 너의근신ᄒᆞᆷ을알거니와, 각공챵에공인을, 구하ᄂᆞᆫ터이니, 너를환방ᄒᆞ여쥴것이니, 네쇼쟝이무엇인고.

곰압심니다, 내과연쵸요ᄒᆞᆫ공가를탐ᄒᆞ고, 긔질을ᄌᆞ량치아니ᄒᆞ엿시니, 황숑ᄒᆞ오이다, 그러ᄒᆞ오나, 내쇼습은, 물건붓ᄂᆞᆫ일을약간아오니, 만일물건을부어, 만다ᄂᆞᆫ공쟝에, 옴겨쥬시면, 지극감ᄒᆡᆼ하겟십니다.

춍리가, 고ᄀᆡ를ᄭᅳ덕이며,
                        네, 요ᄒᆡᆼ교ᄃᆡ를잘맛낫다, 맛ᄎᆞᆷ공인의궐이잇고, ᄯᅩ네가공쟉에열심ᄒᆞ니, 내쥬션ᄒᆞ야봄아,

ᄒᆞ고, 이러니, 젼화긔겻ᄒᆡ가셔, 고동을틀어, 번호를맛치고, 한참을문답ᄒᆞ더니, 다ᄒᆡᆼ이, 삼십륙구에, 너를쳔거ᄒᆞ엿시니, 속키가보아라.

ᄒᆞ면셔, 먼져번에, 익힌쥬엇던, 공문을ᄂᆡ여, 두어말를더쓰고, 린을쳐쥬더라,

약한이, 바다가지고나와, 삼십륙구를ᄎᆞ져가니, 일톄규측이, 십이구와다름업고,
                        그공쟝춍리도, ᄯᅩ한약한을잇ᄭᅳᆯ고, 공쟝에드러간다.

이공쟝은, 본촌즁에, 가쟝젹은공쟝이니, 네착실ᄒᆞ면, 이다음에, 큰공장으로승ᄎᆞᄒᆞ리니, 아모죠록, 극진히착심ᄒᆞ여라.

약한이, 머리를들고, 먼져공쟝을보니, 가장젹다ᄒᆞ나, 공쟝이, 가로삼십간이요, 기리로삼십간팔ᄇᆡᆨ간인ᄃᆡ, 좌우양편에, 흑도간이, 륙ᄇᆡᆨ여ᄀᆡ요, 공쟝즁앙에, 쇠물로부은, 대포짓ᄂᆞᆫ본보기가잇고, 그겻ᄒᆡ, 큰쇠갈고리가잇셔, 대포를지으면, 그갈고리에, 고동을틀어, 달아올녀, 텰ᄎᆞ에싯고, 다른공쟝으로보ᄂᆡ더라.

약한이, 맛ᄎᆞᆷ각공이, 쉬ᄂᆞᆫᄯᆡ를만나, 공쟝근쳐에안졋더니, 홀연ᄒᆞᆫ소리나며, 방울찬, 슈ᄇᆡᆨ공인이일시에일어나, 톄슈쟝단이, 셔로갓흔ᄉᆞᄅᆞᆷ이, 둘식둘식쌍을지어,

쇠몽동이를두러메고, 본보기겻ᄒᆡ, 둘너시고, 공ᄉᆞᄂᆞᆫ, 우슈에호각이요, 좌슈에한녈표를가지고, 그겻ᄒᆡ가셔, 두루ᄉᆞᆲ혀보더니, 호각을입ᄉᆞᆯ에ᄃᆡ이고, ᄒᆞᆫ소ᄅᆡ를ᄲᅵ익부니, 각공인이쌍々으로, 압셔지도안코, 뒤셔지도안이ᄒᆞ야, 호각소ᄅᆡ를ᄯᅡ라슈ᄇᆡᆨ도간이를, 일시에들어, 탕구에부으니, 검은연긔를ᄲᅮᆷ으며, 쇠물이ᄭᅳᆯ어, 일졔히본보기에흘너드러, 대포가되ᄂᆞᆫ지라.

슈ᄇᆡᆨ명
                    공인이, ᄒᆞᆫ공ᄉᆞ의지휘를밧아, 추호도감히억의지못ᄒᆞ고, ᄯᅩ슈ᄇᆡᆨ좌, 긔계며, 증긔며, 젼긔가, 졍제ᄒᆞ야, ᄒᆞᆫ호각의, 졀조를맛쳐, 죠곰도ᄎᆞᄎᆞᆨ이업시니, 이ᄂᆞᆫ젼셰계에업ᄂᆞᆫ, 교술이라.

약한이, 겻ᄒᆡ셔々, 보다가, 층찬하ᄂᆞᆫ소리나오ᄂᆞᆫ쥴, ᄭᅢ닷지못ᄒᆞ고, 연방층찬ᄒᆞ더라사ᄅᆞᆷ이ᄌᆡ조잇셔, 남의ᄌᆡ조가져보다, 나은것을보면, 셩벽도나고, 몸이간질거려, 견ᄃᆡ기어려워ᄒᆞᆷ은, 예ᄒᆞᆨ가의셩졍이라.

약한이, 눈셜미ᄲᅡ르고, 마음이영민ᄒᆞ야, 다른공인보다, 부즈러니역ᄉᆞ를ᄒᆞ니, 총리가, 무슈히층찬ᄒᆞ더라.

각공인이, 흣터지니, 약한이, 간밤에ᄌᆞ든려관으로온즉, 셕반이발셔되엿더라.

약한이, 두어슐ᄯᅥ셔, 졈고만ᄒᆞ고, 챵을의지ᄒᆞ야, 안졋시니, ᄉᆞ면이젹々ᄒᆞ고, 츙셩은즉々ᄒᆞᆫᄃᆡ, ᄒᆞᆫ졈뎐긔등빗치, 류리챵에빗최여, 챵호가죠료ᄒᆞ더라.

약한이, 다시몸을일어, 품의셔강텰ᄶᅩᆨ과, 도간이ᄭᅢ여진부스럭이를ᄂᆡ여, 등불에들고보다가, ᄯᅩ슈대속에서, 공ᄎᆡᆨ을ᄂᆡ여, 법문으로긔록ᄒᆞᆫ다.

련텰쵼에, 쇠다르ᄂᆞᆫ법과, 물건붓ᄂᆞᆫ법은과이보회ᄉᆞ와, 과히다를것이업시되, 공교ᄒᆞᆫ슐법은, 공ᄉᆞ슈즁에호각이, 일뎡ᄒᆞᆫ군호가되니, ᄎᆞᆷ긔묘ᄒᆞᆫ일이라, 뎌 일이만인이, 음악을질기ᄂᆞᆫ셩질이잇셔, 공작할ᄯᆡ에, 일시에ᄒᆡ득ᄒᆞ야, 일호ᄎᆞᄎᆞᆨ이업심은, 젼혀호각의, 음향졀쥬를맛치니, 만일이러ᄒᆞᆫ기슐을, 질박ᄒᆞᆫ영인다려, ᄒᆞ라ᄒᆞ면, 음악의률려도, 모로거든, 엇지졀조를맛치리오, 우리법인은, ᄇᆡ오랴면쉬우니, 우리법인도, 쳔ᄉᆡᆼ음악에밝으며, ᄯᅩ츔츄고, ᄯᅱ노ᄂᆞᆫᄃᆡ, 능ᄒᆞᆫ지라, 그런즉련텰촌쥬의가, 일이만사ᄅᆞᆷ만쓰고, 우리라젼사ᄅᆞᆷ
                        은젼금ᄒᆞ니, 비밀계획이잇슴을, 가히알지요, 오날
                        내, 목도ᄒᆞᆫ바ᄂᆞᆫ, 십이구와, 삼십륙구, 두곳ᄲᅮᆫ이니, 이후에엇지ᄒᆞ면, 다른쳐소에드러가, 이에

셔더ᄒᆞᆫ, 슐법을본난지, 모로거니와, 졍탐ᄒᆞᆯ바를맛당히심샹ᄒᆞᆷ, 뎨죠ᄉᆞ회의셔, 십ᄇᆡ나되겟시니, 어렵도다, 드른즉, 본쵼
                        중앙구의, 츄형고\[본보기ᄆᆡᆫ드ᄂᆞᆫ쳐쇼]
                        와츄밀각, 두곳이잇다ᄒᆞ니, 인비가, 무ᄉᆞᆷ계획으로은밀ᄒᆞ게츱복ᄒᆞ야, 무셥고두려온, 독슈단을부리랴ᄂᆞᆫ지, 비밀ᄒᆞᆫ속을, 여어보지못ᄒᆞ엿고, 아즉본바ᄂᆞᆫ, 과히관계가업고, 눈에것친물건을, 못보왓거니와, 그텰물광물의, 품위를말ᄒᆞᄌᆞᄒᆞ면, 오대쥬에상등이될너라.

쓰기를다ᄒᆞ야, 도로슈대속에, 너코, 침상에누어, 젼젼불ᄆᆡᄒᆞ다가, 우연히잠이들어, 잠ᄭᅩᄯᆡ을ᄒᆞ엿더라.

좌션학사, 좌션학사,

약한의,
                        려관쥬인은, ᄒᆞᆫ과부라, 원ᄅᆡ셔서사ᄅᆞᆷ으로, 두ᄂᆡ외어린아들하나를다리고, 버리ᄒᆞᆯ차로, 슈쳔리를표박ᄒᆞ야단니다가, 이곳에와셔, 탄광
                    역부로, 품을팔아, 셰식구가, 먹고살더니, ᄉᆞ년젼에, 탄광속에들어갓다가, 광이문어져, 슈십명
                    역부가치여쥭ᄂᆞᆫ즁에, 갓치쥭어, 송장도ᄎᆞᆺ지못ᄒᆞ여, 그속에영장ᄒᆞ고, 과부와고아가, ᄭᅳᆫᄯᅥ러진, 뒤웅박이되엿더니, 이갓치법녕이각박ᄒᆞᆫ, 련텰촌
                    에, 오히려역부가역ᄉᆞᄒᆞ다가, 죽으면, 그유족을차져, 휼금을주ᄂᆞᆫ법이, 잇ᄂᆞᆫ고로, 이과부가, 매년
                    삼십원흉금을, 바라고살더라.

이ᄯᆡ,
                        그 과부의아ᄃᆞᆯ이, 열셰살이되고, 일홈은극아ㅡ라, 탄광에셔, 풍혈여닷ᄂᆞᆫ, 소임으로, ᄆᆡ삭돈푼을엇으나, 그ᄌᆞ모ᄂᆞᆫ, 슈쳔리타향에, ᄶᅡᆨ을일코, 쳐량ᄒᆞᆫ그림ᄌᆞ를ᄃᆡᄒᆞ야, 셜코원통ᄒᆞᆫ눈물을씻고, 심회를억졔ᄒᆞ야, 그아ᄒᆡ를어르만져, 회포를위로ᄒᆞ난지라, 극아ㅡ날마다, ᄐᆞᆫ광밋ᄒᆡ잇다가, 집에도라오랴면, 길이멀고, 왕ᄅᆡ에피

곤이ᄌᆞ심ᄒᆞᆫ지라, 역인들이, 불상히녁여, 공론ᄒᆞ고, 탄광밋ᄒᆡ, 셕탄을싯고드나드ᄂᆞᆫ, 구루마를밤이면, 직히ᄂᆞᆫ소임을마련ᄒᆞ야, 극아로낫지면, 풍혈에안져ᄀᆡ폐ᄒᆞ고, 밤이면, 구루마겻ᄒᆡ셔ᄌᆞ게ᄒᆞ니, 날마다
                    탄광으로오로ᄂᆡ리ᄂᆞᆫ, 고ᄉᆡᆼ이업고, ᄯᅩ약간돈푼을엇으나, 쥬야에두가지소임을맛하,
                        륙십쟝흑암세계에, 드러, 쳔일을못보고, 다만뎐긔등만, 쳐다볼ᄲᅮᆫ이라.

공일이되면, 그ᄌᆞ모가, ᄉᆡ벽에이러나, 물을ᄭᅳ려소다를타고, 그아ᄒᆡ오면, 머리도감기며, 낫도씻기려ᄒᆞ고, 기다리니, 이아ᄒᆡ
                    밤낫
                    열ᄂᆞ흘을,
                        굴속에든괴양이갓치잇다가, 셰상밧게나와, 쳥쳔ᄇᆡᆨ일도보고, 함을며, 져를ᄌᆞᄋᆡᄒᆞᄂᆞᆫ, 어미를볼지라, 희々락々ᄒᆞ야, 우둥々々ᄯᅱ여오ᄂᆞᆫ지라.

그ᄌᆞ모가, 문에의지ᄒᆞ엿다가, 마조나와, 붓들고, 드러가, ᄌᆞ두지족을목욕식여, ᄲᅡ라지은못을입히고, 겸샹ᄒᆞ야, 더운밥을갓치먹고, 위로ᄒᆞ니, 그모ᄌᆞ의, 졍리ᄂᆞᆫ, 짐짓사ᄅᆞᆷ을, 감동ᄒᆞᆯ너라.

극아ㅡᄒᆞᆫ셩벽이이셔, 버레ᄌᆞᆸ기를됴화ᄒᆞ야, 낫후에나가, 셕양ᄯᆡ면, ᄃᆡ둥우리에가듯ᄌᆞᆸ아너코, 도라와희롱ᄒᆞ니,

그ᄌᆞ모난, 잠시라도다시보면, 반겨셔, 쳔신만고를다잇고, 인간ᄌᆞ미ᄂᆞᆫ이ᄲᅮᆫ인가ᄒᆞ더라.

약한이, 공쟝에잇셔, 슈월이못ᄎᆞ되, 집역에근신ᄒᆞ고, 의ᄉᆞ가츌즁하야, 뎨일등인이되고, 쵼즁에, 야학교가잇셔, 각공인들이밤이면, 산술과수학을련습ᄒᆞ니, 약한의, 춍명ᄌᆡ질이, 그젼부터이갓흔, 학문에익은지라.

동학ᄒᆞᄂᆞᆫ졔인과, 쇼위교ᄉᆞᄂᆞᆫ, 약한이, 쳐음ᄇᆡ오ᄂᆞᆫ학ᄉᆡᆼ만, 녁여, 낫비보다가, 일취월쟝ᄒᆞᆷ을보고, 혜를홰々둘으ᄂᆞᆫ모양은, 약한이, 보기에참, 가관이러라.

각구에셔, 각기ᄉᆞ무를조샤ᄒᆞ야, 즁앙구
                    츄밀각에보고ᄒᆞ야, 포쟝을쥬니,

졔삼십륙구, 오만칠쳔구ᄇᆡᆨ삼십팔호, 물건붓ᄂᆞᆫ공쟝, 뎨일등역부, 약한
                    , 년은삼십셰,

우ᄂᆞᆫ, 약한이, 특별ᄒᆞᆫᄌᆡ조잇고, 물리에련숙ᄒᆞ니, 본구즁에, 걸츌인물이요. 쵼즁에만이엇

지못ᄒᆞᆯ쟈인고로, 포쟝을증여홈.

하엿더라, ᄒᆞ로ᄂᆞᆫ, 쥬일인ᄃᆡ, 광즁에셔도라오ᄂᆞᆫ, 극아를보지못ᄒᆞ겟거ᄂᆞᆯ, 약한이심즁에의아ᄒᆞ야, 녀쥬인의챵을향ᄒᆞ고,
                        극아왓소,

녀쥬인이, 슈ᄉᆡᆨ이만면ᄒᆞ야,

오ᄂᆞᆯ도, 일직니러나, 져오기를기다리되, 시방열졈삼십분이나지나도록, 종젹이묘연ᄒᆞ오, 졔ᄆᆡ양일직이오고, 한번도궐ᄒᆞ지안터니, 오ᄂᆞᆯ은무ᄉᆞᆫ일이오닛가.

(약한)오ᄂᆞᆯ, 나도한가ᄒᆞᆫ니, 쥬인을위ᄒᆞ야, 극아의소식을, 탐지ᄒᆞ야보리다,

ᄒᆞ고, 즉시려관을나와, 탄광문밧게가보니, 각공인과역부들이, 다흣터지고, 광문직히ᄂᆞᆫ광직이, 의ᄌᆞ에안져조을거ᄂᆞᆯ,

약한

                        ᄉᆞ만칠쳔구ᄇᆡᆨ이호의극아가, 오ᄂᆞᆯᄉᆡ벽에이광즁의셔나왓나.

(광직)안니나왓소.

(약한)그러면이광에, 문이이ᄲᅮᆫ아니라, ᄯᅩ다른문이잇ᄂᆞᆫ가.

(광직)업소, 그려나극아ㅡᄆᆡ양쥬일날에, 집에가고, ᄯᅩ다른공인보다, ᄒᆞᆼ상먼젼가더니, 오ᄂᆞᆯ은나오ᄂᆞᆫ것을, 못보앗시니, 괴이ᄒᆞ오.

(약)
                        내이졔오기ᄂᆞᆫ, 극아를ᄎᆞᆺ고져ᄒᆞ나, 내
                        광즁에쟘간드러가보면, 엇더할가.

(광)못ᄒᆞ오, 드러가랴면, ᄉᆞ무쇼에가셔, 광쟝의허락을, 밧어야ᄒᆞ오.

약한이, ᄒᆞᆯ일업셔, ᄉᆞ무쇼를찻져, 광쟝을보고, 이ᄉᆞ연을말하니, 광쟝이, 역시ᄌᆞ션ᄒᆞᆫ사ᄅᆞᆷ이라, 약한의말을듯고, 측연ᄒᆞ야이로되,

이아ᄒᆡ를, ᄂᆡ알거니와, 드르니, 과모의게지셩이라ᄒᆞ니, ᄂᆡ
                        그ᄃᆡ와ᄒᆞᆫ가지, 광즁에드러가, ᄎᆞ져보리라.

ᄒᆞ며말이, 간측ᄒᆞ지라.

(약한)
                        션ᄉᆡᆼ에게, 흡긔통이잇ᄂᆞ뇨, 광즁ᄉᆞ를모로니, 흡긔통이읍스면, ᄆᆡ오곤란ᄒᆞ갯소.

광쟝이, 흡긔통둘을ᄂᆡ여, 논아가지고, 관즁으로드러가니라 \[흡긔통은, 쥬셕으로샹ᄌᆞ를ᄆᆡᆫ들어, 그속에공긔를져츅ᄒᆞ고, 가죽으로, ᄃᆡ셜ᄃᆡ갓치ᄆᆡᆫ드러, 양편ᄌᆞᆨ으로, 샹ᄌᆞ궁게부치고, ᄭᅳᆺ츤, ᄒᆞᆫᄃᆡ합ᄒᆞ야, ᄒᆞᆫ줄기를ᄆᆡᆫ드려, 입의물고, ᄯᅩ코에ᄭᅵ이ᄂᆞᆫ가쥭쥴기잇셔, 통속의공긔를마치면, 다른독긔가, 범치못ᄒᆞ나니라]

약한이, 광쟝과, 흡긔통을등에지고, 광즁으로ᄂᆞ려가니, 쳐々에뎐등이명랑ᄒᆞ야, 흰낫갓더니, 슈십쟝을드러가니, 물ᄉᆡᆨ을분변치못ᄒᆞ고, 여간젼등이잇스나, 불ᄭᅩᆺ치, 쳥ᄉᆡᆨ을ᄯᅴ이고, 찬긔운이돌며, 음참ᄒᆞᆫ지라.

약한이, 조금도ᄉᆞᄉᆡᆨ이업고, 광쟝의뒤를ᄯᅡ라드러가니, 극아의, ᄌᆞ최업고, 구두ᄒᆞᆫᄶᆞᆨ이잇ᄂᆞᆫ지라, 약한이, 집어보고, 광쟝을뵈이며,

굿쓰가, 이곳에잇스니, 극아가, 뎡녕광밋ᄒᆡ잇스리다, ᄂᆡ젼일에극아ㅡ올젹에, 이굿쓰신은것을여러번보앗소.

(광쟝)그러면, 어셔ᄎᆞ져보ᄌᆞ.

ᄒᆞ고, 각쳐로, 두루단이며, ᄎᆞᆺ되, 긔쳑이업고, 이ᄂᆞᆯ은휴식ᄒᆞᄂᆞᆫ날인고로, 광즁에무러볼ᄃᆡ도업ᄂᆞᆫ지라.

광쟝이, 길의셔동ᄌᆞ를만나니, 약한은, 모로ᄂᆞᆫ아ᄒᆡ라.

(광쟝)
                        네
                        오날아니나갓시면, 극아를보앗ᄂᆞ냐.

(동ᄌᆞ)앗가극아가, 젼등과샹ᄌᆞ를가지고, 급히져곳으로가더니라.

(약한)
                        극아가, ᄆᆡ양
                        집에오면, 버레ᄌᆞᆸ기를됴화ᄒᆞ더니, 필시버레를, ᄶᅩᄎᆞ가도다.

ᄒᆞ며압셔々, 드러가니, 지쳑을분간치, 못ᄒᆞᆯ지라.

(약한)
                        예가어ᄃᆡ오.

(광쟝)
                        이곳에, 악취와, 독긔가잇스니, 가지말나.

(약한)엇더ᄒᆞᆯ것, 업소.

광쟝이, 만류ᄒᆞ며,

향ᄅᆡ, 여긔셕탄이난다ᄒᆞ야, 각쳐광즁길를, 이리로모앗스나, 측양ᄉᆞ의말이문어질념려가, 잇다ᄒᆞ야, 즉시도로봉폐ᄒᆞᆫ곳이니라.

(약한)
                        광즁이심히괴이ᄒᆞ니, 내, 긔어히ᄭᅳᆺ흘보겟다.

ᄒᆞ고먼져드러가, 열거름을못가더니, 광쟝을도라보며,

션ᄉᆡᆼ
                        두통나ᄂᆞᆫ줄, 모로겟소.

(광쟝)글셰, 머리가앗득々々ᄒᆞ야, 들슈업네.

(약한)
                        이속에, 인젹이, 오ᄅᆡᄭᅳᆫ치고, 탄산와ᄉᆞ가ᄊᆞ여그러ᄒᆞ니, 흡긔통을쓸밧게슈가업소.

ᄒᆞ고량인이, 각々코에ᄭᅵ이며, 입에물고, 륙칠쟝을드러가니, 홀연등불이풀은곳에, 누은사ᄅᆞᆷ이뵈이거ᄂᆞᆯ, 약한이, 급히나아가보니.

슯흐다, 극아손을곱고, 다리를ᄲᅥᆺ어, 슘긔업ᄂᆞᆫ지라.

ᄯᅥ메고, 광ᄇᆞᆺ게나와, 급히의ᄉᆞ를불너, 뵈이니젼혀탄산와ᄉᆞ의독이라, 죽은지슈시간이면, 아모리편쟉이라도, 살니지못ᄒᆞ니,

ᄎᆞᆷ혹ᄒᆞ고, 가련ᄒᆞ다, 극아ㅡᄯᅩ신셰계에, ᄀᆡᆨ귀되엿시니, 그ᄌᆞ모의졍경이, 엇더ᄒᆞ리오.

약한이, 극아의죽엄을ᄎᆞ져, 련텰촌공디에뭇어쥬고, 단칼을셰워표ᄒᆞ니, 일로ᄒᆞ여, 촌즁에명예, 더욱쟝ᄒᆞ지라.

잇튼날
                    약한이, 공쟝에들어갈ᄎᆞ로, 삼십륙구
                    사ᄌᆞ방에, ᄌᆞ긔호슈를ᄂᆡ에, 샹ᄌᆞ가온ᄃᆡ표와맛쳐보니, 젼에업던조희ᄶᅭᆨ을붓쳣ᄂᆞᆫᄃᆡ, 쎳스되.

뎨삼십륙구, 오만칠쳔구ᄇᆡᆨ삼십팔호,
                            일등공인약한은, 본일오젼십졈종에, 즁앙구문외에잇셔, 기다리라.

ᄒᆞ얏더라,

련쳘촌의, 중앙구라ᄒᆞᆷ은, 사ᄅᆞᆷ으로말ᄒᆞᄌᆞ면, 곳뢰슈와갓흐니, 다른각구의, 크나젹으ᄂᆞ, 듯고보ᄂᆞᆫ일은, 통히즁앙구에보고ᄒᆞ야, 즁앙구의잇셔셔ᄂᆞᆫ, 젼촌의, 쳔가지만가지를다ᄋᆞᆯ되, 중앙구에츌입이엄밀ᄒᆞ기에, 여간두목이, 셕달의ᄒᆞᆫ번이나

반년의ᄒᆞᆫ번, 밧게나와도, 듯고본일은, 입ᄇᆞᆺ게ᄂᆡ지못ᄒᆞ기로, 약셔ᄒᆞᆫᄭᅡᄃᆞᆰ으로외인은즁앙구일을한가지도, 알ᄌᆞㅡ업고즁앙구에, ᄯᅡᆼ속으로, 텰로을노아, 외구에통ᄒᆞ얏시니비밀이, 회의ᄒᆞᆯᄯᆡ면, 급ᄒᆡᆼ렬거로, ᄯᅡᆼ속으로왕ᄅᆡᄒᆞ니, 엇던사람을불너드리며, 무ᄉᆞᆫ일을의론ᄒᆞᄂᆞᆫ지, ᄋᆞᆯ슈업셔, 그심모궤계ᄂᆞᆫ, 우등가ᄂᆞᆫ졍탐이라도, 드러갓다가, 걸녀들면, 쳘산디옥이나, 염라대왕을볼ᄲᅮᆫ이라, ᄒᆞᆫ난즁앙구라.

약한이, 즁앙구의, 이러ᄒᆞᆷ을익이듯고,
                        즁앙구외문에이르러, 가심이덜넝덜넝, 터럭ᄭᅳᆺ시, ᄶᅮᆸ빗ᄶᅮᆸ빗ᄒᆞ며, 홀연깃부기도ᄒᆞ고, 홀연무섭기도ᄒᆞ야, 마음을가다듬고, 문겻ᄒᆡ밧삭닥아셧더니, 머리에투구갓흔모ᄌᆞ쓰고, 허리에단춍과쟝금찬슌경들이, 약한을기다린듯시, ᄂᆡ다라겨들랑을ᄭᅧ들고, ᄒᆞᆫ고간갓흔집에, 미러드리치고, 문을탁닷치니.

약한이, 겁결에,

ᄒᆞᆯ지음에, 안문이열니ᄂᆞᆫ지라, ᄌᆞ셰보니, 아모도업셔, 쥬져ᄒᆞ다가, 드러셔니, 문이발셔닷치고, ᄯᅩ안문이열니거ᄂᆞᆯ, ᄯᅩ드러가니, ᄯᅩ닷치고, ᄯᅩ열니ᄂᆞᆫ지라.

이럿틋, 몃십간을드러가되, 안팟문이, 일시에열닐젹은업고, 모도ᄒᆞᆫ편열니면, 한편은닷치더니.

홀연, 큰문이통ᄀᆡᄒᆞ고, ᄒᆞᆫ사람이, 약한의ᄑᆡ를찻ᄌᆞ, 인을쳐셔주고, 아모말이업스니, 졍히궁금ᄒᆞ든ᄎᆞ에

흰, 비단한폭을내여, 약한의, 두눈을싸셔, 질ᄭᅳᆫ동이더니, 두사ᄅᆞᆷ이ᄯᅩᄭᅧ들고, 다름박질ᄒᆞ야, 이리갓다, 뎌리갓다, 바로갓다, 모로갓다ᄒᆞᄂᆞᆫᄃᆡ, 발을ᄯᅡᆼ에붓칠ᄉᆡ업고, 눈은캄々, 귀박휘에바람은훅々치며, 몸이어ᄃᆡ로가ᄂᆞᆫ지, 모로겟ᄂᆞᆫᄃᆡ, 방불히층々ᄃᆡ돌을올나, 방으로드러가ᄂᆞᆫ듯ᄒᆞ더니, 그제야, 눈의쓰인것을벗겨노으니, 졍신이황홀ᄒᆞ야, 어릿어릿둘너보니, 몸이ᄒᆞᆫ강당안에, 잇ᄂᆞᆫ지라.

졍면에, 큰칠판을다라시며, 마로가온ᄃᆡ, 고족샹을노코, 산술졔도등을, 버렷시며, 밧글보려ᄒᆞ니, ᄉᆞ면으로, 류리챵을쳔장밋ᄒᆡ, 밧삭칙어ᄂᆡ여, 공긔만쏘이게ᄒᆞ고, 키닷ᄂᆞᆫᄃᆡᄂᆞᆫᄒᆞᆫ곳도업시니, 밧긔형편을ᄋᆞᆯ슈업더라.

조곰잇더니, 머리겻ᄒᆡ, 문여ᄂᆞᆫ소리ᄂᆞ더니, 두사ᄅᆞᆷ이드러와, 의ᄌᆞ에안지며

졍일, 삼십륙구보고셔에, 학녁이졔ᄇᆡ즁ᄯᅮ여난다ᄒᆞ얏기로, 면시ᄒᆞ야, 진위를알고져ᄒᆞ니, 네과연그러ᄒᆞ면, 본촌
                        츄형고의, 직원을식일것이니, 이두어문뎨를, ᄃᆡ답ᄒᆞ라.

ᄒᆞ고슈학, 리학, 화학, 등문뎨를ᄂᆡ거ᄂᆞᆯ, 약한이, 낫낫치응답ᄒᆞᆷᄋᆡ, 맛치각학교우등ᄉᆡᆼ도가, ᄒᆞᆫ달연습ᄒᆞ든, 과뎡을월죵에시험ᄒᆞ듯, 명민ᄒᆞ고쇽ᄒᆞᆫ지라, 두사ᄅᆞᆷ이, 셔

로보며, 머리를 ᄭᅳ덱々々ᄒᆞ더니

네시방두졈을한ᄒᆞ고, 이그림을그리라, 우리잠간나갓다, 곳오리라.

ᄒᆞ고, 조의두권을노코, 나가니, 그그림은증긔々관의, 본보기문뎨라.

이졈종을지나, 두ᄉᆞᄅᆞᆷ이드러오거ᄂᆞᆯ, 약한이, 그그림을드리니, 양인이, 보고, 칭찬ᄒᆞ다가, 약한의, 눈을ᄯᅩ쓰이고, 본구
                    춍리방에, ᄭᅳᆯ녀간다.

이졔너를, 이츄형고
                        제도실의, 직원을식이니, 네
                        이곳에, 법령규측을, 잘직힐지어다.

삼가봉ᄒᆡᆼᄒᆞ려니와, 다만법령규측을, 자셰모로ᄂᆞ이다.

뎨일은, 네
                        봉직ᄒᆞᄂᆞᆫ제도실외에, 촌보라도밧게나가지못ᄒᆞ고

뎨이ᄂᆞᆫ, 이곳에일뎡ᄒᆞᆫ, 군률로종ᄉᆞᄒᆞᆷᄋᆡ, 만일々호라도, 위반ᄒᆞ면, 곳엄즁ᄒᆞᆫ벌을, 당ᄒᆞᆯ거시오

뎨삼은, 본구의듯고보ᄂᆞᆫ일을, 밧갓사ᄅᆞᆷ에게, 루셜치못ᄒᆞᆯ것이오

뎨ᄉᆞᄂᆞᆫ, 너의왕복셔신을, 춍리방의와셔보이며, 다만네, 가간셔ᄎᆞᆯ이나, 샹통ᄒᆞ고, 기외ᄂᆞᆫ일졀금단ᄒᆞ리니, 네이네가지를쥰봉할진ᄃᆡᆫ, 곳오날부터, 뎨도실에봉직ᄒᆞ리라.

약한이, 마ᄋᆞᆷ의ᄂᆞᆫ, 실로즁죄를짓고, 감옥셔에갓치나, 다름업시되, 입으로

그리ᄒᆞ면, 오날, 곳츄형고
                        넷ᄌᆡ제도실에, 봉직ᄒᆞ되, 네거쳐ᄒᆞᄂᆞᆫ쳐소ᄂᆞᆫ, ᄯᅡ로잇고, 네
                        식물은샹등으로공궤ᄒᆞᆯ며, 네의, 혹가지고온, ᄒᆡᆼ구가어ᄃᆡ잇ᄂᆞ냐.

여긔, 일용졔구가잇ᄉᆞ오면, ᄉᆞ쇼ᄒᆞᆫᄒᆡᆼ구ᄂᆞᆫ, 밧게두ᄂᆞᆫ것이, 무방ᄒᆞ오이다.

그날져녁부터, 약한이, 쳐소에잇셔, 일동일졍을모다, 춍리방으로셔, 규뎡ᄒᆞ고, 혹한가ᄒᆞ면, 다른졔도원과, 음악창가로, 심신을활발ᄒᆞ며, 혹장셔실에드러가, 셔젹을마음ᄃᆡ로ᄲᅩᆸ아ᄂᆡ여, 셥녑ᄒᆞ고, 기외의ᄂᆞᆫ, 졔도ᄒᆞᄂᆞᆫ공부에, 잠심ᄒᆞᆯᄲᅮᆫ이러라.

약한의, ᄉᆞ실밧게, 텰란간을둘너, 촌보라도넘어나가지못ᄒᆞ고, 문틈으로보면, 구름속하ᄂᆞᆯ밋ᄒᆡ닷ᄂᆞᆫ듯ᄒᆞᆫ, 집이잇스니, 소위츄밀각이라, 그속에ᄯᅡᆼ속집이잇셔, 젼셰계에듯지못ᄒᆞ든, 살인졔구를, 감초앗다ᄒᆞ며

ᄯᅩ각즁에, 긔밀실이라ᄒᆞᄂᆞᆫ집이잇셔, 집안집밧게, 모다텰판으로, 벽을막고, 강텰로문을다라, 엄밀ᄒᆞ게잠가, 불이붓허도, 타지못ᄒᆞ고, 물부어ᄉᆡᆯ틈업시, 견고ᄒᆞ다ᄒᆞ니, 이ᄂᆞᆫ동관졔인의게, 드른말이라.

쳐음료량은, 이곳에드러오면, 임의로, 놀고단니며, 혹츄밀각의일을, 알ᄭᅡᄒᆞ엿더

니, 달이팔을다동인듯밧게나가지못ᄒᆞ고, 눈ᄲᆡ고귀막은듯, 밧갓소문도, 들를슈업ᄂᆞᆫ지라.

심즁에울젹ᄒᆞ다가, 다시ᄉᆡᆼ각ᄒᆞ되.

만일츄밀각의, 비밀ᄉᆞ를, 일년에모로면, 삼년이오, 삼년에모로면, 오년이오, 오년에모로면, 십년이십년
                        삼십년이라도, 긔어코, ᄂᆡ목젹을, 달ᄒᆞ말니라.

ᄒᆞ로ᄂᆞᆫ약한이, 졔도에참착ᄒᆞ더니, 하인이엿ᄌᆞ오ᄃᆡ,
                        오날
                        총리방에셔, 뎐화로션ᄉᆡᆼ을쳥ᄒᆞᄂᆞ이다.

약한이, 하인을ᄯᅡ라, 총리방에가니,

오날
                        인비군이, 명령ᄒᆞ되, 츄밀각의직원이궐ᄒᆞ엿시니, 츄형고에, 제일등졔도원을, 갈히여보ᄂᆡ라ᄒᆞ얏기, ᄂᆡᄉᆡᆼ각건ᄃᆡ, 뎨일등졔도원은, 네가감당ᄒᆞ겟기로, 쳔거ᄒᆞ얏노라.

약한이, 마음에감당치못ᄒᆞᄂᆞᆫ톄ᄒᆞ고, 밋쳐ᄃᆡ답지못ᄒᆞ야, 희ᄉᆡᆨ이만면ᄒᆞᆷ을, ᄭᆡ닷지못ᄒᆞ니,

춍리ᄂᆞᆫ, 약한이, ᄎᆞ々승ᄎᆞ되ᄂᆞᆫ것을, 됴화ᄒᆞᆫ다ᄒᆞ고, 허々우시며,

각하의게, 치하ᄒᆞ노라, 이로좃ᄎᆞ, 각하가, 디위를엇어시니, 우리들도다른날, 각하의힘을입으리라.

어셔츄밀각에, 가보시오.

약한이, 평ᄉᆡᆼ골돌, ᄒᆞ든츄밀각을졸디에, 보게되니, 심심이비월ᄒᆞ야, 젼일즁앙구에, 쳐음드러올ᄯᆡ보다, 몃갑졀이나, 더무셥고, 더됴흔지라.

어느결에, 츄밀각계하에, 이르니, 굉장찬란ᄒᆞᆫ, 누각이눈에현황ᄒᆞ더니, 다리밋ᄒᆡ, 우루々뚤々쳔동소리, 갓치나며, 열두층계가뒤놉ᄂᆞᆫ지라, 심중에혜오ᄃᆡ,

ᄯᅡᆼ밋텰도가잇다더니, 화륜거가, 지나가ᄂᆞ보다

ᄒᆞ며, 층계에올나, 뎨일실을보니, 쟝벽창호가, 모다붉은빗이요, 뎨이실에이르니모다검은빗이오, 뎨삼실에드러가니, 보라빗이라, 다른ᄌᆞᆸᄉᆡᆨ은, 일졈도업고, 젼면은방방이금박으로, 록ᄉᆡᆨ을겻드려, ᄭᅮᆷ이고, 즁앙에대리셕으로, 탁ᄌᆞ를ᄆᆡᆫ들어노코, 그압교의우에

ᄒᆞᆫ사ᄅᆞᆷ이, 일이만보셕물ᄲᅮ리에, 녀송연을박아, 연긔ᄌᆞ옥ᄒᆞ게퓌이고, 안졋시니, 이곳,
                        쳘셰계왕이오,
                        련쳘쵼쥬인이오, 젼야라부대학교슈, 화학ᄉᆞ인비군이라.

인비가, 약한을보고, 잠간머리를숙인지만지ᄒᆞ고, 다른사람을보며, 슈작ᄒᆞ듯ᄒᆞᆫ다

네가,
                            츄형고졔도원이냐.

…………

어졔
                        너의, 제도를보니, ᄌᆞᆯ되긴ᄌᆞᆯ되얏더라만는, 그러ᄂᆞ, 증긔々관외에, ᄯᅩ무엇을잘ᄒᆞᄂᆞ냐.

그외에, 략간ᄇᆡ온게, 잇ᄉᆞ오니, 시험ᄒᆞ시면, ᄃᆡ답ᄒᆞ오리다.

네
                        챵포, 화긔등도, 아ᄂᆞ냐.

련슉ᄒᆞ지ᄂᆞᆫ, 못ᄒᆞ오나, 평ᄉᆡᆼ됴화ᄒᆞ야, 발명ᄒᆞᆷ도잇ᄉᆞ오나, 대방가안목에, 젹합ᄒᆞᆯᄂᆞᆫ지오.

인비가, 그제야, 머리를도리켜, 다시뭇ᄂᆞᆫ다.

그러면, 너ᄂᆞᆫ나를위ᄒᆞ야, 이대포의도식을그려라, ᄂᆡ곳, 너로폭발약에치여죽은, 손내의, 대를식히리라.

ᄒᆞ면셔속으로, 혼ᄌᆞ말이,

앗갑다, 너도즉으리로다.

약한이, 츄밀각의졔도ᄉᆞ되야, 날마다
                    인비좌우에잇셔, 창포등문뎨를연구ᄒᆞ니, 신긔묘술에, 의ᄉᆞ가호회ᄒᆞ야, 그핍진ᄒᆞᆫ곳에ᄂᆞᆫ, 인비ᄌᆞ탄도ᄒᆞ고, 항복ᄒᆞᄂᆞᆫ지라.

이럼으로, ᄋᆡ지즁지ᄒᆞ야, 쟘시도ᄯᅥ나지안이ᄒᆞ고, 졈졈계밀ᄒᆞ야, 금슬ᄉᆡᆼ황이, 손가락놀니ᄂᆞᆫᄃᆡ로, 음향졀주에, 쳥탁고져가, 맛ᄂᆞᆫ듯ᄒᆞ더라.

하로ᄂᆞᆫ, 인비
                    약한과, 츄밀각에셔, 슐을ᄃᆡᄒᆞ야, 륙산포림이, 랑ᄌᆞᄒᆞ고, 술이얼근ᄒᆞ

야, 밧고ᄎᆞ기로슈쟉ᄒᆞᆫ다.

인비우스며,

ᄂᆡ
                        근일에혼ᄌᆞᄉᆡᆼ각ᄒᆞ니, 시방셰상에면보를못먹고, ᄆᆡᆨ쥬를못마시ᄂᆞᆫ인죵이, 부지기슈라, 내, 일본바다근쳐에, 뎨이련텰촌을짓고, 평ᄉᆡᆼ졍력을다ᄒᆞ야, 무등ᄒᆞᆫ, 살인공뎐구ᄅᆞᆯ지여, 구만리셰계를, 일이만일통을ᄆᆡᆫ들고, 도쳐에면보
                        ᄆᆡᆨ쥬로, 일용통샹ᄒᆞᄂᆞᆫ물품이, 되게ᄒᆞ얏시면, ᄌᆞ네갓흐니가, 어느디방에ᄉᆞᆯ던지, 면보
                        ᄆᆡᆨ쥬업ᄂᆞᆫ걱졍을, 아니ᄒᆞᆯ거시니, 쟝ᄒᆞ지안켓나, 쟝ᄒᆞ지안켓나

참그러ᄒᆞᆯ진ᄃᆡᆫ, 쟝ᄒᆞ지마는, 큰말ᄲᅮᆫ이지, 젼셰계를엇지일이만일통을, ᄆᆡᆫ들슈인ᄂᆞ뇨, 내ᄉᆡᆼ각에ᄂᆞᆫ, 구라파ᄒᆞᆫ디방도, 이런망념을못ᄒᆞᄀᆡᆺ쇼.

네
                        일이만의, 일통이, 못되겟다ᄒᆞᄂᆞᆫ구나

약한이, 이ᄯᆡᄆᆡᆨ쥬ᄒᆞᆫ잔을가득부어들고, 먹ᄂᆞᆫᄃᆡ, 인비의, 이말ᄒᆞᄂᆞᆫ양을보고

약한이, 손의든ᄆᆡᆨ쥬를, ᄒᆞᆫᄭᅳᆺᄒᆡᄶᅮᆨ드리켜고, 잔을턱노으며

그럿소, ᄂᆡᄉᆡᆼ각에ᄂᆞᆫ,

네소견의, 뎡녕그러ᄒᆞ면, 그런ᄭᅡᄃᆞᆰ을, 말ᄒᆞ여라.

ᄒᆞ면셔, 눈에불덩이가, 나ᄂᆞᆫ듯, 샹열이되거ᄂᆞᆯ, 약한이, 못보ᄂᆞᆫ톄ᄒᆞ고, 죵용이ᄒᆞᄂᆞᆫ말이.

다, ᄭᅡᄃᆞᆰ이, 잇지요, 오날々, 일이만과원슈ᄂᆞᆫ, 법란셔가아니요, 그졀치부심ᄒᆞ야, ᄒᆞᆫ번갑흐랴ᄒᆞᆫ지가, 일조일셕이아니라, 드르니, 근일군비를확쟝ᄒᆞ야, 일이만멧갑졀이되고, 젼일
                        라파륜뎨삼이, ᄑᆡᄒᆞ기ᄂᆞᆫ, 방장일이만병비가확쟝ᄒᆞ고, 법병, 밋쳐뫼이지못ᄒᆞ야, 실긔ᄒᆞ얏기에, 산당의셔항복ᄒᆞ고, 파리를ᄲᆡ앗겻지마는, 시방은, 그러ᄒᆞᆯ리만무ᄒᆞ고, ᄯᅩ량국의, 평등ᄒᆞᆫ힘으로말ᄒᆞ면, 법국사ᄅᆞᆷ하나히, 일이만사ᄅᆞᆷ솃식넷식을, 당ᄒᆞᆯ지니, 나ᄂᆞᆫ셔서사ᄅᆞᆷ이거니와,
                            영국의유식ᄒᆞᆫ사ᄅᆞᆷ들도, 평론이이러ᄒᆞ오.

인비가, 얼골이, 붉그락푸르락, 심쥴이, 벌ᄯᅥᆨ벌ᄯᅥᆨᄯᅡᆷ이소ᄉᆞ나며, 금방, 살인ᄒᆞᆯ것갓ᄒᆞᆫ지라.

용셔ᄒᆞ시오, ᄂᆡ가주후광담을ᄒᆞ엿소.

인비조곰신긔가, 화평ᄒᆞᆫ듯하ᄒᆞ, 말은아니ᄒᆞ고, 약한의, 말만드르려ᄒᆞᆫ다.

약한은, 슐김이요, ᄂᆡᆸ든말이라, 시쟉ᄒᆞᆫ김에, 인비ᄇᆡ래를, ᄲᅩᆸ으랴고, 분만도도아, 말이ᄯᅩ련방나온다.

내말이허탄ᄒᆞᆫ말아니지요, 법국이, 군신샹하업시, 골슈에박힌분심으로, ᄑᆡ군의모양을그리고, 셜치ᄒᆞᄂᆞᆫ노ᄅᆡ를, 지어일심단톄로, 셥헤누어담을맛보ᄂᆞ니, 젼일ᄑᆡᄒᆞᆷ은, 도로혀법국의병졸긔계를, 발달ᄒᆞ게, 촉박ᄒᆞᆫ바라, 우리가, 츄밀각에

잇셔, 젼심치지ᄒᆞ야도, 셰계에졀ᄃᆡ한, 대표를못지엇고, 법국은가륜특파의셔, 얼마큼신긔ᄒᆞᆫ, 대포를짓ᄂᆞᆫ지알겟소.

인비그졔야, 말을시쟉ᄒᆞᆫ다.

졔아모리, 신긔ᄒᆞᆫ대포를, 짓기로우리ᄂᆞᆫ져에셔좀더ᄒᆞᆫ대포업실가.

군은, 큰말만ᄒᆞ지마오,
                            우리긔ᄭᅥᆺ, 지은ᄃᆡ포가, 이ᄇᆡ밧게더되오.

인비가, 참지못ᄒᆞ여,

이ᄇᆡ
                        이ᄇᆡ, 네말이올타, 네료량의, ᄂᆡ가능히
                            이ᄇᆡ되ᄂᆞᆫ대포나, 짓ᄂᆞᆫ다ᄒᆞᆫᄂᆞ냐.

셜혹이런대포를, 짓기로엇지뎌법국의, 경년열셰토록고심갈력ᄒᆞᆫ, 긔계를당ᄒᆞ며, 우리가

                                이ᄇᆡ되ᄂᆞᆫ대포
                        를, 지으면, 법국은, ᄉᆞᄇᆡ
                        오ᄇᆡ를, 지을지엇지알ᄭᅩ, 시방우리형편은, 이런대포짓지도못ᄒᆞ엿고, 완젼ᄒᆞᆫ긔계업시니, 이것을가지고, 법국을ᄃᆡ젹ᄒᆞ랴면, 비샹이곤란ᄒᆞ리니, ᄉᆡᆼ각ᄒᆞ여보오, ᄉᆡᆼ각ᄒᆞ여보오.

인비듯다가, ᄉᆡᆼ각ᄒᆞ여보라ᄂᆞᆫ소리에, 긔가막혀, 벌덕이러셔며, 팔을ᄲᅮ리치고, 문박그로나가더니,

이리오게, 이리와.

약한이, 마지못ᄒᆞᄂᆞᆫ톄ᄒᆞ고, ᄯᅡ라간다.

ᄒᆞᆫ곳에이르니, 전면에, 큰목상ᄌᆞ가, 놉기칠팔쳑되고, 문이업ᄂᆞᆫ가ᄒᆞ얏더니, 인비

먼져방모통이로, 도라가더니, 엇더케ᄒᆞ야, 문을여ᄂᆞᆫ지, 약한은, 밋쳐못보앗더라. 목상ᄌᆞ의, 쌍바라지가, 홀연열니며, 셰렴이것치더니, ᄒᆞᆫ길이드려다보이고, 대리셕으로층계를싸아, ᄇᆡᆨ셜갓치, 눈이부시ᄂᆞᆫ지라.

인비를, ᄯᅡ라졈々ᄂᆡ려가니, 도쳐에, 문을잠갓ᄂᆞᆫᄃᆡ, 인비낫々치쇠로열며, 드러가니, 디혫이도로졈々놉하지고, 십여문을지나, 십여칭계를올나, 샹々층에이로니,
                        츄밀각ᄭᅩᆨᄯᆡᆨ이에, 왓더라.

인비
                    약한을ᄭᅳᆯ고, 이곳ᄭᅡ지오되, 아무말도업더니, 홀연약한을멈쳐셰우고, 가르치며,

보아, 보아,

약한이, ᄉᆞᆲ혀보니, 덩그려케, 산덤이갓흔물건이, 입은륙칠쳑이나되야, 어웅ᄒᆞᆫᄃᆡ, 예ᄉᆞ사ᄅᆞᆷ은고ᄀᆡ도, 숙이지안코, 드나들겟시며, 밋ᄒᆡᄂᆞᆫ강텰거로, 밧쳐노코, ᄯᅩ그밋ᄒᆡᄂᆞᆫ털로를ᄭᅡ라, 두박휘언치엿시니, 조고만아ᄒᆡ라도, ᄒᆞᆫ손으로고동을틀면, 다라날지라.

약한이, 보고혀를두르며,

허々크고,

ᄒᆞ면셔, 인비를보고, 룡춤을취인다.

이대포가, 치ᄂᆞᆫ심이, 얼마나ᄒᆞ오.

ᄉᆞ오리밧게, 넉ᄌᆞ둙게, 텰팔을치면, ᄯᅥᆨ부스럭이되ᄂᆞ니.

멀이가ᄂᆞᆫ힘은…………,

인비, 실젹우시며,

아마, 삼십영리ᄂᆞᆫ가.

약한이, 인비의, 말눈치를, 모로ᄂᆞᆫ톄ᄒᆞ고, 놀나며, 삼십영리, 삼십영리, 그것ᄎᆞᆷ대단ᄒᆞ오, 그러나, 엇던화약을쓰오.

내예다가, 화약면을쓰랴ᄒᆞ노니, 화약면의독긔ᄂᆞᆫ, 심상화약보다, ᄉᆞᄇᆡᄂᆞᆫ되고, 내가다년연구ᄒᆞ야, ᄆᆡᆫ든화약면은, ᄯᅩ심상화약면보다, 오ᄇᆡᄂᆞᆫ된즉, 모도이십ᄇᆡᄂᆞᆫ되겟시니, 엇더ᄒᆞᆫ고.

그러면, 샹품강텰로, 이대포를짓고, 이런ᄆᆡᆼ렬ᄒᆞᆫ, 염초를쓰면, ᄉᆞ오방안에포신이파상ᄒᆞ야, 열방이못가셔, 아조버리지안켓소.

션ᄉᆡᆼ은, 그만두오, 나ᄂᆞᆫ이대포가, 쳣방에파상될줄로아오,

약한이, 이ᄯᆡᄂᆞᆫ, 참놀나ᄂᆞᆫ말로,

그러면, 이대포짓기에, 얼마나, ᄌᆡ력이드럿쇼.

이하나에, 일ᄇᆡᆨ만원은드럿쇼.

약한이, 더욱놀나며,

그러면, 이대포
                        ᄒᆞᆫ방노키에, ᄇᆡᆨ만원황금을, 공연히허비ᄒᆞ오.

션ᄉᆡᆼ도, ᄯᅡᆨᄒᆞ시오, 엇지구々ᄒᆞᆫ, ᄇᆡᆨ만원을앗기고, 뎌것에닥치ᄂᆞᆫ곳에, 몃억만원손ᄒᆡ를, 모로시오.

그러나, 이졔평ᄉᆡᆼ힘을, 다드려셰계에업ᄂᆞᆫ대포를, 지엇시나, 불과츄형고에, 엉덩ᄒᆞᆫ구경거리나, 되얏지, 엇다가, 쎠보아야, 아니ᄒᆞ오.

ᄒᆞᄂᆞᆫ말이, 밋쳐못맛쳐, 인비부화가, ᄯᅩ이러ᄂᆞᆫ다.

엇다가쓰ᄂᆞ냐, 엇다가쓰ᄂᆞ냐, 내긔의ᄌᆞ네를, 긔아지아니ᄒᆞᆯ바에, 낫々치뵈이기로, 엇덜게잇ᄀᆡᆺ나, ᄌᆞ네ᄂᆞᆫ, 날를ᄯᅡ라오게.

샹층의셔, ᄂᆡ려와ᄒᆞᆫ곳에, ᄯᅩ이르니, 이곳에ᄂᆞᆫ, 둥글고, 큰통을무슈히싸앗거ᄂᆞᆯ, 약한이, 생각ᄒᆞ되, 필시신발명ᄒᆞᆫ, 화포에소속품이로다.

ᄒᆞ고갓가히가, ᄌᆞ셰볼ᄉᆡ, 인비, 가르치며,

보앗나, 이거슨대포에, 탄환일셰,

약한이, ᄃᆡ경ᄒᆞ야, 갓가히가셔두루ᄉᆞᆲ히니, 탄환의, 기리ᄂᆞᆫ륙쳑이오, 부페ᄂᆞᆫ삼쳑이라, 젼신을, 강텰로부어짓고, 입은, 납으로봉ᄒᆞ엿시며, ᄯᅩ강쳘판으로, 밋흘ᄭᅡ랏ᄂᆞᆫ지라, 약한이, ᄯᅩ보며, ᄯᅩ실ᄉᆡᆨᄒᆞ야, 심신을졍치못ᄒᆞᆷ에, 졍츙증, 나듯ᄒᆞᄂᆞᆫ지

라.

인비그긔ᄉᆡᆨ을보고,

네
                        이것을, 알겟ᄂᆞ냐,

몰나, ᄂᆡ알면, 무엇ᄒᆞ나, 이닥지크고, 긴탄환을, 무엇에쎠

안일셰, 이탄환이것흐로보면, 대단히무거울듯ᄒᆞ나, 그속은젼공이오, 씰ᄃᆡ에, 그속에류동탄산을ᄌᆡ야, 탄환이, ᄲᅡ져닥치ᄂᆞᆫ곳에, 탄산이터져,와ᄉᆞ가되야, 공긔즁에흐터지면, 쥬회ᄉᆞᄇᆡᆨ쟝안에, 어름텬지가되야, 셰쇄ᄒᆞᆫ동물이라도, 다어러죽고, ᄉᆞᄅᆞᆷ이독ᄒᆞᆫ와ᄉᆞ에, 긔졀ᄒᆞ야죽ᄂᆞᆫ고로, ᄂᆡ평ᄉᆡᆼ공부ᄒᆞ야, ᄌᆞ득ᄒᆞᆫ묘술을, ᄌᆞ랑ᄒᆞ건ᄃᆡ, 포탄의힘은직졉으로, ᄉᆞᄅᆞᆷ을죽이고, ᄯᅩ와ᄉᆞ에여독은, 간졉으로ᄉᆞᄅᆞᆷ을죽인즉, 이두가지로, 살인ᄒᆞᄂᆞᆫ효력을, 발달ᄒᆞ엿노라.

ᄒᆞ면셔손바닥을치며, 방약무인ᄒᆞ다가, ᄯᅩ약한을보며,

네ᄉᆡᆼ각ᄒᆞ여보아라, 이제ᄒᆞᆫ낫탄환의폭력이, 근ᄇᆡᆨ보안에인죵을, 죽일지니, 종횡만보되ᄂᆞᆫ너른도회에, 이탄환
                        ᄇᆡᆨ개를노흐면, 슈만가호에, 일도부가, 순식간에, 탄산와ᄉᆞ, 바다가될지라.

내, ᄯᅩ이런리치를, 경험ᄒᆞ얏시니, 년젼에의ᄃᆡ리국에류람ᄒᆞᆯ졔, 파리지방에ᄉᆞᆯᄉᆡᆼ동
                        \[살ᄉᆡᆼ동은탄산와ᄉᆞ가, ᄊᆞ여, 개나괴나, 그안에드러가면즉ᄉᆞᄒᆞᄂᆞᆫ고로, ᄉᆞᆯᄉᆡᆼ동이라ᄒᆞᆷ]을, 보앗고,

쟉년에, 네가용을쓰고, 탄광밋ᄒᆡ드러가, 극아를챠졋거니와, 극아죽기도이독기로그런것이니, 이두어가지, 경험이여ᄎᆞᄒᆞᆫ지라, 이럼으로몃ᄒᆡ를, 궁리ᄒᆞ야, 이대포를신발명ᄒᆞ얏노라, 네아모리, ᄌᆡ력이총민ᄒᆞᆫ들, 탄산을가져, 삽시간에, 일도부를와ᄉᆞ바다가, 되게할쥴은몰낫실나

그러ᄒᆞ나, 내마ᄋᆞᆷ에, 오히려미흡ᄒᆞᆫ것이, 이탄환ᄲᅡ질젹에, 소리가몹시나ᄂᆞᆫ게, ᄌᆞ미업겟노라.

엇더케ᄒᆞ면, 아무소리업시, 달이나ᄇᆞᆰ고, 셔리찬밤에, 슈만가호, 십만인구와, 바소개ᄃᆞᆰ, ᄭᅡ지라도, 무슨ᄭᆞᄃᆞᆰ을, 모로고, 밥ᄌᆞᆺ듯일시에, 어름텬디눈궁게, 영쟝ᄒᆞ얏시면, 그안니셰계에쟝관이며, 남아의상쾌ᄒᆞᆫ일이랴, 이문뎨로, 궁리ᄒᆞ노라고요ᄉᆞ이ᄌᆞᆷ을못ᄌᆞ나, 대강짐쟉이나셔니, 몃칠더ᄉᆡᆼ각, ᄒᆞ야보겟다.

참쟝ᄒᆞ시오, 이런ᄉᆞ업은, 쳔고만고에업ᄂᆞᆫᄉᆞ업이요, 그러ᄂᆞ는, 나ᄂᆞᆫ종시의단이, 업지못ᄒᆞ오.

허々, 무슨의단이잇ᄂᆞ.

이탄환을, 속이비게ᄒᆞ야, 유동탄산을너으면, 탄환이무게가업셔, 앗가말ᄃᆡ로삼십영리를, 갈가십지못ᄒᆞ오.

그난ᄌᆞ내말이, 괴이치아니ᄒᆞ겟네

삼십영리가게ᄒᆞᄂᆞᆫ법이, ᄯᅡ로잇스니, ᄌᆞᄂᆡ가들으면, 짐작ᄒᆞ리, 뎌긔그즁큰탄환속에, ᄌᆞ근탄환을, 슈십층으로겹々이너코, ᄭᅩᆨᄃᆡᆨ이에ᄂᆞᆫ팝씨약을ᄌᆡ오면, 와ᄉᆞ가화약의, 힘부리ᄂᆞᆫᄃᆡ로, 멀리가고, 슈십
                        탄환이, 일졔히터지며, 좌츙우돌ᄒᆞ면, 일도부가두례ᄲᅡ지고, ᄌᆞᄀᆡ돌바닥이, 될테일셰

아모려나, 내가시험을못ᄒᆞ얏기에, 불일내에, 시험ᄒᆞᆯ터이니, 그ᄯᆡ
                        자네와시험쟝에나가셔, 피흘너ᄂᆡ가되고, ᄲᅧ모와산이되ᄂᆞᆫ걸보면, 그졔야, ᄌᆞᄂᆡ가, 내말이, 올흔쥴알니라.

ᄒᆞᄂᆞᆫᄭᅳᆺ헤, 약한이, 어린아ᄒᆡ, 응셕ᄒᆞ듯, ᄶᅩ차가며,

그러면, 언의ᄂᆞᆯ, 응, 어ᄃᆡ다가, 응, 어듸다가, 응

ᄒᆞ면셔말을, 겁흐ᄒᆞ니, 인비ᄂᆞᆫ, ᄯᅩ졈잔아졋셔, 눈ᄉᆞᆯ을, ᄶᅵᆸ푸리고, 핀ᄌᆞᆫ을쥬며,

그것은, 알어무엇ᄒᆞᆯ고,

ᄒᆞ다가약한의, 무료히잇ᄂᆞᆫ것을, ᄒᆞᆫ참보더니,

네, 졍알고져ᄒᆞ너냐.

뎌긔, 뎌문밧게, 뎌산넘어, 쟝슈촌이라ᄒᆞᄂᆞᆫ마을이, 예셔ᄭᅩᆨ삼십영리니라, 오날 초닷ᄉᆡ니, 인졔ᄒᆞᆫ쥬일지나, 열ᄉᆞ흔날
                        졍밤즁에, 이탄환이, 압산을나라넘어, 쟝슈촌복판에, ᄯᅥ러지면, 십여만, 라젼인죵이, 함몰ᄒᆞᆫ다.

ᄒᆞ면셔소리를, 지르고, 억ᄀᆡ를, 읏씩읏씩ᄒᆞ며,

허々, 네일이만
                        학ᄉᆞ인비말, ᄒᆞᆫ마ᄃᆡ, ᄯᅮᆨᄯᅥ러지면, 텬하쟝ᄉᆞ라파륜은, 다무엇시냐,

ᄒᆞᄂᆞᆫ서실에, 약한이, 눈이멀둥멀둥, 이마에셔, 벼락이ᄂᆡ리ᄂᆞᆫ듯ᄒᆞ고, 젼신이, 어름ᄶᆞᆼ, 갓ᄒᆞ여, 소룸이죽々끼치고, 혀가굿어, 아모말도, 못ᄒᆞᄂᆞᆫ지라.

인비가, 약한의, 이러ᄒᆞᆫ거동을, ᄉᆞᆯ히지못ᄒᆞ고, ᄯᅩ허허우시며

나ᄂᆞᆫ,
                            쟝슈촌쥬인과, 일졀ᄇᆡ치ᄒᆞ야, 져ᄂᆞᆫ, 인명을쟝슈ᄒᆞ랴ᄒᆞ고, 나ᄂᆞᆫ인명을, 츅ᄂᆡ랴ᄒᆞ니, 이런반대의, 범위ᄂᆞᆫ, 셰계에업지, 셰계에업지.

약한이, 머리를슉이고, 졍신을ᄎᆞ려ᄒᆞᄂᆞᆫ말이,

그러면, 쟝슈촌인민이군의게, 무삼원슈며, 무삼죄를젓기에, 군이진멸ᄒᆞ야, 죵ᄌᆞ를업시ᄒᆞ랴ᄒᆞ오,

ᄒᆞᄂᆞᆫ말을, ᄎᆡ맛치지못ᄒᆞ야인비가욱지르며,

소위, 션악ᄉᆞ졍이라ᄒᆞᆷ은, 피ᄎᆞ의ᄃᆡ거리, ᄒᆞᄂᆞᆫ말이니, 착ᄒᆞ다ᄒᆞᄂᆞᆫ것을, 뎌것이, 이보다낫다ᄂᆞᆫ것이요, 악ᄒᆞ다ᄒᆞᄂᆞᆫ것은, 이게뎌보다못ᄒᆞ다ᄒᆞᄂᆞᆫ것이니, 우리가, 쟝슈촌을멸망ᄒᆞ랴ᄂᆞᆫ것을, 남들이, 악ᄒᆞ다독ᄒᆞ다ᄒᆞᆯ지라도, 이ᄂᆞᆫ불과샤회샹에, 조고만인졍으로, 평론ᄒᆞᄂᆞᆫ것이라.

텬디의, 대법공심을, 말ᄒᆞᄌᆞ면, ᄉᆡᆼ존경ᄌᆡᆼᄒᆞᄂᆞᆫ셰계에, 우등인죵이, 익이고, 열등인종은패ᄒᆞ며, 약ᄒᆞᆫᄌᆞ가, 고기되고, 강ᄒᆞᆫᄌᆞ가먹으며, 묵어온물건은, ᄌᆡᆷ기고, 거벼온물건은, ᄯᅳᄂᆞᆫ것이, 텬디간에, ᄯᅥᆼ々ᄒᆞᆫ리치라, 이런고로, 셰계에, 셰력잇ᄂᆞᆫ사ᄅᆞᆷ이, 텬디의, 대법공심을승슌ᄒᆞ야, 대표ᄌᆞ가되거ᄂᆞᆯ, 뎌좌션
                        은, 이대법공심을억의고, 나젼의렬등인죵을, 번셩ᄒᆞ랴ᄒᆞ니, 이ᄂᆞᆫ, 하ᄂᆞᆯ을거시르ᄂᆞᆫᄌᆞㅡ라, 역텬ᄌᆞᄂᆞᆫ망이라ᄒᆞᄂᆞᆫ말을, 그대, 못드러ᄂᆞ냐, 슯흐다, 쟝슈촌에나젼인죵, 십만구가, 눈ᄒᆞᆫ번ᄭᅡᆷᄌᆞ거릴ᄉᆞ이에, 셰상을모를쥴엇지ᄭᅮᆷ이나, ᄭᅮ어시랴.

ᄒᆞᄂᆞᆫ것을, 보고약한이, 말이막혀, 못ᄒᆞᆫ거슨아니요, 속죵은, 만일ᄯᅩ말을ᄃᆡ밧쳐ᄒᆞ다가ᄂᆞᆫ, 인비가, 급ᄒᆞᆫ셩결에, 무ᄉᆞᆷ독을부릴ᄂᆞᆫ지도, 모로겟고, ᄯᅩ쟝슈촌을, 일헤도기다리지안코, 당쟝거조를, ᄒᆞᄂᆞᆫ디경이면, 밋쳐조슈죡ᄒᆞ야, 쟝슈촌에긔별도, 못ᄒᆞ고폭망ᄒᆞᆯ지라, 이럼으로약한이, 듯기만ᄒᆞ고, 아모말업시, 쥬셕으로, 도라왓더라.

인비
                    약한을, 다리고도라와, 의ᄌᆞ에안져, 뎐긔방울을, 흔들더니, 하인이드러오거ᄂᆞᆯ

아이밀과디의
                        두사ᄅᆞᆷ을, 쳥ᄒᆞ야, 오게ᄒᆞ여라,

ᄒᆞ고담ᄇᆡ를, ᄲᅥᆨ々ᄲᅡᆯ며, 안졋ᄂᆞᆫ모양이, 괴샹ᄒᆞ거ᄂᆞᆯ, 약한이, 겻눈질ᄒᆞ야보다가, 비위를조곰맛츄어, 볼가ᄒᆞ고, 의ᄌᆞ를, 갓가히닥어노코, 종용이ᄒᆞᄂᆞᆫ말이

그런즉, 각하가, 이일를작히, 비밀ᄒᆞ게ᄒᆞ겟쇼.

인비가, 빙긋빙긋, 우시며, ᄯᆞᆫᄃᆡ를보고,

허, 춍명ᄒᆞ거니, 우리약한이야, 비밀ᄒᆞ고, ᄯᅩ비밀ᄒᆞ기를, 일으게나,

그러나, 졀통ᄒᆞᆫ것이, ᄌᆞ네갓흔쳥년에, ᄌᆡ력으로, 셰상을하직ᄒᆞ게시니, 그아니졀통ᄒᆞᆫ가.

약한이, 의ᄌᆞ의셔, 니러ᄂᆞ랴ᄒᆞ거ᄂᆞᆯ, 인비ᄯᅩ붓드러, 안치고,

ᄌᆞ네, 놀나지말쇼, 내실졍으로, 말ᄒᆞᆷ셰,

내가, 이일을비밀히ᄒᆞ기에, 속담에말로, 부시렴을두면, 고름이난다ᄂᆞᆫᄶᅡᆨ으로, ᄂᆡ일을, 안쟈ᄂᆞᆫ, 미리업ᄉᆡ야, 걱졍이안되ᄂᆞᆫ고로, ᄂᆡ가결심ᄒᆞ얏노라.

ᄒᆞ면셔방울을, ᄯᅩ흔드니, 아이밀
                    디의
                    두놈이, 발셔문에, 드러셔ᄂᆞᆫ지라.

인비가약한을, 도라보며

ᄌᆞ네가, 나의비밀ᄉᆞ를, 알고져ᄒᆞ기의, 내가다일너쥬엇시니, ᄌᆞ네ᄂᆞᆫ이셰상을ᄯᅥ나ᄂᆡ닐를루셜치말면, 죠켓ᄂᆡ,

약한이, 머리를폭슉이고, 묵々히안졋실ᄲᅮᆫ이라.

너의, 총명ᄌᆡ력을, 엇지ᄋᆡ즁치아니리요마는, 내가, 텬의를밧아, 대ᄉᆞ를ᄒᆞ기에, 구々ᄒᆞ사ᄅᆞᆷ의, 목슘을앗길슈업도다, 이졔, 진담으로네게고ᄒᆞ거니

와, 전일
                        네벼ᄉᆞᆯ단이던, 손래도, 나의비밀ᄉᆞ를알앗기에, 죽이고, 거지폭발약에죽엇다ᄒᆞ얏시니, 내비밀ᄉᆞ를알면, 곳죽이ᄂᆞᆫ것은
                            인비의률령이라, 률령을어긔지못ᄒᆞ니, 네ᄉᆡᆼ각하여보아라.

약한이, 인비의, 신ᄉᆡᆨ을보니, 구셜로닷투지못ᄒᆞ겟고, 비러셔, 면치못ᄒᆞᆯ지라, 이에머리를들고,

그러면, 언의ᄯᆡ가, 나의셰샹하직ᄒᆞᆯᄯᆡ이며, 무ᄉᆞᆫ법으로나의, 목슘을ᄭᅳᆫ으랴ᄒᆞᄂᆞ냐,

다른죄인갓흐면, 쥭을ᄯᆡ에, 무한고쵸를, 격게ᄒᆞ지마ᄂᆞᆫ, 너ᄂᆞᆫ호걸의사ᄅᆞᆷ이라, 내가참혹ᄒᆞ게ᄒᆞ지, 안으리니, 슈일동안
                        언의밤이고, 네가ᄌᆞ다가, 영々ᄭᆡ지못ᄒᆞ게ᄒᆞᆯ것이니, 그ᄯᆡ가, 너셰상하즉ᄒᆞᄂᆞᆫ줄, 알어라,

말을맛치며,
                        아이밀
                        디의두놈을, 향ᄒᆞ야, 턱짓을ᄒᆞ니, 두놈이, 달녀들며, 덜미치고, 멱ᄉᆞᆯ드러게ᄯᅡᆨ지갓흔방에, 가도더라.

약한이, 갓치여, 밤이깁도록, 잠을ᄌᆞ지못ᄒᆞ고, 별ᄉᆡᆼ각이다ᄂᆞᆫ다.

인비의말이, 자다가영々ᄭᆡ지못ᄒᆞ고, 죽어도, ᄭᅡ닭을모론다니, 오날밤언의ᄯᆡ가, 아조셰샹을결ᄒᆞᄂᆞᆫ지, 알슈업시니, 나의ᄒᆞᆫ몸쥭기ᄂᆞᆫ, 원통치안커니와, 쟝수촌, 십여만인죵이, 인비
                    ᄒᆞᆫ놈의숀에, 업셔질ᄉᆡᆼ각을ᄒᆞ면, 가ᄉᆞᆷ이, 두군두군ᄒᆞ니, 엇지ᄌᆞᆷ이오리오, 구월열ᄉᆞ흔ᄂᆞᆯ이, 시방일헤를, 격ᄒᆞ얏시나, 무ᄉᆞᆫ슈로져를, 방ᄒᆡᄒᆞ며, 무ᄉᆞᆫ슈로, 져대포와츄밀각을, 업시ᄒᆞ고, 촌박그로도망ᄒᆞ야, ᄒᆞᆫᄃᆞ름에장슈촌을ᄯᅱ여갈고, 입을악물고, 두주먹을불ᄭᅳᆫ쥐고, ᄂᆡ닷고져ᄒᆞ나, 뎌두놈이, 건장ᄒᆞ야, 엄밀ᄒᆞ게직히고, 셧시니, 틈을탈슈업고, ᄯᅩ인비ᄌᆞ랑ᄒᆞ되, ᄒᆞᆫ탄한으로, 젼도부를친다ᄒᆞ며, 삼십영리가ᄂᆞᆫ속력과, 이십ᄇᆡ되ᄂᆞᆫ폭력이잇다ᄒᆞ니, 내
                    졔말를듯고져, ᄒᆞ엿지마ᄂᆞᆫ, 져도미ᄉᆞᆼ불산슐
                    츄리에정민ᄒᆞ니, 그릇ᄒᆞᆯ리업고, 혹탄환이ᄆᆡᆼ렬ᄒᆞ야, 포신이파상ᄒᆞ기ᄂᆞ, 바랄가ᄒᆞ되, 원ᄅᆡ단렬ᄒᆞ기를견고히ᄒᆞ야, 그럴리치만무ᄒᆞ니, 슯흐다, 쟝수쵼이여, 뉘능히독화를페케ᄒᆞᆯ고.

이럿틋쳔ᄉᆞ만렴으로, ᄀᆞᆫ장이타ᄂᆞᆫ듯ᄒᆞ다가, 동방이ᄉᆡᄂᆞᆫ지라, 잇흔날
                    약한이, 방속에셔도라다니ᄃᆞ가, 심즁에울젹ᄒᆞ여, 손으로문을미러보니, 다ᄒᆡᆼ히반만답치엿거ᄂᆞᆯ, 몸을부비ᄃᆡ고, 나와압ᄯᅳᆯ에거니다가, 헤오ᄃᆡ, 만일이틈을타, 담을넘어도망ᄒᆞ면, 거의될ᄯᅳᆺᄒᆞ다 ᄒᆞ더니, 아이밀
                    디의
                    두놈이, 눈압ᄒᆡ우둑셧ᄂᆞᆫ지라, ᄯᅩᄉᆡᆼ각ᄒᆞ되,
                        져두놈을, 쳐박지로고, 나가겟스나, 장검ᄎᆞ고, 단총가진순경이, 왕래ᄒᆞ니, 젹슈공권으로, 엇지ᄒᆞᆯ고.

할일업셔, 도로드러와, 져두놈의게ᄋᆡ애걸이나, ᄒᆞ여볼가ᄒᆞ나, 두놈이, 귀먹고벙어리갓치, 눈만가지고약한을직힌다. 약한이, 울며비러도ᄯᅡᆨ셧고, 웃고달ᄂᆡ여도ᄯᅡᆨ셧고, ᄭᅮᆺ짓고욕ᄒᆞ야도ᄯᅡᆨ셧고, 맥쥬를잔에들고, 권ᄒᆞ야도일향셔々, ᄇᆞᆺ지안ᄂᆞᆫ지라.

약한이, 아모리ᄒᆞ야도, 두놈은요지부동이라, 날은졈々다거가고, ᄒᆡ곳지면, 오ᄂᆞᆯ밤을ᄯᅩ엇지, 살아날고, ᄇᆡᆨ계몰ᄎᆡᆨ으로안져셔, 두놈의거동만, ᄉᆞᆲ핀다.

두놈이, 약한을직히고잇셔, 심々ᄒᆞ여, 그릿튼지, 원래편기ᄒᆞ여그런지, 담배를펄젹먹ᄂᆞᆫᄃᆡ, 담ᄇᆡ가쎡귀ᄒᆞᆫ모양이라, ᄃᆡᄯᅥ리를골나, 연ᄃᆡ가식을ᄉᆡ업시, ᄌᆞ조먹ᄂᆞᆫ지라.

약한이이를보고, 뭇득ᄉᆡᆼ각이나며, ᄯᅳᆯ에나려, ᄒᆞᆫ나무입흘, ᄯᅡ가지고, ᄂᆡᆷᄉᆡ를맛하, 시험ᄒᆞ니, 그나무ᄂᆞᆫ, 셔역ᄆᆞᆯ로(ᄑᆡ람등라)라ᄒᆞ고, 번역ᄒᆞ면, 녀아화(女兒花)라, 그셩질을ᄆᆞᆯᄒᆞᄌᆞᄒᆞ면, 유독ᄒᆞ야, 사ᄅᆞᆷ이ᄭᅡ믈어치ᄂᆞᆫ, 성질이잇슴으로, 약한이,
                        젼일
                        식물학공부할ᄯᆡ에, 보든남긴가ᄒᆞ고, 시험ᄒᆞ얏더라.

연못가의이르러, 두루ᄉᆞᆲ혀보니, 못물이깁지안코, 슈ᄎᆡ잇셔밧갓으로통ᄒᆞ야, 외쵼으로나가거ᄂᆞᆯ, 다시돌쳐셔々, 그나무닙을ᄯᅡ가지고, 도라와, 먹든담ᄇᆡ에, 석거두고, 짐짓, 두놈을뵈인다.

두놈못볼젹에, 슌젼ᄒᆞᆫ담ᄇᆡ를밧구어, 연ᄃᆡ에담고, 두놈보ᄂᆞᆫᄃᆡ, 불를달혀, ᄲᅥᆨ々ᄲᅡᆯ고, 안졋스니, 엇덜게업ᄂᆞᆫ지라, 두놈이, 날마다본즉, 약한이, 그닙을ᄯᅡ다가, 담ᄇᆡ를먹으니, 관계치도안코, 담ᄇᆡ도조혼지라.

만일약한을, 직히고잇ᄂᆞᆫ터이, 안이요, 다른허물이, 업시량이면, 약한에당장먹ᄂᆞᆫ담ᄇᆡ를, 쳥ᄒᆞ여달나ᄒᆞ엿겟지마는, 슐도안으밧어먹은터에, ᄉᆡ로히, 담ᄇᆡ달나기겸연ᄒᆞ야, 푸르다, 푸른입흘ᄯᅡ셔, 볏ᄒᆡᄆᆞᆯ닌다.

이ᄂᆞᆯ은, 녀아화닙을, ᄯᅡ셔담ᄇᆡ시쟉ᄒᆞᆫ지, 나흘되던날이요, 인비가, 대포로, 쟝슈촌함몰식인다ᄂᆞᆫ열ᄉᆞ흔ᄂᆞᆯ이라, 샹오가, 훌젹넘고, 하오가되야, 비로쇼두놈이, 녀아화닙을ᄯᅡ셔말니니, 약한이, 심즁에하날이, 나를도으신가ᄒᆞ며, 어셔말녀지고, 어셔ᄆᆞᆯ여먹어지고, 져두놈이먹으면, ᄂᆡ목젹이달ᄒᆞ리라. ᄒᆞ며조급ᄒᆞ야, 안졋다섯다, 펄젹드나드니, 셔산에ᄯᅥ러지ᄂᆞᆫ, 셕양이졔빗을, 다거두어가지고, 허위허위, 가ᄂᆞᆫ지라.

이ᄯᆡ아이밀
                    디의
                    도놈이, 녀아화닙을담ᄇᆡ에, 석지도안코, ᄯᅩᆯ々뭉쳐, 불에ᄃᆡ려, 두놈이마조셔々, 먹다가, 이마박이를, 맛부딋고, 걱구러지더니, 아조죽은놈갓치, 졍신을일헛덜, 약한이그거동을보고, 올타올타 ᄒᆞ며급히ᄯᅱ여, 츄형고로, 달녀드러, 졔일실에강텰ᄭᅳᆯ을, 훔쳐ᄂᆡ여, 품의감초고, 츄형슈십ᄀᆡ를ᄒᆞᆫᄐᆡ모아, ᄯᅡᆨ석냥을박々거어셔, 네곤ᄃᆡ, 불를질으니, 가련ᄒᆞ다, 츄형고에, 삽시간화광이츙텬ᄒᆞᆫ지라,

쳐음에, 약한이, 츄밀각에불을노랴다가, 이곳은파슈가엄밀ᄒᆞᆯᄲᅮᆫ아니라, 각ᄉᆡᆨ졔조가, 모도강텰이니, 조곰그릇ᄒᆞ면, ᄌᆞᄂᆞᆫ호랑이, 코ᄶᅵ르기라ᄒᆞ고, 먼져츄형고에, 츙화ᄒᆞ니, 이츄형은모도남그로, ᄆᆡᆫ든것이라, 갈님에, 불붓듯ᄒᆞ야, 검은연긔ᄉᆞ면에이러나니, 일시에불이야소리, 젼촌이뒤집고, 각쳐의검의쥴갓혹뎐화쥴이응々울니더니촌내각구에셔, 번ᄀᆡ갓치달년, ᄉᆞ면팔방으로, 구화대가모라들며, 인비ᄯᅩ한나아와, 긔률엄명ᄒᆞ고, 수죡련숙ᄒᆞᆫ, 구화ᄃᆡ을지휘ᄒᆞ야, 슈십ᄀᆡ, 무ᄌᆞ위를, 근방못에, 당거노코, 증긔々관으로, 물을켜 은하슈를기우린듯ᄒᆞ나, 화셰더욱ᄆᆡᆼ렬ᄒᆞᆫ지라, 인비ᄒᆞᆫ소리를, 크게지로며, 뉘능히본고의드러가, 목샹ᄌᆞ에대포본보기를, ᄂᆡ여오면, 샹금 심만원을쥬리라. ᄒᆞ나아모도, 냐셔지못ᄒᆞᄂᆞᆫ지라, 그본보기ᄂᆞᆫ, 인비가, 신발명ᄒᆞᆫ것이니, 십만원이비록즁상이나, 뎌렬화즁에드러갓다, 몸덩이타쥭으면, ᄇᆡᆨ만원인들, 씰ᄃᆡ잇스리오, 이럼으로ᄒᆞᆫ사ᄅᆞᆷ도, 응셩ᄒᆞᄂᆞᆫ이업더니, 홀연인비등뒤의셔, 소리지르며
                        내가간다, 내가간다 ᄒᆞᄂᆞᆫ소리에, 인비가반ᄉᆡᆨ하야, 불빗헤얼는보니약한이라,
                        네가, 약한이냐.
                    그럿쇼.

                        네가, 대포본보기를ᄂᆡ여오면, 내
                        너를션고ᄒᆞ고, 쥭이지아니ᄒᆞᆷ아.
                    죽으나ᄉᆞ나, 고심갈력ᄒᆞ든, 본보기가, ᄌᆡ가되겟시니, 엇지앗갑지안쇼, 나ᄂᆞᆫ이러나뎌러나, 쥭기ᄂᆞᆫ일반이니, 조금이라도, 본촌에유익ᄒᆞ기를바라오.
                    쟝ᄒᆞ다, 우리약한이여, 아모려ᄂᆞ, 너쥭으면, 십만원은네유족을ᄎᆞ져쥬리라.
                    고맙쇼. ᄒᆞ며일변흡긔통을ᄎᆞ지니, 발셔십여ᄀᆡ를, 등대ᄒᆞ엿거ᄂᆞᆯ, 약한이 그즁오ᄅᆡ가ᄂᆞᆫ흡긔통을, 골나가가지고, 몸을솟쳐, 불속으로, ᄯᅱ여드러가니라.

이ᄯᆡ, 슈만명인々즁에약한이ᄯᅱ여드ᄂᆞᆫ것을, 모다용ᄆᆡᆼᄒᆞ다, 칭찬ᄒᆞ나, 약한의, 발ᄭᅳᆺ닷ᄂᆞᆫᄃᆡᄂᆞᆫ, 쟝슈촌이라, 츄형고뒤로도라, 녀아화를얼는지나, 손씻든못가에이르니, 홀연벼락치ᄂᆞᆫ소리나며, 츄형고마루ᄯᅢ, ᄯᅥ러지니약한이혼ᄌᆞ말로, 뎌놈들이, 필연약한이, 화쟝ᄒᆞ엿다, ᄒᆞ리로다 ᄒᆞ며슈구가에셔々, 두발를모아, 선ᄯᅳᆨᄯᅱ여, 물속에드니, 물깁히칠팔쳑이요, 물ᄉᆞᆯ이셰여약한에몸이훌치여, ᄂᆡ러가더니, 다리ᄉᆡ이에, 무엇이닥치며, ᄉᆞ츄리에걸니거ᄂᆞᆯ, 이러안지며, 손으로만져보니, 열십ᄌᆞ로 가로막고, 셰워막은, 텰쟝인ᄃᆡ, 이텰창을버셔나면, 곳외촌이라, 약한이, 미리아는드시, 화즁에강텰ᄭᅳᆯ을ᄂᆡ여, 텰창을오분시간이나ᄭᅳᆫ퇴, 겨오반을ᄭᅳᆫ코반, 이남어, 손의힘을쓸슈업고, 흡긔통에, 공긔졈々쇠진ᄒᆞ여, 호흡이불쾌ᄒᆞ니, 가심이, 덜々ᄯᅥᆯ니고, 졍신이앗득앗득ᄒᆞ여, 스ᄉᆞ로ᄉᆡᆼ각건ᄃᆡ, ᄒᆞᆯ일업시, 쥭을디경이라, 혼미즁에, 텰창을긔예ᄭᅳᆫ으랴ᄒᆞ고, 다시ᄒᆞᆫ번치니, 강쳘ᄭᅳᆯ이 손길에헐넝ᄒᆞ더니 물속에탐방ᄲᅡ지ᄂᆞᆫ지라, 약한이, 하ᄂᆞᆯ을우러러탄식ᄒᆞ며,
                        십여만인죵을구졔ᄒᆞ쇼셔, 오날밤에, 쟝슈촌이화를면ᄒᆞᆯ진ᄃᆡᆫ, 이약한의, ᄒᆞᆫ목숨은이곳에셔죽어도, 한이업겟ᄉᆞ오이다. ᄒᆞ며벌덕이러ᄂᆞ, 두손으로텰창을붓들고, 죽을힘을다드려, ᄌᆞᆸ아낙구니, 텰창이ᄯᅮᆨ부러지며, 왈칵쏘쳐, 수ᄎᆡ밧그로나오니라.

한달젼에, 일이만
                    일々신문에, ᄌᆞᆸ디를게ᄌᆡ하얏시되,

아미리ᄭᅡᄒᆞᆸ즁국은, 각국인이, 년々이드러와, 번셩ᄒᆞ되, 그즁인구슈효만키ᄂᆞᆫ,

우리일이만사ᄅᆞᆷ이요, 그즁신긔ᄒᆞ고, 이샹이번셩ᄒᆞ기ᄂᆞᆫ, 쟝슈촌이니, 이촌을셜시ᄒᆞᆫ쥬인은, 법국의학ᄉᆞ좌션인ᄃᆡ, 우리련쳘촌쥬인, 인비학ᄉᆞ와, 쳑분이잇셔, 그번셩히발달ᄒᆞᆷ은, 실로우리일이만의, 덕을입어, 그러ᄒᆞ다ᄒᆞ노라,

만일, 쳔하디도를펴고, 쟝슈촌잇는곳을, 차지랴ᄒᆞ면, 아모리ᄌᆞ셰한디도라도이디방은, 업실것이니, 이ᄂᆞᆫ오년젼에, 인젹부도쳐오, 현져ᄒᆞᆫ디명이업ᄂᆞᆫ연고이라, 이졔보건ᄃᆡ,

                            북위사십삼도십일분삼초

                    요,

                            셔경ᄇᆡᆨ이십ᄉᆞ도ᄉᆞ십일분십칠쵸

                    이니, 즉ᄐᆡ평양의연안이요, 낙긔산ᄆᆡᆨ으로, ᄯᅥ러진, 둘ᄌᆡ가지개특산벌판이니긔후온화ᄒᆞ야, 한셔가, 고르고동남북삼면에, 놉흔산과, 쳡々ᄒᆞᆫ봉만이들녀, 질풍악긔를막고, 셔편ᄒᆞᆫ면을열어, ᄐᆡ평양의셔, 드러오ᄂᆞᆫ공긔를밧으며, 좌편에하슈잇셔, 물맛이쳥렬ᄒᆞ고, 토품이, 기름져, 농ᄉᆞ가풍등ᄒᆞ니, 좌션이, 이곳에이촌을셜시ᄒᆞᆷ이, 과연쇼견이, 업시안터라.

쟝슈촌셜시할ᄯᆡ, 맛ᄎᆞᆷ쳥국인
                    슈만명이, 미국인의ᄶᅩ긴바되야, 동셔표박ᄒᆞ고, 유리ᄀᆡ걸ᄒᆞ야, 디경밧그로, 나가거ᄂᆞᆯ, 좌션이, 공ᄭᅡ를후이쥬어, 일병공역을식이고, 셕ᄌᆡ와목재와텰물등은, 각국의실업가이, 좌션의이ᄉᆞ업ᄒᆞᆫ다ᄂᆞᆫ, 풍문을듯고모다모여드러와, ᄌᆞ원ᄒᆞ여, 담당ᄒᆞ고, ᄯᅩ각국
                    의학ᄉᆞ와, 무슈회의ᄒᆞ야, 본쵼제죠식을마련ᄒᆞ고, 촌내에가옥을, 일병벽돌로지엇, 련단ᄉᆞ\[
                                벽돌굽ᄂᆞᆫ사람]
                    슈인이신발명ᄒᆞᆫ

형식으로, ᄉᆞ긔
                    벽돌을구으되대쇼ᄎᆞᆷ치가업고, 낫々치즁심에, 궁글ᄂᆡ여, ᄒᆞᆼ샹공긔를통ᄒᆞ고, 습긔가멈으지, 못ᄒᆞ게ᄒᆞ엿더라.

이졔, 그조직ᄒᆞᆷ과, 졔조직을, 좌에대강긔록ᄒᆞ노니

뎨일은, 집마다젼후좌우에, ᄭᅩᆺ나무와과목을, 만히심우고, 집
                    ᄒᆞᆫ간에, 여러사ᄅᆞᆷ이거쳐ᄒᆞ면위ᄉᆡᆼ에ᄒᆡ롭다, ᄒᆞ야ᄒᆞᆫ두, 사ᄅᆞᆷ에지나지안케ᄒᆞ고,

뎨이ᄂᆞᆫ, 집々이, 문압ᄒᆡ열거름나와, 큰길을내여, 통샹가로와갓치ᄒᆞ고, 집안에도, 공디를넓게ᄒᆞ야, 난간을둘으되, 가심에다케ᄒᆞ고,

뎨삼은, 무론이모집이던지, 루각은이층에지나지안케ᄒᆞ야, 각기공긔ᄅᆞ통ᄒᆞ며, 일광을가리지, 안케, ᄒᆞ고,

뎨ᄉᆞᄂᆞᆫ, 담과벽을본촌에셔, 신발명ᄒᆞ야구은벽돌로, 쌋케ᄒᆞ고,

뎨오ᄂᆞᆫ, 집々이쳠아를, 군평ᄒᆞ게ᄒᆞ야, ᄉᆞ면으로비물밧난통을다라, 빗물이ᄒᆞᆫ곳에모야흐르게ᄒᆞ고,

뎨륙은, 집々이디판밋ᄒᆡ, 두셕ᄌᆞ를븨게ᄒᆞ야, ᄉᆞ면으로열어노아, 더러온긔운과몹실ᄂᆡᆷᄉᆡ가, 엄으지못ᄒᆞ게ᄒᆞ고,

뎨칠은, 무억과엄식두ᄂᆞᆫ쳐쇼ᄂᆞᆫ, 샹층집놉혼ᄃᆡ, ᄭᅮᆷ여, 연긔와ᄂᆡᆷᄉᆡ가, 사ᄅᆞᆷ에게쏘이지안케ᄒᆞ고

뎨팔은, 집쇽에, 각사ᄅᆞᆷ셩미대로, 졍이슈장ᄒᆞ되, 도ᄇᆡ지와, 담젼텰붓치ᄂᆞᆫ, 일졀엄금ᄒᆞ야, 버레와곰팡의, 젼염ᄒᆞᄂᆞᆫ독긔가, ᄭᅳᆫ치이게ᄒᆞ고, 나무와돌로, 짐ᄉᆡᆼ이나가화를, 긔교ᄒᆞ게ᄉᆡᆨ여두고, 시々로물ᄲᅮᆷ어, 먼지틔글이업게ᄒᆞ고,

뎨구ᄂᆞᆫ, 집을항샹넓고, 양명ᄒᆞ게ᄒᆞ야, 의복과음식등물이라도, ᄌᆞᄂᆞᆫ방에, 두지못ᄒᆞ며, 사ᄅᆞᄉᆞᄂᆞᆫ것이, 삼분일의광음은, 젼혀밤잠ᄌᆞᄂᆞᆫᄃᆡ잇시니, 부득이급ᄒᆞᆫ일의에ᄂᆞᆫ, 잠ᄌᆞᄂᆞᆫ시간에, 범치못ᄒᆞ게ᄒᆞ고,

뎨십은, 집안에, 란로를ᄭᅮ미되, 연긔가집々이, 각々나가게안코, 슈십여가의연긔통을ᄒᆞᆫᄃᆡ모아ᄂᆡ되, ᄯᅡᆼ의셔열두길을올나가, 공즁에ᄲᅮᆷ게ᄒᆞ고, 란로에ᄆᆡ탄은독ᄒᆞ지안이ᄒᆞᆫ, 연기나ᄂᆞᆫ것으로, 퓌이게ᄒᆞ다.

이열가지ᄂᆞᆫ, 집졔도가, 이러ᄒᆞ고, 쵼에사ᄂᆞᆫ사ᄅᆞᆷ은, 아모사ᄅᆞᆷ이던지, ᄒᆞᆫ가지직업을, 잡게ᄒᆞ니, 좌션의말이, 사ᄅᆞᆷ이건강코져ᄒᆞ랴면, ᄆᆡ일신쳬의운동과, 휴식이, 균일ᄒᆞᄂᆞᆫ것이, 뎨일이라ᄒᆞ야, 네살된아ᄒᆡ부터, 유치원에드러가, 테조를익히고, ᄯᅩ거쳐범ᄇᆡᆨ이, 조촐ᄒᆞ지안니면, 병이ᄌᆞ조난다ᄒᆞ야, 아동들이라도, 의복을졍결ᄒᆞ게ᄒᆞ고, 옷깃이나, 소ᄆᆡ, 에ᄯᅡᆷ이나, ᄯᆡ가뭇엇시면, 곳압혜불너셰우고, 욕을뵈야, 다시사ᄅᆞᆷ을, 못볼듯시ᄒᆞ며, 지어음식은, 위ᄉᆡᆼ뎨일긴요ᄒᆞ다ᄒᆞ야, 음식쟝ᄉᆞ가, 혹샹ᄒᆞᆫ물건을, 셩ᄒᆞᆫ물건에혼잡ᄒᆞ야팔면, 곳독약으로, 살인률을쓰고,

ᄯᅩ좌션이, ᄒᆞᆼ상ᄆᆞᆯᄒᆞ되, 요사이소위병원은, 오ᄇᆡᆨ가지쳔가지되ᄂᆞᆫ병인니, ᄒᆞᆫᄃᆡ들석겨잇셔, 이사ᄅᆞᆷ의병이, 뎌사ᄅᆞᆷ에게옴고, 뎌사ᄅᆞᆷ의병이, 이사ᄅᆞᆷ에게전ᄒᆞ야셔로방ᄒᆡ가, 되니대단히불가ᄒᆞ다ᄒᆞ야, 장슈쵼의병원은, ᄒᆞᆫ간에ᄒᆞᆫ사ᄅᆞᆷ이, 잇게ᄒᆞ고, 벽으로ᄉᆡ이를막아, 셔로긔운을, 통치안케ᄒᆞ고, 병원은벽돌을, 안니쓰고, 목ᄌᆡ로지여, ᄆᆡ년일ᄎᆞ로, 불을노하, 소멸ᄒᆞ더라.

장슈촌의호구가, 이상히늘어, 초년에ᄂᆞᆫ, 륙ᄇᆡᆨ호가, 삼년동안에, 구쳔호가되고, 지방은, 십여만인구가되며,

쵼즁전토와, 가옥의셰납은, 극히헐ᄒᆞ야, 쵼쥬가ᄎᆞ지하고, 촌즁의범ᄇᆡᆨ민ᄉᆞ와형ᄉᆞᄂᆞᆫ, 위원회로, 결쳐ᄒᆞ고, 촌민위ᄉᆡᆼ총회ᄂᆞᆫ, 좌션이, 쥬장ᄒᆞ되, 독단ᄒᆞ지안코, 각국의 학ᄉᆞ와루ᄎᆞ왕복ᄒᆞ야, 십분심신ᄒᆞ더라.

신셰계와, 구셰계와, 동셔양에, 평균쥭ᄂᆞᆫ사람이, 매년에ᄇᆡ의솃ᄶᅳᆷ되니, 지극히적은슈효라, 장슈촌은, 셜시ᄒᆞᆫ이후로, 다셧ᄒᆡ에, 평균ᄒᆞ면, 매년에불과ᄇᆡᆨ의일분오리ᄶᅳᆷ되니, 이ᄂᆞᆫ오히려, 초년에ᄇᆡᆨᄉᆞ가미비ᄒᆞ고, 질병이류ᄒᆡᆼᄒᆞᆷ으로, 이슈효가되얏고, 만일, 쟉년의조사ᄒᆞᆷ을보면, ᄇᆡᆨ의일분이리오호가, 되니, 이일분이리오호ᄂᆞᆫ, 죠샹의류전ᄒᆞᄂᆞᆫ병으로, ᄆᆞᆯᄆᆡ암아그러ᄒᆞ고, 불시여역으로, 죽은쟈ᄂᆞᆫ도모지업스니, 이럼으로, 쟝슈촌사람들이, ᄌᆞ랑ᄒᆞ되, 삼십년후에ᄂᆞᆫ, 쟝슈촌에

셔병드려죽을, 사람은업고, ᄇᆡᆨ셰 나이ᄇᆡᆨ셰를살다가, 절로늙어,
                        ᄭᅩᆺ나무
                    ᄆᆞᆯ너죽듯ᄒᆞᆫ다ᄒᆞ더라,

이제, ᄀᆡ특산샹봉에, 올나, 셔편으로, ᄐᆡ평양을굽어보면, 일벽만경에, 챵과가호々탕々ᄒᆞ야, 좌우에ᄇᆡᆨ옥갓튼, 대리셕언덕을치며도라들고, 평원광야에, 슈쳔만가옥이, 질비ᄒᆞ야, 졍々졔々한, 도로와구혁이, 바독판의줄치듯, 기우러진ᄃᆡ업고, 집々이ᄉᆞ면에, 가화이목은, 검슈릉라를펴노흔듯, 사긔
                    벽돌로, 담과벽을싸아, 일뎡ᄒᆞᆫ시간에, 쓰레질을자조ᄒᆞ니, 일졈진ᄋᆡ가업고, ᄒᆡ샹에ᄆᆞᆰ은바람은, 쳥신ᄒᆞᆫ공긔ᄅᆞᆯ모라다가, 십만인종의, 호읍을자양ᄒᆞ니, 이ᄂᆞᆫ곳법난셔
                    파리부
                        대의원학사좌선군의, 장슈촌이라.

이날은, 무슨날이며, 오날밤은, 무슨밤인고, 달빗이졍히ᄇᆞᆰ아, 하날이나바다나, ᄒᆞᆫ빗으로, 만리에, 유리경을, 마조열어노은듯ᄒᆞᆫ지라.

좌선군이, 친구, 두셰사람과, 경치를, 완상ᄒᆞ고, 슐를나와, 한담ᄒᆞ다가, 맛참하인이, 누육ᄇᆡᆨ특신문을드리니, 인신문은, 쟝슈촌의규모와뎨도를찬, 셩ᄒᆞ야챵설ᄒᆞᆫ이후로, 여러번셰계에포양ᄒᆞ고, ᄒᆡ마다, 장수촌이인구ᄉᆞ망수효가, ᄎᆞ々감ᄒᆞᄂᆞᆫ것을게ᄌᆡᄒᆞ야, 셰상사람이, 다부러ᄒᆞ고, 다른각신문보다, 특별히친절ᄒᆞᆫ고로, 셰상이

평론ᄒᆞ되, ᄇᆡ이특신은,
                        장슈촌의대ᄒᆞ야, 긔관보라ᄒᆞᄂᆞᆫ, 신문디라.

이ᄯᆡ에좌선군이, 신문지를바다, ᄎᆞ례로본즉, ᄒᆞᆫ급보가잇스되,

은근히, 원슈갓치ᄃᆡᄒᆞᆫ, 련텰촌과, 장슈촌에, 오날놀나은탐보가잇스니, 그위절은모로거니과, 련텰촌이, 오ᄂᆞᆯ
                    십삼일
                    야반에, 장슈촌을한번에멸망케ᄒᆞᆫ다ᄒᆞ니, 이ᄂᆞᆫ가장비밀ᄒᆞ고, 음휼ᄒᆞ도다, 우리가확샐이, 밋을징거가잇기로, 특이등ᄌᆡᄒᆞ야, 장슈촌여러사ᄅᆞᆷ의게, 보도ᄒᆞ노니, 급속히ᄇᆞᆼ비ᄒᆞ야, 더듸지말나, 더듸지말나.

ᄒᆞ얏거날, 좌선이, 보고심즁에경동ᄒᆞ야, 일변ᄉᆡᆼ각건ᄃᆡ, 인비가, 엇지포악ᄒᆞᆷ이, 이러ᄒᆞᆯ고, 무단히동병치못ᄒᆞ겟슨즉, 음모암계로, 우리장슈촌
                    을도모ᄒᆞ니, 인졍도리샹에, 응당이럿치못ᄒᆞᆯ지라, ᄯᅩ일변ᄉᆡᆼ각건ᄃᆡ, 졍탐으로음명ᄒᆞᆫ, 신문이요, ᄯᅩ우리가졀친ᄒᆞᆫ사이에, 공연히, 광설로우리장슈촌
                    을, 소동ᄒᆞ게ᄒᆞᆯ리업스리라ᄒᆞ고, 신문지를여러사ᄅᆞᆷ이, 돌녀보며, 계ᄎᆡᆨ을의론ᄒᆞ니, 모다일으되, 본촌
                    샹의원을소집ᄒᆞ야, 회의ᄒᆞᄂᆞᆫ것이, 올타ᄒᆞ니, 본촌에, 그젼부터, 샹의원


                            심
                            삼
                        십명이잇고, 집々이뎐화을통ᄒᆞ야, ᄆᆡ양일이잇스면, 즉시ᄀᆡ회ᄒᆞ야, 셔로보지안코도, ᄒᆞᆫ좌셕에, 슈작ᄒᆞᄂᆞᆫ지ᄂᆞᆫ라, 이ᄯᆡ뎐화긔로, 문답ᄒᆞᆫ다.

졔군이, 다집에잇소.

삼분종이, 못되여, 회젼ᄒᆞ되

다잇소.

좌선이, ᄯᅩ젼화ᄒᆞ되,

오ᄂᆞᆯ밤당각에
                            샹의원림시회를ᄒᆞ갯쇼.

말을맛치고, 신문디의급보를, 목소리됴흔사ᄅᆞᆷ이, 셔々일거들니々, 일시에삼십명
                    샹의원이, 다듯고, 다알엇더라, 금시로뎐화긔ᄒᆞᆫ곳에셔, ᄯᅡᆯ으를ᄒᆞ며,

회장
                        륙호요, 그련즉, 방비ᄒᆞᆯ도리가엇, 더케잇소.

졸지에방ᄎᆡᆨ이업기로, 급히회의를, 쳥ᄒᆞ엿소.

ᄯᅩᄒᆞᆫ곳에셔, ᄯᅡᆯ으를ᄒᆞ며,

회장
                        칠호, 요시방쥰비ᄒᆞ야, 막을계ᄎᆡᆨ을ᄒᆞ되, 몃시간이나되오.

시방팔, 점종이자나고, 넉점종이, 남아스니, ᄃᆡ단이급ᄒᆞ오.

ᄯᅩᄒᆞᆫ곳에셔, ᄃᆡ으를ᄒᆞ며,

회장
                        이호요, 그런즉, 우리가손을묵고, 안져죽기를기다리오, 들에나가, 뎌와졉젼ᄒᆞᆯ터이오.

멀니나가, 졉젼ᄒᆞ면, 본촌은병화를, 면ᄒᆞ겟쇼.

ᄯᅩᄯᅡᆯ으를ᄒᆞ며,

회장
                        일호요, 방어ᄒᆞᆯ군비를 얼마즘예산ᄒᆞ오.

쇼불하, 일쳔오ᄇᆡᆨ만원은, 가져야ᄒᆞ오.

회쟝그러면, 뎨일호에, 촌민총회를ᄒᆞ고, 이일를회의ᄒᆞᄌᆞᄒᆞ오.

ᄒᆞ난ᄭᅳᆺ헤, 이호가챤셩ᄒᆞᄂᆞᆫ지라, 좌선이, 일호의ᄆᆞᆯᄃᆡ로, 각회원의게통ᄒᆞ니, 삼십
                    뎐화긔에셔, 모다일치ᄒᆞ게ᄃᆡ답ᄒᆞ니, 좌선이, 젼회의리론이업슴을알고, 촌민총회를, ᄒᆞ엿더라.

이ᄯᅢ, 여덜졈삼십분죵이라촌, 민이오혀들기, 시작ᄒᆞ니, ᄲᅡ로기, 살갓흔지라,

촌즁에다셧집식, ᄒᆞᆫ뎡庭
                    을마련ᄒᆞ고, 매뎡庭
                    에, 둥근기둥셰우고, 그ᄭᅳᆺ헤, 뎐긔종을ᄭᅮᆷ여, 뎐션은본촌
                    즁앙회의당으로, 모얏시니,

샹의원이, 중앙회의당에셔, 각졍뎐션으로, 통보ᄒᆞᆫ즉, 젼촌이일시에, 종소ᄅᆡ를듯고, 촌민총회되ᄂᆞᆫ줄알엇시며,

ᄯᅩ둥근기둥을셰우고, 그우에ᄉᆞ면으로, 시계를ᄭᅮᆷ이고, 그속에등을달아, 밧그로빗치게ᄒᆞ고, 장단침으로, ᄀᆡ회ᄒᆞᄂᆞᆫ시간을, 돌녀보이면, 촌민이종소리를듯고, 분쥬히모야와셔, 그시계를쳐다보아, 짐작ᄒᆞ더라.

이ᄯᅢᄀᆡ회ᄂᆞᆫ, 아홉졈삼십분으로, 뎡ᄒᆞ엿시니,

젼촌인민이, 삼々오々로, 셩군작ᄃᆡᄒᆞ여, 락력부졀ᄒᆞ며, 회의당마당에가득ᄒᆞ니, 이ᄯᅢ촌민은의아ᄒᆞ되, 오날밤
                    회ᄂᆞᆫ무슨일로, 이리급々ᄒᆞᆫ고ᄒᆞ더니, ᄇᆞᆯ셔회의당긔

록실에셔, 쇽셔법으로상의원회의일통을, 번등ᄒᆞ야, 즉각에인쇄실에셔ᄇᆞᆯ간ᄒᆞ여, ᄆᆡ인일장을돌녀쥬고, 통구대도에, 광고를붓쳣더라.

구졈삼십분되ᄆᆡ, 의회쟝이, 방울을울녀, ᄀᆡ회ᄒᆞ니, 샹의원즁에, ᄒᆞᆫ사ᄅᆞᆷ이단에올나, 극히간단ᄒᆞ고, 명ᄇᆡᆨᄒᆞᆫᄆᆞᆯ로, 연셜ᄒᆞ고, ᄭᅳᆺᄒᆡ다시ᄒᆞᄂᆞᆫᄆᆞᆯ이,

졔군네들, 오날々만일광겁ᄒᆞ야, 용ᄆᆡᆼ도업고, ᄋᆡ국심도업시면, 필연이밤으로, 이촌을ᄯᅥᄂᆞ피화나ᄒᆞᆯ지니, 그러코보면, 우리장슈촌사ᄅᆞᆷ이, 오ᄅᆡ살기만, 욕심ᄒᆞᆫ바요, 엇지우리좌선군의본심을, 아ᄂᆞᆫ바리오, 오날날
                        셰계에, 십오만々ᄉᆡᆼ령즁에, 우리장슈촌인민이, 읏듬이되고져ᄒᆞᆯ진ᄃᆡ, 맛당이, 고상ᄒᆞᆫᄉᆡᆼ각과, 격앙ᄒᆞᆫ의긔를가져아모리화ᄉᆡᆨ이박두ᄒᆞ고, 곤난이비샹ᄒᆞᆯ지라도, ᄉᆞᄉᆡᆼ존망을한가지ᄒᆞ야, 장슈촌의만셰긔념비를, 셰울지니, 그런즉, 이셰계에몹실악젹과, 일장혈젼ᄒᆞᆷ이, 만부득이ᄒᆞᆫ일이요, ᄯᅩ수쳔년후에, 우리력ᄉᆞ를보ᄂᆞᆫ이가, 눈물를ᄲᅮ리고, 쳔고, 를죠샹ᄒᆞ리니, 우리장슈촌이, 오날
                        단슈촌이될지라도, 후세에ᄭᅩᆺ다은일홈은, 만셰무강ᄒᆞ리라.

ᄒᆞ니일시에, 만쟝이분긔격동ᄒᆞ야, 손바닥치ᄂᆞᆫ소ᄅᆡ, 우뢰갓더라.

의회쟝좌선이, 회즁에ᄆᆞᆯᄒᆞ

챵졸히, 방어ᄒᆞᆯ계획으로, 군비를모집ᄒᆞᆯ지니, 오ᄇᆡᆨ만원을, 보조ᄒᆞ노라.

ᄒᆞ니이ᄯᆡ, 젼회가, 다그리알고, 허여질ᄉᆡ, 벅상에괘종이, 발셔열졈을치더니, 홀연, 연셜단에, ᄲᅡᆯ니ᄯᅮ여올로는, ᄒᆞᆫ사람이잇셔, 텬샹에셔ᄂᆡ려온듯, 디즁에셔소ᄉᆞᄂᆞᆫ 듯, 회즁을놀ᄂᆡᄂᆞᆫ지라, 슈만회즁이, 방장대란이박두ᄒᆞ야, 슌식간을다토아, 분망ᄒᆞ다가, 일시에돌쳐셔셔, 단우를바ᄅᆞ보니, 듯도보도알도못ᄒᆞᆫ, 인물이, 의복은남루ᄒᆞ고, 형ᄉᆡᆨ이초최ᄒᆞ나, 긔ᄀᆡ가헌앙ᄒᆞ고, 의긔가격앙ᄒᆞ니, 회즁이, 셔로도라보며, 만심의아ᄒᆞᆯ즈음에, 그사람이, 손을놉히드러, 외이되,

졔군들, 헌화말고, 나의말ᄒᆞᆫ마ᄃᆡ, 드로시요, 내가, 련텰촌에셔, 아옵번죽고, ᄒᆞ번사라, 도망ᄒᆞ여왓소, 련텰촌쥬인인비가, 오날밤으로장슈촌을친다ᄒᆞ고, 나를가도아, 죽이려ᄒᆞᆫ지, 밤낫열엿ᄉᆡ에, 쳘산디옥을버셔나, 아모조록, 뎌의거ᄉᆞᄒᆞ기젼에, 우리졔군이, 알게ᄒᆞ자ᄒᆞ고, 쳔신만고ᄒᆞ야, 이에왓시니, 응당나를모롤리다, 그러나, 평일에날과친ᄒᆞᆫ사람이라도, ᄂᆡ가슈년을고ᄉᆡᆼᄒᆞ야, 얼골이변형되엿시니, 오날만나도, 알아보지못ᄒᆞ겟쇼, 우리선ᄉᆡᆼ좌선학사ᄂᆞᆫ, 무양ᄒᆞ시오, 련텰촌
                        인비의심사를, 졍탐ᄒᆞ랴, 슈년젼에가든, 마극을모로시요.

좌선이, 이말을듯고, 급히손을드러, 불으며,

우리마극인가, 우리마극인가.

마극이, 다시말ᄒᆞ되,

인비
                        오날밤, 열ᄒᆞᆫ졈사십오분에, 젼셰계에, 업든대포로, 장슈촌을험몰ᄒᆞᆫ다ᄒᆞ니, ᄂᆡ
                        그대포도보고, 탄한도보ᄋᆞᆺ쇼, 시방으로, 남녀로쇼가, 이마을를ᄯᅥᄂᆞ, 어셔밧비, 독화를피ᄒᆞ시오, 진심갈력ᄒᆞ야, 챵설ᄒᆞᆫ이마을이, ᄒᆞ로밤의탄흙이되리니, 누가ᄋᆞᆺ기지안으리오만는, 지금열졈십오분이니, ᄒᆞᆫ졈반만지쳬ᄒᆞ면, 십만동포, 그림자도업셔질터이니, 무엇을다시, 도라보겟쇼.

슯흐다, 뎌마극의이말이, 만일구라파나,  구셰계에잇스량이면, 듯ᄂᆞᆫ사람마다, 바람마졋다ᄒᆞ고, 고지듯지아니ᄒᆞ겟스나, 아미리ᄭᅡ신셰계에, 잇ᄂᆞᆫ사람은텬디간에, 무슨일이던지, 크나젹으나, 아모아모인력으로ᄒᆞᆫ다ᄒᆞ기에, 인비의, 대포신발명ᄒᆞ다ᄂᆞᆫ말이, 허탄ᄒᆞ지아닌쥴, 아ᄂᆞᆫ지라.

이ᄯᅢ회원이, 일졔히니러나며, 좌선의지휘를기다려, 사면으로흣허져, 젼지도지ᄒᆞ야, 집으로가셔, 늙으니ᄂᆞᆫ붓들고, 어린하희ᄂᆞᆫ질머지고, 방々곡々이, ᄂᆡ셔々, ᄀᆡ특산을바라보며, 열거름을ᄒᆞᆫ건름에가자, 셩화갓치, 모라갈졔, 회의당벽샹에, 죵소ᄅᆡ, ᄯᅡᆼ々열ᄒᆞᆫ번을친다.

좌선과샹의원은, 회의당에, 그져잇셔, 촌민이다피란ᄒᆞᆫ후에, 그뒤를보랴ᄒᆞ고, 안졋더니

마극이, 무슨졍신이돌아, ᄉᆡᆼ각이나며, 품의셔, 급피디판을ᄂᆡ여들고, 연필로, 휙々둘느더니,

신긔ᄒᆞ다, 신긔ᄒᆞ다, 여러분, 이산식을보시오, 이산식이, 바를진ᄃᆡᆫ, 인비의, 셰음이, 틀일것이니, 뎌대포의힘이, ᄆᆡᆼ령ᄒᆞ야, 필연본촌에, ᄯᅥ러지지안코, 지나넘을것이니, 우리도겸ᄒᆞ야, ᄀᆡ특산에올나가, 봅시다, 마극의, 예산이올흔가, 인비의, 예산이그릇된가, 지금이십오분이되면, 알겟쇼

ᄒᆞ며, 올나가자ᄌᆡ촉ᄒᆞ니, 좌선등이, 산식을보고, 기연가미연가ᄒᆞ야, 일시에ᄀᆡ특산을올나가니, 졍히열ᄒᆞᆫ졈ᄉᆞ십ᄉᆞ분이라.

산상봉에, 방장올나셔며, ᄒᆞᆫ분종이, 마져되ᄂᆞᆫᄃᆡ, 홀연련텰촌에셔, 코고둥근, ᄒᆞᆫ덩얼이, 너분ᄒᆞ게ᄯᅥᄂᆞ오며, 발셔좌선의, 머리우흐로, 힝々지나가는지라, 마극이, 쳐다보며,

허々, 허々, 묘ᄒᆞ다, 이셰샹에, 큰도젹이, 너를부러ᄒᆞ겟다, 인비의ᄇᆡᆨ만원황금을, 훔쳐가지고, 뎌러케몸이가븨여히, 구만리장텬으로, 나라가ᄂᆞ냐.

ᄒᆞᄂᆞᆫ소리에, 좌선과상의원이, 모도ᄭᅡᆯ々웃고, ᄂᆡ려오니, 다시두분시간이되며, 텬동갓치, 우루루, 우루루, ᄒᆞᄂᆞᆫ소ᄅᆡ나니, 이ᄂᆞᆫ탄환ᄲᅡ진후, 대포울니ᄂᆞᆫ소리러라.

구월열나흔날, 낫후에, ᄒᆞᆫ사ᄅᆞᆷ이, 손에편지ᄒᆞᆫ봉을들고,
                        련쳔촌문밧케와셔, 문죨을주니, 문졸이바다가지고, 쥴다름ᄒᆞ여,
                        츄밀각ᄉᆞᄌᆞ방에, 들이니, 인비가, 반가온긔별이ᄂᆞ볼듯시, 황황이ᄯᅦ여본다.

그편지에, ᄒᆞ엿시되,

그ᄃᆡ와, ᄌᆞᆨ별ᄒᆞᆫ지, 이십ᄉᆞ졈종이못되엿시니, 기간에피ᄌᆞ놀나고, 곤란ᄒᆞᆫ일은, 장황히ᄆᆞᆯᄒᆞᆯ것업거니와, 그ᄃᆡᄉᆡᆼ각ᄂᆞᆫ지, 모로도라, 당일
                                약한이라ᄒᆞᄂᆞᆫ쇼년이, 그ᄃᆡ의대포츄형을, 셔슬도달치안코, 곱게가지고도망ᄒᆞ여, 련쳘촌밧그로나왓시니, 그ᄃᆡ의은혜도, 만히입고, 그ᄃᆡ와비밀ᄒᆞᆫ, 의론도만히ᄒᆞ더니, 오날々이러ᄒᆞᆯ줄, 그ᄃᆡ엇지알엇시리오, 그ᄃᆡ
                            나를약한이라부르고, 셔서사ᄅᆞᆷ으로, 알엇시되, 이약한의본일홈은, 마극포ᄉᆞᄆᆡᆼ이오, 본고향은아이ᄉᆞ々고을에잇시니, 그ᄃᆡ깁히밋고, 심히ᄉᆞ랑ᄒᆞ여, 뎨일등졔도ᄉᆞ며, 긔관ᄉᆞ를삼고, 잠시도겻ᄒᆡᄯᅥᄂᆞᆫ지, 안케ᄒᆞ니, 지극히감ᄉᆞᄒᆞ나, ᄂᆡ도로혀붓그러은바ᄂᆞᆫ, 나의, 슌슈ᄒᆞᆫ나전인죵
                            법난셔사ᄅᆞᆷ으로, 그ᄃᆡ의, 우렁이속갓튼, 심ᄉᆞ를알녀ᄒᆞ고, 셩을숨기며, 일홈을고쳐, 그ᄃᆡ를ᄌᆞ못속엿시니, 그죄도망키어렵도다, 그러ᄂᆞ, 슈년간을, 밤낫으로신고ᄒᆞ며, 그ᄃᆡ심ᄉᆞ를알고, 련쳘촌에, ᄉᆡ귀신아니되기ᄂᆞᆫ, ᄯᅩ한다ᄒᆡᆼᄒᆞᆫ지라, 어졔밤에, 우리장슈촌
                            으로, 그ᄃᆡ의, 죠흔대포에, 흔죠탄환을, 보ᄂᆡᆯ줄알고, 간졀히기다리고, 바랏더니, 그ᄃᆡ
                            즁ᄒᆞᆫ보물이, ᄯᅳ기를놉히ᄒᆞ고, 날기를ᄲᆞᆯ니ᄒᆞ야, 손으로붓들슈도업고, 발로ᄶᅩ쳐갈슈도업신즉, 팔경하ᄂᆞᆯᄭᅳᆺ치ᄂᆞ, ᄯᅡᆼ밧게, ᄯᅥ러지고, 우리ᄂᆞᆫ, 쇼득이업시니, 우리도, 낭ᄑᆡ거니와, 그ᄃᆡ엇지ᄒᆞ다가, 허슈이보ᄂᆡ엿ᄂᆞᆫ지, 의아ᄒᆞᄂᆞᆫ바라, 그러ᄒᆞ나, 그ᄃᆡ략간ᄇᆡᆨ만금을들여, 하ᄂᆞᆯᄭᅳᆺᄯᅡᆼ밧ᄭᅡ지, 울니ᄂᆞᆫ명예를삿시니, 나의얏흔쇼견에은, 실로굉장ᄒᆞᆫ지라, 오날
                            츄밀각에, 놉히안져, 얼마나쾌ᄒᆞ고, 질기ᄂᆞᆫ고, 일커르며, 젼일은혜를ᄉᆡᆼ각ᄒᆞ야, 두어ᄌᆞ글을밧들어, 하례ᄒᆞᄂᆞᆫ난졍을, 표ᄒᆞ노라.

ᄒᆞ얏시니, 인비가보고, 오쟉ᄒᆞ엿시리오마ᄂᆞᆫ, 이런셔찰은, 인비혼자만보니, 다른사ᄅᆞᆷ은, 모를너라.

장슈촌이, ᄒᆞᆫ소요를격고, 후환이업지못ᄒᆞ여, 졍히근심이되니, 이ᄂᆞᆫ인비가, ᄯᅩ무슨흉계ᄅᆞᆯᄂᆡ여, 볼시로즛칠ᄂᆞᆫ지, 물을지라, 이에방어위원을, 조직ᄒᆞ야, 불우지번을, 방비ᄒᆞᆯᄉᆡ, 마극이, 슈년을련렬촌에잇셔, 듯고보던일을, 셰々히, 좌선게에고ᄒᆞ고, 그긔계와각공장에, 챵포
                    탄환을, 낫々치그려, ᄎᆡᆨ에박혀, 젼초에분파ᄒᆞ고, 시々로, 방어위원이모혀, 의론ᄒᆞᆯᄉᆡ, 마극으로, 슈석에안치고, 범ᄇᆡᆨ사를지휘ᄒᆞ고, 일변으로탄약과텰물을, 쥰비ᄒᆞ야, 군긔창에두며, 일변으로, 면보
                    ᄆᆡᆨ분과, 각ᄉᆡᆨᄎᆡ소를, 광구ᄒᆞ야, 군량을져축ᄒᆞ고, ᄯᅩ촌즁에공디를, ᄀᆡ쳑ᄒᆞ야, 우양
                    슈쳔만두를, 치게ᄒᆞ며,

샹비변을소모ᄒᆞ야, 년긔와자격이, 군긔를잡을쟈이면, 일병군적에싯고, 군복은 모직에,  쾌자와,  나ᄉᆞ슬갑이며,  쟝화
                    혁대
                    모자 등을, ᄒᆞᆫ복ᄉᆡᆨ으로지여, 날마다, 기예를죠련ᄒᆞ며, 혹촌외에나가, 각쳐요ᄒᆡ디에, 흙을파, 홈을지고, 그판흙은, 포대를ᄊᆞ아, 젹병이모쳐에, 드러오면, 즉시모쳐로방비케ᄒᆞ고, 기ᄎᆞᄂᆞᆫ, 대포를짓되, 집々에날로연긔, ᄒᆞᆫᄃᆡ로ᄲᅩᆸ든곳을, 변ᄌᆞᆨ하야, 단련챵을ᄆᆡᆫ들고, 마극이, 춍고문과, 총경리를겸ᄒᆞ야, 각ᄉᆡᆨ제죠를, 가ᄅᆞᆺ치되, 손으로형용ᄒᆞ며, 입으로셜명ᄒᆞ여도, 알어듯지못ᄒᆞ면, 곳웃통을버셔노콕, 각공인틈에, 드러갓치부역ᄒᆞ니, 슯흐다ᄐᆡ평무ᄉᆞᄒᆞ야, 화긔륭々ᄒᆞ고, ᄒᆞᆫ갓자선심과, 친ᄋᆡ졍으로, 곤란을모로든쟝슈촌
                    이, 일조에, 대포를짓ᄂᆞᆫ다, 쟝창을치인다, 무슈ᄒᆞᆫ살인구를, 쥰비ᄒᆞ노라, 동셔분쥬ᄒᆞ고, 쥬야황망ᄒᆞ니, 텬하의비참ᄒᆞ고, 슈란ᄒᆞᆷ이, 이에셔더ᄒᆞᆯᄌᆞㅡ잇스리오.

그러나, 쟝슈촌에, ᄇᆡᆨ쥬랑셜과, 흑야허셩이, 비일비ᄌᆡᄒᆞ야, 흑은인비가, ᄉᆡ법을ᄂᆡ여, 물밋ᄒᆡ쟘힝국함을지여, 쟝슈촌의인민이, 눈으로보도못ᄒᆞ고, 귀로듯지도못ᄒᆞ게, 즛친다ᄒᆞ며, 혹은공즁에비ᄒᆡᆼ거를, 지어불시에벼락치듯ᄒᆞᆫ다ᄒᆞ며, ᄯᅩ혹은적병이, 발셔쟝슈촌의, 즁앙텰도지션을ᄭᅳᆫ엇다ᄒᆞ고, 혹은ᄯᅩ적인이, ᄯᅡᆼ속에길을ᄂᆡ여, ᄀᆡ특산을거진팟다ᄒᆞ니, 이러ᄒᆞᆫ, 죵々소설에, 아등부녀가, 더욱황겁ᄒᆞ되, 실상은긔쳑업고, 쟝슈촌의, 졔조무역은날마다, 번셩ᄒᆞ더라.

합즁국에상항은, 셰계에유명ᄒᆞᆫ항큰구라, 동셔남북이, 샤통팔달ᄒᆞ야, ᄀᆡ항ᄒᆞᆫ지, 오ᄅᆡ지안이ᄒᆞ되, 오대쥬에샹고가모여, 무역이번셩ᄒᆞᆫ지라, 이날
                    십월십이일은, 상항의, 공동히모히ᄂᆞᆫ시쟝이니, 각쳐상고가, 쟝ᄭᅴ와, 문셔며, 쥬판, 과연필을슈대가방이, 툭터지게너어, 엇ᄀᆡ에메고, 모야드러, 각기명하의, 우쳬샹자를열고, 수십ᄇᆡᆨ장되ᄂᆞᆫ, 셔찰을ᄂᆡ여, 낫々치펴보고, 오졍시각에, ᄀᆡ회하야, 시쟝중앙에, 당일각쳐물ᄭᅡ표를, 놉히붓쳐, 쳔ᄇᆡᆨ명
                    장ᄉᆞ들이, 돌아셔々보고, 됴화ᄒᆞᄂᆞᆫ사ᄅᆞᆷ도잇고, 걱졍ᄒᆞᄂᆞᆫ사ᄅᆞᆷ도잇시며, 놀나는ᄉᆞᄅᆞᆷ도, 잇고의심ᄒᆞᄂᆞᆫᄉᆞᄅᆞᆷ도잇셔, 예셔수군수군, 뎨셔수군수순, 구셕구셕이, 지걸지걸, 복작복작, 쳔ᄐᆡ만샹을, 형용치못ᄒᆞᆯ너라,

이ᄯᆡ, 아셰아와, 구라파와, 아미리ᄭᆞ와, 본쥬아미리ᄭᆞ
                    각디방에, 뎐보가빗발치듯, 드러와, 시회장에퍼지면, 오대쥬
                    슈만리가, 지쳑갓치압ᄒᆡ잇셔, 형편을알고, 흥망셩쇠를, 짐작ᄒᆞᄂᆞᆫ지라.

홀연, ᄒᆞᆫ사람이, 나셔며, ᄒᆞᄂᆞᆫ말이,

ᄂᆡᄉᆡᆼ각에ᄂᆞᆫ, 이일이필시랑설이니, 밋을것이못되오.

ᄯᅩ, ᄒᆞᆫ사ᄅᆞᆷ이, ᄂᆡ다르며,

그러ᄂᆞ, 속담에, 이르기를, 바ᄅᆞᆷ이업시며, 물결이, 안이닐고, 불을ᄯᆡ야, 연긔가 ᄂᆞᆫ다ᄒᆞ니, 이말이, 필연 ᄭᅡᄯᆞᆨ이잇쇼.

(압ᄒᆡᄒᆞᆫ사ᄅᆞᆷ)그러케, 흥왕ᄒᆞᆫᄉᆞ업이, 경각에파산될리가잇나.

(뒤에ᄒᆞᆫ사ᄅᆞᆷ)셰샹ᄉᆞ를엇지알ᄭᅩ, ᄋᆞᆺᄎᆞᆷ에부가옹이, 져녁에걸인되ᄂᆞᆫ걸, 못보아심나.

(ᄯᅩᄒᆞᆫ쟈)설혹그러ᄒᆞᆯ지라도, 그집과그긔계만, 팔쳔원이되ᄀᆡᆺ쇼.

(ᄯᅩᄒᆞᆫ장)그것도고사ᄒᆞ고, 그ᄉᆡᆼ텰
                        슉텰
                        탄광등속을, 계산ᄒᆞ여도, 팔쳔만원이, 더되겟ᄂᆡ.

(압ᄒᆡ잇ᄂᆞᆫ사ᄅᆞᆷ)올치오, 그러킬일으갓쇼, 헐가방ᄆᆡᄒᆞ야도, 인비의ᄌᆡ산이, 일억만원엇치, 될것이니, 이것은현ᄌᆡᄒᆞᆫ물건만, 말이오, 기외도얼만지, 알슈잇쇼.

홀연, ᄒᆞᆫ사ᄅᆞᆷ이, 뭇ᄂᆞᆫ말이,

그러면, 공네들, 그ᄌᆡ산을자세알진ᄃᆡᆫ, 그무슨ᄭᅡᄃᆞᆭ으로, 졸디에쟝ᄉᆡᆨ들, 공젼을즁지ᄒᆞ얏쇼.

(압ᄒᆡ잇던사ᄅᆞᆷ)이ᄂᆞᆫ, 참알슈업시나, 이말이뎡녕그런지, 모로겟쇼.

(뒤에잇든ᄉᆞᄅᆞᆷ)요ᄉᆞ이, 소위큰쟝ᄉᆞ니, 부쟈ᄉᆞᄅᆞᆷ람이니ᄒᆞ야도, 다빈겁질만남어셔, 앗침에, 져자버렷다가, 낫에문닷어버리고, 폐졈ᄒᆞ기를, 풀々ᄒᆞ, 이ᄂᆞᆫ쟝ᄉᆞ의전례요.

(ᄒᆞᆫ사ᄅᆞᆷ)압만, 그렬지라도, 이련텰촌은, 큰도보가되야, ᄒᆞᆫ사ᄅᆞᆷ쟝ᄉᆞ의, ᄌᆡ물이안이요.

(ᄯᅩᄒᆞᆫ쟈)이말이참을쇼, 련텰촌은, 고샤ᄒᆞ고, 잡화상의, 변々치못ᄒᆞᆫ쟈이라도, 이러케초々히파산ᄒᆞᆯ, 리유가잇쇼, 인비가ᄌᆡ산을, 손ᄒᆡ보앗더ᄅᆡ도, 넉々히ᄯᅩ빗을ᄂᆡ셔, 사회를ᄯᅡ로ᄭᅮᆷ이고, 그져잇실리업쇼.

(ᄯᅩᄒᆞᆫ사ᄅᆞᆷ)
                        인비의파산ᄒᆞᆫ일이, 강텰상점의, 관계가된즉, 혹텰물쟝ᄉᆞ가, 위죠ᄒᆞᄂᆞᆫ일인지, 모로겟쇼.

(ᄯᅩᄒᆞᆫᄉᆞᄅᆞᆷ)안이오, 위조란말이될말이오, ᄂᆡ쇼문은, 인비가파산ᄒᆞᆯᄲᅮᆫ아니라, ᄯᅩ도망ᄒᆞ야, 어ᄃᆡ로갓ᄂᆞᆫ지, 모른다ᄒᆞᄋᆞᆸ듸다.

ᄒᆞᄂᆞᆫ말이나더니, 왁ᄶᆞ짓걸ᄒᆞ던, 쟝바닥이, 모도입을봉ᄒᆞᆫ듯이, 아모소리업고, 이말ᄒᆞᆫ사ᄅᆞᆷ만, ᄶᅩ쳐들가며,

ᄌᆞ셰히, 좀아옵시다, 좀드름시다.

ᄒᆞ면셔곗ᄒᆡ사람이, 혹무슨말ᄒᆞ면, 가만이잇시라ᄒᆞ고, 손을휘즈며, 쉬々ᄒᆞᆫᄂᆞᆫᄃᆡ,

(그사ᄅᆞᆷ)공네들, 뎐보못보앗쇼.

ᄒᆞ니그졔야, ᄯᅩ씨쟝복판으로, 몰켜들며, 뎐보를본다.

그뎐보ᄂᆞᆫ, 누육의셔, 이날
                    오졍후에발ᄒᆞᆫ뎐보인ᄃᆡ, 상항에늣게와셔, ᄒᆞᆫ사ᄅᆞᆷ이먼져 보고, 혼자아듯이, 말ᄒᆞ니, 여러ᄉᆞᄅᆞᆷ이, 놀날만도ᄒᆞ엿더라.

뎐보에, 쎳시되,

련텰초의, 즁앙은ᄒᆡᆼ이, 혁파ᄒᆞ고, 인비ᄂᆞᆫ도망ᄒᆞ다.

ᄒᆞ엿거ᄂᆞᆯ, 일시에, 물졍이소란ᄒᆞ고, 시가가, 고등ᄒᆞ야, 강텰갑이, ᄒᆞᆫ초춍에, 얼마식오르더니, 두졈춍이못, 되야팔ᄇᆡ이상이되고, 아미리ᄭᅡ각쳐, 졔텰공ᄉᆞ에품삭이, 고등ᄒᆞ야, 이ᄇᆡ
                    삼ᄇᆡ가되고, 기외에텰물쟝ᄉᆞ명ᄉᆡᆨ은, 모다일이ᄇᆡ식다오로고, 그즁희한ᄒᆞ기ᄂᆞᆫ, 련텰촌이쟝슈촌을, 멸망ᄒᆞᆫ다ᄂᆞᆫ, ᄭᅡᄃᆞᆭ에, 쟝슈촌ᄯᅡᆼ갑이, ᄒᆞᆫ돈엇치가못되야, 심지어, 시가표에올니도안터니, 시방은별안간ᄯᅱ여, 일평에일ᄇᆡᆨ팔십원이되엿더라,

이날져물게, 탈이봉, 아이타, ᄋᆡ가, 가라화, 각신보관압ᄒᆡ, 각쳐쟝ᄉᆞ가, 인비도망ᄒᆞᆫ일졀을, 알고져ᄒᆞ야, 도라셧시되, 별로신긔ᄒᆞᆫ말이업고, 긔자의별보가잇시되,

지나간, 구월이십오일에, 혁낙부각가손샹회에셔, 인비의도쟝맛진, 팔ᄇᆡᆨ만원츌급표를, 가지고, 누육위ᄉᆞᄆᆡᆼ은ᄒᆡᆼ에, 다자니, 그젼날에, 발셔문셔마감ᄒᆞ얏다, ᄒᆞ고, 아니쥬ᄂᆞᆫ지라, 각가손상회기, 이일을인비에게, 뎐보로질문ᄒᆞ야, 팔ᄇᆡᆨ만원을어ᄃᆡ로, 셰음ᄒᆞ엿나냐ᄒᆞ고, 루ᄎᆞ물엇스되, 답뎐보가업고, ᄯᅩ셔찰로젼인 ᄒᆞ되, 소식이강감ᄒᆞ며, 십여쳐에셔, 인비에게, 젼보와셔찰보ᄂᆡᆫ것이, 일졀회답이업셔, 모다의아조민ᄒᆞ야, 루ᄎᆞ최촉ᄒᆞᄂᆞᆫ, ᄉᆞ찰공함이, 뎐보
                    우쳬로, 연락부졀ᄒᆞ야, ᄆᆡ일
                    슈쳔만쟝이, 번ᄀᆡ갓치달녀, 련텰촌
                    츄밀각에, 드러갓스나, 여일히, 신디에도달ᄒᆞᄂᆞᆫ지, 모로겟도다, 그러ᄒᆞ나, 젼일에
                        뎐보
                        우편으로, 부치ᄂᆞᆫ셔간이, 일일히츄밀각에, 보ᄂᆡ여, 인비탁샹에두면, 그편지ᄯᅳ더보ᄂᆞᆫ사ᄅᆞᆷ은, 인비하나ᄲᅮᆫ이요, 다른사ᄅᆞᆷ은, 셔실도달치못ᄒᆞ면, 인비가본후에ᄂᆞᆫ, 혹슈필로회답ᄒᆞ고, 혹셔긔로ᄃᆡ셔도ᄒᆞ되, 거ᄅᆡᄒᆞᄂᆞᆫ문부ᄂᆞᆞ, 인비가쥬필로, 조히등에표를맛쳐, 회계원으로여슈히, 츌랍ᄒᆞ고, 조금도지톄ᄒᆞ거나, 셔실되거나, ᄒᆞᄂᆞᆫ일이업더니, 몃칠동안에, 홀연련텰촌모쳐에셔, 도쳥도설로, 젼ᄒᆞ되(
                        구월십칠일에, 인비ᄂᆞᆫ부지거쳐요, 일후ᄉᆞ도엇더ᄒᆞᆫ분별이업더라)ᄒᆞ얏스니, 일시에, 각쳐쟝시며, 졔죠
                    상업가이, 락심쳔만ᄒᆞ고, 텰가가, 고등ᄒᆞ며, 인비로말ᄆᆡ암어, 손ᄒᆡ를당ᄒᆞᆫ쟈이, 모다루쳔만원이샹이, 된다ᄒᆞ더라.

별보와갓치, 인비의일을안다ᄒᆞᄂᆞᆫ쟈이, 이러ᄒᆞᆯᄲᅮᆫ이요, 기외각쳐
                    신보관은, 민쳡졍밀ᄒᆞᆫ슈단으로, 확실ᄒᆞᆷ을탐지ᄒᆞ야, 일시에요명ᄒᆞ랴ᄒᆞ나, 횡설슈설, 쳔산지산ᄒᆞ야, 취신키어렵고, ᄯᅩ오날론설하나, ᄂᆡ엿다가, 명일도로뎡오ᄒᆞ야, 즁언부언ᄒᆞ니, ᄒᆞᆫ사발ᄂᆡᆼ슈를, 먹고ᄯᅩ먹듯시, 보ᄂᆞᆫ사ᄅᆞᆷ이, 무미ᄒᆞᆯᄲᅮᆫ이라.

십월십사일
                    밤에, 련텰촌사방으로, 각쳐에셔파숑ᄒᆞᆫ, 통신쟈들이, ᄒᆞᆫ손에조회들고ᄒᆞᆫ손에연필들고, 예가기웃제가기웃, 놉흔ᄃᆡᄂᆞᆫ발도듬, 낫진ᄃᆡᄂᆞᆫ굽졍거려, 아모리ᄂᆡ용을, 보랴ᄒᆞ나, 물부어ᄉᆡᆯ틈업ᄂᆞᆫ텰셰계라, 혼금이졀엄ᄒᆞ야, ᄒᆞᆫ거름드러셔지못ᄒᆞ니, 슈문졸이나, ᄭᅩ야볼가ᄒᆞ야, 금젼지젼을손에들고, 눈을ᄭᅳᆷ져거리며, ᄭᅩᆼ문이예ᄎᆡ이랴ᄒᆞᆫ즉, 총ᄃᆡ로지르랴ᄒᆞ니, ᄒᆞᆯ일업시, 단쟝밧그로, 도라단이다가, 억견으로보고ᄒᆞ되,

련쳘촌사ᄅᆞᆷ은, 인비도망ᄒᆞᆫ일이, 잇ᄂᆞᆫ줄도모로고, 각공쟝은, 여젼히제죠ᄒᆞ야, 검은연긔ᄉᆞ면에, 일어나고, 기타문졸파슈와, 행인ᄅᆡ왕은, 젼일과조금도다름업다.

ᄒᆞ니이ᄂᆞᆫ그속일을, ᄌᆞ셰모를ᄲᅮᆫ아니라, 도로혀셰상사ᄅᆞᆷ의, 의혹만ᄌᆞ심게, ᄒᆞᄂᆞᆫ것이러라.

그러ᄂᆞ, 규률이엄밀ᄒᆞ야, 일동일졍을, ᄉᆞᄉᆞ로이변ᄀᆡᄒᆞ지못ᄒᆞ고, 인비가, 공역뎡지ᄒᆞ라ᄂᆞᆫ명령이잇기젼은, 의례거행ᄒᆞ야, 십월이십일ᄭᅡ지ᄂᆞᆫ, 뎡역지안이ᄒᆞ엿시되, 이십일되ᄂᆞᆫ동안에, 각공인의신슈금을, 인비의예비금즁으로, 지발ᄒᆞ엿거니와, 그후에ᄂᆞᆫ, 각공인이, 젼일신금은, 다업셔지고, 다음쥬일에, 인비가, 다시이어주지, 못ᄒᆞ얏시니, 누가그ᄎᆡᆨ임을, 맛하감당ᄒᆞ리요, 이럼으로각공인이, 부득이ᄒᆞ야, 뎡역ᄒᆞ니라.

명일이십일일부터ᄂᆞᆫ, 젼일검은구룸, 검은안ᄀᆡ가, 텬디간에미만ᄒᆞ든, 련텰촌에, 일월이명랑ᄒᆞ고, ᄯᅩ긔압흐고, 머리압흐고사ᄅᆞᆷ의졍신을, ᄲᆡ든각긔계가, 일시에괴괴ᄒᆞ야, 다만유풍락엽이, 소슬ᄒᆞᆯᄲᅮᆫ이라, 이ᄯᆡ각보관에, 방ᄉᆞ원이, 필경공왕공ᄅᆡᄒᆞ엿시니, 인비의, 비밀ᄒᆞᆷ은, 실로셰계에업도다.

그런즉, 샹항시쟝에모인, 모군의말과갓치, 인비의, ᄌᆡ산이, 긔계집물만ᄒᆞ여도, 넉넉히여러사ᄅᆞᆷ의손ᄒᆡ를, 보충ᄒᆞ겟시나, 일이, 대단히곤란ᄒᆞ리니, 졍부ᄌᆡ판쇼에, 졍쇼ᄒᆞ랴ᄒᆞᆫ즉, 이런텰촌디방은, 인비가, 합즁국정부와, 합동ᄒᆞ야, 산것인고로, 일홈은촌이라도, 나라와달음업시니, ᄒᆞᆸ즁국ᄌᆡ판쇼에셔, 판결ᄒᆞᆯ권한이못되고, 련텰촌ᄌᆡ판쇼에정ᄒᆞ랴ᄒᆞᆫ즉, 촌즁ᄉᆞᄂᆞᆫ, 인비가통찰ᄒᆞ야, 대신이나, 판ᄉᆞ나, 검ᄎᆞᆯ이나, 경시통감이나, 공쟝감독이나, 정탐이나, 샹고나, 모다인비의지휘ᄃᆡ로, 시ᄒᆡᆼ하니, 련텰촌에, 인비업ᄂᆞᆫ것이, 신톄의머리업고, 긔계에고동일흔것, 갓ᄒᆞ니, 누가쥬쟝ᄒᆞ야, 숑ᄉᆞ를결쳐ᄒᆞᆯ이오, 각쵀쥬ᄂᆞᆫ, 아모리극력운동하ᄒᆞ도, 효력이업실너라.

인비의, 도망ᄒᆞ얏다ᄂᆞᆫ말이, 장슈촌에들니거ᄂᆞᆯ, 쳣

ᄃᆡ마극이, 말ᄒᆞ되이ᄂᆞᆫ, 인비의흉계랴.

ᄒᆞ야방어위원이, ᄀᆡ회ᄒᆞ고, 젼촌에고시ᄒᆞ되,

오날, 련텰촌의파산ᄒᆞ고, 인비도망ᄒᆞ다ᄂᆞᆫ풍셜을, 드럿시되, 이ᄂᆞᆫ정히젹인의, 음모궤계인즉, 우리들이, 방어ᄒᆞᆯ도를, 조금도ᄒᆡ이치못ᄒᆞᆫ다.

ᄒᆞ니쟝슈촌의, 방슈ᄒᆞᄂᆞᆫ일이, 더욱업밀ᄒᆞ더니, 얼마아니ᄒᆞ여, 샹ᄒᆞᆼ
                    뎐보와, 누육신문이, 젹실ᄒᆞᆫ고로, 각처제조가와, 상업가이, 큰관계가된지라.

구월십삼일이후로, 쟝슈촌이, 계엄즁에잇셔, ᄆᆡ양밤을지ᄂᆡ고, 날이ᄉᆡ면, 셔로보고, 손을잡아, 다행히어제밤, 무ᄉᆞᄒᆞ고, 오날다지산가십어, 송구ᄒᆞ더니, 이제ᄂᆞᆫ, 악몽을ᄭᆡ이고, 즁병노흔듯, 운무를헛치고, 쳥텬을보ᄂᆞᆫ듯, 희々락々ᄒᆞ야, 동린셔ᄉᆞ에, 연회만찬이며, 남가북리에, 풍악가무가, 다시녯날쟝슈촌이되니라.

사ᄅᆞᆷ이, 환란즁에잇시면, 셔로붓들며, 구완ᄒᆞᄂᆞᆫ정이나고, 붓들며, 구완ᄒᆞᄂᆞᆫ정이나면, ᄯᅩ셔로친ᄋᆡᄒᆞ고, ᄌᆞ선ᄒᆞᆫ마ᄋᆞᆷ이나ᄂᆞᆫ법이라, 이졔쟝슈촌이, 월여를두고, 로소남녀와, 귀쳔상하업지, 각々제몸과, 제목슘을, 위ᄒᆞ야, 환란을방비ᄒᆞᆯ즈음에, 친ᄋᆡᄒᆞᄂᆞᆫ정이, 골육갓고, ᄌᆞ선ᄒᆞᆫ마ᄋᆞᆷ이, 골슈에박혓시니, 이ᄂᆞᆫ쟝슈촌이, 스ᄉᆞ로ᄋᆡ국심이, 단톄가되엿더,

오날々, 릉연각과, 긔렴비에, 뎨일대공노ᄂᆞᆫ, 마극이라, 다ᄒᆡᆼ히, 인비가오산ᄒᆞ여, 대포
                    탄환의향방을, 아지못ᄒᆞ얏시나, 만일바로쏘아맛쳐든들, 촌민이엇지대화를,

면ᄒᆞ엿시리오, 이럼으로, 마극의은혜ᄂᆞᆫ, 실로십만인즁이, 각골난망ᄒᆞᆯ지라, 촌민들이회의ᄒᆞ되,

혹은, 구리로, 마극에샹을지여, 긔념ᄒᆞ자ᄒᆞ며

혹은, 귀즁ᄒᆞᆫ물품을, 마극에게보ᄂᆡ여, 감사ᄒᆞᄂᆞᆫ졍을표ᄒᆞᄌᆞ

ᄒᆞ야의론이부산ᄒᆞ되, 마극은, 종시자가의, 심력을미딘ᄒᆞ다ᄒᆞ야, 일편의운이, 련텰촌우헤, 몽롱ᄒᆞ니, 만일풍문의말을밋고, 방비를허슈히ᄒᆞ다가, 일조에젹인이, 불의에돌츌ᄒᆞ야, 우리장슈촌
                        을, 도륙ᄒᆞ면, 엇지만세에우음을, 면ᄒᆞ리오, ᄂᆡ다ᄒᆡᆼ히, 그흉모를대강알엇시니, ᄌᆡ암, 련텰촌에드러가, 무슨흉계가, ᄯᅩ잇ᄂᆞᆫ가자세알면시원ᄒᆞ리라ᄒᆞ고, 좌선의계, 자쳥ᄒᆞ야, ᄯᅩ련텰촌에, 드러가니라.

마극이, 다시가기를결심ᄒᆞ고, ᄯᅩ좌선에게, 쳥ᄒᆞ되,

이제, 뎌련텰촌갓흔위험ᄒᆞᆫ샤디에, 들어가기ᄂᆞᆫ, 곳마극의사양치안ᄂᆞᆫ바어니와, 만일불ᄒᆡᆼᄒᆞ야, 져의게쥭으면, 본촌에도라와, 고ᄒᆞ야피화ᄒᆞ게ᄒᆞ랴ᄒᆞᆫ들, 인간에, 두벌마극이, 업실지라, ᄂᆡ의견은, ᄒᆞᆫ사람을별ᄐᆡᆨᄒᆞ야, 갓치드러갓다가, ᄒᆞᆫ사람이샤라오면, 족히소식을통ᄒᆞ리니, ᄂᆡ그윽히보건ᄃᆡ, 방어위원즁에, 을투가, 년긔비록략관이나, 담략이과인ᄒᆞ고, 학문과픔ᄒᆡᆼ이, 족히밋을지니, 져와동ᄒᆡᆼᄒᆞ면됴을가ᄒᆞᄂᆞ이다.

ᄒᆞᆫ즉, 을투가, 이말을듯고, 소년예긔라, ᄯᅩ한, 자원ᄒᆞ고, 갓치감를, 허락ᄒᆞ더라.

이튼날, 마극과을투
                    량인니, 마ᄎᆞ를타고,
                        련텰촌외문에이르러, 마ᄎᆞ를돌녀보ᄂᆡ고, 멀니촌즁을바라보니, 젹々ᄒᆞ여, 사ᄅᆞᆷ의그림자ᄭᅳᆫ치고, 찬바ᄅᆞᆷ에, 소슬ᄒᆞᆫ락엽셩ᄲᅮᆫ이라, 문박게다々르니, 벽밋ᄒᆡ큰도랑이이셔, 젼일은외나무다리를노아, 왕ᄂᆡ를통ᄒᆞ더니, 이졔그다리를, 치워버ᄅᆡᆫ지라, 십여보나, 넓고, 슈십장깁흔물을, 건너지못ᄒᆞ니, 량인이, 무슈히ᄋᆡ를쓰다가, 긴쥴을엇어, 두ᄭᅳᆺᄒᆡ쇠갈구리를, 달고, 압담을향ᄒᆞ야, 갈구리ᄒᆞᆫᄭᅳᆺ을던져, 벽에ᄆᆡ고져ᄒᆞ되, 담이놉고, 도랑이넓어, 슈시간을신고ᄒᆞ다가, 간신히줄을ᄆᆡ고, 을투ㅡ먼져붓들고건너, 뎌편언덕에온으고, 마극이, 이어건너, 그쥴을다시벽에, 드리우고, 넘어드러가니, 예ᄂᆡᆫ마극이, 년젼에약한으로변명ᄒᆞ고, 쳐음드러오던길이라, 마극이을투를, 도라보며,

뎌긔삼십뉵구에, ᄂᆡ
                        젼일, 슈삭을동쳐ᄒᆞ든, 사ᄅᆞᆷ이잇스니, 몬져가보자ᄒᆞ고,

바로, 삼십륙구로향ᄒᆞ니, 표셕은놉히셔고, 즁문은구지앗엇시니, 줄연히열지못ᄒᆞᆯ지라, 문을ᄭᆡ치랴ᄒᆞ다가,

안의잇ᄂᆞᆫ사람이, 놀날가념려ᄒᆞ고, ᄯᅩ쥴을ᄆᆡ야, 담을넘어드러가니, 일초일목이라도의연히셔로아ᄂᆞᆫ듯ᄒᆞ더라.

마극이, 공쟝을ᄎᆞ자, 젼일약한을, 놀ᄂᆡ든풀무독아니를보니, 불은ᄭᅥ지고, ᄂᆞᄂᆞᆫ

ᄉᆞ라져, 소ᄅᆡᆼᄒᆞᆫ바람이돌고, 쳐々에연챵은, 검의줄이느러져, ᄌᆡ만날니ᄂᆞᆫ지라, 마극이, 을투와, 젼일ᄉᆞᄅᆞᆷ, 리야기ᄒᆞ며,

이ᄒᆞᆫ곳을보면, 다른곳을짐작ᄒᆞ리라, 그러나, 뎨일죠심되ᄂᆞᆫᄃᆡᄂᆞᆫ, 이즁앙의잇ᄂᆞᆫ일구가, 지극엄밀ᄒᆞ야, 타구에비허지못허니만일조금만실수ᄒᆞ야함졍에ᄲᅡ지면, 우리량인의, 슈치되고, 쟝슈촌의불ᄒᆡᆼ이막심ᄒᆞᆯ지라, ᄂᆡ의향은가지고온, 폭발약을노아, 즁앙구의, 벽을ᄭᆡ치면, 비단압길을, 엇을ᄲᅮᆫ아니라, 혹텨속에, 예비ᄒᆞᆫ것이잇셔도, ᄒᆞᆫ번놀나면, 것ᄒᆡ들어나, 리니폭발약을노ᄎᆞ.

ᄒᆞ며량인이, 셔로가며말ᄒᆞ다가, 즁앙구에니르러, 벽밋흘파고, 약을ᄭᅵ을ᄉᆡ, 벽니단々ᄒᆞ야, 죨연치안은지라, 량인이, 평ᄉᆡᆼ힘을다ᄒᆞ야, 쇠맛치로벽밋돌을조아, 겨오틈을ᄂᆡ고, 다시쇠지레로, ᄲᅥ긔니, 돌덩이부셔지고, 큰궁기나거ᄂᆞᆯ, 폭발약을너코, 오분시간ᄶᅳᆷ탈, 화승을달혀노코, 일마쟝을, 물너나오니

아니슥ᄒᆞ야, 벽력치ᄂᆞᆫ소ᄅᆡ나며, 기와쟝돌뭉치가, 반공에소ᄉᆞ, 급ᄒᆞᆫ소ᄂᆡᆨ이퍼붓듯ᄉᆞ방팔면에, ᄯᅴᄭᅳᆯ과모ᄅᆡ가, 눈을ᄯᅳᆯ슈, 업ᄂᆞᆫ지라, 량인이, 슈시간에소ᄅᆡ긋치기를, 기다려, 차々나아가, 구루보니, 즁앙구의, 벽이반은문허지고, 좌우쟝랑에, 들ᄲᅩ도리, 기둥, 석가ᄅᆡ, 가예셔쿵々, 뎨셔털셕, 위름ᄒᆞ야, 드러가지못ᄒᆞ고, 멀니셔々보ᄂᆞᆫᄃᆡ, ᄭᆡ여진챵호와, 부러진란간이, ᄒᆞᆫ곳도성ᄒᆞᆫᄃᆡ업셔, 병화격근, 도셩갓헌지

라.

량인이, 아리뎌리, ᄉᆞᆲ혀가며, 젼일
                    약한의, 슈월거쳔ᄒᆞ든츄형고, 졔도실을ᄎᆞ져가니, 그곳쓸々ᄒᆞ야, 문에아모도업거ᄂᆞᆯ, 량인이, 마ᄋᆞᆷ을노코, 무인디경갓치드러가니, 외촌부터이곳에이르되, 사람의종젹은볼슈업고, ᄒᆞᆫ구멍에, 검졍ᄀᆡ, 지즈며ᄭᅩ리ᄲᅡ지게, 다다러ᄂᆞ더라.

마극이, 젼일증긔々관, 그리던곳과, 섭녑ᄒᆞ든, 쟝셔실을, 력々히차자보니, 모도ᄌᆡ와먼지가득ᄒᆞ되, 슈습지안코, 추밀각으로갈ᄉᆡ,

여긔도, 폭발약을, 노흐랴ᄒᆞ오.

글셰보아가며, 만일문이잇셔드러가면, 굿ᄒᆞ여독ᄒᆞᆫ단을, 부릴것업다.

ᄒᆞ며졈々나아가, 젼일약한이갓치이고,
                        두놈이직히든곳에이러러, 마극이, 가르치며,

뎌방이, ᄂᆡ속을쎡이고,

뎌나무가, ᄂᆡ목슘을살녓다.

ᄒᆞ며ᄯᅩᄒᆞᆫ곳을, 가르쳐,

이리가면, 추밀각이요,

뎌문을ᄭᅢ트리고, 드러가면, 바로인비의사자방이, 머지안타.

ᄒᆞ고즉시독긔를, 드러문을치니, ᄶᅩᆨ이갈너졋시나, 안ᄶᅩᆨ을굿게쟘가, 발로ᄎᆞ며, 손으로밀되, ᄭᅳᆺ덱이업ᄂᆞᆫ지라.

ᄌᆡ암독긔를, 들어치려ᄒᆞᆫ즈음에, 홀연멀니셔, 들니되,

누가여긔잇ᄂᆞ냐, 누가여긔잇ᄂᆞ냐.

ᄒᆞᄂᆞᆫ소리나거ᄂᆞᆯ, 량인이, ᄭᅡᆷ작놀나며,
                        이뷔인집속에, 어인소린고, ᄒᆞ든ᄎᆞ에, ᄯᅩ들니되,

누가왓ᄂᆞ냐, 누가왓ᄂᆞ냐.

ᄒᆞ니마극이, 대경ᄒᆞ야이로ᄃᆡ,

내
                        이촌에드러오며, ᄒᆞᆫ사람도업기에, ᄒᆞᆫ공디를졈녕ᄒᆞ기, 무방ᄒᆞ다ᄒᆞ엿더니, 이곳에사람잇ᄂᆞᆫ쥴을, 뉘알앗시리오, 이ᄂᆞᆫ임자잇ᄂᆞᆫ인가어ᄂᆞᆯ, 담을넘고, 문을ᄭᅢ치며, 벽을혈고, 집을문허스니, 곳쳔유ᄒᆞᄂᆞᆫ, 도젹이라.

우리순슈ᄒᆞᆫ, 법국사람으로,
                            일이만인가에와셔, 쳔유ᄒᆞᄂᆞᆫ악명을, 엇을지니, 애지붓그럽지, 안으리오.

ᄒᆞ며쥬저ᄒᆞ더니, 문안의셔, ᄯᅩ누가여긔잇ᄂᆞ냐, ᄒᆞᄂᆞᆫ소ᄅᆡ, 졈졈갓가이들니거ᄂᆞᆯ, 마극이, 크게소리질으며,

너ᄂᆞᆫ, 엇던사람이냐, ᄲᅡᆯ니인비다려, 나와보라ᄒᆞ여라.

ᄒᆞ니문안의셔, 빗쟝을ᄲᆡ고, 열거ᄂᆞᆯ, 자세보니, 오묵눈에, 칼등코며, 곱솔슈염에, 면상에쥬근ᄭᅢ, 더덕더덕ᄒᆞᆫ, 디의
                    라, 디의
                    마극을보더니,

하, 약한이냐, 약한이냐.

ᄒᆞ면서, 황황ᄒᆞᆫ거동이어ᄂᆞᆯ, 마극이, 불너손짓ᄒᆞ며,

네인비게말ᄒᆞ여라, ᄂᆡ
                        뎌와면질ᄒᆞᆯ일이, 잇다ᄒᆞ여라.

ᄒᆞᆫ즉, 디의도리질ᄒᆞ며,

나ᄂᆞᆫ, 쥬인의명을바다, 외인을드리지못ᄒᆞ거ᄂᆞᆯ, 네엇지, 법을범ᄒᆞᄂᆞ냐.

그러면, 네가나를막아, 인비를, 못보게ᄒᆞᆯ터이냐.

인비군, 인비군, 여긔업셔여긔업셔.

ᄒᆞ면셔, 눈을희번덕이며, 가라ᄒᆞ니,

인비가, 언졔갓시며, 언제온다더냐.

약한아, ᄯᅥ들지말아, 나ᄂᆞᆫ쥬인의명으로, 이문을직힐ᄲᅮᆫ이어ᄂᆞᆯ, 네만일가지안코, 짓거리면, ᄂᆡ늙은쥬먹이라도, 네ᄃᆡ갈이를, ᄉᆡ골박ᄉᆞᆯᄒᆞ듯, ᄒᆞ리라.

이ᄯᅢ, 을투가, 겻ᄒᆡ셧다가, 분심이대발ᄒᆞ야, 마극

을보며, 이러케힐난ᄒᆞᆯ것이, 무어이오.

ᄒᆞ고, ᄯᅩ디의를보며,

네가, 우리를드러면, 드러가고, 안드리면, 우리그져갈듯ᄒᆞ냐.

ᄒᆞ면셔, 문턱에밧ᄉᆞᆨ닥어셔니, 별안간문을탁닷ᄂᆞᆫ지라, 을투ㅡ겨오상ᄒᆞ지안코, 비케셧다가, 분ᄒᆞᆫ마음을참지못ᄒᆞ나, 엇지ᄒᆞᆯ슈업셔문, 틈으로본즉, ᄒᆞᆫ놈이크게외이며, 나오너라, 나오너라,

ᄒᆞ더니, 홀연머리우흐로, 사람의소ᄅᆡ나거ᄂᆞᆯ, 급히보니, 아이밀이, 발셔ᄉᆞ다리를노코, 올너와, ᄂᆡ려다보ᄂᆞᆫ지라, 마극이우시며,

허, 아이밀이로구나, ᄂᆡ
                        너를알거이와, 이져너다려여러, 말ᄒᆞᆯ것업고, 다만네가이문을, 열겟ᄂᆞ냐, 못열겟ᄂᆞ냐,

말을맛치지못ᄒᆞ야, 아이밀이, 탄자로마극을쏘거ᄂᆞᆯ, 마극이, 급히머리를숙이니, 탄자가, 모자를ᄯᅮᆯ코, 나가ᄂᆞᆫ지라, 이ᄯᅢ마극이, 폭발약을ᄂᆡ여, 불을당긔여던지니, 곳터지며, 벽이문어지고, ᄉᆞ다리, 슈십보밧게ᄯᅥ러지거ᄂᆞᆯ, 량인이, 각각총을가지고, 덜러가다보니, 피흘너ᄯᅡᆼ에가듯ᄒᆞ되, 아이밀
                    디의ᄂᆞᆫ, 형젹이업ᄂᆞᆫ지라, 홀연춍소ᄅᆡ나더니, 마극의등위에, 나무가지, 부러지거ᄂᆞᆯ, 량인이, 셔로보며,

죠심죠심 ᄒᆞ라

ᄒᆞ며, 멀니보니, 한ᄯᅥᆯ기나무, 잇거ᄂᆞᆯ, 급히나무밋ᄒᆡ몸을감초고, 잇ᄂᆞᆫᄃᆡ, 총소ᄅᆡ연ᄒᆞ야, 나ᄂᆞᆫ지라, 량인이, 나무밋ᄒᆡ잇셔, 다ᄒᆡᆼ이샹ᄒᆞ지아니ᄒᆞ고, 마극이, ᄒᆞᆫ곳을보

더니,

이놈
                        뎌긔잇다, 뎌긔잇다, 네뎌긔연통에셔, 무럭무럭나오ᄂᆞᆫ, 연긔를보너냐

ᄒᆞ고, 급히나무가지를, ᄭᅥᆨ거모자를쓰이고, 웃옷슬입혀, 젹인을의심케ᄒᆞ고, 을투와, 탄자를연속ᄒᆞ여, 노흐니, 총소ᄅᆡ, ᄭᅳᆫ치지아니ᄒᆞᄂᆞᆫᄃᆡ, 두놈이, 간ᄃᆡ업시, 긔쳑이사라졋거ᄂᆞᆯ, 마극이, 연통잇든, 근쳐로가더니, 크게불으며,

이놈잡어라, 이놈잡어라

ᄒᆞ니, 을투ᄶᅩ쳐가본즉, 마극이, 디의와, ᄒᆞᆫ덩어리되야, 씨름ᄒᆞ듯, 어우러졋거ᄂᆞᆯ, 을투의, 탄환소ᄅᆡ나ᄂᆞᆫ곳에, 디의ᄯᅡᆼ의, 걱구러지ᄂᆞᆫ지라.

을투ㅡᄉᆞ면으로, 둘너보며,
                        ᄯᅩᄒᆞᆫ놈은, 어ᄃᆡ잇ᄂᆞ냐

ᄒᆞ니, 마극이, 슘이ᄎᆞ셔, 흘득흘덕ᄒᆞ며, 손으로가르치ᄂᆞᆫ곳에, 아이밀이, 담모통이에, ᄌᆞᆺ바졋거ᄂᆞᆯ,

져놈도, 탄자에마졋쇼.

마극이, 고개만ᄭᅳ덕이거ᄂᆞᆯ를, 투ㅡ갓가이가보니, 과연죽엇더라.

인졔ᄂᆞᆫ, 녑려업다.

ᄒᆞ고, 인비의, ᄉᆞᆺ자방으로갈ᄉᆡ, 을투ᄂᆞᆫ, 쳐음보ᄂᆞᆫ터이라, 눈에현황ᄒᆞ고, 가심이두근거려, 그젼약한이, 쳐음들어올젹, 모양이라, 일실
                    이실을, ᄎᆞ례로보다가, 졔삼실에이르니, 이곳은약한이인비와쵸면ᄒᆞ든, 금박록ᄉᆡᆨ으로, ᄭᅮᆷ인집이라.

대리셕고족샹에, 츄형도식을, 간ᄃᆡ업고, 각쳐젼보
                    신문
                    셔찰이, 산덤이갓치, 싸엿시니, 량인이, 셔로보며,

이상ᄒᆞ다, 이상ᄒᆞ다, 뎌신문
                        셔ᄎᆞᆯ
                        뎐보ᄂᆞᆫ, 인비ᄒᆞᆫ손으로, ᄯᅥ혀보ᄂᆞᆫ것인ᄃᆡ, 봉도ᄯᅥ히지안코, 뎌ᄃᆡ로ᄊᆞ힌ᄎᆡ, 잇시니, 괴샹ᄒᆞ다.

ᄒᆞ며, ᄒᆞᆫ곳에이르러,

ᄂᆡ향자에, 이목샹자속으로, 인비을ᄯᅡ라드러가, 별유쳔디를, 보앗다.

ᄒᆞ고, 목샹자에, 각죵셔젹을ᄂᆡ여, 치우고, 마극이혼자말로,

어ᄃᆡ틈이잇든가, 어ᄃᆡ로열던가.

ᄒᆞ며, 두루찻다가,

오오, 인비의비밀ᄒᆞᆫ심ᄉᆞ가, 뎡녕변작ᄒᆞ야, 남이모로게ᄒᆞ얏도다, 그러나필경드러가ᄂᆞᆫ, 문이잇시리니, 졔가도망ᄒᆞ야도이속에셔, 승텬입디ᄂᆞᆫ, 믓ᄒᆞ엿시리라.

ᄒᆞ며, ᄉᆞ면으로도라단이가, 골이나셔, 발길로거더ᄎᆞ며, 손으로ᄯᅥ밀며, 우직근우직근, 들부시더니, 을투가, 텬장을쳐다보다가, 우연히도돔우에, 올나셔셔, 두손으로뎐등걸닌, 고리를잡아ᄂᆞᆨ구니, 고리축쳐지고, 강텰로ᄆᆡᆫ든박휘갓치, 둥근텰판이,

ᄯᆡ그를ᄒᆞ더니, 텬쟝이, 문갓치열녀지며, 강쳘ᄉᆞ다리, ᄂᆡ려뇌이ᄂᆞᆫ지라, 량인이, 그제야, 드러가ᄂᆞᆫ길을ᄋᆞᆯ고, 허허우시며,

별놈도, 다보겟다.

ᄒᆞ고, ᄉᆞ다리로올나가니, 오십여층이라, 올나셔며, ᄉᆞ면이ㅋჿᆞㅇ캄ᄒᆞ야, 지쳑을분간치못ᄒᆞ고, 더듬드듬만져보며, 드러가니, 수십여굽위를도라, 향방을모로다가, ᄒᆞᆫ곳에, 흰무지ᄀᆡᄲᅥᆺ치듯, 일광이빗치거ᄂᆞᆯ, 마극이달녀가보니, ᄒᆞᆫᄌᆞ남짓ᄒᆞᆫ, 류리챵이라챵속을드려다보더니, 마극이손짓ᄒᆞ며, 가만가만, 을투다려,

오너라, 오너라.

ᄒᆞ니, 이류리챵은, 망원경과, 현미경갓치, 물건을보면, 갑절이나, 커뵈ᄂᆞᆫ쳘광경이라, ᄒᆞᄂᆞᆫ류리라, 이ᄯᆡ마극이눈이ᄉᆡ로히, ᄯᅮᆼ굴둥굴, 가심이덜셕ᄂᆡ려안져, 아모말도못ᄒᆞ고, 다만손으로, 가라칠ᄲᅮᆫ이라, 을투ㅡ갓가히가, 엿보니엇던쟈가, 조희를펴고붓ᄃᆡ를잡아, 텬연히안졋스니, 의곳
                        텰셰계의왕이오, 련털촌의쥬인이오, 화학ᄉᆞ인비라.

량인이, 다시눈을씻스며, 자셰히보니, 인비손의잡은붓ᄭᅳᆺ을, 조희에ᄃᆡ이고, 무엇을ᄉᆡᆼ각ᄂᆞᆫ지, 무엇에놀낫ᄂᆞᆫ지, 어ᄃᆡ를ᄉᆞᆲ히ᄂᆞᆫ지, 붓을놀니지안코, 오도커니, 안져제용도갓고, 부쳐도갓고, 미력도가흐니, 뎌것이어인일인고, 셰샹이ᄯᅥ들며, 도망ᄒᆞ얏

다ᄂᆞᆫ, 인비가뎌속에업데여, 뎌형샹으로안진것을, 뉘알알시리오.

그쓰ᄂᆞᆫ것이, 무엿인고, 량인이, 류리경밧게셔, 녁여보니, 연샹우에, ᄌᆞ획이, ᄯᅮᆫ엿ᄒᆞ더라.

ABCD고시ᄒᆞ노라, 장슈촌칠일은, 오날밤으로결뎡ᄒᆞ얏시나 본촌쥬의, 명을밧은후에, 즉시거ᄒᆡᆼᄒᆞ되, 긔어코, 오날뎡밤즁에, 쥐도ᄉᆡ도모로게, 쟝슈촌이, 호읍북통ᄒᆞ고, 일시함몰ᄒᆞ야, 엣날파비도부가, 복멸ᄒᆞ듯ᄒᆞ게ᄒᆞ되, 좌선
                            마극의두쥭엄은, 완젼ᄒᆞᆫ신체로, 본촌에보ᄂᆡ게ᄒᆞ라, ᄂᆡ이두송쟝을보면, 지극히샹쾌ᄒᆞ고, 질기겟스니, 쳑념ᄒᆞᆷ을, 바라노라.

구월십칠일, 인.

인ᄶᆞ를겨오쓰고, 비ᄶᆞᄂᆞᆫ못다쎳ᄂᆞᆫᄃᆡ, 붓을멈쳐시니, 무슨ᄭᅡᄃᆞᆰ이며, ᄯᅩ구월십칠일은, 졍히도망ᄒᆞ다ᄂᆞᆫ날인ᄃᆡ, 이졔ᄒᆞᆫ달을, 뎌모양으로안졋신, 어인일인고, 만심의혹ᄒᆞ다가, 인비안진겻ᄒᆡ, ᄭᆡ여진, 조약돌류리ᄶᅩ각이, 랑자ᄒᆞ거ᄂᆞᆯ, 마극이, 그제야, ᄭᆡ닷고,

알괘라, 알괘라.

좌션군이, 마극과을투를보ᄂᆡ고, 종일마ᄋᆞᆷ의현현ᄒᆞ야, 집안으로도라단이며, 좌불안셕ᄒᆞ야, 문밧, 오ᄂᆞᆫ가, 굿쓰소리만도, 오ᄂᆞᆫ가, 문을펄젹여다드며, ᄯᅩ념려ᄒᆞ되,
                        인비악독ᄒᆞ야, 이두ᄉᆞᄅᆞᆷ을, 만일불ᄒᆡᆼ케ᄒᆞ면, 져의독화도, 참혹ᄒᆞ려니와, 쟝슈촌
                        십만인즁이, 위ᄐᆡᄒᆞᆯ지로다, ᄯᅩᄉᆡᆼ각에ᄂᆞᆫ,
                        인비아모리음휼ᄒᆞ야도, 마극의ᄌᆡ략이샹젹ᄒᆞ고, 을투가년쇼ᄒᆞ나, 넉넉이협력ᄒᆞ리니, 혹두사ᄅᆞᆷ이, 다무사히, 도라오ᄂᆞᆫ가. ᄒᆞ야, 심신이비월ᄒᆞ더니, 홀연, 시자가엿ᄌᆞ오되,

마극
                        을투
                        두선ᄉᆡᆼ이, 오ᄂᆞ이다.

ᄒᆞ니, 좌선이, ᄭᅡᆷ쟉놀나며, 오다니, 모다니, 발셔오ᄂᆞ냐. ᄒᆞ고, ᄯᅱ여나가, ᄒᆞᆫ손으로, 마극을붓들고, ᄯᅩ한손으로, 을투를붓드러, 안진후에,

다른말다졋치고, 우션인비의졍형을듯셰.

념려마시오, 련텰초이발셔이발셰망ᄒᆞ고, 인비ᄂᆞᆫ죽엇ᄂᆞ이다.

좌선이, 일변놀나며, 일변깃거ᄒᆞ야, ᄒᆞᄂᆞᆫ말이,
                        인비가죽다니, 인비가죽다니, 엇더케알엇노.

우리들이, 분명히보앗쇼.

ᄒᆞ며, 을투를보고,
                        ᄂᆡ자셰히, 전후말을다ᄒᆞ려니와, 혹ᄲᅡ지거든, ᄌᆞ네가채워말ᄒᆞ계. ᄒᆞ며, 쳐음폭발약노아, 즁앙구에드러가든말과, 츄밀각에드려가, 목샹ᄌᆞ문을, 찻지못ᄒᆞ고, 강텰텰판을ᄭᅢ트리던말과, 류리챵으로, 인비의, 형샹을보던말을, 낫낫치고ᄒᆞ고, 마극이, ᄯᅩ말ᄒᆞ되,

전일, 그ᄃᆡ포
                        탄환을, 자셰히리야기ᄒᆞ엿거니와, 인비의말이, 유동탄산을, 탄환속에넛ᄂᆞᆫ다ᄒᆞ더니, 읏지ᄒᆞ야, 탄산이터졋ᄂᆞᆫ지, 쏘다졋ᄂᆞᆫ지, ᄑᆡᆼ챵ᄒᆞ야, 봉긔와샹박ᄒᆞᆫ고로, 와ᄉᆞ가빙설갓ᄒᆞ야, 져혼ᄌᆞ얼어쥭고, 우리만일, 그방속에드러가, 어리ᄃᆡ엿든들, 져를ᄯᅡ라, 빙곡에뭇칠번, ᄒᆞ얏ᄂᆞ이다.

을투ㅡᄯᅩ디의와아이밀을맛나, 일장싸호던일을, 말ᄒᆞ며, 필경그놈들이, 인비의쥭음을인ᄒᆞ야, 련텬촌의주인이되고져, ᄒᆞᆷ인듯ᄒᆞ오.

그런것이안이지, 나ᄂᆞᆫ련텰촌ᄂᆡ용을, 자셰알거니와, 인비의률령이, 엇지엄밀ᄒᆞᆫ지, 아모리친신ᄒᆞᆫ쟈라도, 인비의불음이, 업시면, 감히인비잇ᄂᆞᆫ쳐소에, 갓가히가지못ᄒᆞᄂᆞᆫ고로, 그두놈도, 인비의ᄉᆞᄉᆡᆼ을, 모로고, 률령을직히노라고, 외인을방어ᄒᆞᆫ일이니라.

ᄒᆞ니, 좌선이, 숀바닥을치며, 하날이로고, 그ᄃᆡ두사ᄅᆞᆷ살어온것도, 하날이요, 인비평ᄉᆡᆼ제ᄌᆡ죠만밋고, 남의인죵을, 멸ᄆᆞᆼᄒᆞᄒᆞ랴ᄒᆞ다가, 져먼져, 제몸을죽엿시니, 하날이로다. 나ᄂᆞᆫ이제늙엇시니, 그ᄃᆡ량소년은, 이를거울ᄒᆞᆯ지여다, 그러ᄂᆞ, 우리쟝슈촌의번셩ᄒᆞᆷ과, 우리쟝슈촌의친ᄋᆡᄒᆞᆷ을, ᄂᆡᄒᆞᆫ번하례ᄒᆞ지아니치, 못ᄒᆞ노라.

ᄒᆞ고, 잔을들어 경츅ᄒᆞ며,
                        우리쟝슈촌 만세,

우리쟝슈촌 만만세,

우리나전인죵만세,

우리나전인죵만만세.

과학소셜(科學小說) 텰셰계(鐵世界) 종(終)

===== 03_Yi Kwang-su_The Heartless (Mujeong - Short Story) =====

유월 중순, 찌는 듯하는 태양이 넘어가고, 안개 같은 수증기가 만물을 잠가 산이며, 천이며, 가옥이며, 모든 물건이 모두 반이나 녹는 듯 어두운 장막이 차차차차 내림에 끓는 듯하던 공기도 얼마큼 식어가고,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빽빽한 밤나무 잎을 가만가만히 흔들어서, 정적한 맘에 바삭바삭하는 소리가 난다.

처소는 박천(博川)송림(松林). 몽롱한 월색이 꿈같이 이 촌락에 비치었는데 기와집에 사곽문(舍廊門) 열어놓은 생원님들은, 몽몽(濛濛)한 쑥내로 문군(蚊群)을 방비하며, 어두운 마루에서 긴 대 털며 쓸데없는 수작으로 시간을 보내나, 피땀을 죽죽 흘리면서, 전답에 김매던 가난한 농부와 행랑 사람이며, 풀 뜯기와 잠자리 사냥에 피곤한 아동배(兒童輩)는 벌써 세상을 모르고 혼수(昏睡)하는데, 이 촌 중 중앙에 있는, 사오 채 와옥(昏睡) 뒷문이 방싯하고 열리더니, 그리로, 한 이십 세나 되었을 만한 젊은 부인이 왼편 손에 자그마한 사기 병을 들고 나온다. 늙은 밤나무 잎 사이로 흐르는 월광(月光)이 그 몸을 수놓더라. 몸에는 새로 지은 듯한 생저(生苧) 적삼과, 가는 베 치마를 입었고, 흰 그 얼굴에는 심통한 비애(悲哀)가 나타났더라. 부인을 따라 나오는 검은 강아지를 "쉬! 쉬!" 하여 들여 쫓고, 다시금 몽롱한 집을 들여다보더니, 소리 아니 나게 문을 닫고, 돌아선다. 그 두 눈으로는 멈춤 없이 눈물이 흐르더라. 부인은 쑥이며 으악이 갓길로 자란 풀을 헤치고, 캄캄한 솔밭을 향하여 올라가면서, 때때로 머리를 둘러 자기의 집을 돌아본다. 밤이 이미 깊었으매, 바람 한 점 없고, 푸른 하늘에 물먹은 무수한 성진(星辰)만 반듯반듯 하계를 감하(瞰下)한다. 부인은 거의 이성을 잃은 듯, 들편들편 하면서 발을 옮겨놓는데 목적은 자못 캄캄한 데로 가는 것이라. 지금 이 부인의 마음에는 희망도 없고, 공포도 없고, 심지어 비애조차 없게 되었도다. 처음에는 집을 떠날 때는 무슨 목적도 있었겠고, 계획도 있었겠다마는, 일보 일보로 점점 소거(消去)하고, 제일 어두운 수풀 속에 이르렀을 때에는 전혀 아무 감상도 아니 나게 되었더라.

아름이나 넘는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고 총생(叢生)한 가지며 잎이 하늘을 가리어 별도 잘 아니 보이고, 습한 지면에서는 눅눅한 취기(臭氣)가 나며 빽빽한 소나무 잎 사이로 흐르는 월광은 무수한 금침이 지면에 산(散)한 듯하더라. 부인은 미친 듯 오륙 보나 뛰더니 구부러진 소나무에 맞질려 깜짝 놀라서 우뚝 서면서 머리를 들어 우러러보더니, 경련적으로 해쭉 웃고, 앞으로 거꾸러지는 듯 그 나무를 안고 얼굴을 나무에 비빈다. 부인은 이러하고 한참 있더니, 무엇에 놀란 듯 프륵 떨면서 물러서서 손에 든 병을 보고 퍼석 주저앉는다. 한참이나 머리를 숙이고 앉으니 이성이 얼마큼 생긴다. 혼잣말로,

"아아, 그럴 때가 왜 있을꼬? 그럴 때가 왜 있을꼬? 아이고, 분해라! 아이고 절통해라! 그럴 때가 왜 있을꼬?"

부인은 병 든 손으로 땅을 덮고, 몸을 왼편으로 기울이고, 바른 손으로 가슴을 누르면서 머리를 흔든다.

"내가 이 집에 시집오기만 잘못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일생 시집이라고는 아니 가고, 어머님과 함께 있을걸, 흥, 흥."

이마를 치마로 가리고 앞으로 거꾸라진다.

"무엇이니, 무엇이니 하여, 다─쓸 데 있나······ 쓸데없어, 실컷 서방질이나······ 그래 쓸데없어, 쓸데없지!"

"계집아이 하나 믿고 살까? 죽었으면 편안하지, 이놈, 어디, 얼마나, 잘 사나 보자!"

하고 부인은 머리 들고 어깨춤을 추면서 곁에 누가 서 있기나 한 것같이, 피 선 눈으로 견주어 보더니,

"네, 이놈, 얼마나 잘 사나 보자!"

하고 병에 넣은 약을 꿀꺽꿀꺽 마시고 입을 접접 다시면서 병을 내던진다. 길게 한숨짓고 누우면서,

"그럴 때가 왜 있을꼬? 그럴 때가 왜 있을꼬? 이놈 어디 얼마나 잘 사나 보자, 내가 죽어서 귀신만 되었단 보아라, 그제, 칼을 가지고 와서, 그년, 그놈을 이렇게······."

팔로 찌르는 형용을 하면서,

"아이고, 어머니, 난 죽노라!"

하고 뱉는 듯이 운다. 두 합이나 먹은 것을 기우이 동맥, 모세관을 좇아 각 기관과, 세포에 퍼지니, 심장의 기능도 점점 둔하게 되고, 호흡도 곤란하여지며 전신에 허한(虛汗)만 솟는다. 정신도 차차 몽롱하게 되어 작용이 점점 단순하여지면서 원망과 육신의 고통밖에 감응치 아니하더라. 처음에는 "이제 죽겠다" 하고,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웠더니, 바라고 바라는 죽음은 아니 오고, 오는 것은 고통뿐이라. 고통이란 놈은 우리의 일생을 안고 돌다가 그것도 오히려 부족한지 죽을 때 일순시(一瞬時)에 남은 고통 전체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싸는 것이라. 가련한 이 부인은 지금, 잔혹, 무정, 침통한 고통에 싸워 "아이고 배야, 이놈!" 하는 소리로 이것을 벗어나려 하지도 못하고 부엉이의 입에 물린 토끼와 같이 '고통'의 하라는 대로만 하고 목숨 끊어지기만 기다리도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아이고 어머니, 이놈" 하면서, 꼬불락, 닐락 팔과 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하더니 약 한 시간이나 지나니, 끙끙대는 소리와, 이따금 흑흑 느끼는 것밖에 없게 되더라. 나무는 의연하셨고, 밤은 의연히 어두우며, 우주는 의연히 묵묵하도다. 자연(천지만물, 단 인류는 제하고)은 무정하고 냉혹하여, 우리야 싫어하든, 즐거워하든 잠잠히 있고, 또 그뿐 아니라 그 법칙은 극히 엄준하여 우리로 하여금 결코 일보도 그 외에 나서게 하지 아니하나니, 즉 우리가 슬퍼한대야 위로하는 법 없고, 우리가 일분일초의 생명을 더 얻으려 하여도 허락지 아니하지 않는가. 그런데 사람이란 동물은 고독을 싫어하는 고로 항상 그 '동무'를 구하며, 구하여 얻으면 기뻐하고 행복되며, 얻지 못하면 슬퍼하며 불행되느니라. 자연히 그 '동무'에는 조건이 있으니 즉 '정다운 자', '사랑스러운 자'라. 만일 이 조건에 불합하는 자면 비록 백만의 '동무'가 있어도. 오히려 무인광야에 홀로 선 것같이 기쁨과 행복이 없으되 만일 일인이라도 이 조건에 합하는 자 있으면 기쁨과 행복이 마음에 충만하여 전 우주 간에 만물이 하나도 미(美) 아님이 없고, 하나도 애(愛) 아님이 없나니 전자는 인류에 가장 불행하며 가련한 자요, 후자는 가장 복되며 운 좋은 자이니라. 제왕, 부귀 그 무엇인고?

전자에 속하는 가련한 저 부인은 고독의 비애가 그 극점에 달하여, 애를 실(失)할 시에 그 행복과, 기쁨을 잃고, 심지어 그 생명까지 버리려 하는도다. 이 부인으로 하여금─용자(容姿) 숙덕(淑德)을 무비(無備)한 이 부인으로 하여금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자, 그 누구? 한 사람의 생명을 파멸한 자가 누구? "아이고 배야, 이놈!" 하던 소리는 공기에 파동을 작하여 어디까지나 퍼졌는지 지지(只至)는 아무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생명 없는 일 물체로다.

촌가에서 닭을 소리 한두 마디 나더니, 젊은 여름밤이 벌써 지나가고 동편 하늘이 희어지며, 별이 조는 듯 차차 없어지는데 촌중이 북적 뛰놓더니 등불이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더라.

이상, 부인이라 하여온 사람은 송림한 좌수의 자부(子婦)라. 본시 동군(同郡)모제장의 독녀로서 일찍 부친을 여의고 모친과 노조모 하에 그 아우 하나로 더불어 길러낸 사람이라. 가세도 유여(有餘)하여 여비남복(女婢男僕)에 물 길어본 적 없으며, 또 그 모는 오십 넘은 상처(喪妻) 끝에 시집와 이십오에 과부가 되어 다문 두 자식을 바라보고 백발이 되도록 살아왔느니, 별로 교육 있는 이도 아니요, 자못 '무던한 사람'이러라. 그러므로 이 부인도 그 모의 감화를 입어 그저 '무던한 사람'이라. 학교에서 선생의 강의를 들은 바도 없고, 서적에서 물리며, 인정을 연구한 바도 없고, 외계(外界) 즉 사회의 영향이라고는 그 가정과 친척의 상태, 언어, 행동 등의 지나지 못하는 단순한 부인이라. 즉 한국 모형적 부인이라. 별로 특질도 없고, 능력도 없으나 간간히 그 성질을 설명하건대 입이 무겁고, 행실이 단정하고, 아무 일이고 삼가고 삼가며 절대적 부모와 지아비의 명령에 복종함이라.

저가 한명준의 아내가 된 것은 거금(去今) 팔 년 전, 즉 저가 십육, 명준이가 십이 적이라. 부인의 모친은 이 개년이나, 그 딸을 위하여 인근 촌리를 미행하면서 사위 될 재목을 고르던 결과로 한명준을 얻은 것이라. 저가 사위를 고를 때에 무엇을 표준으로 하였는고, 말하기를 일에 문벌, 이에 재산, 삼에 가족, 사에 당자며, 또 자기의 가정이 외롭다 하여 세력 있는 한 좌수와 사돈 되는 것이 한 끗 의지가 된다 함이라. 부인은 그 모만 믿고 어린 마음에 신랑의 얼굴 보기만 고대하고, 남 모르게 기뻐하며, 아무도 없을 때에는 '한명준한명준' 하고 즐겨 하며, 또 신랑의 화상(畫像)을 여러 가지로 마음에 그려보고, 그 가운데 제일 풍채 좋고 천재 있는, 정 있는 청년을 선택하여 '한명준'이라는 이름을 짓고는 즐겨하며, 철없는 아우가 "야─, 한명준이 색시" 하면서 어깨를 짚을 때에도 가장 시끄러운 듯 몸은 흔드나 기쁜 웃음이 목젖까지 말려 나오고, 귓결에 신랑의 결점이 들리면, 한끝으로는 노하고, 한끝으로는 무섭기도 하여, 아무쪼록 부인하려 하더니 어언간 십일월 십칠일이 왔더라. 부인은 밤 들기를 고대하여 기쁨과 부끄러움과 의심을 섞어가지고 위황(煒煌)한 촉광(燭光)에 비치어 신랑의 방에 들어가, 장옷 속으로 병풍에 의지하여 서 있는 신랑을 보니 키는 십 세나 난 아해 같고 검은 갓 아래로 겨우 보이는 조그만 얼굴에는 핏빛 하나 없고 멀뚝멀뚝하는 그 두 눈, 조말조말한 그 태도. 얼굴에는 조금도 사랑스럽거나 정다운 표정이 없더라. 부인의 가슴에 있던 아름다운 마음은 다 스러지고, 비애와 절망만 문들문들 솟아나와 울고까지 싶도다.

곤하여서 곁에서 색색, 자는 신랑의 숨소리를 들으매, 지금껏 꽃밭에서 노니다가, 여우한테 홀리어서 여우의 굴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 꿈을 꾸다가 깨친 것 같기도 하고.

'아아. 이것이 내 일생에 같이 살아갈 지아비인가' 생각하면 가슴이 막히어. 어찌하여 어머니가 이런 사람을 골랐던고? 시집가는 데는 어미도 믿지 못할 것이로다. 아아, 이것이 나의 지아비인가? 난생처음 한심이요, 난생처음 슬픔이며, 난생처음 탄식이라.

이후 일 년허(許)나 본가에 있다가 시집이라고 가보니, 모두 낯모르는 사람이요, 자못, 하나, 아는 사람은 지아비나 남보다 더 냉담하고. 구고(舅姑)는 첫 며느리라 하여 심히 종애(鍾愛)하나, 정작 사랑할 지아비는 "옷 내라" "버선 기워라" 하는 소리밖에 아니 하니 부모의 사랑이나 받으려면 본가에 있는 편이 낫지 아니할까.

남모르게 눈물로 지내는 중 흐르는 세월이 일 년이나 지나가는데 명준이는 점점 소원하여져서 부모의 말도 아니 듣고 사랑에서 독거하게 되니 부인의 비애와 적막은 날로 깊어가는지라. 그 화기 있고 아름답던 얼굴은 점점 여위어가고, 활발하던 정신은 점점 침울하게 되어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던 인생 문제까지 생긴다. 한 좌수는 항상 밖에 있는 고로 자세히 가내 사정을 몰라, 안에 있고 이런 방면에 주의하는 모친은 대단히 걱정하여, 이따금 그 아들을 불러서 훈계하나 아들은 마이동풍으로 듣지 않고, 정이 점점 더 소원히 되어 그 처를 보기만 하여도 미운 생각이 나는 고로 조그만 일에도 팔깍팔깍 노하더라. 명준이도 차차 힘이 들어오매 이따금 그 처를 어여삐 여기는 정이 생기나 이는 잠시라, 자기도 왜 미워하는지 그 이유는 모르나 그저 미운 것이라, 뉘라서 능히 이 정을 없이하리오, 자못 발현치 않게 제어할 따름이지.

부인은 처음에는 애정과 육욕의 기갈(飢渴)에 비탄하더니 연령이 이십이 넘음에 자손 걱정까지 생겨서 비탄에 비탄을 더하더라. 설상가상은 이를 이름인지? 그 모친의 일찍 늙은 이유를 비로소 깨닫더라.

명준이도 열일곱이 넘자 역시 고독의 비애를 깨달아 그 처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려 힘쓰더니 힘쓰면 힘쓸수록 더욱 소원하여가는지라. 마침내 외박이 번번하며 성중 출입이 잦고, 얼마 아니하여 이웃에게 '외입쟁이'라는 칭호를 얻고, 주상(酒商) 창기의 채인(債人)이 한 좌수의 문에 자주 출입하며, 전답 문건이 날마다 날아나게 되니 부인의 유일 동정자 되는 시어머니도 점점 냉담하게 되어가더라.

이렁저렁 이 년이 되는 후 하루는 한 좌수가 명준을 불러,

"너, 이놈, 왜 그런 못된 짓을 하여서 네 집안을 망하게 한단 말이냐."

하고 그 죄를 꾸짖으매

"그러면 첩을 하나 얻게 해주시오."

명준은 외입에 단련이 되어, 조금도 부끄러움 없이 대답하거늘 좌수도 여러 말로 꾸짖어도 보고, 얼려도 보다가 할 수 없이

"그러면, 네 처에게 물어봐라."

하고 입을 쩍쩍 다시면서 담뱃대를 떠니,

"정말이십니까?"

명준은 희색(喜色)이 만안(滿顔)이라.

칠 년 만에 부부 동침이라!

부인은 무슨 일인지를 모르고 꿈같이 생각하나 조금도 기쁜 정은 없더라. 부인의 열렬하던 정은 육칠 년간 애수 비탄에 다 식어 냉회(冷灰)가 되었도다.

무슨 일인데 명준이가 그날은 가장 친절하며 지금껏 소원하던 죄를 성심으로 하는 것같이 사(謝)하며 각색 행동이 명준이는 아는 듯하더라. 어디 알았으리오. 이리가 양의 가죽을 쓰고 양의 무리에 섞이는 것은 양을 해하려 함일 줄을.

"여보게, 나 원할 게 하나 있는데."

부인은 들은 듯 못 들은 듯 잠잠하고 있다.

"여보게, 나 원할 게 하나 있는데."

"아니. 원할 게라니. 내게 무슨 원할 게 있겠소?"

부인이 온순한 음성으로 대하면서 '무슨 소리를 하려는고?' 하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말할 게 아니야."

"······."

"들어주겠나? 이건, 꼭, 자네가 들어주어야 할 게야."

"무엇인지 말씀하시구려."

"아니, 이건 참 들어주겠다야 하겠는데······."

"말씀을 하시구려."

"임자, 켤 내지 말으시. 나 첩 하나 얻으라나?"

부인도 이 말을 듣고는 분이 버썩 나서 '에, 이, 개 같은 자식 같으니' 하고 욕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생기며, 욕이 목젖까지 밀어오나 '무던한 사람'이라, 그도 못 하고,

"나돌아다니면서 부모님 걱정 아니 시키겠으면 얻구려."

이것은 참 억지로 억지로 나오는 말이라. 이 말 속에 얼마나 비애와 원통이 숨었으리오.

"그래도 나를 버리지는 않지요."

부인은 오래오래 생각하다가, 필사의 용(勇)을 다하여 이 말을 하였다.

"그럴 수가 있나 버리다니······."

첩을 데려온 후에는 또 전과 같이 소원하여지더라. 부인은 그 속음을 알고 더욱 분하며, 더욱 절통하며, 더욱 비애하여, 이전에는 자못 명준이만 원망하였더니, 좀 지나서는 전 남자를 원망하게 되며, 심지어는 전 인류를 원망하게 되고, 마침내 자기의 존재를 원망하게 되더라.

부인은 잉태한지라. 이럴 줄을 안 후로는, 자연, 좀 기쁨이 생기며 이것이 아들인가 딸인가 하는 문제로 날마다 궁구하면서 팔구 년 전 명준의 화상 그리던 법을 재용(再用)하며 전혀, 스러졌던 공상이 점점 생겨, 다시 즐거운 시대를 만날 것 같은 희망도 생겨 그 아이 나기만 고대하더니 생부의 제일(祭日)에 본가에 갔다가 어떠한 무녀에게 문점(問占) 한즉 여자라 하는지라. 공중에 지었던 누각(樓閣)이 다 무너지고 실망 낙담하여 시가에 돌아와 본즉 자기 있던 방에는 자기의 기구는 하나도 없고 어떤 눈썹 짙고, 분 바르고, 권연(卷煙) 피우는 계집이 있더라. 이것은 유월 십칠일이러라.

===== 04_Yi Hae-jo_Blood of Flowers (Hwa-ui Hyeol) =====

무릇 쇼셜은 톄ᄌᆡ가 여러 가지라 한 가지 젼례ᄅᆞᆯ 들어 말ᄒᆞᆯ 슈 업스니 혹 졍치ᄅᆞᆯ 언론ᄒᆞᆫ 자도 잇고 혹 졍탐을 귀록ᄒᆞᆫ 자도 잇고 혹 샤회ᄅᆞᆯ 비평ᄒᆞᆫ ᄌᆞ도 잇고 혹 가졍을 경계ᄒᆞᆫ 자도 잇스며 기타 륜리 과학교졔 등 인셩의 쳔ᄉᆞ만ᄉᆞ 즁 관계 안이되ᄂᆞᆫ 자이 업ᄂᆞ니 샹쾌ᄒᆞ고 악착ᄒᆞ고 슯흐고 즐겁고 위ᄐᆡᄒᆞ고 우슌 것이 모도다 됴흔ᄌᆡ료가 되야 긔자의 붓ᄭᅳᆺ을 ᄯᅡ라 ᄌᆞ미가 진진ᄒᆞᆫ 쇼셜이 되나 그러나 그 ᄌᆡ료가 ᄆᆡ양 옛ᄉᆞᄅᆞᆷ의 지나간 자최어나 가탁의 형질 업ᄂᆞᆫ 것이 열이면 팔구ᄂᆞᆫ 되되 근일에 져슐ᄒᆞᆫ
          박졍화
                    화셰계
                    월하가인
           등 슈삼죵 쇼셜은 모다 현금의 잇ᄂᆞᆫ 사ᄅᆞᆷ의 실지 샤젹이라 독자 졔군의 신긔히 넉히ᄂᆞᆫ 고평을 임의 만히 엇엇거니와 이졔 ᄯᅩ 그와 ᄀᆞᆺ튼 현금 사ᄅᆞᆷ의 실젹으로 화의 혈(花의 血)이라 ᄒᆞᄂᆞᆫ 쇼셜을 ᄉᆡ로 져슐ᄒᆞᆯ ᄉᆡ 허언 랑셜은 한 구졀도 긔록지 안이ᄒᆞ고 뎡녕히 잇ᄂᆞᆫ 일동 일졍을 일호차착 업시 편즙ᄒᆞ노니 긔자의 ᄌᆡ됴가 민쳡지 못ᄒᆞᆷ으로 문쟝의 광ᄎᆡᄂᆞᆫ 황홀치 못ᄒᆞᆯ지언졍 ᄉᆞ실은 젹확ᄒᆞ야 눈으로 그 사ᄅᆞᆷ을 보고 귀로 그 ᄉᆞ졍을 듯ᄂᆞᆫ 듯 ᄒᆞ야 션악간 죡히 밝은 거울이 될만 ᄒᆞᆯ가 ᄒᆞ노라

텬하에 보고 볼소록 어엽분 것은 향긔러온 ᄭᅩᆺ이라 ᄭᅩᆺ이 한 번 퓌면 십년
                        ᄇᆡᆨ년
                        쳔년
                        만년을 니울지도 안코 ᄯᅥ러지지도 안코 고흔 ᄉᆡᆨᄐᆡᄅᆞᆯ 한결ᄀᆞᆺ치 ᄯᅴ우고 잇ᄂᆞᆫ 것이 안이라 일년
                        일도에 츈삼월이 도라오면 낫이며는 볏ᄅᆞᆯ 쏘이고 밤이며는 이슬을 밧아 몃 밤 몃 날만에 간신히 퓌인 그ᄭᅩᆺ이라셔 져 잇슬 긔한을 온젼히 잇다가 니울고 ᄯᅥ러짐도 셥셥ᄒᆞ고 원통ᄒᆞ려던 ᄯᅳᆺ밧긔 사나온 바ᄅᆞᆷ과 모진 비에 못견ᄃᆡᆫ 바이 되여 열흘 잇슬 것을 일혜나 여들ᄋᆡ에 흔젹이 업셔지면 그 셥셥ᄒᆞ고 원통ᄒᆞᆷ이 더구나 엇더ᄒᆞ며 바ᄅᆞᆷ과 비ᄂᆞᆫ 텬디 ᄌᆞ연ᄒᆞᆫ 리치로 되ᄂᆞᆫ 것이라 누구를 원망ᄒᆞᆯ 슈 업지마는 엇의셔 맛ᄎᆞᆷ 경박ᄒᆞᆫ ᄋᆞᄒᆡ가 와셔 ᄉᆞᄌᆡ고 독ᄒᆞᆫ 손으로 아ᄭᅡ온 쥴을 모르고 졔 욕심을 ᄎᆡ오기만 위ᄒᆞ야 한 번 ᄯᅮᆨ ᄭᅥᆨ거 노으니 슯프다 그 ᄭᅩᆺ이 경각에 빗이 변ᄒᆞ며 향긔가 젹막ᄒᆞ야 지ᄂᆞᆫ도다 이 셰상 샤ᄅᆞᆷ 즁 츈ᄉᆡᆨ을 앗길쥴 모로ᄂᆞᆫ 범샹ᄒᆞᆫ 무리ᄂᆞᆫ 그 ᄭᅩᆺ이 퓌여도 퓌엿나 보다 니울고 ᄯᅥ져도 이울고 ᄯᅥ러졋나 보다 누가 ᄭᅥᆨ거도 ᄭᅥᆨ나 보다 ᄒᆞ야 심샹히 보고 심샹히 지나ᄂᆞᆫᄃᆡ 엇더ᄒᆞᆫ 녀ᄌᆞ 한 아이 ᄭᅥᆨ거진 그 ᄭᅩᆺ가지를 다졍히 집어들고 한업시 가엽시 넉이이며

"에그 앗가워라 언의 몹슬 ᄋᆞᄒᆡ가 이런 못ᄒᆞᆯ 노릇을 ᄒᆡᆺ슬가 겨우ᄂᆡ 풍셜 즁에 쳔신만고ᄅᆞᆯ 다 격다가 봄쳘을 인졔 만나 간신히 퓌힌 너를 ᄉᆞ졍 업시 ᄯᅮᆨ ᄭᅥᆨᄭᅥᆺ구나"

ᄒᆞ며 연ᄒᆞᆫ 눈에 조곰만 더ᄒᆞ면 눈물이 나올 듯 ᄒᆞ다가

"속졀업다"

소리를 구슯흐게 ᄒᆞ고 우두커니 안졋스니
            그 녀ᄌᆞᄂᆞᆫ 젼라남도
                    쟝셩군
                    쵀호방
            이 나이 ᄉᆞ십이 되도록 ᄌᆞ녀간 한낫 혈육이 업셔 ᄆᆡ양 셜워ᄒᆞ더니 그 고을
                    퇴기츈홍
            을 작쳡ᄒᆞ야 텬ᄒᆡᆼ으로 ᄯᆞᆯ 형졔를 나엇스니 큰 ᄯᆞᆯ의 일홈은 션초
            요 젹은 ᄯᆞᆯ의 일홈은
            모란
            이라 모란
            이ᄂᆞᆫ 유치에 어린 ᄋᆞᄒᆡ라 죡히 의론ᄒᆞᆯ 바ㅣ 업거니와 션초
            ᄂᆞᆫ 십 셰가 넘어 졈졈 쟝셩ᄒᆞ야오니 ᄭᅩᆺ ᄀᆞᆺ흔 얼골과 달 ᄀᆞᆺ흔 ᄐᆡ도가 한 곳도 범연ᄒᆞᆫ ᄃᆡ가 업ᄂᆞᆫ 일ᄉᆡᆨ이러라 ᄌᆞᄅᆡ로 젼ᄒᆡ오ᄂᆞᆫ 말이 죠션
                    십삼도 즁 젼라도
             물ᄉᆡᆨ이 뎨일이오, 젼라남북도즁 장셩군
             물ᄉᆡᆨ이 ᄯᅩ 뎨일인ᄃᆡ 그 고을 ᄇᆡ판(排判) 이후로 명긔가 나고 명기가 나도 들도 못되고 ᄭᅩᆨᄭᅩᆨ 한 아식이 련ᄒᆡ 계속ᄒᆡ셔 나셔 일셰에 훤자ᄒᆞ던 터이라 쵀호방이 션초의 인물을 속졀 업시 버리기가 앗가워셔 그 곳 풍속ᄃᆡ로 십 삼셰에 기안에다 너엇ᄂᆞᆫᄃᆡ 션초
            ᄂᆞᆫ ᄶᅡᆨ이 업시 총명령리ᄒᆞᆫ 녀ᄌᆞ라 ᄒᆞᆫ 번 듯고 한 번 본 것을 능통치 못ᄒᆞᄂᆞᆫ 것이 업셔 글
                    글시
                    가무
                    음률이 교방분ᄃᆡ 즁 뎨일 읏듬이 되니 그 일홈이 원근에 젼파ᄒᆞ야 언늬 남ᄌᆞ가 션초
             한 번 보기ᄅᆞᆯ 원ᄒᆞ지 안ᄂᆞᆫ 자ㅣ 업고 한 번 보기 곳ᄒᆞ면 ᄭᅩᆺ다온 인연을 ᄉᆡᆼ각지 안ᄂᆞᆫ 자ㅣ 업더라 션초
            가 한나라도 젹어셔ᄂᆞᆫ 동모ᄅᆞᆯ ᄯᅡ라 이런지 뎌런지 모로고 언의 ᄇᆡ반이라 언의 노름에셔 부르ᄂᆞᆫ ᄃᆡ로 됴와셔 가더니 어언간 십 오셰가 됨ᄋᆡ 거울 ᄀᆞᆺ치 ᄆᆞᆰ은 텬셩으로 왼갓 물졍을 모도 짐작ᄒᆞᄂᆞᆫ 터이라 ᄒᆞᆫ 번은 엇더ᄒᆞᆫ 연회에를 갓다가 호탕ᄒᆞᆫ 무리가 셜만히 구ᄂᆞᆫ 양을 보고 슬몃이 분원ᄒᆞᆫ ᄉᆡᆼ각이 드러셔 ᄒᆞᆫ탄ᄒᆞ기를

"
                        나
            도 사ᄅᆞᆷ인ᄃᆡ 부모의 혈육을 타고나셔 엇지타 이ᄀᆞᆺ치 쳔ᄒᆞᆫ 구덩이에 몸이 ᄯᅥ러졋노 그ᄂᆞᆫ 이 곳 풍속이 괴악ᄒᆡ셔 ᄌᆞ식 나셔 기ᄉᆡᆼ에 박ᄂᆞᆫ 것을 젼례로 넉이ᄂᆞᆫ 터이니 부모의 원망ᄒᆞᆯ 것도 업고 내
            가 한눈 한팔 병신으로 ᄉᆡᆼ기지 못ᄒᆞᆫ 것만 졀통ᄒᆞ지 그러ᄂᆞ 텰 즁에도 ᄌᆡᆼᄌᆡᆼ이라고 아모리 기ᄉᆡᆼ이라도 졔 ᄒᆡᆼ실 뎌가질 탓이지기ᄉᆡᆼ이라고 다 ᄀᆡ즘ᄉᆡᆼ의 ᄒᆡᆼ실을 ᄒᆞᆯ가 광ᄃᆡ타령의 말맛다나 옛날 츈향이ᄂᆞᆫ
                            남원기ᄉᆡᆼ으로 헛탄히 몸을 버리지 안이ᄒᆞ고 년긔와 ᄌᆡ질이 뎍당ᄒᆞᆫ 리도령

                        을 맛ᄂᆞ 일부죵ᄉᆞ를 ᄒᆞ얏슴으로 그 아람다온 일홈이 몃 ᄇᆡᆨ년을 쎡지 안이ᄒᆞ얏ᄂᆞᆫᄃᆡ 나 역시 팔ㅅᄌᆞ가 긔박ᄒᆞ야 쳔ᄒᆞᆫ 몸은 비록 되엿스나 졀ᄒᆡᆼ이야 남만 못ᄒᆞᆯ 것 잇나
          "

ᄒᆞ고 그날부터 속에ᄂᆞᆫ 남복을 입고 것헤ᄂᆞᆫ 녀복을 ᄒᆞ야 불의에 창피ᄒᆞᆫ 일을 방비ᄒᆞ고 관찰
                    군슈이하로 아모리 흠모ᄒᆞ야 슈쳥을 드리고져 ᄒᆡ도 쥭기로써 ᄆᆡᆼ셰ᄒᆞ고 텽종치 안이ᄒᆞ니 그관찰
                    군슈가 젹이 지각이 잇ᄂᆞᆫ 자들 ᄀᆞᆺ흐면 졔 ᄯᅳᆺ이 가상ᄒᆡ셔라도 아모조록 찬셩을 ᄒᆞ야 지조ᄅᆞᆯ 온젼히 직히게 ᄒᆞᆯ 터이어ᄂᆞᆯ ᄒᆞᆫ ᄃᆞᆯ이 멀다ᄒᆞ고 펄ᄶᅧᆨ 갈아오ᄂᆞᆫ 그 관찰
                    그 군슈가 모도 다 한ᄆᆡ ᄯᅡᆼ이라 션초
            의 인물을 보고 졔각기 침이 업시 욕심을 ᄂᆡ여 만단 ᄀᆡ유도 ᄒᆞ고 ᄇᆡᆨ방 위협도 ᄒᆞ나
            션초
            의 작졍은 년귀도 ᄌᆞ긔와 ᄀᆞᆺ고 인물도 ᄌᆞ긔와 ᄀᆞᆺ고 총명도 ᄌᆞ긔와 ᄀᆞᆺ흔 남ᄌᆞ와 ᄭᅩᆺ다온 인연을 한 번 ᄆᆡ져 검은머리 파ᄲᅮ리 되도록 란봉의 깃드림ᄀᆞᆺ치 금슬지락을 누릴리라 ᄒᆞ야 아모리 관직이 놉흔 자이ᄂᆞ 긔구가 됴흔 자이ᄂᆞ 의복을 샤치ᄒᆞᆫ 자이라도 일톄로 거졀ᄒᆞ노라니 뎌간에 당ᄒᆞᆫ 단련이야 이로 엇치 다 측량ᄒᆞ리오 엇던 ᄌᆞᄂᆞᆫ

"
            이 ᄋᆡ 션초
            야 말 드러라
            네
            가 바로 기안에 일홈이 업고 규즁에 깁히 감초아 잇ᄂᆞᆫ터 ᄀᆞᆺ흐면 모로겟다마는 귀왕 화류장에 발을 젹신이샹에 슌샹ᄉᆞㅅ도가 그쳐럼 ᄒᆞ시고 본관ᄉᆞㅅ도가 그쳐럼 ᄒᆞ시는ᄃᆡ 웨 말을 안이 듯고 고집을 ᄒᆞ늬
            너
             ᄀᆞᆺ흔 ᄌᆞ격에 눈 ᄭᅳᆷᄶᅧᆨᄒᆞ고 한 번만 응락을 ᄒᆞ얏스면 이 도나 이 고을 일판을 쥐엿다 폇다ᄒᆞᆯ 터이니 그 안이 됴흐냐
          "

엇던 자ᄂᆞᆫ

"
            여보게 션초
            씨 자네
             ᄉᆡᆼ각이 엇더케 드러 이러케 고집을 ᄒᆞ나 왕후쟝샹(王侯將相)이 씨가 잇다던가
            ᄌᆞ네
            가 ᄉᆞㅅ도 슈쳥 곳 들게 되면 오ᄂᆞᆯ
                        기ᄉᆡᆼ이 ᄅᆡ일 마마님이 되야 호강도 한 번 느려지게 ᄒᆞ려니와
            ᄌᆞ네
             속에셔 아ᄃᆞᆯ을 쑥쑥 나으면 그 아ᄃᆞᆯ이 판셔ᄂᆞᆫ 못ᄒᆞ겟ᄂᆞ 졍승은 못ᄒᆞ겟ᄂᆞ 관찰ᄉᆞ
                        군슈 무엇은 못ᄒᆞ겟ᄂᆞ 그ᄯᆡ 가셔ᄂᆞᆫ 졍경부인이 되야 언졔 기ᄉᆡᆼ 노릇을 ᄒᆞ얏더냐 ᄒᆞᆯ 터인ᄃᆡ 그것을 실타고 말을 안이 듯ᄂᆞᆫ단 말인가
          "

그 즁에
            션초가관찰
                        군슈의 슈쳥 안이 듯ᄂᆞᆫ 것을 ᄒᆡ롭지 안이케 넉여 슬몃이 졔 욕심을 ᄎᆡ오고져 ᄒᆞᄂᆞᆫ 자ᄂᆞᆫ

"
            허ㅣ
            ᄌᆞ네
             잘 ᄉᆡᆼ각ᄒᆡᆺ네관찰
                        군슈 그네들은 ᄯᅳᆫ구름에 흰ᄆᆡ아지 일뎨로 휙 지ᄂᆞ가면 고만인ᄃᆡ 당장에 ᄌᆞ긔 눈 압헤
            ᄌᆞ네
            가 뵈이닛가 아즉 쇼일이나 ᄒᆡ보려고 엇져니 엇져니 별별 소리를 다 ᄒᆡ가며 슈쳥을 드리려고 ᄒᆞ 것이지 벼ᄉᆞᆯ만 갈녀셔 훌ᄶᅧᆨ 가보게 ᄭᅮᆷ에나
            ᄌᆞ네
             ᄉᆡᆼ각을 ᄒᆞᆯ 터인가 두말 말게
            내가 ᄌᆞ네 구실을 ᄯᅦ여줄 것이니 우리 둘이 ᄀᆞᆺ치 한 번 살아 보셰
          "

하로도 몃 샤ᄅᆞᆷ이 문턱이 달토록 드나들며 감언리셜로 ᄭᅮᆯ을 들어 붓ᄂᆞᆫᄃᆡ
            션초
            ᄂᆞᆫ 그리ᄒᆞᆯᄉᆞ록 ᄆᆞᄋᆞᆷ을 더 굿거니 가져 혹 졍ᄉᆡᆨ을 ᄒᆞ야 거졀도 ᄒᆞ고 혹 됴흔 말로 반ᄃᆡ도 ᄒᆞ니
            션초
            가 려염가 규슈로 츈ᄉᆡᆨ을 루셜치 안이ᄒᆞᆫ 터 ᄀᆞᆺ흐면 무리ᄒᆞᆫ 말로 권ᄒᆞᆯ 샤ᄅᆞᆷ도 업슬 것이오 권ᄒᆡ셔 말을 안이 듯더ᄅᆡ도 말ᄒᆞ던 졔나 무안ᄒᆞ지 이샹히 넉일바ㅣ 안이로ᄃᆡ
            졔
            가 교방 츌신으로 사ᄅᆞᆷ마다 가허 ᄭᅥᆨ글만ᄒᆞᆫ 로튜장화가 되야 그 모양으로 말살스럽게 구니 듯고보ᄂᆞᆫ 자ㅣ 모다 큰 변괴나 십어 한 입 걸너 두 입 걸너 그 쇼문이 ᄉᆞ면 각쳐에 안이퍼진 ᄃᆡ가 업ᄂᆞᆫᄃᆡ 말은 갈ᄉᆞ록 보ᄐᆡᆫ다고 젼ᄒᆞᄂᆞᆫ 자의 셩미ᄅᆞᆯ ᄯᅡ어 졈졈 한 마듸식을 보ᄐᆡ여 나죵에ᄂᆞᆫ
            셔울성지 젼파되기를

"
                        젼랴남도
                        쟝셩군
            에
            션초
            라ᄂᆞᆫ 텬하 일ᄉᆡᆨ기ᄉᆡᆼ 한 아이 낫ᄂᆞᆫᄃᆡ 인물은
            양귀비
                        셔시
            가 명함을 못드리겟고 ᄌᆡ질은
            반쳡여
                        소소ᄆᆡ
            가 현신도 못ᄒᆞ겟ᄂᆞᆫᄃᆡ 엇지 ᄆᆞᄋᆞᆷ이 도고ᄒᆞᆫ지 바로 찬물에 둘 ᄀᆞᆺᄒᆡ셔관찰
                        군슈 이하로 그 경ᄂᆡ 부ᄌᆞ의 ᄌᆞ식들이 언의 누가 침을 안이 ᄉᆞᆷ킬 샤ᄅᆞᆷ이 업스되 ᄎᆞ례로 퇴박을 맛졋다ᄂᆞᆫ 걸 그런ᄃᆡ 말을 드른 즉 아무ᄯᆡ던지 두질방 ᄉᆞ이에 목아지 너은 막버리ㅅ군이라도
            졔
                        눈에 드는 자만 맛나면 ᄇᆡᆨ 년을 ᄀᆞᆺ치 살 작뎡으로
                            졔집 들창문에 발을 드리고 ᄆᆡ일 몃 ᄇᆡᆨ명식 지나가ᄂᆞᆫ 남ᄌᆞᄅᆞᆯ 낫낫치 션보기로 죵ᄉᆞᄅᆞᆯ ᄒᆞᆫ다ᄂᆞᆫ 걸 아모라도 이목구비나 ᄯᅩᆨᄯᅩᆨ이 쓰고 낫거던 ᄌᆞ두지족을 훨신 ᄆᆡ만지고 일부러 한 번 나려가 션을 뵈여볼만 ᄒᆞ더라
          "

이 소문이 부인 샤회로 도라단니ᄂᆞᆫ 것이 안이라 의례히 둘이 뫼나 솃이 뫼나 남ᄌᆞ춍즁에셔 이약이가 나ᄂᆞᆫᄃᆡ 무론 엇던 남ᄌᆞ총즁이고 리약이 곳 나면

"허어 그것 무던ᄒᆞ고 기ᄉᆡᆼ에도 그런 ᄌᆞ격이 잇더란 말인가 그ᄅᆡ야 ᄒᆞ지 샤ᄅᆞᆷ이 되야 개도야지 모양으로 란잡히 ᄒᆡᆼ동을 ᄒᆞ다가 남의 쇼년 ᄌᆞ뎨를 슈업시 버려쥬고 져ᄭᆞ지 악ᄒᆞᆫ 병이나 엇어 신셰ᄅᆞᆯ 맛칠가 허어 그것 긔특ᄒᆞ고"

란봉으로 막된 위인들은

"
                        실업슨 년
                        졔
            가 안이 ᄭᅩᆸ게 졀ᄒᆡᆼ이라ᄂᆞᆫ 것이 다 무엇인고 그럴 터이면 기ᄉᆡᆼ노릇은 웨 ᄒᆡ
            우리
            ᄂᆞᆫ 보지ᄂᆞᆫ 못ᄒᆡᆺ지마는
            제
             얼골이 응당 반쥬 그러ᄒᆞ기에 이 사ᄅᆞᆷ 뎌 사ᄅᆞᆷ이 회가 동ᄒᆞ야 날치ᄂᆞᆫ 것이니 이 놈도 됴ᄎᆞ 뎌 놈도 됴ᄎᆞᄒᆞ야 셰샹 보ᄂᆡᄂᆞᆫ 것이 샹ᄎᆡᆨ이지 되지 못ᄒᆞ게
            졔
            가 그러면 무엇을 ᄒᆡ 무졍 셰월에 덧업시 늙어만지면 엇던 실업의 아ᄃᆞᆯ 놈이 ᄎᆞᄌᆞ갈 터인가
          "

그 즁에 우악ᄒᆞᆫ 자ᄂᆞᆫ

"
                        쥬져넘은 년
                        졔 어미
            도 기ᄉᆡᆼ으로 ᄆᆡ인 열지ᄒᆞ던 것이라ᄂᆞᆫᄃᆡ ᄀᆞ쟝
            졔
            가 졘쳬ᄒᆞ고 그리면

                            졔
            집 대문에 졍문을 셰워볼 줄 아ᄂᆞ
            그런 년
            이 욕심은 더 앙큼ᄒᆞ게 잇셔셔 외양으로 ᄀᆞ쟝 고결ᄒᆞᆫ 톄 ᄒᆞ고 은근히 별별일이 다 만흔 법이지관찰
                        군슈로 잇ᄂᆞᆫ 분네들이 모다 다 ᄯᅩᆼ물에 튀ᄒᆞᆫ 인물들이기에 그럿치 젹이 손아귀가 ᄯᅡᆨᄯᅡᆨᄒᆞ고 보면 졔ᄭᆞ진 년
            이 엇의 가셔 그런 버르장이ᄅᆞᆯ ᄒᆞᆯᄭᅮ 당쟝 흔ᄯᅴ임을 ᄒᆞ야 다시 그런 버르장이ᄅᆞᆯ 못ᄒᆞ게ᄒᆞ얏스면 다른 기ᄉᆡᆼ에게ᄭᆞ지 본모기가 되지
          "

그런 말을 아모라도 ᄒᆞᆫᄯᆡ 우슴거리로 듯고말 터인ᄃᆡ 그 즁에 나히 ᄉᆞ십이나 되고 얼굴이 검푸르고 슈염이 만토 젹도 안코 키ᄂᆞᆫ 즁ㅅ길은 되ᄂᆞᆫ 사ᄅᆞᆷ 한 아히 눈을ᄭᅡᆷ작ᄭᅡᆷ작ᄒᆞ고 가커니 부커니 아모말 업시 감안히 안져 드르며 손에 든 합쥭션을 폇다 졉엇다 ᄒᆞ다가 ᄀᆞ장 범연스러온 쳬 ᄒᆞ고

"
            에
            이 사ᄅᆞᆷ들
             샹스러온 소리 고만두게 졈자는 샤랑에셔
                            외하방
                            기ᄉᆡᆼ년
                        의 이약이ᄂᆞᆫ 응 창피스러워
            졔
            가 잘나면 얼마나 잘낫겟스며 셜혹 잘낫기로 무엇을 그리 ᄯᅥ든단 말인구
          "

좌셕에 맛ᄎᆞᆷ 젼라남도
             친구가 안졋다가

"
                        로형
            말ᄉᆞᆷ이 당연ᄒᆞ기ᄂᆞᆫ ᄒᆞ오마는
            나
            도 금년
                        이월에
            쟝셩읍
            에를 갓다가 션초
            를 얼풋 보닛가 과연 ᄉᆡᆼ기기ᄂᆞᆫ 쎡 도뎌ᄒᆞ게 ᄉᆡᆼ겟셔요 쳐음에야
            션초
            의 소문만 드럿지 자셰 알앗소마는

                            졔
            집이 바로 삼문 압인고로 하로도 몃 번식 드나드ᄂᆞᆫ 것을 보고 짐작ᄒᆞ얏지오
          "

ᄃᆡ범ᄒᆞᆫ 톄 ᄒᆞ던 자
            ᄂᆞᆫ 리도ᄉᆞ
            라 ᄒᆞᄂᆞᆫ 자인ᄃᆡ 평일 력ᄉᆞᄅᆞᆯ ᄃᆡ강 말ᄒᆞ자면 속담에 만셕즁이 일반이라 션ᄇᆡ ᄯᆡ부터 량반은 ᄌᆞ긔 한아ᄲᅮᆫ인 쳬 언변도 ᄌᆞ긔 한아ᄲᅮᆫ인 톄 지혜도 ᄌᆞ긔 한아ᄲᅮᆫ인 쳬 그 즁에 엉큼ᄒᆞᆫ 욕심은 드러안져셔 언의 산림에게 집지를 ᄒᆞ야 학ᄒᆡᆼ도 ᄌᆞ긔 한아ᄲᅮᆫ인쳬 부모덕에 글ㅅᄌᆞᄂᆞᆫ ᄇᆡ와셔 문쟝도 ᄌᆞ긔 한아ᄲᅮᆫ인쳬 ᄒᆞ다가
            셔울로 쑥 을나와셔 은근히 셰력이 잇ᄂᆞᆫ ᄌᆡ샹의 집에를 츌입ᄒᆞ야 쳐음에 ᄌᆡ랑초ᄉᆞ로 나죵에 도ᄉᆞ츌륙을 ᄒᆞᆫ분네인ᄃᆡ 션쳔품부ᄅᆞᆯ 슌양덩이로 타고나셔 호ᄉᆡᆨ은 한바리에 실을 사ᄅᆞᆷ이 업슴으로 남모르게ᄂᆞᆫ 별별 긔괴망측ᄒᆞᆫ ᄒᆡᆼ동을 모다 ᄒᆞ면셔 외식으로ᄂᆞᆫ 셰샹에 졍남은 역시 ᄌᆞ긔 한아ᄲᅮᆫ인쳬 ᄒᆞ야 로샹에셔 지나가ᄂᆞᆫ 녀인을 보면 거짓말 보ᄐᆡ여 십리식은 피ᄒᆡ 가고 좌샹에셔 계집의 언론이 나면 능청스럽게 기리 ᄎᆡᆨ지ᄅᆞᆯ 일슈 잘 ᄒᆞ더니 급기
            션초의 션셩을 드른 후로 몃칠 밤을 잠을 잘 못자며 스ᄉᆞ로 궁리ᄒᆞ기ᄅᆞᆯ

"
                        션초
            가 참 일ᄉᆡᆨ인 모양인ᄃᆡ 엇더케 ᄒᆞ면 한 번 볼구 보기야 ᄅᆡ일이라도
            쟝셩
            만 나려 갓스면 어렵지 안이ᄒᆞ지마는 ᄒᆡᆼᄉᆡᆨ을 그 모양으로 초솔ᄒᆞ게 나려가면
                            관찰
                            군슈의 슈쳥도 안이든다ᄂᆞᆫ 계집이
            내
             말 드를 리가 뎡녕업슬 ᄲᅮᆫ더러 평일에
            내
             ᄒᆡᆼ셰ᄅᆞᆯ 그러케 낫게ᄒᆞᆫ 터가 안인ᄃᆡ 남들이 비쇼ᄒᆞ기가 쳡경 쉬울 터이니 무슨 방법을 ᄒᆞ얏스면
            내
             ᄒᆡᆼ셰도 손샹치 안이ᄒᆞ고 한 번 쳐결을 ᄒᆞ야불고 응 못ᄉᆡᆼ긴 ᄌᆞ식들
                        그 곳
                        관찰ᄉᆞ
                        군슈로 잇셔셔야 당쟝 기ᄉᆡᆼ으로 잇ᄂᆞᆫ 것을 일호령에 슈쳥을 못드리고 무류히 물너안져 응 못ᄉᆡᆼ긴 것
            내
            가 그쳐디로 잇게되면 시각을 넘기지 안코
            졔
            가 ᄌᆞ원ᄒᆞ야 슈쳥 들게 못ᄒᆞᆯ가 그러ᄂᆞ 그ᄂᆞᆫ 다 쓸ᄃᆡ업ᄂᆞᆫ 말이고 엇더케 ᄒᆞ면 묘리잇게 내
             소원셩ᄎᆔᄅᆞᆯ ᄒᆞ야볼구
          "

이쳐럼 젼젼반칙ᄒᆞ다가 한 가지 무슨 ᄉᆡᆼ각을 ᄒᆞ고 흔ᄌᆞ말로

"ᄭᅩᆨ 그러케 ᄒᆡᆺ스면 령락업시 되겟구면 무슨 빙ᄌᆞᄒᆞᆯ 말이 잇셔야지"

"
            그리자 엇더ᄒᆞᆫ
            손님
            이 문밧긔 와 ᄎᆞ즈닛가 분쥬히 나가보더니 반가히 인ᄉᆞ를 ᄒᆞ며

"
                        ᄌᆞ네 언졔 올나왓나 ᄃᆡ쇼ᄐᆡᆨᄂᆡ가 다 일안들 ᄒᆞ신가
          "

그손이 한숨을 휘ㅣ ᄉᆔ며

(손) "

                            시ᄉᆡᆼ
            의 집은 이동안 아조 결단을 당ᄒᆡᆺ슴니다"

(리) "그게 무슨 말인가 엇지ᄒᆞ다가 응"

(손) "
            근일에 츙쳥남북도ᄂᆞᆫ 동학으로 ᄒᆡ셔 아조 말안인즁 목쳔은 더욱 우심ᄒᆞ아
                            시ᄉᆡᆼ의 ᄃᆡ쇼가가 모다 폭화를 당ᄒᆡᆺ슴니다"

(리) "ᄃᆡ쇼가라니 ᄌᆞ네
                        삼죵씨ᄃᆡᆨ도 그 풍파ᄅᆞᆯ 당ᄒᆞ셧단 말인가"

(손) "
            풍파를 당ᄒᆞᆯ 여부가 잇슴닛가 시ᄉᆡᆼ
            은 이러케 도망이나 ᄒᆞ야 셔울로나 왓슴니다마는 산죵씨ᄭᅴ셔ᄂᆞᆫ 그쟈들에게 잡혀가셧ᄂᆞᆫᄃᆡ 엇지 되엿ᄂᆞᆫ지 하회를 알 슈 업슴니다"

(리) "
            허허 그것 말되엿ᄂᆞ 자네
                        삼죵씨ᄂᆞᆫ 장뎡이닛가 잡혀갓더ᄅᆡ도 여간 고ᄉᆡᆼ은 좀 ᄒᆞ겟지마는 셜마 무슨 일이 이겟ᄂᆞ마는 ᄌᆞ네
                        ᄌᆡ죵슉모ᄭᅴ셔 팔십당년에 오작 놀ᄂᆞ셧겟ᄂᆞ"

리도ᄉᆞ
            가 그 사ᄅᆞᆷ을 작별ᄒᆞ야 보ᄂᆡ고 남은 란리를 맛ᄂᆞ ᄃᆡ소가가 결단이 ᄂᆞ셔 황황망조히 지ᄂᆡᄂᆞᆫᄃᆡ 자긔ᄂᆞᆫ 무엇이 그리 됴흔 일이 ᄉᆡᆼ겻ᄂᆞᆫ지 얼골에 희ᄉᆡᆨ을 가득이 ᄯᅴ고 혼ᄌᆞ 빙글빙글 우스며 분분히 웃옷을 ᄂᆡ여 닙고
            남문안 창골
            근쳐로 쏜살ᄀᆞᆺ치 가더니 몃 시간 후에 다시
            락동
            등디로 분분히 가더라 그날브터
            창ㅅ골낙동
            을 풀방구리에 쥐드나들 듯 활동을 ᄒᆞ더니
            삼남
                    시찰ᄉᆞ 한 아히 ᄉᆡ로 낫ᄂᆞᆫᄃᆡ 그 관보가 도라다니닛가 이사랑 져사랑에셔 공론들이 분운ᄒᆞ다

"
            어ㅣ시찰이 ᄉᆡ로 낫네 으응 시찰이 낫셔 누가 ᄒᆡᆺ단 말인가 오날
                        관보를 보닛가
            리도ᄉᆞ
            가 ᄒᆞ얏습듸다 허허 그야말로 만장공도로 구면
            그 ᄉᆞᄅᆞᆷ
            이 학ᄒᆡᆼ이 잇고 무식지 안인 터이닛가 시찰을 ᄆᆡ오 잘 ᄒᆞᆯ 걸 그ᄂᆞᆫ 필경 평일 명여로 공쳔이 되엿겟지 아모렴 그럿치 졈잔는 터에
            그
            가 ᄌᆞ구야 ᄒᆡᆺ겟소 고지식ᄒᆞ닛가 가기나 ᄒᆞᆯᄂᆞᆫ지 알 슈도 업소
          "

한 ᄉᆞᄅᆞᆷ이 그겻헤 드러누어 잠을 자다가 별덕 니러 안즈며

"
                        이 ᄉᆞᄅᆞᆷ들
             자지도 안으며 잠고ᄃᆡ를 ᄒᆞ고 안졋ᄂᆞ
            그 ᄉᆞᄅᆞᆷ
            이 시찰을 웨 안이가 안이갈
            ᄉᆞᄅᆞᆷ
            이 목에 침이 말ᄂᆞ 도라단이며 버러슬가
          "

몬져 말ᄒᆞ던 ᄉᆞᄅᆞᆷ들이 일시에

"
                        이 ᄉᆞᄅᆞᆷ
                        남을 그러케 할경ᄒᆞ야 말을 말게
            그
            가 열번쥭기로 벼살 벌너 단엿겟ᄂᆞ
          "

자다가 니러ᄂᆞᆫ ᄉᆞᄅᆞᆷ이 화를 버럭 ᄂᆡ며

"
                        이ᄉᆞᄅᆞᆷ들
                        ᄂᆡ가 억하 심장으로 남의 업ᄂᆞᆫ 말을 ᄒᆞᆯ가 ᄌᆞ네네 알다십히 나ᄂᆞᆫ 가빈친로(家貧親老)ᄒᆞ야 구ᄉᆞ를 ᄒᆞᄂᆞᆫ 터이기로 ᄆᆡ일
                        남북촌 모모 ᄌᆡ상의 집을 한 ᄎᆞ례식은 의례히 도라단이ᄂᆞᆫᄃᆡ 그가 신씨와ᄂᆞᆫ 계분이 ᄃᆡ단ᄒᆞ더군 신ᄃᆡ신
                        신장신
                        두집에셔ᄂᆞᆫ 엇의날 못볼 날이 업ᄂᆞᆫᄃᆡ 이번 시찰운동 ᄒᆞ노라고 ᄋᆡ를 무진 쓰던ᄃᆡ 그ᄅᆡ
          "

그 ᄉᆞᄅᆞᆷ의 말이 일호도 허언이 안이라
            리도ᄉᆞ
            의 됴흔 구변으로
            신ᄃᆡ신
                    신장신
            을 북나들 듯 가보고 그회를 보아가며 시찰을 긋치ᄂᆞᆫᄃᆡ 썩 의ᄉᆞ도스럽고 간교도 ᄒᆞ더라
            신ᄃᆡ신
            을 가보고

(리) "
                        ᄃᆡ감ᄭᅴᄋᆞᆸ셔 묘당에 계신 터에 어련ᄒᆞ시겟슴닛가마는 요ᄉᆞ이 디방쇼문을 드르닛가 하로밧비 진졍 안이ᄒᆞ오면 인민이 무여디ᄒᆞ게 어륙이 되겟슴니다"

(신ᄃᆡ신) "
            글셰 삼남
            에ᄂᆞᆫ 소위 동학당의 횡ᄒᆡᆼ이 ᄃᆡ단ᄒᆞ다ᄂᆞᆫ 걸 그러치마는 그ᄭᆞ짓 오합지즁을 무슨 심려ᄒᆞᆯ 것이 잇나 진위ᄃᆡ 몃초만 풀어 보ᄂᆡᆺ스면 몃 칠 안이가셔 다 쇼멸ᄒᆞᆯ 것일셰"

리도ᄉᆞ
            가 ᄭᅩᆼᄎᆞ려ᄂᆞᆫ 보ᄅᆡᄆᆡ 모양으로 두 억ᄀᆡ를 밧삭 모고
            신ᄃᆡ신
             압흐로 갓가히 닥아 안즈며

(리) "
                        ᄃᆡ감이게 무슨 망녕의 말ᄉᆞᆷ이오닛가 그 ᄇᆡᆨ셩이 무슨 죄가 잇길ᄂᆡ 병뎡을 풀어 뭇질느러 드심닛가"

(신) "
                        그 ᄇᆡᆨ셩이 죄가 업다니 총귀에셔 물이 나ᄂᆞ니 도ᄉᆞ리고 안져 공즁에를 올ᄂᆞ가ᄂᆞ니 ᄒᆞᄂᆞᆫ 혀탄ᄒᆞᆫ 말을 쥬츌ᄒᆞ야 ᄉᆞ면 도라단이며 륵도 도식이고 빗바지 굴총ᄒᆞ기 심지어 부녀 ᄌᆡ산을 함부루 탈ᄎᆔᄒᆞᆫ다ᄂᆞᆫᄃᆡ 엇지ᄒᆡ셔 무죄ᄒᆞ다고 ᄒᆞ오"

(리) "
            허허 ᄃᆡ감ᄭᅴ셔 그러케 통쵹ᄒᆞ시기가 용흑무괴올시다마는 그 ᄇᆡᆨ셩 그 디경된 원인을 말ᄉᆞᆷᄒᆞ고 보면 뎌의들은 아모 죄도 업다고 ᄒᆡ도 과ᄒᆞᆫ 말ᄉᆞᆷ이 안이올시다"

(신) "엇지ᄒᆡ셔 그럿탄 말이오"

(리) "자고 이ᄅᆡ로 ᄇᆡᆨ셩은 물과 일반이라 동으로 터노으면 동으로 흐르고 셔으로 터노으면 셔으로 흐르고 막히면 격동ᄒᆞ고 슌ᄒᆞ면 나려가ᄂᆞᆫ 것이온ᄃᆡ 근일에 각도
                        디방관을 ᄐᆡᆨ차를 못ᄒᆞᆫ 탓으로 젹ᄌᆞ갓흔 ᄇᆡᆨ셩을 ᄉᆞ랑ᄒᆞᆯ 줄은 모르고 기름과 피를 글금ᄋᆡ 일반 인민이 억울ᄒᆞ고 원통ᄒᆞᆷ을 참다못ᄒᆞ야 악이 ᄂᆞ셔 이리ᄒᆡ도 죽고 뎌리ᄒᆡ도 죽기ᄂᆞᆫ 일반이라 ᄒᆞ고 범죄를 ᄒᆞᆫ 것이오니 그 안이 불상ᄒᆞᆫ 무리오닛가"

(신) "그 폐단도 업지ᄂᆞᆫ 아니ᄒᆞ겟지마는 셜마 디방관들이 모다 불치야 되릿가"

(리) "
            아무렴 그럽지오 닭에 무리에도 학이 잇다ᄒᆞᄋᆞᆸᄂᆞᆫᄃᆡ 불치들ᄒᆞᄂᆞᆫ 즁에도 잇다금 션치가 잇기ᄂᆞᆫ ᄒᆞ겟지오마는 큰 집 쓰러지ᄂᆞᆫᄃᆡ 한 나무로 벗틔지 못ᄒᆞᆷ(大廈將傾非一木可支)은 확연ᄒᆞᆫ 리치가 아니오닛가"

(신) "그러면 엇터케 ᄒᆡᆺ스면 됴켓소"

(리) "
                        시ᄉᆡᆼ의 쳔견에ᄂᆞᆫ 공직ᄒᆞ고 무식지 안코 민졍을 알만ᄒᆞᆫ ᄌᆞ격을 ᄐᆡᆨ차ᄒᆞ야 삼남
            도시찰을 ᄂᆡ여 암ᄒᆡᆼ으로 각군에를 슌회ᄒᆞ며 디방관의 치젹의 션부를 낫낫치 시찰ᄒᆞᆫ 후 션치자ᄂᆞᆫ 포쟝을 ᄒᆞ고 불치자ᄂᆞᆫ 징계를 ᄒᆞ며 일변으로 ᄇᆡᆨ셩을 안무ᄒᆞ야 귀슌안도케ᄒᆞ오면 불과 얼마 안이되야 삼남각쳐에 격양가가 니러ᄂᆞᆯ 줄로 ᄭᅩᆨ 밋슴니다"

신ᄃᆡ신
            이 그 말을 듯고 한ᄎᆞᆷ 연구ᄒᆞ더니
            리도ᄉᆞ
            의 말을 십분 유리ᄒᆞ게 듯고

(신) "
                        로형은 가위 경셰지ᄌᆡ(經世之才)시오 그 말이 ᄭᅩᆨ 그러ᄒᆞ겟소 ᄅᆡ일이라도 시찰 보ᄂᆡᆯ 일을 탑젼에 알외면 쳐분을 무를 듯 ᄒᆞ오마는 그 소임을 감당ᄒᆞᆯ 만ᄒᆞᆫ ᄌᆞ격이 얼픗 엇의 잇셔야 안이ᄒᆞ오"

(리) "만ᄉᆞ구비에 지흠동남풍(萬事具備 只欠東南風)으로 뎨일 ᄉᆞᄅᆞᆷ이 업스니 그 일이 어려올 듯 ᄒᆞᆷ니다"

신ᄃᆡ신이 리도ᄉᆞ를 물ㅅ그름히 건너다 보더니

(신) "
            불필타구ㅣ요구려 로형이 그 ᄉᆞ무를 담당ᄒᆞ야 보면 엇더ᄒᆞ겟소"

(리) "
            쳔만 의외 말ᄉᆞᆷ이올시다
            시ᄉᆡᆼ
            이 ᄌᆞ격도 부죡ᄒᆞᄋᆞᆸ고 여러 가지 충졀이 잇셔 못되겟슴니다
          "

(신) "
            ᄌᆞ격은 족부족 간에 나의 짐작이 다 잇스닛가 다시 겸샤ᄒᆞᆯ 것도 업소마는 층졀은 무엇이 그리 여러 가지가 잇단 말이오 여보 로형
            이 독션기신(獨善其身)만 ᄒᆞ면 소용이 무엇이오 이런 ᄯᆡ를 당ᄒᆞ야 나라일을 한 번 ᄒᆡ 봅시다 그려"

(리) "
                        ᄃᆡ감
            ᄭᅴ셔 이쳐럼 루루히 말ᄉᆞᆷᄒᆞ시ᄂᆞᆫᄃᆡ
            졔 몸
            이 무엇이 그리 ᄃᆡ단ᄒᆞ다고 죵ᄅᆡ 거집을 ᄒᆞ오릿가마는 물너가
            졔
             역시 형편을 ᄉᆡᆼ각ᄒᆞ야 보ᄋᆞᆸ고 ᄅᆡ일 다시 낫자와 좌우간 말ᄉᆞᆷ을 엿쥽겟슴니다"

(신) "그리ᄒᆞ시오 아모조록 나라일을 한 번 ᄒᆡ 봅시다"

리도ᄉᆞ가 그 길로 신장신
            을 가보고 신ᄃᆡ신과 ᄒᆞ던 말과 일반으로 슈작을 한ᄎᆞᆷᄒᆞ야 ᄌᆞ긔를 쳔거ᄒᆞ야 ᄂᆡ셰려고 ᄒᆞ도록 ᄒᆞᆫ 후 여젼히 ᄌᆡᄉᆞᆷ ᄉᆞ양ᄒᆞ다가 ᄅᆡ일 ᄯᅩ 와 고ᄒᆞᆷ아 ᄒᆞ고

                        ᄌᆞ긔 집으로 도라왓다가 그 잇흔 날 다시 신ᄃᆡ신
                    신장ᄉᆡ을 ᄎᆞ례로 가보고 쳥산류슈ᄀᆞᆺ치 됴흔 구변으로 ᄌᆞ긔 일을 칠월의 굿은 박모양으로 단단히 굿친다

(신) "그ᄅᆡ 밤동안에 연구를 만히 ᄒᆡ보앗소"

(리) "아모리ᄉᆡᆼ각ᄒᆞ야 보아도 도뎌히 될 슈가 업슴니다"

신ᄃᆡ신이 좌우손이ᄂᆞ 일흔 듯이

(신) "
            그게 무슨 말이오 되지 못ᄒᆞᆯ 말을 ᄒᆞ시오 ᄂᆡ가 그 리유를 드려보아셔 웬만 곳ᄒᆞ면 변통을 ᄒᆡ셔 되도록 ᄒᆡ보겟소"

(리) "
                        ᄃᆡ감
            ᄭᅴ셔 시ᄉᆡᆼ으로 시찰을 임명ᄒᆞ시려기ᄂᆞᆫ 디방ᄒᆡᆼ뎡의 션악을 포장ᄒᆞ며 혹 징집ᄒᆞ야 인민의 마음을 편안ᄒᆞ도록 ᄒᆞ시ᄂᆞᆫ 일이 안이오닛가"

(신) "아모렴 그럿치"

(리) "
            그러ᄒᆞ오면 시ᄉᆡᆼ
            에게 ᄃᆡ감
            의 워엄을 빌니시고 권한을 엇의ᄭᆞ지 허락ᄒᆞ야 주시겟슴닛가"

(신) "
            모도다 샹의에 잇ᄂᆞᆫ바인즉 ᄂᆡ가 미리 말ᄒᆞ기ᄂᆞᆫ 어렵소마는 즁대ᄒᆞᆫ ᄉᆞ무를 쓰러맛기ᄂᆞᆫ 이상에 권한을 쥬지 안이ᄒᆞ며 나 역시 모로ᄂᆞᆫ 톄 ᄒᆞ릿가 그러나 권한이라ᄂᆞᆫ 것은 한량이업슨즉 엇더케ᄒᆞ얏스면 넉넉히 ᄉᆞ무를 진ᄒᆡᆼᄒᆞᆯ가요"

(리) "권한이 별것이오닛가 단슌ᄒᆞ게 시찰만 보ᄂᆡ오면 넘오 초솔ᄒᆞᆯ ᄲᅮᆫ안이오라 시ᄉᆡᆼ
            의 혼ᄌᆞ힘으로 위엄이 셔지 못ᄒᆞᆯ 터이오니
            ᄃᆡ감
            ᄭᅴ셔ᄂᆞᆫ 안렴ㅅ마 되시고
                            락동ᄃᆡ감은 슌무ᄉᆞ가 되시고
            시ᄉᆡᆼ
            은 시찰을 식이시면 두 ᄃᆡ감의 명령을 밧드러 힘것 일을 ᄒᆞ야 보오리다"

(신) "
            허허
                            락동ᄃᆡ감은 슌무ᄉᆞ ᄌᆞ격이 되시지마는 ᄂᆡ야 안렴ᄉᆞ ᄌᆞ격이 되ᄂᆞ 그것은 엇지 되얏던지 그 외에ᄂᆞᆫ 다른 말ᄉᆞᆷᄒᆞᆯ 것은 업쇼 ᄉᆡᆼ각ᄒᆞᆫ 바이 잇거던 아조 지금 셜명을 ᄒᆞ오
          "

(리) "그외에 말ᄉᆞᆷᄒᆞ올 것은 이왕 암ᄒᆡᆼ어ᄉᆞ 일반으로 마ᄑᆡ를 나리셔 션참후계ᄒᆞᄂᆞᆫ 권한을 ᄉᆞ용케 ᄒᆞ여 쥬셔야 치젹이잇ᄂᆞᆫ 슈령은 당장 포계를 ᄒᆞ고 탐관오리ᄂᆞᆫ 모조리 봉고를 ᄒᆞ야 일반 민심이 샹쾌ᄒᆞ도록 ᄒᆞ여야 젹년 싸여 오던 원긔가 풀어질 터이올시다"

(신) "글셰……일은 그러ᄒᆞ오마는 용이ᄒᆞᆯ 듯 십지 안이ᄒᆞ오 그러ᄂᆞ 모ᄉᆞᄂᆞᆫ ᄌᆡ인(謀事在人)이라니 운동을 ᄒᆞ야보기ᄂᆞ 합시다
          "

두 신씨의 굉장ᄒᆞᆫ 운동으로 리도ᄉᆞ
             욕심것 셩ᄉᆞ가 되야 관보에 셩명이 게ᄌᆡ되니 즉시 치ᄒᆡᆼ을 ᄒᆞ야 삼남
            으로 나려가ᄂᆞᆫᄃᆡ 그 ᄒᆡᆼᄉᆡᆨ을 언론ᄒᆞ면 즁도 안이오 속한이도 안이러라 마ᄑᆡ를 가졋스니 녯날 어ᄉᆞ 일반이라 아모조록 폐포파립으로 려항에 암ᄒᆡᆼᄒᆞ야 민졍감고를 탐문ᄒᆞ여야 ᄒᆞᆯ 터인ᄃᆡ 신교바탕도 못타보던 위인이 별안간에 그다지 귀ᄒᆡ졋ᄂᆞᆫ지 됴흔 ᄉᆞ인교에 두셰ᄑᆡ를 지르고 건장ᄒᆞᆫ 구죵을 압뒤에다 느런히 셰웟스며 자리ㅅ보 요강 퇴침타구와 모든 긔구를 쎡 굉장케 찰여가지고

"
                        시찰 나려간다"

로문을 놋타십히 뒤ᄯᅥ들며 나려가니 이고을 뎌고을 슈령들이 각기
            리시찰
            의 션셩을 듯고 닷호아 영졉ᄒᆞ야 칙ᄉᆞᄃᆡ졉이나 다름업더라
            리시찰
            이 마ᄋᆞᆷ ᄂᆡ키ᄂᆞᆫ ᄃᆡ로 ᄒᆞ면 바로 젼라남도로 나려갈 터이오
            젼나남도로 나려가도 바로 장셩읍으로 갈 터이지마는 감안히 ᄉᆡᆼ각ᄒᆞ야본즉

"
              이번 시찰을 벌어 ᄂᆞ려가기ᄂᆞᆫ 소관이 ᄒᆞ사(所關何事)리오마는 아모일도 ᄒᆞᆫ 것 업시 기ᄉᆡᆼ작쳡부터 ᄒᆡᆺ다면 텽문이 ᄉᆞᄂᆞ와 명여에 관계가 되겟고 ᄯᅩᄂᆞᆫ 셰상일이 ᄂᆡ 실속부터 ᄒᆞᄂᆞᆫ 것이 가ᄒᆞᆫ 즉 돈부터 넉넉히 벌어노코 보겟다
            "

ᄒᆞ고 몬젼
            츙쳥도
            로 ᄂᆞ려셧ᄂᆞᆫᄃᆡ 각읍
                    션치슈령은 아모리 ᄌᆞ긔를 ᄅᆡᆼᄃᆡᄒᆞ야 당장 결단ᄂᆡ고 십으나 무엇이라 트집잡을 거리가 업고 불치슈령은 닷호아 은근히 무릅흘 괴여쥬며 가진 쳠을 다ᄒᆞ닛가.

ᄉᆞ셰 부득이 눈을 감아 도쳐마다 포계를 ᄒᆞ야쥬니 그 시찰 보ᄂᆡᆫ 것이 효험만 업슬 ᄲᅮᆫ 안이라 도로혀 민심이 더욱 불울ᄒᆞ야 폭도가 ᄉᆞ면에셔 불이러나듯 ᄒᆞᄂᆞᆫ지라.

"
                    리시찰이 료량에 "

                        ᄂᆡ가 신ᄃᆡ신
                        신쟝신 압헤셔ᄂᆞᆫ 폭도의 치셩ᄒᆞᄂᆞᆫ 것이 젼혀 디방의 죄라 ᄒᆞ고 시찰을 식여쥬도록 ᄒᆞ엿지마는 군슈들은 렴치 소ᄌᆡ에 한아 파직장계ᄒᆞᆯ ᄉᆞᄅᆞᆷ이 업고 폭도ᄂᆞᆫ 뎌 모양으로 뎜뎜 더 치셩ᄒᆞ니 이 일을 엇지ᄒᆞ면 됴흔가. 아모 셩젹 업ᄂᆞᆫ 소문이 셔울에 올ᄂᆞ가기 곳ᄒᆞ면 오직 ᄂᆞ를 미타히 녁일ᄂᆞ구. 모로 가ᄂᆞ 바로 가ᄂᆞ
              셔울
              만 갓스면 고만이라고 아모로케 ᄒᆞ던지 폭도만 업ᄉᆡᆺ스면 고만이지 다른 일이야 누가 알 실업의 아ᄃᆞᆯ 놈 잇ᄂᆞ냐"

ᄒᆞ고 신ᄃᆡ신 ᄂᆞ려오기를 기ᄃᆡ려 비밀히 의견진슐ᄒᆞᄂᆞᆫ 말이

"
                        하관
              이 이번 길에 우으로 셩샹홍덕과 그 다음 두분 ᄃᆡ감 위엄을 밧드와 도쳐마다 진심것 셜유ᄒᆞ온 즉 일톄 슈령들이 모다 졍신을 가다듬어 졍치를 쇄신ᄒᆞ올 ᄲᅮᆫ 안이라 본ᄅᆡ 량민으로 위협을 못니긔여 폭도에 참여ᄒᆞ엿던 무리ᄂᆞᆫ ᄎᆞ례로 귀슌ᄒᆞᄂᆞᆫ 즁이올시다.
            "

(신) "
              허허 나라에 만ᄒᆡᆼᄒᆞᆫ 일이오. 아모려ᄂᆞ 로형이 큰 훈로를 셰우셧소."

(리) "
              망녕의 말ᄉᆞᆷ도 ᄒᆞ심니다. 하관
              도 신민 한 분ᄌᆞ가 되여서 져
               ᄒᆞᆯ 도리 져
               ᄒᆞᄋᆞᆸᄂᆞᆫ 것이지 훈로가 다 무엇이오닛가. 그러ᄒᆞ오ᄂᆞ 풀을 베면 ᄲᅮ리를 업ᄉᆡ라ᄂᆞᆫ 일톄로 협죵등은 귀화케 ᄒᆞᄋᆞᆸ기가 여반장이오ᄂᆞ 한 가지 큰 화근이 잇슴니다.
            "

신ᄃᆡ신의 둥그런 눈이 더둥그ᄅᆡ 지며

(신) "화근이라니 무슨 화근이 잇단 말이오."

(리) "
              화근이 별것이 안이오라
              하관
              이 셔울
              셔 료량ᄒᆞᄋᆞᆸ기ᄂᆞᆫ 아모던지 모조리 귀화케 ᄒᆞ야 한 명도 참혹히 쥭임이 업도록 ᄒᆞ리라 ᄒᆞ야ᄉᆞᆸ더니 급기 ᄂᆞ려와 목격ᄒᆞ온 즉 본ᄅᆡ 부랑ᄑᆡ류로 업을 일코 도당을 쇼ᄎᆔᄒᆞ야 려항에 도라단이며 강도질로 ᄉᆡᆼ활ᄒᆞ던 무리가 동학 니러ᄂᆞᄂᆞᆫ 것을 됴흔 긔회로 리용을 ᄒᆞ야 폭ᄒᆡᆼ이 더욱 심ᄒᆞ와 불너도 오지 안코 ᄶᅩᆺᄎᆞ도 혜여지지를 안이ᄒᆞ오니 그 무리ᄂᆞᆫ 가위 화외의 물건이라 셜혹 오날 간뎡되야 디방이 안온 ᄒᆞᆯ지라도 몃날이 못가셔 그 무리가 필경 ᄯᅩ 량민을 션동ᄒᆞ야 디방을 여젼히 소란케ᄒᆞᆯ 터이온 즉 시ᄉᆡᆼ
              의 쇼견에ᄂᆞᆫ 악착ᄒᆞ기ᄂᆞᆫ ᄒᆞ오ᄂᆞ 디방ᄃᆡ 몃초를 풀어 그 무리를 일망타진ᄒᆞ야 죵쳐에 츄뇽을 배혀버려 셩ᄒᆞᆫ 살에 젼염치 못ᄒᆞ게 ᄒᆞ듯 ᄒᆞ얏사오면 깁흔 후려가 업슬 듯 ᄒᆞ오이다."

(신) "
              그ᄂᆞᆫ 로형이 형편을 보아가며 ᄌᆞ단ᄒᆞ야 ᄒᆞᆯ 일이지 ᄂᆞ다려 무러볼 것이 무엇 잇단 말이오."

신ᄃᆡ신
            의 말이 그 모양으로 ᄯᅥ러지니
            리시찰
            이 즉시 각 진위ᄃᆡ
            에 통쳡ᄒᆞ야 병뎡을 다 슈히 풀어 원범협죵을 물론ᄒᆞ고
            동학
            에 간련 곳 잇다ᄒᆞ면 다시 됴사ᄒᆞᆯ 여부업시 모조리 잡아 죽이ᄂᆞᆫᄃᆡ 열이면 아홉이나 여ᄃᆞᆲ은 ᄋᆡᄆᆡ히 참흑ᄒᆞᆫ 디경을 당ᄒᆞ니 그 원억ᄒᆞᆫ 긔운이
            구쇼에 ᄉᆞ모치ᄂᆞᆫ 즁 뎨일 악착ᄒᆞ고 말살시럽기ᄂᆞᆫ
            목쳔

                        임씨
            의 집 일이라.
            임씨라 ᄒᆞᄂᆞᆫ ᄉᆞᄅᆞᆷ은 본ᄅᆡ 리시찰과 한동리에셔 죽마고교로 자라ᄂᆞ셔 여형약졔(如兄若弟)ᄒᆞ게 졍의가 두터올 ᄲᅮᆫ 안이라
                        임씨
            의 집은 젹이 조슈족을 ᄒᆞᆯ만 ᄒᆞ고

                        리시찰
            의 집은 극히 빈한ᄒᆞᆫ 탓으로 임씨의 어머니가 리시찰을 자긔 쇼ᄉᆡᆼ 아ᄃᆞᆯ이ᄂᆞ 다름 업시 ᄇᆡ가 곱하ᄒᆞ면 음식도 것어 먹이고 헐버셔 치워ᄒᆞ면 의복도 쥬어 닙히니 어린 아ᄒᆡᄂᆞᆫ 괴이ᄂᆞᆫ 곳으로 간다고 리시찰
            이
                        자긔 집은 남의 집 보듯 ᄒᆞ야도
                        임씨의 집은
                        자긔 집보다 더 녁여 머리도 종종
            임씨 어머니
             손에 빗고 잠도 임씨 어머니
             품에셔 자며 자라ᄂᆞᆫ 터이라 쳘 모롤 ᄯᆡ에ᄂᆞᆫ 순연ᄒᆞᆫ 텬진이라 조곰도 식사 업시 임씨 어머니에게 ᄃᆡᄒᆞ야 ᄆᆡ양ᄒᆞᄂᆞᆫ 말이

"
                        졔
              가 쟈라셔 이 다음에 잘 되게 되면 아모 걱졍 업시 부ᄌᆞ로 잘 살게 ᄒᆡ드릴 터이야요.
            "

임씨 어머니
            가 어린 ᄋᆞᄒᆡ 말이남아 긔특ᄒᆞ야

"
              오냐. 여북 됴흐랴. 나야 잘 살게 ᄒᆞ던지 말던지 네나 아모조록 귀히만 되여라.
            "

그ᄯᅢ에ᄂᆞᆫ 그 말을 일시 우슴거리로 지내고 말ᄒᆞ얏더니
            리시찰이 셔울 올나가 벼ᄉᆞᆯ을 ᄒᆞᆫ다 ᄒᆞ닛가 임씨 어머니
            ᄂᆞᆫ ᄌᆞ긔 ᄌᆞ질(子姪)이 공명ᄒᆞᄂᆞᆫ 이에셔 조곰도 못지 안케 깃겁게 넉여셔 그 아ᄃᆞᆯ다려

"
                        이 ᄋᆡ
                        아모가 벼살 ᄒᆡᆺ다ᄂᆞᆫ고나 넘오나 고맙다. 우리가 졈졈 이러케 못살게 되니 안이날 ᄉᆡᆼ각이 업고ᄂᆞ 아모가 어릴 ᄯᆡ에 항상 말ᄒᆞ기를
              졔
              가 잘 되면 우리를 도아쥬겟다 ᄒᆞ얏스니 셜마 아조 모로ᄂᆞᆫ 톄 ᄒᆞᆯ라가 잇겟ᄂᆞ냐.
            "

이 모양으로
            리시찰
             잘되ᄂᆞᆫ 것을 쥬야옹망ᄒᆞ던 터인ᄃᆡ 그리ᄒᆞ쟈
            동학
            이 각쳐에셔 별니러나듯 ᄒᆞ야 무죄량민을 모조리 잡아다가 륵도를 식이ᄂᆞᆫ 통에
            임씨
            도 불ᄒᆡᆼ히 잡혀가 웨협을 못니긔여 입도ᄒᆞ얏ᄂᆞᆫᄃᆡ
            진위ᄃᆡ
            가 각 방면으로 습격ᄒᆞᄂᆞᆫ 통에
            임씨
            가 요ᄒᆡᆼ으로 도망ᄒᆞ얏다가 풍편에 소문을 드른 즉 ᄌᆞ긔와 ᄀᆞᆺ치 자라던
            리아모
            가 이번에 시찰로 나려왓다 ᄒᆞᄂᆞᆫ지라 혼ᄌᆞ ᄉᆡᆼ각에

"
                        아모가 셜마
              내
              야 노아쥬지. 쥭일리가 잇스랴. 진작
              내
              가 ᄌᆞ현ᄒᆞ야 죄ᄅᆞᆯ ᄯᆡ여 버리고 말겟다.
            "

ᄒᆞ고 즉시 시찰 잇ᄂᆞᆫ 쳐소로 가셔 ᄌᆞ현ᄒᆞ얏더니
            리시찰
            이 아ᄂᆞᆫ지 모로ᄂᆞᆫ지 포박된 여러 죄인과 한 곳에 엄가 뢰슈ᄒᆞᄂᆞᆫ지라.
            임씨
            가 그 즁에 ᄉᆡᆼ각ᄒᆞ기를

"
              죄인은 일반인ᄃᆡ 즁인 소시에 유표ᄒᆞ게 나 한아만 ᄇᆡᆨ방ᄒᆞᆯ 슈 업스닛가 이럿케 가두어 두엇다가 밤 즁 아모도 모로ᄂᆞᆫ 승시ᄒᆞ야 슬몃이 나를 내여노랴나 보다 안이 그리고 보면 내가 도쥬ᄒᆞᆫ 모양이 되야 죄를 죵시 못버셔 지겟스닛가 아마 몃칠 후에 대동발락ᄒᆞ게 무죄ᄒᆞᆷ을 발포ᄒᆞᆫ 후 방송ᄒᆞ야 다시 후환이 업도록 ᄒᆞ려나 보다.
            "

이 모양으로 ᄐᆡ산ᄀᆞᆺ치 밋고 잇더니 하로ᄂᆞᆫ 호령이 텬통ᄀᆞᆺ치 나며 죄인을 모조리 쳥어두름 역듯 ᄒᆞ야 벌판에다 내여 안치고 쳣머리에셔부터 ᄎᆞ례로 포살ᄒᆞᄂᆞᆫᄃᆡ
            임씨
            도 그 즁에 ᄀᆞᆺ치 역겨 미구에 그 총을 마질 지경이러라.
            임씨 어머니
             팔십 로인이 그 소문을 듯고 엇더케 놀낫던지 긔ᄉᆡᆨ을 슈업시 ᄒᆞ며 대셩통곡을 ᄒᆞ니 동리 늙은 부인네들이 그 경상이 불상ᄒᆞ야 한아 둘 모혀와셔
            임씨 어머니
            ᄭᅴ 권ᄒᆞᄂᆞᆫ 말이라

"
              여보시오 이리지 말으시고 졍신을 찰히셔셔 일쥬션을 ᄒᆞ야 보십시오.
              리시찰
              이 필경 로인ᄌᆞ뎨를 몰나 보앗기에 그럿치 알고셔야 이왕
              ᄌᆞ긔
               자ᄅᆞᆯ ᄯᆡ에
              로인
              ᄭᅴ셔 귀히 넉이시던 은공을 ᄉᆡᆼ각ᄒᆞ기로
              ᄌᆞ뎨
              ᄅᆞᆯ 살녀쥬지 안이ᄒᆞᆯ 리가 잇슴닛가. 두말 말으시고 근력을 찰이셔셔
              리시찰
               압혜가 원졍을 ᄒᆡ보십시오.
            "

임씨 어머니
            가 그 말이 근리ᄒᆞ야 경황 업시 집ᄒᆡᆼ이를 집고 업드러지며 잡바지며 울며 불며 읍ᄂᆡ를 드러가 원졍여부 업시 리시찰 좌긔ᄒᆞ고 잇ᄂᆞᆫ 압으로 한다름에 니르러 ᄯᅡᆼ에가 업ᄃᆡ려 두 손으로 빌며

"
              살녀쥬ᄋᆞᆸ소셔. 이 늙은이
              의 ᄌᆞ식을 살녀쥬ᄋᆞᆸ소셔. 졔 죄가 쳔번 만번 쥭이고도 남ᄉᆞ와도 이 늙은이ᄅᆞᆯ 보ᄋᆞᆸ셔 졔발 덕분에 살녀쥬ᄋᆞᆸ시오. 져
              ᄂᆞᆫ 기실 죄도 업슴니다. 그 몹슬 놈들이 잡아다가 위협을 ᄒᆞ니 쥭지 못ᄒᆞ야 ᄯᅡ라단인 일밧긔 업슴니다. 살녀쥽시오. 그것 한아
              만 쥭으면 이 늙은이 고부도 속졀업시 쥭어 셰 식구가 함몰ᄒᆞᆯ 지경이올시다. 령감 통촉ᄒᆞ시다십히 그 ᄌᆞ식이 삼ᄃᆡ독ᄌᆞ올시다. 살녀쥽시샤 하ᄒᆡᄀᆞᆺ흔 덕을 닙어지이다.
            "

리시ᄎᆞᆯ이 소리 한 번을 버럭 질으며

"
              어ㅣ 요망스러온지구. 웬 계집
              이 겁이 업시 횡셜슈셜 어ㅣ 괴악ᄒᆞᆫ지구. 이리 오너라. 역졸 거긔 잇ᄂᆞ냐. 네 이 계집이 실셩ᄒᆞᆫ 것인가 보다 멀즉이 ᄭᅳᆯ어 내물니고 이 근쳐에 현형을 못ᄒᆞ게 ᄒᆞ여라. 만일 이 놈들 ᄉᆞ졍 보고 지쳬ᄒᆞ얏다ᄂᆞᆫ 너의 놈부터 쥭고 남지 못ᄒᆞ렷다.
            "

무지ᄒᆞ고 우악ᄒᆞᆫ 역졸들
                    이 벌에 살ᄀᆞᆺ치 달녀드러 팔십 넘어 구십이 불원ᄒᆞᆫ 임씨 어머니의 손목을 왈악 글어 ᄉᆞ졍업시 모라ᄂᆡᄂᆞᆫ 통에 졍신을 일코 언의 길 밋헤가 쓸어졋ᄂᆞᆫᄃᆡ 얼마만에 누가 붓드러 니르키며 니러나셔셔 ᄃᆡᆨ으로 가십시오.
                    로인이 그졔야 눈을 ᄯᅳ고 한구히 쳐다보더니 비죽비죽 울며

"
              에구 예가 엇의오. 우리 아ᄃᆞᆯ
              이 쥭엇ᄂᆞ요 노여 나갓나요.
            "

그 사ᄅᆞᆷ이 그 경샹을 보고 눈물을 금치 못ᄒᆞ며

"
              예
              ᄌᆞ뎨가 ᄇᆡᆨ셩되야 ᄃᆡᆨ으로 갓슴니다. 어셔 ᄃᆡᆨ으로 가십시오.
            "

임씨 어머니
            가 그 말을 참말로만 넉이고 반갑고도 됴와셔 더듬더듬 긔엄긔엄
                        ᄌᆞ긔 집으로 가더라. 그 ᄯᆡ 리시ᄎᆞᆯ이 임씨 어머니ᄅᆞᆯ 불호령을 ᄒᆞ야 물니친 후에 몃 샤ᄅᆞᆷ 다음에 쳐치ᄒᆞᆯ 임씨ᄅᆞᆯ 억하심장이던지 그 즁 몬져 포살을 ᄒᆞ얏ᄂᆞᆫᄃᆡ 그 총소리가 ᄯᅡᆼᄒᆞ고 한번 나쟈
                        임씨 원통ᄒᆞᆫ 귀신
            이 반공 즁으로 불근 소사 리시ᄎᆞᆯ
            의 머리 위로 빙빙 도라단이ᄂᆞᆫᄃᆡ 리시ᄎᆞᆯ
            이 고요ᄒᆞᆫ 밤에 홀로 자노라면 ᄆᆞᄋᆞᆷ에 공연히 그 귀신 우ᄂᆞᆫ 소리가 두 귀에 들니ᄂᆞᆫ 듯 들리ᄂᆞᆫ 듯 ᄒᆞ기를

"
              이 놈 리시ᄎᆞᆯ
               말 드러라. 은인이 원슈 된다더니 네게 두고 닐은 말이로구나. 네가
                            내 집 단 것 쓴 것이 안이면 잔ᄲᅨ가 굵지ᄅᆞᆯ 못ᄒᆞ얏슬 터인ᄃᆡ 그 은공을 ᄉᆡᆼ각ᄒᆞ기ᄂᆞᆫ 고샤ᄒᆞ고 무죄ᄒᆞᆫ
              나ᄅᆞᆯ 웨 쥭엿ᄂᆞ냐. 이 놈 리시ᄎᆞᆯ
              아 나 한아 쥭ᄂᆞᆫ 날 우리집 식구가 함몰을 ᄒᆞ얏다. 우리집 셰 식구가 엇의ᄭᆞ지던지 너를 ᄶᅩᆺᄎᆞ단이면셔 그 앙화 밧ᄂᆞᆫ 것을 보고야 말겟다.
            "

그 후로ᄂᆞᆫ 밤마다 공연히 ᄆᆞᄋᆞᆷ이 슈란ᄒᆞ야 낫ᄀᆞᆺ치 등촉을 밝히고 샹직ᄒᆞᄂᆞᆫ 사ᄅᆞᆷ을 몃 십명식 모아 경야ᄅᆞᆯ ᄒᆞ여가며 ᄃᆡ강ᄃᆡ강 ᄉᆞ무를 쳐리ᄒᆞ고 그 지경을 ᄯᅥ나 타도로 가더라.
            임씨 어머니
            가 집으로 아ᄃᆞᆯ을 반가히 보려고 허둥지둥 도라오니 그 며ᄂᆞ리가 ᄯᅡᆼ을 두다리며 우ᄂᆞᆫ 양을 보고 그졔야 ᄌᆞ긔 아ᄃᆞᆯ이 죽은 줄을 알고셔 그 자리에셔 몃 번 몸부림에 인ᄒᆡ 셰상을 버리니 그 며ᄂᆞ리도 그날 밤에 간슈를 퍼 먹고
                        그 남편의 영혼을 ᄯᅡ라 갓ᄂᆞᆫᄃᆡ 그 동리 ᄉᆞᄅᆞᆷ으로붓터 일경 언의 누가

                        임씨
            의 집일을 참혹히 넉여 말 한 마듸식이라도
            리시찰
            을 욕 안이ᄒᆞᄂᆞᆫ 쟈가 업더라.

"
              에ㅣ 져 길은 ᄀᆡ가 발뒤ㅅ굼치ᄅᆞᆯ 문다ᄂᆞᆫ 말이 ᄭᅩᆨ 올터라. 셰샹 사ᄅᆞᆷ이 모다 리시ᄎᆞᆯ
               ᄀᆞᆺᄒᆡ셔야 남의 ᄌᆞ식 구졔ᄒᆡ 쥴 사ᄅᆞᆷ이 엇의 잇슬구. 안이되지 안이되야 남의 은공을 그러케 모로고 그 앙화 바들 날이 업슬가. 아즉은 조각 셰력을 엇어 시ᄎᆞᆯ인지 몽동인지 단이며 못된 짓을 함부로 ᄒᆞ고 도라단이지마는 열흘 불근 ᄭᅩᆺ이 업고 십년가ᄂᆞᆫ 셰도가 업다고 그 시ᄎᆞᆯ을 몃 칠이냐 단일구 시ᄎᆞᆯ만 못단이고 아모일 곳 업스면 이번 길에 날불안당질을 ᄒᆞ야 그러간 돈만 가져도 쳐ᄌᆞᄅᆞᆯ 다리고 족하 평ᄉᆡᆼ을 ᄒᆞᆯ 터이지마는 그리고 보면 복션화음(福善禍淫)의 리치가 아조 업게
              리시ᄎᆞᆯ
              의 후분을 우리
               눈으로 보면 다 알것일셰
            "

리시ᄎᆞᆯ이 경샹남북도로
             도라단이며 동학을 박멸ᄒᆞᆫ다 빙자ᄒᆞ고 인명을 파리 쥭이듯 ᄒᆞ야 가며 ᄌᆡ물을 엇더케 글어 드렷던지 ᄇᆡᆨ쳔간두(百尺竿頭)의 형셰로 여지업시 지ᄂᆡ던 터이러니 졸연히 부ᄌᆞ가 되야 일용범졀에 아모것도 구챠ᄒᆞᆫ 바히 업스닛가 슬몃이 흉측ᄒᆞᆫ ᄉᆡᆼ각이 나던지 즉시 젼라남도로 로문을 노코 가다가 갈ㅅᄌᆡ고ᄀᆡ를 올나셔 남으로 장셩군을 나려다 보니 반갑고 깃거온 ᄆᆞᄋᆞᆷ이 부지 즁에 나셔 한거름에 갓스면 됴흘 듯이 련ᄒᆡ 길을 ᄌᆡ촉ᄒᆞ며 혼ᄌᆞᄒᆞᄂᆞᆫ 말이라

"
              뎌긔 뵈이ᄂᆞᆫ 산밋이 쟝셩읍
              이로구나. 인졔야 나
              의 소원을 셩취ᄒᆞ겟다. 그러나 어셔 가셔 외양붓터 보아 과연 듯던말과 ᄀᆞᆺ흔지 만일 내
               눈에 버셔나면 모로거니와 그러치 안으면 아모짓을 ᄒᆞ기로
              뎌 한아
              야 내 ᄆᆞᄋᆞᆷᄃᆡ로 못쳐치 ᄒᆞᆯ가.
            "

쟝셩군
            에ᄅᆞᆯ 도착ᄒᆞ야 여간 ᄉᆞ무ᄅᆞᆯ 대강대강 쳐리ᄒᆞᆫ 후에 불현듯이
            션초를 불너보고 십지마는 톄면소ᄌᆡ에 그리ᄒᆞᄂᆞᆫ 슈ᄂᆞᆫ 업고 은근히 심복지인을 식여 본관에게 엇더케 귀를 울녓던지 본관이 그 잇흔날
                    연회ᄅᆞᆯ ᄯᅥᆨ버러지게 열고 리시ᄎᆞᆯ을 ᄃᆡ졉ᄒᆞᄂᆞᆫᄃᆡ 일홈이 시ᄎᆞᆯ이지 직권은 암ᄒᆡᆼ어ᄉᆞ이라. 슈령의 치젹 션불션을 뎡탐ᄒᆞᄂᆞᆫ 터에 본관이 ᄎᆞ린 연회를 아모리 쳥ᄒᆞᆫᄃᆡ도 갈 필요도 업겟고 긔왕 갓스면 약간 다과나 먹은 후에 졍치에 관계잇ᄂᆞᆫ 문답이나 ᄒᆞ다 올 것이어날 리시ᄎᆞᆯ은 그 연회ᄅᆞᆯ ᄌᆞ긔가 극력운동ᄒᆞ기ᄂᆞᆫ ᄯᅡ로 목뎍 한 가지가 잇ᄂᆞᆫ 터이라 오라ᄂᆞᆫ 시간을 칠년 ᄃᆡ한에 비 기ᄃᆡ리듯 ᄒᆞ야 허둥지둥 가셔 겨오 인ᄉᆞ 몃마듸 후에 다만 기ᄉᆡᆼ의 가무만 졍신이 ᄲᅡ지게 보ᄂᆞᆫ 모양이어ᄂᆞᆯ 눈치 ᄲᅡ른 본관이 리시ᄎᆞᆯ의 호ᄉᆡᆨᄒᆞᄂᆞᆫ 양을 발셔 짐작ᄒᆞ고 나종 ᄉᆞᄂᆞᆫ 엇지 되얏던지 뎨일 일ᄉᆡᆨ 기ᄉᆡᆼ을 구경식이여 그 인졍을 얼마즘 사고 보리라 ᄒᆞ고 그 길로 관로를
                        쵀호방집에 보ᄂᆡ여 션초를 셩화ᄀᆞᆺ치 불너 왓더라. 션초가 ᄎᆞᆷ아 귀치 안컷마는 기ᄉᆡᆼ의 몸으로 관령을 거역키 어려워셔 마지 못ᄒᆞ야 관노를 ᄯᅡ라 연회에를 갓더라. 리시ᄎᆞᆯ이 션초의 ᄌᆞ두지족과 ᄒᆡᆼ동범졀을 보니 ᄌᆞ연 졍신이 취ᄒᆞ야지고 ᄉᆞ지에 ᄆᆡᆨ이 업셔 즁인 소시곳 안이면 한아름에 덤셕 안아가지고
                        ᄌᆞ긔 침소로 가고 십지마는 참아 그리ᄒᆞᆯ 슈ᄂᆞᆫ 업고 ᄀᆞ쟝 톄면을 ᄎᆞᆯ여셔 본체 만체 안졋ᄂᆞᆫᄃᆡ 눈초리ᄂᆞᆫ 간좌곤향(艮坐坤向)이 되얏고 가ᄉᆞᆷ에ᄂᆞᆫ 쳔병만마(千兵萬馬)가 ᄯᅱ놀아셔 도뎌히 진졍키가 어렵던지 펴드러던 부ᄎᆡ를 쥬루룩 졉어 걱구로 들고 션초 안즌 편을 가라치며

"
                        뎌 기ᄉᆡᆼ 이리 오너라."

션초가 턴연ᄒᆞᆫ ᄐᆡ도로 리시ᄎᆞᆯ 압헤가 공슌히 안즈니

(리) "
              허허 그것 졀묘ᄒᆞ거던
              네
               일홈이 무엇이며 나ᄂᆞᆫ 몃 살이야."

(션) "
              일홈은 션초
              ᄋᆞᆸ고 나ᄂᆞᆫ 열 일곱이올시다.
            "

(리) "
                        기ᄉᆡᆼ은 몃 살부터 되얏스며 가무ᄂᆞᆫ 무엇 무엇을 ᄇᆡ왓노."

션초가 밋쳐 ᄃᆡ답ᄒᆞ기 젼에 본관이 입에 침이 업시 션초
            의 칭찬을 느러 놋ᄂᆞᆫ다.

"
                        그 ᄋᆡ가 외양도 뎌러케 긔묘ᄒᆞ거니와 ᄌᆡ죠가 비샹ᄒᆞ야 춤도 못 출 춤이 업고 노ᄅᆡ도 못 부를 노ᄅᆡ가 업ᄂᆞᆫ 즁 문필로 말ᄒᆞᆫᄃᆡ도 졔
               압가림은 ᄒᆞᆯ만 ᄒᆞ고 음률도 말ᄒᆞᆫᄃᆡ로 ᄆᆡ오 도뎌ᄒᆞᆷ니다. 그 ᄲᅮᆫ 아니오라 졔
                        졀ᄒᆡᆼ이 이샹ᄒᆞᆫ ᄋᆞᄒᆡ라 아모도 샹죵ᄒᆞᆫ 사ᄅᆞᆷ이 이 ᄯᆡᄭᆞ지 업슴니다.
            "

리시ᄎᆞᆯ
            이 바른 손으로 슈염을 쓰다듬으며 고ᄀᆡ를 ᄭᅳ덱ᄭᅳ덱 ᄒᆞ며 너털우슴을 내여 놋ᄂᆞᆫ다.

"
              허허 허허허 그것 참 긔특ᄒᆞ다. 사ᄅᆞᆷ이 그러ᄒᆡ야 쓰지. 허허 뎌 ᄌᆞ격
                        뎌 ᄌᆡ화에
              교방에 몸이 ᄆᆡ여 잇기ᄂᆞᆫ 앗가온걸. 허ㅣ 이곳 풍속은 엇지ᄒᆡ셔 ᄌᆞ식을 뎌만치 졀묘히 낫거던 아모죠록 그 ᄌᆡ죠를 ᄎᆡ와셔 공부를 잘 식여 녀ᄌᆞ 샤회에 고명ᄒᆞᆫ 인물이 되게 ᄒᆞᆯ 것이지. 응 응 지금도 관계치 안이ᄒᆞ다. ᄌᆞ고 이ᄅᆡ로 챵긔 츌신에도 츙, 효, 렬 셰 가지 ᄒᆡᆼ실로 유방ᄇᆡᆨ셰(遺芳百世)ᄒᆞᆫ 인물이 한아 둘 ᄲᅮᆫ이 안인 즉 너
              ᄂᆞᆫ 그네만 못ᄒᆞᆯ 것이 잇ᄂᆞ냐. 오ㅣ 네
              가 문필이 ᄯᅩᆨᄯᅩᆨᄒᆞ다니
              나와 글 리약이나 좀 ᄒᆡ보려ᄂᆞ냐. 연회 파ᄒᆞᆫ 뒤에

                            내 쳐소로 오너라. 응 응
                    "
                    본관
            이 아모됴록 리시ᄎᆞᆯ
            의 보비위ᄅᆞᆯ ᄒᆞ노라고 션초
            ᄅᆞᆯ 도라보며 "

                        션초가 오날이야 슈의ᄉᆞㅅ도 젼에 됴흔 학문을 ᄇᆡ호겟다 이 ᄋᆡ
                        너

                            네 집으로 나갈 것도 업다. 바로 예셔 슈의ᄉᆞㅅ도ᄅᆞᆯ 뫼시고 가거라.
            "

션초
            가 리시ᄎᆞᆯ의 용모를 보건ᄃᆡ 졈자는 학자 ᄀᆞᆺ고 언론을 듯건ᄃᆡ 유리ᄒᆞᆫ 격언이라 속 ᄆᆞᄋᆞᆷ으로 ᄉᆡᆼ각ᄒᆞ기를

"
                        뎌 량반
              이 뎌만치 유식ᄒᆞᆫ 터에 나를 ᄌᆞ긔 ᄯᆞᆯ이나 숀녀 일반으로 귀ᄒᆡ셔 뎌리ᄒᆞᄂᆞᆫ 것이지 셜마 경박ᄒᆞ고 음흉ᄒᆞᆫ 자들 모양으로 괴악ᄒᆞᆫ ᄯᅳᆺ을 두고야 부를냐고 셰상 일이 련비업시ᄂᆞᆫ 안이 되ᄂᆞᆫᄃᆡ 뎌런 량반이 나의 집심ᄒᆞᆫ 바ᄅᆞᆯ 알고 샹당ᄒᆞᆫ 일로 인도ᄒᆞ야 쥴ᄂᆞᆫ지 알 슈 잇나.
            "

ᄒᆞ고 한 마듸 ᄉᆞ양업시
            리시ᄎᆞᆯ
             뒤를 ᄯᅡ라 그 쳐소로 갓더라.
            리시찰이 션초ᄅᆞᆯ 압헤 안치고 창ᄒᆡ에 늙은 룡이 여의쥬ᄂᆞ 엇은 듯이 어루다가

"
                        이 ᄋᆡ
                        션초야. 너 부르기ᄂᆞᆫ 다른 일이 안인 즉 너
                        내 쳥을 드러라.
            "

ᄒᆞ겟지마는 지죠 잇ᄂᆞᆫ
            션초
            를 보통 다른 기ᄉᆡᆼ 다르듯 ᄒᆞᆯ 슈 업셔 얼풋 바로 말을 못ᄒᆞ고 ᄀᆞ쟝
            션초
            를 위로ᄒᆞᄂᆞᆫ 듯이 슈작을 에둘너ᄒᆞᆫ다.

"
              허허 참 다시 보아도 졀등ᄒᆞ거던
              이 ᄋᆡ
               편히 안져라. 어ㅣ 게가 ᄎᆞ겟다. 이 요위로 올나 오너라.
            "

션초
            가 두 무릅을 졉어 붓친 듯이 한편 구셕에 가 족쿠리고 안져셔

"
                        예도 관계치 안이ᄒᆞᆷ니다."

리시찰이 션초
            의 손목을 잡아 ᄌᆞ긔 압으로 ᄭᅳᆯ어다 안치려다가 ᄉᆡᆼ각ᄒᆞᆫ 즉 그리ᄒᆞ다가 로ᄉᆡᆨ을 먹으면 공연히 일도 못되고 덧들니기만 ᄒᆞᆯ가 렴려ᄒᆞ야 내밀엇던 손을 도로 움치러드리며

(리) "
              오냐. 너 편ᄒᆞᆯᄃᆡ로 아모ᄃᆡ나 안거라. 그ᄅᆡ 기ᄉᆡᆼ 노롯 ᄒᆞᆫ지가 몃ᄒᆡ야.
            "

(션) "
                        열 세살부터 시ᄉᆞ를 ᄒᆞ얏ᄉᆞ오닛가. 열 솃
                        열 넷
                        열 다섯
                        열 여섯
                        열 일곱 ᄒᆡㅅ슈로ᄂᆞᆫ 다셧ᄒᆡ나 되엿슴니다."

(리) "
                        기ᄉᆡᆼ 노릇을 ᄒᆞᆯ만치도 ᄒᆞ얏구나.
              이 ᄋᆡ
                        앗ᄭᅡ 본 군슈에게 드르닛가

                             네골군슈로 나려오ᄂᆞᆫ 등ᄂᆡ마다 너를 의례히 슈쳥드리려 ᄒᆞᆫ다ᄂᆞᆫᄃᆡ 일톄로 거졀을 ᄒᆞᆫ다ᄒᆞ니 그게 무신 고집이냐. 긔왕 기ᄉᆡᆼ이 되얏스니 송구영신(送舊迎新)ᄒᆞᄂᆞᆫ 것이 본ᄉᆡᆨ이오 아모 량반에게던지 진작 몸을 허락ᄒᆞ야 젼졍을 도모ᄒᆞᆯ 것이어ᄂᆞᆯ ᄎᆞ일
                        피일
                        금년
                        명년ᄒᆞ다가 무졍ᄒᆞᆫ 셰월에 언의듯 손을 넘기면 그안이 ᄯᅡᆨᄒᆞ냐.
            "

(션) "······"

(리) "
              오- ᄂᆡ가 네
               말을 드러보쟈ᄂᆞᆫ 것인ᄃᆡ 네
              가 올케 ᄉᆡᆼ각을 ᄒᆞ얏다. 사ᄅᆞᆷ이면 다 사ᄅᆞᆷ이냐. 소위 근일지방에 단이ᄂᆞᆫ 사ᄅᆞᆷ들 외양으로 보면군슈ㅣ니 관찰ᄉᆞㅣ니 디위도 놉파 뵈고 긔구도 잇셔 뵈지마는 그 속을 파 보게 되면 모도다 쳥보에 ᄀᆡ동 싼 모양이라 가량 공도로 왓다ᄂᆞᆫ 쟈ᄂᆞᆫ 대가 후예로 부형의 덕이나 인아의 연비로 그 벼ᄉᆞᆯ을 어더 ᄒᆡᆺ지 ᄌᆞ격은 누구 누구ᄒᆞᆯ 거 업시 무식ᄒᆞ거나 못ᄉᆡᆼ긴 것들이오 납뢰를 ᄒᆞ고 온 무리ᄂᆞᆫ 더구나 ᄌᆞ격을 의론ᄒᆞᆯ 여디가 업시 ᄭᅡᆼ그리 도적놈들이오. 그남아
              셔울
               삼네ᄒᆞ고 슈즁에 풋돈량을 가지고 료량 업시 덤벙이ᄂᆞᆫ 것들은 부랑탕ᄌᆞ에 지나지 못ᄒᆞ니 바로 지각업시 남의 등ㅅ골이나 ᄲᆡ랴면 모로거니와 그러치 안이ᄒᆞ고 ᄆᆞᄋᆞᆷ을 단졍히 먹어 ᄇᆡᆨ년을 의탁ᄒᆞᆯ 사ᄅᆞᆷ을 구ᄒᆞ랴면 대단히 어려오니라.
            "

(션) "······"

(션)
                        (리)
                     "
                        션초
              야
              나
              ᄂᆞᆫ 힘드려 말을 ᄒᆞᄂᆞᆫᄃᆡ
              너
              는 웨 ᄃᆡ답을 한 마듸도 안이ᄒᆞᄂᆞ냐.
              이 ᄋᆡ
               연분이라 ᄒᆞᄂᆞᆫ 것은 인력으로 못ᄒᆞᆯ 것인가 보더라. 그리기에 로인에 쇼쳡이 잇지 안이ᄒᆞ냐. 그 계집들이 열이면 열 다 스물이면 스물 다 ᄭᅩᆺ다온 년긔가 셔로 알마즌 남편을 맛나 ᄇᆡᆨ년을 하로갓치 줄기고 십지마는 벌셔 거젹ᄌᆞ리에 ᄯᅮᆨ ᄯᅥ러질 ᄯᆡ에 월로(姥月)의 불은 실로 발목을 ᄆᆡ여 인연을 ᄆᆡ져노은 이샹에 다시 변통ᄒᆞᄂᆞᆫ 도리가 업ᄂᆞᆫ ᄭᆞᄃᆞᆰ으로 신랑 신부가 피ᄎᆞ에 ᄆᆞ음에 잇고도 무슨 탈이 나던지 그 혼인이 긔이히 못되기도 ᄒᆞ고 년치가 비록 샹뎍지 못ᄒᆞ고 간혼이 비ㅅ발ᄀᆞᆺ치 드러온ᄃᆡ도 엇더케 ᄒᆞ던지 그 혼인이 긔어히 되고마는 법인 즉
              이 ᄋᆡ
                        너
              도 넘오 고집 말고 웬만ᄒᆞ거던 몸을 허락ᄒᆞ여라. 셰샹에 별사ᄅᆞᆷ이 잇ᄂᆞᆫ 쥴 아ᄂᆞ냐.
              내
              가 녯날 리약이 한아ᄅᆞᆯ ᄒᆞᆯ 것이니
              너
               좀 드러 보아라. 녯날에도

                            너
              ᄀᆞᆺ치 어엽부게 잘 ᄉᆡᆼ긴 쳐녀 한아이 잇던가 보더라. 년긔가 당혼ᄒᆞ야 신랑 한아를 골으고 골낫고나. 그ᄯᅢ 그 쳐녀 심즁에ᄂᆞᆫ 뎌 신랑과 ᄌᆞ미잇게 살아 ᄌᆞ녀를 층층히 길느며 ᄇᆡᆨ년을 ᄒᆡ로ᄒᆞ리라 ᄒᆞ얏더니 급기 셩례ㅅ날
                        신랑이 뎐안쳥에 당도ᄒᆞ야 졸디에 랑긔마가 놀나 ᄯᅱ며 신랑이 여러 길 되ᄂᆞᆫ 언덕에 가 ᄯᅥ러져 목이 부러져 셰샹을 바리니
                            신부의 아바지가 ᄉᆡᆼ각ᄒᆞ기를 셩례도 안이ᄒᆞᆫ 터에 ᄌᆞ긔 ᄯᆞᆯ을 쳥상과부로 늙힐 리유가 업ᄂᆞᆫ지라. 그 ᄯᆞᆯ다려 ᄉᆞ리를 타닐으니 그 쳐녀 역시 그러히 녁여
                            져의 아바지의 쥬쟝ᄒᆞᄂᆞᆫ 언론을 슌죵ᄒᆞᄂᆞᆫ지라.
                            신부의 아바지가 샥랑으로 나아가 여러 손을 향ᄒᆞ야 공포ᄒᆞ기ᄅᆞᆯ 여러분 즁 누구시던지 샹쳐ᄒᆞ신 량반이 잇거던
                            내 ᄯᆞᆯ과 셩례를 ᄒᆞ십시다. 그 ᄯᆡ에 만좌가 다 황당히 안졋ᄂᆞᆫᄃᆡ 그 즁
              목ᄉᆡᆼ원
              이라 ᄒᆞᄂᆞᆫ 쟈가 나이 칠십여셰인ᄃᆡ ᄌᆞ긔가 쇽현을 ᄒᆞ겟노라 ᄌᆞ쳥ᄒᆞᄂᆞᆫ지라
                            신부의 아바지가 그 늙은 양을 보고 얼는 응답을 안이ᄒᆞ얏고나 그ᄅᆡ셔 안으로 드러가
                            ᄌᆞ긔 마누라를 향ᄒᆞ야 의론을 ᄒᆞᄂᆞᆫᄃᆡ 신부가 겻혜 안졋다가 붓그럼이 죠곰업시 이 일이 벌셔 텬뎡연분이오니 늙엇기로 관계ᄒᆞᆯ 것 잇슴닛가 ᄒᆞ거ᄂᆞᆯ ᄒᆞᆯ일 업시 그 신부ᄅᆞᆯ
              목ᄉᆡᆼ원
              에게로 싀집보ᄂᆡᆺᄂᆞᆫᄃᆡ 그 신부가 싀집가던 ᄒᆡ부터 ᄐᆡ긔가 잇셔 한삼쥴에 여룡여호ᄒᆞᆫ 아ᄃᆞᆯ 삼형뎨ᄅᆞᆯ 나아셔 며ᄂᆞ리 손ᄌᆞᄅᆞᆯ ᄎᆞ례로 보고 오십이 되도록 ᄒᆡ로ᄒᆞ다가
              목ᄉᆡᆼ원
                        일ᄇᆡᆨ 오셰 되던 ᄒᆡ에 ᄂᆡ외구몰ᄒᆞᆫ 일이 잇스니 그 일 한 가지로만 밀어 보아도 혼인이라ᄂᆞᆫ 것은 ᄭᅩᆨ 연분이 잇ᄂᆞᆫ 쥴 안다.
              네
              가 엇더케 드를지ᄂᆞᆫ 모로겟다마는
              너
              의 년긔가 당혼을 ᄒᆞ야 외양과 ᄌᆡ질이 ᄯᅱ여난 ᄭᆞᄃᆞᆰ으로 그 여러 사ᄅᆞᆷ이 모다 욕심을 내되 ᄎᆞ례로 거졀ᄒᆞ얏슨 즉 필경은
              나ᄀᆞᆺ흔 늙은이
              와 텬뎡연분이 잇셔 ᄆᆞ음이 그러케 드럿던 것인지 역시 알 슈 잇ᄂᆞ냐.
            "

(션) "········"

(리) "
              허허 허허허
              내
               슈염이 희ㅅ득희득 셰기ᄂᆞᆫ ᄒᆞ얏다마는 근력이던지 ᄆᆞᄋᆞᆷ은 여간 졀문 놈이 못당ᄒᆞᆯ만 ᄒᆞ다.
              이 ᄋᆡ
               이리 좀 갓가히 안져라.
            "

션초
            가 ᄆᆞᄋᆞᆷᄃᆡ로 ᄒᆞ면 잡아 다리ᄂᆞᆫ 손을 ᄲᅮ리치고 거리ᄎᆡᆨ지라도 ᄒᆞ고 십흐나 몸이 챵가에 잇스니 아모리 졍당ᄒᆞᆫ 말로 거졀ᄒᆞ야도 듯지 아니ᄒᆞᆯ 터이오. 연회에셔 바로 집으로 갓더면 됴흘 것을
            리시찰
             흉증을 곳 졍인군ᄌᆞ로만 넉이고 ᄯᅡ라온 이샹에 독불쟝군으로 아모려도 안이되엿ᄂᆞᆫ지라. 말지 못ᄒᆞ야 그 겻ᄒᆡ가 잠시 안졋다가 원산마미를 븟ᄎᆡㅅ살 졉은 듯이 ᄶᅵᆸ흐리고 바른 손으로 아ᄅᆡㅅᄇᆡᄅᆞᆯ 움켜 잡고

"ᄋᆡ구 ᄇᆡ야. 아ᄭᅡ 국슈 조곰 먹은 것이 쳬ᄒᆡᆺ나 웨 이러케 ᄇᆡ가 압흔가."

리시찰이 ᄌᆞ긔
             친환에 그러케 놀낫스면 대문에다 붉은 문을 셰웟스렷마는 ᄂᆡ간 외간을 당ᄒᆞᆯ 졔ᄂᆞᆫ 남의 말을 과히 ᄒᆞᆯ 것 업지마는 동리 늙은이 초샹난이에셔 조곰 다를 것 업시 시들스럽게 넉이던 위인이라셔
            션초
            의 ᄇᆡ야 소리 한 마듸ᄅᆞᆯ 듯더니 두 눈을 경풍ᄒᆞᆫ 아ᄒᆡ 모양으로 둥그러케 ᄯᅳ면셔

"
              응 ᄇᆡ가 압혀. 뎌ᄅᆞᆯ 엇지ᄒᆞ잔 말이냐.
            "

부스럭 부스럭 엽랑을 글으고 소합원 셔너 ᄀᆡᄅᆞᆯ 내여쥬며

"
                        이 ᄋᆡ 이것을 먹어라.
            "

션초
            가 소합원을 밧아 한 입에 툭 드릿드리고 질겅질겅 씹어 먹으며

"
              에그 져를 집으로 가게ᄒᆞ야 줍시오.
            "

리시찰
            이 션초의 간다ᄂᆞᆫ 소리에 긔가 막혀셔

(리) "

                            너의 집에를 가면 별슈 잇ᄂᆞ냐. 아모ᄃᆡ셔나 약치료를 ᄒᆞ야 보쟈ᄭᅮ나.
            "

(션) "
              안이야오. 예셔 아모리 됴흔 약을 먹어도 급작이 낫지를 못ᄒᆞᆷ니다.
              졔
              가 본ᄅᆡ 속병이 잇셔 조곰만 무엇이 쳬ᄒᆞ기 곳ᄒᆞ면 속병이 치밀며 쥐어ᄯᅳᆺ어 몃 칠식은 의례히 고ᄉᆡᆼ을 ᄒᆞ더니 이 근ᄅᆡ에ᄂᆞᆫ 발작을 안이ᄒᆞ기에 아마 그 병이 업셔졋나 보다 ᄒᆞ얏ᄂᆞᆫᄃᆡ 에그 오날 말고 잇다가 ᄯᅩ 이러ᄒᆞᆷ이다 그려.
              졔
              가 나가셔 슈일 됴리ᄅᆞᆯ ᄒᆞ야 젹이 낫거던 다시 드러와 뵈ᄋᆞᆸ겟슴니다.
            "

(리) "응 옹이에 마듸로다. 불션불후에 하필 오ᄂᆞᆯ 병이 낫단 말이냐. 오냐 그리ᄒᆡ라. 보내쥬마."

션초
            가 그 방문을 나셔니 샹말로 시황이나 난듯이 시완샹쾌ᄒᆞ야 집으로 온 뒤에
            리시찰
            이 죠셕문병을 ᄒᆞ며 다시 한 번 보러고 ᄋᆡᄅᆞᆯ 무진히 쓰나
            션초
            는 줄곳 거졀을 ᄒᆞ야 탁탁난합이 된지라.
            리시찰
             ᄉᆡᆼ각에 쳐음에는
            졔
             몸이 편치못ᄒᆞ닛가 슈졉ᄒᆞ기가 귀치안아 뎌리 ᄒᆞ거니 ᄒᆞ얏다가 여러 날이 되도록 일향 한 모양으로 안이보니 그졔는 의심이 업지 못ᄒᆞ야 슬몃이 사ᄅᆞᆷ을 노아
            션초
            의 병셰 유무ᄅᆞᆯ 탐지ᄒᆡ 보니 그동안 엇더케 알ᄂᆞ니 엇의가 압흐니 ᄒᆞ던 것이 모도다 ᄯᆞᆫ 소리라. 그졔는 분심이 ᄐᆡᆼ즁ᄒᆞ야 당쟝 역졸을 푸렁

                        쵀호방의 집 식구ᄅᆞᆯ 모조리 잡아다가 물벗김으로 치도곤을 퍽퍽 ᄯᅡ리고
            션초
            를 반ᄶᅡᆨ 들어오고 십으나 그는 명여관계에 ᄒᆞ는 슈 업고 그ᄃᆡ로 두고
            졔
             ᄆᆞ음만 기ᄃᆡ리쟈 ᄒᆞ니 쇠 불알 졀로 ᄯᅥ러지면 구어먹기라.

곰곰 궁리리ᄅᆞᆯ ᄒᆞ다가

"
              올치 되얏다······· ᄒᆡᆺ스면 몃 칠 안이되야
              졔
              가 졀로 쓸쓸 긔여 드러오고 말지. 오날은 기위 졉으럿스니 ᄅᆡ일은 쳣 ᄉᆡ벽에 거조를 ᄒᆞ야 보리라.
            "

ᄒᆞ고 일심 졍력이
            션초
            에게 가 잇셔 누엇다 안졋다 한잠도 자지를 못ᄒᆞ고 잇는ᄃᆡ 챵밧긔 사ᄅᆞᆷ
            의 자최가 급히 나더니 엇던 쟈
            가 드러와 리시찰
             귀에다 입을 ᄃᆡ고 무에라 무에라 몃 마듸를 ᄒᆞ닛가
            리시찰이 별안간에 ᄉᆞ지를 벌벌 ᄯᅳᆯ며

(리) "
                        이 ᄋᆡ 그러면 엇더케 ᄒᆞ면 됴흐냐.
            "

(그쟈) "잠시 피신을 ᄒᆞ실 밧긔 다른 샹ᄎᆡᆨ이 업슴이다."

(리) "
                        네
               말이 올키는 ᄒᆞ다마는 뎌간에 랑ᄑᆡ되는 일이 잇고나.
            "

(그쟈) "무슨 일이온지는 알 길 업ᄉᆞ오나 이 다음에 다시 ᄒᆡᆼᄎᆞᄒᆞᄋᆞᆸ셔는 못ᄒᆞ심닛가."

(리) "그도 그럿타."

ᄒᆞ더니 신도 못신고 보션발로 뒤ㅅ문으로 나셔셔 뒤ㅅ산초로ㅅ길로 발톱 불어지는 것을 알아볼 결을이 업다 ᄒᆞ고 얼마ᄶᅳᆷ 다러낫더라. 와셔 귀에 말ᄒᆞ던 쟈는 별사ᄅᆞᆷ 안이라

                        셔울
            셔부터 즁빙으로 다리고 나려간 사ᄅᆞᆷ인ᄃᆡ
            츙쳥
                    경상도
                    동학여당
            이 복보슈ᄅᆞᆯ ᄒᆞ려고 슈 쳔 명이 작당ᄒᆞ야 병긔ᄅᆞᆯ 가지고
            리시찰
            을 ᄎᆞᄌᆞ 쟝셩군
            에ᄅᆞᆯ 그 밤ᄂᆡ로 드러온다는 풍셜을 어셔 엇어 듯고 겁결에 ᄌᆞ셰탐지ᄒᆡ 볼 여부 업시 한다름에
                        리시찰
             쳐소로 와셔 엇더케 풍을 쳐노왓던지
            리시찰이 ᄌᆞ긔
            의 지은 ᄌᆈ가 잇슨 즉 ᄌᆞ겁이 안이날 슈 업셔 그 모양으로 도망ᄒᆞᆫ 것이라.
            쟝셩디방을 그 밤 ᄉᆡ기 젼에 지나
            영광
                    담양
            으로 북도
            를 넘어셔셔
            슌창
                    고부
                    흥덕
             등디를 ᄀᆡᆷ이 쳬ㅅ박희 돌듯 ᄒᆞ며 아모리
            동학당
            의 쇼식을 탐지ᄒᆞ야도 진뎍ᄒᆞᆫ 동졍을 알 수 업는지라 혼ᄌᆞ말로

              이 말이 필경 헛소동이기에 그러치 조곰이라도 근디가 잇는 일 ᄀᆞᆺ흐면 져의가 한 둘이 ᄒᆞ는 일 안이고 이러케 비밀ᄒᆞᆯ 수가 잇나.
              내
              가 어림업시 쇽고 소영ᄉᆞ만 랑ᄑᆡ를 ᄒᆞ얏지 응 랑ᄑᆡ될 것은 무엇 잇나.
              샹쾌(즁방의 일홈)
               말ㅅ다나 아즉도 늣지 안이ᄒᆞ얏는ᄃᆡ
             ᄒᆞ고 불헌듯이 쟝셩군
            으로 도로 가랴다가 다시 무슨 ᄉᆡᆼ각으로 뎡지ᄒᆞ기ᄅᆞᆯ 루ᄎᆞᄒᆞ얏는ᄃᆡ 나죵은 확실ᄒᆞᆫ 허언인 쥴 ᄌᆞ셰히 알고 그졔는 ᄉᆡ로 ᄭᆡ여진 독셔슬ᄀᆞᆺ치 위풍을 픠이며 길을 ᄯᅥ나더라.

이 ᄯᆡ 쵀호방이 ᄌᆞ긔ᄯᆞᆯ의 뎡ᄒᆞᆫ ᄯᅳᆺ을 억졔키 어려워셔 져 ᄒᆞ쟈는 ᄃᆡ로 ᄂᆡ여ᄇᆞ려 두엇스나 싀골 사ᄅᆞᆷ이라는 것은 셔울 량반 무셔워 ᄒᆞ기를 호랑이 맛난이보다 한층 더ᄒᆞᆫ 즁
            리시찰의 션셩이 놉고 쵀호방
            의 조심이 심ᄒᆞ야 일ㅅᄌᆞ 션조의 병탈ᄒᆞ고 온 이후로 울에 안즌 새 몸ᄀᆞᆺ치 솜아 솜아 ᄒᆞ던 ᄎᆞ에 리시찰
            이 모야 무지간에 부지 거쳐로 갓다닛가 일변 이샹도 ᄒᆞ고 일변 시원도 ᄒᆞ더니 하로는 문밧ᄭᅴ셔 누가 와셔 찻거ᄂᆞᆯ 신지무의ᄒᆞ고 나아갓는ᄃᆡ 졸디에 무지ᄒᆞᆫ 역졸ᄇᆡ
                    가 우루루 달녀드러
            쵀호방의 멱살을 치켜 잡고 이 ᄲᅡᆷ 져 ᄲᅡᆷ ᄉᆞ졍 업시 치며 ᄭᅩᆼ문이에셔 ᄲᆞᆯᄂᆡ줄 ᄀᆞᆺ흔 삼시위 로오리ᄅᆞᆯ 쑥 ᄲᆡ여 쵀호방
            의 두 손목을 ᄭᅳᆫ어지거라 ᄒᆞ고 잔ᄯᅳᆨ 잘나ᄆᆡ더니 덜미를 턱턱 집허 압셰우고 가는지라. 그 디경이 되닛가 왼집안이 란가가 되야 엇진 곡졀인지 모르고 황황 망조ᄒᆞ는ᄃᆡ 션초
            는
                        져
            의 아바지 잡혀가는 것을 물그름이 보며 혼ᄌᆞ말이

"
              에그 뎌를 엇지ᄒᆞ면 됴흔가.
              아바지
              ᄭᅴ셔 다년 리역을 단이셧지마는 엽젼 한 푼 범포한 젹도 업고 셩품이 번거ᄒᆞᆷ을 슬혀ᄒᆞ샤 내 일 안니면 샹관 안이ᄒᆞ시기로 유명ᄒᆞ신 터인ᄃᆡ 뎌 놈들이 무슨 곡졀로 큰 죄인인 일발으로 뎌러케 잡아ᄅᆞᆯ 가가."

"
              올치. 이 일이 ᄭᆞᄃᆞᆲ이 잇는 일이로구나. 좀 잇다 셔문을 드르면 알겟지마는 필경
              리시찰
              의 소위가 십샹팔구인 즉
              내
              가 이 모양으로 나셧는 것이 만만 불가ᄒᆞ지
              그
              도 셜마 사ᄅᆞᆷ이지 ᄇᆡᆨ셩 보호ᄒᆞ라는 졍부관리가 되야 무죄ᄒᆞᆫ 사ᄅᆞᆷ을 억지로 엇지ᄒᆞᆯ나구.
            "

ᄒᆞ며 집으로 도로 드러와 사ᄅᆞᆷ을 느러노아 하회형편을 탐지ᄒᆞ더라. 쵀호방은 자다가 ᄭᅮᆷㅅ결ᄀᆞᆺ치 불의 지변을 맛나 발ㅅ길이 ᄯᅡᆼ에 달ᄉᆡ 업시 잡혀가 관가 ᄯᅳᆯ 아ᄅᆡ에 ᄭᅮᆯ어 업ᄃᆡ려 잇노라니 당상에셔 텬동ᄀᆞᆺ흔 호령이 나오는ᄃᆡ

"
                        네 죄ᄅᆞᆯ 네가 모를ᄭᅡ.
            "

쵀호방
            이 고ᄀᆡᄅᆞᆯ 조으며 겻눈으로 힐ᄭᅳᆺ 쳐다보니 다른 사ᄅᆞᆷ이 안이라 곳
            리시찰
            이 로긔를 등등히 ᄯᅴ고 안졋는지라.

(쵀) "쟝하에 쥭ᄉᆞ와도 죄명을 ᄭᆡ닷지 못ᄒᆞ겟ᄂᆞ이다."

(리) "
            뎡녕히······ 흉악ᄒᆞ고 간특ᄒᆞᆫ
            놈."

(쵀) "
                        졔
            가 무엇이 그다지 흉악ᄒᆞ고 간특ᄒᆞ오닛가. 쥭을 ᄯᅢ 죽ᄉᆞ와도 죄명이나 알아지이다."

(리) "
            이 놈. 관뎡 발악ᄒᆞᆫ다.
            네 죄명을 네가 스ᄉᆞ로 ᄉᆡᆼ각ᄒᆡ 보면 알 것이지 누구다려 ᄉᆡᆼ심코 무러."

(쵀) "
                        져
            는 아모리 ᄉᆡᆼ각ᄒᆞ와도 알 길 업ᄉᆞ오니 닐너쥬ᄋᆞᆸ소셔.
          "

(리) "
            그러면 동학당은 언의 놈이 비밀히 불너
            나
            ᄅᆞᆯ ᄒᆡᄒᆞ려고 ᄒᆡᆺ던구.
          "

(쵀) "
            하ᄂᆞᆯ 나려다 보심니다.
            졔
            가 ᄉᆡᆼ심 그런 ᄯᅳᆺ이ᄂᆞ 둘ㅅ가망이 잇슴닛가. 지금이라도 그 말을 드르신 곳으로 다시 ᄎᆡ근을 ᄌᆞ셰ᄒᆡ 보ᄋᆞᆸ시면
            져
            의 무ᄌᆈᄒᆞᆷ을 ᄌᆞ연 통촉ᄒᆞ실 터 이올시다.
          "

(리) "
                        이 놈 무슨 잔소리야. 부죄ᄒᆞ면

                                네 집 하인이 고부읍에셔 작란ᄒᆞ던
                            최슌팔의 집에는 무엇ᄒᆞ러 ᄀᆞᆺ다 왓셔.
          "

(쵀) "


                                졔집 하인을 젼답ᄆᆡᄆᆡ에 샹관되는 일이 잇ᄉᆞ와
            고부ᄯᅡ
            에 보ᄂᆡᆺ던 일은 잇ᄉᆞ와도 최슌팔
            은 엇던 쟈인지 평ᄉᆡᆼ에 얼골도 알지 못ᄒᆞᄋᆞᆸᄂᆞ이다.
          "

(리) "
            무슨 잔소리구.
            내
            가 번연히 알고 말ᄒᆞ는ᄃᆡ 죵ᄅᆡ 바로 토셜을 아니ᄒᆞ랴구.
            네
             몸이 압허도 이리ᄒᆞᆯᄭᅡ. 이놈
                        음흉ᄒᆞᆫ놈.
          "

쵀호방
            이 어미가 업셔 이ᄅᆞᆯ ᄭᆡ물고 다시는 말을 안이하고 업ᄃᆡ려 잇노라니 좌우에셔 연ᄒᆡ 쥬쟝질을 ᄒᆞ며 바로 알외라고 무한 죠련ᄒᆞ다가 그ᄃᆡ로 항ᄉᆡ죡ᄉᆡᄒᆞ야 옥 속에 ᄭᅳᆯ어다 넛고 하도감잠을쇠로 옥문을 굿게 잠갓더라. 이ᄯᅢ 션초가 리시찰의 문초ᄒᆞ던 소문을 드르니 ᄇᆡᆨ옥무하(白玉無瑕) ᄀᆞᆺ흔
                        ᄌᆞ긔아바지에게 젹지 아니ᄒᆞᆫ 죄명을 억울히 씨워 쟝ᄎᆞ 언의 디경에 이ᄅᆞᆯ는지 측량치 못ᄒᆞᆯ지라. 황망ᄒᆞᆫ 말소ᄅᆡ로

"
                        어머니
             뎌 일을 엇지ᄒᆞ면 됴탄 말ᄉᆞᆷ이오.
            우리
             지금 승문고라도 쳐셔
            아바지
             무죄ᄒᆞ신 발명을 ᄒᆞ야 보십시다.
          "

ᄌᆞ식이라 ᄒᆞ는 것은 열이면 아홉은 외탁을 의레 ᄒᆞ는 법이라.

                        션초ᄀᆞᆺ흔 ᄯᆞᆯ
            을 ᄂᆞ흔

                        쵀호방의 마누라 츈홍
            인들 범연ᄒᆞᆫ ᄌᆞ격이리오.

                        ᄌᆞ긔남편
             의 변린당ᄒᆞᆫ 것을 보고 가ᄉᆞᆷ이 터질 것 ᄀᆞᆺ흐면 산산조각이 날만치 ᄋᆡ를 쓰는 ᄎᆞ에
            션초
            의 ᄒᆞ는 말을 듯고 두 손으로 한편 무릅에 ᄭᅡᆨ지ᄅᆞᆯ 느즈막히 ᄭᅵ고 우두컨이 안져 궁리를 ᄒᆞ다가

(츈) "
                        이 ᄋᆡ
                        승문고도 쇼용업다. 이 일이 본관이ᄂᆞ 관찰ᄉᆞ가 관계ᄒᆞ는 바가 아니오.
            리시찰이 우리ᄅᆞᆯ 미워셔
                            너의 아바지에게 죄를 씨우는 일인ᄃᆡ 아무 짓을 ᄒᆞ기로 효험이 잇겟ᄂᆞ냐.
          "

(션) "
            에그 그러면 엇더케 ᄒᆞ나요. 쇼문을 드르닛가
                            동학 죄인은 잡는 ᄃᆡ로 포살을 ᄒᆞᆫ다는ᄃᆡ
            아바지
            ᄅᆞᆯ 동학간런으로 몬다ᄒᆞ니 뒤ᄭᅳᆺ치 엇더케 될는지 알 슈가 잇ᄂᆞ요.
          "(츈)

"
                        리시찰이 너
             ᄭᆞ닭에 함혐을 ᄒᆞ고 그리는 모양인가 보다마는 아모럿턴지 무죄ᄒᆞᆫ 사ᄅᆞᆷ을 ᄉᆡᆼ으로 쥭이겟ᄂᆞ냐.
          "

ᄒᆞ더니 그 말이 졈졈 극도에 달ᄒᆞ야 확확 함부루 물 퍼붓듯 ᄂᆞ온다.

"
              오냐 열 치가 한 치가 되더ᄅᆡ도

                            너의 아바지
              만 옥구멍에셔 살아만 ᄂᆞ오ᄅᆡ라. 이 복보슈ᄒᆞᆯ 날이 셜마 잇지 사ᄅᆞᆷ이 쥭으면 아조 쥭으랴. 슈염이 희ㅅ득 희득ᄒᆞᆫ 것이

                            졔막ᄅᆡ ᄯᆞᆯ ᄀᆞᆺ흔네
              게다 흉측ᄒᆞᆫ ᄆᆞᄋᆞᆷ을 두고 그ᄯᅡ위 ᄒᆡᆼ실을 ᄒᆡㅣ 그ᄅᆡ도 안이ᄭᅩᆸ게
              졔
              가 ᄀᆞ장 졈자는 톄 ᄒᆞ고 의졋을 ᄲᆡ내드라지 에그 죠졍에ᄂᆞᆫ 사ᄅᆞᆷ도 귀ᄒᆞ지. 그런 음흉ᄒᆞᆫ 것을 시찰ᄉᆞ로 나려보냇스니
              졔
              가 그 ᄭᅩᆯ에 시찰은 무슨 일을 시찰ᄒᆞᆯ 터인구.
              내
              가 남에 악담이 아니라 남의 못ᄒᆞᆯ 노릇을 ᄒᆞ고
              제
              게 안치지 안이ᄒᆞᄂᆞᆫ 법이 업ᄂᆞ니라.
                    "

(션)"

            에그 어머니. 아모 말ᄉᆞᆷ도 말으시오. 공연히 이런 쇼문이 나면 아바지 몸에만 해롭게 됨니다.
                    "

(춘)"

                        이 계집ᄋᆡ
             듯기 슬타. 오ᄂᆞᆯ날

                            너의 아바지
            뎌 고ᄉᆡᆼᄒᆞᄂᆞᆫ 것이 모도다 뉘 탓이냐. 긔왕 팔ᄌᆞ가 사오나와 기ᄉᆡᆼ인지 비ᄉᆡᆼ인지 되엿스면 유난스럽게 굴지 말고 남과 ᄀᆞᆺ치 츄월츈풍(秋月春風)으로 지나거나 ᄯᅩ 한 ᄆᆞᄋᆞᆷ 한 ᄯᅳᆺ을 먹엇거던 연회파ᄒᆞᆫ 뒤에 진즉 집으로 나올 것이지 무엇을 ᄒᆞ러 어슬넝 어슬넝 ᄯᅡ라갓다가 집안을 이 디경이 되게 ᄒᆞ얏ᄂᆞ냐.
          "

한참 이 모양으로 모녀가 말을 ᄒᆞᄂᆞᆫᄃᆡ 다년
                        자긔집 하인이나 다름업시 단이ᄂᆞᆫ
            관비
            가 분쥬히 드러오더니

"
                        아씨
             안녕ᄒᆞ십쇼. 에그
            자근 아씨
            게셔 엇의가 편치 안느심닛가. 웨 얼골이 여러케 못ᄒᆞ셧셔요.
          "

션쵸
            ᄂᆞᆫ 아모 말 업시 ᄌᆞ긔 쳐소로 드러가고

                        션초 어머니ᄂᆞᆫ

(츈) "
            응 ᄌᆞ네
             왓나. 웨 여러 날을 아니 왓던가.
          "

(관) "
            ᄌᆞ연 그리 ᄒᆡᆺ슴니다. 에그
            ᄃᆡᆨ
            에셔야 여복 걱졍이 되시겟슴닛가.
            나으리
            ᄭᅦ셔 뎌 디경이 되셔셔.
          "

(츈) "··········"

(관) "
                        졔가 ᄃᆡᆨ을 샹젼ᄃᆡᆨ ᄀᆞᆺ치 바라고 단이ᄂᆞᆫᄃᆡ
            나으리
             쇼문을 듯ᄉᆞᆸ고 엇지 놀나온지 한 다름에 ᄯᅱ여가
            김션달
            을 보앗슴니다.
          "

(츈) "
                        김션달
            이라니 누구 말인가.
          "

(관) "
            압다 슈의ᄉᆞㅅ도
                        즁방으로 ᄯᅡ라온
            김션달
             말ᄉᆞᆷ이올시다.
          "

(츈) "
                        김션달
            은 엇지ᄒᆡ셔 ᄎᆞ져갓던가.
          "

(관) "그가

                                졔아오의 집에 쥬인을 뎡ᄒᆞ고 잇ᄉᆞᆸ는ᄃᆡ 아오의 말ᄉᆞᆷ을 드른 즉 김션달이 슈의ᄉᆞㅅ도ᄭᅴ 아조 단벌 로긴ᄒᆞ다고 ᄒᆞᄋᆞᆸ길ᄂᆡ

                            ᄃᆡᆨ 나으리ᄭᅴ셔 무슨 죄로 잡히셧ᄂᆞᆫ지 큰 형벌이나 아니 당ᄒᆞ시고 슈히 노이실ᄂᆞᆫ지

                            졔
             아오다려 김션달
            ᄭᅴ 슬몃슬몃 무러보아 달나고 ᄒᆞ얏ᄉᆞᆷ니다.
          "

(츈) "
                        김션달
            이 아모리

                                ᄌᆞ네
             아오의 집에 쥬인은 뎡ᄒᆞ고 잇기로 그런 말을 함부루 리약이 ᄒᆞᆯ나구. 그리ᄒᆡᆺ나.
          "

(관) "

                            졔
             아오가 뭇ᄂᆞᆫᄃᆡ
            김션달
            이 아ᄂᆞᆫ 일ᄭᆞ지ᄂᆞᆫ 리약이 아니ᄒᆞ지 못ᄒᆞᆯ만ᄒᆞᆫ 눈치를 알앗슴니다.

                            졔
             아오가 좀 ᄯᅩᆨᄯᅩᆨ이 ᄉᆡᆼ겨슴닛가. 아마
            김션달
            이 쥬인뎡ᄒᆞ도 잇슨 후로 무슨 관계가 착실히 잇ᄂᆞᆫ 것이야요.
          "

(츈) "
            그ᄅᆡ 김션달
            이 무엇이라고 ᄒᆞ드라던가.
          "

(관) "에그 엇지ᄒᆞ나. 이런 말ᄉᆞᆷ을 엿쥬면 넘오 놀아실 터인ᄃᆡ 그러타고 아니 엿쥴 슈ᄂᆞᆫ 업고"

ᄒᆞ더니 무슨 소리를 두어 마듸ᄶᅳᆷ ᄒᆞ닛가
            션초 어머니
            가 줌억으로 ᄯᅡᆼ바닥을 ᄯᅡᆼᄯᅡᆼ치며

"에구 하ᄂᆞ님 마ᄋᆞᆸ소셔. ᄉᆡᆼ 사ᄅᆞᆷ을 이러케 쥭여도 관계치 안은가. 웨 쥭여 웨 쥭여. 무슨 죄ᄅᆞᆯ 범ᄒᆡᆺ길내 쥭이러드러."

ᄒᆞ며 방셩ᄃᆡ곡을 ᄒᆞ니
            션초
            가 마조 울며

"
                        어머니
             고만 진졍ᄒᆞ십시오.
            뎌 어멈
            이 무슨 말을 엿쥬엇길ᄂᆡ 이러심닛가.
            여보게어멈
            . 무엇이라고 말ᄉᆞᆷ을 엿쥬엇나.
          "

이 모양으로 셩화ᄀᆞᆺ치 뭇ᄂᆞᆫᄃᆡ 관비
            ᄂᆞᆫ 머뭇 머뭇ᄒᆞ고 ᄃᆡ답을 못ᄒᆞᄂᆞᆫᄃᆡ
                        션초 어머니가 소ᄅᆡᄅᆞᆯ 버럭 질너

"

                            너
            의 아버지를 ᄂᆡ일
                        모레 죽인단다. 시원히 알냐ᄂᆞᆫ냐.
          "

션초
            가 처음에ᄂᆞᆫ 엇진 영문인지 몰낫다가

                        져
            의 어머니의 ᄒᆞᄂᆞᆫ 말을 드르니 엇더케 긔가 막흰지 얼골빗이 노ᄅᆡ지고 두 눈이 ᄭᅩᆺᄭᅩᆺᄒᆞ야 아모 말도 못ᄒᆞ고 안졋다가

                        져
            의 어머니 압헤가 ᄯᅥᆨ 업드러지며

"
            에그 어머니.
            져부터 쥭어요.
          "

션초 어머니
            가 그 ᄯᆞᆯ 츅겟다ᄂᆞᆫ 말을 울면셔도 귀ㅅ결에 드럿던지 초마자락을 집어 눈물을 이리 씻고 뎌리 씨스며

"
            오냐 아니울마. 걱졍말아. 쥭기ᄂᆞᆫ 웨 죽으랴나냐.
            우리모녀
             가 아모조록 긔를 쓰고 살아셔

                            너
            의 아버지 원슈ᄅᆞᆯ 갑ᄒᆞ야 ᄒᆞᆯ 터인ᄃᆡ 그러케 어림업시 죽어
          "

이 ᄯᆡ 관비
            ᄂᆞᆫ 열업시 말 한 마듸ᄅᆞᆯ 불슉 ᄒᆡ노코 도로혀 무료히 잇다가

"
                        아씨
             진뎡ᄒᆞᆸ시오 말이 그럿치 셜마 엇더ᄒᆞ릿가.
            졔
            가 ᄃᆡᆨ
            에ᄅᆞᆯ 별로 갓가히 안이단이ᄂᆞᆫ 톄ᄒᆞ고 김션달에게 다시 무러보아 만약 풍셜이게 되면 다시 말ᄉᆞᆷᄒᆞᆯ 거 업시 둇ᄉᆞᆷ고 그러치 못ᄒᆞᄋᆞᆸ거던 즉시 와 엿쥴 것이니 힘자라ᄂᆞᆫ ᄃᆡ로 쥬션ᄒᆞ야 보십시오.
          "

(츈) "에그 이 디경에 누가 이러케 와셔 곰압게 말을 ᄒᆞ겟나. 어렵지마는 어셔 좀 알아다 쥬게."

그 관비
            가 하직ᄒᆞ고 간지 두어 식경이나 지나 분분히 다시 오거ᄂᆞᆯ

                        션초 어머니도 궁금ᄒᆞ려니와 뎨일 션초가 갑갑ᄒᆡ셔 마루ᄭᅳᆺ흐로 마조 나오며

"
                        간난 어멈. 그ᄅᆡ

                            ᄃᆡᆨ나으리마님 일을 ᄌᆞ셰 알아보고 왓나.
          "

관비가 션초다려ᄂᆞᆫ

"
            예 예 다 아라보앗슴니다.
            아씨
            게 ᄌᆞ셰 엿쥴 것이니 쳔쳔히 드르십시오.
          "

ᄒᆞ며 다시ᄂᆞᆫ 다른 말이 업시

                            자긔 어머니 쳐소로 드러가더니 감안감안히 무엇이라고 한참 말을 ᄒᆞ닛가

                        ᄌᆞ긔
             어머니가 눈물만 ᄯᅮᆨᄯᅮᆨ ᄯᅥ러트리고 듯다가 입맛을 ᄶᅥᆨᄶᅥᆨ 다시며

"
            아모리 내
             속에셔 난 ᄌᆞ식
            이기로 이런 일이야 억졔로 권ᄒᆞᆯ 슈가 잇나.
          "

이ᄯᅢ 션초가
            관비
             드러오ᄂᆞᆫ 양을 보고 일ᄭᅥᆫ
            간난 어멈
            을 브르며 말을 무러 보앗더니 쳔쳔히 드르라고 맛업시 ᄃᆡ답ᄒᆞ며

                        ᄌᆞ긔
             어머니다려 무슨 말을 은근히 젼ᄒᆞᄂᆞᆫ 양을 보고 심즁에 이상히 넉여 미다지 틈으로 엿보며 듯다가 급기
                        ᄌᆞ긔
             어머니가 울며 ᄒᆞᄂᆞᆫ 말을 드르니 심히 이샹스러워셔 방문을 가만이 열고 겻ᄒᆡ가 날아갈 ᄯᅳᆺ이 안즈며

(션) "
                        어머니
             지금 그게 무ᄉᆞᆷ 말ᄉᆞᆷ이야요. 웨
            아바지
            ᄭᅴ셔 참말 노여나오시지 못ᄒᆞ게 되셧나요.
          "

(츈) "
            노여나오ᄂᆞᆫ 것이 다 무엇이냐. 닷ᄉᆡ 후며는 홍문밧 ᄉᆞᆷ거리에다 내여다 안치고 총으로 노아 쥭인단다. 에그 남은 열 ᄌᆞ식을 두어도 아모탈 업더구면
            우리
            ᄂᆞᆫ 변변치 못ᄒᆞᆫ ᄯᆞᆯ 형뎨를 두엇ᄂᆞᆫᄃᆡ ᄯᆞᆯ에 효도 보기는 바라도 아니ᄒᆞ지마는
            너로 인ᄒᆞ야 ᄉᆡᆼᄯᅦ갓흔 아비가 폭도에 죄명을 쓰고 총을 마져 쥭게 되엿지.
          "

(션) "
            그게 웬 말ᄉᆞᆷ이야요.
            리시찰
            이 져
            를 뮈워셔 아바지
            를 쥭이ᄂᆞᆫ 것이 올시다 그려. 정 그러ᄒᆞᆯ 터이면 고만 두십시오.
            졔
            가 지금 ᄯᅥ나 쥬야ᄇᆡ도ᄒᆞ야 셔울
            로 올나가 남산
            에 봉화를 드러
            리시찰의 죄샹을 들어ᄂᆡ고 아바지 무죄ᄒᆞᆷ을 발명ᄒᆞ겟슴니다.
          "

관비
            가 대경질ᄉᆡᆨ을 ᄒᆞ야
            션초
            의 입을 손바닥으로 트러막으며

(관) "
                        자근 아씨
                        남의 말은 ᄎᆡ 드르시도 아니ᄒᆞ시고 웨 이리 ᄯᅥ드십시오 곳 큰 일 나겟네.
            슈의ᄉᆞㅅ도
            가 언졔 펼쳐ᄂᆡ노코
            작은 아씨
             ᄯᅢ문에 그리ᄒᆞᆷ닛가. 공연히 이러케 왁자짓걸 ᄒᆞ시면 화만 더 ᄌᆡ촉ᄒᆞ시ᄂᆞᆫ 일이올시다. 셜영 작은 아씨
            가 셔울
            을 가시기로 언의 겨를에 일쥬션을 ᄒᆞ실 터이오닛가. 분ᄒᆞ다고 이리시면
            나으리
            ᄭᅴ 조곰도 리롭지 못ᄒᆞᆷ니다.
          "

션초
            가 ᄂᆡᆸ드던 긔운을 억졔로 참ㅅ고

(션) "그러면 엇의 자셰 드러보셰. 말을 다 ᄒᆞ게"

(관) "
            지금 가셔
                            졔아오를 식여 김션달
            에게 다시 알아도 몃 칠 후면

                            ᄃᆡᆨ 나으리
             일이 ᄎᆞᆷ아 입으로 옴기지 못ᄒᆞᆯ 지경이라 ᄒᆞ기에
            졔
             말로 하ᄂᆞᆯ이 문어져도 소사나올 구멍이 잇다ᄂᆞᆫᄃᆡ 엇더케 일폐일 도리가 업겟ᄂᆞ냐 무른 즉 김션달
            도 아모리 슈의ᄉᆞㅅ도
            의 심복일지라도
            나으리
             무죄히 그 지경되시ᄂᆞᆫ 것이 ᄆᆞᄋᆞᆷ에 ᄯᅡᆨᄒᆞ던지 한업시 한탄을 ᄒᆞ다가 말ᄒᆞ기를 지금이라도 무ᄉᆞ타쳡ᄒᆞᄌᆞ면 ᄯᅩᆨ ᄒᆞᆫ 가지 일이 잇ᄂᆞᆫᄃᆡ 만일 의향만 잇고 보면 그 쥬션은 내
            가 다 ᄒᆞ겟다 ᄒᆞᄂᆞᆫᄃᆡ 그 말이 별말이 아니라
            작은 아씨
             말ᄉᆞᆷ입듸다.
          "

(션) "
            ·····내
             말을 무엇이라고 ᄒᆞ더란 말인가.
          "

(관) "
                        슈의ᄉᆞㅅ도
            가 아씨
            를 한업시 ᄉᆞ모ᄒᆞ시ᄂᆞᆫ 터에 눈ᄭᅳᆷ젹ᄒᆞ고 그 말을 드럿스면 벼ᄀᆡ위 공사가 업다고 분명히 ᄇᆡᆨ방이 될 듯 ᄒᆞ지만은 원ᄅᆡ
            그
            의 지조가 견확ᄒᆞ닛가. 누가 무안이나 보쟈고 권ᄒᆡ보겟나. 쇽졀업시
            쵀호방
            만 쥭을 터이지 ᄒᆞ는 말을 듯고 져
             되야셔 ᄃᆡᆨ
            에 와 엿줍지 아니ᄒᆞᆯ 가망이 잇슴닛가.
          "

션초
            가 그 다음 말은 듯지도 안이ᄒᆞ고
                        ᄌᆞ긔 방으로 드러가 뒤문을 여러노코 문ㅅ지방에다 한편 팔ᄭᅮᆷ치를 셰우고 비스듬이 기ᄃᆡ 안져셔 무엇을 유심히 ᄂᆡ다보며 한슘만 치ᄉᆔ고 ᄂᆡ리 쉬더라. 텬디 권능을 홀노 ᄌᆞ지ᄒᆞᆫ 듯 ᄒᆞᆫ 것은 츈삼월 동풍이라. 그 바ᄅᆞᆷ 지나ᄂᆞᆫ 곳마다 말으고 쇠ᄒᆞᆫ 가지에 입이 나고 ᄭᅩᆺ이 퓌며 일년
                    일도에 영화로온 긔샹을 그려ᄂᆡᄂᆞᆫ 즁


                            쵀호방에 집 후원화초가 당시에 뎨일인 듯 십게 란만ᄒᆞᆫᄃᆡ 몸은 약ᄒᆞ고 날ᄀᆡᄂᆞᆫ 부드러온 옥ᄉᆡᆨ나뷔 하아이 바람을 못익의여 간신이 날어 단이다가 심슐 굿고 욕심 ᄆᆞᆫ흔 검의가 요ᄒᆡ쳐마다 ᄭᅩᆨᄭᅩᆨ 질너 팔ᄆᆞᆫ금 ᄉᆞ진치듯 ᄒᆞᆫ 쥴에 가셔 불ᄒᆡᆼ히 턱 걸녀 오도가도 못ᄒᆞ고 무한 신고를 ᄒᆞ다가 근력이 탈진ᄒᆞ야 두 날ᄀᆡ를 졉어 붓치고 다시 ᄭᅩᆷᄶᅡᆨ도 못ᄒᆞᄂᆞᆫ지라.
            션초가

"
            에그 뎌 나뷔보게.
            ᄂᆡ와 갓치 불샹히도 되엿지.
          "

ᄒᆞ고 방ㅅ구셕에 셰워 잇ᄂᆞᆫ 젼반을 얼픅 집어 들고 버선발로 감안감안 ᄂᆡ려가 검의쥴 한복판을 탁 걸어 잡아다려 나뷔 젼신에 휘휘친친 감긴 검의쥴을 차례차레 ᄯᅳᆺ어 쥬며 혼자 한탄ᄒᆞᄂᆞᆫ 말이

"
            에그 이 나뷔ᄂᆞᆫ 텬ᄒᆡᆼ으로
            나
            ᄅᆞᆯ 만나 몹슬 검의의 핍박ᄒᆞᆷ을 면ᄒᆞ고 뎌러케 ᄆᆞᄋᆞᆷᄃᆡ로 훨훨 날아가ᄂᆞᆫ 고면 나
            ᄂᆞᆫ 언의 누가
            졔를 ᄒᆞ야 우리 아바지
            를 옥즁에셔 뫼셔 내오고 아모 침ᄎᆡᆨ업시 시원ᄒᆞᆫ 셰샹을 보고 사라볼고 휘ㅣ여 뎌 ᄭᅡᆷ아귀가 웨 져러케 야단스럽게 와셔 우나 ᄭᅡᆷ아귀ᄂᆞᆫ 령물이라 사ᄅᆞᆷ이 쥭으랴면 미리 알고 뎌러케 운다ᄂᆞᆫᄃᆡ 아마 ᄂᆡ가 분에 못이긔여 뎡녕 쥭으려나 보다 쥭ᄂᆞᆫ 것은 슯지 안이ᄒᆞ지마는 아바지
             노혀 나오시ᄂᆞᆫ 것을 보지 못ᄒᆞᄂᆞᆫ 일이 ᄲᅧ에 ᄉᆞ모치지 아니ᄒᆞᆫ가 에그 ᄭᅡᆷ아귀ᄂᆞᆫ 미물이라도
            졔
             어미에게 효셩이 잇ᄂᆞᆫ고로 ᄆᆞᆫ고에 효됴(孝鳥)라ᄂᆞᆫ 아람다온 일홈을 엇엇ᄂᆞᆫᄃᆡ ᄉᆞᄅᆞᆷ이 되고 부모에게 불효가 되면 미물ᄆᆞᆫ도 못ᄒᆞ지·······
          "

ᄒᆞ며 ᄭᅳᆯ로 파고 박은 듯이 한 곳에 가 우두ᄭᅥ니 셔셔 곰곰 ᄉᆡᆼ각을 ᄒᆞ다가

"
            에라 ᄒᆞᆯ 일 업다. 부모 업ᄂᆞᆫ ᄌᆞ식이 엇의 잇겟늬.
            ᄂᆡ 몸 한아 버려 아바지
            만 살아나셧스면 오날 쥭어도 내 도리ᄂᆞᆫ 다 찰엿지ㅣ
          "

ᄒᆞ고 낫빗을 화평이 가지고 안방으로 다시 드러가 관비를 ᄃᆡᄒᆞ야

"
            여보게
                            ᄃᆡᆨ 나으리
             무죄 ᄇᆡᆨ방되시고 못되시ᄂᆞᆫ 것은
            갓난 어멈
             쥬션만 밋으니 아모됴륵 힘을 잘 써 보게.
          "

갓난 어미
            ᄂᆞᆫ
                        쵀호방
            집을 위ᄒᆞ야 그 모양으로 입에 침이 업시 ᄋᆡ를 쓰ᄂᆞᆫ 일이 슌젼 안이라 기실은
            리시찰
            의 돈쳔이나 쥰다은 젼후 롱락에 츔을 츄고 단이난 것이라 쳐음에
            션초
            의 ᄂᆡᆼ락히 구ᄂᆞᆫ 양을 보고 얼마ᄶᅳᆷ ᄆᆞᄋᆞᆷ에 낭ᄑᆡ로 녁엿더니
            션초
            의 됴흔 낫흐로 다시 와셔 말ᄒᆞᄂᆞᆫ 양을 보니 한업시 깃거워셔

(관) "
                        자근 아씨
             그난 아모 걱졍 말으시고 한 마듸 말ᄉᆞᆷ만 쾌히 ᄒᆞ시면 ᄅᆡ일이라도

                            ᄃᆡᆨ 나으리
            ᄭᅴ셔 ᄂᆞ오시도록 힘을 써 보오리다.
          "

(션) "
            아모려ᄂᆞ 곰아온 사ᄅᆞᆷ일셰.
            ᄂᆞ다려난 더 말ᄒᆞᆯ 것 업시
            슈의ᄉᆞㅅ도
            의 말ᄉᆞᆷ을 드러보와셔
            내
            게 향ᄒᆞ야 일시 풍졍으로 그리ᄒᆞᆫ다 ᄒᆞ면
            갓난 어멈
            도 내
            게 다시 올 것이 업고 아모리
            그가 ᄂᆡ게 년긔가 상젹지 안이ᄒᆞᄂᆞ ᄇᆡᆨ년을 긔약ᄒᆞ겟다 ᄒᆞ거던 즉시 와셔 알게만 ᄒᆞ게."

관비
            가 그 길노
            김션달
            을 가보고
            션초
            에 말를 일일히 젼ᄒᆞ니
            김션달
            이 큰 셩공이ᄂᆞ ᄒᆞᆫ 듯이
            리시찰
            에게 고ᄒᆞ얏더니
            리시찰
            이 입이 귀밋ᄭᆞ지 ᄯᅥᆨ 버러지며

(리) "
            그러면 그러치.
            졔
            가 될 말인가 어려올 것 업지.
            졔
             소원ᄃᆡ로 다 ᄒᆞ야 줄 것이니 오날ㅅ밤이라도 드러오라고 말ᄒᆞ여라.
          "

(김) "예. 그리ᄒᆞ게슴니다."

ᄒᆞ고 셔너 거름ᄶᅳᆷ ᄂᆞ가난ᄃᆡ
            리시찰
            이 무슨 ᄉᆡᆼ각을 ᄒᆞ얏난지
            김션달
            을 급히 부른다.

"
                        이 ᄋᆡ
             감안히 잇거라. 이리 좀 오너라. 일이 그러치 안이ᄒᆞ다. 아모일 업슬 ᄯᅢ ᄀᆞᆺ흐면
            내
            가 기ᄉᆡᆼ년 좀 불너 샹관ᄒᆞ기가 불시 례ᄉᆞ지마는 지금
            쵀가
            ᄅᆞᆯ ᄅᆡ일 쥭이리 모레 쥭이리 ᄒᆞ면셔
            그 ᄯᆞᆯ
            을 볼너다 갓가히 ᄒᆡᆺ다 ᄒᆞ면 남 듯기에 ᄃᆡ단히 모양이 사오나오니 너만알고 뎌만알게 쥐도 ᄀᆡ도 모르게 밤들기를 기ᄃᆡ려 은근히 다려오너라.
          "

김션달
            이 련ᄒᆡᄃᆡ답을 ᄒᆞ고
                        졔 쥬인으로 와셔
            관비
            에게 그 ᄉᆞ연을 젼ᄒᆞ야
            션초
            에게 통ᄌᆡ케 ᄒᆞ얏더라. 션초
            가 관비
            의 ᄒᆞᄂᆞᆫ 말을 듯고 한참 ᄉᆡᆼ각을 ᄒᆞ다가

(션) "
            여보게. 갓난 어멈. 그러치 안인 일 한 가지가 잇스니 어려워도 ᄯᅩ 한 번 거름을 ᄒᆞ야 쥬게.
          "

(관) "
            웨요.
            작은 아씨
             심부름이야 열 번 ᄇᆡᆨ 번인들 못ᄒᆡ드리오릿가. 말ᄉᆞᆷ만 ᄒᆞ십시오.
          "

(션) "
            일이 되ᄂᆞᆫ 이샹에 은근ᄒᆞ나 왁자ᄒᆞ나 아모 관계 업거니와 만일

                            ᄃᆡᆨ 나으리
            ᄭᅴ셔 언의 ᄯᅢ던지 노혀 나오신 뒤라야
            내
            가 가던지 그 량반
            이 오시던지 ᄒᆞᄂᆞᆫ 것이 그 량반 졍톄에도 손샹되지 안이ᄒᆞ고 내
             도리도 당연ᄒᆞ려니와 싸고 싼 향ᄂᆡ도 난다고 아모리 비밀ᄒᆡ도 소문이 졀로 날 터인ᄃᆡ 실범이 잇던지 업던지
                            옥즁에 갓쳐잇ᄂᆞᆫ 죄인의 ᄯᆞᆯ을 갓가히 ᄒᆡᆺ다 ᄒᆞ면 그 량반은 무슨 모양이며 부모ᄂᆞᆫ ᄅᆡ일 쥭게 되네 모레 쥭게 되네 ᄒᆞᄂᆞᆫᄃᆡ 소위 ᄌᆞ식이라고
            슈의ᄉᆞㅅ도
            와 엇져니 엇져니 ᄒᆡᆺ다 ᄒᆞ면 나
            는 무슨 ᄭᅩᆯ이겟나. 두 말 말고 슈의ᄉᆞㅅ도
            다려 오ᄂᆞᆯ이라도
                            ᄃᆡᆨ 나으리
            만 무죄 ᄇᆡᆨ방만 ᄒᆞ시라게.
            내
            가 한 번 허락ᄒᆞᆫ 이샹에 위반ᄒᆞᆯ 리가 만무ᄒᆞ고 ᄯᅩᄂᆞᆫ 그 량반
            과 셔로 맛날 디경이면 어졔도 말ᄒᆞ얏거니와 그 량반
            의 분명ᄒᆞᆫ 약도ᄅᆞᆯ 내
             귀로 드러야 ᄒᆞᄀᆡᆺ네.
          "

(관) "
            드르실 약됴ᄂᆞᆫ ᄯᅩ 무엇이오닛가. 아조 지금 다 시원ᄒᆞ게 닐너 주십시오. 좌우간 이번 가셔 슈의ᄉᆞㅅ
            의 의향을 알고 오겟슴니다. 에구 ᄃᆡᆨ일이 안이면 옷이 남닛가 . 밥이 남닛가 이 ᄋᆡᄅᆞᆯ 쓰고 단니게오.
          "

(션) "
            아모렴 그러치. 약됴ᄂᆞᆫ 별 것이 안이라 어졔 말과 ᄀᆞᆺ치
            나
            를 한 번 갓가히 ᄒᆞᄂᆞᆫ 이샹에 로류장화로 녁이지 안이ᄒᆞ고 ᄇᆡᆨ 년 ᄒᆡ로 ᄒᆞ겟다ᄂᆞᆫ 말을 분명히 듯기 젼에ᄂᆞᆫ
            내
             몸을 쳔 조각 만 조각에다 ᄂᆡᆫᄃᆡ도 쳥종치 못ᄒᆞ겟다 ᄒᆞ더라고
            그 량반
            ᄭᅴ 말을 ᄒᆞ야 주게.
          "

(관) "
            이 말ᄉᆞᆷ은 웨 ᄯᅩ ᄒᆞ심닛가. 어졔도
            아씨
             말ᄉᆞᆷᄃᆡ로 다 고ᄒᆞ얏ᄂᆞᆫᄃᆡ 아모 반ᄃᆡ의 ᄃᆡ답이 업스실 졔ᄂᆞᆫ 모를 것 무엇 잇슴닛가. 그ᄃᆡ로 ᄒᆞ겟다ᄂᆞᆫ 말 일반인ᄃᆡ 아모려나 식이시ᄂᆞᆫ ᄃᆡ로 ᄒᆞ오리다.
          "

션초
            가 관비
            ᄅᆞᆯ ᄃᆡᄒᆞ야 이쳐럼 말ᄒᆞ기ᄂᆞᆫ
            리시찰
            의 신의ᄅᆞᆯ 암만ᄒᆡ도 알 슈 업슨 즉
            ᄌᆞ긔
             몸을 경션히 허락ᄒᆞ얏다가 쳣ᄌᆡᄂᆞᆫ

                        ᄌᆞ긔
             부친을 ᄇᆡᆨ방ᄒᆞᆯᄂᆞᆫ지도 ᄭᅩᆨ 알 슈 업고 둘ᄌᆡᄂᆞᆫ
            ᄌᆞ긔
            를 일시 ᄉᆡᆨ졍으로 그리ᄒᆞ얏다가 나죵에ᄂᆞᆫ 엇더케 괄시ᄅᆞᆯ ᄒᆞᄂᆞᆫ지 알 길이 업셔셔 다심ᄒᆞᆷ을 도라보지 안이ᄒᆞ고 지ᄌᆡ지삼 신용업ᄂᆞᆫ 쟈에게 어음다지듯 ᄒᆞᆫ 것이러라.
            리시찰
            이 션초
            의 ᄒᆞᄂᆞᆫ 말을 관비
            와 김션달
            의 소ᄀᆡ로 다 듯더니 당쟝 욕심이 불ᄀᆞᆺ치 치미러 이 다음 일은 반푼어치도 ᄉᆡᆼ각지 안이ᄒᆞ고

"그리ᄒᆞ지 어려올 것 업다."

ᄒᆞ더니 일변
            쵀호방
            을 잡아올녀 어름어름 신문을 ᄒᆞᄂᆞᆫ 톄 ᄒᆞᆫ 후 가쟝 톄통이 졍ᄃᆡᄒᆞᆫ 듯이 일장 셜유를 ᄒᆞᆫ다.

"
                        너
             말 듯거라.
            네
             죄샹으로 말ᄒᆞ면 열 번 쥭여 싸다마는 십분 ᄉᆡᆼ각ᄒᆞᄂᆞᆫ 바가 잇셔 특별이 용셔ᄒᆞᄂᆞᆫ 것이니 ᄌᆞ금 이후로ᄂᆞᆫ ᄀᆡ과쳔션ᄒᆞ야 아모됴록 다시 죄ᄅᆞᆯ 범치 말지어다. 만일 이 다음 ᄯᅩ 무슨 일이 잇고 보면 그ᄯᅢ 가셔ᄂᆞᆫ 쥭기ᄅᆞᆯ 면치 못ᄒᆞ렷다.
          "

쵀호방
            이 잡혀올 ᄯᅢ도 ᄭᅮᆷ밧기오 뇌여 나가기도 ᄭᅮᆷ밧기라. 잡기ᄂᆞᆫ 무슨 ᄆᆞᄋᆞᆷ이오 놋키ᄂᆞᆫ 무슨 ᄆᆞᄋᆞᆷ이냐고 한 번 질눈을 ᄒᆞ고 십지마는 벌셔 보와도 위인이 족히 ᄃᆡ리고 오르니 그르니 슈작ᄒᆞᆯ 거리가 못되던지 다만

"예 지당ᄒᆞᆸ시외다. 엇의가 다시야 죄를 지을 가망이 잇슴닛가."

ᄒᆞ고 집으로 도라와 그 동안
            관비
            가 왕ᄅᆡᄒᆞ며 슈작된 일을 돗고셔 반ᄌᆞ가 얏다고 열 길 스무 길은 ᄯᅱ면셔

"
            그게 무슨 소리니 ᄌᆞ식을 팔아
            내
             목슘을 이어 어ㅣ 망칙ᄒᆞᆫ지구.
            ᄂᆡ가 죄를 범ᄒᆞ얏스면 열 번이라도 쥭이ᄂᆞᆫ 것을 당ᄒᆞᆯ 것이오. 죄만 아니 범ᄒᆞ얏스면 당당히 노혀 나올 터인ᄃᆡ 그게 무슨 소리니 어ㅣ 망칙ᄒᆞᆫ지구.
            이 년
                        관비년부터 버르장이를 단단히 ᄀᆞᄅᆞ쳐야 ᄒᆞ겟다.
          "

ᄒᆞ고 두 눈ㅅ귀가 ᄶᅲᆨ ᄶᅵ어질 듯이 부릅ᄯᅳ고 벌ᄯᅥᆨ 이러셔 나가니
            션초
            가 와락 달녀드러

                        져의 아바지
             소ᄆᆡ자락을 검쳐 붓잡으며

(션) "
                        아바지
             웨 이리심닛가. 좀 참으십시오. 이ᄅᆡ도
            졔
             팔ᄌᆞ오 뎌ᄅᆡ도
            졔
             팔ᄌᆞ올시다. 엇더ᄒᆞ던지
            아바지
            ᄭᅴ셔 살아나신 것만 됴치 남의 탓ᄒᆞ시면 무엇ᄒᆞᆷ닛가.
          "

(쵀) "
            에라. 웨 요리 방졍을 ᄯᅳᄂᆞ냐.
            나
             살ᄌᆞ고 ᄌᆞ식을 팔아먹어.
          "

ᄒᆞ며 션초
            ᄅᆞᆯ ᄲᅮ리치ᄂᆞᆫᄃᆡ 션초 어머니가 우두커니 안져 보다가

"
                        여보 뎌게 웬 망녕이시오. 업은 ᄋᆡ기말도 귀넘어 드르ᄅᆡᆺ다오.
            져
            도 다 ᄉᆡᆼ각ᄒᆞᄂᆞᆫ 일이 잇셔 그리ᄒᆞᄂᆞᆫ 것을 공연히 분만 내셔 이리시오.
          "

ᄒᆞ며 달녀드러
                        ᄌᆞ긔남편의 허리ㅅ도리를 안아 안방으로 드리ᄭᅳᆯ더니 아모조록 분심이 풀니도록 됴흔 말로만 ᄒᆡ셕을 ᄒᆞᄂᆞᆫᄃᆡ 아모리 지금은 마ᄋᆞᆷ을 잡고 드러안져 려염살님을 ᄒᆞᆯ지언뎡 본ᄅᆡ ᄃᆡ인 슈졉ᄒᆞ던 말솜씨야 어ᄃᆡ 갓스리오. 엇더케 리승스럽게 쳡쳡 리구로 명기불연ᄒᆞᆫ 말을 ᄒᆞ야 노앗던지 그 고지식ᄒᆞ고 결단셩 잇ᄂᆞᆫ
            쵀호방
                    이 슬몃이 드러누엇더라. 당장 이 광경을 보면 속모로ᄂᆞᆫ ᄉᆞᄅᆞᆷ은 아모라도

"뎌게 무슨 소릴가. ᄌᆞ식을 팔아 목숨을 잇다니 아마 그 ᄯᆞᆯ 션초
                        ᄅᆞᆯ 뉘게다 팔아셔 그 돈을 리시ᄎᆞᆯ에게 밧치고 ᄇᆡᆨ방으로 노혀 나왓ᄂᆞ 보다."

ᄒᆞᆯ 터이오 그리허ᄅᆞᆯ 대강 짐작ᄒᆞᆯ 만 ᄒᆞᆫ ᄉᆞᄅᆞᆷ은

"
              뎌릴만도 ᄒᆞ지.
              그 ᄯᆞᆯ
              을 엇더케 알던 ᄯᆞᆯ인가. 비록
              졔
               팔ᄌᆞ 탓으로 기ᄉᆡᆼ 노릇은 식일지라도 원ᄅᆡ 씨가 잇ᄂᆞᆫ ᄌᆞ식이라
              졔
               지조가 아홉방 유부녀보다 더ᄒᆞ던 터인ᄃᆡ

                            져
              의 아바지ᄅᆞᆯ 살녀내노라고 필경 몸을 버린 모양이니 아모라도 져러케 ᄒᆞᆯ 터이야.
              "

이런 말은 그 ᄯᆡ 근경의 리약이어니와 비위가 노락이ᄅᆞᆯ ᄉᆡᆼ으로 회쳐 먹을 만ᄒᆞᆫ 리시ᄎᆞᆯ

            은 쵀호방
            을 그 모양으로 ᄇᆡᆨ방ᄒᆞ고 ᄒᆡ지기ᄅᆞᆯ 기다려
            김션달
            을 종용히 부르며

"
                        이 ᄋᆡ
                        너

                            쵀호방
            의 집 쇼식을 드럿ᄂᆞ냐. 필경 웬 집안이 됴화들 ᄒᆞ겟지.
          "

김션달
            이 두 손을 마조잡고 호리를 굽슬ᄒᆞ며

"
            됴화ᄒᆞᆯ ᄲᅮᆫ이오닛가.

                            져의
             집에셔ᄂᆞᆫ 큰 경ᄉᆞ가 난 듯이 깃버ᄒᆞ며
            ᄉᆞㅅ도
             송덕을 만셰불망으로 ᄒᆞᆫ다 ᄒᆞᆷ니다.
          "

리시ᄎᆞᆯ
            이 ᄭᅥᆯᄭᅥᆯ 우스며

(리) "
                        시럽신 것들이로구나. 송덕은 무슨 송덕
            졔
            가 실범이 업스니 그러치 실범이 잇셔도 노혓슬가.
            이 ᄋᆡ
             그러ᄂᆞ 션초
            가 오날밤에 뎡녕히 오기ᄂᆞᆫ ᄒᆞ겟지.
          "

(김) "
            그다 ᄲᅮᆫ이오닛가.
            졔가 언의 존젼이라고 거즌 말ᄉᆞᆷ을 엿쥬엇겟슴닛가.
          "

(리) "
                        이 ᄋᆡ
             졀은 소ᄅᆡ로 긴밤 ᄉᆡ겟ᄂᆞ냐. 밤들기 젼에 어셔 오라고 가 일너라.
          "

(김) "예. 그리ᄒᆞ오리다"

ᄒᆞ고
                        졔 쥬인으로 나와
            간난 어미
            ᄅᆞᆯ 족불이지로

                        쵀호방
            집에를 곳 보내엿더라.
            간난 어미
            가 무슨 상급이ᄂᆞ 탈 듯이

                        ᄎᆡ호방
            의 집으로 가셔 몬져
            ᄎᆡ호방
            을 보고 공슌히

"
                        ᄂᆞ으리 마님
             문안 엇덥시오. 그동안 경과ᄒᆞᄋᆞᆸ신 일은
            하졍
            에 무에라고 엿줄 말ᄉᆞᆷ이 업슴니다.
          "

ᄎᆡ호방이 관비
            ᄅᆞᆯ 보니 분이 도로 왈칵 ᄂᆞ셔 당장

"
                        이 년
                        괘ㅅ심ᄒᆞᆫ 년
            . 무엇이 엇지고 엇지ᄒᆡ.
            져런 년
            을 업ᄉᆡ 버려야지 그ᄃᆡ로 두엇다ᄂᆞᆫ 무슨 짓을 ᄒᆞᆯᄂᆞᆫ지 모로겟다.
          "

ᄒᆞ고 본보기ᄅᆞᆯ 착실히 내노으려다가 다시 돌녀ᄉᆡᆼ각ᄒᆞ기ᄅᆞᆯ

"
              에ㅣ 견문발검이지.
              졔ᄭᆞ짓 것을 갈ᄋᆡ셔 무엇ᄒᆞ며 역시

                            내
               집 운슈니라
            "

ᄒᆞ더니 눈ㅅ살을 훨ᄶᅧᆨ 펴면셔

"
            오ㅣ 너
             왓ᄂᆞ냐. 근ᄅᆡ에ᄂᆞᆫ
            네
            가 즁ᄆᆡᄅᆞᆯ 잘 ᄒᆞᆫ다ᄂᆞᆫ구ᄂᆞ
          "

갓난 어미가 ᄎᆡ호방
            의 말 나오ᄂᆞᆫ 것을 듯고 가ᄉᆞᆷ이 울넝울넝ᄒᆞ야 얼풋 ᄃᆡ답을 못ᄒᆞ고 셧스니 이ᄂᆞᆫ 다름 안이라
            ᄎᆡ호방
            이 평일에 셩품이 엇지 강경ᄒᆞᆫ지 말 ᄒᆞᆫ 마듸 일 ᄒᆞᆫ 가지
            ᄌᆞ긔
             소료에 버셔ᄂᆞ면 조곰도 용셔ㅅ셩 업시 당장 마른 벼락을 ᄂᆞ리ᄂᆞᆫ 터이라 그동안
            졔
            가 왕ᄅᆡᄒᆞ며 소ᄀᆡᄒᆞ던 일을 미타히 녁여 무슨 거조ᄅᆞᆯ ᄒᆞ려고 뎌러케 문뎨ᄅᆞᆯ ᄂᆡ거니 ᄒᆞᆷ이러니 ᄉᆡᆼ각 밧긔 ᄎᆡ호방이 ᄭᅥᆯᄭᅥᆯ 한 번 우스며

"웨 ᄃᆡ답을 안이ᄒᆞᄂᆞ냐. 응."

ᄀᆞᆺ난 어미
            가 그졔야 숨이 휘ㅣ이 ᄂᆞ가셔

(관) "
                        쇼인네
            가 무슨 ᄌᆡ됴로 남의 즁ᄆᆡᄅᆞᆯ ᄒᆞᆷ닛가. 요ᄉᆞ이 ᄃᆡᆨ에 몃 ᄎᆞ례 오ᄋᆞᆸ기ᄂᆞᆫ
            쇼인네
             쇼견에ᄂᆞᆫ ᄃᆡᆨ일이 ᄒᆞ도 가이업셔 심부림은 더러 단엿슴니다.
          "

(ᄎᆡ) "
            허허 내가 우슴의 쇼리다 내가 ᄃᆡ강 드럿다마는 네
             말을 좀 ᄌᆞ셰히 듯자.
          "

(관) "
            ···········졔
            야 무엇을 알음닛가. 슈의ᄉᆞㅅ도
             ᄯᅡ라온 김션달
            이 식이ᄂᆞᆫ ᄃᆡ로 심부림만 ᄒᆞᆯ ᄯᅡ름이올시다.
          "

(ᄎᆡ) "
                        김션달
            의 말이 즉 슈의ᄉᆞㅅ도
            의 말인즉 김션달
                        졔가 허젼장령을 ᄒᆞ얏겟ᄂᆞ냐. 그ᄅᆡ 김션달이 무엇이라고 ᄒᆞ더냐. ᄒᆞᆫ 마듸도 ᄲᆡ지 말고 자셰히 이약이를 ᄒᆞ여라.
          "

(관) "
            이왕 무르시ᄂᆞᆫᄃᆡ 죄를 쥬시ᄂᆞ 상을 쥬시ᄂᆞ 엇의가 긔망을 ᄒᆞ겟슴닛가.
            김션달
            의 말이 슈의ᄉᆞㅅ도
            ᄭᅦ셔 ᄃᆡᆨ
                        작은 아씨의 한 마듸 허락만 드르시면 ᄃᆡᆨ일을 극력 두호ᄒᆡ 쥬실 의향이시라고 ᄒᆞᄋᆞᆸ기에
            쇼인네ᄂᆞᆫ ᄃᆡᆨ
            을 위ᄒᆞ와 마ᄋᆞᆷ에 됴화셔 와셔 엿쥬어 보온 즉 텬ᄒᆡᆼ으로
            작은 아씨ᄭᅴ셔 허락을 ᄒᆞᄋᆞᆸ시기에 그ᄃᆡ로 김션달에게 회답ᄒᆞ엿ᄉᆞᆸ더니 지금
            김션달
            이 쇼인네를 ᄯᅩ 불너셔 슈의ᄉᆞㅅ도
            ᄭᅴ셔 기ᄃᆡ리실 터이니 오ᄂᆞᆯ밤으로
            작은 아씨를 뫼시고 오라ᄒᆞᄋᆞᆸ기 ᄂᆞ으리
             문안도 ᄒᆞ올 겸 작은 아씨ᄭᅴ 이런 말ᄉᆞᆷ도 엿줄 겸 왓슴니다.
          "

(ᄎᆡ) "
            그리면 ᄃᆡᆨ
                        작은 아씨다려 ᄀᆞᆺ치 가자고 안이될 말이지. 바로
            슈의ᄉᆞㅅ도가
                            내
             집으로 오시면 모로거니와
            작은 아씨가 갈 슈ᄂᆞᆫ 업지.
          "

(관) "에그 그리면 그ᄃᆡ로 가셔 말ᄉᆞᆷ을 ᄒᆞᄋᆞᆸ지오."

션초가 창을 격ᄒᆞ야 그 말을 듯다가

                        져의 아바지 겻헤 와 셔며

(션) "그러치 안인 일 한 가지가 잇슴니다."

(ᄎᆡ) "무엇이란 말이냐."

(션) "
                        졔
            가 가ᄂᆞᆫ 일이 불가ᄒᆞᆷ은 더 말ᄉᆞᆷᄒᆞᆯ 것 업ᄉᆞᆸ거니와
            그 량반
            다려 경솔이 오시라 ᄒᆞᆯ 슈도 업슴니다.
          "

(ᄎᆡ) "
                        네
            가 잘잘못 간에 임의 허락을 ᄒᆞᆫ 이상에 가지도 안이ᄒᆞ고 오지도 말ᄂᆞᄒᆞ면 점잔은이 ᄃᆡ졉도 안이오
            네 모양은 무엇이냐.
          "

(션) "
            안이올시다.
            져
            ᄂᆞᆫ 셰상 업셔도 갈 슈도 업ᄉᆞᆸ고 그 량반다려 오시라 ᄒᆞᆯ 터이면 그 량반 친필로 단단히 약됴셔를 밧은 후라야 오시라고 쳥ᄒᆞᆯ 터이야요.
          "

ᄎᆡ호방
            이 벌ᄯᅥᆨ 니러ᄂᆞ 사랑으로 ᄂᆞ아가며

"
            오냐. 네 ᄉᆡᆼ각ᄃᆡ로 ᄒᆞ여라. ᄂᆞᄂᆞᆫ 이것뎌게 도모지 모로겟다.
          "

션초가
                        져의 아바지 ᄂᆞ아간 뒤에 갓난 어멈을 ᄃᆡᄒᆞ야

(션) "
            여보게 그러치 안이ᄒᆞᆫ가. 이 일이 남보기에ᄂᆞᆫ 시들ᄒᆞ야도
            내
            게ᄂᆞᆫ 평ᄉᆡᆼ 큰 관게가 여간이 안일셰. 여보게
            자네
             말이 그 량반
            ᄭᅴ셔 임의 ᄂᆡ 말에 ᄃᆡᄒᆞ야 허락ᄭᆞ지 ᄒᆞ셧다 ᄒᆞ니 어련ᄒᆞᆯ 바ㅣᄂᆞᆫ 안이로ᄃᆡ ᄂᆡ셔 그리ᄒᆞ더라고 김션달을 가보고 말ᄉᆞᆷ을 엿쥬어 보라고 ᄒᆞ게.
          "

(관) "무에라고 말ᄉᆞᆷ을 엿쥬라 ᄒᆞ와요."

(션) "
            별 말이 잇겟ᄂᆞ. 아ᄭᅡ ᄂᆞ ᄒᆞᄂᆞᆫ 말을
            자네도 드럿거니와 륙례갓초ᄂᆞᆫ 혼인 아닌 바에 혼셔지 여부ᄂᆞᆫ 업지마는 다만 글 ᄒᆞᆫ 자라도 이 다음 증거될 만ᄒᆞᆫ 것을 ᄒᆞ야 보ᄂᆡ시기를 바란다고 엿쥬아 무엇이라 ᄒᆞ던지
            ᄂᆡ게 곳 와셔 알게 ᄒᆞ야쥬게.
          "

갓난 어미
            가 그리ᄒᆞ겟다 ᄃᆡ답ᄒᆞ고 즉시 가더니 거미구에 도로 와셔

"
                        작은 아씨
                        김션달
            이 그 말ᄉᆞᆷ을 엿쥬닛가 슈의ᄉᆞㅅ도ᄭᅴ셔 우스시며 도로혀
            작은 아씨가 넘오 심ᄒᆞ게 말ᄉᆞᆷ을 ᄒᆞ신다고 ᄒᆞ시며 그ᄂᆞᆫ 어렵지 아니ᄒᆞᆫ 즉 귀타여 ᄉᆞᄅᆞᆷ을 간졉으로 무엇을 쎠셔 쥬고 말고 ᄒᆞᆯ 것 업시 셔로 ᄃᆡ면ᄒᆞ야 안져셔 엇의ᄭᆞ지 마음에 츙분ᄒᆞ도록 의론ᄒᆞ야 증거물을 써줄 것이니 걱졍말ᄂᆞ고 ᄒᆞ시드ᄅᆡ요.
          "

션초가 한참 무슨 ᄉᆡᆼ각을 ᄒᆞ야 보다가

"
            에그 졈자는 쳐디에 셜마 거즛말ᄉᆞᆷ 하시겟ᄂᆞ. 그러면 오ᄂᆞᆯ밤에

                            ᄂᆡ 집으로 ᄒᆡᆼᄎᆞᄒᆞ시라고 엿쥬라게.
          "

갓난 어멈을 보ᄂᆡ여
                        자긔 어머니에게 당부ᄒᆞ야 일변 쥬안을 먹을만 ᄒᆞ게 졍결히 ᄎᆞ려노코 리시ᄎᆞᆯ 오기를 기ᄃᆡ리ᄂᆞᆫᄃᆡ 얼풋 말ᄒᆞ면 과년ᄒᆞᆫ 녀ᄌᆞ가 쳣날 신방을 당ᄒᆞ얏스니 남 보기에 한업시 붓그럽기도 ᄒᆞᆯ 터이오 ᄂᆡ심으로 은근히 깃부기도 ᄒᆞᆯ 터이지마는 이ᄂᆞᆫ 려염가 보통 녀ᄌᆞ를 두고 ᄒᆞᄂᆞᆫ 말이지  일즉이 교방에 몸이 ᄆᆡ여날마다 시마다 남ᄌᆞ의 노리ᄀᆡ로 파겁을 여디업시ᄒᆞᆫ 션초
                    로 말ᄒᆞ면 붓그러올 것은 의례 업스려니와 반졈도 깃부지도 안이ᄒᆞ니 이ᄂᆞᆫ 다름이 안이라 ᄌᆞ긔의 일뎡ᄒᆞᆫ ᄯᅳᆺ이 년긔라던지 인물이라던지 운치가 리시ᄎᆞᆯ ᄀᆞᆺ흔 자를 ᄭᅮᆷ에도 원ᄒᆞ고 기ᄃᆡ리던 터이 안이어ᄂᆞᆯ ᄉᆞ셰에 박부득이 ᄒᆞ야 그 디경이 되엿스니 엇지 심ᄉᆞ가 편안ᄒᆞ리오. 셤셤옥슈로 턱을 느즈막히 괴이고 시름업시 홀노 안져 긴 한숨 져른 한숨 쉴 ᄉᆡ 업시 쉬ᄂᆞᆫᄃᆡ 웃묵에 노인 등잔볼은 등화가 졀로 안져 ᄭᅳᆷ벅ᄭᅳᆷ벅 ᄒᆞᆯ ᄯᅡ름이러라. 그리자 문밧긔셔 ᄉᆞᄅᆞᆷ의 소리가 두런두런 ᄂᆞ며 ᄯᅳᆯ 압헤셔 자던 삽살동경ᄀᆡ가 컹컹 짓고 마죠 ᄂᆞ가니 션초의 가ᄉᆞᆷ이 무단히 덜컥 ᄂᆞ려 안즈며 ᄉᆞ지에 ᄆᆡᆨ이 한아도 업셔 검다 쓰다 말을 못ᄒᆞ고 그ᄃᆡ로 안져 혼ᄌᆞᄒᆞᄂᆞᆫ ᄉᆡᆼ각이라.

"
            에구 내 팔ᄌᆞ야. 엇지ᄒᆞ면 됴흔가. 이 일이 부모ᄅᆞᆯ 위ᄒᆞ야 이러케 된 것이지 ᄂᆡ 마ᄋᆞᆷ 글너셔 그런 것은 안이지마는········ 그의 희ㅅ득 희득ᄒᆞᆫ 모발을 보건ᄃᆡ 우리 아바지 보다도 나이 더 만흔 모양이던데 참아 붓그럽고 무셔워셔 엇더케 남편이라고 얼골을 마죠 ᄃᆡᄒᆞᄂᆞ········ 에라 긔왕 이리된 일을 다시 말ᄒᆞ면 쓸ᄃᆡ 잇ᄂᆞ냐. 그가 드러오거던 계약이나 단단히 밧아 ᄂᆡ 신셰 결단이ᄂᆞ 안이ᄂᆡ도록 ᄒᆞᄂᆞᆫ 것이 올치········· 그의 ᄒᆞᄂᆞᆫ 거죠ᄂᆞᆫ 비록죡히 의론ᄒᆞᆯ 여디가 업지마는
            그도 ᄉᆞᄅᆞᆷ이지 ᄂᆞ이 그만치 지긋ᄒᆞ닛가 한 번 약조 곳 ᄒᆞ여 노으면 남의 젹악이야 셜마 ᄒᆞᆯᄂᆞ구········
          "

굿드른 무당과 ᄌᆡ드른 즁과 일반인 리시ᄎᆞᆯ
            은 션초가 오라ᄒᆞᄂᆞᆫ 긔별을 듯고 엇지 죠흔지 억ᄀᆡ츔이 져졀노 ᄂᆞ셔 그 시각을 머물지 안이ᄒᆞ고 츈향
            이 ᄎᆞᄌᆞ가ᄂᆞᆫ 리도령과 ᄀᆞᆺ치
                        션초의 집을 ᄎᆞᄌᆞ가ᄂᆞᆫᄃᆡ 뒤에 ᄯᅡ라오ᄂᆞᆫ
            김션ᄃᆞᆯ다려

(리) "
                        이 ᄋᆡ
                        내가 가기ᄂᆞᆫ ᄒᆞᆫ다마는 창피스렵지 안이ᄒᆞ냐.
          "

(김) "
            그러ᄒᆞ올시다. 졔
            만 기ᄉᆡᆼ으로셔
            ᄉᆞㅅ도
            게셔 브르시ᄂᆞᆫᄃᆡ 의례히 등ᄃᆡᄅᆞᆯ ᄒᆞ여야 도리에 가ᄒᆞ올 터이온ᄃᆡ 방ᄌᆞ스럽게

                            졔
             집에 ᄭᅡᄃᆡᆨ 안이ᄒᆞ고 안져셔 언의 죤젼이라고 오시라고 ᄒᆞᆫ단 말ᄉᆞᆷ이오닛ᄀᆞ.
            쇼인
            의 미련ᄒᆞᆫ ᄉᆡᆼ각에ᄂᆞᆫ 이러케 ᄒᆡᆼᄎᆞᄒᆞ실 것이 업시 도로 드러ᄀᆞᄋᆞᆸ서셔. ᄂᆡᆼ큼 ᄃᆡ령ᄒᆞ라고 엄분부ᄅᆞᆯ 나리셧스면 됴흘 듯 ᄒᆞ오이다.
          "

(리) "
            허허 네
             말이 그럴 듯 ᄒᆞ다마는 ᄂᆡᄀᆞ 졈ᄌᆞ느니 쳘모르ᄂᆞᆫ 뎌ᄅᆞᆯ 갈ᄋᆡ여 무엇ᄒᆞ겟나냐. ᄯᅩ 이왕 나션 길에 도로 드러ᄀᆞ면 더구나 모양이 되얏ᄂᆞ냐. 그리고 기ᄉᆡᆼ이면 다기ᄉᆡᆼ이냐. 졔ᄀᆞ 이ᄯᅢᄭᆞ지 지죠ᄅᆞᆯ 직희고 잇ᄂᆞᆫ 것이 ᄀᆞ샹ᄒᆡ도 ᄂᆡ가 한 번 질 슈밧긔 업고 ᄯᅩᄂᆞᆫ
                            졔 아비ᄀᆞ 그 고초ᄅᆞᆯ 격다ᄀᆞ 방장 노혀 나왓ᄂᆞᆫᄃᆡ ᄌᆞ식된 도리에 모로ᄂᆞᆫ 톄 ᄒᆞ고 나올 슈ᄀᆞ 잇ᄂᆞ냐.
            ᄂᆡᄀᆞ 져
            ᄅᆞᆯ 갓ᄀᆞ히 안이ᄒᆞ랴면 모로거니와 그러치 안인 바에 ᄂᆡ
            ᄀᆞ ᄀᆞ셔 뎌도 볼겸
                            졔 아비 일을 위문도 ᄒᆞᄂᆞᆫ 것이 관계치 안이ᄒᆞᆯ 듯 ᄒᆞ다.
                    "
                    남의 덕으로 졔 ᄉᆡᆼ계ᄅᆞᆯ ᄉᆞᆷᄂᆞᆫ 무리ᄂᆞᆫ 예나 지금이나 ᄆᆡᄉᆞ에 ᄌᆞ유ᄂᆞᆫ 반뎜도 업고 ᄀᆞ위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으로 비위 맛초기로만 쥬장을ᄒᆞᄂᆞᆫ 법이라

김션ᄃᆞᆯ이
            리시찰의 말을 드르니 지남셕 맛ᄂᆞᆫ 바늘모양으로 젼신이 모다

                        션초
            의 집으로 ᄭᅳᆯ녀ᄀᆞ며 외면치례만 엇져니 엇져니 ᄒᆞᄂᆞᆫ 모양이라 그 입맛이 쎡나도록 ᄃᆡ답을 련ᄒᆡ헌다.

(김) "
            예 지당합소이다. 졈자느신 좌디로 뎌
            와 각승을 ᄒᆞ오실 슈ᄀᆞ 잇ᄉᆞ오며 과연 말ᄉᆞᆷ이지 쥭을

                            졔 아비ᄀᆞ ᄉᆞㅅ도
             덧ᄐᆡᆨ에 살아나왓스니 하졍에 감샤ᄒᆞᆫ 품으로 말ᄉᆞᆷᄒᆞ오면 한다름에 ᄯᅱ여라도 와셔 ᄉᆞㅅ도
             압헤 ᄇᆡᆨᄇᆡ 사례ᄅᆞᆯ ᄒᆞ겟지오마는 지금 분부ᄒᆞ신 말ᄉᆞᆷ과 ᄀᆞᆺ치 고ᄉᆡᆼ격던

                            졔 아비ᄅᆞᆯ 맛나 참아 겻을 ᄯᅥ날 슈ᄀᆞ 잇슴닛ᄀᆞ. 그러치마는
            뎌의 일편단심은 ᄉᆞㅅ도ᄅᆞᆯ 향ᄒᆞ야 감격ᄒᆞᆫ ᄯᅳᆺ이 필경 엇의ᄭᆞ지 간졀ᄒᆞᆯ 터이올시다.
          "

그 다음에ᄂᆞᆫ
            리시찰
            이 다시 말이 업시 웃논에 물실어 노흔 듯이 든든ᄒᆞᆫ 마ᄋᆞᆷ으로 한거름 두거름

                        션초
            에 집레ᄅᆞᆯ 거진 당도ᄒᆞ얏ᄂᆞᆫᄃᆡ
            갓난 어미
            ᄀᆞ 마죠나아와 기다리다ᄀᆞ ᄶᅩ루루 먼져 드러ᄀᆞᄂᆞᆫ 양을 보고 속마ᄋᆞᆷ으로

"
                        뎌 계집
            이 뎌러케 드러ᄀᆞ 통긔ᄅᆞᆯ ᄒᆞ면 아마
            ᄎᆡ호방
            이라도 마죵을 나오렷다.
            ᄎᆡ호방이라ᄂᆞᆫ자
            ᄀᆞ 우ᄆᆡᄒᆞᆫ ᄉᆞᄅᆞᆷ이 안이라 경위죠리ᄀᆞ ᄆᆡ오 ᄯᅩᆨᄯᅩᆨᄒᆞᆫ 모양이던데 초면 슈작을 무엇이라고 ᄒᆡ야
            ᄂᆡ 모양이 창피치 안이ᄒᆞᆯ구. 으ㅣ 응 지금 셰샹은 아모리 실슈ᄒᆞᆫ 일이 잇더ᄅᆡ도 ᄂᆡ 긔운을 츅지지 말고 언론이 씩씩ᄒᆡ야 좀쳬 놈이 넘보이지ᄅᆞᆯ 못ᄒᆞᄂᆞ니라.
          "

이럿틋 마ᄋᆞᆷ을 도실너 먹고
                        그 집 문젼ᄭᆞ지 니르러도 어리친 ᄀᆡ삿기도 ᄂᆡ다보지ᄅᆞᆯ 안이ᄒᆞᄂᆞᆫ지라. 슬몃이 ᄀᆞ통ᄒᆞᆫ ᄉᆡᆼ각이 드러 ᄌᆞ긔에 평ᄉᆡᄀᆡᆨ긔ᄃᆡ로 ᄒᆞ면 불호령이 텬동ᄀᆞᆺ치 나오지마는 ᄭᅮᆯᄯᅥᆨᄭᅮᆯᄯᅥᆨ 억지로 참기ᄂᆞᆫ 션초 한아의 관계라 스ᄉᆞ로 돌녀 ᄉᆡᆼ각ᄒᆞ기ᄅᆞᆯ 소경된 ᄂᆡ
             탓ᄒᆞ지 ᄀᆡ쳔 너 나물어 무엇ᄒᆞ리
            ᄂᆡᄀᆞ 오날
                    여긔 오기ᄂᆞᆫ 소관이 하사라고 좀 참으면 고만될 것을 공연히 ᄒᆡᆼ실을 ᄂᆡᆺ다ᄀᆞ 다 쑨 쥭에 코ᄅᆞᆯ 쳣드려 무엇ᄒᆞ리. 그러나 놈의 쇼위가 괘심키ᄂᆞᆫ 안인 바ᄀᆞ 안인 즉 이 다음에 언의 모퉁이에셔든지 맛날 날이 잇슬 터이지 ᄒᆞ고 문압헤셔 왓다갓다ᄒᆞ며 동졍을 기ᄃᆡ리ᄂᆞᆫᄃᆡ 안으로셔 등불빗이 번듯 비ᄎᆔ며 신발소리ᄀᆞ 들니더니 오ᄆᆡ불망ᄒᆞ던
            션초ᄀᆞ 갓난 어미ᄅᆞᆯ 압셰우고 마쥬 나오며

"
                        ᄉᆞㅅ도 안녕히 ᄒᆡᆼᄎᆞᄒᆡ겝시오닛ᄀᆞ.
          "

리시찰
            이 그 인ᄉᆞ 한 마듸ᄅᆞᆯ 드르니 분ᄒᆞ든 마ᄋᆞᆷ이 봄눈 스러지듯 ᄒᆞ며 우슴이 것잡을 ᄉᆡ 업시 졀노 나온다.

"
            허허허 허허허 너 잘 잇더냐.
          "

션초ᄀᆞ 압셔 인도ᄅᆞᆯ ᄒᆞ야 후원별당으로 드러ᄀᆞ 이ᄅᆡ목
                    비단 보료 우에다 안치더니 그 압헤ᄀᆞ ᄂᆞᆯ아갈 듯이 ᄶᅩ쿠리고 안져셔 머리ᄅᆞᆯ 다쇼곳ᄒᆞ고 공손ᄒᆞᆫ 말로

"
            황송ᄒᆞ올시다. ᄉᆞㅅ도
            ᄭᅴ셔 이러케 ᄒᆡᆼᄎᆞᄅᆞᆯ ᄒᆞᄋᆞᆸ시ᄂᆞᆫᄃᆡ 인ᄉᆞ로 ᄒᆞᄋᆞᆸ던지 도리로 ᄒᆞᄋᆞᆸ던지

                            졔 아비
            가 진시나아와 문안을 ᄒᆞ얏스련마는········· 엇진 일인지 요ᄉᆡ이 우연히 신병이 나셔 ᄭᅩᆷ작을 못ᄒᆞ고 누어 잇슴니다.
          "

리시찰이 ᄌᆞ긔
            의 ᄒᆞᆫ 짓이 붓그러워 그러턴지 얼골이 슐ᄎᆔᄒᆞᆫ 것 ᄀᆞᆺ치 ᄎᆔᄒᆡ지며

(리) "
                        ᄂᆡ 엇진지
                            너의 어룬의 동졍을 못보겟더라. 그것 안이되엿구나. 징셰가 즁ᄒᆞ지나 안이ᄒᆞ냐 약이나 진시 써보지.
          "

(션) "약도 약간 썻담니다마는 동졍이 업슴니다."

(리) "오냐 ᄉᆞᄅᆞᆷ이 병나기도 혹 례ᄉᆞ이지 셜마 엇더ᄒᆞ겟ᄂᆞ냐. 이리 갓ᄀᆞ히 오너라. 밤낫 보고 십던 얼골을 ᄌᆞ셰히 좀 보게."

(션) "········"

그리자 방문이 열니며 쥬안샹이 드러오ᄂᆞᆫᄃᆡ 쎡셩비ᄂᆞᆫ 안이ᄒᆞ얏스되 아담ᄒᆞ고 졍결ᄒᆞ기ᄂᆞᆫ 다시 ᄒᆞᆯ 말 업더라. 아모리 슐 못먹ᄂᆞᆫ 자라도 반ᄀᆞ온 일이 잇거나 ᄉᆡᆼ각던 사ᄅᆞᆷ을 맛나면 한 잔 두 잔 ᄎᆔᄒᆞᄂᆞᆫ 줄 모르고 먹ᄂᆞᆫ 법인ᄃᆡ 이 날
                    리시찰로 말ᄒᆞ면 쥬량이 쎡 크든 못ᄒᆡ도 슌ᄇᆡ ᄎᆞ례에ᄂᆞᆫ ᄲᅡ지지 안이ᄒᆞᆯ 만ᄒᆞᆫ 즁 반ᄀᆞ온 일 ᄉᆡᆼ각던 ᄉᆞᄅᆞᆷ을 만난 좌셕이라 억ᄀᆡᄀᆞ 졀로 읏슥읏슥 흥치ᄀᆞ 엇지나던지 부어라 먹자 먹겟다. 부어라 얼근ᄒᆞ게 ᄎᆔᄒᆞᆫ 판에 션초의 손목을 잡아 압흐로 ᄭᅳᆯ녀ᄒᆞ니 션초ᄀᆞ 졍ᄉᆡᆨ을 ᄒᆞ며 뒤로 물너 안더니

"이게 웬 망녕이오닛ᄀᆞ. 졈자는 쳐디에."

리시찰이 지ᄌᆡ지삼 션초ᄅᆞᆯ 지그럭 ᄃᆡ다ᄀᆞ 골이 버럭 나셔 슐샹을 드윽 미러노으며

(리) "
                        이 ᄋᆡ
                        션초야 네ᄀᆞ 이리ᄒᆞᆯ 터이면 나다려 오라기ᄂᆞᆫ 무슨 버르쟝인고. 이 슐 한 잔 쥬랴고 불넛던ᄀᆞ ᄂᆡᄀᆞ 슐에 팔녀 단일 터ᄀᆞ. 안이어ᄂᆞᆯ 어 참 ᄆᆡᆼ랑ᄒᆞ다.
          "

(션) "
            잠시 진졍을 ᄒᆞᄋᆞᆸ시고
            졔 말ᄉᆞᆷ을 드러봅시오.
          "

(리) "
            말이 무슨 말이냐. 길다케 쟝황슈작ᄒᆞᆯ 것이 업다. 먼졋번에도
            ᄂᆡᄀᆞ 어림업시 네 ᄭᅬ병ᄒᆞᄂᆞᆫᄃᆡ 속은 일이 지금ᄭᆞ지 ᄀᆞ통ᄒᆞ거던 ᄯᅩ 무슨 얏흔 ᄭᅬ로 속여넘기랴고
          "

(션) "
            왕ᄉᆞᄂᆞᆫ 말삼ᄒᆞ실 것이 업ᄂᆞᆫ 것이 그ᄯᅢ에ᄂᆞᆫ 졔
            ᄀᆞ 아모죠록 ᄉᆞㅅ도의 말삼을 안이드리랴닛ᄀᆞ 부득이 ᄒᆞ야 ᄭᅬ병을 ᄒᆞ얏ᄉᆞᆸ거니와 오ᄂᆞᆯ이야 엇의ᄀᆞ 일호기로 긔졍을 ᄒᆞ야 말삼ᄒᆞ올리ᄀᆞ 잇슴닛ᄀᆞ.
          "

리시찰이 션초
            의 ᄅᆡᆼ락ᄒᆞᆷ을 보고 열화ᄅᆞᆯ 불근 ᄂᆡ다가 긔졍 안이ᄒᆞ겟노라ᄂᆞᆫ 쇼리에 금방 풀어져셔

"허허 허허 못ᄉᆡᆼ긴 ᄌᆞ식이로구. 혈말이 잇스면 얼풋ᄒᆞᆯ 것이지 무엇을 그리 별으고만 잇단 말이냐."

션초가 얼골빗을 졍ᄃᆡ히 가지고 초마ㅅ자락을 밧삭밧삭 염의며

(션) "
            이번에
                            졔 아비ᄅᆞᆯ 살녀쥬신 은덕은 태산이 가ᄇᆡᄋᆞᆸ고 하ᄒᆡ가 얏ᄉᆞ오니 ᄌᆞ식된 도리에 ᄉᆞㅅ도
             분부ᄒᆞ신ᄂᆞᆫᄃᆡ ᄃᆡᄒᆞ야 도탕부화(蹈湯赴火)라도 감히 ᄉᆞ양ᄒᆞ오닛가만은 급기 ᄂᆡ외되ᄂᆞᆫ 일에 당ᄒᆞ와ᄂᆞᆫ 인륜의 읏듬되ᄂᆞᆫ 바이온 즉 확실히 밋사올 만ᄒᆞᆫ 증거가 업시는 당장 장하에 죽ᄉᆞ와도 봉ᄒᆡᆼᄒᆞᆯ 길이 만무ᄒᆞᄋᆞᆸ고 그 디경에 당ᄒᆞ와도 하ᄂᆞᆯᄀᆞᆺ흔
            ᄉᆞㅅ도
             은덕은 이 몸
            이 죽ᄉᆞ와셔라도 풀을 ᄆᆡ져 갑흘 터이올시다.
          "

(리) "허허허 그 ᄃᆡ단ᄒᆞᆫ 일을 가지고 말ᄒᆞ기ᄅᆞᆯ 어려워 ᄒᆞ얏ᄂᆞ냐. 그리ᄒᆞ야라. 엇더케 ᄒᆞ얏스면 증거가 확실히 되겟ᄂᆞ냐."

(션) "
                        ᄉᆞㅅ도
            ᄭᅴᄋᆞᆸ셔ᄂᆞᆫ
                            경셩 죤귀ᄒᆞᄋᆞᆸ신 량반이시오 져
            ᄂᆞᆫ
                            하방일ᄀᆡ 쳔기가 안이오닛가. 쇼일 삼아 그리시던가 작란삼아 그리시던가 담우에 ᄭᅩᆺ가지 ᄀᆞᆺ치 시렵시 ᄭᅥᆨ거 보시랴ᄂᆞᆫ 것이 볼시 례ᄉᆞ이올시다마는 졔가 비록 팔ᄌᆞ가 긔구ᄒᆞ와 기안에 일홈은 잇ᄉᆞ오나 일편단심이 시속 쳔ᄒᆞᆫ 무리와 일반으로 ᄒᆡᆼ실을 음란히 가지지 안이ᄒᆞ고 무론 누구에게던지 한 번 허신을 ᄒᆞᄂᆞᆫ 디경이면 ᄇᆡᆨ년을 의탁ᄒᆞ자ᄂᆞᆫ 작졍이온 즉 오ᄂᆞᆯ밤이라도
            ᄉᆞㅅ도ᄭᅴᄋᆞᆸ셔 졔 몸
            을 루츄히 녁이지 안이ᄒᆞᄋᆞᆸ실 터이오면 ᄉᆞㅅ도 필젹으로
                            ᄇᆡᆨ년ᄆᆡᆼ셰ᄅᆞᆯ 써주ᄋᆞᆸ시면 즉시 명령ᄃᆡ로 복종ᄒᆞ오리이다.
          "

(리) "
                        이 ᄋᆡ 그러면 혼셔지일쳬로구나. 어럽지 안치. 지필 가져 오너라. 네 소원ᄃᆡ로 써쥴 것이니.
          "

션초가 머리맛에 잇ᄂᆞᆫ 연샹을 닥어 노코 셤셤옥슈로 먹을 쓱쓱 갈더니 쥬지와 붓을 리시찰 압에 노으니 리시찰이 됴희을 집어 두어 ᄲᅧᆷ은 둘둘 펴셔 셔판 한편에다 걸쳐 졉어 쥐고 쓰윽 잡어당긔더니 다시 셔판에다 밧쳐 들고 붓에 먹을 흠셕 뭇쳐 이리 뎌리 ᄌᆡ이면셔

(리) "
                        이 ᄋᆡ 한문으로 쓰랴 언문으로 쓰랴.
          "

(션) "한문이고 언문이고 쳐분ᄃᆡ로 ᄒᆞ십시오."

(리) "
                        이 ᄋᆡ ᄉᆞ연은
          "

(션) "ᄉᆞ연도 쳐분ᄃᆡ로 쓰십시오."

리시ᄎᆞᆯ이 그날밤에ᄂᆞᆫ 우슘이 보로 터졋ᄂᆞᆫ지 검프른 입살이 귀밋ᄭᆞ지 ᄶᅵ여지며 붓에 먹을 다시 뭇치어 슌식간에 써놋ᄂᆞᆫᄃᆡ 문필이라ᄂᆞᆫ 것은 부졍을 아니타ᄂᆞᆫ 법이라. 그 ᄌᆞ격에 글
                    글시ᄂᆞᆫ 무식지 안이ᄒᆞ야 별로 ᄉᆡᆼ각지 안이ᄒᆞᆫ ᄉᆞ연과 힘도 안이드린 ᄌᆞ획이 능란휘황 ᄒᆞ더라.

"
                        이 ᄋᆡ
             이것 보아라. 이만ᄒᆞ면 증거가 되겟ᄂᆞ냐.
          "

션초
            가 밧아들고 두 세 차례를 보더니 쳑쳑 졉어 싸고 싸셔 의쟝 속에다 깁히 깁히 간슈를 ᄒᆞᆫ 후
            리시찰
            의 소원을 셩취케 ᄒᆞ엿더라. 촌ᄃᆞᆰ이 ᄉᆡ벽을 ᄌᆡ쵹ᄒᆞ노라고 쉴 ᄉᆡ 업시 자지러지게 우ᄂᆞᆫᄃᆡ ᄯᅳᆯ 압헤셔 자던 ᄀᆡ가 인젹에 놀ᄂᆞ ᄭᆡ여 집웅이 울니게 짓ᄂᆞᆫ 통에
            리시찰
            이 니러나 두 손으로 두 눈을 쎡쎡 부뷔며 의복을 부스럭 부스럭 닙더니
            션초
            ᄅᆞᆯ 흔들흔들 ᄒᆞ며

"
                        이 ᄋᆡ ᄌᆞᄂᆞ냐. 응
          "

리시찰
            은 평ᄉᆡᆼ 못뎍을 달ᄒᆞ얏스니 ᄆᆞᄋᆞᆷ이 푸군ᄒᆞ야 잠을 잣거니와
            션초
            야 처음 ᄯᅳᆺ을 직희지 못ᄒᆞᆫ 일이 통분도 ᄒᆞ고 이 다음 일ᄒᆡᆼᄒᆡ갈 것이 심려도 되여 눈ㅅ가이 반반ᄒᆡ 지며 잠이 쳔리 만리 다라ᄅᆞᆯ 낫스니 즘즛 눈을 감고 자ᄂᆞᆫ 톄 ᄒᆞ야 경션히 굴지 안이ᄒᆞ다가
            리시찰
            의 ᄭᆡ우ᄂᆞᆫ 바ᄅᆞᆷ에 삽붓 이러나 안즈며

(션) "웨 이러케 일즉아니 긔침을 ᄒᆞ심닛가. 더 쥬무시고 잇다가 ᄒᆡ나 휠젹 펴지거던 쳔쳔히 이러나셔셔 변변치 못ᄒᆞ나마 조반이나 잡슈시고 가시지오."

(리) "귀ᄐᆡ여 남을 알게 늣게 갈 것 무엇인늬. 일즉안이 슬몃이 가는 것이 올치."

(션) "이 지경된 이상에 남이 알기로 무슨 관계가 잇사와 슬몃이 가신다고 ᄒᆞ셔요."

(리) "
                        네
            가 그런 리유를 엇지 다 알겟ᄂᆞ냐.
          "

ᄒᆞ고 옷을 다 입고 이러나며

(리) "
            셥셥히 넉이지 말고 잘 잇거라. ᄂᆡ가 공ᄉᆞ를 인ᄒᆞ야 오날 다른 고을로 가면 아마 ᄉᆞ
                        오일 지쳬가 될 모양이다. 그ᄯᆡ 오면 다시 맛나 우리 장차 지ᄂᆡᆯ 살님ᄒᆞᆯ ᄇᆡ포도 의론을 ᄒᆞ자.
          "

션초
             ᄆᆞᄋᆞᆷ에 셥셥ᄒᆞᆫ ᄃᆡ로 ᄒᆞ면 몃 칠 만류라도 ᄒᆞ고 십흐지만은 공사로 엇의를 간다ᄒᆞ닛가 ᄉᆞ셰 부득이 젼송을 ᄒᆞ며 계약ᄒᆞᆫ 일을 다시 졔츌ᄒᆞ야 단단히 뒤을 다져노려고 당쟝 말을 ᄒᆞ려 ᄒᆞᄂᆞᆫᄃᆡ 리시찰이 무엇을 이졋다 ᄭᆡ다른 모양으로

(리) "
            아ᄎᆞ, 함아ᄒᆞ더면 그ᄃᆡ로 갈 번ᄒᆞ엿군. 이 ᄋᆡ
                        그 계약셔를 이리 ᄭᅳ내 오너라.
          "

(션) "
                        그것은 웨 내오라고 ᄒᆞ셔요."

(리) "
                        약증셔를 안이ᄒᆞ엿스면 모르거니와 긔왕 ᄒᆞᆫ 이샹에 도쟝을 쳐야 확실 증거가 될 터인ᄃᆡ 맛ᄎᆞᆷ 도쟝을 안이넛코 왓구나. 그것을 내가 가지고 가셔 도장을 쳐셔 곳 내 보내주마.
          "

션초가 아모리 총명ᄒᆞ고 지각이 잇ᄂᆞᆫ 터이라도 죵시 경험업ᄂᆞᆫ 녀ᄌᆞ이라 리시찰의 말을 슌연ᄒᆞᆫ 텬진으로 나오ᄂᆞᆫ 것으로만 밋고 일호 의심업시 ᄭᅳ내여 주며 인ᄉᆞ에 당연ᄒᆞ게 말 ᄒᆞᆫ 마듸를 ᄒᆞᆫ다.

(션) "
                        령감
             인졔ᄂᆞᆫ 졔
            가 ᄃᆡᆨᄉᆞᄅᆞᆷ이 되얏ᄉᆞ온ᄃᆡ

                            졔 모
            가 엇져녁에라도 나와셔 뵈왓스련만은 늙을 바탕에 무엇이 그리 붓그러온지 못와 뵈ᄋᆞᆸ고
            졔 어른
            은 신병으로 ᄒᆞ야 호뎡출입을 못ᄒᆞᄂᆞᆫ 탓으로 역시 나와셔 뵈ᄋᆞᆸ지를 못ᄒᆞ오니
            령감좌디
            로 ᄒᆞ나 ᄯᆞᆯ ᄌᆞ식에 관계로 ᄒᆞ나 못와 뵈ᄋᆞᆸᄂᆞᆫ
                            졔
             부모의 졍황이 엇더타 ᄒᆞ오릿가만은
            져
            되야셔ᄂᆞᆫ 령감
             얼골 ᄃᆡᄒᆞᆯ 낫이 업ᄉᆞ오니 이런 ᄉᆞ졍을 용셔ᄒᆞ십시오.
          "

(리)"별말을 다 ᄒᆞᄂᆞᆫ구나. 지금은 총총ᄒᆞ다. 이 다음에 셔로 셜파ᄒᆞ기로 느질 것 잇ᄂᆞ냐. 쟈ㅣ 나ᄂᆞᆫ 간다. 잘 잇거라. 얼마 안이되면 볼 것이니 내 ᄉᆡᆼ각을 너모 과도히나 말어라. 무얼 내 ᄉᆡᆼ각을 ᄭᅮᆷ에나 ᄒᆞᆯ나구."

(션) "웨 그러케 말ᄉᆞᆷ을 ᄒᆞ셔오"

ᄒᆞ며
          리시찰을 ᄃᆡ문밧ᄭᆞ지 젼송ᄒᆞᄂᆞᆫᄃᆡ
          리시찰은 웨 그리 급ᄒᆞᆫ지 뒤도 도라보지 안이ᄒᆞ고 ᄒᆡᆼᄒᆡᆼ히 가더라.
          ᄎᆡ호방은
                        ᄌᆞ긔의 ᄉᆞ랑ᄒᆞᄂᆞᆫ ᄯᆞᆯ이 그날밤의 싀집가ᄂᆞᆫ 날 밤인 즉 ᄆᆞᄋᆞᆷ에 경ᄉᆞ스러워라도 젼후 범ᄇᆡᆨ 거ᄒᆡᆼ을 련ᄒᆡ 신칙ᄒᆞ야 힘자라ᄂᆞᆫ ᄃᆡ로 긔구를 불여볼 것이오. 사외되ᄂᆞᆫ 쟈가 사랑ᄒᆞ야셔라도 방문이 달토록 나들며 졍답게 슈졉을 ᄒᆞ얏슬 것인ᄃᆡ 늙은 위인이라셔 음침ᄒᆞᆫ ᄯᅳᆺ을 두고
                        ᄌᆞ긔에 ᄯᆞᆯ을 검박ᄒᆞ려다가 졔 ᄆᆞᄋᆞᆷᄃᆡ로 안이되잇가 ᄌᆞ긔이게 불칙ᄒᆞᆫ 죄명을 억륵으로 씨워 쥭이려 ᄒᆞ던 일도 ᄆᆞᄋᆞᆷ에 얼마즘 통탄ᄒᆞ거던 하물며 ᄌᆞ긔를 무죄 방송ᄒᆞᄂᆞᆫ 것으로 어린 것의 ᄆᆞᄋᆞᆷ을 유인ᄒᆞ야 긔어히 츙욕ᄒᆞᄂᆞᆫ 일이 졀치부심이 되야셔
                        ᄎᆞ긔
          마누라ᄭᆞ지 단속ᄒᆞ야 뎌의 ᄌᆞ락ᄃᆡ로 내버려두고 오거니 가거니 도모지 내다보지도 안이ᄒᆞ얏더라. 이ᄯᅢ 리시찰은
                        ᄌᆞ긔 ᄉᆞ쳐로 도라오며 심즁에 스ᄉᆞ로 ᄒᆞᄂᆞᆫ 말이라.

"흥 유지면 ᄉᆞ경셩(有志事竟成) 이란 말이 ᄭᅩᆨ 올타. 졔가 ᄀᆞ장 결심이나 잇ᄂᆞᆫ 쳬 ᄒᆞ고 엇져니 엇져니 ᄒᆞ더니 인졔도 그ᄯᅡ위 슈작을 남을 ᄃᆡᄒᆞ야 짓걸일ᄭᅡ. 어ㅣ 실업에 ᄯᆞᆯ년
                        내가 셔울셔브터 뎌을 한 번 결연ᄒᆞ자고 ᄆᆞᄋᆞᆷ둔 일이 잇던 터이오. ᄯᅩᄂᆞᆫ 졔 인물과 ᄌᆡ됴가 하로밤 쇼일거리가 착실ᄒᆞ기에 작난을 실업시 ᄒᆞᆫ 일이지. 뎌ᄒᆞ고 살기ᄂᆞᆫ 내가 계집이 업셔셔 싀골집에ᄂᆞᆫ 마누라가 눈이 십퍼러케 잇고 셔울 집에ᄂᆞᆫ ᄭᅩᆺᄀᆞᆺ치 졂은 쳡이 잇ᄂᆞᆫᄃᆡ 무에 낫바셔 져를 ᄯᅩ 두어 그나 ᄌᆞ손이 업ᄂᆞᆫ 터이면 일뎜혈육이라도 보려고 어린 계집을 엇ᄂᆞᆫ 것이 혹 례ᄉᆞ지마는 내야 아ᄃᆞᆯ ᄯᆞᆯ이 ᄉᆞᆷ남ᄆᆡ나 되고 손ᄌᆞ가 그득ᄒᆞᆫᄃᆡ 무엇을 ᄒᆞ자고 뎌를 엇어 어ㅣ 우슌일 다보겟구.
                            졔 아비 놈으로 말ᄒᆞ면 당장
                            내 슈즁에 죽ᄂᆞᆫ 놈인 즉 무죄 ᄇᆡᆨ방으로 ᄒᆞ야쥰 은덕으로 ᄒᆞᆫᄃᆡ도 내가 왓다면 유공불급ᄒᆞ야 나와볼 터이어ᄂᆞᆯ 언연이
                            졔 방에 ᄯᅥᆨ 잣바져 잇고
                            제 어미년으로 말ᄒᆞ면 불과시 퇴기로 뭇놈을 다 보던 것이 안이ᄭᅩᆸ게 ᄂᆡ외 올치
                            졔 ᄯᆞᆯ 하아 ᄂᆡ놋ᄂᆞᆫ 것이 큰 ᄇᆡ부른 흥셩이나 ᄒᆞᄂᆞᆫ 것쳐럼 응
                            졔 ᄯᆞᆯ이 무엇인ᄃᆡ 내가 마음에 업셧스면 모르거니와
                            이 고을 기ᄉᆡᆼ년하아임의로 쳐치ᄒᆞ지 못ᄒᆞᆯ가. 너의년놈의 소위가 괘ㅅ심ᄒᆡ도
            션초ᄂᆞᆫ 안이다리고 살 것이다. 오냐 계약셔에 도장 ᄶᅵᆨ어 보내기를 잘 기ᄃᆡ려 보아라. 하ᄂᆞᆯ에 잇ᄂᆞᆫ 별ᄯᅡ기보다 좀 더 어려올나."

ᄒᆞ고 그 잇흔날 이럿타 져럿타 한 마듸 긔별업시
          젼라북도로 향ᄒᆡ 갓더라.

슌젼ᄒᆞᆫ 텬진으로 사ᄅᆞᆷ을 ᄌᆞ긔 마ᄋᆞᆷ 밋듯 ᄒᆞᄂᆞᆫ 션초ᄂᆞᆫ
          리시찰 도라간 뒤로 이ᄯᅢ나 계약셔ᄅᆞᆯ 보ᄂᆡᆯ가 눈이 감도록 기ᄃᆡ리ᄂᆞᆫᄃᆡ 어언간 ᄒᆡ가 지도록 쇼식이 업스니 심즁에 심이 의아ᄒᆞᆫ던지
                        져의 부모를 향ᄒᆞ야 소경력 ᄉᆞ졍를 고ᄒᆞ며

"
                        이 량반이 엇지ᄒᆡ셔 아모 긔별이 업슬가요. 그 량반이 년부력강치 안이신 터에 밤에 잠을 편이 못줌으시고 아마 신병이 나셧나 보오. 그러치 안이면 즉시 하인을 보ᄂᆡ마고 금셕ᄀᆞᆺ치 말ᄉᆞᆷ을 ᄒᆞ얏ᄂᆞᆫᄃᆡ 엇지 엇ᄒᆡ셔 잇ᄃᆡᄭᆞ지 긔별이 업스니 갑갑ᄒᆞᆫᄃᆡ 갓난 어멈을 불너 알아보앗스면 됴켓셔요."

(ᄎᆡ) "밋기를 ᄭᅩᆨ 잘 밋ᄂᆞᆫ다. 그가 사ᄅᆞᆷ인 줄노 밋엇더냐. 그 흉계ᄅᆞᆯ 몰낫지 잠ㅅ간 너ᄅᆞᆯ 속이노라고 능쳥스럽게 무엇을 써 쥬고 급히 갈 ᄯᆡ에 도로 ᄲᆡ아슬 계교로 도쟝인지 막걸닌지 ᄶᅵᆨ어 쥬마고 가져간 것인ᄃᆡ 네 ᄉᆡᆼ각에ᄂᆞᆫ 도로 보ᄂᆡᆯ 줄로 알고 기다리ᄂᆞᆫ 모양이냐. 이번에 너 욕당ᄒᆞᆫ 일 곳 ᄉᆡᆼ각ᄒᆞ면 이에 신물이 졀로 난다. 이 ᄋᆡ 긔왕 욕당ᄒᆞᆫ 일은 팔ᄌᆞ탓으로 녁이고 그ᄯᅡ위 인물을 ᄉᆡᆼ각도 말아라. 셜혹 그 위인이 약죠을 직회기로 소용이 무엇이냐."

션초가
                        ᄌᆞ긔 부친 말에 ᄃᆡᄒᆞ야 무엇이라 명기불연ᄒᆞ야 ᄃᆡ답을 ᄒᆞ려다가 다시 ᄉᆡᆼ각ᄒᆞ기를

"에그 아모 말도 말어야 ᄒᆞ겟다. 아바지게셔 분졍지도에 ᄒᆞ시ᄂᆞᆫ 말ᄉᆞᆷ이지 그러치 아니면 아즉 압일을 지ᄂᆡ보지시지도 안이ᄒᆞ시고 나의 가장된 분을 뎌다지 단쳐을 들어 말ᄉᆞᆷᄒᆞ실ᄂᆞ구. 그ᄅᆡ로 그러치 안이ᄒᆞ다 만일 분ㅅ김에 말ᄉᆞᆷ을 더 심ᄒᆞ게 ᄒᆞ시면 낫말은 ᄉᆡ가 듯고 밤말은 ᄌᆔ가 듯ᄂᆞᆫ다ᄂᆞᆫᄃᆡ 령감귀에 혹 드러가면 열흘 길를 하로도 못가셔 내게 향ᄒᆞᄂᆞᆫ 령감의 마ᄋᆞᆷ도 셥셥ᄒᆞ야질 터이지."

ᄒᆞ고
                        자긔 부친에 입을 손다닥으로 막으며

"글셰 웨 이러케 말ᄉᆞᆷ을 ᄒᆞ심닛가. 긔왕 일은 엇지 되얏던지 인졔ᄂᆞᆫ 그 령감이 아바지
                        사외가 안이오닛가. 사외에 말을 장인되시ᄂᆞᆫ 아바지ᄭᅴ셔 심ᄒᆞ게 ᄒᆞ시면 ᄯᆞᆯ에 ᄭᅩᆯ악션이ᄂᆞᆫ 무엇이 됨닛가. 분ᄒᆞ셔도 ᄎᆞᆷ으시고 갓난 어미에게 좀 알아나 보아 쥬십시오."

(ᄎᆡ) "
                        뎌 ᄌᆞ식이 약고 ᄯᅩᆨᄯᅩᆨᄒᆞᆫ 쥴 알앗던니 지금 보닛가 아즉 용열ᄒᆞ구나. 령감은 난졍마즐 무슨 령감이고 알아보기ᄂᆞᆫ 무엇을 알아보아 아비에 말이 ᄭᅩᆨ 올으니 가당치 안케 ᄉᆡᆼ각을 말고 진작 이져버려라. 한 일 밀워 열 일을 아ᄂᆞᆫ 법인 즉 두고 볼 것 업시 네게도 결다코 못ᄒᆞᆯ 노릇ᄒᆞᆯ 위인이니라."

(션) "에그 아바지 그러케 ᄒᆞ실 말ᄉᆞᆷ이 안이올시다. 그가 엇더ᄒᆞᆫ ᄌᆞ격이던지 긔왕 한 번 몸을 허락ᄒᆞ얏사온 즉 졔가 죽어도
                            리씨ᄃᆡᆨ 사ᄅᆞᆷ이온ᄃᆡ 엇지 달면 ᄉᆞᆷ키고 쓰면 ᄇᆡ앗타 금수에 ᄒᆡᆼ위를 ᄒᆞᆫ단 말ᄉᆞᆷ이오닛가.""

ᄎᆡ호방이 리시찰
                    위인을 명약관화로 알고 션초다려 아모됴록 다시 ᄯᅳᆺ을 두지 말고 진즉 달니 변통ᄒᆞ라고 졍ᄉᆡᆨᄒᆞ야 얼마ᄶᅳᆷ ᄭᅮ짓다가 졔가 결심을 하도 단단히 ᄒᆞ고 일향 듯지 아니ᄒᆞᄂᆞᆫ 양을 본즉 아모려도 ᄒᆞᆯ 일 업ᄂᆞᆫ지라. 부득이ᄒᆞ야

"응 ᄌᆞ식도 ᄒᆞᆫ 번 쥐면 다시 펼 줄은 도모지 모로지. ᄒᆞᆯ 수 업다 네 팔ᄌᆞ 소관이다."

ᄒᆞ더니
          하인을
          갓난 어미에게로 보ᄂᆡ여
          리시찰의 동졍을 탐지ᄒᆞ야 본즉
          리시찰이 죠반을 ᄌᆡ촉ᄒᆞ야 먹고 즉시 ᄯᅥ나셔
          젼라북도로 갓다 ᄒᆞᄂᆞᆫ지라.
          ᄎᆡ호방이 혀를 툭툭 차며

(ᄎᆡ) "쟈ㅣ 보아라. 내가 무엇이라더냐. 발셔
            젼라북도로 다라낫단다. 고러케 계약셔에 도쟝을 잘 ᄶᅵᆨ어 보ᄂᆡ엿ᄂᆞ냐."

(션) "아마 총망즁에 잇고 그ᄃᆡ로 가신게지오. 쇼양 ᄇᆡ양ᄒᆞᆫ 졂은 사ᄅᆞᆷ안이고 셜마 ᄇᆡ약ᄒᆞ오릿가. 하회를 기다려 보면 알 것이오니 넘오 과도히 말ᄉᆞᆷ을 마십시오."

(ᄎᆡ) "
                        나인들 너만치 ᄉᆡᆼ각을 못ᄒᆞ겟ᄂᆞ냐. 그가 늙것스나 졀멋스나 ᄉᆞ위되기ᄂᆞᆫ 일반인 즉 너를 위ᄒᆞ야 아모됴록 그 허물을 뒤덥허 가겟지만는 관기모ᄌᆞ면 인언슈ᄌᆡ(觀其眸子人焉瘐諸)라고 그 목자가 텬하에 간교ᄒᆞ기가 ᄶᅡᆨ이 업고 음셩이 괴상ᄒᆡ셔 후분신셰ᄂᆞᆫ 말이 못될나 ᄂᆡ가 상셔공부ᄂᆞᆫ 못ᄒᆞ얏다만은 다년 관부 츌입을 ᄒᆞ며 렬인을 만히 ᄒᆞᆫ 탓으로 여합부졀 알겟더라. 그런즉 ᄂᆡ ᄉᆡᆼ각에ᄂᆞᆫ 열에 아홉은 그가 너를 당장 속여넘긴것 ᄀᆞᆺ고 ᄯᅩᄂᆞᆫ 셜혹 속이지를 안이ᄒᆞ고 신를 직힌ᄃᆡ도 나죵에 필경 됴치 못ᄒᆞᆯ 것이니 아ᄭᅡ 말ᄒᆞᆫ ᄃᆡ로 진작 단염ᄒᆞᄂᆞᆫ 편이 가ᄒᆞ니라."

(션) "에그 아바지
                        져ᄂᆞᆫ 죽ᄉᆞ와도 그리ᄒᆞᆯ 슈 업슴이다. 그 령감ᄭᅴ셔 금셕ᄀᆞᆺ흔 언약을 져바리ᄂᆞᆫ 디경이면 져ᄂᆞᆫ··········· ᄯᅩ 후분 됴치 못ᄒᆞᆫ 것이야 엇지 압을 ᄂᆡ다보난 슈도 업고 셜ᄉᆞ 그얼줄 알기로 긔왕 몸을 허락ᄒᆞᆫ 이상에 후회ᄒᆞ면 쓸 ᄃᆡ가 잇슴니가."

ᄎᆡ호방은
          션초의 고집ᄒᆞᄂᆞᆫ 양을 보고 화가 더럭 나셔

"예ㅣ 누가 아ᄂᆞ냐. 네 ᄌᆞ락ᄃᆡ로 ᄒᆞ여라. 잘 되야도 네 팔ᄌᆞ오 못 되여도 네 팔ᄌᆞ니라."

ᄒᆞ며 밧갓흐로 나간 뒤에 션초어머니가 쥐죽은 듯이 잇셔 동졍만 보다가 곰곰 ᄉᆡᆼ각ᄒᆞ기를

"

                            ᄌᆞ긔 남편 말ᄃᆡ로
          리시찰의 ᄌᆞ격이 깁히 밋지 못ᄒᆞᆯ 위인 ᄀᆞᆺ흐면
                            ᄌᆞ긔 ᄯᆞᆯ의 집심은 ᄆᆡᆺ고 ᄭᅳᆫ은 듯 ᄒᆞ야 다시 변통을 못ᄒᆞᆯ 모양이라. ᄯᆞᆯᄌᆞ식일지언뎡 졔 ᄌᆞ격이 남에 밋헤 안이들만 ᄒᆞ닛가 아모됴록
                            져와 ᄀᆞᆺ흔 ᄶᅡᆨ을 엇어 한이업시 ᄌᆞ미를 보ᄌᆡᆺ더니 ᄭᅮᆷ결인지 잠결인지 쳔만 ᄯᅳᆺ밧게 굽도 졋도 못ᄒᆞᆯ 경우를 당ᄒᆞ얏스니 이 일을 엇지ᄒᆞ면 됴탄 말인가"

ᄒᆞ며, 담ᄇᆡㅅᄃᆡᄅᆞᆯ 톡톡 털어 한 ᄃᆡᄅᆞᆯ 퓌여 물고 후뎡화원으로 넉이 업시 ᄒᆞᆫ 거름 두 거름 도라가ᄂᆞᆫᄃᆡ 머리가 다 부욱ᄒᆞ고 키가 조고마ᄒᆞᆫ 계집ᄋᆞᄒᆡ가 각ᄉᆡᆨ풀입을 ᄯᅳᆺ어 초마 압혜다 싸들고 강동강동 뒤여오며

"
                        어머니
                        뎌긔 언니가 뒤ㅅ마루에 혼자 안져셔 작구 울기만 ᄒᆞ며 ᄂᆡ가 가닛가 뎌리 가라고 핀잔만 주어요.
                            나 뮈어ᄒᆞᄂᆞᆫ 그 놈에 언니 진작 죽기나 ᄒᆡᆺ스면 됴켓지."

션초어머니가 갓득이나 심란ᄒᆞᆫᄃᆡ 아모리 쳘 모르ᄂᆞᆫ 어린 것이라도
                        졔 형에게 향ᄒᆞ야 막 맛츰가ᄂᆞᆫ 말로 쥭엇스면 죠켓다고 ᄒᆞᄂᆞᆫ 것을 듯고 분이 와락 나셔

"
                        이년 무엇이야. 형다려 죽엇스면 죠켓다ᄂᆞᆫ 법이 엇의 잇더냐. 그리지 안이ᄒᆡ도 심ᄉᆞ가 죠치 못ᄒᆞ야 울기만 ᄒᆞᄂᆞᆫ 형다려 죽으라고 이년 보기 실타. 져리 가거라."

그 ᄋᆞᄒᆡᄂᆞᆫ
                        뎌의 어머니가 그리ᄒᆞᆯᄉᆞ록 팔에 가 ᄆᆡ달녀 응셕을 ᄒᆞ며

"
                        어머니 그리고 언니가 나를 작고 ᄶᅭᆺ기에 무엇을 혼자 쳐먹으려나 ᄒᆞ고 감안감안이 가 슘어 보닛가 언니가 웨 그리난지 의쟝을 열고 의복을 ᄎᆞ례로 ᄂᆡ여 이것도 닙어 보고 한슘 쉬고 뎌것도 닙어 보고 한슘을 쉬여요."

션초 어머니가 그 ᄋᆞᄒᆡ 대ᄀᆡᆼ이ᄅᆞᆯ 툭 쥐여 박으며

"에라 이 년 뎌리 가거라. 듯기 슬타."

ᄒᆞ야 ᄶᅭ차보ᄂᆡᆫ 뒤에
                        션초의 쳐소로 슬슬 도라가니 션초가 ᄌᆞ긔 어머니 오ᄂᆞᆫ 양을 보고 흘으던 눈물을 얼풋 씨셔 버리고 텬연ᄒᆞᆫ 모양으로 ᄂᆡ려 마즈며

(션) "
                        어머니 웨 무슨 일에 역졍이 나셧슴닛가. 긔ᄉᆡᆨ이 죠치 못ᄒᆞ시니."

(모) "에그 역졍인지 무엇인지 나ᄂᆞᆫ 모르겟다. 내가 너를 엇더케 길은 ᄯᆞᆯ인야 남보다 ᄯᅱ여나게 잘 되지는 못ᄒᆞᆫ들 텬ᄒᆞ에 몹슬 량반을 맛나셔 네가 뎌 모양으로 속을 샹ᄒᆞ고 울기만 ᄒᆞ니 내 마ᄋᆞᆷ이 엇지 죠켓난야. 이 ᄋᆡ
                        어미가 ᄋᆡ쓰고 공드려 길너셔 ᄐᆡ산ᄀᆞᆺ치 밋고 바라ᄂᆞᆫ ᄯᅳᆺ을 ᄉᆡᆼ각ᄒᆞ야셔라도 어졔
                        아바지 ᄒᆞ시던 말ᄉᆞᆷ과 ᄀᆞᆺ치 팔ᄌᆞ 탓으로 보쌈격근 세음치고 그 량반은 니져바려라. 네 말맛다나 그 량반이 총망즁에 니졋다 ᄒᆞᆯ지라도 벌셔 그 량반 ᄯᅥ나간지가 몃 칠니냐. 쳐음에 너을 맛나지 못ᄒᆞ야 셔들던 품으로 ᄒᆞ면 니져버릴 리도 만무ᄒᆞ고 이ᄯᅢᄭᆞ지 이럿타 아모 긔별이 업단 말니냐."

(션) "
                        어머니 아모 걱졍을 말으십시오.
            리시ᄎᆞᆯ
                        령감이 져다려 말ᄉᆞᆷᄒᆞ시기를 공사로 그 잇흔날 급히 ᄯᅥ나시면 오륙일 후에 다시 오셔셔 범ᄇᆡᆨᄉᆞ를 구쳐ᄒᆞ시마 ᄒᆞ셧스니 ᄒᆞ회를 기다려 보아 엇더케 ᄒᆞ던지 좌우간 귀졍을 ᄒᆞᆯ 터이오니 아모 념녀 말으십시오. 졔가 울기ᄂᆞᆫ 언졔 울엇다고 이리ᄒᆞ셔요."

(모) "
                        네 얼골을 보다 운 것을 모로며
            모란이가 보고 와셔 일으든ᄃᆡ 안이 울엇다고 말을 ᄒᆡ 오냐 울지 말라. 너 그리ᄂᆞᆫ 양을 보면 내 쇽이 푹푹 상ᄒᆞᆫ다.
                            너의 아바지 말ᄉᆞᆷ이 야속ᄒᆡ셔 그리ᄒᆡᆺ늬."

(션) "안이야요. 공연히 마ᄋᆞᆷ이 슈란ᄒᆡ셔 그리 ᄒᆡᆺ셔요. 다시ᄂᆞᆫ 울지 안이ᄒᆞᆯ 터이니 아모 걱졍 마르십시오. "

션쵸가
                        져의 어머니 압헤 됴흔 말로 ᄃᆡ답은 ᄒᆞ엿소나 은근히 삼촌간쟝이 밧작밧작 죄이여 낫이면 ᄒᆡ가 지도록
                    밤이면 동이 트도록

리시ᄎᆞᆯ의 쇼식을 고ᄃᆡᄒᆞᄂᆞᆫᄃᆡ ᄉᆞ
                    오일이 훌젹 지나 륙
                    칠일이 지나도록 아모 동졍이 업ᄂᆞᆫ지라. 궁금ᄒᆞ고 긔막힌 ᄉᆞ졍을 발표ᄒᆞ야 말ᄒᆞ쟈니 부모의 ᄎᆡᆨ망이 두렵고 다만 ᄌᆞ긔 쇽으로 치미러 올으ᄂᆞᆫ 화를 억지로 참으며 신음ᄒᆞ는 말이라.

"에그 셰샹에 이런 일도 잇ᄂᆞ. ᄂᆡ가 발셔 몃 ᄎᆞ레를 ᄌᆞ쳐ᄒᆞ야 이 셰샹을 버리고 십것마는 그 량반도 사ᄅᆞᆷ인 즉 죠만간 무슨 긔별이 잇슬 터이지 셜마 모발이 회ㅅ득 회득ᄒᆞᆫ 좌디로 나갓흔 어린 사ᄅᆞᆷ을 속일 리가 업슬 듯도 ᄒᆞ고 ᄯᅩ ᄂᆡ가 죽기 곳ᄒᆞ면 부모 가ᄉᆞᆷ에 못을 박아 드리ᄂᆞᆫ 것인ᄃᆡ 하회도 아직 모르고 경션이 죽엇다난 불효만 될 터이라 ᄒᆞ야 오날ᄭᆞ지 실낫ᄀᆞᆺ흔 목슘이 부지ᄒᆞ얏더니············ 에구 인졔난 ᄂᆡ가 이 목슘을 ᄭᅳᆫ을 ᄯᆡ가 되얏ᄂᆞ 보다 ᄂᆡ가 쳐음 작뎡ᄒᆞᆫ ᄃᆡ로 못ᄒᆞ고
            리시ᄎᆞᆯ에게 몸을 허락ᄒᆞ기난 부모를 위ᄒᆞ야 사셰 부득이ᄒᆞᆫ 일이어ᄂᆞᆯ 더구ᄂᆞ 종ᄂᆡ 신의를 져바려 이러타 말이 업스니 사ᄅᆞᆷ에 탈을 쓰고 그 ᄃᆡ우를 밧고셔 잠시간인들 엇지 살어 잇슬구."

ᄒᆞ며 눈문이 하염업시 비오듯 ᄒᆞ난ᄃᆡ 갓난 어멈이 불너ᄃᆡᆫ 듯이 드러오더니 긴봉ᄒᆞᆫ 편지 ᄒᆞᆫ 장을 허리춤에셔 ᄂᆡ여 쥬며

"
                        작은 아씨 얼마ᄂᆞ 궁금ᄒᆞ시게 지ᄂᆡ셧슴닛가. 슈의ᄉᆞㅅ도ᄭᅴ셔 인졔야 편지를 보ᄂᆡ셧슴니다. 어셔 ᄯᅦ여 보십시오. 져난 작은 아씨를 위ᄒᆞ야 엇지 답답ᄒᆞ던지 하로도 몃 차례식를 길쳥에 가셔 슈의ᄉᆞㅅ도 문안을 무러도 엇의가 계신지 도모지 모른다고 ᄒᆞ기에 인졔 말ᄉᆞᆷ이지 슈의ᄉᆞㅅ도를 향ᄒᆞ야 에그 량반님네ᄂᆞᆫ 이러케 경우가 업나 이럴 쥴 아랏더면 나ᄅᆞᆯ 육포를 켜도 심부름을 안니ᄒᆞ엿슬걸 셜마 졈자은 터에 한 입으로 두 말를 ᄒᆞ리가 잇스리 ᄒᆞ얏더니 샹말로 ᄯᅩᆼ누러 갈 ᄯᆡ 다르고 올 ᄯᆡ 다르ᄂᆞᆫ 일톄로 한 번 가시더니 이 모양으로 아모 긔별을 안이ᄒᆞ시ᄂᆞᆫ 경우도 잇나 ᄒᆞᄂᆞᆫ 황송ᄒᆞᆫ 말ᄉᆞᆷ도 한 두 번 안이ᄒᆞ얏슴니다. 그러면 그러치 그 ᄉᆞㅅ도ᄭᅴ셔 그러ᄒᆞ실 리가 잇슴닛가. 어셔 편지ᄅᆞᆯ ᄯᅦ여 보십시오. 인졔ᄂᆞᆫ 작은 아씨가 됴흐시겟슴니다."

션초가 그 편지ᄅᆞᆯ 얼풋 밧아 피봉을 ᄯᅦ여 들고 차차 나리 보ᄂᆞᆫᄃᆡ 편지 속에셔 지폐 몃 쟝이 우루루 쏘다지ᄂᆞᆫ지라.

"에그 이것이 웬 것이야."

간난 어미가 주엄주엄 집어 셰여 보더니 션초 무릅우에다 노으며

"에그 량반도 찬찬도 ᄒᆞ시지. 아마 아씨다려 요용소치로 위션 아슈신 데 쓰시라고 아ᄂᆞᆫ 듯 모로ᄂᆞᆫ 듯 이것을 편지 속에다 너어 보내신 것인가 보오이다."

션초가 그 말은 드른 쳬도 안이ᄒᆞ고 보던 편지ᄅᆞᆯ 마져 보다가 얼골빗이 붉으락 푸르락 ᄒᆞ다가 졈졈 노ᄅᆡ지며 손에 들엇던 편지가 셔리마진 나모입이 바ᄅᆞᆷ을 조ᄎᆞ ᄯᅥ러지듯 힘이 반뎜도 업시 슬몃시 무릅우에가 ᄯᅥ러지ᄂᆞᆫᄃᆡ 뒤밋쳐

션초의 입에셔

"에구ㅣ"

ᄒᆞᆫ슘 한 마듸가 나오더니 그 편지ᄂᆞᆫ 박박 ᄶᅵ져버리고 지폐 십원은 ᄇᆡᆨ지로 싸셔갓ᄂᆞᆫ 어미ᄅᆞᆯ 주며

"여보게 이것 그 량반에게로 도로 젼ᄒᆞ야 주게."

간난 어미ᄂᆞᆫ션초의 광경을 보고 무식ᄒᆞᆫ 것이 가샹 의ᄉᆞ스럽게 ᄂᆡ심으로 츄측ᄒᆞ기를

"에그 뎌 아씨 보게. 그런 줄 몰낫더니 보장이 어지간치 안케 큰걸. 돈 십원이면 우리ᄂᆞᆫ 한 밋쳔을 ᄉᆞᆷ을 것인ᄃᆡ 뎌러케 도로 보ᄂᆡᆯ 졔ᄂᆞᆫ 쇼들ᄒᆞ고 투졍ᄒᆞᄂᆞᆫ 것이 안인가. 엇의 나죵 ᄭᅳᆺ이나 구경ᄒᆞᆯ 겸 도로 갓다가 보내 보겟다."

(간) "이것은 웨 도로 보내심닛가. ᄉᆞㅅ도ᄭᅴ셔 일ᄭᅥᆫ 아씨다려 쓰시라고 보내신 것인ᄃᆡ요ㅣ"

(션) "여러말 말고 갓다 두게.
                    "
                    간난 어미가 다시 말을 못ᄒᆞ고 그 돈을 도로 갓다가김션달을 주엇더라."

사ᄅᆞᆷ이 ᄆᆡ운 ᄯᅳᆺ을 한 번 먹으면 셰샹만ᄉᆞ에 원통ᄒᆞᆫ 것도 업고 고긔ᄒᆞᆯ 것 앗가올 것이 모다 업ᄂᆞᆫ법이라 만리 젼졍에 ᄭᅩᆺᄀᆞᆺ흔 년긔도 앗갑지 안이ᄒᆞ고 량친부모의 슬하ᄅᆞᆯ ᄯᅥ나ᄂᆞᆫ 것도 고긔치 안이ᄒᆞ고 발근 셰샹을 영결ᄒᆞᄂᆞᆫ 것도 원통치 안이ᄒᆞ야 평탄ᄒᆞᆫ 낫빗으로
                        부모의 침쇼에를 단여셔
                        ᄌᆞ긔 방으로 도라와 압뒤ㅅ문을 텸텸히 닷고 시험ᄒᆞ야 닙어 보던 ᄉᆡ의복을 내여 졍결ᄒᆞ게 닙은 후에 아편은 언의 틈에 쥰비ᄒᆞ야 두엇던지 밤톨만ᄒᆞᆫ 것을 한입에 툭 드려트리고 물을 마셧더라. 텬륜이 심샹치 안인 것이라 그럿턴지 쵀호방ᄂᆡ외가 모란이ᄅᆞᆯ 압헤다 누이고 한잠을 들냐 말냐 ᄒᆞ야 공연히 마ᄋᆞᆷ이 슈란ᄒᆞ야 션초우ᄂᆞᆫ 소리가 들니ᄂᆞᆫ 듯 ᄒᆞᆫ지라.

(츈) "
                        령감 잠드셧소. 내 마ᄋᆞᆷ이 무단히 어슈션 산란ᄒᆞ며 잠이 안이오구려."

(쵀) "글셰 내 말이야 나도 잠을 벗노앗ᄂᆞᆫ 걸"

(츈) "웨 그런지 션초가 별안간에 보고 십소 가셔 불너올가."

(쵀) "글셰 내 마ᄋᆞᆷ도 그러키ᄂᆞᆫ ᄒᆞ지만 고만두지. 그 ᄋᆡ가 웬 망ᄒᆞᆫ 쟈로 ᄒᆡ셔 요사이 시시로 울기만 ᄒᆞ고 잠을 못자더니 오ᄂᆞᆯ은 아마 곤ᄒᆞ던지 초져녁부터 문을 닷고 아모 소리 업ᄂᆞᆫ 것을 공연히 ᄭᆡ엿다가 ᄶᅵᆯᄭᅳᆯᄶᅵᆯᄭᅳᆷ 울기나 ᄒᆞ면 셩가스러온ᄃᆡ 고만 내버려두지."

쵀호방ᄂᆡ외가 그 모양으로 슈작을 ᄒᆞ고 그 ᄯᆞᆯ의 일로 한 걱졍을 ᄒᆞᄂᆞᆫᄃᆡ 압헤셔 자던
          모란이가 별안간에 벌ᄯᅥᆨ 니러나셔 쥬먹으로 ᄯᅡᆼ을 치고 대셩통곡ᄒᆞ며

"에구 아바지 에구 어머니
                        나ᄂᆞᆫ 속졀업시 셰샹을 버렷소. 내가 이 원슈를 갑지 못ᄒᆞ면 언의 ᄯᆡᄭᆞ지던지 살이 썩지 못ᄒᆞᆯ 터이오 ᄉᆡᆼ젼에 아바지
                        어머니
                        두 분ᄭᅴ 효셩을 다ᄒᆞ야 봉양ᄒᆞ려던 마ᄋᆞᆷ과 문필
                        가무 등 각죵 ᄌᆡ질은 모다
            모란이ᄅᆞᆯ 젼ᄒᆞ야 쥬엇ᄉᆞ오니 저의 죽은 것을 슯허 말으시고
            모란이에게 ᄌᆞ미를 보ᄋᆞᆸ시소셔"

쵀호방ᄂᆡ외가 대경소괴ᄒᆞ야 달녀드러
          모란의 손발을 ᄭᅩᆨ 붓잡고 흔들흔들ᄒᆞ며

(쵀) "
                        이년
                        모란아 졍신 찰여라. 이게 무슨 소리냐."

(츈) "
                        모란아 모란아 나 좀 보아라. 그게 무슨 소리냐."

그리ᄒᆞᆯᄉᆞ록모란이ᄂᆞᆫ 더 울며

"
                        아바지
                        져ᄂᆞᆫ 이 길로 져의 못ᄒᆞᆯ 노릇ᄒᆞᆫ
            리시찰의 원슈를 갑흐러 가오니 소문을 드러보셔셔
            리시찰에 무슨 일이 잇다고 ᄒᆞ거던 졔 소위인 쥴로 넉이십시오.
            리시찰
                        졔가 남에게 그 모양으로 젹악을 ᄒᆞ고 아모려면 무ᄉᆞᄒᆞᆯ나구요. ᄌᆞ긔가 나려올 졔ᄂᆞᆫ 긔구를 한ᄭᅥᆺ 차리고 억ᄀᆡ바ᄅᆞᆷ으로 왓지마는 올나갈 ᄯᆡ에ᄂᆞᆫ 아마 복쟝을 쾅쾅 짓질 터이올시다."

쵀호방이 우두커니 듯다가 어이 업셔셔 마누라다려

"여보게 이 ᄋᆡ가 웬 곡졀인가. 자다가 말고 실셩을 ᄒᆡᆺ스니 문갑을 열고 쳥심환을 내여 오게. 어셔 먹여보셰."

션초 업머니가 쳥심환을 황망히 ᄭᅳ내다가 ᄇᆡᆨ비탕에 풀어 모란의 입에 퍼느으며 ᄋᆡᄅᆞᆯ 무한쓰ᄂᆞᆫᄃᆡ
          모란은 여젼히 그 모양으로 횡셜슈셜ᄒᆞ더니 날이 졈졈 발가오닛가 졍신을 모로고 혼곤히 느러지ᄂᆞᆫ지라.
          쵀호방ᄂᆡ외가 그졔야 마ᄋᆞᆷ을 놋코 역시 잠이 혼곤히 드럿다가 ᄒᆡ가 한나졀은 되야 ᄭᆡ여보니 모란이ᄂᆞᆫ 여샹히 ᄯᅱ여단이며 작란을 ᄒᆞᄂᆞᆫᄃᆡ 션초의 동졍이 도모지 업ᄂᆞᆫ지라 심즁에 심히 의심이 나셔 ᄂᆡ외 셔로 의론ᄒᆞ기ᄅᆞᆯ

(쵀) "여보게 션초가 그져 안이 니러낫나."

(츈) "글셰요. 엇진 일인지 이ᄯᆡᄭᆞ지 볼 슈가 업소구려."

(ᄎᆡ) "

                            졔 방으로 좀 가보지 필경 ᄯᅩ 울고 잇나 보구먼 그러치 안이ᄒᆞ면 효셩이 유명히 잇ᄂᆞᆫ 것이 ᄒᆡ가 낫이 되도록 어미
                        아비ᄅᆞᆯ 안이와 볼 리가 잇나."

(츈) "
                        내가 가보고 오리다. 뎌것이 ᄯᅩ 울고 잇스면 보기 슬혀 엇더케 ᄒᆞᆫ단 말이오."

ᄒᆞ며

                        션초의 쳐소로 가보니 방문이 그져 쳡쳡히 닷쳐 잇ᄂᆞᆫ지라

                        션초 어머니가 손쟝가락을 ᄭᅮ부려 졧쳐들고 문셜쥬ᄅᆞᆯ 툭툭 울니며

"
                        아가
                        아가 그져 자늬. ᄒᆡ가 한나졀이 지ᄂᆡᆺ다 고만 니러나 아ᄎᆞᆷ밥을 먹어라. 에그 이 ᄋᆡ가 이러케 곤히 잠이 드럿나. 이 ᄋᆡ
                        아가 고만 이러나거라."

이ᄀᆞᆺ치 쳐음에ᄂᆞᆫ 나즉나즉이 ᄭᆡ우다가 나죵에ᄂᆞᆫ 문을 와락와락 잡아다리며 소리를 놉히여 크게 불너도 종ᄅᆡ 아모 동졍이 업ᄂᆞᆫ지라.

(츈) "에구 령감 이게 웬일이오. 잠ㅅ귀 발긔로 유명ᄒᆞᆫᄋᆞᄒᆡ가 이러케 ᄭᆡ여도 ᄃᆡ답이 업스니 그 안이 심샹치 안이ᄒᆞ오."

(ᄎᆡ) "글셰. 웬 곡졀이란 말인구."

"
                        션초야
            션쵸야 "

션초 어머니가 손ᄭᅡ락에다 침칠을 ᄒᆞ야 문바른 됴희ᄅᆞᆯ ᄇᆡ비작 ᄇᆡ비작 ᄯᅮᆯ으더니 한편 눈을 드리ᄃᆡ고 한참 보다가 뒤로 펄ᄶᅧᆨ 쥬져 안즈며

"에구머니 뎌게 웬일인가."

ᄎᆡ호방이 눈이 둥그ᄅᆡ져셔

(ᄎᆡ) "응 웨 그리나. 무슨 일이 잇나."

(츈) "필경 뎌것이 쥭엇나 보오."

ᄒᆞ며 두 발ㅅ길로 방문을 박ᄎᆞᄂᆞᆫᄃᆡ 그 문을 례ᄉᆞ날님으로 ᄶᅡᆫ 것이 안인즉 평시ᄀᆞᆺ흐면 여간 녀편네 발ㅅ길 한 두 번에ᄂᆞᆫ 안이ᄒᆞᆯ 터이지마는 물론 급ᄒᆞᆫ 디경을 당ᄒᆞ면 ᄯᆞᆫ 긔운이 한층 더 나ᄂᆞᆫ 법이라. 문ᄶᅡᆨ이
          션초의 어머니 발ㅅ길을 ᄯᅡ라 우루루 덜컥 잡바지며 완ᄌᆞ미다지가 그 바ᄅᆞᆷ에 것뭇어 렬파가 되난지라. 두ᄂᆡ외가 한다름에 ᄯᅱ여 드러가니
          션초가 벌셔 언의ᄯᆡ 그 디경이 되얏ᄂᆞᆫ지 ᄉᆞ지가 ᄲᅥᆺᄲᅥᆺᄒᆞ게 굿고 젼신이 ᄇᆡᆨ지쟝에 물을 츅이여 싸노은 듯 ᄒᆞᆫ지라 엇더케 긔가 막히던지 피ᄎᆞ에 말 한 마듸 못ᄒᆞ고 물그름히 드려다 보기만 ᄒᆞ다가 한편에셔 울음주머니가 툭 터지며 마조 몸부림을 ᄯᅡᆼᄯᅡᆼᄒᆞ고 방셩대곡을 ᄒᆞᄂᆞᆫᄃᆡ 그 집안 샹하로쇼와 리웃집 남녀친지가 모다 모혀 와셔 그 광경을 보고 흙흙 늣겨가며 눈물 안이내ᄂᆞᆫ 사ᄅᆞᆷ이 업ᄂᆞᆫ 즁 기즁 친근ᄒᆞᆫ 사ᄅᆞᆷ들은
          ᄎᆡ호방ᄂᆡ외ᄅᆞᆯ 붓드러 만류ᄒᆞᆫ다.

"여보십시오. 고만두시오. 암만 울면 쓸 ᄃᆡ 잇슴닛가. 긔왕 이 디경을 당ᄒᆞ신 터에 졍신을 찰이여 졔 몸 감쟝이나 유ᄒᆞᆫ 업시 ᄒᆞ야 쥬시ᄂᆞᆫ 일이 올슴니다. 에그 긔막킨 일도 잇지. ᄭᅩᆺ갓흔 나에 병이 드러 텬명으로 이 디경이 되엿셔도 부모되신 터에 긔가 막히실 터인ᄃᆡ 뎨일 인물과 ᄌᆡ질이 앗갑지. 여보십시오. 어셔 긋치시고 초종처를 일이나 ᄉᆡᆼ각ᄒᆡ 보십시오.
                    "
                    ᄎᆡ호방이 ᄒᆞᆫ숨을 휘ㅣ이 쉬고 니러나 감안히 ᄉᆡᆼ각ᄒᆞᆫ 즉
                        ᄌᆞ긔 ᄯᆞᆯ이 ᄌᆞ쳐ᄒᆞ기ᄂᆞᆫ
          리시찰로 인연ᄒᆞᆫ 것인 쥴은 분명 알겟스나 자셰ᄒᆞᆫ 리유ᄂᆞᆫ 알 수 업ᄂᆞᆫ지라 졔 손그릇등쇽과 방구셕 ᄉᆞ면을 두로 ᄉᆞᆲ혀보노라니 아모것도 증거가 업고 다만 웃목에 ᄶᅵ져버린 휴지밧긔 업ᄂᆞᆫ지라. 주엄주엄 집어 낫낫치 펴가지고 이리 조각보모듯 맛쳐보니 이 곳 리시찰의 편지인ᄃᆡ 그 ᄉᆞ연에

"긴 ᄉᆞ연 후리치고 피ᄎᆞ에 아ᄅᆞᆷ다온 인연을 ᄆᆡᆺ기ᄂᆞᆫ ᄇᆡᆨ년을 ᄒᆡ로코져 ᄒᆞᆷ이러니 다시 ᄉᆡᆼ각ᄒᆞᆫ 즉 년긔도 넘오 차등이 지고 ᄂᆞ의 형편으로 말ᄒᆞᆫ ᄃᆡ로 도뎌히 될 수가 업기로 계약셔ᄂᆞᆫ 보내지 안이ᄒᆞ며 돈 십원을 보내니 변변치 안으ᄂᆞ 분과 기름이ᄂᆞ 사셔 쓰기 밋으며 이 사ᄅᆞᆷ은 공무ᄂᆞ 분망치 안이ᄒᆞ면 수히 일ᄎᆞ 가셔 옥안을 다시 ᄃᆡᄒᆞᆯ 듯 대강 긋치노라."

ᄒᆞ얏ᄂᆞᆫ지라.

ᄎᆡ호방이 보기ᄅᆞᆯ 다 ᄒᆞ고 도로 썩썩 부뷔여 집어 더지고 두 눈이 붉근 뒤집히여 니를 북북 갈고 북편을 ᄇᆞ라보며

"으ㅣ응 셰됴은 사ᄅᆞᆷ은 남의 젹악을 이러케 ᄒᆞ고도 무ᄉᆞᄒᆞᆯ가. 내 눈에 흙 드러가기 젼에ᄂᆞᆫ 엇의 좀 두고 볼 걸 여보게 마누라 울지 말게. 그ᄭᅡ짓 소견업ᄂᆞᆫ 년 뒤어진ᄃᆡ 무엇이 셜워 운단 말인가. 그 위인이 밋지못ᄒᆞᆯ ᄌᆞ격이니 기다리지도 말고 진작 단념ᄒᆞ라닛가 말을 안이 듯고 고집ᄒᆞ더니 필경 졔 몸을 이 모양으로 버려셔 아비
                        어미 눈에셔 피가 ᄂᆞ오게 ᄒᆡ"

션초 어머니ᄂᆞᆫ 그 말을 드르니 더욱 불샹ᄒᆞ고 원통ᄒᆞ야 자조 긔졀을 ᄒᆞ야 가며 울더라.
          션초가 변변치 못ᄒᆞᆫ ᄌᆞ격이라도 그 모양으로 쥭엇스면 소문이 원근에 랑쟈ᄒᆞ려던 하물며 인물도 남다르고 ᄌᆡ질도 남다르고 지조도 남다른 즁 쥭기ᄭᆞ지 남다르게 ᄒᆞᆫ
          션초리오. 지여부지간(知與不知間) 그 소문을 듯고 다 한 마듸식은 말을 ᄒᆞᄂᆞᆫᄃᆡ 열이면 열 다
          리시찰 욕ᄒᆞᄂᆞᆫ 소리 ᄲᅮᆫ인ᄃᆡ 그 즁에 언론이 두 가지로 ᄂᆞ오기ᄂᆞᆫ
                        본군과 린읍의 기ᄉᆡᆼ들이라
                        기ᄉᆡᆼ 노릇을 ᄒᆡ도 졔 마ᄋᆞᆷ에ᄂᆞᆫ 쥭기보다 실흔 것을 ᄉᆞ셰에 ᄭᅩᆷᄶᅡᆨᄒᆞ지 못ᄒᆞ야 버셔나지 못ᄒᆞᄂᆞᆫ 계집은
          션초의 고결ᄒᆞᆫ 것을 홈모ᄒᆞ야

"에그 마ᄋᆞᆷ이 엇지면 그러케 ᄆᆡᆸ고 ᄭᅳᆫ은 듯 ᄒᆞᆫ구. 우리ᄂᆞᆫ 그런 사ᄅᆞᆷ에게 비ᄒᆞ면 아모것도 안이지. 아모ᄯᆡ 쥭던지 쥭기ᄂᆞᆫ 일반인ᄃᆡ 무엇이 앗가워셔 이 드러온 일을 ᄒᆞ며 살아 잇노. 아모도 안이 드르니 말이지
            리시ᄎᆞᆯ인지 누구인지 그것도 량반인가 무식ᄒᆞᆫ 샹사ᄅᆞᆷ과 달ᄂᆞ셔 의리도 잇고 톄통도 잇슬 터인ᄃᆡ 졔 ᄌᆞ식이라도 막ᄅᆡᄯᆞᆯ 벌이ᄂᆞ 되ᄂᆞᆫ사ᄅᆞᆷ에게 그 모양으로 젹악을 ᄒᆡ셔 ᄉᆡᆼ목숨을 ᄭᅳᆫ케 ᄒᆞᆫ담."

싀집살이ᄒᆞ기가 슬커나 셔방을 나물ᄒᆞ고 졔 버릇 ᄀᆡ 못쥬어 모야 무디에 ᄯᅱ여나와 기ᄉᆞᆼ을 ᄌᆞ원ᄒᆞᆫ 것들은션초의 고집을 비쇼ᄒᆞ야

"어ㅣ 안이 ᄭᅩᆫ년
                        졔가 뎌 모양으로 쥭으면 대문에 쥬토칠ᄒᆞᆯ 쥴 알고 쥭은 뎌만 속졀업지. 인ᄉᆡᆼ이 일장츈몽인ᄃᆡ 안이 놀고 무엇ᄒᆞᆯ구. 흥 우리ᄂᆞᆫ 그런 긔회를 맛나지 못ᄒᆡ셔 걱졍이야. 웨 얼넝얼넝ᄒᆡ 그 비위ᄅᆞᆯ 살살 맛쳐가며 움푹히 ᄲᅡᆯ아 먹지ᄅᆞᆯ 못ᄒᆞ고 되지 못ᄒᆞ게 고집을 ᄒᆞ다가 졔 몸ᄭᆞ지 버릴 곡졀이 무엇이람. 에그 우슈어라."

셔울
                    싀골 물론ᄒᆞ고 기ᄉᆡᆼ 곳 쥭으면 젼후건달이 모다 모혀 ᄭᅩᆺ평량ᄌᆞ에 징 장고 호젹 쇼고로 쿵 쾡 늬나누 ᄒᆞ면셔 쥴무지로 신톄ᄅᆞᆯ 내가ᄂᆞᆫ 것이 오ᄇᆡᆨ년 유ᄅᆡ지 고풍이 되얏ᄂᆞᆫᄃᆡ 더구ᄂᆞ
          션초야 원통이도 죽엇스려니와 원ᄅᆡ 유소문ᄒᆞᆫ 터이라 그 신톄 ᄂᆞ가ᄂᆞᆫᄃᆡ 누가 구경을 안이가리오. 읍 촌 여부업시 로쇼 남녀가 밧분 일을 졔쳐 놋코 인ᄉᆞ 겸 구경 겸 구름ᄀᆞᆺ치 모혀드럿ᄂᆞᆫᄃᆡ
          쵀호방이 그 ᄯᆞᆯ에 향ᄒᆞ야 불샹ᄒᆞ기도 한이 업스니려니와 문견도 업ᄂᆞᆫ 쳐디가 안인 고로 슈의관곽 샹여등을 돈 앗가온 쥴도 모르고 한업시 치례ᄅᆞᆯ ᄒᆞ고 슐과 밥을 흔젼흔젼히 작만ᄒᆞ야 긔구ᄅᆞᆯ 부릴ᄃᆡ로 부렷더라."
                    ᄉᆡᆼ베두건을 눈셥ᄭᆞ지 ᄭᅮᆨᄭᅮᆨ 눌너 쓴 샹여ㅅ군이 구졍닷쥴을 갈ᄂᆞ 메고 요령쇼리 몃 마듸에 원통ᄒᆞᆫ 신톄가 집을 하직ᄒᆞ고 ᄯᅥᄂᆞ간다. 사ᄅᆞᆷ이 칠십이고 팔십이고 져 살ᄂᆞᄅᆞᆯ 다 살다가 한명에 병이 드러 쥭더ᄅᆡ도 영결죵텬 ᄯᅥᄂᆞ가ᄂᆞᆫ 길에셔 더 셜운 것이 업다ᄂᆞᆫᄃᆡ ᄂᆞ이 쳥츈이오 셰샹을 원통히 버린
          션초의 샹ᄒᆡᆼ이야 다시 닐너 무엇ᄒᆞ리오. 상두슈번이 요령을 ᄯᅦᆼ겅ᄯᅦᆼ겅 치며

"워호 워호"

소리ᄅᆞᆯ 쥬닛가 여러 샹두군이 발을 밀어 니러셔며

"워호 워호"

신산 잡은 ᄃᆡ로 워호 소리를 쥬고 밧으며 가셔 양지 바른 ᄌᆞ좌오향판에다 깁슉히 장ᄉᆞᄅᆞᆯ 지내고 봉분을 덩그럭케 모아 노은 뒤에 사ᄅᆞᆷ은 다 허여져 가고 오즉 뷔인 산이 젹젹ᄒᆞᆫᄃᆡ 달이 황혼이더라.

션초 어머니가 ᄉᆡ로 닙힌 잔듸를 두 손으로 부드등 부드등 ᄯᅳᆺ으며

"에구
          션초야 웨 집을 버리고 예 와 잇ᄂᆞ냐. 셰샹에 내가 모질기도 ᄒᆞ지 이것을 예다 버리고 혼ᄌᆞ 집으로 도라가려고 ᄒᆞ니 령감
                        ᄂᆞᄂᆞᆫ 참아 이것을 버리고 집으로 못가겟스니 여긔다 아조 뭇어를 주고 가오. 혼이 남아 모녀가 셔로 의지ᄅᆞᆯ ᄒᆞ게."

쵀호방은 대범ᄒᆞᆫ 남ᄌᆞ라 좀톄ㅅ일에 눈물을 안이내던 터이더니 비죽비죽 마조 울며

"여보게 ᄀᆡᆨ스러온 말 말고 나려 가셰. 셰상에 ᄌᆞ식ᄯᅡ라 죽ᄂᆞᆫ 부모가 엇의 잇던가. 졔가 이러케 쥭은 것이 이 탓 뎌 탓ᄒᆞᆯ 것 업시 첫ᄌᆡᄂᆞᆫ 졔 팔ᄌᆞㅣ오 둘ᄌᆡᄂᆞᆫ 우리 팔ᄌᆞ이니 고만 울고 집으로 ᄂᆞ려 가셰."

ᄎᆡ호방ᄂᆡ외
           가 압흘 가리는 눈물을 간신히 억졔ᄒᆞ고 집으로 도라오니 웬갓 것이 모도다 눈에 밟혀 못살 디경이라. 자박자박 ᄌᆞ최가 ᄂᆞᄂᆞᆫ 듯 ᄂᆞ즉ᄂᆞ즉 음셩이 들니ᄂᆞᆫ 듯 연ㅅ상혈합에ᄂᆞᆫ 졔 필젹으로 쓴 편지ᄶᅩᆨ이 데굴데굴 바느질 그릇에ᄂᆞᆫ 침션ᄇᆡ올ㅅ졔 시험ᄒᆞ던 골모 괴불이 ᄃᆡ굴ᄃᆡ굴 탁ᄌᆞ위 만권
                    셔ᄎᆡᆨ에는 몬지가 켜로 안졋ᄂᆞᆫᄃᆡ 이 갈피 뎌 갈피 질너둔 표지ᄂᆞᆫ 뎌 읽던 흔젹이 완연ᄒᆞᆫ 그 즁에 뎨일 간쟝이 슬슬 녹고 졍신이 아조 업셔지며 가ᄉᆞᆷ이 답답ᄒᆡ질 일은 문갑 우에 노혀잇ᄂᆞᆫ 양금이 방즁만 되면 쥴이 졀로 죄이며 ᄯᅩᆼ, ᄯᅡᆼ ᄒᆞᄂᆞᆫ 소리라. 평시ᄀᆞᆺ흐면 그 소리가 일긔가 음음ᄒᆞᆫ 탓으로 복판이 늘며 쥴이 튀ᄂᆞᆫ 것이라ᄒᆞ야 심샹히 드럿스련마는 슈심이 겨워 잠을 못일우고 고ᄉᆡᆼ고ᄉᆡᆼᄒᆞᄂᆞᆫ
          션초 어머니
          ᄂᆞᆫ 그 소리날ㅅ졔마다

"에구 뎌 소리가 ᄯᅩ ᄂᆞᄂᆞᆫ구ᄂᆞ. 져것도 심샹치 안이ᄒᆡ셔 임쟈를 찻노라고 뎌러케 시시로 우ᄂᆞ보오. 령감
                        ᄂᆞᄂᆞᆫ 진졍이지 뎌 소리 듯기 실소. 집어다 아궁이에ᄂᆞᆫ 트러너으시오."

모란
          이가 엽헤 안졋다가 와락 ᄯᅱ여 들며

(모란) "에그 어머니
                        그것은 웨 내가 가질 걸."

(모) "에 이 년
                        네가 그것은 ᄒᆡ셔 무엇ᄒᆞ게."

(모란) "에그 요젼에ᄂᆞᆫ 언니가 음률ᄒᆞᆯ 졔마다 그리 ᄀᆞᄅᆞ쳐 쥬어도 금방금방 니져바리겟더니 엇진 일인지 요ᄉᆡᄂᆞᆫ 음률소리가 귀에 지잉ᄒᆞ야 놉고 얏고 되고 느린 가락을 모다 짐작ᄒᆞ겟ᄂᆞᆫᄃᆡ요."

(모) "에라 듯기 실타. 뎌리 가거라. ᄯᅩ 이 년 뉘 가ᄉᆞᆷ에다 목을 박으랴고 음률을 ᄇᆡ랴고."

(모란) "
                        어머니ᄭᅴ셔ᄂᆞᆫ 공연히 뎌리시네. 음률만 ᄇᆡ워 ᄂᆞ도 언니쳐름 기ᄉᆡᆼ노릇을 ᄒᆡ야ᄒᆞᆯ 터인ᄃᆡ."

(모) "
                        기ᄉᆡᆼ
                        비ᄉᆡᆼ이 엇더냐. 이 년 다시 그런 아갈이ᄅᆞᆯ 버려 보아라."

됴션
           텬지에 졔 힘 아니드리고 남쇽여 먹기로 ᄉᆡᆼ애ᄅᆞᆯ ᄉᆞᆷ는 것들은 소위 무당
                    판슈라 무당
                    판슈가 맛ᄂᆞᄂᆞᆫ 사ᄅᆞᆷ마다 졍ᄃᆡᄒᆞ고 당ᄒᆞᄂᆞᆫ 일마다 광명ᄒᆞ면 한아도 쇽여먹지 못ᄒᆞ고 ᄌᆞ고숑 모양으로 굴머죽은 지가 이구ᄒᆞ겟지마는 사ᄅᆞᆷ들도 보통 어리셕고 일도 ᄆᆡ양 의심ᄂᆞ는 즁 년ᄯᆡ가 마즈려면 텬디도 야릇ᄒᆞᆫ 법이라
          션초
           쥭던 그 ᄃᆞᆯ부터 비한뎜 안이오고 ᄂᆡ리 감으ᄂᆞᆫᄃᆡ 논ㅅ밤이 밧두렁에 셕량만 득 그어ᄃᆡ면 홀홀 탈만치 오곡닙이 다 말ᄂᆞ 드러가니 감을이 넘오 심ᄒᆞ면 로략들이 셔독에 병들기가 십상팔구어ᄂᆞᆯ 무식ᄒᆞᆫ 부녀들이 무당에게도 뭇고 판슈에게도 무르니 뭇ᄂᆞᆫᄃᆡ마다 소지에 우근진으로 의례히 말ᄒᆞ기ᄅᆞᆯ 원통히 죽은
          션초
          의 혼이
          옥황샹톄ᄭᅴ 호소ᄒᆞ야 날도 감을게 ᄒᆞ고 병도 단이게 ᄒᆞᆫ다 ᄒᆞᄂᆞᆫ 허탄무거ᄒᆞᆫ 말이 한 입 걸너 두 입 걸너 이 사ᄅᆞᆷ 뎌 사ᄅᆞᆷ 큰 쇼일ㅅ거리 ᄉᆞᆷ아 짓거리ᄂᆞᆫ 즁 농군의 집에셔 더욱 앙마구리 ᄭᅳᆯ듯 ᄒᆞ야 필경 대동이 츄렴을 노아 각ᄉᆡᆨ 과실에 큰 쇼를 잡아

                        션초
          의 무덤에 가 졔ᄉᆞ를 졍셩것 지ᄂᆡ야 그 혼을 안유코져 ᄒᆞ더라. ᄐᆡᆨ일ᄒᆞᆫ 졔일을 당ᄒᆞ야 슈ᄇᆡᆨ명 남녀가 구름ᄀᆞᆺ치 모혀 슐잔을 닷호아 부어 놋코 졔각기 소원을 속으로 암츅ᄒᆞᄂᆞᆫᄃᆡ 엇던 쟈ᄂᆞᆫ

"
                        션초
          씨여 이 슐을 달게 밧고 아모됴록 오날밤 ᄂᆡ로 비가 압ᄂᆡ예 시위나도록 퍼부어 우리논에 물이 말으지 안토록ᄒᆞ야 주소셔
        "

엇던 쟈ᄂᆞᆫ

"
                        션초
          씨여 이 슐을 바든 후에 잠귀잡신을 모다 젯쳐쥬어 우리집 우환이 구름것듯 퇴송케ᄒᆞ야 주소셔.
        "

이ᄯᅢ
          리시찰
          은 거졀ᄒᆞᄂᆞᆫ 편지에 돈 십원을 너어 보내고 스ᄉᆞ로 ᄉᆡᆼ간ᄒᆞ기ᄅᆞᆯ

"아마
                            내 편지을 보면 졔 ᄉᆡᆼ각에 어히가 업스렷다. 기실은 어히 업슬 것도 업지. 나를 ᄃᆡᄒᆞ야셔ᄂᆞᆫ ᄀᆞ쟝 지조가 잇ᄂᆞᆫ 듯이 계약셔니 ᄒᆡ로ᄅᆞᆯ ᄒᆞ느니 ᄒᆞ얏지마는 그게 다 남ᄌᆞ후리ᄂᆞᆫ 졔 ᄒᆡᆼᄐᆡ이지 무얼 진심으로야 어린 것이 나갓흔늙은이와 ᄀᆞᆺ치 살냐고 ᄒᆞᆯ나구. 참말 살기 곳ᄒᆞ면 졔가 안이 졔 ᄭᅩᆨ지에 물너갈가. 모로면 모로되 편지ᄅᆞᆯ 본 뒤에 필경 돈 십원 보ᄂᆡᆫ 것만 대견ᄒᆞ야 얼마ᄶᅳᆷ 됴화ᄒᆞᆯ 걸."

거무하에 김션달 이 그 돈 십원을 도로 가지고와 쥬며
          션초가 밧지를 안이ᄒᆞ고 도로 싸보내더라 ᄒᆞᄂᆞᆫ지라
          리시찰이 안이ᄭᅩ온 량반의 ᄆᆞ음이 불ᄭᅳᆫ 치밀어셔 발을 ᄯᅡᆼᄯᅡᆼ 굴느며

"어ㅣ 버르쟝이 업ᄂᆞᆫ 년
                        졔년ᄶᅳᆷ이 다과간에 내가 보ᄂᆡᆫ 것을 외람히 밧지를 안이ᄒᆞ고 도로 보내ㅣ 량반이 괴악ᄒᆞᆫ 년 한 번 상관ᄒᆞ고 큰 욕을 보앗군."

김가ᄂᆞᆫ 아모됴록 리시찰의 비위를 맛치노라고

"
          진노ᄒᆞᄋᆞᆸ실 일이 안이올시다. 소인의 미련ᄒᆞᆫ ᄉᆡᆼ각에ᄂᆞᆫ
          션초
          가 본시 욕심만흔 것으로 ᄉᆞㅅ도ᄭᅴ셔 갓가히 ᄒᆞᄋᆞᆸ셧스닛가 그 돈 쥬신 것이 졔 ᄆᆞᄋᆞᆷ에 약소히 넉여 도로 밧치면 젼쳔이나 더 쳐분ᄒᆞ실 쥴 알고 소견업시 그리ᄒᆡᆺ나보이다.
        "

리시찰
          이 그 돈을 젼장에 나갓던 아ᄃᆞᆯ 살아온 것 만치나 대견히 알아셔 한 번을 쳑 졉어 가방에다 너으며

"오냐 고만두어라. 내가 두고 쓰지. 뎌 슬타ᄂᆞᆫ 것을 ᄋᆡᄅᆞᆯ 써쥴 것 무엇 잇늬. 더 쥬어 뎌 더 줄 돈이 잇스면 내가 ᄯᅡᆼ을 다만 한 마직이라도 더 사셔 젼지ᄌᆞ손ᄒᆞ겟다."

김션달
           물너간 뒤에 ᄌᆞ긔 ᄆᆞ음에 무엇이 그리 츙연유득(充然有得)ᄒᆞ던지 바른손으로 ᄇᆡᄅᆞᆯ 쓱쓱 문즈르며 초헌다리ᄅᆞᆯ ᄒᆞ고 누어셔 풍월ㅅ귀를 읇흐더니 잡이 스르르 드러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다가 이마ㅅ젼에 ᄯᆞᆷ을 ᄶᅲᆯᄶᅲᆯ 흘니고 벌덕 이러나더니 입맛을 ᄶᅧᆨᄶᅧᆨ 다시며

"응 ᄭᅮᆷ도 긔샹ᄒᆞ다."

ᄒᆞ고 연ㅅ상에 붓을 집어 먹을 ᄶᅵᆨ더니 머리ㅅ맛벽에다 두 쥴을 가로 '야몽극흉 셔벽대길'(밤ᄭᅮᆷ 극히 흉ᄒᆞᆫ 즉 벽에 글을 쓰노니 크게 길ᄒᆞ라.)이라 쓴 뒤에 다시 드러눕더니 얼마 안이되야 ᄯᅩ 여전히 ᄯᅡᆷ을 물독에셔 ᄲᆡᄂᆡᆫ 듯이 흘니며 니러나 혼ᄌᆞ 즁얼즁얼 ᄭᅮᆷ리약이ᄅᆞᆯ ᄒᆞᆫ다.

"어ㅣ 이게 무슨 ᄭᅮᆷ인가. 쇽담에 맘이 잇셔야 ᄭᅮᆷ에 뵌다ᄂᆞᆫᄃᆡ 내가 작란삼아 뎌ᄅᆞᆯ 한 번 상죵ᄒᆞᆫ 일이지 바늘ᄭᅳᆺ만치나 못니쳐 ᄉᆡᆼ각을 ᄒᆞ기에 펄젹 뵈이나 어ㅣ 요망스러온 것 ᄭᅮᆷ에 뵈일 터이면 됴흔 낫으로 반갑게 뵈이지를 워 안이ᄒᆞ고 내가 졔게 무슨 못ᄒᆞᆯ 노릇을 ᄒᆡᆺ길ᄂᆡ 머리 풀어 산발을 ᄒᆞ고 니ᄅᆞᆯ 아등아등 갈며 요약ᄒᆞᆫ 소리로 내게 이러케 젹악을 ᄒᆞ고 네 신셰가 평안ᄒᆞᆯ 줄 아ᄂᆞ냐
                            내 혼이 네 머리위로 쥬야쟝텬 도라단이며 네 가ᄉᆞᆷ을 쾅쾅 짓ᄶᅵ며 ᄒᆞᆫ탄ᄒᆞᄂᆞᆫ 양을 보고야 말겟다 ᄒᆞ고 발악발악 울며 덤뷔여 보이노 응 요망스러온지고."

리시찰
          이 그 ᄭᅮᆷ을 ᄭᅮ고나셔 입찬 소리로 쟝담은 ᄒᆞ얏지만은 일ᄌᆞ 이후로 공연히 심신이 산란ᄒᆞ야지며 머리ᄭᅳᆺ이 ᄶᅮᆺ볏ᄶᅮᆺ볏ᄒᆞᆫ지라. 다시 잠을 쟈지 못ᄒᆞ고 ᄋᆡᄭᅮ진 담ᄇᆡ만 펄ᄶᅧᆨ 먹ᄂᆞᆫᄃᆡ 그렁저렁 날이 밝앗더라.
          김션달
          이 슘이 턱에 닷케 오더니 황망ᄒᆞᆫ 말로

(김) "
                        ᄉᆞㅅ도
                        간밤에 션초가 ᄌᆞ쳐를 ᄒᆞ얏담니다.
        "

(리) "무엇이야 ᄌᆞ쳐를 ᄒᆞ다니 졔가 무슨 곡졀로 ᄌᆞ쳐를 ᄒᆡᆺ단 말이냐. 네가 분명히 드럿ᄂᆞ냐."

(김) "듯다 ᄲᅮᆫ이오닛가. 관비가 가셔 보기ᄭᆞ지ᄒᆞ고 왓담니다."

(리) "
                        이 ᄋᆡ 듯기 슬타. 관비년은 너 엇지 그리 ᄭᅩᆨ 밋ᄂᆞ냐. 그 년이 역시 그 년이니라. 쥭엇다고 을음장을 ᄒᆞ면 내가 왼눈이나 ᄭᅡᆷ작ᄒᆞᆯ 쥴 알고 실업슨 것들이로구."

(김) "안이올시다. 졔가 ᄌᆞ쳐ᄅᆞᆯ ᄒᆡᆺᄂᆞᆫ지ᄂᆞᆫ 확실히 밋지 못ᄒᆞ겟슴니다마는 살을 마졋ᄂᆞᆫ지 관젹을 ᄒᆞ얏ᄂᆞᆫ지 쥭기ᄂᆞᆫ 뎡녕히 쥭엇길내 렴습졔구ᄅᆞᆯ 작만ᄒᆞᆫ다 관곽을 ᄶᅡᆫ다ᄒᆞᄋᆞᆸ지오"

(리) "참말 쥭엇슬 터이면 네 말맛다나 필경 살을 마졋거나 관젹이 되여 쥭은 것이오 ᄯᅩᄂᆞᆫ 만손 ᄌᆞ쳐를 ᄒᆞ얏다 ᄒᆞ더ᄅᆡ도 졔 손으로 뎌 쥭은 것이 내게 무슨 상관이 잇ᄂᆞ냐."

그 모양으로 김션달
          을 ᄃᆡᄒᆞ야셔ᄂᆞᆫ 말을 ᄒᆞ야놋코 은근히 ᄆᆞᄋᆞᆷ에ᄂᆞᆫ 일샹 ᄭᅥ림ᄒᆞ던 ᄎᆞ에 쟝셩읍 인민들이 감을 과류ᄒᆡᆼ병을 인ᄒᆞ야
                        션초의 무덤에 졔ᄅᆞᆯ 풍비ᄒᆞ게 지ᄂᆡᆫ다ᄂᆞᆫ 소문을 듯고 렴치됴케 스ᄉᆞ로 ᄉᆡᆼ각ᄒᆞ기를

"
                        내가 졔게 젹원ᄒᆞᆫ 것은 업지마는 졔 ᄆᆞᄋᆞᆷ에ᄂᆞᆫ 얼마ᄶᅳᆷ 셥셥히ᄂᆞᆫ 녁엿던 것이야 그리기에 죵죵 내게 현몽ᄒᆞᄂᆞᆫ 것이니
                            졔 귀신을 위로ᄒᆞᆯ 겸 졔지ᄂᆡᄂᆞᆫ 구경도 ᄒᆞᆯ 겸 내가 좀 가보겟다."

ᄒᆞ고 대동이 ᄐᆡᆨ일ᄒᆞᆫ 졔ᄉᆞㅅ날을 당ᄒᆞ야 리시찰이
                        션초의 무덤으로 ᄇᆡㅅ심됴케 가셔 남녀로쇼의 축원ᄒᆞᄂᆞᆫ 양을 ᄎᆞ례로 구경ᄒᆞ고 모도다 허여져 간 뒤에 ᄌᆞ긔 역시 슐 한 쟌을 ᄯᅡᆺᄯᅡᆺᄒᆞ게 부어 놋코 글 한구ᄅᆞᆯ 지어 고셩대독ᄒᆞᄂᆞᆫᄃᆡ

"
                        츄풍에ᄅᆡᄇᆡᆨ발ᄒᆞ야
                            가을바ᄅᆞᆷ에 ᄇᆡᆨ발이 와셔 락일에 곡쳥샨 ᄯᅥ러지ᄂᆞᆫ 날에 쳥산에셔 울다
                    "

가쟝
                        션초
          의 혼이 ᄌᆞ긔의 슐을 달게 흠향이나 ᄒᆞᆫ 듯 십어 희ᄉᆡᆨ이 만면ᄒᆞ야 도라왓더라. 삼경이 못되야 별안간에 남풍이 슬슬 불며 ᄉᆞ면에셔 검은 구룸이 뭉게뭉게 니러나셔 탄탄대로에 긔초달니듯 ᄒᆞ더니 번ᄀᆡᄂᆞᆫ 번ᄶᅧᆨ번ᄶᅧᆨ 텬동은 우루루 우루루 쥬먹갓흔 비ㅅ방울이 우두두 ᄯᅥ러지다가 거미긔에 눈을 못ᄯᅳ게 삼ㅅᄃᆡᄀᆞᆺ치 퍼부어 오니 읍하의 우ᄆᆡᄒᆞᆫ 부녀들은 모다 됴화 츔을 츄며 졔각기 ᄒᆞᆫ 마듸식을 다짓거리기ᄅᆞᆯ

"셰샹에 령검도ᄒᆡ라. 무당
                        판슈라 ᄒᆞ는 것이 헷것은 안인게야. 뎜쾌나는ᄃᆡ로 션초 혼을 위로ᄒᆞ얏더니 당일ᄂᆡ로 비가 이러케 오지 이번일만 보아도 살아셔낙 쥭어셔나 션초ᄀᆞᆺ치 연ᄒᆞ고 싹싹ᄒᆞᆫ 사ᄅᆞᆷ을 나은 몃 살 안이되얏셔도 처음 보ᄂᆞᆫ 걸. 만일 이번에 인간들이 몽ᄆᆡᄒᆞ야 그양 ᄂᆡᄇᆞ려 두엇더면 언의ᄯᅢᄭᆞ지 감을는지 모를번 ᄒᆞ얏지 인졔 비는 더 바랄것 업시 흡죡ᄒᆞ니 내 집 남의 집을 물론ᄒᆞ고 우환이나 마져 업셔졋스면 그 안이됴흘ᄭᅡ.
        "

리시찰이 젹이 신학문에 유의ᄒᆞᆫ 터 ᄀᆞᆺ흐면 그런 소리ᄅᆞᆯ 듯더ᄅᆡ도 비오ᄂᆞᆫ 리치ᄅᆞᆯ 풀어셔

"허허 무식ᄒᆞᆫ 것들이라 할 슈 업고 비가 졔지ᄂᆡᆺ다고 왓슬가 사ᄅᆞᆷ이 근쳔명이 모혀 왓다갓다ᄒᆞ는 바ᄅᆞᆷ에 먼지가 공즁으로 올나가 슈증긔를 ᄆᆡᄀᆡᄒᆞ야 비가 온 것이라."

셜명을 ᄒᆞ얏스련마는 이 눈셥만 ᄲᆡ도 ᄯᅩᆼ이 나올 분네ᄂᆞᆫ 료량ᄒᆞ기를

"
          흥 어림업ᄂᆞᆫ 것들이로구.

                            션초
          의 귀신이 비를 오게 ᄒᆡᆺ슬 터이면 뎌의들 졍셩에 비가 왓슬가 내가 와셔 슐을 부어노코 글을 지엇슨 즉 거긔 감동ᄒᆞ야 비를 오게 ᄒᆞ얏슬 터이지."

그날밤에 아모 긔란업시 잠을 자려ᄒᆞᄂᆞᆫᄃᆡ 눈만 감으면 션초
          가 여젼히 와셔 머리위로 도라단이며 울고 부르지즈ᄂᆞᆫ지라 ᄒᆞᆯ 일 업시 니러ᄂᆞ 등쵹을 발키고 밤ᄉᆡ기를 기다리ᄂᆞᆫᄃᆡ 동이 트랴 말냐ᄒᆞ야 창밧긔셔 난ᄃᆡ업ᄂᆞᆫ 기침소리가

"에헴 에헴"

나거ᄂᆞᆯ 리시찰
          은 휘휘ᄒᆞ고 젹젹ᄒᆞ던 ᄎᆞ에 든든ᄒᆞᆫ 마ᄋᆞᆷ이 나던지 대단히 반거워ᄒᆞ며

"거긔 누구 왓ᄂᆞ냐."

기침소리가 긋치며

"
          예 영문에셔 셔간이 잇셔 왓슴니다.
        "

리시찰
          이 갈녀간관ᄎᆞᆯ과ᄂᆞᆫ 셔로 셩긔가 통ᄒᆞ야 결젼샹관에 별별 죠화를 다 부렷더니
          ᄉᆡ로 나려온 관ᄎᆞᆯ과ᄂᆞᆫ 아즉 락락난합ᄒᆞ야 엇지ᄒᆞ면 계졔를 엇어 ᄯᅩ ᄒᆞᆫ 변 슈단을 퓌여볼고 ᄒᆞ던 판이라 영문에셔 셔간이 왓다ᄂᆞᆫ 말을 듯고 한업시 반거워셔 의복도 ᄎᆡ 닙지를 못ᄒᆞ고 니불을 두른ᄎᆡ 니러 안즈며 웃간에셔 자ᄂᆞᆫ
          샹노
          놈을 ᄭᆡ와셔 문을 열고 편지를 밧아드리라 ᄒᆞ얏더라.
          샹노
          가 눈을 부뷔고 부스시 니러ᄂᆞ 문을 막 열고 편지를 밧으려 ᄒᆞᆯ 즈음에
          갓두루막이ᄒᆞᆫ ᄉᆞᄅᆞᆷ
          이 마루 위로 웃젹웃젹 올ᄂᆞ셔며 이 문
                    뎌 문 턱턱 가로막아 셔더니 큼즉ᄒᆞᆫ 봉투 한아를 쥬며

"
                        법부죠회로 령감 잡피셧슴니다.
        "

리시찰
          이 자긔의 젼후ᄒᆞᆫ 일은 잇고 잡혓다ᄂᆞᆫ 말을 듯더니 슈각이 황망ᄒᆞᆫ 즁 삼십륙게를 쓰고 십으ᄂᆞ 문마다 막혀셔 움치고 ᄯᅱᆯ 슈가 업ᄂᆞᆫ지라 엇지ᄒᆞᄂᆞᆫ 슈 업셔 그 봉투를 밧아 속폭을 ᄲᅩᆸ아보며 우두커니 안졋다가

"잡혓스면 가지 ᄂᆡ 죄 업스닛가 아모 겁날것 업다."

ᄒᆞ고 샹노 놈다려 셰슈를 노라ᄒᆞ야 소셰를 ᄒᆞᆫ 후 아침밥도 못먹고 그자들에게 ᄭᅳ들녀 영문으로 올ᄂᆞ가 그길로
          평리원으로 압샹이 되엿더라. 리시ᄎᆞᆯ
           잡혀온 죄ᄂᆞᆫ 막즁국셰를 즁간 환롱ᄒᆞᆫ 죄라. 감옥셔
          에다 엄밀히 뢰슈ᄒᆞ야 두고 삼 년 동안을 ᄌᆡ판ᄒᆞᄂᆞᆫᄃᆡ 셰샹 ᄉᆞᄅᆞᆷ이 디옥디옥ᄒᆡ도 디옥이 별 것이 안이라 이 ᄉᆡᆼ에 잇ᄂᆞᆫ 감옥셔
          가 곳 디옥이라 그런고로 죄를 범ᄒᆞ고 그 쇽에을 한 번 드러만 가면 살아나올 졔 나온ᄃᆡ도 죽은 목숨과 조곰 다를 것이 업는 법이라. 리시ᄎᆞᆯ이 쳐음에는 가장 쇠가 산톄ᄒᆞ고 큰 소리를 텰장ᄀᆞᆺ치 ᄲᅩᆸ아ᄂᆡᆫ다.

"
                        량반이 감옥맛을 안이보면 못쓰ᄂᆞ니라. 감옥말고 감옥에셔 더ᄒᆞᆫ ᄃᆡ를 드러왓더ᄅᆡ도 ᄂᆡ 죄 업스면 고만이지 겁을 손톱만치라도 ᄂᆡᆯ ᄂᆡ가 안이다."

ᄒᆞ면셔도 뒤는 나든지 은근히 자긔 샹뎐
          두신씨
          에게 고급을 ᄒᆞ야 일을 무ᄉᆞ타텹ᄒᆞ게 쥬션ᄒᆞ야 달나고 ᄋᆡ걸ᄒᆞᆫ 후에 눈이 감ㅅ도록 반가온 쇼식 듯기를 기ᄃᆡ리ᄂᆞᆫᄃᆡ 하로
                    잇흘 지나 졈졈 여러 ᄃᆞᆯ이 되도록 시원ᄒᆞᆫ 쇼식은 도모지 업고 ᄉᆞᄅᆞᆷ은 못당ᄒᆞᆯ 경우가 날로 ᄉᆡᆼ긴다. 그러케 감을던 일긔가 륙월을 잡아들며 무슨 비가 그러케 긋칠 ᄉᆡ 업시 오던지 졍결ᄒᆞᆫ 쳐소에도 습긔가 자연 ᄉᆡᆼ겨셔 의복은 눅눅ᄒᆞ고 긔명은 곰방이가 나ᄂᆞᆫᄃᆡ 더구나 양긔를 밧아보지 못ᄒᆞᄂᆞᆫ 감옥쇽이리오 침침칠야에 비소리ᄂᆞᆫ 주루룩 주루룩 모긔, 빈ᄃᆡ, 벼룩 등물은 먹을 판이ᄂᆞ ᄉᆡᆼ긴 쥴 알고 드리 덤뷔ᄂᆞᆫᄃᆡ 안져도 편치를 안이ᄒᆞᆫ 즁 눈 곳 감으면
          션초
          가 여젼히 옥문밧긔 와 도라단이며 원통ᄒᆞᆫ ᄉᆞ셜을 ᄒᆞ여가며 우ᄂᆞᆫ 소리가 두 귀에 완연히 들니니 오려던 잠이 쳔리만리 다라ᄂᆡ며 신셰타령이 부지 즁 ᄂᆞ온다.

"에구 ᄂᆡ 신셰가 엇지 ᄒᆞ다가 이 디경이 되얏슬가. 죄가 잇거던 죽이던지 귀양을 보ᄂᆡ던지 얼풋 쳐판을 ᄒᆞ야쥬거ᄂᆞ 밤낫 ᄌᆡ판은 ᄒᆞ야도 ᄭᅳᆺ은 안이ᄂᆡ여 쥬고 이 모양으로 옥구멍에다 너어두니 ᄉᆞᄅᆞᆷ이 살이 슬슬 ᄂᆞ려 졀로 쥭겟지."

이 디경 될 쥴 알앗던면 남과 혐의ᄂᆞ 안이지엇드면 됴흘 것을 큰 훈공이ᄂᆞ 셰울 줄 알고 잡아 압샹ᄒᆞᆫ
          동학당슈 ᄇᆡᆨ 명을 진작 쥭여 업ᄉᆡ지를 안코 그ᄃᆡ로 가두어 두어셔 이 놈들이 ᄂᆞᄅᆞᆯ 못먹겟다고 별의살 덤뷔듯 ᄒᆞ며 줌먹질 발길질 입에 못담을 욕셜악담이 물퍼붓듯 ᄒᆞᄂᆞᆫ 즁 죠셕ᄯᅢ를 당ᄒᆞ야 먹을 것을 좀 ᄒᆡ드려오면 이 놈도 ᄲᆡ아셔 가고 뎌 놈도 ᄲᆡ아셔 가셔 졍작 ᄂᆞᄂᆞᆫ 다만 몃 슐을 먹어보ᄂᆞᆫ 슈 업스니 당쟝 들피가 ᄂᆞ셔 ᄭᅩᆨ 쥭을 디경이오 그 ᄲᅮᆫ 안이라 밤이 되야 잠을 좀 자랴ᄒᆞ면 고 방졍마즌 션초
          귀신의 우ᄂᆞᆫ 소리에 실로 숑구ᄒᆡ셔 견ᄃᆡᆯ 슈가 업지 ᄂᆡ가 외입은 만히 못ᄒᆡᆺ지마는 그 모양으로 소견업ᄂᆞᆫ 것은 듯고 보ᄂᆞ니 쳐음이야 졔가 규즁에 감초아 잇던 터이 안이오 계집 샹죵ᄒᆞᄂᆞᆫ ᄉᆞᄅᆞᆷ이 여간 거즌말로 쇽이기가 불시 예ᄉᆞ어ᄂᆞᆯ 발셔 졔가 고만 살 팔ᄌᆞ라 ᄌᆞ쳐를 ᄒᆞ고셔 웨 ᄂᆡ게 와셔 셩화를 밧치누 ᄂᆡ가 지금은 횡ᄋᆡᆨ으로 옥쇽에셔 고ᄉᆡᆼ을 ᄒᆞ고 잇스니 ᄒᆞᆯ 슈 업지 죠만간 ᄂᆞ가기 곳ᄒᆞ야 보아라. 금부뒤 쟝님 몃 명만 불너다가 옥츄경을 일헤만 닑어 영영 셰샹 구경을 못ᄒᆞ게 가두워 버릴 터이다."그러ᄂᆞ이네들이 ᄂᆡ일 범연히 쥬션을 ᄒᆞᆯ 리가 만무ᄒᆞᆫ데." ᄒᆞ며 가ᄉᆞᆷ이 부집죄이듯 밧ᄶᅡᆨ밧ᄶᅡᆨ 타드러가ᄂᆞᆫ ᄎᆞ에 자긔 집으로 무슨 편지가 급히 왓ᄂᆞᆫ지라. 됴흔 긔별이ᄂᆞ 잇ᄂᆞᆫ가 ᄒᆞ야 얼풋 밧아 ᄯᅦ여보니 자긔 큰 아ᄃᆞᆯ이 급ᄒᆞᆫ 관격으로 위ᄐᆡᄒᆞ다ᄂᆞᆫ 병보라 알키가 레ᄉᆞ지 셜마 엇더ᄒᆞ랴 ᄒᆞ얏더니 비몽ᄉᆞ몽간의
          션초
          가 압셔고 동학에 몰녀 쥭은
          임씨 모자
          가 뒤를 셔셔 오더니 소샹 분명히 닐으ᄂᆞᆫ 말이

"
                        네가 우리와 무ᄉᆞᆷ 불공ᄃᆡ쳔지 원슈를 졋길ᄂᆡ ᄉᆡᆼ목숨을 ᄭᅳᆫ케 ᄒᆞ얏ᄂᆞ냐. 일인 즉 너를 잡아다가 살을 졈졈히 졈혀 간을 ᄂᆡ여 씹고 십다마는 그리고보면 네가 ᄉᆡᆼ젼에 앙화를 못다 밧을 터이기로 네 집 식구만 ᄎᆞ례로 잡아가고 네 몸 한아만 남겨두어 각ᄉᆡᆨ 고초를 당ᄒᆞᆯ 졔마다 지은 죄를 구뷔구뷔 ᄉᆡᆼ각ᄒᆞ게 ᄒᆞᆯ 터이다."

리시ᄎᆞᆯ이 ᄭᅡᆷᄶᅡᆨ 놀ᄂᆞ 두 손으로 눈을 이리뎌리 씻고 졍신을 가다듬어도 ᄲᅧ에 ᄉᆞ모치ᄂᆞᆫ 그 소리가 두 귀에 소상 분명히 들니는 것 ᄀᆞᆺ더라. 거미긔에 곽란으로 알턴 맛아ᄃᆞᆯ의 부음이 오더니 것뭇어셔 둘ㅅᄌᆡ아ᄃᆞᆯ
                    셋ᄌᆡ아ᄃᆞᆯ의 부음으로 손ᄌᆞ
                    손녀의 변샹 긔별이 련쇽부졀ᄒᆞ야 드러오ᄂᆞᆫ지라. 쳐음에는 원통ᄒᆞᆫ 마ᄋᆞᆷ이 ᄂᆞ셔 눈물이 압흘 가리고 ᄒᆞᆫ숨이 것잡을 ᄉᆡ 업시 ᄂᆞ오더니 참쳑도 하여러번 보닛가 졸업ᄉᆡᆼ이 되엿던지 셜우니 원통ᄒᆞ던 마ᄋᆞᆷ이 다 엇의로 도망을 ᄒᆞ고 부음드를 ᄯᆡ마다 탄평무ᄉᆞᄒᆞ야

"
                        졔명이 ᄶᅡᆯ으닛가.
                    "

졔가 쥭엇ᄂᆞᆫᄃᆡ ᄉᆡᆼ각ᄒᆡ셔 소용이 무엇이냐 졀문 쳐쳡이 잇스니 ᄯᅩ ᄂᆞ으면 자식이지."

ᄒᆞᄂᆞᆫ 독ᄒᆞ고 무졍ᄒᆞ고 ᄆᆡ몰ᄒᆞᆫ ᄯᅳᆺ을 가ᄉᆞᆷ속에다 품고셔 여상히 지ᄂᆡ다가 급긔
                        자긔 마누라가 여러번 독쳑을 보고 샹심이 되야 신음신음 알타가 셰상을 ᄯᅩ 버렷다ᄂᆞᆫ 긔별을 듯더니 그졔ᄂᆞᆫ 몸부림을 ᄯᅡᆼᄯᅡᆼᄒᆞ며 긔가 컥컥 막히게 울다가 옥ᄉᆞ쟝이에게 구박을 ᄌᆞ심ᄒᆞ게 당ᄒᆞ더라. ᄉᆞᄅᆞᆷ이 궁극ᄒᆞᆫ 디경을 당ᄒᆞ면 뉘우치ᄂᆞᆫ 마음이 졀로 ᄉᆡᆼ기ᄂᆞᆫ 법이라.
          리시찰
          이 웬만ᄒᆞᆫ 사ᄅᆞᆷᄀᆞᆺ흐면 그 디경을 당ᄒᆞ얏스니 ᄆᆞᆰ은 낫
                    고요ᄒᆞᆫ 밤에 ᄌᆞ긔외 젼후의 지은 죄ᄅᆞᆯ ᄎᆞ레로 ᄉᆡᆼ각곳ᄒᆞ면 뉘우치ᄂᆞᆫ ᄆᆞᄋᆞᆷ이 나셔

"에구 내가 이 앙화를 밧어 싸지. 수원수구ᄅᆞᆯ ᄒᆞᆯᄭᅡ마는 찰아리 죄지은 내나 진작 죽여 주엇스면 ᄇᆡᆨ번 샤양을 못ᄒᆞ려니와 ᄋᆡᄭᅮ진 처ᄌᆞ야 무슨 죄가 잇나."

ᄒᆞ야 ᄌᆞ긔 한아 잘못ᄒᆞᆫ 죄로 처ᄌᆞ식의 불상이 셰샹을 버린 일을 ᄉᆡᆼ각ᄒᆞ면 머리ᄅᆞᆯ 기동에라도 부듸져셔 ᄯᅡ러 죽을 터인ᄃᆡ 그런 회심을 ᄒᆞ기ᄂᆞᆫ 고샤ᄒᆞ고 죵ᄅᆡ 흰소리로 ᄌᆞ긔 조상탓부터 ᄒᆞᆫ다.

"어허 내가 이러케 ᄒᆞ면 내 몸만 해롭지 안이되겟구
                            우리 산소가 잘못 드럿거나 션셰에 지은 죄가 잇ᄂᆞᆫ 탓으로 ᄌᆞ식들이 모다 ᄋᆡ물로 ᄉᆡᆼ겻다가 눈아헤 ᄭᅡᆷᄶᅵᆨ스러운 경상을 뵈엿ᄂᆞᆫ 것을 아모 지식업ᄂᆞᆫ 마누라ᄂᆞᆫ 공연히 ᄆᆞᄋᆞᆷ을 샹ᄒᆞ야셔 쳔금ᄀᆞᆺ흔 몸ᄭᅡ지 버렷지"

"오냐 칠십에 ᄉᆡᆼ남ᄌᆞ도 ᄒᆞᆫ다는ᄃᆡ 아즉도 ᄂᆡ가 년부력 강ᄒᆞᆫ 즉 언의 ᄯᅢ던지 이 ᄌᆡ판 ᄭᅳᆺ만 나거던 복셩스러온 규슈에게 후취도 ᄒᆞ려니와 ᄋᆡ나이ᄒᆞ는 젹은 마누라가 잇스니 셜마 ᄯᅩ 날 터인 즉 이 다음 소ᄉᆡᆼ아달을 학교에나 보내여 ᄀᆡ화공부를 식여 먹을 버리ᄅᆞᆯ ᄒᆞ게 ᄒᆞ겟다."

리시찰이 당ᄒᆞᆫ 일은 언의 관찰ᄉᆞ와 공젼 건몰ᄒᆞᆫ 샹관으로 ᄌᆡ판 시작이 되엿ᄂᆞᆫᄃᆡ 아모죠록 고ᄉᆡᆼ을 더ᄒᆞ랴고 그러턴지 ᄌᆡ판ᄒᆞᆯ ᄯᅢ마다 뎨츌ᄒᆞᆯ 증거와 변론을 미리 쥰비ᄒᆞ얏다가 급기 ᄌᆡ판졍에ᄅᆞᆯ 나가면 션초와 임씨 모ᄌᆞ가 눈압헤 와셔 울며 폭ᄇᆡᆨᄒᆞᄂᆞᆫ 소리에 졍신이 슈란ᄒᆞ야지며 한 가지 긔억을 못ᄒᆞ고 횡셜슈셜 쥬착업시 말이 나오는 탓으로 그 ᄌᆡ판ᄭᅳᆺ을 진시 못내고 쟝근 삼 년을 내ᄭᅳᆯ럿더라. 그ᄯᅢ에 리시찰을 지어 부지간에 모도다 고소ᄒᆡ셔 한 마듸식 이라도

"
          에ㅣ 잘코사니 졔가 상뎐 잘 맛난 탓으로 그만치 부릇되얏스니 엇의ᄭᆞ지 ᄆᆡᄉᆞᄅᆞᆯ 극력조심ᄒᆞ야도 실수ᄒᆞ기가 십샹팔구어던 본ᄅᆡ 쥬졔 넘고 안이ᄭᅩ은 위인이 그갓치 쇼무긔탄(小無忌憚)ᄒᆞ고 남에 젹약을 ᄒᆞ엿스니 텬도가 엇지 무심ᄒᆞᆯ 리가 잇나. 그 죄벌을 당ᄒᆡ 싸지.
        "

이러케 말ᄒᆞᄂᆞᆫ 사ᄅᆞᆷ은 일반공론이라 과격ᄒᆞ다ᄒᆞᆯ 수 업거니와 젹거니 크거니 험의가 좀 잇ᄂᆞᆫ 사ᄅᆞᆷ들은

"
          흥 고ᄭᅡ짓것 졔가 졔 벌을 밧으려면 아즉도 멀엇지. 아모에 젼ᄌᆡ ᄲᆡ아슨 것과 아모의 젼답 ᄲᆡ아슨 것 이라던지 누구누구ᄅᆞᆯ 모함ᄒᆞᆫ 것만 ᄒᆡ도 뎌만치ᄂᆞᆫ 고ᄉᆡᆼ을 ᄒᆞ고도 남을 터이오 그네 일과 우리의 쇼조ᄂᆞᆫ 다 고만두고 남의 일이라도 말을 ᄒᆞ쟈면 니가 졀로 갈니기ᄂᆞᆫ 졔 동향에 잇ᄂᆞᆫ
          임씨의 집에 ᄃᆡᄒᆞ야 ᄇᆡ은망덕으로 멸망을 식혓스니 그 원귀들이 감안히 잇슴리도 업고 그ᄂᆞᆫ 챠치 물론ᄒᆞᆫᄃᆡ도 쟝셩읍
                        기ᄉᆡᆼ
                        션초
          의 일로 말ᄒᆞ면 리시찰
                        ᄌᆞ긔 소위 학문가의 츌신으로 쳘모로ᄂᆞᆫ 계집ᄋᆞᄒᆡ가 목젼에 노ᄂᆞᆫ 풍졍만 탐ᄒᆞ야 ᄒᆡᆼ실을 부졍히 가질지라도 아모조록 됴흔 도리로 권고ᄅᆞᆯ 간졀히 ᄒᆞ야 ᄀᆡ과쳔션ᄒᆞ도록 ᄒᆞᄂᆞᆫ 것이 가ᄒᆞ거ᄂᆞᆯ 졔ᄌᆞ격이 졀등ᄒᆞ고 지조가 비샹ᄒᆞᆫ 션초ᄅᆞᆯ 엇의ᄭᆞ지 포쟝은 못ᄒᆡ쥬남아
                            졔 부형의 업ᄂᆞᆫ 죄ᄅᆞᆯ 억지로 씨워서 당쟝 죽일 듯이 위풍을 부리고 뒤로 은근히 소개ᄅᆞᆯ ᄒᆞ야 ᄇᆡᆨ발이 허연쟈가 막ᄂᆡᄯᆞᆯ ᄀᆞᆺ흔 것을 간통ᄒᆞ고 그남아 약됴ᄅᆞᆯ 져ᄇᆞ려 ᄉᆡᆼ션ᄀᆞᆺ흔 것이 쳘텬지 ᄒᆞᆫ을 품고 쥭게 ᄒᆞ얏스니 앙화를 밧지 안코 무엇을 ᄒᆞᆯ고.
        "

ᄒᆞ더라. 그런ᄃᆡ
          션초
          와 임씨 모ᄌᆞ가 리시찰 눈에 뵈인 일로 말ᄒᆞ면 아모라도 참말 그 귀신이 잇셔 원슈를 갑흐려고 그리ᄒᆞᆫ 것이라 ᄒᆞᆯ 터이지마는 기실은 그러치 안이ᄒᆞᆫ 것이 죽은 귀신이 잇셔 원슈를 갑흘 것 ᄀᆞᆺ흐면 지금 누구니니 누구니니 ᄒᆞᄂᆞᆫ 소위 ᄌᆡ상들이 한아도 와 셕죵신을 못ᄒᆞ고 참혹히 발셔 이 셰샹을 하직ᄒᆞᆫ지가 오ᄅᆡᆺ슬 터이지마는 유명이 한 번 달나노은 이샹에 그러케 력력ᄒᆞᆯ 수 업ᄂᆞᆫ 것은 뎡ᄒᆞᆫ 리치라 그러나 도젹이 발이 져리다ᄂᆞᆫ 일톄로 리시찰이 ᄌᆞ긔 ᄉᆡᆼ각에도 지은 죄가 잇스닛가 공연히 겁이 나며 즁졍이 허ᄒᆡ져셔 션초
          로도 뵈이고 임씨 모자
          로도 뵈이ᄂᆞᆫ 즁 션악간 사ᄅᆞᆷ의 뇌라ᄒᆞᄂᆞᆫ 것은 극히 령통ᄒᆞ야 아즉 오지 안이ᄒᆞᆫ 압일을 미리 ᄭᆡ닷ᄂᆞᆫ 일이 잇다금 잇ᄂᆞᆫ고로 ᄌᆞ긔의 참경을 본일브터 샹쳐ᄒᆞᄂᆞᆫ 일ᄭᆞ지 발셔 ᄆᆞ음에 켕겨셔 그 모양으로
          션초 귀신 임씨 모ᄌᆞ 귀신이 눈에 현연히 뵈이며 ᄒᆞᄂᆞᆫ 말이 귀에 쇼샹ᄒᆞ얏던 것이러라.
          쵀호방이 션초의 참경을 본 이후로 한 가지 고집이 ᄉᆡᆼ겻ᄂᆞᆫᄃᆡ 이 고집은 별것이 안이라

"
                        ᄯᆞᆯᄌᆞ식이라ᄂᆞᆫ 것은 반졀이나 ᄭᆡ쳐셔 가간통졍이나 ᄒᆞ면 넉넉ᄒᆞ고 밥이나 짓고 의복이나 ᄭᅱ여ᄆᆡ면 고만이지 한문ㅅᄌᆞᄂᆞᆫ 한ᄌᆞ도 가라칠 일이 안이오 ᄯᅩ 기ᄉᆡᆼ으로 말ᄒᆞᆫᄃᆡ도 음률
                        가무가 변변치 못ᄒᆞᆫ ᄋᆞᄒᆡ들은 열이면 열이다 후분이 됴화도 ᄌᆡ됴가 남보다 ᄯᅱ여나면 ᄌᆡ승덕박(才勝德薄)ᄒᆞ야 그런지 ᄀᆡᄀᆡ히 팔ᄌᆞ가 긔구ᄒᆞ더라 더ᄒᆞᆯ 말 업시 우리 션초

          로 보아도 제가 인물이라던지 음률
                        가무가 변변치 못ᄒᆞ얏더면 리시찰이 그 모양으로 욕심을 내여 의리부동ᄒᆞᆫ ᄒᆡᆼ위를 ᄒᆡᆺ슬 리가 업셧슬 것이오 ᄯᅩ 졔가 글ㅅᄌᆞᄅᆞᆯ 안이ᄇᆡ와 무식ᄒᆞᆫ 것 ᄀᆞᆺ흐면 의리인지 지조인지 엇지 알어셔 졔 목슘을 ᄭᅳᆫ을 디경ᄭᆞ지 ᄒᆞ얏슬 리도 업스니 에ㅣ 우리
                        모란이년은 당초에 아모것도 가라치지 말고 그ᄃᆡ로 내버려 두겟다."

ᄒᆞ야 일졀 아모것도 ᄇᆡ호지ᄅᆞᆯ 못ᄒᆞ게 ᄒᆞ것마는
          모란
          이난 ᄆᆡᄅᆞᆯ 맛고 ᄭᅮ지람을 들어가며 틈틈히 뎌의 일가ㅅ집에 가셔 동량글을 ᄇᆡ화셔 문필이
                        뎌의형만 못지안이ᄒᆞ고 음률은
          쵀호방
           츌입ᄒᆞᆫ 동안이면
                        졔 형 공부ᄒᆞ던 률보를 보아가며 ᄉᆞ습을 은근히 ᄒᆞ야 언의 ᄇᆡ반이던지 막힐 것이 업ᄂᆞᆫ 즁 형뎨의 얼골이 방불ᄒᆞᆫ 것은 흔이 잇ᄂᆞᆫ 일이라. 졔 나히 졈졈 차 갈ᄉᆞ록 ᄃᆞᆯㅅ덩이 ᄀᆞᆺ치 어엽버
                        졔 형의 얼골에셔 ᄶᅩ귀어ᄂᆡᆫ 듯 ᄒᆞ더라. 그리지 안이ᄒᆡ도 모란이가 턴륜이 감동ᄒᆡ셔

                            졔 형의 넉드리ᄒᆞ던 소문드른 사ᄅᆞᆷ마다
          모란이ᄂᆞᆫ 션초가 다시 왓다고 지목을 ᄒᆞ얏ᄂᆞᆫᄃᆡ 더구ᄂᆞ 인물 ᄌᆡ질이
                        졔 형과 방불ᄒᆞ니 호ᄉᆞ쟈(好事者)들이 오작 말을 만드러 ᄒᆞ리오.

"
          에ㅣ 셰샹에 희안ᄒᆞᆫ 일도 잇더라.
          쟝셩읍
          에ᄂᆞᆫ ᄃᆡᄃᆡ로 명기한 아ㅅ식이 의례히 ᄉᆡᆼ기어셔 당년에 유명ᄒᆞ던 명쥬 보패가 ᄎᆞ례로 쥭고 그 뒤를 니어
          션초
          가 ᄉᆡᆼ겨ᄂᆞ셔
          쟝셩 일군
          을 흔들흔들 ᄒᆞ다가 몹슬 바ᄅᆞᆷ에 ᄯᅥ러진 ᄭᅩᆺ모양으로 하로밤 ᄉᆡ이에 흔젹이 업셔지고 젹막히 뷔인 가지에 셕양이 빗긴 모양이 되얏스니 아모라도 ᄉᆡᆼ각ᄒᆞ기를 인졔ᄂᆞᆫ 산쳔도 변ᄒᆞ야져셔
          쟝셩읍
          에 명기가 ᄭᅳᆫ치려ᄂᆞ보다 ᄒᆞ얏ᄂᆞᆫᄃᆡ 쥭은 션초
          ᄂᆞᆫ 참 희한ᄒᆞᆫ 일이야 요ᄉᆞ이에 도로 살아낫다ᄂᆞᆫ 걸.
        "

모란
          이 셩식을 ᄌᆞ셰 아ᄂᆞᆫ 사ᄅᆞᆷ은 그런 말을 듯고

"
          올치 모란
          이가
                            졔 형
                        션초
          의 계젹을 ᄒᆡᆺ스닛가 뎌러케 말ᄒᆞ기도 용혹무괴이지.
        "

ᄒᆞ야 다시 뭇도 안이ᄒᆞᆯ 터이지마는 밋도 ᄭᅳᆺ도 업시 그 말을 쳐음 듯ᄂᆞᆫ 쟈ᄂᆞᆫ 쥭엇던 ᄉᆞᄅᆞᆷ이 살아왓다ᄂᆞᆫ 말에 대경쇼괴ᄒᆞ야

"
          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션초가 살아낫다니 쥭은 사ᄅᆞᆷ이 도로 ᄉᆞᆯ아ᄂᆞ 그러면 션초가 리시ᄎᆞᆯ을 속이노라고 거즛 쥿엇던 것이로구면 엇더턴지 계집의 ᄭᅬ라ᄂᆞᆫ 것이 긔가 막히더라. 리시찰은 커녕 우리도 그 쇼문을 듯고 ᄭᅩᆨ 쇽엇ᄂᆞᆫ 걸.
        "

그ᄃᆡㅅ말 젼ᄒᆞ던 ᄉᆞᄅᆞᆷ도 두 가지 구별이 잇스니 션초
          의 ᄌᆞ쵸지종을 알고 말ᄒᆞᆫ 자ᄂᆞᆫ 션쵸가 리시ᄎᆞᆯ을 속엿ᄂᆞ보다 ᄒᆞᄂᆞᆫ 의심에 ᄃᆡᄒᆞ야 졍ᄉᆡᆨ을 ᄒᆞ야가며 긔어히 변명을 ᄒᆞ야 쥬러니와 자긔도 남의 젼ᄒᆞᄂᆞᆫ 것만 듯고 졀인지 즁인지 알지도 못ᄒᆞ며 입이 가뷔엽게 짓거리던 자ᄂᆞᆫ 엇의ᄭᆞ지 자긔의 쥬견을 셰우노라고 엇 구슈ᄒᆞ게 얼마ᄶᅳᆷ 말을 보ᄐᆡ여 ᄒᆞ더다.

지극히 어지신 하ᄂᆞ님ᄭᅴ셔ᄂᆞᆫ 호ᄉᆡᆼ지덕(好生之德)을 쥬장ᄒᆞ시ᄂᆞᆫ 터이라
                        삼 년 동안을 옥구명속에셔 ᄉᆞᄅᆞᆷ은 못당ᄒᆞᆯ 고ᄉᆡᆼ을 다 격던 리시ᄎᆞᆯ
          을 뇌여 ᄂᆞ와 셰상구경을 다시 ᄒᆞ게 ᄒᆞ신지라. 그물을 버셔난 새와 일반으로
          리시ᄎᆞᆯ
          이 옥문을 ᄂᆞ오니 그ᄯᆡ에ᄂᆞᆫ ᄋᆡ연ᄒᆞᆫ 량심이 잠ᄭᅡᆫ ᄉᆡᆼ기어셔 스ᄉᆞ로 ᄌᆞ복ᄒᆞᄂᆞᆫ 말이라

"
          에구 ᄂᆡ가 이번에 고쵸격근 일이 모도다 ᄂᆡ 잘못이지 슈원슈구ᄒᆞᆯ 슈 잇나
          임씨
          집 일로 말ᄒᆞ면 ᄂᆡ가 그 로인의 ᄉᆞ랑하던 은혜를 ᄐᆡ산갓치 지고 만분의 일이라도 갑지ᄂᆞᆫ 못ᄒᆞᆯ지언뎡 ᄂᆡ 요공을 ᄒᆞ자고 죄도 변변치 안은그 아ᄃᆞᆯ을 ᄉᆞ졍업시 포ᄉᆞᆯᄒᆞ얏스니 엇지ᄒᆞ니 원통치 아니ᄒᆞ며
          션쵸
          로 말ᄒᆞ면 졔가 그쳐럼 고집을 ᄒᆞ니 ᄂᆡ 욕심을 참앗더면 ᄂᆞ도 졈자는모양이 되고 뎌도소원셩취가 되얏슬 것을 응 잘못ᄒᆡᆺ지 잘못ᄒᆡᆺ셔 그것이 ᄉᆡᆼ목슘을 ᄭᅳᆫ을 ᄯᆡ에 다시 업ᄂᆞᆫ 원혼을 품엇슬것이니 일부ᄒᆞᆷ원에 오월비샹(一婦含冤五月飛霜)이라ᄂᆞᆫᄃᆡ ᄂᆡ가 결단이 엇지 ᄂᆞ지안이ᄒᆞ얏슬고."

ᄒᆞ야 ᄀᆞ쟝 회ᄀᆡᄒᆞᆫ 듯이 일졀 녀ᄉᆡᆨ은 갓가히 안이ᄒᆞ고 점자는 ᄒᆡᆼᄐᆡ를 이왕 학ᄌᆞ문하에 단이던 ᄯᆡ와 일반으로 ᄒᆞ니 이ᄂᆞᆫ ᄌᆞ기 마ᄋᆞᆷ에 ᄯᅩ 한 번 속여볼 작뎡이러라 쇽담에 더 먹자면 것친 계라더니
          리시ᄎᆞᆯ
          이 부조유업만ᄒᆡ도 ᄌᆞ긔 식구ᄂᆞᆫ 굼지안코 넉넉히 지ᄂᆡ엿슬 것을 아모조록 불안당질을 ᄒᆞ야
          장안
          에 손곱이 가ᄂᆞᆫ 거부장ᄌᆞ가 되야 보자ᄂᆞᆫ 작뎡겸 일ᄉᆡᆨ미인을 한 번 샹종ᄒᆞ자ᄂᆞᆫ 계교로 쳔신만고ᄒᆞ야
                        삼남시찰을 버러 ᄂᆡ려가셔 일ᄉᆡᆨ도 상관ᄒᆞ얏스려니와 ᄌᆡ물은 엇더케 휩쓰러 모라 올녀왓던지 만일 그 ᄌᆡ물을 굿게 직히기 곳ᄒᆞ면
          츙쳥도
          ᄂᆡ에 큰 ᄌᆞ본가가 되엿슬 터인ᄃᆡ 것칠게 드러온 ᄌᆡ산이 ᄂᆞ갈졔도 것친 것은 당연ᄒᆞᆫ 리치라
          리시ᄎᆞᆯ이 자긔 집에를 와셔 그 ᄌᆡ물을 한 푼 써보도 못ᄒᆞ고 젼라감영
          에셔 바로 셔울
          로 압상이 되야 삼 년 ᄌᆡ판ᄒᆞᄂᆞᆫ 즁에 집안에 ᄉᆞᄅᆞᆷ도 씨가 업셔지고 ᄌᆡ물도 본ᄅᆡ 잇던 것ᄭᆞ지 보ᄐᆡ여 탕진을 ᄒᆞ얏스니 리시ᄎᆞᆯ이 옥에셔 ᄂᆞ온 후로 본 집이라고는 쑥밧ᄲᅮᆫ이오 발을 ᄂᆡ드듸여 향ᄒᆞᆯ 곳 업스닛가 ᄒᆞᆯ 일 업시 이왕 소박ᄒᆞ야 버렷던 쳡의 겻방ᄉᆞ리ᄒᆞ고 잇는 곳을 슈쇼문ᄒᆞ야 ᄎᆞ져가셔 비진 ᄉᆞ졍을 ᄒᆞ야 몸을 의지ᄒᆞ고 잇스며 간능시럽게 틈틈이 교졔를 잘ᄒᆞ야 젼ᄇᆡᆨ젼관의 구걸로 근근히 호구를 ᄒᆞ니 ᄌᆞ긔 마ᄋᆞᆷ에는 ᄉᆞ력이 훨신 펴인 줄 녁엿던지 지어먹은 마ᄋᆞᆷ이 ᄉᆞ흘을 못가셔 이왕 ᄒᆡᆼᄐᆡ가 도로 ᄂᆞ와셔 돈량곳 보면 쇼치ᄂᆞ 대단ᄒᆞᆫ 톄 ᄒᆞ야 친구도 모와 슐도 먹고 계집도 불너 쇼일도 ᄒᆞ더니 하로ᄂᆞᆫ 엇던 친구의 연회에를 갓더니 그 좌셕에 아모판셔 아모ᄃᆡ신 이하로 협판참셔 국쟝 쥬ᄉᆞ가 다수히 회집ᄒᆞ야 반죠뎡이 더 되고 겸ᄒᆞ야 각국 공령ᄉᆞ ᄂᆡ외국 상민도 젹지안이 모혓는지라 항여ᄂᆞ 실슈를 ᄒᆞᆯ가 하야 극히 조심조심ᄒᆞ노라고 먹고 십은 쥬육도 못 먹고 ᄒᆞ고 십은 슈작도 못ᄒᆞ며 한 변 구셕에셔 슘도 크게 못 ᄉᆔ고 얌잔스럽게 안졋노라니 맛ᄎᆞᆷ 여흥으로 기ᄉᆡᆼ의 가무를 보는ᄃᆡ 그 즁 기ᄉᆡᆼ 한아이
                    ᄌᆞ긔의 얼골을 눈이 ᄯᅮᆯ어지게 녁여 보거ᄂᆞᆯ ᄌᆞ긔 역시 유심히 본 즉 분명히 알 슈는 업셔도 엇의셔 이왕 만히 보던 인물ᄀᆞᆺ흔지라 으졋이

"이 ᄋᆡ 뎌 기ᄉᆡᆼ 이리 오너라. 네 일홈이 무엇이고. ᄂᆞ는 몃 ᄉᆞᆯ이며 싀골은 엇의냐."

한 마듸 무러보고 십지마는 여러 귀즁ᄒᆞᆫ 좌ᄀᆡᆨ들이 엇더케 녁이는지도 알 슈 업고 겻헤 친구를 련비ᄒᆞ야 그 셩명거쥬를 탐지ᄒᆞ고 십으ᄂᆞ 그 ᄉᆞᄅᆞᆷ 못보는 ᄃᆡ는 무슨 ᄒᆡᆼ셰를 ᄒᆞ얏던지 졔법 졍대ᄒᆞᆫ 톄동인 톄 ᄒᆞ던 터에 기ᄉᆡᆼ의 일홈을 ᄌᆞ셰히 무르면 역시 무엇이라고 흉을 볼는지 알 길이 업셔 ᄭᅮᆯ먹은 벙어리 모양으로 안져셔 그 기ᄉᆡᆼ만 쏘아보며

"
                        그것 다시 볼ᄉᆞ록 졀모ᄒᆞᆫ 걸. 엇더케 ᄒᆞ면 한 번 죵용히 불너볼구."

ᄒᆞ며 한 입에 ᄭᅩᆯᄯᅡᆨ 집어삼커고 십은 마음이 ᄂᆞ셔 은근히 좌불안셕을 ᄒᆞ는ᄃᆡ 그 기ᄉᆡᆼ이 츄던 춤을 즁간에 긋치고
          리시찰
           안졋는 압흐로 ᄶᅮ루루 와셔 웃둑 셧더니 물그럼이 한동안 마죠보는지라
          리시찰 ᄉᆡᆼ각에는

"
                        자긔의 풍ᄎᆡ가 두목지존쟝칠만 ᄒᆞ야 그 기ᄉᆡᆼ이 뎌러케 와셔 보거니"

십어 한업시 됴흔 즁 도로혀 면구ᄒᆡ셔 고ᄀᆡ를 돌녀 ᄯᆞᆫᄃᆡ를 보는 톄 ᄒᆞ는ᄃᆡ 그 기ᄉᆡᆼ이 신ᄂᆡ리는 무당모양으로 쇼리 한 마듸를 버럭 질으더니
          리시찰
          을 향ᄒᆞ야 젼후슈죄를 다ᄒᆞᆫ다

"
                        여보 넘오마오 남의 젹악을 넘오마오 졈ᄌᆞ는 쳐디로 학쟈문하에 츌입을 ᄒᆞ얏다면셔···········여보 ᄂᆞㅅ갑이ᄂᆞ 좀 ᄒᆞ시오. 귀밋헤 털이 힛득힛득ᄒᆞᆫ 터에 ᄂᆞᄀᆞᆺ치 어린 ᄋᆞᄒᆡ에게 이다지 원통히 ᄒᆞ여야 가ᄒᆞᆯ가요. 죠뎡에셔 불ᄎᆞᄐᆡᆨ용으로 시찰을 보ᄂᆡ실 졔는 아모죠록 패악ᄒᆞ야 풍속을 괴란케ᄒᆞ는 자는 징치ᄒᆞ고 졍직ᄒᆞ야 샤회에 모범될 만ᄒᆞᆫ 쟈는 포쟝ᄒᆞ라는 ᄯᅳᆺ인ᄃᆡ 웨 ᄂᆞ와 무슨 불공지슈가 잇길ᄂᆡ 무죄ᄒᆞᆫ
                            우리 아바지를
          동학
          에 간련이 잇다 모ᄒᆞᆷ을 ᄒᆞ야 옥즁에다 뢰슈ᄒᆞ고 ᄅᆡ일 포ᄉᆞᆯ ᄒᆞ네 각ᄉᆡᆨ으로 위협ᄒᆞᆯ ᄲᅮᆫ 안이라 텬연스럽게 계약셔ᄭᆞ지 ᄒᆞ야 쥬고 급기 강졔로 욕을 뵈인 뒤에는 도쟝 ᄶᅵᆨ어 쥬마고 그 계약셔를 도로 달ᄂᆡ 가더니 인ᄒᆡ ᄇᆡ약을 ᄒᆞ야 ᄂᆡ가 쳘텬지 ᄒᆞᆫ을 품고 이러케 쥭게 ᄒᆞ얏스니 당신 마ᄋᆞᆷ에 얼마ᄂᆞ 샹쾌ᄒᆞ시오 ᄂᆡ ᄇᆡᆨ골이 진토가 될지라도 ᄂᆡ 원혼은 그ᄃᆡ로 잇셔 당신 후분이 얼마ᄂᆞ 잘 되ᄂᆞ 보고야 말 터이오 여보 무슨 졍이 그리 ᄯᅡᆺ닷ᄒᆡ셔
                            ᄂᆡ 무덤에 와셔 슐을 부어 놋코 글을 지엇습더닛가 가을 바람에 ᄇᆡᆨ발이 왓다ᄒᆞ니
                            ᄂᆞ ᄉᆞᆯ아셔 거졀ᄒᆞᆫ량반이 쥭은 뒤에 무엇 ᄒᆞ려 왓스며 ᄯᅥ러지는 날에
          쳥산에셔 운다 ᄒᆞ얏스니 울기는 무엇이 답답ᄒᆡ셔 울엇습더닛가. 오날 ᄂᆡ가 이 좌셕에를 불원쳔리ᄒᆞ고 올ᄂᆞ오기는 다름안이라 당신이 시찰로 ᄂᆞ려와 그 탐음무도(貪淫無度)ᄒᆞᆫ ᄒᆡᆼ실을 ᄒᆞ고도 필경 명찰ᄒᆞ게 직분을 다ᄒᆞᆫ 모양으로 셰상이목을 속엿슬 터이기에 이러케 만당귀ᄀᆡᆨ이 모히신 ᄃᆡ에셔 죄상을 공포ᄒᆞ려는 것이오. ᄃᆡᆨ집에 변상이 슈업시 ᄂᆞ고 ᄌᆡ산을 탕패ᄒᆞᆫ 것이 무심ᄒᆞᆫ 일인 줄로 녁엿습더닛가. ᄂᆡ 흔이 당신 간 곳마다 ᄶᅩᆺᄎᆞ가셔 후분이 얼마ᄂᆞ 잘 되ᄂᆞ 보고야 말 터이오."

ᄒᆞ며 무죄 량반을 비도라 모ᄒᆞᆷᄒᆞ야 ᄌᆡ물 ᄲᆡ앗던 일을 력력히 들어 슈죄ᄒᆞ는 즁
          임씨부인
          의 양육ᄒᆞᆫ 은혜를 져바리고 쥭마고교로 자라난 그 아ᄃᆞᆯ을 죄업시 포살을 ᄒᆞ야 그 집 고부가 일시에 원통이 셰샹을 바린 일ᄭᆞ지 모조리 공포ᄒᆞ니 그ᄯᅢ 그 좌셕에 참예ᄒᆞᆫ 귀ᄀᆡᆨ 즁 언어를 즉졉으로 통치못ᄒᆞᄂᆞᆫ 외국사ᄅᆞᆷ은 당쟝에ᄂᆞᆫ 아모런 줄 모르고 다만 당황히 넉일 ᄲᅮᆫ이로되 기타 모대신 모협판이하로 평시에

                        리시찰
          을 상업지 안케 넉이던 여러 분네들이 그 기ᄉᆡᆼ의 ᄒᆞᄂᆞᆫ 거동을 보고 심히 괴샹ᄒᆞ야 쳐음에ᄂᆞᆫ

"
                        뎌것이 풍병이 잇거나 광징이 드럿나보다."

ᄒᆞ얏더니 ᄎᆞᄎᆞ 그 말을 드르니 무슨 묘ᄆᆡᆨ이 착실히 잇ᄂᆞᆫ 일이라. 각기 련비를 ᄒᆞ야 그 기ᄉᆡᆼ의 ᄅᆡ력을 무른 즉 일홈은
          모란
          이오 싀골은
          쟝셩
          인ᄃᆡ 당시 명기로 셰샹에 일홈이 휜쟈ᄒᆞ던

                        쵀호방
          의 ᄯᆞᆯ 션초
          의 아오 모란
          이라 션초
          가 비록
                        하방의 잇는 쳐기나 그 품ᄒᆡᆼ과 ᄌᆡ화ᄅᆞᆯ 모로ᄂᆞᆫ 사ᄅᆞᆷ이 업시 썩 유명ᄒᆞ얏던 탓으로 ᄌᆞ셰ᄒᆞᆫ 곡질은 몰나도 ᄌᆞ쳐ᄒᆞ얏다는 소문은 다 듯고 모다 가셕히 녁이던 터이던이 급기
          모란
          의 일쟝ᄒᆞᄂᆞᆫ 말을 듣고
          션초
          의 불ᄒᆡᆼ이 된 리유ᄅᆞᆯ 뎡학히 알겟ᄂᆞᆫ 동시에
          리시찰
          의 죄샹ᄭᆞ지 일일히 알겟스나 한갓
          모란
          의 거동에 ᄃᆡᄒᆞ야 의심될문뎨 한 가지가 되얏ᄂᆞᆫᄃᆡ

"죽은
          션초
          가 ᄉᆞᆯ아나셔 모란
          이 모습을 쓰고 왓단 말인가 산
          모란
          에게 죽은 션초
          의 넉이 드럿단 말인가 외양은 보면
          모란
          이ᄃᆡ로 잇고 슈작을 드르면
          션초
          가 왓스니 그안이 이샹ᄒᆞᆫ 일인가."

이ᄯᅢ
          리시찰
          은 엇지 긔가 막흰지 아모말도 못ᄒᆞ고 안져 듯기만 ᄒᆞ다가 감안히 ᄉᆡᆼ각을 ᄒᆞᆫ 즉 묵묵히 발명업시 잇다가ᄂᆞᆫ ᄌᆞ긔 과실이 모다 발각되야 일ᄌᆞ반급이라도 다시 엇어 ᄒᆡ볼가 ᄒᆞ고 일ᄭᅥᆫ ᄒᆡᆼ셰ᄅᆞᆯ 젹공드려ᄒᆞᆫ 것이 속졀업슬 디경이라 무슨 효험이나 볼 쥴 알고 어엽버ᄒᆞ던 본의업시 졍ᄉᆡᆨ을 ᄒᆞ야
          모민

          을 보며

"
                        이년
                        이 밋친 년
                        이 좌셕이 엇던 좌셕으로 알고 얼토당토안인 광언망셜을 이러케 ᄒᆞᄂᆞ냐. 번연히 ᄉᆞᆯ아셔 짓것리ᄂᆞᆫ 년이 나다려 죽엿ᄂᆞ니 마니 응 간밤에 ᄭᅮᆷ자리가 뒤슝슝ᄒᆞ더니 괴악ᄒᆞᆫ 년의 슈작을 다 듯는다."

ᄒᆞ고 좌상에
                        ᄌᆞ긔와 친졀ᄒᆞᆫ ᄌᆡ샹을 쳐다보며

"
                        시ᄉᆡᆼ은 오날 이런 소조가 업슴니다. 이런 밋친것이 ᄯᅩ 엇의 잇슴닛가. 륜쳑이 업ᄂᆞᆫ 말을 함부루 짓거려 조좌즁예 창피케 ᄒᆞ오니 역일 변괴올시다.
                            소ᄆᆡ 평ᄉᆡᆼ에 눈도 코도 못보던 것이 어셔 와셔 뎌ᄅᆞᆯ 죽엿ᄂᆞ니 ᄉᆞᆯ엿ᄂᆞ니 못ᄒᆞᆯ 험담이 업시ᄒᆞᄂᆞᆫ 모양을 보온 즉 뎌것이 밋친년 곳 안이면 필경

                            동학여당으로시ᄉᆡᆼ에게 형벌당ᄒᆞᆫ 무엇이 회ᄀᆡᄂᆞᆫ ᄒᆞᆯ 쥴 모로고 도로혀 함혐을 ᄒᆞ야 뎌것을 ᄭᅬ이여 이거죠를 ᄒᆞ도록 ᄒᆞᆫ 것이오니
          대감
          게ᄋᆞᆸ셔 경무ᄉᆞ대감
          ᄭᅴ 말ᄉᆞᆷᄒᆞ오셔 근인을 사문ᄒᆞ야 긔어히 득졍을 ᄒᆞ도록 ᄒᆞ야 쥬ᄋᆞᆸ소셔."

그 말이 ᄯᅮᆨ ᄯᅥ러지쟈
          모란
          이가 ᄯᅩ 소리ᄅᆞᆯ 질너 수죄ᄒᆞᄂᆞᆫ 말이

"
                        여보 간ᄉᆞ도 ᄒᆞ오. 그ᄅᆡ도 나ᄅᆞᆯ 몰나본다고 ᄒᆡ. 그만치 고ᄉᆡᆼ을 ᄒᆞ고도 녯 버릇이 그져 남엇구려. 누구를 잡아가두고 사문을 ᄒᆞ야 달나구. 이왕에ᄂᆞᆫ 셰샹을 속이고 명예ᄅᆞᆯ 도젹질ᄒᆞᆫ 탓으로 ᄉᆞ면ᄃᆡ우도 밧고 여간 벼ᄉᆞᆯ도 엇어 ᄒᆡᆺ거니와 ᄂᆡ가 이 모양으로 셜원ᄒᆞᄂᆞᆫ 것을 목도ᄒᆞ시고야 언으 량반이 당신의 말을 올케 녁여 나다려 무엇이라ᄒᆞᆯ 쥴로 알고 내가 유명이 다른 탓으로 직졉으로 말을 ᄒᆞᄂᆞᆫ 도리가 업셔셔
                            ᄂᆡ 아오
                        모란
          의 입을 빌어 당신의 죄샹을 이러케 말ᄒᆞᄂᆞᆫ 것인ᄃᆡ 누구다려 밋친년이니 광언망셜이니 ᄒᆞ오. 궁흉극악ᄒᆞᆫ ᄃᆡᆨ과 더 말ᄒᆞᆯ 것이 업스니 나ᄂᆞᆫ 가오.
        "

ᄒᆞ더니
          모란
          이가 뒤로 벌ᄯᅥᆨ 잡바져 인ᄒᆡ 긔ᄉᆡᆨ을 ᄒᆞ얏ᄂᆞᆫ지라.

                        리시찰
          과 깁흔 관계 업ᄂᆞᆫ 쟈들은 일변
          모란
          의 거동을 괴샹히 넉이고 일변
          리시찰
          의 본ᄉᆡᆨ을 ᄭᆡ다라 검다 쓰다 일언 반ᄉᆞᄅᆞᆯ 안이ᄒᆞᄂᆞᆫᄃᆡ 기즁 리시찰
          을 사ᄌᆞ아금니 앗기듯 ᄒᆞ던
          신ᄃᆡ신
          은 멋업ᄂᆞᆫ 호령을 ᄂᆡ심에 잔ᄯᅳᆨ 쥰비ᄒᆞ기를

"어ㅣ 요망ᄒᆞᆫ 년 ᄉᆞ불범졍이어던 엇의셔 이ᄭᆞ짓 버르쟝이를 ᄒᆞ노라고 어ㅣ 암만ᄒᆡ도 그ᄃᆡ로 두지 못ᄒᆞ겟구."

ᄒᆞ야 그 자리에셔 슌검을 불너 모란
          이를 ᄂᆡ야쥬랴 ᄒᆞ다가 신ᄃᆡ신은 본ᄅᆡ 쳔셩이 근신ᄒᆞᆫ 터이라 둥그런 눈을 ᄭᅳᆷ젹ᄭᅳᆷ젹ᄒᆞ며 다시 ᄉᆡᆼ각ᄒᆞ기ᄅᆞᆯ

"대범 물건이라ᄂᆞᆫ 것이 불평ᄒᆞ면 우ᄂᆞ니 뎌것이 ᄆᆞᆰ은 졍신의 말이라 ᄒᆞᆯ 슈ᄂᆞᆫ 업스나 졔ᄯᆞᆫ은 무슨 원통ᄒᆞᆫ 일은 잇기에 뎌 모양으로 울며 ᄉᆞ셜을 ᄒᆞᄂᆞᆫ 것이니 아모럿턴지 그ᄃᆡ로 ᄂᆡ버려 두고 동졍을 더 보리라."

ᄒᆞ고 감안이 안져
          모란
          의 폭ᄇᆡᆨᄒᆞᄂᆞᆫ 말을 력력히 듯더니
          모란
          이가 ᄒᆞ던 말을 다 맛치고 그 자리에 가 쓸어지며 넉을 일ᄂᆞᆫ 양을 보고 그날
                    연회가 ᄉᆞᆯ풍경이 되야 ᄅᆡ빈이 흘님흘님 다 혜여져 가는 통에
          리시찰
          은 무안에 ᄎᆔᄒᆞ야 뎨일 몬져 삼십륙계 즁샹ᄎᆡᆨ을 ᄒᆞ얏더라 당초에
          모란
          이ᄀᆞ
                        져의 형 죽은 후로 ᄭᅮᆷ마다
                        져의 형이 와셔 울며 부탁ᄒᆞ기를

"
                        이 ᄋᆡ 모란아 네가 아모됴록 시셔
                        ᄀᆞ무
                        음률
                        침ᄌᆡᄅᆞᆯ 나만치 ᄇᆡ화 가지고 교방에 일등이 되야
                            네 형의 ᄆᆡ져먹엇던 소원ᄃᆡ로 셩ᄎᆔ도 ᄒᆞ고
                            네 형의 ᄲᅨ에 ᄉᆞ모친 셜원도 ᄒᆞ야다고."

ᄒᆞ니 한 나이라도 젹어셔ᄂᆞᆫ 아모 의ᄉᆞ도 못내다가 십오셰가 되야 온갓 지각이 날말ᄒᆞ닛ᄭᅡ
                        ᄌᆞ긔형이 원억히 셰샹을 ᄇᆞ린 일이 졈졈 유한이 되야 무슨 능력으로 셜분을 상괘히 ᄒᆞ야주ᄂᆞᆫ 도리가 업ᄂᆞᆫ지라 쥬ᄉᆞ야탁으로 골몰히 궁리를 ᄒᆞ다가 한ᄀᆞ지 계ᄎᆡᆨ를 내여
          셔울
          셔 다년 기부로 영업ᄒᆞ던
          박별감
          이 다리고 외입을 ᄒᆞ던 기ᄉᆡᆼ은 드려보내고 ᄉᆡ로 기ᄉᆡᆼ을 구ᄒᆞᆯ ᄎᆞ로 나려온 것을 알고 사ᄅᆞᆷ을 쇼개ᄒᆞ야 쳥ᄒᆡ다가 가기ᄅᆞᆯ ᄌᆞ원ᄒᆞ며 약도ᄒᆞᄂᆞᆫ 말이라.

"
                        당신이 긔왕 기ᄉᆡᆼ을 구ᄒᆞ려 오셧다 ᄒᆞ니 불필타구로 나를 다려가시오. 내가 당신을 ᄯᅡ라간ᄃᆡ도 츔이라던지 노ᄅᆡ라던지 지어 각ᄉᆡᆨ 음률ᄭᆞ지라도 ᄉᆡ로 ᄇᆡ홀 것이 업슨 즉 부비 한 푼 들 것 업고 다만
                            내쥬인이 되야 밧갓도량만 ᄒᆞ야 주면 내 목뎍 달ᄒᆞᄂᆞᆫ 날ᄭᆞ지 매챵은 ᄉᆞ양치 안이ᄒᆞ고 ᄒᆞ려니와 결다코 매음은 안이ᄒᆞᆯ 터이니 그리 알으시고 갓치 ᄀᆞ십시다."

박별감
          이 그 말을 듯고 ᄉᆡᆼ각ᄒᆞ야 본 즉

"날ㅅ득이를 돈 주고 사다가 ᄉᆡᆼᄆᆡ 길드리ᄂᆞᆫ 일톄로 이 삼년 동안을 불쇼한 ᄌᆞ본을 허비ᄒᆞ야 가라치ᄂᆞᆫ 것보다 모란
          을 돈 한 푼 안이주고 ᄃᆡ려다가 가무등쇽을 슈고스럽게 가라칠 여부업시 그날부터 버러먹ᄂᆞᆫ 것이 해롭지 안코 ᄯᅩᄂᆞᆫ 긔왕 기부노릇을 ᄒᆞᄂᆞᆫ 터에 뎌러ᄒᆞᆫ 명기를 한 번 다리고 지내ᄂᆞᆫ 것이 올커니
        "

ᄒᆞ야 소원ᄃᆡ로 ᄒᆞ게 ᄒᆞᆷ아. 다짐을 ᄒᆞ고 즉시 교마를 찰여
          셔울
          로 올나와 약방에다 구실을 박앗ᄂᆞᆫᄃᆡ
          박별감
          이 비록 쳔ᄒᆞᆫ 업은 ᄒᆞᆯ지언뎡 과히 샹업지ᄂᆞᆫ 안이ᄒᆞᆫ 쟈이라
          모란
          의 원치안이ᄒᆞᄂᆞᆫ ᄆᆡ음을 일졀 식이지 안이ᄒᆞ고 다만 ᄆᆡ챵ᄒᆞᄂᆞᆫ 노름에만 보내ᄂᆞᆫᄃᆡ 기ᄉᆡᆼ이 인물만 ᄯᅩᆨᄯᅩᆨᄒᆡ도 예셔 오너라 졔셔 오너라 ᄒᆞ거던 함을며 가무가 갓고음률ᄭᆞ지 셔화ᄭᆞ지 능란ᄒᆞᆫ
          모란
          이리오 날마다 엇지 ᄶᆡ이ᄂᆞᆫ지 잠시도 집에 드러안즐 겨를이 업ᄂᆞᆫᄃᆡ
          모란
          은 일편졍신이 언으 좌셕에셔던지
          리시찰
          곳 맛나면 망신을 한 번 톡톡이 쥴 작뎡인ᄃᆡ 가량 평교ᄀᆞᆺ흐면 일부러라도 한 번 ᄎᆞᄌᆞ가
          리시찰
          을 보고 움파ᄀᆞᆺ흔 주먹으로 볼치를 눈의셔 불이 나게 훔쳐치며

"
                        ᄃᆡᆨ이
                            내 형을 웨 원통히 죽엿슴ᄂᆞ 법소도 갈 것 업시 내 손에 당쟝 죽어보아라."

ᄒᆞ련마는 남ᄌᆞ도 안이오 녀ᄌᆞ요 녀ᄌᆞ즁에도 쳔기라 그리ᄒᆞᄂᆞᆫ 수ᄂᆞᆫ 업고 다만 좌셕에셔 맛나기만 기ᄃᆡ리ᄂᆞᆫᄃᆡ 텬ᄒᆡᆼ으로 그날
                    연회에셔
          리시찰
          을 보고 즉졉으로 그 얼골에다 줌을 ᄇᆡᆺ타가며 슈죄를 ᄒᆞ려다가 ᄉᆡᆼ각ᄒᆞᆫ 즉 그 좌셕에

                        리시찰
          의 샹년
                    이 만이 잇ᄂᆞᆫ 모양인ᄃᆡ 셧불니 ᄒᆞ다ᄂᆞᆫ 망신만 ᄒᆞ겟ᄂᆞᆫ 고로 ᄀᆞ쟝
                        ᄌᆞ긔형의 넉이나 씨운 듯이 일호 고긔업시 ᄒᆞ고 십은 말을 다 ᄒᆞ얏더라.
          모란
          의 그 거죠 한 번이 엇지 그다지 령독ᄒᆞᆫ지
          리시찰
          이 일ᄌᆞ 이 후로 간 곳마다 뎡거가 되야 복직은 키녕 쳥편지 한 쟝 엇어보ᄂᆞᆫ 도리가 업스니 돈 한 푼 ᄉᆡᆼ길 곳은 업고 허구ᄒᆞᆫ ᄂᆞᆯ 무엇으로 먹고 닙고 살아가리오 그 즁에 악죵의 쳡은
                        져의 남편이 벼ᄉᆞᆯ을 단여 돈을 버러드릴 졔ᄂᆞᆫ 졔랑탁을 좀 ᄒᆡ볼 작뎡으로 입에혀 노릇을 ᄒᆞ며 가진 간특을 다 부리다가 감옥셔 삼 년에 가산을 여지업시 털어 맛치고 다시ᄂᆞᆫ 벼살도 못ᄒᆞ고 돈도 못버러드리니 날마다 함박ᄶᅩᆨ박을 메여 붓치며 포달을 부리ᄂᆞᆫ 통에 잘 먹지도 못ᄒᆞ지마는 여간 먹ᄂᆞᆫ 것이 살로 한뎜 못가ᄂᆞᆫ지라. ᄇᆡ도 곱흐고
                        ᄌᆞ긔쳡의 박ᄋᆞ지 긁ᄂᆞᆫ 것도 귀치안어셔 낫 모로ᄂᆞᆫ 집으로 남이 알셰라 모를 셰라 단이며 소ᄆᆡ동량을 ᄒᆞ야가지고
                        ᄌᆞ긔 집에 드러갈 졔ᄂᆞᆫ ᄀᆞ쟝 누가 보내쥰 모양으로 그 쳡을 속여 안유ᄒᆞ며 근근히 지내더니 하로ᄂᆞᆫ
          남문안
           엇던 골목에를 지나다가 대문이 큼즉ᄒᆞ고 룡마루가 번쥬구러ᄒᆞᆫ 집을 보고 얼골아ᄂᆞᆫ 사ᄅᆞᆷ이나 안이보ᄂᆞ 뒤를 흘금흘금 둘너보며 그 집으로 드러가 쳐량ᄒᆞᆫ 말로 산쳔초목이 슬어질만치 ᄋᆡ원ᄒᆞᆫ ᄉᆞ졍을 ᄒᆞ며 다쇼간 구걸을 ᄒᆞᆫ다.

"예ㅣ ᄊᆞᆯ이 되나 돈이 되ᄂᆞ 젹션 좀 ᄒᆞ십시오. 늙은 부모가 병이 드러 여러 달포ᄌᆡ 위셕ᄒᆞ얏ᄂᆞᆫᄃᆡ 가셰가 말이 못되야 졀화를 여러ᄯᅢ ᄒᆞ얏사오니 다쇼간 젹션을 ᄒᆞ시면 미음이라도 한ᄯᅢ를 ᄭᅳᆯ여 봉양ᄒᆞ겟슴니다."

그 집이 공교히 부억문에셔 즁문이 마조 내다뵈이ᄂᆞᆫᄃᆡ
          쥬인
          이 무엇을 ᄒᆞ러 맛ᄎᆞᆷ 부억에를 나려왓다가 즁뮨밧긔 셧ᄂᆞᆫ 걸인을 물ᄭᅳ럼히 내다보다가 혼ᄌᆞ 웃고 안으로 드러오며

"텬리가 무심치ᄂᆞᆫ 안이ᄒᆞ다. 졔가 펄경 뎌디경이 되엿군. 우슈워라 늙은 부모가 병이 드럿셔 뎌의 부모가 ᄯᅩ 엇의 잇던ᄀᆞ 량친이 구몰ᄒᆞ야 조고여ᄉᆡᆼ으로 자라낫다ᄂᆞᆫᄃᆡ 오냐 입맛이 썩 붓게 두둑이 동량을 주어 이 다음에 ᄯᅩ 오ᄂᆞᆫ 양을 보겟다."

ᄒᆞ더니 두 쥬문을 덜걱덜걱 열고 쓸코 쓸은 어ᄇᆡᆨ미를 푹푹 퍼셔 붉은 도ᄅᆡ함지로 슈북ᄒᆞ게 담아
          ᄋᆞᄒᆡ하인
          을 식여 내여보ᄂᆡ더라. 그 집안
                    쥬인
          은 별 사ᄅᆞᆷ이 안이라 곳 연회좌셕에셔
          리시찰
           슈죄ᄒᆞ던
          쟝셩
                    명기
                    모란
          이니 그 날
                    그 좌셕에 의긔남ᄌᆞ 한아이 잇셔
          션초
                    모란
           형뎨의 ᄅᆡ력을 일일히 듯고 그 졀조를 깁히 흠복ᄒᆞ야 즉시
          모란
          가 ᄇᆡᆨ년을 뢰약ᄒᆞ고
          남문안
          에다 살님을 불치불검ᄒᆞ게 썩 얌젼히 찰엿ᄂᆞᆫᄃᆡ
          리시찰
          이 문젼에 와셔 구걸ᄒᆞᄂᆞᆫ 양을 보고 두 눈이 쑥 솟게 호령을 ᄒᆞ야 내ᄶᅩᆺ츠려다ᄀᆞ 업는 부모 병드럿단 말이 하도 우슈워서 다시 ᄉᆡᆼ각ᄒᆞ야 보고 ᄊᆞᆯ을 후히 쥬어 보ᄂᆡᆫ 것이라
          리시찰
          이 그 ᄊᆞᆯ을 밧아ᄀᆞ지고 도라오며 혼ᄌᆞ ᄉᆡᆼ각이라

"에ㅣ 참 그 집이 부쟈도 부쟈려니와 인심도 ᄆᆡ우 됴흔 걸. 그 집 한 집에셔 엇은 것이 열스무집에셔 엇은 것보다 쎡 만치안은ᄀᆞ 슈일 후에 ᄯᅩ 한 번 다시 ᄀᆞ보겟다."

ᄒᆞ고 몃칠 후에 그 집을 젼위ᄒᆞ야 ᄎᆞᄌᆞᄀᆞ셔 외마루문ᄌᆞ로 구걸을 ᄒᆞ면 ᄯᅩ 그러케 만히 쥬지안을 ᄯᅳᆺ 십허셔 림시변통을 ᄒᆞ야

"예ㅣ ᄊᆞᆯ말이나 젹션ᄒᆞ십시오 셰 살 먹은 어린 것이 시두를 방쟝ᄒᆞ고나셔 온갓 먹을 것을 찻는ᄃᆡ 가셰가 말이 못되야 죽 한 그릇도 ᄭᅳᆯ여주지 못ᄒᆞᆷ니다. 후덕ᄒᆞ신 ᄃᆡᆨ에셔 후히 보조를 ᄒᆞ야 주십시오."

모란
          이ᄀᆞ 그 다음부터는 구걸ᄒᆞ는 사ᄅᆞᆷ이 밧게와 소리 곳 질으면 ᄇᆡᆨᄉᆞ를 졔치고 내다보더니 그 날
                    리시찰
          이 ᄯᅩ 와셔 구걸ᄒᆞ는 양을 보고 동량은 안이주고
          하인
          을 식여 안마당으로 드러오라 ᄒᆞ니
          리시찰
          은 엇진 곡졀인지 알지 못ᄒᆞ고 원ᄅᆡ 후ᄒᆞᆫ 집이닛ᄀᆞ 의ᄎᆞ로 필육이나 량미셤이나 두둑이 주려나보다 ᄒᆞ고 그
          하인
          의 뒤를 ᄯᅡ라 드러ᄀᆞ다ᄀᆞ 마루위를 흘긋 쳐다보니 여화여월ᄒᆞᆫ 졀문 부인이 두렷이 셔 잇는지라 구걸을 ᄒᆞ더ᄅᆡ도 렴치ᄀᆞ 잇는 사ᄅᆞᆷ ᄀᆞᆺ흐면 황송ᄒᆡ도 고ᄀᆡ를 푹 슉이고 샹벌간 쳐분만 바랄 터인ᄃᆡ 이는 지각을 엇더케 타고 낫는지 그 즁에도 부졍당ᄒᆞᆫ ᄉᆡᆼ각이 들기를

"
          잠시간 보아도 뎌 녀편네ᄀᆞ 썩 잘 ᄉᆡᆼ겻는ᄃᆡ ᄂᆞ를 웨 이러케 졔잡담ᄒᆞ고 불너 드리노········ 거번에 동량을 한함지ᄂᆞ 쥴 ᄯᅢ브터 이샹스럽더니 이번에는 이러케 불너들릴 졔는 필유 곡졀ᄒᆞᆫ 일이로군 동량만 쥬라며는 문밧긔 셰우고라도 넉넉히 쥴 터인ᄃᆡ············· 옛날 리약이에도 ᄂᆞ모양으로 궁ᄒᆞ게 도라단이다ᄀᆞ 쟝ᄀᆞ 잘 들고 ᄌᆡ물도 만히 엇은 일이 잇다더니········아마 내ᄀᆞ 인졔ᄂᆞᆫ ᄉᆡᆼ수ᄀᆞ ᄂᆞ려ᄂᆞ보다. 집에 잇는 쳡은 늙은 것이 악죵만 시시로 부리고 아모 ᄌᆞ미ᄀᆞ 업것마는 그남아 버리게 되면 당쟝 몸 의탁ᄒᆞᆯ 곳이 업겟길내 마음ᄃᆡ로 못ᄒᆞ얏더니······· 엇의 아모럿턴지 뎨관하회(第觀下回)를 ᄒᆞ야 내게 달도록 ᄒᆞ야보겟다"

ᄒᆞ모 은근히 마음에 됴화ᄒᆞ더니 마루위로셔 그 녀인이 긔침 ᄒᆞᆫ 번을 카악 ᄒᆞ더니
          리시찰
           얼골이 모닥불 담아 부은 듯이 확근확근 ᄒᆞ야 지난 말이 ᄂᆞ온다.

"녀보소 걸인 보아ᄒᆞ니 ᄉᆞ시륙체ᄀᆞ 멀졍ᄒᆞᆫ 터에 허다못ᄒᆡ 인력거를 ᄭᅳᆯ기로 못살아셔 남의 집으로 도라단이며 업난 부모의 병이 잇ᄂᆞ니 업난 ᄌᆞ식이 시두를 ᄒᆡᆺᄂᆞ니 거즛말을 ᄒᆞ여ᄀᆞ며 동량을 ᄒᆞ러단녀 초년에 죄를 지으면 말년에 죄를 밧는 것은 ᄯᅥᆺᄯᅥᆺᄒᆞᆫ 리치어ᄂᆞᆯ 져 디경이 되야셔도 죄를 ᄉᆡᆼ각지 못ᄒᆞᆯᄀᆞ 눈을 들어 내ᄀᆞ 누구인지 ᄌᆞ셰 쳐ᄃᆞ볼지어ᄃᆞ"

리시찰
          이 그 말을 듯고 만단의심이 ᄂᆞ셔 고ᄀᆡ를 들어 쳐ᄃᆞ보고셔 얼골빗이 진당홍물 ᄭᅵ어 언진듯 ᄒᆞ야지며 고ᄀᆡ를 ᄃᆞ시 푹 슉이고 한거름에 도주를 ᄒᆞ더라.

긔쟈 왈 소셜이라 ᄒᆞ는 것은 ᄆᆡ양 빙공착영(憑空捉影)으로 인졍에 맛도록 편즙ᄒᆞ야 풍쇽을 교졍ᄒᆞ고 샤회를 경셩ᄒᆞ는 것이 뎨일 목뎍인 즁 그와 방불ᄒᆞᆫ 사ᄅᆞᆷ과 방불ᄒᆞᆫ 사실이 잇고보면 ᄋᆡ독ᄒᆞ시는 렬위부인 신ᄉᆞ의 진진ᄒᆞᆫ ᄌᆞ미가 일층 더 ᄉᆡᆼ길 것이오 그 사ᄅᆞᆷ이 희ᄀᆡᄒᆞ고 그 ᄉᆞ실을 경계ᄒᆞ는 됴흔 영향도 업지안이ᄒᆞᆯ지라. 고로 본긔쟈는 이 쇼셜을 긔록ᄒᆞᆷᄋᆡ 스ᄉᆞ로 그 ᄌᆞ미와 그 영향이 잇슴을 바ᄅᆞ고 ᄯᅩ 바ᄅᆞ노라.

===== 05_Kim Myeong-sun_The Girl of Mystery (Uisim-ui Sonyeo) =====

평양
                        대동강 동쪽 해안을 이 리쯤 들어가면 새마을이라는 동리가 있다. 그 동리는 그리 작지는 않다. 그리고 동리의 인물이든지 가옥이 결코 비루하지도 않으며 업은 대개 농사다. 이 동리에는‘범네’라 하는 꽃인가 의심할 만하게 몹시 어여쁘고 범이라는 그 이름과는 정반대로 지극히 온순한 팔구 세의 소녀가 있다. 그 소녀가 이 동리로 온 것은 두어 해 전이니 황진사라는 육십여 세 되는 젊지 않은 백발옹과 어디로선지 표연히 이사하여 거한다. 그 후 몇 달을 지나서 범네의 집에는 삼십 세 가량 된 여인이 왔으나 역시 타향인이었다. 하는 일은 없으나 생활은 흡족한 듯이 보이며 내객이라고는 일 년에 한 번도 없고 동리 사람들과 사귀지도 않는다. 그런 고로 이 동리에는 이 범네의 집안 일이 한 의심거리가 되어 하절 장마 때와 동절기인 밤에 담뱃 때들 사이의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범네라는 미소녀는 그 이웃 소녀들과 사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다. 혹 때를 타서 나물하는 소녀들을 바라보고 섰으면 그 이웃 소녀들은 범네의 어여쁜 용자(容姿)에 눈이 황홀하여져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에 백발옹은 반드시 언제든지

“야 ─ 범네야 ─ 야 ─ 범네야”하고 부른다. 범네는 가엾은 모양으로 뒤를 돌아보며 도로 들어간다. 또한 의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삼인이 각각 타향 언어를 쓰는 것이라. 옹(翁)은 순연한 평양 사투리요 범네는 사투리 없는 경언(京言)이며 여인은 영남 말씨라. 또 범네는 옹더러는 ‘할아버지’, 여인더러는 ‘어멈’이라고 칭호한다. 무식한 촌 소년들은 그 여인이 범네의 모친인가 하였다. 촌사람들도 이렇게 외에는 범네의 집 내용을 구태여 알려고도 아니하였다.

그들이 이사하여온 지 만 이 년이나 지난 하절이라.

어떤 장날 마침 옹은 오후 이 시경에 외출하여 어슬어슬한 저녁때까지 귀 가치 않았더라. 범네는 심심함을 못 이김이던지 싸리 문 안에서 문을 방긋이 열고 내다보고 섰다. 그 때 동리

                            이장의 딸
                        특실이가 그 어머니를 찾아 방황하는 모양을 보고 살며시 문 밖으로 흰 얼굴만 나타내어 자기를 쳐다보는 특실이를 향하여 미소하여 은근하게

“
                            네가 특실이냐?

특실이는 반가웁게 그 지방말로

“응 너희
                            할아버지 어디 가셨니?”

범네는 어여쁜 얼굴에 웃음을 띠며

“벌써부터 성내에 가셨는데…….”

말 마치기 전에 은행 껍질 같은 눈꺼풀이 발그레하다. 두 소녀는 잠깐 잠잠하다.

“
                            너는 아버지는 안 계시니?”

“
                            아버지는 서모하고 큰 언니하고 서울 계시구…….”

또다시 눈꺼풀이 붉어진다.

“지금 같이 있는 이는 너의 누군가?”

“
                            외할아버지 하고 밥 짓는 어멈이다…….”

두 소녀의 담화가 점점 정다워 갈 시에 멀리서 옹의 점잖고 화평한 모양이 보였다. 범네는 특실이를 향하여 온정하게 “내일 또 놀러오너라”하고 걸음을 빨리 하여 옹의 옷소매를 붙들며 옹의 귀가를 무한히 기뻐한다. 옹은 범네의 손목을 끌어 싸리문으로 들어가며

“심심하든?”한다.

범네가 이같이 특실이와 이야기 한 것도 이 년이나 한 동리 앞 뒤 집에 살았지만 처음이더라.

혹독한 서중(暑中)에 기다리던 추절이 기별 없이 와서 맑고 시원한 바람에 오동잎이 힘없이 떨어지매 년년이 변치 않고 돌아오는 추석명절이 금년에도 돌아왔다. 도(都)에나 비(鄙)에나 성묘 가는 사람이 조조부터 끊일 새 없이 각기 조선(祖先) 부모 부처 자녀의 고혼(故魂)을 위로키 위하여 술이며 음식을 준비하여 남녀노소를 물론하고 북촌 길로 향한다. 새마을 동리의 범네와 옹도 누구의 묘에 가는지 기중에 끼었더라. 어느덧 해는 모란봉 서편에 기울어지고 능라도 변에 연연(涓涓)한 세파(細波)는 금색을 대(帶)하였다.

이슬아침과 주간에 그리 분요(紛擾)하던 성묘인들도 지금은 끊어져 벌써
                            청류정이 위치한 절벽청류벽 아래 신작로에는 얼근히 취하여 혼자 중얼거리며 돌아오는 사람이 사이사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대동강 건너 새마을 동리를 향하고 바삭바삭 모래를 울리는 노유(老幼)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심히 피로하여 귀촌하는 옹과 범네라. 범네의 발뒤꿈치에 내려드리운 검은 머리가 제 윤에 번지르하다. 대리석으로 조각한 듯이 흰 양협에 앞이마 털이 한두 올 늘어져 시시로 불어오는 청풍에 빛날 리어 그의 아름다움을 더하였다. 풋남순인 치마에 담황색 겹저고리 입고 분홍신을 신었다. 실로 새마을 동리 소녀들과는 ‘군계중에학’이라.
                        옹도 무언, 소녀도 무언. 소녀의 어여쁜 얼굴에는 어린 아해에게는 없을 비애에 지친 빛이 보인다. 강안에는 석향을 준비하는 촌부들이 있다. 처음 보는 바가 아니로 대 이날은 더욱이 호기심을 일으켜가며 주목한다. 기중 한 아이

“어드메 살던 아해인지 곱기도 하다.” 또 한 아이

“늘 보아도 늘 곱다. 한 번 실컷 보았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하하 웃으며

“
                            범네야 어디 갔다 오니?”하고 묻는다. 범네는 촌부들을 향하여 눈만 웃으며 입 다물은 채 옹의 뒤를 따른다. 이때에 대동강 외 우뚝 솟은 난벽(卵壁)의 이층 양옥에서도 이편을 향하여 망원경을 눈에 대이고 바라보는 외국인인지 조선인인지 분별키 어려운 신사가 있다. 신사는 급히 상노를 부른다. 상노는 주인의 명을 받아 문전 녹색 소주(小舟)에 제등을 달고 속히 저어 강안을 향하여 배 대었을 때는 옹과 범네가 새마을에 들어갔을 때이라.

신사는 새마을 가는 길을 두고 다른 동리의 길로 향하였다. 그 신사가 낙심한 안색으로 강안에 돌아왔을 때에는 동천에 둥근 달이 맑은 광선을 늘 이어 암흑한 곳 몇 만민에게 은혜 베푼 때이니 평양
                        대동강문 외에는 전등빛이 반짝반짝 불야성이오 강 위에는 오늘이 좋은 날이라고 선유하는 소선(小船)이 루비 홍옥 같은 등불을 밝히고 남녀 성을 합하여 수심가를 부르며 오르락내리락한다. 신사는 실심한 듯이 강가에서 바라보고 섰다. 한참 만에 힘없이 배에 올라 도로 저어 저편에서 내리어 조국장의 별장으로 들어갔다.

신사는 그 별장 주인인 듯싶다.

강안에서 신사의 모양을 본 촌부인 중에 ‘언년어멈’이라는 남의 일 참견 잘 하는 사람이 있다. 보고 싶은 범네도 볼 겸 범네의 집을 찾아가 신사의 일을 고하였더라. 옹은 별로 놀라지도 않으며 천연스럽게 언년어멈에게 감사하였다. 언년어멈가 돌아간 후 두 시 가량이나 지나 옹과 범네는 동리 이웃에게 고별하려고 이장의 집을 심방하였다. 옹이 이장의 집을 심방함도 이사 왔을 시와 이번뿐이라.

동리 머슴들이 행담(行擔) 칠팔 개와 기타 기구를 강안으로 나르고 옹과 범네의 뒤에는 그 집 여인과 인심 후한 이웃 사람들이 별로 깊이 사귀었던 정도 아니건만 전별차(餞別次)로 따라 나온다. 강가에는 마침 물아래로 가는 배가 있다.

잔잔한 파도는 명랑한 월야의 색채를 비치었다.

선인(船人)이 준비 다 됨을 고한대 옹은 서서히 전별 나온 이웃 사람들에게 고별하였다.
                            동리 사람들은 소리를 합하여 여중(旅中)의 안녕을 축 하였다. 그 소리에 산천까지 소리를 합하였다. 범네의 흰 얼굴은 월광을 받아 처참히 보인다. 백설 같은 담요를 두르고 오슬오슬 떠는 모양 감기에 걸린 것 같다. 범네도 떠는 목소리도 인사를 마치고 옹의 손을 잡고 차박차박 걸어 뱃머리에 오르다가 고개를 돌리며 둥글고 광채 있는 눈으로 동리 사람들을 한 번 더 본다…….

밤은 깊어 사방이 적막한데 옛적부터 기 억만 년의 비밀을 담은 대동강물이 고금을 말하려는 듯이 가는 물결 소리를 낸다. 배 젓는 노 소리는 지긋지긋 철썩철썩 심야의 적막을 파한다. 배가 물아래를 향하여 삼단 쯤이나 갔을 때에 특실이가 “
                            범네야 잘 가거라 ─”하매 저편에서도 범네가 “
                            특실아 잘 있거라 ─”한다. 그 소리가 양금 소리같이 떨리어 들린다. 촌인들은 배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고 노 소리가 안 들릴 때까지 그곳에서 의논이 분분하여 물이 밀어 그들의 발을 적시는 것도 몰랐더라. 이장은 저녁 때 일을 언년어멈에게 듣고 머리를 기울여가며 생각하더니 한참 만에 언년어멈을 향하여

“그래 그 신사는 어디서 옵디까?”물었다. 언년어멈은 원시(遠視)를 잘하는 양이라

“저기 보이는 우뚝 솟은 이층집에서 시커먼 것을 눈에 대고 보더니 …….”

이장은 또 한 번 머리를 기울였다.…… 한참 만에 이제야 비로소 수년래의 의심을 푼 듯이

“알았소. 범네는 그렇게 봄에 자살한
                                조국장 부인의 기출인 가희 아기구려.

일동은 무슨 무서운 말을 들은 듯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장은 한숨을 지으며

“불쌍한 아해?”하고 부르짖는 듯이 말하였다.

이는 연전 가정의 (年前) 파란으로 인하여 자살해버린 조국장 부인의 기념으로 끼친 일녀 가희니 외양과 심지가 과히 아름다움으로 그 반대로 그 외조부가 개명하여 범네라 한다.

가희의 모씨는 평양성 내에 그 당시 유명한 미인이기 때문에 피서차로 왔던 조국장의 간절한 소망에 이끌리어 그 부인이 되었었다. 부인은 재산가 황진사의 무남독녀이니 십사 세에 그 모친이 별세하매 그 부친
                        황진사가 재취도 아니하고 금지옥엽 같이 기른 바이라. 누가 뜻하였으리오. 그 옥여(玉輿)가 형극으로 얽은 것인 줄이야.
                        조국장은 세세로 양반이라. 농화(弄花)에 교(巧)하고 사적(射的)에 묘(妙)하다. 저는 세 번 처를 바꾸고 첩을 갈기도 십여 인이라. 화류에 놀고 촌백성의 계집까지 희롱하였고 그의 별업(別業)에서는 주야를 전도하고 놀았다. 부인이 그에게 가(嫁)하여
                            그 딸 가희
                        를 낳았다. 육(肉)의 미(美)는 싫어지지 않기가 어려운 것이매 남편의 난행은 부인의 불행과 같이 자랐다. 새로 들어온 첩은 남편의 사랑을 앗았다.

남편은 친척 간에도 끊었다. 전처의 딸은 매사에 틈을 타서 부인을 무함(誣陷)한다. 사랑을 원하여도 얻지 못하고 자유를 원하여도 얻지 못하고 이별을 청하여도 안 들어 의심 받고 학대 받고 갇혀 비관하던 나머지에 병든 몸을 일으켜 평양의 별장에서 자살하였다. 길바닥에 인마의 발에 밟힌 이름 없는 작은 풀까지 꽃피는 사월 모일에 인세(人世)의 꽃일 이십사 세의 젊은 부인은 단도로써 자처(自處)하였다. 가련한 부인의 서러운 죽음이 기시에는 원근에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느끼었더라. 고어에 ‘사람은 없어진 후 더 그립다’는 것 같이 기후 조국장은 얼만큼 정신을 차려 얼마큼 서러워도 하였다. 그러나 늦었더라. 기후 조국장은 부인 생시보다도 가희를 사랑하였다. 그러나 그 외조부 황진사는 조국장의 첩이 그 총애를 일신에 감으려고 하는 간책이 두려워 가희와 함께 가엗은 표랑의 객이 되었다. 하시에나 표랑객인 가련한 가희에게는 춘양려일(春陽麗日)이 돌아올는지 ─ 절기는 하추동(夏秋冬) 삼계(三季)가 지나면 다시 양춘(陽春)이 오건만 ─ 불쌍한 어머니의 불쌍한 아해?

===== 06_Na Hye-seok_Kyung-hee =====

"아이구, 무슨 장마가 그렇게 심해요."

하며 담배를 붙이는 뚱뚱한 마님은 오래간만에 오신 사돈 마님이다.

"그러게 말이지요. 심한 장마에 아이들이 병이나 아니 났습니까. 그동안 하인도 한번 못 보냈어요."

하며 마주앉아 담배를 붙이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이마에 주름살이 두어 줄 보이는 마님은
                        이철원(李鐵原)댁 주인 마님이다.

"아이구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나

                            역시
                            역
                         그랬어요. 아이들은 충실하나 어멈이 어째 수일 전부터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오늘은 일어나 다니는 것을 보고 왔어요.
                    어지간히 날이 더워야지요. 조금 잘못하면 병나기가 쉬워요. 그래서 좀 걱정이
                            되셨겠습니다
                            되셨겠습니까?
                        .
                    인제
                            나았으니까
                            나았으니까요
                         마음이 놓여요. 그런데 애기가 일본서 와서 얼마나 반가우셔요."

하며 사돈 마님은 잊었던 일을 깜짝 놀라 생각하는 듯이 말을 한다.

"먼 데다가 보내고 늘 마음이 놓이지 않다가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오니까 집안이 든든해요."

주인 마님 김 부인
                    은 담뱃대를 재떨이에 탁탁 친다.

"그렇다마다요. 아들이라도 마음이 아니 놓일 텐데 처녀를 그러한 먼 데다 보내시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몸이나 충실했었는지요." "네. 별병은 아니 났나 보아요. 제 말은 아무 고생도 아니 된다 하나 어미 걱정시킬까 보아 하는 말이지, 그 좀 주리고 고생이 되었겠어요. 그래서 얼굴이 꺼칠해요."

하며 뒤꼍을 향하여,

"
                        아가, 아가, 서문안
                        사돈 마님이 너 보러 오셨다."

한다.

"네."

하고 대답하는 경희는 지금 시원한 뒷마루에서 오래간만에 만난 오라버니댁과 앉아서 오라버니댁은 버선을 깁고 경희는 앉은 재봉틀에
                        자기 오라버니 양복 속적삼을 하며 일본서 지낼 때에 어느 날 어디를 가다가 하마터라면 전차에 치일 뻔하였더란 말, 그래서 지금이라도 생각만 하면 몸이 아슬아슬하다는 말이며, 겨울이 오면 도무지 다리를 펴고 자 본 적이 없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다리가 꼿꼿했다는 말, 일본에는 하루걸러 비가 오는데 한번은 비가 심하게 퍼붓고 학교 상학 시간은 늦어서 그 굽 높은 나막신을 신고 부지런히 가다가 넘어져서 다리에 가죽이 벗겨지고 우산이 모두 찢어지고 옷에 흙이 묻어 어찌 부끄러웠었는지 몰랐었더란 말, 학교에서 공부하던 이야기, 길에 다니며 보던 이야기 끝에 마침 어느 때 활동사진에서 보았던 어느 아이가 아버지가 장난을 못 하게 하니까 아버지를 팔아 버리려고 광고를 써서 제 집 문밖 큰 나무에다가 붙였더니 그때 마침 그 아이만한 6, 7세된 남매가 부모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다가 꼭 두 푼 남은 돈을 꺼내 들고 이 광고대로 아버지를 사려고 문을 두드리던 양을 반쯤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오라버니댁은 어느덧 바느질을 무릎 위에다가 놓고 "하하, 허허." 하며 재미스럽게 듣고 앉았던 때라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묻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얼른 다녀 오."

간절히 청을 한다.

옆에 앉아서 빨래에 풀을 먹이며 열심히 듣고 앉았던 시월이도 혀를 툭툭 친다.

"아무렴 내 얼른 다녀오리다."

경희는 이렇게 대답을 하고 제 이야기에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 기뻐서 웃으며 앞마루로 간다.

경희는 사돈 마님 앞에 절을 겸손히 하며 인사를 여쭈었다. 일 년 동안이나 잊어버렸던 절을 일전에 집에 도착할 때에 아버지
                    어머니에게 하였다. 하므로 이번에 한 절은 익숙하였다. 경희는 속으로 일본서 날마다 세로 가로 뛰며 장난하던 생각을 하고 지금은 이렇게 얌전하다 하며 웃었다.

"아이구, 그 좋던 얼굴이 어쩌면 저렇게 못 되었니, 오죽 고생이 되었을라고."

사돈 마님은 자비스러운 음성으로 말을 한다. 일부러 경희의 손목을 잡아 만졌다.

"똑 시집살이한 손 같구나. 여학생들 손은 비단결 같다는데 네 손은 왜 이러냐." "살성이 곱지 못해서 그래요."

경희는 고개를 칙으린다.

"
                        제 손으로 빨래해 입고 밥까지 해 먹었다니까 그렇지요."

경희의 어머니
                    는 담배를 다시 붙이며 말을 한다.

"저런, 그러면 집에서도 아니하던 것을 객지에 가서 하는구나. 네
                        일본 학교 규칙은 그러냐?"

사돈 마님은 깜짝 놀랐다. 경희는 아무 말 아니한다.

"무얼요. 제가 제 고생을 사느라고 그러지요. 그것 누가 시키면 하겠습니까. 학비도 넉넉히 보내주지마는 그 애는 별나게 바쁜 것이 재미라고 한답니다."

김 부인은 아무 뜻 없이 어제 저녁에 자리 속에서 딸에게 들은 이야기를 한다.

"
                        그건 왜 그리 고생을 하니."

사돈 마님은 경희의 이마 위에 너펄너펄 내려온 머리카락을 두 귀밑에다 끼워 주며 적삼 위로 등의 살도 만져 보고 얼굴도 쓰다듬어 준다.

"일본에는 겨울에도 불도 아니 때인대지. 그리고 반찬은 감질이 나도록 조금 준 대지. 그것 어찌 사니?" "네, 불은 아니 때나 견디어 나면 관계치 않아요. 반찬도 꼭 먹을 만치 주지 모자르거나 그렇지는 아니해요." "그러자니 모두가 고생이지. 그런데
                            네 형은 그동안 병이 나서 너를 못 보러 왔다. 아마 오늘 저녁 꼭은 올 터이지." "네, 좀 보내주세요. 벌써부터 어찌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암 그렇지. 너 왔다는 말을 듣고 나도 보고 싶어하였는데 형제끼리 그렇지 않으랴."

이 마님은 원래 시집을 멀리 와서 부모 형제를 몹시 그리워 본 경험이 있는 터라, 이 말에는 깊은 동정이 나타난다.

"거기를 또 가니? 인제 고만 곱게 입고 앉았다가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재미드랍게 살지 그렇게 고생할 것 무엇 있니?"

아직 알지 못하여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일러 주는 것같이 경희에 대하여 말을 하다가 마주 앉은
                        경희 어머니에게 눈을 향하여 '그렇지 않소? 내 말이 옳지요.' 하는 것 같았다.

"네, 하던 공부 마칠 때까지 가야지요." "그것은 그리 많이 해 무엇하니. 사내니 고을을 간단 말이냐? 군주사(郡主事)라도 한단 말이냐? 지금 세상에 사내도 배워 가지고 쓸 데가 없어서 쩔쩔 매는데……."

이 마님은 여간 걱정스러워 아니한다. 그리고 대관절 계집애를 일본까지 보내 이 공부를 시키는 사돈 영감과 마님이며 또 그렇게 배우면 대체 무엇하자는 것인지를 몰라 답답해한 적은 오래 전부터 있으나 다른 집과 달라 사돈집 일이라 속으로는 늘 '
                        저 계집애를 누가 데려가나.' 욕을 하면서도 할 수 있는 대로는 모른 체하여 왔다가 오늘 우연한 좋은 기회에 걱정해 오던 것을 말한 것이다.

경희는 이 마님 입에서 '어서 시집을 가거라. 공부는 해서 무엇하니.' 꼭 이 말이 나올 줄 알았다. 속으로 '옳지, 그럴 줄 알았지.' 하였다. 그리고 어제 오셨던 이모님 입에서 나오던 말이며 경희를 보실 때마다 걱정하시는 큰어머니 말씀과 모두 일치되는 것을 알았다. 또 작년 여름에 듣던 말을 금년 여름에도 듣게 되었다. 경희의 입술은 간질간질하였다.

'먹고 입고만 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알아야 사람이에요. 당신댁처럼 영감 아들간에 첩이 넷이나 있는 것도 배우지 못한 까닭이고 그것으로 속을 썩이는 당신도 알지 못한 죄이에요. 그러니까 여편네가 시집가서 시앗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르쳐야 하고 여편네 두고 첩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도 가르쳐야만 합니다.' 하고 싶었었다. 이외에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도 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이 마님 입에서는 반드시 오늘 아침에 다녀가신 할머니의 말씀과 같은 "얘, 옛날에는 여편네가 배우지 않아도 수부다남하고 잘만 살아 왔다. 여편네는 동서남북도 몰라야 복이 많단다. 얘, 공부한 여학생들도 보리 방아만 찧게 되더라. 사내가 첩 하나도 둘 줄 모르면 그것이 사내냐?" 하던 말씀과 같이 꼭 이 마님도 할 줄 알았다. 경희는 쇠귀에 경을 읽지 하고 제 입만 아프고 저만 오늘 저녁에 또 이 생각으로 잠을 못 자게 될 것을 생각하였다. 또 말만 시작하게 되면 답답하여서 속이 불과 같이 탈 것, 자연 오랫동안 되면 뒷마루에서는 기다릴 것을 생각하여 차라리 일절 입을 다물었다. 더구나 이 마님은 입이 걸어서 한 말을 들으면 열 말쯤 거짓말을 보태어 여학생의 말이라면 어떻든지 흉만 보고 욕만 하기로는 수단이 용한 줄을 알았다. 그래서 이 마님 귀에는 좀처럼 한 변명이라든지 설명도 조금도 곧이가 들리지 않을 줄도 짐작하였다. 그리고 어느 때
                        경희의 형님이 경희더러 "얘, 우리 시어머니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더구나 시집 이야기는 일절 말아라. '여학생들은 예사로 시집 말들을 하더라. 아이구 망측한 세상도 많아라. 우리 자라날 때는 어디서 처녀가 시집을 해 보아.' 하신다. 그뿐 아니라 여러 여학생 험담을 어디 가서 그렇게 듣고만 오시는지 듣고 오시면 똑 나 들으라고 빗대 놓고 하시는 말씀이 정말
                            내 동생이 학생이어서 그런지 도무지 듣기 싫더라. 일본 가면 계집애 버리느니 별별 못 들을 말씀을 다 하신단다. 그러니 아무쪼록 말을 조심해라." 한 부탁을 받은 것도 있다. 경희는 또 이 마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보아 마음이 조릿조릿하였다. 그래서 다른 말이 시작되기 전에 뒷마루로 달아나려고 궁둥이가 들썩들썩하였다.

"이따가 급히 입을 오라범 속적삼을 하던 것이 있어서 가 보아야겠습니다."

고 경희는 앓던 이가 빠지기나 한 것만큼 시원하게 그 앞을 면하고 뒷마루로 나서며 숨을 한번 쉬었다.

"왜 그리 늦었소? 그래서 그 아버지를 어떻게 했소."

오라버니댁은 그동안 버선 한 짝을 다 기워 놓고 또 한 짝에 앞볼을 대이다가 경희를 보자 무릎 위에다가 놓고 바싹 가까이 앉으며 궁금하던 이야기 끝을 재우쳐 묻는다. 경희의 눈살은 찌푸려졌다. 두 뺨이 실쭉해졌다. 시월이는 빨래를 개키다가 경희의 얼굴을 눈결에 슬쩍 보고 눈치를 채었다.

"
                        작은아씨,
                            서문안댁 마님이 또 시집 말씀을 하시지요?"

아침에 경희가 할머니가 다녀가신 뒤에 마루에서 "시집을 갈 때 가더라도 하도 여러 번 들으니까 인제 도무지 싫어 죽겠다." 하던 말을 시월이가 부엌에서 들었다. 지금도 자세히는 들리지 않으나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작은아씨의 얼굴이 저렇게 불량하거나 하였다. 경희는 웃었다. 그리고 바느질을 붙들며 이야기 끝을 연속한다.

안마루에서는 여전히 두 마님이 서로 술도 전하며 담배도 잡수면서 경희의 말을 한다.

"
                        애기가 바느질을 다 해요?" "네, 바느질도 곧잘 해요. 남정의 웃옷은 못하지요마는 제 옷은 꿰매어 입지요." "아이구 저런, 어느 틈에 바느질을 다 배웠어요. 양복 속적삼을 다 해요. 학생도 바느질을 다 하나요."

이 마님은 과연 여학생은 바늘을 쥘 줄도 모르는 줄 알았다. 더구나 경희와 같이 서울로 일본으로 쏘다니며 공부한다 하고 덜렁하고 똑 사내 같은 학생이 제 옷을 꿰매어 입는다는 말에 놀랐다. 그러나 역시 속으로는 그 바느질 꼴이 오죽할까 하였다. 김 부인은 딸의 칭찬 같으나 묻는 말에 마지 못하여 대답한다.

"어디 바느질이나 제법 앉아서 배울 새나 있나요. 그래도 차차 철이 나면 자연히 의사가 나나 보아요. 가르치지 아니해도 저절로 꿰매게 되더구먼요. 어려운 공부를 하면 의사가 틔우나 보아요."

김 부인은 말끝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한다. 이 마님 귀에는 똑 거짓말 같다.

"양복 속적삼은 작년 여름에 남대문 밖에서 일녀가 와서 가르치던 재봉틀 바느질 강습소(講習所)에를 날마다 다니며 배웠지요. 제 조카들의 양복도 해서 입히고 모자도 해서 씌우고 또
                            제 오라비
                        여름 양복까지 했어요. 일어를 아니까 선생하고 친하게 되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가르쳐 주지 않는 것까지 다 가르쳐 주더래요. 낮에는 배워 가지고 와서는 밤이면 똑 열두시, 새로 한시까지 앉아서 배운 것을 보고 그대로 그리고 모두 치수를 적고 했어요. 나는 그게 무엇인가 하였더니 나중에 재봉틀 회사
                        감독이 와서 그러는데 '이제까지 일어로만 한 것이어서 부인네들 가르치기에 불편하더니 따님이 만든 책으로 퍽 유익하게 쓰겠습니다.' 하는 말에 그런 것인 줄 알았어요. 좀 가르치면 어디든지 그렇게 쓸 데가 있더구먼요. 그뿐 아니라 그 점잖은 일본 사람들에게도 어찌 존대를 받는지 몰라요. 그 애가 왔단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감독이 일부러 일전에 또 찾아왔어요. 일본서 졸업하고는 기어이 자기 회사의 일을 보아 달라고 하더래요. 처음에는 월급 일천오백 냥은 쉽대요. 차차 오르면 3년 안에 이천오백 냥을 받는다는대요. 다른 여자는 제일 많은 것이 칠백쉰 냥이라는데 아마 그 애는 일본까지 가서 공부한 까닭인가 보아요. 저것도 그 애가 재봉틀에 한 것입니다."

하며 맞은편 벽에 유리에 늘어 걸어 놓은, 앞에 물이 흐르고 뒤에 나무가 총총한 촌 경치를 턱으로 가리킨다.
                        경희의 어머니는 결코 여기까지 딸의 말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한 것이 자연 월급 말까지 하게 된 것은 부지중에 여기까지 말하였다. 김 부인은 다른 부인네들보다 더구나 이
                        사돈 마님보다는 훨씬 개명을 한 부인이다. 근본 성품도 결코 남의 흉을 보는 부인은 아니었고 혹 부인네들이 모여 여학생들의 못된 점을 꺼내어 흉을 보든지 하면 그렇지 않다고까지 반대를 한 적도 많으니 이것은 대개
                        자기 딸
                    경희를 몹시 기특히 아는 까닭으로 여학생은 바느질을 못한다든가, 빨래를 아니한다든가, 살림살이를 할 줄 모른다든가 하는 말이 모두 일부러 흉을 만들어 말하거니 했다. 그러나 공부해서 무엇하는지 왜 경희가 일본까지 가서 공부를 하는지 졸업을 하면 무엇에 쓰는지는 역시 김 부인도 다른 부인과 같이 몰랐다. 혹 여러 부인이 모여서
                        따님은 그렇게 공부를 시켜서 무엇하나요? 질문을 하면 "누가 아나요, 이 세상에는 계집애라도 배워야 한다니까요." 이렇게
                        자기 아들에게 늘 들어 오던 말로 어물어물 대답을 할 뿐이었다. 김 부인은 과연 알았다. 공부를 많이 할수록 존대를 받고 월급도 많이 받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번질한 양복을 입고 금시곗줄을 늘인 점잖은 감독이 조그마한 여자를 일부러 찾아와서 절을 수없이 하는 것이라든지, 종일 한 달 30일을 악을 쓰고 속을 태우는
                        보통학교 교사는 많아야 육백스무 냥이고 보통 오백 냥인데 "천천히 놀면서 일 년에 병풍 두 짝만이라도 잘만 놓아주시면 월급을 꼭 사십 원씩은 드리지요." 하는 말에 김 부인은 과연 공부라는 것은 꼭 해야 할 것이고, 하면 조금 하는 것보다 일본까지 보내서 시켜야만 할 것을 알았다. 그러고 어느 날 저녁에 경희가 "공부를 하면 많이 해야겠어요. 그래야 남에게 존대를 받을 뿐 아니라 저도 사람 노릇을 할 것 같아요." 하던 말이 아마 이래서 그랬던가보다 하였다. 김 부인은 이제부터는 의심 없이 확실히
                        자기 아들이 경희를 왜 일본까지 보내라고 애를 쓰던 것, 지금 세상에는 여자도 남자와 같이 많이 가르쳐야 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김 부인은 이제까지 누가 "
                        따님은 공부를 그렇게 시켜 무엇합니까?" 물으면 등에서 땀이 흐르고 얼굴이 벌겋게 취해지며 이럴 때마다 아들만 없으면 곧이라도 데려다가 시집을 보내고 싶은 생각도 많았었으나 지금 생각하니 아들이 뒤에 있어서 자기 부부가 경희를 데려다 시집을 보내지 못하게 한 것이 다행하게 생각된다. 그러고 지금부터는 누가 묻든지 간에 여자도 공부를 시켜야 의사가 나서 가르치지 아니한 바느질도 할 줄 알고 일본까지 보내어 공부를 많이 시켜야 존대를 받을 것을 분명히 설명까지라도 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사돈 마님 앞에서 부지중 여기까지 말을 하는 김 부인의 태도는 조금도 주저하는 빛도 없고 그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고 그 눈에는 '
                        나는 이러한 영광을 누리고 이러한 재미를 본다.' 하는 표정이 가득하다.

사돈 마님은 반신반의로 어떻든 끝까지 들었다. 처음에는 물론 거짓말로 들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
                        너는 아마 큰 계집애를 버려 놓고 인제 시집보낼 것이 걱정이니까 저렇게 없는 칭찬을 하나 보구나.' 하며 이야기하는 김 부인의 눈이며 입을 노려보고 앉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점점 길어 갈수록 그럴듯하다. 더구나 감독이 왔더란 말이며, 존대를 하더란 것이며, 사내도 여간한 군주사(郡主事)쯤은 바랄 수도 없는 월급을 이천 냥까지 주겠더란 말을 들을 때는 설마 저렇게까지 거짓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난다. 사돈 마님은 아직도 참말로는 알고 싶지 않으나 어쩐지 김 부인의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아니하다. 또 벽에 걸린 수도 확실히 자기 눈으로 볼 뿐 아니라 쉴새없이 바퀴 구르는 재봉틀 소리가 당장 자기 귀에 들린다. 마님 마음은 도무지 이상하다. 무슨 큰 실패나 한 것도 같다. 양심은 스스로 자복(自服)하였다. '
                        내가 여학생을 잘못 알아 왔다. 정말 이 집 딸과 같이 계집애도 공부를 시켜야겠다. 어서 우리 집에 가서 내외시키던 손녀딸들을 내일부터 학교에 보내야겠다.'고 꼭 결심을 했다. 눈앞이 아물아물해 오고 귀가 찡한다. 아무 말 없이 눈만 껌뻑껌뻑하고 앉았다. 뒤꼍으로 불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 중에는 젊은 웃음소리가 사沙접시를 깨뜨릴 만치 재미스럽게 싸여 들어온다.

"이 더운데 작은아씨, 무얼 그렇게 하십니까?"

마루 끝에 떡 함지를 힘없이 놓으며 땀을 씻는다. 얼굴은 억죽억죽 얽고 머리는 평양 머리를 해서 얹고 알록달록한 면주 수건을 아무렇게나 쓴 나이가 한 사십가량 된 떡 장사는 으레 하루에 한 번씩 이 집을 들른다.

"심심하니까 장난 좀 하오."

경희는 앞치마를 치고 마루 끝에 서서 서투른 칼질로 파를 썬다.

"어느 틈에 김치 담그는 것을 다 배우셨어요. 날마다 다니며 보아야 작은아씨는 도무지 노시는 것을 못 보았습니다. 책을 보시지 않으면 글씨를 쓰시고 바느질을 아니하시면 저렇게 김치를 담그시고……." "여편네가 여편네 할 일을 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신통할 것 있소." "
                        작은아씨 같은 이나 그렇지 어느 여학생이 그렇게 마음을 먹는 이가 있나요."

떡장수는 무릎을 치며 경희의 앞으로 바싹 앉는다. 경희는 빙긋이 웃는다.

"그건 떡장수가 잘못 안 것이지. 여학생은 사람 아니오? 여학생도 옷을 입어야 살고 음식을 먹어야 살 것 아니오?" "아이구, 그러게 말이지요. 누가 아니래요. 그러나 작은아씨같이 그렇게 아는 여학생이 어디 있어요?" "칭찬 많이 받았으니 떡이나 한 스무 냥어치 살까!" "아이구 어멈을 저렇게 아시네. 떡 팔아먹으려고 그런 것은 아니에요."

변덕이 뒤룩뒤룩한 두 뺨의 살이 축 처진다. 그리고
                        너는 나를 잘못 아는구나 하는 원망으로 두둑한 입술이 삐죽한다. 경희는 곁눈으로 보았다. 그 마음을 짐작하였다.

"아니오, 부러 그랬지. 칭찬을 받으니까 좋아서……." "아니에요. 칭찬이 아니라 정말이에요."

다시 정다이 바싹 앉으며 "허허……." 너털웃음을 한판 내쉰다.

"정말 몇 해를 두고 날마다 다니며 보아야 작은아씨처럼 낮잠 한 번도 주무시지 않고 꼭 무엇을 하시는 아씨는 처음 보았어요." "
                        떡장수 오기 전에 자고 떡장수가 가면 또 자는 걸 보지를 못하였지." "또 저렇게 우스운 말씀을 하시네. 떡장수가 아무 때나 아침에도 다녀가고 낮에도 다녀가고 저녁때도 다녀가지 학교에 다니는 학생같이 시간을 맞춰서 다니나요! 응? 그렇지 않소."

하며 툇마루에서 맷돌에 풀 갈고 있는 시월이를 본다. 시월이는,

"그래요. 어디가 아프시기 전에는 한 번도 낮잠 주무시는 일 없어요." "여보, 떡장수 떡이 다 쉬면 어찌하려고 이렇게 한가히 앉아서 이야기를 하오." "아니 관계치 않아요."

떡장수의 말소리는 아무 힘이 없다. 떡장수는 이 작은아씨가 "그래서 어쨌소." 하며 받아만 주면 이야기할 것이 많았다. 저의 집 떡방아 찧던 일꾼에게서 들은, 요새 신문에 어느 여학생이 학교 간다고 나가서는 며칠 아니 들어오는 고로 수색을 해 보니까 어느 사내에게 꾀임을 받아서 첩이 되었더란 말이며, 어느 집에는 며느리로 여학생을 얻어 왔더니 버선 깁는 데 올도 찾을 줄 몰라 삐뚜로 되었더란 말, 밥을 하였는데 반은 태웠더란 말, 날마다 사방으로 쏘다니며 평균 한 마디씩 들어 온 여학생의 험담을 하려면 부지기수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신이 나서 무릎을 치고 바싹 들어앉았으나, 경희의 말대답이 너무 냉정하고 점잖으므로 떡장수의 속에서 뻗쳐오르던 것이 어느덧 거품 꺼지듯 꺼졌다. 떡장수의 마음은 무엇을 잃은 것같이 공연히 서운하다.
                        떡바구니
                        떡바구미
                    를 들고 일어설까 말까 하나 어쩐지 딱 일어설 수도 없다. 그래서 떡바구니를 두 손으로 누른 채로 앉아서 모른 체하고 칼질하는 경희의 모양을 아래위로 훑어도 보고 마루를 보며 선반 위에 얹은 소반의 수효도 세어 보고 정신없이 얼빠진 것같이 앉았다.

"흰떡 댓 냥어치하고 개피떡 두 냥 반어치만 내놓게."

김 부인은 고운 돗자리 위에서 부채질을 하면서 드러누웠다가 딸
                    경희의 좋아하는 개피떡하고 아들이 잘 먹는 흰떡을 내놓으라 하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 떡장수는 멀거니 앉았다가 깜짝 놀라 내놓으라는 떡 수효를 되풀이해 세어서 내놓고는 뒤도 돌아보지를 않고 떡바구니를 이고 나가다가 다시 이 댁을 오지 못하면 떡을 못 팔게 될 생각을 하고 "
                        작은아씨, 내일 또 와요. 허허허." 하며 대문을 나서서는 큰 숨을 쉬었다. 생삼팔(生三八) 두루마기 고름을 달고 앉았던
                        경희의 오라버니댁이며 경희며 시월이며 서로 얼굴들을 치어다보며 말없이 씽긋씽긋 웃는다. 경희는 속으로 기뻐한다. 무엇을 얻은 것 같다. 떡장수가 다시는 남의 흉을 보지 아니하리라 생각할 때에 큰 교육을 한 것도 같다. 경희는 칼자루를 들고 앉아서 무슨 생각을 곰곰이 한다.

"참 애기는 못할 것이 없다."

얼굴에 수색(愁色)이 가득하여 시름없이 두 손가락을 마주잡고 앉았다가 간단히 이 말을 하고는 다시 입을 꾹 다물며 한숨을 산이 꺼지도록 쉬는 한 여인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큰 걱정과 설움이 있는 것 같다. 이 여인은 근 이십 년 동안이나 이 집과 친하게 다니는 여인이라, 경희의 형제들은 아주머니라 하고 이 여인은 경희의 형제를 자기의 친조카들같이 귀애(貴愛)한다. 그래서 심심하여도 이 집으로 오고 속이 상할 때에도 이 집으로 와서 웃고 간다. 그런데 이 여인의 얼굴은 항상 구름이 끼이고 좋은 일을 보든지 즐거운 일을 당하든지 끝에는 반드시 휘 한숨을 쉬는 쌓이고 쌓인 설움의 원인을 알고 보면 누구라도 동정을 아니할 수 없다.

이 여인은
                        소년
                        노년
                     과부라 남편을 잃은 후로 애절복통을 하다가 다만 재미를 붙이고 낙(樂)을 삼는 것은 천행만행(千行萬行)으로 얻은 유복자 수남(壽男)이 있음이라. 하루 지나면 수남(壽男)이도 조금 크고 한 해 지나면 수남(壽男)이가 한 살이 는다. 겨울이면 추울까, 여름이면 더울까, 밤에 자다가도 곤히 자는 수남(壽男)의 투덕투덕한 볼기짝을 몇 번씩 뚜덕뚜덕하던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아들은 어느덧 나이 십륙 세에 이르러 사방에서 혼인하자는 말이 끊일 새 없었다.
                        수남(壽男)의 어머니는 새로이 며느리를 얻어 혼자 재미를 볼 것이며 남편도 없이 혼자 폐백 받을 생각을 하다가 자리 속에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러나 행여 이렇게 눈물을 흘려 귀중한 아들에게 사위스러울까 보아 할 수 있는 대로는 슬픔을 기쁨으로 돌려 생각하고 눈물을 웃음으로 이루려 하였다. 그래서 알뜰살뜰히 돈이며 패물 등속을 며느리 얻으면 주려고 모았다. 유일무이(唯一無二)의 아들을 장가들이는 데는 꺼리는 것도 많고 보는 것도 많았다. 그래 며느리 선을 시어머니가 보면 아들이 가난하게 산다고 하는 고로
                        수남(壽男) 어머니는 일체 중매에게 맡기고 궁합이 맞는 것으로만 혼인을 정하였다. 새 며느리를 얻고 아들과 며느리 사이에 옥 같은 손녀며 금 같은 손자를 보아 집안이 떠들썩하고 재미가 퍼부을 것을 날마다 상상하며 기다리던 며느리는 과연 오늘의 이 한숨을 쉬게 하는 원수이다. 열일곱에 시집온 후로 팔 년이 되도록 시어머니 저고리 하나도 꿰매어서 정다이 드려 보지 못한 철천지한을 시어머니 가슴에 안겨 준 이 며느리라.
                        수남(壽男)의 어머니는 본래 성품이 순하고 덕스러우므로 아무쪼록 이 며느리를 잘 가르치고 잘 만들려고 애도 무한히 쓰고 남 모르게 복장도 많이 쳤다. 이러면 나을까 저렇게 하면 사람이 될까 하여 혼자 궁구(窮究)도 많이 하고 타이르고 가르치기도 수없이 하였으나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일반이라. 바늘을 쥐어 주면 곧 졸고 앉았고, 밥을 하라면 죽은 쑤어 놓으나 거기다가 나이가 먹어 갈수록 마음만 엉뚱해 가는 것은 더구나 사람을 기가 막히게 한다. 이러하니 때로 속이 상하고 날로 기가 막히는
                        수남(壽男)의 어머니는 이 집에 올 때마다 이 집 며느리가 시어머니 저고리를 얌전히 하는 것을 보면
                        나는 이 며느리 손에 저렇게 저고리 하나도 얻어 입어 보지 못하나 하며 한숨이 나오고, 경희의 부지런한 것을 볼 때에
                        나는 왜 저런 민첩한 며느리를 얻지 못하였는가 하며 한숨을 쉬는 것은 자연한 인정이리라. 그러므로 이렇게 멀거니 앉아서 경희의 김치 담그는 양을 보며 또 떡장수가 한참 떠들고 간 뒤에 간단한 이 말을 하는 끝에 한숨을 쉬는 그 얼굴은 차마 볼 수가 없다. 머리를 숙이고 골몰히 칼질하던 경희는 이미 이 아주머니의 설움의 원인을 아는 터이라 그 한숨 소리가 들리자 온몸이 찌르르하도록 동정이 간다. 경희는 이 자극을 받는 동시에 이와 같이 조선 안에 여러 불행한 가정의 형편이 방금 제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힘있게 칼자루로 도마를 탁 치는 경희는 무슨 큰 결심이나 하는 것 같다. 경희는 굳게 맹세하였다. '
                        내가 가질 가정은 결코 그런 가정이 아니다. 나뿐 아니라 내 자손 내 친구 내 문인(門人)들이 만들 가정도 결코 이렇게 불행하게 하지 않는다. 오냐, 내가 꼭 한다.' 하였다. 경희는 껑충 뛴다. 안부엌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풀 쑤는 시월이를 따라간다.

"
                        얘, 나하고 하자. 부뚜막에 올라앉아서 풀 막대로 저으랴? 아궁이 앞에 앉아서 때랴? 어떤 것을 하였으면 좋겠니? 너 하라는 대로 할 터이니. 두 가지를 다 할 줄 안다." "아이구, 고만 두셔요, 더운데."

시월이는 더운데 혼자 풀을 저으면서 불을 때느라고 끙끙하던 중이다.

"아이구, 이년의 팔자." 한탄을 하며 눈을 멀거니 뜨고 밀짚을 끌어 때고 앉았던 때라, 작은아씨의 이 말 한마디는 더운 중에 바람 같고 괴로움에 웃음이다. 시월이는 속으로 '저녁 진지에는 작은아씨의 즐기시는 옥수수를 어디 가서 맛있는 것을 얻어다가 쪄서 드려야겠다.' 하였다. 마지 못하여, "그러면 불을 때셔요. 제가 풀을 저을 것이니……." "그래, 어려운 것은 오랫동안 졸업한 네가 해라."

경희는 불을 때고 시월이는 풀을 젓는다. 위에서는 푸푸, 부글부글하는 소리, 아래에서는 밀짚의 탁탁 튀는 소리, 마치 경희가 도쿄
                    음악 학교 연주회석에서 듣던 관현악 연주 소리 같기도 하다. 또 아궁이 저 속에서 밀짚 끝에 불이 댕기며 점점 불빛이 강하게 번지는 동시에 차차 아궁이까지 가까워지자 또 점점 불꽃이 약해져 가는 것은 마치 피아노 저 끝에서 이 끝까지 칠 때에 붕붕하던 것이 점점 땡땡하도록 되는 음률과 같아 보인다. 열심히 젓고 앉은 시월이는 이러한 재미스러운 것을 모르겠구나 하고 제 생각을 하다가 저는 조금이라도 이 묘한 미감(美感)을 느낄 줄 아는 것이 얼마큼 행복하다고도 생각하였다. 그러나 저보다 몇 십백 배 묘한 미감을 느끼는 자가 있으려니 생각할 때에 제 눈을 빼어 버리고도 싶고 제 머리를 뚜드려 바치고도 싶다. 뻘건 불꽃이 별안간 파란빛으로 변한다. 아, 이것도 사람인가, 밥이 아깝다 하였다. 경희는 부지중 "재미도 스럽다." 하였다.

"대체 작은아씨는 별것도 다 재미있다고 하십니다. 빨래하면 땟국물 흐르는 것도 재미있다고 하시고 마루 걸레질을 치시면 아직 안 친 한편 쪽 마루의 뿌연 것이 보기 재미있다 하시고, 마당을 쓸면 티끌 많아지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시고, 나중에는 무엇까지 재미있다고 하실는지, 뒷간에 구더기 끓는 것은 재미있지 않으셔요?"

경희는 속으로 '오냐, 물론 그것까지 재미있게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 눈은 언제나 그렇게 밝아지고 내 머리는 어느 때나 거기까지 발달될는지 불쌍하고 한심스럽다.' 하였다.

"
                        얘, 그런데 말끝이 나왔으니까 말이다, 빨래 언제 하니?" "왜요? 모레는 해야겠어요." "그러면 저녁때 늦지?" "아마 늦을걸요." "일찍 끝이 나더라도 개천에 게 살아라. 그러면 건넌방 아씨하고 저녁 해 놓을 터이니 늦게 돌아와서 잡수어라. 내 손으로 한 밥맛이 어떤가 보아라. 히히히."

시월이도 같이 웃는다.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인정스러운가 한다. '누가 나 먹으라고 단 참외나 주었으면, 저 작은아씨 갖다 드리게.' 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과연 시월이는 이렇게 고마운 소리를 들을 때마다 황송스러워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입이 있으나 어떻게 말할 줄도 모르고 다만 작은아씨가 잘 먹는 과실은 아는지라, 제게 돈이 있으면 사다가라도 드리고 싶으나 돈은 없으므로 사지는 못하되 틈틈이 어디 가서 옥수수며 살구는 곧잘 구해다가 드렸다. 이렇게 경희와 시월이 사이는 사이가 좋을 뿐 아니라 이번에 경희가 일본서 올 때에
                        시월의 자식
                    점동(點童)이에게는 큰댁 애기네들보다 더 좋은 장난감을 사다가 준 것은 뼈가 녹기 전까지는 잊을 수가 없다.

"
                        얘, 그런데 너와 일할 것이 꼭 하나 있다." "무엇이에요?" "글쎄 무엇이든지 내가 하자면 하겠니?" "아무렴요, 하지요!" "
                        너, 왜 그렇게 우물뚜덩을 더럽게 해 놓니. 도무지 더러워서 볼 수가 없다. 그러니 내일부터 설음질 뒤에는 꼭 날마나 나하고 우물뚜덩을 치우자. 너 혼자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겠니?" "네, 제가 혼자 날마다 치우지요." "아니 나하고 같이해……. 재미스럽게 하하하." "또 재미요? 하하하하."

부엌이 떠들썩하다. 안마루에서 들으시던
                        경희 어머니는 '또 웃음이 시작되었군.' 하신다.

"아이 무엇이 그리 우순지 그 애가 오면 밤낮
                        셋이 몰켜다니며 웃는 소리에 도무지 산란해 못 견디겠어요. 젊었을 때는 말똥 구르는 것이 다 우습다더니 그야말로 그런가 보아요."

수남 어머니에게 대하여 말을 한다.

"웃는 것밖에 좋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 댁에를 오면 산 것 같습니다."

수남 어머니는 또 휘…… 한숨을 쉰다. 마루에 혼자 떨어져 바느질하던 건넌방 색시는 웃음소리가 들리자 한 발에 신을 신고 한 발에 짚신을 끌며 부엌 문지방을 들어서며,

"무슨 이야기요? 나도……."

한다.

"
                        마누라, 주무시오?"

이철원(李鐵原)은 사랑에서 들어와 안방 문을 열고 경희와 김 부인 자는 모기장 속으로 들어선다. 김 부인은 깜짝 놀라 일어나 앉는다.

"왜 그러셔요, 어디가 편치 않으셔요?" "아니, 공연히 잠이 아니 와서……." "왜요?"

이때에 마루 벽에 걸린 자명종은 한 번을 땡 친다.

"드러누워서 곰곰 생각을 하다가 마누라하고 의논을 하러 들어왔소!" "무얼이오?" "
                        경희 혼인 일 말이오. 도무지 걱정이 되어 잠이 와야지." "
                        나

                            역시
                            역
                         그래요." "이번 혼처는 꼭 놓치지를 말고 해야지 그만한 곳 없소. 그 신랑 아버지되는 자하고 난 전부터 익숙히 아는 터이니까 다시 알아볼 것도 없고, 당자(當者)도 그만하면 쓰지 별아이 어디 있나. 장자이니까 그 많은 재산 다 상속될 터이고 또 경희는 그런 대갓집 맏며느릿감이지……." "글쎄, 나도 그만한 혼처가 없는 줄 알지마는 제가 그렇게 열 길이나 뛰고 싫다는 것을 어떻게 한단 말이오. 그렇게 싫다고 하는 것을 억제(抑制)로 보내었다가 나중에 불길한 일이나 있으면 자식이라도 그 원망을 어떻게 듣잔 말이오……." "아……니, 불길할 일이 있을 까닭이 있나. 인품이 그만하겠다, 추수를 수천 석 하겠다, 그만하면 고만이지 그러면 어떻게 하잔 말이요. 계집애가 열아홉 살이 적소?"

김 부인은 잠잠히 있다. 이철원(李鐵原)은 혀를 톡톡 차며 후회를 한다.

"
                        내가 잘못이지, 계집애를 일본까지 보내다니 계집애가 시집가기를 싫다니 그런 망측한 일이 어디 있어. 남이 알까 보아 무섭지. 벌써 적합한 혼처를 몇 군데를 놓쳤으니 어떻게 하잔 말이야. 아이……." "그러면 혼인을 언제로 하잔 말이오?" "
                        저만 대답하면 지금이라도 곧 하지. 오늘도 재촉 편지가 왔는데……. 이왕 계집애라도 그만치 가르쳐 놓았으니까 옛날처럼 부모끼리로 할 수는 없고 해서 벌써 사흘째 불러다가 타이르나 도무지 말을 들어먹어야지. 계집년이 되지 못한 고집은 왜 그리 시운지(센지) 신랑 삼촌은 기어이 조카며느리를 삼아야겠다고 몇 번을 그러는지 모르는데……." "그래 무엇이라고 대답하셨소?" "글쎄, 남이 부끄럽게 계집애더러 물어 본다나 무엇이라나. 그러지 않아도 큰 계집애를 일본까지 보냈느니 어떠니 하고 욕들을 하는데. 그래서 생각해 본다고 했지." "그러면 거기서는 기다리겠소, 그래?" "암, 그게 벌써 올 정월부터 말이 있던 것인데 동넷집 시악시 믿고 장가 못 간다더니……." "아이, 그러면 속히 좌우간 결정을 내야겠는데 어떻게 하나. 저는 기어이 하던 공부를 마치기 전에는 죽어도 시집은 아니 가겠다 하는데. 그리고 더구나 그런 부잣집에 가서 치맛자락 늘이고 싶은 마음은 꿈에도 없다고 한다오. 그래서
                            제 동생 시집갈 때도 제 것으로 해 놓은 고운 옷은 모두 주었습니다. 비단치마 속에 근심과 설움이 있느니라고 한다오. 그 말도 옳긴 옳아."

김 부인은 자기도 남부럽지 않게 이제껏 부귀하게 살아왔으나
                        자기 남편이 젊었을 때 방탕하여서 속이 상하던 일과 철원(鐵原)
                    군수(郡守)로 갔을 때도 첩이 두셋씩 되어 남몰래 속이 썩던 생각을 하고 경희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말은 아니하나 속으로 딴은
                        네 말이 옳다 한 적이 많았다.

"아이 아니꼬운 년, 그러기에 계집애를 가르치면 건방져서 못 쓴다는 말이야……. 아직 철을 몰라서 그렇지……. 글쎄 그것도 그렇지 않소. 오죽한 집에서 혼인을 거꾸로 한단 말이오. 오죽 형이 못나야 아우가 먼저 시집을 가더란 말이오. 김 판사 집도
                            우리 집 내용을 다 아는 터이니까 혼인도 하자지 누가 거꾸로 혼인한 집 시악시를 데려가려겠소. 아니, 이번에는 꼭 해야지……."

부인의 말을 들으며 그럴듯하게 생각하던 이철원(李鐵原)은 이 거꾸로 혼인한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작히 졸여진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이번 김 판사집 혼처를 놓치면 다시는 그런 문벌 있고 재산 있는 혼처를 얻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두말할 것 없이 이번 혼인은 강제로라도 시킬 결심이 일어난다. 이철원(李鐵原)은 벌떡 일어선다.

"
                        계집애가 공부는 그렇게 해서 무엇해? 그만치 알았으면 그만이지. 일본은 누가 또 보내기는 하구? 이번에는 무관(無關)내지. 기어이 그 혼처하고 해야지. 내일 또 한번 불러다가 아니 듣거든 또 물을 것 없이 곧 해 버려야지……."

노기(怒氣)가 가득하다. 김 부인은 "그렇게 하시오."라든지, "마시오."라든지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다만 시름없이 자기가 풍병(風病)풍병으로 누울 때마다 경희를 시집보내기 전에 돌아갈까 보아 아슬아슬하던 생각을 하며,

"딴은 하나 남은 경희를 마저 내 생전에 시집을 보내 놓아야 내가 죽어도 눈을 감겠는데."

할 뿐이다.

이철원(李鐵原)은 일어서다가 다시 앉으며 나직한 소리로 묻는다.

"그런데 일본 보내서 버리지는 않은 모양이오?" "아니오. 그전보다 더 부지런해졌어요. 아침이면 제일 먼저 일어납니다. 그래서 마루 걸레질이며 마당이며 멀겋게 치워 놓지요. 그뿐인가요. 떡하면 떡방아 다 찧도록 체질해 주기……. 그러게 시월이는 좋아서 죽겠다지요……."

김 부인은 과연 경희가 일하는 것을 볼 때마다 큰 안심을 점점 찾았다. 그것은 경희를 일본 보낸 후로는 남들이 비난할 때마다 입으로는 말을 아니하나 항상 마음으로 염려되는 것은 경희가 만일에 일본까지 공부를 갔다고 난 체를 한다든지 공부한 위세로 사내같이 앉아서 먹자든지 하면 그 꼴을 어떻게 남이 부끄러워 보잔 말인고 하고 미상불 걱정이 된 것은 어머니된 자의 딸을 사랑하는 자연한 정(情)이라. 경희가 일본서 오던 그 이튿날부터 앞치마를 치고 부엌으로 들어갈 때 오래간만에 쉬러 온 딸이라 말리기는 하였으나 속으로는 큰 숨을 쉴 만치 안심을 얻은 것이다.

경희 가족은 누구나 다 아는 바와 같이 경희의 마루 걸레질, 다락, 벽장 치움새는 전부터 유명하였다. 그래서 경희가 서울 학교에 있을 때 일 년에 세 번씩 휴가에 오면 으레 다락 벽장이 속속까지 목욕을 하게 되었다. 또 김 부인의 마음에도 경희가 치우지 않으면 아니 맞도록 되었다. 그래서 다락이 지저분하다든지 벽장이 어수선하게 되면 벌써 경희가 올 날이 며칠 아니 남은 것을 안다. 그리고 경희가 집에 온 그 이튿날은 경희를 보러 오는 사촌 형님들이며 할머니, 큰어머니는 한 번씩 열어 보고 "다락 벽장이 분(粉)을 발랐고나." 하시고 "깨끗하기도 하다." 하시며 칭찬을 하시었다. 이것이 경희가 집에 가는 그 전날 밤부터 기뻐하는 것이고 경희가 집에 온 제일의 표적이었다.

김 부인은 이번에 경희가 일본서 오면 연년(年年) 세 번씩 목욕을 시켜 주던 다락 벽장도 치워 주지 아니할 줄만 알았다. 그러나 경희는 여전히 집에 도착하면서 부모님에게 인사 여쭙고는 첫 번으로 다락 벽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 이튿날 종일 치웠다.

그런데 이번 경희의 소제(掃除) 방법은 전과는 전혀 다르다. 전에 경희의 소제 방법은 기계적이었다. 동쪽에 놓았던 제기며 서쪽 벽에 걸린 표주박을 쓸고 문질러서는 그 놓았던 자리에 그대로 놓을 줄만 알았다. 그래서 있던 거미줄만 없고 쌓였던 먼지만 털면 이것이 소제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번 소제 방법은 다르다. 건조적(建造的)이고 응용적이다. 가정학에서 배운 질서, 위생학에서 배운 정리, 또 도화(圖畵) 시간에 배운 색과 색의 조화, 음악 시간에 배운 장단의 음률을 이용하여, 지금까지의 위치를 전혀 뜯어고치게 된다. 자기(磁器)를 도기(陶器) 옆에다도 놓아 보고 칠첩 반상을 칠기漆器에도 담아 본다. 주발 밑에는 주발보다 큰 사발을 받쳐도 본다. 흰 은쟁반 위로 노르스름한 전골 방아치도 늘어 본다. 큰 항아리 다음에는 병(甁)을 놓는다. 그리고 전에는 컴컴한 다락 속에서 먼지 냄새에 눈살도 찌푸렸을 뿐 아니라 종일 땀을 흘리고 소제하는 것은 가족에게 들을 칭찬의 보수를 받으려 함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것도 다르다. 경희는 컴컴한 속에서 제 몸이 이리저리 운동케 하는 것이 여간 재미스럽게 생각지 않았다. 일부러 빗자루를 놓고 쥐똥을 집어 냄새도 맡아 보았다. 그리고 경희가 종일 일하는 것은 아무 바라는 보수도 없었다. 다만 제가 저 할 일을 하는 것밖에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경희의 일동일정(一動一靜)의 내막에는 자각이 생기고 의식적으로 되는 동시에 외형으로 활동할 일은 때로 많아진다. 그래서 경희는 할 일이 많다. 만일 경희의 친한 동무가 있어서 경희의 할 일 중에 하나라도 해 준다면 비록 그 물건이 경희의 손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경희의 것이 아니라 동무의 것이다. 이러므로 경희가 좋은 것을 갖고 싶고 남보다 많이 갖고 싶을진대 경희의 힘으로 능히 할 만한 일은 행여나 털끝만한 일이라도 남더러 해 달라고 할 것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남에게 빼앗길 것이 아니다. 아아, 다행이다.
                    경희의 넓적다리에는 살이 쪘고 팔뚝은 굵다. 경희는 이 살이 다 빠져서 걸을 수가 없을 때까지 팔뚝의 힘이 없어 늘어질 때까지 할 일이 무한이다. 경희가 가질 물건도 무수하다. 그러므로 낮잠을 한 번 자고 나면 그 시간 자리가 완연히 턱이 난다. 종일 일을 하고 나면 경희는 반드시 조금씩 자라난다. 경희의 갖는 것은 하나씩 늘어간다. 경희는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얻기 위하여 자라 갈 욕심으로 제 힘껏 일을 한다.

이철원(李鐵原)도
                        자기 딸이 일하는 것을 날마다 본다. 또 속으로 기특하게도 여긴다. 그러나 이렇게
                        자기 부인에게 물어 본 것은 이철원(李鐵原)도 역시 김 부인과 같이 경희를
                        자기 아들의 권고에 못 이겨 일본까지 보내었으나 항상 버릴까 보아 염려되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오늘 저녁에 부부가 앉아서 혼처에 대한 걱정이라든지 그 애 버릴까 보아 염려하던 것을 안심하는 부모의 애정은 그 두 얼굴에 띠운 웃음 속에 가득하다. 아무러한 지우(知友)며 형제며 효자인들 어찌 이 부모가 염려하시는 염려, 기뻐하시는 참기쁨 같으리오.
                    이철원(李鐵原)은 혼인하자고 할 곳이 없을까 보아 바짝 졸였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러나 마루로 내려서며 마른기침 한 번을 하며 "내일은 세상 없어도 하여야지." 하는 결심의 말은 누구의 명령을 가지고라도 깨뜨릴 수 없을 것같이 보인다.

새벽닭이 새날을 고한다. 까맣던 밤이 백색으로 활짝 열린다. 동창(東窓)의 장지 한 편이 차차 밝아 오며 모기장 한 끝으로부터 점점 연두색을 물들인다. 곤히 자던 경희의 눈은 뜨였다. 경희는 또 오늘 종일의 제 일을 시작할 기쁨에 취하여 벌떡 일어나서 방을 나선다.

때는 정히 오정이라 안마루에서는 점심상이 벌어졌다. 경희는 사랑에서 들어온다. 시월이며 건넌방 형님은 간절히 점심 먹기를 권하나 들은 체도 아니하고 골방으로 들어서며 사방 방문을 꼭꼭 닫는다. 경희는 흑흑 느껴 운다. 방바닥에 엎드리기도 하다가 일어 앉기도 하고 또 일어나서 벽에다 머리를 부딪힌다. 기둥을 불끈 안고 핑핑 돈다. 경희는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맨다. 경희의 조그마한 가슴은 불같이 타 온다. 걸린 수건자락으로 눈물을 씻으며 이따금 하는 말은 "아이구, 어찌하나……." 할 뿐이다. 그리고 이 집에 있으면 밥이 없어지고 옷이 없어질 터이니까 나를 어서 다른 집으로 쫓으려나 보다 하는 원망도 생긴다. 마치 이 넓고 넓은 세상 위에 제 조그마한 몸을 둘 곳이 없는 것같이도 생각난다. 이런 쓸데없고 주체스러운 것이 왜 생겨났나 할 때마다 그쳤던 눈물은 다시 비오듯 쏟아진다. 누가 와서 만일 말린다 하면 그 사람하고 싸움도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의 머리를 한번에 잡아 뽑을 것도 같고, 그 사람의 얼굴에서 피가 냇물과 같이 흐르도록 박박 할퀴고 쥐어뜯을 것도 같다. 이렇게 사방 창이 꼭꼭 닫힌 조그마한 어둠침침한 골방 속에서 이리 부딪고 저리 부딪는 경희의 운명은 어떠한가!

경희의 앞에는 지금 두 길이 있다. 그 길은 희미하지도 않고 또렷한 두 길이다. 한 길은 쌀이 곳간에 쌓이고 돈이 많고 귀염도 받고 사랑도 받고 밟기도 쉬운 황토(黃土)요, 가기도 쉽고 찾기도 어렵지 않은 탄탄대로이다. 그러나 한 길에는 제 팔이 아프도록 보리 방아를 찧어야 겨우 얻어먹게 되고 종일 땀을 흘리고 남의 일을 해 주어야 겨우 몇 푼 돈이라도 얻어 보게 된다. 이르는 곳마다 천대뿐이요, 사랑의 맛은 꿈에도 맛보지 못할 터이다. 발부리에서 피가 흐르도록 험한 돌을 밟아야 한다. 그 길은 뚝 떨어지는 절벽도 있고 날카로운 산정(山頂)도 있다. 물도 건너야 하고 언덕도 넘어야 하고 수없이 꼬부라진 길이요, 갈수록 험하고 찾기 어려운 길이다. 경희의 앞에 있는 이 두 길 중에 하나를 오늘 택해야만 하고 지금 꼭 정해야 한다. 오늘 택한 이상에는 내일 바꿀 수 없다. 지금 정한 마음이 이따가 급변할 리도 만무하다. 아아, 경희의 발은 이 두 길 중에 어느 길에 내놓아야 할까. 이것은 교사가 가르칠 것도 아니고 친구가 있어서 충고한대도 쓸데없다. 경희
                    제 몸이 저 갈 길을 택해야만 그것이 오래 유지할 것이고 제정신으로 한 것이라야 변경이 없을 터이다. 경희는 또 한번 머리를 부딪고 "아이구, 어찌하면 좋은가!" 한다.

경희도 여자다. 더구나 조선 사회에서 살아온 여자다. 조선 가정의 인습에 파묻힌 여자다. 여자란 온량유순溫良柔順해야만 쓴다는 사회의 면목(面目)이고 여자의 생명은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가정의 교육이다. 일어서려면 압박하려는 주위(周圍)요, 움직이면 사방에서 들어오는 욕이다. 다정하게, 손 붙잡고 충고 주는 동무의 말은 열 사람 한 입같이 "편하게 전(前)과 같이 살다가 죽읍시다." 함이다. 경희의 눈으로는 비단옷도 보고 경희의 입으로는 약식 전골도 먹었다. 아아 경희는 어느 길을 택하여야 당연한가? 어떻게 살아야만 좋은가? 마치 길가에 탄평으로 몸을 늘여 기어가던 뱀의 꽁지를 지팡이 끝으로 조금 건드리면 늘어졌던 몸이 바짝 오그라지며 눈방울이 대룩대룩하고 뾰족한 혀를 독기 있게 자주 내미는 모양같이 이러한 생각을 할 때마다 경희의 몸에 매달린 두 팔이며 늘어진 두 다리가 바짝 가슴속으로 뱃속으로 오그라들어 온다. 마치 어느 장난감 상점에 놓은 대가리와 몸뚱이뿐인 장난감같이 된다. 그리고 십삼 관(貫)의 체중이 급자기 백지 한 장만치 되어 바람에 날리는 것 같다. 또 머리 속은 저도 알 만치 띵하고 서늘해진다. 눈도 깜짝거릴 줄 모르고 벽에 구멍이라도 뚫을 것 같다. 등에는 땀이 흠뻑 고이고 사지는 죽은 사람과 같이 차디차다.

"아이구, 어찌하면 좋은가."

경희는 벙어리가 된 것 같다. 아무 말도 할 줄 모르고 꼭 한 마디 할 줄 아는 말은 이 말뿐이다.

경희는 제 몸을 만져 본다. 왼편 손목을 바른편 손으로, 바른편 손목을 왼편 손으로 쥐어 본다. 머리를 흔들어도 본다. 크지도 않고 조그마한 이 몸……. 이 몸을 어떻게 서야 할까. 이 몸을 어디로 향하여야 좋은가…….
                    경희는 다시 제 몸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훑어본다. 이 몸에 비단 치마를 늘이고 이 머리에 비취옥잠(翡翠玉簪)을 꽂아 볼까. 대가댁 맏며느리 얼마나 위엄스러울까. 새아기 새색시 놀음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시부모의 사랑인들 얼마나 많을까. 지금 이렇게 천둥이던 몸이 부모님에게 얼마나 귀염을 받을까. 친척인들 오죽 부러워하고 우러러볼까. 잘못하였다. 아아 잘못하였다. 왜, 아버지가 "정하자." 하실 때에 "네." 하지를 못하고 "안 돼요." 했나. 아아 왜 그랬나.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대답을 하였나! 그런 부귀를 왜 싫다고 했나. 그런 자리를 놓치면 나중에 어찌하잔 말인가. 아버지 말씀과 같이 고생을 몰라 그런가 보다. 철이 아니 나서 그런가 보다. "나중에 후회하리라." 하시더니 벌써 후회막급인가 보다. 아아 어찌하나. 때가 더 되기 전에 지금 사랑에 나가서 아버지 앞에 자복할까 보다. "
                            제가 잘못 생각하였습니다."고. 그렇게 할까? 아니다. 그렇게 할 터이다. 그것이 적당한 길이다. 그리고 귀찮은 공부도 고만둘 터이다. 가지 마라시는 일본도 또다시 아니 가겠다. 이 길인가 보다. 이 길이 밟을 길인가 보다. 아, 그렇게 정하자. 그러나…….

"아이구, 어찌하면 좋은가……."

경희의 눈은 말똥말똥하다. 전신이 천근만근이나 되도록 무거워졌다. 머리 위에는 큰 동철(銅鐵) 투구를 들씌운 것같이 무겁다. 오그라졌던 두 팔 두 다리는 어느덧 나와서 척 늘어졌다. 도로 전신이 오그라진다. 어찌하려고 그런 대담스러운 대답을 하였나 하고. 아버지가 "계집애라는 것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시부모 섬기고 남편을 공경하면 그만이니라." 하실 때에 "그것은 옛날 말이에요. 지금은 계집애도 사람이라 해요, 사람인 이상에는 못할 것이 없다고 해요, 사내와 같이 돈도 벌 수 있고, 사내와 같이 벼슬도 할 수 있어요. 사내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는 세상이에요." 하던 생각을 하며, 아버지가 담뱃대를 드시고 "뭐 어쩌고 어째, 네까짓 계집애가 하길 무얼 해. 일본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아니하고 귀한 돈 없애고 그까짓 엉뚱한 소리만 배워 가지고 왔어?" 하시던 무서운 눈을 생각하며 몸을 흠찔한다.

과연 그렇다. 나 같은 것이 무얼 하나. 남들이 하는 말을 흉내내는 것이 아닌가. 아아 과연 사람 노릇 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남자와 같이 모든 것을 하는 여자는 평범한 여자가 아닐 터이다. 사천 년래의 습관을 깨뜨리고 나서는 여자는 웬만한 학문, 여간한 천재가 아니고서는 될 수 없다. 나폴레옹 시대에 파리의 전 인심을 움직이게 하던 스타엘 부인과 같은 미묘한 이해력, 요설(饒舌)한 웅변(雄辯), 그런 기재(機才)한 사회적 인물이 아니고서는 될 수 없다. 살아서 오를레앙을 구하고 사(死)함에 프랑스를 구해 낸 잔다르크 같은 백절불굴의 용진(勇進) 희생이 아니고서는 될 수 없다. 달필(達筆)의 논문가(論文家), 명쾌한 경제서(經濟書)의 저자로 이름을 날린 영국
                        여권론의 용장(勇將) 포드 부인과 같은 어론(語論)에 정경(精勁)하고 의지가 강고한 자가 아니고서는 될 수 없다. 아아 이렇게 쉽지 못하다. 이만한 실력, 이러한 희생이 들어야만 되는 것이다.

경희가 이제껏 배웠다는 학문을 톡톡 털어 보아도 그것은 깜짝 놀랄 만치 아무것도 없다. 남이 제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나 참으로 좋아할 줄을 모르고 진정으로 웃어 줄 줄을 모르는 백치 같은 감각을 가졌다. 한마디 대답을 하려면 얼굴이 벌개지고 어서(語序)를 찾을 줄 모르는 둔설(鈍舌)을 가졌다. 조금 괴로우면 싫어, 조금 맞기만 하여도 통곡을 하는 못된 억병(臆病)이 있다. 이 사람이 이러는 대로 저 사람이 저러는 대로, 동풍 부는 대로 서풍 부는 대로 쓸리고 따라가도 고칠 수 없이 쇠약한 의지가 들어앉았다. 이것이 사람인가. 이것을 가진 위인이 사람 노릇을 하잔 말인가. 이까짓 남들 다 하는 것쯤의 학문으로, 남들도 지을 줄 아는 삼시 밥 먹을 때 오른손에 숟가락 잡을 줄 아는 것쯤으로는 벌써 틀렸다. 어림도 없는 허영심이다. 만일 고금(古今) 사업가의 각 부인들이 알면 코웃음을 칠 터이다. 정말 엉뚱한 소리다. "아이구, 어찌하면 좋은가……"

여기까지 제 몸을 반성한 경희의 생각에는 저를 맏며느리로 데려가려는 김 판사집도 딱하다. 또 저 같은 천치가 그런 부귀한 댁에서 데려가려면 고개를 숙이고 네네, 소녀를 바치며 얼른 가야 할 것이 당연한 일인데 싫다고 하는 것은 제가 생각하여도 괘씸한 일이다. 그리고 아버지며 어머니며 그 외 여러 친척 할머니
                    아주머니가 저를 볼 때마다 시집 못 보낼까 보아 걱정들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도 같다.

경희는 이제까지 비녀 쪽진 부인들을 보면 매우 불쌍히 생각하였다. '
                        저것이 무엇을 알고 저렇게 어른이 되었나. 남편에 대한 사랑도 모르고 기계같이 본능적으로만 저렇게 금수와 같이 살아가는구나. 자식을 귀애(貴愛)하는 것은 밥이나 많이 먹이고 고기나 많이 먹일 줄만 알았지 좋은 학문을 가르칠 줄은 모르는구나. 저것도 사람인가?' 하는 교만한 눈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웬일인지 오늘은 그 부인네들이 모두 장하게 보인다. 설거지하는 시월이 머리에도 비녀가 꽂힌 것이 저보다 훨씬 나은 것도 같이 보인다. 담 사이로 농민의 자식들의 우는소리가 들리는 것도 저보다 훨씬 나은 딴 세상 같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저는 저 같은 어른이 될 수 없을 것 같고 제 몸으로는 저와 같은 아이를 낳을 수가 없는 것 같다. '
                        저와 같이 이렇게 가기 어려운 시집을 어쩌면 그렇게들 많이 갔고 저와 같이 이렇게 어렵게 자식의 교육을 이리저리 궁구하는 것을 저렇게 쉽게 잘들 살아가누.' 생각을 한즉,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 부인들은 자기보다 몇 십 배 낫다.

'어떻게 저렇게들 쉽게 비녀로 쪽지게 되었나? 어쩌면 저렇게 자식들을 많이 낳아 가지고 구순히들 잘사누. 참 장하다.'

경희는 생각할수록 그네들이 장하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도 시집가기가 어려운 것이 도무지 이상스럽다. '
                        그 부인네들이 장한가? 내가 장한가? 이 부인네들이 사람일까? 내가 사람일까?' 이 모순이 경희의 깊은 잠을 깨우는 큰 번민이다. '그러면 어찌하여야 장한 사람이 되나?' 하는 것이 경희의 머리가 무거워지는 고통이다.

"아이구, 어찌하나.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을까……."

한마디가 늘었다. 동시에 경희의 머리끝이 우쩍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경희의 뻔뻔한 얼굴, 넓적한 입, 길쭉한 사지의 형상이 모두 스러지고 조그마한 밀짚 끝에 깜박깜박하는 불꽃같은 무엇이 바람에 떠 있는 것 같다. 방만은 후끈후끈하다. 부지중에 사방 창을 열어젖혔다.

뜨거운 강한 광선이 별안간에 왈칵 대드는 것은 편싸움꾼의 양편이 육모방망이를 들고 "자……." 하며 대드는 것같이 깜짝 놀랄 만치 강하게 쪼여 들어온다. 오색이 혼잡한 백일홍 활년화 위로는 연락부절(連絡不絶)히 호랑나비 노랑나비가 오고가고한다. 배나무 위의 까치 보금자리에는 까만 새끼 대가리가 들락날락하며, 어미 까마귀가 먹을 것을 가지고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댑싸리 그늘 밑에는 탑실개가 쓰러져 쿨쿨 자고 있다. 그 배는 불룩하다. 울타리 밑으로 굼벵이 잡으러 다니는 어미 닭의 뒤로는 대여섯 마리의 병아리가 줄줄 따라간다. 경희는 얼빠진 것같이 멀거니 앉아서 보다가 몸을 일부러 움직이었다.

저것! 저것은 개다. 저것은 꽃이고 저것은 닭이다. 저것은 배나무다. 그리고 저기 매달린 것은 배다. 저 하늘에 뜬 것은 까치다. 저것은 항아리고 저것은 절구다.

이렇게 경희는 눈에 보이는 대로 그 명칭을 불러 본다. 옆에 놓인 머릿장도 만져 본다. 그 위에 개어서 얹은 명주 이불도 쓰다듬어 본다. "그러면 내 명칭은 무엇인가? 사람이지! 꼭 사람이다."

경희는 벽에 걸린 체경(體鏡)에 제 몸을 비추어 본다. 입도 벌려 보고 눈도 끔쩍여 본다. 팔도 들어 보고 다리도 내어놓아 본다. 분명히 사람 모양이다. 그리고 드러누운 탑실개와 굼벵이 찍으러 다니는 닭과 또 까마귀와 저를 비교해 본다. 저것들은 금수, 즉 하등 동물이라고 동물학에서 배웠다. 그러나 저와 같이 옷을 입고 말을 하고 걸어다니고 손으로 일하는 것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라고 배웠다. 그러면 저도 이런 귀한 사람이다.

아아, 대답 잘했다.
                    아버지가 "그리로 시집가면 좋은 옷에 생전 배불리 먹다 죽지 않겠니?" 하실 때에 그 무서운 아버지 앞에서 평생 처음으로 벌벌 떨며 대답하였다. "
                        아버지
                        안자(顔子)의 말씀에도 일단식(一單食)과 일표음(一瓢飮)에 낙역재기중(樂亦在基중)이라는 말씀이 없습니까? 먹고만 살다 죽으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금수(禽獸)이지요. 보리밥이라도 제 노력으로 제 밥을 제가 먹는 것이 사람인 줄 압니다. 조상이 벌어 놓은 밥 그것을 그대로 받은 남편의 그 밥을 또 그대로 얻어먹고 있는 것은
                            우리 집 개나 일반이지요." 하였다. 그렇다. 먹고 죽으면 그것은 하등 동물이다. 더구나 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조상의 재물을 받아 가지고 제가 만들기는 둘째 쳐 놓고 받은 것도 쓸 줄 몰라 술이나 기생에게 쓸데없이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금수와 같이 배 뚜드리다가 죽는 부자들의 가정에는 별별 비참한 일이 많다. 태(殆: 거의)태히 금수와 구별을 할 수도 없는 일이 많다. 그런 자는 사람의 가죽을 잠깐 빌려다가 쓴 것이지 조금도 사람이 아니다. 저 댑싸리 그늘 밑에 드러누우려 하여도 개가 비웃고 그 자리가 아깝다고 할 터이다.

그렇다. 괴로움이 지나면 낙이 있고 울음이 다하면 웃음이 오고 하는 것이 금수와 다른 사람이다. 금수가 능치 못하는 생각을 하고 창조는 해 내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이 번 쌀, 사람이 먹고 남은 밥찌꺼기를 바라고 있는 금수, 주면 좋다는 금수와 다른 사람은 제 힘으로 찾고 제 실력으로 얻는다. 이것은 조금도 모순이 없는 사람과 금수와의 차별이다. 조금도 의심 없는 진리이다.

경희도 사람이다. 그 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 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이철원(李鐵原)

                            김 부인의 딸보다 먼저
                            하나님의 딸이다. 여하튼 두말할 것 없이 사람의 형상이다. 그 형상은 잠깐 들씌운 가죽뿐 아니라 내장의 구조도 확실히 금수가 아니라 사람이다.

오냐, 사람이다.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험한 길을 찾지 않으면 누구더러 찾으라 하리! 산정(山頂)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것도 사람이 할 것이다. 오냐, 이 팔은 무엇하자는 팔이고 이 다리는 어디 쓰자는 다리냐?

경희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두 다리로 껑충 뛰었다.

빤빤한 햇빛이 스르르 누그러진다. 남치맛빛 같은 하늘빛이 유연히 떠오른 검은 구름에 가리운다. 남풍이 곱게 살살 불어 들어온다. 그 바람에는 화분(花粉)과 향기가 싸여 들어온다. 눈앞에 번개가 번쩍번쩍하고 어깨 위로 우레 소리가 우루루루한다. 조금 있으면 여름 소나기가 쏟아질 터이다.

경희의 정신은 황홀하다. 경희의 키는 별안간 이(飴: 엿) 늘어지듯이 부쩍 늘어진 것 같다. 그리고 목(目)은 전 얼굴을 가리우는 것 같다. 그대로 푹 엎드리어 합장으로 기도를 올린다.

하나님!
                            하나님의 딸이 여기 있습니다. 아버지! 내 생명은 많은 축복을 가졌습니다.

보십쇼! 내 눈과 내 귀는 이렇게 활동하지 않습니까?

하나님! 내게 무한한 광영(光榮)과 힘을 내려 주십쇼.

내게 있는 힘을 다 하여 일하오리다.

상을 주시든지 벌을 내리시든지 마음대로 부리시옵소서.

===== 07_Na Hye-seok_To the Revived Granddaughter =====

아 손녀야, 기특하다. 그렇게 몹시 앓던 병이 다 나았구나. 인제는 바로 머리도 곱게 빗고 옷도 얌전히 입고 책상 앞에 앉았구나.
                    할멈은 견딜 수 없이 좋았었다. 그래서 네 등을 뚜뚜 뚜드리며 그렇게 기뻐한다. 오냐, 어서 커라.
                    네 그 호리호리한 허리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오냐 어서 뜯어라.
                    네 그 꼬챙이 같은 소리로 바이올린을, 아아 내 몸이 선녀가 된 것 같다. 내 앞에 천사가 시종 드는 것 같다. 갖은 찬란한 호접이 날아드는 것 같다. 각색 향기로운 꽃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나는 차마 애처로워 볼 수 없는 네 그 바르르 떨고 힘에 겨워 애써서 치는 것이 왜 그리 기쁘고 좋은지 모르겠다. 손녀야 기특하다. 네가 발 한 자국 옮겨 놓는 것만 보아도 할멈의 마음속에 기쁨이 끓어 나온다. 네가 이전과 같이 힘들지 않게 말 한 마디하는 것만 보아도 할멈은 더할 수 없는 기쁨을 깨닫는다.

손녀야 사위스러운 말이다마는 만일 네가 그대로 죽었더라면 어찌할 뻔했을까. 지금 생각만 해도 몸이 으쓱해지고 마음이 간질간질해 온다. 참 아슬아슬하였다. 이 아무 데도 의지할 곳없는 너만 믿고 살던 할멈은 어디다 의탁을 하고 누구를 믿고 살아가랴. 어멈찾으며 산지사방으로 울고 다니는 어린 자식들 을 참혹하고 눈물이 나서 어찌보았으랴. 참 행운이었다. 네가 회생하여 오늘
                    나 에게 이런 견딜 수 없는 기쁨을줄 줄이야 어찌 감히 바랐으랴. 할멈 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오직 하나님앞에 감사를 드린다.

지금 다시 회사(回思)하니 소름이 찍찍 끼친다. 너는 금지옥엽 같이 귀엽게 자라났다. 기침 한 번만 하여도 패독산을 달린다, 눈만 힘없이 떠도 인삼 녹용을 먹인다 하던 너이었다. 그렇게 자라난 네가 남의 집 위층 좁은 방에 아무도 들여다보아 주지 않고 그렇게 병이 위중하도록 약 한 모금 먹지 못하고 그렇게 핼쑥한 얼굴로 머리가 뒤범벅이 되어서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눈꺼풀이 푹 꺼져서 드러누웠었다. 도무지 몰랐던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서 이 형상을 처음 당하여 얼마나 놀랐으랴. 나는 뜻 없이 슬픔이 끓어 나와서 이불 속에 든 네 손을 꺼내어 잡고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제서야 너는 겨우 눈을 힘없이 뜨고 "이게 웬일이오, 아이고 죽겠소." 힘없이 겨우 이 말만 하고 도로 눈을 감았다. 나는 그때에 마치 찬물을 내 등에 들어붓는 것 같았었다. 그러더니 너는 다시 일어나서 구역질을 하고 끈적끈적한 가래침을 뱉으려고 씩씩 애를 무한히 썼다. 내 눈살은 저절로 찌푸려졌고 내 몸은 바싹 오그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금방 네 입에서 나올 침이 벌건 피면 어찌하나 하여 내 마음이 바싹바싹 조였다. 그러나 네 병은 폐병이 아니고 위병이므로 허연 침이 나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에 왜 그리 금할 수 없이 흑흑 느껴 울었었는지.

나는 네 병이 다 나은 지금이라도 차마 또 내 입에 되풀이할 용기가 아니 나왔다. 그것은 내가 전에 극히 사랑하던 친구 하나가 폐병으로 피를 뱉고 기침을 한번 시작하면 온몸이 불덩이같이 열이 일어나 숨이 차서 애를 쓰는 것을 목도한 적이 있었으므로 그날 네가 애쓰는 형상에 우연한 자극을 받아 1년 전 일을 회사하는 동시에 그렇게 눈물이 흘렀었다. 그 사람은 그 병으로 인하여 죽었다. 그래서 추도회도 하고 1년제까지 지냈다. 내가 주야로 마음이 아파서 애를 쓰고 가슴을 치며 후회한 것은 '
                        내가 왜 그 친구를 위하여 내 공부를 폐지하고 철야하여 간호를 못하였던구.' 함이었었다. '
                        내 정성을 다하여 그 친구에게 위안을 주었더라면 그는 결코 죽지 않았으리라.' 함이었었다. 내가 곤히 자다가도 깜짝 놀라 깨이면 먼저 내 뇌를 때리며 내 살을 찌르는 것은 내게 이러한 유한(遺恨)이 있음이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벌써 나와는 딴 세계 사람이라. 내가 아무리 안아 보고 싶어도 안을 수도 없고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도 없다. 그래서 내가 눈물을 씻고 "오냐, 걱정 마라. 내가 있다." 할 때에는 나는 내 마음에 후회, 유한, 원애(怨哀)의 중적(重積)을 너로 인하여 풀어 보려 함이었고 내 몸에 품고 있는 정력과 성심을 네게 바쳐 보려는 열정이 끓어 나옴이었다. 네 손을 내가 만질 수 있고 네 몸을 내 가슴에 안을 때에 나는 미칠 듯이 기뻤었다. 그러므로 네 병이 낫고 아니 낫는 데 따라 내가 살고 죽는 운명의 길이 매달린 것 같았다. 불행히 네가 그 병으로 죽었더라면 나는 어젯밤과 같이 단잠도 못 이루었을 것이요, 오늘 조반을 맛있게도 못 먹었을 터이다. 나는 정신 착란이 되고 뇌빈혈이 되어 졸도하였을 터이다. 아아 행운이다. 네 병이 전쾌(全快)되고 내가 다시 살아난다. 나는 입이 찢어지도록 웃음이 나오고 어깨가 떨어지도록 춤이 나온다. 나는 또다시 무릎을 꿇어 하나님께 감사를 올리련다.

너는 세 살 적에 어머니를 잃었다고? 그래서 할머니가 너를 길러 내셨다고? 네가 종두로 앓을 때, 네가 열병에 걸려 죽어 갈 때 할머니가 울기도 많이 하시고 밤도 많이 새셨다고. 그러므로 너는 "우리 할머니의 은혜가 태산 같소." 하며 네 눈에 눈물이 글썽렁글썰렁해졌다. 다시 내 손목을 쥐며 "
                        당신은 내
                        할머니요, 내가 이번에 살아난 것이 전혀 할머니의 정성이오." 하였다. 나는 이 순간에 정신이 황홀해지고 무어라 대답을 주저하였다. 나는 묵념과 정사(情思)에 빠져 자연히 아무 말이 아니 나오고 감사한 호흡은 좁은 흉곽 안에 반선(蟠旋)하여 썩썩 숨소리만 내 귀에 우레 소리와 같이 들렸다. 오냐 네가 주는 할머니의 명칭을 나는 사절 아니하고 받으련다. 그리고 어머니 없고 할머니 떨어져 있는 외로운 너를 내
                    손녀로 귀애하고 아껴 주려 한다.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만일 네가 내게 이만한 명칭을 주지 아니하였던들 나는 말없이 드러누운 병자 옆에 장장 시일을 지키고 앉았기도 싫증이 났었을 터이다. 이것저것 심부름 다니기도 멀미도 났을 터이다. 내가 가깝지도 않은 길을 도보로 학교에서 영시 휴업(零時休業) 시간에 뛰어가서 서서 보고 회보(回步)하기를 여일(如一) 연속함도 오직 네게로 받은 '
                        할머니 요.' 의 힘이 시킴이었다. 원근불고(遠近不顧) 중에 일대 고부(一大鼓舞)의 꿈을 이루었던 것 같다. 여하튼 네 붉은 입술에서 떨어진 이 복음이 바짝 건조한 내 영에 펌프를 대어주었고 발발 떠는 내 육(肉)에 화재와 같은 활력을 준 것이다. 아아 나는 네게로 받은 이 예물을 영구히 기념하기 위하여 흠뻑 축여 놓으련다. 더 뜨겁게 펄펄 뛰련다. 나는 눈물이 쏟아지도록 네게 감사를 바친다.

크리미아 전역(戰役)에 나이팅게일 같은 천사가 돌현(突現)하여 수만 명 악역(惡疫: 악성 전염병)의 고병(苦病)을 구해 주었단다. 침대 상에서 신음하던 연합군들은 나이팅게일을 부르짖어 "
                        천사여, 천사여, 당신의 지나가는 발소리만 들어도 내 몸의 아픔이 스러지오. 당신의 한 번 웃는 웃음에는 내 아픔이 잊혀지나이다." 했단다. 오냐 나는 네게서 받은 ‘할머니’로 만족하련다. 그러나 얘 손녀야, 나도 천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수만 명의 할머니가 되고 싶다. 아이고 좀 그렇게 되어 보았으면 좋겠다. 생시는 바라지 못하더라도 오늘 밤 꿈에라도 내가 그렇게 좀 되어 보았으면 좀 좋겠다……. 아아 고맙다. 네게서 받은 할머니는 꿈이 아니라 확실히 이것이 생시로구나. 아이고, 나는 기뻐서 어찌하나.
                    또 네게 무슨 보수(報酬)를 해야 좋을는지, 나도 너를 웃게 하고 기쁘게 하기 위하여 전심진력으로 준비해 보련다. 그중에서 제일 좋은 것으로 네게 바치련다.
                    나는 생각만 해도 좋아서 이렇게 주먹을 꼭 쥐고 온몸을 흔든다. 고맙다.

깍두기 고추장을 먹고서야 너는 정신이 반짝 나며, 감구미(甘口味)를 붙였다고 했지? 글쎄 내가, 그 궂은 새우젓에 맵디매운 고춧가루를 버무려 이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해서 네게 갖다가 준 나나, 또 그 고린내가 풀풀 나는 보기만 해도 눈물이 빠질 그렇게 빨간 깍두기를 먹으며 "참 맛도 좋소." 하는 너나 생각해 보면 우습다. 달콤하고 냄새도 좋은 오므라이스나
                        가기후라이(굴튀김)의 맛보다도 그 짜디짜고 맵디매운 깍두기 맛이 그다지 좋단 말이지? 그러면 번쩍번쩍하는 쟁반에 받치어 하얀 유리병 속에 각색 원소(元素)며 산(酸)을 뺀 것은 아니로구나? 역시 깍두기! 그 어두컴컴한 오지 항아리에 솜씨 없이 울쑥불쑥 담아서 할멈이 갖다가 준 그 깍두기로 네 병근이 쏙 빠졌어!? 손가락을 넣었다가 쪽쪽 빠니까 정신이 번쩍 나더란 말이지? 그러면 너는 그 깍두기 맛으로 회생한 너로구나. 오냐 너는 죽기 전에는 그 깍두기가 네 정신을 반짝하게 해 주던 인상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게 되었구나. 왜? 참 남들이 맛있다는 스프나 빵보다도 우리의 입에는 깍두기만치 맛있는 것을 못 보았다. 그리고 라이스 카레나
                        미소시루
                    를 먹어도 깍두기를 마저 먹어야 속이 든든해진다. 그리고 소화도 잘 되는구나. 이제 네 뱃속에는 깍두기 짭찔한 멀국(국물)이 가득 차 있을 터이니까 소화도 잘될 터이다. 위병도 또 발생할 리가 없겠지. 오냐 할멈은 안심한다. 너는 할 수 없이 깍두기의 딸이다.
                    너도 인제 꼭 그런 줄을 알았을 줄 믿는다. 깍두기로 영생하는 내 기특한 손녀여!

===== 08_Kim Dong-in_The Sorrows of the Weak =====

가정교사
                    강 엘리자베트는 가르침을 끝낸 다음에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이제껏 쾌활한 아이들과 마주 유쾌히 지낸 그는 찜찜하고 갑갑한 자기 방에 돌아와서는 무한한 적막을 깨달았다.

'
                        오늘은 왜 이리 갑갑한고? 마음이 왜 이리 두근거리는고?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아 있는 것 같군. 어찌할꼬. 어디 갈까. 말까, 아. 혜숙이한테나 가보자. 이즈음 며칠 가보지도 못하였는데.'

그의 머리에 이 생각이 나자, 그는 갑자기 갑갑하던 것이 더 심하여지고 아무래도 혜숙이한테 가보여야 될 것같이 생각된다.

『아무래도 가보여야겠다.』

그는 중얼거리고 외출의를 갈아입었다.

'갈까? 그만둘까?'

그는 생각이 정키 전에 문 밖에 나섰다. 여학생간에 유행하는 보법(步法)으로 팔과 궁둥이를 전후좌우로 저으면서 엘리자베트는 길로 나섰다.

그는 파라솔을 받은 후에 손수건을 코에 대어서 쏘는 듯한 콜타르 내음새를 막으면서 N통, K정 등을 지나서 혜숙의 집에 이르렀다.

그리 부자라 할 수는 없지마는, 그래도 경성 중류민의 열에는 드는 혜숙의 집은 굉대(宏大)하지는 못하지만 쑬쑬하고 정하기는 하였다.

그 집의 방의 배치를 익히 아는 엘리자베트는 들어서면서 파라솔을 접어서 마루 한편 끝에 놓은 후에,

『너무 갑갑해서 놀러 왔다 얘.』

하면서 혜숙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는 들어서면서, 혜숙이가 동모(同某) S와 무슨 이야기를 열심으로 하다가 자기 온 것을 알고 뚝 그치는 것을 알았다.

'
                        S는 원, 무엇 하러 왔노.'

그는 이유 없는 질투가 마음에서 끓어 나오는 것을 깨달았다.

'흥, 혜숙이는 S로 인하여 나한테 놀러도 안 오는구만. 너희끼리만 잘들 놀아라.'

혜숙이가 한 번도 자기게 놀러 와 본 때가 없으되 엘리자베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 엘리자베트 왔니. 우린 이제껏 네 이야기 하댔지. 그새 왜 안 왔니?』

혜숙이와 S는 동시에 일어나면서, 혜숙이는 엘리자베트의 왼손, S는 바른손을 잡고 주좌(主座)에 끌어다 앉히었다.

엘리자베트는, 아직 십구 세의 소녀이지만 재주와 용자(容姿)로 모든 동창들에게 존경과 일종의 시기를 받고 있었다. 그는 재주로 인하여 아직 통학중이지만 K남작의 집에 유(留)하면서 오후에는 그 집 아이들에게 학과의 복습을 시키고 있었다.

『
                        내 이야기라니 무슨? 내 숭들만 실컷 보고 있었니?』

엘리자베트는, 앉히는 자리에 앉으면서 억지로 성난 것을 감추고 농담 비슷하니 물었다.

혜숙과 S는 의논하였던 것같이 잠깐 서로 낯을 향하였다가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입을 비죽하니 하고 머리를 돌이켰다.

『
                        내 이야기라니 무슨?』

『
                        네 이야기라니. 저― 그만두자.』

혜숙이가 감춰 두자 엘리자베트는 더 듣고 싶었다. 그는 차차 노기를 외면에 나타내게 되었다.

『
                        내 이야기라니 무엇이야 얘? 안 가르쳐 주면 난 가겠다.』

『
                        네 이야기라니. 저―』

혜숙이는 아까와 같은 말을 한 후에 S와 또 한번 마주 향하여 보았다.

『그럼 난 간다.』

하고 엘리자베트는 일어서려 하였다.

『
                        얘, 가르쳐 줄라. 참말은 네 이야기가 아니고 저―── 이환(利煥) 씨 이야기.』

말이 끝난 뒤에 혜숙이는 또 한번 S와 낯을 향하였다.

혜숙의 말을 들은 엘리자베트는 노기와 부끄러움과 모욕을 당했다는 감을 함께 머금고 낯을 붉히고 머리를 숙였다.

엘리자베트가 매일 통학할 때에 N통 꺾어진 길에서 H의숙(義塾) 제모를 쓴 어떤 청년과 만나게 되었다. 만나기 시작한 지 닷새에 좀 정답게 생각되고, 열흘에 그를 만나지 못하면 섭섭하게 생각되고, 이십 일에 연애라 하는 것을 자각하고, 일 삭 만에 그 청년의 이름을 탐지하였다. '
                        그도 나를 생각하겠지' 하는 생각과 '웬걸, 내게는 주의도 안 하더라' 하는 생각이 그 후부터는 항상 그의 마음속에서 쟁투하고 있었다. 연애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그렇거니와 엘리자베트도 연애―─── 짝사랑〔片戀〕이던─―──를 안 후부터는 벗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아뭏지도 않지만, 혼자 있을 때는 염세의 생각과 희열의 생각이 함께 마음속에서 발하여 공연히 심장을 뛰놀리며 일어섰다, 앉았다, 밖에 나갔다, 들어왔다, 일도 없는데 이환이와 만나게 되는 길에 가보았다, 이와 같이 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무게도 통사정할 사람이 없는 엘리자베트는 혜숙에게 이 말을 다 고백하였다.

이와 같은, 사람의 비밀을 혜숙이는 S에게 알게 하였다 할 때는 그는 성이 났다.

처녀가 학생에게 사랑을 한다 하는 것이 그에게는 부끄러웠다.

둘―───혜숙과 S―───이서 내 숭을 실컷 보았겠거니 할 때에 그는 모욕을 당했다 생각하였다. 혜숙과 S가 서로 낯을 보고 웃을 때에 이 생각이 더 심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비밀을 혜숙에게 고백하였다 할 때에, 엘리자베트는 자기에게 대하여서도 성을 안 낼 수가 없었다.

'이껀 자기를 믿고 통사정을 하였더니 이런 말을 광고같이 떠들춘단 말인가. 이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고? 아, 부모가 살아 계시면……'

살아 있을 때는, 자기를 압박하는 것으로 유일의 오락을 삼던 부모를 빨리 죽기를 기다리던 그도, 부모에게 대하여, 지금은 유일의 믿을 만한 사람이고 유일의 의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났다. 그리고 혜숙에게 대하여서는 무한한 증오의 염이 난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바람을 품고 있었다. 이것―───이환과 자기의 새─―──이것이 이제 화제가 되는 것을 그는 무서워하고 피하려 하면서도 그것이 화제가 되기를 열심으로 바라고 있다. 좀더 상세히 알고 싶었다.

자기 말을 듣고 엘리자베트가 성을 낸 것을 빨리 알아챈 혜숙이는, 화제를 바꾸려고 학과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
                        너 기하 숙제 해보았니? 난 암만해두 모르겠두나.』

'아차!'

엘리자베트는 속으로 고함을 쳤다. 그의 희망은 끊어졌다.

'
                        내가 성을 낸 것을 알고 혜숙이는 이렇게 돌려다 대누나.'

하면서도 성을 억지로 감추고 낯에 화기를 나타내고 대답하였다.

『기하? 해보지는 않았어도 해보면 되겠지.』

『그럼 좀 가르쳐 주렴.』

기하책을 갖다 놓고 셋은 둘러앉아서 기하를 토론하기 시작하였다. 한 이십 분 동안 기하를 푸는 새에 엘리자베트의 머리에는 혜숙과 S의 우교(友交)에 대한 시기도 없어지고, 혜숙에게 대한 증오도 없어지고, 동창생에 대한 애정과 동성에 대한 친밀한 생각만 나게 되었다.

복습을 필한 후에 셋은 잠깐 무언으로 있었다. 그 동안 혜숙은 무슨 말을 할 듯 할 듯하면서도 다만 빙긋 웃기만 하고 말은 못 발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든 빨리 하렴.'

엘리자베트는 또 갑자기 희망을 품고 심장을 뛰놀리면서 속으로 명령하였다.

엘리자베트가 듣고 싶어하는 것을 보고 혜숙이는 안심한 듯이 말을 시작한다.

『
                        얘― 얘―』

이 말만 하고 좀 말하기가 별(別)한 듯이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또 시작한다.

『
                        이환 씨느으으은 S의 외사촌 오빠란다.』

이 말을 들은 엘리자베트는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 가운데는 부끄러움도 섞여 있었다. 갑자기 이환이와 직접 대면한 것같이 형용할 수 없는 별한 부끄러움이 엘리자베트의 마음을 지나갔다. 그러면서도 그는 좀더 똑똑히 알려고,

『거짓말!』

하고 혜숙이를 쳐다보았다.

『거짓말은 왜 거짓말이야. S한테 물어 보렴. 이 애
                        S야, 그렇지?』

엘리자베트는 머리를 S 편으로 돌려서 S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환이가 S의 외사촌이라는 것은 팔구분은 믿으면서도…….

S는 다만 웃고 있었다.

'모욕당했다. 집으로 가고 말아야지.'

엘리자베트는 이렇게 속으로 고함을 치고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는 S에게서 이환의 소식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
                        오빠도 너를 사랑한다더라'란 말까지 듣고 싶었다.

『응, 그렇지 얘?』

하는 혜숙의 소리에 S는 그렇단 대답만 하였다. 그리고 의미 있는 듯한 웃음을 머금고 엘리자베트를 들여다보았다.

'
                        S의 웃음. 의미 있는 듯한 웃음. 무슨 웃음일꼬? 거짓말? 이환 씨가 S의 오빠라는 것이 거짓말이 아닐까? 아니! 그것은 참말이다. 그러면 무슨 웃음일꼬? 이환 씨는 나 같은 것은 알아도 안 보나? 아! 무엇? 아니다. 그도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S에게 고백하였다. 아, 이환 씨는 날 사랑한다. 결혼! 행복!'

그는 자기게 이익한 데로만 생각을 끌어가다가 대담하게 되어서 머리를 들면서, 결심한 구조(口調)로 말을 걸었다.

『
                        얘, S야.』

『엉?』

경멸하는 듯이 S는 대답하였다. 이 소리에, 엘리자베트의 용기가 대부분은 꺾어졌다.

『
                        너…….』

그는 차마 그 뒤는 말을 발하지 못하여 우물우물하다가 예상도 안한 딴말을 묻고 말았다.

『기하 다 했니?』

『기하라니? 무슨?』

S는 대답 겸 물어 보았다.

『내일 숙제.』

『이 애 미쳤나 부다.』

엘리자베트는 왜인지 가슴에서 똑 하는 소리를 들었다. S는 말을 연속하여 한다.

『이제 우리 하지 않았니?』

『응?…… 참…… 다 했지…….』

S는 '다 알았소이다' 하는 듯이 교활한 웃음을 머금고 엘리자베트의 그리스 조각을 연상시키는 뺨과 목의 윤곽을 들여다보았다.

'모욕을 당했다.'

엘리자베트는 또 이렇게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집으로 가고 말아야지.'

이 생각을 할 때에 그는 아까 집에서 혜숙의 집에 가야겠다 생각할 때에, 참지 못하게 가고 싶던 그와 동 정도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가고 싶은 고로,

『
                        난 간다.』

소리만 지르고, 동무들이 '왜 가니?' '더 놀다 가렴' 등 소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팔과 궁둥이를 저으면서 나섰다.

늦은 봄의 저녁빛은 따슷하였다.

도회의 저녁은 더 번잡하였다.

시멘트 인도는 무수히 통행하는 사람의 발로 인하여 처르럭처르럭 때가닥때가닥 하는 소리를 시끄럽도록 내면서도 평안히 누워 있었다.

어떤 때는 사람의 위를 짧게 비추었다, 사람이 다 통과한 후에는 도로 길게 비추었다 하는, 자기와 함께 나아가는 자기 그림자를 들여다보면서 엘리자베트는 본능적으로 발을 움직였다.

'아! 잘못하였군. 그 애들은 내가 나선 다음에 웃었겠지. 잘못하였어? 그럼 어찌하여야 하노? S를 얼려야지. 얼려? 응. 얼린 후엔 들어야지. 무엇을. 무엇을? 그것을 말이지. 그것이라니? 아― 그것이라니? 모르겠다. 사탄아 물러가거라. S가 이환 씨의 누이이고. S가 혜숙의 동무이고. 또 내
                        동무이고. 이환 씨는 동무의 오빠이고. 사람이 다니고. 전차. 아이고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었다. 왜 웃는단 말인가? 왜? 우스우니깐 웃지. 무엇이 우스워. 참 무엇이 우스울까?'

그는 또 한번 웃었다. 그렇지만, 이 웃음은 기뻐서 웃는 것도 아니고 즐거워서 웃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스워서 웃는 것이다. 그가 왜 우스운지 그 이유를 해석하려고, 혼돈된 머리로 생각하면서, 발은 본능적으로 차차 집으로 가까이 옮겨 놓았다.

꾸부러진 길을 돌아설 때에, 그는 아직껏 보고 오던 자기 그림자를 잃어버린 고로 잠깐 멈칫 섰다가, 또 한번 해석지 못한 웃음을 웃고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그가 집에 들어설 때는, 다섯시 반 좀 지난 후 K남작은 방금 저녁을 먹고 처와 아이들이 저녁을 먹을 때이다. 조선의 선각자로 자임하는 남작은, 내외의 절(節)과 안방 사랑의 별은 폐하였지만 남존여비의 생각은 아직껏 확실히 지켜 왔다.

엘리자베트는, 먹기 싫은 밥을 두어 술 먹은 후에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아직 어둡지도 않았는데 전등을 켜고 책궤상 머리에 가 앉았다.

아무 작용도 아니 하는 눈을 공연히 멀거니 뜨고, 책상을 오르간으로 삼고 다뉴브 곡을 뜯으면서, 그는 머리를 동작시키고 있었다. 웃음. S. 이환. 결혼. 신혼여행. 노후의 안락. 또는 거기는 조금도 상관없는 다른 공상이 속속이 그의 머리에 왕래하였다.

끝없이 나는 공상을 두 시간 동안이나 한 후에, 이제껏, 희미하니 아물아물 기어가는 것같이 보이던 벽의 흑점이 똑똑히 보이기 시작할 때에, 그는 자리를 펴고 자고 싶은 생각이 났다.

아까 저녁 먹을 때에 남작의,

『
                        오늘
                        밤에는 회(會)가 있는 고로 밤 두시쯤 돌아오겠다.』

는 말을 들은 엘리자베트는, 별로 안심이 되어 자리를 펴고 전나체가 되어 드러누웠다.

몇 가지 공상이 또 머리에서 왕래하다가 그는 잠이 들었다.

한참 자다가, 열한시쯤, 자기를 흔드는 사람이 있는 고로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전등 아래, 의관을 한 남작이 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엘리자베트는 갑자기 잠이 수천 리 밖에 퇴산(退散)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남작의 자기를 들여다보는 눈으로,
                        남작의 요구를 깨달았다. 하고 겨우 중얼거렸다.

『
                        부인이 아시면?』

'아차!'

그는 속으로 고함을 쳤다.

'
                        부인이 모르면 어찌한단 말인가?…… 모르면?…… 이것이 허락의 의미가 아닐까? 그러면 너는 그것을 싫어하느냐? 물론 싫어하지. 무엇? 싫어해? 내 마음속에, 허락하려는 생각이 조금도 없냐 아…… 허락하면 어쩠냐? 그래도……'

일순간에 그의 머리에 이와 같은 생각이 전광과 같이 지나갔다.

『조용히! 아까, 두시에야 돌아오겠다고 하였으니깐 모르겠지요.』

남작은 말했다.

이제야 엘리자베트는 아까 남작이 광고하듯이 지껄이던 소리를 해석하였다. 그러고, 두 번째 거절을 하여 보았다.

『
                        부인이 계시면서두……?』

'아차!'

그는 또 속으로 고함을 안 칠 수가 없었다.

'
                        부인이 없으면 어찌한단 말인가?…… 이것은 허락의 의미가 아닐까……?'

남작은 대답 없이 엘리자베트를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왜 그리 보세요?』

그는 남작의 시선을 피하면서, 별한 웃음―───애걸하는 웃음―───거러지의 웃음을 웃으면서 돌아누웠다.

'아차!'

그는 세 번째 고함을 속으로 발하였다.

'이것은 매춘부의 웃음, 매춘부의 행동이 아닐까……?'

몇 번 거절에 실패를 한 엘리자베트는 마지막에는 자기에게 대하여서도 정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뉘게 대하여선지는 모르면서도 모르는 어떤 자에게 골이 나서, 몸을 꼬면서 좀 날카롭게, 그래도 작은 소리로 말했다.

『싫어요 싫어요.』

남작은 역시 대답이 없었다.

엘리자베트는, 갑자기 방 안이 어두워지는 것을 알았다. 남작이 불을 끈 것이다. 그 후에는 남작의 의복 벗는 소리만 바삭바삭 났다.

엘리자베트는 정신이 아득하여지고 말았다.

정신이 아득하여진 엘리자베트는, 한참 있다가 거기서 직수면상태로 들어서 푹 잠이 들었다가, 다섯시쯤, 동편 하늘이 좀 자홍색을 띠어 올 때에 무엇에 놀란 것같이 움쭉 하면서 눈을 떴다.

회색 새벽빛을 꿰어서, 먼트고메리회사제 벽지가 눈에 드는 동시에, 그의 머리에는 남작이 생각났다. 곁에 사람의 기척이 없는 고로 남작이 돌아갔을 줄은 확신하면서도, 만일 있었다는 하는 의심이 나는 고로, 그는 가만가만 머리를 그편으로 돌렸다. 거기는 남작이 베느라고 갖다 놓았던 책이 서너 권 두겨 있었다.

'그럼 저편 쪽에 있지. 저편 쪽 벽에 꼭 붙어 서서, 날 놀래려고 준비하고 있지.'

엘리자베트는 흥미 절반, 진정 절반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갑자기 남작이 숨기 전에 발견하려고 머리를 돌이켰다. 거기는 차차 흰빛으로 변하여 오는 새벽빛에 비친 벽지의 모양만 보였다.

'어느 틈에 또 다른 편으로 뛰었군!'

하면서 그는 남작을 잡느라고 이편 저편으로 머리를 휙휙 돌리다가,

'일어나야 순순히 나올 터인가 원.'

하면서 벌떡 일어나 앉아서 의복을 입기 시작하였다. 속곳, 바지로서 버선까지 신는 동안에, 그의 머리에는 남작을 잡으려는 생각은 없어지고 엊저녁 기억이 차차 부활키 시작하였다.

'
                        내 속이 왜 그리 약하단 말인고? 정신이 아득하여질 이유가 어디 있어?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으면 정신이나…… 아― 지금 남작은 무엇 하고 있노.'

그는 자기가 남작에 대하여서도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을 깨달을 때에, 차라리 놀랐다. 마음속에서는 또 적막의 덩어리가 뭉쳐 나왔다. 그는 무한 울고 싶었다. 그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다섯시 십삼분이다.

'울 시간이 넉넉하지'

이 생각을 할 때에 그는 참지 못하고 꼬꾸라져서 흘쿡 느끼기 시작하였다.

'
                        남작은 아내가 있는 사람이다. 아내가 있는 사람에게…… 내 전정(前程)은 어떠할까…….'

울음이 끝나기까지 한참 운 그는, 눈물이 자연히 멎은 후에 머리를 들었다. 아침 햇빛은 눈이 시도록 방 안을 들이쪼이고 있었다.

밝은 햇빛을 본 연고인지 실컷 운 연고인지, 엘리자베트는, 오랫동안 벼르던 원수를 갚은 것같이 별로 속이 시원한 고로, 일어서서 세수를 하러 갔다.

세수를 한 후에 그는, 거기서 잠깐 주저치 않을 수가 없었다. 밥을 먹으러 가나. 안 가나. 밥은 먹어야겠고. 거기는 남작이 있겠고…….

그러다가 그는, 필사적 용기를 내고 밥을 먹으러 갔다. 거기는 남작은 없었지만 그는 부인과 아이들에게도 할 수 있는 대로 낯을 안 보이게 하고 밥을 먹었다. 그런 후 자기 방에 와서 이부자리를 간지피고 책보를 싸가지고 학교로 향하였다.

정문 밖에 나선 그는, 또 한번 주저치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길로 가나. 저 길로 가나. 이 길로 가면 이환이를 만나겠고. 저 길로 가면 대단히 멀고.

그의 마음속에는 쟁투가 일어났다. 자기에게 대하여 애정을 나타내지도 않는 이환의 앞을, 복수 겸으로 유유히 지나갈 때의 자기의 상쾌를 그는 상상하여 보았다. 이환이는 그 일을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엘리자베트에게는 한 쾌락─―──만약 엘리자베트에게 복수할 마음이 있다 하면―─── 에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환이를 사랑하였다. 문자 그대로 '자기 몸과 동 정도로 그를 사랑'하였다. 이러한 엘리자베트는 그런 참혹한 일을 행할 수가 없었다.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그는 생각이 정키 전에 어느덧 먼 길―─── 안 만나게 되는 길―─── 편으로 발을 옮겨 놓았다.

학교에서도 엘리자베트는 성가신 일일을 보내고 하교 후 곧 집으로 돌아왔다.

단조하고도 복잡한 엘리자베트의 생활은 여전히 연속하여 순환되고 있었다. 아침 깨어서는 학교에 가고. 하학 후에는 아이들과 마주 놀고. 자고─―──다만 전보다 변한 것은 평균 일 주 이 회의 남작의 방문을 받는 것이라.

대개는, 엘리자베트가 예기한 날 남작이 왔다. 남작이 오리라 생각한 날은, 엘리자베트는 열심으로 남작을 기다렸다. 그렇지만 그 방은 남작 부인의 방과 그리 멀지 않은 고로 남작이 와도 그리 말은 사 괴지 못하였다. 엘리자베트는 그것으로 남작이 와 있을 동안은 너무 갑갑하여 빨리 돌아가기를 기다렸다. 치만 일단 남작이 돌아가고 보면 엘리자베트는, 남작이 좀더 있지 않는 것을 원망하고 무한한 적막을 깨달았다.

만약 엘리자베트가 예기한 날 남작이 오지를 않으면 그는 어찌할 줄 모르게 속이 타고 질투를 하였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큰 고통이 엘리자베트에게 있었다. 때때로 이환의 생각이 나는 것이다. 그런 때는,

'
                        자기도 나를 생각지 않는데, 내가 그러면 뭘 한가.'

'
                        내가 자기와 약혼을 했댔나.'

등으로 자기를 위로하여 보았지만, 대개는 '변해(辯解)'를 '미안(未安)'이 쳐 이겼다. 그럴 때는 문자 그대로 '심장을 잘 들지 않는 칼로 베어 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그는 꼬꾸라져서 장시간의 울음으로 겨우 자기를 위로하곳 하였다.

그는 부인에게 대하여서도 미안을 감(感)하였다.

『
                        남편을 가로앗았는데 왜 미안치를 않을까.』

그는 때때로 중얼거렸다.

그러는 새에도, 학교에는 열심으로 상학(上學)하였다. 학교에도 무한한 혐오의 정과 수치의 염이 나지마는, 집에 있으면 더 큰 고통을 받는 그는 일종의 위안을 얻느라고 상학하였다.

그 동안 시절은 바뀌었다. 낮잠 잘 오고 맥이 나는 봄시절은, 비 많이 오는 첫여름으로 변하였다.

엘리자베트와 남작의 첫 관계가 있은 후, 다섯 번 일요일이 찾아왔다.

오후 소아주일학교(小兒主日學校) 교사인 엘리자베트는 소아 교수와 예배를 필한 후에 아이들 틈을 꿰면서 예배당을 나섰다.

벌겋고 누런 장마때 저녁해는 절벅절벅하는 길을 내리쪼이고 있었다. 북편 하늘에는 비를 준비하는 검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엘리자베트가 예배당 정문을 나설 때에,

『
                        너 이즈음 학교에 왜 다른 길로 다니니?』

하는 혜숙의 소리가 그의 뒤에서 났다.

엘리자베트는 돌아보지도 않고 속으로 다만,

'다른 길로 학교엘 다녀? 다른 길로 학교엘 다녀?'

하면서 집으로 향하였다. 남작
                    집 정문을 들어서려 하다가 그는 우뚝 섰다. 혜숙의 말이 이제야 겨우 해석되었다.

'응 다른 길로 학교엘 다닌다니 내가 다른 길로 학교에를 다닌다는 뜻이로군.'

그는 별한 웃음을 웃고 자기 방으로 향하였다.

자기 방에 들어서서 책보를 내어던지고 앉으려 하다가 그는 또 한번 꼿꼿이 섰다. 사지가 꼿꼿하여지는 것을 깨달았다. 십여 초 동안 이와 같이 꼿꼿이 섰던 그는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그의 가슴에서는 무슨 덩어리가 뭉쳐서 나오다가, 목에서 잠깐 회전하다가 그 덩어리가 코와 입으로 폭발하곳 한다. 그럴 때마다 눈에서는 눈물이 푹푹 쏟아지고 가슴은 싹싹 베어내는 것같이 아팠다.

그에게는, 두 달 동안 몸이 안 난 것이 생각이 났다. 잉태! 엘리자베트에게 대하여서는 이것이 '죽으라'는 명령보다도 혹독한 것이다.

그는 잉태가 무섭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미래─―── 희미하고 껌껌한 그의 '생' 가운데, 다만 한 줄기의 반짝반짝하게 보이는 가는 (細한) 광선―───이러한 미래를 향하고 미끄러져서 나아가던 그는 잉태로 인하여 그 미래를 잃어버렸다. 기(其) 미래는 없어졌다.

엘리자베트의 울음은 이것을 깨달은 때에 나오는 진정의 울음이다. 심장 복판 가운데서 나오는 참눈물이다.

이렇게 한참 운 그는 눈물 주머니가 다 마른 후에 겨우 머리를 들고 전등을 켰다. 눈이 붉어지고 눈두덩이 부은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는 자기 배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보통보다 곱 이상이나 크게 보였다.

'첫 배는 그리 부르지 않는다는데. 게다가 달 반밖에는 안 되었는데.'

하고 그는 다시 보았다. 조금도 부르지를 않았다.

'그래도 안 부를 수가 있나?'

하고 그는 또다시 보았다. 보통보다 삼 곱이나 크게 보였다.

쾅쾅 하는 아이의 발소리가 이럴 때에 엘리자베트의 방으로 가까이 온다. 엘리자베트는 빨리 어두운 편으로 향하였다. 문이 열리며 여덟 살 된 남작의 아들이 나타나서, 엘리자베트에게 저녁을 재촉하였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가 싫은 엘리자베트는 안 먹겠다고 대답할 수밖에는 없었다.

아이가 돌아간 뒤에 엘리자베트는 중얼거렸다.

'꼭 좋은 때 울음을 멈추었군. 좀더 울었더면 망신할 뻔했다.'

조금 후에 부인은 친절하게 죽을 쑤어다가 그에게 주었다. 죽을 먹고 죽그릇을 돌려보낸 후에, 아까 울음으로 얼마 속이 시원하여지 고 원기까지 좀 회복한 엘리자베트는 남작과 이환
                    두 사람을 비교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마음속에 두 사람을 그린 후에 어느 편이 자기에게 더 가깝고 더 사랑스러운고 생각하여 보았다. 사랑스럽기는 이환이가 더 사랑스럽지만, 가깝기는 아무래도 남작이 더 가까운 것같이 생각된다.

이와 같은 결단은 그의 구하는 바를 채우지를 못하였다. 그는, 사랑스러운 편이 더 가깝고 가까운 편이 더 사랑스럽기를 원하였다. 그렇지만 사랑과 가까움은 평행으로 나가서 아무 데까지 가도 합하지를 않았다. 그는 평행으로 나가는 사랑스러움과 가까움이 어디까지나 나가는가를 알려고, 마음속에 둘을 그려 놓고 그 둘을 차차 연장시키면서, 눈알을 구을려서 그것들을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둘은 종시 합하지 않았다. 끝까지 평행으로 나갔다. 사랑스러움과 가까움은, 끝까지 분립(分立)하여 있었다.

여기 실패한 엘리자베트는 다시 다른 생각으로 그것을 보충하리라 생각하였다.

사랑스러운 편이 자기게 더 정다울까 가까운 편이 더 정다울까, 그는 생각하여 보았다. 어떻든, 둘 가운데 하나는 정다워야만 된다고, 그는 조건을 붙였다. 그렇지만 엘리자베트는 여기서도 만족한 결론을 얻지 못하였다.

아까 생각과 이번 생각이 혼돈되어 나온 결론은 다른 것이 아니다.

'사랑스러운 편이, 물론 자기게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다운 편은 어느 편인고?'

그는 생각하여 보았지만, 머리가 어지러운 것이 완전한 해결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엘리자베트는 속이 답답하여졌다.

자기에게는 '사랑스러움'과 '가까움'이 온전히 분립하여 있는 것을 안 엘리자베트는, 어느 편이 자기게 더 정다울지를 알지 못하게 되었다. 둘이 동 정도로 정답다 하는 것은, 엘리자베트
                    자기가 생각하여 보아도 있지 못할 일이다. 남작과 이환 새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다.

두 번째 생각도 실패로 돌아갔다.

두 번이나 실패를 한 엘리자베트는, 이번은 직접 당인(當人)으로 어느 편이 자기게 더 정답게 생각되는가 자문하여 보았다.

이환이가 더 정답다 생각할 때에도 마음에 얼마의 가책이 있고, 그러니 남작이 더 정답다 생각할 때에는 더 큰 아픔이 마음에서 일어난다. 그는 억지로 생각의 끝을 또 다른 데로 옮겼다.

엘리자베트는 맨 처음 생각을 다시 하여 보았다. 이번도, 사랑스러움은 이환의 편으로 갔다.

'
                        이환이가 더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편이 자기게 더 가까우니까, 이환이가 자기게 물론 더 가깝다. 따라서, 정다움도 이환의 편으로 간다.'

그는 억지로 이렇게 해결하였다.

이렇게 해결은 하였지만, 또 한 의문이 있었다.

'그러면, 가깝던 남작은 어찌 되는가.'

그는 생각하여 보았다. 맨 첫번과 같이 역시 남작은 자기게는 더 친밀하게 생각되었다. 그럼 이환이는……?

이환에게 대한 미안이 마음속에 떠올라오기 시작하였다. 그는 속이 타서 팔을 꼬면서 허리를 젖혔다. 그때에 벽에 걸린 캘린더가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 캘린더는 다른 사건을 엘리자베트의 머리에 생각나게 하였다. 이 절박한 새 사건은 이환의 생각을 머리에서 내어쫓기에 넉넉하였다. 오늘
                    밤에는 남작이 오리라 하는 생각이다. 이 생각이 엘리자베트에게 잉태를 생각나게 하였다. 남작이 오면 모든 일―───잉태와 거기 대한 처치─―──을 다 말하리라 엘리자베트는 생각하였다. 그리고, 남작에게 할 말을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말은 짧지마는, 이 말을 남작에게 하는 것은 엘리자베트에게 큰 부끄러움에 다름없었다. 그는 자기에게 부끄럽지 않고 남작이 알아들어야 된다는 조건 아래서 할 말을 복안하여 보았다. 한 번 지어서 검열한 후 교정을 가하고 두 번 하고 세 번 네 번 하여 보았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를 않았다.

이렇게 한참 생각할 때에 문이 열리며 남작이 들어왔다. 엘리자베트의 복안은 남작을 보는 동시에 쪽쪽이 헤어지고 말았다. 그는 다만, 남작에게 매어달려 통쾌히 울고, 남작이 아프도록 한번 꼬집어 주고 싶었다. 남작의 '아이고' 소리 '이 야단났구먼'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는 이 생각을 억제하느라고 손으로 '해변의 곡'을 뜯기 시작하였다.

둘은 전과 같이 서로 마주 흘겨만 보고 있었다.

엘리자베트에게는 싸움이 일어났다.

'말할까말까. 할까. 말까. 어찌할꼬.'

이러다가 갑자기 무의식히,

『선생님.』

하고 남작을 찾은 후에 자연히 머리가 수그러지는 것을 깨달았다. 남작은 찾았는데 그 뒷말을 어찌할꼬. 이것이 엘리자베트의 마음에 일어난 제일 큰 문제이다. '해변의 곡'을 뜯던 손도 어느 틈에 멎었다. 엘리자베트는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똑똑히 의식지 못하리만큼 마음이 뒤숭숭하였다. 낯도 훌꾼훌꾼 단다.

『네?』

남작은 대답하였다.

남작이 대답한 것을 엘리자베트는 속으로 원망하였다. 남작이 엘리자베트
                    자기가 부른 소리를 못 들었으면 좋겠다 하는 희망을 엘리자베트가 품는 동시에 남작은 엘리자베트의 부름에 대답을 한 것이다.

엘리자베트는 나가지도 못하고 물러서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자기가 부르고 남작이 대답을 하였으니 설명을 하여야겠고 그러니 그 말을 어찌 하노?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울기 시작하였다.

'이 울음에서 얼마의 효과가 나타나리라.'

엘리자베트는 울면서 생각하였다.

『왜 그러오.』

남작은 놀란 소리로 물었다.

『아―아 어찌할까요?』

『무엇을?』

엘리자베트는 대답 대신으로 연속하여 울었다.

한참이나 혼자 울다가 그는 입술을 꽉 물었다. 아까 대답을 못 한 자기를 책망하였다.

남작이 '왜 그러는가' 물을 때가 대답하기는 절호의 기회인 것을, 그 기회를 비게 지나 보낸 엘리자베트는 자기를 민하다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그런 기회를 기다려 보았지만, 남작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좀더 심히 울면 남작이 무슨 말을 하겠지' 생각하고, 엘리자베트는 좀더 빨리 어깨를 젓기 시작하였다.

『아 왜 그러오.』

남작은 이것을 보고 물었다.

엘리자베트는 대답을 또 못 하였다.

'무엇이라고 대답할꼬' 생각하는 동안에 기회는 지나갔다. 이제는 대답을 못 하겠고 아까는 대답을 못 하였으니 다시 기회를 기다려 보자
                    엘리자베트는 생각하고, 기회를 다시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이번 물을 때에는 무엇이라 대답할까?'

엘리자베트는 울면서 생각하여 보았다.

이때에 남작의 세 번째 물음이 이르렀다.

『아 왜 그런단 말이오?』

『잉태.』

대답을 한 후에 엘리자베트는 자기의 용기에도 크게 놀랐다. 이 말이 이렇게 쉽게 평탄하게 나올 것이면, 아까는 왜 안 나왔는고 하는 생각이 엘리자베트의 머리에 지나갔다.

『잉태!?』

남작은 놀란 목소리로 엘리자베트의 말을 다시 하였다. 제일 어려운 말─―──잉태란 말을 하여 넘기고, 남작의 놀란 소리까지 들은 엘리자베트는, 갑자기 용기가 몇 배가 많아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뒷말은 술술 잘 나왔다.

『병원에―─── 가서―─── 떨어쳤으면…… 어….』

남작은 대답이 없었다. 남작이 대답을 안 하는 것을 본 엘리자베트는 마음속에 갑자기 한 무서움이 떠올라왔다.
                        난 모른다 하고 돌아서지나 않을 터인가? 이것이 엘리자베트에게는 제일 무서움에 다름없었다. 훌쩍훌쩍 소리가 더 빨리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본 남작은 성가신 듯이 물었다.

『원 어찌하란 말이요? 그리 울면.』

『어떻게든…… 처치….』

엘리자베트는 겨우 중얼거렸다. 남작의 성낸 말을 들은 때는 엘리자베트의 용기는 다 도망하고 말았다.

『처치라니, 어떤?』

『글쎄…… 병원….』

『벼엉원?…… 응!…… 양반이 그런….』

엘리자베트는 '그러리라' 생각하였다.

'그래도 남작이라고 존경까지 받는 사람이 낙태 일로 병원이라니.' 그는 갑자기 설움이 더 나왔다. 가는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본 남작은 좀 불쌍하게 생각났던지 정답게 말하였다.

『우니 할 수 있소? 자 어떻게 하잔 말이오?』

이 말을 들은 엘리자베트는 일변 기쁘고도 일변은 더 섧고 억지도 쓰고 싶었다. 그는 날카롭게 말했다.

『모르겠어요 몰라요. 전 아무래도 상것이니깐.』

『그러지 말구. 어쩌잔 말이오?』

『몰라요 몰라요. 저 같은 것은 사람이 아니니깐.』

『조용히! 저 방에서 듣겠소.』

『들어두 몰라요.』

엘리자베트는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하였다.

『에―익!』

하고 남작은 벌떡 일어섰다.

엘리자베트도 우덕덕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들었다. 그는 정신이 없어졌다. 자기 뇌를 누가 빼어 간 것같이 마음속이 텡텡 비게 되면서 퉁퉁거리며 걸어나가는 남작의 뒷모양을 눈이 멀거니 보고 있었다.

남작이 나가고 문을 닫는 소리가 엘리자베트의 귀에 들어올 때에, 그의 머리에는, 한 생각이 번갯불과 같이 번쩍 지나갔다.

한참이나 멀거니 그 생각을 하고 있다가 또 엎디며 울기 시작하였다. 아까 실컷 운 그는 이번에는 눈물은 안 나왔지만, 가슴에서, 배에서, 머리에서 나오는 이 참울음은 눈물을 대신키에 넉넉하였다. 그가 아까 혜숙의 말의 의미와 나온 곳을 이제야 겨우 온전히 깨달았다.

'
                        내가 다른 길로 다니는 것을 혜숙이가 어찌 알까? 어찌 알까? 혜숙이는 이것을 알 수가 없다. 이환! 그가 알고 이것을 S에게 말하였다. S는 이것을 혜숙에게 말하였다. 혜숙은 이것을 내게 물었다. 그렇다! 이렇게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다. 무론 그렇지! 그러면 그도 내게 주의를 한 거지? 이 말을 S에게까지 한 것을 보면 그도─―── 내게…… 그도─―── 내게…… 그도…… 남작. 남작은 내 말을 듣고 도망하였지. 아니 도망시켰지. 아니 도망했지. 남작은…… 남작의…… 이환 씨. 전에 본 S의 웃음. 응. 그 전날 그는 S에게 고백하였다. 그것을 고것이, 고것들이. 고, 고, 고것들이…… 어찌 되나. 모두 어찌 되나. 나와 남작, 나와 이환 씨. 이환 씨와 S. S와 남작. S. 혜숙이. 남작과 이환 씨. 모두 어찌 되나?'

그의 차차 혼돈되어 가는 머리에도 한 가지 생각은 꼭 들어붙어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는 이환이를 사랑하였다. 이환이도 그를 사랑하였다. (엘리자베트는 이것을 의심치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서로 사랑을 고백할 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것으로 인하여, 그들은, 각각 자기 사랑은 짝사랑〔片戀〕이라 생각하였다. 그것을 짝사랑이라 생각한 엘리자베트는 그렇게 쉽게 몸을 남작에게 허락하였다. 그리하여, 그의 사랑―───거반 성립되어 가던 그의 사랑―───신성한 동애(童愛)―───귀한 첫사랑은 파괴되었다. 육(肉)으로 인하여 사랑은 파멸되었다. 사랑치 않던 사람으로 인하여 참애인을 잃었다. 엘리자베트의 울음에는 당연한 이유가 있었다.

'모, 모, 몸으로 인하여…… 참사랑……을…… 아― 이환 씨…… S와 혜숙이. 고것들도 심하지. 우우 왜 당자에겐…… 그 이…… 그―그 이야기를 안 해…… 남작이. 아― 잉태.'

일단 멎어 가던 그의 울음이 이 생각이 머리에 지나갈 때에 또다시 폭발하였다. 눈물도 조금씩 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한참 운 그는, 두 번째 울음이 멎어 갈 때에 맥이 나면서 그 자리에 엎딘 채로 잠이 들었다.

하루 종일 벼르기만 하고 올 듯 올 듯하면서도 오지 않던 비가 이튿날
                    새벽부터는 종시 내리붓기 시작하였다.

서울 특유의, 독으로 내리붓는 것 같은 비는, 이삼 정(丁) 앞이 잘 보이지 않도록 좔좔 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서울 장안은 비로 덮였다. 비로 싸였다. 비로 찼다.

그 비 가운데서도 R학당에서는 모든 과목을 다 한 후에 오후 두시에 하학하였다.

엘리자베트는 책보를 싸가지고 학교를 나섰다.

그가 혜숙의 곁을 지나갈 때에 혜숙이가 찾았다.

『
                        얘
                        엘리자베트야!』

『응?』

대답하고 엘리자베트는 마음이 뜨끔하였다.

'
                        혜숙이는 모든 일을 다 알리라.'

그는 이와 같은 허황한 생각을 하였다.

『
                        너 이즈음 왜 우리집에 안 오니?』

『분주하여서…….』

엘리자베트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안심을 하였다.

'
                        혜숙이는 모른다.'

『무엇이 분주해?』

혜숙이가 물었다.

『그저 이 일두 분주하구 저 일두 분주하구…… 분주 천지루다.』

엘리자베트는 이와 같은 거짓 대답을 하면서도 그의 마음속에는 한 바람〔希望〕이 있었다. 그는 달반이나 못 간 혜숙의 집에 가보고 싶었다. 혜숙이가 억지로 오라면 마지못하여 가는 체하고 끄을려 가고 싶었다.

혜숙이는 엘리자베트의 바람을 이루어 주지를 않았다. 아무 말도 안 하였다.

엘리자베트는 혜숙의 주의를 끄을려고 혼자말 비슷이 중얼거렸다.

『너무 분주해서…….』

『분주할 일은 없겠구만…….』

혜숙이는 이 말만 하고 자기 갈 길로 향하였다.

엘리자베트는 혜숙의 행동을 원망하면서 마지못하여 집으로 향하였다.

엘리자베트의 자존심은 꺾어졌다. 혜숙이가 엘리자베트
                    자기를 꼭 혜숙의 집에 끌고 가야만 바른 일이라 생각한 엘리자베트의 미릿생각〔豫想〕은 헛데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혜숙을 원망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엘리자베트는 생각하였다.

'
                        내가 혜숙이를 위해서 났나?'

엘리자베트는 이렇게 자기를 위로하여 보았지만, 부끄러운 일이든 무엇이든 원망은 원망대로 있었다. 이러다가,

'
                        내가 혜숙이로 인하여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는가? 그것을…….'

할 때에 엘리자베트의 원망은 다른 의미로 바뀌었다. 그는 혜숙의 집에 못 간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는 가운데도 가고 싶은 생각이 온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가고 싶은 생각'과 '갔다는 안 된다는 생각'이 다투기 시작하였다. 본능적으로 길을 골라 짚으면서, 비가 오는 편으로 우산을 대고 마음속의 싸움을 유지하여 가지고 집에까지 왔다. 그는 우산을 놓고 비를 떤 다음에 자기 방에 들어왔다.

멀끔히 치워 놓은 자기 방은 역시 전과 같이 엘리자베트에게 큰 적막을 주었다. 방이 이렇게 멀끔할 때마다 짐짓 여기저기 널어 놓던 엘리자베트도 오늘은 혜숙의 집에 갈까말까 하는 번민으로 인하여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책상머리에 가 앉았다.

책상 위에는 어떤 낯선 종이가 한 장 엘리자베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자베트는 빨리 종이를 들었다. 가슴이 뛰놀기 시작한다…….

'원 무엇인고……?'

그는 종이를 들고 한참 주저하다가 눈을 종이편으로 빨리 떨어쳤다.

'
                        오후 세시
                        S병원으로.'

남작의 글씨로다
                    엘리자베트는 생각하였다. 남작에 대한 애경(愛敬)의 생각이 마음속에 떠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이 글 한 줄은 엘리자베트로서 남작에 대한 원망과 혜숙의 집에 갈까말까의 번민을 다 지워 버리기에 넉넉하였다.

'역시 도망시킨 것이로군.'

그는 어젯밤 일을 생각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젯밤에 남작에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청하기는 하였지만 갑자기 남작 편에서 꺾어져서 오라 할 때에는 엘리자베트는 못 가겠다 생각하였다. 이 '부정'은 엘리자베트로서 무의식히 일어서서 병원으로 향하게 하였다. 그는 '못 가겠다 못 가겠다'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문 밖에 나서서 내리붓는 비를 겨우 우산으로 막으면서 아랫동이 모두 흙투성이가 되어서 전차 멎는 곳(停留場)까지 갔다. 그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똑똑히 알지 못하였다. 꿈과 같이 걸었다.

엘리자베트는 멎는 곳에서 잠깐 기다려서, 오는 전차를 곧 잡아탔다. 비가 너무 와서 밖에 나가는 사람이 적었던지 전차 안은 비교적 승객이 없었다. 이 승객들은 엘리자베트가 올라탈 때에 일제히 머리를 새 나그네 편으로 향하였다. 엘리자베트는 빈자리를 찾아 앉아서 차 안을 둘러보았다. 그는 자기 편으로 향한 모든 눈에서, 노파에게서는 미움, 젊은 여자에게서는 시기, 남자에게서는 애모를 보았다. 이 모든 눈은 엘리자베트에게 한 쾌감을 주었다. 그는 노파의 미워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였다. 젊은 여자의 시기의 눈은 엘리자베트에게 이김의 상쾌를 주었다. 남자들의 애모의 눈이 자기를 볼 때에는 엘리자베트는 약한 전류가 염통을 지나가는 것같이 묘한 맛이 나는 것이 어째 하늘로라도 뛰어올라가고 싶었다. 그는 갑자기 배가 생각난 고로 할 수 있는 대로 배를 작게 보이려고 움츠러뜨렸다.

차장이가 와서 엘리자베트에게 돈을 받은 후에 뚱 소리를 내고 도로 갔다.

남자들의 시선은 가끔 엘리자베트에게로 날아온다. 그들은 몰래 보느라고 곁눈질하는 것도 엘리자베트는 다 알고 있었다. 남자들이 자기를 볼 때마다 엘리자베트는 자기도 그편을 보아 주고 싶었다. 치만 종시 실행은 못 하였다.

이럴 동안 전차는 S병원 앞에 멎었다. 엘리자베트는 섭섭한 생각을 품고 전차를 내렸다. 어떤 시선이 자기를 따라온다 그는 헤아렸다. 비는 보스럭비로 변하였다.

수레에서 내린 그는 마음의 무거워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병원에는 차마 못 들어갈 것같이 생각되었다.
                        집 편으로 가는 전차는 없는가 하고 그는 전차 선로를 쭉 보았다. 그의 보이는 범위 안에는 전차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병원으로 들어가서 기다리는 방(待合室)으로 갔다.

고지기(受付)한테 가서 주소 성명 연세 들을 기입시킨 후에 방을 한번 둘러다볼 때에 엘리자베트의 눈에는 한편 구석에 박혀 있는 남작이 보였다. 엘리자베트는 다른 곳에서 고향 사람이나 만난 것같이 별로 정다워 보이는 고로 곧 남작의 곁으로 갔다. 그렇지만 둘은 역시 말은 사괴지 아니하였다. 엘리자베트는 눈이 멀거니 벽에 붙어 있는 파리떼를 보고 있었다. 몇 사람의 순번이 지나간 뒤에 사환아이가 나와서,

『
                        강 엘리자베트 씨요.』

할 때에 엘리자베트는 우덕덕 일어섰다. 가슴이 뚝뚝 하는 소리를 내었다.

'어찌하노.'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무의식히 사환아이를 따라서 진찰실로 들어갔다. 남작도 그 뒤를 따랐다.

석탄산과 알코올 내음새에 낯을 찡그리고 엘리자베트는 교자에 걸어앉았다.

의사는 무슨 약병을 장난하면서 머리를 숙인 채로 물었다.

『어디가 아프시오?』

엘리자베트는 대답을 못 하였다. 제일 어찌 대답할지를 몰랐고, 설혹 대답할 말을 알았대도 대답할 용기가 없었고, 용기가 있다 하더라도 부끄러움이 '대답'을 허락지 않을 터이다.

남작이 엘리자베트의 대신으로 대답하려다가 이 말만 하고 뚝 그쳤다.

『그런 것이 아니라─―── 』

의사는 대답을 요구치 않는 듯이 약병을 놓고 청진기를 들었다. 엘리자베트는 갑자기 부끄러움도 의식지를 못하리만큼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눈은 보지를 못하였다. 그의 귀는 듣지를 못하였다. 그의 설렁거리는 마음은 다만 '어찌할꼬 어찌할꼬' 하는, 엘리자베트
                    자기도 똑똑히 의미를 알지 못할 구(句)만 번갈아 하고 있었다.

의사는 엘리자베트에게로 와서 저고리 자락을 열고 청진기를 거기 대었다. 의사의 손이 와 닿을 때에 엘리자베트는, 무슨 벌레를 모르고 쥐었다가 갑자기 그것을 안 때와 같이 몸을 옴쭉하였다. 그러면서도 엘리자베트는 의사의 손에서 얼마의 온미(溫味)를 깨달았다. 이성의 손이 살에 와 닿는 것은, 엘리자베트와 같은 여성에게 대하여서는 한 쾌락에 다름없었다. 엘리자베트가 이 쾌미를 재미있게 누리고 있을 때에 의사는 진찰을 끝내고 의미 있는 듯이 머리를 끄덕거리며 남작에게로 향하였다. 남작은 의사에게 눈짓을 하였다.

어렴풋하게나마 이 두 사람의 짓을 본 엘리자베트는 이제껏 연속하고 있던 '어찌할꼬' 뒤로 무한 큰 부끄러움이 떠올라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는 가운데도 그는 희미하니 한 가지 일을 생각하였다.

'
                        내가 대합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뒷일은 남작이 다 맡겠지.'

그는 일어서서 기다리는 방으로 나왔다. 그 방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은 일제히 엘리자베트의 편으로 향하였다. 모두 내 일을 아누나
                    엘리자베트는 생각하였다. 아까 전차에서 자기게로 향한 눈 가운데서 얻은 그 쾌미는, 구하려도 구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눈 가운데서 큰 고통과 부끄러움만 받은 그는 한편 구석에 구겨앉아서 치마 앞자락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였다. 거기는 불에 타진 조그마한 구멍 하나가 엘리자베트의 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 구멍이 공연히 미워서 손으로 빡빡 비비다가 갑자기 별한 생각이 나는 고로 그것을 뚝 그쳤다.

'이 세상이 모두 나를 학대할 때에는 나는 이 구멍 안에 숨겠다.'

그는 생각하였다. 이럴 때에 그 구멍 안에는 어떤 그림자〔幻影〕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첫번에는 흐릿하던 것이, 차차 똑똑히까지 보이게 되었다.

때는 사 년 전 '춘삼월 호시절', 곳은 우이동. 피고 우거지고 퍼진 꽃 사이를 벗들과 손목을 마주잡고 웃으며 즐기며 또는 작은 소리로 곡조를 맞추어서 노래를 부르며 희희낙락 다니던 자기 추억이 그림자로 변하여 그 구멍 속에 나타났다. 자기 일행이 그 구멍 범위 밖으로 나가려 할 때에는 활동사진과 같이 번쩍 한 후 일행은 도로 중앙에 와 서곳 한다.

엘리자베트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의 엘리자베트와 지금의 엘리자베트 사이에는 해와 흙의 다름이 있다. 그때에는 순전한 처녀이고 열렬한 분홍빛 탄미자(歎美者)이던 그가 지금은……? 싫든지 좋든지 죽음의 갈흑색의 '삶' 안에서 생활치 않을 수 없는 그로 변하였다.

'때'도 달라졌다. 십 년 동안 평화로 지낸 지구는, 오스트리아 황자(皇子)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러시아가 동원을 한다, 도이치가 싸움을 하련다, 잉글리시가 어떻다, 프랑스가 어떻다, 매일 이런 이야기가 신문에 가뜩가뜩 차게 되었다.

엘리자베트의 주위도 달라졌다. 그의 모든 벗은 다 쪽쪽이 헤어졌다. R은 동경서 미술공부를 한다. 또 다른 R은 하와이로 시집을 갔다. T는 여의가 되었다. 그 밖에 아직 공부하는 사람도 몇이 있기는 하지만은 대개는 주부와 교사가 되었다. 주부 된 벗 가운데는 벌써 두 아이의 어머니 된 사람까지 있다. 그들 가운데 한둘밖에는, 지금은 엘리자베트를 만나도 서로 모른 체하고 말도 안 하고 심지어 슬슬 피하게까지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혜숙이────그는 엘리자베트의 어렸을 때부터의 벗이다. 둘은 같은 소학에서 졸업하고 같이 R학당에 입학하였다가 엘리자베트가 부상(父喪)에 연속하여 모상(母喪)으로 일년 학교를 쉬는 동안에 혜숙이도 연담(緣談)으로 일년을 쉬게 되고, 엘리자베트가 도로 상학게 될 때에 혜숙이도 파혼으로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혜숙이는 엘리자베트에게는 유일의 벗이다. 불에 타진 구멍 속에 나타난 그림자 가운데서도 엘리자베트는 혜숙이와 제일 가까이 서서 걸었다.

추억의 눈물이 엘리자베트의 치마 앞자락에 한 방울 뚝 떨어졌다.

눈물로써, 슬프고 섧고 원통하고도 사랑스럽고 즐겁고 회포 많은 그 그림자가 가리운 고로, 엘리자베트는 눈물을 씻고 다시 그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그 구멍에는, 참예술적 활인화(活人畵), 정조(情調)로 찬 그림자는 없어지고 그 대신으로 갈포바지가 어렴풋이 보인다. 엘리자베트는 소름이 쭉 끼쳤다. 자기가 지금 어디를 무엇 하러 와 있는지 그는 생각났다.

엘리자베트는 머리를 들고 방을 둘러보았다. 어떤 목에 붕대를 한 남자와 어떤 아이를 업고 몸을 찌긋찌긋하던 여자가 자기를 보다가 자기 시선과 마주친 고로 머리를 빨리 돌리는 것밖에는 엘리자베트의 주의를 받은 자도 없고 엘리자베트에게 주의하는 사람도 없다. 그는 갑갑증이 일어났다. 너무 갑갑한 고로 자기
                    손금을 보기 시작하였다. 손금은 그리 좋지 못하였다. 자식금도 없고 명금도 짧고 부부금도 나쁘고 복(福)금 대신으로 궁(窮)금이 위로 빠져 있었다.

이 나쁜 손금도 엘리자베트의 마음을 괴롭게 하지 못하였다. 그의 심리는 복잡하였다. 텡텡 비었다. 그는 슬퍼하여야 할지 기뻐하여야 할지 알지 못하였다. 그 가운데는, 울고 싶은 생각도 있고 웃고 싶은 생각도 있고 뛰놀고 싶은 생각도 있고 죽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 복잡한 심리는 엘리자베트로서 아무 편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마음이 텡텡 빈 것같이 되게 하였다.

이제 자기에게는 절대로 필요한 약이 생긴다 할 때에 그는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기의 경우를 생각할 때에 그는 슬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혜숙이와 S를 생각할 때에…….

엘리자베트가 손금과 추억 및 미릿생각들을 복잡히 하고 있을 때에 남작이 와서 그에게 약을 주고 빨리 병원을 나가고 말았다.

약을 받은 뒤에 엘리자베트는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약을 병째로 씹어 먹고 싶도록 애착의 생각이 나는 또 한편에는 약에게 이 위에 더없는 저주를 하고 태평양 복판 가운데 가라앉히고 싶었다. 그러는 가운데도 그에게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는 일어서서 몰래 가만히 기지개를 한 후에 허둥허둥 병원을 나서서 전차로 집에까지 왔다.

저녁 먹은 뒤에 처음으로 약을 마실 때에 엘리자베트에게는 한 바라는 바가 있었다. 그의 조급한 성격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낳은 바람은 다른 것이 아니다. 약의 효험이 즉각으로 나타났으면…… 하는 것이다.

이 바람은 벌써 차차 엘리자베트의 머리에 공상으로서 실현된다.

그는 생각하여 보았다.

이제 남작 부인이 죽는다. 그때에는 엘리자베트는 남작의 정실이 된다.

'
                        조선 제일의 미인, 사교계의 꽃이 이 나로구나.'

엘리자베트는 눈을 번뜩거리며 생각한다.

이환이는 어떤 간사한 여성과 혼인한다. 이환의 아내는 이환의 재산을 모두 없이한 후에 마지막에는 자기까지 도망하고 만다. 그리고 이환이는 거러지가 된다. 어떤 날 엘리자베트
                    자기가 자동차를 타고 어디 갈 때에 어떤 거러지가 자동차에 친다. 들고 보니 이환이다.

'그렇게 되면 어찌 되나.'

엘리자베트는 스스로 물어 보고 깜짝 놀랐다. 자기의 사랑의 전부가 어느덧 남작에게로 옮겨 왔다.

그는 자기의 비열을 책망하는 동시에 아까 그런 공상에 대한 부끄러움과 증오 놀람 절망 들의 생각이 마음에 떠올랐다. 그 가운데도 가느나마 그에게는 희망이 있다. 앞에 때가 있다. 약의 효험은 얼마 후에야 나타난다더라
                    엘리자베트는 생각하고 좔좔 오는 장마비 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자기 바람의 나타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바람은 종시 그 밤은 나타나지를 않았다.

이튿날, 하기 시험 준비 날, 엘리자베트는 시험 준비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누워서 약의 효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의 효험은 그날도 안 나타났다.

사흘째 되는 날도 효험은 없었다. 시험하러 가지도 않았다.

이렇게 대엿새 지난 후에 엘리자베트는 자기 건강상의 변화를 발견하였다. 모든 복잡하고 성가신 일로 말미암아 음식도 잘 안 먹히고 잠도 잘 안 오던 그가, 지금은 잠도 잘 오고 입맛도 나게 된 것을 깨달았다. 그때야 그는 그것이 낙태제(落胎劑)가 아니고 건강제인 것을 헤아려 깨달았다. 그렇지만 약은 없어지도록 다 먹었다.

마지막 번 약을 먹은 뒤에 전등을 켜고 엘리자베트는 생각하여 보았다. 병원 사건 이후로 남작은 한 번도 저를 찾아오지 않았다. 엘리자베트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였다. 그리 근심도 아니 났다. 시기도 아니 하였다. 다만 오지 않아야만 된다, 그는 생각하였다. 왜 오지 않아야만 되는가 자문할 때에 그에게 거기 응할 만한 대답은 없었다. 이 '오지 않는다'는 구는 엘리자베트로서 자기가 근 두 달이나 혜숙의 집에 안 갔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이러다는 이환 씨 생각이 나겠다.'

이와 같은 생각이 나는 고로 그는 곧 생각의 끝을 다른 데로 옮겼다. 이와 같이 이 생각에서 저 생각, 또 다른 생각 왔다갔다할 때 문이 열리며 남작 부인이 낯에는 '어찌할꼬' 하는 근심을 띠고 들어왔다.

『어찌 좀 나으세요?』

『네, 좀 나은 것 같아요.』

대답하고 엘리자베트는 자기가 무슨 병이나 앓던 것같이 알고 있는 부인이 불쌍하게 생각났다.

부인은 말을 할 듯 할 듯하면서 한참이나 우물거리다가,

『그런데요.』

하고 첫말을 내었다.

『네.』

엘리자베트는 본능적으로 대답하였다.

부인의 낯에는 '말할까말까' 하는 표정이 똑똑히 나타나 있었다. 그러다가 입을 또 연다.

『아까 복손이
                        (남작의 아들 이름)
                        어른이 들어와 말하는데요…….』

엘리자베트는 마음이 뜨끔하였다. 부인은 말을 연속한다.

『
                        선생님은 이즈음 학교에도 안 가시고 그 애들과도 놀지 못하신다구요. 게다가 병까지 나셨다구, 얼마 좀 평안히 나가서 쉬시라고, 자꾸 그러래는수.』

부인의 낯에는 말한 거 잘못하였다 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말을 다 들은 엘리자베트는 벌떡 일어섰다. 그는 무엇이 어찌 되는지는 모르고 무의식히 자기 행리(行李)를 꺼내어 거기에 자기 책을 넣기 시작하였다. 그의 손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엘리자베트의 행동을 물끄러미 보던 부인은 물었다.

『이 밤에 떠나시려구요? 어디로?』

엘리자베트는 우덕덕 정신을 차렸다. 그의 배에서는 뜻없이 큰 소리의 웃음이 폭발하여 나온다. 놀라는 것같이, 우스운 것같이. 부인도 따라 웃는다.

한참이나 웃은 뒤에 둘은 함께 웃음을 뚝 그쳤다. 엘리자베트는 웃음 뒤에 울음이 떠받쳐 올라왔다. 자연히 가는 소리의 울음이 그의 목에서 나온다.

이것을 본 부인은 갑자기 미안하여졌던지 엘리자베트를 위로한다.

『울지 마십쇼. 얼마든 여기 계세요. 제가 말씀 잘 드릴 테니…….』

『아니, 전 가겠어요.』

『어디, 갈 곳이 있어요?』

『갈 곳이…….』

『있어요?』

『예서 한 사십 리 나가서 오촌모(五寸母)가 한 분 계세요.』

『그렇지만…… 이런 데 계시다가…… 촌…….』』

부인의 눈에도 이슬이 맺힌다.

『
                        제가 말씀…… 잘 드릴 것이니…… 그냥 계시지요.』

『아니야요. 저 같은 약한 물건은 촌이 좋아요, 서울 있어야…….』

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진다.

『
                        서울 몇 해 있을 동안에…… 갖은 고생 다 하고…… 하던 것을 부인께서 구해 주셔서…….』

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치마 앞자락에 떨어진다.

『참 은혜는…… 내일 떠나지요.』

엘리자베트는 눈물을 씻고 머리를 들었다.

『내일!? 며칠 더 계시…….』』

『떠나지요.』

『이 장마때…….』』

『……』

『장마나 걷은 뒤에 떠나시면…….』

『그래두 떠나지요.』

이튿날
                    아침 열시쯤 엘리자베트의 탄 인력거는 서울 성밖에 나섰다.

해는 떴지마는 보스럭비는 보슬보슬 내리붓고 엘리자베트의 맞은편에는 일곱 빛이 영롱한 무지개가 반원형으로 벌리고 있다.

비와 인력거의 셀룰로이드창을 꿰어서 어렴풋이 이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엘리자베트는 뜨거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어젯밤에, 남작 부인에게 자기 같은 약한 것에게는 촌이 좋다고 밝히 말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반생 이상을 서울서 지낸 엘리자베트는 자기 둘째 고향을 떠날 때에 마음에 떠나기 설운 생각이 없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 자기 사랑 이환이가 있고 자기에게 끝없이 동정하는 남작 부인이 있지 않으냐, 엘리자베트는 부인의 친절히 준 돈을 만져 보았다.

이렇게 서울에게 섭섭한 생각을 가진 엘리자베트는 몸은 차차 서울을 떠나지만 마음은 서울 하늘에서만 떠돈다. 어젯밤에 밤새도록 잠도 안 자고 내일은 꼭 서울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여, 양심이 싫다는 것을 억지로 그렇게 해결까지 한 그도, 막상 서울을 떠나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만약 자기가 말할 용기만 있으면 이제라도 인력거를 돌이켜서 서울로 향하였으리라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치만 그에게는 그리할 용기가 없었다. 아니, 제일 말하기가 싫었고 인력거꾼에게 웃기우기가 싫었다. 그러는 것보다도, 그는 말은 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의 어떤 물건이 그것을 막았다. 그는 입술을 악물었다.

인력거는 바람에 풍겨서 한편으로 기울어졌다가 이삼 초 뒤에 도로 바로 서서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장마때 바람은 윙! 소리를 내면서 인력거 뒤로 달아난다.

엘리자베트의 머리에는, 갑자기 '생각날 듯 생각날 듯하면서 채 생각나지 않는 어떤 물건'이 떠올랐다. 그는 생각하여 보았다. 한참 동안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남작, 그는 가렵고도 가려운 자리를 찾지 못한 때와 같이 안타깝고 속이 타는 고로 살눈썹을 부들부들 떨었다. '남작'이 자기 생각의 원몸에 가까운 것 같고도 채 생각나지 않았다.

'
                        남작이 고운가 미운가. 때릴까 안을까. 오랠까 쫓을까.'

그는 한참이나 남작을 두고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탁 눈을 치뜨면서 주먹을 꼭 쥐었다. 이제야 겨우 그 원몸이 잡혔다.

『재판!』

그는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남작을 걸어서 재판하는 것은 엘리자베트에게는 큰 문제에 다름없었다. 남작 부인에게 얻은 위로금이 재판 비용으로는 넉넉하겠지만, 자기를 끝없이 측은히 여기는 부인에게 남편이 잘못한 일을 알게 하는 것은 엘리자베트에게는 차마 못 할 일이다. 이 일을 알면 부인은 제
                    남편을 어찌 생각할까, 엘리자베트
                    자기를 어찌 생각할까. 남작 집안의 어지러움―─── 엘리자베트는 한숨을 후― 하니 내쉬었다. 그것뿐이냐, 서울에는 자기 사랑 이환이가 있다. 만약 재판을 하면 그 일이 신문에 나겠고, 신문에 나면 이환이가 볼 것이다. 이환이가 이 일을 알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 몇백 명 동창은 어떻게 생각할까, 세상은 어떻게 생각할까.

『재판은 못 하겠다.』

그는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남작의 미운 짓을 볼 때에는, 엘리자베트는 가만 있지 못할 것같이 생각된다. 자기는 남작으로 인하여 모든 바람과 앞길을 잃어버리지 않았느냐. 자기는 남작으로 인하여 바람과 앞길 밖에 사랑과 벗과 모든 즐거움까지 잃어버리지 않았느냐. 그런 후에 자기는 남작으로 인하여 서울과는 온전히 떠나지 않으면 안 되지 않게 되었느냐. 이와 같은 남작을…… 이와 같은 죄인을…….

『아무래도 재판은 하여야겠다.』

그는 다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로도 재판을 하여야 할지 안 하여야 할지 똑똑히 해결치를 못하였다. 갑(甲)이 그것을 막고, 을(乙)이 금하였다.

'
                        집에 가서 천천히 생각하자.'

그는 속이 타는 고로 억지로 이렇게 마음을 먹고 생각의 끝을 다른 데로 옮겼다.

이 생각에서 떠난 그의 머리는 걷잡을 새 없이 빨리 동작하였다. 그의 머리는 남작에서 S, 이환, 혜숙, 서울, 오촌모, 죽은 어버이들로 왔다갔다하였다. 한참 이리 생각한 후에 그의 흥분하였던 머리는 좀 내려앉고 몸이 차차 맥이 나면서 그것이 전신에 퍼진 뒤에 머리와 가슴이 무한 상쾌하게 되면서 눈이 자연히 감겼다. 수레의 흔들리는 것이 그에게는 양상스러웠다.

조을지도 않은 채 깨지도 않고 근덕근덕하면서 한참 갈 때에 우르륵 우뢰 소리가 나므로 그는 눈을 번쩍 떴다. 하늘은 전면이 시커멓게 되고 그 새에서는 비의 실이 헬 수 없이 많이 땅에까지 맞닿았다. 비 곁에 또 비 비 밖에 비 비 위에 구름 구름 위에 또 구름이라 형용할 수밖에 없는 이 짓은, 엘리자베트에게 큰 무서움을 주었다.

'저 무지한 인력거꾼 놈이…….'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사면은 다만 어두움뿐이고 그 큰 길에도 사람 다니는 것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툭툭툭툭 하는 인력거의 비 맞는 소리, 물 괸 곳에 비 오는 소리, 외앵 하고 달아나는 장마때 바람 소리, 인력거꾼의 식식거리는 소리, 자기의 두근거리는 가슴 소리─―── 엘리자베트의 떨림은 더 심하여졌다.

그는 떨면서도 조그만 의식을 가지고 구원의 길이 어디 있지나 않은가 하고 셀룰로이드창을 꿰어서 앞을 내어다보았다. 창을 꿰고 비를 꿰고 또 비를 꿰어서 저편 한 이십 간 앞에 조그마한 방성 하나가 엘리자베트의 눈에 띄었다.

『아!』

그는 안심의 숨을 내어쉬었다.

'저것이 만약?'

그는 갑자기 생각난 듯이 눈을 비비고 반만큼 일어서서 뚫어지게 내어다보았다. 가슴은 뚝뚝 소리를 낸다…….

어렴풋이 보이는 그 방성에 엘리자베트는 상상을 가하여 보기 시작하였다. 앞집만 보일 때에는 상상으로 뒷집을 세우고 그것이 보일 때에는 또 상상의 집을 세워서 한참 볼 때에 그 방성은 자기가 오촌모의 있는 마을로 엘리자베트의 눈에 비쳤다.

엘리자베트는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이 흥분하여 피곤하여지고 가슴이 뛰노는 고로 서 있을 힘이 없었다. 가슴과 목 뒤에서는 뚝뚝 소리를 더 빨리 더 힘있게 낸다.

가뜩이나 더디게 걷던 인력거가 방성 어구에 들어서서는 더 느리게 걷는다…….

엘리자베트는 흥분한 눈으로 가슴을 뛰놀리면서 그 방성을 보았다. 길에 사람 하나 없다. 평화의 이 촌은 작년보다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작년에 보던 길 좌우편에만 벌려 있던 이십여 호의 집은 역시 내게 상관 있나 하는 낯으로 엘리자베트를 맞는다.

그 방성 맨 끝, 뫼 바로 아래 있는 엘리자베트의 오촌모의 집에 인력거는 닿았다. 비의 실은 그냥 하늘과 땅을 맞맨 것같이 보이면서 힘있게 쪽쪽 내리쏜다.

엘리자베트는 인력거에서 내렸다.

세 시간 동안이나 앉아서 온 그의 다리는 엘리자베트의 자유로 되지 않았다. 그는 취한 것같이 비츨비츨하며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같이 허둥허둥 낮은 대문을 들어섰다. 비는 용서 없이 엘리자베트의 머리에서 가는 모시저고리 치마 구두로 내리쏜다.

대문 안에 들어선 엘리자베트는 어찌할지를 몰라서 담장에 몸을 기대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때에 마침 때좋게 오촌모가 무슨 일로 밖에 나왔다.

『
                        아주머니!』

엘리자베트는 무의식히 고함을 치고 두어 발자국 나섰다.

오촌모는 늙은 눈을 주름살 많은 손으로 비비고 잠깐 엘리자베트를 보다가,

『
                        엘리자베트냐.』

하면서 뛰어와서 마주 붙들었다.

『어떻게 왔냐? 자 비 맞겠다. 아이구 이 비 맞은 것 봐라. 들어가자. 자, 자.』

『인력거가 있어요.』

하고 엘리자베트는 땅에 발이 닿지 않는 것 같은 걸음으로 허둥허둥 인력거꾼에게 짐을 들여오라 명하고, 오촌모와 함께 어둡고 낮고 시시한, 내음새나는 방 안에 들어왔다.

『전엔 암만 오래두 잘 안 오더니, 어찌 갑자기 왔냐?』

오촌모는 눈에 다정한 웃음을 띠고 물었다.

엘리자베트는 진리 있는 거짓말을 한다.

『
                        서울 있어야 이젠 재미두 없구 그래서…….』

『으응!』

오촌모는 말의 끝을 높여서 엘리자베트의 대답을 비인(非認)한다.

『
                        네 상에 걱정빛이 뵌다. 무슨 걱정스러운 일이라도 있냐?』

'바로 대답할까'

엘리자베트가 생각하는 동시에 입은 거짓말을 했다.

『걱정은 무슨 걱정이요. 쯧.』

엘리자베트는 혀를 가만히 찼다. 왜 거짓말을 해…….

『그래두 젊었을 땐 남 모르는 걱정이 많으니라.』

'대답할까'

엘리자베트는 갑자기 생각했다. 가슴이 뛰놀기 시작한다. 치만 기회는 또 지나갔다. 오촌모는 딴 말을 꺼낸다.

『그런데 너 점심 못 먹었겠구나. 채려다 주지, 네 촌밥 먹어 봐라. 어찌 맛있나.』

오촌모는 나갔다.

『짐 들여왔습니다.』

하는 인력거꾼의 소리가 나므로 엘리자베트는 나가서 짐을 찾고 들어와 앉아서, 밖을 내어다보았다.

뜰 움푹움푹 들어간 데마다 물이 고였고 물 고인 데마다 비로 인하여 방울이 맺혀서 떠다니다가는 없어지고, 또 새로 생겨서 떠다니다가는 없어지곳 한다. 초가집 지붕에서는 누렇고 붉은 처마물이 그치지 않고 줄줄 흘러내린다.

한참이나 눈이 멀거니 뜰을 바라보고 있을 때에 오촌모가 밥과 달걀, 반찬, 김치 등 간단한 음식을 엘리자베트를 위하여 차려 왔다.

엘리자베트는 점심을 먹은 뒤에 또 뜰을 내어다보기 시작하였다. 뜰 한편 구석에는 박 넌출이 하나 답답한 듯이 웅크러뜨리고 있었다.잎 위에는 빗물이 고여 있다가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기울어지며, 고였던 물이 땅에 쭈루룩 쏟아지는 것이 엘리자베트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그 잎들 아래는 허옇고 푸른 크담한 박 하나가 잎이 바람에 움직일 때마다 걸핏걸핏 보였다.

박 넌출 아래서 머구리가 한 마리 우덕덕 뛰어나왔다. 본래부터 머구리를 무서워하던 엘리자베트는 머리를 빨리 돌렸다. 머구리에게 무서움을 가지는 동시에 엘리자베트의 머리에는 아깟걱정이 떠올랐다.

그는 낯을 찡그리고 한숨을 후 내어쉬었다.

이것을 본 오촌모는 물었다.

『왜 그러냐? 한숨을 다 짚으면서…… 네게 아무래두 걱정이 있기는 하구나.』

엘리자베트는 마음이 뜨끔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기회 넘겼다가는…….

『
                        아주머니!』

그는 흥분하고 떨리는 소리로 오촌모를 찾았다.

『왜, 왜 그러냐? 이야기 다 해라.』

『
                        서울은 참 나쁜 뎁디다그려…….』

엘리자베트는 울기 시작하였다.

『자, 왜?』

『하―아!』

엘리자베트는 울음이 섞인 한숨을 쉬었다.

『아 왜 그래?』

『아― 어찌할까요.』

『무엇을 어찌해. 자 왜 그러느냐?』

『
                        난 죽고 싶어요.』

엘리자베트는 쓰러졌다.

『딴소리한다. 왜 그래? 자 이야기해라.』

오촌모는 얼른다.

엘리자베트는 끊었다 끊었다 하면서 무한 간단하게 자기와 남작의 새를 이야기한 뒤에, 재판하겠단 말로 말을 끝내었다.

『
                        너 같은 것이 강가(姜家) 집에…….』

엘리자베트의 말을 들은 오촌모는 성난 소리로 책망하였다.

괴로운 침묵이 한참 연속하였다. 아주머니의 책망을 들을 때에 엘리자베트는 울음 소리까지 그쳤다.

한참 뒤에, 오촌모는 엘리자베트가 불쌍하였던지 이제 방금 온 것을 책망한 것이 미안하였던지 말을 돌린다.

『그래두 재판은 못 한다. 우리는 상것이고 저편은 양반이 아니냐?』

아직 채 작정치 못하고 있던 엘리자베트의 마음이 이 말 한마디로 온전히 작정되었다. 그는 아주머니의 말을 우쩍 반대하고 싶었다.

『재판에두 양반 상놈이 있나요?』

『그래두 지금은 주먹 천지란다.』

엘리자베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양반 상놈 문제에 얼토당토 않은 주먹을 내어놓는 아주머니의 무식이 그에게는 경멸스럽기도 하고 성도 났다. 그렇지만 그 말의 진리는 자기의 지낸 일로 미루어 보아도 그르달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재판은 꼭 하고 싶었다.

『그래두 해요!』

『그리 하고 싶으면 하기는 해라마는…….』

『그럼 아주머니!』

『왜.』

『이 동리에 면소가 있나요?』

『응 있다. 무엇 하려구?』

『거기 가서 재판에 대하여 좀 물어 보아 주시구려…….』

『싫다야…… 그런 일은.』

『그래두…… 아주머니까지…… 그러시면…….』

엘리자베트의 낯은 울상이 되었다. 이것이 불쌍하게 보였던지 오촌모는 면서기를 찾아갔다.

이튿날
                    엘리자베트는 남작을 걸어서, 정조 유린에 대한 배상 및 위자료로서 5천 원, 서생아(庶生兒) 승인, 신문상 사죄광고 게재 청구 소송을 경성지방법원에 일으켰다.

늘 그치지 않고 줄줄 내리붓던 비는 종시 조선 전지(全地)에 장마를 지웠다.

엘리자베트가 있는 마을 뒷뫼에서도 간직하여 두었던 모든 샘이 이번 비로 말미암아 터져서 개골가에 있는 집 몇은 집채같이 흘러내려오는 물로 인하여 혹은 떠내려가고 혹은 무너졌다.

매일 흰 물방울을 안개같이 내면서 왉왉 흘러내려가는 물을 보면서 엘리자베트는 몇 가지 일로 느끼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반성도 없지 않았다.

이번 이와 같이 큰 재판을 일으킨 것이 엘리자베트의 뜻은 아니다. 법률을 아는 사람이 '그리하여야 좋다'는 고로 엘리자베트는 으쓱하여서 그리할 뿐이다. 그에게는 서생아 승인으로 넉넉하였다.

『에이 썅.』

그는 만날 이 일이 생각날 때마다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서울을 떠난 것도 그의 느낌의 하나이다. 차라리 반성의 하나이다. 오촌모는 '에이구 내 딸 에이구 내 딸
                    ' 하며 크담한 엘리자베트의 궁둥이를 두드리며 사랑하였고, 엘리자베트는 여왕과 같이 가만히 앉아서 모든 일을 오촌모를 부려먹었지만, 그것만으로 그는 만족지를 못하였다. 그는 낮고 더럽고 답답하고 덥고 시시한 냄새 나는 촌집보다 높고 정한 서울집이 낫고, 광목바지 입고 상투 틀고 낯이 시꺼먼 원시적인 촌무지렁이들보다 맥고모자에 궐련 물고 가는 모시두루마기 입은 서울 사람이 낫다. 굵은 광당포치마보다 가는 모시치마가 낫고, 다 처진 짚신보다 맵시나는 구두가 낫다. 기름머리에 맵시나게 차린 후에 파라솔을 받고 장안 큰거리를 팔과 궁둥이를 저으면서 다니던 자기 모양을 흐린 하늘에 그려 볼 때에는, 엘리자베트는 자기에게도 부끄럽도록 그 그림자가 예뻐 보였다.

장마는 걷혔다.

장마 뒤의 촌집은 참 분주하였다. 모를 옮긴다 김을 맨다 금년 추수는 이때에 있다고, 각 집이 모두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나서서 활동을 한다. 각 곳에서 중양가(重陽歌)의 처량한 곡조, 농부가의 웅장한 곡조가 일어나서 뫼로 반향하고 들로 퍼진다.

자농(自農) 밭 몇 뙈기와 뒤뜰에 터앝을 가진 엘리자베트의 오촌모의 집도 꽤 분주하였다. 자농 밭은 삯을 주어서 김을 매고 터앝만 오촌모
                    자기가 감자와 파 이종을 하기로 하였다.

뻔뻔 놀고 있기가 무미도 하고 갑갑도 한 고로, 엘리자베트는 아주머니를 도와서 손에 익지 않은 일을 하고 있었다.

첫번에는 일하기가 죽게 어려웠지마는, 좀 연습된 뒤에는 땀으로 온몸이 젖고 몸이 곤하여진 뒤에 나무 그늘 아래서 상추쌈에 고추장으로 밥을 먹고 얼음과 같은 찬 우물물을 마시는 것은 참 엘리자베트에게는 위에 없는 유쾌한 일이 되었다. 첫번에는 심심끄기로 시작하였던 일을 마지막에는 쾌락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는 새에도 틈만 있으면 그는 집 뒤 뫼에 올라가서 서울을 바라보고 한숨을 짓고 있었다.

보얀 여름 안개로 둘러싸여서 아침 햇빛을 간접으로 받고 보얗게 반짝거리는 아침
                    서울, 너무 강하여 누렇게까지 보이는 여름 햇빛을 정면으로 받고 여기저기서 김을 무럭무럭 내는 낮
                    서울, 새빨간 저녁놀을 받고 모든 유리창은 그것을 몇십 리 밖까지 반사하여 헬 수 없는 땅 위의 해를 이루는 저녁
                    서울, 그 가운데 우뚝 일어서 있는 푸른 남산, 잿빛 삼각산, 먼지로 싸인 큰거리, 울깃불깃한 경복궁, 동물원, 공원, 한강, 하나도 엘리자베트에게 정답게 생각 안 나는 것이 없고, 느낌 안 주는 것이 없었다.

'아― 내
                            서울아, 내 사랑아

                            나는 너를 바라본다
                        붉은 눈으로 더운 사랑으로……

                            아침 해와 저녁 놀, 잿빛 안개
                        흩어진 더움 아래서, 나는 너를
                        아― 나는 너를 바라본다.
                        천 년을 살겠냐 만 년을 살겠냐.

                            내 목숨 다하기까지, 내 삶 끝나기까지,

                            나는 너를 그리리라'

나는 너를 바라본다

붉은 눈으로 더운 사랑으로……

아침 해와 저녁 놀, 잿빛 안개

흩어진 더움 아래서, 나는 너를

아― 나는 너를 바라본다.

천 년을 살겠냐 만 년을 살겠냐.

내 목숨 다하기까지, 내 삶 끝나기까지,

나는 너를 그리리라

처량한 곡조로 엘리자베트는 부르곳 하였다.

엘리자베트는 한 자리를 정하고 뫼에 올라갈 때에는 언제든지 거기 앉아 있었다. 뒤에는 큰 소나무를 지고 그 솔그늘 아래 꼭 한 사람이 앉아 있기 좋으리만한 바위가 하나 있었다. 그것이 엘리자베트의 정한 자리다.

그 바위 두어 걸음 앞에서 여남은 길 되는 절벽이 있었다.

이 절벽을 내려다볼 때마다 그의 마음속에는 한 기쁨이 움직였다.

종시 재판날이 왔다.

재판 전날, 엘리자베트는 오촌모와 함께 서울로 들어와서 재판소 곁 어떤 객줏집에 주인을 잡았다.

서울을 들어설 때에 엘리자베트는, 한 달밖에는 떠나 있지 않았으되 그렇게 그리던 서울이므로 기쁨의 흥분으로 몸이 죽게 피곤하여져서 부들부들 떨면서 객줏집에 들었다.

'
                        혜숙이나 만나지 않을까, 이환 씨나 만나지 않을까, S 혹은 부인이나 혹은 남작이나 만나지 않을까.'

그는 반가움과 무서움과 바람으로 머리를 푹 숙이고 곁눈질을 하면서 아주머니와 함께 거리들을 지나갔다. 할 수 있는 대로는 좁은 길로…….

그는 하룻밤 새도록 모기와 빈대와 흥분, 걱정들로 말미암아 잠도 잘 못 자고, 이튿날 낯이 뚱뚱 부어서 제시간에 재판소에 들어왔다.

아주머니는 방청석으로 보내고 자기 혼자 원고석(原告席)에 와 앉을 때에는, 엘리자베트는 자기도 어찌 되는지를 모르도록 마음이 뒤숭숭하였다. 염통은 한 분(分) 동안에 여든일곱 번이나 뛰놀고 숨도 한 분 사이에 스무 번 이상을 쉬게 되었다. 땀은 줄줄 기왓골에 빗물 흐르듯 흘러서 짠물이 자꾸 눈과 입으로 들어온다. 서울 들어오느라고 새로 갈아입은 엘리자베트의 빈사저고리와 바지허리는 땀으로 소낙비 맞은 것보다 더 젖게 되었다.

세 분쯤 뒤에 그는 마음을 좀 진정하여 장내를 둘러보았다.

방청석에는 아주머니 혼자 낯에 근심을 띠고 눈이 둥그래져 서 있었고 피고석에는 남작이 머리를 저편으로 돌리고 있었다.

남작을 볼 때에 그는 갑자기 죄송스러운 생각이 났다.

'오죽 민망할까. 이런 데 오는 것이 남작에게는 오죽 민망할까? 내가 잘못했지, 재판은 왜 일으켜? 남작은 나를 어찌 생각할까? 또 부인은……?'

그는 이제라도 할 수만 있으면 재판을 그만두고 싶었다. 짐짓 자기가 남작에게 져주고 싶기까지 하였다.

그는 머리를 좀더 돌이켰다. 거기는 남작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엄연히 앉아 있었다. 만장을 무시하는 낯으로 자기 혼자만이 재판을 좌우할 능력이 있다는 낯으로 변호사는 빈 재판석을 둘러보고 있었다.

변호사를 볼 때에 엘리자베트는 남모르게,

『아!』

하는 절망의 소리를 내었다. 자기의 변론이 어찌 변호사에게 미칠까, 그의 머리에는 똑똑히 이 생각이 떠올랐다. 남작에 대한 미움이 마음속에 솟아나왔다. 자기를 끝까지 지우려고 변호사까지 세운 남작이 어찌 아니꼽지를 않을까. 그는 외면한 남작을 흘겨보았다.

판사, 통변, 서기 들이 임석하고 재판은 시작되었다. 규정의 순서가 몇이 지나간 뒤에 원고의 변론할 차례가 이르렀다. 규정대로 사는 곳과 이름 들을 물은 뒤에 엘리자베트는 변론하여야 하게 되었다. 엘리자베트는 벌떡 일어서서 묻는 말에는 대답하였지만 변론은 나오지를 않았다. 재판소가 빙빙 도는 것 같고 낯에서는 불덩이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용기를 내어야지.'

생각할 때에 얼마의 용기는 회복되었다.

그는 끊었닷 끊었닷 하면서 자기의 청구를 질서 없이 설명하였다.

『더 할 말은 없냐?』

엘리자베트의 말이 끝난 뒤에 주석판사가 물었다.

『없어요.』

엘리자베트는 말이 하기 싫은 고로 겨우 중얼거리고 앉았다.

'겨우 넘겼다.'

엘리자베트는 앉으면서 괴로운 숨을 내어쉬면서 생각하였다.

피고의 변론할 차례가 되었다. 변호사는 일어서서 웅장한 큰 소리로, 만장을 누르는 소리로, 장내가 웅웅 울리는 소리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원고의 말은 모두 허황하다. 그 증거가 어디 있는가? 있으면 보고 싶다. 잉태하였다 하니 거짓말인지도 모르거니와, 설혹 잉태하였다 하여도 그것이 남작의 자식인 증거가 어디 있는가? 자기 자식이니까 떨어뜨리려고 병원에 데리고 갔다 원고는 말하지만, 주인이 자기
                        집에 가정교사가 병원에 좀 데려다 달랄 때 데려다 줄 수가 없을까? 피고가 자기 일이 나타날까 저퍼서 원고를 내어쫓았다 원고는 말하지마는 다른 일로 내어보냈는지 어찌 아는가? 원고는 당시에는 학교에도 안 가고 가정교사의 의무도 다하지 않고 게다가 탈까지 났으니, 누구가 이런 식객을 가만 두기를 좋아할까? 어떻든 원고에게는 정신이상이 있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엘리자베트는 변호사가 '
                        원고의 말은 허황하다' 할 때에 마음이 뜨끔하였다. '
                        남작의 자식인지 어찌 알까' 할 때에 가슴에서 '툭' 하는 소리를 들었다. 병원 이야기가 나올 때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에는 어찌 되는지 몰랐다. 청각은 가졌지만 듣지는 못하였다. 다만 둥둥 하는 사람의 말소리가 한 백 리 밖에서 나는 것같이 들렸을 뿐이고 아무것도 의식지를 못하였다. 유도에 목 끼운 때와 같이 온몸이 양상스러워지는 것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가 바롯 의식상태로 들기 비롯한 때는 판사가 '더 할 말이 없느냐'고 물을 때이다.

판사의 묻는 말을 똑똑히 알아듣지 못하고 또 말하기도 싫은 엘리자베트는 다만,

『네.』

하고 대답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런 뒤에는 그의 눈앞에는 검은 물건이 왔닷갔닷 움직움직하는 것만 보였다. 무엇인지는 똑똑히 알지 못하였다.

한참 있다가 판결은 났다. 원고의 주장은 하나도 증거가 없다. 그런 고로 원고의 청구는 기각한다.

이 말을 겨우 알아들은 엘리자베트는 가슴에서 두 번째 '툭'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뒤에는 정신이 아득하여지고 말았다.

몇 시간 동안을 혼미상태로 지낸 후에 겨우 정신이 좀 드는 때는 그는 이상한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껌껌한 그 방은 사면 침척(尺) 두 자밖에는 안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방은 들썩들썩 움직인다.

'흥 재미있구나!'

그는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한가한 생각이 그의 머리에 오랫동안 머물지를 못하였다. 높이 세 치, 길이 다섯 치쯤 되는 조그만 구멍으로 자기
                    아주머니가 보일 때에 엘리자베트는 펄떡 정신을 차렸다. 그때야 그는 자기 있는 곳은 보교(步轎) 안이고, 벌써 아주머니의 집에 다 이르렀고, 아까 판결받은 것이 생각났다.

보교는 놓였다.

엘리자베트는 우덕덕 보교에서 뛰어내리다가 꼬꾸라졌다. 발이 저린 것을 잊고 뛰어내리던 그는 엎드러질 수밖에는 없었다.

『에구머니!』

아주머니는 엘리자베트가 또다시 기절을 한 줄 알고 고함을 치며 뛰어왔다.

엘리자베트는 '죽어라' 하고 발이 저린 것을 참고 일어서서 뛰어 방 안에 들어와 꼬꾸라졌다.

그는 울음도 안 나오고 웃음도 안 나왔다. 다만,

'야단났구만, 야단났구만.'

생각만 하였다.

그렇지만 어디가 야단나고 어떻게 야단났는지는 그는 몰랐다. 다만, 어떤 큰 야단난 일이 어느 곳에 있기는 하였다.

오촌모가 들어와 흔드는 것도 그는 모른 체하고 다만 씩씩거리며 엎디어 있었다.

'야단, 야단.'

그의 눈에는 여러 가지 환상이 보인다. 네모난 사람, 개, 우물거리는 모를 물건, 뫼보다도 크게도 보이고 주먹만하게도 보이는 검은 어떤 물건, 아주머니, 연필─―── 이것이 모두 합하여 그에게는 야단으로 보였다.

오촌모가 펴준 자리에 누워서도 그는 이런 그림자들만 보면서 씩씩거리며 있었다.

이튿날
                    아침.

엘리자베트는 눈을 번쩍 뜨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아주머니는 방 안에 없었다. 부엌에서 덜겅거리는 고로 거기 있나 보다
                    그는 생각하였다.

전에는 그리 주의하여 보지 않았던 그 방 안의 경치에서 병인의 날카로운 눈으로 그는 새로운 맛있는 것을 여러 가지 보았다.

제일 눈에 뜨이는 것은, 담벽 사면에 붙인 당지들이다. 일본 포속(布屬)들에서 꺼내어 붙인 듯한 그 당지들을 엘리자베트는 흥미의 눈으로 하나씩 하나씩 건너보았다.

그 다음에 보인 것은 천장 서까래 틈에 친 거미줄들이다. 엘리자베트는 그 가운데 하나를 자세히 보았다. 그가 보고 있는 동안에 욍 하니 날아오던 파리가 한 마리 그 줄에 걸렸다. 거미줄은 잠깐 흔들리다가 멎고 어디 있댔는지 보이지 않던 거미가 한 마리 빨리 나와서 파리를 발로 움킨다. 파리는 깃을 벌리고 도망하려 애를 쓰기 시작하였다. 거미줄은 대단히 떨렸다. 그렇지만 조금 뒤에 파리는 죽었는지 거미줄의 흔들림은 멎고 거미 혼자서 발발 파리를 두고 돌아다닌다. 엘리자베트는 바르륵 떨면서 머리를 돌이켰다.

'저 파리의 경우와…… 내 경우가, 어디가 다를까? 어디가……?'

엘리자베트가 움직할 때에 파리가 한 마리 욍 나타났다. 그 파리의 날기를 기다리고 있었던지 다른 파리들도 일제히 웅― 날았다가 도로 각각 제자리에 앉는다…….

엘리자베트는 눈을 감았다. 상쾌한 졸음이 짜르륵 엘리자베트의 온몸에 돌았다. 엘리자베트는 승천(昇天)하는 것 같은 쾌미를 누리고 있었다.

이때에 오촌모가 샛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엘리자베트는 눈을 번쩍 떴다. 오촌모는 들어와서 물에 젖은 손을 수건에 씻은 뒤에 엘리자베트의 머리곁에 와 앉았다.

『좀 나은 것 같으냐?』

『무엇 낫지 않아요.』

『어디가 아파? 어젯밤 새도록 헛소릴 하더니…….』

『헛소리까지 했어요?』

엘리자베트는 낯에 적적한 웃음을 띠고 묻는 대답을 하였다.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는 일정하게 아픈 데가 없어요. 손목 발목이 저리저릿하는 것이 온몸이 다 쏘아요. 꼭…… 첫몸할 때…….』

『왜 그런고…… 원.』

『왜 그런지요…….』

잠깐의 침묵이 생겼다.

『앗!』

좀 후에 엘리자베트는 작은 소리로 날카로운 부르짖음을 내었다. 낯에는 무한 괴로움이 나타났다.

왜 그러냐!?

오촌모는 놀라서 물었다.

『봤다는 안 되어요.』

엘리자베트는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보지 않을 것이니 왜 그러냐?』

『묻지두 말구요!』

『묻지두 않을 것이니 왜 그래?』

『그럼 안 묻는 거인가요?』

『그럼 그만두자…… 그런데 미음 안 먹겠냐?』

『좀 이따 먹지요.』

엘리자베트는 괴로운 낯을 하고 팔과 다리를 꼬면서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가 참다 못하여 억지로 말했다.

『
                        아주머니 요강 좀 집어 주세요.』

오촌모는 근심스러운 낯으로 물끄러미 엘리자베트를 들여다보다가 말없이 요강을 집어 주었다.

엘리자베트는 요강을 타고 앉았다. 나올 듯 나올 듯하면서도 나오지 않는 오줌은 그에게 큰 아픔을 주었다. 한 십 분 동안이나 낯을 무한 찡글고 있다가 내어놓을 때는 그 요강은 피오줌으로 가득 찼다.

『피가 났구나!』

오촌모는 놀라서 물었다.

『……네.』

『떨어지려는 것이로구나.』

『그런가 봐요.』

말은 끊어졌다.

엘리자베트의 마음은 무한 설렁거렸다. 그 가운데는 저픔과 반가움이 섞여 있었다.

『깨를 어떻게 먹으면 올라붙기는 한다더라만…….』

잠깐 후에 아주머니가 말을 시작했다.

『그건 올라붙어 무엇 해요.』

엘리자베트는 낯을 찡글고 대답하였다.

『그래도 낙태로 죽는 사람두 있너니라…….』

엘리자베트는 대답을 하려다가 말이 하기 싫은 고로 그만두었다.

말은 또 끊어졌다.

엘리자베트는 '죽어두 좋아요'라고 대답하려 하였다.

'죽으면 뭘 핬나.'

그는 병적으로 날카롭게 된 머리로 생각하여 보았다.

'
                        내게 이제 무엇이 있을까? 행복이 있을까? 없다. 즐거움은? 그것도 없다. 반가움은? 물론 없지. 그럼 무엇이 있을까? 먹고 깨고 자는 것뿐─―── 그 뒤에는? 죽음! 그 밖에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 그것뿐으로도 살 가치가 있을까? 살 가치가 있을까? 아, 아! 어떨까? 없다! 그러면? 나 같은 것은 죽는 편이 나을까? 물론. 그럼 자살? 아!'

'자살? (그는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모르겠다. 살아지는 대로 살아 보자. 죽는 것도 무섭지 않고, 사는 것도 싫지도 않고─―── '

이때에 오촌모가 말을 시작했다.

『
                        내가 가서 물어 보고 올라.』

『그만두세요.』

그는 우덕덕 놀라면서 무의식히 날카롭게 말하였다.

『그래두 내 잠깐 다녀오지.』

아주머니는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아주머니가 나간 뒤에 그는 또 생각하여 보았다.

내 근 이십 년 생애는 어떠하였는가? 앞일은 그만두고 지난 일로…… 근 이십 년 동안이나 살면서, 남에게, 사회에게 이익한 일을 하나라도 하였는가? 벗들에게 교과를 가르친 일─―──이것뿐! 이것을 가히 사회에 이익한 일이라 부를 수가 있을까? (그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응! 하나 있다! '표본!' (그는 괴로운 웃음을 씩― 웃었다.) 이후 사람을 경계할 만한 내 사적! 곧 '표본!' 표본생활 이십 년…… 아……!

그러니 이것도 내가 표본이 되려서 되었나? 되기 싫어서도 되었지. 헛데로 돌아간 이십 년, 쓸데없는 이십 년, '나'를 모르고 산 이십 년, 남에게 깔리어 산 이십 년. 그 동안에 번 것은? 표본! 그 동안에 한 일은? 표본!

그는 피곤하여진 고로 눈을 감았다. 더움과 추움이 그를 쏘았다. 그는 추워서 사지를 보들보들 떨면서도 이마와 모든 틈에는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래는 수만 근 되는 추를 단 것같이 대단히 무거웠다.

괴로움과 한참 싸우다가 오촌모의 돌아옴이 너무 더딘 고로 그는 그만 잠이 들었다.

자는 동안에 여러 가지 그림자가 그의 앞에서 움직였다. 네모난 사람이 어떤 모를 물건을 가지고 온다. 그 뒤에는 개가 따라온다. 방성 뒷산에서 뫼보다도 큰 어떤 검은 물건이 수없이 많이 흐늘흐늘 날아오다가, 엘리자베트의 있는 방 앞에 와서는 주먹만하게 되면서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어온다. 하나씩 하나씩 다 들어온 다음에는 도로 하나씩 하나씩 흐늘흐늘 날아 나가서 차차 커지며 뫼만하게 되어 도로산 가운데서 쓰러져 없어진다. 다 나갔다는 도로 들어오고 다 들어왔다는 도로 나가고, 자꾸자꾸 순환되었다. 엘리자베트는 앓는 소리를 연발로 내며 이 그림자들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 무서운 그림자를 한참 보고 있을 때에,

『
                        얘 미음 먹어라.』

하는 오촌모의 소리가 나는 고로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미음 그릇을 들고 들어오는 아주머니를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저런 큰 그릇을 원 어찌 들고 다니노? 키도 댓자밖에는 못 되는 노파가…….'

오촌모가 미음 그릇을 놓은 다음에 엘리자베트는 그것을 먹으려고 엎디었다. 아픔이 온몸에 쭉 돌았다…….

『숟갈이 커서 어찌 먹어요?』

그는 놋숟갈을 보고 오촌모에게 물었다. 그는, '숟갈이 커서 들지를 못하겠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어제두 먹던 것이 커?』

엘리자베트는 안심하고 숟갈을 들었다. 그것은 뜻밖에 크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았다. 그는 곁에 놓인 흰 가루를 미음에 치고 먹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짜다.』

그는 한 술 먹은 뒤에 소리를 내었다.

『짜기는 왜 짜? 사탕가루를 많이 치구…….』

병으로 날카롭게 된 그의 신경은 그의 자유로 되었다. 마치 최면술에 피술자(被術者)가 시술자(施術者)의 명령을 절대로 복종하여, 단 것도 시술자가 쓰다 할 때에는 쓰다 생각하는 것과 같이 그의 신경도 절대로 그의 명령을 좇았다. 휜 가루를 소금이라 생각할 때에는 짜게 보였으나 사탕가루라 생각할 때에는 꿀송이보다도 더 달았다. 그렇지만 그의 신경도 한 가지는 복종치를 않았다. 아픔이 좀 나았으면 하는 데는 조금도 순종치를 않았다.

미음을 먹는 동안에 오촌모가 투덜거렸다.

『스무 집이나 되는 동리 가운데서 그것 아는 것이 하나두 없단 말인가 원…….』

『무엇이요?』

엘리자베트는 미음을 삼키고 물었다.

『그 올라붙는 방문 말이루다. 원 깨를 어짠대든지…….』

엘리자베트는 성이 나서 대답을 안 하였다.

미음을 다 마신 다음에 돌아누우려다가 그는,

『읽!』

소리를 내고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어디가 아픈지 똑똑히 모를 아픔이 온몸을 쿡 쏘았다. 정신까지 어지러웠다.

『어찌? 더하냐?』

『물이 쏟아져요.』

엘리자베트는 똑똑한 말로 대답하였다.

『어째?』

『바람이 부는지요?』

『
                        얘 정신채레라.』

엘리자베트는 후덕덕 정신을 차리면서,

『
                        내가 원 정신이 없어졌는가?』

하고 간신히 천장을 향하고 누웠다. 천장에는 소가 두 마리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엘리자베트는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리 시작하였다. 두 마리의 소는 싸움을 시작했다.

'떨어지면……?' 생각할 때에 한 마리는 그의 배 위에 떨어졌다. 일순간 뜨끔한 아픔 뒤에는 아뭏지도 않았다.

'앍' 소리를 내고 그는 다시 천장을 보았다. 소는 역시 두 마리지만 이번은 춤을 추고 있다.

『표본생활 이십 년!』

그는 중얼거리고 담벽을 향하여 돌아누웠다. 거기서는 남작과 이환과 도야지와 파리가 장거리 경주를 하고 있었다.

'흥! 재미있다. 누구가 이길 터인고?'

그는 생각하였다.

조금 있다가 그는 생각난 듯이 수군거렸다.

『표본생활 이십 년!』

그가 눈을 아무 데로 향하든지 어떤 그림자는 거기 벌려 있었다. 그가 자든지 깨든지 어떤 그림자는 거기서 움직였다. 이렇게 엘리자베트는 사흘을 지냈다.

그러는 동안 다함이 없는 철학이 감추여 있는 것 같고도 아무 뜻이 없는 헛말 같이도 생각되는 말구가 흔히 무의식히 그의 머리에 떠올랐다.

'표본생활 이십 년!'

그는 이 말을 여러 번 거푸 하였다.

이렇게 사흘째 되는 저녁, 복거리 낮보다도 더 훈훈 타는 저녁, 등과 사지 맨끝에서 시작하여 짜르륵 온몸에 도는 추위의 쾌미를 역증으로 받으면서 잠과 깸의 가운데서 돌던 엘리자베트는 오촌모의 소리에 놀라 흠칠 하면서 깨었다.

『왜 그리 앓는 소리를 하냐? (혼자말로)
                        탈인지 무엇인지 낫지두 않구.』
                    『아― 유― 죽겠다아― 하아―』

                        엘리자베트는 눈을 감은 채로 아주머니의 소리 나는 편으로 돌아누우면서 신음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아프리라 생각하는 데서 나온 아픔밖에는 아픔이 없었다.
                    『왜 그래? 참 앓는 너보다두 보는 내가 더 속상하다. 후!』

                        오촌모도 한숨을 쉰다.
                    『아이구 덥다!』

                        오촌모는 빨리 부채를 집어서 엘리자베트를 부치면서 말했다.
                    『
                            내 부쳐 줄 것이니 일어나서 이 오미잣물을 마세 봐라.』
                    오미자라는 소리를 들은 그는 귀가 버썩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오미자를 좋아하던 그는 이불 속에서 꿈질꿈질 먹을 준비를 시작하였다. 오늘은 그의 머리는 똑똑하여졌다. 그림자가 안 보였고 아픔도 덜어졌다.

                        오촌모는 자기도 한 숟갈 떠먹어 본 뒤에 권한다.
                    『아이구 달다. 자 먹어 봐라.』

                        엘리자베트는 눈을 뜨고 엎디어서 오미잣물을 마셨다. 새큼하고 단 가운데도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내음새를 가진 오미잣물은 병인인 엘리자베트에게 위에 없는 힘을 주었다. 그는 단숨에 한 사발이나 되는 물을 다 마셔 버렸고 도로 누웠다.
                    『맛있지?』
                    『네.』
                    『그런데 어떠냐, 아프기는?』

                        엘리자베트는 다만 씩 웃었다. 다 큰 것이 드러누워서 다 늙은 아주머니를 속상케 함에 대한 미안과, 크담한 것이 '읅읅' 앓은 부끄러움이 합하여 낳은 웃음을 그는 다만 감추지 않고 정직하게 웃은 것이다.
                    『
                            오늘은 정신 좀 들었냐? 며칠 동안 별한 소릴, 어더런 소릴 하던지?…… 응!…… 응! 무얼 '표분 생울 이십 년'이라던지?』
                    『표본생활 이십 년!』

                        엘리자베트는 생각난 듯이 무의식히 소리를 내었다.
                    『응! 그 소리 그 소리!』

                        오촌모도 생각난 듯이 지껄였다.
                    『아이 덥다!』

                        엘리자베트는 이불을 차 던지고 고함을 쳤다.
                    『응, 부쳐 주지.』
                    어느덧 부채질을 멈추었던 오촌모는 다시 부치기 시작했다.
                    속에서 나오는 태우는 듯한 더움과 밖에서 찌르는 무르녹이는 듯한 더위와 사늘쩍한 부채 바람이 합하여, 엘리자베트의 몸에 쪼르륵 소름이 돋게 하였다. 소름 돋을 때와 부채의 시원한 바람의 쾌미는 그에게 졸음이 오게 하였다. 그는 구름 타고 하늘에 올라가는 맛으로 잠과 깸의 가운데서 떠돌고 있었다.
                    몇 시간 지났는지 몰랐다. 무르녹이기만 하던 날은 소낙비로 부어 내린다. 그리 덥던 날도 비가 오면서는 서늘하여졌다. 방 안은 습기로 찼다. 구팡에 내려져서 튀어나는 물방울들은 안개비와 같이 되면서 방 안으로 몰려 들어온다.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어느덧 역한 내음새 나는 모기장이 그를 덮었고 그의 곁에는 오촌모가 번뜻 누워서 답답한 코를 구르고 있었다. 위에는 불티를 잔뜩 앉히고 그 아래서 숨찬 듯이 할락할락하는 석유 램프는 모기장 밖에서 반딧불같이 반짝거리며 할딱거리고 있었다.
                    '가는 목숨으로라도 살아지는 껏 살아라.'
                    그 램프는 소곤거리는 것 같다.

                        엘리자베트는 일어나서 요강을 모기장 밖에서 들여왔다.
                    한참 타고 앉았다가 '악' 소리를 내고 그는 엎으러졌다. 가슴은 뛰놀고 숨도 씩씩하여졌다. 마음은 무한 설렁거렸다. 맥도 푹 났다.
                    한참 엎디어 있다가 그는 생각난 듯이 벌떡 일어나서 요강을 내어놓고 번갯불과 같이 빨리 그 속에 손을 넣어서 주먹만한 핏덩이를 하나 꺼내었다.
                    '내 것.'

                        그의 머리에 번갯불과 같이 이 생각이 지나갔다.

                        그의 머리에는 모순된 두 가지 생각이 일어났다.
                    '내 것.'
                    참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그 핏덩어리에게 일어났다.
                    '이것 때문에…….'
                    그는 그 핏덩이에 대하여 무한한 미움이 일어났다.
                    '이것도 저 아니꼬운 남작의 것, 나는 이것 때문에…….'
                    이 두 가지 생각의 반사작용으로 그는 핏덩이를 힘껏 단단히 쥐었다. 거기는 미움이 있고 사랑이 있었다.

                        그는 그 핏덩이를 씹어 먹고 싶었다. 거기도 미움이 있고 사랑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쥔 채로 드러누웠다. 맥이 나서 앉아 있을 힘이 없었다.
                    드러누운 그에게는 얼토당토 않은 딴 생각이 두어 가지 머리에 났다. 이것도 잠깐으로 끝나고 잠이 들었다.
                    이삼 푼의 잠이 그를 슬치고 지나간 뒤에 그는 눈을 번쩍 뜨면서 무의식히 중얼거렸다.
                    『표본생활 이십 년!』
                    그 다음 순간 그에게는 별한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약한 자의 슬픔!'
                    '천하에 둘도 없는 명언이루다.'

                        그는 생각하였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논문 비슷이, 소설 비슷이 하나 지어 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는 생각하여 보았다.

                        자기의 설움은 약한 자의 슬픔에 다름없었다. 약한 자기는 누리에게 지고 사회에게 지고 '삶'에게 져서, 열패자(劣敗者)의 지위에 이르지 않았느냐?! 약한 자기는 이환에게 사랑을 고백지 못하고 S와 혜숙에게서 참말을 듣지 못하고 남작에게 저항치를 못하고 재판석에서 좀더 굳세게 변론치를 못하여 지금 이 지경을 이르지 않았느냐?!
                    '그렇지만 이것은 밖이 약한 것이다. 좀더 깊이, 안으로!'

                        그는 생각하였다.


                            자기의 아직까지 한 일 가운데서 하나라도 자기게서 나온 것이 어디 있느냐? 반동(反動) 안 입고 한 일이 어디 있느냐? 남작
                            집에서 나온 것도 필경은 부인이 좀더 있으라는 반동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 병원 안에 들어간 것도 필경은 집으로 돌아올 전차가 안 보임에 있지 않으냐? 병원으로 향한 것도 그렇다. 재판을 시작한 것은? 오촌모가 말리는 반동을 받았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
                            이십세기 사람이 다 그렇다!』

                        그는 힘있게 중얼거렸다.
                    『어떻든…… 응! 그렇다! 문제는 '이십세기 사람'이라고 치고, 첫줄을 '약한 자의 슬픔'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줄을 '현대 사람의 다의 약함'으로 끝내자.』

                        그는 자기 짓던 글을 생각하고 중얼거렸다.
                    '표본생활 이십 년이란 구는 꼭 넣어야겠다.'

                        그는 생각하였다. 그리고 글을 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이리 짓고 저리 지어서, 이만하면 완전하다 생각할 때 그는 마지막 구를 소리를 내어서 읽었다.
                    『현대 사람 다의 약함!』
                    그런 다음에는 그의 머리에 한 공허가 생겼다. 그 공허가 가슴으로 퍼질 때에 그는 맥이 나고 발끝과 손끝에서 그 공허가 일어날 때에 그는 눈을 감았다. 눈이 무한 무거워졌다. 그 공허가 온몸에 퍼질 때에 그는 '후―' 숨을 내어쉬면서 잠이 들었다.

『아― 유― 죽겠다아― 하아―』

엘리자베트는 눈을 감은 채로 아주머니의 소리 나는 편으로 돌아누우면서 신음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아프리라 생각하는 데서 나온 아픔밖에는 아픔이 없었다.

『왜 그래? 참 앓는 너보다두 보는 내가 더 속상하다. 후!』

오촌모도 한숨을 쉰다.

『아이구 덥다!』

오촌모는 빨리 부채를 집어서 엘리자베트를 부치면서 말했다.

『
                            내 부쳐 줄 것이니 일어나서 이 오미잣물을 마세 봐라.』

오미자라는 소리를 들은 그는 귀가 버썩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오미자를 좋아하던 그는 이불 속에서 꿈질꿈질 먹을 준비를 시작하였다. 오늘은 그의 머리는 똑똑하여졌다. 그림자가 안 보였고 아픔도 덜어졌다.

오촌모는 자기도 한 숟갈 떠먹어 본 뒤에 권한다.

『아이구 달다. 자 먹어 봐라.』

엘리자베트는 눈을 뜨고 엎디어서 오미잣물을 마셨다. 새큼하고 단 가운데도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내음새를 가진 오미잣물은 병인인 엘리자베트에게 위에 없는 힘을 주었다. 그는 단숨에 한 사발이나 되는 물을 다 마셔 버렸고 도로 누웠다.

『맛있지?』

『네.』

『그런데 어떠냐, 아프기는?』

엘리자베트는 다만 씩 웃었다. 다 큰 것이 드러누워서 다 늙은 아주머니를 속상케 함에 대한 미안과, 크담한 것이 '읅읅' 앓은 부끄러움이 합하여 낳은 웃음을 그는 다만 감추지 않고 정직하게 웃은 것이다.

『
                            오늘은 정신 좀 들었냐? 며칠 동안 별한 소릴, 어더런 소릴 하던지?…… 응!…… 응! 무얼 '표분 생울 이십 년'이라던지?』

『표본생활 이십 년!』

엘리자베트는 생각난 듯이 무의식히 소리를 내었다.

『응! 그 소리 그 소리!』

오촌모도 생각난 듯이 지껄였다.

『아이 덥다!』

엘리자베트는 이불을 차 던지고 고함을 쳤다.

『응, 부쳐 주지.』

어느덧 부채질을 멈추었던 오촌모는 다시 부치기 시작했다.

속에서 나오는 태우는 듯한 더움과 밖에서 찌르는 무르녹이는 듯한 더위와 사늘쩍한 부채 바람이 합하여, 엘리자베트의 몸에 쪼르륵 소름이 돋게 하였다. 소름 돋을 때와 부채의 시원한 바람의 쾌미는 그에게 졸음이 오게 하였다. 그는 구름 타고 하늘에 올라가는 맛으로 잠과 깸의 가운데서 떠돌고 있었다.

몇 시간 지났는지 몰랐다. 무르녹이기만 하던 날은 소낙비로 부어 내린다. 그리 덥던 날도 비가 오면서는 서늘하여졌다. 방 안은 습기로 찼다. 구팡에 내려져서 튀어나는 물방울들은 안개비와 같이 되면서 방 안으로 몰려 들어온다.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어느덧 역한 내음새 나는 모기장이 그를 덮었고 그의 곁에는 오촌모가 번뜻 누워서 답답한 코를 구르고 있었다. 위에는 불티를 잔뜩 앉히고 그 아래서 숨찬 듯이 할락할락하는 석유 램프는 모기장 밖에서 반딧불같이 반짝거리며 할딱거리고 있었다.

'가는 목숨으로라도 살아지는 껏 살아라.'

그 램프는 소곤거리는 것 같다.

엘리자베트는 일어나서 요강을 모기장 밖에서 들여왔다.

한참 타고 앉았다가 '악' 소리를 내고 그는 엎으러졌다. 가슴은 뛰놀고 숨도 씩씩하여졌다. 마음은 무한 설렁거렸다. 맥도 푹 났다.

한참 엎디어 있다가 그는 생각난 듯이 벌떡 일어나서 요강을 내어놓고 번갯불과 같이 빨리 그 속에 손을 넣어서 주먹만한 핏덩이를 하나 꺼내었다.

'내 것.'

그의 머리에 번갯불과 같이 이 생각이 지나갔다.

그의 머리에는 모순된 두 가지 생각이 일어났다.

'내 것.'

참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그 핏덩어리에게 일어났다.

'이것 때문에…….'

그는 그 핏덩이에 대하여 무한한 미움이 일어났다.

'이것도 저 아니꼬운 남작의 것, 나는 이것 때문에…….'

이 두 가지 생각의 반사작용으로 그는 핏덩이를 힘껏 단단히 쥐었다. 거기는 미움이 있고 사랑이 있었다.

그는 그 핏덩이를 씹어 먹고 싶었다. 거기도 미움이 있고 사랑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쥔 채로 드러누웠다. 맥이 나서 앉아 있을 힘이 없었다.

드러누운 그에게는 얼토당토 않은 딴 생각이 두어 가지 머리에 났다. 이것도 잠깐으로 끝나고 잠이 들었다.

이삼 푼의 잠이 그를 슬치고 지나간 뒤에 그는 눈을 번쩍 뜨면서 무의식히 중얼거렸다.

『표본생활 이십 년!』

그 다음 순간 그에게는 별한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약한 자의 슬픔!'

'천하에 둘도 없는 명언이루다.'

그는 생각하였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논문 비슷이, 소설 비슷이 하나 지어 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는 생각하여 보았다.

자기의 설움은 약한 자의 슬픔에 다름없었다. 약한 자기는 누리에게 지고 사회에게 지고 '삶'에게 져서, 열패자(劣敗者)의 지위에 이르지 않았느냐?! 약한 자기는 이환에게 사랑을 고백지 못하고 S와 혜숙에게서 참말을 듣지 못하고 남작에게 저항치를 못하고 재판석에서 좀더 굳세게 변론치를 못하여 지금 이 지경을 이르지 않았느냐?!

'그렇지만 이것은 밖이 약한 것이다. 좀더 깊이, 안으로!'

그는 생각하였다.

자기의 아직까지 한 일 가운데서 하나라도 자기게서 나온 것이 어디 있느냐? 반동(反動) 안 입고 한 일이 어디 있느냐? 남작
                            집에서 나온 것도 필경은 부인이 좀더 있으라는 반동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 병원 안에 들어간 것도 필경은 집으로 돌아올 전차가 안 보임에 있지 않으냐? 병원으로 향한 것도 그렇다. 재판을 시작한 것은? 오촌모가 말리는 반동을 받았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
                            이십세기 사람이 다 그렇다!』

그는 힘있게 중얼거렸다.

『어떻든…… 응! 그렇다! 문제는 '이십세기 사람'이라고 치고, 첫줄을 '약한 자의 슬픔'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줄을 '현대 사람의 다의 약함'으로 끝내자.』

그는 자기 짓던 글을 생각하고 중얼거렸다.

'표본생활 이십 년이란 구는 꼭 넣어야겠다.'

그는 생각하였다. 그리고 글을 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이리 짓고 저리 지어서, 이만하면 완전하다 생각할 때 그는 마지막 구를 소리를 내어서 읽었다.

『현대 사람 다의 약함!』

그런 다음에는 그의 머리에 한 공허가 생겼다. 그 공허가 가슴으로 퍼질 때에 그는 맥이 나고 발끝과 손끝에서 그 공허가 일어날 때에 그는 눈을 감았다. 눈이 무한 무거워졌다. 그 공허가 온몸에 퍼질 때에 그는 '후―' 숨을 내어쉬면서 잠이 들었다.

『저런! 원 저런!』

이튿날
                        아침
                        엘리자베트에게 어젯밤 변동을 듣고 눈이 둥그래져서 그 핏덩이를 들여다보며 오촌모는 지껄였다.

엘리자베트는 탁 그 핏덩이를 빼앗아서 이불 아래 감춘 뒤에 낯을 붉히며 이유 없이 씩 웃었다.

어떻든 네 속은 시원하겠다. 밤낮 떨어지면 떨어지면 하더니─―──

오촌모는 비웃는 듯이 입살을 주었다.

아깟번에 웃은 엘리자베트는 이번에도 웃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는 억지로 입과 눈으로만 일순간의 웃음을 웃은 뒤에 곧 낯을 도로 쪽 폈다. 그리고 미안스러운 듯이 오촌모의 낯을 들여다보았다. 오촌모의 낯에는 가련하다는 표정이 똑똑히 보였다.

'역시 가련한 것이루구나!'

그는 속으로 고함을 쳤다.

'그것도 내 것이 아니냐!?'

어머니가 자식에게 가지는 육친의 정다움이 엘리자베트의 마음에 일어났다. 그는 몰래 손을 더듬어서 겁적겁적하고 흐늘거리는 그 핏덩이를 만져 보았다.

'어디가 엉덩이구 어디가 머리 편인고?'

하고 그는 손가락으로 핏덩이를 두드리고 쓸어 주고 있었다. 차디찬 핏덩이에서도 엘리자베트는 다스한 맛이 올라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란 이런 것이루다.'

그는 생각하였다.

물끄러미 한참 그를 들여다보던 오촌모는 도로 전과 같은 사랑의 낯이 되며 생각난 듯이 말했다.

『잊었댔다. 오늘은 장날이 되어서 서울 잠깐 들어갔다 와야겠다. 무엇 먹고 싶은 것은 없냐? 있으면 말해라. 사다 줄 거니…….』

『없어요.』

엘리자베트는 팔딱 정신을 차리며 무의식히 중얼거렸다. '서울' 소리를 듣고 그는 갑자기 가슴이 뛰놀기 시작하였다.

저런 노파가 다 서울을 다니는데 내가 어찌…….

그는 오촌모를 쳐다보면서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오촌모를 찾았다.

『
                            아주머니!』

『왜?』

『
                            서울 들어가세요?』

그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렸다.

『응.』

엘리자베트는 비쭉하여졌다. 오촌모의 '응'이란 대답뿐은 그를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응, 들어가겠다'든 '응, 다녀올란다/said든지 좀더 친절히 똑똑히 대답 안 한 오촌모가 그에게는 밉게까지 보였다.
                        그렇지만 그의 정조(情調)는 그의 비쭉한 것을 뚫고 위에 올라오기에 넉넉하였다. 그는 좀더 힘있게 떨리는 소리로 오촌모를 찾았다.
                        『
                                아주머니!』
                        『왜?』
                        『
                                나두 함께 가요!』
                        『어딜?』
                        『
                                서울!』
                        『딴소리한다. 넌 편안히 누워 있어얀다.』

                            오촌모의 낯에는 무한한 동정이 나타났다.
                        『그래두…… 가구 싶어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
                                내 다 구경해다 줄 거니 잘 누워 있거라. 너 다 나은 다음에 한번 들어가 실컷 돌아다니자. 그래두 지금은 못 간다.』
                        『길 다 말랐어요?』

                            그는 뚱딴짓소리를 물었다.
                        『응, 소낙비니깐 땅 위로만 흘렀지 속은 안 뱄더라.』
                        『뒤뜰 호박두 익었지요 인제. 메칠 동안 나가 보지두 못해서…….』

                            그의 목소리는 자못 떨렸다.
                        『아까 가보니깐 아직 잘 안 익었더라.』
                        잠깐 말은 끊어졌다. 조금 뒤에 엘리자베트는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아― 서울 가보구…….』
                        『걱정 마라. 이제 곧 가게 되지.』
                        『
                                아주머니!』
                        『왜 그러냐?』
                        『
                                그 애들이 아직 날 기억할까요?!』
                        『
                                그 애덜이라니?』
                        『
                                함께 공부하던 애들이요.』
                        『하하! (한숨을 쉬고) 걱정 마라. 거저 걱정 마라. 내가 있지 않냐? 인젠 그깟것들이 무엇에 쓸 데가 있어? 나하구 이렇게 편안히 촌에서 사는 것이 오죽 좋으냐! 아무 걱정 없이…… 지난 일은 다 꿈이다, 꿈이야! 잊구 말어라.』
                        '
                                강한 자!'

                            엘리자베트는 속으로 고함을 쳤다.
                        '
                                아주머니는 강한 자이고 나는 약한 자이고…… 그 사이에 무슨 차별이 있을꼬?!'
                        『
                                내 다녀올 것이니 편안히 누워 있거라.』

                            오촌모는 말하면서 봇짐을 들고 나간다.
                        『무얼 사다 줄꼬 원. 복숭아나 났으면 사다 줄까. 우리 딸을…….』

                            엘리자베트는 자기 생각만 연속하여 하였다. 스스로 알지는 못하였으나 어떤 회전기(廻轉期) 위기 앞에 선 그는 산후(産後)의 날카로운 머리를 써서 꽤 똑똑한 해결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렇다! 나도 시방은 강한 자이다. 자기의 약한 것을 자각할 그때에는 나도 한 강한 자이다. 강한 자가 아니고야 어찌 자기의 약점을 볼 수가 있으리요?! 어찌 알 수가 있으리요?! (그의 입에는 이김의 웃음이 떠올랐다.) 강한 자라야만 자기의 약한 곳을 찾을 수가 있다.
                            약한 자의 슬픔! (그는 생각난 듯이 중얼거렸다.) 전의 나의 설움은 내가 약한 자인 고로 생긴 것밖에는 더 없었다. 나뿐 아니라, 이 누리의 설움, 아니 설움뿐 아니라 모든 불만족, 불평 들이 모두 어디서 나왔는가? 약한 데서! 세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인류가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가 다만 약한 연고인밖에 또 무엇이 있으리요. 지금 세상을 죄악세상이라 하는 것은 이 세상이, 아니! 우리 사람이 약한 연고이다! 거기는 죄악도 없고 속임도 없다. 다만 약한 것!
                            약함이 이 세상에 있을 동안 인류에게는 싸움이 안 그치고 죄악이 안 없어진다. 모든 죄악을 없이하려면은 먼저 약함을 없이하여야 하고, 지상낙원을 세우려면은 먼저 약함을 없이하여야 한다.
                            만일 약한 자는, 마지막에는 어찌 되노? ……이 나! 여기 표본이 있다. 표본생활 이십 년 (그는 생각난 듯이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참 약했다. 일 하나라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어디 있는가! 세상 사람이 이렇다 하니 나도 이렇다, 이 일을 하면 남들은 나를 어찌 볼까 이런 걱정으로 두룩거리면서 지냈으니 어찌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리요! 하고 싶은 일은 자유로 해라. 힘써서 끝까지! 거기서 우리는 사랑을 발견하고 진리를 발견하리라!'
                        '그렇지만 강한 자가 되려면은……!'

                            그는 생각하여 보았다.
                        '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노니 사랑하라!' (그는 기쁨으로 눈에 빛을 내었다.) 그렇다! 강함을 배는 태(胎)는 사랑! 강함을 낳는 자는 사랑! 사랑은 강함을 낳고, 강함은 모든 아름다움을 낳는다. 여기, 강하여지고 싶은 자는,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 자는, 삶의 진리를 알고 싶은 자는, 인생을 맛보고 싶은 자는 다 참사랑을 알아얀다.
                            만약 참 강한 자가 되려면은? 사랑 안에서 살아야 한다. 우주에 널려 있는 사랑, 자연에 퍼져 있는 사랑,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사랑!

                        '그렇다! 내 앞길의 기초는 이 사랑!'

                            그는 이불을 차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의 앞에는 끝없는 넓은 세계가 벌여 있었다. 누리에 눌리어 살던 그는 지금은 그 위에 올라섰다. 그의 입에는 온 우주를 쳐누른 기쁨의 웃음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그의 정조(情調)는 그의 비쭉한 것을 뚫고 위에 올라오기에 넉넉하였다. 그는 좀더 힘있게 떨리는 소리로 오촌모를 찾았다.

『
                                아주머니!』

『왜?』

『
                                나두 함께 가요!』

『어딜?』

『
                                서울!』

『딴소리한다. 넌 편안히 누워 있어얀다.』

오촌모의 낯에는 무한한 동정이 나타났다.

『그래두…… 가구 싶어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
                                내 다 구경해다 줄 거니 잘 누워 있거라. 너 다 나은 다음에 한번 들어가 실컷 돌아다니자. 그래두 지금은 못 간다.』

『길 다 말랐어요?』

그는 뚱딴짓소리를 물었다.

『응, 소낙비니깐 땅 위로만 흘렀지 속은 안 뱄더라.』

『뒤뜰 호박두 익었지요 인제. 메칠 동안 나가 보지두 못해서…….』

그의 목소리는 자못 떨렸다.

『아까 가보니깐 아직 잘 안 익었더라.』

잠깐 말은 끊어졌다. 조금 뒤에 엘리자베트는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아― 서울 가보구…….』

『걱정 마라. 이제 곧 가게 되지.』

『
                                아주머니!』

『왜 그러냐?』

『
                                그 애들이 아직 날 기억할까요?!』

『
                                그 애덜이라니?』

『
                                함께 공부하던 애들이요.』

『하하! (한숨을 쉬고) 걱정 마라. 거저 걱정 마라. 내가 있지 않냐? 인젠 그깟것들이 무엇에 쓸 데가 있어? 나하구 이렇게 편안히 촌에서 사는 것이 오죽 좋으냐! 아무 걱정 없이…… 지난 일은 다 꿈이다, 꿈이야! 잊구 말어라.』

'
                                강한 자!'

엘리자베트는 속으로 고함을 쳤다.

'
                                아주머니는 강한 자이고 나는 약한 자이고…… 그 사이에 무슨 차별이 있을꼬?!'

『
                                내 다녀올 것이니 편안히 누워 있거라.』

오촌모는 말하면서 봇짐을 들고 나간다.

『무얼 사다 줄꼬 원. 복숭아나 났으면 사다 줄까. 우리 딸을…….』

엘리자베트는 자기 생각만 연속하여 하였다. 스스로 알지는 못하였으나 어떤 회전기(廻轉期) 위기 앞에 선 그는 산후(産後)의 날카로운 머리를 써서 꽤 똑똑한 해결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렇다! 나도 시방은 강한 자이다. 자기의 약한 것을 자각할 그때에는 나도 한 강한 자이다. 강한 자가 아니고야 어찌 자기의 약점을 볼 수가 있으리요?! 어찌 알 수가 있으리요?! (그의 입에는 이김의 웃음이 떠올랐다.) 강한 자라야만 자기의 약한 곳을 찾을 수가 있다.
                            약한 자의 슬픔! (그는 생각난 듯이 중얼거렸다.) 전의 나의 설움은 내가 약한 자인 고로 생긴 것밖에는 더 없었다. 나뿐 아니라, 이 누리의 설움, 아니 설움뿐 아니라 모든 불만족, 불평 들이 모두 어디서 나왔는가? 약한 데서! 세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인류가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가 다만 약한 연고인밖에 또 무엇이 있으리요. 지금 세상을 죄악세상이라 하는 것은 이 세상이, 아니! 우리 사람이 약한 연고이다! 거기는 죄악도 없고 속임도 없다. 다만 약한 것!
                            약함이 이 세상에 있을 동안 인류에게는 싸움이 안 그치고 죄악이 안 없어진다. 모든 죄악을 없이하려면은 먼저 약함을 없이하여야 하고, 지상낙원을 세우려면은 먼저 약함을 없이하여야 한다.
                            만일 약한 자는, 마지막에는 어찌 되노? ……이 나! 여기 표본이 있다. 표본생활 이십 년 (그는 생각난 듯이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참 약했다. 일 하나라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어디 있는가! 세상 사람이 이렇다 하니 나도 이렇다, 이 일을 하면 남들은 나를 어찌 볼까 이런 걱정으로 두룩거리면서 지냈으니 어찌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리요! 하고 싶은 일은 자유로 해라. 힘써서 끝까지! 거기서 우리는 사랑을 발견하고 진리를 발견하리라!'

약한 자의 슬픔! (그는 생각난 듯이 중얼거렸다.) 전의 나의 설움은 내가 약한 자인 고로 생긴 것밖에는 더 없었다. 나뿐 아니라, 이 누리의 설움, 아니 설움뿐 아니라 모든 불만족, 불평 들이 모두 어디서 나왔는가? 약한 데서! 세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인류가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가 다만 약한 연고인밖에 또 무엇이 있으리요. 지금 세상을 죄악세상이라 하는 것은 이 세상이, 아니! 우리 사람이 약한 연고이다! 거기는 죄악도 없고 속임도 없다. 다만 약한 것!

약함이 이 세상에 있을 동안 인류에게는 싸움이 안 그치고 죄악이 안 없어진다. 모든 죄악을 없이하려면은 먼저 약함을 없이하여야 하고, 지상낙원을 세우려면은 먼저 약함을 없이하여야 한다.

만일 약한 자는, 마지막에는 어찌 되노? ……이 나! 여기 표본이 있다. 표본생활 이십 년 (그는 생각난 듯이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참 약했다. 일 하나라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어디 있는가! 세상 사람이 이렇다 하니 나도 이렇다, 이 일을 하면 남들은 나를 어찌 볼까 이런 걱정으로 두룩거리면서 지냈으니 어찌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리요! 하고 싶은 일은 자유로 해라. 힘써서 끝까지! 거기서 우리는 사랑을 발견하고 진리를 발견하리라!

'그렇지만 강한 자가 되려면은……!'

그는 생각하여 보았다.

'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노니 사랑하라!' (그는 기쁨으로 눈에 빛을 내었다.) 그렇다! 강함을 배는 태(胎)는 사랑! 강함을 낳는 자는 사랑! 사랑은 강함을 낳고, 강함은 모든 아름다움을 낳는다. 여기, 강하여지고 싶은 자는,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 자는, 삶의 진리를 알고 싶은 자는, 인생을 맛보고 싶은 자는 다 참사랑을 알아얀다.
                            만약 참 강한 자가 되려면은? 사랑 안에서 살아야 한다. 우주에 널려 있는 사랑, 자연에 퍼져 있는 사랑,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사랑!

만약 참 강한 자가 되려면은? 사랑 안에서 살아야 한다. 우주에 널려 있는 사랑, 자연에 퍼져 있는 사랑,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사랑!

'그렇다! 내 앞길의 기초는 이 사랑!'

그는 이불을 차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의 앞에는 끝없는 넓은 세계가 벌여 있었다. 누리에 눌리어 살던 그는 지금은 그 위에 올라섰다. 그의 입에는 온 우주를 쳐누른 기쁨의 웃음이 떠올랐다.

===== 09_Yi Ik-sang_The Straggler (Nagoja) =====

일 개월을 지나지 못하여 자기 수대(數代) 전래하는 주택을 훼철(毁撤)치 아니 못할 운명에 당한 진화는 책보를 곁에 끼고 C사 정문을 나왔다. 문 앞에서 한 번 주저하며 뒤에 있는 현관을 돌아다보며, 이곳에 다시 발을 들여놓으면 나는 사람이 아니라고 중얼거리며 나왔다. 위선자, 협잡배들이 가면을 쓰고 권력하에서 굽실굽실 아첨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다고 진화(鎭華)는 생각했다. 그는 머리를 들어 가로에 분주히 다니는 모든 사람 얼굴을 의미 있게 쳐다보았다. 다 평화로운 듯하다.
                        너는 낙오자이다······. 조소하는 것 같다. 그의 머리에서는 한 달 지나면 집을 헐어야 하는 것이 간단없이 울리어 온다.

그는 자기가 병적(病的) 신경을 가진 것이라고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때에는 행동을 힘껏 고쳐보랴 결심도 하였으나, 이것은 반분의 효험이 없이 경우에 당하면 자기의 병적 맘이 머리를 들고 나오는 것을 심한 고통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나는 생활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국면을 타파하여야 한다. 고식적 생활을 그대로 하여가다가는 비분발광(悲憤發狂)을 하고 말 것이다. 가로상으로 활개를 벌리고, 춤을 추고 돌아다닐 것이다. 그 뒤에는 뭇 애들이 돌멩이질을 하며 따라다닐 것이다. 편집광 병원의 액개물(厄介物)이 되고 말 것이다. 그 병원 철창 안에서 봉두난발을 하고 새까만 얼굴에 하얀 이빨을 내놓고 히히 웃으며, 구멍에로 주는 밥을 받아먹으렷다. 아, 나는 아주 머리가 내둘린다.

이 매연과 진애 속에서 죽어가는 해쓱한 얼굴을 가지고 꾸무럭꾸무럭하는 것은 차마 할 수 없다. 어서 뒤에 산이 있고, 산에 수목이 울(鬱)하고, 앞에는 맑은 시내가 탕탕(蕩蕩)하게 흐르고, 거개는 고기 노는 데에······ 가서 살아야 겠다. 무사기(無邪氣)한 순박한 농부들과 함께 술을 먹고, 밥을 먹고 뛰고 노는 것도 또한 취미가 있음 직하다. 새 갓을 쓰고 아침 볕에 영롱하게 빛나는 이슬 맺힌 풀을 밟고 돌아다니는 것도 유쾌하겠지! 종일토록 땀을 흘리고 일하다가 벽공(碧空)에서 떠오는 듯한 둥근 달을 쳐다보고 땅 이불 끌고 돌아올 때에는, 신성하고 순결한 생각이 가슴에서 무럭무럭 나오겠지!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식사를 마치고 신간 서적을 보면서, 이 세상의 모든 일의 형편을 추상할 때에는······. 이와 같은 것을 초월한 묵상을 계속할 때에는, 나의 앞에는 아무것도 없겠지······. 나는 어서 용단을 하여야 하겠다 하였다.

진화는 고민을 망각한 것 같다. 활로를 얻은 것 같다. 전신에 활기가 돋는 듯이 집에 돌아왔다. 아무 말 없이 의복도 갈아입지 않았다. □□지방에 있는 친우들에게 편지를 썼다.

M
                    자기의 지금에 당한 형편과 도회 생활에 싫증이 난 것이라든가, 전원생활에 동경한 것이라든가를 일일이 단서 없이 썼다. 이와 같은 말은 글자를 굵게 삐었다.
                        그대의 지방으로 불가불 철이(轍移)할 터이니, 그 지방에 적당한 전장(田莊)이 있으면 가격의 고하를 물론하고 살 터라고 하였다.

진화는 편지를 부친 뒤에도 그 지방에 마침 전장이 있기를 바라고 맘으로 빌었다. 또한 M이 자기를 병적 사상을 가졌다 논의나 아니할는지,
                        너는 도회 생활을 무상한 과장으로 알더니 금일에 표변함은 어쩐 까닭이냐고 희롱할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와 같이 생각할 때에는 편지한 것을 도리어 후회하였다. 그러나 순실한 M의 성격을 아는 진화는 그러할 리가 만무하겠지, 하고 스스로 그러한 생각을 취소하였다.

이와 같이 한 일 월 후에 진화의 가족과 집물(什物)을 실은 열차는 남으로 향하여 내려갔다.

===== 10_Hyun Jin-geon_A Poor Wife (Bincheo) =====

"그것이 어째 없을까?"

아내가 장문을 열고 무엇을 찾더니 입안말로 중얼거린다.

"무엇이 없어?"

나는 우두커니 책상머리에 앉아서 책장만 뒤적뒤적하다가 물어 보았다.

"모본단 저고리가 하나 남았는데……."

"……"

나는 그만 묵묵하였다. 아내가 그것을 찾아 무엇 하려는 것을 앎이라. 오늘 밤에 옆집 할멈을 시켜 잡히려 하는 것이다.

이 2년 동안에 돈 한 푼 나는 데는 없고 그대로 주리면 기구(器具)와 의복을 전당국 창고(典當局倉庫)에 들이밀거나 고물상 한구석에 세워 두고 돈을 얻어 오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내가 하나 남은 모본단 저고리를 찾는 것도 아침거리를 장만하려 함이라.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고 폈던 책을 덮으며 후― 한숨을 내쉬었다.

봄은 벌써 반이나 지났건마는 이슬을 실은 듯한 밤기운이 방구석으로부터 슬금슬금 기어나와 사람에게 안기고 비가 오는 까닭인지 밤은 아직 깊지 않건만 인적조차 끊어지고 온 천지가 빈 듯이 고요한데 투닥투닥 떨어지는 빗소리가 한없는 구슬픈 생각을 자아낸다.

"빌어먹을 것 되는 대로 되어라."

나는 점점 견딜 수 없어 두 손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리며 중얼거려 보았다. 이 말이 더욱 처량한 생각을 일으킨다. 나는 또 한번, "후―" 한숨을 내쉬며 왼팔을 베고 책상에 쓰러지며 눈을 감았다.

이 순간에 오늘 지낸 일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늦게야 점심을 마치고 내가 막 궐련〔卷煙〕한 개를 피워 물 적에 한성은행(漢城銀行) 다니는 T가 공일이라고 놀러 왔었다.

친척은 다 멀지 않게 살아도 가난한 꼴을 보이기도 싫고 찾아갈 적마다 무엇을 뀀어 내라고 조르지도 아니하였건만 행여나 무슨 구차한 소리를 할까 봐서 미리 방패막이를 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듯하여 나는 발을 끊고 따라서 찾아오는 이도 없었다. 다만 이 T는 촌수가 가까운 까닭인지 자주 우리를 방문하였다.

그는 성실하고 공순하며 소소한 소사(小事)에 슬퍼하고 기뻐하는 인물이었다. 동년배(同年輩)인 우리 둘은 늘 친척간에 비교(比較) 거리가 되었었다. 그리고 나의 평판이 항상 좋지 못했다.

"
                        T는 돈을 알고 위인이 진실해서 그 애는 돈푼이나 모을 것이야! 그러나 K(내 이름)는 아무짝에도 못 쓸 놈이야. 그 잘난 언문(諺文) 섞어서 무어라고 끄적거려 놓고 제 주제에 무슨 조선에 유명한 문학가가 된다니! 시러베아들놈!"

이것이 그네들의 평판이었다. 내가 문학인지 무엇인지 하는 소리가 까닭 없이 그네들의 비위에 틀린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그네들의 생일이나 혹은 대사(大事) 때에 돈 한푼 이렇다는 일이 없고 T는 소위 착실히 돈벌이를 하여 가지고 국수밥소래나 보조를 하는 까닭이다.

"얼마 아니 되어 T는 잘살 것이고 K는 거지가 될 것이니 두고 보아!"

오촌 당숙은 이런 말씀까지 하였다 한다. 입 밖에는 아니 내어도 친부모 친형제까지라도 심중(心中)으로는 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부모는 달라서 화가 나시면, "
                        네가 그리하다가는 말경(末境)에 비렁뱅이가 되고 말 것이야"라고 꾸중은 하셔도, "사람이란 늦복 모르느니라" "그런 사람은 또 그렇게 되느니라" 하시는 것이 스스로 위로하는 말씀이고 또 며느리를 위로하는 말씀이었다. 이것을 보아도 하는 수 없는 놈이라고 단념(斷念)을 하시면서 그래도 잘되기를 바라시고 축원하시는 것을 알겠더라.

여하간 이만하면 T의 사람됨을 가히 알 수가 있다. 그러고 그가 우리집에 올 것 같으면 지어서 쾌활하게 웃으며 힘써 자미스러운 이야기를 하였다. 단둘이 고적(孤寂)하게 그날그날을 보내는 우리에게는 더할 수 없이 반가웠었다.

오늘도 그가 활발하게 집에 쑥 들어오더니 신문지에 싼 기름한 것을 '이것 봐라' 하는 듯이 마루 위에 올려놓고 분주히 구두끈을 끄른다.

"이것은 무엇인가!"

나는 물어 보았다.

"저―
                            제 처의 양산(洋傘)이야요. 쓰던 것이 벌써 다 낡았고 또 살이 부러졌다나요."

그는 구두를 벗고 마루에 올라서며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여 벙글벙글하면서 대답을 한다. 그는
                        나의 아내를 보며 돌연히,

"
                        아주머니 좀 구경하시렵니까?"

하더니 싼 종이와 집을 벗기고 양산을 펴 보인다. 흰 비단 바탕에 두어 가지 매화를 수놓은 양산이었다.

"검정이는 좋은 것이 많아도 너무 칙칙해 보이고…… 회색이나 누렁이는 하나도 그것이야 싶은 것이 없어서 이것을 산걸요."

그는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을 살 수가 있나' 하는 뜻을 보이려고 애를 쓰며 이런 발명까지 한다.

"이것도 퍽 좋은데요."

이런 칭찬을 하면서 양산을 펴 들고 이리저리 홀린 듯이 들여다보고 있는
                        나의 아내의 눈에는,
                        나도 이런 것을 하나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역력(歷歷)히 보인다.

나는 갑자기 불쾌한 생각이 와락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오며 아내의 양산 보는 양을 빙그레 웃고 바라보고 있는 T에게,

"
                        여보게, 방에 들어오게그려, 우리 이야기나 하세."

T는 따라 들어와 물가폭등에 대한 이야기며 자기의 월급이 오른 이야기며 주권(株券)을 몇 주 사두었더니 꽤 이익이 남았다든가 이번 각 은행 사무원 경기회에서 자기가 우월한 성적을 얻었다든가 이런 것 저런 것 한참 이야기하다가 돌아갔었다.

T를 보내고 책상을 향하여 짓던 소설의 결미(結尾)를 생각하고 있을 즈음에,

"
                        여보!"

아내의 떠는 목소리가 바로 내 귀 곁에서 들린다. 핏기 없는 얼굴에 살짝 붉은빛이 돌며 어느결에 내 곁에 바싹 다가앉았더라.

"
                        당신도 살 도리를 좀 하셔요."

"……"

나는 또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머리에 번쩍이며 불쾌한 생각이 벌컥 일어난다. 그러나 무어라고 대답할 말이 없이 묵묵히 있었다.

"
                        우리도 남과 같이 살아 보아야지요!"

아내가 T의 양산에 단단히 자극(刺戟)을 받은 것이다. 예술가의 처 노릇을 하려는 독특(獨特)한 결심이 있는 그는 좀처럼 이런 소리를 입 밖에 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무엇에 상당한 자극만 받으면 참고 참았던 이런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이런 소리를 들을 적마다 그럴 만도 하다는 동정심이 없지 아니하나 심사가 어쩐지 좋지 못하였다. 이번에도 그럴 만도 하다는 동정심이 없지 아니하되 또한 불쾌한 생각을 억제키 어려웠다. 잠깐 있다가 불쾌한 빛을 드러내며,

"급작스럽게 살 도리를 하라면 어찌할 수가 있소. 차차 될 때가 있겠지!"

"아이구, 차차란 말씀 그만두구려, 어느 천년에……."

아내의 얼굴에 붉은빛이 짙어지며 전에 없던 흥분한 어조로 이런 말까지 하였다. 자세히 보니 두 눈에 은은히 눈물이 괴었더라.

나는 잠시 멍멍하게 있었다. 성낸 불길이 치받쳐 올라온다. 나는 참을 수 없다.

"막벌이꾼한테 시집을 갈 것이지 누가 내게 시집을 오랬어! 저 따위가
                            예술가의 처가 다 뭐야!"

사나운 어조로 몰풍스럽게 소리를 꽥 질렀다.

"에그……!"

살짝 얼굴빛이 변해지며 어이없이 나를 보더니 고개가 점점 수그러지며 한 방울 두 방울 방울방울 눈물이 장판 위에 떨어진다.

나는 이런 일을 가슴에 그리며 그래도 내일 아침거리를 장만하려고 옷을 찾는 아내의 심중을 생각해 보니, 말할 수 없는 슬픈 생각이 가을 바람과 같이 설렁설렁 심골(心骨)을 분지르는 것 같다.

쓸쓸한 빗소리는 굵었다 가늘었다 의연(依然)히 적적한 밤공기에 더욱 처량히 들리고 그을음 앉은 등피(燈皮) 속에서 비추는 불빛은 구름에 가린 달빛처럼 우는 듯 조는 듯 구차(苟且)히 얻어 산 몇 권 양책(洋冊)의 표제(表題) 금자가 번쩍거린다.

장 앞에 초연히 서 있던 아내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들릴 듯 말 듯 목 안의 소리로,

"으흐…… 옳지 참 그날……."

"찾었소!"

"아니야요, 벌써…… 저 인천(仁川) 사시는 형님이 오셨던 날……."

"……"

아내가 애써 찾던 그것도 벌써 전당포의 고운 먼지가 앉았구나! 종지 하나라도 차근차근 아랑곳하는 아내가 그것을 잡혔는지 아니 잡혔는지 모르는 것을 보면 빈곤(貧困)이 얼마나 그의 정신을 물어뜯었는지 가히 알겠다.

"……"

"……"

한참 동안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가슴이 어째 답답해지며 누구하고 싸움이나 좀 해보았으면 소리껏 고함이나 질러 보았으면 실컷 울어 보았으면 하는 일종 이상한 감정이 부글부글 피어 오르며, 전신에 이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듯 옷이 어째 몸에 끼여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이런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점점 구차한 살림에 싫증이 나서 못 견디겠지?"

아내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게 정신을 잃고 섰다가 그 게슴츠레한 눈이 둥그래지며,

"네에? 어째서요?"

"무얼 그렇지!"

"싫은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이렇게 말이 오락가락함을 따라 나는 흥분의 도(度)가 점점 짙어 간다. 그래서 아내가 떨리는 소리로,

"어째 그런 줄 아셔요?"

하고 반문할 적에,

"
                        나를 숙맥(菽麥)으로 알우?"

라고, 격렬(激烈)하게 소리를 높였다.

아내는 살짝 분한 빛이 눈에 비치어 물끄러미 나를 들여다본다. 나는 괘씸하다는 듯이 흘겨보며,

"그러면 그것 모를까! 오늘날까지 잘 참아 오더니 인제는 점점 기색이 달라지는걸 뭐! 물론 그럴 만도 하지마는!"

이런 말을 하는 내 가슴에는 지난 일이 활동사진 모양으로 얼른얼른 나타난다.

육 년 전에(그때 나는 십육 세이고 저는 십팔 세였다) 우리가 결혼한 지 얼마 아니 되어 지식에 목마른 나는 지식의 바닷물을 얻어 마시려고 표연히 집을 떠났었다. 광풍(狂風)에 나부끼는 버들잎 모양으로 오늘은 지나(支那) 내일은 일본(日本)으로 굴러다니다가 금전의 탓으로 지식의 바닷물도 흠씬 마셔 보지도 못하고 반거들충이가 되어 집에 돌아오고 말았다. 내게 시집 올 때에는 방글방글 피려는 꽃봉오리 같던 아내가 어느결에 기울어 가는 꽃처럼 두 뺨에 선연(鮮姸)한 빛이 스러지고 이마에는 벌써 두어 금 가는 줄이 그리어졌다.

처가덕으로 집간도 장만하고 세간도 얻어 우리는 소위 살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지내었지마는 한푼 나는 데 없는 살림이라 한 달 가고 두 달 갈수록 점점 곤란해질 따름이었다. 나는 보수(報酬) 없는 독서와 가치 없는 창작으로 해가 지고 날이 새며 쌀이 있는지 나무가 있는지 망연케 몰랐다. 그래도 때때로 맛있는 반찬이 상에 오르고 입은 옷이 과히 추하지 아니함은 전혀 아내의 힘이었다. 전들 무슨 벌이가 있으리요, 부끄럼을 무릅쓰고 친가에 가서 눈치를 보아 가며 구차한 소리를 하여 가지고 얻어 온 것이었다. 그것도 한번 두번 말이지 장구한 세월에 어찌 늘 그럴 수가 있으랴! 말경에는 아내가 가져온 세간과 의복에 손을 대는 수밖에 없었다. 잡히고 파는 것도 나는 알은체도 아니하였다. 그가 애를 쓰며 퉁명스러운 옆집 할멈에게 돈푼을 주고 시켰었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도 그는 나의 성공만 마음속으로 깊이깊이 믿고 빌었었다. 어느 때에는 내가 무엇을 짓다가 마음에 맞지 아니하여 쓰던 것을 집어던지고 화를 낼 적에,

"왜 마음을 조급하게 잡수셔요! 저는 꼭 당신의 이름이 세상에 빛날 날이 있을 줄 믿어요.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이 장래에 잘 될 근본이야요."

하고 그는 스스로 흥분되어 눈물을 흘리며 나를 위로한 적도 있었다.

내가 외국으로 돌아다닐 때에 소위 신풍조(新風潮)에 띄어 까닭 없이 구식 여자가 싫어졌다. 그래서 나의 일찍이 장가든 것을 매우 후회하였다. 어떤 남학생과 어떤 여학생이 서로 연애를 주고받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공연히 가슴이 뛰놀며 부럽기도 하고 비감(悲感)스럽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낫살이 들어갈수록 그런 생각도 없어지고 집에 돌아와 아내를 겪어 보니 의외에 그에게 따뜻한 맛과 순결한 맛을 발견하였다. 그의 사랑이야말로 이기적 사랑이 아니고 헌신적(獻身的) 사랑이었다. 이런 줄을 점점 깨닫게 될 때에 내 마음이 얼마나 행복스러웠으랴! 밤이 깊도록 다듬이를 하다가 그만 옷 입은 채로 쓰러져 곤하게 자는 그의 파리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아아,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여!"

하고 감격이 극하여 눈물을 흘린 일도 있었다.

내가 알다시피 내가 별로 천품은 없으나 어쨌든 무슨 저작가(著作家)로 몸을 세워 보았으면 하여 나날이 창작과 독서에 전심력을 바쳤다. 물론 아직 남에게 인정(認定)될 가치는 없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자연 일상생활이 말유(末由)하게 되었다.

이런 곤란에 그는 근 이 년 견디어 왔건마는 나의 하는 일은 오히려 아무 보람이 없고 방 안에 놓였던 세간이 줄어 가고 장농에 찼던 옷이 거의 다 없어졌을 뿐이다.

그 결과 그다지 견딜성 있던 저도 요사이 와서는 때때로 쓸데없는 탄식을 하게 되었다. 손잡이를 잡고 마루 끝에 우두커니 서서 하염없이 먼산만 바라보기도 하며 바느질을 하다 말고 실심(失心)한 사람 모양으로 멍멍히 앉았기도 하였다. 창경(窓鏡)으로 비치는 어스름한 햇빛에 나는 흔히 그의 눈물 머금은 근심 있는 눈을 발견하였다. 이럴 때에는 말할 수 없는 쓸쓸한 생각이 들며 일없이,

"
                        마누라!"

하고 부르면 그는 몸을 흠칫 하고 고개를 저리로 돌리어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씻으며,

"네에?"

하고 울음에 떨리는 가는 대답을 한다. 나는 등에 찬물을 끼얹는 듯 몸이 으쓱해지며 처량한 생각이 싸늘하게 가슴에 흘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비(自卑)하기 쉬운 마음이 더욱 심해지며,

'
                        내가 무자격한 탓이다.'

하고 스스로 멸시를 하고 나니 더욱 견딜 수 없다.

'그럴 만도 하다.'

는 동정심이 없지 아니하되 그래도 그만 불쾌한 생각이 일어나며,

'
                        계집이란 할 수 없어.'

혼자 이런 불평을 중얼거리었다.

환등(幻燈) 모양으로 하나씩 둘씩 이런 일이 가슴에 나타나니 무어라고 말할 용기조차 없어졌다. 나의 유일의 신앙자(信仰者)이고 위로자이던 저까지 인제는 나를 아니 믿게 되고 말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
                        네가 육 년 동안 내 살을 깎고 저미었구나! 이 원수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매 그의 불 같던 사랑까지 엷어져 가는 것 같았다. 아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 같았다. 나는 감상적으로 허둥허둥하며,

"
                        낸들 마누라를 고생시키고 싶어 시켰겠소! 비단옷도 해주고 싶고 좋은 양산도 사주고 싶어요! 그러길래 왼종일 쉬지 않고 공부를 아니 하우. 남 보기에는 편편히 노는 것 같아도 실상은 그렇지 안해! 본들 모른단 말이요."

나는 점점 강한 가면(假面)을 벗고 약한 진상(眞相)을 드러내며 이와 같은 가소로운 변명까지 하였다.

"왼 세상 사람이 다 나를 비소(誹笑)하고 모욕하여도 상관이 없지만 마누라까지 나를 아니 믿어 주면 어찌한단 말이요."

내 말에 스스로 자극이 되어 마침내,

"아아."

길이 탄식을 하고 그만 쓰러졌다. 이 순간에 고개를 숙이고 아마 하염없이 입술만 물어뜯고 있던 아내가 홀연,

"
                        여보!"

울음 소리를 떨면서 무너지는 듯이 내 얼굴에 쓰러진다.

"용서……."

하고는 북받쳐 나오는 울음에 말이 막히고 불덩이 같은 두 뺨이 내 얼굴을 누르며 흑흑 느끼어 운다. 그의 두 눈으로부터 샘솟듯 하는 눈물이 제 뺨과 내 뺨 사이를 따뜻하게 젖어 퍼진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린다. 뒤숭숭하던 생각이 다 이 뜨거운 눈물에 봄눈 슬듯 스러지고 말았다.

한참 있다가 우리는 눈물을 씻었다. 내 속이 얼마큼 시원한 듯하였다.

"용서하여 주셔요! 그렇게 생각하실 줄은 몰랐어요."

이런 말을 하는 아내는 눈물에 불어오른 눈꺼풀을 아픈 듯이 꿈적거린다.

"암만 구차하기로니 싫증이야 날까요! 나는 한번 먹은 마음이 있는데……."

가만가만히 변명을 하는 아내의 눈물 흔적이 어룽어룽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겨우 심신이 가뜬하였다.

어제 일로 심신이 피곤하였던지 그 이튿날 늦게야 잠을 깨니 간밤에 오던 비는 어느결에 그치었고 명랑한 햇발이 미닫이에 높았더라. 아내가 다시금 장문을 열고 잡힐 것을 찾을 즈음에 누가 중문을 열고 들어온다. 우리는 누군가 하고 귀를 기울일 적에 밖에서,

"
                        아씨!"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급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는 처가에서 부리는 할멈이었다. 오늘이 장인 생신이라고 어서 오라는 말을 전한다.

"오늘이야! 참 옳지, 오늘이 이월 열엿샛날이지, 나는 깜빡 잊었어!"

"원 아씨는 딱도 하십니다. 어쩌면 아버님 생신을 잊으신단 말씀이요. 아무리 살림이 자미가 나시더래도……."

시큰둥한 할멈은 선웃음을 쳐가며 이런 소리를 한다.

가난한 살림에 골몰하느라고
                        자기 친부의 생신까지 잊었는가 하매 아내의 정지(情地)가 더욱 측은하였다.

"오늘이 본가 아버님 생신이라요. 어서 오시라는데……."

"어서 가구려……."

"
                        당신도 가셔야지요. 우리 같이 가셔요."

하고 아내는 하염없이 얼굴을 붉힌다.

나는 처가에 가기가 매우 싫었었다. 그러나 아니 가는 것도 내 도리가 아닐 듯하여 하는 수 없이 두루마기를 입었다.

아내는 머뭇머뭇하며 양미간을 보일 듯 말 듯 찡그리다가 곁눈으로 살짝 나를 엿보더니 돌아서서 급히 장문을 연다.

'흥, 입을 옷이 없어서 망설거리는구나' 나도 슬쩍 돌아서며 생각하였다. 우리는 서로 등지고 섰건만 그래도 아내가 거의 다 빈 장 안을 들여다보며 입을 만한 옷이 없어 눈살을 찌푸린 양이 눈앞에 선연함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자아, 가셔요."

무엇을 생각는지 모르게 정신을 잃고 섰다가 아내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나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돌리었다. 아내는 당목옷을 갈아입고 내 마음을 알았던지 나를 위로하는 듯이 방그레 웃는다. 나는 더욱 쓸쓸하였다.

우리집은 천변 배다리 곁에 있고 처가는 안국동에 있어 그 거리가 꽤 멀었다. 나는 천천히 가느라고 가고 아내는 속히 오느라고 오건마는 그는 늘 뒤떨어졌었다. 내가 한참 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그는 늘 멀리 떨어져 나를 따라오려고 애를 쓰며 주춤주춤 걸어온다. 길가에 다니는 어느 여자를 보아도 거의 다 비단옷을 입고 고운 신을 신었는데 아내만 당목옷을 허술하게 차리고 청목당혜로 타박타박 걸어오는 양이 나에게 얼마나 애연(哀然)한 생각을 일으켰는지!

한참 만에 나는 넓고 높은 처가 대문에 다다랐다. 내가 안으로 들어갈 적에 낯선 사람들이 나를 흘끔흘끔 본다. 그들의 눈에,

'
                        이 사람이 누구인가. 아마 이 집 하인인가 보다.'

하는 경멸히 여기는 빛이 있는 것 같았다. 안 대청 가까이 들어오니 모두 내게 분분히 인사를 한다. 그 인사하는 소리가 내 귀에는 어째 비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모욕하는 것 같기도 하여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후끈거리었다.

그 중에 제일
                        내게 친숙하게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아내보다 삼 년 맏이인 처형이었다. 내가 어려서 장가를 들었으므로 그때 그는 나를 못 견디게 시달렸다. 그때는 그가 싫기도 하고 밉기도 하더니 지금 와서는 그때 그러한 것이 도리어 우리를 무관하고 정답게 만들었다. 그는 천변 사는데
                        자기 남편이 기미(期米)를 하여 가지고 이번에 돈 십만 원이나 착실히 땄다 한다. 그는 자기의 잘사는 것을 자랑하고자 함인지 비단을 내리감고 치감고 얼굴에 부유한 태(態)가 질질 흐른다. 그러나 분으로 숨기려고 애쓴 보람도 없이 눈 위에 퍼렇게 멍든 것이 내 눈에 띄었다.

"왜 마누라는 어쩌고 혼자 오셔요!"

그는 웃으며 이런 말을 하다가 중문편을 바라보더니,

"그러면 그렇지! 동부인 아니하고 오실라구!"

혼자 주고받고 한다.

나도 이 말을 듣고 슬쩍 돌아다보니 아내가 벌써 중문 안에 들어섰더라. 그 수척한 얼굴이 더욱 수척해 보이며 눈물 괸 듯한 눈이 하염없이 웃는다. 나는 유심히 그와 아내를 번갈아 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은 분간을 못 하리만큼 그들의 얼굴은 혹사(酷似)하다. 그런데 얼굴빛은 어쩌면 저렇게 틀리는지! 하나는 이글이글 만발한 꽃 같고 하나는 시들시들 마른 낙엽 같다. 아내를 형이라 하고, 처형을 아우라 하였으면 아무라도 속을 것이다. 또 한번 아내를 보며 말할 수 없는 쓸쓸한 생각이 다시금 가슴을 누른다.

딴 음식은 별로 먹지도 아니고 못 먹는 술을 넉 잔이나 마시었다. 그래도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앉아 견딜 수가 없다. 집에 가려고 나는 몸을 일으켰다. 골치가 띵 하며 내가 선 방바닥이 마치 폭풍에 도도(滔滔)하는 파도같이 높았다 낮았다 어질어질해서 곧 쓰러질 것 같다. 이 거동을 보고 장모가 황망(惶忙)히 일어서며,

"술이 저렇게 취해 가지고 어데로 갈라구. 여기서 한잠 자고 가게."

나는 손을 내저으며,

"아니에요. 집에 가겠어요."

취한 소리로 중얼거리었다.

"
                        저를 어쩌나!"

장모는 걱정을 하시더니,

"
                        할멈! 어서 인력거 한 채 불러 오게."

한다.

취중에도 인력거를 태우지 말고 그 인력거 삯을 나를 주었으면 책 한 권을 사보련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인력거를 타고 얼마 아니 가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한참 자다가 잠을 깨어 보니 방 안에 벌써 남폿불이 키었는데 아내는 어느결에 왔는지 외로이 앉아 바느질을 하고 화로에서는 무엇이 끓는 소리가 보글보글하였다. 아내가 나의 잠 깬 것을 보더니 급히 화로에 얹은 것을 만져 보며,

"인제 그만 일어나 진지를 잡수셔요."

하고 부리나케 일어나 아랫목에 파묻어 둔 밥그릇을 꺼내어 미리 차려 둔 상에 얹어서 내 앞에 갖다 놓고 일변 화로를 당기어 더운 반찬을 집어 얹으며,

"자아 어서 일어나셔요."

나는 마지못하여 하는 듯이 부시시 일어났다. 머리가 오히려 아프며 목이 몹시 말라서 국과 물을 연해 들이켰다.

"물만 잡수셔서 어째요. 진지를 좀 잡수셔야지."

아내는 이런 근심을 하며 밥상머리에 앉아서 고기도 뜯어 주고 생선 뼈도 추려 주었다. 이것은 다 오늘 처가에서 가져온 것이다. 나는 맛나게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다. 내 밥상이 나매 아내가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면 지금껏 내 잠 깬 것을 기다리고 밥을 먹지 아니하였구나 하고 오늘 처가에서 본 일을 생각하였다. 어제 일이 있은 후로 우리 사이에 무슨 벽이 생긴 듯하던 것이 그 벽이 점점 엷어져 가는 듯하며 가엾고 사랑스러운 생각이 일어났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답게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오늘 장인 생신 잔치로부터 처형 눈 위에 멍든 것에 옮겨 갔다.

처형의 남편의 이번 그 돈을 딴 뒤로는 주야 요리점과 기생집에 돌아다니더니 일전에 어떤 기생을 얻어 가지고 미쳐 날뛰며 집에만 들면 집안 사람을 들볶고 걸핏하면 처형을 친다 한다. 이번에도 별로 대단치 않은 일에 처형에게 밥상으로 냅다 갈겨 바로 눈 위에 그렇게 멍이 들었다 한다.

"그것 보아 돈푼이나 있으면 다 그런 것이야."

"정말 그래요.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도 의좋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야요."

아내는 충심(衷心)으로 공명(共鳴)해 주었다.

이 말을 들으매 내 마음은 말할 수 없이 만족해지며 무슨 승리자나 된 듯이 득의양양하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옳다, 그렇다. 이렇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다.'

하였다.

이틀 뒤 해 어스름에 처형은 우리집에 놀러 왔었다. 마침 내가 정신없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 즈음에 쓸쓸하게 닫혀 있는 중문이 찌긋둥 하며 비단옷 소리가 사으락사으락 들리더니 아랫목은 내게 빼앗기고 웃목에 바느질을 하고 있던 아내가 문을 열고 나간다.

"아이고 형님 오셔요."

아내의 인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처형이 계집 하인에게 무엇을 들리고 들어온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날 매우 욕을 보셨지요. 못 잡숫는 술을 무슨 짝에 그렇게 잡수셔요."

그는 이런 인사를 하다가 급작스럽게 계집 하인 든 것을 빼앗더니 그 속에서 신문지로 싼 것을 끄집어내어 아내를 주며,

"
                        내 신 사는데 네 신도 한 켤레 샀다. 그날 청목당혜를……."

말을 하려다가 나를 곁눈으로 흘끗 보고 그만 입을 닫친다.

"그것을 왜 또 사셨어요."

해쓱한 얼굴에 꽃물을 들이며 아내가 치사하는 것도 들은 체 만 체하고 처형은 또 이야기를 시작한다.

"올 적에 사랑양반을 졸라서 돈 백 원을 얻었겠지. 그래서 오늘 종로에 나와서 옷감도 바꾸고 신도 사고……."

그는 자랑과 기쁨의 빛이 얼굴에 퍼지며 싼 보를 끌러,

"이런 것이야!"

하고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자세히는 모르나 여하간 값 많은 품 좋은 비단일 듯하다. 무늬 없는 것, 무늬 있는 것, 회색 옥색 초록색 분홍색이 갖가지로 윤이 흐르며 색색이 빛이 나서 나는 한참 황홀하였다. 무슨 칭찬을 해야 되겠다 싶어서,

"참 좋은 것인데요."

이런 말을 하다가 나는 또 쓸쓸한 생각이 일어난다. 저것을 보는 아내의 심중이 어떠할까? 하는 의문이 문득 일어남이라.

"모다 좋은 것만 골라 샀습니다그려."

아내는 인사를 차리느라고 이런 칭찬은 하나마 별로 부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나는 적이 의외의 감이 있었다.

처형은
                        자기 남편의 흉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 밉살스럽다는 둥 그 추근추근하다는 둥 말끝마다
                        자기 남편의 불미한 점을 들다가 문득 이야기를 끊고 일어선다.

"왜 벌써 가시려고 하셔요. 모처럼 오셨다가 반찬은 없어도 저녁이나 잡수셔요."

하고 아내가 만류를 하니,

"아니 곧 가야지. 오늘 저녁 차로 떠날 것이니까 가서 짐을 매어야지. 아직 차 시간이 멀었어? 아니 그래도 정거장에 일찍이 나가야지 만일 기차를 놓치면 오죽 기다리실라구. 벌써 오늘 저녁 차로 간다고 편지까지 했는데……."

재삼 만류함도 돌아보지 아니하고 그는 홀홀히 나간다. 우리는 그를 보내고 방에 들어왔다.

나는 웃으며 아내에게,

"그까짓 것이 기다리는데 그다지 급급히 갈 것이 무엇이야."

아내는 하염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래도 옷감 바꿀 돈을 주었으니 기다리는 것이 애처롭기는 하겠지."

밉살스러우니 추근추근하니 하여도 물질의 만족만 얻으면 그것으로 위로하고 기뻐하는 그의 생활이 참 가련하다 하였다.

"참, 그런가 보아요."

아내도 웃으며 내 말을 받는다. 이때에 처형이 사준 신이 그의 눈에 띄었는지 (혹은 나를 꺼려 보고 싶은 것을 참았는지 모르나) 그것을 집어 들고 조심조심 펴보려다가 말고 머뭇머뭇한다. 그 속에 그를 해케 할 무슨 위험품이나 든 것같이.

"어서 펴보구려."

아내가 하도 머뭇머뭇하기로 보다못하여 내가 재촉〔催促〕을 하였다.

아내는 이 말을 듣더니,

"작히 좋으랴."

하는 듯이 활발하게 싼 신문지를 헤친다.

"퍽 이쁜걸요."

그는 근일에 드문 기쁜 소리를 치며 방바닥 위에 사뿐 내려놓고 버선을 당기며 곱게 신어 본다.

"어쩌면 이렇게 맞어요!"

연해연방 감탄사를 부르짖는 그의 얼굴에 흔연한 희색이 넘쳐흐른다.

……

묵묵히 아내의 기뻐하는 양을 보고 있는 나는 또다시,

'
                        여자란 할 수 없어!'

하는 생각이 들며,

'조심하였을 따름이다!'

하매 밤빛 같은 검은 그림자가 가슴을 어둡게 하였다.

그러면 아까 처형의 옷감을 볼 적에도 물론 마음속으로는 부러워하였을 것이다. 다만 표면에 드러내지 않았을 따름이다. 겨우,

"어서 펴보구려."

하는 한마디에 가슴에 숨겼던 생각을 속임 없이 나타내는구나 하였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저는 모르고 새 신 신은 발을 조금 쳐들며,

"신 모양이 어때요."

"매우 이뻐!"

겉으로는 좋은 듯이 대답을 하였으나 마음은 쓸쓸하였다. 내가 제게 신 한 켤레를 사주지 못하여 남에게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기뻐하는도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그만 불쾌한 생각이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처형이 동서(同壻)를 밉다거니 무엇이니 하면서도 기차를 놓치면 남편이 기다릴까 염려하여 급히 가던 것이 생각난다. 그것을 미루어 아내의 심사도 알 수가 있다. 부득이한 경우라 하릴없이 정신적 행복에만 만족하려고 애를 쓰지마는 기실(其實) 부족한 것이다. 다만 참을 따름이다. 그것은 내가 생각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니 전날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 후회가 난다.

'어느 때라도 제 은공을 갚아 줄 날이 있겠지!'

나는 마음을 좀 너그럽게 먹고 이런 생각을 하며 아내를 보았다.

"
                        나도 어서 출세를 하여 비단신 한 켤레쯤은 사주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내가 이런 말을 듣기는 참 처음이다.

"네에?"

아내는 제 귀를 못 미더워하는 듯이 의아(疑訝)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얼굴에 살짝 열기가 오르며,

"얼마 안 되어 그렇게 될 것이야요!"

라고 힘있게 말하였다.

"정말 그럴 것 같소?"

나는 약간 흥분하여 반문하였다.

"그러문요, 그렇고말고요."

아직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은 무명작가인 나를 다만 저 하나가 깊이깊이 인정해 준다. 그러기에 그 강한 물질에 대한 본능적 요구도 참아 가며 오늘날까지 몹시 눈살을 찌푸리지 아니하고 나를 도와 준 것이다.

'아아,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여!'

마음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두 팔로 덤썩 아내의 허리를 잡아 내 가슴에 바싹 안았다. 그 다음 순간에는 뜨거운 두 입술이…….

그의 눈에도 나의 눈에도 그렁그렁한 눈물이 물끓듯 넘쳐흐른다.

===== 11_Na Hye-seok_Gyu-won =====

때는 정히 오월 중순이라. 비온 뒤끝은 아직도 깨끗지 못하여 검은 구름발이 삼각산 봉우리를 뒤덮어 돌고 기운차게 서서 흔들기 좋아하는 포플러도 잎새 하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서 있을 만치 그렇게 바람 한 점도 날리지 않는다. 참새들은 떼를 지어 갈팡질팡 이리 가랴 저리 가랴 하며 왜가리는 비 재촉하는 울음을 깨쳐 가며 지붕을 건너 넘어간다.

이때에 어느 집 삼 칸 대청(원문에는 ‘삼간대청’)에는 어린아이 보러 온 6, 7인의 부인네들이 혹은 앉아서 부채질도 하며, 혹은 더운 피곤에 못 이기어 옷고름을 잠깐 풀어 젖히고 화문석 위에 목침을 의지하여 가볍게 눈을 감고 있는 이도 있으며, 혹은 무심히 앉아서 처음 온 집이라 앞뒤를 살펴 보기도 하며, 혹은 살림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혹은 그것을 듣고 앉았기도 한다. 마루에는 어린애의 기저귀가 두어 개 늘어놓아져 있고 물주전자가 놓여 있으며 물찌끼가 조금씩 남아 있는 공기가 3, 4개 널려 있다. 또 거기에는 앵두 씨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큰 유리화대접에 반도 채 못 담겨 있는 앵두는 물에 젖어 반투명체로 연연하게 곱고 붉은빛이 광선에 반사되어 기름 윤이 흐르게 번쩍번쩍한다.

이때에 열어젖힌 뒷문으로 어린애 우는 소리가 사랑으로부터 멀리 들리자 산후의 열기로 인하여 신음하다가 일어나 앉은 아기 어머니는 어푸수수한 머리를 아무렇게나 쪽지어 흑각(黑角: 물소의 검은 뿔, 또는 그것으로 만든 비녀)으로 꽂고 기운 없이 뒷문턱에 기대어 앉았다가 깜짝 놀라 일어서며 사랑으로 나가 아기를 고쳐 안고 들어온다. 아기의 두 눈에는 약간 눈물이 흘러 있고 모기에 물린 자국으로 두어 군데 붉은 점이 찍혀 있다. 어머니 팔에 안기어 오는 기쁨인지 또렷또렷한 눈망울을 굴리어 군중을 둘러보다가 아는 듯 모르는 듯 씽긋 웃는다. 군중의 시선은 모두 이 아기에게 집중하여 있는 중 모두 "아이고, 웃는구나." 하고 다시 웃을까 하여 어르기도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손을 만져 보기도 한다. 아기는 모르는 체하고 몸을 돌리어 어머니 가슴에 입을 돌리어 젖을 찾는다.

저편 구석에 담배 물고 시름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앉은 부인은 어떻게 보면 거진 사십쯤 되어 보이고 어떻게 보면 겨우 삼십이 넘어 보인다. 어디인지 모르게 귀인성이 있어 보임직한 얼굴에는 얼마만한 고생의 흔적인지 주름살이 이리저리 잡혀진다. 거기다가 분을 좀 스친 모양이라 햇빛에 그을어 꺼무죽죽한 얼굴빛에 겉돌며 넉사 자 이맛전에 앞머리를 좌우 평행으로 밀기름에 재어 붙이고 느짓느짓 땋아 느짐하게 길쭉이 쪽을 지어 은비녀로 꾹 찔러 놓은 것이며 모시 적삼 화장은 길쭉하여 손등을 덮고 설핏한 모시 치마에 허리를 넓게 달아 느직하게 외로 여며 입은 것은 아무리 보아도 서울 부인네가 아닐 뿐 아니라, 어디인지 모르게 고상하게 보이는 것은 예절 있는 양반의 집에서 자라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여러 부인네들은 아기들 앞으로 와서 어르고 만져 보나 다만 홀로 이 부인만은 아무 말 없이 멀리 건너다보다가 흥 하고 이상한 코웃음을 한번 웃고 눈을 내리깔며 반도 타지 않은 담배를 옆에 있는 재떨이에 놓고 허리를 굽혀 마루 아래 대뜰에다 탁탁 털며 이상하게 슬픈 기색을 띤다. 이 부인은 다시 전과 같이 앉더니 애기가 젖먹는 양을 바라보며,

"흐흥, 그거 보시오. 이렇게 많이들 앉았는 중에 아기 우는 소리를 그 어머니밖에 들은 사람이 없소그려. 그렇게 자식과 어머니 사이에는 끊으려도 끊을 수 없는 애정이 엉키어 있건마는 나 같은 것은……."

하고 목이 메여 말끝을 아물지 못하고 두 눈에 눈물이 핑 돈다. 군중은 모두 이상히 여겨 왜 그리 서러운 기색을 띠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 대답 없이 잠잠히 있고, 그와 동행하여 온
                        그의 친구
                    김 부인이 옆에 앉았다가 그를 쳐다보며,

"또 청승이 끌어 나오는군. 아들 둘의 생각을 하고 그러지요."

한다. 군중의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
                        아들 둘을 어떻게 하였기에요?"

하고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 부인은 역시 아무 말 없이 앉았고 김 부인이 또 이 부인을 쳐다보며,

"그 내력을 말하려면 숙향전의 고담이지요."

한다. 군중에게는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되고 궁금증을 일으킨다.

"어째서 그래요? 좀 이야기하시구려."

하는 것이 군중의 청구(請求)이었다. 김 부인은 또 그를 쳐다보며,

"이야기하구려."

권한다. 그 부인은 역시 잠잠히 앉았더니,

"이것 보십쇼."

하고 두 손을 내밀며,

"세상에 사주팔자란 알 수 없습디다. 분길 같던 내 손이 이렇게 마디마다 못 박혀 볼 줄 뉘 알았으며 5, 6월 염천까지 무명 고쟁이로 날 줄 뉘 알았으리까(치마를 걷어치고 가리키는 무명 고쟁이는 오동빛이라). 나도 남부럽지 않게 호의호식으로 자라나서 시집가서도 마루 아래를 내려서 본 일이 없었더랍니다. 이래 보여도 나도 상당한 집 양반의 딸이랍니다. 내 내력을 말하자면 기가 막혀 죽을 일이지요."

이렇게 차차 그의 내력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
                        내
                        아버지께서는
                            평양 감사까지 지내시고 봉산(鳳山) 고을도 사시고(군수를 지냈다는 뜻), 안성(安城) 고을도 사셨지요. 우리
                        백부님은 이 판서(李判書)집이시지요. 그리하여 우리 고향(故鄕)인 철원(鐵原)골에서는 우리 친정집 일파(一派)의 세력이 무섭지요. 그러한 집에서 아들 4형제 틈에 고명딸로 귀엽게도 자랐지요. 지금은 갖은 고생을 다 겪어서 이렇게 얼굴이 썩고 썩었지요마는, 내가 열두서너 살 먹었을 때는 색씨꼴도 박히고 빛깔이 희고 얼굴도 매우 고왔었으며 머리는 새까마니 전반 같았지요(여자의 머리채가 숱이 많고 치렁치렁함을 비유하는 말). 그리하여 열 살 먹던 해부터 시골 서울 할 것 없이 재상의 집에서들 청혼들을 해댔답니다. 우리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머니는 딸자식 하나 있는 것이 그렇게 원수스러우냐고 하시지요.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 못하십니다. 그러나 딸자식이란 쓸데없어요. 열여섯 살 먹던 해 3월에 기어이 남의 집으로 가게 되옵디다." "
                        신랑은 몇 살이고요?"

하고 한 부인은 묻는다. "
                        신랑은 열세 살이었댔지요. 우리 시부모되시는 김 판서(金判書)하고 우리 아버지와는 절친한 사이셨지요. 아마 두 분이 술잔을 나누시다가 우리 혼인이 정해진 모양입디다. 그렇게 어머니 떨어지기 싫어서 울면서 80리나 되는 곳으로 시집을 갔지요. 우리 집에서도 없는 것 없이 처해 가지고 갔거니와 그 집에도 단 형제뿐으로 필혼(畢婚: 마지막 혼사)이라 갖은 예물이며 채단이야 끔찍끔찍하였었지요. 시부모님에게 귀염인들 나같이 받았으리까. 말이 시집이지 세상에 나같이 어려운 것 모르고 괴로운 것 모르게 시집살이를 하였으리까. 혼인한 지 삼 년이 되도록 태기(胎氣)가 없어서 퍽도 걱정들을 하시고 기다리시더니 팔 년 되던 해 우연히 태기가 있어 가지고 아들을 낳아 놓으니 그 어른들께서 좋아하시는 것이야 어떻다 말할 수 없었어요. 은(銀) 소반 받들 듯하십디다. 바로 그 해에 우리 바깥양반이 춘천
                        군청에 군주사(郡主事)를 하였었지요. 그럴 동안에 첫애가 세 살을 먹자 또 아우가 있어서 낳으니 또 아들이지요. 밤이면 네 식구가 옹기옹기 앉아서 재롱을 보고 하면 타곳에서 외롭게 지내는 중에도 재미있게 지냈지요. 그러나 내 복조가 그만이었던지 집안 운수가 불길하려 함인지, 둘째 아이 낳던 그 해 동짓달에 일본 설(
                            新正을 가리킴)이라고 하여 연회에 가시더니 밤이 늦어서 들어오시는데 술이 퍽 취한 듯싶습디다. 펴놓은 자리 위에 옷도 벗지 않고 탁 드러누워 머리를 몹시 아프다고 끙끙 앓더니 별안간에 와르르 게우는데 벌건 선지피가 두어 번 칵칵 엉키어 나옵디다그려. 나는 간담이 서늘하여지옵디다.

여기까지 듣고 앉았던 여러 부인네의 가슴은 졸여지는 모양이라. "그래서요?" 하며 이야기 계속하기를 원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저런, 어쩔까!" 하고 차마 들을 수 없겠다는 것처럼 찌푸린다. 혹은 "아이고, 딱해라." 한다. 이 부인(李夫人)은 목이 메여 침 한 번을 꿀떡 삼키고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한다.

"그때 드러누우신 후로 그 이튿날부터 사진(仕進: 벼슬아치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함)이 무엇입니까. 하루에 미음 한 번이나 자시는 둥 마는 둥 하고 담이 점점 성하여져서 벌건 피담을 한 요강씩 뱉지요. 그렇게 걷잡을 새 없이 나날이 병이 중(重)하여 가옵디다그려. 그래서 큰댁에 편지를 한다, 전보(電報)를 한다 하였더니 우리
                        맏시아주버니께서 다 모아 데리고 가시려고 곧 오셨습디다. 그리하여 우둥부둥 짐을 싸 가지고 불시로 모두 떠나 왔지요. 그러한 일이 또 어디 있었으리까. 큰댁에를 들어서니까 공연히 무슨 죄나 지은 것같이 어른 뵐 낯이 없습디다. 아니나다를까 시어머님되는 마님께서는 나를 보고 어떻게 하다 저렇게 병을 냈느냐고 원망을 하시며 두 내외분은 식음을 전폐하시고 느러누워 계시니 집안이 그런 난가(亂家)가 어디 있으리까. 인삼이며 사슴뿔이며 갖은 좋다는 약은 다 사들이고 용하다는 용한 의원은 멀고 가깝고 간에 데려다가 사랑에 두고 날마다 맥을 보고 약을 쓰나 만약(萬藥)이 무효이라. 돈도 많이 들었거니와 사람의 간장인들 그 얼마나 졸였었으리까. 필경은 그 이듬해 8월 스무하룻날 가서 그 몸을 마치었지요.

하며 적삼 끈을 집어 두 눈을 씻는다. 군중은 모두 "저런 어쩔까?" 하고 혀들을 툭툭 한다. 이 부인은 한풀이 죽어서 겨우 말끝을 잇는다.

"그러니 스물다섯 살인 꽃 같은 나이에 세상 재미를 다 버리고 죽은 이도 불쌍하거니와 여편네가 30도 못 되어 혼자되니 그 신세야 말할 것 무엇 있겠소. 오죽 방정맞아 보였으리까. 왜 그런지 모든 사람이 이 몸을 모두 박복한 년으로 보는 듯싶어서 어찌 부끄러운지 혼자된 후로는 사람을 쳐다보지를 못하고 지내 왔지요. 친정 오라버니가 보러 오셨는데 하얗게 소복을 하고 보기가 어찌 부끄럽던지 모닥불을 퍼붓는 것 같아서 즉시 얼굴을 들지 못하였더랍니다."

한 부인이 말하되,

"참 옛날 어른이시오. 아 그렇다뿐이에요. 생전 죄인이지요. 어디 가서 고개를 들어 보고 말소리를 크게 내어 보며 목소리를 높여 웃어 보아요. 그러기에 몸을 마친다 하고 과부가 되면 하늘이 무너졌다고 하는가 봐요. 참, 기가 막히지요. 그러나 요사이 과부들은 어디 그럽디까. 벌건 자주 댕기를 아니 드리나, 분들을 못 바르나. 그러니 세상이 망하지 않겠소."

하며 누었다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담뱃재 떠느라고 허리를 굽히는데 보니, 그의 머리에는 조적 댕기가 드려 있는 것이 이 부인도 과부 중에 한 사람인 듯싶고 말하는 것이 경험한 말 같다.

이 부인은 다시 말을 이어, "지금 생각하여 보면 그, 못나서 그랬어요.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으로 아들 형제를 두고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도 그것들로 위로를 많이 받으시고 나도 그것들에게 의지하게 되었지요. 우리
                        시아버님께서는 우리
                        세 식구를 어떻게 불쌍히 여기시는지 살림에나 재미를 붙여 살으라고 하시고, 둘째 아드님 몫으로 지어 두셨던 삼백 석 추수 받는 논과 밭을 내 이름으로 증명(證明)을 내어주시고 큰댁 바로 앞집을 사셔서 분통같이 꾸며서 상청하고 우리
                        세 식구들 세간을 그 동짓달에 내어주시며 조석으로 드나드시면서 보아주십디다. 살림도 내외가 가져서 해야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고 하여 재미가 나지요. 마지못하여 살림에 당한 것을 하나 사면 '어디를 가고 나 혼자 이렇게 살려고 애를 쓰나.' 하는 마음이 생기고 걷잡을 새 없이 설움이 북받쳐 눈물이 앞을 가리우지요. 우리 친정에서는 내가 불쌍하다고 철철이 나는 실과(實果)를 아니 사 보내 주시나, 아이들 옷을 아니 해 보내 주시나, 남편 없이 시아버님께 돈을 타서 쓰니 오죽 군색하랴 하고 일용(日用)에 보태어 쓰라고 돈을 다 보내 주시고 하지요. 아, 참 세월도 빨라요. 살아서 있는 것같이 조석상식(朝夕喪食)을 받들기에 큰 위로를 받고 밤에라도 나와서 마루에 있는 소장(素帳: 궤연 앞에 드리우는 흰 포장)을 보면 집을 지켜주는 듯싶어서 든든하더니 그나마 3년상을 마치고 나니 더구나 새삼스럽게 서러운 마음이 생기고 허수하며 섭섭하기가 말할 길 없습디다. 따라서 죽지 못한 것이 한이지요. 죽지 못하여 살아가는 동안에 한 해 가고 두 해 가서 4년이 되었지요. 그 해 8월에 마루에서 혼자
                        큰아이 녀석
                        추석 빔을 하고 앉았으려니까 전부터 우리 큰댁에 드나들면서 바느질도 하고 하던 점동 할머니가 손자를 등에 업고 들어옵디다. 그는 전에 없이 내가 혼자 사는 것이 불쌍하다는 둥 오죽 서럽겠느냐는 둥 하며 무슨 말인지 서울 어느 점잖은 사람이 상처(喪妻)를 하고 젊은 과부를 하나 얻으려고 하는데 그 사람은 문벌(門閥)도 관계치 않고 재산도 상당하며 어쩌고저쩌고 늘어놓습디다. 나는 아마 그냥 그런 이야기를 하나 보다 하고 무심히 들었을 뿐이었지요. 그런 뒤 얼마 있다가 어느 날 또 할멈이 오더니 그런 말을 또 하면서 감히 무엇이라고는 못하고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매우 이상스럽겠지요? 어찌 괘씸스러운지 나 역시 모르는 체하였을 뿐이지요. 아, 이것 좀 보시오. 며칠 뒤에 또 와서는 불고 염치하고 날더러 마음이 없냐고 아니합니까. 내가 누구 앞에서 그 따위 말을 하느냐고 악을 쓰니까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납디다. 그런 뒤로는 나는 어찌 분하든지 밤이면 잠이 다 아니 오겠지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업수이여기는 것 같아서 어찌 서러운지 과부되었을 때보다 더해요. 그런데 이거 보세요. 망신살이 뻗치려니까 어렵지가 않겠지요. 도무지 날짜까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마는, 그 해 9월 열이튿날이었어요. 저녁밥을 다 해치우고 안방에서 신선해서 방문을 닫고 어린애 젖을 먹이느라고 끼고 드러누웠으려니까 별안간에 마당에서 우리
                        큰애 이름 '순영아, 순영아.' 두어 번 부르는 남자의 소리가 나겠지요. 나는 시부께서 나오셨나 하고 젖을 떼고 일어서려는데 다시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 우리 시부님의 목소리는 캥캥하신데 그렇지가 않고 우렁찬 소리겠지요. 나는 이상스러운 마음이 생겨서 잠깐 문틈으로 내다보았지요. 어스름 밤이라 자세히는 볼 수 없으나 키가 훨씬 큰 사람이 뒷짐을 지고 그 손에는 단장을 휘적휘적 흔들며 안을 향하여 섰는 것이 잠깐 보아도 우리 집 내(內) 사람은 아니옵디다. 나는 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생겨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벌벌 떨며, '그 누구신가 여쭈어 보아라.' 하였지요. 그자는 내 목소리를 듣자 반가운 듯이 마루 끝으로 가까이 오며 천연스럽게 '네, 서울서 왔습니다.' 해요. 나는 다시 떨리는 소리로, '
                            서울서 오시다니 누구신가 여쭈어 보아라.' 한즉 그자는 버쩍 마루로 올라서며, '왜 점동 할머니께 들으셨지요.
                                서울 사는 장 주사
                            라고요…….' 하며 바로 익숙한 사람에게 대하여 말하듯이 반웃음을 띠며 말하겠지요. 나는 무섭고도 분하여서, '
                            나는 그런 사람 몰라요. 그런데 대관절 남의 집 대청에를 아무 말 없이 들어오니 이런 법(法)이 어디 있소.' 하며 주고받고 할 때에 마침 대문 소리가 나자 우리 시어머니되는 마님이 들어오시는구려."

군중은 모두 "아이고, 저런 어쩔까.", "어쩌면 꼭 그때." 하며 마음을 졸여한다.

"그러니 꼭 그물에 걸린 고기지요. 넘치고 뛸 수 있나요. 그러니 장 주사라는 작자가 밖으로 뛰어나가야 옳겠습니까. 안으로 뛰어들어와야 옳겠습니까. 어쩔 줄을 몰라 그랬던지 방으로 뛰어들어오는구려. 나는 속절없이 누명을 쓰게 되었지요. 시모님께서는 그자의 태도가 수상스러운 것을 보시고 곧 눈치를 채신 모양이라, 방으로 쫓아 들어오시더니 눈을 똑바로 떠 쳐다보시며, '웬 사람이냐?'고 하시더니 다시 나의 태도를 유심히 보시는구려. 그러니 그 자리에서 무어라고 말하겠소. 하도 기가 막히는 일이라 아무 말도 아니 나와서 잠잠히 서 있을 뿐이었지요. 원래 괄괄하신 어른이라 곧 내게로 달려드시더니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이 뺨 저 뺨 치시며, '
                            이년, 남의 집을 착실하게도 망(亡)해 준다. 생때 같은 서방 죽이고 무엇이 부족하여 밤낮 뭇놈하고 부동을 하며 서방질을 하니? 이년, 그런 뭇서방놈들이 앞뒤로 널렸으니까
                                네 서방을 약을 먹여 병 내놓았구나. 에, 갈아 먹어도 시원치 않을 년. 내 집에 일시라도 머물지 말고 저놈 따라 나가 버려라. 어서 어서!' 하는 벼락 같은 재촉이 거푸 나는데 어느 뉘라서 거역할 수 있던가요. 시골이라 앞뒷집에서 큰소리가 나니 남녀노소 물론하고 마당이 미어지도록 구경꾼이 밀려들어 오는구려. 오장을 버선목이라 뒤집어 뵈는 수도 없고 그 자리에서 내가 억울하다 하면 누가 곧이를 듣겠소. 남영 홍씨(洪氏)네 떼라니 순식간에 모여들더니 그년 어서 쫓아내 보내라는 말이 빗발치듯 합디다. 그렇게 원통할 길이 또 어디 있었으리까. 다만 하늘을 우러러보며 하나님 맙소사 할 뿐이었지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부모님에게 큰소리 한 마디 들어 보지 못하고 자라났는데 머리가 한 움큼이나 빠지고 온몸이 성한 곳이 없이 멍이 퍼렇게 들도록 어떻게 맞았지요. 이것 좀 보시오(윗입술을 올려치니 간간이 금(金)을 넣어 번쩍번쩍 하는 앞니를 보이면서). 이것도 그때에 어찌 몹시 얻어맞았던지 그때부터 잇몸이 부어서 순색으로 쑤시더니 6달 만에 몽땅 빠지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앞니를 모조리(앞니 여섯을 가리키며) 해 박았습니다. 그래서 그날 그 시로 당장에 내쫓겼지요. 아이 둘은 물론 뺏기고요. 쫓겨 나와 갈 데가 있나요. 첫째 남이 부끄러워서 조그만 바닥이라 즉시로 온 성내에서 다 알게 되었지요. 할 수 없이 우리 친정 편으로 멀리 일가 되는 집을 찾아가서 그 집 행랑 구석 얼음장 같은 구들 위에서 그 밤을 앉아 새웠었지요. 손발이 차다 못하여 나중에는 저려 오고 두 젖이 뗑뗑 불어 아파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사람이 악에 바치니까 눈물도 아니 나오고 인사도 차릴 수 없습디다. 아무려면 어떠랴 하고 발길을 기다려 사람을 보내서 어린아이를 훔쳐 오다시피 했지요. 그 이튿날 늦은 조반 때쯤 되어서 보교(步轎: 정자 모양의 지붕에 사방을 장막으로 두른 가마의 한 가지) 하나가 들어오더니 그 뒤에는 어느 하이칼라 하나가 따라 들어오는데 잠깐 보니 어제 저녁에 내 집에서 방으로 뛰어들어오던 사람 비슷합디다. 나는 그자를 보자 곧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지며 분한 생각을 하면 곧 내려가서 멱살을 쥐고 마음껏 한판 해 내었으면 좋겠습디다. 바로 호기스럽게 어느 실내 마님이나 모시러 온 듯이 날더러 타라고 하겠지요. 어느 쓸개 빠진 년이 거기 타겠습니까. 그러자니 자연 말이 순순히 나가겠습니까. 남에게 누명을 씌운 놈이라는 둥
                            내 계집된 이상에 무슨 말이냐는 둥 점점 분통만 터지고 꼴만 드러나지요. 보니까 벌써 앞뒤가 빽빽하게 구경꾼이 들어섰구려. 그러니 어떻게 합니까. 그곳을 떠나는 것이 일시(一時)가 바쁘게 되었지요. 큰댁 하인(下人) 놈들이 웅기중기 서서 구경하는 양을 보니까 고만 어떻게 부끄러운지 아무 소리가 아니 나오고 부지불각(不知不覺) 중에 아이를 끼고 보교 속으로 피신을 하여 버렸지요. 얼마를 한없이 가서 어느 산골 촌구석 다 쓰러져 가는 초가 앞에다 보교를 놓더니 날더러 내리라고 합디다. 그리고 원수의 그자는 정다이 나를 들여다보며 시장하지 않느냐고 묻겠지요. 참, 꿈인들 그런 꿈이 어디 있으리까. 분한 대로 하면 뺨을 치고 싶었으나 차마 남의 남자에게 손이 올라가야지요. 그리고 다른 곳에 가서까지도 꼴을 들키고 싶지 아니하여서……. 거기서 이럭저럭 근 10여 일이나 지냈지요."

이제껏 열심히 듣고 앉았던 애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하고 묻는 말에 이 부인은 어물어물하며 잠깐 두 뺨이 불그레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아무려면 그 계집 아니라나요. 그러기에 지금이라도 그때 내 살을 그놈에게 허락한 것을 생각만 하면 치가 떨리고 분하지요. 내가 지금만 같았어도 무관하지요. 그때만 해도 안방 구석만 알다가 졸지에 쫓겨나서 물 설고 산 설은 곳으로 가니 그나마도 사람을 배반하면 이년의 몸은 또 무엇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날 잡아 잡수 하고 있었지요. 그러기에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내가 목이라도 매서 못 죽었나 싶으지요. 자살도 팔자니까요……. 그리고 장 주사는 서울 집 사 놓고 데리러 오마 하고 떠났지요. 나는 어린애 데리고 거기 며칠 더 있다가 하루는 염치 불구하고 우리 친정을 찾아 나갔지요. 마침 그 동네 사람 하나가 평강으로 간다고 해서 애를 업고 생전 처음으로 50리 걸음을 하여 저녁때
                        우리 집 문앞에를 다다르니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벌벌 떨려서 차마 대문 안에 발이 들여놓아집디까. 그러나 이를 깨밀어 물고 쑥 들어갔지요. 우리 집에서야 80리 밖의 일을 아실 까닭이 있겠습니까. 어머니는 버선발로 뛰어내려오시며 '이게 웬일이냐?'고 하시고 오라버니댁들도 뛰어내려와서 아이를 받아 들어가고 야단들입디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진지상에 고기 반찬을 해서 놓으면 꼭 반만 잡수시고 오라범댁들을 부르셔서 '이것은 홍집(홍씨 집안에 시집간 여자를 일컫는 말) 누이  주어라. 세상에 부부의 낙(樂)을 모르니 좀 불쌍하냐.' 하시고 밤이면 잊지도 않으시고 '
                            홍집 자는 방이 춥지나 않느냐.' 하시며 꼭 물으시지요. 그렇게 호강스럽게 그 겨울 동안에 잘 먹고 잘 입고 지냈지요. 그 이듬해 3월 초엿샛날
                        아침나절이었지요. 건넌방에서 아버지 마고자를 꾸미고 있으려니까 손아래 오라범이 얼굴이 시퍼래져서 건넌방 미닫이를 부서져라 하고 열어젖히더니 퉁명스럽게 내 앞에다가 무슨 전보 한 장을 내어던집디다. 까막눈이라 볼 줄을 아나요. 옆에 앉았던 그 오라범댁더러 좀 보아 달라고 하였지요. 한참 보더니 이상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아이고, 형님.
                                순영이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이게 누구입니까. 아버님 함자로 왔는데 오늘 온다 하고 서랑(壻郞) 장필섭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요. 그런 원수가 어디 있으리까. 그러자 별안간에 문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나더니 키는 멀쑥하니 삼팔 두루마기 자락이 너풀거리며 금테 안경을 번쩍거리고 서슴지 않고 중문을 들어서 중청(重聽: 귀머거리)같이 안마당으로 들어오더니 마루 끝에 걸터앉는구려. 우리 어머니는 그만 이불 쓰시고 아랫목에 드러누우시고요. 우리 오빠들은 동네 집으로 피신하고 나는 부엌에 선 채로 오도 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섰으려니까 오라범댁이 '
                            형님에게 온 손님이니 형님 나가셔서 대접하시오.' 하는 권에 못 이길 뿐 아니라, 누구나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억지로 나가서 들어가자고 하여 건넌방으로 데리고 들어갔지요. 아랫목에 하나, 윗목에 하나 섰을 뿐이지 무슨 말이 나오겠습니까. 갈수록 산이요, 물이라더니 죽을 수(數: 운수)니까 할 수 없습디다. 왜 하필 그때 우리
                        아버지는 사흘 전에 큰댁 제사에 가셨다가 돌아오십니까. 안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우리
                        어머니더러 왜 드러누웠냐고 하시겠지요. 어머니는 몸살이 났다고 하십디다. 다시 마루로 나오셔서 다니시다가 댓돌에 벗어 놓은 마른 발막신
                        (앞부리가 넓적하게 생겼는데 거기에 가죽을 댄 마른신, 흔히 잘사는 집의 노인이 신었다)을 보시더니 오라범댁을 부르셔서 이게 웬 남자의 신이냐?고 하시는구려. 오라범댁은 마지못하여 어물어물하면서 '
                            평강형에게 손님이 왔어요.' 하지요. '
                            홍집에게 남자 손님이 웬 손님이며 남자 손님이면 으레 사랑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거늘 그 방에 들어앉는 손님이 대체 누구란 말이냐?' 하시더니, '
                            홍집 나오라.'고 두어 번 큰소리로 부르시는구려. 나는 그만 겁결에 건넌방 뒷문 밖으로 뛰어나갔지요. 그래서 가만히 섰었으려니까 별안간에 누가 내 뒷덜미를 부러져라 하고 치며 머리채를 휘어잡는구려.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우리
                        아버지시지요. 두 말씀 아니하시고 사뭇 아래위로 치시는데 아픈지 만지 하옵디다. 아이구 어머니 살리라고 악을 쓰나 누가 내다보기나 하옵디까. 지금도 장 주사는 그때 나 매 맞은 것을 생각하면 불쌍하다고는 하지요. 이왕 그렇게 되었으니 나를 앞장을 세우고 나서야 옳지요. 자기는 훌쩍 나가서 자동차를 잡아 타고 갔구먼요. 그러니 하인 등쌀에 남이 부끄러워 있을 수도 없거니와 우리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와 오라범댁들에게 왜 그놈을 부쳤느냐고 조련질(못되게 굴어 남을 괴롭힘)을 하시고 나를 내쫓으라고 하시지요. 할 수 없이 그날
                        저녁에 친정에서까지 쫓겨나서 아이를 업고 정처없이 나섰지요. 우리 어머니는 20리까지 쫓아 나오시며 우시는구려. 길거리에서 그렇게 모녀가 마지막 작별을 하였지요. 그러니 인제야 장가에게밖에 갈 곳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서울이 어디 가 박혔는지, 서울은 어떻게 하여서 간다 하더라도 그자의 집이 어디인지는 알아야지요. 아무려나 빌어먹어도 자식들하고나 같이 빌어먹으려고 40리나 되는 철원으로 가서 길에서 놀고 있는 우리 순영이를 훔쳐 가지고 다시 주막 있던 집으로 왔지요. 우리 집에서 나올 때에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쌀 판 돈 3원을 집어 주셔서 그것으로 밥값을 치르고 있었으나 그까짓 것 쓰려니까 얼마 되나요. 열흘도 못 가서 다 없어졌지요. 할 수 있나요. 그때부터 그 집 바느질도 하고 아이를 거두어도 주고 하며 세 식구 얻어먹고 지냈지요. 여보 말씀 마시오. 제법 어디 가 더운 밥 한술을 얻어먹어 보아요? 뭇상에서 남는 밥찌꺼기나 해가 한나절이나 되어서 겨우 좀 얻어먹어 보지요. 시골집이라니요. 여편네라도 허리를 못 펴고 다니지요. 단칸방에서 주인 식구 다섯하고 여덟이 자면 평생에 어디가 옷고름 한번을 풀어 보고 다리를 펴고 자 보리까. 알뜰히도 고생도 하였지요. 그나마도 가라면 어쩝니까.

(또 있소)

〈新家庭〉 창간호에는 원래 제2호 목차가 예고되어 있었고, 그 목차에는 나혜석이란 이름 대신 羅晶月이란 이름으로 '규원'을 싣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新家庭〉 제2호는 나온 것 같지 않다.

===== 12_Hyun Jin-geon_A Society That Drives You to Drink =====

"아이그, 홀로 바느질을 하고 있던 아내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로 부르짖었다. 바늘 끝이 왼손 엄지손가락 손톱 밑을 찔렀음이다. 그 손가락은 가늘게 떨고 하얀 손톱 밑으로 앵두빛 같은 피가 비친다.

그것을 볼 사이도 없이 아내는 얼른 바늘을 빼고 다른 손 엄지손가락으로 그 상처를 누르고 있다. 그러면서 하던 일가지를 팔꿈치로 고이고이 밀어 내려놓았다. 이윽고 눌렀던 손을 떼어보았다. 그 언저리는 인제 다시 피가 아니 나려는 것처럼 혈색이 없다 하더니, 그 희던 꺼풀 밑에 다시금 꽃물이 차츰차츰 밀려온다.

보일 듯 말 듯한 그 상처로부터 좁쌀 낟 같은 핏방울이 송송 솟는다. 또 아니 누를 수 없다. 이만하면 그 구멍이 아물었으려니 하고 손을 떼면 또 얼마 아니되어 피가 비치어 나온다.

인제 헝겊 오락지로 처매는 수밖에 없다. 그 상처를 누른채 그는 바느질고리에 눈을 주었다. 거기 쓸만한 오락지는 실패 밑에 있다. 그 실패를 밀어내고 그 오락지를 두 새끼손가락 사이에 집어올리려고 한동안 애를 썼다. 그 오락지는 마치 풀로 붙여둔 것같이 고리 밑에 착 달라붙어 세상 집혀지지 않는다. 그 두 손가락은 헛되이 그 오락지 위를 긁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왜 집혀지지를 않아!”

그는 마침내 울 듯이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것을 집어줄 사람이 없나 하는 듯이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안은 텅 비어 있다. 어느 뉘 하나 없다. 호젓한 허영(虛影)만 그를 휘싸고 있다. 바깥도 죽은 듯이 고요하다.

시시로 퐁퐁 하고 떨어지는 수도의 물방울 소리가 쓸쓸하게 들릴 뿐. 문득 전등불이 광채(光彩)를 더하는 듯하였다. 벽상(壁上)에 걸린 괘종(掛鍾)의 거울이 번들하며, 새로 한 점을 가리키려는 시침(時針)이 위협하는 듯이 그의 눈을 쏜다. 그의 남편은 그때껏 돌아오지 않았었다.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된지는 벌써 오랜 일이다. 어느덧 7∼8년이 지났으리라. 하건만 같이 있어본 날을 헤아리면 단 일년이 될락말락 한다. 막 그의 남편이 서울서 중학을 마쳤을 제 그와 결혼하였고, 그러자 마자 고만 동경(東京)에 부급한 까닭이다.

거기서 대학까지 졸업을 하였다. 이 길고 긴 세월에 아내는 얼마나 괴로왔으며 외로왔으랴! 봄이면 봄, 겨울이면 겨울, 웃는 꽃을 한숨으로 맞았고 얼음 같은 베개를 뜨거운 눈물로 덥히었다.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쓸쓸할 제, 얼마나 그가 그리웠으랴!

하건만 아내는 이 모든 고생을 이를 악물고 참았었다. 참을 뿐이 아니라 달게 받았었다. 그것은 남편이 돌아오기만 하면! 하는 생각이 그에게 위로를 주고 용기를 준 까닭이었다. 남편이 동경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가 무엇인가? 자세히 모른다. 또 알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어찌하였든지 이 세상에 제일 좋고 제일 귀한 무엇이라 한다. 마치 옛날 이야기에 있는 도깨비의 부자 방망이 같은 것이어니 한다. 옷 나오라면 옷 나오고, 밥 나오라면 밥 나오고, 돈 나오라면 돈 나오고… 저 하고 싶은 무엇이든지 청해서 아니되는 것이 없는 무엇을, 동경에서 얻어가지고 나오려니 하였었다.

가끔 놀러오는 친척들이 비단옷 입은 것과 금지환(金指環) 낀 것을 볼 때에 그 당장엔 마음 그윽히 부러워도 하였지만 나중엔 '
                        남편이 돌아오면…' 하고 그것에 경멸하는 시선을 던지었다.

남편이 돌아왔다. 한 달이 지나가고 두 달이 지나간다. 남편의 하는 행동이 자기가 기대하던 바와 조금 배치(背馳)되는 듯하였다. 공부 아니한 사람보다 조금도 다른 것이 없었다. 아니다, 다르다면 다른 점도 있다. 남은 돈벌이를 하는데 그의 남편은 도리어 집안 돈을 쓴다. 그러면서도 어디인지 분주히 돌아다닌다. 집에 들면 정신없이 무슨 책을 보기도 하고 또는 밤새도록 무엇을 쓰기도 하였다.

'저러는 것이 참말 부자 방망이를 맨드는 것인가 보다'

아내는 스스로 이렇게 해석한다.

또 두어 달 지나갔다. 남편의 하는 일은 늘 한 모양이었다. 한 가지 더한 것은 때때로 깊은 한숨을 쉬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무슨 근심이 있는 듯이 얼굴을 펴지 않았다. 몸은 나날이 축이 나 간다.

'무슨 걱정이 있는고?'

아내는 따라서 근심을 하게 되었다. 하고는 그 여윈 것을 보충하려고 갖가지로 애를 썼다. 곧 될 수 있는 대로 그의 밥상에 맛난 반찬가지를 붇게 하며 또 고음 같은 것도 만들었다. 그런 보람도 없이 남편은 입맛이 없다 하며 그것을 잘 먹지도 않았었다.

또 몇 달이 지나갔다. 인제 출입을 뚝 끊고 늘 집에 붙어있다. 걸핏하면 성을 낸다. 입버릇 모양으로 화난다, 화난다 하였다.

어느 날 새벽, 아내가 어렴폿이 잠을 깨어, 남편의 누웠던 자리를 더듬어보았다. 쥐이는 것은 이불자락뿐이다. 잠결에도 조금 실망을 아니 느낄 수 없었다. 잃은 것을 찾으려는 것처럼, 눈을 부시시 떴다.

책상 위에 머리를 쓰러뜨리고 두손으로 그것을 움켜쥐고 있는 남편을 보았다. 흐릿한 의식이 돌아옴에 따라, 남편의 어깨가 덜석덜석 움직임도 깨달았다. 흑 흑 느끼는 소리가 아내의 귀를 울린다. 아내는 정신을 바짝 차리었다. 불현듯이 몸을 일으켰다. 이윽고 아내의 손은 가볍게 남편의 등을 흔들며 목에 걸리고 나오지 않는 소리로,

“왜 이러고 계셔요.”

라고 물어보았다.

“…”

남편은 아무 대답이 없다. 아내는 손으로 남편의 얼굴을 괴어들려고 할 즈음에, 그것이 뜨뜻하게 눈물에 젖는 것을 깨달았다.

또 한 두어 달 지나갔다. 처음처럼 다시 출입이 자주로왔다. 구역이 날 듯한 술 냄새가 밤늦게 돌아오는 남편의 입에서 나게 되었다. 그것은 요사이 일이다. 오늘 밤에도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초저녁부터 아내는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남편을 고대고대하고 있었다. 지리한 시간을 속히 보내려고 치웠던 일 가지를 또 꺼내었다. 그것조차 뜻같이 아니되었다. 때때로 바늘이 헛되이 움직이었다. 마침내 그것에 찔리고 말았다.

“어데를 가서 이때껏 오시지 않아!”

아내는 이제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짜증을 내었다. 잠깐 그를 떠났던 공상과 환영이 다시금 그의 머리에 떠돌기 시작하였다. 이상한 꽃을 수놓은, 흰 보 위에 맛난 요리를 담은 접시가 번쩍인다. 여러 친구와 술을 권커니 잡거니 하는 광경이 보인다. 그의 남편은 미친 듯이 껄껄 웃는다.

나중에는 검은 휘장이 스르르 하는 듯이 그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더니 낭자한 요릿상만이 보이기도 하고, 술병만 희게 빛나기도 하고, 아까 그 기생이 한 팔로 땅을 짚고 진저리를 쳐가며 웃는 꼴이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남편이 길바닥에 쓰러져 우는 것도 보이었다.

“문 열어라!”

문득 대문이 덜컥 하고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부르는 듯하였다.

“녜.”

저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급히 마루로 나왔다. 잘못 신은, 발에 아니 맞는 신을 질질 끌면서 대문으로 달렸다. 중문은 아직 잠그지도 않았고 행랑방에 사람이 없지 않지마는 으례히 깊은 잠에 떨어졌을 줄 알고 뛰어나감이었다. 가느름한 손이 어둠 속에서 희게 빗장을 잡고 한참 실랑이를 한다. 대문은 열렸다.

밤바람이 선득하게 얼굴에 안친다. 문 밖에는 아무도 없다! 온 골목에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 없다. 검푸른 밤 빛이 허연 길 위에 그물그물 깃들었을 뿐이었다.

아내는 무엇에 놀란 사람 모양으로 한참 멀거니 서 있었다. 문득 급거히 대문을 닫친다. 마치 그 열린 사이로 악마나 들어올 것처럼.

“그러면 바람 소리였구먼.”

하고 싸늘한 뺨을 쓰다듬으며 해쭉 웃고 발길을 돌리었다.

“아니 내가 분명히 들었는데… 혹 내가 잘못 보지를 않았나?… 길바닥에나 쓰러져 있었으면 보이지도 않을 터야…”

중간문까지 다다르자 별안간 이런 생각이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대문을 또 좀 열어볼까?… 아니야, 내가 헛들었지. 그래도 혹… 아니야, 내가 헛들었지.”

망설거리면서도 꿈꾸는 사람 모양으로 저도 모를 사이에 마루까지 올라왔다. 매우 기묘한 생각이 번개같이 그의 머리에 번쩍인다.

'
                        내가 대문을 열었을 제 나 몰래 들어오지나 않았나?…'

과연 방안에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확실히 사람의 기척이 있다. 어른에게 꾸중 모시러 가는 어린애처럼 조심조심 방문 앞에 왔다. 그리고 문간 아래로 손을 대며 하염없이 웃는다. 그것은 제 잘못을 용서해줍시사 하는 어린애 같은 웃음이었다. 조심조심 방문을 열었다. 이불이 어째 움직움직하는 듯하였다.

“
                        나를 속이랴고 이불을 쓰고 누웠구먼.”

하고 마음속으로 소곤거렸다. 가만히 내려앉는다.

그 모양이 이것을 건드려서는 큰일이 나지요 하는 듯하였다. 이불을 펄쩍 쳐들었다. 비인 요가 하얗게 드러난다. 그제야 확실히 아니 온 줄 안 것처럼,

“아니 왔구먼, 안 왔어!”

라고 울 듯이 부르짖었다.

남편이 돌아오기는 새로 두 점이 훨씬 지난 뒤였다. 무엇이 털썩하는 소리가 들리고 잇달아,

“
                        아씨, 아씨!”

라고 부르는 소리가 귀를 때릴 때에야 아내는 비로소 아직도 앉았을 자기가 이불 위에 쓰러져있음을 깨달았다. 기실, 잠귀 어두운 할멈이 대문을 열었으리만큼 아내는 깜박 잠이 깊이 들었었다. 하건만 그는 몽경(夢境 : 꿈 속 - 편집자 주*)에서 방황하는 정신을 당장에 수습하였다. 두어 번 얼굴을 쓰다듬자 불현듯 밖으로 나왔다.

남편은 한 다리를 마루 끝에 걸치고 한 팔을 베고 옆으로 누워있다. 숨소리가 씨근씨근 한다.

막 구두를 벗기고 일어나 할멈은 검붉은 상을 찡그려 붙이며,

“어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세요.”

라고 한다.

“응, 일어나지.”

남편은 혀를 억지로 돌리어 코와 입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래도 몸은 꿈적도 않는다. 도리어 그 개개 풀린 눈을 자려는 것처럼 스르르 감는다. 아내는 눈만 비비고 서 있다.

“어서 일어나셔요. 방으로 들어가시라니까.”

이번에는 대답조차 아니한다. 그 대신 무엇을 잡으려는 것처럼 손을 내어젓더니,

“물, 물, 냉수를 좀 주어.”

라고 중얼거렸다.

할멈은 얼른 물을 떠다 이취자(泥醉者 : 진흙처럼 취한 사람, 즉 곤드레만드레 취한 사람 - 편집자 주*)의 코밑에 놓았건만, 그 사이에 벌써 아까 청(請)을 잊은 것같이 취한 남편은 물을 먹으려고도 않는다.

“왜 물을 아니 잡수셔요.”

곁에서 할멈이 깨우쳤다.

“응 먹지 먹어.”

하고, 그제야 남편은 한 팔을 짚고 고개를 든다. 한꺼번에 물 한 대접을 다 들이켜버렸다. 그리고는 또 쓰러진다.

“에그, 또 눕네.”

하고, 할멈은 우물로 기어드는 어린애를 안으려는 모양으로 두 손을 내어민다.

“
                        할멈은 고만 가 자게.”

주인은 귀치않다는 듯이 말을 한다.

이를 어찌해 하는 듯이 멀거니 서 있는 아내도, 할멈이 고만 갔으면 하였다. 남편을 붙들어 일으킬 생각이야 간절하였지마는, 할멈이 보는데 어찌 그럴 수 없는 것 같았다. 혼인한 지가 7∼8년이 되었으니 그런 파수(破羞 : 부끄러움이 없어지는 것 - 편집자 주*)야 되었으련만 같이 있어본 날을 꼽아보면, 그는 아직 갓 시집온 색시였다.

“
                        할멈은 가 자게.”

란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입술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마음 그윽히 할멈이 돌아가기만 기다릴 뿐이었다.

“좀 일으켜드려야지.”

가기는커녕, 이런 말을 하고, 할멈은 선웃음을 치면서 마루로 부득부득 올라온다. 그 모양은, 마치 남편이 약주가 취하시거든, 방에까지 모셔다드려야 제 도리에 옳지요, 하는 듯하였다.

“자아, 자아.”

할멈은 아내를 보고 히히 웃어가며, 남편의 등 밑으로 손을 넣는다.

“왜 이래, 왜 이래. 내가 일어날 테야.”

하고, 몸을 움직이더니, 정말 남편이 부시시 일어난다. 마루를 쾅쾅 눌러디디며, 비틀비틀, 곧 쓰러질 듯한 보조로 방문을 향하여 걸어간다. 와지끈하며 문을 열어젖히고는 방안으로 들어간다. 아내도 뒤따라 들어왔다. 할멈은 중간턱을 넘어설 제, 몇 번 혀를 차고는, 저 갈 데로 가버렸다.

벽에 엇비슷하게 기대어있는 남편은 무엇을 생각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의 말라붙은 관자놀이에 펄떡거리는 푸른 맥을 아내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남편 곁으로 다가온다. 아내의 한 손은 양복 깃을, 또 한 손은 그 소매를 잡으며 화한 목성으로,

“자아, 벗으셔요.”

하였다.

남편은 문득 미끄러지는 듯이 벽을 타고 내려앉는다. 그의 쭉 뻗친 발 끝에 이불자락이 저리로 밀려간다.

“에그, 왜 이리 하셔요. 벗자는 옷은 아니 벗으시고.”

그 서슬에 넘어질 뻔한 아내는 애닯게 부르짖었다. 그러면서도 같이 따라 앉는다. 그의 손은 또 옷을 잡았다.

“옷이 구겨집니다. 제발 좀 벗으셔요.”

라고 아내는 애원을 하며, 옷을 벗기려고 애를 쓴다. 하나, 취한 이의 등이 천근같이 벽에 척 들어붙었으니 벗겨질 리가 없다. 애를 쓰다쓰다 옷을 놓고 물러앉으며,

“원 참, 누가 술을 이처럼 권하였노.”

라고 짜증을 낸다.

“누가 권하였노? 누가 권하였노? 흥 흥.”

남편은 그 말이 몹시 귀에 거슬리는 것처럼 곱삶는다.

“그래, 누가 권했는지 마누라가 좀 알아내겠소?”

하고 껄껄 웃는다. 그것은 절망의 가락을 띤, 쓸쓸한 웃음이었다. 아내도 따라 방긋 웃고는 또 옷을 잡으며,

“자아, 옷이나 먼저 벗으셔요.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요. 오늘 밤에 잘 주무시면 내일 아침에 아르켜 드리지요.”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야. 왜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어. 할 말이 있거든 지금 해!”

“지금은 약주가 취하셨으니, 내일 약주가 깨시거든 하지요.”

“무엇? 약주가 취해서?”

하고 고개를 쩔레쩔레 흔들며,

“천만에, 누가 술이 취했단 말이요. 내가 공연히 이러지, 정신은 말똥말똥 하오. 꼭 이야기 하기 좋을 만해. 무슨 말이든지… 자아.”

“글쎄, 왜 못 잡수시는 약주를 잡수셔요. 그러면 몸에 축이나지 않아요.”

하고 아내는 남편의 이마에 흐르는 진땀을 씻는다.

이취자(泥醉者)는 머리를 흔들며,

“아니야, 아니야, 그런 말을 듣자는 것이 아니야.”

하고 아까 일을 추상하는 것처럼, 말을 끊었다가 다시금 말을 이어,

“옳지, 누가 나에게 술을 권했단 말이요? 내가 술이 먹고 싶어서 먹었단 말이요?”

“자시고 싶어 잡수신 건 아니지요. 누가 당신께 약주를 권하는지 내가 알아낼까요? 저… 첫째는 홧증이 술을 권하고 둘째는 '하이칼라'가 약주를 권하지요.”

아내는 살짝 웃는다. 내가 어지간히 알아맞췄지요 하는 모양이었다.

남편은 고소한다.

“틀렸소, 잘못 알았소. 홧증이 술을 권하는 것도 아니고, '하이칼라'가 술을 권하는 것도 아니요. 나에게 권하는 것은 따로 있어. 마누라가, 내가 어떤 '하이칼라'한테나 홀려 다니거나, 그 '하이칼라'가 늘 내게 술을 권하거니 하고 근심을 했으면 그것은 헛걱정이지. 나에게 '하이칼라'는 아무 소용도 없소. 나의 소용은 술뿐이요. 술이 창자를 휘돌아, 이것저것을 잊게 맨드는 것을 나는 취할 뿐이요.

하더니, 홀연 어조를 고쳐 감개무량하게,

아아, 유위유망(有爲有望)한 머리를 '알코올'로 마비 아니 시킬 수 없게 하는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요.

하고, 긴 한숨을 내어쉰다. 물큰물큰한 술냄새가 방안에 흩어진다.

아내에게는 그 말이 너무 어려웠다. 고만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슨 벽이 자기와 남편 사이에 깔리는 듯하였다. 남편의 말이 길어질 때마다 아내는 이런 쓰디쓴 경험을 맛보았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윽고 남편은 기막힌 듯이 웃는다.

“흥 또 못 알아듣는군. 묻는 내가 그르지, 마누라야 그런 말을 알 수 있겠소. 내가 설명해 드리지. 자세히 들어요. 내게 술을 권하는 것은 홧증도 아니고 '하이칼라'도 아니요,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팔자가 좋아서 조선에 태어났지, 딴 나라에 났더면 술이나 얻어먹을 수 있나…”

사회란 무엇인가? 아내는 또 알 수가 없었다. 어찌하였든 딴 나라에는 없고 조선에만 있는 요리집 이름이어니 한다.

“
                        조선에 있어도 아니 다니면 그만이지요.”

남편은 또 아까 웃음을 재우친다. 술이 정말 아니 취한 것 같이 또렷또렷한 어조로,

“허허, 기막혀. 그 한 분자(分子)된 이상에야 다니고 아니 다니는 게 무슨 상관이야. 집에 있으면 아니 권하고, 밖에 나가야 권하는 줄 아는가보아. 그런 게 아니야. 무슨 사회 사람이 있어서 밖에만 나가면 나를 꼭 붙들고 술을 권하는 게 아니야… 무어라 할까… 저 우리 조선사람으로 성립된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아니 못 먹게 한단 말이요.

…어째 그렇소?… 또 내가 설명을 해드리지. 여기 회를 하나 꾸민다 합시다. 거기 모이는 사람놈 치고 처음은 민족을 위하느니, 사회를 위하느니 그러는데, 제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느니 아니하는 놈이 하나도 없어. 하다가 단 이틀이 못되어, 단 이틀이 못되어…”

한층 소리를 높이며 손가락을 하나씩 둘씩 꼽으며,

“되지 못한 명예 싸움, 쓸데없는 지위 다툼질,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내 권리가 많으니 네 권리 적으니…밤낮으로 서로 찢고 뜯고 하지, 그러니 무슨 일이 되겠소. 회(會)뿐이 아니라, 회사이고 조합이고… 우리 조선놈들이 조직한 사회는 다 그 조각이지.

이런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한단 말이요. 하려는 놈이 어리석은 놈이야. 적이 정신이 바루 박힌 놈은 피를 토하고 죽을 수밖에 없지. 그렇지 않으면 술밖에 먹을 게 도무지 없지. 나도 전자에는 무엇을 좀 해보겠다고 애도 써보았어. 그것이 모다 수포야. 내가 어리석은 놈이었지.

이런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한단 말이요. 하려는 놈이 어리석은 놈이야. 적이 정신이 바루 박힌 놈은 피를 토하고 죽을 수밖에 없지. 그렇지 않으면 술밖에 먹을 게 도무지 없지. 나도 전자에는 무엇을 좀 해보겠다고 애도 써보았어. 그것이 모다 수포야. 내가 어리석은 놈이었지.

이런 사회에서 할 것은 주정군 노릇밖에 없어…”

“공연히 그런 말 말아요. 무슨 노릇을 못해서 주정군 노릇을 해요! 남이라서…”

아내는 부지불식간에 흥분이 되어 열기 있는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불쑥 이런 말을 하였다. 그는 제
                    남편이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사람이어니 한다. 따라서 어느 뉘보다 제일 잘 될 줄 믿는다. 몽롱하나마 그의 목적이 원대하고 고상한 것도 알았다.

얌전하던 그가 술을 먹게 된 것은 무슨 일이 맘대로 아니되어 화풀이로 그러는 줄도 어렴폿이 깨달았다. 그러나 술은 노상 먹을 것이 아니다. 그러면 패가망신하고 만다. 그러므로 하루바삐 그 화가 풀리었으면, 또다시 얌전하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떠날 때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이 꼭 올 줄 믿었다. 오늘부터는, 내일부터는… 하건만, 남편은 어제도 술이 취하였다. 오늘도 한 모양이다. 자기의 기대는 나날이 틀려간다. 좇아서 기대에 대한 자신도 엷어간다. 애닯고 원한 생각이 가끔 그의 가슴을 누른다. 더구나 수척해가는 남편의 얼굴을 볼 때에 그런 감정을 걷잡을 수 없었다. 지금 저도 모르게 흥분한 것이 또한 무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못 알아듣네그려. 참, 사람 기막혀. 본정신 가지고는 피를 토하고 죽든지, 물에 빠져 죽든지 하지, 하루라도 살 수가 없단 말이야. 흉장(胸臟)이 막혀서 못 산단 말이야. 에엣, 가슴 답답해.”

라고 남편은 소리를 지르고 괴로와서 못 견디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미친 듯이 제 가슴을 쥐어뜯는다.

“술 아니 먹는다고 흉장이 막혀요?”

남편의 하는 짓은 본체만체 하고 아내는 얼굴을 더욱 붉히며 부르짖었다.

그 말에 몹시 놀랜 것처럼 남편은 어이없이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그 다음 순간에는 말할 수 없는 고뇌(苦惱)의 그림자가 그의 눈을 거쳐간다.

“그르지, 내가 그르지 너 같은 숙맥(菽麥)더러 그런 말을 하는 내가 그르지. 너한테 조금이라도 위로를 얻으려는 내가 그르지. 후우.”

스스로 탄식한다.

“아아 답답해!”

문득 기막힌 듯이 외마디 소리를 치고는 벌떡 몸을 일으킨다. 방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왜 내가 그런 말을 하였던고?
                    아내는 불시에 후회하였다. 남편의 저고리 뒷자락을 잡으며 안타까운 소리로,

“왜 어디로 가셔요. 이 밤중에 어디를 나가셔요. 내가 잘못하였습니다. 인제는 다시 그런 말을 아니하겠습니다. …그러게 내일 아침에 말을 하자니까…”

“듣기 싫어, 놓아, 놓아요.”

하고 남편은 아내를 떠다밀치고 밖으로 나간다. 비틀비틀 마루 끝까지 가서는 털썩 주저앉아 구두를 신기 시작한다.

“에그, 왜 이리 하셔요. 인제 다시 그런 말을 아니한대도…”

아내는 뒤에서 구두 신으려는 남편의 팔을 잡으며 말을 하였다. 그의 손은 떨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담박에 눈물이 쏟아질 듯하였다.

“이건 왜 이래, 저리로 가!”

배앝는 듯이 말을 하고 휙 뿌리친다. 남편의 발길이 뚜벅뚜벅 중문에 다다랐다. 어느덧 그 밖으로 사라졌다. 대문 빗장 소리가 덜컥 하고 난다. 마루 끝에 떨어진 아내는 헛되이 몇 번,

“
                        할멈! 할멈!”

하고 불렀다. 고요한 밤공기를 울리는 구두 소리는 점점 멀어간다. 발자취는 어느덧 골목 끝으로 사라져버렸다. 다시금 밤은 적적히 깊어간다.

“가버렸구먼, 가버렸어!”

그 구두 소리를 영구히 아니 잃으려는 것처럼 귀를 기울이고 있는 아내는 모든 것을 잃었다 하는 듯이 부르짖었다. 그 소리가 사라짐과 함께 자기의 마음도 사라지고, 정신도 사라진 듯하였다. 심신(心身)이 텅 비어진 듯하였다. 그의 눈은 하염없이 검은 밤 안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 사회란 독(毒)한 꼴을 그려보는 것같이.

쏠쏠한 새벽 바람이 싸늘하게 그의 가슴에 부딪친다. 그 부딪치는 서슬에 잠 못 자고 피곤한 몸이 부서질 듯이 지긋하였다.

죽은 사람에게서뿐 볼 수 있는 해쓱한 얼굴이 경련적으로 떨며 절망한 어조로 소근거렸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 13_Choi Seo-hae_Nostalgia (Hyangsu) =====

먼 산은 푸른 안개에 윤곽이 아른하고 담 밑에 저녁연기가 솔솔자자 흐를 때였다. 추근한 땅 위에 부드럽게 내리는 이른 봄 궂은비는 고독한 나그네의 수심을 한껏 돋운다.

전등도 켜지 않은 방 미닫이를 반쯤 열어 놓고 컴컴한 황혼 속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나의 몸과 마음은 농후한 자줏빛 안개 속으로 점점 스러져 들어가는 듯하였다. 나는 눈을 감고 머리를 숙였다. 기름을 붓는 듯이 미끄럽게 들리는 빗소리, 삼라만상을 소리 없이 싸고 도는 으슥한 빛, 모든 것은 끝없는 솜같이 부드러운 설움을 휩싸서 여지없는 듯하다. 그 설움은 내 옷을 추근히 적시고 온 모공(毛孔)으로 살금살금 기어 들어서 혈관을 뚫고 붉은 피를 푸르게 물들여서 내 온몸을 안팎 할것없이 속속이 싸고 도는 듯이 안타깝고 아쉽고 그리워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애수를 가슴에 부어 넣는다.

아아 감개무량한 날이요, 감개무량한 황혼이다. 나는 이 봄을 당할 때마다 칠년 전 옛 봄을 생각한다. 한 번 간 후로 소식이 묘연한 김군을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때는 일구일구년 삼월 이십오 일이었다.

나는 나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
                    김우영 군께서 그가 고국을 떠난다는 마지막 편지를 받은 날이다. 그것은 내가 그에게 써 보낸 편지의 회답이었다.

군의 편지는 어저께 받았다.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여 무어라 하면 좋을지 모른다. 꿈같기도 하고 거짓 같기도 하다. 그러나 또렷한 군의 필적이거니 이제 무엇을 다시 의심하랴? 나는 밤새껏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울었다. 울기는 벌써 때가 지난 줄 내 모르는 것이 아니건만 나오는 눈물을 어찌하랴? 집 떠난 지 오 년 사이에 내 사랑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린것이 죽고 이제 남았던 아내까지 죽었으니 아아 무슨 바람과 무슨 면목으로 이제 다시 고향을 밟으랴?

올해는 어떨까 명년에는 어떨까 하여 해가 갈 때마다 집으로 돌아가기를 맹세하고 바랐으나 몸은 점점 괴로울 뿐이고 모든 것은 뜻같이 되지 않아서 고향으로 못 돌아갔다. 이리하여 세월도 나를 속였거니와 나도 세월을 속였으며 내 사랑하던 식구까지 속였구나.

작년 가을에 이곳으로 온 것은 이역상설에 너무도 고향이 그리워서 고국 땅이라도 밟아서 한걸음이라도 고향 가까이 있어 보려는 진정으로 온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도 노동자의 무리에서 비지땀을 짜게 됨에 역시 낭탁이 비었다. 가난에 우는 처자를 버리고 떠나서 한 푼 없이 어찌 돌아가랴. 그네들은 죽는 때에 눈을 못 감았으리라. 아아 이 무정한 나를 얼마나 바라고 기다렸으랴. 나도 목석이 아니거니 어찌 그것을 모르랴. 생각할수록 가슴이 터지는 듯하다.

나는 가련다. 저즘께 차 버렸던 만주나 시베리아로 가련다. 그러나 나는 고국에 많은 애착을 두고 간다. 이 몸이 떠나는 때 그 자국자국에 괴일 눈물의 뜻을 군은 알 것이다.

죽어서 만약 영혼이 있다 하면 나는 고향으로 가련다. 부모처자의 영혼을 따라 고향 가서 이 가슴의 설움을 끝까지 아뢰고자 한다.

잘 있거라. 그러나 군의 목숨이 붙어 있는 때까지 이 세상에는 김우영이라는 친구가 있었더라는 것을 잊지 말아 다오.

그날도 이렇게 비가 뿌렸다. 사랑하는 벗의 쓰라린 편지를 고즈넉한 봄비 속에서 읽을 때 나는 무어라고 형언할 수 없는 감개의 가슴을 만졌다.

김우영 군이 고향 있을 때 일이다. 하루는 그리 몹시 불던 바람이 자더니 곧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었다. 우중충한 날이 반나절이나 계속되다가 해 넘어 갈 때부터 함박꽃 같은 눈이 펄펄 내렸다. 눈은 밤새껏 퍼 부어서 온 거리에 솜같이 쌓인 위로 새벽부터 바람이 건너기 시작하였다.

해 오를 임박에는 바람 형세가 맹렬하였다. 노한 바다 소리같이 우―하고 서북으로부터 쏠려 내려올 때면 지진 난 것처럼 집까지 흔들흔들하는 듯하였다. 눈가루가 창문을 치는 때면 모래를 뿌리는 듯이 쏴―하며 뚫어진 구멍으로 막 뿌려들었다. 울타리 말장이 부러지는지 뉘 집 지붕이 떠나가는지 우지끈 뚝딱 덩그렁 철썩 하는 소리는 온 생령으로 하여금 점점 몸을 옹송그리게 한다.

식전부터 순사들은 돌아다니면서 눈을 치우라고 야단이다. 그러나 쓸어 놓으면 또 뿌려 오고 낯을 들면 눈이 뿌려서 옴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관들은 칼 소리를 내고 돌아다니면서 못 견디게 굴었다.

나는 화로를 끼고 앉았다가 하는 수 없이 밖에 나섰다. 천지는 뿌여서 눈안개 속에 잠기고 칼 같은 바람은 뺨을 후린다. 나는 바로 우리 집 앞에 있는 우영 군 집으로 갔다. 둘이 협력하여서 눈을 치워 보려고 생각한 까닭이다. 우영 군 집 마당에 들어서니 그 집 온 식구들은 벌써 밖에 나왔다. 우영 군의 아내는 맨발에 떨어진 짚세기를 끌고 낯이 파랗게 질려서 흙마루에 뿌린 눈을 쓸고 있다. 그리고 우영 군은 차디찬 눈 뿌린 툇마루를 짚고 앉아서 흑흑 느껴 가면서 눈물을 떨어뜨린다. 나는 웬일인가 하여 눈이 둥그레서,

“
                        자네 왜 우나? 응?”

하고 물었다. 그러나 우영 군은 아무 대답이 없고 마루 밑에 떨어진 짚세기를 찾고 있던
                        그의 늙은 어머니가 머리를 돌려 나를 보면서,

“
                        자네 왔나?”

하고 어색한 소리로 말한다.

“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런데 우영 군이 왜 저러고 앉았어요?”

“응 그 급살을 맞을 놈들이 그 애를 때렸네! 에구 그 언 뺨을 그놈들이 사정없이도 때리데.”

“누가 때려요?”

“
                        순사놈들이 때리지 누가 때리겠나!”

“
                        순사가 왜 때려요?”

“눈치라 얼른 나오잖는다구 그 구둣발로 차고 그것도 부족해서 뺨까지 때렸다네! 에구 망할 놈의 세상두…….”

그 어머니는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우영 군을 본다. 나도 보았다. 팔뚝이 빠진 헌 양복저고리를 입고 울던 우영 군은,

“
                        내가 아무 때든지 이 설치를 해야지.”

하며 마루를 꽝 때린다.

“이 사람아! 울 것 있나?”

“너무도 억울해서 그러네! 이놈의 사회가 언제까지 이 모양으로 갈는지?”

우영 군과 나는 들채에다 눈을 담아서는 앞개울로 내다 버렸다. 그런데 우영 군은 우리 노동자 가운데서는 꽤 든든한 편인데 이날
                    아침에는 숨이 차서 헐떡헐떡하며 이마에 땀이 내돋아서 서리가 뿌―옇다. 그리고 몇 걸음 걷다가는 휭 하고 자빠지거나 비틀비틀 하고 잘 걷지도 못한다.

“이 사람이 오늘
                        아침에는 왜 이리 자빠지나? 허허!”

나는 농담을 하면서 들채를 들다가 쓰러지는 그를 보고서 웃었다.

“에구! 벌써 세 끼나 굶었으니 무슨 기운이 나겠나!”

마루에 서서 우리를 보던 우영 군의 어머니는 탄식처럼 뇌인다. 그 소리를 들은 나는 그만 맥이 풀렸다. 나는 겨죽이나마 배불리 먹고 굶은 그네들 앞에 선 것이 죄송스럽기도 하고 고생을 죽도록 해도 근근히 생명을 이어 가는 우리네 팔자가 너무도 억울하였다.

그 후 며칠을 지났었다. 하루는 우영 군이 나를 찾아와서,

“
                        나는 떠나려네!”

“응, 어디로?”

“
                        간도나 해삼위로 가려네!”

“거기는 가서?”

“암만해도 이 상태로는 늘 이 꼴이 되겠으니 어느 금광이나 탄광에 가서 좀 벌어 보겠네.”

“이 사람아, 식구들은 어찌할 작정인가?”

“어쩌다니? 방책이 없지!”

“괜히 고생만 더하게 되기 쉬우니 잘 생각하게나!”

“
                        자네 아직도 못 깨달았나? 우리가 여기서 고생을 더하면 얼마나 더하겠나! 나는 내 일생에 고생을 피하거나 벗으려고 하지 않네. 글쎄 그러면 그것은 마음만 상하지 쓸데 있나. 나는 어떤 고통이든지 지긋지긋 밟고 나가서 그것을 이기려고 하네. 어쨌든지 살아 보려고 하네. 내가 떠나는 것은 좀 웬만하면 식구들을 배나 주리지 않게 할까 함일세. 내가 굶은들 상관 있나마는 식구들 굶는 꼴은 참 못 보겠네. 어디 가 보아서 좋으면 몇 달에 얼마씩이라도 보내게 될 터이지.”

“글쎄 그렇다면 모르거니와 참 딱하네.”

그 후로 그는 시베리아로 북만주로 찬비와 쓰린 눈을 무릅쓰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집에는 돈 한 푼 못 보내었다. 그의 식구는 열흘이면 엿새는 굶었다. 그 후 오년 만에 우영 군은 경흥
                    웅기에 왔다는 편지가 있었다. 그 편지를 받던 후로 그의 식구들은 그의 오기를 더욱 기다렸다.
                        그 어머니는 늘 이런 편지를 그에게 부쳤다.

그러자 그 이듬해
                    봄에 독감이 유행하여
                        그의 식구들은 하나 남지 않고 죽었다.

“

                            우리 우영이는 어째 안 오는가? 응! 우영이 왔나?”

그 어머니는 죽을 때에 곁에 앉은 나를 보고 여러 번 물었다.

이 식구들의 죽은 소식을 들은 김우영 군은 마지막 편지를 나에게 주고 웅기를 떠나서 또 해외로 갔다. 그것이 벌써 칠 년 전 옛일이다.

김우영 군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나도 그 후로 고향을 떠나서 타관에 유리표박하게 되면서부터 다년 생활에 몰려서 어떤 때면 그를 잊다시피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이 봄을 만나고 더욱 궂은 봄비 뿌리는 때면 그가 그립고 고향이 그립다. 작년인가 풍편에 들으니 김우영 군은 모스크 XX회에서 활동한다 하나 자세한 소식은 못 된다.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그도 살아 있다 하면 내가 그를 생각하는 이만치 그도 나를 생각할 것이며 내가 고향을 그리는 것처럼 그도 고향을 그릴 것이다. 천리에 방랑하는 두 혼의 가슴에 타는 애수는 언제나 언제나 스러질까? 인생이 있는 동안에는 이 설움은 늘 있을 것이다. 창 앞에 빗소리는 그저 그치지 않았다.

===== 14_Hyun Jin-geon_A Lucky Day (Unsu Joeun Nal) =====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장이를 동광학교(東光學校)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첫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 첨지는 십 전짜리 백통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팔십 전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줄 수 있음이다.

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럭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 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새로 모로도 못 눕는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 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 전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김 첨지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아내)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남비에 대고 끓였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닿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 년(아내)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 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김 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에이, 오라질 년, 조롱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하고 김 첨지는 앓는 이(아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 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아내)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김 첨지)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설렁탕을 사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세 살먹이)에게 죽을 사줄 수도 있다. — 팔십 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주머니가 다 된 왜목 수건으로 닦으며, 그 학교 문을 돌아나올 때였다. 뒤에서 〈인력거!〉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그 학교
                    학생인 줄 김 첨지는 한 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다짜고짜로,“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요?”라고, 물었다.

아마도 그 학교 기숙사에 있는 이로 동기방학을 이용하여 귀향하려 함이리라.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있고 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 첨지를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왜 구두를 채 신지 못해서 질질 끌고, 비록 〈고구라〉 양복일망정 노박이로 비를 맞으며 김 첨지를 뒤쫓아 나왔으랴.

“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하고 김 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 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그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 앞집 마나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병인은 그 뼈만 남은 얼굴에 유일의 생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폭한 눈에 애걸하는 빛을 띠우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있어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라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 하였다.

“
                        일 원 오십 전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잇수로 치면 여기서 거기가 시오 리가 넘는답니다. 또 이런 진날은 좀 더 주셔야지요.”하고 빙글빙글 웃는 차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 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어린 손님은 그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김 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거뿔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바퀴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군다느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 가는 듯하였다. 얼은 땅에 비가 내려 미끄럽기도 하였지만.

이윽고 끄는 이(김 첨지)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아내)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리는 듯하였다. 그러자 엉엉하고 우는 개똥이의 곡성을 들은 듯싶다. 딸국딸국 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 “왜 이리우, 기차 놓치겠구먼.”하고 탄 이(학생)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의 귀에 들어왔다. 언뜻 깨달으니 김 첨지는 인력거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있지 않은가.

“예, 예.”하고, 김 첨지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집이 차차 멀어갈수록 김 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게 놀려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정거장까지 끌어다주고 그 깜짝 놀란 일 원 오십 전을 정말 제 손에 쥠에, 제 말마따나 십 리나 되는 길을 비를 맞아 가며 질퍽거리고 온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왔다. 졸부나 된 듯이 기뻤다. 제자식 뻘밖에 안되는 어린 손님에게 몇 번 허리를 굽히며, “안녕히 다녀옵시요.”라고 깍듯이 재우쳤다.

그러나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며 이 우중에 돌아갈 일이 꿈밖이었다. 노동으로 하여 흐른 땀이 식어지자 굶주린 창자에서, 물 흐르는 옷에서 어슬어슬 한기가 솟아나기 비롯하매 일 원 오십 전이란 돈이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절히 느끼이었다. 정거장을 떠나는 그의 발길은 힘 하나 없었다. 온몸이 옹송그려지며 당장 그 자리에 엎어져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젠장맞을 것! 이 비를 맞으며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고 돌아를 간담. 이런 빌어먹을, 제 할미를 붙을 비가 왜 남의 상판을 딱딱 때려!”

그는 몹시 홧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그럴 즈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 그것은 〈이러구 갈 게 아니라 이 근처를 빙빙 돌며 차 오기를 기다리면 또 손님을 태우게 될는지도 몰라〉란 생각이었다. 오늘 운수가 괴상하게도 좋으니까 그런 요행이 또한번 없으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굴리는 행운이 꼭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거장 인력거꾼의 등살이 무서우니 정거장 앞에 섰을 수는 없었다.

그래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일이라 바로 정거장 앞 전차 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지게, 사람 다니는 길과 전찻길 틈에 인력거를 세워놓고 자기는 그 근처를 빙빙 돌며 형세를 관망하기로 하였다. 얼마만에 기차는 왔고, 수십 명이나 되는 손이 정류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는 김 첨지의 눈엔 양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
                        아씨, 인력거 아니 타시랍시요?”

그 여학생인지 뭔지가 한참은 매우 탯갈을 빼며 입술을 꼭 다문 채 김 첨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김 첨지는 구걸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의 기색을 살피며,“
                        아씨, 정거장 애들보담 아주 싸게 모셔다 드리겠읍니다. 댁이 어디신가요.”하고, 추근추근하게도 그 여자의 들고 있는 일본식 버들고리짝에 제 손을 대었다.

“왜 이래, 남 귀치않게.”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김 첨지는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전차는 왔다. 김 첨지는 원망스럽게 전차 타는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예감(豫感)은 틀리지 않았다. 전차가 빡빡하게 사람을 싣고 움직이기 시작하였을 때 타고 남은 손 하나이 있었다. 굉장하게 큰 가방을 들고 있는걸 보면 아마 붐비는 차 안에 짐이 크다 하여 차장에게 밀려내려온 눈치였다. 김 첨지는 대어섰다.

“인력거를 타시랍시요.”

한동안 값으로 승강이를 하다가 육십 전에 인사동까지 태워다주기로 하였다. 인력거가 무거워지매 그의 몸은 이상하게도 가벼워졌고 그리고 또 인력거가 가벼워지니 몸은 다시금 무거워졌건만 이번에는 마음조차 초조해 온다. 집의 광경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어 인제 요행을 바랄 여유도 없었다. 나무 등걸이나 무엇 같고 제 것 같지도 않은 다리를 연해 꾸짖으며 갈팡질팡 뛰는 수밖에 없었다.

저놈의 인력거군이 저렇게 술이 취해가지고 이 진 땅에 어찌 가노, 라고 길 가는 사람이 걱정을 하리만큼 그의 걸음은 황급하였다. 흐리고 비오는 하늘은 어둠침침하게 벌써 황혼에 가까운 듯하다. 창경원 앞까지 다달아서야 그는 턱에 닿은 숨을 돌리고 걸음도 늦추잡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집이 가까와올수록 그의 마음조차 괴상하게 누그러웠다. 그런데 이 누그러움은 안심에서 오는 게 아니요, 자기를 덮친 무서운 불행을 빈틈없이 알게 될 때가 박두한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는 불행에 다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리려고 버르적거렸다. 기적(奇蹟)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을 할 수 있으면 오래 지니고 싶었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사면을 살피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기
                    집 — 곧 불행을 향하고 달려가는 제 다리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으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아 다고, 구해 다고 하는 듯하였다.

그럴 즈음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그의 친구
                    치삼이가 나온다. 그의 우글우글 살찐 얼굴에 주홍이 돋는 듯, 온 턱과 뺨을 시커멓게 구레나룻이 덮였거늘, 노르탱탱한 얼굴이 바짝 말라서 여기저기 고랑이 패고, 수염도 있대야 턱밑에만 마치 솔잎 송이를 거꾸로 붙여놓은 듯한 김 첨지의 풍채하고는 기이한 대상을 짓고 있었다.

“여보게 김 첨지, 자네 문안 들어갔다 오는 모양일세그려. 돈 많이 벌었을 테니 한 잔 빨리게.”

뚱뚱보(치삼)는 말라깽이(김 첨지)를 보든 맡에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는 몸짓과 딴판으로 연하고 싹싹하였다. 김 첨지는 이 친구를 만난 게 어떻게 반가운지 몰랐다. 자기를 살려준 은인이나 무엇같이 고맙기도 하였다.

“
                        자네는 벌써 한잔 한 모양일세그려. 자네도 오늘 재미가 좋아보이.”하고, 김 첨지는 얼굴을 펴서 웃었다.

“압다, 재미 안 좋다고 술 못 먹을 낸가. 그런데 여보게, 자네 왼몸이 어째 물독에 빠진 새앙쥐 같은가? 어서 이리 들어와 말리게.”

선술집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 김, 석쇠에서 뻐지짓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 구이며 제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안주 탁자에 김 첨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 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위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도 하고 추어탕을 한 그릇 청하였다.

주린 창자는 음식맛을 보더니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들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두부와 미꾸리 든 국 한 그릇을 그냥 물같이 들이키고 말았다. 세째 그릇을 받아들었을 제 데우던 막걸이 곱배기 두 잔이 더웠다. 치삼이와 같이 마시자 원원히 비었던 속이라 찌르르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끈하였다. 눌러 곱배기 한 잔을 또 마셨다.

김 첨지의 눈은 벌써 개개 풀리기 시작하였다. 석쇠에 얹힌 떡 두 개를 숭덩숭덩 썰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곱배기 두 잔을 부어라 하였다.

치삼은 의아한 듯이 김 첨지를 보며, “
                        여보게 또 붓다니, 벌써 우리가 넉 잔씩 먹었네, 돈이 사십 전일세.”라고 주의시켰다.

“아따 이놈아, 사십 전이 그리 끔찍하냐. 오늘 내가 돈을 막 벌었어. 참 오늘 운수가 좋았느니.”

“그래 얼마를 벌었단 말인가?”

“

                            1원에 100전삼십 원을 벌었어, 삼십 원을! 이런 젠장맞을 술을 왜 안부어…… 괜찮다 괜찮다, 막 먹어도 상관이 없어. 오늘 돈 산더미같이 벌었는데.”

“어, 이 사람 취했군, 그만두세.”

“
                        이놈아, 이걸 먹고 취할 내냐, 어서 더 먹어.”하고는 치삼의 귀를 잡아채며 취한 이(김 첨지)는 부르짖었다. 그리고 술을 붓는 열 다섯 살 됨직한 중대가리에게로 달려들며, “
                        이놈, 오라질 놈, 왜 술을 붓지 않어.”라고 야단을 쳤다. 중대가리는 히히 웃고 치삼을 보며 문의하는 듯이 눈짓을 하였다. 주정꾼(김 첨지)이 눈치를 알아보고 화를 버럭내며, “에미를 붙을 이 오라질 놈들 같으니, 이놈
                        내가 돈이 없을 줄 알고.”하자마자 허리춤을 훔칫훔칫 하더니 일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중대가리 앞에 펄쩍 집어던졌다. 그 사품에 몇 푼 은전이 잘그랑 하며 떨어진다.

“
                        여보게 돈 떨어졌네, 왜 돈을 막 끼얹나.” 이런 말을 하며 일변 돈을 줍는다. 김 첨지는 취한 중에도 돈의 거처를 살피는 듯이 눈을 크게 떠서 땅을 내려다보다가 불시에 제 하는 짓이 너무 더럽다는 듯이 고개를 소스라치자 더욱 성을 내며, “봐라 봐! 이 더러운 놈들아, 내가 돈이 없나, 다리뼉다구를 꺾어놓을 놈들 같으니.”하고 치삼의 주워주는 돈을 받아, “이 원수엣 돈! 이 육시를 할 돈!”하면서, 풀매질을 친다. 벽에 맞아 떨어진 돈은 다시 술 끓이는 양푼에 떨어지며 정당한 매를 맞는다는 듯이 쨍하고 울었다.

곱배기 두 잔은 또 부어질 겨를도 없이 말려가고 말았다. 김 첨지는 입술과 수염에 붙은 술을 빨아들이고 나서 매우 만족한 듯이 그 솔잎 송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또 부어, 또 부어.”라고, 외쳤다.

또 한 잔 먹고 나서 김 첨지는 치삼의 어깨를 치며 문득 껄껄 웃는다. 그 웃음 소리가 어떻게 컸는지
                        술집에 있는 이의 눈은 모두 김 첨지에게로 몰리었다. 웃는 이(김 첨지)는 더욱 웃으며, “
                        여보게
                        치삼이,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오늘 손을 태고 정거장에까지 가지 않았겠나.”

“그래서.”

“갔다가 그저 오기가 안 됐데그려. 그래 전차 정류장에서 어름어름하며 손님 하나를 태울 궁리를 하지 않았나. 거기 마침 마나님이신지 여학생님이신지 — 요새야 어디 논다니와 아가씨를 구별할 수가 있던가 — 〈망토〉를 두르고 비를 맞고 서 있겠지. 슬근슬근 가까이 가서 인력거 타시랍시요 하고 손가방을 받으랴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홱 돌아서더니만 〈왜 남을 이렇게 귀찮게 굴어!〉 그 소리야말로 꾀꼬리 소리지, 허허!”

김 첨지는 교묘하게도 정말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었다. 모든 사람은 일시에 웃었다.

“빌어먹을 깍쟁이 같은 년, 누가 저를 어쩌나, 〈왜 남을 귀찮게 굴어!〉 어이구 소리가 처신도 없지, 허허.”

웃음 소리들은 높아졌다. 그러나 그 웃음 소리들이 사라지기 전에 김 첨지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치삼은 어이없이 주정뱅이(김 첨지)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김 첨지는 연해 코를 들여마시며, “우리 마누라(아내)가 죽었다네.”

“뭐, 마누라(아내)가 죽다니, 언제?”

“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엑기 미친 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 마누라(아내) 시체를 집어 뻐들쳐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하고 김 첨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치삼은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하고 우는 이(김 첨지)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치삼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김 첨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죽기는 누가 죽어.”하고 득의가 양양.

“죽기는 왜 죽어, 생때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아내)이 밥을 죽이지. 인제 나한테 속았다.”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아주먼네(아내)가 앓는단 말은 들었는데.”하고, 치삼이도 어느 불안을 느끼는 듯이 김 첨지에게 또 돌아가라고 권하였다.

“안 죽었어, 안 죽었대도그래.”

김 첨지는 홧증을 내며 확신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엔 안 죽은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기어이 일 원어치를 채워서 곱배기 한 잔씩 더 먹고 나왔다. 궂은 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내린다.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다달았다. 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떨어진 행랑방 한 간을 빌려 든 것인데 물을 길어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김 첨지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 —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하는 그윽한 소리,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聽覺)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 소리는 빨 따름이요, 꿀떡꿀떡 하고 젖 넘어가는 소리가 없으니 빈 젖을 빤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김 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 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 첨지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기저귀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각색 때가 케케히 앉은 옷내, 병인의 땀 썩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김 첨지의 코를 찔렀다.

방안에 들어서며 설렁탕을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군(김 첨지)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아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빽빽 소리가 응아 소리로 변하였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어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 붙여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응아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김 첨지)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아내)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
                        이 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아내)의 흰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느냐, 응.”하는 말 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아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 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아내)의 얼굴에 한테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 15_Kim Dong-in_Potato (Gamja) =====

싸움, 간통, 살인, 도둑, 구걸, 징역,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로 오기 전까지는, 복녀의 부처는,(사농공상의 제 이 위에 드는) 농민이었었다.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였었다. 이전 선비의 엄한 규율은 농민으로 떨어지자부터 없어졌다 하나, 그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딴 농민보다는 좀 똑똑하고 엄한 가율이 그의 집에 그냥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자라난 복녀는 물론 다른 집 처녀들같이 여름에는 벌거벗고 개울에서 멱감고, 바짓바람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예사로 알기는 알았지만,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막연하나마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저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열 다섯 살 나는 해에 동네
                    홀아비에게 팔십 원에 팔려서 시집이라는 것을 갔다.그의 새서방(영감이라는 편이 적당할까)이라는 사람은 그보다 이십 년이나 위로서, 원래 아버지의 시대에는 상당한 농민으로서 밭도 몇 마지기가 있었으나, 그의 대로 내려오면서는 하나 둘 줄기 시작하여서, 마지막에 복녀를 산 팔십 원이 그의 마지막 재산이었었다.

그는 극도로 게으른 사람이었었다. 동네
                    노인의 주선으로 소작 밭깨나 얻어주면, 종자나 뿌려둔 뒤에는 후치질도 안하고 김도 안 매고 그냥 버려두었다가는, 가을에 가서는 되는 대로 거두어서 '금년은 흉년이네' 하고 전주집에는 가져도 안가고 자기 혼자 먹어버리고 하였다. 그러니까 그는 한밭을 이태를 연하여 붙여본 일이 없었다. 이리하여 몇 해를 지내는 동안 그는 그 동네에서는 밭을 못 얻으리만큼 인심과 신용을 잃고 말았다.

복녀가 시집을 온 뒤, 한 삼사 년은 장인의 덕으로 이렁저렁 지내갔으나, 이전 선비의 꼬리인장인도 차차 사위를 밉게 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처가에까지 신용을 잃게 되었다.

그들 부처는 여러 가지로 의논하다가 하릴없이 평양 성 안으로 막벌이로 들어왔다. 그러나 게으른 그에게는 막벌이나마 역시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지게를 지고 연광정에 가서 대동강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어찌 막벌이인들 될까. 한 서너 달 막벌이를 하다가, 그들은 요행 어떤 집 막간(행랑)살이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집에서도 얼마 안 하여 쫓겨나왔다.복녀는 부지런히 주인집 일을 보았지만,남편의 게으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복녀는 눈에 칼을 세워가지고 남편을 채근하였지만, 그의 게으른 버릇은 개를 줄 수는 없었다.

"벳섬 좀 치워달라우요."

"
                        남 졸음 오는데, 님자 치우시관."

"
                        내가 치우나요?"

"
                        이십 년이나 밥 처먹구 그걸 못 치워.

"에이구, 칵 죽구나 말디."

"
                        이년, 뭘!"

이러한 싸움이 그치지 않다가, 마침내 그 집에서도 쫓겨나왔다.

이젠 어디로 가나? 그들은 하릴없이 칠성문 밖
                    빈민굴로 밀리어오게 되었다.

칠성문 밖을 한 부락으로 삼고 그곳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업은 거러지요, 부업으로는 도둑질과 '자기네끼리의' 매음, 그밖에 이 세상의 모든 무섭고 더러운 죄악이었었다. 복녀도 그 정업으로 나섰다.

그러나 열 아홉 살의 한창 좋은 나이의 여편네에게 누가 밥인들 잘 줄까.

"젊은 거이 거랑은 왜?"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는 여러 가지 말로, 남편이 병으로 죽어가거니 어쩌거니 핑계는 대었지만, 그런 핑계에는 단련된 평양 시민의 동정은 역시 살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칠성문 밖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 가운데 드는 편이었었다. 그 가운데서 잘 수입되는 사람은 하루에 오리짜리 돈 뿐으로 일원 칠팔십 전의 현금을 쥐고 돌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 극단으로 나가서는 밤에 돈벌이 나갔던 사람은 그날 밤
                    사 백 여 원을 벌어 가지고 와서 그 근처에서 담배장사를 시작한 사람까지 있었다.

복녀는 열 아홉 살이었었다. 얼굴도 그만하면 빤빤하였다. 그 동네 여인들의 보통 하는 일을 본받아서, 그도 돈벌이 좀 잘하는 사람의 집에라도 간간 찾아가면, 매일 오륙십 전은 벌 수가 있었지만, 선비의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그런 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들 부처는 역시 가난하게 지냈다. 굶는 일도 흔히 있었다.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끓었다. 그때, 평양 '부'에서는 그 송충이 잡는데(은혜를 베푸는 뜻으로)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을 인부로 쓰게 되었다.

빈민굴
                    여인들은 모두 다 지원을 하였다. 그러나 뽑힌 것은 겨우 오십 명 쯤이었었다. 복녀도 그 뽑힌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었다.

복녀는 열심으로 송충이를 잡았다. 소나무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는, 송충이를 집게로 집어서 약물에 잡아넣고, 또 그렇게 하고, 그의 통은 잠깐 사이에 차고 하였다. 하루에 삼십이 전씩의 품삯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

그러나 대엿새 하는 동안에 그는 이상한 현상을 하나 발견하였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젊은 여인부 한 여나믄 사람은 언제나 송충이는 안 잡고, 아래서 지절거리며 웃고 날뛰기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놀고 있는 인부의 품삯은, 일하는 사람의 삯전보다 팔 전이나 더 많이 내어주는 것이다.

감독
                    은 한 사람뿐이었는데
                        감독
                    도 그들의 놀고 있는 것을 묵인할 뿐 아니라, 때때로는 자기까지 섞여서 놀고 있었다.

어떤 날 송충이를 잡다가 점심때가 되어서,나무에서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올라가려 할 때에
                        감독
                    이그를 찾았다 -

"
                        복네! 얘 복네!"

"왜 그릅네까?"

그는 약통과 집게를 놓고 뒤로 돌아섰다.

"좀 오나라."

그는 말없이
                        감독
                     앞에 갔다.

"얘, 너, 음… 데 뒤 좀 가보자."

"뭘 하례요?"

"글쎄, 가야…"

"가디요. - 형님."

그는 돌아서면서 인부들 모여 있는 데로 고함쳤다.

"
                        형님두 갑세다가례."

"싫다 얘. 둘이서 재미나게 가는데, 내가 무슨 맛에 가갔니?"

복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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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게로 돌아섰다.

"가보자."

감독
                    은 저편으로 갔다. 복녀는 머리를 수그리고 따라갔다.

"
                        복네 좋갔구나."

뒤에서 이러한 조롱 소리가 들렸다. 복녀의 숙인 얼굴은 더욱 발갛게 되었다.

그날부터 복녀도 '일 안하고 품삯 많이 받는 인부'의 한 사람으로 되었다.

복녀의 도덕관 내지 인생관은, 그때부터 변하였다.

그는 아직껏 딴 사내와 관계를 한다는 것을 생각하여본 일도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요, 짐승의 하는 짓쯤으로만 알고 있었다. 혹은 그런 일을 하면 탁 죽어지는지도 모를 일로 알았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일이 어디 다시 있을까. 사람인 자기도 그런 일을 한 것을 보면, 그것은 결코 사람으로 못할 일이 아니었었다. 게다가 일 안하고도 돈 더 받고, 긴장된 유쾌가 있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고… 일본말로 하자면 '삼 박자(拍子)' 같은 좋은 일은 이것뿐이었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비결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이 일이 있은 뒤부터, 그는 처음으로 한 개 사람이 된 것 같은 자신까지 얻었다.

그 뒤부터는, 그의 얼굴에는 조금씩 분도 바르게 되었다.

일년이 지났다.

그의 처세의 비결은 더욱 더 순탄히 진척되었다. 그의 부처는 이제는 그리 궁하게 지내지는 않게 되었다.

그의 남편은 이것이 결국 좋은 일이라는 듯이 아랫목에 누워서 벌신벌신 웃고 있었다.

복녀의 얼굴은 더욱 이뻐졌다.

"여보, 아즈바니. 오늘은 얼마나 벌었소?"

복녀는 돈 좀 많이 벌은 듯한 거지를 보면 이렇게 찾는다.

"
                        오늘은 많이 못 벌었쉐다."

"얼마?"

"도무지 열 서너 냥."

"많이 벌었쉐다가레.한 댓 냥 꿰주소고레."

"
                        오늘은 내가…"

어쩌고 어쩌고 하면, 복녀는 곧 뛰어가서 그의 팔에 늘어진다.

"
                        나한테 들킨 댐에는 뀌구야 말아요."

"
                        난 원 이 아즈마니 만나믄 야단이더라. 자 꿰주디 그대신 응? 알아있디?"

"난 몰라요. 해해해해."

"모르믄, 안 줄 테야."

"글쎄, 알았대두 그른다."

− 그의 성격은 이만큼까지 진보되었다.

가을이 되었다.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은 가을이 되면 칠성문 밖
                    빈민굴에 있는 중국인의 채마 밭에 감자(고구마)며 배추를 도둑질하러, 밤에 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복녀도 감잣개나 잘 도둑질하여 왔다.

어떤 날 밤, 그는 감자를 한 바구니 잘 도둑질하여가지고, 이젠 돌아오려고 일어설 때에, 그의 뒤에 시꺼먼 그림자가 서서 그를 꽉 붙들었다. 보니, 그것은 그 밭의 주인인 중국인 왕 서방이었었다. 복녀는 말도 못하고 멀찐멀찐 발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
                        우리집에 가."

왕 서방은 이렇게 말하였다.

"가재믄 가디. 훤, 것두 못 갈까."

복녀는 엉덩이를 한번 홱 두른 뒤에, 머리를 젖기고 바구니를 저으면서 왕 서방을 따라갔다.

한 시간쯤에 그는 왕 서방의 집에서 나왔다. 그가 밭고랑에서 길로 들어서려 할 때에, 문득 앞 뒤에서 누가
                    그를 찾았다.

"
                        복네아니야?"

복녀는 홱 돌아서보았다. 거기는 자기 곁집 여편네가 바구니를 끼고, 어두운 밭고랑을 더듬더듬 나오고 있었다.

"
                        형님이댔쉐까? 형님두 들어갔댔쉐까?"

"
                        님자두 들어갔댔나?"

"
                        형님은 뉘 집에?"

"
                        나? 눅(陸) 서방네 집에. 님자는?"

"
                        난
                        왕 서방네…. 형님 얼마 받았소?"

"
                        눅 서방네 그 깍쟁이 놈, 배추 세 페기…."

"
                        난
                        삼원 받았디."

복녀는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하였다.

십 분쯤 뒤에 그는 자기 남편과, 그 앞에 돈 삼원을 내어놓은 뒤에, 아까 그 왕 서방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있었다.

그 뒤부터 왕 서방은 무시로 복녀를 찾아왔다.

한참
                    왕 서방이 눈만 멀찐멀찐 앉아 있으면, 복녀의 남편은 눈치를 채고 밖으로 나간다. 왕 서방이 돌아간 뒤에는 그들 부처는, 일원 혹은 이원을 가운데 놓고 기뻐하고 하였다.

복녀는 차차 동네 거지들한테 애교를 파는 것을 중지하였다. 왕 서방이 분주하여 못 올 때가 있으면 복녀는 스스로 왕 서방의 집까지 찾아갈 때도 있었다.

복녀의 부처는 이제 이 빈민굴 의 한 부자였었다.

그 겨울도 가고봄이 이르렀다.

그때 왕 서방은 돈 백원으로 어떤 처녀를 하나 마누라로 사오게 되었다.

"흥!"

복녀는 다만 코웃음만 쳤다.

"
                        복녀, 강짜하갔구만."

동네 여편네들이 이런 말을 하면, 복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웃고 하였다.

내가 강짜를 해?
                    그는 늘 힘있게 부인하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생기는 검은 그림자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
                        이놈
                        왕 서방. 네 두고 보자."

왕 서방이 색시를 데려오는 날이 가까왔다. 왕 서방은 아직껏 자랑하던 길다란 머리를 깎았다. 동시에 그것은 새색시의 의견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흥!"

복녀는 역시 코웃음만 쳤다.

마침내 색시가 오는 날이 이르렀다. 칠보단장에 사인교를 탄 색시가, 칠성문 밖 채마 밭 가운데 있는 왕 서방의 집에 이르렀다.

밤이 깊도록, 왕 서방의 집에는 중국인들이 모여서 별한 악기를 뜯으며 별한 곡조로 노래하며 야단하였다. 복녀는 집 모퉁이에 숨어 서서 눈에 살기를 띠고 방안의 동정을 듣고 있었다.

다른 중국인들은 새벽 두시쯤 하여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복녀는 왕 서방의 집 안에 들어갔다. 복녀의 얼굴에는 분이 하얗게 발리워 있었다.

신랑
                    신부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을 무서운 눈으로 흘겨보면서, 그는 왕 서방에게 가서 팔을 잡고 늘어졌다. 그의 입에서는 이상한 웃음이 흘렀다.

"자, 우리집으로 가요."

왕 서방은 아무 말도 못하였다. 눈만 정처 없이 두룩두룩 하였다. 복녀는 다시 한번 왕 서방을 흔들었다 -

"자, 어서."

"
                        우리, 오늘 밤 일이 있어 못 가."

"일은 밤중에 무슨 일."

"그래두, 우리 일이…"

복녀의 입에 아직껏 떠돌던 이상한 웃음은 문득 없어졌다.

"
                        이까짓 것."

그는 발을 들어서 치장한 신부의 머리를 찼다.

"자, 가자우, 가자우."

왕 서방은 와들와들 떨었다. 왕 서방은 복녀의 손을 뿌리쳤다.

복녀는 쓰러졌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섰다. 그가 다시 일어설 때는, 그의 손에는 얼른얼른 하는 낫이 한 자루 들리어 있었다.

"이 되놈, 죽에라. 이놈, 나 때렸디! 이놈아, 아이구 사람 죽이누나."

그는 목을 놓고 처울면서 낫을 휘둘렀다. 칠성문 밖 외따른 밭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왕 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어 있던 낫은 어느덧 왕 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면서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있었다.

복녀의 송장은 사흘이 지나도록 무덤으로 못 갔다. 왕 서방은 몇 번을 복녀의 남편을 찾아갔다. 복녀의 남편도 때때로 왕 서방을 찾아갔다. 둘의 사이에는 무슨 교섭하는 일이 있었다. 사흘이 지났다.

밤중
                    복녀의 시체는 왕 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 시체에는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한 사람은 복녀의 남편, 한 사람은 왕 서방, 또 한 사람은 어떤 한방 의사 - 왕 서방은 말없이 돈주머니를 꺼내어, 십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복녀의 남편에게 주었다. 한방 의사의 손에도 십 원짜리 두 장이 갔다.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가져갔다.

===== 16_Hyun Jin-geon_Director B and the Love Letters =====

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군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죽은깨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훨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찌거나 틀어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어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 똥만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이 B여사가 질겁을 하다시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소위 '러브레터'였다. 여학교
                    기숙사라면 으례히 그런 편지가 많이 오는 것이지만 학교로도 유명하고 또 아름다운 여학생이 많은 탓인지 모르되 하루에도 몇 장씩 죽느니 사느니 하는 사랑 타령이 날아들어 왔었다.

기숙생에게 오는 사신을 일일이 검토하는 터이니까 그따위 편지도 물론 B여사의 손에 떨어진다. 달짝지근한 사연을 보는 족족 그는 더할 수 없이 흥분되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편지 든 손이 발발 떨리도록 성을 낸다.

아무 까닭 없이 그런 편지를 받은 학생이야말로 큰 재변이었다. 하학하기가 무섭게 그 학생은 사감실로 불리어 간다. 분해서 못 견디겠다는 사람 모양으로 쌔근쌔근하며 방안을 왔다갔다하던 그는, 들어오는 학생을 잡아먹을 듯이 노리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코가 맞닿을 만큼 바싹 다가들어서서 딱 마주선다. 웬 영문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선생의 기색을 살피고 겁부터 집어먹은 학생은 한동안 어쩔 줄 모르다가 간신히 모기만한 소리로,

하고 묻는다.

팍 무는 듯이 한 마디 하고 나서 매우 못마땅한 것처럼 교의를 우당퉁탕 당겨서 철썩 주저앉았다가 그저 서 있는 걸 보면,

하고 또 소리를 빽 지르는 법이었다. 스승과 제자는 조그마한 책상 하나를 새에 두고 마주앉는다. 앉은 뒤에도,

하는 것처럼 아무 말 없이 눈살로 쏘기만 하다가 한참만에야 그 편지를 끄집어내어 학생의 코앞에 동댕이를 치며,

하고, 문초를 시작한다. 앞장에 제 이름이 쓰였는지라,

하고, 대답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발신인이 누구인 것을 채쳐 묻는다. 그런 편지의 항용으로 발신인의 성명이 똑똑치 않기 때문에 주저주저하다가 자세히 알 수 없다고 내대일 양이면,

고, 불호령을 내린 뒤에 또 사연을 읽어 보라 하여 무심한 학생이 나 즉나 즉하나마 B여사의 역정은 더욱 심해져서 어느 놈의 소위인 것을 기어이 알려 한다. 기실 보도 듣도 못한 남성의 한 노릇이요, 자기에게는 아무 죄도 없는 것을 변명하여도 곧이 듣지를 않는다. 바른대로 아뢰어야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퇴학을 시킨다는 둥, 제 이름도 모르는 여자에게 편지할 리가 만무하다는 둥, 필연 행실이 부정한 일이 있으리라는 둥…

두 시간이 넘도록 문초를 한 끝에는 사내란 믿지 못할 것, 우리 여성을 잡아 먹으려는 마귀인 것, 연애가 자유이니 신성이니 하는 것도 모두 악마가 지어낸 소리인 것을 입에 침이 없이 열에 띄어서 한참 설법을 하다가 닦지도 않은 방바닥(침대를 쓰기 때문에 방이라 해도 마루바닥이다)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눈에 눈물까지 글썽거리면서 말끝마다 하느님 아버지를 찾아서 악마의 유혹에 떨어지려는 어린 양을 구해달라고 뒤삶고 곱삶는 법이었다.

그리고 둘째로 그의 싫어하는 것은 기숙생을 남자가 면회하러 오는 일이었다. 무슨 핑계를 하든지 기어이 못 보게 하고 만다. 친부모, 친동기간이라도 규칙이 어떠니, 상학중이니 무슨 핑계를 하든지 따돌려 보내기가 일쑤다.

이로 말미암아 학생이 동맹 휴학을 하였고 교장의 설유까지 들었건만 그래도 그 버릇은 고치려 들지 않았다.

이 B여사가 감독하는 그 기숙사에 금년 가을 들어서 괴상한 일이 '생겼다'느니보다 '발각되었다'는 것이 마땅할는지 모르리라. 왜 그런고 하면 그 괴상한 일이 언제 '시작된' 것은 귀신밖에 모르니까.

그것은 다른 일이 아니라, 밤이 깊어서 새로 한 점이 되어 모든 기숙생들이 달고 곤한 잠에 떨어졌을 때 난데없는 깔깔대는 웃음과 속살속살대는 말낱이 새어 흐르는 일이었다. 하루 밤이 아니고 이틀 밤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소리가 잠귀 밝은 기숙생의 귀에 들리기도 하였지만 잠결이라 뒷동산에 구르는 마른 잎의 노래로나, 달빛에 날개를 번뜩이며 울고 가는 기러기의 소리로나 흘러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도깨비의 장난이나 아닌가 하여 무시무시한 증이 들어서 동무를 깨웠다가 좀처럼 동무는 깨지 않고 제 생각이 너무나 어림없고 어이없음을 깨달으면, 밤소리 멀리 들린다고, 학교 이웃 집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또 딴 방에 자는 제
                    동무들의 잠꼬대로만 여겨서 스스로 안심하고 그대로 자버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수수께끼가 풀릴 때는 왔다. 이때 공교롭게 한 방에 자던 학생 셋이 한꺼번에 잠을 깨었다. 첫째 처녀가 소변을 보러 일어났다가 그 소리를 듣고 둘째 처녀와 세째 처녀를 깨우고 만 것이다.

하고 첫째 처녀는 호동그래진 눈에 무서워하는 빛을 띠운다.

하고, 둘째 처녀도 잠오는 눈을 비비며 수상해 한다. 그중에 제일 나이 많을 뿐더러(많았자 열 여덟밖에 아니 되지만) 장난 잘 치고 짓궂은 짓 잘하기로 유명한 세째 처녀는 동무 말을 못 믿겠다는 듯이 이슥히 귀를 기울이다가,

이때에 그 괴상한 소리는 땍대굴 웃었다. 세 처녀는 귀를 소스라쳤다. 적적한 밤 가운데 다른 파동 없는 공기는 그 수상한 말 마디를 곁에서 나는 듯이 또렷또렷이 전해 주었다.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다.

정열에 띄인 사내의 목청이 분명하였다. 한동안 침묵…

아양떠는 여자 말씨.

사내의 피를 뿜는 듯한 이 말끝은 계집의 자지러진 웃음으로 묻혀버렸다.

그것은 묻지 않아도 사랑에 겨운 남녀의 허무러진 수작이다. 감금이 지독한 이 기숙사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세 처녀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놀랍고 무서운 빛이 없지 않았으되 점점 호기심에 번쩍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한결같이 '로맨틱'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 안에 있는 여자 애인을 보려고 학교 근처를 뒤돌고 곰돌던 사내 애인이, 타는 듯한 가슴을 걷잡다 못하여 밤이 이슥하기를 기다려 담을 뛰어 넘었는지 모르리라.

모든 불이 다 꺼지고 오직 밝은 달빛이 은가루처럼 서리인 창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여자 애인이 흰 수건을 흔들어 사내 애인을 부른지도 모르리라.

활동사진에 보는 것처럼 기나긴 피륙을 내리워서 하나는 위에서 당기고 하나는 밑에서 매달려 디룽디룽하면서 올라가는 정경이 있었는지 모르리라. 그래서 두 애인은 만나가지고 저와 같이 사랑의 속삭거림에 잦아졌는지 모르리라… 꿈결 같은 감정이 안개 모양으로 눈부시게 세 처녀의 몸과 마음을 휩싸 돌았다.

그들의 뺨은 후끈후끈 달았다. 괴상한 소리는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매몰스럽게 내어대는 모양.

사내의 애를 졸리는 간청…

세째 처녀는 몸을 일으키며 이런 제의를 하였다. 다른 처녀들도 그 말에 찬성한다는 듯이 따라 일어섰으되 의아와 공구(恐懼)와 호기심이 뒤섞인 얼굴을 서로 교환하면서 얼마쯤 망설이다가 마침내 가만히 문을 열고 나왔다. 쌀벌레 같은 그들의 발가락은 가장 조심성 많게 소리나는 곳을 향해서 곰실곰실 기어간다. 컴컴한 복도에 자다가 일어난 세 처녀의 흰 모양은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움직였다.

소리나는 방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찾고는 나무로 깎아 세운 듯이 주춤 걸음을 멈출 만큼 그들은 놀래었다. 그런 소리의 출처야말로 자기네 방에서 몇 걸음 안 되는 사감실일 줄이야! 그 방에 여전히 사내의 비대발괄하는 푸념이 되풀이 되고 있다…

                            나의 천사,
                            나의 하늘,
                            나의 여왕,
                            나의 목숨,
                            나의 사랑, 나의 애를 말려 죽이실 테요. 나의 가슴을 뜯어 죽이실 테요. 내 생명을 맡으신 당신의 입술로…

세째 처녀는 대담스럽게 그 방문을 빠끔히 열었다. 그 틈으로 여섯 눈이 방안을 향해 쏘았다. 이 어쩐 기괴한 광경이냐! 전등 불은 아직 끄지 않았는데 침대 위에는 기숙생에게 온 소위 '러브레터'의 봉투가 너저분하게 흩어졌고 그 알맹이도 여기저기 두서없이 펼쳐진 가운데 B여사 혼자 - 아무도 없이 제 혼자 일어나 앉았다.

누구를 끌어당길 듯이 두 팔을 벌리고 안경을 벗은 근시안으로 잔뜩 한 곳을 노리며 그 굴비쪽 같은 얼굴에 말할 수 없이 애원하는 표정을 짓고는 '키스'를 기다리는 것 같이 입을 쫑긋이 내어민 채 사내의 목청을 내어가면서 아깟말을 중얼거린다. 그러다가 그 넋두리가 끝날 겨를도 없이 급작스리 앵돌아서는 시늉을 내며 누구를 뿌리치는 듯이 연해 손짓을 하며 이번에는 톡톡 쏘는 계집의 음성을 지어,

하다가 제물에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러더니 문득 편지 한 장(물론 기숙생에게 온 '러브레터'의 하나)을 집어들어 얼굴에 문지르며,

하고 몸을 추수리는데 그 음성은 분명 울음의 가락을 띠었다.

첫째 처녀가 소곤거렸다.

둘째 처녀가 맞방망이를 친다…

하고, 세째 처녀는 손으로 고인 때 모르는 눈물을 씻었다.

===== 17_Na Do-hyang_The Watermill (Mullebang-a) =====

덜컹덜컹 홈통에 들었다가 다시 쏟아져 흐르는 물이 육중한 물레방아를 번쩍 쳐들었다가 쿵 하고 확 속으로 내던질 제 머슴들의 콧소리는 허연 겨 가루가 켜켜 앉은 방앗간 속에서 청승스럽게 들려나온다.

솰 솰 솰, 구슬이 되었다가 은가루가 되고 댓줄기같이 뻗치었다가 다시 쾅 쾅 쏟아져 청룡이 되고 백룡이 되어 용솟음쳐 흐르는 물이 저쪽 산모퉁이를 십리나 두고 돌고, 다시 이쪽 들 복판을 오리쯤 꿰뚫은 뒤에 이방원(芳源)이가 사는 동네 앞 기슭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 위에 물레방아 하나가 놓여 있다.

물레방아에서 들여다보면 동북간으로 큼직한 마을이 있으니 이 마을에 가장 부자요, 가장 세력이 있는 사람으로 이름을 신치규(申治圭)라고 부른다. 이방원이라는 사람은 그 집의 막실(幕室) 살이를 하여가며 그의 땅을 경작하여 자기
                    아내와 두 사람이 그날 그날을 지내간다.

어떠한
                        가을밤
                     유난히 밝은 달이 고요한 이 촌을 한적하게 비칠 때 그 물레방앗간 옆에 어떠한 여자 하나와 어떤 남자 하나가 서서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었다.

그 여자는 방원의 아내로 지금 나이가 스물 두 살, 한참 정열에 타는 가슴으로 가장 행복스러울 나이의 젊은 여자요, 그 남자는 오십이 반이 넘어 인생으로서 살아올 길을 다 살고서 거의거의 쇠멸의 구렁이를 향하여 가는 늙은이다.

그의 말소리는 마치 그 여자를 달래는 것같이,

“
                        얘, 내 말이 조금도 그를 것이 없지? 쇤네 할멈에게도 자세한 말을 들었을 터이지마는 너 생각해보아라. 네가 허락만 하면 무엇이든지 네가 하고 싶다는 것을 내가 전부 해줄 터이란 말야. 그까짓 방원이 녀석하고 네가 몇백 년 살아야 언제든지 막실 구석을 면하지 못할 터이니…… 허허, 사람이란 젊어서 호강해보지 못하면 평생 한번 하여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 아니냐.

내가 말하는 것이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느니라! 대강 너의 말을 쇤네 할멈에게 듣기는 들었으나 그래도 너에게 한번 바로 대고 듣는 것만 못해서 이리로 만나자고 한 것이다. 너의 마음은 어떠냐? 허허, 내 앞이라고 조금도 어떻게 알지 말고 이야기 해봐, 응?

이 늙은이는 두말할 것 없이 신치규다. 그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방원의 계집을 들여다보며 한 손으로 등을 두드린다.

새침한 얼굴이 파르족족하고 기다란 눈썹과 검푸른 두 눈 가장자리에 예쁜 입, 뾰르퉁한 뺨이며 콧날이 오뚝한데다가 후리후리한 키에 떡 벌어진 엉덩이가 아무리 보더라도 무섭게 이지적(理知的)인 동시에 또는 창부형(娼婦型)으로 생긴 것이다.

계집은 아무 말이 없이 서서 짐짓 부끄러운 태를 지으며 매혹적인 웃음을 생긋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웃음이 얼마나 짐승 같은 신치규의 만족을 사게 되었으며, 또한 마음을 충동시켰는지 희끗희끗한 수염이 거의 계집의 뺨에 닿도록 더 가까이 와서,

“응? 왜 대답이 없니? 부끄러워서 그러니? 그렇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닌데.”

하고 계집의 손을 잡으며,

“손도 이렇게 예쁜 줄은 이제까지 몰랐구나. 참 분결 같다. 이렇게 얌전히 생긴 애가 방원 같은 천한 놈의 계집이 되어 일평생을 그대로 썩는다는 것은 너무 가엾고 아깝지 않으냐? 얘.”

계집은 몸을 돌리려고 하지도 않고 영감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며 눈으로 땅만 내려다보고 섰다가 가까스로 입을 떼는 듯하더니,

“
                    제 말야 모두 쇤네 할멈이 여쭈었지요. 저에게는 너무 분수에 과한 말씀이니까요.”

“온, 천만에 소리를 다 하는구나. 그게 무슨 소리냐. 너도 아다시피 내가 너를 장난 삼아 그러는 것도 아니겠고 후사(後嗣)가 없어 그러는 것이니까 네가 내 아들이나 하나 낳주렴. 그러면 내 것이 모두 네 것이 되지 않겠니? 자아 그러지 말고 오늘 허락을 하렴. 그러면 내일이라도 방원이란 놈을 내쫓고 너를 불러들일 터이니.”

“어떻게 내쫓을 수가 있에요?”

“허어, 그것이 그리 어려울 것이 무엇 있니. 내가 나가라는데 제가 나가지 않고 배길 줄 아니?”

“그렇지만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무엇, 저런 생각을 하니까 네가 이 모양으로 이때까지 있었지. 어떻단 말이냐? 그런 것은 조금도 염려하지 말구. 자아, 또 네
                    서방에게 들킬라, 어서 들어가자.”

“먼저 들어가세요.”

“왜?”

“남이 보면 수상히 알게요.”

“무얼 나하고 가는데 수상히 알게 무어야… 어서 가자.”

계집은 천천히 두어 걸음 따라가다가,

““영감!”

하고 머춤하고 서 있다.

“왜 그러니?”

계집은 다시 말이 없이 서 있다가,

“아니에요.”

하고,

“먼저 들어가세요.”

하며 돌아선다. 영감이 간이 달아서 계집의 손을 잡으며,

“가자, 집으로 들어가자.”

그의 가슴은 두근거리는지 숨소리가 잦아진다. 계집은 손을 빼려 하며,

“점잖으신 어른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하면서도 그의 몸짓에는 모든 것을 허락한다는 뜻이 보였다. 영감은 계집의 몸을 끌어안더니 방앗간 뒤로 돌아섰다. 계집은 영감 가슴에 안겨서 정욕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면서,

“
                    영감.”

말 한 마디 하고 침 한번 삼키었다.

“
                    영감이 거짓말은 안 하지요?”

“아니.”

그의 말은 떨리었다. 계집은 영감의 팔을 한 손으로 잡고 또 한 손으로는 방앗간 속을 가리켰다.

“저리로 들어가세요.”

영감과 계집은 방앗간에서 이삼십 분 후에 다시 나왔다.

===== 18_Bang Jeong-hwan_For Our Friends =====

학교에서는 공부도 잘 하고, 품행이 얌전하여 5년급의 부급장인 칠성이는 집안이 가난하여, 아버지가 반찬 가게를 하고 있으므로 학교에서 돌아만 가면 밤이 들기까지 가게의 심부름을 하느라고, 매일 고달프게 지내는 터였습니다.

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가끔 가끔 길거리에서 칠성이가 비웃두름이나, 미나릿단이나, 숯섬 같은 것을 지고 지게꾼처럼 사 가는 손님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보지마는 원래 공부도 잘 하고, 마음이 착하므로 아무도 그를 업신여기거나 놀리거나 하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칠성이가 웬일인지 학교에 아니 오는 지가 사흘째 되었습니다. 오늘도 선생님이 출석부를 부르시다가,

"
                        김칠성이가 어찌해서 아니 오는지, 아는 사람이 없나? 아는 사람 손 들어봐라."

하셨지만, 아무도 손 드는 이가 없었습니다. 반찬 가겟집의 가난한 아들이라고 동정을 하던 만큼, 학생들도 모두 다 마음 속으로 궁금해 하였습니다.

하학한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안명환(安明煥)은 일부러 골목을 돌아 칠성이 집 가게에 들렸습니다.

명환이는 칠성이 집 너머 골목에 사는 큰 대문집
                        변호사의 아들이었는데, 칠성이와는 반도 한반이지만, 집이 가깝고 공부도 서로 잘하는 사이였으므로, 남보다 더 정답게 지내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궁금하기도 남보다 더 궁금하여, 집에 돌아가는 길에 혼자서 들른 것입니다.

가니까 칠성이가 그 조그맣고 납작한 가게 앞에서 허리를 꾸부리고, 장작을 패고 있었습니다. 병이 나서 학교에 못 오는가 보다 여기고 왔는데, 칠성이가 누워 앓는 중이 아니고, 저렇게 가게 앞에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앓지 않는 것이 다행하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앓지 않으면서 학교에 아니 오는 것은 무슨 까닭이 있구나 생각할 때에 마음이 무엇에 놀래는 것 같았습니다.

"
                        칠성아, 칠성아!"

하고 부르니까, 장작을 패다 말고, 칠성이는 돌아다보더니,

"응 명환이구나!"

하면서 몹시도 반가워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
                        학교에서 벌써 하학했구나."

하고, 묻는 말에는 그 동안도 학교 일을 퍽 궁금해 하고, 부러워하는 정이 가득하였습니다.

"그래……."

하고, 명환이는 가는 소리로 대답하고, 천천히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 왜 요새 학교에 안 오니? 오늘도 선생님이 말씀하시던데……. 선생님이나 우리들은 병이 난 줄 알고 있었단다."

칠성이는 그만 얼굴이 벌개지면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명환이는 갑자기 더 미안하고 궁금해서,

"
                        너의 집에 무슨 걱정이 생긴 일이 있니?"

하고, 동정하는 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래도 아무 대답이 없이, 고개만 수그리고 있는 칠성이 눈에는 눈물이 흥건히 고였습니다.

"왜 그러니? 칠성아!"

하고, 명환이는 한 걸음 가깝게 다가서서 손을 쥐었습니다.

"저기 저 위에 새로 생긴 반찬 가게를 보아라! 우리 가게보다 크지 않으냐?"

칠성이는 눈물을 씻으면서, 골목 윗편을 가리켰습니다. 보니까, 딴은 전에 못 보던 커다란 반찬 가게가 새로 생겼고, 그 앞에 장작나무나 숯섬도 산같이 쌓였습니다.

"저 새로 난 가게하고, 너희 집하고 무슨 관계가 있니?"

하고, 명환이는 궁금해 물었습니다.

"
                        우리 집은 구차하여서, 반찬 가게를 내놓고도 조금만 덜 팔리면 당장 밥을 지어 먹기가 어려워서 걱정인데다가 저렇게 큰 가게가 또 생겨서 동리 사람들이 모두 저 큰 가게에만 가서 사므로 우리 집은 그만 장사를 떠엎어 버릴 지경이란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만 장사를 걷어치우고, 시골로 내려가려고 그러신단다. 그래 나도 학교에도 못 다니게 되었단다."

듣고 있던 명환이는 자기 일같이 가슴이 무거워졌습니다. 볼수록 볼수록 그 큰 가게가 미워서 못 견디겠습니다.

"그렇더라도 이왕부터 너희 가게에서 사던 사람은 지금도 너희 가게에서 사겠지, 설마 모두 가겠니?"

아니란다. 새 가게가 물건도 많고 구비하다고 모두 그리로만 간단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만 걷어치우게 되었단다. 그래서 이 집만 팔리면 모두 시골로 간단다.

칠성이의 눈에는 또 눈물이 고였습니다.

명환이는 칠성이가 학교에 못 다니게 된 까닭을 듣고, 걸음이 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칠성이가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할까……, 하느라고 걸음이 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도 책보를 끄르지도 않고, 모자도 벗지 않고, 마루 끝에 턱을 고이고 걸터앉아서 '어떻게 하면 그 놈의 심사 사나운 큰 가게를 못 팔게 하고, 그 대신 칠성이 집 가게가 잘 팔리게 할까?'하고, 그것만 궁리하고 앉았습니다.

"이 애야, 왜 모자도 안 벗고 그러고 앉았느냐? 어서 올라 오너라."

하고, 어머니는 방에서 내다보시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
                        어머니, 우리 집에서는 날마다 어디 가서 반찬을 사옵니까?"

"그건 왜 묻니? 행랑어멈이 사 오는 것이니까, 내가 알 수 있니."

"그럼, 행랑어멈을 불러서 물어 보세요."

"별안간에 그건 왜 물어?"

"글쎄, 좀 물어 보세요, 어서요."

어머니는 행랑어멈을 불러 물어 보셨습니다. 그러니까,

"새로 난 가게가 크고 물건도 많으니까 거기 가서 사와요."

하였습니다.

자기 집에서까지 그 미운 새 가게에 가서 사다 먹는 것을 알고 명환이는 덜컥하였습니다. 미안한 생각이 불타듯 하였습니다.

"
                        어머니, 이런 일이 있습니다."

하고, 명환이는 칠성이 집과 칠성이의 불쌍한 사정 이야기를 일일이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니 내일부터는 꼭 칠성이 집 가게에 가서 사 오라고 그러세요, 네? 칠성이란 아이가 불쌍하지 않습니까?"

하고, 어머니께 애걸하였습니다.

"그렇구말구. 내일부터는 꼭 그 가게에 가서 사 와야 하구말구…… 그렇게 효성스럽고 공부 잘 하는 애를 도와 주어야지……. 이 동네 사람 사람들이 모두 그 집에만 가서 샀으면 좋겠다."

"그러게 말이야요. 어머니도 동네 집 아는 사람마다 만나는 대로 모두 거기 가서 사라고 이야기를 하세요. 저도 지금부터 아는 집은 모두 찾아가서 이야기할 테야요. 이 아랫집에도 가고 저 위 이발소 집에도 가구요."

하고는 후다닥 뛰어나갔습니다.

동무를 위하여…… 불쌍한 동무가 학교에 다니게 되게 하기 위하여 어린 명환이의 피는 끓었습니다. 남들이 웃을 것을 모르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어린 명환이는 길거리를 급히 뛰며 아는 집을 찾아다녔습니다.

"여보세요, 요 너머 골목에 있는 조그마한 반찬 가게 집 아들
                        칠성이는
                            저하고 한 반 학생인데 공부도 잘 해서 부급장이고 부모에게도 효성스런 아이입니다. 그런데, 요새는 반찬이 안 팔려서 학교에를 못 다니게 되었으니 제발 그 집에 가서 반찬을 사다가 잡수세요. 물건도 친절하고 정직하게 팝니다. 꼭 그 집에 가서 사세요."

하고 자기 일같이 애걸애걸하였으므로 누구든지,

"오냐! 염려 마라. 네가 그렇게 말하니 그 집에서 사 오기로 하마. 그런 훌륭한 아이를 따로 도와주지는 못하드라도 물건이야 팔아 주고말고……. 꼭 거기서 사마."

하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명환이는 가는 곳마다 그렇게 기쁜 말을 들었으므로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숨찬 것도 모르고 십여 집이나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아는 집마다 다 돌아다녀 놓고 오기는 왔으나 그래도 그것만 가지고는 팔려도 얼마 팔리지 않는 것이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녁밥도 안 먹고 사랑으로 나갔습니다.

사랑에는 아버지의 변호사 사무를 조력(돕는 것)하고 있는 사무원이 있었습니다.

"
                        아저씨, 아저씨는 담배를 날마다 어느 가게에서 사다 잡수세요?"

"허허! 별안간에 담배 검사가 또 웬일이냐. 그건 알아 무얼하니?"

"글쎄, 알아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요."

"아무 데서나 닥치는 대로 사 먹지. 행길로 지나가다가 아무 데서나 사지……."

"그럼 오늘부터는 꼭 요 너머 납작하고 조그만 반찬 가게에서 사 잡수세요."

하고 명환이는 열심을 다하여 칠성이의 불쌍한 사정을 죄다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구말구. 그럼 꼭 그 가게에서만 사구말구. 염려 마라, 거기서만 살께."

"예! 그러구요, 아저씨는 어른마다 만나는 대로 모두 거기서만 사라구 그러세요. 그 위에 새로 난 큰 가게는 아주 나쁜 가게여요. 다른 동네에 가서 내지 못 하고 꼭 그 좁은 동네에 와서 칠성이 집 가게를 엎어 먹으려고 거기다가 일부러 크게 낸 것이 분명하잖아요."

"그런데, 너희
                        동무 집에 조그만 등사판 인쇄기가 있다고 했지?"

"예, 있어요. 한 장만 써 가지고 박으면 똑같은 것을 몇백 장이든 박히는 거여요."

그래 그래. 그것을 빌려 가지고 네가 네 손으로 칠성이 집과 칠성이의 사정을 써 가지고 여러 장을 박아서 이 동네 집집마다 신문 돌리듯이 한 장씩 돌리면 그것을 보고 누구든지 칠성이 집에만 가서 살 것이 아니냐?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선전이라고 그런단다."

명환이는 그 말을 듣고,

"옳지, 옳지!"

하고, 미친 아이같이 손뼉을 치고 뛰면서 기뻐하였습니다. 지체 없이 그 길로 뛰어가서 등사판 기계를 빌려 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10전, 사무원 아저씨에게서 20전, 모두 30전을 얻어 가지고 습자지를 사 왔습니다. 그리고는 사무원 아저씨 책상에 엎드려서 광고문을 열심으로 지어 썼습니다. 사무원 아저씨는 싱글싱글 웃으시면서,

"이 애야, 저 편 새로 난 큰 가게는 밉기는 제일 미운 놈이지마는 그 가게의 욕을 쓰든지 그 가게에 가서 사지 말라고 그런 말을 쓰면 남의 장사에 방해했다고 ‘영업 방해죄’가 되는 법이니까 저 편 큰 가게의 말은 한 마디도 쓰지 말고 이 편
                        칠성이 집 일만 쓰고 거기서 사라는 말만 써라. 그래야 문제가 안 되는 법이다."

하고, 친절히 일러주었습니다.

그래 명환이는 광고문을 이렇게 간단하게 지어서 썼습니다.

○○동 정자 우물가에 있는 조그만 반찬 가겟집 아들
                        김칠성이는 나이 열세 살 된 보통 학교 5학년 학생인데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하고 학교에서도 공부를 잘 하여 부급장까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는 그 가게 반찬이 팔리지 아니하여 살 수 없게 되어 학교 못 다니게 되었습니다. 참말로 아깝고 불쌍한 일이오니 누구시든지 동정하는 마음이 계신 어른은 아무쪼록 그 집 물건을 팔아 주시기 바랍니다. 가게는 조그마할망정 좋은 물건을 정직하게 파는 집이오니 저희 불쌍한 동무
                        김칠성 군을 위하여 꼭 그 집에서 물건을 사시기 바랍니다.─ 동급생 안명환

─ 동급생 안명환

사무원 아저씨는 그것을 읽어 보시고,

"참말 잘 지었다. 그런데, 첫머리에 대가리를 쓰고 끝에 인사를 써야지……."

하고, 맨 위에 ‘약한 사람을 도웁시다!’하고, 크게 쓰고 맨 끝 줄에 ‘뜻있고 정있는 어른께!’라고 써 주었습니다.

이튿날은 노는 날이었습니다.

어젯밤에 늦도록 박아 논 이백 장이나 되는 선전지를 가지고 명환이는 새벽부터 돌아다니면서 집집에 한 집도 빼놓지 않고 한 장씩 돌렸습니다.

새벽 일기는 몹시 추웠습니다. 그러나, 명환이는 추운 줄을 몰랐습니다. 2백 집이나 돌아다니기는 어른도 피곤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린 명환이는 그것도 몰랐습니다.

동무를 위하여! 불쌍한 동무를 위하여! 어린 가슴의 피는 탈 대로 타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이사 간 집같이 쓸쓸해진 칠성이 집 가게 앞에는 그 날
                    아침에 난리가 일어났습니다. 집집에서 바구니나 치롱을 들고 나오는 사람마다 칠성이 집, 칠성이 집 하고 이리로만 몰려왔습니다.

"아이구, 이 집이 칠성이라는 학생 아이 집이라지!"

"아마 저기 주판을 들고 섰는 저 애가 칠성이란 학생인가 보오. 생기기도 착하게 생겼는걸……."

"그러게 말이어요. 우리는 언제든지 이 집에서만 살 터이어요."

"
                        우리도 그렇다오. 누가 그 말을 듣고도 여기서 안 사겠어요."

참말로 장꾼 모이듯 이리로만 모여들어서 이루 돈 받고 물건을 팔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 가게에 있던 물건은 눈 깜짝할 동안에 다 팔려 없어져서 사려다가 사지 못하고,

"
                        내일 올 테니 물건을 많이 갖다 놓고 파십시오."

하고, 일러 두고 가는 이가 더 많았습니다.

그 날
                    저녁에 칠성이 아버지는 칠성이를 데리고 명환이 집에 찾아와서 명환이 아버지를 보고 이런 말씀을 하였습니다.

"
                        하나도 사러 오지 않던 이들이 어쩐 일로 오늘은 우리 가게로만 몰려오나 하였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까, 댁의 어린 자제가 광고지를 박아 돌려 주셔서 그것들을 보고 불쌍하다고 그렇게 우리 가게로만 오시게 되었답니다그려……. 참말로 무엇이라고 인사를 여쭈어야 할지 참말 저희 집안은 인제 다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 날
                    밤 신문에 ‘동무를 위하는 소년의 열정! 세상에도 듣기 어려운 우애 미담’이라고 크게 제목을 붙이고 칠성이의 사정 이야기와 명환이가 한 일이 자상히 자상히 씌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새로이 놀란 일은 칠성이가 그 동안 병든 어머님의 약값을 벌기 위하여 밤마다 밤마다 열흘째 만두를 팔러 다녔다는 사실까지 씌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동네에 신문사에 다니는 기자가 있었는데 그 집에도 새벽에 명환이가 선전지를 넣었으므로 기자가 그것을 읽고 놀래어 자상한 일을 조사하여 간 까닭이었습니다.

이튿날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과 모든 선생님들이 신문에 난 것을 보고 깜짝깜짝 놀래셨습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로 두 모범 학생의 포상식(표창식)을 크게 열고 우리 학교의 자랑이요, 귀중한 보배라고 칭찬하면서 언해(사전) 한 권씩과 벼루함 하나씩을 주었습니다.

그 후, 한 달이 못 되어 큰 가게는 영 팔리지 않으므로 다른 동네로 옮겨 가 버렸고 명환이와 칠성이는 어느 때든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정다운 걸음으로 학교에 다녔습니다.

===== 19_Bang Jeong-hwan_The Eternal Shirt (Mannyeon Shirt) =====

박물 시간이었다.

"이 없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선생님이 두 번씩 연거푸 물어도 손 드는 학생이 없더니, 별안간 ‘옛’ 소리를 지르면서, 기운 좋게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음, 창남이인가. 어디 말해 보아."

"이 없는 동물은 늙은 영감입니다!"

"예에끼!"

하고, 선생은 소리를 질렀다. 온 방안 학생이 깔깔거리고 웃어도, 창남이는 태평으로 자리에 앉았다.

수신(도덕) 시간이었다.

"성냥 한 개비의 불을 잘못하여, 한 동네 삼십여 집에 불에 타 버렸으니, 성냥 단 한 개비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야 하느니라."

하고 열심히 설명해 준 선생님이 채 교실 문 밖도 나가기 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빗물이 모이고 모여, 큰 홍수가 나는 것이니, 누구든지 콧물 한 방울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흘려야 하느니라."

하고, 크게 소리친 학생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것을 듣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돌아서서,

"그게 누구야? 아마, 창남이가 또 그랬지?"

하고 억지로 눈을 크게 떴다. 모든 학생들은 킬킬거리고 웃다가 조용해졌다.

"예, 선생님이 안 계신 줄 알고 제가 그랬습니다. 이 다음엔 안 그러지요."

하고, 병정같이 벌떡 일어서서 말한 것은 창남이었다. 억지로 골 낸 얼굴을 지은 선생님은 기어이 다시 웃고 말았다. 아무 말없이 빙그레 웃고는 그냥 나가 버렸다.

"아 하하하하……."

학생들은 일시에 손뼉을 치면서 웃어댔다.

×× 고등 보통 학교 일 년급 을 반 창남이는 반 중에 제일 인기 좋은 쾌활한 소년이었다.

이름이 창남이요, 성이 한 가이므로, 안창남(安昌南 ; 비행사) 씨와 같다고 학생들은 모두 그를 , 보고 비행가
                    비행가 하고 부르는데, 사실은 그는 비행가같이 시원스럽고 유쾌한 성질을 가진 소년이었다.

모자가 다 해졌어도, 새 것을 사 쓰지 않고, 양복바지가 해져서 궁둥이에 조각 조각을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면 집안이 구차한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단 한 번이라도 근심하는 빛이 있거나,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도 없었다.

남이 걱정이 있어 얼굴을 찡그릴 때에는, 우스운 말을 잘 지어 내고, 동무들이 곤란한 일이 있을 때에는 좋은 의견도 잘 꺼내 놓으므로, 비행가의 이름이 더욱 높아졌다.

연설을 잘 하고, 토론을 잘 하므로 갑 조하고 내기를 할 때에는 언제든지 창남이 혼자 나가 이기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의 집이 정말 가난한지 넉넉한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가끔 그의 뒤를 쫓아가 보려고도 했으나 모두 중간에서 실패를 하고 말았다. 왜 그런고 하면, 그는 날마다 이십 리 밖에서 학교를 다니는 까닭이었다.

그는 가끔 가끔 우스운 말을 하여도 자기 집안 일이나 자기 신상에 관한 이야기는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것을 보면 입이 무거운 편이었다.

그는 입과 같이 궁둥이가 무거워서, 운동틀(철봉)에서는 잘 넘어가지 못하여, 늘 체조 선생님께 흉을 잡혔다. 하학한 후 학생들이 다 돌아간 다음에도 혼자 남아 있어서 운동틀에 매달려 땀을 흘리면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동무들은 가끔 보았다.

"이애, 비행가가 하학 후에 혼자 남아서 철봉 연습을 하고 있더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혼자 애를 쓰더라."

"그래, 이제는 좀 넘어가데?"

"웬걸, 한 이백 번이나 넘도록 연습하면서, 그래도 못 넘어가더라."

"그래, 맨 나중에는 자기가 자기 손으로 그 누덕누덕 기운 구둥이를 때리면서 '궁둥이가 무거워, 궁둥이가 무거워.' 하면서 가더라!"

"
                        제가 제 궁둥이를 때려?"

"그러게 괴물이지……."

"아 하하하하하……."

모두 웃었다. 어느 모로든지 창남이는 반 중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었다.

겨울도 겨울 몹시도 , 추운 날이었다. 호호 부는 이른 아침에 상학 종은 치고, 공부는 시작되었는데, 한 번도 결석한 일이 없는 창남이가 이 날은 오지 않았다.

"호욀세, 호외야! 비행가가 결석을 하다니!"

"어제 저녁 그 무서운 바람에 어디로 날아간 게지!"

"아마, 병이 났다 보다. 감기가 든 게지."

"이놈아, 능청스럽게 아는 체 마라."

일 학년 을 조는 창남이 소문으로 수군수군 야단이었다.

첫째 시간이 반이나 넘어갔을 때, 교실 문이 덜컥 열리면서, 창남이가 얼굴이 새빨개 가지고 들어섰다.

학생과 선생은 반가워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들은 창남이가 신고 섰는 구두를 보고, 더욱 크게 웃었다. 그의 오른편 구두는 헝겊으로 싸매고 또 새끼로 감아 매고 또 그 위에 손수건으로 싸매고 하여, 퉁퉁하기 짝이 없다.

"
                        한창남! 오늘은 웬일로 늦었느냐?"

"예."

하고, 창남이는 그 괴상한 퉁퉁한 구두를 신고 있는 발을 번쩍 들고,

"오다가 길에서 구두가 다 떨어져서, 너털거리기에 새끼를 얻어서 고쳐 신었더니 또 너털거리고 해서, 여섯 번이나 제 손으로 고쳐 신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그리고도 창남이는 태평이었다. 그 시간이 끝나고 쉬는 동안에, 창남이는 그 구두를 벗어 들고, 다 해져서 너털거리는 구두 주둥이를 손수건과 대님 짝으로 얌전스럽게 싸매어 신었다. 그러고도 태평이었다.

따뜻해도 귀찮은 체조 시간이 이처럼 살이 터지도록 추운 날이었다.

"어떻게 이 추운 날 체조를 한담."

"또 그 무섭고 딱딱한 선생님이 웃통을 벗으라고 하겠지……. 아이구, 아찔이야."

하고, 싫어들 하는 체조 시간이 되었다. 원래 군인으로 다니던 성질이라, 뚝뚝하고 용서성 없는 체조 선생이 호령을 하다가, 그 괴상스런 창남이 구두를 보았다.

"
                        한창남! 그 구두를 신고도 활동할 수 있나? 뻔뻔스럽게……."

"예,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하고, 창남이는 시키지도 않은 뜀도 뛰어 보이고, 달음박질도 하여 보이고, 답보(제자리걸음)도 부지런히 해 보였다. 체조 선생님도 어이없다는 듯이,

"음! 상당히 치료해 신었군!"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호령을 계속하였다.

"전열만 삼 보(세 걸음) 앞으로 ─ 옷!"

"전 후열 모두 웃옷 벗어!"

죽기보다 싫어도 체조 선생님의 명령이라, 온반 학생이 일제히 검은 양복 저고리를 벗어, 셔츠만 입은 채로 섰고, 선생님까지 벗었는데, 다만 한 사람
                    창남이만 벗지를 않고 그대로 있었다.

"
                        "한창남! 왜 웃옷을 안 벗나?"

창남이의 얼굴은 푹 숙이면서 빨개졌다. 그가 이러기는 처음이었다. 한참 동안 멈칫멈칫하다가 고개를 들고,

"
                        선생님, 만년 셔츠도 좋습니까?"

"무엇? 만년 셔츠? 만년 셔츠란 무어야?"

"매, 매, 맨몸 말씀입니다."

성난 체조 선생님은 당장에 후려갈길 듯이 그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벗어랏!"

호령하였다. 창남이는 양복 저고리를 벗었다. 그는 셔츠도 적삼도 안 입은 벌거숭이 맨몸이었다. 선생은 깜짝 놀라고 아이들은 깔깔 웃었다.

"
                        한창남! 왜 셔츠를 안 입었니?"

"없어서 못 입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의 무섭던 눈에 눈물이 돌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웃음도 갑자기 없어졌다. 가난! 고생! 아아 창남이 집은 그렇게 몹시 구차하였던가……, 모두 생각하였다.

"
                        창남아! 정말 셔츠가 없니?"

눈물을 씻고 다정히 묻는 소리에,

"오늘하고 내일만 없습니다. 모레는 인천서 형님이 올라와서 사 줍니다."

체조 선생님은 다시 물러서서 큰 소리로,

"
                        한창남은 오늘은 웃옷을 입고 해도 용서한다. 그리고 학생 제군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으니, 제군은 다 한창남 군 같이 용감한 사람이 되란 말이다. 누구든지 셔츠가 없으면, 추운 것을 둘째요, 첫째 부끄러워서 결석이 되더라도 학교에 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같이 제일 추운 날 한창남 군은 셔츠 없이 맨몸, 으으응, 즉 그 만년 셔츠로 학교에 왔단 말이다.여기 섰는 제군 중에는 셔츠를 둘씩 포개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요, 재킷에 다 외투까지 입고 온 사람이 있지 않은가……. 물론, 맨몸으로 나오는 것이 예의는 아니야, 그러나 그 용기와 의기가 좋단 말이다. 한창남 군의 의기는 일등이다. 제군도 다 그의 의기를 배우란 말야."

만년 셔츠! 비행가란 말도 없어지고, 그 날부터 만년 셔츠란 말이 온 학교 안에 퍼져서, 만년 셔츠라고만 부르게 되었다.

그 다음날, 만년 셔츠
                    창남이는 늦게 오지 않았건마는, 그가 교문 근처까지 오기가 무섭게, 온 학교 학생이 허리가 부러지도록 웃기 시작하였다.

창남이가 오늘은 양복 웃저고리에, 바지는 어쨌는지 얄따랗고 해어져 뚫어진 조선 겹바지를 입고, 버선도 안 신고 맨발에 짚신을 끌고 뚜벅뚜벅 걸어온 까닭이었다. 맨가슴에, 양복 저고리, 위는 양복 저고리 아래는 조선 바지, 그나마 다 떨어진 겹바지, 맨발에 짚신, 그 꼴을 하고, 이십 리 길이나 걸어왔으니, 한길에서는 오죽 웃었으랴…….

그러나, 당자는 태평이었다.

"고아원 학생 같으이! 고아원야."

"밥 얻어 먹으러 다니는 아이 같구나."

하고들 떠드는 학생들 틈을 헤치고 체조 선생님이,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보니까 창남이가 그 꼴이라 너무 놀라서,

"
                        너는 양복 바지를 어쨌니?"

"없어서 못 입고 왔습니다."

"어째 그리 없어지느냐? 날마다 한 가지씩 없어진단 말이냐?"

"예에, 그렇게 한 가지씩 두 가지씩 없어집니다."

"어째서?"

"예."

하고, 침을 삼키고 나서,

"
                        그저께
                        저녁에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저희 동리에 큰 불이 나서, 저의 집도 반이나 넘어 탔어요. 그래서 모두 없어졌습니다."

듣기에 하도 딱해서 모두 혀 끝을 찼다.

"그렇지만, 양복 바지는 어저께도 입고 오지 않았니? 불을 그저께 나고……."

"
                        저의 집은 반만이라도 타서, 세간을 건졌지만, 이웃집이 십여 채나 다 타버려서 동네가 야단들이어요. 저는 어머니하고 단 두 식구만 있는데, 반 만이라도 남았으니까, 먹고 잘 것은 넉넉해요.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 하게 되어서 야단들이어요. 그래, 저의 어머니께서는 우리는 먹고 잘 수 있으니까. 두 식구가 당장에 입고 있는 옷 한 벌씩만 남기고는 모두 길거리에 떨고 있는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 주라고 하셨으므로 어머니 옷, 제 옷을 모두 동네 어른들게 드렸답니다. 그리고, 양복 바지는 제가 입고 주지 않고 있었는데 저의 집 옆에서 술장사하던 영감님이 병든 노인이신데, 하도 추워하니까, 보기에 딱해서, 어제 저녁에 마저 주고, 저는 가을에 입던 해진 겹바지를 꺼내 입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은 죽은 듯이 고요하고, 고개들이 말없이 수그러졌다. 선생님도 고개를 숙였다.

"그래, 너는 네가 입은 셔츠까지도 양말까지도 주었단 말이냐?"

"아니오, 양말과 셔츠만은 한 벌씩 남겼었는데, 저의 어머니가 입었던 옷은 모두 남에게 주어 놓고, 추워서 벌벌 떠시므로, 제가 '
                            어머니, 제 셔츠라도 입으실까요.'하니까, '
                            네 셔츠도 모두 남 주었는데, 웬 것이 두 벌씩 남았겠니!'하시므로, 저는 제가 입고 있던 것 한 벌뿐이면서도, '예, 두 벌 남았으니, 하나는 어머니 입으시지요.'하고, 입고 있던 것을 어저께 아침에 벗어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
                            네가 먼 길에 학교 가기 추울 텐데, 둘을 포개 입을 것을 그랬구나.'하시면서, 받아 입으셨어요. 그리고, 하도 발이 시려 하시면서, '
                            이애야 창남아, 양말도 두 켤레가 있느냐?' 하시기에, 신고 있는 것 한 켤레 것만은, '예, 두 켤레입니다. 하나는 어머니 신으시지요.' 하고, 거짓말을 하고, 신었던 것을 어저께 벗어 드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어머니께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나올 때에, '
                            이 애야, 오늘같이 추운 날 셔츠를 하나만 입어서 춥겠구나. 버선을 신고 가거라.'하시기에 맨몸 맨발이면서도, '예, 셔츠도 잘 입고 버선도 잘 신었으니까, 춥지는 않습니다.' 하고 속이고 나왔어요. 저는 거짓말쟁이가 됐습니다."

하고, 창남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네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어머니께서 너의 벌거벗은 가슴과 버선 없이 맨발로 짚신을 신은 것을 보시고 아실 것이 아니냐?"

"아아, 선생님……."

하는 창남이의 소리는 , 우는 소리같이 떨렸다. 그리고, 그의 수그린 얼굴에서 눈물 방울이 뚝뚝 그의 짚신 코에 떨어졌다.

"
                        저의 어머니는 제가 여덟 살 되던 해에 눈이 멀으셔서 보지를 못하고 사신답니다."

체조 선생의 얼굴에도 굵다란 눈물이 흘렀다. 와글와글 하던 그 많은 학생들도 자는 것같이 조용하고, 훌쩍훌쩍 거리면서, 우는 소리만 여기저기서 조용히 들렸다.

===== 20_Bang Jeong-hwan_The Gold Watch =====

바람은 없는데 나뭇잎이 부수수 떨어집니다. 추운 줄도 모르고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효남(孝男)이는 아까부터 풀밭에 앉은 채로 한숨만 후이후이 쉬고 있습니다.

제 집을 찾아가는지 작은 새 두세 마리가 짹짹거리면서 서쪽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그것을 넋을 잃은 사람같이 풀없이 쳐다보더니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서 뺨에 흘러내렸습니다.

아아 불쌍한 어린 신세……. 그는 아홉 살 때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난한 어머니의 품을 판 돈으로 시골서 보통 학교를 졸업하고, 남의 집 종이 되어 심부름을 하여서 야학(夜學)에라도 다녀보겠다고 서울로 와서 며칠씩 굶어가면서 벌이터를 찾아다니다 간신히 ○문 밖에 있는 이 ××목장에 와서, 낮에는 온종일 소떼를 지켜주며 심부름하고 새벽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 동리 저 동리로 돌아다니면서 우유 먹는 집에 우유병을 돌려주고 한 달에 겨우 십삼 원씩 받고 있게 되었습니다.

밤에 야학에 다녀와서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새벽에 일찍 자고 일어나서 무거운 우유 짐을 지고 한 바퀴 돌아와서, 온종일 소떼를 몰고 다니면서 풀을 뜯어 먹이고 저녁때에나 돌아와 야학에를 다녀오느라니, 열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 몸이 너무 고달파서, 떨어질 듯이 아픈 어깨를 제 손으로 탁 탁 치게 될 때에는, 남 못 보게 돌아서서 울기도 퍽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구차한 시골집에는 늙어 가시는 어머니께서 남의 집으로 다니며 방아도 찧어 주고 빨래도 하여 주시느라고 고생하시고, 어린 누이동생
                    효순이가 동리집 바느질을 맡아다가 밤잠을 못자면서 오빠 하나가 공부 잘 하고 돌아오기만 축수하고 있거니ㅡ생각하고는, 주먹으로 눈물을 씻고 이를 악물고 뛰어 나가고 뛰어나가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시골집 있는 서쪽을 향하여 ‘오오, 어머니! 효남이는 몸 성히 있습니다. 뼈가 녹더라도 공부는 마치고 가겠습니다’ 하고, 혼자서 부르짖었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아침에 누이동생에게서 온 편지‥‥‥. 그것은 어머님 병환이 나셔서 닷새째가 되도록 못 일어나시고 앓으신다는 말과 편지하면 걱정이 될 터이니, 편지를 하지 말라 하시는 것을 몰래 써 보낸단 말이었습니다.

그 편지를 읽고 효남이의 가슴이 얼마나 얼마나 답답하였겠습니까? ‘돈이 없으니, 약 한 첩도 못 쓰시겠구나’ 생각하니, 그 오막살이집 속에 누워 앓으시는 어머님과 그 옆에 울고 앉았을 어린 누이의 불쌍한 꼴이 눈에 자꾸 보이는 것 같아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생각다 못하여 효남이는 그 날 저녁때 목장 주인을 보고 그 사정을 이야기하고,

“쫓아 내려가서 병간호는 못해 드릴망정 죽이라도 끓여 드리고 약이라도 한 첩이라도 사 드리라고, 돈을 내려 보냈으면 좋겠으니 돈 5원만 미리 주십시오.”

하고, 애걸하였더니,

“이 집에 온 지도 몇 달 안돼서, 돈을 그믐날 전에 미리 찾아다 쓰기 버릇하면 못 쓴다.”

고 도리어 꾸지람을 하고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효남이는 잠도 자지 못하고 울기만 하였습니다. 울다가 울다가 그만 새벽이 되었건만, 먹히지 않아 아침도 못 먹고 그냥 우유 배달을 하고, 그냥 소떼를 몰고 다니다가 저녁때 돌아왔습니다. 와서는 다시 부끄럼을 무릅쓰고, 주인에게 그 전 날 하던 말을 또 하고 애걸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날도 주인은 돈을 취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누가 집어갔는지 목장 주인의 금시계가 없어져서 온 목장 안이 벌컥 뒤집혔습니다. 목장 안에 있는 사람은 모조리 주인 앞에 불려가서, 몸뒤짐을 받았습니다. 효남이가 이틀 동안 주인에게 돈을 취해 달라 하다가 못 얻어 쓴 사정을 아는 주인 마누라와 사무원은 효남이를 의심하였습니다. 효남이는 공연히 가슴이 두근두근 하였습니다. 그럴수록 그들은 효남이의 거동이 수상하다고 더욱 더욱 의심하였습니다. 효남이는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서도 이내 금시계는 나오지 않아, 주인은 다시 효남이를 불러서,

“잘 생각하여서 바로 대답하여라, 경찰처로 끌려가기 전에…….”

하고, 눈을 흘겼습니다.

몸을 뒤졌어도 나온 것이 없건마는 이렇게까지 의심을 받으니, 효남이는 무어라고 더 변명할 말이 없었습니다.

‘돈 한 가지 없는 탓으로 이렇게 더러운 의심을 받는구나’

하여, 그냥 몸이 떨리고 눈에는 눈물만 고였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러나와 버렸습니다.

“죄가 있으니까 말을 못하고 겁이 나니까 울기만 하는구나.”

하고, 그들은 저희끼리 쑥덕거렸습니다.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고 목장에서는 저녁밥 먹으라는 종소리가 머얼리 들리어 왔습니다.

‘
                        모두 모여 앉아서 나를 욕하면서, 밥들을 먹겠지’

일어날 생각도 아니고 그냥 앉아 있는 효남이의 얼굴에는 눈물만 자꾸 흘러내렸습니다.

애매한 죄명을 뒤집어쓰고 효남이가 풀밭에 나가 울고 있는 동안에, 목장 안에서는 목장 주인이 효남이와 다른 일꾼들이 자는 빈 방을 넌즈시 들어가서 보퉁이마다 책상 서랍마다 뒤져 보았습니다. 그런데 금시계는 아무 데서도 나오지 않고, 천만 뜻밖에 효남이가 쓰는 책상 서랍 속에서, 주인마누라의 금반지가 나왔습니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던 마누라가 깜짝 놀라 찾아보니까, 정말 자기 경대 서랍 속에 넣어 둔 금반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효남이 서랍에서 가져온 금반지를 받아보니, 과연 분명히 자기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녀석이 그렇게 흉악할까. 겉으로 보아 얌전하고 공부도 잘하길래 귀엽게 여겼더니, 그래 돈5원 안 취해 주었다고, 앙심 먹고 모두 훔쳐가지고 도망가려고 그랬구려. 금시계도 그 녀석밖에 가져갈 놈이 어데 있소. 어서 그 녀석을 불러들여요. 금시계 내 놓으라고 두들기게.”

해가 아주 지고 가을날이 저물어 쓸쓸스럽게도 어둑어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날아다니는 새들도 이제는 제 집을 다 찾아 들어가고 없는데, 벌판을 혼자 앉았는 효남이는 목장에서 그 동안 그 소동이 난 줄도 모르고 혼자서 울고만 있었습니다.

‘아아, 어머니 병환이 그 동안에도 더해지셨을지도 모르겠는데, 약한 첩살 돈이나마 보내려다 도둑 누명만 쓰고 있는 줄을 모르고 어린 누이가 오죽이나 기다리고 있을까…….’

효남이는 그만 참지 못하고 땅바닥에 엎드려 소리쳐 울었습니다.

목장 편에서 수득(壽得)이가 뛰어나왔습니다. 수득이는 주인 방에 있으면서 잔신부름을 하는 급사였습니다. 오더니 울고 있는 효남이를 흔들어 일으키고,

“이애 효남아! 큰일났다. 지금 네 책상 서랍을 주인이 뒤져 보았단다.”

합니다.

“아무리 뒤져도 나올 것이 있어야지.”

하니까,

“이애야, 거기서 주인마누라의 금반지가 나왔단다. 그래서 지금 금시계도 네가 꼭 가져갔다고 지금 얼른 불러오라고 그러니 얼른 들어오너라.”

하고, 수득이는 저 혼자 뛰어갔습니다.

‘아아, 이것이 웬 말인가……. 금시계 까닭에 의심을 받는 것도 분한데, 어찌하여 주인마누라의 금반지가 내 서랍 속에서 나왔단 말인가…….’

효남이는 기가 막히어서 머리가 꽝하고 눈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인제는 더군다나 변명할 재주가 없구나’

생각하니 누가 날카로운 칼로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주인이 부른다니 안 갈 재주가 없겠어서, 일어서려 하니 일어설 기운도 없고 하도 놀라운 일이어서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아, 그래도 가서 변명이라도 해 보아야지’

하고 효남이가 기운을 다듬어서 두 손을 풀밭을 짚고 벌떡 일어서려니까, 효남이의 얼굴에서 두세 자밖에 안 되는 풀밭에 착착 접은 종이쪽이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풀밭에 저것이 무엇일까?’

하고, 집어 펴 보니까, 이게 웬이겠습니까. 금시계 한 개를 전당 잡힌 전당표였습니다.

효남이는 지옥 속에서 신선이나 만난 것처럼 눈이 부시게 반가워서 누가 잡힌 것인가? 그 이름을 보니까. 수득, 바로 지금 부르러 왔던 그 급사 아이 이름입니다.

‘오 옳지, 고놈이 제가 주인 방에 있으니까, 금시계를 훔쳐다가 잡히고 나중에 그 허물을 내게 둘러대노라고 오늘 또 금반지를 집어다가 내 책상에 넣어 논 것이 분명하구나. 그리고 지금 나를 부르러 왔다가 급히 뛰어가느라고 흘리고 갔구나‥‥‥. 오냐, 이것만 있으면 나는 도둑누명을 벗는다!’

부르짖으면서, 효남이는 그 전당표를 접어서 손아귀 속에 쥐고서, 날아갈 듯 빠르게 뛰어갔습니다.

목장에는 벌써 전기등이 켜졌습니다. 목장 문으로 뛰어가려 할 때에 그때 목장 문간에는 수득이가
                        그의 어머니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그리 늙지도 않았는데 고생이 많아 그런지 몹시 마르고 얼굴도 앙상하였습니다.

“
                        이애야, 글쎄 오늘은 일찍 온다더니 벌써 집 임자가 와서 어서 방을 내어 놓으라고 내어 미니 어쩐단 말이냐. 아버지가 저렇게 석 달째 앓으시지 않으면, 이런 꼴이야 당하겠나마는, 당장 병들어 누워 계신 아버지를 한길에다 뉘이니, 어쩌니. 돈이 오늘은 된다 하더니 아직 못 되었니?”

그러나 수득이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더니, 주머니 속에서 무언지 꺼내는 모양이었습니다.

효남이는 주인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인은 골이 나서 성난 사자 같이 눈을 흘기고 앉았고 다른 일꾼들까지 우루루 모여 와서 효남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입을 비쭉거립니다.

“
                        요 녀석아, 금반지는 어느 틈에 집어다 두었어! 그래도 금시계를 모른다고 뻗댈 테냐? 아무리 도적눔의 씨알머리기로.”

아귀같은 소리 지르는 주인마누라의 소리에 효남이의 온몸에서 피가 벌컥 끓어 올랐습니다. ‘아니요, 왜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그런 욕을 하오’ 하는 소리가 목까지 저절로 끓어올라 오곤 전당표 든 주먹이 불끈 저절로 튀어 나가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 생각되는 것은 지금 문밖에서
                        수득이 어머니가 걱정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렇다! 병든 아버지와 어머니가 방을 쫓겨나서 한데서 떨게 된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것을 내어 놓으면, 수득이가 쫓겨난다. 그가 쫓겨나면,
                            그의 병든 부모도 굶게 된다. 오냐! 아무 말을 말자. 수득이 집 형편은 나보다 더 급하다. 나보다도 더 불쌍하다.’

효남이는 입술을 꼭 깨물었습니다. 그리고 손에 쥔 것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버렸습니다.

“죽을 죄로 잘못하였습니다.”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이 말을 할 때에 굵다란 눈물방울이 헤어진 헝겊 신발 앞에 뚝!뚝! 떨어졌습니다.

가을 햇볕이 쓸쓸히 비치는 벌판과 목장의 아침……. 남들은 부지런히 오늘 일을 시작하는데, 다만 혼자서 목장을 쫓겨나는 가엾은 효남이는 걸음보다도 눈물이 앞섰습니다. 아무 까닭없이 나아가도 쫓겨 가는 사람은 슬프거든, 억울한 도둑 누명을 쓰고 쫓겨난 몸이라 더욱 슬펐습니다.

생각하면 자기가 지은 죄가 아니요, 같이 있는 급사 아이가 집이 구차하여서 주인의 금시계와 주인마누라 금반지를 훔쳐내고 그 허물을 나에게 씌우려 한 짓이요. 그 애가 훔쳐다가 전당 잡힌 그 표까지 내 손에 들어와 있으니, 그것을 내보이면 나의 변명은 되지마는 병든 아버지와 근심 많은 어머니를 모시고,
                        수득이 집안 식구가 한길 거리로 쫓겨나게 될 생각을 하고, 그냥 꿀꺽 참고 있었던 까닭으로 도적 누명을 쓰고 쫓겨나게 되었으니 수중에 돈 한 푼 없고 세상이 넓다한들 갈 곳이 어드메겠습니까.

시골집에서는 병들어 누우셔서 신음하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어린동생이 약 한 첩은 고사하고 죽 한 그릇도 끓여드리지 못하고 울고 있을 터인데, 이 못생긴 오라비는 있던 곳조차 쫓겨났으니, 시골 갈 노비도 없고 그냥 있자니 있을 곳조차 없고……. 아아, 어찌하면 좋을까 싶어서 걸음은 아니 걸리고 눈물만 비 오듯 자꾸 흘렀습니다.

정말 죄를 지은 수득이 역시, 구차하기 때문에 제가 나쁜 짓을 하고, 효남이를 쫓겨 가게 하는구나 하고, 속으로 뉘우쳐서 뒤에 서서 자꾸 울었습니다.

물 위에 뜬 잎새 같으면 물 흐르는 대로 따라가기나 하지만, 이 넓은 세상에 아는 집이라고는 목장밖에 없는 효남이 어린 몸이 목장을 나섰으니, 단 한 걸음인들 어느 곳 향할 곳이 있겠습니까, 앞길이 아득하여 망싯망싯 하면서 그래도 쫓겨난 목장 문에는 수득이가 울고 있는지라, 그것을 보고 효남이는 마음이 갑자기 더 슬퍼져서, 그만 눈물이 비 오 듯 하였습니다. 수득이는 참다못하여 그냥 와락 쫓아와서 효남이의 봇짐 든 손을 잡았습니다.

“
                        효남아! 이제는 어디로 갈 테냐?”

“글쎄다. 어디로 가야 할는지 모르겠다. 아무 데라도 가야지 어떡하니…….”

두 소년의 눈에서 모두 눈물이 흘렀습니다.

“
                        나는 네가 아무 죄도 없는 줄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수득이는 눈물도 안 씻고 사실 이야기를 해 버리려고, 시초를 꺼내었습니다. 그러니까 효남이는 황급히 수득이의 말을 막았습니다.

“아니다, 아니다, 나는 아무래도 갈 사람이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그냥 헤어지자. 아무 말 말고 그냥 헤어지는 것이 편하다.”

수득이는 점점 더 눈물을 흘리면서

“아니다. 그런 게 아니라 내가…….”

하고, 다시 말을 잇는 것을, 효남이는 또 그 말을 막았습니다.

“아니다. 말을 하면 안 된다. 아무래도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할 사람을…….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내 마음이 편하지 못하지 않느냐……. 너는
                            너의 아버지를 앓고 계시지 않으냐. 네가 벌이를 하지 못하면 당장 큰일 나지 않느냐. 나는 가야 한다. 나가 가고 네가 있어야 한다. 우리들도 가난하지 않을 날이 있겠지. 가난한 탓밖에 무슨 탓이 있겠니…….”

효남이의 말끝은 울음이 섞이어서 떨렸습니다. 수득이는 그만 효남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쳐 울었습니다. 아아! 가엾은 어린이들의 울음! 나뭇잎도 슬퍼서 우는지 한 이파리! 두 이파리! 훌쩍이면서 땅위에 굴러 다닙니다.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었건마는, 효남이는 배고픈 것보다도 갈 곳이 없는 것이 걱정이어서, 온종일 해가 지도록 궁리 궁리를 하여도 별 꾀가 없는 효남이는 저녁까지 굶고, 그대로 해가 지기를 기다려서 날마다 다니던 야학교엘 갔습니다.

차마 부끄러워서 교실에는 못 들어가고 사무실로 몰래 들어가듯 기운 없이 들어가니까 선생님이,

“
                        너 왜 얼굴이 그 지경이냐, 어데를 앓았니? 보퉁이는 그게 무슨 보퉁이고…….”

하시는 말씀에 깜짝 놀랐습니다. 단 사흘 동안 남이 놀래게까지 얼굴이 못 되었나 보다 싶어서 눈에 눈물이 핑 고였습니다. 그래 얼른 고래를 숙이고,

“
                        시골로 가야겠어요.”

하였습니다.

“
                        시골은 왜?”

하고, 묻는 소리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하겠습니까. 효남이 입에서는 아무 말도 안 나오고 굵다란 눈물만 뚝!뚝! 떨어졌습니다. 선생님은 눈치를 채인 듯 가만히 계시다가 한참 만에,

“노비는 준비하였니?”

“없어요.”

‘없어요’ 소리를 할 때 가슴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노비가 없으면 어떻게 하니? 칠백 리나 된다면서.”

“걸어서라도 가야겠어요.”

그만 눈물이 소낙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하여서 효남이는 그냥 돌아서 쑥 나와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도 쫓아 나오셨습니다.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효남이는 가엾은 우리 효남이는 미칠 듯이 가 보고 싶어하던 시골집으로 병든 어머니와 나이 어린 누이동생이 울면서 기다리고 있는 시골집으로 급행열차를 타고 가게 되었습니다. 울면서 나오는 것을 보고, 뒤쫓아 나오신 선생님의 주선으로 기차앉음을 얻어 가지고 우리 효남이는 지금 급행열차를 타고 시골집으로 닫고 있는 것입니다. 아아, 이 급행차가 닿을 때까지, 효남이가 자기 집에 갈 때까지 어머님의 병환이 더치지 않고 더하지 않고 계시도록 다 같이 빌어 드립시다.

자기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쫓겨나간 효남이와 울면서 작별을 하고 수득이는 그 날 저녁밥도 먹지 않고 밤이 새도록 울기만 하였습니다. ‘한 걸음도 발을 내어 디딜 곳이 없는 효남이가 지금쯤은 뉘 집 처마 밑에서 떨고 섰지 않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뼈가 아프고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다. 내가 그 애에게 말을 못 하였으면 주인에게라도 말을 해야 한다. 내가 쫓겨나가더라도 그 애의 도적 누명을 벗겨 주어야 한다. 그 애는 나를 위하여 대신 쫓겨나기까지 하는데……. 아아! 내가 이렇게 잠자코 있단 말이냐…….’ 새벽녘에 이르러 이렇게 결심한 수득이는 아침 때가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쫓겨나가면 당장 오늘 저녁에 아버지께 약 한첩 무엇으로 사다 드릴까……. 아아, 구차한 죄, 가난한 죄…….
                    그는 부르르 떨면서 엎더져 울었습니다.

아침때가 되었습니다. 수득이가 울면서 자상하게 자백하는 소리를 듣고 목장 주인 내외는 깜짝 놀랐습니다. 불쌍한 동무를 위하여 남의 죄를 뒤집어 쓰고, 잠자코 밀려나간 아이! 세상에 다시없는 착한 아이를 때리고 욕하고 하여 쫓아 보낸 자기들의 잘못을 뉘우칠 때, 어떻게 하면, 그 착한 아이를 다시 찾아 들여서 잘못한 일을 사과할까 하는 마음이 불같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주인은 그 날 저녁때가 되기를 기다려서, 효남이가 다니던 야학교를 찾아가서, 효남이의 선생님을 찾아보고, 그 동안의 자세한 이야기를 모두 하고, 어떻게 그 애의 집을 찾아갈 수 있느냐고,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애걸하였습니다.

목장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을 일변으로 놀라면서, 일변으로 더 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그렇듯이 남의 죄에 쫓겨나왔으면서 자기에게도 일체 그런 말을 하지 아니하고 그냥,

“
                        어머님 병환이 위중하시다니까 내려가야겠어요!”

하고, 울기만 하던 효남이의 심정을 더할 수 없이 거룩하고 착하여서, 선생님은 한없이 기뻤습니다.

곧, 온 학생을 한방에 모아 놓고, 그 선생님은,

“
                        여러분! 우리는 학교의 학생 중에, 이렇게 말할 수 없이 기특한 학생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어제 저녁에 어머니 병환 때문에 시골로 내려가 김효남 군입니다. 그 애…….”

하고, 효남이의 그 불쌍한 사정과 어머님 병환 소식을 듣고, 돈 5원만 달라고 하더란 말과, 남의 도적 누명을 쓰고도 그 애가 불쌍하여서 그냥 잠자코 쫓겨난 이야기를 한숨에 내리하였습니다.

선생님의 그 이야기는 거기 있는 200여 명 학생을 모두 감동하게 하였습니다. 선생님이 말을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가서 목장 주인과 이야기 하시는 동안에, 학생들은 헤어지지 않고, 그 중의 한 학생이 나서서

“
                        효남이는 불쌍한 동무를 위하여, 자기가 대신 쫓겨났습니다. 빈손으로 앓는 어머니께로 갔습니다. 우리는 동무를 위하여 단 1전씩이라도 모아서 보냅시다.”

하였습니다.

“옳소, 옳소”

하고, 기쁜 소리가 여기서도 일어나면서, 저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었습니다. 5전 내는 사람, 10전 내는 사람, 11전 내는 사람 모두 합하여 12원 76전이었습니다. 종이에 싸고 그 위에, ‘어머니 약값에 쓰십시오’ 라고 써서 사무실로 가서 선생님께 드리니까, 선생님은 그것을 목장 주인에게 전하면서,

“
                        당신이 시골
                        효남이 집에 가신다니까, 가시는 길에 이것도 전해 주십시오.”

하였습니다.

목장 주인은 더욱 감동하여

“네, 네, 가지고 가고 말고요. 가서 전해 드리고 효남이 어머니 병환이 위중하시면 제가 모시고 서울로 와서 병원에 입원하시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효남이와 그 누이동생은 다 학교에 다니도록 해주려 합니다. 저는 아들도 딸도 없으니까요.”

하고 일어났습니다.

목장 주인은 그 날 낮차로 효남이 시골로 찾아갔습니다. 닷새 후에 효남이 집 식구를 데리고 올라와서 효남이의 어머니는 병원에 효남이와 효순이는 각각 학교에 입학시켰습니다. 그리고 효남이의 소원으로 수득이도 쫓겨나지 않고 전처럼 잘 다니고 있었습니다.

===== 21_Kim Dong-in_Dr. K's Research =====

"

                            자네 선생은 이즈음 뭘 하나?"

나는 어떤 날 K 박사의 조수로 있는 C를 만나서 말끝에 이런 말을 물어보았다.

"노신다네."

"왜?"

"왜라니?"

"그새 뭘 연구하고 있었지?"

"벌써 그만뒀지."

"왜 그만둬?"

"말하자면 장난이라네. 하기야 성공했지. 그렇지만 먹어주질 않으니 어쩌나."

"먹다니?"

"글쎄. 이 사람아, 똥을 누가 먹어."

"똥?"

"
                        자네
                        시식회에 안 왔었나?"

"
                        시식회?"

C의 말은 전부 ‘?’였다.

"
                        시식회까지 모를 적에는 자네는 모르는 모양일세그려. 그럼 내 이야기해줄게 웃지 말고 듣게."

이러한 말끝에 C는 K 박사의 연구며 그 성공에서 실패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맬서스라나…… ‘사람은 기하학급으로 늘어나고 먹을 것은 수학급으로밖에는 늘지 못한다’고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지 않나. 박사의 연구도 이 말을 근본 삼아가지고 시작되었다네.

어떤 날(여름일세) 박사는 책을 보고 있고 나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같이 앉았노라는데 박사가 머리를 번듯이 들더니,

"
                            자네, 똥 좀 퍼 오게."

하데그려.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겠나. 그래서 똥이란 대변이냐고 물었더니, 대변 아닌 똥도 있느냐고 그래. 그래서 무슨 검사라도 할 일이 있는가 하고,

"뉘 변을 말씀이외까?"

했더니 벌컥 성을 내면서 뉘 똥이든 퍼오라데그려. 너무 어망처망하여 가만있었지. 글쎄(의사는 아니지만) 검사라도 할 양이면 뉘 변이든 지적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박사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노라니깐 채근도 없어. 흥, 잊었구나 하고 다시 앉으려 하니까,

"퍼 왔나?"

하면서 일어서데그려. 자, 이렇게 채근까지 하는 것을 보면 농담도 아니야. 할 수 없이 변소에 가서 냄새나는 것을 조금 퍼다가 박사께 드렸네그려. 그것을 힐끗 보더니 조금만 퍼 왔다고 또 성을 내거든. 나도 슬그머니 결이 나데그려. 그래서 다시 가서 한 바가지 수북이 퍼 왔지, 그러니깐 만족하다는 듯이 웃더니 실험옷의 팔을 걷으면서 나도 연구실로 가자고 그래.

자네야 알다시피내야 이학상(理學上) 지식이야 어디 조금이라도 있나.

단지
                            박사의 서기
                        로 들어가 있는 사람이니깐 좌우간 알든 모르든 따라 들어갔지. 박사는 똥을 떠가지고 현미경으로 시험관에 넣어서 끓이며 세척하며 전기로 분해하며 별별 짓을 다 해보더니 그래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저녁까지 굶어가면서 밤새도록 가지고 그러데그려. 아무리 전기 환기 장치를 했다 해도 그 냄새는 참 죽겠데. 코가 저리고 눈이 쓰리고.

나는 참다 못해 슬그머니 나와버렸네그려. 그랬더니 새벽 2시쯤 찾아.

그래서 가보니깐,

"이게 새 똥이냐, 낡은 똥이냐?"

또 묻데그려. 내니 어찌 알겠나, 변소에서 퍼 온뿐이지. 변의 신구(新舊)야 알 리가 있겠나. 그래서 모르겠다고 그러니깐,

"낡은 겐 모양이군. 다 썩었어. 낡은 게야."

혼자서 중얼중얼하더니 나더러 새 똥 좀 누라데그려. 나도 성미가 그다지 곱지 못한 사람이라 마렵지 않노라고 해버리니깐 박사는 근심스레 머리를 기웃기웃하더니,

"
                            나두 그리 매렵지 않는걸."

하면서 그릇을 가지고 저편 방에 가더니 마렵지 않다던 사람
                        이 웬걸 그다지 누었는지 한 그릇 무더기 담긴 것을 가지고 들어오데그려. 아, 우습기도 하고 잠 못 자는 것이 일변 성도 나고 그래서 '밤참으로는 넉넉하겠습니다'고 쏘아주려다가 그래도 박사가 ‘마지메(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니깐 그러지도 못하겠어.

그래서,

"
                            전 먼저 자겠습니다."

하고 나와서 내 방으로 가서 자버렸지.

그 이튿날부터는 박사는 꼭 연구실에 틀어박혔는데 음식까지 그 냄새나는 방에서 먹고 하는데 오히려 불쌍하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더러운 물건을 이리 주무르고 저리 주무르는 양은 우습기도 하거니와 한쪽으로 생각하면 그 사치하게 길러나고, 아무 고생이며 더러움을 체험해보지 못한 박사가 연구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고 냄새나는 방에서 음식까지 먹으며 밤잠까지 못 자며 돌아가는 것은 어떻게 엄숙해 보이기도 하고 존경할 생각도 나데.

이러구러 몇 달이 지났네. 무얼 하는지는 모르지만 대변을 분석해가지고 무슨 유효 성분을 얻어보려는 것을 알겠데. 좌우간 낡은 똥은 쓸 수가 없다 해서 그 뒤부터는 집안 하인의 변까지 죄 그릇에 누어서 박사의 연구실로 들어가게 되었네그려. 그러니깐 변소는 늘 소변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지.

집안사람들이라야 박사와 나와 행랑식구 세 사람과 식모 하나 침모 하나와 사환애 둘이었는데, 때때로는 그 아홉 사람의 것으로 부족될 때가 있어.

그런 때는 박사는 가족이 20인이며 30인이며 하는 사람들을 슬며시 부러워하는 기색까지 보이는데 연구 재료가 부족해서 박사가 안타까워하며 발을 동동 구를 때는 너무 미안스러워서 될 수만 있으면 서너 동이씩 만들어보고 싶데.

그러는 동안에 시골 계신 할머님이 세상을 떠나서 나는 시골 내려가서 한 달쯤 있다가 가을에야 다시 올라왔네그려. 그래서 곧 박사네 집으로 가서 짐을 푼 뒤에 복동이(사환애)에게 물으니깐 박사는 역시 연구실에 있다 하기에 들어가서 인사를 드렸네. 박사는 무엇을 먹고 있었는데 몹시 반겨 하면서 와서 같이 먹자고 그래. 오래간만에 맡으니깐 냄새는 꽤 지독하데.

연구실 한편 모퉁이에 조그마한 책상을 놓고 거기서 박사는 점심을 먹고 있는데, 나도 오라기에 교자를 하나 끌고 그리로 갔지. 점심조차 떡 비슷한 것인데 맛은 ‘고깃국물을 조금 넣고 만든 밥’이랄까 좌우간 그 비슷한 맛이 나는 아직껏 먹어보지 못한 물건이야. 그래서 혹은 양식인가 하고 두어 덩이 소금을 찍어 먹으니깐,

"맛 좋지?"

하고 묻데그려. 그래서 괜찮다고 하니깐,

"똥내도 모르겠지?"

하고 또 웃데그려.

"?"

아닌 게 아니라 냄새가 좀 나기는 하는 것을 이 방 안의 공기 탓이라고 하고 그냥 먹었네그려.

그렇지만 박사의 그 말을 듣고 나니깐 혀 아래서 맑은 침이 핑그르 돌더니 걷잡을 사이 없이 구역이 나겠지. 그래서 변소로 가려고 일어서려다가 그만 그 자리에 욱 하니 토해버렸네.

"왜 그러나? 왜 그래. 야 복동아, 수남아."

하면서 박사는 일어서서 나를 붙들어다가 소파에 뉘려는데그려.

아, 결도 나고 성도 나고 그래서 괜찮다고 하고 박사를 밀쳐버리고 ‘대체 그 먹은 것이 무엇인가’고 물었네.

둔감한 박사는 내가 토한 원인을 그때야 처음으로 안 모양이데그려.

"먹은 것? 응 그것 말인가? 그것 때문에 토했나? 난 또 차멀미로 알았군. 그건 순전한 자양분일세, 하하하하하(박사는 웃을 경우에는 웃을 줄을 모르고, 웃지 않을 경우에는 잘 웃는 사람이라네)! 건락(乾酪), 전분, 지방 등 순전한 양소화물(良消化物)로 만든 최신최량원식품(最新最良原食品)."

"원료는…… 그 ……."

"그렇지, 자네도 알다시피 그……."

나는 그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다시 일어서면서 토했지. 좀 메스껍기도 하고 성도 나는 김에 박사의 얼굴을 향하여 토했네그려. 박사도 놀란 모양이야.

"아, 이 사람두. 야, 수남아…… 복동아……."

그때 결나는 것을 보아서는 박사를 한 대 쥐어박고 싶기는 하지만 꿀꺽 참고 내 방으로 돌아와서 이불을 쓰고 눕고 말았지. 그 뒤 사흘 동안을 음식 하나 못 먹고 앓았네. 글쎄, 구역에 음식을 어찌 먹겠나.

아무것이라도 뱃속에 들어만 가면 잠시를 머물러 있지 않고 도로 입으로 나오데그려. 아무것을 먹어도 그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박사는 미안한지 진토제(鎭吐劑)를 주면서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몸소 간호하겠지. 그러면서 연거푸 자양분만 뽑아서 정제한 것이니깐 아무 불쾌할 리가 없다고 설명해주네그려. 아닌 게 아니라 그러고 보니깐 나도 미안하데. 무슨 악의로써 내게다가 그것을 먹인 바도 아니요, 박사
                        자기도 먹으면서 내게도 좀 준 것이니 말하자면 원망할 것도 없어. 박사의 말마따나 무슨 부정한 것이 섞인 바도 아니요, 과학의 힘으로써 가장 정밀히 만든 것이겠으매 웬만한 음식점의 음식들보다는 훨씬 깨끗할 것일세. 그저 내 비위에 맞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그것을 책임 관념상 박사가 그렇게 미안해하는 것을 보니깐 오히려 내가 미안해오데그려.

그래서 사흘째 되는 날 일어났지.

"그 음식이 더럽다는 것이 아니라 내 비위에 맞지 않는 것뿐이니깐 그 마음상만 고치면 되겠지요."

그리고 일어나서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서 연구실에 드나들기 시작하였네그려. 처음에는 참 역하데. 박사는 점심은 역시 손수 만든 음식을 먹는데 그것을 보기만 해도 구역이 탁탁 가슴에 치받치는데 참 못 견디겠어. 박사는 먹기는 먹으면서도 미안한지,

"이게 어떻담, 하하하하하."

하면서 먹고 해.

그러는 가운데도 박사는 실험을 거듭하여 몇 가지 조미료를 더 넣을 때마다 자기가 몸소 맛본 뒤에는 연대 감정인으로 차마 내게는 먹어보래지 못하고 복동아, 수남아, 해가지고는 애들에게 먹어보래지, 그 애들이야말로 아리가타메이와쿠(달갑지 않다)야, 얼굴이 벌개지면서 주인의 명령이라 거역치는 못하고 입에 조금 넣는처럼 한 뒤에는 삼키지도 않고,

"먼젓번 것보담도 더 좋은걸요."

하고는 달아나고 하는 양은 가련해. 그럴 때마다 정직한 박사는 득의만면해가지고 그러려니 하면서 상금으로서 그 애들에게 50전씩 준다네, ‘감정료’지. 박사의 말에 의지하건대 똥에는 음식의 불능 소화물, 즉 섬유며 결체조직이며 각물질(角物質)이며 장관내(腸管內) 분비물의 불요분(不要分), 즉 코라고산(酸), 피스린 ‘담즙 점액소’들 밖에 부패 산물인 스카톨이며 인돌이며 지방산들과 함께 아직 많은 건락과 전분과 지방이 남아 있는데, 그것은 사람 사람에 따라서 혹은 시간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그 양소화물이 3할에서 내지 7할까지는 그냥 남아서 항문으로 나온다네그려. 그리고 그 대변 가운데 그냥 남아 있는 자양분은 아무도 돌아보는 사람이 없이 헛되이 썩어버리는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추출할 수만 있다 하면은 그야말로 식료품 문제에 위협받는 인류의 큰 복음이 아닌가. 그래서 연구해 그 방식을 발견했대나. 말하자면 석탄의 완전 연소와 마찬가지로 자양분의 완전 소화를 계획하여 성공한 셈이지. 즉 대변을 분석해서 그 가운데 아직 3할 혹은 7할이나 남아 있는 자양분을 자아내어 그것을 다시 먹자는 말일세그려.

그러니까 사람이 하루에 세 끼씩 먹는 가운데 두 끼는 보통 음식을 먹고, 한 끼분은 그 새로운 주식품을 먹으면 이 지구상의 식료 원품이 3할 이상 늘어가는 셈 아닌가. 이 지구에 지금보다 인구가 3할쯤, 한 5천만 명쯤은 더 많아져도 박사의 연구가 실현만 되면 걱정이 없는 셈일세그려. 맬서스도 이후에 이런 천재가 나타날 줄은 몰랐기에 그런 걱정을 했지.

좌우간 그러는 동안에 조미(調味)에 대한 연구까지 끝나지 않았겠나. 나는 첫번 모르고 한 번 먹은 뿐 그 뒤에는 절대로 입에 대지도 않았고 박사도 내게는 권하지도 않았으니깐 모르지만 냄새는 마지막에는 꽤 좋은 냄새가 나데 스키야키 비슷하고도. 더 침이 도는 냄새야. 냄새뿐으로는 구미도 들데. 그만큼 되었으니깐 이제 남은 것은 ‘발표’라 하는 과정일세그려.

박사는 어림도 없이 발명 경로를 신문에 발표한 뒤에 시식회를 열겠다고 그래. 그것을 내가 우쩍 말렸지. 나는 먹어도 못 보았지만 짐작컨대 맛은 괜찮은 모양인데……

그러니깐 그 맛있는 것을 먼저 먹여놓은 뒤에 이것의 원료를 발표해야지.

먼저 원료를 발표하면 시식회에는 한 사람도 나오지도 않을 것일세그려.

그렇지 않나. 그래서 말렸더니 박사도 그럴듯한지 내 의견대로 하자고 그러더먼. 그리고 박사와 내가 의논한 결과 그 발명품의 이름은 박사의 이름을 따라 ○○병(餠)이라 하기로 하고 그 ○○병(餠)에 대한 성명서를 박사가 초(草)하였네. 지금 똑똑히 기억치는 못하지만 대략 이런 뜻이야.

생어(M.Sanger)라 하는 폭녀가 나타나서 산아제한을 주장한 것을 일부 인도주의자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거기도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을 어찌하랴. 위생관념이 많아가면서 연년이 사람의 죽는 율은 주는데 그에 반하여 이 지구는 더 커지지 않으니까 여기 사람의 나아갈 세 가지의 길이 생겼으니 하나는 ‘도로 옛날로 돌아가서 이 세상에서 위생이라 하는 것을 없이하고 살인 기관으로 전쟁을 많이 하여 사람의 수효를 도태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사람의 출세(出世)를 적게 하는 것’이요, 나머지는 ‘아직껏 돌아보지 않던 데에서 식원료를 발견하는 것’이다. 여인인 생어는 이미 있는 인명을 없이자 할 용기는 못 가졌었다. 여인인 생어는 신국면 발견이라 하는 천재적 두뇌도 못 가졌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식적 구제책을 발견하였으니 그것이 ‘산아제한론’이다.

그러나 독창력과 발명력을 가진 오인(吾人)은 그러한 고식책으로서는 만족하지 못할지니 오인(吾人)의 연구는 여기서 출발하였다. 오인(吾人)의 매일 배설하는 대변에는 아직 많은 자양분이 남아 있으니 그 전 분량의 3할 내지 7할, 평균 잡아서 5할 약이나 되는 자양분은 헛되이 땅속에서 썩어버린다(그리고 대변에 대한 분석표며 그 밖 숫자가 있지만 그것은 약해버리세).

이것을 헛되이 썩혀버릴 필요는 없다. 이것을 자아낼 수만 있다하면 자아내어가지고 ○○병(餠)의 식탁에 올리는 것이 ○○병(餠)의 가장 정당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각가지로 각 방면에서 일어나는 온갖 고식적 문제도 그 근본을 캐자면 인류의 식료품 결핍이라는 무서운 예감 때문에 생겨난 신경과민적 부르짖음이라 할 수 있으니 인류의 생활이 유족해지면 온갖 문제와 그 문제의 근본까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병(餠)의 연구는 여기서 출발하였다(그리고 연구의 경로도 약해버리지생략해버린다는 의미
                            ).

이러한 동기 아래서 이러한 경로를 밟아서 생겨난 이 ○○병(餠)을 귀하의 식탁에 바치노니 고평(高評)을 바란다, 운운…….

이것을 인쇄소에 보내서 썩 맵시나게 인쇄를 해왔겠지.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기회로 박사 댁에서 시식회를 열기로 각 방면에 초대장을 보냈네그려. 그 초대장에는 그저 ○○병(餠)이라 할 뿐, 원료며 그 동기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없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는 없겠지.

크리스마스 한 사나흘 전부터는 꽤 분주하데. 겨울이라 대변의 자양분이 썩을 염려는 없어. 그래서 소제부에게 부탁해서 열 통을 사들였네그려.

그리고 그것을 분석하고 처리하고 하느라고 사나흘 동안은 박사, 나, 수남이, 복동이, 임시 조수 두 사람, 모두 다 똥 속에서 살았네그려.

더럽기가 짝이 있겠나, 에이 구역나, 생각만 해도 구역이 나서 못 견디겠네.

박사도 미안하긴 한 모양이야, 누가 청하지도 않는데 연방 조선 호텔 한턱 쓰지 하면서 복동아, 수남아, 하면서 돌아가데그려. 크리스마스 전날은 밤까지 새워가면서 모두 만들어놓은 뒤에 당일 아침에는 집을 씻느라고 또 야단이지. 글쎄, 이 방 저 방 할 것 없이 모두 똥내가 배어든 것을 어찌하나. 아닌 게 아니라 독한 놈의 냄새가 배어든 다음에는 빠지질 않아.

물론 약품으로 씻다 못해서 마지막에는 향수를 막 뿌려서 냄새를 감추도록 해버렸다네.

오후 1시쯤 손님들이 왔네. 원래 착하고 교제성이 없는 박사는 정신을 못 차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며 일변 웃으며 연거푸 복동아 수남아를 찾으며 조수들을 꾸짖으며 어리둥둥한 모양이야.

신사 숙녀 한 50명쯤 초대한 사람이 거진 모인 뒤에 오후 2시에 식당은 열렸네.

박사의 취지 설명이 있은 뒤에
                            I신문사 주필
                        W씨의 답례로써 시식회가 시작되었어. 그런데 시작되자마자 어떤 신문기자
                        한 사람이 박사를 찾데그려.

"
                            K 박사."

"네?"

"이 ○○병에서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좀 납니다그려."

"?"

이때에 박사의 얼굴의 변화는 내 일생에 잊지 못하겠네. 문득 하얘지더니 웃음 비슷한 울음 비슷한 변한 얼굴을 하더니 별한 신음을 하면서 벌떡 일어서서 연구실로 가. 그래서 나도 따라가려니까 박사는 가던 발을 다시 돌이키며 나를 붙잡더니 내 귀에다 대고 작은 소리라고 하기는 하지만 그리 작은 소리도 아니야. 그런 소리로써,

"야단났네그려, 스카톨이나 인돌의 반응은 없었지?"

내야 인돌이 뭔지 스카톨이 뭔지 아나, 박사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지.

더구나 반응인지야 알 리도 없잖아.

그래도 박사의 그 표정을 보니깐 모른다고 그러지도 못하겠데그려.

그래서,

"확실히 없었습니다."

고 그랬네. 그러하니깐 그래도 아직 미안미안한지,

"야단났네, 큰일났네."

하면서 어쩔 줄을 모르데그려.

"아, 선생님 걱정하실 게 뭡니까? 지금 모두들 맛있게 잡숫는데……."

사실 말이지, 한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하기는 했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맛있게 먹고 있어. 내 말을 듣고 그 양을 보더니 그제야 박사는 마음이 놓이는지 숨을 내쉬며,

"좌우간 반응은 없었것다. 확실히 없었어. 여보게 C군, 그 성명서 돌리게."

하데그려.

문제는 이게 문제일세. 한창 맛있게들 먹는 판에 당신네들이 먹고 있는 것이 똥이외다고 알게 해놓으면 무사할는지 이게 의문이야. 그러나 안 돌릴 수도 없고 그래서 그 인쇄물을 갖다가 복동이와 수남이를 시켜서 돌렸네그려. 그러니깐 어떤 사람은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 어떤 사람은 식탁 위에 놓고, 어떤 사람은 읽어보는데 나는 슬며시 빠져서 다른 방으로 가버렸지.

달아는 났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안아서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깐 무엇이 왝왝하며 콰당콰당해, 뛰어가보았지. 하니깐 부인 손님 두 사람과 신사 한 사람이 입에 손수건을 대고 게워내는데, 그리고 몇 사람은 저편으로 변소
                        변소 하면서 달아나고, 다른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고 중독되었다고 의사를 청하라고 야단인 가운데 박사는 방 한편 모퉁이에 눈만 멀찐멀찐하면서 서 있데그려. 이게 무슨 꼬락서닌가. 망신이데그려.

그래서 박사에게 가서 웬 셈입니까고 물었더니 박사는 우들우들 떨면서,

"야단났네, 망신이야, 큰일났어…… 야, 수남아!"

하더니, 우물쭈물 저편 방으로 달아나버리고 말데그려. 그래서 하는 수 있나. 그래도 이런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해서 내가 몰래 진토제를 준비해두었던 것이 있기에 내다가 임시 조수며 복동이 수남이를 시켜서(초대받았던 의사 몇 사람까지 협력해서) 간호들을 한 뒤에 박사는 몸이 편하지 않아서 못 나온다고 하고 사과를 한 뒤에 손님들을 보내버렸지.

시식회는 이렇게 흐지부지 끝이 났네그려.

그런 뒤에 박사의 침실에 들어가보았더니 박사는 몸에 신열까지 나고 헛소리를 탕탕 하고 있지 않겠나. 나도 미안스럽기도 하거니와 딱하데.

그래서 얼음을 갖다가 박사의 머리를 식히면서 한참 간호하니깐야 정신을 좀 차려. 그리고 연하여 야단이다, 망신이다, 어쩌나를 연발하는데 거북살스럽데. 한참 정신없이 눈을 한군데만을 향하고 있다가는,

"여보게 C군, 이 일을 어쩌나? 야단났네그려, 이런 괴변이 어디 있겠나?"

하는데 난들 뭐라고 대답하겠나.

"뭘 하리까?"

이런 대답은 하지만 참 거북살스럽기가 짝이 없데. 소위 사회의 일류라는 사람들을 초대해놓고 똥을 먹여놓았으니 이런 괴변이 어디 있겠나.

세상사에 어두운 박사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뜻도 안 했겠지만 나 역시 뜻밖일세그려. 아니, 나는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예감은 있었지만 박사의 그 걱정하는 태도를 보니깐 예상외로 나도 겁이 나데그려. 내 생각으로는 대상인 피해자(?)를 개인 개인으로 여겼지 그것이 합한 ‘사회’라는 것을 생각 안 했네그려. 그러니 이제 사회의 명사 숙녀들을 똥을 먹여놓았으니 말썽이 안 생기겠나.

그러는 동안에도 연하여 신문기자가 찾아오며 전화가 오는 것을 복동이를 시켜서 모두 거절해버린 뒤에 그날 오후 종일과 밤을 새워가지고 협의한 결과 말썽이 좀 삭아지기까지 박사와 나는 어떤 시골에 한두 달 숨어 있기로 작정을 하였네. 그리고 목적지는 박사의 토지가 몇 백 정보 있는 T군의 박사의 사음(舍音)의 집으로 작정하였네그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첫차로 그리로 뺑소닐 쳤지.

"그런데 우리의 생각으로는 신문에서 깨나 왁자지껄할 줄 알았더니 비교적 말이 없데그려. I신문 잡보란에 조그랗게 ‘○○떡
                            시식회’라는 제목 아래 간단히 기사가 난 것뿐, 그 굉장한 사건이며 ○○병의 원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어. 아마 신문사에서도 창피스럽던 모양이야. K역에서 내려서 T군에 가는 자동차를 기다리기 위해서 어떤 여관에서 묵은 뒤에 이튿날 아침에야 우리는 그 신문기사를 보았는데 이 기사를 보더니 박사는 적이 안심이 되는지 처음으로 조금 웃데그려. 그러더니 갑자기 T군은 그만두고 그 역에서 멀지 않은 Y온천장으로 가자데그려. 내야 이의가 있을 리가 있나. 온정으로 갔지. 온정에서도 박사는 생각만 나면 그 이야기만 하자네그려."

"
                            C군, 스카톨 반응은 확실히 없었지? 혹은 좀 있었던가? 왜들 토해. C군, 반응은 확실히 없나? 아무래도 있은 모양이야."

"반응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혹은 없었다 해두 게우는 게 당연하지요. 누가……."

"
                            C군!"

박사는 이런 때는 꼭 역증을 내데그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내 성미도 그리 곱지는 못하니까 막 쏘아주지.

"똥 먹구 구역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똥?"

한 뒤에는 일어서서 뒷짐을 지고 한참 서성거리데그려. 그러다가,

"
                            자네 오핼세. 과학의 힘으로 부정한 놈은 죄 없애버린 게 왜 똥이야. 오핼세."

한 뒤에는 또 이유도 없이 하하하하 웃지.

"
                            선생님, 그렇지 않아요. 분석해보면 아무리 정한 게라 해두 똥으로 만든 것을 먹고야 왜 구역을 안 해요? 세상사는 그렇게 공식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깐요."

"공식? 아무리 생각해두 자네 오해야. 그렇진 않으리."

"그럼 왜들 게웠어요?"

"글쎄, 반응은 없었는데, 혹은 있었던가……."

단순한 박사는 아직껏 손님들이 게운 이유를 스카톨이나 인돌이 좀 남아서 대변 특유의 냄새가 난 데 있는 줄만 알데그려.

한인은 연정(戀情)을 ‘오매불망’이라고 형용했지만 박사와 ○○병의 사이야말로 오매불망인 모양이야. 우두커니 앉았다가도 문득 스카톨이 있었나 하고는 한숨을 쉬고 하네. 자다가도 세척이 부족한 모양이야 하면서 벌떡 일어나네그려. 곁에서 보는 내가 참 미안하고 딱하데. 너무 민망스러워서,

"
                            선생님, 인젠 그 생각은 잊어버리시구려."

하면,

"잊지 않자니 헐 수 있나?"

하고는 또 한숨을 쉬시네. 여간 민망스럽지 않데. 사실 말이지 귀한 발견이야 귀한 발견이 아닌가.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헛되이 땅속에서 썩어버리는 폐물 가운데서 평균 5할 약의 귀중한 자양분을 얻어낸다는 것은 인류 경제 문제의 얼마나 큰 발견인가. 우리의 인습 때문에 비위가 받지를 않으니 말이지 그것을 만약 어떤 사람이 원료를 비밀히 해가지고 대량으로 만들어서 판다면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큰 공헌인가. 그래서 어떤 날 저녁을 먹다가 박사에게 그 떡을 학문광(學問狂)의 나라
                        독일 학계에 발표해보면 어떠냐고 물어보았지. 하니깐 대답도 없어. 그리고 나도 그 말만 한 뿐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박사는 잊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날 밤 한잠 들었다가 목이 너무 말라서 깨어서 물을 먹으려는데 박사가 그냥 안 잤댔는지,

"
                            독일도 틀렸어."

하데그려. 나야 자다 주먹이라 무슨 뜻인지를 알겠나. 그래서 그저 네네 하면서 물을 먹고 다시 누우니까,

"
                            ○○떡은 독일도 재미가 없어."

하고 다시 주를 놓데그려. 그 소릴 들으니까 펄떡 졸음이 천리 밖으로 달아나는데 그렇찮아도 이즈음 늘 민망스럽던 판에 박사가 밤에 잠도 안 자고 그 생각을 하고 있었나 하니깐 막 눈물이 나오려데 그려. 그래서 왜 그렇느냐고 물으니까,

"
                            독일서는 공기에서 식품을 잡는 것은 연구해서 거진 성공했다니까 이것은 그다지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 못 될 것 같어."

하면서 또 한숨을 쉬시데그려. 나도 할 말이 없어서 그것도 그렇겠습니다, 하고 다시 먹먹히 있노라니깐 또 찾지 않겠나.

"
                            C군 자나?"

"네?"

"안 자나?"

"네."

"
                            일본은 어떨까? 나라는 좁고 백성은 많은……."

"말씀 마십쇼. 일인에게는 소위 결백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쿠소쿠라에(똥이나 먹어라)라는 것이 욕이 아닙니까. 어림도 없습니다."

"그래도 일인들은 더러운 목간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지 않나?"

"그거야…… 그래두 ○○떡은 안 먹습니다."

"안 먹을까……."

"안 먹지 않구요."

박사는 또 한숨을 쉬시데.

"
                            선생님, 그것을 미국에다 발표해보면 어떻습니까?"

"

                                미국 놈은 먹어줄까?"

"먹을 건 모르지만 그놈들은 아무것이든 신기한 것과 과학이라는 데에는 머리를 싸매고 덤벼드는 놈이니깐 혹은 좋다 할지도 모르지요."

"글쎄……."

이러한 말을 주고받고 하다가 아무런 해결도 얻지 못하고 자고 말았네.

온정에는 한 달 남짓 묵었는데 박사의 ○○떡에 대한 집착은 조금도 줄지 않데그려. 그 지독한 집착심이야……. 이러구러 한 달 남짓 지난 뒤에 이제는 돌아가자고 온정을 출발해서 K역까지 왔다가 여기까지 온 이상에는 박사의 토지도 돌아볼 겸 C군까지 다녀가자는 의논이 생겨서 우리는 C군으로 갔었네그려.

양력 2월 초승인데 혹혹 쏘는 바람을 안고 자동차로 두 시간이나 흔들리면서 C군까지 가니깐 정신이 다 없어지데. 눈이 보이지를 않고 다리가 뻣뻣하며 코가 굳어진 것 같고 몸의 혈액순환까지 멎은 것 같아.

그것을 겨우 자동차에서 내려서(면장 노릇하는) 박사의 사음의 집을 찾아갔지. 머리가 휑한 게 정신이 없는 것을 그 집을 찾아 들어가니깐 반갑게 맞으면서 자기네들은 모두 건넌방으로 건너가며 큰방을 우리에게 내주어. 그래서 우리는 들어가서 다짜고짜로 자리를 펴고 누웠지.

방을 절절 끓여놓고 두어 시간 자고 나니깐 정신이 좀 들데. 박사도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부스스 일어나더니 토지를 돌아보러 나가자데그려.

세수들을 하고 옷을 든든히 차린 뒤에
                            사음의 아들을 불러서 앞세우고 그 집을 나서려는데 개가 한 마리 변소에서 뛰쳐나오면서 컹컹 짖겠지. 보니깐 변소에서 똥을 먹고 있던 모양이라 입에 잔뜩 발라가지고 그 더러운 입을 쩍쩍 벌리며 따라오데그려.
                            사음의 아들은 개를 쫓아버리느라고 야단인데, 나는 박사에게 개도 ○○떡을 먹다가 온다고 그러니깐 박사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더니,

"에, 더러워! C군, 실험실과는 다르네. 이놈의 개, 오지 마라, 가!"

하며 슬슬 피하며 나가는 모양은 요절하겠데.

박사의 토지라는 것은 꽤 크데. 200 몇 십 정보라는데 말은 쉽지만 눈으로 덮인 무연한 벌판인데 어디까지가 경계인지 좀체 모르겠데.

그것을 한번 다 돌아보고 사음의 집까지 돌아오니깐 벌써 저녁때가 되었어 몸도 녹일 틈이. 없이 저녁상을 들여왔데그려. 시장하던 김이라 상을 움켜안고 먹었지.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개고기가 있데그려. 그래서 밥은 제쳐놓고 개고기만 뜯어먹고 있었지.

박사도 괜찮은 모양이야.

글쎄 한 달 남짓을 일본 여관에 묵느라고 고기는 맛까지 거의 잊게 되었네그려. 그런 판이니까 오래간만에 맛나는 고기라 박사도 한참 고기만 뜯더니,

"
                            C군."

하고 찾데그려.

"왜 그러십니까?"

"이런 시굴서도 암소를 잡는 모양이야."

"……?"

"고기 맛이 썩 부드러운데 암소 고기야."

"
                            선생님
                            개고기올시다."

"
                            개?"

"
                            아까 그 짖던 개요. 돌아올 때는 안 보이지 않습디까?"

"아까 그, 그? 똥 먹던?"

"그럼요."

박사는 덜컥 젓가락을 놓데그려. 그러더니 얼굴이 차차 하얘지더니 얼른 저편으로 돌아앉겠지. 그리고 혹혹 두어 번 숨을 들이쉬더니 왝 하고 모두 토해버리데그려.

왜 그러십니까고 나도 먹던 것을 집어치우고 박사에게로 가서 잔등을 쓸어주니까 가만있게, 가만있게 하면서 연하여 왝왝 소리를 내데그려.

그것을 한 10분 동안이나 쓸어주니깐 좀 진정되는지,

"안됐네. 이것
                            주인 몰래 치우세."

하면서 손수 걸레로 모두 훔쳐서 문밖에 내놓기에 나는 그것을 집어다가 대문 밖에 멀리 내버리고 도로 들어오니깐 박사는,

"에, 속이 편찮어. 야, 수남…… 야, 상 치워라."

하더니 베개를 내리고 벌떡 눕고 말데그려. 상을 치운 뒤에 사음이 불을 켜가지고 들어왔는데 박사는 돌아누운 대로 그냥 모른 체 하기에 몸이 곤한 모양이라고 사음을 내보내고 나도 베개를 내려서 드러누웠더니 한참 있다가 박사는 돌아누운 대로 찾아.

"
                            C군."

"네?"

"
                            개고기하고 돼지고기하고 어느 편이 더 더러울까?"

"글쎄 돼지가 더 더러울걸요."

"그럴까. 둘 다 마찬가지겠지. 마찬가지야, 소고기 두 마찬가지구."

혼잣말같이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또 잠잠해버려. 나도 곤하던 김이라 어느 틈에 잠이 들었는지 모르지. 좌우간 나는 입은 채로 잠이 들고 말았는데 아마 박사가 그렇게 한 게야. 자리를 모두 펴고 옷을 벗겨서 이불 속에 집어 넣데그려. 내야 알 리가 있나. 이튿날 아침에 깨어서야 처음 알았지.

이튿날 아침 눈을 부스스 뜨니깐 박사는 언제 깼는지 벌써 깨어 있다가 내가 눈을 뜨는 것을 보고, C군, 하데그려. 그래서 대답을 하니까,

"
                            일인도 안 먹을 게야."

또 자다 주먹일세그려.

"네?"

"
                            ○○병은 일인도 안 먹을 게야. 목간물은 벌컥벌컥 먹어두."

"네, 아마……."

"돼지고긴 좋아두 개고기 못 먹겠거든. 자네 개고기 잘 먹나?"

"육중문왕(肉中文王)입니다."

"그럴 게야."

하더니 한숨을 내쉬어.

그때부터 박사의 입에서는 ○○병의 문제는 없어졌네그려.

그 뒤에 집에 돌아와서도 박사는 ○○병의 문제는 집어치우고 전자와 원자의 관계의 연구를 쌓는 중이니깐 이제 언제 거기에 대한 무슨 발명이나 발견이 나올 테지. 그리고 이번 것은 그 ○○병과 같이 실패로 안 돌아가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라네.

이것이 C가 들려준 바 K 박사의 연구의 성공에서 실패로 또다시 일전(一轉)하여 회개까지의 경로였다.

===== 22_Kim Nam-cheon_Water (Mul) =====

물은 사람에게 하루라도 없어서는 아니 될 중요한 물건의 하나인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가 아니라 물은 우리들과 특별히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는 듯싶다. 물―---여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두평 칠합(二坪七合)이 얼마만한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똑똑히 알지 못하였었다. 말로는 한 평 두 평 하고 세어도 보고 산도 놓아 보았지만 두평 칠합 하면 곧 얼마만한 면적의 지면을 가리키는지 똑똑히 느껴 본 적은 없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길이와 넓이를 한 치도 틀리지 않게 두평 칠합을 전신에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도 손으로 세거나 연필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 몸뚱이를 가지고 그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는 두평 칠합의 네모난 면적 위에 벌써 날수로 일곱 달이나 살아온 것이다. 두평 칠합을 전 몸뚱이를 가지고 느껴지는 것은 그 덕택이었다. 내가 이 두평 칠합에 살기 전에 석 달 동안 두평 칠합을 절반 가른 조그만 방 안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었다.

그런데 그 조그만 방은 어쩐지 공연히 넓고 엉성하던 것이 그보다 배 곱이나 되는 이 두평 칠합이 이렇게 좁아 보이고 질식할 듯이 빼곡 차서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는 것은 어떤 연고일까?

별로 힘든 연고는 없었다.

조그만 방에 생활할 때는 영하 십오륙도를 상하하는 추운 동지 섣달이었고 또 게다가 별로 짐도 없는 방 안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까닭이며 지금 이 방에는 열세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리고 또 시절이 구십도나 되는 여름이었다. 이 외에 별다른 연고는 없었다.

하여튼 나에게는 두평 칠합이 몹시 협착하고 빽빽한 듯이 느껴져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평 칠합 구십도 열세 사람―---나는 여태 이렇게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이렇게 장구한 시일을 생활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뿐이 아니겠지. 이 속에는 열세 사람 그리고 또 몇백 사람이 그가 끓는 솥 속에나 혹은 타는 불 속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이상 다 매한가지로 이런 질식할 만한 공기를 숨쉬고 그 속에서 생활한 적이 없을 것이다.

땀은 흘렀다. 몸뚱이에 두른 옷이 전부 물주머니가 되도록 땀을 흘렸다. 그리고 땀때가 발갛게 열독이 져서 말룩하게 곪아 올랐다. 그것이 바늘로 찌르듯이 콕콕 쏘았다.

물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시골서 김 매고 물 뽑는 농군이나 또 부엌에서 밥을 짓는 여편네들도 우리들보다 못지않게 땀을 흘린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멀거니 앉아서 부채질만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땀 흘리는 것은 아무래도 보지 못하는 일이었다.

돌중같이 깎은 머리에는 땀때종이 모여서 헐고 진물이 흘렀다.

오후 세시나 되었을는지 태양에 쪼인 벽돌바람이 후끈후끈하게 달아 왔다.

두 개의 창문을 높이 등뒤에 지고 꽉 막힌 두터운 바람벽을 향하여 세 줄로 앉은 돌중들은 무릎 앞에 책을 놓고 있었다.

이들 돌중 가운데는 한 개의 하이칼라가 섞여 있었다. 그는 똥통과 이불 새에 허리를 펴고 누워서 {강담전집(講談全集)}을 읽으면서 이따금 버드나무를 그린 부채로 무릎을 딱딱 치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만 이마와 콧잔등에 구슬 같은 땀방울을 만들면서 잠이 들고 말았다. 이 작자는 한 달 전에 철도 청부사건에 담합(談合)을 하고 몰려 들어온 일본 사람 청부사였다. 그는 동맥경화증(動脈硬化症)으로 혈압(血壓)이 높다나 낮다나 하더니 횡와허가(橫臥許可)를 얻어 가지고 대낮인데 가로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그 옆에 바로 똥통과 타구가 놓여 있는 앞에 앉아 있는 간도 친구는『속수국어독본』을 엎어 놓고 불알과 새채기에 다무시(백선)약을 바르고 있었다. 기름기 도는 누런 약을 손가락 끝에 발라서는 연신 새채기 속으로 가져갔다.

이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독서회사건의 서울 친구가 치분통 뒤에서 약봉지를 뒤적뒤적하더니 냄새 고약한 조그만 봉지를 손끝으로 꼬집어 들고 표정과 눈짓으로 몇 번이나 "이것 줄까?" "이것 줄까?"를 하였으나 저편에서 한 번도 이편 쪽을 바라다보지 않으므로 드디어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었다.

"어어 어이 슛개 옴약이 좋다, 이걸 발러."

그러나 그는 너무 머리를 돌리고 이야기를 하였었다. 드디어 그는 구멍을 따고 엿보고 있는 두 눈을 경계하지 못하였다.

"나니 하나시데 이루카(뭐라고 떠드는 거야)?"

서울 친구는 잠깐 묵묵히 앉아 있었으나 이윽고 버쩍 약봉지를 쳐들고 양해를 구하였다.

손에 든 약봉지와 두 다리를 벌리고 앉은 간도 친구를 번갈아 보더니 두 눈은 그대로 구멍을 닫고 가버렸다.

"에히 요놈이 셋째 잿끗하드면 다리에 봉퉁이질걸!"

나는 그의 뒤에 앉아 있었으므로 부채로 그의 등을 간신히 두드렸다. 사실 이렇게 더운 통에 맨장판 위에 오륙 시간 세이자(정좌)를 하면 다리가 각기 앓는 사람 모양으로 될 것은 정한 이치였다. 공기가 들어올 구멍은 합쳐서 일곱 개나 되었다.

천장에 네 개 뒷바람 밑에 한 개 창문이 둘―---그러나 공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내어 부채질을 하여도 별다른 공기가 불리어 올 이치가 없었다. 옆의 사람의 땀 내음새가 후끈후끈 내 몸에 부딪칠 따름이다.

"이거 살 수 있나!"

이런 소리도 입에서는 나올 여지가 없었다. 벌써 한 달경을 두고 "이거 할 수 있나" "어서 구월달이 왔으면" 하고 되풀이하고 또 춥고 추운 뒤라 그런 한숨 말도 이제는 좀처럼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숨을 쉴 때에는 똑똑하게 가슴이 거북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콧구멍으로 넘어가는 공기가 신선하고 청량하지 못한 탓이겠지. 심장과 폐가 그 공기를 마실 때에는 가슴이 뻑뻑하게 켕겼다.

신선한 공기 대신에 물―---그렇다. 물이 비록 폐로 들어가지 않고 똥집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하여도 얼마나 가슴을 신선하게 할 수가 있으며 이 늘어진 신경과 정신을 얼마나 기운차게 동작시킬 수가 있을 것인가! 입 안이 빼빼 마르고 바짝 마른 물기 없는 목구멍만이 달각거렸다.

사실 나는 벌써 몇 시간 전부터 물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녁을 먹을 때가 아니면 아무리 죽는다 하여도 물이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벌써 팔구 개월이나 경험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이 말라도 물 생각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습관이 나에게는 꽉 박혀 있었다. 나는 책을 들여다본다. 모든 정신을 책에다 집중하자! 더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물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모든 것으로부터 나의 정신을 꽉 갈라서 책에다 정신을 넣어 보자!

사실 오랫동안의 경험은 나에게 어느 정도까지 이것을 가능케 하였다. 나의 눈은 명백히 활자의 하나하나를 세었다. 꼬박꼬박 활자를 줍듯이 나의 정신은 그것에 집중하였다.

"미, 네, 르, 바, 의, 올, 빼, 미, 는, 닥, 쳐, 오, 는, 황, 혼, 을, 기, 다, 려, 서, 비, 로, 소, 비, 상, 하, 기, 시, 작, 한, 다."

그러나 십 분도 못 계속하여 나는 내가 글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활자를 읽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그 활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읽고 있는 것이다. 정신은 다시 풀어지는 태엽같이 팍 늘어지고 만다. 눈가죽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다시금 내 옷이 땀에 젖어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털 밑이 따끔따끔 쏜다. 그리하여 내가 두평 칠합 방에 살고 있다는 것, 기온이 백도라는 것, 물이 한 모금도 없다는 것 등등을 깨닫는다. 나는 바른팔에 힘을 넣어 부채를 내두른다.

양재기로 하나도 잘 안 되는 짠 국을 가지고 마른 목을 충분히 축일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었다.

나무통 그것의 크기는 작은 바께쓰만 하였다. 이 나무통이나마 하나가 가득 차지 못하므로 물의 양(量)은 아무리 해도 세 되가 될까 말까 하였다. 그것이 저녁으로부터 내일 아침까지 열세 사람이 먹을 물이다. 조그만 국자로 더운 물을 하나씩 양재기에 덜어서 열세 사람에게 삥― 돌고 나면 처음 먹고 난 동무는 먹은 둥 만 둥하였다.

서로 제각기 퍼먹으면 불공평할 뿐 아니라 질서가 없어진다고 하여 물 담당을 하나 내세웠다. 그 물 담당이 물을 마음대로 시간을 보아서 분배하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한 잔씩 더 하지."

맨 먼저 먹고 난 함경도 친구가 제안하였다.

"좋구만! 그거 한 잔 가지구야 어디 셈이 되는가."

나도 찬성을 표시하였다.

"셈이 안 된다구 먹어 버리면 밤엔 어떡하나!"

물통을 꽉 안고 '담당'은 움직이지 않았다.

밥을 먹고 나서 마루를 쓸고 그릇을 내보내고 할 동안은 약간약간 기회를 보아 말을 주고받고 할 틈은 있었다.

"밤에 죽는 것보다 지금 죽는 게 좀 나을까?" 간도 친구의 소리다.

"지금 누가 방금 숨이 넘어가는가."

그러나 물통을 안고 있는 동무도 물로 배를 채웠길래 뱃심을 버티는 것도 아니고 그도 또한 물통을 들여다보고는 몇 번이나 침을 달각 달각 삼키고 있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한 통 가득가득이래도 줬으면 안 좋은가."

"패통(報知器) 치구 교섭해 보지."

교섭을 한 달 동안 맡아 보게 된 전라도 동무는 아무 말도 안 하였다.

"한번 해보지, 질 송사 어데 가서야 못 할까."

그러나 전라도 동무는 아직도 아무 말이 없었다. 교섭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건 누구나 아는 바이지만 이 동무는 어쩐지 이번에는 더욱 그런 마음이 덜 생기는 모양이었다.

"요구해두 주지두 않을걸!"

"글쎄 주지는 않는다 해두 이런 불만이 있다는 것만 알려 주는 것도 할 만한 일이 아닌가."

패통을 쳤다. 복도를 향하여 나무때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물을 좀더 달라는 것―---이건 물론 헴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면 물을 한 통 가득가득이라도 달라고.

물통 검사가 났다. 그리고 한 통 가득 준 것을 다 먹어 버리고는 그런다는 것이 교섭의 결과였다. 교섭은 끝났다.

"물이나 한 잔씩 더 먹세. 자― 어떤가?"

"저놈의 다무시는 물만 아는가?"

물 생각을 잊을 만하는데 다시 그런 제안을 한다고 '물 담당'이 꾸짖는 말이다.

"사실 사슴이 쁘지지 하고 듸리 타서 견딜 수 없으니 우선 먹어 보는 게 어떻소?"

사실 물이 없으면커니와 눈앞에 물을 보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물에 마를 줄 알았다면 수통을 鞉대고 먹일 때에 좀 실컨 먹고 올걸!"

나는 다 웃을 것을 예상하고 이 말을 하였다. 그러나 의외에도 나밖에는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었다.

"자 구롬 물을 돌읍니다. 반대없소?"

"없소―---"

"없소―---"

물은 다시 양재기에 담겨서 한 잔씩 차례로 돌아갔다. 물을 마시고 누구나 아― 하고 입을 짭짭 다시었다.

"누가 이불을 깔고 자랬어 응?"

'삼백만 원'의 목소리였다. 그는 언젠가 이야기하다가 들킨 동무를 설교하느라고 국가가 너희들을 위하여 일 년에 삼백만 원씩을 쓴다는 말을 오륙 차나 겸해서 한 일이 있은 뒤부터 이런 별명을 얻었었다. 쪽물을 들인 세 겹 이불을 덮는 대신에 궁둥이 밑에다 깔았다고 그것이 규칙 위반이라고 꾸짖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삼백만 원'이 들어왔다고 하는 데 대하여 우리들은 어떤 딴 종류의 희망을 가져 보았다. 이 '삼백만 원'은 규칙만 지키고 또 융통성이 없는 작자이지만 인도적인 쓸모가 약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잘 교섭하면 부채 사용과 또 음료수를 얻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는 일루의 희망이 우리들을 붙든 것이다.

"부채 교섭해 보지 삼백만 원인데." 어느 구석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

원래 부채는 사용하던 것이 누워서 부채를 부치면 잡담을 하여도 부채로 입을 가리우거나 또 부채질 소리에 누가 했는지 잡아 내기가 불편하다고 하여 금지당했던 것이다.

'삼백만 원'이 들어온 것을 안 바람에 더움과 물에 이겨 가면서 어떻게 잠이 들어 보려던 우리는 더움을 더욱 통절히 느끼게 되고 둘둘 흐르는 수도통의 물이 눈앞에 빙빙 돌고 공연히 부채 들지 않은 손이 헤텅해 보였다.

나는 산 속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몇 번이나 눈앞에 그려 보게 되었다. 물! 물!

가슴이 바직바직 타고 숨이 목구멍에서 막히는 듯하였다. 나무숲을 거닐며 지나가는 저녁의 싸늘한 바람, 백양나무 잎새를 산들산들 흔드는 그 바람―---나는 일순간도 견딜 수가 없었다.

만일에 내가 이 두평 칠합 방에 살지 않는다면 이 견딜 수 없는 욕망―---그리고 지극히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이 요구를 관철키 위하여 몸을 바윗돌에 부딪칠 것을 어째서 아꼈을 것이냐?

나는 열세 사람이―---그 속에는 나 자신도 끼어 있지만 도저히 사람같이 보여지지 않았다.

생명도 없고 피도 없고 열정도 식은 열세 개의 고깃덩어리같이 생각되었다.

모두 죽었는가? 그렇다면 우리들은 물에 대한 요구가 전혀 식어지고 말았는가?

나는 후덕떡 일어나서 패통을 칠까 하고 몇 번인가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는 열정적인 것보다는 보다 냉정적이었다. 나는 그때에 내 옆에 누워 있는 '하이칼라'의 존재를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가 교섭하면 나보다도 용이하게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생각이 번개같이 나의 머리를 지나친 것이다. 나는 '하이칼라'와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삼백만 원'의 성질 인격 같은 것을 설명해 주고 한시라도 속히 교섭해 볼 것을 종용하였다.

패통을 치고 교섭을 개시하였다. 교섭은 일부분만 성공하였다. 부채는 사용하여라. 물은 수돗물밖에 없다. 그리고 취사장에 가야 길어올 수가 있다. 그러므로 좀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교섭이 끝났을 때에 딴 곳에서도 패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 저곳, 수삼처에서 그 소리가 들려 왔다.

한 십 분 지났다. 복도 저쪽에서 말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바께쓰를 들고 덜각덜각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 이 소리―---물이 바께쓰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이 소리―---

나는 넓은 바닷가에 서서 하늘과 바다가 한 줄로 맞붙은 것을 보고 이 푸른 물의 웅대함에 놀란 적이 있었었다. 나는 흰 비단을 늘어뜨린 듯한 폭포수가 나무숲에 안기어서 떨어지는 광경을 보고 이 장대한 데 간담을 서늘케 한 적이 있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리요! 나는 아무 강채도 없는 낡은 바께쓰에 들었을 한 말도 되나마나 한 이 물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이태껏 늘어졌던 신경의 긴장과 혈액의 약동과 그리고 심장의 용솟음쳐 옴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의 눈앞에는 산 속을 고요히 흐르는 시냇물도 없었다. 백양목 사이를 스쳐가는 여름밤 저녁의 고요한 바람도 없었다. 그리고 방금 바른손에 쥔 부채도 나의 눈앞에는 없었다. 오직 저 바께쓰 속에 출렁거리는 물이 있었을 따름이다.

이윽고 식통문이 열리었다. 나는 급히 일어나서 양재기를 갖다 대었다.

물이다 물이다.

"자― 한모금씩 차례차례로!"

나의 얼굴은 희색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딴 동무가 한모금씩 마시는 동안 나의 차례가 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그들의 입을 지키고 있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목구멍이 달깍거릴 때마다 나의 침도 달각달각 목구멍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의 차례가 왔다. 나는 잠깐 침착히 물그릇을 받고 그것을 고요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릇에 입을 갖다 대고 덜거덕 한모금 들어마셨다.

목구멍에서부터 똥집까지 싸늘한 물이 한 줄기로 줄을 그으면서 내려가는 것을 똑똑히 알리었다.

식도를 지난다. 위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때에 곧 나는 불행하여졌다. 이것이 냉수로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에야 비로소 가라앉은 나의 머리에 떠오른 까닭이다.

잘 자리에 냉수를 마시면 나는 반드시 설사를 하였다. 벌써 배가 이상하게 얼어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났다. 나는 끈으로 꼭 배를 동이고 다시 가로누웠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나 나는 오랫동안 이상야릇한 악몽에 시달리다가 겨우 눈을 떴다.

배가 아프고 위와 대장과 소장 사이를 물이 꾸르럭꾸르럭 오르내렸다. 진통은 몹시 심하였다. 그리고 뒤가 몹시 무거웠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매어 단 거리가비를 뜯어 가지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똥통 위를 보았을 때 벌써 그 위에 올라앉은 '다무시'가 웃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것에 부딪쳤다.

"배가 아퍼?"

그는 나에게 물었다.

"응! 설살세!"

나는 종이를 들고 똥통 옆에 가서 '다무시'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23_Chae Man-sik_Ready-made Life =====

"뭐 어디 빈자리가 있어야지."

K사장은 안락의자에 푹신 파묻힌 몸을 뒤로 벌―떡 젖히며 하품을 하듯이 시원찮게 대답을 한다. 미상불 그는 두 팔을 쭉― 내뻗고 기지개라도 한 번 쓰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 눈치다.

이 K사장과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공손히 마주 앉아 얼굴에는 '나는 선배인 선생님을 극히 존경하고 앙모합니다' 하는 비굴한 미소를 띠고 있는 구변 없는 구변을 다하여 직업 동냥의 구걸(口乞) 문구를 기다랗게 늘어놓던 P…… P는 그러나 취직운동에 백전백패(百戰百敗)의 노졸(老卒)인지라 K씨의 힘 아니 드는 한마디의 거절에도 새삼스럽게 실망도 아니한다. 대답이 그렇게 나왔으니 이제 더 졸라도 별수가 없는 것이지만 허실삼아 한마디 더 해보는 것이다.

"글쎄올시다, 그러시다면 지금 당장 어떻게 해주십사고 무리하게 조를 수야 있겠습니까마는…… 그러면 이 담에 결원이 있다든지 하면 그때는 꼭……."

이렇게 말하고 P는 지금까지 외면하였던 얼굴을 돌리어 K사장을 조심성 있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K사장은 우선 고개를 좌우로 두어 번 흔들고는 여전히 하품 섞인 대답을 한다.

"결원이 그렇게 나나 어데…… 그러고 간혹가다가 결원이 난다더래도 유력한 후보자가 몇십 명씩 밀려 있어서……."

P는 아무 말도 아니 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영영 틀어진 것이다.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일어서는 것밖에는 별수가 없다.

별수가 없이 되었으니 '네 그렇습니까' 하고 선선히 일어서야 할 것이지만 지금까지 은근히 모시고 있던 태도에 비하여 그것이 너무 낯이 간지러운 표변임을 알기 때문에 실망이나 하는 체하고 잠시 더 앉아 있는 것이다.

"거 참 큰일들 났어."

K사장은 P가 낙심해하는 것을 보고 별로 밑천이 들지 아니하는 일이라서 알뜰히 걱정을 나누어 준다.

"저렇게 좋은 청년들이 일거리가 없어서 저렇게들 애를 쓰니."

P는 속으로 코똥을 '흥' 하고 뀌었으나 아무 대답도 아니 하였다.  K사장은 P가 이미 더 조르지 아니하리라고 안심한지라 먼저 하품 섞어 '빈자리가 있어야지' 하던 시원찮은 태도는 버리고 그가 늘 흉중에 묻어 두었다가 청년들에게 한바탕씩 해 들려 주는 훈화를 꺼낸다.

"그렇지만 내가 늘 말하는 것인데…… 저렇게 취직만 하려고 애를 쓸 게 아니야. 도회지에서 월급생활을 하려고 할 것만이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서……."

"농촌으로 돌아가서 무얼 합니까?"

P는 말 중동을 갈라 불쑥 반문하였다. 그는 기왕 취직운동은 글러진 것이니 속시원하게 시비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다.

"허! 저게 다 모르는 소리야…… 조선은 농업국이요, 농민이 전 인구의 팔 할이나 되니까  조선 문제는 즉 농촌 문제라고 볼 수가 있는데, 아 지금 농촌에서 할 일이 오죽이나 많다구?"

"
                        저는 그 말씀 잘 못 알어듣겠는데요. 저희 같은 사람이 농촌에 가서 할 일이 있을 것 같잖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가령 응…… 저……."

K사장은 응…… 저…… 하고 더듬으면서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가 구직하러 오는 지식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돌아가 농촌사업을 하라는 것과 (다음에 또 꺼내는 일거리를 만들라는 것은) 결코 현실에서 출발한 이론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었었다. 그저 지식 계급의 구직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막연히 '농촌으로 돌아가라' '일을 만들어라'고 해왔을 따름이다. 따라서 거기에 대한 구체적 플랜이 있는 것도 아니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 행셋거리로, 또 한편으로는 구직꾼 격퇴의 수단으로 자룡이 헌 창 쓰듯 썼을 뿐이지.

그리하여 그 동안까지는 대개는 그 막연한 설교를 들은 성 만 성하고 물러가는 것이 그들의 행티였었는데 오늘 이 P에게만은 그렇지가 아니하여 불가불 구체적 설명을 해주어야 하게 말머리가 돌아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떠듬떠듬 생각해 가면서 생각나는 대로 주워섬기는 것이다.

"가령 응…… 저…… 문맹퇴치운동도 있지. 농민의 구 할은 언문도 모른단 말이야! 그리고 생활개선운동도 좋고…… 헌신적으로."

"헌신적으로요?"

"그렇지…… 할 테면 헌신적으로 해야지."

"무얼 먹고 헌신적으로 그런 사업을 합니까……? 먹을 것이 있어서 그런 농촌사업이라도 할 신세라면 이렇게 취직을 못 해서 애를 쓰겠습니까?"

"허! 그게 안 된 생각이야…… 자기가 먹고 살 재산이 있으면서 사회를 위해서 일도 아니하고 번들번들 논다는 것은 그것은 타락된 생각이야."

P는 K사장이 억담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속으로 싱그레니 웃었다.

"그렇지만 지금 조선 농촌에서는 문맹퇴치니 생활개선이니 합네 하고 손끝이 하―얀 대학이나 전문학교 졸업생들이 몰려오는 것을 그다지 반겨하기는커녕 머릿살을 앓을 것입니다…… 농민이 우매하다든지 문화가 뒤떨어졌다든지 또 생활이 비참한 것의 근본원인이 기역 니은을 모른다든가 생활개선을 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조선의 지식 청년들이 모두 그런 인도주의자가 되어집니까? "

"되면 되지 안 될 건 무어야?"

"그건 인도주의란 그것이 한 개 공상이니까 그렇겠지요."

"허허…… 그러면 P군은 ××주의잔가?"

"되다가 찌부러진 찌스레깁니다. 철저한 ××주의자라면 이렇게 선생님한테 와서 취직운동도 아니 합니다."

"못써! 그렇게 과격한 사상으로 기울어서야 쓰나…… 정 농촌으로 돌아가기가 싫거든 서울서라도 몇 사람 맘 맞는 사람이 모여서 무슨 일을―--- 조선에 신문이 모자라니 신문을 하나 경영하든지 또 조그맣게 하자면 잡지 같은 것도 좋고 또 영리사업도 좋고…… 그러면 취직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졸 줄이야 압니다만 누가 돈을 내놉니까?"

"그거야 성의 있게 하면 자연 돈도 생기는 거지."

P는 엉터리없는 수작을 더 하기가 싫어 웬만큼 말을 끊고 일어섰다.

속에 있는 말을 어느 정도까지 활활 해준 것이 시원은 하나 또 취직이 글렀구나 생각하니 입 안에서 쓴침이 괴어 나온다.

복도에서 편집국장 C를 만났다. P는 C와 자별히 사이가 가까운 터였었다.

"
                        사장 만나러 왔소?"

C가 묻는 것이다.

"아니."

P는 거짓말을 하였다. 그는 지금 K사장을 만나 거절당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쩐지 창피하기도 할 뿐 아니라 또 전부터 C더러 K사장에게 자기의 취직운동을 부탁해 왔던 터인데 직접 이렇게 찾아와서 만났다고 하기가 혐의쩍기도 하여 시치미를 뚝 뗀 것이다.

"아주 단념하오."

C는 자기에게 부탁한 취직운동을 단념하란 말이다. 그러면 벌써 C가 K사장에게 이야기를 하였고 그 결과 일이 틀어진 것을 P는 모르고 와서 헛노릇을 한바탕 한 것이다. P는 먼저 C를 만나 보지 아니하고 K사장을 만난 것을 후회하였다. C는 잠깐 멈췄던 말을 계속한다.

"어제 아침에 사장더러 P군의 사정이 퍽 난처하니 어떻게 생각해 봐 주면 좋겠다고 여러 말을 했다가 코떼었소. 신문사가 구제기관이 아닌데 남의 사정 난처한 것을 어떻게 하라느냐고 그럽디다…… 하기야 그게 옳은 말이지만."

신문사가 구제기관이 아니라고 한다는 그 말이 P의 머리에는 침 끝으로 찌르는 것같이 정신이 들게 울리었다.

"흥! 망할 자식들!"

P는 혼자말로 이렇게 두덜거리며 C와 작별도 아니 하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P는 광화문 네거리의 기념비각(紀念碑閣) 옆에서 발길을 멈추고 망설였다. 어디로 갈까 하는 것이다.

봄 하늘이 맑게 개었다. 햇볕이 살이 올라 포근히 온몸을 싸고 돈다. 덕석 같은 겨울 외투를 벗어 버리고 말쑥말쑥하게 새로 지은 경쾌한 춘추복의 젊은이들이 봄볕처럼 명랑하게 오고 가고 한다.

멋쟁이로 차린 여자들의 목도리가 나비같이 보드랍게 나부낀다. 그 오동보동한 비단 다리를 바라다보노라니 P는 전에 먹던 치킨커틀릿 생각이 났다.

창을 활활 열어 젖힌 전차 속의 봄
                    사람들을 보니 P도 전차를 잡아타고 교외나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크림 맛을 못 본 지 몇 달이 된 낡은 구두, 고기작거린 동복 바지, 양편 포켓이 오뉴월 쇠불알같이 축 처진 양복 저고리, 땟국 묻은 와이셔츠와 배배 꼬인 넥타이,

엿장수가 이 전 어치 주마던 낡은 모자, 이렇게 아래로부터 훑어 올려 보며 생각하니 교외의 산보는커녕 얼른 돌아가서 차라리 이불을 뒤쓰고 드러눕고만 싶었다.

마침 기념비각 앞에 자동차 하나가 머무르더니 서양 사람 내외가 내린다. 그들은 사내가 설명을 하고 여자가 듣고 하면서 기념비각을 앞뒤로 구경한다. 여자는 사진까지 찍는다.

대원군이 만일 이 꼴을 본다면…… 이렇게 생각하매 P는 저절로 미소가 입가에 떠올랐다.

대원군은 한말(韓末)의 돈키호테였었다. 그는 바가지를 쓰고 벼락을 막으려 하였다. 바가지는 여지없이 부스러졌다. 역사는 조선이라는 조그마한 땅덩이나마 너무 오래 뒤떨어뜨려 놓지 아니하였다.

갑신정변(甲申政變)에 싹이 트기 시작하여 가지고 일한합방의 급격한 역사 변천을 거쳐 자유주의의 사조는 기미년에 비로소 확실한 걸음을 내어디디었다.

자유주의의 새로운 깃발을 내어걸은 '시민(市民)'의 기세는 등등하였다.

"
                        양반? 흥! 누구는 발이 하나길래 너희만 양발(반)이라느냐?"

"
                        법률의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이다."

"돈…… 돈이 있으면 무어든지 할 수 있다."

신흥 부르주아지는 민주주의의 간판을 이용하여 노동자
                    농민의 등을 어루만지고 경제적으로 유력한 봉건귀족과 악수를 하는 동시에 지식 계급을 대량으로 주문하였다.

유자천금이 불여교자 일권서(遺子千金 不如敎子 一卷書)라는 봉건시대의 진리가 자유주의의 세례를 받아 일단의 더 발전된 얼굴로 민중을 열광시켰다.

"배워라. 글을 배워라……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양반이 되고 잘살 수가 있다."

이러한 정열의 외침이 방방곡곡에서 소스라쳐 일어났다.

신문과 잡지가 붓이 닳도록 향학열을 고취하고 피가 끓는 지사(志士)들이 향촌으로 돌아다니며 삼촌의 혀를 놀려 권학(勸學)을 부르짖었다.

"배워라. 배워야 한다. 상놈도 배우면 양반이 된다."

"가르쳐라. 논밭을 팔고 집을 팔아서라도 가르쳐라. 그나마도 못 하면 고학이라도 해야 한다."

"
                        공자왈 맹자왈은 이미 시대가 늦었다. 상투를 깎고 신학문을 배워라."

"야학을 실시하여라."

재등(齋藤) 총독이 문화정치의 간판을 내어걸고 골골이 학교를 증설하였다. 보통학교의 교장이 감발을 하고 촌으로 돌아다니며 입학을 권유하였다. 생도에게는 월사금을 받기는커녕 교과서와 학용품을 대어 주었다.

민간의 유지는 돈을 걷어 학교를 세웠다. 민립대학도 생기려다가 말았었다. 청년회에서 야학을 설시하였다. 갈돕회가 생겨 갈돕만주 외우는 소리가 서울에 신풍경을 이루었고 일반은 고학생을 존경하였다.

여학생이라는 새 숙어가 생기고 신여성이라는 새 여인이 생겨났다.

이와 같이 조선의 관민이 일치되어 민중의 지식 정도를 높이는 데 진력을 하였다. 즉 그들 관민이 일치하여 계획한 조선의 문화 정도는 급도로 높아 갔다.

그리하여 민중의 지식 보급에 애쓴 보람은 나타났다.

면서기를 공급하고 순사를 공급하고 군청 고원을 공급하고 간이 농업학교 출신의 농사 개량 기수를 공급하였다.

은행원이 생기고 회사 사원이 생겼다. 학교 교원이 생기고 교회의 목사가 생겼다.

신문 기자가 생기고 잡지 기자가 생겼다. 민중의 지식 정도가 높았으니 신문 잡지 독자가 부쩍 늘고 의사와 변호사의 벌이가 윤택하여졌다.

소설가가 원고료를 얻어먹고 미술가가 그림을 팔아먹고 음악가가 광대의 천호(賤號)에서 벗어났다.

인쇄소와 책장사가 세월을 만나고 양복점
                    구둣방이 늘비하여졌다.

연애결혼에 목사님의 부수입이 생기고 문화주택을 짓느라고 청부업자가 부자가 되었다. 그리하여 부르주아지는 '가보'를 잡고, 공부한 일부의 지식꾼은 진주(다섯 끗)를 잡았다.

그러나 노동자와 농민은 무대를 잡았다. 그들에게는 조선의 문화의 향상이나 민족적 발전이나가 도리어 무거운 짐을 지어 주었을지언정 덜어 주지는 아니하였다. 그들은 배〔梨〕주고 속 얻어먹은 셈이다.

인텔리
                    ……
                        인텔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이 없이 대학이나 전문학교의 졸업증서 한 장을, 또는 그 조그마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텔리
                    …… 해마다 천여 명씩 늘어 가는
                        인텔리
                    …… 뱀을 본 것은 이들

                        인텔리
                    다.

부르주아지의 모든 기관이 포화상태가 되어 더 수요가 아니 되니 그들은 결국 꼬임을 받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흔들리는 셈이다. 개밥의 도토리다.

인텔리
                    가 아니 되었으면 차라리 ……(원문 7∼8자 탈락)……
                    노동자가 되었을 것인데
                        인텔리
                    인지라 그 속에는 들어갔다가도 도로 달아나오는 것이 구십구 퍼센트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깨가 축 처진 무직
                        인텔리
                    요, 무기력한 문화 예비군 속에서 푸른 한숨만 쉬는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들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제―길!"

P는 혼자 두덜거리며 지금까지 서 있던 기념비각 옆을 떠났다.

P는 자기 자신이고 세상의 모든 일이고 모두 짜증이 나고 원수스러웠다.

광화문 큰거리를 총독부 쪽으로 어슬어슬 걸어가노라니 그의 그림자가 짤막하게 앞에 누워 간다. P는 그 자기 그림자를 콱 밟고 싶었다. 그러나 발을 내어디디면 그림자도 그만큼 앞으로 더 나가곤 한다. 이 그림자와 자기 자신에서, 그리고 그림자를 밟으려는 자기 자신과 앞으로 달아나는 그림자에서 P는 자기의 이중인격의 모순상(相)을 발견하였다.

동십자각 옆에까지 온 P는 그 건너편 담배 가게 앞으로 갔다.

"담배 한 갑 주시오."

하고 돈을 꺼내려니까 담배 가게 주인이,

"네, 마콥니까?"

묻는다.

P는 담배 가게 주인을 한번 거듭떠 보고 다시 자기의 행색을 내려 훑어보다가 심술이 버쩍 났다. 그래서 잔돈으로 꺼내려는 것을 일부러 일 원짜리로 꺼내려는데 담배 가게 주인은 벌써 마코 한 갑 위에다 성냥을 받쳐 내어민다.

"
                        해태 주어요."

P는 돈을 들이밀면서 볼먹은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담배 가게 주인은 그저 무신경하게 '네―' 하고는 마코를 해태로 바꾸어 주고 팔십오 전을 거슬러 준다.

P는 저편이 무렴해하지 아니하는 것이 더욱 얄미웠다.

그는 해태 한 개를 꺼내어 붙여 물고 다시 전찻길을 건너 개천가로 해서 올라갔다. 이제는 포켓 속에 남은 것이 꼭 삼 원하고 동전 몇 푼이다. 엊그제 겨울 외투를 사 원에 잡혀서 생긴 것이다.

방세와 전깃불값이 두 달 치나 밀렸다. 삼 원은 방세 한 달 치를 주고 일 원에서 전등삯 한 달 치를 주고도 싶었으나 그러고 나면 그 나머지로 설렁탕이나 호떡을 사먹어도 하루밖에는 못 지낸다. 그래 그대로 넣어 두고 한 이틀 지내는 동안에 일 원이 거진 달아났던 판인데 공연한 객기를 부리느라고 당치도 아니한 해태를 샀기 때문에 이제는 일 원 돈은 완전히 달아나고 삼 원만 남은 것이다.

P는 포켓 속에 손을 넣고 잔돈과 지폐를 섞어 삼 원 남은 돈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면서 왼편 손으로는 손가락을 꼽아 가며 삼 원을 곱쟁이 쳐보았다.

육 원 십이 원 이십사 원 사십팔 원 구십육 원 백구십이 원 팔 원 모자라는 이백 원…… 사백 원 팔백 원 일천육백 원 삼천이백 원 육천사백 원 일만 이천팔백 원. 팔백 원은 떼어 버리고 이만 사천 원 사만 팔천 원 구만 육천 원 십구만 이천 원 삼십팔만 사천 원 칠십육만 팔천 원 일백오십삼만 육천 원…….

삼 원을 열여덟 번만 곱집으면 일백오십만 원이 된다. 일백오십만 원 그놈이 있으면…… 이렇게 생각하매 어깨가 으쓱해졌다.

삼 원의 열여덟 곱쟁이가 일백오십만 원이니 퍽 쉬운 것이다…… 그놈만 있으면 백만 원을 들여서 오십 전짜리 십육 페이지 신문을 하나 했으면 우선 K사장의 엉엉 우는 꼴을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대로 십오만 원만 있어도, 일만 오천 원 아니 일천오백 원만 있어도, 아니 일백오십 원만 있어도, 십오 원만 있어도 우선 방세와 전등삯을 주고 한 달은 살아가겠다.

P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 한 달만 살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하나……? 그래도 몇백 원은 있어야지, 아니 몇천 원은 아니 몇만 원은…….

P는 늘 하는 버릇으로 이런 터무니없는 공상을 되풀이하였다.

그는 최근 이러한 공상을 하면서부터 취직을 시들하게 여겼다.

취직이 된댔자 사오십 원이나 오륙십 원이 월급이다. 그것을 가지고 빠듯빠듯 살아간들 무슨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을 턱도 없는 것이다.

가령 근실히 해서 월괘 저금 같은 것도 하고 집도 장만하고 여편네도 생기고 사장이나 중역들의 눈에 들어 지위도 부장쯤으로는 올라가고, 그리하여 생활의 근거도 안정이 되고 하면 지금 같은 곤란은 당하지 아니하겠지만, 그러나 P에게는 아직도 젊은 때의 야심이 있어 그러한 고식된 안정이나 명색 없는 생활은 도리어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좀더 남의 눈에 띄고 좀더 재미있고 그리고 자유로운 생활.

물론 그는 지금이라도 누가 한 달에 삼십 원만 줄 테니 와서 일을 해달라면 마치 주린 개가 고기를 보고 덤비듯이 덮어놓고 덤벼들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그와 딴판으로 배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P가 삼청동으로 올라가느라고 건춘문 앞까지 이르렀을 때 저편에서 말쑥하게 몸치장을 한 여자 하나가 마주 내려왔다.

역시 삼청동 근처에 사는 여자인지 P와는 가끔 마주치는 여자다.

P는 그 여자와 만날 때마다 일부러 눈여겨보지 않는 체하면서도 실상은 고비 샅샅 관찰을 하였고, 그리고 속으로는 연애라도 좀 했으면 하던 터였었다. 무엇보다도 동그스름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모두 모지지 아니하고 얼굴의 윤곽이 둥글듯이 모가 나지 아니한 것, 그래서 맘자리도 그렇게 둥글려니 하는 것이 P의 마음을 끈 것이다.

그 여자는 자주 만나는 이 헙수룩한 양복쟁이―---P를 먼빛으로도 알아보았는지 처녀다운 조심스런 몸매로 길을 가로 비껴 가까이 왔다.

P는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앞만 쳐다보면서도 속으로는, '저 여자가 지금 내 옆으로 다가와서 조그만 소리로 정답게 구애(求愛)를 한다면? 사뭇 들여 안긴다면……? 어쩔꼬?''

이런 생각을 하면서 히죽이 웃는데 여자는 벌써 지나쳐 버렸다.

''흥! 어쩌긴 무얼 어째……? 이년아, 일없다는데 왜 이래! 하고 발길로 칵 차 내던지지'

하고 P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삼청동 꼭대기에 있는 집―---집이 아니라 사글세로 든 행랑방―---에 돌아왔다. 객지에 혼자 있으니 웬만하면 하숙에 있을 것이로되 방값이 밀리고 그것에 졸릴 것이 무서워 P는 방을 얻어 가지고 있던 것이다.

먹는 것이야 수중에 돈이 있는 데에 따라 호떡도 설렁탕도 백화점의 런치도, 그러잖고 몇 끼씩 굶기도 하여 대중이 없었다.

볕 구경을 잘 못 해서 겨울에도 곰팡이가 슬고 이불을 며칠씩 그대로 펴두는 방바닥에서는 먼지가 풀신풀신 올랐다.

하도 어설퍼 앉으려고도 아니 하고 방 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있노라니까 안방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며 주인 노파가 나와서 캑 하고 기침을 한다. P는 또 방세 졸릴 일이 아득하였다.

그러나 노파는 방세보다도 우선 편지 한 장을 들이밀어 준다. 고향의 형에게서 온 것이다.

편지를 뜯어 읽고 난 P는 말가웃〔一斗半〕이나 되게 한숨을 푸― 내쉬었다. 그리고는 편지를 박박 찢어 버렸다.

편지의 요건은 P의 아들 창선에 관한 것이다.

P에게는 연전에 갈린 아내와의 사이에 생긴 창선이라는 아들이 있다. 금년에 아홉 살이다.

아내와 갈릴 때에 저편에서 다만 어린애만이라도 주었으면 그것을 데리고 길러 가는 재미로 혼자 사는 세상에 낙을 붙이겠다고 사정하였다. 그리고 적어도 중학까지는 마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했으면 P도 한짐을 덜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듣지 아니하였다.

어릴 적부터 소박데기 어미의 손에서 아비의 원망과 푸념을 들어가면서 자란 자식은 자란 뒤에 그 아비에게 호감을 가지지 못한다. P는 자식을 꼭 찾고 싶은 것은 아니나 아무튼 장성하면 아비라고 찾아올 터인데 그때에 P는 이미 늙고 자식은 팔팔하게 젊은 놈이 옛날에 제
                    어미를 소박한 아비라서 아니꼽게 군다면 그것은 차마 못 당할 노릇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P는 창선이를 내주지 아니한 것이다. 그러나 빼앗아 놓고 보니 이제 겨우 너댓 살밖에 아니 먹은 것을 자기 손으로 어찌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할 수 없이 어렵사리 지내는 그 형에게 맡겨 놓고 다시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보통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면 서울로 데려오겠다고 해두고.

P의 형은 작년에 조카를 보통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러나 극빈 축에 드는 집안인지라 몇 푼 아니 되는 월사금과 학비를 대지 못하여 중도에 퇴학시켰다. 애초에 입학시킬 상의로 P에게 편지를 했을 때에 P는 공부 같은 것은 시켜 봤자 소용이 없으니 차라리 뼈가 보드라운 때부터 생일〔勞動〕을 시키라고 하였다. P의 형은 그러나 백부(伯父)의 도리로나 집안의 체면으로나 창선이를 생일을 시킬 수가 없었다. 차라리 자기 손에 두어 헐벗기고 헐입히면서 공부도 시키지 못하느니 제
                    아비인 P더러 데려가라고 작년부터 편지를 하던 터이다.

금년도 입학 시기가 당하매 P의 형은 P에게 누차 편지를 하였다. 금년에 입학을 시키지 못하면 명년에는 학령이 초과되어 들여 주지 아니할 것이니 어서 데려다가 공부를 시키라는 것이다.

그 어린것이 굶기를 먹듯 하고 재주는 있으면서 남의 집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부러워하는 꼴은 차마 애처로워 볼 수가 없다. 차라리 이꼴 저꼴 보지 않는 것이 속이나 편하겠다.

이번 편지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고 끝에 가서,

여비가 몇 원 변통되면 차를 태우고 전보를 칠 테니 정거장에 나와 데려가거라. 나도 웬만하면 객지에 혼자 있는 너에게 어린 자식을 떠맡기듯이 보내겠느냐마는 잘못하다가 그것을 굶겨 죽이겠기에 생각다못해 단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말이 씌어 있었다.

P는 박박 찢은 편지를 돌돌 뭉쳐 방구석에 내던지고 한숨을 푸― 내쉬었다.

이제는 자식을 데리고 있기가 피할 수 없이 되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 하는 것이다. 그는 형이 원망스럽고 아니꼬웠다.

굳이 제
                    아비를 따라 보낸다는 것이 아니라 부득부득 공부를 시키려는 것 때문이다. 기왕 서울로 보내나 시골서 데리고 있으나 고생시키기는 일반이니 차라리 시골서 일찍부터 생일이나 시켰으면 P에게는 여러 가지로 좋을 것이었다.

"흥! 체면! 공부! 죽여도 인텔리는 만들잖는다. "

P는 혼자 이렇게 두덜거렸다.

"집에서 온 편지유? 무슨 걱정이 생겼수?"

말거리를 찾지 못하여 머뭇거리고 섰던 안방 노인이 동정이나 하는 듯이 이렇게 묻는다.

"아니오."

P는 마지못해 코대답을 하였다.

"필경 무슨 걱정이 생긴 게구려!"

노인은 자기의 말거리를 만들려고 아니라는데도 이렇게 걱정을 내어놓는다.

"그게 모다 가난한 탓이지…… 저렇게 젊고 똑똑한 이가 저게 모다 가난한 탓이야! 어데 구실〔職業〕자리 말한다더니 아직 아니 됐수?"

"네，아직……."

"거 큰일났구려! 어서 돼야 할 텐데…… 나도 꼭 죽겠수…… 이 늙은 것이……! 돈 좀 마련되잖았수?"

"네，아직 좀……."

"저걸 어쩌나! 오늘은 물값이야 전깃불값이야 사뭇 받으러 달려들 텐데!"

"메칠만 더 미루십시오. 설마하니 마나님이야 아니 드리겠습니까……."

"아무렴! 실수야 없을 줄 알지만 내가 하도 옹색하니깐 그러는 거지……."

P는 노인이 지껄이게 두어 두고 혼자 생각하였다. 전에 아는 집에서 셋방을 얻어 들었을 때에는 두 달이고 석 달이고 세가 밀려도 조르는 법이 없었다.

밀려도 조르지 아니하는 아는 집…… 이것이 P는 도리어 미안해서 이곳으로 옮겨 온 것이다. 옮겨 와가지고 막상 졸림질을 당하니 미안해도 졸리지는 아니하던 옛 집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노인이 문을 가로막고 서서 수다스런 소리로 더 지껄이려고 하는데 마침 P의 동무
                    M과 H가 찾아왔다.

"어데 나가나?"

M이 그러잖아도 벌씸한 코를 한번 더 벌씸하고 사이 벌어진 앞니를 내어 보이며 싱끗 웃는다.

몸집은 M과 같이 통통하지만 키가 적어 M의 뒤에 가려 섰던 H가 옆으로 나서며,

"안녕합시요."

하고 인사를 한다.

P는 싱끗이 웃었다. 이 M과 H는 같은 하숙에 있는데 두 사람은 곧잘 같이 돌아다닌다. 같이 가는 것을 나란히 세워 놓고 보면 하나는 키가 커서 우뚝하고 하나는 키가 작아서 납작 붙어 가는 것 같다.

얼굴도 M은 우둘부둘한 게 정객 타입으로 생겼고―---잘못하면 복싱 링에 내세워도 좋겠고―---H는 안존한 게 사무원 타입이다.

일상의 언행을 보아도 H는 무슨 이야기가 자기 전문인 법률에 관한 것에 다다르면 육법 전서의 조목을 따르르 외우면서 이러고저러고 하다고 설명을 하고, M은 동경서 학생 ××에 제휴를 했던만큼, 그리고 전문이 정경과인만큼 좌익 진영에서 쓰는 어투가 그대로 나온다.

"여전히 모다 동색(冬色)이 창연하군!"

P는 두 사람의 특특한 겨울 양복을 보고, 그리고 자기의 행색을 내려보며 웃었다.

M이 신을 벗고 들어와 먼지 앉은 책상 위에 걸터앉으며,

"춘래 불사춘일세."

하고 한마디 외운다. H도 따라 들어와 한편에 앉으며 한마디한다.

"아직 괜찮아…… 거리에서 보니까 동복 입은 사람이 많데……."

"괜찮기는 무어 괜찮아…… 우리가 길로 돌아다니니까 사방에서 아이구 아야! 소리가 들리데."

"왜?"

"
                        봄이 발밑에서 짓밟히느라고."

"하하하하."

세 사람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참 시험 본 것 어떻게 되었소?"

P는 H가 일전에 총독부에서 본 고원 채용 시험을 생각하고 물어 보았다.

"말두 마시우…… 이제는 꼭 들어앉어 공부나 해갖고 변호사 시험이나 치겠소."

사람이 별로 변통성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저기 반연도 없어 취직이 여의하게 되지 못하는 것을 볼 때에 P는 가엾은 생각이 늘 들곤 하였다.

"가만있게…… 어서 변호사 시험만 패스하게. 그러면 이제 내가 백만 원짜리 주식회사를 조직해 가지고 자네를 법률 고문으로 모셔 옴세."

이것은 M이 늘 농삼아 하는 농담이다. M도 일년 동안이나 취직 운동을 하면서 지냈건만 그는 되레 배포가 유하다. 조금 더 재빠르게 했으면 M은 벌써 취직이 되었을는지도 모르나 그는 타고난 배포와 그리고 남에게 아유구용을 하기 싫어하는 성질로 말하자면 취직 전선의 낙오자다.

별로 만나야 할 일도 없다. 그러나 제각기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니까 이렇게 서로 찾으며 자주 만나게 된다.

만나 앉아서 이야기라도 지껄이면 그 동안만은 명랑하여진다. 지금 서울 안에 P니 M이니 H니와 매일 만나 하는 일 없이 돌아다니고 주머니 구석에 돈푼 있으면 서로 털어 선술잔이나 먹고 하는 룸펜의 패가 수없이 많다.

무어나 일을 맡겼으면 불이 번쩍 일게 해낼 팔팔한 젊은 사람들이다. 그렇건만 그들은 몸을 비비 꼬고 있다.

아무 데도 용납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적 ××에서 그들을 불러들이기에는 ××적 ××의 주관적 정세가 너무도 미약하다. 그것은 그들의 몇 부분이 동경서 학생으로 있을 시절에는 그 속에서 활발하게 ××을 계속하던 것이 조선에 나오면서 탈리되는 것으로 보아 그러한 해석을 내리지 아니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부르주아의 기성 문화기관에 들어가자니 그곳에서는 수요를 찾지 아니한다.
                        레디메이드로 된 존재들이니 아무 때라도 저편에서 필요해야만 몇씩 사들여 간다.

M이 마코를 꺼내 놓고 붙여 문다. P는 포켓 속에 들어 있는 해태를 차마 내놓기가 낯이 따가워 M의 마코를 집어 당겼다.

P는 설명을 시작한다. P 자신 그러한 장난 비슷한 공상은 하면서 일단 해보라고 하면 주저할 것이지만 어쨌거나 그랬으면 통쾌하리라는 것이다.

"먼저 경무국에 들어가서 아주 까놓고 이야기를 한단 말이야. 우리가 지금 대상으로 하는 것은 총독부가 아니라 조선의 소위 민간측 유지들이니까 간섭을 말어 달라고.

"그러면 관허(官許) 메이 데이로구만."

"그래 관허도 좋아…… 그래 가지고는 기에다가는 무어라고 쓰느냐 하면 '우리에게 향학열을 고취한 놈이 누구냐?' ……어때?"

"조―치!"

"

                            인텔리
                        에게 직업을 대라…… 이렇게 노래를 지어 부르거든."

"응…… 유지와 명사의 가면을 박탈시키라고…… 한 몇십 명이 그렇게 데모를 한단 말이야! 하하하하."

M은 이렇게 웃고 H는 시원찮게 핀잔을 준다.

"드끄럽소, 여보…… 아 글쎄 멀끔멀끔한 양복쟁이들이 종로 네거리로 기를 받고 그렇게 다녀 봐! 애들이 와서 나 광고지 한 장 주, 하잖나."

"하하하하."

"허허허허."

창 밖에서 냉이장수가 싸구려 소리를 외치고 지나간다. M이 그에 응하여,

"이크! 봄을 덤핑하는구나!"

"흥, 경제학자라 달르군…… 참 우리 하숙에서는 채소를 좀 멕여 주어야지!"

"밥값을 잘 내보지."

"그도 그렇지만."

"
                        나는 석 달 치 밀렸네."

"
                        나도 그렇게 될걸."

"그러니까 나처럼 이렇게 아파트 생활을 해요."

P의 말이다. 아파트라고 말해 놓고도 서글퍼서 허허 웃었다.

"조선식 아파트! 그렇지만 우리가 아파트 생활을 했다면 아마 두어 달 전에 굶어 죽었을걸."

"
                        나는 돈을 보면 초면 인사를 해야 되겠네…… 본 지가 하도 오래라서 낯을 잊었어."

"여보게." 하고 M이 의젓하게 H를 달군다.

"돈 구경한 지 오래 됐다지?"

"응."

"존 수가 있네."

"뭣?"

"자네 책 좀 삼사(三四) 구락부에 보내세."

"싫으이."

"
                        자네 돈 구경하고…… 구경하고 나서 그놈으로 한잔 먹고…… 한잔 말이 났으니 말이지 요즘 같으면 술이나 실컷 먹고 주정이라도 했으면 속이 시언하겠네."

"그러니까 말이야…… 가세. 가서 다섯 권만 잽혀."

"일없다."

"
                        내가 찾어 주지."

"흥."

"정말이야."

"싫여."

그날
                    밤.

P와 M은 H를 졸라 그의 법률책을 잡혀 돈 육 원을 만들어 가지고 나섰다.

선술집에 가서 엔간히 취하도록 먹은 뒤에 C라는 카페에 가서 술 두 병을 놓고 자정이 되도록 노닥거렸다.

그곳에서 나올 때는 육 원 돈이 이 원 남았다. 이 원의 처치를 생각하던 세 사람은 일제히 동관으로 가기로 하였다.

세 사람이 모두 다리가 비틀거렸다. 그 중에도 P는 더욱 취하였다.

늴리리 가락으로 들어박힌 갈봇집.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을 세 사람이 아는 집 들어서듯이 쑥쑥 들어서니,

"들어옵시오."

"어서 옵시오."

라고 머리 딴 계집애와 배가 북통 같은 애 밴 계집이 마루로 나선다.

P가 무심결에 해태갑을 꺼내어 붙여 무니까 머리 딴 계집애가 P의 목을 걸싸안고 볼에다 입을 쪽 맞추더니,

"나도 하나."

하고 손을 벌린다. P는 기가 막혀 담뱃갑을 내미는데 H와 M은 박수를 하며,

"부라보!"

하고 굉장하게 큰 소리로 외친다.

건넌방에 들어가 앉으니 마루에서 따그락따그락 소리가 난다.

배부른 계집은 푸대접을 받고 머리 딴 계집애가 H와 M의 손으로 옮겨 다니면서 주물린다. 깩깩 소리를 지르고 엄살을 한다. 말을 붙이고 대답을 주고받고 하는 것이 H와 M은 전에 한번 와본 집인 듯하다.

술상이 들어왔다.

잔은 사발만한데 술주전자는 눈알만하다. 술을 부어 놓으니 M이 척 받아 놓고는 노래를 투정한다. 계집애는 그보다 더 약아 제가 그 술을 쪽 들이마시고는 빈 잔만 M의 입에 대어 준다.

P는 개숫물같이 밍밍한 술을 두어 잔 받아 먹는 동안에 비위가 콱 거슬려서 진정하느라고 드러누웠다.

H가 계집애를 무릎에 올려놓고 신이 나게 노래를 부른다. 물론 고저도 장단도 맞지 아니하는 노래다.

M이 애 밴 계집을 실컷 시달려 주다가 머리 딴 계집애를 빼앗아 가더니 귀에 대고 무어라고 속삭거린다. 그러면서 둘이서 연해 P를 건너다보며 싱긋벙긋 웃는다.

조금 있다가 계집애가 P에게로 오더니 귀에다 입을 대고 속삭인다.

"
                        저이가 나더러 당신하고 오늘 저녁…… 응 어때?"

"그래라."

P는 불쑥 성난 것처럼 대답했다.

"아이! 승거워!"

계집애는 P를 한번 꼬집어 주고 다시 M에게로 달아났다.

M에게로 가서 또 무어라고 속삭거리더니 재차 와가지고는 귓속말을 한다.

"자고 가，응."

"그래 글쎄."

"꼭."

"응."

"정말."

"응."

술은 네 주전자가 들어왔는데 세 사람 손님은 두서너 잔씩밖에 아니 먹었다. 그 나머지는 다 저희가 먹었다. 계집애가 술이 곤주가 되게 취해 가지고 해롱해롱 까분다.

술값을 치르는 것을 보고 P도 따라 일어섰다. M이 몸뚱이로 슬쩍 밀어서 방 안으로 들여보내고 뒤에서 계집애가 양복 뒷깃을 잡아당긴다.

"그래라, 자고 간다."

P는 방 가운데 벌떡 드러누웠다.

"
                        너이 집이 어디냐?"

계집애가 옆에 와서 앉는 것을 보고 P가 물었다.

"
                        ××도 ××."

"언제 왔니?"

"
                        작년에."

P는 몸을 일으켰다. 또 속이 왈칵 뒤집혀 좀더 진정하려고 하는 생각인데 계집애가 콱 밀어뜨린다.

"나이 몇 살이냐?"

"열여덟."

"부모는?"

"부모가 있으면 여기서 이 짓을 해?"

"왜 이 짓이 나쁘냐?"

"흥…… 나도 사람이야."

"에―꾸! 나는 네가 신선인 줄 알았더니 인제 알고 보니까 사람이로구나! "

"드끄러!"

계집애는 눈을 쭉 흘기고는 갑자기 웃으면서 P의 목을 그러안는다.

"자고 가, 응."

"
                        우리 마누라한테 볼기 맞고 쫓겨난다."

"그러면 나한테 와서 나하고 살지…… 여기 내 빚 팔십 원만 물어 주면……."

"팔십 원이냐?"

"응."

"가겠다."

P가 또 일어나려는 것을 계집이 껴안고 놓지 아니한다.

"자고 가…… 내가 반했어."

"아서라."

"정말!"

"놓아."

"아니야, 안 놓아. 자고 가요, 응…… 자고…… 나 돈 좀 주어."

"돈? 내가 돈이 있어 보이니?"

"돈 소리가 절렁절렁 나는데?"

미상불 P의 포켓 속에서는 아까부터 잔돈 소리가 가끔 잘랑거렸다.

"자고 나 돈 조―꼼 주고 가, 응."

"얼마나?"

"암만도 좋아…… 오십 전도, 아니 이십 전도."

P는 계집애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불에 덴 것같이 벌떡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그는 포켓 속에 손을 넣어 있는 대로 돈을 움켜쥐어 방바닥에 홱 내던졌다. 일 원짜리 지전 두 장과 백동전이 방바닥에 요란스럽게 흐트러진다.

"아따 돈!"

해 던지고는 P는 뛰어나왔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괴었다.

P는 정조(貞操)적으로 순진한 사나이가 아니다. 열네 살 때에 소꿉질 같은 장가를 갔고 그 뒤 동경 가서 있을 동안에 거기 여자와 살림도 하였다.

조선에 돌아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이에 기생과 사귀어 한동안 죽을 동 살 동 모르게 지내기도 하였다.

그 밖에도 정을 두어 지낸 여자가 두엇 더 있다. 그러나 삼십이 되도록 지금까지 유곽을 가거나 은근짜 집을 가거나 동관의 색주가 집에 가서 잠자리를 한 일은 없다.

그것은 P의 괴벽이다. 어떠한 여자를 막론하고 그가 정이 들지 아니한 여자면 절대로 관계를 아니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한번 P의 눈에 들면 따라서 정이 들면 아무것도 돌아보지 아니하고 심각한 열정에 맡기어 완전히 그 여자를 움켜쥐어 버리며 또한 그 여자에게 전부를 내주어 버린다. 그리하여 그는 늘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을 말한다.

이것이 처세상 퍽 이롭지 못한 것을 P도 잘 안다. 또 공연한 승벽이요 고집인 줄 알건만 그는 그것을 고치지 못한다.

이날 밤에도 그는 그 계집애를 조금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나지 아니하였다.

술취한 끝에 속이 괴로우니까 진정을 하자는 판인데 '오십 전 아니 이십 전도 좋아' 하는 소리에 버쩍 흥분이 된 것이다.

너무도 인간이 단작스럽고 악착스러운 것 같았다. P가 노상 보고 듣는 세상이 돈을 중간에 놓고 악착스럽게 아둥바둥하는 것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정조 대가로 일금 이십 전을 요구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P는 그러한 여자가 정조를 파는 데 무신경한 것도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그것이 비도덕이니 어쩌니 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관점과 해석은 그런 것보다 더 나아간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이십 전만 주어도' 소리에는 이것저것 생각하고 헤아릴 나위도 없었다. 더럽고 얄미우면서 그러면서도 눈물이 괴었다. 삼 원쯤 되는 전재산을 털어 내던지고 정신없이 뛰어나온 것이다.

술취한 P를 혼자 남겨 둔 H와 M은 골목에 기다리고 서서 있었다. P가 뛰어나오는 것을 보고 그들은 우선 농을 건넨다.

"한턱 하오."

"장가간 턱 하게."

P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멍하니 서서 생각을 하였다.

다분의 가면 밑에서 꿈틀거리는 인도주의에 몹시 증오를 느끼는 P는 이날 밤 자기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할지 몰라 괴로워하였다.

내일을 굶어야 할 그 돈이지만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다. 정조값으로 이십 전을 주어도 좋다는데 왜 정조는 퇴하고 돈만 있는 대로 다 떨어 주었는가? 왜 눈에 눈물은 괴었는가?

P는 머리가 띵하고 속이 뉘엿거리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두 친구에게 인사도 변변히 하지 아니하고 코를 벤 듯이 삼청동으로 올라왔다. 어서 바삐 좀 드러눕고만 싶었던 것이다.

아무리 방구들은 차고 지저분하게 늘어놓았어도 제 처소는 반가운 것이다. 더구나 몸이 괴로울 때는!

P는 누더기 양복이나마 벗으려고도 아니 하고 그대로 펴두었던 이부자리 속에 몸을 파묻었다. 드러누우니 취기가 새삼스레 더하여 영영 옷 벗을 생각도 잊어버리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얼마를 자고 났는지 괴로워 부대끼다 못하여 잠이 깨었을 때는 목이 타는 듯이 말랐다.

물은 없다. 물이 없어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목은 더 말랐다.

밤은 어느 때나 되었는지 짐작할 수가 없다. 전등은 그대로 켜져 있다. 밖에서는 사람 지나다니는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아니한다. 전차 갈리는 소리도 들리지 아니하고 가끔가다가 자동차의 경적이 딴세상의 소리같이 감감하게 들려 온다.

밤이 깊지 아니했으면 잠긴 안대문을 두드려 주인 노인에게라도 물을 청하겠지만 이 깊은 밤에 그리하기도 미안하다. 그것도 방세나 여일하게 내었을세 말이지 얼굴 대하기를 이편에서 피하는 판에 차마 못 할 일이다.

물지게장수의 삐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나 하고 귀를 기울였으나 감감히 소리가 없다.

목은 더욱더욱 말라들어 온다. 입술이 바싹 마르고 입 안이 침기가 없고 목구멍이 바삭바삭 소리가 날 듯이 마르고, 그리고는 창자 속까지 말라 내려가는 듯하다.

방금 미칠 듯하다.

눈앞에 용용하게 흘러가는 푸른 한강이 어릿어릿하고 쏴― 쏟아지는 수통 꼭지가 보이는 듯하다.

P는 배고픈 고비는 많이 겪어 보았으나 이대도록도 목마른 참은 당하기 처음이다.

배는 고프면 기운이 없고 착 가라앉을 뿐이었지만 목이 극도로 마름에는 금시 미치고 후덕후덕 날뛸 것 같다.

일어나서 삼청동 꼭대기로 올라가면 산골짜기의 물도 있고 또 우물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어두운 밤에 어디가 어딘지 보이지 아니할 테고 또 우물에는 두레박도 없을 것이다.

겨우겨우 참아 가며 몇 시간을 삐대었다. 실상 한 시간도 못 되는 동안이지만 P에게는 여러 시간인 듯만 싶었다.

그런 뒤에 겨우 물지게 소리를 듣고 그는 수통 있는 곳을 찾아 뛰어나갔다.

사정 이야기도 변변히 하지 아니하고 쏟아지는 수통 꼭지에 매어달려 한 동이는 되리시피 냉수를 들이켰다. 물장수가 어이가 없어 멀끔히 쳐다보고만 있다가 P의 꾸벅 하고 돌아서는 등뒤에다 혀를 끌끌 찬다.

밥보다도 더 다급하게 그립던 물을 실컷 들이켜고 나니 찌뿌드하게 엉킨 듯 불쾌하던 취기(醉氣)도 적이 걷히고 정신이 말쑥하여졌다.

P는 새삼스럽게 양복을 벗어 던지고 다시 자리에 파묻혔다. 이제는 잠이 십 리나 달아나고 눈이 초랑초랑하여진다. 그러면서 어젯밤 일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못 먹을 것을 먹은 것처럼 께름칙한 기억이다. 아무렇게나 씻어 넘겨 버리재도, 그러나 머리 한구석에 박혀 가지고 사라지려 하지 아니하는 어룽〔班點〕과 같다. 어떻게 해서라도 시원스러운 해석을 내리고라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정조 대가로 일금 이십 전을 부르는 여자…….

방금 세상에는 한번 정조를 빼앗긴 것으로 목숨을 버려 자살하는 여자가 있다. 그러는 한편 '이십 전도 좋소' 하는 여자가 있다.

여자의 정조가 그것을 잃었다고 자살을 하도록 그다지도 고귀한 것이라면 '이십 전에도 팔겠소' 하는 여자가 눈을 멀끔멀끔 뜨고 살아 있는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또 정조를 '이십 전에도 팔겠소' 하는 여자가 있도록 그것이 아무렇지도 아니한 것이라면 그것을 한번 빼앗긴 때문에 생명을 내버리는 여자가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이 두 여자가 모두 건전한 양심의 소유자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가운데 나무라기로 들면 차라리 정조를 빼앗긴 것으로 자살한 여자를 나무랄 것이지 '이십 전에 팔겠소' 하는 여자는 나무랄 수가 없다.

열여섯 살부터 시작하여 이래 삼 년이나 색주가 집으로 굴러다니는 여자다.

언제 누구에게 귀떨어진 도덕 관념이나 정당한 인생관을 얻어들은 적이 없을 것이다.

술잔을 들고 앉아 한 잔이라도 오는 손님에게 더 먹여 한푼 어치라도 주인의 수입을 도와 주면 칭찬이 오니 그만이다.

"
                        고년 어여쁘다. 나하고 ××."

하고 손님이 말하면 그에 좇아 비록 조발(早發)일지언정 생리적 만족을 얻는 한편 그야말로 단돈 이십 전이라도 벌면 그만이다.

옆에서 그것을 시키기는 할지언정 그것이 나쁘다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사실 일반 매춘부가 정조적으로 양심을 가진 듯이 보인다는 것은 그 대부분이 되레 한 가식(假飾)에 지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정당성을 가진 노동인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을 보고 불쌍하다고 여기고 동정을 하는 것은 위문이 폐문이다.

지금 세상은 정당한 성도덕(性道德)이 서 있는 때도 아니다.

그것은 한 세대에 여러 가지의 시대 사조가 헝클어져 있는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자의 정조에 대하여도 일률적으로 선악과 시비를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하룻밤 몸값을 '이십 전도 좋소' 하는 여자, 그에게는 다른 사람이 갖는 성도덕도 없고 따라서 자신을 타락이라서 슬퍼하지도 아니한다.

그 여자
                    자신을 나무랄 필요도 없는 것이요, 동정을 할 며리도 없는 것이다. 그 여자
                    자신은 결코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예수의 사랑( ? )도 아무리 그 사랑이 크고 넓다 했을지언정 그것은 '불쌍한 사람', '죄 지은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불쌍하지 아니한', '죄 짓지 아니한' 동관의 색주가 계집애에게는 누구의 동정이나 사랑도 일없는 것이다.

'뭣? 관념적이라고?'

그렇다. 관념적이라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그 여자의 주관을 객관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한 엄연한 현실이다.

또 그 병적 현실에 메스를 대는 것은 집단의 역사적 문제이지만 룸펜
                        인텔리
                    의 결벽과 흥분쯤으로는 문제도 되지 아니한다.

다만 취객이 삼 원 각수를 던져 주었음으로 해서 그 여자는 감격 없는 기쁨을 맛보았을 뿐일 것이다.

'이게 웬 떡이냐…… 어제 저녁에 꿈이 괜찮더니 이런 땡을 잡을 양으로 그랬구나…… 웬 얼간망둥이냐'

그 계집애는 응당 그렇게밖에는 더 생각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그것이 결코 무리가 없는 당연한 일이다.

P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입맛 쓴 고소를 띠었다.

'흥! 되지 못하게…… 장님이 눈병 앓는 사람더러 불쌍하다고 한 셈인가'

P는 돌아누우면서 혀를 끌끌 찼다.

일천구백삼십사년의 이 세상에도 기적이 있다.

그것은 P가 굶어 죽지 아니한 것이다. 그는 최근 일주일 동안 돈이 생긴 데가 없다. 잡힐 것도 없었고 어디서 벌이를 한 적도 없다.

그렇다고 남의 집 문 앞에 가서 밥 한술 주시오 하고 구걸한 일도 없고 남의 것을 훔치지도 아니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굶어 죽지 아니하였다. 야위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멀쩡하게 살아 있다. P와 같은 인생이 이 세상에 하나도 없이 싹 치운다면 근로하는 사람이 조금은 편해질는지도 모른다.

P가 소부르주아 축에 끼이는
                        인텔리
                    가 아니요 노동자였더라면 그 동안 거지가 되었거나 비상수단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러한 용기도 없다. 그러면서도 죽지 아니하고 살아 있다. 그렇지만 죽기보다도 더 귀찮은 일은 그를 잠시도 해방시켜 주지 아니한다.

그의 아들
                    창선이를 올려보낸다고 어제 편지가 왔고 오늘은 내일
                    아침에 경성역에 당도한다는 전보까지 왔다.

오정 때 전보를 받은 P는 갑자기 정신이 난 듯이 쩔쩔매고 돌아다니며 돈 마련을 하였다. 최소한도 이십 원은…… 하고 돌아다닌 것이 석양 때 겨우 십오 원이 변통되었다.

종로에서 풍로니 냄비니 양재기니 숟갈이니 무어니 해서 살림 나부랭이를 간단하게 장만하여 가지고 올라오는 길에 전에 잡지사에 있을 때 안 ××인쇄소의 문선 과장을 찾아갔다.

월급도 일없고 다만 일만 가르쳐 주면 그만이니 어린아이 하나를 써달라고 졸라 대었다.

A라는 그 문선 과장은 요리조리 칭탈을 하던 끝에―---그는 P가 누구 친한 사람의 집 어린애를 천거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
                        보통학교나 마쳤나요?"

하고 물었다.

"아―니오."

P는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나이 몇인데?"

"아홉 살."

"아홉 살?"

A는 놀라 반문을 하는 것이다.

"기왕 일을 배울 테면 아주 어려서부터 배워야지요."

"그래도 너무 어려서 원…… 뉘 집 애요?"

"
                        내
                        자식놈이랍니다."

P는 그래도 약간 얼굴이 붉어짐을 깨달았다. A는 이 말에 가장 놀라운 일을 보겠다는 듯이 입만 벌리고 한참이나 P를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왜? 내
                        자식이라고 공장에 못 보내란 법 있답디까?"

"아―니, 정말 그래요?"

"정말 아니고?"

"괜히 실없는 소리……! 자제라고 해야 들어줄 테니까 그러시지?"

"아니, 그건 그렇잖애요. 내
                        자식놈야요."

"그럼 왜 공부를 시키잖구?"

"인쇄소 일 배우는 것도 공부지."

"그건 그렇지만 학교에 보내야지."

"학교에 보낼 처지도 못 되고 또 보낸댔자 사람 구실도 못 할 테니까……."

"거 참 모를 일이오…… 우리 같은 놈은 이 짓을 해가면서도 자식을 공부시키느라고 애를 쓰는데 되려 공부시킬 줄 아는 양반이 보통학교도 아니 마친 자제를 공장엘 보내요?"

"
                        내가 학교 공부를 해본 나머지 그게 못쓰겠으니까 자식은 딴 공부를 시키겠다는 것이지요."

"글쎄 정 그러시다면 내가 내 자식 진배없이 잘 데리고 있으면서 일이나 착실히 가르쳐 드리리다마는…… 원 너무 어린데 애차랍잖애요?"

"애차라운 거야 애비 된 내가 더하지요만 그것이 제게는 약이니까……."

P는 당부와 치하를 하고 인쇄소를 나왔다. 한짐 벗어 놓은 것같이 몸이 거뜬하고 마음이 느긋하였다.

그는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싸전에 쌀 한 말을 부탁하고 호배추도 몇 통 사들였다. 그렁저렁 오 원을 썼다.

십 원 남은 중에 주인 노인에게 육 원을 내어 주니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다. 그 끝에 P가 사온 호배추를 내어 주며 김치를 담가 달라고 하니 선선히 응낙한다. 그리고 자식을 데리고 자취를 하겠다니까 깍두기야 간장이야 된장 같은 것을 아까운 줄 모르고 날라다 주곤 한다.

이튿날 전에 없이 첫새벽에 일어난 P는 서투른 솜씨로 화롯밥을 지어 놓고 정거장으로 나갔다.

그의 형에게서 온 편지에 S라는 고향 사람이 서울 올라오는 길에 따라 보낸다고 했으니까 P는 창선이보다도 더 낯이 익은 S를 찾았다.

과연 차가 식식거리고 들어서매 인간을 뱉어 내놓는 찻간에서 S가 창선이를 데리고 두리번거리며 내려왔다.

어디서 생겼는지 새까만 고쿠라 양복을 입고 이화표 붙은 학생 모자를 쓰고 거기다가 보따리를 하나 지고 무엇 꾸린 것을 손에 들고 차에서 내리는 어린아이……
                        저게
                        내
                        자식이니라 생각하니 P는 어쩐지 속으로 얼굴이 붉어지며 한편 가엾기도 하였다.

S가 두 손에 짐을 가득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가까이 온 P를 보고 반겨 소리를 지른다. 창선이가 모자를 벗고 학교식으로 경례를 한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네댓 살 적에 보던 것보다 더한층 저의 외가를 닮았다. P는 그것이 몹시 불만이었다.

"그새 재미나 좋았나?"

S의 하는 첫인사다.

"뭘 그저 그렇지…… 괜한 산 짐을 지고 오느라고 애썼네."

P는 이렇게 인사 겸 치하를 하였다.

"원 천만에……! 그 애가 나이는 어려도 어떻게 속이 찼는지…… 너
                        늬
                        아버지 알어보겠니?"

S는 창선이를 돌아보며 웃는다. 창선이는 고개를 숙이고 수줍은지 아무 대답도 아니 한다.

P는 S와 창선이를 데리고 구름다리로 올라왔다.

"
                        저희
                        외할머니가 저 양복이야 떡이야 모다 해가지고 자네 댁에까지 오섰더라네…… 오서서 어제 떠나는데 정거장까지 나오섰는데 여러 가지 신신당부를 하시데…… 자네에게 전하라고."

S는 P가 그다지 듣고 싶지도 아니한 이야기를 뒤따라오며 늘어놓는다. 그의 가슴에는 옛날의 반감이 솟쳐 올랐다.

"별걱정 다 하든 게로군…… 내
                        자식
                        내가 어련히 할까 버 쫓아다니며 그래!"

"그래도 노인들이야 어데 그런가…… 객지에서 혼자 있는데 데리고 있기 정 불편하거든 당신에게로 도루 보내게 하라고 그러시데……."

"그 집에 내
                        자식 무슨 상관이 있어서 보내라는 거야……? 보낼 테면 그때 데려왔을라구……."

P는 그것이 모두 그와 갈린 아내의 조종인 줄 알기 때문에 더구나 심정이 났다. 화가 나는 대로 하면 어린아이가 입고 온 양복도 벗겨 내던지고 싶었으나 꿀꺽 참았다.

일찍 맛보아 보지 못한 새 살림을 P는 시작하였다.

창선이가 도착한 날 밤.

창선이는 아랫목에서 삭삭 잠을 자고 있다. 외롭게 꿈을 꾸고 있으려니 생각하매 전에 없던 애정이 솟아오르는 듯하였다.

이튿날
                    아침 일찍
                    창선이를 데리고 ××인쇄소에 가서 A에게 맡기고 안 내키는 발길을 돌이켜 나오는 P는 혼자 중얼거렸다.

"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

===== 24_Kang Kyeong-ae_Salt (Sogeum) =====

용정서 팡둥(중국인 지주)이 왔다고 기별이 오므로 남편은 벽에 걸어두고 아끼던 수목두루마기를 꺼내 입고 문밖을 나갔다. 봉식 어머니는 어쩐지 불안을 금치 못하여 문을 열고 바쁘게 가는 남편의 뒷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참말 팡둥이 왔을까? 혹은 자×단(自×團)들이 또 돈을 달래려고 거짓 팡둥이 왔다고 하여 남편을 데려가지 않는가? 하며 그는 울고 싶었다. 동시에 그들의 성화를 날마다 받으면서도 불평 한마디 토하지 못하고 터들터들 애쓰는 남편이 끝없이 불쌍하고도 가여워 보였다. 지금도 저렇게 가고 있지 않은가! 그는 한숨을 푹 쉬며 없는 사람은 내고 남이고 모두 죽어야 그 고생을 면할 게야, 별수가 있나, 그저 죽어야 해 하고 탄식하였다. 그리고 무심히 그는 벽을 긁고 있는 그의 손톱을 발견하였다. 보기 싫게 기른 그의 손톱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그는 사람의 목숨이란 끊기 쉬운 반면에 역시 끊기 어려운 것이라 하였다.

그들이 바가지 몇 짝을 달고 고향서 떠날 때는 마치 끝도 없는 망망한 바다를 향하여 죽음의 길을 떠나는 듯 뭐라고 형용하여 아픈 가슴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이곳까지 와서 어떤 중국인의 땅을 얻어 가지고 농사를 짓게 되었으나 중국군대인 보위단(保衛團)들에게 날마다 위협을 당하여 죽지 못해서 그날그날을 살아가곤 하였다. 그러기에 그들은 아침 일어나는 길로 하늘을 향하여 오늘 무사히 보내기를 빌었다.

보위단들은 그들이 받는 바 월급만으로는 살 수가 없으니 농촌으로 돌아다니며 한번 두번 빼앗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와서는 으레 할 것으로 알고 아무 주저 없이 백주에도 농민을 위협하여 빼앗곤 하였다. 그러니 농민들은 보위단 몫으로 언제나 돈이나 기타 쌀을 준비해 두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한 것을 깨닫고 아무것도 못 하더라도 준비해 두곤 하였다. 그 동안 이어 나타난 것이 공산당이었으니 그 후로 지주와 보위단들은 무서워서 전부 도시로 몰리고 간혹 농촌으로 순회를 한다더라도 공산당이 있는 구역에는 감히 들어오지를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국이 바뀌며 공산당이 쫓기어 들어가면서부터 자×단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그는 그의 손톱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보위단들에게 죽을 뻔하던 것을 생각하며 그나마 오늘까지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이 기적같이 생각되었다. 그리고 남편을 찾았을 때 벌써 남편의 모양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멀리 토담 위에 휘날리는 깃발을 바라보며 남편이 이젠 건너 마을까지 갔는가 하였다. 그리고 잠깐 잊었던 불안이 또다시 가슴에 답답하도록 치민다. 남편의 말을 들으니
                        자×단들에게 무는 돈은 다 물었다는데 참말 팡둥이 왔는지 모르지, 지금이 씨뿌릴 때니 아마 왔을 게야, 그러면 오늘 봉식이는 팡둥을 보지 못하겠지, 농량도 못 가져오겠구먼 하며 다시금 토담을 바라보았다. 저 토담은 남편과 기타 농민들이 거의 일년이나 두고 쌓은 것이다. 마치 고향서 보던 성같이 보였다. 그는 토담을 볼 때마다 지금으로부터 사오 년 전 그 어느 날
                    밤 일이 문득문득 생각히었다. 그날
                    밤 한밤중에 총소리와 함께 사면에서 아우성소리가 요란스러이 났다. 그들은 얼핏 아궁 앞에 비밀리에 파놓은 움에 들어가서 며칠 후에야 나와 보니 팡둥은 도망가고 기타 몇몇 식구는 무참히도 죽었다. 그 후로부터 팡둥은 용정에다 집을 사고 다시 장가를 들고 아들 딸을 낳아서 지금은 예전과 조금도 차이가 없이 살았던 것이다.

팡둥이 용정으로 쫓기어 들어간 후에 저 집은 자×단들의 소유가 되었다. 그래서 저렇게 기를 꽂고 문에는 파수병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옮겨 저 앞을 바라보았다. 그 넓은 들에 햇볕이 가득하다. 그리고 조겨 같은 새 무리들이 그 푸른 하늘을 건너질러 펄펄 날고 있다.
                        우리도 언제나 저기다 땅을 가져 보나 하고 그는 무의식간에 탄식하였다. 그리고 그나마 간도 온 지 십여 년 만에 내 땅이라고 몫을 짓게 된 붉은 산을 보았다. 저것은 아주 험악한 산이었는데 그들이 짬짬이 화전을 일구어서 이젠 밭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완전한 곡식은 심어 보지 못하고 해마다 감자를 심곤 하였다.

올해는 저기다 조를 갈아 볼까, 그리고 가녘으로는 약간 수수도 갈고…… 그때 그의 머리에는 뜻하지 않은 고향이 문득 떠오른다. 무릎을 스치는 다복솔밭 옆에 가졌던 그의 밭! 눈에 흙 들기 전에야 어찌 차마 그 밭을 잊으랴! 아무것을 심어도 잘되던 그 밭! 죽일놈! 장죽을 물고 그 밭머리에 나타나는 참봉 영감을 눈앞에 그리며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가슴이 울렁거리며 손발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깨달으며 그는 고향을 생각지 않으려고 눈을 썩썩 부비치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때 뜰 한구석에 쌓아 둔 짚낟가리에 조잘대는 참새 소리를 요란스러이 들으며 우두커니 섰는 자신을 얼핏 발견하였다. 그는 곧 돌아섰다. 방 안은 어지러우며 여기 일감이 나부터 손질하시오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분주히 비를 들고 방을 쓸어 내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뚫어진 삿자리 구멍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잘살아야 할 터인데 그놈 그 참봉놈 보란듯이 우리도 잘살아야 할 터인데…… 하며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해졌다. 아무리 마음만은 지독히 먹고 애를 써서 땅을 파나 웬일인지 자기들에게는 닥치느니 불행과 궁핍이었던 것이다. 팔자가 무슨 놈의 팔자야 하느님도 무심하지 누구는 그런 복을 주고 누구는 이런 고생을 시키고……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방 안을 구석구석이 쓸었다. 그리고 비 끝에 채어 대구루루 대구루루 굴러다니는 감자를 주워 바가지에 담으며 시렁을 손질하였다. 이곳 농가는 대개가 부엌과 방 안이 통해 있으며 방 한구석에 솥을 걸었다. 그리고 그 옆에 시렁을 매곤 하였다. 그가 처음 이곳에 와서는 무엇보다도 방 안이 맘에 안 들고 도야지굴이나 쇠외양간같이 생각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손님이 오면 피해 앉을 곳도 없었다. 그러니 멍하니 낯선 손님과도 마주앉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러나 시일이 차츰 지나니 낯선 남성 손님이 온다더라도 처음같이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렁저렁 지낼 만하였다. 그리고 반드시 부뚜막 앞에는 비밀 토굴을 파두는 것이다. 그랬다가 어디서 총소리가 나든지 개소리가 요란스레 나면 온 식구가 그 움 속에 들어가서 며칠이든지 있곤 하였다. 그리고 옷이나 곡식도 이 움에다 넣고서 시재 입는 옷이나 먹을 양식을 조금씩 꺼내 놓고 먹곤 하였다. 말할 것도 없이 보위단이며 마적단 등이 무서워서 이렇게 하곤 하였다.

시렁을 손질한 그는 바구니에 담아 둔 팥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고요한 방 안에 팥알 소리만 재그럭 자르르 하고 났다. 팥알과 팥알로 시선이 옮아지는 그는 눈이 피곤해지며 참새 소리가 한층 더 뚜렷이 들린다. 동시에 저 참새 소리같이 여러 가지 생각이 순서 없이 생각났다.
                        내일이라도 파종을 하게 되면 아침 점심 저녁에 몇 말의 쌀을 가져야 할 것, 오늘 봉식이가 팡둥을 만나지 못해서 쌀을 못 가져올 것, 그러나 나무를 팔아서 사라고 한 찬감은 사오겠지…… 생각이 차츰 희미해지며 졸음이 꼬박꼬박 왔다.

그는 눈을 부비치고 문밖으로 나오다가 무심히 눈에 뜨인 것은 벽에 매달아 둔 메주였다. ‘참 메주를 내놓아야겠다’ 하며 바구니를 밖에 내놓고서 메주를 떼어서 문밖에 가지런히 내놓았다. 그리고 그는 비를 들고 메주의 먼지를 쓸어 내었다. 그는 하나하나의 메줏덩이를 들어 보며, 간장이나 서너 동이 빼고 고추장이나 한 단지 담그고…… 그러자면 소금이나 두어 말은 가져야지 소금…… 하며 그는 무의식간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또다시 고향을 그리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고향서는 소금으로 이를 다 닦았건만…… 달이는데도 소금 한 줌이면 후련하게 내려갔는데 하였다. 그가 고향 있을 때는 하도 없는 것이 많으니까 소금 같은 데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는지는 모르나 어쨌든 이곳 온 후부터 그는 소금 때문에 남몰래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소금 한 말에 이 원 이십 전! 농가에서는 단번에 한 말을 사보지 못한다. 그러니 한 근 두 근 극상 많이 산대야 사오 근에 지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장 같은 것도 단번에 담그지를 못하고 소금 생기는 대로 담그다가도 어떤 때는 메주만 썩여서 장이라고 먹곤 하였다. 장이 싱거우니 온갖 찬이 싱거웠다.

끼니때가 되면 그는 남편의 얼굴부터 살피게 되고 어쩐지 맘이 송구하였다. 남편은 입 밖에 말은 내지 않으나 번번이 얼굴을 찡그리고 밥술이 차츰 느려지다가 맥없이 술을 놓곤 하는 때가 종종 있었다. 이 모양을 바라보는 그는 입 안의 밥알이 갑자기 돌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슬며시 술을 놓고 돌아앉았다. 그리고 해종일 들에서 일하다가 들어온 남편에게 등허리에 땀이 훈훈하게 나도록 훌훌 마시게 국물을 만들어 놓지 못한 자기! 과연 자기를 아내라고 할 것일까?

어떤 때
                    남편은 식욕을 충동시키고자 고춧가루를 한 술씩 떠넣었다. 그리고는 매워서 눈이 뻘개지고 이맛가에서는 주먹 같은 땀방울이 맺히곤 하였다. 고춧가루는 왜 그리 잡수셔요 하고 그는 입이 벌어지다가 가슴이 무뚝해지며 그만 입이 다물어지고 말았다. 동시에 음식을 맡아 만드는 자기, 아아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러한 생각을 되풀이하는 그는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쉬며
                        오늘
                        저녁에는 무슨 찬을 만드나 하고 메주를 다시금 굽어보았다. 그때 신발 소리가 자박자박 나므로 그는 머리를 들었다. 학교에 갔던 봉염이가 책보를 들고 이리로 온다.

"왜 책보 가지고 오니?"

"
                        오늘
                        반공일이어. 메주 내놨네."

봉염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메주를 들어 맡아 보았다.

"
                        아버지 가신 것 보았니?"

"응 정팡둥이 왔더라, 어머이."

"
                        팡둥이? 왔디?"

이때까지 그가 불안에 붙들려 있었다는 것을 느끼며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었다.

"어서 봤니?"

"
                        팡둥 집에서…… 저 아버지랑 자×단들이랑 함께 앉아서 뭘 하는지 모르겠더라."

약간 찌푸리는 봉염의 양미간으로부터 옮아 오는 불안!

"
                        팡둥도 같이 앉았디?"

봉염이는 머리를 끄덕이며 무슨 생각을 하고 또다시 생글생글 웃었다. 그리고 책보 속에서 달래를 꺼냈다.

"학교 뒷밭에가 달래가 어찌 많은지."

"한 끼 넉넉하구나."

대견한 듯이 그의 어머니는 달래를 만져 보다가 그중 큰 놈으로 골라서 뿌리를 자르고 한꺼풀 벗긴 후에 먹었다. 봉염이도 달래를 먹으며,

"어머니 나두 운동화 신으면……."

무의식간에 봉염이는 이런 말을 하고도 어머니가 나무랄 것을 예상하며 어머니를 바라보던 시선을 달래 뿌리로 옮겼다.

달래 뿌리와 뿌리 사이로 나타나는 운동화, 아까 용애가 운동화를 신고 참새같이 날뛰던 그 모양!

"
                        쟤는 이따금 미친 수작을 잘해!"

그의 어머니는 코끝을 두어 번 부비치며 눈을 흘겼다. 봉염이는 달래가 흡사히 운동화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어머니 말에 그의 조그만 가슴이 따가워 왔다.

"
                        어머니는 밤낮 미친 수작밖에 몰라!"

한참 후에 봉염이는 이렇게 종알거렸다. 그리고 용애의 운동화를 바라보고 또 몰래 만져 보던 그 부러움이 어떤 불평으로 변하여지는 것을 그는 느꼈다. 그의 어머니는 봉염이를 똑바로 보았다.

"그래 네 말이 미친 수작이 아니냐, 공부도 겨우 시키는데 운동화, 운동화. 이애 이애 너도 지금 같은 개화 세상에 났기에 그나마 공부도 하는 줄 알아라. 아 우리들 전에 자랄 때에야 뭘 어디가 물 긷고 베짜고 여름에는 김매구 그래두 짚신이나마 어디 고운 것 신어 본다디…… 어미
                        애비는 풀 속에 머리들을 밀고 애쓰는데 그런 줄을 모르고 운동화? 배나 곯지 않으면 다행으로 알아, 그런 수작 하랴거든 학교에 가지 마라!"

"뭐 어머이가 학교에 보내우 뭐."

봉염이는 가볍게 공포를 느끼면서도 가슴이 오쓱하도록 반항하였다. 그리고 얼굴이 갑자기 화끈하므로 눈을 깜박하였다.

"그래 너의 아버지가 보내면 난 그만두라고 못 할까, 계집애가 왜 저 모양이야. 뭘 좀 안다고 어미 대답만 톡톡 하고, 이애 이놈의 계집애
                        어미가 무슨 말을 하면 잠잠하고 있는 게 아니라 톡톡 무슨 아가리질이냐! 그래 네 수작이 옳으냐? 우리는 돈 없다…… 너 운동화 사줄 돈이 있으면 봉식이 공부를 더 시키겠다야."

봉염이는 분김에 달래만 자꾸 먹고 나니 매워서 못 견딜 지경이다. 그리고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비쳤다.

"왜 돈 없어요, 왜 오빠 공부 못 시켜요!"

그 순간 봉염의 머리에는 선생님의 하던 말이 번개같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의 가슴이 터질 듯이 끓어오르는 불평을 어머니에게 토할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고 딸만 그르게 생각하고 덤비는 그의 어머니가 너무도 가엾었다. 그의 어머니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봉염이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없으면 딴 남은 그만두고라도 제 속으로 나온 자식들한테까지라도 저런 모욕을 받누나 하는 노여운 생각이 들며 이때까지 가난에 들볶이던 불평이 눈등이 뜨겁도록 치밀어 올라온다.

"왜 돈 없는지 내가 아니, 우리 같은 거지들에게 왜 태어났니, 돈 많은 사람들에게 태어나지. 자식! 흥 자식이 다 뭐야!"

어머니의 언짢아하는 모양을 바라보는 봉염이는 작년
                    가을에 타작마당이 얼핏 떠오른다. 그때 여름내 농사 지은 벼를 팡둥에게 전부 빼앗긴 그때의 어머니! 아버지! 지금 어머니의 얼굴빛은 그때와 꼭 같았다. 그리고 아무 반항 할 줄 모르는 어머니와 아버지! 불쌍함이 지나쳐서 비굴하게 보이는 어머니!

"
                        어머니, 왜 돈 없는 것을 알아야 해요. 운동화는 왜 못 사줘요. 오빠는 왜 공부 못 시켜요!"

그는 이렇게 말해 가는 사이에 그가 운동화를 신고 싶어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심하게 들어 두었던 선생님의 말이 한 가지 두 가지 문득문득 생각났다.

"이애 이년의 계집애 왜 돈 없어. 밑천 없어 남의 땅 붙이니 없지. 내 땅만 있으면……."

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는 가슴이 뜨끔해지며 말문이 꾹 막혔다.

그리고 또다시 솔밭 옆에 가졌던 그 밭이 떠오르며 그는 눈물이 쑥 비어졌다. 그리고 금방 그 밭을 대하는 듯 눈물 속에 그의 머리가 아룽아룽 보이는 듯 보이는 듯하였다.

그때 가볍게 귓가를 스치는 총소리! 그들 모녀는 눈이 둥그래서 일어났다.

짚낟가리 밑에서 졸던 검둥이가 어느덧 그들 앞에 나타나 컹컹 짖었다.

그들은 마적단과 공산당을 번갈아 머리에 그리며 건너 마을을 바라보았다. 이 마을 저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그들로 하여금 한층 더 불안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아까까지도 시원하던 바람이 무서움으로 변하여 그들의 옷가를 가볍게 스친다.

"이애 너
                        아버지나 어서 오셨으면…… 왜 이러고 있누. 무엇이 온 것 같은데 어쩐단 말여."

봉염의 어머니는 거의 울상을 하고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하였다. 총소리는 연달아 건너왔다. 그들은 무의식간에 방 안으로 쫓기어 들어왔다. 이제야말로 건너 마을에는 무엇이든지 온 것이 확실하였다. 그리고 몇몇의 사람까지도 총에 맞아 죽었으리라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봉염의 어머니는 속에서 불길이 화끈화끈 올라와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감히 방문 밖에까지 나오지는 못하였다. 무엇들이 이리로 달려오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어쩌누? 어쩌누? 봉식이라도 어서 오지 않구."

그는 벌벌 떨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암만해도 남편이 무사할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팡둥과 같이 남편이 앉았다가 아까 그 총소리에 무슨 일을 만났을 것만 같았다.

"이애 너
                        아버지가 팡둥과 함께 앉았디? 보았니."

그는 목에 침기라고는 하나도 없고 가슴이 답답해 왔다. 봉염이도 풀풀 떨면서 말은 못 하고 눈으로 어머니의 대답을 하였다. 그때 멀리서 신발 소리 같은 것이 들려 오므로 그들은 부엌 구석의 토굴로 뛰어들어가서 감자마대 뒤에 꼭 붙어 앉았다. 무엇들이 자기들을 죽이려고 이리 오는 것만 같았다. 한참 후에,

"
                        어머니!"

부르는 봉식의 음성에 그들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마주 아우성을 치고도 얼른 밖으로 나오지를 못하였다. 그들이 움 밖에까지 나왔을 때 또다시 우뚝 섰다. 그것은 봉식이가 전신에 피투성이를 했으며 그 옆에 금방 내려 뉜 듯한 아버지의 목에서는 선혈이 샘처럼 흘렀다. 그의 어머니는,

"아!"

소리를 지르고 그 자리에 팔싹 주저앉았다. 그 다음 순간부터 그는 바보가 되어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봉식이는 어머니를 보며 안타까운 듯이,

"
                        어머니는 왜 그러구만 있어요. 어서 이리 와요."

봉염이가 곧 어머니의 팔을 붙들었으나 그는 일어나다가 도로 주저앉으며,

"
                        너
                        아버지, 너
                        아버지."

하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 밤이 거의 새어 올 때에야 봉염의 어머니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목을 내어 어이어이 하고 울었다.

"
                        넌 어찌 아버지를 만났니. 그때는 살았더냐. 무슨 말을 하시디?"

봉식이는 입이 쓴 듯이 입맛만 쩍쩍 다시다가,

"살 게 머유!"

대답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양이 난처하여 이렇게 소리치고 나서 한숨을 후 쉬었다. 그리고 항상 아버지가 팡둥과 자×단원들에게 고맙게 구는 것이 어쩐지 위태위태한 겁을 먹었더니만 결국은 저렇게 되고야 말았구나 하였다.

아버지 생전에 이 문제를 가지고 부자가 서로 언쟁까지도 한 일이 있었으나 끝끝내 아버지는 자기의 뜻을 세웠다. 그보다 그의 입장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아버지 생전에는 봉식이도 아버지를 그르다고 백번 생각했지만 막상 아버지가 총에 맞아 넘어진 것을 용애 아버지에게 듣고 현장에 달려가서 보았을 때는 어쩐지 ‘너무들 한다!’ 하는 분노와 함께 누가 그르고 옳은 것을 분간할 수가 없이 머리가 아뜩해지곤 하였다.

이튿날
                    아버지의 장례를 지낸 봉식이는 바람이나 쏘이고 오겠노라고 어디로인지 가버리고 말았다. 모녀는 봉식이가 오늘이나 내일이나 하고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나 그 봄이 다 지나도 돌아오기는 고사하고 소식조차 끊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들은 기다리다 못해서 봉식이를 찾아서 떠났다. 월여를 두고 이리저리 찾아다니나 그들은 봉식이를 만나지 못하였다. 마침내 그들은 용정까지 왔다. 그것은 전에 봉식이가 고학이라도 해서 나두 공부를 좀 해야지 하고 용정에 들어왔다 나올 때마다 투덜거리던 생각을 하여 행여나 어느 학교에나 다니지 않는가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녀가 학교란 학교 뜰에는 다 가서 기웃거리나 봉식이 비슷한 학생조차 만나지 못하였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TH학교까지 가보고 돌아설 때 봉식이가 끝없이 원망스러운 반면에 죽지나 않았는지? 하는 불안에 발길이 보이지를 않았다. 더구나, 이젠 어디로 갔나? 어디 가서 몸을 담아 있나? 오늘
                        밤이라도 어디서 자나? 이것이 걱정이요, 근심이 되었다.

해가 거의 져갈 때
                    그들은 팡둥을 찾아갔다. 그들이 용정에 발길을 돌려 놓을 때부터 팡둥을 생각하였다. 만일에 봉식이를 찾지 못하게 되면 팡둥이라도 만나서 사정하여 봉식이를 찾아 달라고 하리라 하였던 것이다. 그들이 큰대문을 둘이나 지나서 들어가니 마침 팡둥이 나왔다.

"왔소. 언제 왔소?"

팡둥은 눈을 크게 뜨고 반가운 뜻을 보이었다. 봉염의 어머니는 그의 반가워하는 눈치를 살피자 찾아온 목적을 절반나마 성공한 듯하여 한숨을 남몰래 몰아쉬었다. 팡둥은 봉염의 머리를 내려쓸었다.

"그새 어디 갔어. 한번 갔어. 없어 섭섭했어."

"
                        봉식이를 찾아 떠났어요. 봉식이가 어디 있을까요?"

봉염의 어머니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팡둥을 쳐다보았다.

"
                        봉식이 만나지 못했어. 모르갔소."

팡둥은 알까 하여 맥없이 그의 입술을 쳐다보던 그는 머리를 숙였다. 팡둥은 그들 모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캉〔坑〕에 있는 팡둥의 아내인 듯한 나 젊은 부인은 모녀와 팡둥을 번갈아 쳐다보며 의심스러운 눈치를 보이었다. 팡둥은 한참이나 모녀를 소개하니 그제야 팡둥 부인은,

"올라앉어요."

하고 권하였다. 팡둥은 차를 따라 권하였다. 가벼운 차내를 맡으며 모녀는 방 안을 슬금슬금 돌아보았다. 방 안은 시원하게 넓으며 캉이 좌우로 있었다. 캉 아래는 빛나는 돌로 깔리었으며 저편 창 앞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테이블이 놓였고 그 위에는 검은 바탕에 오색빛 나는 화병 한 쌍을 중심으로 작고 큰 시계며 유리단지에 유유히 뛰노는 금붕어 등 기타 이름 모를 기구들이 테이블이 무겁도록 실리어 있다. 창 위 벽에는 팡둥의 사진을 비롯하여 가족들의 사진이며 약간 빛을 잃은 가화들이 어지럽게 꽂히었다. 그리고 테이블에서 뚝 떨어져 있는 이편 벽에는 선 굵은 불타의 그림이 조는 듯하고 맞은편에는 문짝 같은 체경이 온 벽을 차지했으며 창문 밖 저편으로는 화단이 눈가가 서늘하도록 푸르렀다.

그들은 어떤 별천지에 들어온 듯 정신이 얼얼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초라한 모양에 새삼스럽게 더 부끄러운 생각이 들며 맘놓고 숨쉬는 수도 없었다.

팡둥은 의자에 걸어앉으며 궐련을 붙여 물었다.

"여기 친척 있어?"

봉염의 어머니는 머리를 들었다.

"없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그는 팡둥이 어째서 친척의 유무를 묻는 것임을 생각할 때 전신에 외로움이 훨씬 끼친다. 동시에 팡둥을 의지하려고 찾아온 자신이 얼마나 가엾은가를 느끼며 팡둥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화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신록에 무르익은 저 화단! 그는 얼핏, 밭에 조 싹도 이젠 퍽으나 자랐겠구나! 김매기 바쁠 테지 내가 웬일이야 김도 안 매구. 가을에는 뭘 먹고 사나 하는 걱정이 불쑥 일었다. 그리고 시선을 멀리 던졌을 때 티없이 맑게 갠 하늘이 마치 멀리 논물을 바라보는 듯 문득 그들이 부치던 논이 떠오른다. 논귀까지 가랑가랑하도록 올라온 그 논물! 벼포기도 퍽으나 자랐을 게다! 하며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그 하늘은 벼포기 사이를 헤치고 깔렸던 그 하늘이 아니었느냐! 그 사이로 털이 푸르르한 남편의 굵은 다리가 철버덕철버덕 거닐지 않았느냐!
                    그는 가슴이 뜨끔해지며 다시 팡둥을 보았다. 남편을 오라고 하여 함께 앉았던 저 팡둥은 살아서 저렇게 있는데 그는 어찌하여 죽었는가 하며 이때껏 참았던 설움이 머리가 무겁도록 올라왔다.

"친척 없어. 어디 왔어?"

팡둥은 한참 후에 이렇게 채쳐 물었다. 목구멍까지 빠듯하게 올라온 억울함과 외로움이 팡둥의 말에 눈물로 변하여 술술 떨어진다. 그는 맥없이 머리를 떨어뜨리며 치마귀를 쥐어다 눈물을 씻었다. 곁에 앉은 봉염이도 어머니를 보자 눈물이 글썽글썽해졌다. 모녀를 바라보는 팡둥은 난처하였다. 지금 저들의 눈치를 보니 자기에게 무엇을 얻으러 왔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기 집을 바라고 온 것임을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그는 불쾌하였다. 저들을 오늘로라도 보내려면 돈이라도 몇 푼 집어줘야 할 것을 느끼며 당분간 집에서 일이나 시키며 두어둬 볼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팡둥은 약간 웃음을 띠었다.

"친척 없어. 우리집 있어. 봉식이가 찾아왔어 갔어 응."

팡둥의 입에서 떨어지는 아들의 이름을 들으니 그는 원망스러움과 그리움 외로움이 한데 뭉치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팡둥의 말과 같이
                        봉식이가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려나, 그렇지 않으면 제 아버지와 같이 어디서 어떤 놈에게 죽음을 당해서 다시는 찾지 않으려나? 하는 의문이 들며 흑흑 느껴 울었다.

그 후부터 모녀는 팡둥집에서 일이나 해주고 그날그날을 살아갔다. 팡둥은 날이 갈수록 그들에게 친절하게 굴었다. 그리고 어떤 때는 밤이 오래도록 그들이 있는 방에 나와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여 주며 때로는 옷감이나 먹을 것 같은 것도 사다 주었다. 그때마다 봉염의 어머니는 감격하여 밤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곤 하였다.

팡둥의 아내가 친정집에 다니러 간 그 이튿날 밤이다. 그는 팡둥의 아내가 말라 놓고 간 팡둥의 속옷을 재봉침에 하였다.
                        팡둥의 아내가 언제 올는지는 모르나 어쨌든 그가 오기 전에 말라 놓는 일을 다해야 그가 돌아와서 만족해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밤잠을 못 자고 미싱을 돌렸다. 그는 이 집에 와서야 미싱을 배웠기 때문에 아직도 서툴렀다. 그래서 그는 바늘이 부러질세라 기계에 고장이 생길세라 여간 조심이 되지를 않았다.

저편 팡둥 방에서 피리 소리가 처량하게 들려 왔다. 팡둥은 밤만 되면 저렇게 피리를 불거나 그렇지 않으면 깡깡이를 뜯었다. 깡깡이 소리는 시끄럽고 때로는 강아지가 문짝을 할퀴며 어미를 부르는 듯하게 차마 듣지 못할 만큼 귓가가 간지러웠다. 그러나 저 피리 소리만은 그럴듯하게 들리었다.

일감을 밟고 씩씩하게 달아오는 바늘 끝을 바라보는 그는 한숨을 후 쉬며,

"
                        봉식아 너는 어째서 어미를 찾지 않느냐."

하고 중얼거렸다. 그는 언제나 봉식이를 생각하였다. 낯선 사람이 이 집에 오는 것을 보면 행여 봉식의 소식을 전하려나 하여 그 사람이 돌아갈 때까지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했다. 그러나 이렇게 기다리는 보람도 없이 그날도 그날같이 봉식의 소식은 막막하였다. 팡둥은 그들에게 고맙게 구나 팡둥의 아내는 종종 싫은 기색을 완연히 드러내었다.

그때마다 그는 봉식을 원망하고 그리워하며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장래까지는 이 집을 바라지 못할 일이요, 어디로든지 가야 할 것을 그는 날이 갈수록 느꼈다. 그러나 마음만 초조할 뿐이요, 어떻게 하는 수는 없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되풀이하며
                        팡둥의 아내가 없는 사이 팡둥보고 집세나 하나 얻어 달라고 해볼까? 하며 피리를 불고 앉았을 팡둥의 뚱뚱한 얼굴을 그려 보았다. 그러나 어찌 그런 말을 해, 집세를 얻는다더라도 무슨 그릇들이 있어야지. 아무것도 없이 살림을 어떻게 하누 하며 등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덧 피리 소리도 그치고 사방은 고요하였다. 오직 들리느니 잠든 봉염의 그윽한 숨소리뿐이다. 그는 등불을 휩싸고 악을 쓰고 날아드는 하루살이떼를 보며 문득 남편의 짧았던 일생을 회상하였다. 그렇게 살고 말 것을 반찬 한번 맛있게 못 해주었지 고춧가루만 땀이 나도록 먹구 참…… 여기는 왜 소금값이 그리 비쌀까? 그래도 이 집은 소금을 흔하게 쓰두면. 그게야 돈 많으니 자꾸 사오니까 그렇겠지. 돈?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가 있구나. 그 비싼 소금도 맘대로 살 수가 있는 돈, 그 돈을 어째서 우리는 모으지 못했는가 하였다.

그때 신발 소리가 자박자박 나더니 문이 덜거럭 열린다. 그는 놀라 휙근 돌아보았다. 검은 바지에 흰 적삼을 입은 팡둥이 빙그레 웃으며 들어온다. 그는 얼른 일어나며 일감을 한 손에 들었다.

"앉아서! 일만 했어?"

팡둥의 시선은 그의 얼굴로부터 일감으로 옮긴다. 그는 등불 곁으로 다가앉으며 팡둥보고 이 말을 할까 말까? 집세 하나 얻어 주시오 하고 금방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팡둥의 기색을 흘금 살피었다.

"누구 옷이야? 내 해야?"

팡둥은 일감 한끝을 쥐어 보다가,

"내 해야…… 배고프지 않아? 우리 방에 나가 차물도 먹고 과자도 먹구 응 나갔어."

일감을 잡아당긴다. 그는 전 같으면 얼른 팡둥의 뒤를 따라 나갈 터이나 팡둥의 아내가 없는 것만큼 주저가 되었다.

"배고프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웬일인지 눈썹 끝에 부끄럼이 사르르 지나친다. 팡둥은 일감을 휙 빼앗았다.

"가 응. 자 어서 어서."

그는 일감을 바라보며 어째야 좋을지 몰랐다. 그리고 이 기회를 타서 집세를 얻어 달라고 할까 말까 할까……."

"안 가?"

팡둥은 일어서며 아까와는 달리 언성을 높인다. 그는 가슴이 선득해서 얼른 일어났다. 그러나 비쭉비쭉 나가는 팡둥의 살찐 뒷덜미를 보았을 때 싫은 생각이 부쩍 들었다. 그리고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문밖을 나가던 팡둥은 휙근 돌아보았다. 그 얼굴은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무서움을 띄웠다. 그는 맥없이 캉을 내려섰다. 그리고 잠든 봉염이를 바라보았을 때 소리쳐 울고 싶도록 가슴이 답답하였다.

이듬해
                    늦은 봄 어느 날 석양이다. 봉염의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다가 두 눈을 부비치며 방문을 바라보았다. 빨간 문 위에 처마끝 그림자가 뚜렷하다.
                        오늘은 팡둥이 오려나 대체 어딜 가서 그리 오래 있을까?
                    그는 또다시 생각하였다. 팡둥의 아내만 대하면 그는 묻고 싶은 것이 이 말이었다. 그러나 언제든지 새초롬해서 있는 그의 기색을 살피다가는 그만 하려던 말을 줄이치고 말았다. 그리고 이렇게 석양이 되면 오늘이나 오려나? 하고 가슴을 졸였다. 팡둥이 온대야 그에게 그리 기쁠 것도 없건만 어쩐지 그는 팡둥이 기다려지고 그리웠다. 오면 좋으련만…… 이번에는 꼭 말을 해야지 무어라구? 그 다음 말은 생각나지 않고 두 귀가 화끈 단다. 어떻거나 그도 짐작이나 할까? 하기는 뭘 해 남정들이 그러니 그렇게 내게 하리……
                    그는 팡둥의 얼굴을 머리에 그리며 원망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그날
                    밤 후로는 팡둥의 태도가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냉랭해진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점잖으신 어른이고 더구나 성미 까다로운 아내가 곁에 있으니 저러나 보다 하였으나 시일이 지날수록 원망스러움이 약간 머리를 들었다. 반면에 끝없는 정이 보이지 않는 줄을 타고 팡둥에게로 자꾸 쏠리는 것을 그는 느꼈다. 그는 한숨을 후― 쉬며 이맛가에 흐르는 땀을 씻었다. 언제나 자기도 팡둥을 대하여 주저없이 말도 건네고 사랑을 받아 볼까? 생각만이라도 그는 진저리가 나도록 좋았다. 그러나 자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을 깨닫자 그는 울고 싶었다. 그리고 팡둥의 아내가 끝없이 부러웠다. 그는 시름없이 머리를 숙이며
                        원수로 애는 왜 배었는지 하며 일감을 들었다. 바늘 끝에서 떠오르는 그날
                    밤.
                        그날
                        밤의 팡둥은 성난 호랑이같이도 자기에게 덤벼들지 않았던가. 자기는 너무 무섭고도 두려워서 방 안이 캄캄하도록 늘인 비단 포장을 붙들고 죽기로써 반항하다가도 못 이겨서 애를 배게 되지 않았던가. 생각하면 자기의 죄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자기는 선뜻 팡둥에게 이 말을 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그렇게 먹고 싶은 냉면도 못 먹고 이때까지 참아 왔던가. 모두가 자기의 못난 탓인 것 같다. 왜 말을 못 해, 왜 주저해, 이번에는 말할 테야. 꼭 할 테야. 그리고 냉면도 한 그릇 사다 달라지 하며 그는 눈앞에 냉면을 그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이 생각은 헛된 공상임을 깨달으며 한숨을 푸 쉬면서도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모든 난문제가 산과 같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거늘 어린애같이 먹고 싶은 생각부터 하는 자신이 우습고도 가련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먹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목이 가렵도록 먹고 싶다. 냉면만 생각하면 한참씩은 안절부절못할 노릇이다.

그가 뱃속에 애 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유산시키려고 별짓을 다하여 보았다. 배를 쥐어박아도 보고 일부러 칵 넘어지기도 하며 벽에다 배를 대고 탕탕 부딪쳐도 보았다. 그러고도 유산이 되지를 않아서 나중에는 양잿물을 마시려고 캄캄한 밤중에 그 몇 번이나 일어앉았던가. 그러면서도 그 순간까지도 냉면은 먹고 싶었다. 누가 곁에다 감추고서 주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먹고 싶은 냉면을 못 먹어 보고 죽는다는 것은 너무나 애달픈 일이다. 더구나 봉염이를 생각하고는 그만 양잿물 그릇을 쏟치고 말았던 것이다.

삭수가 차올수록 그는 어쩔 줄을 몰랐다. 우선 남의 눈에 들키지나 않으려고 끈으로 배를 꽁꽁 동이고 밥도 한두 끼니는 예사로 굶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사람을 피하여 이렇게 혼자 일을 하곤 하였다.

그때 지르릉 하는 이십오세〔馬車〕소리에 그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팡둥 방에서 뛰어나가는 신발 소리가 나더니 바바! 바바! 하고 팡둥의 어린애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왔구나! 하였다. 따라서 가슴이 후닥닥 뛰며 뱃속의 애까지 빙빙 돌아간다. 그는 치마 주름이 들썩들썩하는 것을 보자 배를 꾹 눌렀다. 신발 소리가 이리로 오므로 그는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
                        팡둥이 혹시 나를 보러 오는가 하였다.

"
                        어머이
                        팡둥 왔어. 그런데 팡둥이 어머이를 오래."

봉염이는 문을 열고 들여다본다. 그는 팡둥이 아님에 다소 실망을 하면서도 안심되었다. 그러나 팡둥이 자기를 보겠다고 오라는 말을 들으니 부끄럼이 확 끼치며 알 수 없는 겁이 더럭 났다. 그리고 말을 할 수 없이 입이 다물어지며 손발이 후들후들 떨린다.

"
                        어머이 어디 아파?"

봉염이는 중국 계집애같이 앞머리카락을 보기 좋게 잘랐다. 그는 머리카락 사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머니를 말똥히 쳐다본다. 그는 딸에게 눈치를 보이지 않으려고 머리를 돌리며,

"아니."

봉염이는 한참이나 무슨 생각을 하더니,

"
                        어머이
                        팡둥이 성난 것 같아 왜."

"왜 어쩌더냐?"

"아니 글쎄 말야."

봉염이는 솥가에서 닳아져서 보기 싫게 된 그의 손톱을 들여다보면서 아까 팡둥의 얼굴을 생각하였다. 그때 팡둥의 아내 소리가 빽 하고 났다.

"뭣들 하기 그러고 있어. 어서 오라는데."

심상치 않은 그의 언성에 그들은 일시에 불길한 예감을 품으면서 팡둥 방으로 왔다. 팡둥은 어린애를 좌우로 안고서 모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깐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거칠게 뜬다. 팡둥 부인은 입을 비쭉하였다.

"흥 자식을 얼마나 잘 두었기에 애비 원수인 공산당에 들었을까. 그런 것들은 열 번 죽여도 좋아…… 우리는 공산당
                        친척은 안 돼. 공산당과는 우리는 원수야. 오늘부터는 우리집에 못 있어. 나가야지."

모녀를 딱 쏘아본다. 모녀는 갑자기 무슨 말인지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머리가 어찔어찔해 왔다.

"이번 쟝궤듸가 국자가 가서 네
                        오빠 죽이는 것을 보았단다."

모녀는 어떤 쇠방망이로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듯 아뜩하였다. 한참 후에 봉염의 어머니는 팡둥을 바라보았다. 팡둥은 그의 시선을 피하여 어린애를 보면서도 그 말이 옳다는 뜻을 보이었다. 그는 한층 더 아찔하였다. 그 애가 참말인가 하고 그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어서 나가! 만주국에서는 공산당을 죽이니깐."

팡둥 부인은 귀걸이를 흔들면서 모녀를 밀어내었다. 모녀는 암만 그들이 그래도 그 말이 참말 같지 않았다. 그리고 속시원히 팡둥이가 말을 해주었으면 하였다. 팡둥은 그들을 바라보자 곧 불쾌하였다. 그날
                    밤
                    그의 만족을 채운 그 순간부터 어쩐지 발길로 그의 엉덩이를 냅다 차고 싶게 미운 것을 느꼈다. 그 다음부터 그는 봉염의 어머니와 마주서기를 싫어하였다. 그러나 살림에 서투른 젊은 아내를 둔 그는 그들을 내보내면 아무래도 식모든지 착실한 일꾼이든지를 두어야겠으니 그러자면 먹여 주고도 돈을 주어야 할 터이므로 오늘 내일 하고 이때까지 참아 왔던 것이다. 보다도 내보낼 구실 얻기가 거북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이번 국자가에서 봉식이 죽는 것을 보고서는 곧 결정하였다. 무엇보다도 공산당의 가족이니만큼 경비대원들이 나중에라도 알면 자신에게 후환이 미칠까 하는 생각이었고 또 하나는 자기가 극도로 공산당을 미워하느니만큼 공산당이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쳐서 못 견디었던   것이다.

아내에게 밀리어 문밖으로 나가는 모녀를 바라보는 팡둥은 봉식의 죽던 광경이 다시 떠오른다.

친구와 교외에 나갔다가 공산당을 죽인다는 바람에 여러 사람의 뒤를 따라가서 들여다보니 벌써 십여 명의 공산당을 죽이고 꼭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는 좀더 빨리 왔더면 하고 후회하면서 사람들의 틈을 뻐개고 들어갔다. 마침 경비대에게 끌리어 한가운데로 나앉은 공산당은 봉식이가 아니었느냐! 그는 자기 눈을 의심하고 몇 번이나 눈을 부비친 후에 보았으나 똑똑한 봉식이였다. 전보다 얼굴이 검어지고 거칠게 보이나마 봉식이였다. 그는 기침을 칵 하며 봉식이가 들으리만큼 욕을 하였다. 그리고 행여 봉식이가 돈을 벌어 가지고 어미를 찾아오면 자기의 생색도 나고 다소 생각함이 있으리라고 하였던 것이 절망이 되었다.

누런 군복을 입은 경비대원 한 사람은 시퍼런 칼날에 물을 드르르 부었다. 그러나 물방울이 진주같이 흐른 후에 칼날은 무서우리만큼 빛났다. 경비대원은 칼날을 들여다보며 슴벅 웃는다. 그리고 봉식이를 바라보았다. 봉식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도 기운 있게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입 모습에는 비웃음을 가득히 띠고 있다. 팡둥은 그 웃음이 여간 불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때인가 공산당에게 위협을 당하던 그 순간을 얼핏 연상하며 봉식이가 확실히 공산당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자 칼날이 번쩍할 때 봉식이는 소리를 버럭 지른다. 어느새 머리는 땅에 떨어지고 선혈이 솩 하고 공중으로 뻗칠 때 사람들은 냉수를 잔등에 느끼며 흠칫 물러섰다.

생각만이라도 팡둥은 소름이 끼치어서 어린애를 꼭 껴안으며 어서 모녀가 눈에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모녀는 문밖에까지 밀리어 나오고도
                        팡둥이가 따라나오며 말리려니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보따리를 가지고 대문을 향할 때까지 팡둥은 가만히 있었다. 봉염의 어머니는 노염이 치받치어 휙 돌아서서 유리창을 통하여 바라보이는 팡둥의 뒷덜미를 노려보았다. 미친 듯이 자기를 향하여 덤벼들던 저 팡둥이
                    그가 무어라고 소리를 지르려고 할 때, 팡둥의 아내와 웬 알지 못할 사나이가 그를 돌려세우며 그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그들은 정신없이 시가를 벗어나 해란강변으로 나왔다. 강물이 앞을 막으니 그들은 우뚝 섰다. 어디로 가나? 하는 생각이 분에 흩어졌던 그들의 생각을 집중시켰다. 그들은 눈을 들었다.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걸렸는데 저 멀리 보이는 마을 앞에 둘러선 버들숲은 흡사히도 그들이 살던
                        싼더거우(三頭溝)
                     앞에 가로놓였던 그 숲과도 같았다. 그곳에는 아직도 남편과 봉식이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눈을 부비치고 보았을 때 봉염의 어머니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소리 높이 흐르는 강물을 들여다보며 그만 죽고 말까 하였다. 동시에 이때까지 거짓으로만 들리던 봉식의 죽음이 새삼스럽게 더 걱정이 되며 가슴이 쪼개지는 듯하였다. 그러나 그 말은 믿고 싶지 않았다.
                        봉식이는 똑똑한 아이다. 그러한 아이가 애비 원수인 공산당에 들었을리가 없을 듯하였다.

그것은 자기 모녀를 내보내려는 거짓말이다.

"
                        죽일년, 그년이 내
                        아들을 공산당이라구. 에이 이 년놈들, 벼락맞을라, 누구를 공산당이래…… 너희놈들이 그러고 뒈질 때가 있을라. 누구를 공산당이래."

봉염이 어머니는 시가를 돌아보며 이를 북북 갈았다. 시가에는 수 없는 벽돌집이 다닥다닥 붙어앉았다.

저렇게 많은 집이 있건만 지금 그들은 몸담아 있을 곳도 없어 이리 쫓기어 나오는 생각을 하니 기가 꽉 찼다. 그리고 저자들은 모두가 팡둥 같은 그런 무서운 인간들이 사는 것 같아 보였다. 이렇게 원망스러우면서도 이리로 나오는 사람만 보이면 행여 팡둥이가 나를 찾아 나오는가 하여 가슴이 뜨끔해지곤 하였다.

어스름 황혼이 그들을 둘러쌀 때에 그들은 더욱 난처하였다. 봉염이는 훌쩍훌쩍 울면서,

"오늘 밤은 어데서 자누? 어머이."

하였다. 그는 순간에 팡둥 집으로 달려들어가서 모조리 칼로 찔러 죽이고 자기들도 죽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래서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의 앞으로 끝없이 길어 나간 대철로를 바라보았을 때 소식 모르는 봉식이가 어미를 찾아 이 길로 터벅터벅 걸어올 때가 있지 않으려나…… 그리고 또다시 팡둥의 말과 같이 아주 죽어서 다시는 만나지 못하려나 하는 의문에 그는 소리쳐 울고 싶었다. 속시원히 국자가를 가서 봉식의 소식을 알아볼까. 그러자. 그 후에 참말이라면 모조리 죽이고 나도 죽자! 이렇게 결심하고 어정어정 걸었다.

그날 밤 그들은 해란강변에 있는 중국인 집 헛간에서 자게 되었다. 그것도 모녀가 사정을 하고 내일 시장에 내다 팔 시금치나물과 파 등을 다듬어 주고서 승낙을 받았다. 봉염의 어머니는 밤이 깊어 갈수록 배가 자꾸 아팠다. 그는
                        애가 나오려나 하고 직각하면서 봉염이가 잠들기를 고대하였다. 그러나 잠이 많던 봉염이도 오늘은 잠들지 않고 팡둥
                    부처를 원망하였다. 그리고 이때까지 몸 아끼지 않고 일해 준 것이 분하다고 종알종알하였다.

"
                        용애는 잘 있는지. 우리 학교는 학생이 많은지."

잠꼬대 비슷이 봉염이는 지껄이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만다.

그의 어머니는 한숨을 후 쉬며 어서 봉염이가 잠든 틈을 타서 나오면 얼른 죽여서 해란강에 띄우리라 결심하였다.

그리고 배를 꾹꾹 눌렀다.

바람 소리가 후루루 나더니 빗방울이 후두두 떨어진다.

그는 되기 딴은 잘되었다 하였다. 이런 비 오는 밤에 아무도 몰래 애를 낳아서 죽이면 누가 알랴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봉염의 몸을 어루만지며 낡은 옷으로 그의 머리까지 푹 씌워 놨다. 비는 출출 새기 시작하였다.

그는 봉염이가 비에 젖었을까 하여 가만히 그를 옮겨 누이고 자기가 비 새는 곳으로 누웠다. 비는 차츰 기세를 더하여 좍좍 퍼부었다. 그리고 그의 몸도 점점 더 아팠다.

그는 봉염이가 깰세라 하여 입술을 깨물고 신음소리를 밖에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신음소리가 콧구멍을 뚫고 불길같이 확확 내달았다. 그리고 빗방울은 그의 머리카락을 타고 목덜미로 입술로 새어 흐른다.

"
                        어머이!"

봉염이는 벌떡 일어나서 어머니를 더듬었다.

"에그 척척해."

어머니의 몸을 만지는 그는 정신이 펄쩍 들었다. 그리고 비가 오는 것을 알았다.

"비가 새네, 아이고 어떡허나."

딸의 말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고 딸이 들을세라 조심하던 신음소리도 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으흥으흥" 하면서 몸부림쳤다. 머리로 벽을 쾅쾅 받다가도 시원하지 않아서 손으로 머리를 감아쥐고 오짝오짝 뜯었다.

봉염이는 어머니를 흔들다가 흔들다가 그만 "흑흑" 하고 울었다.

어머니는 봉염이를 밀치며 "응응" 하고 힘을 썼다―---한참 후에 "으악!" 하는 애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봉염이는 어머니 곁으로 다가붙으며,

"애기?"

하고 부르짖었다.

어머니는 얼른 아기를 더듬어 그의 목을 꼭 쥐려 하였다.

그 순간 두 눈이 화끈 달며 파란 불꽃이 쌍으로 내달았다.

그리고 전신을 통하여 짜르르 흐르는 모성애! 그는 자기의 숨이 턱 막히며 쥐려는 손끝에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땀을 낙수처럼 흘리며 비켜 누워 버렸다. 그리고,

"아이고!"

하고 소리쳐 울었다.

아기를 죽이려다 죽이지 못하고 또 무서운 진통기를 벗어난 봉염의 어머니는 이제는 극도로 배고픔을 느꼈다. 지금 따끈한 미역국 한 사발이면 그의 몸은 가뿐해질 것 같다. 미역국! 지난날에는 남편이 미역국과 흰 이밥을 해가지고 들어와서 손수 떠넣어 주던 것을…… 하며 눈을 꾹 감았다. 비에 젖고 또 비에 젖은 헛간 바닥에서는 흙내에 피비린내를 품은 역한 냄새가 물큰물큰 올라왔다. 어떡하나? 내가 무엇이든지 먹구 살아야 저것들을 키울 터인데 무엇을 먹나, 누가 지금 냉수라도 짤짤 끓여다만 주어도 그 물을 마시고 정신을 차릴 것 같다. 그러나 그는 흙을 주워 먹기 전에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지 않은가, 봉염이를 깨울까, 그래서 이 집 주인에게 밥이나 좀 해달랄까, 아니 아니 못 할 일이야, 무슨 장한 애를 낳았다고 그러랴. 그러면 어떻게? 오래지 않아 날이 밝을 터이니 아침에나 주인집에서 무엇이든지 얻어먹지…… 하였다. 그리고 눈을 번쩍 떠서 뚫어진 헛간문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캄캄하였다. 날이 언제나 새려나, 이 집에는 닭이 없는가 있는가 하며 귀를 기울였다. 사방은 죽은 듯이 고요하다. 간혹 채마밭에서 나는 듯한 벌레 소리가 어두운 밤에 별빛 같은 그러한 느낌을 던져 주었다. 그는 아기를 그의 뛰는 가슴속에 꼭 대며 자기가 아무렇게서라도 살아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왜 죽어, 꼭 산다. 너희들을 위하여 꼭 산다" 하고 중얼거렸다. 애를 낳기 전에는 아니 보다도 이 아픔을 겪기 전에는 죽는다는 말이 그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고 또 진심으로 죽었으면 하고 생각도 많이 하였다. 그러나 마침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아차아차한 고비를 넘기고 겨우 소생한 그는 어쩐지 죽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삶의 환희를 느꼈다. 그가 하필 이번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경우를 여러 번 당하였으나 그러나 남편의 생전에는 죽음에 대하여 한 번도 생각해 보지도 않았으며 역시 죽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죽음이란 아무 생각 없이 대하였을 뿐이었다.

이튿날
                    봉염의 어머니는 곤히 자는 봉염이를 흔들어 깨웠다. 봉염이는 벌떡 일어났다.

"
                        너 이거 내다가 빨아 오너라. 그저 물에 헹구면 된다."

피에 젖은 속옷이며 걸레뭉치를 뭉쳐서 그의 손에 들려 주었다. 그때 봉염의 어머니는 어쩐지 딸이 어려웠다. 그리고 딸의 시선이 거북스러움을 느꼈다. 봉염이는 아직도 가슴이 울렁거리며 모두가 꿈속에 보는 듯 분명하지를 않고 수없는 거미줄 같은 의문과 공포가 그의 조그만 가슴을 꼭 채웠다. 그는 얼른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의 어머니는 딸이 나가는 것을 보고 저것이 추울 터인데 하며 자신이 끝없이 더러워 보였다.

봉염의 신발 소리가 아직도 사라지기 전에 그는 아기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볼수록 뭉치 정이 푹푹 든다. 그리고 아기의 얼굴에 얼굴을 맞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였다. 주인집에서 깨어 부산하게 구는 소리를 그는 들으며 밥을 하는가, 밥을 좀 주려나, 좀 주겠지 하였다. 그리고 미역국 생각이 또 일어나며 김이 어린 미역국이 눈앞에 자꾸 어른거려 보인다. 따라서 배는 점점 더 고파 왔다. 이제 몇 시간만 더 이 모양으로 굶었다가는 그가 아무리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이러한 생각에 겁이 펄쩍 났다. 무엇을 좀 먹어야 할 터인데
                    그는 눈을 뜨고 사면을 휘돌아보았다. 아직도 헛간은 컴컴하다. 컴컴한 저편 구석으로 약간씩 보이는 파뿌리! 그는 어제
                    저녁에 주인 여편네가 오늘 장에 내다 팔 파를 헛간으로 옮겨 쌓던 생각을 하며 옳다! 아무 게라도 좀 먹으면 정신이 들겠지 하고 얼른 몸을 솟구어 파뿌리를 뽑았다. 그러나 주인이 나오는 듯하여 그는 몇번이나 뽑은 파를 입에 대다가도 감추곤 하였다. 마침내 그는 파를 입 속에 넣었다. 그리고 우쩍 씹었다. 그때 이가 시끔하며 딱 맞찔린다. 그래서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쩍 벌린 채 한참이나 벌리고 있었다.

침이 턱밑으로 흘러내릴 때에야 그는 얼른 손으로 침을 몰아넣으며 이 침이라도 목구멍으로 삼켜야 그가 살 것 같았다. 그는 다시 파를 입에 넣고 이번에는 씹지는 않고 혀끝으로 우물우물하여 목으로 넘겼다. 넘어가는 파는 왜 그리도 차며 뻣뻣한지, 그의 목구멍은 찢어지는 듯 눈물이 쑥 비어졌다. ‘파를 먹구도 사는가’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헛간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때 신발 소리가 나며 헛간문이 홱 열린다.

"
                        어머이, 용애 어머이를 빨래터에서 만났어. 그래서 지금 와!"

말이 채 마치기 전에 용애 어머니가 들어온다.  봉염이
                    어머니는 얼결에 일어나 그의 손을 붙들고 소리를 내어 울었다. 용애 어머니는 싼더거우서 한집안같이 가까이 지내었던 것이다. 그래서 봉염이를 따라 이렇게 왔으나 그들의 참담한 모양에 반가움이란 다 달아나고
                        내가 어째서 여기를 왔던가 하는 후회가 일었다. 그리고 뭐라고 위로 할 말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봉염이
                        어머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한참 후에 용애 어머니는 입을 열었다. 봉염이
                    어머니는 울음을 그치고,

"다 팔자 사나워 그렇지요. 왜 죽지 않고 살았겠수…… 그런데 언제 나려왔수. 여기를?"

"
                        우리? 작년에 모두 왔지. 우리 동네서는 모두 떠났다오. 토벌난 통에 모두 밤 도망들을 했지. 어디 농사할 수가 있어야지. 그래 여기 내려오니 이리 어렵구려."

봉염이
                    어머니는 퍽으나 반가웠다. 그리고 용애 어머니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을 번개같이 깨달으며 모든 것을 숨김없이 말하고 사정하리라고 결심하였다.

"
                        용애 어머니 난 아이를 낳았다우. 어젯밤에 이걸…… 어떡허우. 사람 하나 살리는 셈치고 날 며칠 동안만 집에 있게 해주. 어떡허겠수. 나 같은 년 만나기만 불찰이지……."

그는 말끝에 또다시 울었다. 용애 어머니를 만나니 남편이며 봉식의 생각까지 겹쳐 일어나는 동시에 어째서 남은 다 저렇게 영감이며 아들 딸을 데리고 다니며 잘사는데 나만이 이런 비운에 빠졌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용애 어머니는 한참이나 난처한 기색을 띠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시유. 할 수 있소."

용애 어머니는 더 물으려고도 안 하고 안 나오는 대답을 이렇게 겨우 하였다. 뒤에서 가슴을 졸이고 있던 봉염이까지 구원받은 듯하여 한숨을 호 내쉬었다.

"고맙수. 그 은혜를 어찌 갚겠수."

봉염의 어머니는 떨리는 음성으로 이렇게 말하고 봉염에게 아기를 업혀 주었다. 용애 어머니는 이렇게 모녀를 데리고 가나? 남편이 뭐라고 나무라지나 않으려나? 하는 불안에 발길이 무거워졌다.

용애네 집으로 온 그들은 사흘을 무사히 지냈다. 용애 어머니는 남의 빨래 삯을 맡아 날이 채 밝지도 않아서 빨랫가로 달아나고 용애 아버지는 철도공사 인부로 역시 그랬다. 그래서 근근이 살아가는 것을 보는 봉염의 어머니는 그들을 마주 바라볼 수 없이 어려웠다. 그래서 얼른 일어나고 말았다. 그날
                    저녁
                    봉염의 어머니는 빨랫가에서 돌아오는 용애 어머니를 보고

"
                        나두 남의 빨래를 하겠으니 좀 맡아다 주."

용애 어머니는 눈을 크게 떴다.

"어서 더 눕고 있지, 웬일이오…… 어려워 말우."

용애 어머니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이 눈을 껌뻑이더니 다가앉았다. 부엌에서는 용애와 봉염이 종알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저 나 빨래 맡아다 하는 집엔 젖유모를 구하는데…… 애가 딸렸다더라도 젖만 많으면 두겠다구 해. 그 대신 돈이 좀 적겠지만…… 어떠우?"

봉염의 어머니는 귀가 번쩍 뜨였다.

"참말이요? 애가 있어도 된대요?"

용애 어머니는 이 말에는 우물쭈물하고,

"하여간 말이야, 한 달에 십이삼 원을 받으면 집세 얻어서 봉염이와 애기는 따루 있게 하고 애기에겐 봉염의 어머니가 간간이 와서 젖을 멕이고 또 우유를 곁들이지 어떡허나. 큰애 같지 않아 갓난애니까 저게서 알면 재미는 좀 적을게요. 그러니 우선은 큰애라고 속이고 들어가야지. 그러니 그렇게만 되면 그 벌이가 아주 좋지 않우."

봉염의 어머니는 벌이 자리가 난 것만 다행으로 가슴이 뛰도록 기뻤다.

"그러면 어떻게든지 해서 들어가도록 해주우."

하였다. 그리고 돈만 그렇게 벌게 되면 이 집에 신세진 것은 꼭 갚아야겠다 하며 자는 아기를 돌아보았을 때
                        저것을 떼고 남의 애에게 젖을 먹여? 하였다.

며칠 후에 몸이 다소 튼튼해진 봉염의 어머니는 드디어 젖유모로 채용이 되어 애기와 봉염이를 떨어치고 가게 되었다. 그리고 봉염이와 아기는 조그만 방을 세얻어 있게 하였다. 그 후부터 아기는 봉염이가 맡아서 길렀다. 아기는 매일같이 밤만 되면 불이 붙는 것처럼 울고 자지 않았다. 그때마다 봉염이는 아기를 업고 잠 오는 눈을 꼬집어당기면서 방 안을 거닐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기와 같이 소리를 내어 울면서 어두운 문밖을 내다보곤 하는 때가 종종 있었다.

이렇게 지나기를 한 일년이 되니 아기는 우는 것도 좀 나아지고 오줌이며 똥도 누겠노라고 낑낑대었다. 봉염이는 아기를 잘 거두어 주다가도 애가 놀러 왔는데 자꾸 운다든지 제 장난감을 흐트려 놓는다든지 하면 아기를 사정없이 때리었다. 그리고 미처 오줌과 똥을 누겠노라고 못 하고 방바닥에 싸놓으면 사뭇 죽일 것같이 아기를 메치며 때리곤 하였다. 그것은 아기가 미워서 때리는 게 아니고 제 몸이 고달프고 귀찮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아기의 이름은 봉염의 이름자를 붙여서 봉희라고 지었다. 봉희는 이젠 우유를 안 먹고 간간이 어머니의 젖과 밥을 먹었다. 그는 이제야 겨우 빨빨 기었다. 그리고 때로는 오뚝 일어서고 자착자착 걸었다. 그러나 눈치는 아주 엉뚱나게 밝았다. 그러므로 어떤 때는 똥과 오줌을 방바닥에 싸놓고도 언니가 때릴 것이 무서워서 "으아" 하고 때리기 전부터 미리 울곤 하였다. 그리고 어떤 때는 봉염이가 동무와 놀 양으로 봉희를 보고 자라고 소리치면 봉희는 잠도 안 오는 것을 눈을 꼭 감고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자는 체하였다. 그가 돌이 지나도록 자란 것은 뼈도 아니요 살도 아니요 눈치와 머리통뿐이었다. 머리통은 조그만 바가지통만은 하였다. 그리고 머리통이 몹시도 굳었다. 그러나 이 머리통을 싸고 있는 머리카락은 갓 낳던 그대로 노란 것이 나스스하였다. 어쨌든 그의 전체에서 명 붙어 보이는 곳이란 이 머리통같이도 보이고, 혹은 이 머리통이 너무 체에 맞지 않게 크므로 못 이겨서 오래 살지 못하고 죽을 것같이도 무겁게 보이곤 했다.

봉희는 어머니를 알아보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왔다 갈 때마다 그는 번번이 울었다. 그때마다 삼 모녀는 서로 붙안고 한참씩이나 울다가 헤지곤 하였다.

어느 여름날이다. 봉염이는 열병에 걸려 밥도 못 지어 먹고서 자리에 누워 있었다. 온몸이 불같이 뜨거워서 미처 어디가 아픈지도 알아 낼 수가 없었다. 곁에서 봉희는 "앵앵" 울었다. 봉염이는
                        어머니나 와주었으면 하면서 어제 먹다 남은 밥을 봉희의 앞에 놔주었다. 봉희는 울음을 그치고 밥을 퍼넣는다. 봉염이는 눈을 딱 감고 팔을 이마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신발 소리 같아 눈을 번쩍 떠서 보면 어머니는 아니요, 곁에서 봉희가 밥그릇 쥐어당기는 소리다. 그는 화가 버럭 났다.

"
                        잡놈의 계집애 한자리에서 먹지 여기저기 다니며 버려 놓니!"

눈을 부릅떴다. 봉희는 금시 울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으며 입을 비죽비죽하였다. 그리고 문을 돌아보았다. 필시 봉희도 어머니를 찾는 것이라고 봉염이는 얼른 생각되었을 때 그는 "
                        어머니!" 하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받았다. 그는 입술을 꼭 다물고 한참이나 울 듯 울듯이 봉희를 바라다보았다.

"
                        봉희야, 너
                        엄마 보고 싶니? 우리 갈까?"

그는 누가 시켜 주는 듯이 이런 말을 쑥 뱉었다. 봉희는 말끄러미 보더니 밥술을 뎅그렁 놓고 달아온다. 봉염이는 아차 내가 공연한 말을 했구나! 후회하면서 봉희를 힘껏 껴안았다. 그때 두 줄기 눈물이 그의 볼에 뜨겁게 흘러내리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
                        어머이는 왜 안 나와. 오늘은 꼭 올 차례인데. 그렇지 봉희야!"

봉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응."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어서 밥 머. 우리 봉희는 착해."

봉염이는 봉희의 머리를 내려쓸고 내려놓았다. 봉희는 또다시 밥술을 쥐고 밥을 먹었다. 봉염이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언제인가 어머니가 와서 깨끗이 쓸어 주고 가던  거미줄은 또다시 연기같이 슬어붙었다. ‘
                        어머니는 거미줄이 슬었는데두 안 온다니’ 하였다. 그 후에도 어머니는 몇 번이나 왔건만 그 기억은 아득하여 이런 말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였다. 그는 돌아누우며
                        어머니가 조반을 먹고서 명수를 업고 문밖을 나오나…… 에크 이젠 되놈의 상점은 지났겠다. 이젠 문 앞에 왔는지도 모르지 하고, 다시 문 편을 흘금 바라보았다. 그러나 신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봉희가 술구는 소리뿐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문을 탁 열어 젖혔다. 봉희는 어쩐 까닭을 모르고 한참이나 언니를 말끄러미 바라보다가 발발 기어왔다.

그는 코에서 단김이 확확 내뿜는 것을 깨달으며 팔싹 주저앉았다.

밖에는 곁집 부인이 흰빨래를 울바자에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널고 있었다. 바자 밖으로 넘어오는 손끝은 흡사히 어머니의 다정한 그 손인 듯, 그리고 금시로 젖비린내를 가득히 피우는 어머니가 저 바자 밖에 섰는 듯하였다. 그는 젖비린내 속에 앉아 있으면 어쩐지 맘이 푹 놓이고 평안함을 느꼈다.

그는 못 견디게 어머니 품에 자기의 다는 몸을 탁 안기고 싶었다. 그는 목이 마른 듯하여 물을 찾았다. 그래서 봉희가 밥 말아 먹던 물을 마셨지마는 어쩐지 더 답답하였다.

이렇게 자리에 못 붙고 안타까워하던 그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가 무엇에 놀라 후닥닥 깨었다.

그의 얼굴에 수없이 붙었던 파리 소리만이 왱왱 하고 났다.

그는 얼른 봉희가 없는 데 정신이 바짝 들었다.

뒤이어 어머니가 왔었나? 그래서 봉희만 데리고 어디를 나갔나 하는 생각이 들자 그만 발악을 하고 울고 싶었다.

그는 미친 듯이 달려 일어났다. 그래서 밖으로 튀어나가니 어머니와 봉희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찌는 듯한 더위는 마당이 붉어지도록 내리쪼인다. 어디 갔을까? 어머니가? 하고 울 밖에까지 쫓아나갔다가 앞집 부인을 만났다.

"우리 어머이 못 봤우?"

"못 봤어…… 왜 어디 아프냐? 너."

어머니 못 봤다는 말에 더 말하고 싶지 않은 그는 눈이 벌개서 찾아다니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때 뒤뜰에서 무슨 소리가 나므로 벌떡 일어나 뛰어나갔다.

저편 뜨물 동이 옆에는 봉희가 붙어 서서 그 큰 머리를 숙이고 마치 젖 빨듯이 입을 뜨물 동이에 대고 뜨물을 꼴깍꼴깍 들이마시고 있다. 그리고 머리털은 햇볕에 불을 댄 것처럼 빨갛다.

사흘 후에 봉염이는 드디어 죽고 말았다. 그의 어머니는 할 수 없이 유모를 그만두고 명수네 집에서 나오게 되었으며 봉희 역시 몹시 앓더니 그만 죽었다. 형제나 죽는 것을 본 주인집에서는 그를 나가라고 성화치듯 하였다. 그는 참다못해서 주인 마누라와 아우성을 치면서 싸웠다. 그리고 끌어내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뜻을 보이고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전날에 그는 미처 집세를 못 내도 주인 대하기가 거북하였는데 지금은 어디서 이러한 대담함이 생겼는지 그 스스로도 놀랄 만하였다.

이제도 그는 주인 마누라와 한참이나 싸웠다. 만일 주인 마누라가 좀더 야단을 쳤다면 그는 칼이라도 가지고 달라붙고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주인 마누라는 그 눈치를 채었음인지 슬그머니 들어가고 말았다.

"흥! 누구를 나가래. 좀 안 나갈걸, 암만 그래두."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문 편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좀더 싸우지 않고 들어가는 주인 마누라가 어쩐지 부족한 듯하였다. 그는 지금 땅이라도 몇십 길 파고야 견딜 듯한 분이 우쩍우쩍 올라왔던 것이다.

분이 내려가더니 잠깐 잊었던 봉염이
                    봉희, 명수까지 뻔히 떠오른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들은 자기가 일부러 죽인 듯했다. 그가 곁에 있었으면 애들이 그러한 병에 걸렸을는지도 모르거니와 설사 병에 걸렸다더라도 죽기까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는 가슴을 탁탁 쳤다.

"
                        남의 새끼 키우느라 제 새끼를 죽인단 말이냐…… 이년들 모두 가면 난 어쩌란 말이. 날 마자 다려가라."

하고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러나 음성도 이미 갈리고 지쳐서 몇 번 나오지 못하고 콱 막힌다. 그리고는 목구멍만 찢어지는 듯했다. 그는 기침을 칵칵 하며 문밖을 흘끔 보았을 때 며칠 전 일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그날
                    밤 비는 좍좍 퍼부었다. 봉염의 어머니는 봉염이가 앓는 것을 보고 가서 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밤중에 그는 속옷바람으로 명수네 집을 벗어났다. 그가 젖유모로 처음 들어갔을 때 밤마다 옷을 벗지 못하고 누웠다가는 명수네 식구가 잠만 들면 봉희를 찾아와서 젖을 먹이곤 하였다. 이 눈치를 챈 명수 어머니는 밤마다 눈을 밝히고 감시하는 바람에 그 후로는 감히 옷을 입지 못하고 누웠다가가는 틈만 있으면 벗은 채로 달아오는 때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그 밤, 낮에 다녀온 것을 명수 어머니가 뻔히 아는 고로 다시 가겠단 말을 못 하고 누웠다가 그들이 잠든 틈을 타서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사방은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이 어두우며 몰아치는 바람결에 굵은 빗방울은 그의 벗은 어깨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리고 눈이 뒤집히는 듯 번갯불이 번쩍이고 요란한 천둥 소리가 하늘을 때려부수는 듯 아뜩아뜩하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었다. 오직 그의 앞에는 저 하늘에 빛나는 번갯불같이 딸들의 신변이 각일각으로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가 숨이 차서 집까지 왔을 때 문밖에 허연 무엇이 있음에 그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봉염이인 것을 직각하자 그는 와락 달려들었다.

"
                        이년의 계집애 뒈지려고 예가 누웠냐?"

비에 젖은 봉염의 몸은 불 같았다. 그는 또다시 아뜩하였다. 그리고 간폭을 갉아 내는 듯함에 그는 부르르 떨었다. 따라서 젖유모고 무엇이고 다 집어뿌리겠다는 생각이 머리가 아프도록 났다. 그러나 그들이 방까지 들어와서 가지런히 누웠을 때 그의 머리에는 또다시 불안이 불 일듯 하였다. 명수가 지금 깨어서 그 큰집이 떠나갈 듯이 우는 것 같고 그리고 명수 어머니 아버지까지 깨어서 얼굴을 찡그리고 자기의 지금 행동을 나무라는 듯, 보다도 당장에 젖유모를 그만두고 나가라는 불호령이 떨어지는 듯, 아니 떨어진 듯, 그는 두 딸의 몸을 번갈아 만지면서도 그의 손끝의 감촉을 잃도록 이런 생각만 자꾸 들었다. 그는 마침내 일어났다. 자는 줄 알았던 봉희가 젖꼭지를 쥐고 달려 일어났다. 그리고 "엄마!" 하고 울음을 내쳤다. 봉염이는 차마 어머니를 가지 말란 말은 못 하고 흑흑 느껴 울면서 어머니의 치마깃을 잡고,

"조금만 더……."

하던 그 떨리는 그 음성―---그는 지금도 들리는 듯하였다. 아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이 모든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방 안을 빙빙 돌았다. 그러나 불똥 튀듯 일어나는 이 쓰라린 기억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명수의 얼굴까지 떠올라서 핑핑 돌아간다. 빙긋빙긋 웃는 명수.

"
                        그놈 울지나 않는지……."

나오는 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그는 억지로 생각을 돌리려고 맘에 없는 딴말을 지껄였다.

"에이 이놈의 자식
                        너 때문에 우리
                        봉희
                        봉염이는 죽었다. 물러가라!"

그러나 명수의 얼굴은 점점 다가온다. 손을 들어 만지면 만져질 듯이……
                    그는 얼른 손등을 꽉 물었다. 손등이 아픈 것처럼 그렇게 명수가 그립다. 그리고 발길은 앞으로 나가려고 주춤주춤하는 것을 꾹 참으며 어제 이맘때 명수의 집까지 갔다가도 명수 어머니에게 거절을 당하고 돌아오던 생각을 하며 맥없이 머리를 떨어뜨리었다. ‘흥! 제 자식 죽이고 남의 새끼 보고 싶어하는 이 어리석은 년아, 왜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왜 살아, 왜 살아, 그때 죽었으면 이 고생은 하지 않지’ 하며 남편의 죽은 것을 보고 따라 죽을까? 하던 그때 생각을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이러한 비운에 빠지게 된 것은 남편이 죽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였다. 그리고 남편을 죽인 공산당, 그에게 있어서는 철천지 원수인 듯했다. 생각하면 팡둥도 그의 남편이 없기 때문에 그에게 그러한 일을 감행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모두가 공산당 때문이다. 그때 공산당이라고 경비대에게 죽었다는 봉식이가 떠오르며 팡둥의 그 얼굴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
                        이놈
                        내
                        아들이 공산당이라구…… 내쫓으려면 그냥 내쫓지 무슨 수작이냐, 더러운 놈…… 봉식아 살았느냐 죽었느냐?"

그는 봉식이를 부르고 나니 어떤 실끝 같은 희망을 느꼈다.
                        국자가엘 가자, 그래서 봉식이를 찾자, 할 때 그는 가기 전에 명수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일어난다.
                        명수
                        명수야! 하고 입 속으로 부르며 무심히 그는 그의 젖꼭지를 꼭 쥐었다. 지금쯤은 날 부르고 울지 않는가?……
                    그는 와락 뛰어나왔다. 그러나 명수 어머니의 그 얼굴이 사정없이 그의 앞을 콱 가로막는 듯했다. 그는 우뚝 섰다.

"
                        이년! 명수를 왜 못 보게 하니. 네가 낳기만 했지 내가 입때 키우지 않았니. 죽일년, 그 애가 날 더 따르지, 널 따르겠니. 명수는 내 거다."

하고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명수의 머리카락 하나 자유로 만져 보지 못할 자신인 것을 깨달을 때 그는 머리를 푹 숙였다.

고요한 밤이다. 이 밤의 고요함은 그의 활활 타는 듯한 가슴을 눌러 죽이려는 듯했다. 이러한 무거운 공기를 헤치고 물큰 스치는 감자 삶은 내! 그는 지금이 감자철인 것을 얼핏 느끼며 누구네가 감자를 이리도 구수하게 삶는가 하며 휘돌아보았다. 그리고 뜨끈한 감자 한 톨 먹었으면 하다가 흥! 하고 고소를 하였다. 무엇을 먹고 살겠다는 자신이 기막히게 가련해 보였던 것이다. 그는 벽을 의지해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달이 둥실 높이 떴고 별들이 종종 반짝인다. 빛나는 별, 어떤 것은 봉염의 눈 같고 봉희의 눈 같다. 그리고 명수의 맑은 눈 같다. 젖을 주무르며 쳐다보던 명수의 그 눈.

"에이 이놈 저리 가라!"

그는 또다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봉희
                    봉염의 눈을 생각하였다.
                        엄마가 그리워서 통통 붓도록 울던 그 눈들, 아아 이 세상에서야 어찌 다시 대하랴!…… 공동묘지에나 가볼까 하고 그는 충충 걸어 나올 때 달 아래 고요히 놓인 수없는 묘지들이 휙 지나친다. 그는 갑자기 싫은 생각이 냉수같이 그의 등허리를 지나친다. 여기에 툭 튀어나오는 달 같은 명수의 그 얼굴,
                    그는 멈칫 서며 죽음이란 참말 무서운 것이다 하며 시름없이 저편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는 무엇에 놀란 사람처럼 후닥닥 달려나왔다.

앞집 처마끝 그림자와 이 집 처마끝 그림자 사이로 눈송이같이 깔리어 나간 달빛은 지금 명수가 자지 않고 자기를 부르며 누워 있을 부드러운 흰 포단과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볼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듯한 달빛이었다. 그는 두 손으로 볼을 쥐고 그 달빛을 밟고 섰다. 그리고
                        명수야! 하고 쏟아져 나오는 것을 숨이 막히게 참으며 조금도 이지러짐이 없는 저 달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술술 흐른다. 그리고 정이란 치사한 것이다! 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문득 그의 그림자를 굽어보며 이제로부터 자신은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가 의문이 되었다. 맘대로 하면 당장이라도 죽어서 아무것도 잊으면 이 위에 더 행복은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나니 그의 몸은 천근인 듯, 이 무게는 죽음으로써야 해결할 것 같다. 죽으면 어떻게 죽나? 양잿물을 마시고…… 아니 아니 그것은 못 할 게야 오장육부가 다 썩어 내리고야 죽으니 그걸 어떻게…… 그러면 물에 빠져……
                    그의 앞에는 핑핑 도는 푸른 물결이 무섭게 나타나 보인다. 그는 흠칫하며 벽을 붙들었다. 사는 날까지 살자. 그래서 봉식이도 만나 보고 그놈들
                        공산당들도 잘되나 못되나 보구. 하늘이 있는데 그놈들이 무사할까 부야. 이놈들 어디 보자.
                    그는 치를 부르르 떨었다. 마침 신발 소리가 나므로 그는 주인 마누라가 또 싸우러 나오는가 하고 안방 편으로 머리를 돌렸다. 반대 방향에서,

"왜 거기 섰수?"

그는 휙근 돌아보자 용애 어머니임에 반가웠다. 그리고 저가 명수의 소식을 가지고 오는 듯싶었다.

"
                        명수 봤수?"

"
                        명수? 아까 낮에 잠깐 봤수."

"울지? 자꾸 울 게유!"

용애 어머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까 명수가 발악을 하고 울던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봉염의 어머니 역시 얼마나 명수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즉석에서 알 수가 있었다.

"
                        어제 갔댔수? 명수한테."

"예, 그년이, 죽일년이 애를 보게 해야지 흥! 잡년 같으니."

용애 어머니는 잠깐 주저하다가,

"가지 말아요. 명수 어머니가 벌써 어서 알았는지 봉염이
                        봉희가 염병에 죽었다구 하면서 펄펄 뜁데다. 아예 가지 말아유."

그는 용애 어머니마저 원망스러워졌다.

"염병은 무슨 염병, 그 애들이 없는데야 무슨 잔수작이래유. 그만두래. 내
                        그 자식 안 보면 죽을까, 뭐 안 가 안 가유 흥!"

명수 어머니가 앞에 섰는 듯 악이 바락바락 치밀었다. 그의 기색을 살피는 용애 어머니는,

"그까짓 말은 그만둡시다 우리! 저녁이나 해자셨수?"

치맛길을 휩싸고 쪼그려앉은 용애 어머니에게서는 청어 비린내가 물큰 일어난다. 그는 갑자기 자기가 배가 고파서 이렇게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용애 어머니에게 말하여 식은밥이라도 좀 먹어야겠다 하였다.

"오늘도 또 굶었구려. 산 사람은 먹어야지유! 내 그럴 줄 알고 밥을 좀 가져오렸더니…… 잠깐 기대리우 내 얼른 가져올게."

용애 어머니는 얼른 일어나서 나간다. 봉염의 어머니는 하반신이 끊어지는 듯 배고픔을 느끼며 겨우 방 안으로 들어가서 쾅 하고 누워 버렸다. 용애 어머니는 왔다.

"좀 떠보시유. 그리고 정신을 차려유. 그러구 살 도리를 또 해야지…… 저 참 이 남는 장사가 있수?"

봉염의 어머니는 한참이나 정신없이 밥을 먹다가 용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주 이가 많이 남아유. 저, 거시기 우리 영감도 그 벌이 하러 오늘 떠났다오."

"무슨 벌이유?"

벌이라는 말에 그의 귀는 솔깃하였다. 용애 어머니는 음성을 낮추며,

"소금장사 말유."

"붙잡히면 어찌유?"

봉염의 어머니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러기에 아주 눈치 빠르게 잘 해야지. 돈벌이하랴면 어느 것이나 쉬운 것이 어디 있수 뭐."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먼길을 떠난 영감의 신변이 새삼스럽게 더 걱정이 되었다. 한참이나 그들은 잠잠하고 있었다.

"
                        봉염의 어머니두 몸이 튼튼해지거들랑 좀 해봐유. 조선서는 소금 한 말에 삼십 전 안에 든다는데 여기 오면 이 원 삼십 전! 얼마나 남수."

그의 말에 봉염의 어머니는 기운이 버쩍 나면서도 다시 얼핏 생각하니 두 딸을 잃은 자기다. 남들은 아들 딸을 먹여살리려고 소금짐까지 지지만 자신은 누구를 위하여……? 마침내 자기 일신을 살리려라는 결론을 얻었을 때 그는 너무나 적적함을 느꼈다. 그러나 아무리 자기 일신일지라도 스스로 악을 쓰고 벌지 않으면 누가 뜨물 한 술이나 거저 줄 것일까? 굶는다는 것은 차라리 죽음보다도 무엇보다 무서운 것이다. 보다도 참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다. 요전까지는 그의 정신이 흐리고 온 전신이 나른하더니 지금 밥술을 입에 넣으니 확실히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가슴을 누르는 듯하던 주위의 공기가 가뿐해 오지 않는가. 살아서는 할 수 없다, 먹어야지…… 그때 그는 문득 중국인의 헛간에서 봉희를 낳고 파뿌리를 씹던 생각이 났다. 그는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그 동안에 그는 명수네 집에 비록 맘 고통은 있었을지라도 배고픈 일은 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는 명수의 얼굴을 또다시 머리에 그리며
                        명수가 못 견디게 자꾸 울어서 명수 어머니가 할 수 없이 날 또다시 데려가지 않으려나? 하면서 밥술을 놓았다.

"왜 더 자시지. 이젠 아무 생각도 말구 내 몸 튼튼할 생각만 해유."

"튼튼할…… 흥 사람의 욕심이란…… 영감 죽어, 아들
                        딸……."

그는 음성이 떨리어 목멘 소리를 하면서 문 편을 시름없이 바라보았다. 달빛에 무서우리만큼 파리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용애 어머니는 나가는 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하늘도 무심하다 하며 달빛을 쳐다보았다.

"그럼 어쩌우 목숨 끊지 못하구 살 바에는 튼튼해야지. 지나간 일은 아예 생각지 말아유."

이렇게 말하는 용애 어머니는 그의 곁으로 다가앉으며 흐트러진 그의 머리를 만져 주었다.

그는 얼핏 명수가 젖을 먹으며 그 토실토실한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생각이 나서 적이 가라앉았던 가슴이 다시 후닥닥 뛴다. 그는 무의식간에 용애 어머니의 손을 덥석 쥐었다.

"
                        명수 지금 잘까유?"

말을 마치며 용애 어머니 무릎에 그는 머리를 파묻고 소리를 내어 울었다. 어느덧 용애 어머니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울지 마우. 그까짓 남의 새끼 생각지 말아유. 쓸데 있수?"

"한 번만 보구는…… 난 안 볼래유. 이제 가유, 네 용애 어머니."

자기 혼자 가면 물론 거절할 것 같으므로 그는 용애 어머니를 데리고 가려는 심산이었다.

용애 어머니는 아까 입에 못 담게 욕을 하던 명수 어머니를 얼핏 생각하며 난처해하였다.

그래서 그는 언제까지나 잠잠하고 있었다. 봉염이
                    어머니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용애 어머니의 손을 잡아끌었다.

"
                        봉염의 어머니, 좀 진정해유. 우리
                        내일 가봅시다."

하고 그를 꼭 붙들어 주저앉히었다. 달빛은 여전히 그들의 얼굴에 흐르고 있다.

북국의 가을은 몹시도 스산하다. 우뢰 같은 바람 소리가 대지를 뒤흔드는 어느 날 밤
                    봉염의 어머니는 소금 너 말을 자루에 넣어서 이고 일행의 뒤를 따랐다. 그들 일행은 모두가 여섯 사람인데 그 중에 여인은 봉염의 어머니뿐이었다. 앞에서 걷는 길잡이는 십여 년을 이 소금 밀수로 늙었기 때문에 눈 감고도 용이하게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 길잡이에게 무조건 복종을 하였다. 그리고 며칠이든지 소금짐을 지는 기간까지는 벙어리가 되어야 하며 그 대신 의사 표시는 전부 행동으로 하곤 하였다.

그들은 열을 지어 나란히 걸었다. 바람은 여전히 불었다. 그들은 앞에 사람의 행동을 주의하며 이 바람 소리가 그들을 다그쳐 오는 어떤 신발 소리 같고 또 어찌 들으면 순사의 고함치는 소리 같아 숨을 죽이곤 하였다. 그리고
                        어제도 이 근방 어디서 소금짐을 지다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 있다지 하며 발걸음 옮김을 따라 이러한 불안이 저 어둠과 같이 그렇게 답답하게 그들의 가슴을 캄캄케 하였다.

남들은 솜옷을 입었는데 봉염의 어머니는 겹옷을 입고 발가락이 나오는 고무신을 신었다. 그러나 추운 것은 모르겠고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에 인 소금자루가 무거워서 견딜 수 없다. 머리 복판을 쇠뭉치로 사정없이 뚫는 것 같고 때로는 불덩이를 이고 가는 것처럼 자꾸 따가웠다. 그가 처음에 소금자루를 일 때 사내들 같이 엿 말을 이렸으나 사내들이 극력 말리므로 애수한 것을 참고 너 말을 이게 된 것이다. 그런 것이 소금자루를 이고 단 십 리도 오기 전에 이렇게 머리가 아팠다. 그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두 손으로 소금자루를 조금씩 쳐들어 아픈 것을 진정하였으나 아무 쓸데도 없고 팔까지 떨어지는 듯이 아프다. 그는 맘대로 하면 이 소금자루를 힘껏 쥐어뿌리고 그 자리에서 자신도 그만 넌쩍 죽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공연한 맘뿐이었다. 발길은 여전히 사내들의 뒤를 따라간다.
                        사내들과 같이 저렇게 나도 등에 져보더라면…… 이제라도 질 수가 없을까. 그러려면 끈이 있어야지 끈이…… 좀 쉬어 가지 않으려나 쉬어 갑시다. 금시로 이러한 말이 입 밖에까지 나오다는 칵 막히고 만다. 그리고 여전히 손길은 소금자루를 들어 아픈 것을 진정하려 하였다.

이마와 등허리에서는 땀이 낙수처럼 흘러서 발밑까지 내려왔다. 땀에 젖은 고무신은 왜 그리도 미끄러운지 걸핏하면 그는 쓰러지려 하였다. 그래서 그는 정신을 바짝 차리면 벌써 앞에 신발 소리는 퍽으나 멀어졌다. 그는 기가 나서 따라오면 숨이 칵칵 막히고 옆구리까지 결린다. 두 말이나 일 것을…… 그만 쏟아 버릴까? 어쩌누? 소금자루를 어루만지면서도 그는 차마 그리하지는 못하였다.

어느덧 강물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그들은 이 강물 소리만 들어도 한결 답답한 속이 좀 풀리는 듯하였다. 강가에 가면 이 소금짐을 벗어 놓고 잠시라도 쉴 것이며 물이라도 실컷 마실 것 등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강 저편에 무엇들이 숨어 있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이 강물 소리를 따라 높아진다. 봉염의 어머니는 시원한 강물 소리조차도 아픔으로 변하여 그의 고막을 바늘 끝으로 꼭꼭 찌르는 듯 이 모양대로 조금만 더 가면 기진하여 죽을 것 같았다. 마침 앞에 사내가 우뚝 서므로 그도 따라 섰다. 바람이 무섭게 지나친 후에 어디선가 벌레 울음 소리가 물결을 따라 들렸다. 낑 하고 앞에 사내가 앉는 모양이다. 그도 털썩 하고 소금자루를 내려놓으며 쓰러졌다. 그리고 얼른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며 바늘로 버티어 있는 듯한 눈을 억지로 감았다. 그러면서도 앞에 사내들이 참말로 다들 앉았는가 나만이 이렇게 쓰러졌는가 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픈 것이 진정되니 온몸이 후들후들 떨린다. 그는 몸을 웅크릴 때 앞에 사내가 그를 꾹 찌른다. 그는 후닥닥 일어났다. 사내들의 옷 벗는 소리에 그는 한층더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는 잠깐 주저하다가 옷을 훌훌 벗어 돌돌 뭉쳐서 목에 달아매었다. 그때 그는 놀릴 수 없이 아픈 목을 어루만지며
                        용정까지 이 목이 이 자리에 붙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사내가 이어 주는 소금자루를 이고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벌써 철버덕철버덕 하는 물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앞에 사람은 강물에 들어선 모양이다. 벌써 그의 발끝이 모래사장을 거쳐 물 속에 들어간다. 그는 오소소 추우며 알 수 없는 겁이 버쩍 들어서 물결을 굽어보았다. 시커멓게 보이는 그 속으로 물결 소리만이 요란하였다. 그리고 뭉클뭉클 내리밀치는 물결이 그의 몸을 울려 주었다. 그때마다 머리끝이 쭈뼛해지며 오한을 느꼈다. 그리고 흑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물이 깊어 갈수록 발밑에 깔린 돌이 굵어지며 걷기도 몹시 힘들었다. 그것은 돌이 께느른한 해감탕 속에 묻히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걸핏하면 미끈하고 발끝이 줄달음을 치는 바람에 정신이 아득해지곤 하였다. 봉염의 어머니는 몇 번이나 발이 미끄러지고 또 곱디디었다. 물은 젖가슴을 확실히 지나쳤다. 그때 그의 발끝은 어떤 바위를 디디다가 미끈하여 달음질쳐 내려간다. 그 순간 온몸이 화끈해지도록 그는 소금자루를 버티고 서서 넘어지려는 몸을 바로잡으려 하였다. 그러나 벌어지는 다리와 다리를 모두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소리를 쳐서 앞에 사내들에게 구원을 청하려 하나 웬일인지 숨이 막히고 답답해지며 암만 소리를 질러도 나오지도 않거니와 약간 나오는 목소리도 물결과 바람결에 묻혀 버리곤 하였다. 그는 죽을 힘을 다하여 왼발에 힘을 들이고 섰다. 그때 그는 죽는 것도 무서운 것도 아뜩하고 다만 소금자루가 물에 젖으면 녹아 버린다는 생각만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발끝으로부터 머리털끝까지 뻗치었다.

앞서 가는 사내들은 거의 강가까지 와서야 봉염의 어머니가 따르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근방을 찾아보다가 하는 수 없이 길잡이가 오던 길로 와보았다. 길잡이는 용이하게 그를 만났다. 그리고
                        자기가 조금만 더 지체하였더라면   봉염이
                        어머니는 죽었으리라 직각되었다. 그는 봉염이
                    어머니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일변 소금자루를 내리어 자기의 어깨에 메었다. 그리고 그의 발끝에 밟히는 바위를 직각하자 봉염이
                    어머니가 이렇게 된 원인이 여기 있는 것을 곧 알았다. 그리고
                        자기는 이 바위 옆을 훨씬 지나쳐 길을 인도하였는데 어쩐 일인가 하며 봉염이
                    어머니의 손을 꼭 쥐고 걸었다.

봉염의 어머니는 정신이 흐릿해졌다가 이렇게 걷는 사이에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러나 몸을 건사하기 어렵게 어지러우며 입 안에서 군물이 실실 돌아 헛구역질이 자꾸 나온다. 그러면서도 머리에는 아직도 소금자루가 있거니 하고 마음대로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였다. 그들이 강가까지 왔을 때 맘을 졸이고 있던 나머지 사람들은 욱 쓸어 일어났다. 그리고 저마다 두 사람을 어루만지며 어떤 사람은 눈물까지 흘리었다. 자기들의 신세도 신세려니와 이 부인의 신세가 한층더 불쌍한 맘이 들었다. 동시에 잠 한 잠 못 자고 오롯이 굶어 오며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어린것들이며 부모까지 생각하고는 뜨거운 한숨을 푸푸 쉬었다.

그 순간이 지나가니 또다시 맘이 졸이고 무서워서 잠시나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번에는 봉염의 어머니를 가운데 세우고 여전히 걸었다. 이번에는 밭고랑으로 가는 셈인지 봉염이
                    어머니는 발끝에 조 벤 자국과 수수 벤 자국에 찔리어서 견딜 수 없이 아팠다. 그는 몇 번이나 고무신을 벗어 버리렸으나 그나마 버리지는 못하였다. 그는 언제나 이렇게 맘을 내고도 한 번도 그의 속이 흡족하게 실행하지는 못하였다. 그저 망설였다. 나중에는 고무신이 찢어져 조뿌리나 수수뿌리에 턱턱 걸려 한참씩이나 진땀을 뽑으면서도 여전히 버리지는 못하였다.

그들이 어떤 산마루턱에 올라왔을 때,

"누구냐? 손 들고 꼼짝 말고 서라. 그렇지 않으면 쏠 터이다!"

이러한 고함소리와 함께 눈이 부시게 파란 불빛이 솩 하고 그들의 얼굴에 비친다. 그들은 이 불빛이 마치 어떤 예리한 칼날 같고 또 그들을 향하여 날아오는 총알 같아서 무의식간에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이젠 소금을 빼앗겼구나! 하고 그들은 저만큼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렇게 단정은 하면서도 웬일인지 저들이 공산당이 아닌가 혹은
                        마적단인가 하며 진심으로 그리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공산당이나 마적단들에게는 잘 빌면 소금짐 같은 것은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길잡이로부터 시작하여 깡그리 몸뒤짐을 하고 난 저편은 꺼풋 하고 불을 끄고 한참이나 중얼중얼하였다. 그들은 불을 끄니 전신이 소름이 오싹 끼치며,
                        저놈들이 칼을 빼어 들었는가 혹은 총부리를 겨누었는가 하여 견딜 수 없이 안타까웠다. 그때 어둠 속에서는,

"여러분! 당신네들이 왜 이 밤중에 단잠을 못 자고 이 소금짐을 지게 되었는지 알으십니까!"

쇳소리 같은 웅장한 음성이 바람결을 타고 높았다 떨어진다. 그들은 옳다! 공산당이구나! 소금은 빼앗기지 않겠구나. 저들에게 뭐라구 사정하면 될까 하고 두루 생각하였다. 저편의 음성은 여전히 흘러나왔다. 그들은 말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서 말을 그치고 놓아 보냈으면 하였다. 그리고 이 산 아래나 혹은 이 산 저편에 경비대가 숨어 있어 우리들이 공산당의 연설을 듣고 있는 것을 들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자꾸 일어난다. 봉염의 어머니는 저편의 연설을 듣는 사이에 싼더거우 있을 때 봉염이를 따라 학교에 가서 선생의 연설 듣던 것이 얼핏 생각히며 흡사히도 그 선생의 음성 같았다. 그는 머리를 번쩍 들며 저편을 주의해 보았다. 다만 칠 같은 어둠만이 가로막힌 그 속으로 음성만 들릴 뿐이다. 그는 얼른
                        우리
                        봉식이도 저 가운데나 섞이지 않았는가 하였으나 그는 곧 부인하였다. 그리고 봉식이가 보통아이와 달라 똑똑한 아이니 절대로 그런 축에는 섞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되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봉식이에 대한 불안은 적어지나
                        저들의 말하는 것이 어쩐지 이 소금자루를 빼앗으려는 수단 같기도 하고 저 말을 그치고 나면 우리를 죽이려는가 하는 의문이 자꾸 들었다.

어둠 속에서 연설이 끝난 후에 원로에 잘 다녀가라는 인사까지 받았다. 그들은 얼결에 또다시 걸었다. 그러면서도
                        저들이 우리를 돌려 보내는 것처럼 하고 뒤로 따라오며 총질이나 하지 않으려나 하여 발길이 허둥거렸다. 그러나 그들이 산을 넘어 밭머리로 들어설 때 비로소 안심하고  한숨 끝에 탄식하였다.

봉염의 어머니는 조급한 맘을 진정할수록
                        저들이 의심할 수 없는 공산당들이었구나! 하였다. 그리고 아까 그들의 앞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섰던 자신을 비웃으며 세상에 제일 못난 것은 자기
                    라 하였다.
                        남편을 죽이고 자기를 이와 같은 구렁에 빠뜨린 저들 원수를 마주서고도 말 한마디 못 하고 떨고 섰던 자신! 보다도 평시에 저주하고 미워하던 그 맘조차도 그들 앞에서는 감히 생각도 못 한 자기. 아아! 이러한 자기는 지금 살겠노라고 소금자루를 지고 두 다리를 움직인다.
                    그는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못난 바보일수록 살겠다는 욕망은 더 크다고 깨달았다. 동시에 한 가지 의문 되는 것은 저들이 어째서 우리들의 소금짐을 빼앗지 않고 그냥 보내었을까가 의문이었다. 그렇게 사람 죽이기를 파리 죽이듯 하고 돈과 쌀을 잘 빼앗는 그놈들이…… 하며 그는 이제야 저주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낮에는 산 속에서 혹은 풀숲에서 숨어 지내고 밤에만 걸어서 사흘 만에야 겨우 용정까지 왔다. 집까지 온 봉염의 어머니는 소금자루를 얻다가 감추어야 좋을지 몰라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낡은 상자 안에 넣어서 방 한구석에 놓고야 되는 대로 주저앉았다. 방 안에는 찬바람이 실실 돌고 방바닥은 얼음덩이같이 차다. 그는 머리와 발가락을 어루만지며 목이 메어서 울었다. 집에 오니 또다시 봉염이며 봉희며 명수까지 선하게 보이는 듯하였다.
                        그들이 곁에 있으면 이렇게 쓰리고 아픈 것도 한결 나을 것 같다.
                    그는 한참이나 울고 난 뒤에 사흘 동안이나 지난 생각을 하며 무의식간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이 눈물도 여유가 있어야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으흠 하고 신음을 하며 누울 때 소금 처치할 것이 문득 생각힌다.
                        남들은 벌써 다 팔았을 터인데 누가 소금 사러 오지 않는가 하여 문 편을 흘금 바라보다가

                            내가 소금짐을 져왔는지 여왔는지 누가 알아야지 그만 내가 일어나서 앞집이며 뒷집을 깨워서 물어 볼까? 그러다가 참말 순사를 만나면 어떻게, 하며 그는 부시시 일어나려 하였다. 아! 소리를 지르도록 다리뼈 마디가 맞찔리어 그는 한참이나 진정해 가지고야 상자 곁으로 왔다.

                        그는 잠깐 귀를 기울여 밖을 주의한 후에 가만히 손을 넣어 소금자루를 쓸어만졌다. 이것을 팔면 얼만가…… 팔 원하고 팔십 전! 그러면 밀린 집세나 마저 물고…… 한 달 살까? 이것을 밑천으로 무슨 장사라도 해야지. 무슨 장사……? 하며 그는 무심히 만져지는 소금덩이를 입에 넣으니 어느덧 입 안에는 군물이 시르르 돌며 밥이라도 한술 먹었으면 싶게 입맛이 버쩍 당긴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침을 두어 번 삼킬 때 소금이란 맛을 나게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소금이 들지 않으면 맛이 없다. 그렇다! 하였다. 그때 그는 문득 남편과 아들
                        딸이 생각히며
                            그들이 있으면 이 소금으로 장을 담가서 반찬해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그러나 그들을 잃은 오늘에 와서 장을 담을 생각인들 할 수가 있으랴! 그저 죽지 못해 먹는 것이다.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생각하니
                            자신은 소금 들지 않은 음식과 같이 심심한 생활을 한다. 아니 괴로운 생활을 한다. 이렇게 괴로운…… 하며 그는 머리를 슬슬 어루만졌다. 머리는 얼마나 이그러지고 부어 올랐는지 만질 수도 없이 아프고 쓰리었다. 그는 얼굴을 상자에 대며,
                            봉식아, 살았느냐 죽었느냐 이 어미를 찾으렴…… 난 더 살 수 없다!

                    어느 때인가 되어 무엇에 놀라 그는 벌떡 일어났다. 벌써 날은 환하게 밝았는데 어떤 양복쟁이 두 명이 소금자루를 내놓고 그를 노려보고 있다. 그는 그들이 순사라는 것을 번개같이 깨닫자 풀풀 떨었다.
                    "소금표 내놔!"

                        관염(官鹽)은 꼭 표를 써주는 것이다. 그때 그는 숨이 콱 막히며 앞이 캄캄해 왔다. 그리고 얼른 두만강에서 소금자루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하였었던 그때와 흡사하게도 그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는 길잡이가 와서 그의 손을 잡아 살아났지만 아아! 지금에 단포와 칼을 찬 저들을 누가 감히 물리치고 자기를 구원할까?"
                    "
                            이년! 너
                            사염(私鹽)을 팔러 다니는 년이구나. 당장 일어나라!"

                        순사는 그의 눈치를 채고 이것이 관염이 아닌 것을 곧 알았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소리치며 그의 손을 잡아 낚아챘다. 별안간 그의 몸은 화끈 달며 어젯밤

                    산마루에서 무심히 아니 얄밉게 들었던 그들의 말이 ○○떡오른다. "
                            당신네들은 우리의 동무입니다! 언제나 우리와 당신네들이 합심하는 데서만이 우리들의 적인 돈 많은 놈들을 대○할 수 있습니다!" ○○한 어둠 속에서 ○어지던 이 말! 그는 가슴이 으적하였다. 소금자루를 뺏지 않던 그들
                        @reason="illegible">○○
                    그들이 지금 곁에 있으면 자기를 도와 싸울 것 같다. 아니 꼭 싸워줄 것이고 ○○○

                        내 소금을 빼앗은 것은 돈 많은 놈이었구나!" 그는 부지중에 이렇게 고○○○ 이때까지 참고 눌렀던 불평이 불길같이 솟아올랐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잠깐 귀를 기울여 밖을 주의한 후에 가만히 손을 넣어 소금자루를 쓸어만졌다. 이것을 팔면 얼만가…… 팔 원하고 팔십 전! 그러면 밀린 집세나 마저 물고…… 한 달 살까? 이것을 밑천으로 무슨 장사라도 해야지. 무슨 장사……? 하며 그는 무심히 만져지는 소금덩이를 입에 넣으니 어느덧 입 안에는 군물이 시르르 돌며 밥이라도 한술 먹었으면 싶게 입맛이 버쩍 당긴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침을 두어 번 삼킬 때 소금이란 맛을 나게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소금이 들지 않으면 맛이 없다. 그렇다! 하였다. 그때 그는 문득 남편과 아들
                        딸이 생각히며
                            그들이 있으면 이 소금으로 장을 담가서 반찬해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그러나 그들을 잃은 오늘에 와서 장을 담을 생각인들 할 수가 있으랴! 그저 죽지 못해 먹는 것이다.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생각하니
                            자신은 소금 들지 않은 음식과 같이 심심한 생활을 한다. 아니 괴로운 생활을 한다. 이렇게 괴로운…… 하며 그는 머리를 슬슬 어루만졌다. 머리는 얼마나 이그러지고 부어 올랐는지 만질 수도 없이 아프고 쓰리었다. 그는 얼굴을 상자에 대며,
                            봉식아, 살았느냐 죽었느냐 이 어미를 찾으렴…… 난 더 살 수 없다!

어느 때인가 되어 무엇에 놀라 그는 벌떡 일어났다. 벌써 날은 환하게 밝았는데 어떤 양복쟁이 두 명이 소금자루를 내놓고 그를 노려보고 있다. 그는 그들이 순사라는 것을 번개같이 깨닫자 풀풀 떨었다.

"소금표 내놔!"

관염(官鹽)은 꼭 표를 써주는 것이다. 그때 그는 숨이 콱 막히며 앞이 캄캄해 왔다. 그리고 얼른 두만강에서 소금자루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하였었던 그때와 흡사하게도 그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는 길잡이가 와서 그의 손을 잡아 살아났지만 아아! 지금에 단포와 칼을 찬 저들을 누가 감히 물리치고 자기를 구원할까?"

"
                            이년! 너
                            사염(私鹽)을 팔러 다니는 년이구나. 당장 일어나라!"

순사는 그의 눈치를 채고 이것이 관염이 아닌 것을 곧 알았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소리치며 그의 손을 잡아 낚아챘다. 별안간 그의 몸은 화끈 달며 어젯밤

산마루에서 무심히 아니 얄밉게 들었던 그들의 말이 ○○떡오른다. "
                            당신네들은 우리의 동무입니다! 언제나 우리와 당신네들이 합심하는 데서만이 우리들의 적인 돈 많은 놈들을 대○할 수 있습니다!" ○○한 어둠 속에서 ○어지던 이 말! 그는 가슴이 으적하였다. 소금자루를 뺏지 않던 그들
                        @reason="illegible">○○

===== 25_Gye Yong-mook_Adada the Idiot (Baekchi Adada) =====

질그릇이 땅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고 들렸는데 마당엔 아무도 없다. 부엌에 쥐가 들었나? 샛문을 열어 보려니까,

"아 아아 아이 아아 아야------."

하는 소리가 뒤란 곁으로 들려 온다. 샛문을 열려던 박씨는 뒷문을 밀었다.

장독대 밑 비스듬한 켠 아래 아다다가 입을 헤 벌리고 납작하니 엎뎌져 두 다리만을 힘없이 버지럭거리고 있다. 그리고, 머리 편으로 한 발쯤 나가선 깨어진 동이 조각이 질서 없이 너저분하게 된장 속에 묻혀 있다.

"아이구테나!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년이 동애를 또 잡았구나! 이년아, 너더러 된장 푸래든! 푸래?"

어머니는 딸이 어딘가 다쳤는지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파하는 데 가는 동정심보다 깨어진 동이만이 아깝게 눈에 보였던 것이다.

"어 어마! 아다아다 아다 아다------."

모닥불을 뒤집어쓰는 듯한 끔직한 어머니의 음성을 또다시 듣게 되는 아다다는 겁에 질려 얼굴에 시퍼런 물이 들며 넘어진 연유를 말하여 용서를 빌려는 기색이나 말이 되지를 않아 안타까워한다.

아다다는 벙어리였던 것이다. 말을 하렬 때는 한다는 것이 아다다 소리만이 연거푸 나왔다. 어찌어찌하다가 말이 한마디씩 제법 되어 나오는 적도 있었으나 그것은 쉬운 말에 그치고 만다. 그래서, 이것을 조롱삼아 확실이라는 뚜렷한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그를 부르는 이름은 아다다였다. 그리하여 이것이 자연히 이름으로 굳어져 그 부모네까지도 그렇게 부르게 되었거니와, 그 자신조차도 '아다다'하고 부르면 마땅히 들을 이름인 듯이 대답을 했다.

"
                        이년까타나 끌이 세구나! 시켠엘 못 가갔으문 오늘은 어드메든지 나가서 뒈디고 말아라, 이년아! 이년아! 이년아!"

어머니는 눈알을 가로 세워 날카롭게도 흰자위만으로 흘기며 성큼 문턱을 넘어선다. 아다다는 어머니의 손길이 또 자기의 끌채를 감아 쥘 것을 연상하고 몸을 겨우 뒤재비 꼬아 일어서서 절룩절룩 굴뚝 모퉁이로 피해 가며 어쩔 줄을 모르고 일변 고개를 좌우로 돌려 살피며 아연하게도,

"아다 어 어마! 아다 어마! 아 아다다다다다!"

하고 부르짖는다. 다시는 일을 아니 저지르겠다는 듯, 그리고 한번만 용서를 하여 달라는 듯싶게.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채 기어코 쫓아간 어머니는,
                        이년! 어서 뒈데라. 뒈디기 싫긴 시집으로 당장 가거라. 못 가간?

그리고 주먹을 귀 뒤에 넌지시 얼메고 마주선다.

순간, 주먹이 떨어지면? 하는 두려운 생각에 오싹 하고 끼치는 소름이 튀해 논 닭 같이 전신에 돋아나는 두드러기를 느끼는 찰나, 턱 하고 마침내 떨어지는 주먹은 어느새 끌채를 감아쥐고 갈짓자로 흔들어 댄다.

"아다 어어 어마! 아 아고 어 어마!"

그러나 소용이 없다. 한번 손을 댄 어머니는 그저 죽어 싸다는 듯이 자꾸만 흔들어 댄다. 하니, 그렇지 않아도 가꾸지 못한 텁수룩한 머리는 물결처럼 흔들리며 구름같이 피어나선 엉클어진다. 그래도 아다다는 그저 빌 뿐이요, 조금도 반항하려고는 않는다. 이런 일을 거의 날마다 지내보는 것이기 때문에 한대야 그것은 도리어 매까지 사는 것이 됨을 아는 것이다. 집의 일이 아무리 꼬여 돌아가더라도 나 모르는 채 손 싸매고 들어앉았으면 오히려 이런 봉변을 아니 당할 것이, 가만히 앉았지는 못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치에 가까운 그의 성격은 무엇엔지 힘에 부치는 노력이 있어야 만족을 얻는 듯했다. 시키건 안 시키건, 헐하나 힘차나 가리는 법이 없이 하여야 될 일로 눈에 띄기만 하면 몸을 아끼는 일이 없이 하는 것이 그였다. 그래서 집안의 모든 고된 일은 실은 아다다가 혼자서 치워놓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것이 반갑지 않았다. 둔한 지혜로 차비 없이 뼈가 부러지도록 몸을 돌보지 않고, 일종 모험에 가까운 짓을 하게 되므로, 그 반면에 따르는 실수가 되려 일을 저질러 놓게 되어 그릇 같은 것을 깨쳐 먹는 일은 거의 날마다 있다 하여도 옳을 정도로 있었다.

그래도 아다다의 힘을 빌지 않고는 집안 일을 못 치겠다면 모르지만 그는 참예를 하지 않아도 행랑에서 차근차근히 다 해줄 일을 쓸데없이 가로맡아선 일을 저질러 놓고 마는 데 그 어머니는 속이 상했다.

본시 시집을 보내기 전에도 그 버릇은 지금이나 다름이 없이, 벙어리인데다 행동까지 그러하였으므로 내용 아는 인근에서는 그를 얻어 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하여 열아홉 고개를 넘기도록 쳐묻어 두고 속을 태우다 못해 깃으로 논 한 섬지기를 처넣어 똥치듯 치워 버렸던 것이 그만 5년이 멀다 다시 쫓겨와 시집에는 아예 갈 생각도 아니하고 하루 같은 심화를 울렸다. 그래서 어머니는 역겨운 미움에 아다다가 실수를 할 때마다 주릿대를 내리고 참예를 말건만 그는 참는다는 것이 그 당시 뿐이요, 남이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속이 쏘는 듯이 슬그머니 나와서 곁을 슬슬 돌다가는 손을 대고 만다.

바로 사흘 전엔가도 무명뇜을 할 때, 활작 달은 솥뚜껑을 차비 없이 맨손으로 열다가 뜨거움을 참지 못해 되는대로 집어 엎는 바람에, 자배기를 하나 깨쳐서 욕과 매를 한모태 겪고 났지만 어제
                    저녁 행랑 색시더러 오늘은 묵은 된장을 옮겨 담아야 되겠다고 이르는 말을 어느 겨를에 들었던지 아다다는 아침밥이 끝나자 어느새 나가서 혼자 된장을 퍼 나르다가 그만 또 실수를 한 것이었다.

"못 가간? 시집이! 못 가간? 이년! 못 가 갔음 죽어라!"

붙잡았던 머리를 힘차게 휙 두르며 밀치는 바람에 손을 감겼던 머리카락이 끊어지는지 빠지는지 무뚝 묻어나며 아다다는 비칠비칠 서너 걸음 물러난다.

순간, 아찔해진 아다다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써 버지럭거리며 뻐치는 다리에 겨우 진정을 얻어 세우자,

"아다 어마! 아다 어마! 아다! 아다!"

하고, 다시 달려들듯이 눈을 흘기고 섰는 어머니를 향하여 눈물 글썽한 눈을 끔벅 한 번 감아 보이고, 그리고 북쪽을 손가락질하여 어머니의 말대로 시집으로 가든지 그렇지 않으면 죽어라도 버리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주억이며 겁에 질려 어쩔 줄을 모르고 허청허청 대문 밖으로 몸을 이끌어 냈다.

나오기는 나왔으나, 갈 곳이 없는 아다다는 마당 귀를 돌아서선 발길을 더 내놓지 못하고 우뚝 섰다.

시집으로 간다하였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의 매는 어머니의 그것보다 무섭다. 그러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나? 이번에는 외상없는 매가 떨어질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하나?

갈 곳 없는 갈 곳을 뒤짜 보니 눈물이 주는 위로밖에 쓸데없는 5년 전 그 시집이 참을 수 없이 그립다.

―추울세라, 더울세라, 힘이 들까, 고단할까, 알뜰살뜰히 어루만져 주던 시부모, 밤이면 품속에 꼭 껴안아 피로를 풀어 주던 남편, 아! 얼마나 시집에서는 자기를 위하여 정성을 다하던 것인고―.

참으로 아다다가 처음 시집을 가서의 5년 동안은 온 집안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벙어리라는 조건이 귀에 들어맞는 것이 아니었으나, 돈으로 아내를 사지 아니하고는 얻어 볼 수 없는 처지에서 스물여덟 살에 아직 장가를 못 들고 있는 신세로 목구멍조차 치기 어려운 형세이었으므로 아내를 얻게 되기의 여유를 기다리기까지에는 너무도 막연한 앞날이었다. 벙어리이나 일생을 먹여 줄 것까지 가지고 온다는 데 귀가 번쩍 띄어 그 자리를 앗길까 두렵게 혼사를 치렀던 것이니, 그로 의해서 먹고살게 되는 시집에서는 아다다를 아니 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또한 아다다는 못하는 일이 없이 일 잘하고, 고분고분 말 잘 듣고, 조금도 말썽을 부리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생활고가 주는 역겨움이 쓸데없이 서로 눈독을 짓게 하여 불쾌한 말만으로 큰 소리가 끊일 새 없이 오고가던 가족은 일시에 봄비를 맞은 동산같이 화락의 웃음에 꽃이 피었다.

원래, 바른 사람이 못 되는 아다다에게는 실수가 없는 것이 아니었으나, 그로 의해서 밥을 먹게 된 시집에서는 조금도 역겹게 안 여겼고, 되레 위로를 하고 허물을 감추기게 서로 힘을 썼다.

여기에 아다다가 비로소 인생의 행복을 느끼며, 시집가기 전 지난날 어머니
                    아버지가 쓸데없는 자식이라는 구실 밑에, 아니, 되레 가문을 더럽히는 앙화 자식이라고 사람으로서의 푼수에도 넣어 주지 않고 박대하던 일을 생각하여 어머니
                    아버지를 원망하는 나머지 명절 목이나 제향 때이면 시집에서는 그렇게 가보라는 친정이었건만 이를 악물고 가지 않고, 행복 속에 묻혀 살던 지나간 그날이 아니 그리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날은 안타깝게도 다시 못 올 영원한 꿈속에 흘러가고 말았다.

해를 거듭하여 생활의 밑바닥에 깔아 놓았던 한 섬지기라는 거름이 차츰 그들을 여유한 생활로 이끌어, 몇백 원 돈이 눈앞에 굴게 되니, 까닭 없이 남편 되는 사람은 벙어리로서의 아내가 미워졌다.

조그만 실수가 있어도 눈을 흘겼다. 그리고 매를 내렸다. 이 사실을 아는 아버지는 그것을 들어오는 복을 차 버리는 짓이라고 타이르나 듣지 않았다. 그리하여 부자간에 충돌이 때로는 일어났다.

이럴 때마다 아버지에게는 감히 하고 싶은 행동을 못 하는 아들은 그 분을 아내에게로 돌려 풀기가 일쑤였다.

"
                        이년, 보기 싫다! 네 집으로 가거라."

그리고 다음에 따르는 것은 매였다. 그러나 아다다는 참아 가며 아내로서의, 며느리로서의 임무를 다했다.

이것이 시부모로 하여금 더욱 아다다를 귀엽게 만드는 것이어서 아버지에게서는 움직일 수 없는 며느리인 것을 깨닫게 된 아들은 가정적으로 불만을 느끼어 한 해의 농사를 지은 추수를 온통 팔아 가지고 집을 떠나 마음의 위안을 찾아 주색에 돈을 다 탕진하고 물거품 같이 밀려 돌아가 동무들과 짝지어 안동현(安東縣)으로 건너갔다.

그리하여 이 투기적 도시에 물젖어 노동의 힘으로 본전을 얻어선 〈양화〉와 〈은떼루〉에 투기하여 황금을 꿈꾸어 오던 것이 기적적으로 맞아 나기 시작하여 이태만에는 2만원에 가까운 돈을 손에 쥐고 완전한 아내로서의 알뜰한 사랑에 주렸던 그는 돈에 따르는 무수한 여자 가운데에서 마음대로 골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새로운 살림을 꿈꾸는 일변 새로이 가옥을 건축함과 동시에 아다다를 학대함이 전에 비할 정도가 아니었다. 이에는, 그 아버지도 명민하고 인자한 남부끄럽지 않은 새 며느리에게 마음이 쏠리는 나머지, 이미 생활은 걱정이 없이 되었으니, 아다다의 깃으로서가 아니라도 유족한 앞날의 생활을 내다볼 때 아들로서의 아다다에게 대하는 태도는 소모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었다. 그리하여 시부모의 눈에서까지 벗어나게 된 아다다는 호소할 곳조차 없는 사정에 눈감은 남편의 매를 견디다 못 해 집으로 쫓겨오게 되었던 것이니, 생각만 하여도 옛 맷자리가 아픈 그 시집은 죽으면 죽었지 다시는 찾아갈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집에 있게 되니 그것보다는 좀 헐할망정 어머니의 매도 결코 견디기에 족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날마다 더 심해만 왔다. 오늘도 조금만 반항이 있었던들, 어김없이 매는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나?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야 그저 이 세상에서는 수롱이네 집밖에 또 찾아갈 곳이 없었다.

수롱은 부모 동생조차 없는 삼십이 넘은 총각으로 누구보다도
                        자기를 사랑하여 준다고 믿는 단 한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쫓기어 날 때마다 그를 찾아가선 마음의 위안을 얻어 오던 것이다.

아다다는 문득 발걸음을 떼어 아지랑이 얼른거리는 마을 끝 산턱 아래 떨어져 박힌 한 채의 오막살이를 향하여 마당귀를 꺾어 돌았다.

수롱은 벌써 1년 전부터 아다다를 꾀어 왔다. 시집에서까지 쫓겨난 벙어리였으나,
                        김초시의 딸이라, 스스로도 낮추어 보여지는 자신으로서는 자연히 염을 내지 못하고 뜻 있는 마음을 속으로 꾸며 가며 눈치를 보아 오던 것이, 눈치에서보다는 베풀어진 동정이 마침내 아다다의 마음을 사게 된 것이었다.

아이들은 아다다를 보기만 하면 따라다니며 놀렸다. 아니, 어른까지라도 '아다다, 아다다'하고 골을 올려서, 분하나 말을 못 하고 이상한 시늉을 하며 투덜거리는 것을 봄으로 행복을 느끼는 듯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그래서 아다다는 사람을 싫어하였다. 집에 있으면 어머니의 욕과 매, 밖에 나오면 뭇 사람들의 놀림, 그러나 수롱이만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따라다닐 때에도 남 아니 말려 주는 것을 그는 말려 주고, 그리고 매에 터질 듯한 심정을 풀어 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다다는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수롱을 생각해 오던 것이 얼마전부터는 찾아다니게까지 되어 동네의 눈치에도 어느덧 오른지 오래였다.

그러나 아다다의 집에서도 그 아버지만이 지체를 가지기 위하여 깔맵게 아다다의 행동을 경계하는 듯하고 그 어머니는 도리어 수롱이와 배가 맞아서 자기의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고 어디로든지 달아났으면 하는 눈치를 알게 된 수롱이는 지금에 와서는 어느 정도까지 내어놓다시피 그를 사귀어 온다.

아다다는 제 집이나처럼 서슴지도 않고 달리어 오자마자 수롱이네 집 문을 벌컥 열었다.

"아, 아다다!"

수롱은 의외에 벌떡 일어섰다.

"
                        너 또 울었구나."

울었다는 것이 창피하긴 하였으나, 숨길 차비가 아니다. 호소할 길 없는 가슴속에 꽉 찬 설움은 수롱이의 따뜻한 위무가 어떻게도 그리웠는지 모른다.

방안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쫓기어 난 이유를 언제나 같이 낱낱이 고했다.

"그러기 이젠 아야 다시는 집으로 가지 말구 나하구 둘이서 살아, 응?"

그리고 수롱은 의미 있는 웃음을 벙긋벙긋 웃으며, 아다다의 등을 척척 두드려 달랬다. 오늘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의 것으로 영원히 만들어 보고 싶은 욕망에 불탔던 것이다.

그러나 아다다는.

"아다 무 무서! 아다 무 무서! 아다 아다다다!"

하고, 그렇게 한다면 큰일난다는 듯이 눈을 둥그렇게 뜬다. 집에서 학대를 받고 있느니보다는 수롱의 사랑 밑에서 살았으면 오죽이나 행복 되랴! 다시 집으로는 아니 들어가리라는 생각이 없었던 바도 아니었으나 정작 이런 말을 듣고 보니, 무엇엔지 차마 허하지 못할 것이 있는 것 같고, 그렇지 않은지라, 눈을 부릅뜨고 수롱이한테 다니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이 연상될 때 어떻게도 그 말은 엄한 것이었다.

"
                        우리 둘이 달아났음 그만이지, 무섭긴 뭐 무서워."

"------"

아다다는 대답이 없다.

딴은 그렇기도 한 것이다. 당장 쫓기어 난 몸이 갈 곳이 어딘고? 다시 생각을 더듬어 볼 때 어머니의 매는 아버지의 그 눈총보다도 몇 배나 더한 두려움으로 견딜 수 없이 아픈 것이다. 먼저 한 말이 금시 후회스러웠다.

"안 그래? 무서울 게 뭐야. 이젠 아예 가지 말구 나하구 있어, 응?"

"응, 아다 이 있어, 아다 아다."

하고, 아다다는 다시 있자는 말이 나오기나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고 살길을 찾았다는 듯이 한숨과 같이 빙긋 웃으며 있겠다는 뜻을 명백히 보이기 위하여 고개를 주억거리며 삿바닥을 손으로 툭툭 두드려 보인다.

"그렇지 그래, 정 있으야되, 응?"

"응, 이서 이서 아다 아다------."

"정말이냐?"

으, 응 정 아다 아다다------.

단단히 강문을 받고 난 수롱이는 은근히 솟아나는 미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벙어리인 아다다가 흡족할 이치는 없었지만 돈으로 사지 아니하고는 아내라는 것을 얻어 볼 수 없는 처지였다. 그저 생기는 아내는 벙어리였어도 족했다. 그저 일이나 도와주고 아들딸이나 낳아주었으면 자기는 게서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아내를 얻으려고 10여년 동안을 불피풍우 품을 팔아 궤 속에 꽁꽁 묶어 둔 1백 50원이란 돈이 지금에 와서는 아내 하나를 얻기에 그리 부족할 것은 아니나, 장가를 들지 아니하고 아다다를 꾀어 온 이유도 아다다를 꾐으로 돈을 남겨서 그 돈으로 살림의 밑천을 만들어 가정의 마루를 얹자는 데서였던 것이다. 이제 계획이 은근히 성공에 가까워 옴에 자기도 남과 같이 가정을 이루어 보누나 하니 바라지도 못하였던 인생의 행복이 자기에게도 찾아오는 것 같았다.

"우리 아다다."

수롱이는 아다다의 등에 손을 얹으며 빙그레 웃었다.

"아다 다다."

아다다도 만족한 듯이 히쭉 입이 벌어졌다.

그날
                    밤을 수롱의 품안에서 자고 난 아다다는 이미
                        수롱의 아내 되기에 수줍음조차 잊었다. 아니, 집에서 자리를 받들어 들인다 하더라도 수롱을 떨어져서는 살 수 없을이만큼 마음은 굳어졌다.

수롱이가 주는 사랑은 이 세상에서는 더 찾을 수 없는 행복이라 느끼었던 것이다.그러나 영원한 행복을 위하여는 이 자리에 그대로 박혀서는 누릴 수 없을 것이 다음에 남은 근심이었다. 수롱이와 같이 삶에는 첫째 아버지가 허하지 않을 것이요, 동네 사람도 부끄럽지 않은

노릇이 아니다. 이것은 수롱이도 짐짓 근심이었다. 밤이 깊도록 의논을 하여 보았으나 동네를 피하여 낯모르는 곳으로 감쪽같이 달아나는 수밖에는 다른 묘책이 없었다.

예식 없는 가약을 그들은 맹세하고 그날 새벽으로 그 마을을 떠나 신미도라는 섬으로 건너가서 그곳에 안주를 정하였다. 그러나 생소한 곳이므로 직업을 찾을 길이 없었다. 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섬이라 뱃놀음을 하는 것이 제 길이었으나, 이것은 아다다가 한사코 말렸다. 몇 해 전에 자기 동네에서도 농토를 잃은 몇몇 사람이 이 섬으로 들어와 첫 배를 타다가 그만 풍랑에 몰살을 당하고 만 일이 있었던 것을 잊지 못하는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은지라, 수롱이조차도 배에는 마음이 없었다. 섬으로 왔다고는 하지만 땅을 파서 먹는 것이 조마구 빨 때부터 길러 온 습관이요, 손익은 일이었기 때문에 그저 그 노릇만이 그리웠다.

그리하여 있는 돈으로 어떻게 밭날갈이나 사서 조 같은 것이나 심어 가지로 겨울의 불목이와 양식을 대게 하고 짬짬이 조개나 굴, 낙지, 이런 것들을 캐어서 그날 그날을 살아갔으면 그것이 더할 수 없는 행복일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삼십 반생에 자기의 소유라고는 손바닥만한 것조차 없어, 어떻게도 몽매에 그리던 땅이었는지 모른다. 완전한 아내를 사지 아니하고 아다다를 꾀어 온 것도, 이 소유욕에서였다. 아내가 얻어진 이제, 비록 많지는 않은 땅이나마 가져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였거니와 또는 그만한 소유를 가지는 것이 자기에게 향한 아다다의 마음을 더욱 굳게 하는 데도, 보다 더한 수단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본시 뱃놀음판인 섬인데, 작년에 놀구지가 잘 되었다 하여 금년에 와서 더욱 시세를 잃은 땅은 비록 때가 기경시라 하더라도 용이히 살 수까지 있는 형편이었으므로, 그렇게 하리라 일단 마음을 정하니 자기도 땅을 마침내 가져 보누나 하는 생각에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며 아다다에게도 이 계획을 말하였다.

"
                        우리 밭을 한 뙈기 사자, 그래두 농사허야 사람 사는 것 같다. 내가 던답을 살라고 묶어 둔 돈이 있거던!"

하고 수롱이는 봐라는 듯이 실겅 위에 얹힌 석유통 궤 속에서 지전 뭉치를 뒤져내더니 손끝에다 침을 발라 가며 팔딱팔딱 뒤져 보인다.

그러나 이 돈을 본 아다다는 어쩐지 갑자기 화기가 줄어든다. 수롱이는 이상했다. 돈을 보면 기꺼워할 줄 알았던 아다다가 도리어 화기를 잃은 것이다. 돈이 있다니 많은 줄 알았다가 기대에 틀림으로써인가?

"이거 봐. 그래봬두 1천 5백냥
                        (1백5십원)이야. 지금 시세에 2천평은 한참 놀다가두 떡 먹 두룩 살건테!"

그래도 아다다는 아무 대답이 없다. 무엇 때문엔지 수심의 빛까지 연연히 얼굴에 떠오른다.

"아니 밭이 2천평이문 조를 심는다 하구 잘만 가꿔 봐! 조가 열 섬에 조 짚이 백여 목 날터이야. 그래 이걸 개지구 겨울 한동안이야 못 살아? 그렇거구 둘이 맞붙어 몇 해만 벌어 봐. 그적엔 논이 또 나오는 거야. 이건 괜히 생------."

아다다는 말없이 머리를 흔든다.

"아니, 내레 이게 거즈뿌레기야? 아 열섬이 못 나?"

아다다는 그래도 머리를 흔든다.

"아니, 그롬 밭은 싫단 말인가?"

아다다는 돈이 있다 해도 실로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 많은 돈으로 밭을 산다는 소리에 지금까지 꿈꾸어 왔던 모든 행복이 여지 없이도 일시에 깨어지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돈으로 인해서 그렇게 행복할 수 있던 자기의 신세는 남편의 마음을 약하게 만듦으로, 그리고 시부모의 눈까지 가리는 것이 되어, 필야엔 쫓겨나지 아니치 못하게 되던 일을 생각하면 돈 소리만 들어도 마음은 좋지 않던 것인데, 이제 한 푼 없는 알몸인 줄 알았던 수롱이에게도 그렇게 많은 돈이 있어, 그것으로 밭을 산다고 기꺼워하는 것을 볼 때, 그 돈의 밑천은 장래 자기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리람보다는 몽둥이를 벼리는 데 지나지 못하는 것 같았고, 밭에다 조를 심는다는 것은 불행의 씨를 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다다는 그저 섬으로 왔거니 조개나 굴 같은 것을 캐어서 그날그날을 살아가야 할 것만이 수롱의 사랑을 받는 데 더할 수 없는 살림인 줄만 안다. 그래서 이러한 살림이 얼마나 즐거우랴! 혼자 속으로 축복을 하며 수롱을 위하여 일층 벌기에 힘을 써야 할 것을 생각해 오던 것이다.

"고롬 논을 사재나? 밭이 싫으문."

수롱은 아다다의 의견이 알고 싶어 이렇게 또 물었다.

그러나 아다다는 그냥 고새를 주억여 버린다. 논을 산대도 그것은 똑같은 불행을 사는 데 있을 것이다. 돈이 있는 이상 어느 것이든지간 사기는 반드시 사고야 말 남편의 심사이었음에 머리를 흔들어 댔자 소용이 없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근본 불행인 돈을 어찌할 수 없는 이상엔 잠시라도 남편의 마음을 거슬림으로 불쾌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아는 때문이었다.

"흥! 논이 도흔 줄은 너두 아누나! 그러나 어려운 놈엔 밭이 논보다 나앗디 나아."

하고, 수롱이는 기어이 밭을 사기로 그달음에 거간을 내세웠다.

그날
                    밤, 아다다는 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남편은 아무런 근심도 없는 듯이 세상 모르고 씩씩 초저녁부터 자 내건만 아다다는 그저 돈 생각을 하면 장차 닥쳐올 불길한 예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불을 붙안고 밤새도록 쥐어틀며 아무리 생각을 해야 그 돈을 그대로 두고는 수롱의 사랑 밑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짧은 봄
                    밤은 어느덧 새어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처량히 들려 온다.
                        밤이 벌써 새누나 하니 아다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하게 탔다. 이 밤으로 그 돈을 처리하지 못하면 한 내일은 기어이 거간이 흥정을 하여 가지고 올 것이다. 그러면 그 밭에서 나는 곡식은 해마다 돈을 불려 줄 것이다. 그때면 남편은 늘어가는 돈에 따라 차차 눈은 어둡게 되어 점점 정은 멀어만 가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더 생각하기조차 무서웠다.

닭의 울음소리에 따라 날은 자꾸만 밝아 온다. 바라보니 어느덧 창은 희끄스름하게 비친다. 아다다는 더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옆에 누운 남편을 지그시 팔로 밀어 보았다. 그러나 움쩍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못 믿어지는 무엇이 있는 듯이 남편의 코에다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로 숨소리를 엿들었다. 씨근씨근 아직도 잠은 분명히 깨지 않고 있다. 아다다는 슬그머니 이불 속을 새어 나왔다. 그리고 실겅 위의 석유통을 휩쓸어 그 속에다 손을 넣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전 뭉치를 더듬어서 손에 쥐고는 조심조심 발자국 소리를 죽여 가며 살그머니 문을 열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일찌기 아침을 지어먹고 나무새기를 뽑으러 간다고 바구니를 끼고 바닷가로 나섰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깊은 물 속에다 그 돈을 던져 버리자는 것이다.

솟아 오르른 아침 햇발을 받아 붉게 물들며 잔뜩 밀린 조수는 거품을 부걱부걱 토하며 바람결조차 철썩철썩 해안을 부딪친다.

아다다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허리춤 속에서 지전뭉치를 쥐어 들었다. 그리고는 몇 겹이나 쌌는지 알 수 없는 헝겊 조각을 둘둘 풀었다. 헤집으니 1원짜리, 5원짜리, 10원짜리, 무수한 관 쓴 영감들이 나를 박대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모두들 마주 바라본다. 그러나 아다다는 너 같은 것을 버리는 데는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넘노는 물결 위에다 휙 내어 뿌렸다. 세찬 바닷바람에 채인 지전은 바람결 좇아 공중으로 올라가 팔랑팔랑 허공에서 재주를 넘어가며 산산이 헤어져 멀리 그리고 가깝게 하나씩 하나씩 물위에 떨어져서는 넘노는 물결 좇아 잠겼다 떴다 숨바꼭질을 한다.

어서 물 속으로 가라앉든지 그렇지 않으면 흘러 내려가든지 했으면 하고 아다다는 멀거니 서서 기다리나 너저분하게 물위를 덮은 지전 조각들은 차마 주인의 품을 떠나기가 싫은 듯이 잠겨버렸는가 하면 다시 기울거리며 솟아올라서는 물위를 빙글빙글 돈다. 하더니, 썰물이 잡히자부터야 할 수 없는 듯이 슬금슬금 밑이 떨어져 흐르기 시작한다.

아다다는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밀려 내려가는 무수한 그 지전 조각은 자기의 온갖 불행을 모두 거두어 가지고 다시 돌아올 길이 없는 끝없는 한바다로 내려갈 것을 생각할 때 아다다는 춤이라도 출 듯이 기꺼웠다.

그러나 그 돈이 완전히 눈앞에 보이지 않게 흘러 내려가기까지에는 아직도 몇 분 동안을 요하여야 할 것인데, 뒤에서 허덕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에 돌아다보니 뜻밖에도 수롱이가 헐떡이며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
                        야! 야! 아다다야! 너, 돈 돈 안 건새 핸? 돈, 돈 말이야 돈------."

청천의 벽력같은 소리였다. 아다다는 어쩔 줄을 모르고 남편이 이까지 이르지 전에 어서어서 물결은 휩쓸려 돈을 모두 거둬 가지고 흘러 버렸으면 하나 물결은 안타깝게도 그날그날 한가히 돈을 흐를 뿐 아다다는 그 돈이 어서 자기의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리는 것을 보기 위하여 그닐거리고 있는 돈 위에다 쏘아 박은 눈을 떼지 못하고 쩔쩔매는 사이, 마침내 달려오게 된 수롱의 눈에도 필경 그 돈은 띄고야 말았다.

뜻밖에도 바다 가운데 무수하게 지천 조각이 널려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둥둥 떠내려가는 것을 본 수롱이는 아다다에게 그 연유를 물을 겨를도 없이 미친 듯이 옷을 훨훨 벗고 철버덩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헤엄을 칠 줄 모르는 수롱이는 돈이 엉키어 도는 한복판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겨우 가슴패기 잠기는 깊이에서 더 들어가지 못하고 흘러 내려가는 돈더미를 안타깝게도 바라보며 허우적 달려갔다. 차츰 물결은 휩쓸려 떠내려가는 속력이 빨라진다. 돈들은 수롱이더러 어디 달려와 보라는 듯이 휙휙 숨바꼭질을 하며 흐른다. 그러나 물결이 세질수록 더욱 걸음발은 자유로 졸릴 수가 없게 된다. 더퍽더퍽 물과 싸움이나 하듯 엎어졌다가는 일어서고, 일어섰다가는 다시 엎어지며 달려가나 따를 길이 없다. 그대로 덤비다가는 몸조차 물 속으로 휩쓸려 들어갈 것 같아, 멀거니 서서 바라보니 벌써 지전 조각들은 가물가물하고 물거품인지도 분간할 수 없을이만치 먼 거리에서 흐르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눈앞에선 아무것도 보여지는 것이 없다. 휙휙 하고 밀려 내려가는 거품진 물결뿐이다.

수롱이는 마지막으로 돈을 잃고 말았다고 아는 정도의 물결 위에 쏘아진 눈을 돌릴 길이 없이 정신 빠진 사람처럼 그냥그냥 바라보고 섰더니, 쏜살같이 언덕켠으로 달려오자 아무런 말도 없이 벌벌 떨고 섰는 아다다의 중동을 사정없이 발길로 제겼다.

'흥앗!'소리가 났다고 아는 순간, 철썩 하고 감탕이 사방으로 튀자 보니 벌써 아다다는 해안의 감탕판에 등을 지고 쓰러져 있었다.

"이! 이! 이------."

수롱이는 무슨 말인지를 하려고는 하나, 너무도 기에 차서 말이 되지 않는 듯 입만 너불거리다가 아다다가 움찍하는 것을 보더니, 아직도 살았느냐는 듯이 번개같이 쫓아 내려가 다시 한 번 발길로 제겼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아다다는 가꿈선 언덕을 떨어져 덜덜덜 굴러서 물 속에 잠긴다.

한참만에 보니 아다다는 복판도 한복판으로 밀려가서 솟구어 오르며 두 팔을 물 밖으로 허우적거린다. 그러나 그 깊은 파도 속을 어떻게 헤어나랴!
                    아다다는 그저 물위를 둘레둘레 굴며 요동을 칠 뿐,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어느덧 그 자체는 물 속에 사라지고 만다.

주먹을 부르쥔 채 우상같이 서서 굼실거리는 물결만 그저 뚫어져라 쏘아보고 섰는 수롱이는 그 물 속에 영원히 잠들려는 아다다를 못 잊어 함인가? 그렇지 않으면 흘러 버린 그 돈이 차마 아까워서인가?

짝을 찾아 도는 갈매기떼들은 눈물겨운 처참한 인생 비극이 여기에 일어난 줄도 모르고 끼약끼약하며 흥겨운 춤에 훨훨 날아다니는 깃[羽]치는 소리와 같이 해안의 풍경도 도웁고 있다.

===== 26_Kim Yu-jeong_The Camellias (Dongbaek-kkot) =====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 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드득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막대기를 메고 달려들어
                        점순네 닭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감자 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 만 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
                        너 일하기 좋니?"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 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 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
                        너
                        봄 감자가 맛있단다."

"
                        난
                        감자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점순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가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어른이,

"
                        너 얼른 시집을 가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서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점순이었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어리를 바구니로 한번 모질게 후려쌔리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감자를 안 받아먹는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저희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땅을 부치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우리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집이 없어서 곤란으로 지낼 제 집터를 빌리고 그 위에 집을 또 짓도록 마련해 준 것도 점순네의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농사 때 양식이 딸리면 점순이네한테 가서 부지런히 꾸어다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 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열 일곱씩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 다니면 동네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 준 것도 또 어머니였다. 왜냐하면 내가 점순이 하고 일을 저질렀다가는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계집애가 까닭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나무를 한 짐 잔뜩 지고 산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닭이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집에서 닭을 잡나, 하고 점순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똥그랬다. 점순이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씨암탉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씨닭!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패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알도 못 낳으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어박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야 그제서야 점순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참 지게 막대기를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

"이놈의 계집애!
                            남의 닭 알 못 낳으라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점순이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닭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닭을 잡아가지고 있다가 네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뛰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닭이 맞을 적마다 지게 막대기로 울타리를 후려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썩이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아, 이년아!
                            남의 닭 아주 죽일 터이야?"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꽤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닭을 내팽개친다.

"에이 더럽다! 더럽다!"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횡허케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암탉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물지똥을 찍 갈겼는데 그걸 본다면 알집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 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바보 녀석아!"

"
                        애! 너
                        배냇병신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
                        얘! 너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뭐 울아버지가 그래 고자야?"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울타리 위로 나와 있어야 할 점순이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 못하는 걸 생각하니 돌부리에 채이어 발톱 밑이 터지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하고 급기야는 두 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점순이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닭벼슬을 좋아한다면서도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제 집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수탉과 쌈을 붙여 놓는다.
                        제 집 수탉은 썩 험상궂게 생기고 쌈이라면 홰를 치는 고로 으레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수탉이 면두며 눈깔이 피로 흐드르게 되도록 해 놓는다. 어떤 때에는
                        우리 수탉이 나오지를 않으니까 요놈의 계집애가 모이를 쥐고 와서 꾀어내다가 쌈을 붙인다.

이렇게 되면 나도 다른 배차를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는
                        우리 수탉을 붙들어 가지고 넌지시 장독께로 갔다. 쌈닭에게 고추장을 먹이면 병든 황소가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 것처럼 기운이 뻗친다 한다. 장독에서 고추장 한 접시를 떠서 닭 주둥아리께로 들여 밀고 먹여 보았다. 닭도 고추장에 맛을 들였는지 거스르지 않고 거진 반 접시 턱이나 곧잘 먹는다. 그리고 먹고 금시는 용을 못쓸 터이므로 얼마쯤 기운이 돌도록 횃속에다 가두어 두었다.

밭에 두엄을 두어 짐 져내고 나서 쉴 참에 그 닭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밖에는 아무도 없고 점순이만 저희 울안에서 헌옷을 뜯는지 혹은 솜을 터는지 웅크리고 앉아서 일을 할 뿐이다.

나는
                        점순네 수탉이 노는 밭으로 가서 닭을 내려놓고 가만히 맥을 보았다. 두 닭은 여전히 얼리어 쌈을 하는데 처음에는 아무 보람이 없었다. 멋지게 쪼는 바람에
                        우리 닭은 또 피를 흘리고 그러면서도 날갯죽지만 푸드득푸드득하고 올라 뛰고 뛰고 할뿐으로 제법 한번 쪼아 보지도 못한다.

그러나 한번엔 어쩐 일인지 용을 쓰고 펄쩍 뛰더니 발톱으로 눈을 하비고 내려오며 면두를 쪼았다. 큰 닭도 여기에는 놀랐는지 뒤로 멈씰하며 물러난다. 이 기회를 타서 작은
                        우리 수탉이 또 날쌔게 덤벼들어 다시 면두를 쪼니 그제서는 감때사나운 그 대강이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을 수 없다.

옳다 알았다, 고추장만 먹이며는 되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아주 쟁그러워 죽겠다. 그때에는 뜻밖에 내가 닭쌈을 붙여 놓는 데 놀라서 울 밖으로 내다보고 섰던 점순이도 입맛이 쓴지 눈쌀을 찌푸렸다.

나는 두 손으로 볼기짝을 두드리며 연방,

"잘한다! 잘한다!"

하고, 신이 머리끝까지 뻐치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넋이 풀리어 기둥같이 묵묵히 서게 되었다. 왜냐하면 큰 닭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호들갑스레 연거푸 쪼는 서슬에
                        우리 수탉은 찔끔 못하고 막 곯는다. 이걸 보고서 이번에는 점순이가 깔깔거리고 되도록 이쪽에서 많이 들으라고 웃는 것이다.

나는 보다 못하여 덤벼들어서
                        우리 수탉을 붙들어 가지고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고추장을 좀더 먹였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급하게 쌈을 붙인 것이 퍽 후회가 난다. 장독께로 돌아와서 다시 턱밑에 고추장을 들이댔다. 흥분으로 말미암아 그런지 당최 먹질 않는다.

나는 하릴없이 닭을 반듯이 눕히고 그 입에다 궐련 물부리를 물리었다. 그리고 고추장물을 타서 그 구멍으로 조금씩 들여 부었다. 닭은 좀 괴로운지 킥킥하고 재채기를 하는 모양이나 그러나 당장의 괴로움은 매일 같이 피를 흘리는 데 댈 게 아니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 두어 종지 가량 고추장물 먹이고 나서는 나는 고만 풀이 죽었다. 싱싱하던 닭이 왜 그런지 고개를 살며시 뒤틀고는 손아귀에서 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가 볼까 봐서 얼른 홰에다 감추어 두었더니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정신이 든 모양 같다.

그랬던 걸 이렇게 오다 보니까 또 쌈을 붙여 놓으니 이 망할 계집애가 필연 우리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제가 들어와 홰에서 꺼내 가지고 나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시 닭을 잡아다 가두고 염려는 스러우나 그렇다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소나무 삭정이를 따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암만해도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놓고 싶다. 이번에 내려가면 망할 년 등줄기를 한번 되게 후려치겠다 하고 싱둥겅둥 나무를 지고는 부리나케 내려왔다.

거지반 집에 다 내려와서 나는 호드기 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 그 틈에 끼어 앉아서 점순이가 청승맞게시리 호드기를 불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도 더 놀란 것은 고 앞에서 또 푸드득, 푸드득, 하고 들리는 닭의 횃소리다. 필연코 요년이 나의 약을 올리느라고 또 닭을 집어내다가 내가 내려올 길목에다 쌈을 시켜 놓고 저는 그 앞에 앉아서 천연스레 호드기를 불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나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퍽 쏟아졌다. 나뭇지게도 벗어 놀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지게 막대기를 뻗치고 허둥허둥 달려들었다.

가까이 와 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우리 수탉이 피를 흘리고 거의 빈사지경에 이르렀다. 닭도 닭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아서 호드기만 부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동네에서도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히 일 잘 하고 얼굴 예쁜 계집애인 줄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우새끼 같다.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수탉을 단매로 때려 엎었다. 닭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
                        이놈아! 너 왜
                            남의 닭을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집 닭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알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 27_Yi Sang_The Wings (Nalgae) =====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 — 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 — 만을 영수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 굿바이.

굿바이. 그대는 이따금 그대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위트와 패러독스와…….

그대 자신을 위조하는 것도 할 만한 일이오. 그대의 작품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에 의하여 차라리 경편하고 고매하리다.

19세기는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도스토옙스키 정신이란 자칫하면 낭비일 것 같소. 위고를 불란서의 빵 한 조각이라고는 누가 그랬는지 지언인 듯싶소. 그러나 인생 혹은 그 모형에 있어서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소?

화를 보지 마오. 부디 그대께 고하는 것이니…….

“
                        테이프가 끊어지면 피가 나오. 생채기도 머지않아 완치될 줄 믿소. 굿바이.” 감정은 어떤 ‘포즈’. (그 ‘포즈’의 원소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지 나도 모르겠소.) 그 포우즈가 부동자세에까지 고도화할 때 감정은 딱 공급을 정지합네다.

나는 내 비범한 발육을 회고하여 세상을 보는 안목을 규정하였소.

여왕봉과 미망인— 세상의 하고 많은 여인이 본질적으로 이미 미망인이 아닌 이가 있으리까? 아니, 여인의 전부가 그 일상에 있어서 개개 ‘미망인’이라는 내 논리가 뜻밖에도 여성에 대한 모독이 되오? 굿바이.

그 33번지라는 것이 구조가 흡사 유곽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한 번지에 18가구가 죽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창호가 똑같고 아궁이 모양이 똑같다. 게다가 각 가구에 사는 사람들이 송이송이 꽃과 같이 젊다.

해가 들지 않는다. 해가 드는 것을 그들이 모른 체하는 까닭이다. 턱살밑에다 철줄을 매고 얼룩 진 이부자리를 널어 말린다는 핑계로 미닫이에 해가 드는 것을 막아 버린다. 침침한 방안에서 낮잠들을 잔다. 그들은 밤에는 잠을 자지 않나? 알 수 없다. 나는 밤이나 낮이나 잠만 자느라고 그런 것을 알 길이 없다. 33번지 18가구의 낮은 참 조용하다.

조용한 것은 낮뿐이다. 어둑어둑하면 그들은 이부자리를 걷어 들인다. 전등불이 켜진 뒤의 18가구는 낮보다 훨씬 화려하다. 저물도록 미닫이 여닫는 소리가 잦다. 바빠진다. 여러 가지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비웃 굽는 내, 탕고도오랑내, 뜨물내, 비눗내.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도 그들의 문패가 제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다.

이 18가구를 대표하는 대문이라는 것이 일각이 져서 외따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 번도 닫힌 일이 없는, 한길이나 마찬가지 대문인 것이다. 온갖 장사치들은 하루 가운데 어느 시간에라도 이 대문을 통하여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 이네들은 문간에서 두부를 사는 것이 아니라, 미닫이를 열고 방에서 두부를 사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33번지 대문에 그들 18 가구의 문패를 몰아다 붙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들은 어느 사이엔가 각 미닫이 위 백인당이니 길상당이니 써 붙인 한 곁에다 문패를 붙이는 풍속을 가져 버렸다.

내 방 미닫이 위 한 곁에 칼표 딱지를 넷에다 낸 것만한 내— 아니! 내
                    아내의 명함이 붙어 있는 것도 이 풍속을 좇은 것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러나 그들의 아무와도 놀지 않는다. 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사도 않는다. 나는 내
                    아내와 인사하는 외에 누구와도 인사하고 싶지 않았다. 내
                    아내 외의 다른 사람과 인사를 하거나 놀거나 하는 것은 내
                    아내 낯을 보아 좋지 않은 일인 것만 같이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만큼까지 내
                    아내를 소중히 생각한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내
                    아내를 소중히 생각한 까닭은 이 33번지 18가구 속에서 내
                    아내가 내
                    아내의 명함처럼 제일 작고 제일 아름다운 것을 안 까닭이다. 18가구에 각기 빌어 들은 송이송이 꽃들 가운데서도 내
                    아내가 특히 아름다운 한 떨기의 꽃으로 이 함석지붕 밑 볕 안 드는 지역에서 어디까지든지 찬란하였다. 따라서 그런 한 떨기 꽃을 지키고 — 아니 그 꽃에 매어달려 사는 나라는 존재가 도무지 형언할 수 없는 거북살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나는 어디까지든지 내 방이 — 집이 아니다. 집은 없다. — 마음에 들었다. 방안의 기온은 내 체온을 위하여 쾌적하였고, 방안의 침침한 정도가 또한 내 안력을 위하여 쾌적하였다. 나는 내 방 이상의 서늘한 방도 또 따뜻한 방도 희망하지 않았다. 이 이상으로 밝거나 이 이상으로 아늑한 방은 원하지 않았다. 내 방은 나 하나를 위하여 요만한 정도를 꾸준히 지키는 것 같아 늘 내 방에 감사하였고, 나는 또 이런 방을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 같아서 즐거웠다.

그러나 이것은 행복이라든가 불행이라든가 하는 것을 계산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나는 내가 행복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그날을 그저 까닭없이 펀둥펀둥 게으르고만 있으면 만사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내 몸과 마음에 옷처럼 잘 맞는 방 속에서 뒹굴면서, 축 쳐져 있는 것은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그런 세속적인 계산을 떠난, 가장 편리하고 안일한 말하자면 절대적인 상태인 것이다. 나는 이런 상태가 좋았다.

이 절대적인 내 방은 대문간에서 세어서 똑 일곱째 칸이다. 러키세븐의 뜻이 없지 않다. 나는 이 일곱이라는 숫자를 훈장처럼 사랑하였다. 이런 이 방이 가운데 장지로 말미암아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그것이 내 운명의 상징이었던 것을 누가 알랴? 아랫방은 그래도 해가 든다. 아침결에 책보만한 해가 들었다가 오후에 손수건만 해지면서 나가 버린다. 해가 영영 들지 않는 윗방이 즉 내 방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볕드는 방이 아내 방이요, 볕 안드는 방이 내 방이요 하고 아내와 나 둘 중에 누가 정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평이 없다.

아내가 외출만 하면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놓으면 들이비치는 햇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춰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 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없는 내 오락이다. 나는 조그만 돋보기를 꺼내가지고 아내만이 사용하는 지리가미를 꺼내 가지고 그을려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광선을 굴절시켜서 한 초점에 모아가지고 그 초점이 따끈따끈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그을리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어 놓는 데까지 이르는, 고 얼마 안 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큼 내게는 재미있었다.

이 장난이 싫증이 나면 나는 또 아내의 손잡이 거울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논다. 거울이란 제 얼굴을 비칠 때만 실용품이다. 그 외의 경우에는 도무지 장난감인 것이다. 이 장난도 곧 싫증이 난다.

나의 유희심은 육체적인 데서 정신적인 데로 비약한다. 나는 거울을 내던지고 아내의 화장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나란히 늘어 놓인 그 가지각색의 화장품 병들을 들여다본다. 고것들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나는 그 중의 하나만을 골라서 가만히 마개를 빼고 병 구멍을 내 코에 가져다 대고 숨죽이듯이 가벼운 호흡을 하여 본다.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스르르 감기는 내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나는 도로 병마개를 막고 생각해 본다. 아내의 어느 부분에서 요 냄새가 났던가를…… 그러나 그것은 분명하지 않다. 왜? 아내의 체취는 여기 늘어섰을 가지각색 향기의 합계일 것이니까.

아내의 방은 늘 화려하였다. 내 방이 벽에 못 한 개 꽂히지 않은 소박한 것인 반대로, 아내 방에는 천장 밑으로 쫙 돌려 못이 박히고, 못마다 화려한 아내의 치마와 저고리가 걸렸다. 여러 가지 무늬가 보기 좋다. 나는 그 여러 조각의 치마에서 늘 아내의 동체와, 그 동체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포우즈를 연상하고 연상하면서 내 마음은 늘 점잖지 못하다.

그렇건만 나에게는 옷이 없었다. 아내는 내게 옷을 주지 않았다. 입고 있는 코르덴양복 한 벌이 내 자리옷이었고 통상복과 나들이옷을 겸한 것이었다. 그리고 하이넥의 스웨터가 한 조각 사철을 통한 내 내의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다 빛이 검다. 그것은 내 짐작 같아서는 즉 빨래를 될 수 있는 데까지 하지 않아도 보기 싫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허리와 두 가랑이 세 군데 다— 고무 밴드가 끼어 있는 부드러운 사루마다를 입고 그리고 아무 소리 없이 잘 놀았다.

어느덧 손수건 만해졌던 볕이 나갔는데 아내는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요만 일에도 좀 피곤하였고 또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내 방으로 가 있어야 될 것을 생각하고 그만 내 방으로 건너간다. 내 방은 침침하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낮잠을 잔다. 한 번도 걷은 일이 없는 내 이부자리는 내 몸뚱이의 일부분처럼 내게는 참 반갑다. 잠은 잘 오는 적도 있다. 그러나 또 전신이 까칫까칫하면서 영 잠이 오지 않는 적도 있다. 그런 때는 아무 제목으로나 제목을 하나 골라서 연구하였다. 나는 내 좀 축축한 이불속에서 참 여러 가지 발명도 하였고 논문도 많이 썼다. 시도 많이 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가 잠이 드는 것과 동시에 내 방에 담겨서 철철 넘치는 그 흐늑흐늑한 공기에 다 비누처럼 풀어져서 온데간데없고, 한잠 자고 깨인 나는 속이 무명헝겊이나 메밀껍질로 띵띵 찬 한 덩어리 베개와도 같은 한 벌 신경이었을 뿐이고 뿐이고 하였다.

그러기에 나는 빈대가 무엇보다도 싫었다. 그러나 내 방에서는 겨울에도 몇 마리의 빈대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내게 근심이 있었다면 오직 이 빈대를 미워하는 근심일 것이다. 나는 빈대에게 물려서 가려운 자리를 피가 나도록 긁었다. 쓰라리다. 그것은 그윽한 쾌감에 틀림없었다. 나는 혼곤히 잠이 든다.

나는 그러나 그런 이불 속의 사색 생활에서도 적극적인 것을 궁리하는 법이 없다. 내게는 그럴 필요가 대체 없었다. 만일 내가 그런 좀 적극적인 것을 궁리해내었을 경우에 나는 반드시 내
                    아내와 의논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면 반드시 나는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을 것이고— 나는 꾸지람이 무서웠다느니 보다는 성가셨다. 내가 제법 한 사람의 사회인의 자격으로 일을 해 보는 것도 아내에게 사설 듣는 것도 나는 가장 게으른 동물처럼 게으른 것이 좋았다. 될 수만 있으면 이 무의미한 인간의 탈을 벗어 버리고도 싶었다.

나에게는 인간 사회가 스스러웠다. 생활이 스스러웠다. 모두가 서먹서먹할 뿐이었다.

아내는 하루에 두 번 세수를 한다.

나는 하루 한 번도 세수를 하지 않는다.

나는 밤중
                    세 시나 네 시쯤 해서 변소에 갔다.

달이 밝은 밤에는 한참씩 마당에 우두커니 섰다가 들어오곤 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 18가구의 아무와도 얼굴이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18가구의 젊은 여인네 얼굴들을 거반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내
                    아내만 못하였다.

열한 시쯤 해서 하는 아내의 첫 번 세수는 좀 간단하다. 그러나 저녁 일곱 시쯤 해서 하는 두 번째 세수는 손이 많이 간다. 아내는 낮에 보다도 밤에 더 좋고 깨끗한 옷을 입는다. 그리고 낮에도 외출하고 밤에도 외출하였다.

아내에게 직업이 있었던가?
                    나는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만일 아내에게 직업이 없었다면 같이 직업이 없는 나처럼 외출할 필요가 생기지 않을 것인데— 아내는 외출한다. 외출할 뿐만 아니라 내객이 많다. 아내에게 내객이 많은 날은 나는 온종일 내 방에서 이불을 쓰고 누워 있어야만 된다.

불장난도 못한다. 화장품 냄새도 못 맡는다. 그런 날은 나는 의식적으로 우울해 하였다. 그러면 아내는 나에게 돈을 준다. 오십 전짜리 은화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그러나 그것을 무엇에 써야 옳을지 몰라서 늘 머리맡에 던져두고 두고 한 것이 어느 결에 모여서 꽤 많아졌다 어느 날 이것을 본 아내는 금고처럼 생긴 벙어리를 사다 준다.

나는 한 푼씩 한 푼씩 그 속에 넣고 열쇠는 아내가 가져갔다. 그 후에도 나는 더러 은화를 그 벙어리에 넣은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게을렀다. 얼마 후 아내의 머리 쪽에 보지 못하던 누깔잠이 하나 여드름처럼 돋았던 것은 바로 그 금고형 벙어리의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증거일까. 그러나 나는 드디어 머리맡에 놓았던 그 벙어리에 손을 대지 않고 말았다. 내 게으름은 그런 것에 내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싫었다.

아내에게 내객이 있는 날은 이불 속으로 암만 깊이 들어가도 비 오는 날만큼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나는 그런 때 내게 왜 늘 돈이 있나 왜 돈이 많은가를 연구했다. 내객들은 장지 저쪽에 내가 있는 것을 모르나보다. 내
                    아내와 나도 좀 하기 어려운 농을 아주 서슴지 않고 쉽게 해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내
                    아내를 찾은 서너 사람의 내객들은 늘 비교적 점잖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자정이 좀 지나면 으레 돌아들 갔다.

그들 가운데에는 퍽 교양이 얕은 자도 있는 듯싶었는데, 그런 자는 보통 음식을 사다 먹고 논다.

그래서 보충을 하고 대체로 무사하였다. 나는 우선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기에 착수하였으나 좁은 시야와 부족한 지식으로는 이것을 알아내기 힘이 든다. 나는 끝끝내 내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말려나보다.

아내는 늘 진솔 버선만 신었다. 아내는 밥도 지었다. 아내가 밥을 짓는 것을 나는 한 번도 구경한 일은 없으나 언제든지 끼니때면 내 방으로 내 조석 밥을 날라다 주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나와 내
                    아내 외의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밥은 분명 아내가 손수 지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내는 한 번도 나를 자기 방으로 부른 일은 없다. 나는 늘 윗방에서나 혼자서 밥을 먹고 잠을 잤다.

밥은 너무 맛이 없었다. 반찬이 너무 엉성하였다. 나는 닭이나 강아지처럼 말없이 주는 모이를 넓적넓적 받아먹기는 했으나 내심 야속하게 생각한 적도 더러 없지 않다.

나는 안색이 여지없이 창백해가면서 말라 들어갔다. 나날이 눈에 보이듯이 기운이 줄어들었다. 영양 부족으로 하여 몸뚱이 곳곳의 뼈가 불쑥불쑥 내어 밀었다. 하룻밤 사이에도 수십 차를 돌쳐 눕지 않고는 여기저기가 배겨서 나는 배겨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이불 속에서 아내가 늘 흔히 쓸 수 있는 저 돈의 출처를 탐색해 내는 일 변 장지 틈으로 새어나오는 아랫방의 음성은 무엇일까를 간단히 연구하였다.

나는 잠이 잘 안 왔다.

나는 깨달았다. 아내가 쓰는 그 돈은 내게는 다만 실없는 사람들로밖에 보이지 않는 까닭 모를 내객들이 놓고 가는 것이 틀림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왜 그들 내객은 돈을 놓고 가나? 왜 내
                        아내는 그 돈을 받아야 되나? 하는 예의 관념이 내게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저 예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혹 무슨 대가일까? 보수일까? 내
                        아내가 그들의 눈에는 동정을 받아야만 할 한 가엾은 인물로 보였던가? 이런 것들을 생각하노라면 으레 내 머리는 그냥 혼란하여 버리고 버리고 하였다. 잠들기 전에 획득했다는 결론이 오직 불쾌하다는 것뿐이었으면서도 나는 그런 것을 아내에게 물어 보거나 한 일이 참 한 번도 없다. 그것은 대체 귀찮기도 하려니와 한잠 자고 일어나는 나는 사뭇 딴 사람처럼 이것도 저것도 다 깨끗이 잊어버리고 그만 두는 까닭이다.

내객들이 돌아가고, 혹 외출에서 돌아오고 하면 아내는 간편한 것으로 옷을 바꾸어 입고 내 방으로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이불을 들치고 내 귀에는 영 생동생동한 몇 마디 말로 나를 위로하려든다. 나는 조소도 고소도 홍소도 아닌 웃음을 얼굴에 띠고 아내의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본다. 아내는 방그레 웃는다. 그러나 그 얼굴에 떠도는 일말의 애수를 나는 놓치지 않는다.

아내는 능히 내가 배고파하는 것을 눈치 챌 것이다. 그러나 아랫방에서 먹고 남은 음식을 나에게 주려 들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든지 나를 존경하는 마음일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배가 고프면서도 적이 마음이 든든한 것을 좋아했다. 아내가 무엇이라고 지껄이고 갔는지 귀에 남아 있을 리가 없다. 다만 내 머리맡에 아내가 놓고 간 은화가 전등불에 흐릿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다.

고 금고형 벙어리 속에 은화가 얼마만큼이나 모였을까?
                    나는 그러나 그것을 쳐들어 보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의욕도 기원도 없이 그 단팥구멍처럼 생긴 틈바구니로 은화를 떨어뜨려 둘 뿐이었다.

왜 아내의 내객들이 아내에게 돈을 놓고 가나 하는 것이 풀 수 없는 의문인 것같이, 왜 아내는 나에게 돈을 놓고 가나 하는 것도 역시 내게는 똑같이 풀 수 없는 의문이었다.

내 비록 아내가 내게 돈을 놓고 가는 것이 싫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고것이 내 손가락 닿는 순간에서부터 고 벙어리 주둥이에서 자취를 감추기까지의 하잘것없는 짧은 촉각이 좋았달 뿐이지 그 이상 아무 기쁨도 없다.

어느 날 나는 고 벙어리를 변소에 갖다 넣어 버렸다. 그 때 벙어리 속에는 몇 푼이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고 은화들이 꽤 들어 있었다.

나는 내가 지구 위에 살며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지구가 질풍신뢰의 속력으로 광대무변의 공간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참 허망하였다. 나는 이렇게 부지런한 지구 위에서는 현기증도 날 것 같고 해서 한시바삐 내려 버리고 싶었다.

이불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난 뒤에는 나는 고 은화를 고 벙어리에 넣고 넣고 하는 것조차 귀찮아졌다. 나는
                        아내가 손수 벙어리를 사용하였으면 하고 생각하였다.

벙어리도 돈도 사실은 아내에게만 필요한 것이지 내게는 애초부터 의미가 전연 없는 것이었으니까 될 수만 있으면 그 벙어리를 아내는 아내 방으로 가져갔으면 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아내는 가져가지 않는다. 나는
                        내가 아내 방으로 가져다 둘까 하고 생각하여 보았으나 그 즈음에는 아내의 내객이 워낙 많아서 내가 아내 방에 가 볼 기회가 도무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변소에 갖다 집어넣어 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서글픈 마음으로 아내의 꾸지람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내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않았을 뿐 아니라 여전히 돈은 돈대로 머리맡에 놓고 가지 않나!
                    내 머리맡에는 어느덧 은화가 꽤 많이 모였다.

내객이 아내에게 돈을 놓고 가는 것이나 아내가 내게 돈을 놓고 가는 것이나 일종의 쾌감 — 그 외의 다른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을 나는 또 이불 속에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쾌감이라면 어떤 종류의 쾌감일까를 계속하여 연구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이불 속의 연구로는 알 길이 없었다. 쾌감, 쾌감, 하고 나는 뜻밖에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 흥미를 느꼈다.

아내는 물론 나를 늘 감금하여 두다시피 하여 왔다. 내게 불평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중에도 나는 그 쾌감이라는 것의 유무를 체험하고 싶었다.

나는 아내의 밤 외출 틈을 타서 밖으로 나왔다. 나는 거리에서 잊어버리지 않고 가지고 나온 은화를 지폐로 바꾼다. 오 원이나 된다.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나는 목적지를 잃어버리기 위하여 얼마든지 거리를 쏘다녔다. 오래간만에 보는 거리는 거의 경이에 가까울 만큼 내 신경을 흥분시키지 않고는 마지않았다. 나는 금시에 피곤하여 버렸다.

그러나 나는 참았다. 그리고 밤이 이슥하도록 까닭을 잃어버린 채 이 거리 저 거리로 지향 없이 헤매었다. 돈은 물론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돈을 쓸 아무 엄두도 나서지 않았다. 나는 벌써 돈을 쓰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 같았다.

나는 과연 피로를 이 이상 견디기가 어려웠다. 나는 가까스로 내 집을 찾았다. 나는 내 방을 가려면 아내 방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알고, 아내에게 내객이 있나 없나를 걱정하면서 미닫이 앞에서 좀 거북살스럽게 기침을 한 번 했더니, 이것은 참 또 너무도 암상스럽게 미닫이가 열리면서 아내의 얼굴과 그 등 뒤에 낯선 남자의 얼굴이 이쪽을 내다보는 것이다. 나는 별안간 내어 쏟아지는 불빛에 눈이 부셔서 좀 머뭇머뭇했다.

나는 아내의 눈초리를 못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모른 체하는 수밖에 없었다.

왜? 나는 어쨌든 아내의 방을 통과하지 아니하면 안 되니까…….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무엇보다도 다리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불 속에서는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암만해도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걸을 때는 몰랐더니 숨이 차다. 등에 식은땀이 쭉 내배인다. 나는 외출한 것을 후회하였다. 이런 피로를 잊고 어서 잠이 들었으면 좋았다. 한잠 잘 자고 싶었다.

얼마동안이나 비스듬히 엎드려 있었더니 차츰차츰 뚝딱 거리는 가슴 동계가 가라앉는다. 그만해도 우선 살 것 같았다. 나는 몸을 들쳐 반듯이 천장을 향하여 눕고 쭉 다리를 뻗었다.

그러나 나는 또 다시 가슴의 동계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랫방에서 아내와 그 남자의 내 귀에도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기척이 장지 틈으로 전하여 왔던 것이다. 청각을 더 예민하게 하기 위하여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 숨을 죽였다.

그러나 그 때는 벌써 아내와 남자는 앉았던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섰고 일어서면서 옷과 모자 쓰는 기척이 나는 듯하더니 이어 미닫이가 열리고 구두 뒤축 소리가 나고 그리고 뜰에 내려서는 소리가 쿵 하고 나면서 뒤를 따르는 아내의 고무신 소리가 두어 발짝 찍찍 나고 사뿐사뿐 나나 하는 사이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대문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아내의 이런 태도를 본 일이 없다. 아내는 어떤 사람과도 결코 소곤거리는 법이 없다. 나는 윗방에서 이불을 쓰고 누운 동안에도 혹 술이 취해서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 내객들의 담화는 더러 놓치는 수가 있어도 아내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말소리는 일찍이 한마디도 놓쳐 본 일이 없다.

더러 내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있어도 나는 그것이 태연한 목소리로 내 귀에 들렸다는 이유로 충분히 안심이 되었다.

그렇던 아내의 이런 태도는 필시 그 속에 여간하지 않은 사정이 있는 듯시피 생각이 되고 내 마음은 좀 서운했으나 그보다도 나는 좀 너무 피로해서 오늘만은 이불 속에서 아무것도 연구하지 않기로 굳게 결심하고 잠을 기다렸다. 낮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문간에 나간 아내도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흐지부지 나는 잠이 들어 버렸다. 꿈이 얼쑹덜쑹 종을 잡을 수 없는 거리의 풍경을 여전히 헤매었다.

나는 몹시 흔들렸다. 내객을 보내고 들어온 아내가 잠든 나를 잡아 흔드는 것이다.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내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다. 나는 좀 눈을 비비고 아내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노기가 눈초리에 떠서 얇은 입술이 바르르 떨린다. 좀처럼 이 노기가 풀리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아 버렸다. 벼락이 내리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쌔근 하는 숨소리가 나면서 부스스 아내의 치맛자락 소리가 나고 장지가 여닫히며 아내는 아내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시 몸을 돌쳐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개구리처럼 엎드리고 엎드려서 배가 고픈 가운데도 오늘 밤의 외출을 또 한 번 후회하였다.

나는 이불 속에서 아내에게 사죄하였다. 그것은 네 오해라고……
                        나는 사실 밤이 퍽 이슥한 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것이 네 말마따나 자정 전인지는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나는 너무 피곤하였다. 오래간만에 나는 너무 많이 걸은 것이 잘못이다.

내 잘못이라면 잘못은 그것 밖에 없다. 외출은 왜 하였더냐고? 나는 그 머리맡에 저절로 모인 오 원 돈을 아무에게라도 좋으니 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내 잘못이라면 나는 그렇게 알겠다. 나는 후회하고 있지 않나? 내가 그 오 원 돈을 써 버릴 수가 있었던들 나는 자정 안에 집에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리는 너무 복잡하였고 사람은 너무도 들끓었다. 나는 어느 사람을 붙들고 그 오 원 돈을 내어 주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여지없이 피곤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좀 쉬고 싶었다. 눕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내 짐작 같아서는 밤이 어지간히 늦은 줄만 알았는데, 그것이 불행히도 자정 전이었다는 것은 참 안된 일이다. 미안한 일이다. 나는 얼마든지 사죄하여도 좋다. 그러나 종시 아내의 오해를 풀지 못하였다 하면 내가 이렇게까지 사죄하는 보람은 그럼 어디 있나? 한심하였다.

한 시간 동안을 나는 이렇게 초조하게 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이불을 홱 젖혀 버리고 일어나서 장지를 열고 아내 방으로 비칠비칠 달려갔던 것이다. 내게는 거의 의식이라는 것이 없었다.

나는 아내 이불 위에 엎드러지면서 바지 포켓 속에서 그 돈 오 원을 꺼내 아내 손에 쥐어 준 것을 간신히 기억할 뿐이다.

이튿날 잠이 깨었을 때 나는 내
                    아내 방 아내 이불 속에 있었다. 이것이 이 33번지에서 살기 시작한 이래 내가 아내 방에서 잔 맨 처음이었다.

해가 들창에 훨씬 높았는데 아내는 이미 외출하고 벌써 내 곁에 있지는 않다. 아니!
                    아내는 엊저녁 내가 의식을 잃은 동안에 외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을 조사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전신이 찌뿌드드한 것이 손가락 하나 꼼짝할 힘조차 없었다. 책보보다 좀 작은 면적의 볕이 눈이 부시다. 그 속에서 수없이 먼지가 흡사 미생물처럼 난무한다. 코가 콱 막히는 것 같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낮잠을 자기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코를 스치는 아내의 체취는 꽤 도발적이었다. 나는 몸을 여러 번 여러 번 비비꼬면서 아내의 화장대에 늘어선 고 가지각색 화장품 병들의 마개를 뽑았을 때 풍기는 냄새를 더듬느라고 좀처럼 잠은 들지 않는 것을 나는 어찌하는 수도 없었다.

견디다 못하여 나는 그만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서 내 방으로 갔다. 내 방에는 다 식어빠진 내 끼니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이다. 아내는 내 모이를 여기다 두고 나간 것이다. 나는 우선 배가 고팠다. 한 숟갈을 입에 떠 넣었을 때 그 촉감은 참 너무도 냉회와 같이 써늘하였다. 나는 숟갈을 놓고 내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하룻밤을 비었던 내 이부자리는 여전히 반갑게 나를 맞아 준다. 나는 내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번에는 참 늘어지게 한잠 잤다. 잘—

내가 잠을 깬 것은 전등이 켜진 뒤다. 그러나 아내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나보다.

아니! 돌아왔다 또 나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것을 상고하여 무엇하나? 정신이 한결 난다. 나는 밤일을 생각해 보았다. 그 돈 오 원을 아내 손에 쥐어 주고 넘어졌을 때에 느낄 수 있었던 쾌감을 나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객들이 내
                    아내에게 돈 놓고 가는 심리며 내
                    아내가 내게 돈 놓고 가는 심리의 비밀을 나는 알아낸 것 같아서 여간 즐거운 것이 아니다.

나는 속으로 빙그레 웃어 보았다.

이런 것을 모르고 오늘까지 지내온 내 자신이 어떻게 우스꽝스럽게 보이는지 몰랐다.

따라서 나는 또 오늘 밤에도 외출하고 싶었다. 그러나 돈이 없다. 나는 또 엊저녁에 그 돈 오 원을 한꺼번에 아내에게 주어 버린 것을 후회하였다. 또 고 벙어리를 변소에 갖다 처넣어 버린 것도 후회하였다. 나는 실없이 실망하면서 습관처럼 그 돈 오 원이 들어 있던 내 바지 포켓에 손을 넣어 한번 휘둘러보았다. 뜻밖에도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이 있었다. 이 원 밖에 없다. 그러나 많아야 맛은 아니다. 얼마간이고 있으면 된다. 나는 그만한 것이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기운을 얻었다. 나는 그 단벌 다 떨어진 코르덴 양복을 걸치고 배고픈 것도 주제 사나운 것도 다 잊어버리고 활갯짓을 하면서 또 거리로 나섰다. 나서면서 나는 제발 시간이 화살 단듯해서 자정이 어서 홱 지나 버렸으면 하고 조바심을 태웠다. 아내에게 돈을 주고 아내 방에서 자 보는 것은 어디까지든지 좋았지만 만일 잘못해서 자정 전에 집에 들어갔다가 아내의 눈총을 맞는 것은 그것은 여간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저물도록 길가 시계를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하면서 또 지향 없이 거리를 방황하였다. 그러나 이날은 좀처럼 피곤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간이 좀 너무 더디게 가는 것만 같아서 안타까웠다.

경성역(京城驛) 시계가 확실히 자정을 지난 것을 본 뒤에 나는 집을 향하였다. 그날은 그 일각대문에서 아내와 아내의 남자가 이야기하고 서 있는 것을 만났다. 나는 모른 체하고 두 사람 곁을 지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아내도 들어왔다. 와서는 이 밤중에 평생 안 하던 쓰레질을 하는 것이었다. 조금 있다가 아내가 눕는 기척을 엿보자마자 나는 또 장지를 열고 아내 방으로 가서 그 돈 이 원을 아내 손에 덥석 쥐어 주고 그리고— 하여간 그 이 원을 오늘 밤에도 쓰지 않고 도로 가져온 것이 참 이상하다는 듯이 아내는 내 얼굴을 몇 번이고 엿보고— 아내는 드디어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자기 방에 재워 주었다. 나는 이 기쁨을 세상의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편히 잘 잤다.

이튿날도 내가 잠이 깨었을 때는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또 내 방으로 가서 피곤한 몸이 낮잠을 잤다. 내가 아내에게 흔들려 깨었을 때는 역시 불이 들어온 뒤였다. 아내는
                        자기 방으로 나를 오라는 것이다. 이런 일은 또 처음이다. 아내는 끊임없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내 팔을 이끄는 것이다. 나는 이런 아내의 태도 이면에 엔간치 않은 음모가 숨어 있지나 않은가 하고 적이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아내의 하자는 대로 아내의 방으로 끌려갔다. 아내 방에는 저녁 밥상이 조촐하게 차려져 있는 것이다. 생각하여 보면 나는 이틀을 굶었다. 나는 지금 배고픈 것까지도 긴가민가 잊어버리고 어름어름하던 차다.

나는 생각하였다. 이 최후의 만찬을 먹고 나자마자 벼락이 내려도 나는 차라리 후회하지 않을 것을. 사실 나는 인간 세상이 너무나 심심해서 못 견디겠던 차다. 모든 것이 성가시고 귀찮았으나 그러나 불의의 재난이라는 것은 즐겁다.

나는 마음을 턱 놓고 조용히 아내와 마주 이 해괴한 저녁밥을 먹었다.

우리 부부는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다. 밥을 먹은 뒤에도 나는 말이 없이 부스스 일어나서 내 방으로 건너가 버렸다. 아내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나는 벽에 기대어 앉아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그리고 벼락이 떨어질 테거든 어서 떨어져라 하고 기다렸다.

오 분! 십 분!

그러나 벼락은 내리지 않았다. 긴장이 차츰 풀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어느덧 오늘 밤에도 외출할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돈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돈은 확실히 없다. 오늘은 외출하여도 나중에 올 무슨 기쁨이 있나?
                    내 앞이 그저 아뜩하였다. 나는 화가 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굴렀다. 금시 먹은 밥이 목으로 자꾸 치밀어 올라온다. 메스꺼웠다.

하늘에서 얼마라도 좋으니 왜 지폐가 소낙비처럼 퍼붓지 않나? 그것이 그저 한없이 야속하고 슬펐다.

나는 이렇게 밖에 돈을 구하는 아무런 방법도 알지는 못했다. 나는 이불 속에서 좀 울었나 보다.

왜 없느냐면서…….

그랬더니 아내가 또 내 방에를 왔다. 나는 깜짝 놀라 아마 이제야 벼락이 내리려나 보다 하고 숨을 죽이고 두꺼비 모양으로 엎드려 있었다. 그러나 떨어진 입을 새어나오는 아내의 말소리는 참 부드러웠다. 정다웠다. 아내는 내가 왜 우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란다.

나는 실없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사람의 속을 환하게 들여다보는고 해서 나는 한편으로 슬그머니 겁도 안 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아마 내게 돈을 줄 생각이 있나보다, 만일 그렇다면 오죽이나 좋은 일일까. 나는 이불 속에 뚤뚤 말린 채 고개도 들지 않고 아내의 다음 거동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옛소’하고 내 머리맡에 내려뜨리는 것은 그 가뿐한 음향으로 보아 지폐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내 귀에다 대고 오늘일랑 어제보다도 늦게 돌아와도 좋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렵지 않다. 우선 그 돈이 무엇보다도 고맙고 반가웠다.

어쨌든 나섰다. 나는 좀 야맹증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밝은 거리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리고는 경성역 일 이등 대합실 한 곁 티이루움에를 들렀다. 그것은 내게는 큰 발견이었다. 거기는 우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안 온다. 설사 왔다가도 곧 돌아가니까 좋다. 나는 날마다 여기 와서 시간을 보내리라 속으로 생각하여 두었다. 제일 여기 시계가 어느 시계보다도 정확하리라는 것이 좋았다. 섣불리 서투른 시계를 보고 그것을 믿고 시간 전에 집에 돌아갔다가 큰 코를 다쳐서는 안 된다.

나는 한 복스에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주 앉아서 잘 끓은 커피를 마셨다. 총총한 가운데 여객들은 그래도 한 잔 커피가 즐거운가보다. 얼른얼른 마시고 무얼 좀 생각하는 것같이 담벼락도 좀 쳐다보고 하다가 곧 나가 버린다. 서글프다. 그러나 내게는 이 서글픈 분위기가 거리의 티이루움들의 그 거추장스러운 분위기보다는 절실하고 마음에 들었다. 이따금 들리는 날카로운 혹은 우렁찬 기적 소리가
                        모오짜르트
                    보다도 더 가깝다.

나는 메뉴에 적힌 몇 가지 안 되는 음식 이름을 치읽고 내리읽고 여러 번 읽었다. 그 것들은 아물아물하는 것이 어딘가 내 어렸을 때 동무들 이름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거기서 얼마나 내가 오래 앉았는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중에 객이 슬며시 뜸해지면서 이 구석 저 구석 걷어치우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아마 닫는 시간이 된 모양이다.
                        열 한 시가 좀 지났구나, 여기도 결코 내 안주의 곳은 아니구나, 어디 가서 자정을 넘길까? 두루 걱정을 하면서 나는 밖으로 나섰다. 비가 온다.

빗발이 제법 굵은 것이 우비도 우산도 없는 나를 고생을 시킬 작정이다. 그렇다고 이런 괴이한 풍모를 차리고 이 홀에서 어물어물하는 수도 없고 에이 비를 맞으면 맞았지 하고 그냥 나서 버렸다.

대단히 선선해서 견딜 수가 없다. 코르덴 옷이 젖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속속들이 스며들면서 치근거린다. 비를 맞아 가면서라도 견딜 수 있는 데까지 거리를 돌아다녀서 시간을 보내려 하였으나, 인제는 선선해서 이 이상은 더 견딜 수가 없다. 오한이 자꾸 일어나면서 이가 딱딱 맞부딪는다. 나는 걸음을 늦추면서 생각하였다. 오늘 같은 궂은 날도 아내에게 내객이 있을라구?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집으로 가야겠다. 아내에게 불행히 내객이 있거든 내 사정을 하리라. 사정을 하면 이렇게 비가 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알아주겠지.

부리나케 와 보니까 그러나 아내에게는 내객이 있었다. 나는 너무 춥고 척척해서 얼떨결에 노크 하는 것을 잊었다. 그래서 나는 보면 아내가 덜 좋아할 것을 그만 보았다.

나는 감발자국 같은 발자국을 내면서 덤벙덤벙 아내 방을 디디고 내 방으로 가서 쭉 빠진 옷을 활활 벗어 버리고 이불을 뒤썼다. 덜덜덜덜 떨린다. 오한이 점점 더 심해 들어온다. 여전 땅이 꺼져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만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튿날 내가 눈을 떴을 때 아내는 내 머리맡에 앉아서 제법 근심스러운 얼굴이다.

나는 감기가 들었다. 여전히 으스스 춥고 또 골치가 아프고 입에 군침이 도는 것이 씁쓸하면서 다리팔이 척 늘어져서 노곤하다. 아내는 내 머리를 쓱 짚어 보더니 약을 먹어야지 한다. 아내 손이 이마에 선뜻한 것을 보면 신열이 어지간한 모양인데 약을 먹는다면 해열제를 먹어야지 하고 속생각을 하자니까 아내는 따뜻한 물에 하얀 정제약 네 개를 준다. 이것을 먹고 한잠 푹 자고 나면 괜찮다는 것이다. 나는 널름 받아먹었다. 쌉싸래한 것이 짐작 같아서는 아마 아스피린인가 싶다.

나는 다시 이불을 쓰고 단번에 그냥 죽은 것처럼 잠이 들어 버렸다.

나는 콧물을 훌쩍훌쩍 하면서 여러 날을 앓았다. 앓는 동안에 끊이지 않고 그 정제약을 먹었다.

그러는 동안에 감기도 나았다. 그러나 입맛은 여전히 소태처럼 썼다.

나는 차츰 또 외출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러나 아내는 나더러 외출하지 말라고 이르는 것이다. 이 약을 날마다 먹고 그리고 가만히 누워 있으라. 공연히 외출을 하다가 이렇게 감기가 들어서 나를 고생시키는 게 아니란다. 그도 그렇다. 그럼 외출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그 약을 연복하여 몸을 좀 보해 보리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나는 날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밤이나 낮이나 잤다. 유난스럽게 밤이나 낮이나 졸려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잠이 자꾸만 오는 것은 내가 몸이 훨씬 튼튼해진 증거라고 굳게 믿었다.

나는 아마 한 달이나 이렇게 지냈나보다. 내 머리와 수염이 좀 너무 자라서 후틋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내 거울을 좀 보리라고 아내가 외출한 틈을 타서 나는 아내 방으로 가서 아내의 화장대 앞에 앉아 보았다. 상당하다. 수염과 머리가 참 상당하였다.

오늘은 이발을 좀 하리라고 생각하고 겸사겸사 고 화장품 병들 마개를 뽑고 이것저것 맡아 보았다. 한동안 잊어버렸던 향기 가운데서는 몸이 배배 꼬일 것 같은 체취가 전해 나왔다. 나는 아내의 이름을 속으로만 한 번 불러 보았다. “
                        연심이—”하고…… 오래간만에 돋보기 장난도 하였다. 거울 장난도 하였다. 창에 든 볕이 여간 따뜻한 것이 아니었다. 생각하면 오월이 아니냐.

나는 커다랗게 기지개를 한 번 켜 보고 아내 베개를 내려 베고 벌떡 자빠져서는 이렇게도 편안하고 즐거운 세월을 하느님께 흠씬 자랑하여 주고 싶었다. 나는 참 세상의 아무것과도 교섭을 가지지 않는다. 하느님도 아마 나를 칭찬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다음 순간 실로 세상에도 이상스러운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최면약 아달린 갑이었다.

나는 그것을 아내의 화장대 밑에서 발견하고 그것이 흡사 아스피린처럼 생겼다고 느꼈다. 나는 그것을 열어 보았다. 꼭 네 개가 비었다.

나는 오늘 아침에 네 개의 아스피린을 먹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잤다. 어제도 그제도 그끄제도…… 나는 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감기가 다 나았는데도…… 아내는 내게 아스피린을 주었다. 내가 잠이 든 동안에 이웃에 불이 난 일이 있다. 그때에도 나는 자느라고 몰랐다. 이렇게 나는 잤다. 나는 아스피린으로 알고 그럼 한 달 동안을 두고 아달린을 먹어온 것이다. 이것은 좀 너무 심하다.

별안간 아뜩하더니 하마터면 나는 까무러칠 뻔하였다. 나는 그 아달린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산을 찾아 올라갔다.

인간 세상의 아무것도 보기가 싫었던 것이다. 걸으면서 나는 아무쪼록 아내에 관계되는 일은 일 체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길에서 까무러치기 쉬우니까다. 나는 어디라도 양지가 바른 자리를 하나 골라 자리를 잡아 가지고 서서히 아내에 관하여서 연구할 작정이었다. 나는 길가의 돌 장판, 구경도 못한 진개나리꽃, 종달새, 돌멩이도 새끼를 까는 이야기, 이런 것만 생각하였다. 다행히 길 가에서 나는 졸도하지 않았다.

거기는 벤치가 있었다. 나는 거기 정좌하고 그리고 그 아스피린과 아달린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그러나 머리가 도무지 혼란하여 생각이 체계를 이루지 않는다. 단 오 분이 못가서 나는 그만 귀찮은 생각이 번쩍 들면서 심술이 났다. 나는 주머니에서 가지고 온 아달린을 꺼내 남은 여섯 개를 한꺼번에 질겅질겅 씹어 먹어 버렸다. 맛이 익살맞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 벤치 위에 가로 기다랗게 누웠다. 무슨 생각으로 내가 그 따위 짓을 했나, 알 수가 없다. 그저 그러고 싶었다. 나는 게서 그냥 깊이 잠이 들었다. 잠결에도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졸졸 하고 언제까지나 귀에 어렴풋이 들려 왔다.

내가 잠을 깨었을 때는 날이 환히 밝은 뒤다. 나는 거기서 일주야를 잔 것이다. 풍경이 그냥 노오랗게 보인다. 그 속에서도 나는 번개처럼 아스피린과 아달린이 생각났다.

아스피린, 아달린, 아스피린, 아달린, 맑스, 말사스, 마도로스, 아스피린, 아달린……
                    아내는 한 달 동안 아달린을 아스피린이라고 속이고 내게 먹였다.

그것은 아내 방에서 이 아달린 갑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증거가 너무나 확실하다.

무슨 목적으로 아내는 나를 밤이나 낮이나 재웠어야 됐나? 나를 밤이나 낮이나 재워 놓고, 그리고 아내는 내가 자는 동안에 무슨 짓을 했나? 나를 조금씩 조금씩 죽이려던 것일까? 그러나 또 생각하여 보면 내가 한 달을 두고 먹어 온 것이 아스피린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무슨 근심되는 일이 있어서 밤이면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정작 아내가 아달린을 사용한 것이나 아닌지? 그렇다면 나는 참 미안하다.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큰 의혹을 가졌다는 것이 참 안됐다.

나는 그래서 부리나케 거기서 내려왔다. 아랫도리가 홰홰 내어 저이면서 어찔어찔한 것을 나는 겨우 집을 향하여 걸었다. 여덟 시 가까이였다.

나는 내 잘못된 생각을 죄다 일러바치고 아내에게 사죄하려는 것이다. 나는 너무 급해서 그만 또 말을 잊어버렸다. 그랬더니 이건 참 큰일 났다. 나는 내 눈으로 절대로 보아서 안 될 것을 그만 딱 보아 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얼떨결에 그만 냉큼 미닫이를 닫고 그리고 현기증이 나는 것을 진정시키느라고 잠깐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기둥을 짚고 섰자니까, 일 초 여유도 없이 홱 미닫이가 다시 열리더니 매무새를 풀어헤친 아내가 불쑥 내밀면서 내 멱살을 잡는 것이다. 나는 그만 어지러워서 게가 나둥그러졌다.

그랬더니 아내는 넘어진 내 위에 덮치면서 내 살을 함부로 물어뜯는 것이다. 아파 죽겠다. 나는 사실 반항할 의사도 힘도 없어서 그냥 넙적 엎드려 있으면서 어떻게 되나 보고 있자니까, 뒤이어 남자가 나오는 것 같더니 아내를 한 아름에 덥석 안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다소곳이 그렇게 안겨 들어가는 것이 내 눈에 여간 미운 것이 아니다. 밉다.

아내는
                        너 밤새워 가면서 도둑질하러 다니느냐, 계집질하러 다니느냐고 발악이다. 이것은 참 너무 억울하다.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너는 그야말로 나를 살해하려던 것이 아니냐고 소리를 한 번 꽥 질러 보고도 싶었으나, 그런 긴가민가한 소리를 섣불리 입 밖에 내었다가는 무슨 화를 볼는지 알 수 없다. 차라리 억울하지만 잠자코 있는 것이 우선 상책인 듯시피 생각이 들길래, 나는 이것은 또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툭툭 떨고 일어나서 내 바지 포켓 속에 남은 돈 몇 원 몇십 전을 가만히 꺼내서는 몰래 미닫이를 열고 살며시 문지방 밑에다 놓고 나서는, 나는 그냥 줄달음박질을 쳐서 나와 버렸다.

여러 번 자동차에 치일 뻔 하면서 나는 그래도 경성역으로 찾아갔다. 빈자리와 마주 앉아서 이 쓰디쓴 입맛을 거두기 위하여 무엇으로나 입가심을 하고 싶었다.

커피! 좋다. 그러나 경성역 홀에 한 걸음 들여 놓았을 때 나는 내 주머니에는 돈이 한 푼도 없는 것을 그것을 깜박 잊었던 것을 깨달았다. 또 아뜩하였다. 나는 어디선가 그저 맥없이 머뭇머뭇하면서 어쩔 줄을 모를 뿐이었다. 얼빠진 사람처럼 그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꼬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 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내 자신에게 물어 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는 참 잘들도 생겼다. 작은놈은 작은놈대로 큰놈은 큰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려 비치는 오월 햇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지느러미는 하늘하늘 손수건을 흔드는 흉내를 낸다. 나는 이 지느러미 수효를 헤어 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이 따뜻하다.

나는 또 오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우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오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 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그때 내 눈앞에는 아내의 모가지가 벼락처럼 내려 떨어졌다. 아스피린과 아달린.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아달린의 정량을 내게 먹여 왔을까?
                    나는 그것을 믿을 수는 없다. 아내가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것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면서 도둑질을 계집질을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나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28_Yi Hyo-seok_When Buckwheat Flowers Bloom =====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 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치않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 선달에게 나꾸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 장에서 한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 있을까해. 내일
                        대화장에서가 한몫 벌어야겠네."

"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 선달이 그날 번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 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여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 필과 주단 바리가 두 고리짝에 꼭 찼다. 멍석 위에는 천 조각이 어수선하게 남았다. 다른 축들도 벌써 거진 전들을 걷고 있었다.

약바르게 떠나는 패도 있었다. 어물장수도, 땜장이도, 엿장수도, 생강장수도 꼴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진부와 대화에 장이 선다. 축들은 그 어느 쪽으로든지 밤을 새며 육칠십 리 밤길을 타박거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장판은 잔치 뒷마당같이 어수선하게 벌어지고, 술집에서는 싸움이 터져 있었다. 주정꾼 욕지거리에 섞여 계집의 앙칼진 목소리가 찢어졌다. 장날 저녁은 정해놓고 계집의 고함소리로 시작되는 것이다.

"
                        생원, 시침을 떼두 다 아네…. 충주집 말야."

계집 목소리로 문득 생각난 듯이 조 선달은 비죽이 웃는다. "화중지병(畫中之餠)이지. 연소패들을 적수로 하구야 대거리가 돼야 말이지."

"그렇지두 않을걸. 축들이 사족을 못 쓰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나, 아무리 그렇다군 해두 왜 그 동이 말일세, 감쪽같이 충주집을 후린 눈치거든."

"무어 그 애숭이가? 물건 가지고 나꾸었나부지. 착실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그 길만은 알 수 있나… 궁리 말구 가보세나그려. 내 한턱 씀세."

그다지 마음이 당기지 않는 것을 쫓아갔다. 허 생원은 계집과는 연분이 멀었다. 얽둑배기 상판을 대어설 숫기도 없었으나 계집 편에서 정을 보낸 적도 없었고, 쓸쓸하고 뒤틀린 반생이었다. 충주집을 생각만 하여도 철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발 밑이 떨리고 그 자리에 소스라쳐버린다.

충주집 대문에 들어서서 술좌석에서 짜장 동이를 만났을 때에는 어찌 된 서슬엔지 빨끈 화가 나버렸다. 상위에 붉은 얼굴을 쳐들고 제법 계집과 농탕 치는 것을 보고서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녀석이 제법 난질꾼인데 꼴 사납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낮부터 술 처먹고 계집과 농탕이야. 장돌뱅이 망신만 시키고 돌아다니누나. 그 꼴에 우리들과 한몫 보자는 셈이지. 동이 앞에 막아서면서부터 책망이었다.

걱정두 팔자요 하는 듯이 빤히 쳐다보는 상기된 눈망울에 부딪칠 때, 결김에 따귀를 하나 갈겨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동이도 화를 쓰고 팩하게 일어서기는 하였으나, 허 생원은 조금도 동색하는 법 없이 마음먹은 대로는 다 지껄였다.

"어디서 주워먹은 선머슴인지는 모르겠으나, 네게도 아비 어미 있겠지. 그 사나운 꼴 보면 맘 좋겠다. 장사란 탐탁하게 해야 되지, 계집이 다 무어야. 나가거라, 냉큼 꼴 치워."

그러나 한마디도 대거리하지 않고 하염없이 나가는 꼴을 보려니, 도리어 측은히 여겨졌다. 아직두 서름서름한데 너무 과하지 않았을까 하고 마음이 섬뜩해졌다. 주제도 넘지, 같은 술 손님이면서두 아무리 젊다고 자식 낫세 된 것을 붙들고 치고 닦아셀 것은 무어야 원. 충주집은 입술을 쭝긋하고 술 붓는 솜씨도 거칠었으나, 젊은 애들한테는 그것이 약이 된다고 하고 그 자리는 조 선달이 얼버무려 넘겼다.

"
                        너, 녀석한테 반했지? 애숭이를 빨면 죄 된다."

한참 법석을 친 후이다. 담도 생긴 데다가 웬일이지 흠뻑 취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허 생원은 주는 술잔이면 거의 다 들이켰다. 거나해짐을 따라 계집 생각보다도 동이의 뒷일이 한결같이 궁금해졌다.

내 꼴에 계집을 가로채서니 어떡헐 작정이었누 하고 어리석은 꼬락서니를 모질게 책망하는 마음도 한편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지난 뒤인지 동이가 헐레벌떡거리며 황급히 부르러 왔을 때에는 마시던 잔을 그 자리에 던지고 정신없이 허덕이며 충주집을 뛰어나간 것이었다.

"
                        생원
                        당나귀가 바를 끊구 야단이에요."

"각다귀들 장난이지 필연코."

짐승도 짐승이려니와 동이의 마음씨가 가슴을 울렸다. 뒤를 따라 장판을 달음질하려니 거슴츠레한 눈이 뜨거워질 것 같다.

"부락스런 녀석들이라 어쩌는 수 있어야죠."

"
                        나귀를 몹시 구는 녀석들은 그냥 두지는 않을걸."

반평생을 같이 지내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 다니는 동안에 이십 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 가스러진 목뒤 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곱을 흘렸다.

몽당비처럼 짧게 쓸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기껏 휘저어보아야 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닳아 없어진 굽을 몇번이나 도려내고 새 철을 신겼는지 모른다. 굽은 벌써 더 자라나기는 틀렸고 닳아버린 철 사이로는 피가 빼짓이 흘렀다.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울며 반겨한다.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목덜미를 어루만져주니 나귀는 코를 벌름거리고 입을 투르르거렸다. 콧물이 튀었다. 허 생원은 짐승 때문에 속도 무던히는 썩였다. 아이들의 장난이 심한 눈치여서 땀 밴 몸뚱어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좀체 흥분이 식지 않는 모양이었다. 굴레가 벗어지고 안장도 떨어졌다. "요 몹쓸 자식들" 하고 허 생원은 호령을 하였으나 패들은 벌써 줄행랑을 논 뒤요 몇 남지 않은 아이들이 호령에 놀래 비슬비슬 멀어졌다.

"우리들 장난이 아니우, 암놈을 보고 저 혼자 발광이지."

코흘리개 한 녀석이 멀리서 소리를 쳤다.

"
                        고 녀석 말투가…."

"
                        김 첨지 당나귀가 가버리니까 온통 흙을 차고 거품을 흘리면서 미친 소같이 날뛰는걸. 꼴이 우스워 우리는 보고만 있었다우. 배를 좀 보지."

아이는 앙토라진 투로 소리를 치며 깔깔 웃었다. 허 생원은 모르는 결에 낯이 뜨거워졌다. 뭇 시선을 막으려고 그는 짐승의 배 앞을 가리어서지 않으면 안되었다.

"늙은 주제에 암샘을 내는 셈야. 저놈의 짐승이."

아이의 웃음소리에 허 생원은 주춤하면서 거어코 견딜 수 없어 채찍을 들더니 아이를 쫓았다.

"쫓으려거든 쫓아보지.
                            왼손잡이
                        가 사람을 때려."

줄달음에 달아나는 각다귀에는 당하는 재주가 없었다.
                        왼손잡이
                    는 아이 하나도 후릴 수 없다. 그만 채찍을 던졌다. 술기도 돌아 몸이 유난스럽게 화끈거렸다.

"그만 떠나세. 녀석들과 어울리다가는 한이 없어. 장판의 각다귀들이란 어른보다도 더 무서운 것들인 걸."

조 선달과 동이는 각각 제 나귀에 안장을 얹고 짐을 싣기 시작하였다. 해가 꽤 많이 기울어진 모양이었다.

드팀전 장돌림을 시작한 지 이십 년이나 되어도 허 생원은 봉평장을 빼논 적은 드물었다. 충주
                    제천 등의 이웃 군에도 가고, 멀리 영남 지방도 헤매기는 하였으나, 강릉쯤에 물건 하러 가는 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군내를 돌아다녔다. 닷새 만큼씩의 장날에는 달보다도 확실하게 면에서 면으로 건너간다. 고향이 청주라고 자랑 삼아 말하였으나 고향에 돌보러 간 일도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게는 그리운 고향이었다. 반날 동안이나 뚜벅뚜벅 걷고 장터 있는 마을에 거지 반 가까왔을 때, 거친 나귀가 한바탕 우렁차게 울면, 더구나 그것이 저녁녘이어서 등불들이 어둠 속에 깜박거릴 무렵이면, 늘 당하는 것이건만 허 생원은 변치 않고 언제든지 가슴이 뛰놀았다.

젊은 시절에는 알뜰하게 벌어 돈푼이나 모아둔 적도 있기는 있었으나, 읍내에 백중이 열린 해 호탕스럽게 놀고 투전을 하고 하여 사흘 동안에 다 털어버렸다. 나귀까지 팔게 된 판이었으나 애끊는 정분에 그것만은 이를 물고 단념하였다. 결국 도로아미타불로 장돌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짐승을 데리고 읍내를 도망해 나왔을 때에는 너를 팔지 않기 다행이었다고 길가에서 울면서 짐승의 등을 어루만졌던 것이었다. 빚을 지기 시작하니 재산을 모을 염은 당초에 틀리고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러 장에서 장으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호탕스럽게 놀았다고는 하여도 계집 하나 후려보지는 못하였다. 계집이란 쌀쌀하고 매정한 것이다. 평생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 신세가 서글퍼졌다. 일신에 가까운 것이라고는 언제나 변함없는 한 필의 당나귀였다. 그렇다고 하여도 꼭 한번의 첫 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뒤에도 처음에도 없는 단 한번의 괴이한 인연! 봉평에 다니기 시작한 젊은 시절의 일이었으나 그것을 생각할 적만은 그도 산 보람을 느꼈다.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두 도무지 알 수 없어."

허 생원은 오늘 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 선달은 친구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렇다고 싫증은 낼 수도 없었으나 허 생원은 시치미를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 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 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 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주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 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 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나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 가는 일색이었지- 팔자에 있었나부지."

아무렴 하고 응답하면서 말머리를 아끼는 듯이 한참이나 담배를 빨 뿐이었다. 구수한 자주빛 연기가 밤 기운 속에 흘러서는 녹았다.

"
                        날 기다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달리 기다리는 놈팽이가 있는 것두 아니었네. 처녀는 울고 있단 말야. 짐작은 대고 있으나 성 서방네는 한창 어려워서 들고날 때였지, 한집안 일이니 딸에겐들 걱정이 없을 리 있겠나? 좋은 데만 있으면 시집도 보내련만 시집은 죽어도 싫다지…."

"그러나 처녀란 울 때같이 정을 끄는 때가 있을까.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 있을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운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네…. 생각하면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
                        제천인지로 줄행랑을 놓은 건 그 다음날이렷다."

"다음 장도막에는 벌써 온 집안이 사라진 뒤였네. 장판은 소문에 발끈 뒤집혀 고작해야 술집에 팔려가기가 상수라고 처녀의 뒷공론이 자자들 하단 말이야. 제천 장판을 몇 번이나 뒤졌겠나. 허나 처녀의 꼴은 꿩 궈먹은 자리야. 첫날밤이 마지막 밤이었지. 그때부터 봉평이 마음에 든 것이 반평생인들 잊을 수 있겠나."

"수 좋았지. 그렇게 신통한 일이란 쉽지 않어. 항용 못난 것 얻어 새끼 낳고, 걱정 늘고 생각만 해두 진저리나지- 그러나 늙으막바지까지 장돌뱅이로 지내기도 힘드는 노릇 아닌가? 난 가을까지만 하구 이 생계와두 하직하려네. 대화쯤에 조그만 전방이나 하나 벌이구 식구들을 부르겠어. 사시장천 뚜벅뚜벅 걷기란 여간이래야지."

"
                        옛 처녀나 만나면 같이나 살까- 난 꺼꾸러질 때까지 이 길 걷고 저 달 볼 테야."

산길을 벗어나니 큰길로 틔어졌다. 꽁무니의 동이도 앞으로 나서 나귀들은 가로 늘어섰다.

"
                        총각두 젊겠다, 지금이 한창 시절이렸다. 충주집에서는 그만 실수를 해서 그 꼴이 되었으나 설게 생각 말게."

"처, 천만에요. 되려 부끄러워요. 계집이란 지금 웬 제격인가요. 자나깨나 어머니 생각뿐인데요."

허 생원의 이야기로 실심해 한 끝이라 동이의 어조는 한풀 수그러진 것이었다.

"아비 어미란 말에 가슴이 터지는 것도 같았으나 제겐 아버지가 없어요. 피붙이라고는 어머니 하나뿐인 걸요."

"돌아가셨나?"

"당초부터 없어요."

"그런 법이 세상에…"

생원과 선달이 야단스럽게 껄껄들 웃으니, 동이는 정색하고 우길 수밖에는 없었다.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으랴 했으나 정말예요. 제천 촌에서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고 어머니는 집을 쫓겨났죠. 우스운 이야기나, 그러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버지 얼굴도 본 적 없고 있는 고장도 모르고 지내와요."

고개가 앞에 놓인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내렸다. 둔덕은 험하고 입을 벌리기도 대근하여 이야기는 한동안 끊졌다. 나귀는 건듯하면 미끄러졌다. 허 생원은 숨이 차 몇 번이고 다리를 쉬지 않으면 안되었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나이가 알렸다. 동이 같은 젊은 축이 그지없이 부러웠다. 땀이 등을 한바탕 쪽 씻어 내렸다.

고개 너머는 바로 개울이었다. 장마에 흘러버린 널다리가 아직도 걸리지 않은 채로 있는 까닭에 벗고 건너야 되었다. 고의를 벗어 띠로 등에 얽어 매고 반 벌거숭이의 우스꽝스런 꼴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금방 땀을 흘린 뒤였으나 밤 물은 뼈를 찔렀다.

"그래 대체 기르긴 누가 기르구?"

"
                        어머니 하는 수 없이 의부를 얻어가서 술장사를 시작했죠. 술이 고주래서 의부라고 전망나니예요. 철 들어서부터 맞기 시작한 것이 하룬들 편한 날 있었을까. 어머니 말리다가 채이고 맞고 칼부림을 당하고 하니 집 꼴이 무어겠소. 열 여덟 살 때 집을 뛰쳐나서부터 이 짓이죠."

"총각 낫세론 섬철듦이 무던하다고 생각했더니 듣고 보니 딱한 신세로군."

물은 깊어 허리까지 찼다. 속 물살도 어지간히 센 데다가 발에 채이는 돌멩이도 미끄러워 금시에 훌칠 듯하였다. 나귀와 조 선달은 재빨리 거의 건넜으나 동이는 허 생원을 붙드느라고 두 사람은 훨씬 떨어졌다.

"
                        모친의 친정은 원래부터 제천이었던가?"

"웬걸요. 시원스리 말은 안 해주나 봉평이라는 것만은 들었죠."

"
                        봉평, 그래 그 아비 성은 무엇이구?"

"알 수 있나요. 도무지 듣지를 못했으니까."

"그, 그렇겠지." 하고 중얼거리며 흐려지는 눈을 까물까물하다가 허 생원은 경망하게도 발을 빗디디었다. 앞으로 고꾸라지기가 바쁘게 몸째 풍덩 빠져버렸다. 허위적거릴수록 몸을 걷잡을 수 없어 동이가 소리를 치며 가까이 왔을 때에는 벌써 퍽으나 흘렀었다. 옷째 쫄딱 젖으니 물에 젖은 개보다도 참혹한 꼴이었다. 동이는 물속에서 어른을 해깝게 업을 수 있었다. 젖었다고는 하여도 여윈 몸이라 장정 등에는 오히려 가벼웠다.

"이렇게까지 해서 안됐네. 내 오늘은 정신이 빠진 모양이야."

"염려하실 것 없어요."

"그래 모친은 아비를 찾지는 않는 눈치지?"

"늘 한번 만나고 싶다고는 하는데요."

"지금 어디 계신가?"

"
                        의부와도 갈라져 제천에 있죠. 가을에는 봉평에 모셔오려고 생각 중인데요. 이를 물고 벌면 이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죠."

"아무렴, 기특한 생각이야. 가을이랬다?"

동이의 탐탁한 등어리가 뼈에 사무쳐 따뜻하다. 물을 다 건넜을 때에는 도리어 서글픈 생각에 좀더 업혔으면도 하였다.

"진종일 실수만 하니 웬일이요, 생원."

조 선달은 바라보며 기어코 웃음이 터졌다.

"
                        나귀야. 나귀 생각하다 실족을 했어. 말 안 했던가.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말일세. 귀를 쭝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는 것이 나귀새끼같이 귀여운 것이 있을까. 그것 보러 나는 일부러 읍내를 도는 때가 있다네."

"
                        사람을 물에 빠뜨릴 젠, 따는 대단한 나귀 새끼군."

허 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을 끓여주고. 내일
                        대화장 보고는 제천이다."

"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 29_Chae Man-sik_Uncle Chi-suk =====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키,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덕이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姑母夫) 그 양반…….

뭐, 말도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내 원!

신세 간데없지요.

자, 십 년 적공, 대학교까지 공부한 것 풀어 먹지도 못했지요.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냈지요, 신분에는 전과자(前科者)라는 붉은 도장 찍혔지요. 몸에는 몹쓸 병까지 들었지요.

이 신세를 해가지골랑은 굴속 같은 오두막집 단칸 셋방 구석에서 사시장철 밤이나 낮이나 눈 따악 감고 드러누웠군요.

재산이 어디 집터전인들 있을 턱이 있나요. 서발막대 내저어야 짚검불 하나 걸리는 것 없는 철빈인데.

우리 아주머니가, 그래도 그 아주머니가, 어질고 얌전해서 그 알량한 남편양반 받드느라 삯바느질이야 남의 집 품빨래야 화장품장사야, 그 칙살스런 벌이를 해다가 겨우겨우 목구멍에 풀칠을 하지요.

어디루 대나 그 양반은 죽는 게 두루 좋은 일인데 죽지도 아니해요.

우리 아주머니가 불쌍해요. 아, 진작 한 나이라도 젊어서 팔자를 고치는 게 아니라, 무슨 놈의 우난 후분을 바라고 있다가 끝끝내 고생을 하는지.

근 이십 년 소박을 당했지요.

이십 년을 설운 청춘 한숨으로 보내고서 다 늦게야 송장 여대치게 생긴 그 양반을 그래도 남편이라고 모셔다가는 병수발 들랴, 먹고 살랴, 애자진하고 다니는 걸 보면 참말 가엾어요.

그게 무슨 죄다짐이람? 팔자 팔자 하지만 왜 팔자를 고치지를 못하고서 그래요. 우리 죄선 구식 부인네들은 다 문명을 못 하고 깨지를 못 해서 그러지.

그 양반이 한시바삐 죽기나 했으면 우리 아주머니는 차라리 신세 편하리다.

심덕 좋겠다, 솜씨 얌전하겠다 하니, 어디 가선들 자기 일신 몸 가누고 편안히 못 지내요?

가만있자, 열여섯 살에 아저씨네 집으로 시집을 갔다니깐, 그게 내가 세 살 적이니 꼬박 열여덟 해로군. 열여덟 해면 이십 년 아니오.

그때 우리 아저씨 양반은 나이 어리기도 했지만, 공부를 한답시고 서울로 동경으로 십여 년이나 돌아다녔고, 조금 자라서 색시 재미를 알 만하니까는 누가 이쁘달까 봐 이혼하자고 아주머니를 친정으로 쫓고는 통히 불고를 하고…….

공부를 다 마치고 오더니만, 그 담에는 그놈의 짓에 들입다 발광해 다니면서 명색 학생 출신이라는 딴 여편네를 얻어 살았지요. 그 여편네는 나도 몇 번 보았지만 쌍판대기라고 별반 출 수도 없이 생겼습디다. 그 인물로 남의 첩이야? 일색소박은 있어도 박색소박은 없다더니, 사실 소박맞은 우리 아주머니가 그 여편네게다 대면 월등 이뻤다우.

그래 그 뒤에, 그 양반은 필경 붙들려 가서 오 년이나 전중이를 살았지요. 그 동안에 아주머니는 시집이고 친정이고 모두 폭망해서 의지가지없이 됐지요.

그러니 어떻게 해요? 자칫하면 굶어 죽을 판인데.

할 수 없이 얻어먹고 살기도 해야 하려니와, 또 아저씨 나오는 것도 기다려야 한다고 나를 반연삼아 서울로 올라왔더군요. 그게 그러니까 아저씨가 나오던 그 전해로군.

그때 내가 나이는 어려도 두루 납뛴 보람이 있어서 이내 구라다상네 식모로 들어갔지요. 그 무렵에 참 내가 아주머니더러 여러 번 권면을 했지요. 그러지 말고 개가(改嫁)를 가라고. 글쎄 어린 소견에도 보기에 퍽 딱하고 민망합디다.

계제에 마침 또 좋은 자리가 있었고요. 미네상이라고
                        미쓰꼬시
                     앞에서 바나나 다다키우리를 하는 인데 사람이 퍽 좋아요.

우리집
                        다이쇼(主人)도 잘 알고 하는데, 그이가 늘 나더러 죄선 오깜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중매 서달라고 그래쌌어요.

돈은 모아 둔 게 없어도 다 벌어먹고 살 만하니까 그런 사람 만나서 살면 아주머니도 신세 편할 게 아니라구요?

그런 걸 글쎄, 몇 번 말해도 흉한 소리 말라고 듣질 않는 걸 어떡하나요.

아무튼 그런 것말고라도 참, 흰말이 아니라 이날 이때까지 내가 그 아주머니 뒤도 많이 보아 주었다우. 또 나도 그럴 만한 은공이 없잖아 있구요.

내가 일곱 살에 부모를 잃었지요. 그리고 나서 의탁할 곳이 없이 됐는데 그때 마침 소박을 맞고 친정살이를 하는 그 아주머니가 나를 데려다가 길러 주었지요.

그때만 해도 그 집이 그다지 군색하게 지내진 않았으니깐요. 아주머니도 아주머니지만 증조할머니며 할아버지도 슬하에 딴 자손이 없어서 나를 퍽 귀애하겠지요.

열두 살까지 그 집에서 자랐군요.

사 년이나마 보통학교도 다녔고.

아마 모르면 몰라도 그 집안에 그렇게 치패하지만 않았으면 나도 그냥 붙어 있어서 시방쯤은 전문학교까지는 다녔으리다.

이런 은공이 있으니까 나도 그걸 저버리지 않고 그래서 내 깜냥에는 갚을 만치 갚노라고 갚은 셈이지요.

하기야 요새도 간혹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양식 없다는 사정을 더러 하곤 하는데 실토정 말이지 좀 성가시기는 해요.

그러는 족족 그 수응을 하자면 내 일을 못 하겠는걸. 그래 대개 잘라 떼기는 하지요.

그렇지만 그 밖에, 가령 양명절 때면 고깃근이라도 사보낸다든지, 또 오며가며 들러 이야기낱이라도 한다든지, 그런 건 결단코 범연히하진 않으니까요.

아무튼 그래서, 아주머니는 꼬박 일년 동안 구라다상네 집 오마니로 있으면서 월급 오 원씩 받는 걸 그대로 고스란히 저금을 하고, 또 틈틈이 삯바느질을 맡아다가 조금씩 벌어 보태고, 또 나올 무렵에 구라다상네 양주가 퍽 기특하다고 돈 칠 원을 상급으로 주고, 그런 게 이럭저럭 돈 백 원이나 존존히 됐지요.

그 돈으로 방 한 칸 얻고 살림 나부랭이도 조금 장만하고 그래 놓고서 마침 그 알량꼴량한 서방님이 놓여 나오니까 그리로 모셔 들였지요.

놓여 나오는 날 나도 가서 보았지만, 가막소 문 앞에 막 나서자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래도 눈물이 핑― 돌던데요.

전에 그렇게도 죽을 동 살 동 모르고 좋아하던 첩년은 꼴도 안 뵈구요. 남의 첩년이란 건 다 그런 거지요, 뭐.

우리 아저씨 양반은 혹시 그 여편네가 오지 않았나 하고 사방을 휘휘 둘러보던데요. 속이 그렇게 없다니까. 여편네는커녕 아주머니하고 나하고 그 외는 어리친 개새끼 한 마리 없더라.

그래 막, 자동차에 올라타려다가 피를 토했지요. 나중에 들었지만 가막소 안에서 달포 전부터 토혈을 했다나 봐요.

그래 다 죽어 가는 반송장을 업어 오다시피 해다가 뉘어 놓고, 그날부터 아주머니는 불철주야로, 할짓 못할짓 다 해가면서 부스대고 납뛴 덕에 병도 차차로 차도가 있고, 그러더니 인제는 완구히 살아는 났지요. 뭐 참 시방은 용 꼴인걸요, 용 꼴.

부인네 정성이 무서운 겝디다.

꼬박 삼 년이군. 나 같으면 돌아가신 부모가 살아오신대도 그 짓 못 해요.

자, 그러니 말이지요. 우리 아저씨라는 양반이 작히나 양심이 있고 다 그럴 양이면, 어허, 내가 어서 바삐 몸이 충실해져서, 어서 바삐 돈을 벌어다가 저 아내를 편안히 거느리고, 이 은공과 전날의 죄를 갚아야 하겠구나…… 이런 맘을 먹어야 할 게 아니라구요?

아주머니의 은공을 갚자면 발에 흙이 묻을세라 업고 다녀도 참 못다 갚지요.

그러고저러고 간에 자기도 이제는 속차려야지요. 하기야 속을 차려서 무얼 하재도 전과자니까 관리나 또 회사 같은 데는 들어가지 못하겠지만, 그야 자기가 저지른 일인 걸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고, 그러니 막 벗어붙이고 노동이라도 해야지요.

대학교 출신이 막벌이 노동이란 게 꼴 가관이지만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그런 걸 보고 가만히 나를 생각하면, 만약 우리 증조할아버지네 집안이 그렇게 치패를 안 해서 나도 전문학교를 졸업을 했으면, 혹시 우리 아저씨 모양이 됐을지도 모를 테니 차라리 공부 많이 않고서 이 길로 들어선 게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우리 아저씨 양반은 대학교까지 졸업하고도 이제는 기껏 해먹을 거란 막벌이 노동밖에 없는데, 보통학교 사 년 겨우 다니고서도 시방 앞길이 환히 트인 내게다 대면 고쓰카이만도 못하지요.

아, 그런데 글쎄 막벌이 노동을 하고 어쩌고 하기는커녕 조금 바시시 살아날 만하니까 이 주책꾸러기 양반이 무슨 맘보를 먹는고 하니, 내 참 기가 막혀!

아니, 그놈의 것하고는 무슨 대천지 원수가 졌단 말인지, 어쨌다고 그걸 끝끝내 하지 못해서 그 발광인고?

그러나마 그게 밥이 생기는 노릇이란 말인지? 명예를 얻는 노릇이란 말인지. 필경은, 붙잡혀 가서 징역 사는 놀음?

아마 그놈의 것이 아편하고 꼭 같은가 봐요. 그렇길래 한번 맛을 들이면 끊지를 못하지요?

그렇지만 실상 알고 보면 그게 그다지 재미가 난다거나 맛이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더군 그래요. 부랑당패던데요. 하릴없이 부랑당팹디다.

저― 서양 어디선가,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 몇 놈이 양지쪽에 모여 앉아서 놀고 먹을 궁리를 했더라나요. 우리집
                        다이쇼
                    가 다 자상하게 이야기를 해줍디다.

게, 그 녀석들이 서로 구누를 하기를, 자, 이 세상에는 부자가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고 하니 그건 도무지 공평한 일이 아니다. 사람이란 건 이목구비하며 사지육신을 꼭 같이 타고났는데, 누구는 부자로 잘살고 누구는 가난하다니 그게 될 말이냐. 그러니 부자가 가진 것을 우리 가난한 사람들하고 다 같이 고르게 나눠 먹어야 경우가 옳다.

야― 그거 옳은 말이다. 야― 그 말 좋다. 자― 나눠 먹자.

아, 이렇게 설도를 해가지고 우 하니 들고 일어났다는군요.

아―니, 그러니 그게 생 날부랑당놈의 짓이 아니고 무어요?

사람이란 것은 제가끔 분지복이 있어서 기수를 잘 타고 나든지 부지런하면 부자가 되는 법이요, 복록을 못 타고 나든지 게으른 놈은 가난하게 사는 법이요, 다 이렇게 마련인데, 그거야말로 공평한 천리인 것을, 됩다 불공평하다께 될 말이오? 그리고서 억지로 남의 것을 뺏어 먹자고 들다니 그놈들이 부랑당이지 무어요.

짓이 부랑당 짓일 뿐 아니라, 또 만약에 그러기로 들면 게으른 놈은 점점 더 게으름만 부리고 쫓아다니면서 부자 사람네가 가진 것만 뺏어 먹을 테니 이 세상은 통으로 도적놈의 판이 될 게 아니오? 그나마, 부자 사람네가 모아 둔 걸 다 뺏기고 더는 못 먹여 내는 날이면 그때는 이 세상 망하는 날이 아니오?

저마다 남이 농사 지어 놓으면 그걸 뺏어 먹으려고 일 않고 번둥번둥 놀 것이고, 남이 옷감 짜노면 그걸 뺏어다가 입으려고 번둥번둥 놀 것이고 그럴 테니 대체 곡식이며 옷감이며 그런 것이 다 어디서 나올 데가 있어야지요. 세상 망할밖에!

글쎄 그놈의 짓이 그렇게 세상 망쳐 놀 장본인 줄은 모르고서 가난한 놈들, 그 중에도 일하기 싫은 게으름뱅이들이 위선 당장 부자 사람네 것을 뺏어 먹는다니까 거기 혹해 가지골랑 너도나도 와 하니 참섭을 했다는구려.

바로 저 아라사가 그랬대요.

그래서 아니나다를까 농군들이 곡식을 안 만들기 때문에 사람이 수만 명씩 굶어 죽는다는구려. 빠안한 이치지 뭐.

위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그 지랄들을 했다가 잘코사니야!

아 그런데, 그 못된놈의 풍습이 삽시간에 동서양 각국 안 간 데 없이 퍼져 가지골랑 한동안 내지에도 마구 굉장히 드세게 돌아다녔고, 내지가 그러니까 멋도 모르는 죄선 영감상들도 덩달아서 그 흉내를 냈다나요.

그렇지만 시방은 그새 나라에서 엄하게 밝히고 금하고 한 덕에 많이 너끔해졌고 그런 마음 먹는 사람은 별반 없다나 봐요.

그럴 게지 글쎄. 아 해서 좋을 양이면야 나라에선들 왜 금하며 무슨 원수가 졌다고 붙잡아다가 징역을 살리나요.

좋고 유익한 것이면 나라에서 도리어 장려하고, 잘할라치면 상급도 주고 그러잖아요.

활동사진이며 스모며 만자이며 또 왓쇼왓쇼랄지 세이레이 낭아시랄지 라디오체조랄지 그런 건 다 유익한 일이니까 나라에서 설도도 하고 그러잖아요.

나라라는 게 무언데? 그런 걸 다 잘 분간해서 이럴 건 이러고 저럴 건 저러라고 지시하고, 그 덕에 백성들은 제각기 제 분수대로 편안히 살도록 애써 주는 게 나라 아니오?

그놈의 것 사회주의만 하더라도 나라에서 금하질 않고 저희가 하는 대로 두어 두었어 보아? 시방쯤 세상이 무엇이 됐을지…….

다른 사람들도 낭패 본 사람이 많았겠지만, 위선 나만 하더라도 글쎄 어쩔 뻔했어! 아무 일도 다 틀리고 뒤죽박죽이지.

내 이상과 계획은 이렇거든요.

우리집
                        다이쇼
                    가 나를 자별히 귀애하고 신용을 하니까 인제 한 십 년만 더 있으면 한밑천 들여서 따로 장사를 시켜 줄 그런 눈치거든요.

그러거들랑 그것을 언덕삼아 가지고 나는 삼십 년 동안 예순 살 환갑까지만 장사를 해서 꼭 십만 원을 모을 작정이지요. 십만 원이면  죄선 부자로 쳐도 천석꾼이니, 뭐 떵떵거리고 살 게 아니라구요?

그리고 우리
                        다이쇼
                    도 한 말이 있고 하니까, 나는 내지인 규수한테로 장가를 들래요.
                        다이쇼
                    가 다 알아서 얌전한 자리를 골라 중매까지 서준다고 그랬어요. 내지 여자가 참 좋지요.

나는 죄선 여자는 거저 주어도 싫어요.

구식 여자는 얌전은 해도 무식해서 내지인하고 교제하는 데 안됐고, 신식 여자는 식자나 들었다는 게 건방져서 못쓰고, 도무지 그래서  죄선 여자는 신식이고 구식이고 다 제바리여요.

내지 여자가 참 좋지 뭐. 인물이 개개 일자로 이쁘겠다, 얌전하겠다, 상냥하겠다, 지식이 있어도 건방지지 않겠다, 좀이나 좋아!

그리고 내지 여자한테 장가만 드는 게 아니라 내지인 성명으로 갈고 집도 내지인 집에서 살고 옷도 내지 옷을 입고 밥도 내지식으로 먹고 아이들도 내지인 이름을 지어서 내지인 학교에 보내고…….

내지인 학교라야지 죄선 학교는 너절해서 아이들 버려 놓기나 꼭 알맞지요.

그리고 나도 죄선말은 싹 걷어치우고 국어만 쓰고요.

이렇게 다 생활법식부터도 내지인처럼 해야만 돈도 내지인처럼 잘 모으게 되거든요.

내 이상이며 계획은 이래서 그 십만 원짜리 큰부자가 바로 내다뵈고, 그리로 난 길이 환하게 트이고 해서 나는 시방 열심으로 길을 가고 있는데, 글쎄 그 미쳐 살미 든 놈들이 세상 망쳐 버릴 사회주의를 하러 드니, 내가 소름이 끼칠 게 아니라구요? 말만 들어도 끔찍하지!

세상이 망해서 뒤집히면 그래 나는 어쩌란 말인고? 아무것도 다 허사가 될 테니 그런 억울할 데가 있더람?

뭐 참, 우리집
                        다이쇼
                     말이 일일이 지당해요.

여느 절도나 강도나 사기나 그런 죄는 도적이면 도적을 해가는 그 당장, 그 돈만 축을 내니까 오히려 죄가 가볍지만, 그놈의 것 사회주의인지 지랄인지는 온 세상을 뒤죽박죽을 만들어 놓고 나라를 통째로 소란하게 하니까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대요.

용서라니! 나 같으면 그런 놈들은 모조리 쓸어다가 마구 그저 그냥…….

그런 일을 생각하면, 털어놓고 말이지 우리 아저씬가  그 양반도 여간 불측스러 뵈질 않아요. 사실 아주머니만 아니면 내가 무슨 천주학이라고 나쁜 병까지 앓는 그 양반을 찾아다니나요. 죽는대도 코도 안 풀어 붙일걸.

그러나마 전자의 죄상을 다 회개를 하고 못된 마음을 씻어 버렸을 새 말이지, 뭐 헌 개꼬리 삼년이라더냐, 종시 그 모양일걸요.

그러니깐 그게 밉살머리스러워서, 더러 들렀다가 혹시 마주앉아도 위정 뼈끝 저린 소리나 내쏘아 주고 말을 다잡아 가지골랑 꼼짝못하게시리 몰아세워 주곤 하지요.

저번에도 한번 혼을 단단히 내주었지요. 아, 그랬더니 아주머니더러 한다는 소리가, 그 녀석 사람 버렸더라고, 아무짝에도 못 쓰게 길이 들었더라고 그러더라나요.

내 원, 그 소리를 듣고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대체 사람도 유만부동이지, 그 아저씨가 나더러 사람 버렸느니 아무짝에도 못 쓰게 길이 들었느니 하더라니, 원 입이 몇 개나 되면 그런 소리가 나오는 구멍도 있누?

죄선 벙어리가 다 말을 해도 나 같으면 할 말 없겠더구먼서도, 하면 다 말인 줄 아나 봐?

이를테면 그게 명색 훈계 비슷한 거렷다? 내게다가 맞대 놓고 그런 소리를 하다가는 되잡혀서 혼이 날 테니까 슬며서 아주머니더러 이르란 요량이던 게지?

기가 막혀서…… 하느님이 사람의 콧구멍 두 개로 마련하기 참 다행이야.

글쎄 아무려면 내가 자기처럼 다아 공부는 못 하고 남의 집 고조〔小僧〕노릇으로, 반또〔番頭〕노릇으로 이렇게 굴러먹을 값에 이래 보여도 표창을 두 번이나 받은 모범 점원이요, 남들이 똑똑하고 재주 있고 얌전하다고 칭찬이 놀랍고, 앞길이 환히 트인 유망한 청년인데, 그래 자기 눈에는 내가 버린 놈이고 아무짝에도 못 쓰게 길이 든 놈으로 보였단 말이지?

하하, 오옳지! 거 참 그렇겠군. 자기는 자기 하는 짓이 옳으니까 남이 하는 짓은 다 글렀단 말이렷다?

그러니까 나도 자기처럼 그놈의 것 사회주읜지 급살맞을 것인지나 하다가 징역이나 살고 전과자나 되고 폐병이나 앓고, 다 그랬더라면 사람 버리지도 않고 아무짝에도 못 쓰게 길든 놈도 아니고 그럴 뻔했군그래!

흥! 참…….

제 밑 구린 줄 모르고서 남더러 어쩌구저쩌구 한다는 게, 꼭 우리 아저씨 그 양반을 두고 이른 말인가 봐.

그날도 실상 이랬더라우. 혼을 내주었더니, 아주머니더러 그런 소리를 하더란 그날 말이오.

그날이 마침 내가 쉬는 날이길래 아주머니더러 할 이야기도 있고 해서 아침결에 좀 들렀더니, 아주머니는 남의 혼인집으로 바느질을 해주러 갔다고 없고, 아저씨 양반만 여전히 아랫목에 가서 드러누웠어요.

그런데 보니깐, 어디서 모두 뒤져 냈는지, 머리맡에다가 헌 언문 잡지를 수북이 쌓아 놓고는 그걸 뒤져요.

그래 나도 심심삼아 한 권 집어 들고 떠들어 보았더니, 뭐 읽을 맛이 나야지요.

대체 조선 사람들은 잡지 하나를 해도 어찌 모두 그 꼬락서니로 해놓는지.

사진도 없지요, 망가(만화)도 없지요.

그리고는 맨판 까탈스런 한문 글자로다가 처박아 놓으니 그걸 누구더러 보란 말인고?

더구나 우리 같은 놈은 언문도 그런대로 뜯어보기는 보아도 읽기에 여간만 폐롭지가 않아요.

그러니 어려운 언문하고 까다로운 한문하고를 섞어서 쓴 글은 뜻을 몰라 못 보지요. 언문으로만 쓴 것은 소설 나부랭인데, 읽기가 힘이 들 뿐 아니라 또 죄선 사람이 쓴 소설이란 건 재미가 있어야죠. 나는 죄선 신문이나  죄선 잡지하구는 담쌓고 남 된 지 오랜걸요.

잡지야 뭐 《킹구》나 《쇼넹구라부》 덮어 먹을 잡지가 있나요. 참 좋아요.

한문 글자마다 가나를 달아 놓았으니 어떤 대문을 척 펴들어도 술술 내리읽고 뜻을 횅하니 알 수가 있지요.

그리고 어떤 대문을 읽어도 유익한 교훈이나 재미나는 소설이지요.

소설 참 재미있어요. 그 중에도 기쿠지캉 소설……! 어쩌면 그렇게도 아기자기하고도 달콤하고도 재미가 있는지. 그리고 요시가와 에이지, 그의 소설은 진찐바라바라하는 지다이모노(역사물)인데 마구 어깻바람이 나구요.

소설이 모두 그렇게 재미가 있지요. 망가가 많지요. 사진이 많지요. 그리고도 값은 좀 헐하나요. 십오 전이면 바로 그 전달 치를 사볼 수 있고, 보고 나서는 오 전에 도로 파는데요.

잡지도 기왕 하려거든 그렇게나 해야지, 죄선 사람들은 제엔장 큰소리는 곧잘 하더구먼서도 잡지 하나 반반한 거 못 만들어 내니!

그날도 글쎄 잡지가 그 꼴이라, 아예 글은 볼 멋도 없고 해서 혹시 망가나 사진이라도 있을까 하고 책장을 후르르 넘기노라니깐 마침 아저씨 이름이 있겠나요! 하도 신통해서 쓰윽 펴들고 보았더니 제목이 첫줄은 경제, 사회…… 무엇 어쩌구 잔주를 달아 놨겠지요.

그것만 보아도 벌써 그럴듯해요. 경제는 아저씨가 대학교에서 경제를 배웠다니까 경제 속은 잘 알 것이고, 또 사회는 그것 역시 사회주의를 했으니까 그 속도 잘 알 것이고, 그러니까 경제하고 사회주의하고 어떻게 서로 관계가 되는 것이며 어느 편이 옳다는 것이며 그런 소리를 썼을 게 분명해요.

뭐, 보나 안 보나 속이야 빠안하지요. 대학교까지 가설랑 경제를 배우고도 돈 모을 생각은 않고서 사회주의만 하고 다닌 양반이라 경제가 그르고 사회주의가 옳다고 우겨 댔을 거니까요.

아무렇든 아저씨가 쓴 글이라는 게 신기해서 좀 보아 볼 양으로 쓰윽 훑어봤지요. 그러나 웬걸 읽어 먹을 재주가 있나요.

글자는 아주 어려운 자만 아니면 대강 알기는 알겠는데, 붙여 보아야 대체 무슨 뜻인지를 알 수가 있어야지요.

속이 상하길래 읽어 보자던 건 작파하고서 아저씨를 좀 따잡고 몰아 세울 양으로 그 대목을 차악 펴놨지요.

""아저씨?"

"왜 그러니?"

"
                        아저씨가 여기다가 경제 무어라구 쓰구, 또 사회 무어라구 썼는데, 그러면 그게 경제를 하란 뜻이오? 사회주의를 하란 뜻이오?"

"뭐?"

못 알아듣고 뚜렛뚜렛해요. 자기가 쓰고도 오래 돼서 다 잊어버렸거나, 혹시 내가 말을 너무 까다롭게 내기 때문에 섬뻑 대답이 안 나왔거나 그랬겠지요. 그래 다시 조곤조곤 따졌지요.

"
                        아저씨…… 경제란 것은 돈 모아서 부자 되라는 것 아니오? 그런데, 사회주의란 것은 모아 둔 부자 사람의 돈을 뺏어 쓰는 것 아니오?"

"이애가 시방!"

"아―니, 들어 보세요."

"
                        너, 그런 경제학, 그런 사회주의 어디서 배웠니?"

"배우나마나, 경제란 건 돈 많이 벌어서 애껴 쓰구 나머지 모아 두는 게 경제 아니오?"

"그건 보통, 경제한다는 뜻으루 쓰는 경제고, 경제학이니 경제적이니 하는 건 또 다르다."

"다를 게 무어요? 경제는 돈 모으는 것이고, 그러니까 경제학이면 돈 모으는 학문이지요."

"아니란다. 혹시 이재학(理財學)이라면 돈 모으는 학문이라고 해도 근리할지 모르지만 경제학은 그런 게 아니란다."

"아―니, 그렇다면 아저씨 대학교 잘못 다녔소. 경제 못 하는 경제학 공부를 오 년이나 했으니 그게 무어란 말이오? 아저씨가 대학교까지 다니면서 경제 공부를 하구두 왜 돈을 못 모으나 했더니, 인제 보니깐 공부를 잘못해서 그랬군요!"

"공부를 잘못했다? 허허, 그랬을는지도 모르겠다. 옳다, 네 말이 옳아!"

이거 봐요 글쎄. 단박 꼼짝못하잖나. 암만 대학교를 다니고, 속에는 육조를 배포했어도 그렇다니깐 글쎄…….

"
                        아저씨?"

"왜 그러니?"

"그러면 아저씨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돈 모아 부자 되는 경제 공부를 한 게 아니라 모아 둔 부자 사람네 돈 뺏어 쓰는 사회주의 공부를 했으니 말이지요……."

"
                        너는 사회주의가 무얼루 알구서 그러냐?"

"
                        내가 그까짓 걸 몰라요?"

한바탕 주욱 설명을 했지요.

내 얼굴만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누웠더니 피쓱 한번 웃어요. 그리고는 그 양반이 하는 소리겠다요.

"그게 사회주의냐? 부랑당이지."

"아―니, 그럼 아저씨두 사회주의가 부랑당인 줄은 아시는구려?"

"
                        내가 언제 사회주의가 부랑당이랬니?"

"방금 그리잖었어요?"

"글쎄, 그건 사회주의가 아니라 부랑당이란 그 말이다."

"거 보시우! 사회주의란 것은 그렇게 날부랑당이어요. 아저씨두 그렇다구 하면서 아니래시오?"

"이애가 시방 입심 겨룸을 하재나!"

이거 봐요. 또 꼼짝못하지요? 다아 이래요 글쎄…….

"
                        아저씨?"

"왜 그러니?"

"
                        아저씨두 맘 달리 잡수시오."

"건 어떻게 하는 말이냐?"

"걱정 안 되시우?"

"
                        날 같은 사람이 걱정이 무슨 걱정이냐? 나는 네가 걱정이더라."

"
                        나는 뭐 버젓하게 요량이 있는걸요."

"어떻게?"

"이만저만한가요!"

또 한바탕 주욱 설명을 했지요. 이야기를 다 듣더니 그 양반 한다는 소리 좀 보아요.

"
                        너두 딱한 사람이다!"

"왜요?"

"……"

"아―니, 어째서 딱하다구 그러시우?"

"……"

"네? 아저씨?"

"……"

"
                        아저씨?"

"왜 그래?"

"
                        내가 딱하다구 그러셨지요?"

"아니다, 나 혼자 한 말이다."

"그래두……."

"이애?"

"네?"

"사람이란 것은 누구를 물론허구 말이다,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게 없느니라."

"아첨이오?"

"저― 위로는 제왕, 밑으로는 걸인, 그 모든 사람이 위선 시방 이 제도의 이 세상에서 말이다, 제가끔 제 분수대루 살어가는 데 있어서 말이다, 제 개성을 속여 가면서꺼정 생활에다가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것이 없고, 그런 사람같이 가련한 사람은 없느니라. 사람이란 건 밥 두 그릇이 하필 밥 한 그릇보다 더 배가 부른 건 아니니까."

"그건 무슨 뜻인데요?"

"
                        네가 일본인 여자와 결혼을 해서 성명까지 갈고 모든 생활법도를 일본화하겠다는 것이 말이다."

"네, 그게 좋잖어요?"

"그것이 말이다, 진실로 깊은 교양이나 어진 지혜의 판단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그도 모를 노릇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보매, 네가 그런다는 것은 다른 뜻으로 그러는 것 같다."

"다른 뜻이라니요?"

"
                        네
                        주인의 비위를 맞추고, 이웃의 비위를 맞추고 하자고……."

"그야 물론이지요!
                            다이쇼
                        의 신용을 받어야 하고, 이웃 내지인들하구도 좋게 지내야지요. 그래야 할 게 아니겠어요?"

"……"

"
                        아저씨는 아직두 세상 물정을 모르시오. 나이는 나보담 많구 대학교 공부까지 했어도 일찌감치 고생살이를 한 나만큼 세상 물정은 모릅니다. 시방이 어느 세상인데 그러시우?"

"이애?"

"네?"

"
                        네가 방금 세상 물정이랬지?"

"네."

"앞길이 환하니 트였다구 그랬지?"

"네."

"환갑까지 십만 원 모은다구 그랬지?"

"네."

"
                        네가 말하는 세상 물정하구 내가 말하려는 세상 물정하구 내용이 다르기도 하지만, 세상 물정이란 건 그야말로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네?"

"사람이란 것 제아무리 날구 뛰어도 이 세상에 형적 없이 그러나 세차게 주욱 흘러가는 힘, 그게 말하자면 세상 물정이겠는데, 결국 그것의 지배하에서 그것을 따라가지 별수가 없는 거다."

"네?"

"쉽게 말하면 계획이나 기회를 아무리 억지루 만들어 놓아도 결과가 뜻대루는 안 된단 말이다."

"젠장, 아저씨두…… 요전 《킹구》라는 잡지에두 보니까, 나폴레옹이라는 서양 영웅이 그랬답디다. 기회는 제가 만든다구. 그리고 불가능이란 말은 바보의 사전에서나 찾을 글자라구요. 아 자꾸자꾸 계획하구 기회를 만들구 해서 분투 노력해 나가면 이 세상 일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나요? 한번 실패하거든 갑절 용기를 내가지구 다시 일어서지요. 칠전팔기 모르시오?"

"
                        나폴레옹도 세상 물정에 순응할 때는 성공했어도, 그것에 거슬리다가 실패를 했더란다. 너는 칠전팔기해서 성공한 몇 사람만 보았지, 여덟 번 일어섰다가 아홉 번째 가서 영영 쓰러지구는 다시 일지 못한 숱한 사람이 있는 건 모르는구나?"

"그래두 두구 보시우. 나는 천하없어두 성공하구 말 테니…… 아저씨는 그래서 더구나 못써요? 일 해보기두 전에 안 될 줄로 낙심 먼저 하구……."

"하늘은 꼭 올라가 보구래야만 높은 줄 아니?"

원 마지막 가서는 할 소리가 없으니깐 동에도 닿지 않는 비유를 가져다 둘러대는 걸 보아요. 그게 어디 당한 말인고? 안 올라가 보면 뭐 하늘 높은 줄 모를 천하 멍텅구리도 있을까? 그만 해두려다가 심심하길래 또 말을 시켰지요.

"
                        아저씨?"

"왜 그래?"

"
                        아저씨는 인제 몸 다아 충실해지면 어떡허실려우?"

"무얼?"

"장차……."

"장차?"

"어떡허실 작정이세요?"

"작정이 새삼스럽게 무슨 작정이냐?"

"그럼 아저씨는 아무 작정 없이 살어가시우?"

"없기는?"

"있어요?"

"있잖구?"

"무언데요?"

"그새 지내 오던 대루……."

"그러면 저 거시키 무엇이냐 도루 또 그걸……?"

"그렇겠지."

"
                        아저씨?"

"……"

"
                        아저씨?"

"왜 그래?"

"인젠 그만두시우."

"그만두라구?"

"네."

"누가 심심소일루 그러는 줄 아느냐?"

"그렇잖구요?"

"……"

"
                        아저씨?"

"……"

"
                        아저씨?"

"왜 그래?"

"
                        아저씨 올에 몇이지요?"

"
                        서른셋."

"그러니 인제는 그만큼 해두고 맘잡어서 집안일 할 나이두 아니오?"

"집안일은 해서 무얼 하나?"

"그렇기루 들면 그 짓은 해서 또 무얼 하나요?"

"무얼 하려구 하는 게 아니란다."

"그럼, 아무 희망이나 목적이 없으면서 그래요?"

"목적? 희망?"

"네."

"개인의 목적이나 희망은 문제가 다르니까…… 문제가 안 되니까……."

"원, 그런 법도 있나요?"

"법?"

"그럼요!"

"법이라……!"

"
                        아저씨?"

"……"

"
                        아저씨?"

"왜 그래?"

"
                        아주머니가 고맙잖습디까?"

"고맙지."

"불쌍하지요?"

"불쌍? 그렇지, 불쌍하다면 불쌍한 사람이지!"

"그런 줄은 아시느만?"

"알지."

"알면서 그러시우."

"고생을 낙으로, 그 쓰라린 맛을 씹고 씹고 하면서 그것에서 단맛을 알어내는 사람도 있느니라. 사람도 있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무슨 일에고 진정과 정신을 꼬박 거기다가만 쓰면 그렇게 되는 법이니라. 그러니까 그찜 되면 그때는 고생이 낙이지. 너의 아주머니만 두고 보더래도 고생이 고생이면서 고생이 아니고 고생하는 게 낙이란다."

"그렇다고 아저씨는 그걸 다행히만 여기시우?"

"아―니."

"그러거들랑 아저씨두 아주머니한테 그 은공을 더러는 갚어야 옳을 게 아니오?"

"글쎄, 은공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인제 병이나 확실히 다아 나신 뒤엘라컨……."

"바뻐서 원……."

글쎄 이 한다는 소리 좀 보지요? 시치미 뚜욱 따고 누워서 바쁘다는군요!

사람 속 차릴 여망 없어요. 그저 어디로 대나 손톱만큼도 쓸모는 없고 남한데 사폐만 끼치고, 세상에 해독만 끼칠 사람이니, 뭐 하루바삐 죽어야 해요. 죽어야 하고, 또 죽어서 마땅해요. 그런데 글쎄 죽지를 않고 꼼지락꼼지락 도로 살아나니 성화라구는, 내…….

===== 30_Jeong In-taek_Melancholy (Uuljeung) =====

우울증에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다. 이 병은 인간을 짐승의 종류에까지 퇴화시키는 악병이라고도 하고 뇌세포 중앙부의 병이라고도 하고 혹은 주요 기능의 타락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보통 열은 없다. 원인 없이 공포와 비애를 상반하는 노쇠의 일종이라는 것이 가장 통례 적 정의다.  ‘에라스무스’는 이 병에 걸리지 않는 인간으로 백치를 들고 있다. 그들은 야심도 없고 공포, 수치, 질투, 비애, 등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커튼을 내리지 않은 창틈으로 바깥 거리의 붉고 푸르고 한 광고등 불빛이 굵은 줄을 지어 어두컴컴한 벽에서, 마룻장 위에서 어른거리고 있다. 아무렇게나 한군데 쌓올린 의자와 테이블이 구슬프게 커다란 그림자를 던지고 있어서 희멀쑥한 텅 비인 방안은 마치 무슨 달밤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불빛 속에 버티고 서서 홀 구석구석을 유심히 바라본 후 길게 기지개를 펴고 나서

"자아 이걸루 하나는 끝장이 났다 만은……"

한숨 섞어 입 밖에 내어서 중얼거리고 가만히 저고리 속주머니에 든 100원짜리 지전 뭉치를 만져보았다-아무 별다른 느낌도 없다.

오늘은 대체 어디서 자야 하나, 오늘 하루만은 꾹 참고 더 이 어두컴컴한 가게 방에서 자야 할까-그러자 나는 문득 10여 일 전에 아무 말도 없이 홀연히 집을 나간 안해를 생각하였다. 안해를 생각하자 지난 1년 동안의 안해와의 썩어진 생활이 일순 굉장한 속도로 머릿속을 스치며 지났다. 안해가 황해도 산골에서 나를 믿고 나를 따라 쫓아 올라 온 것은 이 다방을 시작한 지 한 달도 못 되어서였다. 생각도 안 했던 안해가 뜻밖에 내 품으로 뛰어들자 나는 전부터 의가 맞지 않던 늙으신 어머니와 성년한 누이와 아주 의를 끊다시피 하고 이 어두컴컴한 가게방 속에 둘이서만 처박히고 말았다. 그리하여 안해의 품속에서만 완전히 1년-나는 가족들뿐 아니라 세상과도 완전히 인연을 끊고 지내왔다. 그 안해가 무슨 때문인지 표연히 종적을 감춘 지 열흘-이나 열하루, 그 밖에 안 되는 오늘 나는 이 다방을 어떤 시골 청년에게 그대로 넘기고 만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 같이는 생각되지 않고, 역시 안해와 무슨 인연이 맺어진 듯만 싶어, 그러면 역시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 부정한 안해에 대한 애착이 남아 있어 그 때문에
                        안해의 채취가 배어 있는 이 다방을 내 옆에 남겨놓고 바라보기가 싫어, 헐값으로 허둥지둥 팔아버린 것이라고 두 번 고쳐 생각해도 그런 마음이 잠재해 있는 것으로만 꼭 그렇게만 생각되어 나는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고, 누가 옆에 있다 치더라도 마음속까지야 설마 들여다보랴마는 누구에게 들려나 주려는 듯이 자조의 빛을 뚜렷이 나타내고 혀를 끌끌 차보는 것이나 그래도 그것을 전연 거짓말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나는 쓰디쓴 일종의 쾌감조차 느끼며 몇 번이고 그 생각을 몰래 되풀이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이것으로 하나는 끝장이 난 셈이다마는 앞일을 생각하면 까마아득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예산도 서지 않거니와 생각해볼 엄두도 나지 않았고, 그뿐 아니라 그런 것을 자꾸 생각하고 있노라면 요사이의 비뚤어진 사고는 금시로 이대로두 살아가야 옳은지 또는-하고 그런데까지 단숨에 비약하여 어쩔 줄을 몰랐고, 그 다음엔 어리석게도 허덕허덕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어 나는 억지로라도 잠들고 마는 것이다. 요사이의 내게는 잠자는 것이 무엇보다도 낙이었다. 잠자는 동안은 이그러진 사고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때로는 아직도
                        너는 안해를 생각하고 있느냐고 스스로 제 자신을 꾸짖고 욕하는 것이나 도리어 생각하면 그것은 꼭 내가 안해 앞에 손을 집고 절하고 있는 것만 같아 더욱 제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고달파 보이어-안해가 내 옆에 있는 동안은 아무리 무지하고 보잘 데 없는 안해였으나 적어도 내가 절망만은 느끼지 않았었다고 이때나 저때나 불치의 병과 비뚤어진 사고에 변함은 없어도 안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안해 옆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때는 그렇게도 마음 가볍게 하여 나는 순간순간 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었으나 -그렇다고 물론 달아나서 아까운 안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그렇거니와-문득 나는 이제에 이르러 안해 일을 생각하는 것은 사내답지 못한 일이라고 어느 사이에 이렇게 몸도 마음도 약해졌느냐고 혼자서 안타까워해보고 분해보는 것이나…….

그러나 말이다-나는 다시 한번 홀 안을 빙 둘러보고 전차길 저쪽의 무슨 독이나 담긴 듯한 네온의 강렬한 색채를 어지럽다 생각하며 문득 창 아래를 내려다보니 언제부터 그렇게 시름없이 서 있었는지 박군이 담배를 문 채 물끄러미 창 너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언제든지 한 번은 안해도 저 모양으로 태연하게 다시 내 옆으로 돌아오리라-박군의 얼굴을 바라보자 나는 문득 또 그런 것을 생각하고 그것이 만약 정말이라면 나는 안해를 어떻게 대접하고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 얼른 그런 것을 머릿속으로 혜아려보면서
                        바보 천치, 아직도 너는 그 부정한 안해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냐고 자기의 의외에 고집 센 마음에 몸서리까지 치는 것이나 다음 순간 박군이 지금의 자기의 공허한 고독을 구해줄 것만 같아, 나는 얼른 고쳐 생각하고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띤 후 금시로 가벼워진 마음과 목소리로

"
                        자네 웬일인가."

진심으로 반기며 최근 4,5일, 거의 매일같이 만나던 박군과도 적조했던 것을 생각해내고 무엇인가 미안한 듯한 느낌을 얻어 얼른 닫아 걸은 문을 따주며

"입때 안 죽었었나."

자기에게 들려주는 것도 박군에게 들려주는 것도 아닌 것을 나는 혼잣말같이 중얼거렸다.

"집어쳤네그려, 거 션허게 잘 집어 없앴네."

약간 주기를 떤 얼굴로 박군은 빠안히 내 얼굴을 쳐다보며 멈칫하고 어두운 홀 문어귀에 서서

"왜 이 사람 울상을 하고 있나."

그러면서 빙글빙글 웃고

"
                        이 사람아 불이나 좀 켜놓게. 컴컴허길래 난 벌써 떠나간 줄만 알었네. 온 이거 갑갑해 살 수 있나."

그러면서 제 손으로 쌓올린 가구 속에서 덜그럭덜그럭 의자를 끌어내려 창 옆에다 갖다 놓고 털석 자리 잡아 앉는 것이다.

"잘 왔네. 지금 혼자서 얼이 빠져서 있는 판일세."

별안간 밝아진 홀 한가운데다 나도 따라 의자를 갖다 놓고 앉으며

"추운데 방으루 들어갈까."

"방이래야 마찬가지지, 불 안 땠지?"

"왜 어저께 밤에 땠지."

"그만두게. 넓은 것만이라두 이쪽이 났지."

말투는 여전하나 박군은 두리번두리번 홀 안을 둘러보며 그 소조한 풍경에 자기도 마음이 무거워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박군의 버릇이기는 하나 때때로 암울한 표정을 지으며 얼마 동안 입을 열지 아니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무의식중에 한 일일 것이나 박군은 거의 1 년을 두고 매일같이 와 앉았던 바로 그 자리에 의자를 내놓고 앉았는 것이다. 나는 문득 그것을 발견하고 결코 내 마음도 즐거울 수 없었다.

"
                        자네 얼굴만 보면 술이 먹구 싶어."

"
                        이상한 얼굴이지. 이 얼굴

                            빠아
                        에서 사가지 않나."

"

                            빠아
                        에 갖다 놀 얼굴을 못 돼. 기껏해야 선술집이지"

"
                        선술집? 선술집은, 좀 슬픈데."

"응, 나두 사실은 좀 슬프긴 허이."

슬프다는 그 말이 정말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나는 혼자 속으로 끄덕이며

"웬일인지 꼼짝하기 싫군 그래. 그나마두 손을 끊구 보니까 그런지 별안간 주위가 텅 비인 것 같애서 -주머니엔 100원짜리가 들었는데두 술 먹을 생각두 안 나구-사실은 지금부텀 자네나 찾어 나갈까 허든 판일세."

"그래두 무슨 애착을 느끼는 모양인가. 시원헐 것 겉은데."

그러다가 별안간 박군은 정색을 하고 내 얼굴을 똑바로 건너다보며.

"여보게, 나하구 같이
                        동경에 안 가겠나."

"
                        동경?"

"응, 나는 결심했네, 금년 안으루 장사를 그만두구 내년 봄엔 다시 동경에 갈 작정일세. 자네두 인제 마음의 방랑을 웬만침 해두구 정신채려야 헐 때 아닌가, 지금이 찬스일세. 나 허래는 대루 허지 않을 텐가."

"……"

"오늘 아침에 사실은
                            자네 매씨를 만났지."

"
                        순흴?"

"응. 그래서 자네 얘길 다 들었지‥‥‥ 왜 순희씨가 뭐 어쨌나?"

"
                        순희가 입때 경성에 있었나?"

"
                        경성에 있었나라니?"

"응, 아니."

아차-속으로 나는 외치고 가늘게 말없이 얼마 동안 박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의 일이라면 10년 후까지도 빠안히 내다보면서 제 일엔 왜 저렇게 돼지같이 둔감할고, 순희는 이미 자네 마음 곁에서 사라진 지 오래여. 광년으루 계산해두 미치지 못할 만큼 머언 거리가 생기고 만 것일세. 순희의 자네에게 대한 호의는 결국 오라비의 동무라는 점뿐이었다네. 자네는‥‥‥ 그러나 말끝을 흐리는 것쯤으로 이 말초신경 덩어리 같은 박군을 속일 수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나는 마치 내 자신이 무슨 중대한 선고 앞에 선 양으로 오들오들 마음을 떨며

"
                        순희는 사랑을 위해 몸을 바치겠단다네, 내게는 그저께 밤차루 신경으루 떠난대드니……"

처음 박군은 뜨끔한 듯이 얼굴빛까지 변하더니 다음 순간 억지로 냉정을 가장하고 내가 말을 계속하는 동안 여전히 얼굴을 쳐들고 있었으나 떨리는 손으로 담배틀 꺼내어 언제까지든지 주무르고만 있었고 입에 물려하지 않는 것은 역시 마음에 커다란 격동이 일어난 증거 일 것이다.

"……나는 눈 딱 감어뒀네, 제 갈길 지가 찾아가겠지, 외로워할 사람은 늙으신 어머니허구……."

나는 거기서 말을 끊고 잠깐 고개를 떨어뜨렸다. 내가 무슨 죄인 것 같이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군은 그 이상 더 알려고도 안 하고 듣고 싶어도 안 하고 그것이 너무나 의외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만 한 병 팔다 남은 '
                        압생트
                    ' 병을 들고 나와 박군 앞에 내어밀고

"먹게."

"응."

"
                        마지막 병일세, 혼자서 이거나 먹구 오늘은 여기서 얌전허게 잘 작정였지."

그러자 박군은 내가 깜짝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고개를 번쩍 들고

"
                        달아난 예편네 냄새나 맡으면서 말인가? 하하하하 자네에겐 원래 좀 과했으니까 분허기두 허겠지."

"뭐 어째. 겨묻은 개가 어떻다는 격으루……."

그러고나서 우리들은 소리를 맞추어 커다랗게 웃고 그 웃음소리가 앵앵 울리며 벽에 가 부딪치고 천장에 부딛치고 나중에는 몸속에까지 배어드는 것을 쓸쓸한 마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느끼며 어느 틈엔지 중도에서 종적을 감춘 동경 가자는 이야기는 다시 생각하려도 안 하 고 묵묵히
                        압생트
                    의 잔을 기울이었다.

망막한 홀 속에서, 생각 속에서
                        압생트
                     반병을 다 먹고난 우리들은 얼마 동안 노곤해서 의자에 몸을 지니고 앉아, 술이 무서운 속도로 전신에 퍼져가는 것을 몽롱하게 의식하며 말도 안 하고 생각도 안하고 눈을 감은 채였다.

술잔을 손에 들고 있는 동안 우리들은 무엇인지 마음에 서로 거리끼는 것은 있었어도 다른 때와 같이 우스운 소리만을 주고받고 하였으나 그러나 이유 모를 애수를 싸고 돌아-아니 애수라는 그런 간단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체 모를 막연한 일점을 중심으로 빙빙 맴을 돌면서 그것을 건드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다가는 꼭 마음이 난데없는 방향으로 터져 나갈 것만 같아 감히 그 일점을 건드리지는 못하고 애써 자기 마음을 속여왔고 웃어왔었다. 그것에도 지치고 차차로 취해오자 우리들은 점점 말이 없어지고 이유 모를 불안을 느끼어 온몸이 근질근질하는 듯하여 자기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혼란을 제어하지 못했다.

눈을 떠보니 박군은 가볍게 잠이 든 모양이다. 나는 별안간 추위를 느끼고

"
                        박군, 박군, 좀 걷지 않을 텐가."

이대로 있다간 아무래도 얼어 죽고 말 듯싶다는 그런 난데없는 망상이 떠올라 좀더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
                        여보게 나가세."

일어나서 박군을 흔들어 일으켰다. 박군은 보통 때보다 더 창백한, 나이에 비해서 늙어 보이는 여위고 갸름한 얼굴에 굵은 주름살을 잡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나 입밖에 내어 대답하려 하지는 않았다.

"
                        여보게, 벌써 녹았나?"

내가 또 한번 옆치 듯하여 얼굴을 흔드니까

"녹긴‥‥‥어 림 없이."

의외로 힘차게 대답하고 벌떡 일어서는 박군의 얼굴에는 이미 우수나 쓸쓸함은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고 그것을 바라본 나는 겨우 숨을 돌리며 말없이 그의 어깨를 껴안았다.

그대로 우리들은 문도 닫아걸지 않고 어깨를 겨눈 채 밤늦은 거리로 굴러 나왔다.

언제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는지 진눈깨비가 상기된 얼굴에 선뜻선뜻 내려앉는다. 엷게 거리를 뒤덮은 눈 위로 자동차가 수없이 굵은 줄을 그리며 눈앞을 스쳐갔다. 섣달 대목이 가까운 때문인지 밤늦은 거리 에는 뜻밖에 행인들이 초저녁과 다름없었다. 생각나는 듯이 기생을 태운 인력거가 앞으로 뒤로 우리들 옆을 빠져 나간다. 인력거 위에서는 흰 얼굴이 내려 뿌리는 눈을 피하여 털목도리 속에 턱을 파묻고 있다.

우리들은 아무 목적도 없이 걸음을 빨리 했다. 그러다가 종로 네거리까지 와서 잠깐 주저한 후 동쪽을 향하여 이번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목덜미에 뺨에 부딪치는 눈이 상쾌할 만큼 시원했으나 술을 깨이지를 않고 잔뜩 흐린 머릿속을 더욱 어지럽게 할 뿐이다. 그럴 때 마다 우리들은 무엇에 쫓기기나 하는 듯이 걸음을 빨리 하고 문득 그것을 깨닫자 그렇게 걸음을 빨리 하는 것이 대단히 점잖지 못한 것만 같아 이번엔 일부러 또 걸음을 늦춰보는 것이다. 겨우 그런 것만을 생각할 수 있는 우리들은 너풀거리는 머리에 내려앉는 눈을 털 줄조 차 몰랐다.

별안간 박군이 컴컴한 골목으로 휘청휘청 걸어들어갔다. 나는 오줌을 누려는가보다고 그 힘없는 뒷모양을 공허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발을 멈추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성냥불이 몇 번이고 바람에 꺼졌다. 나는 할 수 없이 한걸음 골목 안에 들어서서 벽에가 바싹 붙어 성냥을 켜려 했다. 그때 대여섯 걸음 내디디던 박군은 별안간 이상하게 고함을 지르고 돌쳐오더니 성냥을 들고 있는 내 바른팔에 매달리어

"알었네, 인제 알었네, 나는 순희씨를 사랑하구 있었어, 사랑하구 있었어."

숨을 헐떡거리며 넋두리하듯 말하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너무도 침울함에 나는 잠깐 놀랐으나 꺼지려는 성냥불 둥근 광륜(光輪) 안에 번뜩 나타났다 사라진 박군의 이그러진 얼굴은 울다 온 사람같이 슬프게도 경직되어 그 목소리 이상으로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그것은 보통 때의 수려한 박군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 세상 모든 고뇌 시달리고 지친 생기 없는 노인의 얼굴이었다. 나는 문득 늙으신 어머니의 얼굴을 생각하였다. 그러자 의식치 못하는 사이에 여지없이 나까지 그 음울 속에 끌려 들어갈 것 같아 그것을 쫓아내느라고 나는 깔깔 소리내어 웃고 박군의 손을 이끌어 다시 밝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
                        나는 순희씨를 사랑하고 있었어."

박군은 그것을 무슨 진언과도 같이 입안에서 중얼거리었고 나는 나대로

"그러니 어쩌란 말야. 이 사람아. 순희는 벌써 남의 안해인 걸……."

이유 없이 악을 쓰고 싶어 이렇게 외치니까 박군은 더욱 기세를 높여

"그런 게 아닐세, 내가 순희씨를 사랑하군 있었지만 사랑하려군 안 했지. 그런 걸 자네 같은 천치가 알겠나."

그러더니 그는 또 한번 내 손을 뿌리치고 혼자서 단숨에 어두운 골목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나는 알고 있다. 뛰어 달아날 제 박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불쌍한 동무는 넘쳐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쯤은 늘 다니던 '바 릴리'에서 순자를 앞에 앉히고 자기가 얼마나 순희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울며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신파 비극이 아무리 생각해도 박군 하나의 것인 것 같지는 않아 나는 당황해서 박군의 뒤를 따르며
                        너와 함께 나도 울어보리라 라고 바 릴리의 문을 열어젖혔다.

요사이 부쩍 손님이 준 바 릴리에는 한편 구석 박스에 늙은이가 한 패 자리잡고 있을 뿐 아무리 둘러보아도 박군의 모양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잠깐 어리둥절하고 다음에 담배 연기와 방안 온기에 얼굴을 돌이키며 눈으로 가만히 순자를 불러

"
                        박군이 왔을 텐데……."

"아아니 요새 통 못 보겠습디다."

"조금 있다 또 올 테니 박군 오거든 붙잡어둬."

"응, 응,-"

끄덕이던 순자는 그렇지만 시간이 없수, 하는 것을, 나는, 알어, 알어, 고갯짓만 하고 박군에게는 순자같이 어딘지 거센 곳이 있는 여자이 알맞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것을 생각하며 박군 갈 만한 종로 뒷골목 바를 집집이 찾아다녔으나, 아무데도 박군은 있지 아니했다.

거진 한시가 가까웠다. 머지 않아 바들도 문을 닫을 것이다. 나는 약간 지쳐 힘없는 다리로 다시 바 릴리를 찾아들었다.

"어딜 찾어댕기는 거유, 벌써버텀 여기 와서 곯아떨어졌는데, 여간 취허지 않었어, 얼른 데리구 가요……."

하고 순자는 내 얼굴을 보자 구석 박스에서 뛰어나와서 테이블에 엎드리어 그대로 잠이 든 박군 쪽을 가리키며 상을 찌푸려 보이는 것이다. 아, 좀 재워두지 못해-나는 역시 여기였더냐고 가벼운 안도를 느끼면서, 왔으니 그냥 데리고만야 갈 수 있나, 한 잔 먹어야지-그렇게 말하며 박군 맞은편 의자에 털석 주저앉았다.

내가 왔다고 박군을 흔들어 깨우려는 순자를 나는 얼른 말리며

"그냥 둬, 그냥 둬, 울다 지쳐 잠들었는데 잠이나 들어야 맘이 편허지, 아무것도 생각한 허구……."

그렇게 말하자 순자는

"그렇다구 꿈두 안 꾸나……."

그러면서 눈을 동그랗게 떠보는 것이다.

"그럼, 꿈야 꾸지."

잠든 줄만 알았던 박군은 별안간 우리들 이 얘기에 참여하며 그러나 테이블에서 고개를 들려고는 아니했다.

"아아니 능청맞게 자는 줄 알었더니 어쩌면……."

하고 금방 박군의 어깨를 칠 듯이 하는 순자를 나는 힘껏 뒤로 잡아당기며,

"가만두래니깐, 꿈이라는두 실컷 꾸게. 순자 오늘은 나허구 술 먹어야 해-"

그러며 나는 흐트러진 박군의 머리와 아무렇게나 엎드려 자는 꼴을 친동생과도 같이 귀엽게 불쌍하게 생각하며 들여다보고,

"
                        순자, 박군은
                            내 누이
                        순희헌테 실연을 했대."

그러나 박군의 정말 슬픔이나 우수가 그것에만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고 다만 그것이 한개의 스프링보드가 되어 박군
                    자신조차 깨닫기 전에 울적한 평소의 우민(憂悶)의 바닷속으로 껑충 뛰어든 듯싶었다. 잎가친척이라곤 없이 작은 몸엔 능히 다 담지 못할 커다란 야심 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 야심을 채울 길이 없어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기자 생활을 다섯 해나 계속해온 박군이다. 동경엔 보다 남기고 온 꿈의 가닥이라도 있단 말이지 신문사 그만두고 동경 간다는 것이 입버룻같이 되어 있으나, 말대로 딱 끊어 실행을 하지도 못하고 아까운 재능을 게으른 그날그날의 생활 속에서 달리어 없애고 있는 터이다. 남 유달리 민감하나 약한 몸에는 가지각색의 번거로움이 무거운 짐이 되어 그를 타누르고 있으나 그러나 그것을 떨쳐 없애려고도 안하고 되는 대로 닥치는 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컴컴한 주위의 사벽과 연결시켜 제 자신에게 싸움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나 싸우기 전에 이미 숭폐 패는 너무나 명료하다.

"
                        순자, 박군은
                            내 누이
                        순희헌테 실연을 했대."

박군이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순희가 아니고 순자였는지도, 순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순희를 위하여 울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박군에게나 내게나 마음이 편할 것도 같다. 우리들의 말없는 우울 속에 어느 틈엔가 순자마저 휩쓸려들었음인지, 남자를 남자로 알지 않는 말괄량이
                    순자도 역시 말없이 기계 모양으로 술을 따르고 있다. 우리들 있는 자리만 남겨놓고 하나씩 둘씩 홀 안의 불이 꺼져갔다.

잠이 깨어보니 우리들이 자고 있는 곳은 어제 팔아치운 가게방 한 구석이었다. 저고리까지 그대로 입은 채 박군은 찬 방바닥에다 반신을 떨어뜨린 채 정신없이 코를 골고 있다. 나는 갈기갈기 찢어진 혓바닥 위에서 쓰디쓴 '
                        카이다
                    ' 연기를 한참 동안 굴려보며 깊이 잠든 박군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았다.

암만 잡아끌어도 일어나지 않으려는 박군을 떠메다시퍼 하고 우리들은 확실히 또 한 군데 어딘지 바를 찾아들어 곤드레만드레가 되도록 술을 먹은 듯싶다. 그러고 나서 또 서로 어깨를 끼고 눈 오는 거리로 비틀비틀 걸어 나온 것 같으나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여간 집에 올 생각이 난 것은 그리고 집에 와 자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기하고 희한한 일이어서 무엇에 끌렸는지 무엇에 홀렸는지 다른 때의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현대의 기적과도 같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하여보니 박군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은 역시 나인 성싶다. 박군은 어지럽게 변화하는 자기 마음을 걷잡지 못하여 넋두리 비슷한 불평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
                        넌 모른다 넌 그런 건 몰라' 라고 잘 꼬부라지지도 않는 혀로 나를 욕지거리하면서도 한 편 어린애 응석같이 내게 매달리려는-그러한 박군의 심중을 나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어 '그래 네가 장허다. 네가 제일이다'라고 나도 연해 맞장구를 쳤으나 그러나 그렇게 둘이서 서로 부등켜 안고 있지 않으면 일시에 그 자리에 기진맥진하여 허덕허덕 쓰러질 것만 같애-그렇다, 그래서 우리들 두 사람은 다시 여기까지 맞붙어 돌아온 것일 것이다.

불 때지 않은 맨 방바닥 찬 줄도 모르고 박군은 여자같이 삐죽삐죽 울다가 그대로 잠들고 만 것일 것이리라, 나는 나보다도 훨씬 더 고적한 박군의 자는 얼굴을 언제까지든지 바라보며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언뜻 등 밑 아궁이에서 장작 타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 하였다. 요 밑에 손을 넣어보니 미지근한 온기가 차디찬 손끝에 따라 올랐다. 귀를 기울이니 방 밖에서 누구인지 사람의 기척이 나는 듯도 했다. 밖에서 누구인지 내 방에 불을 때어주고 있다. 얼른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꼼짝 않고 드러누운 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문을 열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나 생각만 할 따름으로 진정 열려고는 하지 않고 장작 타는 소리와 부지깽이 소리와 인기척 소리에 무심히 귀를 기울이면서 조용히 나는 눈을 감았다.

어느 틈엔지 나는 또 한번 잠이 들고 말았었다. 얼마 동안이나 또 그렇게 잤는지, 안해가 다시 돌아와서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다-고 그런 꿈을 꾸다가 나는 잠이 깨었다. 몸 전체가 훈훈하게 녹아서 이상스럽게 고달팠다. 충혈된 눈을 들어 나는 억지로 방안을 살폈다. 박군은 여전히 죽은 듯이 잠자고 있다. 머리맡에는 쪼그리고 앉았던 어머니가 약간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나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똑같은 경직된 표정으로 차디차게 내 얼굴을 내려다볼 뿐이다. 나는 깜짝 놀라 이불을 차고 일어나 말없이 한참 동안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
                        순희가 만주루 달아났단다."

이윽고 어머니는 똑 끊어 더러운 것이나 내뱉는 듯이 입을 열었다.

"뭐요? 순희가?"

나는 깜짝 놀라는 듯이 펄쩍 뛰어 보이고 다음엔 기가 막힌다는 듯이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예 가고 말았구나-나는 순희의 이번 행동에 대하여 적지 않은 불만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 꿋꿋한 일이라고 칭찬도 하고 싶고 마음속으로부터 행복 되게 되라고 축원 안 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누구를 물론하고 무슨 일이고간에 이미 어머니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그까진 기집애 죽든 살든 난 모르겠다. 식구가 하나 준 것만이 다행이다마는-"

어머니는 여기서 잠깐 말을 끊고 애처러운 듯이 방안을 둘러보고, 입때까지 밥이나 굶지 않은 것은 그래두 이 가게 덕택인데 어쩔 작정으로 팔았는지 모르겠다-고 틀림없이 그런 말을 하고 싶은 어머니였으나 감히 입 밖에 내지를 못하고

"집세를 좀 내줘야겠다. 엄동설한에 쫓겨날 수야 있니."

"집세두 집세지만 순희를……."

"졸대루 허려므나. 죽기야 허겠니. 그까짓 년버덤두 할머니가 불쌍허시다. 밤새두룩 순희를 찾으시며 한잠 안 주무시는구나. 니가 집이 오기 싫어허는 맘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인이 계시니 사흘에 한 번씩은 좀 들르려므나 이 추운데……."

그러다 별안간 어머니는 마음이 변한 듯이 말을 맺지 않고 벌떡 일어서서

"오늘 안으루 집세나 좀 해주려무나."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어젯밤 쓰다 남은 돈을 꺼내 보았다. 10원짜리가 한 대여섯 장 쑤세미가 된 채 나왔다. 나는 그것을 말없이 어머니 손에 쥐어주고 내 가슴에 밖에 닿지 않는 어머니의 초라한 모양을 울고 싶은 마음으로 내려다보며

"
                        어머니, 진지 잡수셨어요?"

"지금이 어느 때냐. 오정이 넘었다."

"그럼 저어, 점심 잡숫구 가시구려."

그것은 내가 기껏 표현할 수 있는 어머니에게 대한 무한대의 애정이었다. 어머니 손에 매달리어 거리를 걸어본 기억이라곤 철난 후로는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어머니와 점심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다고 오래간만에, 나는 육친에 대한 애정을 느끼자 눈물이 나도록 그것이 반가워

"그럭허세요, 네 어머니."

그러나 어머니는 한마디로 그것을 거절하고

"별소릴 다 헌다. 집이 가면 나 먹을 밥쯤야 설마 없겠니."

나는 무거운 쇳덩이로 뒤통수나 맞은 듯이 정신이 아뜩하여 그 이상 더 말하기도 싫었고 어머니의 불쌍한 꼴을 보기도 싫었고 해서

"이따가라두 봐서 들르죠."

다른 때와 다름없는 죄죄죄한 어머니의 모양이 눈앞에 다시 떠올라 나는 바람과 같이 소리 없이 나가는 어머니를 다시 붙들려 하지 않고, 방 한가운데 선 채 오랫동안 허리 굽은 어머니의 뒷모양을 바라보다가 픽 쓰러지듯 다시 자리 위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체로 잠이 들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코를 골며 곯아떨어진 박군은 부럽다 생각하며 뻐언히 그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려니까 밀물같이 스며드는 참을 수 없는 적료에 사로잡혀 아무도 없는 이 어두컴컴한 방에 혼자 깨어 있는 것이 아이들같이 무서워져서
                        박군
                        박군 좀 일어나게, 일어나, 응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박군을 부르며 박군의 어깨를 무턱대고 흔들어대었다.

===== 31_Kim Sa-ryang_The Man Met in the Detention Center =====

우리들은 부산발 신경행 급행 열차 식당 안에서 비루병과 일본술 도쿠리를 지저분히 벌려놓은 양탁을 새에 두고 앉았다. 마침 연말 휴가로 귀향하던 도중 우리는 부산서 서로 만난 것이다. 넷이 모두 대학 동창이요, 또 모두가 같이 동경에 남아서 살고 있었다. 한 사람은 광고쟁이
                    한 사람은 축산 회사원, 한 사람은
                        조선신문 동경지국 기자, 그리고 나. 우리들은 기실 대학을 나온 이래 이렇게 오랜 시간 마주 앉아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래 우리는 만취하기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여러 가지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술에도 담배에도 이야기에도 시진하였다. 그때에 신문 기자는 이 열차에 오를 적마다 머릿속에 깊이 박혀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노라 하며 다시 우리들의 주의를 이끌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지금 세상에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 퍽이나 많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는 이상한 사나이였다. 하나 나는 아직까지도 그의 본명을 모른다. 그래 여러 사람이 부르던 것처럼 나도 여기서 그를 왕백작이라고 부르기로 하련다.

그런데 내가 처음 왕백작을 만나기는 그다지 큰소리로 말할 것은 못 되나 사실은
                        동경 A 경찰 유치장
                     속에서였다. 바로 3년 전의 일이니 내가 ××사건에 관계하여 들어갔을 때이다. 그러므로 그를 왕백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는 것도 이를테면 구류들과 형사들과 간수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흥미 있는 일은 청년 왕백작이 대체 무슨 사건으로 해서 들어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유치장 속에서 대단히 인기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것은 그가 누구에게 대하여서나 제일 부쩝이 좋았고 또 호통을 잘 부려 주위 사람들을 매우 우습게 혹은 귀찮게까지 만들기 때문이다. 퉁명스런 구류인들도 결국은 그 사나이의 일을 놀리던가 핀잔을 하던가 하면서 그나마 무료함을 꺼주는 위로로 삼고 있는 터였다. 물을 뿌린 듯이 고요할 대로 고요한 유치장 내의 암울한 공기를 깨뜨리며 이 모든 사람의 심란한 낮졸음을 깨우치는 것두 그 사나이였다.

“

                            탄나
                            탄나상.
                    ”

이렇게 그는 밖으로 향해 부르기가 일쑤였다.

유치장에 들어간 다음날 나는 이 기이한 발음에 퍽이나 놀랐다. 그것은 바로 맞은편 쪽 방으로부터였으나 아무래도 그 목소리의 임자가
                        조선 사나이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왕백작이었다.

“

                            포쿠데스요.

                            포쿠
                         변소, 변소에 가구 싶어요.”““왕백작인가.”

“하이 하잇.”

그것이 아주 질겁할 말큼 황송한 목소리이다. 구류인들은 모두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 그래도 간수는 그이가 백작이라 하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변소에 내보낼 시간이 아닌 데도 드디어는 패검소리를 제가닥대며 철창문을 열며 그쪽으로 간다. 이래서 감방 사람들은 말짱 졸음을 깨치고 그래서 또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는다. 물론 그다지 불평일 게두 없지만. 그냥 너무 지루하던 끝이라 그렇게나마 파적을 하는 것이렸다. 그러나 그 중에도 이 음산한 분위기에서 겨우 구함을 받은 것 같아 철창 문 밖을 몰래 내다보려고 우죽우죽 엉덩이를 쳐드는 작자도 있다. 내 바로 옆에 쭈그리고 있던 전과 3범의 대야머리는 목을 움츠리고 어깨를 으쓱 올리면서 푸념을 한다.

“
                        자식 또 떠들어대네.”

“
                        저 사내는 어째서 들어온 모양인가”

하고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야 모르지만, 저래 보여두 저고사 자네네 백작이랍데.”

하고 전과 3범의 대야머리가 입맛 쓰는 듯이 웅얼거린다.

“
                        저놈은 내가 사상가야라구 아주 얼러댄다니까.”

“
                            저 녀석 애비가
                            조선 어딘가의 지사라나.”

이번은 맞은편에 쭈그리고 있던 쇠들쇠들 말라빠진 고무 도적이 말을 걸었다. 그때 나는 옳지 하고 생각이 났다. 암 그렇지, 그놈이
                            ××도지사의 아들임에 틀림없지. 긴데 가만 있게나. 거기서 이놈이 또 수작을 하는 거야.

이놈은 본시 백작과 같은 방에 있으면서 백작하고 몰래 수군거리다가 간수의 눈에 띄어 전방(轉房)되었다던가 그래서 왕백작의 일을 잘 알고 있는 셈인지.

“들으니까 저 녀석이 또 백만장자라겠지. 그래 조선 신마이 자네는 모르는가, 그래 몰라? 저놈은 저래두 사람은 무척 좋은 사나일세.”

“언제쯤 들어왔는가.”

나는 재차 물었다.

“반 년두 더 되었드군.”

“무슨 일로.”

“
                        나두 모르지만 제딴은 아주 큰일을 저질렀다구 그러든데.”

그러고 이 고무 도적의 설명에 의하면 왕백작은 매일 특고실(特高室)에 불려 나가 마음대로 사먹고 싶은 맛나는 음식을 주문해 먹으면서 신문과 잡지도 자유롭게 읽으며 또 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의해보니까 그는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점심 전에 불리어 나간다. 그러면 고무 도적이 그 뒤에서 입맛을 쩍쩍 다시면서 이렇게 중얼대곤 하였다.

“
                        저 녀석은 오늘은 또 중국요리를 먹구 들어올 게야……아 ── 아 나는 담배라두 한 대 피워 물었으면, 담배라두 한 대…….”

그런데 나는 드디어 특고실에서 그 고무 도적의 이야기와는 얼토당토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왕백작을 발견하였다. 유치장을 나서면 바로 오른쪽에 이층으로 올라가는 층계가 있다. 거기를 올라가 막다른 곳에 특고실의 표찰이 걸려 있었다. 나는 갑자기 밝은 데로 나갔던 탓인지, 눈이 부시어 보이지 않고 눈물이 솟구어 나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켠 모퉁이 의자에 걸터앉아 현기증과 가뿐 숨결을 죽이려 하였다. 겨우 제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까 내 앞에는 어느새 유령과 같이 한 사나이가 서 있었다. 그것이 히죽이 웃는다.

바로 이 사나이로구나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그를 보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 꼬락서니. 나이는 한 스물예닐곱, 포로가 된 타타르인같이 헤어진 양복에 머리는 장발장의 그것같이 길고 더부룩하다. 다만 그 희고도 넓은 이마와 공허스런 큼직한 눈, 둥그스럼한 얼굴이 겨우 사람이라는 현실감을 일으키게 한다. 그러나 그럴싸하여 그런지 얼굴과 몸가짐의 어느 구석엔가 어딘지 모르게 부드러운 즐거움과 상인(常人) 아닌 귀공자 풍이 깃들이고 있었다. 그것이 소매를 추키고 손에 흠뻑 더러운 걸레를 쥐고 서 있다.

조리(슬리퍼)도 걸치지 않은 채 걸레질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발은 11 11과 같이 더러웠다. 그리고 발가락 사이로는 시꺼먼 흙이 삐죽삐죽 비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도 딴 사상 혐의와 같이 불리어 나가 매일 수기를 쓰고 있음에는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날은 또 특별히 소제를 돕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이윽하여 대밭 밑에 몸을 구부리면서 걸레질을 하는 시늉을 지으며 주의를 꺼리는 듯한 나지막한 조선말로 속삭였다.

“실수 없이 하게나. 똥구래미가 있으면……잘 부탁만 하면 모치떡 사먹을 수가 있다네.”

그러고는 그는 얼굴을 쳐들고 입맛이 당기는 듯한 비굴한 동정의 웃음을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리고 옆에 놓인 바케스 속에 걸레를 넣어 쥐어짜더니 그만 옆에 테이블 밑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갔다. 나는 그의 병적으로 뚱뚱 부어오른 꺼먼 다리를 보면서 심한 각기로구나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다리는 더욱 악화된 모양으로 그의 방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고 그 때문인가 오랜 동안 예의 호출도 오지 않게 되었다.

어떤 날 밤 나는 잠깐이나마 변소 안에서 그와 함께 몰래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다.
                        내 방 사람들이 모두 변소에 나갔을 때다. 바로 왕백작은 괴로운 자세로 같은 방 사람들보다 떨어져 혼자 소변대 위에 서 있었다. 나는 그의 옆으로 가서 나란히 서 있었다.

“몸은 괜찮은가.”

“응 고맙네……괜찮아.”

라고 그는 대답하였다. 하나 그 목소리가 듣기에 너무나 가늘고 숨이 괴로워 보이기에 나는 놀라서 그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런 즉 그는 아주 뻐기는 듯이 히죽 웃더니

“
                        나는 죠렌(단골)이어서 뭐.”한다. 그 얼굴은 이상하게도 찔린 듯이 새하얗다.

“언제 나가는가.”

“
                        나야 아마 송국(送局)일걸.”

그러나마 기운 없는 떨리는 목소리면서도 어쩐지 내심 득의양양한 눈치였다.

“크게 다치는 일인가.”

“
                        나? 헤헤헤 그게야 누구 보구 말할 수 있나 헤헤헤.”

하더니만 그는 별안간 커다란 공허스런 눈을 희번덕이며 목구멍이 메인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런데 아나키스트란 무언가?”

“
                        아나키스트라니 거야 말하자면……”하고 나는 그 말문이 막히어 어쩔 줄을 모르며 끝을 못 맺었다. 글쎄 한 3년 전의 일이니까 옛적이라고도 할까. 그 시절에 있어서는 아나키스트도 있기는 하였을 것이다. 그러자 이 왕 백작이 돌연 넘어질 듯이 몸을 비틀거리며 에헤에헤 웃어대면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에헤헤 에헤헤 내가 그것이라우 바루 그것이야.”

그게 너무 엉뚱한 큰 소리였기 때문에 나는 펄쩍 놀라며 옆에 술통 앞으로 미끄러져 내려가 오금을 펴지 못하였다. 간수가 듣지나 않았을까 하여. 어쨌든 이 모양으로 그는 실로 무지하고 광신적이며 또 그리고 곧잘 허풍을 떠는 성질이었다. 그는 병이 중태에 이르렀을 때에도 간수의 눈을 피해가며 철창 문 옆에 비스듬히 기대고는 아무 방 사나이 보고라도 말을 걸고 선전하였다.

“아마 결국 나는 아나키스트란 말이야. 무슨 일이 나기만 하면 턱하고 붙들려오거던. 그런데 아마 아나키스트란 무엔지 네 아냐 말이다? 응 그렇지 모를 테지?”그러나 감방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의 말을 곧이 들을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헤벌심 헤벌심 불어 넘기고 만다. 하나 나는 하루는 다시 특고실로 불리어갔을 때 그에 대한 모든 일을 알 수가 있었다. 거기에는
                        그의 아버지가 찾아와 앉았다. 금테 안경을 낀 허어연 수염을 단 뚱뚱하고 점잖은 신사였다. 물론 ××도지사
                    이었음에 틀림없다. 주임이 이 노백작에게
                        그의 아들의 일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왕백작은 사실로 수십 회나 여러 곳 서에 붙들려 다닌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죠렌이라는 것도 믿을 성싶은 말이다.

그리고 그의 범죄라는 것이 또 늘 아주 기괴하였다. 어디서든지 부덕한 사람이 검속된 것을 안다 치면 무슨 생각엔지 그 뒤다름으로 주인공인 사람한테 자못 중대해 보이는 편지를 써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이게 큰일이구나 해서 뛰어가 살펴보면 역시 사나이의 짓인 것이 판명되곤 하였다. 이번만 하더라도 같이 하숙하고 있는 대학생이 무슨 혐의론지 붙들려가자 이어 그 방으로 들어가서 수상해 보이는 서적이며 그 외 증거물 같은 것을 자기 방으로 옮겨다 놓았던 것이다.형사가 가택 수색을 하러 나가본 즉 온통 방안 모습이 달라졌기에 알아보니까 왕백작이 그것을 제 방으로 갔다가 이 모퉁이 저 모퉁이 쌓채이고서 그 가운데 네활개를 펴고 드러누워 있었다. 그래 동행을 요구하니까 그는 벌떡 일어나 덜렁덜렁 따라 나왔다는 것이다.

“사실로
                            백작님 아드님한테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라고 주임은 머리를 긁적거리었다.

“유행을 따른다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쳤으며……그리고 인제는 또 그러한 불온사상도 유행하지 않습니다.”

“대체 그게 무어라는 사상인데.”

노백작은 침통한 낯빛으로 묻는다. 주임은 자못 난처한 모양으로

“네 글쎄 아나키스트라구나 말씀 드릴런지요.”

확실히 그것은 그 뒤 2,3일 지나서인가 생각된다. 내가 일껀 서류와 함께 검사국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그런데 그날의 이 가련한 아나키스트의 인상이란 나에게 있어 일생 동안 잊지 못할 만치 깊은 것이다. 그날 아침 나는 감방 밖으로 나가 거의 두 달 만에 구두를 신으며 주섬주섬 차비를 차리고 있었다. 그는 어느 구류인들과 같이 철창 문지방에 몸을 기대고 나의 얼굴을 멀거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

                            탄나상
                        한테 부탁하여 담배라두 한 대 피우도록 하거니.”

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고맙네.”나는 왜 그런지 갑자기 마음이 언좧아지어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어 쳐다보았다.

그의 그 총명해 보이는 넓은 이마에는 서너 줄의 움푹한 주름이 잡혔고 공허스런 눈은 힘없이 보이며 덥수룩이 수염을 기른 입 가장은 삐죽삐죽 움직이고 있었다.

“될 수 있는 대루 자동차루 가게나.”

나는 포승을 걸친 몸뚱이에 오바를 걸치고 모자를 깊숙이 쓴 다음 그에게 목례를 하였다.

그러고 유치장 문을 막 나서려 할 때 별안간 왕백작의 목이 갈한 듯한 그러나 큰 고함지르는 소리가 내 귀에 째앵 울리며 들려왔다.

“
                        우마쿠 야레요오(잘 하시오).”

나에게는 지금도 아직 그 목소리가 내 귀창을 찌르며 들어오는 것 같다.

그리고 찌르르 ──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없이는 그 고함 소리를 생각해낼 수가 없다.“……자, 비루를 좀더 따러주게나.” 여기서 말을 잠시 끊고서 신문 기자는 또 한 잔 꿀꺽 들이마셨다. 기차는 어둠 속을 조금도 쉴 새 없이 그냥 북으로 북으로 맥진을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그 후 아마 재작년 지금쯤의 일인가 싶다. 나는 다시금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갱생한 것이라 할까. 그리고 바로 이 경부선 열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이었다. 나는 실로 그때에 다시 한번 이 왕백작을 만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드디어 무서운 일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하여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 괴로워진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그렇다. 나는 갱생이라는 인생의 재출발 벽두에 있어서 또 하나의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생각된다.

그날 밤은 오늘 밤과 같이 달이 화안히 비치고 있지는 않았다. 배에서 내렸을 때 부산 부두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해질 무렵 기차가 추풍령 협곡에 다다랐을 때는 태백산맥에 부딪친 대륙의 태풍이 노호를 하고 있었다. 주위 일면에는 눈보라가 치며 하늘은 검푸르게 내려앉고 소나무와 섭나무의 숲이 바위 잔등에서 떨고 있었다. 열차는 골짜기를 지나서는 어둠이 벌어지는 낙막한 전야(田野)로 돌진하였다.

헤일 수 없이 많은 가마귀들이 울면서 하늘 높이 떠오른다. 그때부터 실로 말하자면 음산한 밤이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기차 속은 만주 광야로 이주하는 이민군들로 가득 찼었다. 그들은 짐짝과 같이 웅크리고 쭈그리고 쓰러지고 혹은 넘어지고 모로 눕기도 하고자리에서 비어져 나온 사람은 통로에서 타구를 안은 채 세상 모르게 잠들고 있다. 모두들 무던히 피곤한 듯 침침히 잠이 들어 누구 하나 까닥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때때로 어린애들이 킹킹 보채인다. 여기저기서 부인네들은 구역질을 하고.── 끈으로 꾀어 돌더구(돌로 만든 절구통)에 매어단 바가지는 서로 마주치며 달가락 달가락 소리를 내고 있다.

나는 그 한 모퉁이에 움츠리고 있었다. 내 아무것도 생각지 않으랴 과거의 일은 과거대로 묻어버리고 말리라고 눈을 감은 채였다. 그러나 나는 절망하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내 체내에 새 생명의 피와 힘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심지어는 그 저주받을 풍수해로 말미암아 논 ․ 밭 ․ 집을 몽땅 띄워버리니 백성들이 이제부터 새로운 광명을 찾아 멀리 광야로 출발함을 볼 때 나는 더욱더욱 자기도 용기를 내어 갱생치 않으면 안 되겠다.

새로운 생명을 다시금 찾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맹세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나는 혼자 흥분한 나머지 차츰 체열이 생겨 거의 상기까지 할 지경이 되었다.

그 사이에도 이 이민 열차는 쉴 새 없이 기적을 울리면서 맥진하고 있었다. 바로 이 기차 모양으로 연결되며 또 그 지방의 이민군들이 우르르 오르곤 한다. 너무나 소연한 바람에 나는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직두 펄펄 눈은 내리고 있다. 그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백 명의 이민군이 꾸러미와 보따리를 안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서 마치 파도와 같이 뒤 차륜으로 비명을 지르며 몰려가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난민의 무리와도 같이 보인다. 그러는데 어느 새엔지 우리들의 차륜으로도 수십 명의 이민들이 들어와 보려고 얼굴을 들며 밀었다가 무엇인지 지껄이면서 황망히 다시금 밖으로 물러 나간다. 그러나 그는 그 뒤로 꺼먼 외투에 흰 명주 마후라를 걸친 중키의 한 사나이가 비틀비틀거리며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문 어귀에 멍하니 한참 서서 차 속을 둘러보는 것이다. 아주 퍽 괴로운 듯이 몇 번이고 양미간을 찌푸리며 두터운 입술을 비죽인다. 얼굴은 뻘겋게 달고 있다. 이마에는 서너 줄의 주름이 가로 잡혀 섰다.

숨이 몹시 가뿐 듯. 몹시 술에 취한 게로구나고 나는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저도 모르게 펄쩍 놀라며 일어섰던 것이다.

그도 나를 알아차린 듯 갑자기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만 히죽 웃는다. 그 웃는 얼굴을 보고는 나도 무엇이라 소리를 쳤다. 그것은 언제인가 Ａ 서 특고실에서 내 앞에 나타나 히죽이 웃던 왕백작이 틀림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엎어질 듯 비틀거리며 가까이 오더니만 덥썩 나한테로 달겨붙는다. 술냄새가 확 코를 찌른다.

“

                            특고실의 동지!”

이렇게 그는 아무 거리낌없이 다짜로 부르짖었다. 술기운 때문에 이전보다도 더욱 혀가 돌아가지 않는 일본 말을 쓴다.

“응 이게 웬일인가, 대체 자네는 그 후 무사했는가. 얼굴빛이 아주 나쁘구먼.”

“어서 여기라도 좀 앉게나.”

하고 나는 그에게 자리를 내주려고 일어났다. 그런 즉 그는 갑자기 무엇에 놀란 것처럼 괜찮아 하며 손을 내저어가며 뒷걸음을 치더니 그냥 그대로 통로에 털석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고는 마냥 떠들어대는 것이다.

“아니 나는 여기가 더 좋을세 여기가. 응 그런데 여보게
                            동경의 동지. 자 자네가 송국될 때 근심하였다네. 아주 크게 걱정을 했었다네. 저것이 처음이 되어 금시에 헤타바루(녹초가 되다) 하지나 않을까 하구 응.”

“고마울세 그러나 자네 지금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며 나는 그를 타이르듯이 조용히 달랬다. 그런 즉 그는 두말 안짝으로 유순히 무르팍을 모아 세우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고는 괴로운 듯이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때 기차가 굉음을 지르며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홈과 차 속으로부터 일제히 통곡과 탄성이 천동하듯 일어났다. 서로 멀리 이별할 순간이 되자 모두 울음통이 터진 것이다. 왕백작은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인 듯이 머리를 휙 쳐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무서운 공포에 쌓인 것처럼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나 그 희멀건 눈 속에는 비웃는 듯한 음흉스런 기쁨의 빛이 서리고 있었다. 그는 두서너 번 피게질(딸꾹질)을 하더니

“응 무슨 소리야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면 그렇지 그러면 그렇지.”

하며 그는 아주 미치기라도 한 사람 모양으로 에헤헤 에헤헤 웃어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상하게도 왕백작은 소리를 내어 괭괭 쳐울기 시작한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 눈을 뜨고 말소리를 죽이고서 조용한 태도로 이 이상한 왕백작을 굽어보기 시작하였다. 짐짓 기차도 홈을 지나고나니 차 속도 차츰 조용해지었다. 어느덧 이 근처부터는 눈보라도 개이고 멀리 첩첩 싸인 산이며 지질펀하니 누운 전야가 백은색에 싸이어 어스름한 달빛 아래 흘러 달아나버린다. 다시 차 속은 아주 고요해졌다. 그러나 왕백작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높아갈 뿐으로 어떻게 손을 댈래야 댈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발작이라도 일어난 듯 낯을 척 들더니 이번에는 대번 조선 말로 또 떠들기 시작하였다.

“
                        나두 통곡을 하구 싶어요. 큰 소리를 지르며 통곡을 하고 싶어 나는 울기를 좋아하는 거야 울기를. 그래서 나는 늘 이 이민 열차에 오르곤 하겠지.”

거기서그는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치고 목소리를 낮추더니 얼굴 근육에 몹시 경련을 일으키었다. 나는 이 광열적인 사내가 우리들도 흔히 빠지곤 하는 절망적인 고독감에 사로잡힌 것을 알았다.

그렇다. 그는 늘 절대의 고독 속에 묻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또 무서운 절망임에 틀림없다. 나는 그가 빨리 진정되어주기만 바랐다. 그러나 그의 턱주가리는 차츰 더 푸들푸들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비명과 같은 소리를 꽥 지르더니 그는 뒤로 움쳐든다.

“네 네놈은……날 보구 복수를 하려는 게지.”

잠시 동안 흠침한 침묵이 흘렀다. 그는 입을 멍하니 열고서 내 얼굴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본다. 나는 공연히 가슴이 떨리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나에게 복수를 하려드는구나. 네놈두 그렇지? 그래 그렇지 않단 말이냐? 저것 보게 차츰 얼굴빛이 달라져간다 에구 달라져 가누나.”

“무슨 환영을 쫓고 있는가보네. 그리고 그것에 자네가 쫓겨다니구 있는 걸세.”

하고 나는 측은한 낯빛을 웃어 보이었다. 사실 나는 그를 어떻게 해석함이 옳은지 몰랐다. 하여튼 이것을 병이라고 말한다면 확실히 그것은 유치장에 있을 때보다 더 악화된 모양 같았다. 나는 위로하듯이 덧붙여서 말하였다.

“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통 종을 못 잡겠네.”

“
                        네놈은 시침을 떼려드느냐 응, 복수를 해보고 싶지 않느냐 말이다 내게 응 나에게 에헤헤 에헤헤.”

“대체 어떻게 된 셈인가.”

하고 나는 조금 캐듯이 물었다.

“아니 그 그…….”

그는 다시 괴로운 소리를 내며 신음하였다.

“
                        나는 아아 지금 당장 내 자신으로부터도 복수를 받고 있는 터이야 목줄을 졸라매구 있는 터이야. 희망두 없구 슬픔도 없구 그리구 또 목적조차 없구…… 아아 나는 이 이민 열차에 탔을 때만이 행복인걸 어떡하나. 나는 그들과 같이 울 수가 있구 부르짖을 수가 있어.”

“하나 이 사람들은 희망을 붙들고 가는 것이지 슬퍼하러 가는 것은 아닐 텐데.”

“그게야 아무렴 어때 나는 그냥 그들과 같은 차로 같은 방향으로 간다는 것만이 기뻐 죽겠어. 그리구 같이 울기두 하구 부르짖는 것두 함께 한다는 것이. 그러나 어떡허나 나는 어떡허나 이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서면 나는 혼자서 집에 오지 않으면 안 되니 나는 그때 생각을 하면…….”

하고 그는 또 쿨적쿨적 울기 시작하였다. 나는 더욱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어쩐지 그의 일이 뜻없이 측은히 생각되어 나도 덩달아 같이 슬퍼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냉정히 생각한다면 이런 불쌍한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인가. 이런 사람이야말로 차츰 멸망할 인간이라고 할 것이다.

“그만두게 이것이 무슨 짓이람.”

그러자 그는 움칠하더니 푸들푸들 다시 몸을 떨기 시작하였다. 눈을 휘황하게 뜨고 턱주가리가 떡떡 마주쳐 일어서려고 애를 쓴다. 나는 잠시 망연하여졌다. 그 얼굴은 사상(死相)을 띠고 몸은 벅벅 극매인다. 마치 죽어가는 사람이 천국을 거부당한 것처럼. 최후의 기쁨을 빼앗긴 것처럼 그리고 팔을 휘저으며

“
                        이놈
                        날더러 가만 있으라구.”

하고 고함을 벽력같이 지르니 그만 기운이 빠져 그 자리에 넌지시 엉덩이를 박고 넘어졌다. 좀 있더니 입으로 침을 흘리며 그리고 얼굴과 함께 상반신을 그냥 철석 통로 바닥에 파묻어버렸다. 얼굴은 흙투성이가 되었다. 잔인스럽게도 그만 잘 되었다 이제는 잠이 들 것이라구

“그러나 그때 잘 되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하여 나는 아직도 가슴이 메저린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그 일이 이 2년 내
                        나를 얼마나 심한 고문에 걸고 있는 것일까.”

하며 신문 기자는 비검한 안색을 지었다.

“술을 좀더 부어주게 응. 술을 좀더 부어주게나.”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축산 회사원은 뒤가 궁금한 듯이 재촉하였다.

“글쎄 가만 있게나. 그런데 기차는 좀 있으면 대전에 닿게 되었더란 말이야. 군들도 알지만 나는 대전서 호남선으로 차를 바꿔 타야지 않는가 그래 그때 나는 내릴 준비를 하면서 생각하였네. 자 작별을 하기 위해 이 왕백작을 깨워야 옳은가 그냥 두는 게 옳은가.
                        그는 정신 모르고 그냥 쓰러져 누워 있었네. 그래 구태여 깨울 필요가 없다구 생각하였지.”그러자 거의 가까워진 모양으로 기적 소리가 울렸다. 그래 나는 양손에 트렁크를 들고 일어서서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기차가 몹시 흔들리기 때문에 그 통에 나는 넘어질 뻔하며 그만 잘못하여 왕백작의 잔등 위에 엎어졌다.

백작은 아주 펄저덕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혼이나서 버둥거리며 일어섰다.

하나 그는 통로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꼼짝도 않는다. 이리하여 더욱 나는 그에게 인사를 못 하게끔 되었다. 그때 벌써 홈의 등불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를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왕백작.”

불러도 대답이 없다. 취해서 그만 잠이 들었구나 하였다.

기차는 차츰 멎기 시작한다. 홈의 분주한 양이 보인다. 소연스런 소리. 나는 어서 내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마음이 분주해진다.

“
                        왕백작 여보게.”

여전히 그는 쓰러진 채 몸 하나 달싹 않는다. 나는 트렁크를 내려놓고 그를 깨울 지혜까지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은 더욱 분주하였다.

“
                        왕백작 어떻게 된 셈인가. 일어나게 거기서 자다가는 짓밟히네. 여보게 백작 일어나게나.”

드디어 기차는 멎었다. 라우드스피커는 소리를 지르고 홈에는 사람들이 뛰어 덤빈다. 나는 반사적으로 두어 걸음 문 옆으로 달려가면서 돌아보았다.

그때 보다못해 옆에 사람이 왕백작을 끄집어 일으켜내려고 하며 백작의 몸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그때에 내 앞으로 승객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그래서 황망 중에 나는 막 빠져나가려 고민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뒤에서
                        백작을 깨우던 사내가 놀라 고함을 지르며 일어선 것 같았다.

“아앗.”

나는 놀라 홱 돌아다보았다. 그러나 나는 새로이 올라탄 그 많은 승객들 틈에 끼어 몸을 비비댈 수도 없어졌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으며 아비규환이라 할 지경이었다. 왕백작이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보이지가 않았다. 왜 그러지 나는 그때에 내린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꽉 찼었다.

그래 사실 차가 떠나기 전에 내렸을 때는 숨이 내쉬었다. 그러나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나는 갑자기 무엇에 놀란 것처럼 트렁크를 든 채 기차를 막 따라가며 죽기 한사하고 부르짖은 것이다.

“
                        왕백작! 왕백작!”

“벌써 아까 숨이 끊어졌던 가부지.”

하고 광고쟁이는 측은스레 물었다.“그것이 내게는 아직두 알 수 없는 의문인 것이다. 지금까지두 나는 그것 때문에 얼마나 괴로운지 모른다. 아마 벌써 숨이 넘어갔던지두 모른다. 이것을 생각하면 나는 몹시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내리지를 않았어야 꼭 옳을 뻔하였다. 아아 정말로 왕백작이 지금두 이 땅에서 살고 있는다면.”

신문 기자는 거기서 땀과 함께 눈물을 훔치었다. 그러고는 이야기를 뚝 끊었다. 그 후에는 한 번도 만난 일은 없느냐고 축산 회사원이 물으니까 그는 잠시 동안 묵묵히 있더니만 다시 무거운 목소리로 혼잣소리같이 시작하였다.

나는 작년 여름에 좀 조사할 것이 있어 강원도 산 속으로 들어갔었다. 그때에 수가 사나우려니까 열흘 동안이나 폭풍우가 계속되었다. 한강 상류에 아주 큰 창수로 탁류가 된 것이다. 어떤 날 그 강 쪽에서부터 사람 살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어쩐지 낯익은 목소리 같아 뛰쳐나가 보았다. 중류 지대에 누아떼가 내려가고 있다. 그 위에 두서너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비 안개가 자욱하며 똑똑히는 보이지 않으나 그 중에는 양복 입은 사람도 하나 끼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단말마의 소리를 내어 부르짖고 있는 모양이다. 그 몸 모양이 어쩐지 눈에 익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 그것이 왕백작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나는 것이 물론 그럴싸해서이겠지만. 나는 그 후 서울
                    어느 젊은 목재 상인이 누아떼와 운명을 같이 하였다는 소리를 산읍에서 내려와서 들었다. 그러나 그 사내의 이름이 무엇이라는 것은 누구 하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렴. 그것이 왕백작이겠는가”고 광고쟁이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번 봄의 일이다. 서울에 출장을 나와 종로에서 동대문 행 전차를 탔을 때이다. 바로 그게 반공 연습 당일이었다고 생각된다. 전차가 막 5 정 목 네거리를 지나가려 할 때였다. 그 길가에서는 경방 단원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별로 그다지 키가 크지 않은 한 사나이가 외줄로 쭉 늘어선 단원에게 훈시를 하고 있다. 나는 그 사내의 뒷모양밖에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아무래도 그것이 왕백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럼직도 한데.”

하고 나는 무릎을 치며 부르짖었다. 왜 내가 그렇게 부르짖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쩐지 있음직한 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럴 게야. 꼭 그게 왕백작임에 틀림없을 게야. 그는 전쟁이 벌어져 기뻐할 걸. 왜 그런고 하면 지금의 우리 나라는 현실적인 괴로움은 있지. 그러나 일정한 방향을 향하여 건국일치의 체제로 맥진 경방단 반장쯤 넉넉하지 지냄직한 걸.’

모두들 묵묵히 끄덕이었다.

“그랬으면 좋은련만.”

하며 신문 기자는 한참 동안 비루잔을 들어다보더니 한숨을 짓는다. 그리고 또 다시 계속하였다.

“그러나 그 뒤 또 어떤 날……”

===== 32_Ji Ha-ryeon_The Journey (Dojeong) =====

숨이 노닷게 정거장엘 드러서 대ㅅ듬 시게부터 바라다보니, 오정이 되기에도 아직 삼십 분이나 남었다.
                    두 시 오십 분에 떠나는 기차라면 앞으로 느러지게 두 시간은 일즉이 온 셈이다.

밤을 새워 기대려야만 차를 탈 수 있는 요즘 형편으로 본다면 그닥 빨리 온 폭도 아니나, 미리 차표를 부탁해 놨을 뿐 아니라, 대단히 느진 줄로만 알고, 오 분 십 분 이렇게 다름질처 왔기 때문에, 그에겐 어처구니없이 일 즉 온 편이 되고 말었다.

쏠려 지는 시선을 땀띠와 함께 칙면으로 느끼며, 석재(碩宰)는 제풀에 멀─숙 해서 밖으로 나왔다.

아까시아나무 밑에 있는, 낡은 뻰취에 가 털버덕 자리를 잡고 앉으니까 그제사 홧근하고 더위가 치처오르기 시작하는데, 땀이 퍼붓는 듯, 뚝뚝 떠러진다.

수건으로 훔첫댓자 소용도 없겠고, 이보다도 가만이 앉어 있으니까, 더 숨이 맥혀서 무턱대고 이러나 서성거려 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었으나, 그는 어데가 몹시 유린되어, 이도 후지부지 결단하지 못한 채 무섭게 느껴지는 더위와 한바탕 지긋 ─ 이 씨름을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목덜미가 욱신거리고 손바닥 발바닥이 모도 얼얼하고 야단이다.

이윽고 그는 숨을 도르키며, 한 시간도 뮈헐 텐데, 어쩐다고 거진 세 시간이나 헷짚어 이 지경이냐고, 생각을 하니 거반 딱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허긴 여게 이유를 들랴면 근사한 이유가 하나 둘이 아니다. 첫재 그가 이 지방으로 “소개”하여 온 것이 최근이었음으로 길이 초행일 뿐 아니라, 본시 시골길엔 곳잘 지음이 헷갈리는 모양인지, 실히 오십니라는 사람도 있었고, 혹은 칠십니는 톡톡이 된다는 사람, 심지어는 거진 백니 길은 되리라는 사람까지 있고 보니 가까우면 놀다갈 셈치고라도 위선 일직암치 떠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데만치 왔을까, 문듯 그는 지금 가방을 들고 길을 걷는 제 채림차림에서 영낙없는
                        군청고원을 발견하고, 또 그곳에 방금 퇴직 군수로 있는 장인이 연관되어 생각히자 더욱 얼울한 판인데다, 기왕 고원같을라거든 얌전한 고원으로 나 뵈였으면 차라리 좋을 것을, 고원치고는 이건 또 어째 건달 같어 뵈는 고원이다. 가방도 이젠 낡었는지 빠작빠작 가죽이 맛닷는 소리도 없이, 흡사 무슨 보퉁이를 내두루는 늣김이다. 역부러 가슴을 내밀고 팔을 저어 거르면서 이래뵈두, 이 가방으로 대학을 나왔고 바로 이 속에 비밀한 출판물을 넣고는 서울을 문턱같이 단인적도 있지 않었드냐고, 우정 농쪼로 은근히 기운을 도두어 보았으나 그러나, 생각이 이런 데로 미치자, 그는 이날도 유쾌하지가 못하였다. 도라다보면, 지난 육 년 동안을 아무리 “보석”으로 나왔다 치구라도, 어쩌면 산사람으로 그렇게도 죽은 듯 잠잠할 수가 있었든가 싶고, 또 이리되면 그 자신에 대하여 어떤 알 수 없는 염쯩을 늣긴다기보다도 참 용케도 흉물을 피우고 기인 동안을 살어왔다 싶어, 먼저 고소가 날 지경이다.

이어 머리ㅅ속엔 강(姜)이 나타나고 기철(基哲)이 나타나고, 뒤를 이어 기철과 술을 먹든 날 밤이 떠오르고 한다. 술이 건아하게 취했을 무렵이었다.

석재는 오래 혼자서 울적하든 판이라, 전날 친구를 맛나니 좌우간 반가웠다. 그날은 정말이지 광산을 헌다구 돈을 두룸박처럼 차고 내려온 기철에게 무슨 심사가 틀려 그런 것도 아니었고, 광산을 허든 뭘 허든, 맛나니 그저 반갑고 흡족해서, 난생 처음 주정이라도 한번 부려보구 싶도록 마음이 허 순해졌든 것이다. 이리하여 남같이 정을 표하는데 묘한 재주도 없으면서, 그래도 제 깐엔 좋다고 무어라 데숭을 피었든지 기철이도 그저 만족해서

「
                        자네가 나 같은 부량자를 이렇게 반가히 맞어 줄 적도 있었든가? …아마 퍽은 적적했든 가보이!」

하고 우스며, 술을 권하였다. 그런데 이적적했든 가보이─ 라는 말을, 그가 어쩐다구 외로웠든 가보이─ 로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에겐 이렇게 들렸기에 늣겨졌든 것이고 또 이것은 그에게 꼭 마진 말이기도 하였든 것이다. 사실 그때 강(姜)을 맛나, 헤어진 후로 날이 갈수록, 그는 크다란 후회와 더부러 어떻다 말할 수도 없는 외로움이, 이젠 폐부에 사모치든 것이었다.

「그래 외로웠네. 무척…」

기철의 말에 그는 무슨 급소를 찔리운듯, 먼저 이렇게 대거리를 해놓고는 다시 마조 바라다보려는 참인데, 웬일인지, 기분은 묘하게 엇나가기 시작하여, 마츰내 그는 만만하니 제 자신을 잡고 힐란하기 시작하였다.

친구가 듯다 못하여,

「
                        자네
                        나헌테 투정인가?」

하고, 우스며,

「글세 드러보게나. 자네가 어느 놈의 벼슬을 해 먹어 배반자란 말인가? 나처럼 투기장에 놀았단 말인가? 노변에서 술을 팔었으니 파렴치한이란 말인가? 아무튼 어느 모로 보나 자네면은 과히 추하게 살아온 편은 아니니 안심허게 나─」

하고 말을 가로채는 것이었다 , . 그런데 또 말이 이렇게 나오고 보면 그로서 ㄴ 투정인지 뭔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야, 내 말은 그런 말이 안야. 아무튼 자넨
                        날 잘 몰라. 자넨
                        나보다 착허니까, ─ 그렇지 나보다 착하지 ─ 그러니까 날 잘 모르거든. 누구보다도 나를 잘 보는 눈이 내 마음 어느 구석에 하나 드러 있거든. 특히 “악덕”한 나를 보는 눈이…」

그는 겁결에 저도 얼른 요령부득인 말로다 먼저 방파맥이를 하며,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친구는 큰 소리로 우스며,

「관 두게나. 자네 이야긴 드르면 드를스록, 무슨 삼림 속을 헤매는 것처럼 아득허이 ─」

하고, 손을 저었다.

둘이는 다시 잔을 드렀다. 그러나 일로부터 그는 웬일인지 점점 마음이 처량해갔다. 아물 아물 피어나는 회한의 정이, 그대로 잔우에 갸울거리는 것 같았다. 어데라 지향없이 미안하고 죄스러워, 그는 소년처럼 작구 마음이 슬퍼졌다.

「…난 너무 오랜동안을 나만을 위해 살어왔어. 숨어 단이고 감옥엘 가고 그것 다 꼭 바로 말하면 날 위해서였거든. …이십 대엔 스스로 절 어떤 비범한 특수 인간으로 설정하고 싶어서였고, 삼십 대에 와서는 모든 신망을 한 몸에 뫃은 가장 양심적인 인간으로 자처하고 싶어서였고… 그러다가 그만 이젠 제 구멍에 빠저 헤어나질 못허는 시늉이거든.」

그는 취하였다. 친구도 취하여, 이미 색시와 히롱을 하는 터이었음으로 아무도 이얘기를 드러주는 사람은 없었으나 그는 중얼대듯 여전 말을 게속하는 것이었다.

「
                        …거년
                        정월에 강(姜)이 왔을 때, 상기도 사오부의 열이 게속된다고 거짓말을 했겠다! 일천 원 생긴다구 마눌 사려는 가면서…. 결국 강(姜)의 손을 잡고 다시 일을 시작는게 무서웠거든. 그렇지! 전처럼 어느 신문이 있어 영웅처럼 기사를 취급할 리도 없었고 이젠 한 번만 걸리게 되면 귀신도 모르게 죽는 판이었거든. …부박한 허영을 가진 자에게 이러한 주검은 개 주검과 마찬가질 테니까…이 사람!」

그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의 거짓말을 홈빡 고지 듯고는 알는 친구에게 세상 걱정까지 끼처 실로 미안하다는 듯이 바라다보든 그때 강(姜)의 얼골이 떠올났든 것이다.

친구가 이리로 왔다 그는 말을 게속하엿다.

「
                        나는 말일세, 난 누구에게라도 좋아, 또 무었에라도 좋고. 아무튼 “나”를 떠난 정성과 정열을 한번 바처보구 죽고 싶으이. …웨! 웨 ─ 나라고 세상에 낫다가 남 위해 좋은 일 한번 못허란 법이 있나?」

이리되면 주정이 아니라, 원정이었다.

「
                        이 사람 취했군. 웨 자네가 남을 위해 일을 안 했어야 말이지…」

친구는 취한 벗을 만유하려하였으나, 그는 줄곳 외고집을 세웠다.

「아니 난 한번도 남 위한 적 없어. 인색하기 난 구두쇠거든. 이를테면 난 장바닥에서 낫단 말야. 때ㅅ국에 찌드런 이 읍내기 장사치의 후리 자식이거든. …그래두 자네 같은 사람은 한 번 목욕만 잘 허구나면 과거에서도 살 수 있고 미래에서도 살 수 있을지 몰라. 허지만 나는 말야, 이 못난 것이 말이지, 쓰레기란 쓰레기는 홈빡 다 뒤집어쓰고는 도시 현재에서 옴치고 뛰질 못허는 시늉이거든…」

「글세 이 사람아 정신적으로 “기성사회”의 페해를 입긴 너
                        나 할 것이 있겠나. …아무튼 자네
                        신경 쇠약일세. …그게 바로 결백증이란 병일세.」

친구는 한번 더 소리를 내어 우섰다. 석재는 그 후로도 간혹 이날 밤에 주고받은 이 얘기가 생각되고ㄴ 하였다. 역시 취담이다, 돌처 생각하면 쑥스러웠으나 그러나 취하여 속말을 다 못했을지언정 결코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와같이 노상 그가 곤욕을 당는 곳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안으로 그 암실(暗室)에 트집을 잡은 것이었기에, 그예 문제는 “인간성”에 가 부닿고 마는 것이었다. 결국 ─
                        네가 나뿐사람이라 ─ 는, 애매한 자책 아래 서게되면, 그것이 형태도 죄목도 분명치 않은, 일종의 “율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더 한층 그로선 용납할 도리가 없었다. 이번 처가쪽으로 피난해 오는데도 무턱 ─(
                        얌치없는 놈!
                        제 목숨, 게집자식 죽을까 기급이지 ─) 이러한 심리적 난관을 적잖이 겪었기에 위선(
                        우리 집에 내 갈라는데 무슨 참견이냐) 고, 대바질을 하는 안해나 처가로 옴겨준 후, 그는 어차피 서울 도 가까워진 판이라, 양동(楊洞)서 도기공장을 한다는 김(金)을 찾어 갈 심산이었든 것임으로 이리로 온지 수무 날만에 이제 그는 서울을 향하고 떠나는 길이었다 ─.

아름드리 소나무가 좌우로 갈러 선 산모랭이 길을 거르려니 생각은 다시 그때 학생 사건으로 드러와 감옥에서 처음 알게된 그 눈이 어글어글 하고 몹시 순결한 인상을 주는
                        김이란 소년이 눈앞에 떠오르곤 한다.

문듯 길이 협곡을 끼고 벋어 올랐다. “영”이라고 할 것까지는 못되나 앞으로 퍽 깔프막진 고개를 연상케 하였다. 이따금 다람쥐들이, 소군소군 장송을 타고 오르내리락 , 작난을 치기에 보니, 곳곳에 나무를 찍어 송유(松油)를 받는 깡통이 달려있다. 원악 나무들의 장대한 체구요 싱싱한 잎들이라 무슨 크게 살어 있는 것이 불의한 고문에나 걸리운 것처럼 야릇하게 안타 가운 감정을 가저오기도 한다.

(저게 피라면 앞으렸다.)

근자에 와, 한층 더 마음이 여위어 어데라 닿기만 하면 상책이가 나려는지, 그는 침묵한 이 유곡을 향하여 일말의 칙은한 감정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넘어 노변에 자리를 잡고 그는 잠간 쉬기로 하였다. 얼마를 거러 왔는지 다리도 앞으고 몹시 숨이 차고 하다.

담배를 부처 제법 한가로운 자세로 기 ─ ㄹ 게 허공을 향하여 뿜어 보다 말고, 그는 문듯 당황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해가 서편으로 두 자는 더 기운 것 같다. 몰을 일인 게 그는 지금껏 무슨 생각을 하고 얼마를 거러 왔는지 도무지 아득하다. 고대 막 떠나온 것도 같으고, 깜아득히 먼 길을 숫하 한눈을 팔고, 노닥어리며 온 듯도 싶으다. 이리되면 장인이 역전 운송부에 부탁하여 차ㅅ표를 미리 사 놓게 한 것 쯤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길이 얼마가 남었든지 간, 위선 뛰는 게 상책이었다.

그는 허둥지둥 담배를 문 채 이러섰든 것이다.

아까시아나무 밑 뻰취 우에 얼마를 이러구 앉어 있노라니 별안간 고막이 울리도록 크게 라디오 소리가 들려온다.

저 ─ 켠 운송부에서 정오
                    뉴 ─ 스를 트는 것이었다.

거진 한 달 동안을 라디오는커녕 신문 한 장 똑똑히 읽어보지 못하든 참이라, 그는 “소문”을 들어보구 싶은 유혹이 적잖이 이러났으나, 그러나 몸이 여전 신음하는 자세로 쉽사리 이러서지질 않는다.

뉴 ─ 스가 끝날 지음 해서야 그는 겨우 자리를 떴다. 무엇보다도 차ㅅ표를 알어봐야 할 필요에서였다.

마악 운송부 앞으로 가, 장인이 일러준 사람을 삐꿈 ─ 이, 안으로 향해 찾이려는 판인데 엇재 이상하다. 지나치게 사람이 많었다. 많어도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서고 앉은 사람들의 이상하게 흥분된 표정은 뭇지 말고라도, 그중 적어도 두어 사람은 머리를 싸고 테불에 업드린 채 그냥 말이 없다.

이리되면 차ㅅ표구 머구 무러볼 판국이 아닌 상 싶다.

그는 잠간 진퇴가 양난하였다.

이 때 웬 소년 하나가 눈물을 뚝뚝 떠러트리며 밖으로 나온다. 그는 한 거름 뒤로 물러서며 얼결에 소년을 잡었다.

소년은 옷깃을 잽히운 채, 힐끗 한번 치어다 볼 뿐, 휙 도라서 저편으로 갔다. 그는 소년이 다만 흥분해 있을 뿐, 별반 적의가 없음을 알었기에 뒤를 따렀다.

소년은 이제 막 그가 앉어있든 뻰취에 가 앉아서도 순식껀 슬퍼하였다.

「웨 그래 응, 왜?」

보구 있는 동안 이 눈이 몹시 영롱하고, 빛깔이 힌, 소년이 이상하게 정을 끗기도 하였지만, 그는 우정 더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소년은 구태어 그의 말을 대답 할 의무에서라기보다도 이젠 웬만큼 그만 울 때가 되었다는 듯이

「
                        덴노우 헤이까가 고 ─ 상을 했어요.」

하고는 쉽사리 머리를 들었다.

「…?」

그는 가슴이 철석하며 눈앞이 앗질 하였다. 일본의 패망, 이것은 간절한 기다림이었기에 노상 목전에 선연했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도 빨리 올 수가 있었든가?) 순간 생각이라기보다는 거림자와 같은 수천 수백 매딤의 상염(想念)이 미칠 듯 급한 속도로 팽갭이를 돌리다가 이어 파문처럼 퍼져 침몰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것은 극히 순간이였을 뿐, 다음엔 신기할 정도로 평정한 마음이었다. 막연하게 이럴 리가 없다고, 의아해 하면 할수록 더욱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나 이상 더, 이것을 캐어 무를 여유가 그의게 없었든 것을 보면 그는 역시 어떤 싸늘한, 거반 질곡(桎梏)에 가까운, 맹랑한 흥분에 사로 잡혀 있었든 것인지도 몰랐다.

「우리 조선도 독닙이 된대요. 이제막 아베 소 ─ 도꾸가 말했대요.」

소년은 부자연할 정도로 눈가에 우슴까지 뛰우며 이번엔 말하는 것이었으나, 그러나 발서 별다른 새로운 감동이 오지는 않는다.

(역시 조선 아이였구나.) 하는, 사뭇 객쩍은 것을 느끼며 잠간 그대로 멍청히 앉어 있노라니, 이번엔 고 이하게도 방금 목도한 소년의 슬픈 심정에 작구 궁금증이 가는 것이다.

그러나 막연하나마 이제 소년의 말에, 무슨 형태로든 먼저 대답이 없이, 이것을 무러볼 염체는 잠간 없었든지 그대로 여전 덤덤이 앉어 있노라니, 이번엔 차츰 소년
                    자신이 싱거워지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벽 역 같은 소식을 전했기에, 이처럼 심심할 수가 있단 말인가?

소년은 좀 이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기뿌잖어요?」

그는, 이, 약간은 짓궂은 우슴까지 뛰우며 말을 뭇는 소년이, 금시로 나히 다섯 살쯤 더 먹어뵈는 것 같은, 이러한 것을 느끼며 당황하게 말을 받었다.

「왜? 왜 ─ 기뿌지! … 기뿌잖구!」

「…」

「
                        너두 기뿌냐?」

「그러믄요.」

「그럼 웨 울었어?」

그는 기어히 뭇고 말었다.

소년은 좀 열적은 듯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
                        징 와가 신민 또 도모니, 하는데 그만 눈물이 나서 울었어요. … 덴노우 헤이까가 참 불상해요.」

「
                        덴노우헤이까는 우리 나라를 빼서갔고, 약한 민족을 사십 년 동안이나 괴롭혔는데, 불상허긴 뭐가 불상허지?

「그래도 고 ─ 상을 허니까 불쌍해요.」

「…」

「…목소리가 아주 가엽서요.」

그는 무어라 얼른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었다. 설사 소년의 보드라운 가슴이 지나치게 “인도적”이라고 해서 이상 더(미운자를 미워하라) 고 “어른의 진리”를 역설할 수는 없었다. 그는
                        내가 약한 탓일까, 반성해 보는 것이었으나, 역시 “복수”란 어른의 것인 듯 싶었다. 착한 소년은 그 스스로가 너무 순수허기 때문에 미차 “미운것”을 가리지 못한다, 느껴젔다.

「…넌
                        덴노우헤이까보다도 더 훌융허다.」

그는 소년의 머리를 쓰담고 이러섰다.

소년은 칭찬을 해주니까 좋은지,

「그렇지만 우리 회사에 사이상허구 긴상허고 기무라상, 가와지마상
                        이런 사람들은 주먹을 쥐고 야 ─ 야 ─ 하면서, 막 내놓구 좋아했어요. ─」

하고, 따라 이러서며,

「야 ─ 긴상 저기 있다 ─」 하고는 인해 정거장 쪽으로 다라났다.

「…그 사람들은 너보다 더 훌융하고…」

그는 소년이 이미 있지 않은 곳에 소년의 말의 대답을 혼자 중얼거리며 자기도 정거장을 향하고 거름을 옴겼다.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데, 다리가 약간 후둘 허는 게 좀 이상하다.

긴상이란 키가 작달막하니 퍽 단단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방금 무슨 이 얘기를 하였는지, 많은 사람들은 입 속에 기이한 외마듸ㅅ소리를 웅얼거릴 뿐 얼이 빠진 듯 입을 담을지 , 못한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의 얼골이라기보다는 기맥히게 어처구니없는 얼굴들이다.

「이제부터는 모도가 우리의 것이고, 모두가 자유이니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이렇게 거듭 외우처 주었으나 장내는 이상하게 잠잠할 뿐이었다.

시간이 되어 차ㅅ표를 팔고, 석재가 운송부에서 표를 찾어오고 할 때에도 사람들은 별반 말이 없었다. 꼭 바보같었다 ─.

석재가
                        김(金)이란 청년을 찾어온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아츰에 잠을 깨니, 여늬 때와 달러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건 “공산당”의 소문이었다.

눈을 크게 떠 그 놈을 붓잡고는 다시 한번 늣근거려 가슴 우에 던 저 보나, 그러나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 알 수 없는 피곤으로 하여 다시금 눈이 감길 따름이다.

그는 허위대듯 기급을 하고, 벌덕 이러 앉었다.

조금 후 그는 몸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어떤 내부로부터의 심한

“허탈증”을 느끼며,
                        나는 타락한 것이 아닌가? 하고 스스로 무러보는 것이였다.

사실 그는 팔 월 십오 일 후에 생긴 병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제 생각하면 병은 그날 그 아까시아 나무 밑에서부터 시초였는지도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가 깨닷기론
                        김(金)이란 청년을 맛나서부터다.

그 날 차가 서울 가까히 오자 차츰 밖앝 공기만이 아니라 기ㅅ차 속 공기부터 달러지기 시작한 것이, 그가 역에 내렸을 때는 완연히 충치는 거리의 모습이었다. 세 사람 다섯 사람 수무 사람, 이렇게 둘레를 지어 수군거리는 가 하면, 웃통을 푸러헷친 또 한패의 군중이 동떠러진 목소리로 만세를 외첬다. 그도 등다라 가슴이 두군거리고 마음이 솟구쳐 얼결에 만세도 한번 불러 볼 번하였다. 사뭇 곧은 줄로 뻐친, 김포로 가는 군용도로를, 만양 거르며, 그는 해방, 자유, 독닙, 이런 것을 아무 모책 없이, 천 번도 더 되푸리하면서, 또 일방으론, 열차에서 본
                        일본 전재민의 참담한 모양을 눈앞에 그리기도 하였다. 그것은 정말 끔직한 것이었다. 뚜껑 없는 화물차에다 여자와 아이들을 칸마다 가득히 실었는데 폭양에 멫일을 굶고 왔는지, 석탄 연기로 환을 그린 얼골들이 영낙없는 아귀였다. 석박귀우는 열차에 병대들이 팡이랑 과자를 던젓다. 손을 벌리고 너머지고, 젖먹이 애를 떠러트리고… 그는 과연 군국주의 “전쟁”이란 비참한 것이라고 느껴젔다기보다도 그때에서야 비로소 일본이 젓다는 것을 깨닷는 것이였다.

석재가 청년의 집에 당도하기는 밤이 꽤 느저서였다. 두 달 전에 왕래한 서신도 서신이려니와, 전날 친분으로 보아, 그 동안 아무리 거친 세월이 흘렀기로 설마 페로워야 허랴 싶어, 총총히 드러서는데, 과연 청년은 반색을 하고 그를 마저주었다.

「장성했구려 ─. 어룬이 됬구려 ─.」

아귀가 버는 손에 다시금 힘을 주며, 그는 대뜸 감개가 무량하였다.

이 때, 그의 간얄픈 손을 청년이 두 손으로 움켜 멫 번인지 흔들기만 하다가 끝내 말을 이루지못하고 그대로 어린애 처름 느껴 우는 것이였다. ─ 앗 불사! 그는 일변 당황하면서, 자기도 눈시울이 뜨끈함을 느끼었으나, 그러나 다음 순간, 그것은 어데까지 그의 눈물이 아니요, 시방 청년이 경험하는 바, 크다란 감동에서 오는, 청년의 눈물인 것을 그는 알었다.

이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무었인지 초조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반다시 울어야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튼 무슨 감동이든 한번 감동이 와야만 할 판이었다. 어찌하여 나에겐 이것이 오지 않을까?

언제까지나 오지 않을 것인가? 온다면 언제 무슨 형태로 올 것인가?

이튿날 그는 김(金)을 따라, 마을 청년들의 외우침에도 석겨보고, 태극기를 단 수백 대의 자동차가 끊임없이 왕래하는 서울 거리로 만세를 부르며 군중을 따라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도라올 땐 또 하나 벽녁 같은 소식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산당”이 생겼다는 소문이엇다.

(

                            최고간부의 한 사람이 기철이라 한다! … 이런 일도 있는가?)

그는 내부의 문제 외부적인 문제 일시에 엉컬려 헤어날 길이 없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구 앉어서 「
                        나는 타락한 것이 아닌가?」─ 고, 주지 박질을 해 본댓자, 무슨 소사날 궁기 생길 리도 없어, 석재가 마악 자리를 개키려는데, 이때
                        김(金)이란 청년이 드러왔다.

「
                        서울 않나가시렵니까?」

김(金)이란 청년이 그의 상태를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예나 지금이나 침착한 “동지”

로만 믿는 모양인지, 앞으로의 게획 같은 것을 부단히 의론하였다. 이럴 때마다 그는

「암 그래야지. 홀란한 시기라고 해서 수수 방관하는 기회주의는 금물이니까. 허다가 힘이 모자라 잘못을 범할 때 범하드래도 위선 일을 해야지 ─.」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하로 집에 있어 쉬려오.」

하고, 누어 버렸다.

아침을 치르고
                        김(金)이란 청년이 서울로 떠난 후 혼자 누어 있으려니, 또 잠이 오기 시작한다. 이 잠오는 건, 어제 드러 새로 생긴 병이다. 무얼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홀란하여, 갈피를 못 잡게되면, 차츰 머리가 몽농여지고, 그만 조름이 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보가 되려나 보다 ─.)

그는 걷어차고 밖으로 나왔다.

거기는 옆으로 한강을 낀 펑퍼짐한 마을이었다. 섬같이 생긴 나지막식한 산들이 여긔 저긔 놓여 있다.

그는 모르는 결에 나무가 많고, 강물이 가까운 곳으로 가 자리를 잡었다.

멀─리 안개 속으로 서울이 신기루와 같이 얼른거리고, 철교가 보이고

“외인묘지”의 푸른 나무들이 모이고, 그리고 한강물이 지척에서 흘러가는 곳이었다.

잠간 시선이 어데가 머무러야 할지, 눈앞이 아리송송 한 게,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다. 눈을 감었다. 순간, 머리ㅅ속에 독갭이처름 불끈 솟는 “괴물”이 있다. ─“공산당”이었다. ─ 그는 눈을 번쩍 떴다.

다음 순간 이 괴물은, 하늘에, 땅에, 강물에, 그대로 맴을 도는가 하니, 원간 찰거머리처름 뇌리에 엉겨붙어 도시 떠러지질 않는 것이였다. ─ 생각하면 긴 ─ 동안을 그는 이 괴물로 하여 괴로웠고, 노여웠는지도 모른다.

괴물은 무서운 것이었다. 때로 억척같고 잔인하여, 어느 곳에 따뜻한 피가 흘러 숨을 쉬고 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귀 막고 눈 감고 그대로 절망하면 그뿐이라고, 결심할 때에도 결코 이 괴물로부터 해방될 수는 없었다. 괴물은 칠같이 어두운 밤에서도 화 ─ ㄴ이 밝은 단 하나의 “옳은 것”을 진이고 있다 그는 믿었다. ─ 옳다는 ─ 이 어데까지 정확한 보편적

“질리”는 나뿌다는 ─ 어데까지 애매한 율리적인 가책과 더부러 오랜 동안 그에겐 크다란 한 개 고민이었든 것이다.

차츰 흐려지는 시선을 다시 강물로 던지며 그는 생각는 것이었다. ─ 김
                    이
                    박
                    서 그 외 또 누구 누구…질서 없이 머리에 떠오른다. 모두 지하에 있거나 해외로 갔을 투사들이다. 그리고 지금 자기로선 보지도 못하고 일흠도 모르는 새로운 용사들의 환영이 눈앞에 떠오르기도 하였다.

그는 불현듯 쓸쓸하였다.

(
                        다들 뫃였단 말인가?)

그러나, 이제 기철이
                        최고간부의 한 사람이라면, 이보다도 우수한 지난날의 당원들이 멫이라도 서울엔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사람들이 “당”을 맨드렀단 말인가?)

그는 다시금 알 수가 없어진다. 문득 기철이 눈앞에 나타난다. 장대한 체구에 패기 만만한 얼굴이다. 돈이 제일일 땐 돈을 뫃으려 정열을 쏫고, 권력이 제일일 땐 권력을 잡으려 수단을 가리지 않을 사람이다. 어느 사회에 던 저 두어도 이런 사람이 불행할 리는 없다. 그러나 여긔 한 개의 비밀이 있었다. 이런 사람이 영예로워지면 질수록 흉악해지는 비밀이었다. 대체나,

“겉”이 그렇게 충실허구야, “속”(양심(良心)[양심])이 있을 리가 없고, 속이 없는 사람이란 외곽이 화려하면 할수록 내부가 부패하는 법이었다.

(목욕을 헌대도 비누허구, 물쯤은 준비해야 허지 않는가?)

다시 눈앞엔 다른 한 패의 사람이 나타났다. 어데까지 옹종한 주제에, 그래도 소위 그 “양심(良心)”이란 어금길에서 제 깐엔 스스로 고민하는 척 몸짓하며 살어 온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석재
                    자신 비젓한 축들이었다. 이건 더욱 보기 민망하다. 추졸하기 짝이 없다기보다도, 왼통 비리비리하고, 메식메식해서, 더 바라다볼 수가 없다. 아무튼 통터러 대매에 종아리를 맞고도 남을 사람들이다.

(그래 이 사람들이 뫃여 “당”을 맨드렀단 말인가?)

물론 그럴 리는 없다 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얼골이 훗군 달어옴을 깨다렀다. 조금 전 기철이 최고간부라는데 앙앙하든 마음 속엔 (그럼 내라도 될 수 있다) ─ 엄페된 자기 감정이 숨어 있지 않었든가? ─ 그는 벌컥 팔을 베고, 앙천(仰天)()하여 드러눗고 말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아히들 떠드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런데, 웬일일가? 하늘이 이마에 와 닿어 있다. 실로 청옥같이 푸르고 넓은, 그것은 무한한 것이었다. 그러나 곳 그것은 하늘이 아니라 강물의 착각이었다. 순간 그는 이상한 흥분으로 하여, 소리를 버럭 지르고 이러 앉었다.

비로소 조금 전 산비탈에 누어 잠이 든 것을 깨닷는다. ─ 어느 결에 석양이 되었는지 가을 같으다.

그는 다시 한번 크다랗게 소리를 질러본다. 그러나, 아무 의미도 없고 또한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은 비상히 큰 목소리는, 그대로 웅얼웅얼 허공을 돌다가, 다시 귀ㅅ전에 와 떠러진다. 저 ─ 아래 기를 든 아히들이 만세를 부르며 놀고 있다.

외로웠다. 사지를 쭉 ─ 뻗어 땅을 안고, 잔디를 한 오큼 쥐어보니, 가슴이 메이는 듯 눈물이 쑥 나온다.

(
                        나는 아직 젊다…나는 아직 젊다!)

조금 후 그는 연상 무엇인지를 정신없이, 헤둥 대둥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튼날 석재는
                        김(金)이란 청년을 따러 일직암치 집을 나섰다.

어제 그는 꽤 어둑어둑 해서야 산에서 내려왔든 것이고, 내려와 보니 어느새 김(金)이란 청년이 도라와, 마치 기다리고나 있은 것처럼,

「어델 갔다 오세요?」

하면서, 그가

「발서 도라왔드랬오.」

하고, 대답할 나위도 없이 대뜸 큰일이 났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까지의 자기 세게를 떠나, 이 씩씩한 후진에게 성의를 다할 임무가 있음을 깨다르며, 옷깃을 바로 하고 정색하여 마조 앉었다. 이얘기는 대략, 방금 일본인 공장주의 부도덕한 의도로 말미암아 모든 생산물이 홍수와 같이 가두로 쏘다졌다는 것, 이에 흥분한 종업원 내지 일반 시민들은 가장 파괴적인 방법으로 사리만을 도모하여, 영등포등지, 공장 지대가 일대 수라장이 되었다는 ─ 이러한 것들인데, 아닌게 아니라 이얘기를 듯고 보니 난처하였다. 한 때 피치 못할 현상일지는 모르나, 이대로 방임해 두었다가는 이른바, 그들의 “개량주의 화”의 위기를 초래하여 올지도 모르는 적잖은 사태였다. 이리되면 그로서도 피안 화재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
                        중앙에서 대책이 없읍듸까?」

「책상물림의 젊은이들이 멫 개인의 정열로 활동하는 모양인데, 너나 없이 노동자라면 그대로 우상화하는 경향이 있어놔서, 일의 두서를 잡지 못허두군요. ─」

「그래, 김(金)은 어델 관게하고 있는 중이오?」

「
                        조일직물과 一二三[일이삼]철공장인데 뭐보다도 기게를 뜯어 없애는데는 참 딱해요. 대뜸 ─ 우리는 제국주의 치하에서 착취를 받었으니 얼마든지 먹어 좋다는 거거든요.」

「…“자게급”이 승리를 헌 때라야 말이지. 또 승리를 헌 때라두 그렇게 먹는 게 아니고…. 아무튼 큰일났구려. …그러다간 노동자 출신의 뿌르조아 나리다 ─」

두 사람은 어이없이 웃었으나, 사실은 우슬 일이 아니었다. 뭘루 보나 노동자의 진지한 투쟁은 실로 이제부터라 할 것이었다. 지도자가 맥없이 노동자를 우상화한다거나, 그 경제적 이익을 옹호해야된다고해서, 그들의 원시적 요구의 비위만을 맞추어 준다는 것은, 노동자 자신의 투쟁 역을 상실케 하는 것 이외 아무 것도 아니었다.

「자칫하면 앞으로 일하기 무척 힘드리다 ─」

물론 이얘기는 이 이상 더 게속되지 않었으나 석재는
                        김(金)이란 청년의 부탁이 아니라도 날이 밝으면 영등포로 나가 볼 작정이었든 것이다 ─.

곳장 신길정으로 가는 삼가람 길에서, 먼저 서울엘 들러 오겠다는
                        김(金)이란 청년과 그는 난호였다.

혼자 一二三[일이삼]철공장을 향하고 거르려니, 또 뭐가 마음 한 귀ㅅ퉁에서 튀각 태각을 한다. (
                        네가 이젠 공장엘 다 가는구나? 노동자를 운운 허구… 그렇지! 이젠 잡힐 염여가 없으니까…)이렇게 고개를 들고 이러나는 것을, 그대로 욱박질러 처넣기도 하고 또 때로는(암 가야지. 반성이란 앞날을 위해서만 소용되는 것이니까. 과도한 자책이란 용기를 저상케 하는 것이고, 용기를 잃게 되면, 제이 제삼의 잘못을 또다시 범하게 되는 거니까…) 이렇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로다 뱃장을 부려보기도 하는 것이었으나 “용기” 란 대목에 와서는 끝내 마음 한 귀ㅅ퉁에서 (뭐? 용기?)하고는, 방정맛게 깔깔거리는 바람에 그만 그도 따라 허 ─ 웃고 만 셈이다. 인차 길가든 사람이 저를 보는 것 같어서 우정 시침일 떼고 거르며, 그는 여전 지잖을 자세로 ─ (그래, 난
                        겁쟁이다. 그러나 본시 용기라는 말은 무서운 것이 있기 때문에, 직 그 무서운 것을 이기는 데로부터 생긴 말이라면, 또 달리는 가장 무서움을 잘 타는 사람이,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역설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나도 이제부터 이기면 되잖나? 앞으로도 무서운 것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고, 나는 이겨 나갈 자신이 있다 )─ 이렇게 콩칠팔 새삼육으로 욱여대며 一二三[일이삼]철공장으로 드러섰다.

마악 정문으로 드러서려는데, 누가,

「
                        김군 아닌가?」

하고, 손을 잡는다.

깜작 놀라 치어다보니 천만 뜻밖에도 그 사람은 민택이었다. 그와 같은 사건으로 드러갔을 뿐 아니라, 단지 친구로서도 퍽 신실한 데가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아!」

그는 이
                        이 사람아를 되푸리 할 뿐, 손을 쥔 채 잠간 어쩔 줄을 몰랐다. 이런 순간에 민택이를 만나는 것이, 엇전지 눈물이 나도록 그는 반가웠다.

두 사람은 옆으로 둔대 우에 자리를 잡고 앉었다.

인차 그는 “당”의 구성이 역시 한 국내 있든, 합법인물 중심이란 것으로부터 방금 석재
                    자신에게도 전보로 열락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듯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럴 리는 없다고 부정은 해오면서도 열에 아홉은 그러려니 했든 것이고 또 이러함으로 , 이제 와서 뭘 새로히 놀랄 것까지는 없었으나, 그래도 그는 무엇인지 연상 어이가 없다.

「그래 이 사람아 ─ “당”을 ─ 허 그 참…」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모양이 딱한지,

「허긴 그래. 허지만 당이 둘될 리 없고, 당이 됬단 바에야 어떻거나 ─」

하고, 민택이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조금 후 두 사람은 신길정서 서울로 나가는 전차에 올랐다. ─ “공산당”

으로 가는 길이었다.

철교 지나고 경성역을 도라, 차츰 목적한 지점이 가까워 올수록 그는 모르는 결에 가슴이 두군거렸다. 생각하면 일즉이 그 청춘과 더부러 “당”의 일흠을 배울 때, 그것은 실로 엄숙한 두려운 것이었다.

그가 전차에서 내려, 군데군데 목검을 집고 경게하는 “공산당”층게를 오르기 시작하였을 제는, 오정이 훨신 지난 때였다. ─ 별안간 좌우에 사람이 물 끓듯 하는데, 이따금 「김동무!」─ 하고, 잡는 더운 손길이 있다. ─ 모도 등꼴에 땀이 사믓 차 얼골이 붉고 호흡이 가쁘다.

그는 왼 몸이 홧근하며, 가슴이 뻐근하였다. ─ 얼마나 욱박질리고, 밢이 우든, 지낸 날이었든가? “당”이라니 어느 한 장사가 있어 입 밖엔들 냄즉 한 말이었든가?

그는 소년처럼 부푸르는 가슴 우에 일즉이 “당”의 일홈 아래 너머진 멫 사람의 친구를 안은 채, 이런 일도 있는가고 이렇게 백주 장안 네거리에서

“당”을 들고, 외우 뛰고 모로 뛰어도 아무도 잡어가지 않코, 아무도 죽이지 않는, 이런 세상도 있는가고, 사람이든 기생이든 나무토막이든, 무엇이든 잡고, 팔이 널치가 나도록 흔들며, 큰 소리로 외처, 뭇고 싶은 충동을, 순간 그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는 뭐가 무엇인지,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한동안 전연 판단을 잃은 상태였다. 그저 웃는 얼골들이 반가웠고, 손길들이 따뜻할 뿐이었다.

복도를 지나 외인 편으로 꺾여진 넓은 방에서, 기철의 손을 잡었을 때에도 그는 전신이 얼얼한 것이 생각이 그저 띵 ─ 할 뿐이었다. 그러나,

「웨 이렇게 느젓나?」

「어찌 이리 늣소?」─ 하는, 똑 같은 인사를 한 대여섯 번 받은 후, 그가 열 번이나 수무 번쯤 받었다고 느껴질 때 쯤 해서, 그제사, 조금 정신이 자리 잽히는 상 부른데, 그런데 이 새로운 정신이 나면서부터, 이와 동시에, 마음 어느 구석에선지, 핏득 (
                        내가 무슨 “뻐스”를 타려다 “참”이 느젓드랬나?)하고, 딴청을 부리려 드는 맹낭한 심사였다.

이건 도무지 객적은 수작이라고, 허겁지겁 여겨 퇴박을 주었는데도 웬일인지 이후부터는 찬물을 끼언진 듯 점점 냉냉해지는 생각이었다. 그는 난처하였다.

잠깐 싱 ─ 글 해서 앉어 있는, 석재를 기철이는 아무도 없는 옆방으로 대리고 갔다.

그를 잘 알고 있는 기철은 먼저 “당”을 조직하게 된 이유부터 자상히 설명을 하면서,

「
                        자넨 어찌 생각할지 모르나, 정치란 다르이. …지하에나 해외에 있는 동무들을 제처 두고, 어떻게 함부로 당을 맨드느냐고 할지 모르나, 그러나 이 동무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일은 해야 되겠고, 어떻건담, 조직을 해야지. 이리하여 일할 토대를 닥고 지반을 맨드러 놓는 것이, 그 동무들을 위해서 우리들의 떳떳한 도리가 아니겠느냐 말일세.」하고, 말을 끊었다.

기철은 조금도 꿀릴 데가 없는 얼굴이었다.

그는 뭔지 그저 퀭해서, 이얘기를 듯고 있노라니, 야릇하게도 이 동무란 말이 새삼스럽게 비위에 와 부듸친다. 참 히한한 말이었다. 어제까지 고루거각에서 별별 짓을 다 허든 사람도 오늘 이말 한마디만 쓰고, 손을 잡고 보면, 그만 피차간 “일등공산주의자”가 되고 마는 판이니, 대체 이 말의 조화ㅅ속을 알길이 없다기보다도, 십 년 이십 년, 몽땅 팽개첬든 이 말을, 이제 신주처럼 들고 나와, 꼭 무슨 험집에 고약이나 부치 듯, 철석 올려 부치고는, 용케도 넹큼 넹큼 불러대는 그 염체나 배ㅅ심은 도통 칭양할 길이 없었다. 물론 그는 십 년 전에 맛나나 십 년 후에 맛나나, 비록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경우라도, 눈이 먼저, 맛나면 꼭 “동무”라고 부르는 멫 사람의 선배와 친구를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부르는 동무는 조금도 이렇지가 않었다. 그렇기에 열번 대하면 열 번, 그는 뭔지 가슴이 철석하곤 하였든 것이다.

그는 차츰 긴말을 짓거리기가 싫어젔다.

「잘 알겠네 ─.」

끝내 이렇게 대답하고 말었으나, 사실 기철의 이얘기는 옳은 말 같으면서 또한 하나도 옳지 않은 말이기도 하였다. 어덴지 대단히 요긴한 대목에 대단히 불순한 것이 드러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떻게 된 “당”이든 당은 당인 거다. 그는 일즉이 이 당의 일홈 아래, 충성되기를 맹세하였든 것이고 또 당이 어리면 … , 힘을 다하여 키워야 하고, 가사 당이 잘못을 범할 때라도 당과 함께 싸우다 죽을지언정, 당을 버리진 못하는 것이라 알고 있다. 이러허기에, 이것을 꼬집어 이제 그로서 “당”을 비난할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었다.

잠간 그대로 앉어 있노라니 별안간, 기철이란 “인간”에 대한 어떤 불신과 염쯩이 훅 ─ 끼처 온다.

그는 모르는 결에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좌우간 이상 더 이얘기가 있을 것이 그는 괴로웠다.

자네 바뿌지?…나 내일 또 들림세.

그는 끝내 자리를 이러서려 하였다.

그러나 기철은 황망이 그를 잡았다.

「무슨 말인가? 안되네! 자네 같은 사람이 이렇거면 “당”이 누구와 손을 잡고 일을 헌단 말인가?」

순간, 그는 가슴이 찌르르 하였다. 생각하면 그 동안 부끄러운 세월을 보냈기는 제나 내나 매한가지였다. 가사 살인도모를 하고, 야간도주를 헌대도, 같이 하고 같이 죽을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기철이 당의 중요 인물일진대, 기철을 비난하는 것은 곧 당의 비난이 되는 것이였다.

「앞에도 적(敵)이요, 뒤에도 적(敵)인 오늘, 이것이 허용된단 말인가?」

그는 제 자신에 미운 정이 드렀다. 이제 와서 호올로 착한 척 까다로움을 피우는 제 자신이 아니꼬왔다.

그러나, 결국 그는 사람 못 좋은 사람이었다. 조직부에 자리를 비워두었다고, 거듭 붙잡는 것을 가진 말로다 물리친 후 위선 “입당”의 수속만을 밟어 놓기로 하였다.

그는 기철이 주는 붓을 받어, 먼저 주소와 씨명을 쓴 후, 직업을 썻다. 이젠 “게급”을 쓸 차례였다. 그러나 그는 붓을 멈추고 잠간 망사리지 않을 수가 없다.

투사도 아니요, 혁명가는 더욱 아니었고…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운동자 ─ 모도 맞지 않는 일흠들이다.

마츰내 그는소(小)뿌르조아라고 쓰고 붓을 놓았다. 그리고는 기철이 뭐라고 허든 말든 급히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 나서니 서늘한 바람이 훗군거리는 얼골을 식혀준다.

그는 급히 정유장 쪽으로 거름을 옴겼다.

노량진 행 전차를 타고 섰노라니, 무엇인지 입 속에서 뱅뱅 도는, 맴쟁이가 있다. 자세히 알어보니 별것이 아니라, 고대 막 조히 우에 쓰고 나온

“소(小)뿌르조아”라는 말이다.

「흠…?」

그는 육 년 징역(懲役)을 받은 적이 있는 과거의 당원인 자신에 대하여 무슨 보복이나 하듯, 일종의 잔인한 심사로 무심코 피식이 고소를 하는 참인데, 대체나 신기한 말이다. 과시 탄복할 정도로 적절한 말이다. ─ 지금까지 그는 그 자신을 들어, 뭐니 뭐니 해 왔어도 이렇게 몰아, 단도대에 올려 놓고, 대ㅅ바람에 목을 뎅긍 칠 용기는 없었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피식이 고소할 순간까지도 차마 믿지 못한 이 “심판”아래, 이제 그는 고시라니 항복하는 것이었다.

─ 다음 순간 그는 몸이 헛전 하도록 마음의 후련함을 깨닷는다 ─ 통쾌하였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무엇인지 하나 가슴 우에 외처, 소생하는 것이었다.

드듸어 그는 전후를 잃고, 저도 모를 소리를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
                        나는 나의 방식으로 나의 “소시민(小市民)”과 싸호자! 싸홈이 끝나는 날 나는 죽고, 나는 다시 탄생할 것이다. …나는 지금 영등포로 간다, 그렇다! 나의 묘지가 이곳이라면 나의 고향도 이곳이 될 것이다…….)

별안간 홧홧증이 나도록 전차가 느리다.

그는 환 ─ 이 뚜러진 영등포로 가는 대한길을 두 활개를 치고 뛰고 싶은 충동에 가만이 눈을 감으며, 쥠ㅅ대에 기대어 섰다.

===== 33_Kang So-cheon_The Photo Studio that Takes Pictures of Dreams =====

따사한 봄볕은 나를 자꾸 밖으로 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어젯밤만 해도 내일은 일요일이니 어디 나가지 말고
          방에 꾹 틀어박혀 책이라도 읽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정작 조반을 먹고 나니 오늘은 유달리 날씨가 따뜻했습니다. 나는
          스케치북과 그림물감을 가지고 뒷산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그렇다고 나는
          굉장히 그림을 잘 그리거나 그림에 취미를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저 빈손으로 가기는 싫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들고 앉아 그 따사한 봄볕에 읽는 것은 한층 더
          싱거울 것 같았습니다. 봄을 그리려고 산에 오른 이 서투른 화가는, 좀처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내 눈이 맞은편 산허리에 갔을 때, 거기에는 활짝
          핀 꽃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살구꽃이 피려면 한 달은 더 있어야 할 텐데 저렇게 연분홍꽃이 전등이라도 켠 듯이 환히 피어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 꽃나무 있는 데로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골짜기를 내려 다시 산으로 기어올라
          꽃나무 아래까지 갔습니다. 단숨에 달린 나는 숨이 차서 그만 땅에 주저앉았습니다. 숨을 돌리며 나는
          꽃나무를 자세히 바라보려니 나무 밑줄기에 이런 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꿈을 찍는 사진관으로 가는 길. 동쪽으로 5리.

나는 그 연분홍 꽃나무에 핀 꽃 같은 건 생각할 사이도 없이 곧 이 꿈을
          찍는 사진관을 찾아 떠났습니다. 동쪽으로 사뭇 좁다란 산길을 걸어가노라니까 정말 조그만 집
          한 채가 보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 집 문 앞에 다다랐을 때는 약간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집 문 앞엔 또 이런 것이 쓰여 있었습니다.

꿈을 찍는 사진관은 여기서 남쪽으로 5리 되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나는 남쪽을 향해 또 걸었습니다. 지금 온 만큼 가니까 정말 또
          집 한 채가 보였습니다. 나는 참 잘 왔다고 좋아라 집 문 앞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아까보다 좀 더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까와
          꼭 같은 글이 문 앞에 붙어 있었습니다. 아니 꼭 한 자만 틀립니다. 그것은 남쪽 5리가 아니라 서쪽으로 5리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나는 조금 주저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한 번만 더 속아 보자
          하고 또 서쪽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마침내 나는 꿈을 찍는 사진관을
          찾은 것입니다. 이런 산중에 어울리지 않으리만큼 커다랗고 훌륭한 양옥집이었습니다. 벽과 창문만이 아니라 지붕까지 새하얀 집 -
          다만 정문에 커다랗게 써 붙인, '꿈을 찍는 사진관'이라는 일곱 글자만이 파아란 하늘빛이었습니다. 나는
          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구시오? 들어오시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습니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늘빛 파란 가운을 입은 점잖은 신사 한 분이
          하늘빛 파아란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놓으며 회전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어떻게 오셨지요?" "저어...... 여기가 꿈을 찍어 주는 사진관
          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떻게 찍지요?" 하고 나는
          꿈을 찍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내게 조그맣고 얄팍한 책 한
          권을 주며, 저쪽 7호실에 가 앉아 소리 내지 말고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나는 7호실을 찾아갔습니다.
          1호실 다음엔 3호실, 그다음이 5호실, 바로 그다음이 7호실입니다. 어쩌면 사진관이 꼭 여관집과도 같습니까. 나는 그제야 이 집의 방 번호는 모두 홀수만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벽과
          천장까지 모두 새하얀 방....... 들어가는 문밖엔 들창 하나도 없는 방입니다. 나는 그 방에 앉아 지금
          받은 얄팍한 책을 펴 들었습니다. 불도 안 켠 방이 왜 이리 화안한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빛이라곤 들어올 곳이 조금도 없습니다. 9포 활자만큼 작은 하늘빛
          글씨가 어쩌면 그리도 잘 보입니까.

이렇게 멀리서 찾아오신 손님에게 먼저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당신께서
            이곳까지 찾아온 데는 두 가지 뜻이 있을 줄 압니다. 그 하나는 신기한 것을 즐기는 마음이요, 또 하나는 무척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당신과 있으니 말이지만 오늘 저 세상
            사람들은 오늘의 문명을 자랑해서 '텔레비전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이 일에
            비하면, 그까짓 게 다 무엇입니까? 문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 - 더욱이 6.25를 치르고 난 우리에겐 많은
            잃은 것 대신에 가진 것은, 안타깝게 보고 싶고 그리운 얼굴들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에 가장 신기한 것의 하나는 과거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추억'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옛날을 다시 생각하기 위해서 묵은 앨범을 꺼내서 사진 위에 머물러 있는 지난날의
            모습들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사진이란 다만 추억의 그 어느 한순간이요, 그 전부는 아닙니다.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란 흔히 사진첩 속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불완전한 것이나마 전쟁으로 인하여 거의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요행히 우리에겐 꿈이란 게 있습니다. 이미 저세상에 가 버리고 없는 그리운 얼굴들도 꿈에서는 서로 만날 수 있습니다. 남북으로
            갈리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이라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꿈길엔 삼팔선이 없습니다. 정말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그러나 이 꿈이란
            사람의 마음대로 꿀 수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립고 보고 싶은 얼굴이 있어 꿈에 보려고 애를 써도 뜻대로 잘 안 되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다 어떻게 잠깐
            꿈을 꾸게 되나 해도 그 꿈이 곧 깨면 한층 더 안타까운 것뿐입니다. 여기에 생각을 둔 나는 이번 꿈을 찍는 사진기를 하나
            발명했습니다. 이는 결코 거리의 사진사들처럼 영업을 목적으로 한 건 아닙니다. 내게는 안타깝게 그리운 아기가 있습니다. 나는 그 아기의 사진까지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 내가 이 사진기를 만들게 된 게 그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자아,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그럼, 인제 꿈을 찍는 방법을 설명해 드려야죠. 무엇보다 그게 더 궁금하실 테니까요. 지금
              당신이 앉아 있는 방에서부터 나오는 한 줄기 빛이 있습니다. 그 빛은 바로 사진기가 놓여 있는 곳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꿈을 꾸기만 하면 그 꿈은 곧 사진기 렌즈에 비치게 됩니다. 꿈이 비치기만 하면 사진기는 저절로 '쩔꺼덕' 하고 사진을 찍어 버리는
            것입니다. 필름에 사진이 찍히면 곧 현상하여 손님의 요구대로 크게 또 작게 인화지(사진 종이)에 옮깁니다. 그런데 문제
            되는 것은 꿈을 꾸는 일입니다. 어떻게 짧은 시간에 꿈을 꿀 수 있으며, 또 꿈을 꾼다 해도 그게 정말 자기가 사진에
            옮기고 싶은 꾸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실로 내가 제일 오랫동안 연구에 고심을 한 것이 이것입니다. 꿈을 찍는 것쯤은 이것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나는 잠 못 이루는 밤을 오래 가졌었고, 무수한 실패를 거듭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나는 마음대로 꿈꿀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실로 이것은 세계적인 아니 세기적인 발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 그럼 당신도 곧 그리운 이를 만나는 꿈을 꾸십시오.
            그리운 이의 꿈을 사진 찍어 드릴 테니. 그 방법 - 당신이 있는 방 한구석에 종이 한 장과 만년필 한 개가 놓여
            있습니다. 당신은 그 종이에 그 파란 잉크로 당신이 만나고 싶은 이와의 지난날의
            추억의 한 토막을 써서 그걸 가슴속에 넣고 오늘 밤 편히 주무십시오. 내일 날이 밝으면
              당신은 지난밤에 본 꿈과 꼭 같은 사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을 겁니다. 한 가지 미안한 것은 이곳은 산중이어서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식이 준비되어 있지 못합니다. 미안하지만 하룻밤 그냥 주무셔 주십시오.

꿈을 찍는 사진관 아룀.

나는 종이쪽에 이렇게 썼습니다.

살구꽃 활짝 핀 내 고향 뒷산 - 따스한 봄볕을 쬐며, 잔디 위에서 같이 놀던
              순이, 노랑 저고리에 하늘빛 치마 - 할미꽃을 꺾어 들고 봄노래 부르던 순이
            - 오늘밤 정말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아직 해가 지기엔 시간이 좀 남았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쓴 종이를 가슴에 품고 방바닥에 눕자 밤은 그만 캄캄해졌습니다.
          참말 신기한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샘처럼 솟아오르는 지난날의 추억들. 정말 내가 민들레와 할미꽃을 좋아하는 까닭은 순이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순이의 그 노랑 저고리가 어쩌면 그때 내 마음에 그렇게도 예뻐 보였을까요? "
                        순아! 오늘은 정말 네게 꼭 할 말이 있어. 감추려고 했지만, 역시
          알려 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만 순아, 울어서는 안 돼! 응?" "무슨 얘기냐?
          어서
            말해 줘!" "정말 안 울 테냐?" "울긴 왜 우니? 못나게......."
          "그래! '픽' 하면 우는 건 바보야. 울지 말아, 응?" "그래! 어서 말해!" "저어......." "참, 네가 바보구나. 왜 제꺽 말을 못
          하니? 아이 갑갑해! 어서 말해 봐!" "저어, 말이지, 이건 비밀이야. 우리 아버지
          도 어머니도 그랬어. 아무에게도 미리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그렇지만, 난
                        네겐 숨길 수 없어. 우리는 며칠 있으면 삼팔선을 넘어 서울로 이사를 간단다. 여기서 살 수가 있어야지. 지난해 8월
                        해방이
          되었다고 미칠듯 즐거워했지만, 우리는 토지와 집까지 다 빼앗기지 않았어?
          지주라고. 그리고 우리는 딴 데로 옮겨가 살라고 그러지 않아. 빈손이라도 좋아. 우리는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을 찾아 가야 해......." "
                        얘, 나보고 울지 말라더니, 제가
          먼저 울지 않아?" 소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는 원산 이나, 함흥에 같이 가자던 순이. 너와 내가 갈린 것은 소학교 5학년 때.......

이 얼마나 위대한 발명입니까? 생각한 대로 곧 꿈꿀 수 있고, 그 장면을 곧 사진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잠을 깬 것은, 아니 꿈을 깬 것은 아침이었나
          봅니다. 통 밖의 빛이 방 안에 비치지 않아 때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내겐 시계도 없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사진사가 있는 방으로 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을
          밀었으나 문은 밖으로 잠겨져 있었습니다. 내가 손잡이를 돌리자 내 앞에 한 장의 종이쪽이 날아 떨어졌습니다.

아직 시간이 이릅니다. 그냥 거기서 2시간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면 사진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꿈을 찍는 사진관
            주인 아룀.

옳아. 아직 두 시간 더 있어야 된단다. 내가 너무 일찍 일어났는지도
            몰라. 날이 아직 밝지 않았을까? 그동안 나는 어제저녁 순이와 고향 뒷산에서 꽃을 따며 놀던 꿈을 다시
            되풀이해 보자.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 꿈이었나! 사진은 어느 장면을 찍었을까? 나와
              순이가 나란히 살구나무 그늘에 앉은 장면일까? 그렇지 않으면 순이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일까? 그렇지도 않으면 순이가 내게 할미꽃을 꺾어주는
            장면일까?

내가 사진관 주인에게 아직 채 마르지도 않은 사진 한 장을 받아들었을 때,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순이와 나의 나이 차이였습니다. 실제 나이로는 순이와 나는 동갑입니다. 그런데
          사진에는 여덟 해나 차이가 있는 게 아닙니까? 순이의 나이는 열두 살 그냥 그대로인데, 나는 지금의 나이 스무 살이니까요. 그동안 나만 여덟 해 나이를
          더 먹은 것입니다. 생각하면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사실 순이도 북한 땅 어디에 그냥 살아 있다면 꼭 내 나이와 같을 게 아닙니까. 그러나 나는 그 뒤의 순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내 마음속에 살아 있는 순이는 언제나 열두 살 그대로입니다. 스무 살 -
          스무 살이면, 제법 처녀가 되었을 순이. 머리채를 치렁치렁 땋았을까?
          제법 얼굴에 분을 발랐을지도 몰라. 지금은 노랑 저고리와 하늘빛 치마가 어울리지 않을 거야. 모처럼 찍어 준 꿈 사진도
          그런 걸 생각하니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는 이게 제일 귀한 보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을 가슴에 품은 채, 사진관 주인에게 몇
          번이나 감사를 드리고 나는 그곳을 나왔습니다. 벌써, 아침 해가 하늘 높이 올랐습니다. 하루를 꼬박
          굶었으나 나는 배고픈 생각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내가 처음 앉았던
            뒷동산에 와 앉아 다리를 쉬며 가슴속에 간직했던 사진을 꺼냈을 때, 나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내가 넣었던 곳에서 꺼냈는데 내가 사진관에서 받아 둔 순이와 같이
          찍은 사진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동화집 갈피 속에 끼여 있던 노란 민들레꽃 카드였습니다.
